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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7 22

[교수]김명수 교수가 추천하는 한 권의 책 '호밀밭의 파수꾼'

『호밀밭의 파수꾼』은 새로 읽을 때마다 새로운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은 '성장 소설'이다. 사막 한가운데에서 '어린 왕자'를 만난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뉴욕의 맨해튼 한 복판에서 낙제생 '홀든 콜필드'를 만날 수 있다. 나는 얼마전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교수의 역할을 곰곰이 생각했다. 낙제생으로부터 귀한 가르침을 받은 셈이다. - 언론정보대학장 김명수 교수 『호밀밭의 파수꾼』(J. D. 셀린저 저)은 작가의 체험을 소재로 쓴 성장소설이다. 저자는 퇴학당한 한 소년이 허위와 위선으로 가득 찬 세상에 눈 떠가는 과정을 10대들이 즐겨 쓰는 속어와 비어를 사용해 사실적으로 그려나간다. 고등학교에서 퇴학당한 주인공 '홀든 콜필드'가 집으로 돌아가기까지의 3일간의 시간을 추적한 이 소설은 1950년대 전후의 미국사회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출간 당시 화제를 모았다. 부유한 계층에 속해 있는 주인공은 현대사회의 추악한 속물 근성과 지식인 계층의 위선에 염증을 느낀다. 집으로 돌아갈 용기가 나지 않은 주인공은 뉴욕의 뒷골목을 떠돌며 오염된 현실세계와 직면하고 더욱 큰 상실감을 맛보게 된다. 주인공이 방황하며 부딪힌 세상은 한결같이 신뢰할 수 없는 기성세대들의 위선과 비열함으로 가득 찬 공간이었다. 현실사회에 대한 깊은 회의감에서 어린 아이들에게 눈을 돌린 주인공은 호밀밭에서 뛰어 노는 아이들의 안전을 지켜주는 파수꾼이 되기로 결심하고 먼 곳으로 떠나려고 하지만, 여동생 피비의 믿음과 사랑이 자신을 지켜주는 진정한 파수꾼임을 깨닫는다. 단순하면서 사실적인 문체가 돋보이는 이 작품은 위트와 유머 속에 독특한 페이소스를 느끼게 한다. 주인공의 정신적 방황은 청소년기의 불안정한 이중성을 상징적으로 말해주지만 저자는 주인공의 이 같은 이중성을 매우 명료하게 형상화함으로써 소설적 설득력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는 평을 받는다. 『호밀밭의 파수꾼』은 영화, 문학, 음악 등 문화계 전반에 많은 화제를 몰고 왔던 소설이다. 이 책은 음모이론을 소재로 한 영화, '컨스피러스'에 등장하기도 했고, 록 그룹 그린데이의 'Who wrote holden caulfield'나 오프스프링의 'Get it Right'와 같은 팝송의 가사로 인용되기도 했다. 케네디 암살범과 비틀즈의 존 레논을 살해한 범인이 이 책을 소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모두에게 잘 알려진 화제다. 한때 『호밀밭의 파수꾼』은 그 소재와 거침없는 표현을 이유로 미국의 일부 중고등학교에서 금서로 지정된 바 있으나, 출간된 지 50년이 지난 지금, 세계 최고의 베스트셀러 중 하나로 꼽히는 명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무더운 여름, 날씨보다 우리를 지치게 만드는 우울한 현실에 나약해질 때마다 '호밀밭의 파수꾼'을 꿈꾸며 '홀든 콜필드'의 자취를 더듬어 보는 것은 어떨까?

2003-07 15

[교수][신간] 책으로 부활한 효령대군의 삶

사학과 이완재 교수가 조선왕조의 격동기에 태어나 근 한 세기에 걸쳐 아홉 임금의 시대를 겪어야 했던 효령대군 이보(李補)의 일대기 3권 중 첫째 권을 출간했다. 그 동안 효령대군의 사상과 행적에 대해서는 단편적인 연구와 소개가 있어왔지만, 이를 종합적으로 집대성한 것은 이 교수의 저서가 처음이다. 특히 효령대군의 19대손으로 알려진 한 교수는 자칫 아전인수격의 서술이 될 수도 있다는 염려를 학문적 양식과 높은 실증성·객관성으로 훌륭하게 극복했다. 이 교수가 객관적인 저술을 위해 인용하고 있는 자료는 가장 양질의 사료로 인정받는 '조선왕조실록'. 이 교수가 구체적인 사료를 제시하며 엄밀한 고증을 추구했던 흔적은 책의 갈피마다에 묻어난다. 실제로 이 책에서 서술하고 있는 조선왕조 개창기의 역사적 사실과 왕실의 여러 의식에 대한 묘사는 '눈앞에서 펼쳐지는 것' 같은 생동감으로 다가온다. 전 서울대 총장인 이현재 서울대 명예교수는 발문을 통해 "역사상의 인물이 시·공간을 초월해서 진정 역사적 인물로서 평가받기 위해서는 역사를 통한 이념 및 가치관의 변화, 그리고 문화와 사회적 변동에 따른 평가기준의 변화를 감내해 내어 꾸준히 생명력을 유지해야 한다. 효령 대군이 여러모로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드문 인물"이라며 효령대군이 지닌 진정한 역사적 가치에 대해 평가하고 이 교수의 노작을 격찬했다. 『효령대군 일대기1』(한양대출판부, 2003)에 드러난 효령대군의 모습은 격변하는 정치 상황에서 자신을 잃지 않으려 애쓴 큰 사람의 그것이다. 그는 형 양녕대군이 세자에서 폐위되고 동생 충녕대군(세종)이 대신 왕세자로 책봉되어 왕으로 즉위하는 잇따른 격변 속에 외숙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멸문의 화를 당하는 냉혹한 시대상을 목도했다. 효령대군이 자신의 재덕과 학문을 숨겼던 것은 바로 이러한 성장기의 경험에서 연유했던 것. 왕조와의 인연을 끊고 불교에 귀의해, 숭유억불의 통치이념 속에서도 불교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유·불의 조화를 꾀하려 노력했던 그의 삶은 지금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효령대군 일대기1』는 결코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쉽지 않은 만큼 독서의 과정을 감내했을 때 남을 역사적 여운은 그만큼 깊이가 있다. 여전히 주말 스크린을 장식하는 텔레비전 사극의 무대, 조선왕조 구중궁궐 속의 역사적 사실들을 새롭게 고증해 보는 재미는 어떨까? 더운 여름날, 책으로 부활한 효령대군의 발자취를 추적해 가는 '학구적'인 피서를 감히 권한다.

2003-07 15

[교수]김덕수 교수 `창의적 연구진흥사업` 선정

앨빈 토플러가 한국에도 '제4의 물결-생명공학의 혁명'이 이미 시작됐다고 주장한지 2년이 지난 오늘, 우리나라에서도 생명공학은 더 이상 생물학의 전유물이 아니다. 생명공학에 대한 범사회적인 관심이 증대하는 가운데 산업공학과 김덕수 교수가 컴퓨터 그래픽을 생명 분야에 접목시킨 연구과제가 과학기술부(이하 과기부)가 주관한 창의적 연구진흥사업에 선정되어 눈길을 끌고 있다. 김 교수의 연구과제는 과기부가 지난 3월 창의적 연구과제를 공고해 접수된 54개 과제를 대상으로 약 3개월에 걸친 서면평가와 패널 평가, 기획위원회의 최종 심의를 거쳐 선정됐다. 과기부가 독창적인 연구내용, 연구 추진 전략과 체계, 연구실적 등을 평가해 차세대 연구리더 육성을 취지로 진행한 이번 '창의적 연구진흥사업'에 선정됨으로써 김 교수와 연구진은 향후 최장 9년에 걸쳐 연평균 6억원의 연구 지원금을 받게 됐다. 연구교수와 박사후과정, 석·박사과정, 소프트웨어 개발자, 행정직원을 포함 20여명으로 구성될 이번 연구팀은 고차원에서 유클리드 거리척도에 따르는 '보로노이 다이어그램(Voronoi Diagram)'을 연구할 계획이다. '보로노이 다이어그램'이란 공간을 효율적으로 분할하는 수학적 방법. 다시 말해서 공간 내 입자들간의 영역을 분할하는 방법을 연구함으로써 공간에 대한 다양한 추론을 가능케 하는 수리 및 계산 도구로 알려져 있다. 김 교수팀은 보로노이 다이어그램 연구를 통해 물질과 생명현상의 본질에 대한 이해의 지평이 보다 넓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간에 대한 고려가 필요한 곳에서 모두 쓰이는 보로노이 다이어그램에 있어서 기존의 연구는 수학적인 방법에만 관심을 가졌다. 반면 이번 연구팀은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한 새로운 시도를 통해 생명공학에 있어서의 새로운 가능성을 검증해 내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김 교수는 "보로노이 다이어그램은 공간에 대한 이해를 연구하는 것이다. 컴퓨터 그래픽에서 곡선을 부드럽게 처리하기 위해 두 원자 사이의 거리를 연구하는데 이용하는 것이 보로노이 다이어그램이다"라고 설명하고 "이번 연구를 통해 생명의 기본 단위인 단백질의 원자구조를 해석해 냄으로써 보다 현실적인 문제에도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아내겠다"라고 밝혔다.

2003-07 08

[교수]MIT 번하르트 윈치 교수 명예박사 수여

'한양대학교와 MIT간의 향후 상호 협력이 향후 학문 발전에 커다란 공헌을 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저에게 주신 명예공학박사 학위는 제 경력에 커다란 표석이 될 것입니다' 재료공학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으로 꼽히는 미국 MIT 번하르트 J. 윈치(Bernhardt J. Wuensch) 교수가 본교로부터 명예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난 24일 박물관 세미나실에서 열린 수여식에는 김종량 총장을 비롯한 교무위원과 학부 및 대학원생 등 2백 여명이 참석해 윈치 교수의 학위수여를 축하했다. 지난 2001년 세라믹 재료 권위자인 영국 캠브리지대학 앤소니 켈리(Anthony Kelly) 교수에게 같은 학위를 수여한 바 있는 본교는 이번 윈치 교수의 학위 수여를 계기로 세라믹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들과의 유대를 더욱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윈치 교수는 지난 2000년과 2002년 본교에서 개최한 NCF(international Nano Ceramic Forum) 국제학술대회에 초정인사로 참석하는 한편, 지난해 11월에는 세라믹공정연구센터와 MIT간 연구교류 협정 체결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등 본교와의 돈독한 유대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김종량 총장은 축사를 통해 "본교와 MIT간의 상호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디딤돌이 될 것이다. 한양의 한 가족이 된 것을 진정으로 축하한다"고 전했다. 이번 학위수여식에는 세라믹공정연구센터 오근호, 정용재(공대·세라믹) 교수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윈치 교수의 제자이기도 한 정 교수는 "평생을 세라믹 연구와 후진양성에 바친 편안하고 가정적인 학자"라고 말하며 스승의 학위수여를 축하했다. 결정학문 분야와 세라믹 재료 확산 분야에 세계적 권위자인 윈치 교수는 MIT 재료공학센터 소장을 역임하며 재료공학분야의 학제간 연구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세계 유수 대학의 재료공학 관련 연구소 설립에 선도적인 역할을 맡아 왔다. 또한 지난 39년 간 MIT에 재직하면서 1백 25편의 논문과 2권의 저술을 내는 등 왕성한 연구 활동을 벌여왔으며 후진양성에도 힘을 기울여 두 차례에 걸쳐 'Teaching Award'를 수상하기도 했다. 윈치 교수는 1955년 MIT 물리학과를 졸업해 동 대학에서 물리학 석사학위를, 결정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64년에 모교 교수로 임용돼 현재까지 MIT 재료공학센터장, 재료공학과 학과장을 역임했으며 1972년에 미국 세라믹학회와 광물학회 특별회원(Fellow)으로 선정된 바 있다.

2003-07 01

[교수][신간] 국문과 정민 교수 '한시 속의 새, 그림 속의 새' 출간

"이 까치가 와서 둥지 튼 것이 이미 일곱 해나 됩니다. 그 새끼를 매년 올빼미가 잡아먹으니, 소리쳐 울기를 그치지 아니하여 슬픈 마음을 자아냈지요. 첫해에는 머리가 처음으로 희어지더니, 둘째 해에는 머리가 온통 희어지고, 세 해가 되자 몸이 온통 희어졌습지요. 금년에 요행히 그 재앙을 면하게 되자 꼬리가 점차 도로 검어졌답니다." - 최자의 『보한집(補閑集)』 중에서 국문과 정민 교수가 선인들의 한시와 그림 속에 나타난 새 이야기를 책으로 담아 출간했다. 세 갈래의 내용으로 나뉘어 있는 『한시 속의 새, 그림 속의 새』에는 1백 70여 수의 한시와 1백 80여 컷의 그림이 실려있다. '새와 사람' 부분에서는 까치, 닭, 제비 등 우리 민족과 고락을 같이한 새를, '새와 그림'에서는 백로, 물총새, 딱따구리와 같은 옛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새를 이야기했으며, '새와 문화'에서는 소쩍새나 파랑새, 뻐꾸기, 직박구리와 같은 문화적 의미를 지닌 새를 다뤘다. 그간 조류학자들의 연구 저서와 새 그림에 관한 미술 학계의 서적이 적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지만 두 분야가 연계되어 연구된 사례가 없고, 한자문화권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없어 옛 문헌과 그림 속의 새의 의미는 하나의 '암호'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 교수의 책은 문학과 회화, 조류학을 넘나들어 세 분야를 하나로 묶어내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너무나 멀게 느껴지는 한시와 조류학 분야를 연결시킨 참신한 시도를 '인문학 가로지르기'의 표본으로 평가하고 있다. 새 소리를 빌어 노래하는 금언체(禽言體) 한시를 공부하다가 새와 관련된 자료를 정리하기 시작했다는 정 교수는 한·중·일의 새에 관한 각종 서적을 사들이고, 세계의 새 그림 우표를 6백 장 넘게 모았다. 이러한 자료들로 수년 간 연구한 결과가 이 책에 녹아들기까지는 야생 조류 전문가와 애호가, 조류 사진작가, 전통회화 전문가 등 여러 사람의 도움이 필요했다. 자식 잃은 슬픔에 깃털이 하얗게 센 까치이야기, 죽은 지아비를 위해 절개를 지켜 원수를 갚고 죽은 열계(烈鷄)이야기, 울음소리를 본 따 조선의 제비는 '지지위지지 부지위부지 시지야(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이것이 참된 앎이다)'라며 '논어'를 읽을 줄 안다고 너스레를 떤 유몽인의 이야기 등 옛 문헌에 전해 내려오는 재미있는 새 이야기들이 구구절절 담겨 있다. 조선 선비들이 그 고고함을 닮고자 집에서 학을 기르며 춤을 가르쳤고, 18세기 서울에서는 비둘기와 앵무새를 애완용 조류로 키웠다는 흥미로운 사실들도 갈피를 넘기다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들. 특히 선인들이 이광정의 '망양록'에 나온 본처의 자식을 버린 제비를 거울삼아 첩을 경계한 이야기나, 주세붕의 '의아기'에 전해지는 의리 있는 거위를 본보기로 삼아 자신들의 행태를 돌아보았다는 이야기가 눈에 띈다. 옛 사람들은 이런 새의 생태를 관찰하면서도 끊임없이 사람 사는 문제에 비춰 교훈을 얻고 스스로를 경계했던 것이다. 정 교수는 단아하고 정갈한 글로써 한문학의 저변 확대에 매진해온 학자로 널리 알려졌다. '한시 속의 새, 그림 속의 새'에서도 어렵고 멀게만 느껴졌던 한시를 짧고 쉬운 문장으로 해설하고 있는 저자는 서문을 통해 '단지 한문으로 씌어졌다는 이유만으로 옛글 속 무진장(無盡藏)의 콘텐츠가 방치되는 것이 참으로 슬프다'며 한문학에 대한 고루한 시선을 안타까워한다. 조류도감을 연상시킬 정도의 방대한 자료와 그에 어우러진 한시를 보면, 독자는 어느새 옛사람이 되어 그들 삶 속의 새를 바라보고 우리 인간을 돌아보게 된다. 선인들의 옛 글이 고운 단장을 하고 우리에게 새롭게 다가오는 순간이다.

2003-06 22

[교수]배기동 교수, 탄자니아 발굴 나서 화제

한국 고고학 사상 최초로 배기동(국제문화대·문화인류) 교수가 다음 달 말, 인류의 발상지로 알려진 아프리카의 구석기 유적 발굴에 나설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탄자니아 현지의 피델 마사오 교수팀과 공동으로 실시하는 이번 발굴은 아슐리안 주먹도끼 문화로 잘 알려진 탄자니아에서 펼쳐진다. 이 곳의 유적은 배 교수가 20여 년 동안 연구하고 있는 경기도 연천군 전곡리 유적에서 발견된 주먹도끼의 유형과 같아서 양 지역의 문화 비교에도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슐리안 주먹도끼는 1백 50만 년 전 아프리카 직립원인이 10만 년 전인 전기 구석기 기간까지 사용했던 석기를 말한다. 한편 이번 여정에는 문화인류학과 대학원에 재학 중인 김대일(4기), 전범환(3기) 군이 동행해 배 교수의 발굴을 도울 예정이다. 배 교수는 "풍토병이나 불안한 사회 정세 등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의 고고학 역량을 세계에 알린다는 생각을 가지고 발굴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발굴에 동행하는 전 군은 "익숙하지 않은 나라인 만큼 두려움도 크지만 고고학을 공부하는 데 좋은 밑거름이 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돼서 기쁘다"고 말했다. 학술진흥재단으로부터 8천 3백만 원의 지원을 받아 진행되는 이번 발굴은 4년 전, 6개월 정도의 현지 조사 활동을 진행했던 배 교수가 다시 발굴의뢰서를 제출해 성사된 것이다. 자국의 유적 발굴에 외국인이 참여하는 것을 기피하는 현지의 상황을 고려할 때, 이번 발굴은 국내 고고학의 수준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을 잘 입증한다는 것이 배 교수의 설명이다. 배 교수 팀은 다음 달 말, 현지와의 일정이 합의되는 대로 탄자니아로 떠나 한 달 동안의 발굴을 마치고 귀국할 예정이다. 인터뷰 "한국 고고학의 역량을 세계 무대서 확인하고 오겠다" - 탄자니아 발굴 떠나는 배기동 교수와의 일문일답 - 이번 발굴이 국내 고고학계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 유라시아 대륙 서쪽 끝에 위치한 탄자니아는 아슐리안 주먹도끼가 대거 분포돼 있는 지역이다. 유라시아 대륙 동쪽 끝에 위치한 한반도에도 아슐리안 주목도끼가 분포돼 있는데 두 지역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 이번 연구의 목적이다. 구석기 시대부터 아시아와 아프리카간의 인류 이동이 있었는지 아니면 문화적인 공감대에 의한 우연의 일치인지를 조명하게 될 것이다. 이는 진화학회 쪽의 논쟁거리를 나름대로 정리해 보고자 하는 의도도 있다. - 타국의 유물을 발굴하는 예가 많지 않은데. 해외 발굴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각 나라마다 가지고 있는 고유한 문화재를 다른 나라 사람이 발굴하기를 별로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규제도 심하고 한계도 많다. - 아프리카 지역의 특성상 발굴하는 데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 발굴에 필요한 숙박 등의 현지 물가가 한국과 비슷해 비용도 만만치 않을뿐더러 말라리아 등의 각종 풍토병과 사회불안정 등으로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예상돼 걱정이 많기는 하다. 그러나 이번 발굴을 통해 한국의 고고학 역량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생각으로 일할 것이다. 더불어 아프리카를 한국에 자세히 소개함으로써 아프리카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상식의 세계화'라는 차원에서 보다 가깝게 느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박물관 개관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라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을 것 같다. 전혀 그렇지 않다. 박물관 개관 자체도 힘들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계속적으로 유지하고 문제점을 보완하는 것이다. 박물관 직원들을 믿는다.

2003-05 01

[교수]`영원한 한양인` 이수용 교수 타계

지난 27일 안산캠퍼스 과학기술대 응용물리학과 이수용 교수가 지병인 신장암으로 타계했다. 모교와 후학들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아끼지 않았던 고인(故人)의 죽음에 주위의 많은 이들이 슬픔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본교가 종합대학으로 승격한 이듬해인 1960년에 입학해 44년의 세월 동안 모교를 지켜온 고인을 두고 모두가 한양의 '산증인'이라 입을 모은다. 고인이 교내에서 발간되는 주요 간행물들을 창간호부터 빠짐없이 모아 온 사실은 모교에 대한 그의 남다른 애정을 잘 증명하고 있다. 한대신문의 애독자로 유명했던 고인의 연구실에는 한대신문 축쇄판이 1권부터 7권까지 가지런히 정렬돼 있고, 9백호까지의 사설이 주제별로 정리되어 있는 대자보가 붙어있다. 한대신문사가 자료 누락으로 축쇄판 발간의 난관에 봉착했을 때, 고인이 수집해 온 자료를 기증 받아 축쇄판을 만들었던 사실은 많은 이들이 알지 못하는 일화. 한대신문 외에도 한양교지와 영자신문 등 고인이 오래도록 간직해 온 소중한 간행물들은 지난 세월, 한양의 부침을 빼곡이 기록한 소중한 '사료'로 평가받는다. 또한 고인은 자녀들을 모두 본교에 입학시켜 '모교사랑'을 대를 이어 실천한 인물이기도 하다. 응용물리학과 94학번 박준호(석사 3기) 군은 "정이 참 많은 스승이셨다. 학생들에게 학교의 역사에 대해 알려주시며, 손수 모으신 학교 간행물들을 자랑스레 보여주시곤 했다. 커다란 사랑을 베풀어주신 교수님이 떠나셔서 마음이 아프다"라고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응용물리학과 홈페이지 게시판에 추모의 글을 올린 한 학생은 "우리들에게 항상 먼저 말을 걸어주시고, 다독거려주셨다. 먼 곳에 있어 생전에 자주 찾아뵙지 못한 것이 한스럽다"라고 고인을 추모했다. 응용물리학과 학과장인 홍주유 교수는 "이수용 교수는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학문의 길을 걸어오신 분이었다. 그토록 성실했던 교수님이 떠나시니 우리 학과에도 타격이 크다"라고 고인을 회고했다. 故 이수용 교수는 공대 원자력공학과 60학번으로 이학석사, 공학박사 학위를 모두 본교에서 취득한 뒤 1979년부터 교수로 재직해 왔다. 대한방사선상어학회 감사회장, 국제법정계량기구(OIML) SP-16 전문위원, 국제전기기술위원회 방사선계측위원회(IEC, TC-45) 전문위원과 대한자기공명의과학회 부회장, 국립 기술표준원 방사선실무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한 바 있는 고인은 최근까지도 밤샘 연구와 성실한 학술 활동을 펼쳐 동료 교수들의 귀감이 되어 왔다.

2003-04 29

[교수][서평] 이방헌 교수 외 `생활 속의 의학`

SARS(급성호흡기증후군)의 공포가 전 세계를 잠식하기 시작하면서 각 국의 방역 당국은 그야말로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나서고 있다. 우주에 정거장을 건설하는 현대의 과학과 기술이 단세포 동물인 한낱 바이러스를 이기지 못하는 현실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어쨌든 사람들은 이번 전염질환을 계기로 자신의 건강과 보건 환경을 다시금 새롭게 인식하는 분위기다. 현대 문명이 모든 질병을 고쳐주지 못한다면 아예 병에 걸리지 않는 방법은 없을까? 질병의 고통으로부터 우리가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는 길은 병에 대해 미리 알고 이에 대비하는 것.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라는 말이 있다. 병도 알고 나면 이길 수 있는 것이고, 그로부터 얻은 효율적인 예방법은 가래로 막을 것을 호미로 막는 지혜를 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지난 3월에 출간된 『생활 속의 의학』(한양대학교 출판부, 2003)은 독자를 '건강'에 더욱 가깝게 다가서도록 돕는다 할 수 있다. 사실 본서는 지난 1999년 본교에 개설되었던 인기강좌 '생활 속의 의학' 수업의 강의 원고들을 한 권으로 엮어낸 것으로, 현재에도 수업교재로 이용 중이다. 19명의 본교 의대 교수로 구성된 집필진은 '젊은 나이 때부터 건강에 관심을 갖고, 질병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본서를 통해 의학에 대한 기본 상식을 갖추도록 권고한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해 만들어진 본서는 시종일관 간단하고 명확한 문장으로 우리의 몸과 질병에 대해 설명한다. 특히 질병 예방을 위한 생활요법은 책의 제목과도 같이 독자의 '생활 속'으로 깊숙이 파고든다. 또한 현실적 예시를 통한 상황 설정도 독자의 이해를 돕는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본서는 한국인의 가장 많은 사망원인인 암, 심장병, 뇌 질환부터 스트레스, 비만 등 현대인의 생활과 밀접한 부분들까지 총 20장으로 구성돼 있다. '제 3장 스트레스와 신체질환'에서는 '스트레스 자가 진단표'를 첨부해 독자가 자신의 정신 건강 상태를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는 측각적인 '처방전을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두 장에 걸쳐 진술된 '성의 이해'는 남성과 여성의 생식기 구조를 자세히 설명하고, 성에 대한 그릇된 통념을 극복하며 바람직한 지식을 갖추는데 많은 노력을 아끼지 않은 부분이다. 기존의 딱딱한 시선에서 벗어나 부드러운 문체로 풀어낸 '성의 이해'는 성에 대한 우리의 인식 역시 부드럽게 변화시키고 있는 듯 하다. 집필진에 따르면 『생활 속의 의학』은 '의학에 대한 기본 상식을 가르쳐주고, 건강 관리를 위해 꾸준히 노력하도록 돕는 것도 의사의 몫'이라는 생각에서 시작됐다고. 이번 저술에 참여한 이방헌(의대·심장내과) 교수는 "좀 더 빨리 알았더라면 치료가 가능했을 환자를 대할 때 가장 마음이 아프다"라고 말한다. '병에 너무 무관심하거나 검진을 게을리 해 발병 환자가 많은 것이 현실'이라는 이 교수의 우려는 우리에게 다시 한번 예방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있다.

2003-04 15

[교수][서평] 이연택 교수의 `토론의 기술`

민주화를 진단하는 잣대 중 하나로 그 사회의 주요 정책이 얼마나 대화와 타협으로 결정되느냐를 들 수 있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힌 상황에서 상대방의 의견을 수용하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면서 적절한 해법을 찾는 방법으로 토론보다 좋은 방법은 드문 것이 사실이다. 최근 국민의 참여를 중시하는 '참여정부'가 들어서면서 국정운영을 토론을 바탕으로 하는 움직임이 대대적으로 일고 있다. 특히 최근 대통령이 주도한 각종 토론은 범사회적으로 '토론 붐'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러한 추세 속에 각 대학과 대학부설 평생교육원에도 토론 관련 강좌가 단연 인기를 끌고 있다. 상명하복에 익숙한 공무원들이 그 강좌의 주요 수강생이라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이와 함께 초등교육과 대기업에도 토론을 통한 의사결정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바야흐로 '토론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연택(사회대·관광) 교수의 『토론의 기술』(21세기 북스, 2003. 3)은 토론이 사회적 주요 관심사로 대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와 관련한 전문 문헌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출간되어 더욱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 나와있는 수많은 지침서 중 '대화의 기법'이나 '상대방을 설득하는 기법' 등 단편적인 내용을 담은 책은 있었지만 토론에 관한 종합적인 내용을 담은 지침서로는 『토론의 기술』이 최초의 저작인 셈. '포용의 리더십과 대화법'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이 교수가 지난 7년간 각종 매체의 시사토론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얻은 노하우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토론의 정의부터 토론의 각 주체별로 나누어 구성한 세부 설명과 성숙한 토론문화를 위한 제언에 이르기까지, 토론에 대한 종합적인 지침서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한 노력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저자가 직접 진행한 토론 프로그램의 풍부한 실례가 제시됐다는 것. 저자는 '정부조직 개편', '북한 핵문제', '지역 간 균형 발전' 등 당시 사회적 이슈가 됐던 사안들에 대한 토론을 현장감 넘치는 생생한 목소리로 전달한다. 이를 통해 토론의 장에 실제로 나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토론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수정해 나가는 과정을 실재 토론자의 메모를 예시로 들어 설명한 부분은 토론이 한갓 '말 잔치'가 아닌 의견 조정을 위한 소중한 과정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토론자, 사회자, 주최자를 위한 토론 기법을 나눠 소개한 책의 구성 또한 인상적이다. 각 주제의 본격적인 서술에 앞서 핵심적인 내용을 소개하고 말미에 다시 정리하는 형식도 토론의 각 주체에 해당하는 사람이 필요할 때마다 손쉽게 참고할 수 있고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도록 한 저자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혼자 꾸면 늘 꿈으로 남지만 함께 꾸면 현실이 된다'라는 말이 있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 '토론을 학습하는 사회는 우리가 희망하는 미래 사회를 열어 가는 출발점'임을 강조한다. 토론은 사회의 미래에 대해 누군가와 '함께' 일구어 나가는 공동체적 작업이다. 『토론의 기술』은 이러한 사회적 열망에 부응하는 작은 지침서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행간에 담아내고 있다.

2003-04 08

[교수]인문사회 3인의 석학 `석좌교수` 부임

전상범 전 서울대 명예교수, 송상용 전 한림대 교수, 신용하 전 서울대 교수가 본교 석좌교수로 부임했다. 이들 세 명의 교수는 서울캠퍼스에서 정규강의를 비롯해 연구활동과 특강 등을 담당할 예정이다. 전 교수는 영문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어학개론'을, 송 교수는 공대생을 대상으로 '과학기술의 철학적 이해'를 강의한다. 신 교수는 특별강좌 형식으로 강의를 담당할 예정이다. 아울러 신 교수는 석좌교수 부임과 함께 1만여 점에 달하는 한국학 자료를 기증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석좌교수 제도란 교육과 연구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국내외에서 탁월한 연구업적 또는 사회 활동을 인정받은 인사를 선임하여 특별재원으로 임용하는 제도를 말한다. 교무과 서진석씨는 "국내외적으로 학문적 연구업적이 탁월한 외부인사를 임용하여 학생들에게 세계 수준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함이다"라고 제도의 운용 배경을 밝혔다. 영문과로 부임해 영어학개론 등을 강의하고 있는 전상범 교수는 지난 1959년 서울대 사범대 영어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및 미국 콜롬비아대에서 석사학위를, 이후 미국 인디애나대에서 언어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경력으로는 1966년부터 1997년까지 서울대 사범대 영어과 교수를 지냈으며 한국언어학회장, 한국영어영문학회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1997년부터 현재까지 서울대 명예교수로 재직 중인 전 교수는 '영어학개론', '형태론' 등을 비롯해 최근까지 73여 건의 방대한 저술 활동을 벌여왔다. 송상용 교수는 공대 신소재공학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올해부터 교양필수로 지정된 '과학기술의 철학적 이해'를 강의한다. 송 교수는 지난 1959년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철학과에서 문학사 및 문학석사학위를 받은 뒤 미국 인디애나대에서 과학사·과학철학과 A.M.과정을 마쳤다. 주요경력을 살펴보면 고려대, 서울대, 성균관대, 한국외대 등에서 교편을 잡았고 지난 1984년부터 한림대 사학과 교수를 지냈다. 대외적으로 동경대 이학부 객원교수, 베를린공대 철학·과학론·과학사연구소 객원연구원, 한국예술종합대 연극원 객원교수를 역임한 바 있다. 송 교수는 '인간 게놈계획-사회·윤리적 의미' 등 국내외에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고 저서로 지난해 '생명에 대한 예의, 환경과 생명'을 내는 등 최근까지도 활발한 연구 및 저술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 18일 오귀스트 콩트에 대한 특강을 한 바 있는 신용하 교수는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미국하버드대 동양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다시 서울대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신 교수는 1972년부터 올해까지 서울대 경제학과 및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정년을 마쳤다. 주요 활동으로는 국사편찬위원, 독도학회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 등을 역임한 바 있다. 한편 신 교수는 '의병과 독립군의 무장독립운동' 등 한국근현대사와 관련한 40여권에 달하는 저서를 비롯해 'IMF체제의 사회과학적 진단' 등 10권의 편저를 낸 바 있다. 신 교수는 특히 조선 후기 실학사상, 한국 근대 민족운동사,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사, 일제 침략사, 독도관련 자료 등 1만여 점의 한국학 관련 자료를 백남학술정보관에 기증해 화제가 됐다. 학술정보관 측은 관내에 '화양 신용하 교수 문고'를 설치에 이 자료들을 보존하기로 했다. 신 교수는 "기증한 자료들은 대학원생과 학부생뿐 아니라 한국학을 연구하는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열람해 연구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라고 기증 배경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