세계 대학에서 배운다, 교통대 IT 커리큘럼
글 싣는 순서
  ① 북경대학
  ② 청화대학
  ③ 교통대학
  ④ 복단대학

교통대 정보기술안전센터 내 강의실, 컴퓨터 앞에 앉은 10여명의 학생들은 시종일관 스크린에 비친 전기회로와 이를 강의하는 교수를 번갈아 보며 탁탁거리는 자판소리만 내고 있다. 전국에서 올라온 이들은 교내 최상위권 성적우수생과 국내외 전자설계부문 대회에 입상경력이 있는 학생들 중 다시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선발된 수재들. 그들은 방학임에도 불구하고 고향에 내려가는 것을 마다한 채 학교에 남아 하루 종일 컴퓨터와 씨름하고 있다. 정보통신대 조우위엔(교통대·전자 공학) 교수는 “학원생(학부생)들이 원해서 하는 수업이기 때문에 열의가 남다르다”면서 “학교에서도 24시간 건물을 개방하고 원하는 교육자료와 시설 등의 학습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밝혔다.

선택과 집중이 IT 강국 만든다

이공계 학교로 출발한 교통대는 중국 내에서도 실무교육이 강하기로 유명하다. 특히 정보통신 분야에 두각을 나타내는 교통대는 정보기술(IT)분야의 급격한 성장으로 중국정부의 과감한 투자지원을 받고 있다. 현재 교통대는 제2민항 캠퍼스완공과 기술정보 안전센터 이전으로 제2의 도약기를 맞이하고 있다. 올 9월 “863 정부과학기술 장려정책”으로 선정된 교통대 정보기술안전 센터는 총 3억위안(450억원)의 정부 지원을 받아 각종 IT 관련 기업들과 연구소가 밀집한 푸동지구로 이전하게 된다.

‘863계획’이란 중국 과학기술부가 1986년부터 주관한 하이테크산업 발전계획으로 중국의 중장기 경제성장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핵심연구개발 프로젝트. 제10차 (2001-2005)계획에 따라 교통대 정보기술안전센터는 외국으로부터 들어오는 대부분의 IT관련 제품의 기술 분석과 안전점검을 맡게 된다. 조 교수는 “국가적으로도 북경과 이곳 상해 2곳에서만 운영되기 때문에 IT성장 정책에 따라 그 역할이 점차 증대되고 있다”며 “정보통신 기술 국산화와 가격대비 품질 향상의 전초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턴은 없다. 실무 120%의 학교교육

국가 정보기술안전을 책임지는 정보기술안전센터는 교통대 출신의 연구생(대학원생), 박사생 뿐만 아니라 학원생들도 있을 만큼 실력위주로 선발된다. 자연히 교통대 수업은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실력과 인재 양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학교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학원생들이 실습에서 쓰고 있는 회로도나 부품 등은 모두 노키아, 모토롤라에서 이미 사용했거나 상용화된 것들을 지원 받는다. 또한 학교 측에서는 적극적으로 해외 유수 기업들을 유치해 그 회사의 파일럿 사용 및 분석을 통해 학생과 교수가 같이 연구, 활용케 하고 제품 아이디어 개발 시 지원비 투자 지원을 인센티브 형식으로 지급함으로써 기업과 학생간의 상호협력을 돕는다. 교통대 유학생인 유호섭(정보통신대 2)군은 “최근 한 정보통신대 학원생은 수업 중 PDA관련 아이디어를 내어 노키아로부터 2만위안(300만원)의 무상지원금을 받았다”며 “기업은 학교를 통해 이익창출의 기회를 마련하고 학생들은 학습증진과 실질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통대 학생들은 매학기 기본적으로 45학점 이상을 취득하도록 되어 있어 이론공부도 게을리 할 수 없다. 특히, 정보통신대는 컴퓨터 소프트웨어, 정보통신시스템, 전자장과 마이크로파 기술, 모델식별 및 지능시스템, 제어이론과 제어공정 등의 5개 중점학과를 두어 IT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매년 1천 5백 가지 과학 연구 프로젝트를 소화하기 위해 학과수업은 전자, 전기, 기계공학 등의 전통적인 이공계 과목부터 마이크로전자, 소프트웨어, 생명과학기술 등 특화된 분야로 폭넓게 운영되고 있다. 학년별 커리큘럼은 국내의 일반 대학들과 큰 차이 없이 1학년 때는 기초교양, 2학년 때부터 전공기초 3학년 이후로는 세부 전공을 듣지만, 4학년 때부터는 자율적으로 전공을 설계하도록 하고 학생의 노력과 관심정도에 따라 연구실, 회사로 들어가 실무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는다. 유학생 유 군은 “학원생이라도 학교에서 산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공부하고 연구한다”며 “처음 유학을 와서 한국에 비해 두 배가 넘는 학점을 이수하기도 벅찼는데, 50학점 이상 수강해 듣는 중국학생들이 많다”며 중국학생들의 높은 학구열에 혀를 내둘렀다.

IT분야의 질적 향상 모색, “기술+경영”

지난 19일 산업은행에서 발표한 ‘한·중·일 기술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10대 산업 기술경쟁력은 일본보다 2.2년 뒤져 있고 중국에 비해서는 3.8년 앞서 있지만 장기적으로 3국의 기술경쟁력은 격차가 점점 좁혀질 것이라고 발표해 사태의 심각성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이정도 속도라면 2010년쯤 한중간 기술격차가 사라지고 주요 산업에선 기술역전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전망에 대해 정보통신학부장 조성호(정보통신대·미디어통신)교수는 조금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는 정보기술(IT)은 단편적으로 몇 가지 기술만을 쫓아왔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정보통신 분야의 기술 경쟁력은 상용화할 수 있는 현실적인 능력도 포함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런 것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와 중국 간의 기술격차는 10년-15년으로 본다”고 말했다.

1996년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CDMA를 상용화시킨 것은 기술개발과 시장분석을 통해 IT분야의 새로운 고부가가치를 창출한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세계의 많은 무선통신 전문가들이 CDMA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론에 불과한 기술이라고 폄하하고 국내외적으로 CDMA 방식 적용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지만 국내 연구진들이 정확한 상황분석과 판단에 근거해 미국 퀄컴사의 CDMA 기술을 상용화 시켰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CDMA의 기술사례에서 보여주듯이 IT분야에서는 신기술개발 못지않게 다양한 기존 기술 중에 소비자의 입맛과 시장성이 있는 기술을 찾아 개발시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취지에서 국내 대학 최초로 전문기술과 경영마인드를 갖춘 IT 전문인력 양성을 목표로 하는 본교 정보통신대는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일 취임한 정보통신대학장 서일홍(정보통신대·소프트웨어) 교수는 “크고 작은 국책사업과 연구사업은 개별적으로 추진 중에 있고 IT분야의 체계적인 인재양성을 위해 교수님들과 수시로 커리큘럼과 연구시설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며 “먼저 내년에 학생들에게 폭넓은 시야와 사고를 할 수 있도록 각 계 전문가를 초청해서 32회 분량의 특강을 계획 중이다”고 밝혔다.

젊고 빠른 IT인재 강국

하지만, 이런 희망 섞인 기대에도 불구하고 15억 인구에서 배출되는 과학기술인력은 중국 정보기술의 큰 잠재력이다. 정보통신대 조우위엔 교수를 처음 만나 놀랐던 점은 올해 갓 30세를 넘었지만 2002년부터 어엿이 3학년 정규수업을 가르치고 있다는 점이었다. 병역의 의무가 없는 중국에서 현재 조 교수처럼 꾸준히 실력을 쌓아온 이공계 인력은 약 1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따라서 이들이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내용 역시 실무에 가까울 수밖에 없다. 여기에 자연스럽게 교수와 학생이 친밀해지는 것은 또 하나의 장점. 유 군은 “이공계 교수들이 젊은 탓도 있지만, 한국에서 보이는 사제지간의 불편함은 찾아보기 힘들다”며 “대부분 교수들은 학생과 똑같이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같이 연구하고 공부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중국 교수와 학생들의 공부 목적이 단지 개인적인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국가로 향해 있다는 점은 중국과학 발전의 강력한 원동력이다. 인터뷰를 했던 교수, 학생들의 공통적인 대답 중에 하나는 공부여건을 마련해준 국가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것. 이는 마치 우리나라의 60-70년대 경제개발이 한창인 시절을 연상시킨다. 다만 그 당시와 다른 점이 있다면 현재 중국정부의 과학기술 정책은 중간단계를 건너뛰어 곧바로 첨단기술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0년간 우리나라와 대학교육에 자부심이었던 IT 강국의 명예는 지금 재도약의 희망이 될지 멍에가 될지의 기로에 서있다.


김충일 학생기자 bole1@ihanyang.ac.kr
사진: 김태호 학생기자 magicguy2@i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