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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 29 중요기사

[동문]글로써 춤을 사유하는 무용 연구가

한국 무용을 연구하는 김윤지 동문(무용학과 97)이 2018년 한국연구재단 박사 후 국내 연수 대상자로 최종 선정됐다. 최근 5년간 무용계열에서 연구 대상자로 연속 두 번 선정된 경우는 김 동문이 유일하다. 그는 현재 한국연구재단과 한국학중앙연구원 지원 사업 과제 세 개를 진행하고 있다. 수혜 금액만 대략 8억원이다. 한양대 겸임교수로 재직하며 한국 무용의 학문적 발전을 위해 노력 중인 김 동문을 만났다. 한양대 예술체육대학 전체 수석 졸업 김 동문은 무용 교사의 추천으로 중학생 때부터 무용을 시작해 97년에 한양대 무용학과에 입학했다. 예체대 전체 수석으로 졸업한 그는 “대학에 들어오니 IMF 외환위기로 인해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아져 열심히 공부할 수밖에 없었다”며 “4년 내내 장학금을 받아 어려움 없이 학교에 다닐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 때를 계기로 지금까지 공부를 이어올 수 있었다. 그는 이 자리를 빌려 모교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 2003년도 후기 학위수여식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는 김윤지 동문(무용학과 97, 가운데). (김윤지 동문 제공) 학부 재학 당시 김 동문은 한국 무용에 깊은 매력을 느꼈다. 지도 교수의 조언에 따라 한국 무용을 더 깊이 연구하기 위해 한양대 대학원에 진학했다. 그는 탈을 예로 들며 “탈은 보편적인 예술 도구지만 지역마다 수십 가지의 탈춤이 전승되고 있다”며 “이처럼 보편성과 다양성을 함께 갖는 것은 한국 예술의 정체성이자 우수성”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한국 무용이 가진 매력은 김 동문이 한국 무용을 연구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그는 현재 한양대 무용학과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3년간 개인 연구비 총 1억1640만원 수혜 김 동문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한국연구재단 및 한국학중앙연구원으로부터 1억 원이 넘는 개인 연구비를 지원받는다. 무용계열 선정자 중 최대 금액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지원 사업의 일환인 공동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김 동문의 개인 연구는 전승 문제를 비롯한 무형문화재 제도의 개선과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그는 “이 사안은 당장 급조된 제도나 정책으로 풀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공공성을 기반으로 한 근본적인 성찰을 토대로 해결책을 구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백남학술정보관에서 만난 김윤지 동문은 " 좋아 하고,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이 무용을 공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 동문은 한국 무용이 나아갈 방향과 방법을 찾고 있다. 그는 “다양한 분야에서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 화두가 되고 있지만 무용은 서사적 구조를 도출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을 활용해 여러 콘텐츠로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는 ‘트렌스미디어 스토리텔링’으로 한국 무용을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동문은 공동 연구로 한국학 분야 사전 편찬 정보 통합 데이터베이스(DB) 구축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는 다양한 학문 분야들 중 전통예술·무형예술·공연예술을 담당한다. 결이 곱고, 격이 깊은 연구자 김 동문은 "한국 춤은 살기 위한 본능적인 움직임으로부터 시작했고, 역사적 흐름과 시대적 배경 속에서 자주적 역량으로 전승돼 온 한국 전통 예술의 표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절의 시대인 근대를 겪으면서까지 전승돼 온 한국 춤의 정신과 한민족의 심(心), 정(情), 예(禮), 재(才), 색(色) 등 한국 전통 예술의 근간을 마주할 때 마다 신중해지고 겸손해진다"고 덧붙었다. 김 동문은 추후 이 마음을 담을 책을 출판할 계획이다. ▲김윤지 동문은 춤이란 움직이는 시 (詩)이기에 어렵고 총체적이며 고도의 단계에 있는 예술이라 말했다. 김 동문은 “내년부터 국제 콘퍼런스에 참가해 한국 무용의 우수성을 적극적으로 알리고자 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의 관심은 무용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융합 연구를 통해 사회 문제 해결을 추구하고자 한다. 끝으로 그는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배운 것을 나눌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을 지닌 지식인이 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글/ 유승현 기자 dbtmdgus9543@hanyang.ac.kr 사진/ 강초현 기자 guschrkd@hanyang.ac.kr

2018-10 28 중요기사

[학생]한양대, 미국 자동차 기술 대회 ‘VTS 챌린지’ 우승

한양대 ERICA캠퍼스 기계공학과 기계역학연구실 팀이 지난 3월 미국에서 열린 자동차 기술 경연대회 ‘IEEE VTS Motor Vehicles Challenge 2018(이하 VTS 챌린지)’에서 우승했다. 올해 두 번째로 열린 VTS 챌린지는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Chicago, Illinois)에서 열렸다. 대회는 '실제 차량에 적용할 수 있고,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는 시뮬레이션 제어 시스템'을 주제로 진행됐다. 이웅(기계공학과 박사과정) 씨, 정해성(기계공학과 석〮박과정) 씨, 박도현(기계공학과 석〮박과정) 씨는 보쉬(BOSCH), 미시간대학교(University of Michigan)등 20개국에서 참가한 52개팀을 물리쳤다. ▲ (왼쪽부터) 정해성(기계공학과 석박과정) 씨, 이웅(기계공학과 박사과정) 씨, 박도현(기계공학과 석박과정) 씨가 지난 3월 자동차 기술 경연대회 ‘IEEE VTS Motor Vehicles Challenge 2018(이하 VTS 챌린지)’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웅 씨 제공) VTS 챌린지는 매년 대회 주제와 차량이 달라진다. 올해는 'GM(General Motors)사의 친환경 차 Volt 1st Gen 모델의 주행 에너지 소모 최소화'라는 문제가 출제됐다. Volt 1st Gen은 하이브리드 자동차다. “일반 차는 연료로 주행하지만 하이브리드 차는 연료와 전기 모터를 동력으로 사용해요. 자동차를 운전하는 데 총 100이 필요하다고 가정하면,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연료 20, 전기 80과 같은 경우의 수로 에너지가 분배됩니다.” 이에 박 씨는 “연료 50, 전기 50처럼 분배량이 비슷할 때 에너지 효율이 더 높다”고 덧붙였다. 대회 측은 차량의 주행 방식과 거리를 공지하지 않았다. 어떤 상황에서도 에너지 사용을 줄일 수 있는 기법이 필요했다. 세 명은 고민 끝에 최적제어이론 중 하나인 ‘폰트리아긴 최소 원리’를 적용했다. 차량 시스템 스스로 매 순간 남아있는 기름과 전기를 확인해서 연료를 쓸 지, 전기 모터를 더 쓸 지 결정하는 기법이다. “폰트리아긴 최소 원리는 연료량과 전기량의 상대적인 값어치를 결정하고 에너지를 최소화 하는 기법입니다. 저희가 만든 시뮬레이션 제어기 시스템에 이 원리를 적용했죠.” ▲ (왼쪽부터) 이웅(기계공학과 박사과정) 씨, 정해성(기계공학과 석박과정) 씨, 박도현(기계공학과 석박과정) 씨. 정 씨가 이번 VTS챌린지에서 적용한 ‘폰트리아긴 최소 원리’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대회의 평가 방식은 간단하다. VTS 챌린지 측은 각 참가자들의 원리가 담긴 제어기 기술을 컴퓨터로 가동한다. 시뮬레이션 결과에서 차량 주행 에너지 소모가 가장 적은 팀이 우승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 특성상 연료와 전기의 잔여량이 비슷할수록 에너지 효율이 높다. 따라서 기름과 전기를 매 순간 비슷한 양으로 조절 가능한 폰트리아긴 최소 원리가 대회에서 빛을 발한 것이다. 대회는 두 달 동안 준비했다. 이 씨는 당시를 떠올렸다. “대회에 출전하기로 한 뒤에도 각자 석사, 박사과정으로 바빠서 대회 준비에만 시간을 쏟을 순 없었어요. 그래서 평일 밤과 주말에 틈틈이 준비했습니다.” 정 씨는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고 말하며 대회 당시를 떠올렸다. “대회 주최 측에서 공평성을 위해 참가자 모두 특정 포맷으로 제어기를 제출하라고 했어요. 마지막으로 완성된 시스템을 그 포맷에 담아서 시행했는데 작동하지 않는 거예요.” 다행히 오류를 해결해 정해진 시간 내에 제출할 수 있었다. 끝으로 이 씨는 VTS 챌린지에 관한 계획을 밝혔다. “확실하게 정해진 건 아니지만 내년이나 내후년에도 저희가 리더로서 대회에 출전할 예정입니다.” 이 씨 팀은 VTS 챌린지 참가를 꿈꾸는 학생들에게도 조언을 남겼다. “학생 분들도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니까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주저 말고 도전하세요.” 글/ 옥유경 기자 halo1003@hanyang.ac.kr 사진/ 이진명 기자 rha925@hanyang.ac.kr

2018-10 24

[동문][NOW 꿈꾸는 사람들] 포기는 없다! 꿈을 향해 전진 앞으로

‘한 나라의 과학기술력은 그 나라의 국방과학력에서 엿볼 수 있다’는 자신의 신념을 실천하기 위해 대학원에서 고출력 레이저에 의한 항공기 영상 탐지 시스템의 손실을 연구한 윤성희 씨는 지난해 12월 공군 소위로 임관했다. ‘금녀의 벽’을 깨기 위한 도전의 연속이었던 그녀의 범상치 않은 삶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글. 박영임 사진. 안홍범 ▲윤성희 공군 소위(기계공학과 석박사통합과정 14) 체구는 작아도 정신력은 최고 지난 2월의 어느 주말, 캠퍼스 곳곳에서는 빛나는 졸업장을 들고 그보다 더욱 빛나는 졸업의 순간을 담기 위해 가족들과 사진을 찍는 졸업생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들 틈에서 남다른 감회에 젖어 캠퍼스를 바라보는 윤성희 씨. 2017년 8월에 졸업했으니 딱 6개월 만의 모교 방문이다. 물론 6개월이라는 기간이 그리 긴 시간은 아니다. 하지만 그 6개월 사이에 그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신분부터 공군 장교로 바뀌었으니 말이다. “2017년 9월부터 12주간의 기본 군사훈련을 마치고, 12월 1일 공군 소위로 임관했습니다. 현재는 공군 군수사령부 항공기술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 작은 체구로 행군이나 유격훈련 등 힘든 군사훈련을 받았다는 말이 믿기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를 체구로만 판단하면 단단히 실수하는 것. 이론 및 훈련 성적과 체력검정을 포함해 여후보생 중 1위, 남녀 통합 상위 7%라는 우수한 성적으로 임관했을 뿐 아니라, 군사훈련 기간 중에는 여후보생 최초로 중대 기수를 맡고 더 나아가 대대장 근무 후보생으로서 전체 310명의 동기들을 이끌었다. 대학원 생활 내내 연구실에만 앉아 있었을 텐데 어떻게 그 어려운 훈련을 견뎌낼 수 있었을까. “사실 거의 공부만 하던 몸이라 정말 힘들었습니다. 게다가 중대 기수는 맨 앞에서 깃발을 들고 중대원들을 이끌고 뛰어야 하기 때문에 뒤처지면 안 됩니다.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를 때마다 ‘이 정도도 이겨내지 못해서야 어떻게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 되겠는가’라는 생각으로 한 발 한 발 힘차게 내딛다보면 어느새 훈련이 끝나있더군요.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텼습니다. 정신력이 바로 체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교 후보생 생활 내내 입고 먹는 모든 것이 국민들의 세금이라는 생각으로 단언컨대 1초도 성실하지 않았던 순간이 없다고 말하는 윤성희 씨. 진심이 발하는 눈빛에서 그녀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바이올리니스트에서 무기 연구자로 급선회 ▲ 대학원 생활을 하던 지난 2016년 7월 9일 서울 서초동 브라움홀(braum hall)에서 독주회를 열었다. 기계공학과 대학원생의 공군 입대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윤성희 씨의 이력은 예사롭지 않다. 그런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녀의 반전 인생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학부에서 어렵기로 유명한 물리학을 전공한 그녀의 어릴 적 꿈은 지금과는 한참 거리가 먼 바이올리니스트. 고등학교 1학년 때만 해도 음대에 진학할 것이라는 그녀의 미래를 의심한 적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헬기 한 대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공부 중이던 그녀의 신경을 거슬렸다. 보통 사람 같으면 잠시 짜증을 냈다가 바로 잊어버릴 일이다. 하지만 그녀는 헬기의 소음을 줄일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으로 ‘위상(진동이나 파동과 같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현상에 대해 어떤 시각 또는 어떤 장소에서의 변화의 국면을 가리키는 물리학 용어)이 반대인 파장을 쏘면 소음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이것이 바로 그녀가 사랑하는 항공기와의 운명적인 첫 만남이었다. 그 후 본격적으로 군의 무기체계와 방산연구에 대한 호기심을 키우다가 급기야 진로 변경을 결심했다. “국내 무기체계는 해외 의존도가 높다는 사실을 알고 자체 연구·개발에 힘을 보태 나라를 빛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사명감 같은 것이 생겼던 것 같아요. 우선은 모든 공학의 기초라 할 수 있는 물리학을 전공하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바이올린만 켜느라 수학이나 과학 공부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었던 그녀는 중학교 수학과 과학 교과서부터 펼쳤다. 뒤늦은 공부로 또래들을 따라잡기 위해 새벽 2~3시까지 불을 밝히고 독하게 공부에 매진해 3개월 만에 중학교 3년 과정을 독학할 수 있었다. 그리고 1년 만에 과학올림피아드 대회에 참가해 일반고 출신자로는 유일하게 전국의 날고 긴다는 과학고 학생들과 실력을 겨뤘다. “동기가 뚜렷하고 쟁취하고 싶은 목표가 생기면 무슨 일이 있어도 해내고 마는 성격입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남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노력을 기울이는 편입니다. 열정과 노력만큼은 그 누구와 겨뤄도 자신 있습니다.” 악바리 정신을 군인 정신으로 승화 노력의 크기가 어느 정도기에 남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노력이라고 그렇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공대 대학원생들은 거의 연구실에서 살다시피 합니다. 연구하고 논문만 쓰는 데도 시간이 부족하죠. 하지만 저는 바이올린도 계속 연주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독주회를 계획했습니다. 독주회를 열려면 최소 6개월간은 하루에 5시간 이상 연습해야 합니다. 그래서 밤 8~9시에 연구실에서 퇴근한 뒤 연습실에서 첫차 운행시간까지 연습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 한두 시간 눈을 붙인 뒤 다시 연구실에 출근했죠.” 이 정도면 윤성희 씨의 노력에 순순히 ‘인정’이라는 의미의 엄지손가락을 내보이지 않을 수 없다. 바이올리니스트의 꿈을 접고 물리학에 도전, 그 후 기계공학도로 변신해 무기체계를 연구하며 군에 입대한 그녀의 이력은 한마디로 금녀의 영역에 대한 도전으로 갈음할 수 있지 않을까. 공교롭게도 물리학이나 기계공학, 그리고 군대 모두 압도적으로 남성 비율이 높은 곳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으니 말이다. “저는 남녀 구분이라는 인식 자체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그냥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뿐이죠. 어릴 때부터 씨름도 좋아하고, 남자들과 축구도 잘 했습니다. 여자라는 이유로 뒤에 물러서 있는 것을 싫어했거든요.” 그래서 그녀의 도전에는 종종 색안경을 낀 주변의 시선이 따랐다. 그런 탓에 매번 두 개의 목표를 넘어야 했다. 하나는 그녀가 이루고자 하는 순수한 목표,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주변의 선입견이다. “저를 제대로 알기 전에 여자라서 ‘약할 것이다’, ‘컴퓨터를 못할 것이다’, ‘수학공식을 못 풀 것이다’라는 선입견을 갖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그 벽을 넘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편견을 극복하면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이점도 있습니다.” 현재 그녀가 근무하는 공군 항공기술연구소에서는 항공기의 수명 관리, 결함 분석, 항공기술 개발 등의 다양한 연구가 수행되고 있다. 그녀의 업무는 해외 의존도가 높은 공군 항공기의 부품을 국내 기술력으로 국산화해 개발하는 것이다. 타 부대에 비해 여군 배치가 적은 곳이기에 무슨 일을 하던 주목을 받기 일쑤다. 하지만 주변의 선입견을 하루 속히 깨뜨리고 능력만으로 평가받는 날을 앞당기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 임관 때 받은 호부와 임관사령장 “군복이 가장 아름다워요” 여전히 주변에는 대기업이나 연구소가 아니라 군대를 택한 윤성희 씨의 선택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이들이 많다. 그녀의 선택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과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후배들을 위해 그녀는 자신 있게 말한다. 자신의 길은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며 그래야 후회가 없는 법이라고. “언제나 저의 선택 기준은 ‘제가 정말 하고 싶은가’입니다. 주변의 의견이나 기대에 흔들려서는 안 되죠. 의지와 열정으로 뚝심 있게 밀고 나가다 보면 길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현재 저는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행복합니다. 제가 바라던 일을 실제로 하고 있으니까요.” 오랫동안 꿈꿔왔던 국방과학의 자주적 발전을 위해 자신의 열정과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게 된 윤성희 씨. 아직은 짧은 머리가 어색하지만 그녀는 말한다. 군복은 그 어느 옷보다 아름다운 옷이라고. 사랑한대 2018년 03·04월호 (통권 241호) 이북 보기 사랑한대 2018년 03·04월호 이북 전체 리스트

2018-10 23

[동문][도전#해시태그] 의학과 기술이 만났을 때 #블록체인 #개인이 관리하는 의료 데이터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이슈가 뜨겁다. 이에 발맞춰 이은솔 메디블록 대표는 영상 의학 전문의로서의 경험을 살려 블록체인 기술과의 결합을 도모했고, 메디블록 전용 암호화폐인 메디토큰(MED)을 개발했다. 메디블록은 국내 의료 시스템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나섰다. 글. 이주비(학생기자) 사진. 안홍범 ▲ 이은솔 메디블록 대표(의예과 03) 험난한 길? 원하는 길! 이은솔 대표는 영상의학 전문의에서 스타트업 대표로 길을 바꿨다. 누군가는 그런 그의 선택을 두고 안정된 길을 버리고 험난한 길을 택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이러한 평가에 대해 그는 어떻게 생각할까. “물론 어떤 면에서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저희는 젊잖아요. 언젠간 하고 싶었던 일이었어요. 다만 언제 실행하느냐가 문제였죠.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나중에도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과감하게 뛰어들게 됐습니다.” 이 대표는 ‘험난하다’는 표현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했다. “다른 스타트업 대표님들을 만나보면 저보다 더 많은 것들을 걸고 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저는 그래도 의사 면허와 전문의를 딴 후에 이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길이 있는 셈이에요. 그래서 저는 그분들이 더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의사의 길 대신 좀 더 색다르고 도전적인 일을 선택한 것뿐이라는 그의 말에서 자신의 일에 대한 애정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의사로서의 생활은 일한 만큼 환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가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환자 진료에서는 확장성이나 부가가치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그간 IT 기술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기반을 다져왔던 이은솔 대표는 다른 여러 분야에 비해 의료 분야가 유독 IT와의 결합이 더디다고 생각했다. 병원에서 일을 하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불편함을 해결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다는 판단에 창업을 결심했다. “간단하게는 레고를 만드는 것부터 해서 무언가를 만드는 걸 좋아해요. 세상에 없는 어떤 것을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강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창업으로 이어지게 된 것 같아요. 현재 제가 하고 있는 일도 이전까지는 존재하지 않던 의료 정보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블록체인과 의학의 결합 현재 의료 정보 시스템은 모두 병원이 관리하고 있다. 나의 의료 기록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직접 병원에 방문해 종이 문서로 받아야 한다. 또 한 곳에서 의료 기록을 종합적으로 관리하지 않기 때문에 각각의 병원에 일일이 방문해 문서를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반면 메디블록을 이용하면 병원에서만 받아볼 수 있는 나의 건강 기록을 몇 번의 터치만으로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저희는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는데, 본질적으로 병원이 의료 데이터를 비롯해 모든 기록을 가지고 있다 보니 한계가 있었어요. 게다가 개인이 의료 데이터를 관리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도 있었고요. 그런데 블록체인을 이용하면 저희가 걱정한 부작용을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거예요. 그래서 블록체인을 적극 도입하기로 결정했죠.” 공공거래장부라고도 불리는 블록체인은 탈중앙화된 시스템의 해킹과 사용자의 조작을 막음으로써 신뢰도를 부여하는 기술이다. 즉 메디블록은 현재 중앙화된 의료 시스템을 탈중앙화하여 개개인이 기록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게끔 한 것이다. 이처럼 의학과 블록체인 기술의 만남이 가능하게 된 데는 이은솔 대표와 IT의 깊은 인연이 바탕에 있었다. 그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경시대회 입상 성적으로 고등학교를 입학했고, 진학 후에도 꾸준히 경시대회에 참가해 수상했다. 대학 시절에는 IT기업에서 프로그래밍 아르바이트를 했다. 이런 오랜 경험이 그를 지금의 길로 이끈 것이다. IT와 의료계의 탄탄한 배경지식을 가지고 있는 이 대표의 강점은 곧 메디블록의 경쟁력이 됐다. 두 분야 모두에서 이해도가 높은 그는 블록체인 전문가로, 또 의료 전문가로 활약하며 내·외부적으로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이끌고 있다. 내 손 안의 건강 관리 시스템 메디블록은 궁극적으로 개인이 의료 데이터 또는 건강 데이터를 직접 휴대폰을 통해 관리하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꿈꾸고 있다. 이은솔 대표는 의료 시스템을 카메라에 비유해 설명했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가 필름 카메라가 아닌 휴대폰이나 디지털 카메라를 사용하고 직접 사진을 편집해 업로드하듯이, 개인의 데이터를 제3자가 관리해주는 게 아니라 휴대폰을 통해서 직접 관리하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는 것이다. “당뇨병 환자의 경우, 병원에서도 진료를 하지만 집에서 개인적으로도 검사를 많이 해요. 근데 이 두 개가 완전히 따로 분리돼 있어요. 이 두 축이 통합적으로 관리되면 더 효율적으로 진료할 수 있는데 이를 관리할 시스템이 없는 거죠.” 더 나아가 이 대표는 현재 병원이 개인의 기록을 관리함으로써 발생하는 프라이버시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메디블록을 제시했다. 그는 개인이 원하는 기록만 공개하는, 개인이 주도적으로 의료 기록을 관리할 수 있는 사회를 꿈꾼다. “언젠가는 그런 사회가 올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희 메디블록이 그 주춧돌이 되고 싶습니다.” 첫째도 둘째도 사람 IT와 의료는 이은솔 대표의 전문 분야지만, 창업은 처음 해보는 만큼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없었다. 이 대표는 창업을 위해 스타트업 관계자들을 많이 만나보고 관련 행사를 찾아다녔다. 실제로 스타트업에서 일하며 경험도 쌓았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그에게 가장 어려웠던 점은 함께 일할 좋은 동료를 구하는 일이었다. “회사든 뭐든 사람이 하는 일이잖아요. 좋은 사람을 구하는 게 가장 어려웠어요. 함께 일할 우수한 인재를 찾는 건 지금도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이에요.” 동시에 이 대표는 좋은 동료를 구하기 위한 대표의 노력도 언급했다. “창업을 하기 위해서는 다른 무엇보다 사람이 중요해요. 사람을 모으기 위해서는 대표가 비전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해요. 스스로 그 분야에서 전문가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이 공부하고 생각해서 다른 사람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하는 거죠.” 또한 그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발전시킬 줄 알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창업 아이디어는 비슷한 경우가 많으므로 공유하는 것을 꺼리지 말고, 다른 사람과 논의함으로써 발전적인 방향을 모색하는 게 더 낫다는 것이다. 이은솔 대표는 마지막까지 ‘사람’을 강조했다. 항상 주위 사람을 소중히 하고,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데 주저하지 않아야 한다는 그의 말에서 이 대표만의 확고한 철학을 엿볼 수 있었다. 세상은 그의 도전을 응원하면서도 한편으로 불안정한 길은 아닌지 우려한다. 그러나 그를 만난 사람이라면 이는 편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자신만의 길을 걷는 이 대표의 다음 행보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사랑한대 2018년 03·04월 호 (통권 241호) 이북 보기 사랑한대 2018년 03·04월호 이북 전체 리스트

2018-10 23

[학생][청춘 열전] 치열한 두뇌싸움의 스포츠, 미식축구

대한미식축구협회가 개최한 2017 챌린지볼에서 한양대 미식축구부 ‘한양 라이온스’가 우승했다. 한양 라이온스는 1962년에 만들어져 어느덧 그 나이가 55년이 훌쩍 넘은 미식축구부다. 박준용(미래자동차공학과 15), 백제영(체육학과 16), 염준석(응용미술교육과 16), 유태원(원자력공학과 17), 최웅순(융합전자공학부 16), 최정희(기계공학과 12) 학생을 만나 한양 라이온스의 생생한 경기 이야기를 들어봤다. 글. 이주비(학생기자) 사진. 안홍범 ▲ 왼쪽부터 순서대로 박준용, 백제영, 염준석, 유태원, 최웅순, 최정희 학생 미식축구만의 뜨거움에 빠지다 한국에서 미식축구는 비인기 종목이다. 대중들은 축구와 야구에는 뜨겁게 열광하는 반면, 미식축구에 대해선 미지근하다. 하지만 미식축구의 진정한 매력을 아는 이들에게는 그 무엇보다 매력 있는 스포츠다. 보통 ‘미식축구’라고 하면 선수들이 공을 두고 치열하게 몸싸움을 하는 장면을 연상하지만, 사실 미식축구는 그 어떤 스포츠보다도 더 철저하게 작전을 바탕으로 하는 전략적인 스포츠다. 이에 못지않게 팀플레이도 중요하다. 각자 맡은 포지션에서 제 역할을 다해야 비로소 작전이 빛을 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드를 직접 뛰는 한양 라이온스 멤버들이 말하는 미식축구의 매력도 바로 팀플레이와 작전에 있다. 백제영 학생은 “대부분의 스포츠에서는 개인 역량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데 미식축구에서는 서로 손발을 맞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그렇기 때문에 개인 역량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전체적으로 협력이 잘 된다면 문제가 없다”고 설명한다. 그는 미식축구를 가짓수가 많은 가위바위보에 비유하는데, 상대가 무엇을 낼지 예상한 후 이를 어떻게 막고 공격할지 전략을 짜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경기에서 몸싸움보다 두뇌 싸움이 더 중요한 것이고,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팀플레이가 필요한 것이다. 한편에서는 미식축구의 격렬한 몸싸움으로 인해 부상이 잦을 것이란 걱정 어린 시선이 존재한다. 이에 대해 최정희 학생은 다른 스포츠보다 덜 다친다고 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더 많이 다치는 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보호대를 많이 착용해서 생각보다 많이 다치지 않아요. 안전하게 운동하기 위해 기초체력 훈련을 열심히 하고 있고, 또 선수 보호를 위한 규칙도 있습니다.” 짜릿한 역전승 가장 기억에 남아 한양 라이온스 선수들은 어떻게 미식축구를 시작하게 됐을까. “한 번뿐인 대학 생활인데 평소에 쉽게 접하지 못하는 걸 하고 싶었어요. 미식축구는 혼자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운동이 절대 아니고, 대학에서 젊을 때만 할 수 있는 스포츠여서 시작하게 됐어요.”(최웅순) “일본 미식축구 만화 <아이실드21>을 무척 재미있게 봤는데, 그때 미식축구가 멋진 스포츠라고 생각했어요.”(유태원) “원래 럭비를 잠깐 했었어요. 그래서 대학에 와서도 하고 싶었는데 동아리가 없더라고요. 하하. 대신 미식축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백제영) 선수들의 수만큼 미식축구를 시작한 각양각색의 흥미로운 계기들이 존재했다. 한양 라이온스 회원들은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 전국대회도, 챌린지 결승 대회도 아닌 서울시 지역전이었던 서울대와의 경기를 꼽았다. 전반전에 20대 0으로 밀리다가 막판에 역전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마지막에 공부했던 어려운 문제가 시험 당일 문제로 나왔을 때처럼 짜릿했다. “거의 진 경기였고, 축구로 치면 5:0 정도에서 역전한 거나 다름없었어요. 그래서 경기가 끝난 후 모두 같이 울었죠.”(최웅순) ▲ 한양 라이온스 선수들은 "미식축구는 그 어떤 스포츠보다도 더 철저하게 작전을 바탕으로 하는 전략적인 스포츠다" 라고 말한다. 피, 땀, 눈물의 우승 한양 라이온스는 지난해 11월 18일 부산 동의대 효민운동장에서 열린 2017 전국대학리그 결승전 챌린지볼(2부 리그)에서 부산외국어대 미식축구팀과 격돌해 14대 6으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2017 챌린지볼에서 우승하기 위해서 한양 라이온스는 무엇보다 작전에 신경을 썼다. 작전북이 따로 있을 정도로 열심이었다. 작전은 경기를 진행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도 했다. 그들은 경기를 준비하면서 작전을 몸으로 옮기는 데 집중했다. 선수 한 명이 한 걸음이나 반 걸음만 꼬여도 경기하는 11명 전체에 영향을 미쳐 모두가 흐트러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연습했던 작전과 상대의 방어가 다르게 나올 경우를 대비해서 0.5초 안에 플랜 A에서 플랜 B로 바꾸고 순간순간 판단하는 연습도 했죠.”(박준용) 한양 라이온스를 지도한 훌륭한 코치진의 역할도 컸다. “저희 선배님들이 주말마다 오셔서 자세도 봐주시고 많이 가르쳐주셨어요. 대가 없는 지원과 사랑을 보내주셨죠.”(염준석) 훈련은 시즌과 비시즌으로 나눠서 진행했다. 비시즌에는 기초체력을 키우기 위해 주로 근력운동과 달리기, 서킷 트레이닝 등을 실시했다. 시합 대비 기간에는 다양하게 준비돼 있는 작전을 맞추기 위해 팀원들이 매일같이 모여 연습했다. 팀플레이가 중요한 종목인 만큼 팀 내의 분위기를 좋게 유지하는 것도 필수다. 그간의 끝없는 노력 덕분이었을까. 그들이 흘린 값진 땀은 챌린지볼 우승이라는 결실로 맺어져 돌아왔다. 힘들었던 지난 시간들이 모두 빛나는 시간으로 바뀌던 순간이었다. 2부 리그이긴 하지만, 챌린지볼 우승은 그만큼 한양 라이온스에게 충분히 의미 깊은 승리였다. 이번 우승을 발판으로 삼아 한양 라이온스는 다음 목표로 1부 리그인 타이거볼 우승을 노리고 있다. 이를 위해 더 많은 팀원을 모집해 주전으로 뛸 수 있는 풍부한 선수풀을 구축해 놓을 계획이다. 타이거볼 우승을 거머쥘 한양 라이온스의 다음을 기대한다. 사랑한대 2018년 03-04월호 이북 보기

2018-10 23

[교수][스페셜 토크] 실험실창업의 신화 창조로 창업 DNA 전파

지난해 10월 박재구 교수 연구실에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희소식이 전해졌다. 바로 박 교수가 운영하는 실험실창업기업 ‘(주)마이크로포어’가 벤처캐피털로부터 30억 원의 투자를 받게 된 것. 대학원생 이원재·양지원(자원환경공학과 석사 3기) 학생이 함께 기쁨을 나누며, 실험실창업에 대한 궁금증도 풀었다. 글. 박영임 사진. 안홍범 ▲ 박재구 자원환경공학과 교수 18년 뚝심이 이룬 쾌거 “공장에 생산라인 및 연속 공정을 설치하는 중이라 몸은 고되지만 요즘 너무 재미있습니다. 조만간 본격적으로 생산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실험실창업기업’(교수나 연구원이 실험실 내 시설을 활용해 연구성과를 사업화한 기업)인 ‘(주)마이크로포어’를 운영하는 박재구 교수는 이제야 제대로 해보는 기분이라며 사업 박차에 대한 의지를 비쳤다. 지난해 10월 벤처캐피털 KTB네트워크로부터 30억 원을 투자받아 충남 아산에 2,900㎡ 규모의 공장을 설립, 드디어 제품 생산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1997년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에 따라 벤처 창업과 교수 겸직이 허용되면서 2000년대 초반까지 교수 창업이 붐을 이뤘다. 하지만 야심차게 창업을 선포했던 ‘실험실창업기업’들은 자금 및 영업력의 한계에 부딪혀 대부분 문을 닫고 말았다. 2000년에 설립된 (주)마이크로포어도 지난 18년의 세월을 기적적으로 버텨왔다. 쓰러지지 않기 위해 죽기 살기로 자전거 페달을 구르는 기분이었다며 소회를 털어놓는 박 교수. 사실 직원들 월급 주기에도 빠듯했기에 통장에 거액의 투자금이 들어오자 가슴이 뭉클해지기까지 했다고.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를 받기까지 심사만 6개월, 기업 평가 등의 전 과정을 합하면 총 1년여의 시간을 가슴 졸이며 최종 결정을 기다려 왔으니 더욱더 그러했을 것이다. 사회 일각에서는 교수 벤처에 대해 ‘이론에만 밝아 사업성이 떨어질 것이다’, ‘사업에 대한 의지나 절박함이 부족할 것이다’라는 편견을 갖고 있다. 그러나 25년의 연구 끝에 탄생한 국내 유일의 무기질 다기공 소재 제조에 대한 원천기술, 그리고 18년이라는 세월이 증명하는 박 교수의 끈기와 열정은 그러한 사회적 편견을 이겨냈다. “그동안 힘든 고비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언젠가는 될 것이라고 믿었죠. 아마 그러한 저의 의지가 좋은 점수를 받은 것 같습니다. 투자받아 기쁘지만 한편으론 어깨가 무겁기도 합니다.” ▲ 충남 아산에 있는 (주)마이크로포어 공장 전경 ▲ 왼쪽부터 박재구 교수, 양지원 학생, 이원재 학생 창업을 통한 실용학풍의 구현 연구와 강의에만 전념해도 많은 에너지가 소요된다. 그렇기에 박 교수의 지치지 않는 열정을 본받고 싶다는 이원재 학생. 그가 평소 박 교수에게 궁금하게 여겼던 점을 질문했다. 원재 : 교수님께 여쭙고 싶은 것이 있는데요. 힘들 텐데 창업은 어떤 계기로 결심하셨나요? 박 교수 : 그동안 진행해온 연구를 연구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상용화해서 실용학풍을 실천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일본 도시바세라믹스 중앙연구소에서 근무할 당시 제품을 개발해봤는데 참 재미있었거든요. 당시의 경험이 밑거름이 돼 용기를 낼 수 있었죠. 2000년 창업 당시 정부에서는 대학 교수들에게 특허 및 창업 등 연구의 상용화를 적극 권장했다. 당시만 해도 창업에 특별한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못할 것도 없다고 생각한 박 교수. 교수들은 이론에만 치중한다는 사회적 편견에도 도전해보고 싶었다. 사실 박 교수의 원천기술인 ‘무기질 다기공 내열소재’ 제조 기술은 일본 기업 근무 시절의 연구주제에서 발전한 것이다. 이 기술로 높은 기공률과 투과율을 자랑하는 (주)마이크로포어의 주력 제품인 ‘다공성 세라믹폼(Porous Ceramic Foam)’을 개발했다. 이는 이물질을 차단하거나 걸러주는 데 탁월하다. 그래서 디스플레이 열처리장비 단열재, 반도체 산업용 진공척(진공을 이용해 어떤 물건을 잡는 장치), 에어플로팅 유닛, 환경정화용 세라믹 필터 및 촉매담체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일 수 있다. 한편 국내 디스플레이 관련 기업들은 열처리장비를 제작하기 위해 일본과 독일에서 단열재 소재를 전량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주)마이크로포어의 다공성 세라믹폼이 양산화되면 가열로 단열재의 국산화를 이룰 수 있다. 게다가 기존 제품보다 파티클 발생을 억제해 표면에 분진이 생기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단열 성능 또한 뛰어난 이점이 있다. 소재 연구에서 ‘순환자원’ 개발로 확대 정보통신(IT)과 환경기술(ET) 분야의 광물소재 연구에 주력해온 박 교수는 2000년대 후반부터 도시광산(Urban Mining) 개발에 대한 연구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도시광산 개발은 폐휴대폰, 폐노트북 등과 같은 폐전자기기로부터 Au(금), Ag(은), Pt(백금) 등의 희유금속들을 회수하는 기술을 말한다. “이제 자원을 재활용하는 순환자원의 시대입니다. 올해부터 자원순환기본법이 시행돼 폐기물도 자원이라는 인식이 높아졌죠. 특히 우리나라는 천연 광물자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박 교수는 해당 분야에 대해 인쇄회로기판의 부품분리장치, 인쇄회로기판의 금속 단체분리장치, 전자부품의 유가금속 회수방법, IC칩 해체 장치, 탄탈럼 선별 기술 등 여러 건의 국내외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의 스티브 잡스를 양성할 때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공대 교육은 실용학문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청년창업이 보다 활성화되기를 바랍니다. 미국이나 중국의 우수한 학생들은 취업보다 창업에 관심이 많죠. 하지만 우리나라 학생들은 대기업 취업만 바라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양지원 학생이 창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대표해 조언을 구했다. 지원 : 스타트업 창업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을 위해 조언 한 말씀 부탁합니다. 박 교수 : 기술만 있다고 사업이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기술과 자본, 영업을 사업의 3요소라고 하는데 특히 스케일업(scale up; 대량생산을 위한 공정기술 등 제반사항)이 사업 성공에 절대적 영향을 미칩니다. 제품으로 양산되려면 생산기술로 발전해야 하고, 이를 위해 자본을 확보해야 하죠. 그래서 학생을 비롯해 창업에 관심을 갖는 동료 교수들에게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 (주)마이크로포어의 주력 제품 ‘다공성 세라믹폼’으로 만든 디스플레이 가열로 단열재 박 교수는 학생들에게 창업을 권장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말리고 싶은 마음도 크다. 아이디어만으로 섣불리 뛰어들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창업환경 인프라 구축이나 제도 개선에 대해서도 제언하고 싶은 점이 많다. 벤처 창업은 실패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러한 위험 부담을 고스란히 짊어지고 창업에 뛰어들 사람은 많지 않다. 그렇기에 학생들에게 도전 정신이 부족하다고 탓하기 전에 제도적 뒷받침을 탄탄히 마련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한양 공대의 장점을 살려 창업교육을 강화하고, 학생들과 교수들을 대상으로 좋은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는 콘테스트 개최를 제안합니다. 우리도 분발해서 스티브 잡스 같은 학생을 발굴해야죠.” 생산라인 가동으로 본격적인 제품 생산을 앞두고 있는 박 교수의 다음 과제는 우수한 제품을 널리 알려 시장을 확대하는 것. 시장 안착을 위해 사활을 걸어야 할 시점이다. 게다가 그가 걷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창업을 꿈꾸는 학생들에게는 이정표가 될 터이기에 사명감도 막중하다. “저희 본사는 여전히 과학기술관 내 실험실입니다. 일본에는 ‘교세라’라는 세계적인 세라믹 기업이 있습니다. 창업주 이나모리 가즈오는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3대 기업가 중 한 명이죠. 향후 10년 이내 (주)마이크로포어를 한국의 교세라로 만드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도 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연구를 통해서 진정한 공학자의 롤모델이 되고자 합니다.” 사랑한대 2018년 03-04월호 이북 보기

2018-10 15 중요기사

[학생]꾸준함으로 얻은 값진 성과 (1)

2018년도 5급 공개경쟁채용시험(소위 행정고시) 최종 합격자가 지난 9월 30일에 발표됐다. 올해 시험에는 2315명이 응시했고 이 가운데 면접을 거쳐 행정직에 최종 합격한 인원은 284명이다. 한 해 동안 총 세 차례의 과정을 거친 시험은 수험생들의 강한 집중력과 체력이 요구된다. 힘든 시간을 견디고 만 22세에 재경직 차석 합격을 거머쥔 김건희(경제금융학부 1) 씨를 만나 그동안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행시의 꽃' 재경직 차석의 영예 “아직 실감이 잘 안 나요. 마지막까지 함께 시험을 준비한 분들과 같이 합격 소식을 접해서 너무 행복합니다.” 합격 소감을 묻자 환한 웃음으로 김건희 씨가 답했다. 김 씨는 한 전공이 아닌 종합적인 시각을 함양해 여러 가지를 공부하고 정책을 기획하는 일에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5급 공개경쟁채용시험을 준비하기로 마음 먹은 김 씨는 1학년을 마친 지난 2016년 2월부터 신림동으로 향해 본격적인 고시 준비에 돌입했다. ▲2018년도 행정고시에 합격한 김건희(경제금융학부 1) 씨. 김 씨는 종합적인 시각을 함양하고 정책을 기획하는 일들에 매력을 느껴 행정고시를 준비했다. 첫 도전에 극적인 결과를 얻을 수는 없었다. 17년도에 응시한 첫 시험에서 1차에 합격했지만 2차에서 떨어졌다. 그 뒤로 마음을 강하게 다잡았다. “초시 이후 최소 11시간을 공부하자는 각오를 세우고 아침 9시부터 밤 10시까지 공부를 했습니다. 삼순환(1차 합격 기간 이후 2차 합격 기간까지) 때는 체력이 많이 부쳐서 공부 시간을 조절했지만, 목표 시간은 일정하게 지키도록 노력했습니다.” 시험에 떨어졌을 때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았다고 한다. “슬럼프는 결국 스스로 극복하는 수밖에 없더라고요. 힘들 때 오히려 더 박차를 가했습니다.” 김 씨는 시험 준비 중 일반 행정직에서 재경직으로 직렬을 바꾸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 전례가 거의 없는 일이기에 주변에서 말도 많았고, 스스로도 불안함을 느꼈다고. 그러나 김 씨는 스스로를 “인복이 참 많은 사람”이라고 칭하며 "함께 공부한 선배들의 도움과 끝까지 응원을 멈추지 않았던 가족과 친구들 덕에 이겨냈다"고 말했다. 차석 합격의 비법, 성실함 뿐 직렬 변경에도 불구하고 차석 합격을 거머쥘 수 있었던 김 씨의 비결은 '성실함'이었다. 5급 공개경쟁채용시험은 6월 말의 2차 시험이 본 게임이다. “1차에서 언어 논리는 지문보다 보기 분석이 중요합니다. 나중엔 문제를 보고 정답을 예상할 수 있을 정도로 연습을 꾸준히 했습니다. 논리 퀴즈 부분은 과감함이 필요해요. 시간이 부족하면 집중하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에 더 집중했습니다. 자료 해석에선 순간적인 판단이 필요하지만, 평소에 최대한 기계적으로 문제를 풀고 정형화 해보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올해 헌법 문제에서는 판례 위주가 아니라 헌법 조문 위주로 많이 출제돼 당황하기도 했다. 때문에 준비 할 때 판례보다 법조문에 집중해 대비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제학은 교과서 연습 문제를 실제 시험 포맷을 만들어 시험 분량으로 쪼개서 연습했습니다. 투박하지만 답을 정확히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재정학은 다양한 교과서를 읽어보는 것이 핵심입니다. 경제학은 교과서 연습 문제에 좀 더 집중했다면, 재정학은 교과서마다 분야 별로 비교우위가 달라 시중에 있는 교과서를 다 봤습니다.” 김 씨는 가장 어려웠고 자신이 없었던 분야를 행정학으로 꼽았다. “행정법은 판례 위주로 실제 시험에 나올만한 문제 성향을 위주로 교과서와 함께 연습했습니다. 가장 어려웠던 행정학은 답안 작성 시 최대한 단답형, 나열식으로 썼습니다.” 마지막으로 통계학은 인터넷 강의를 수강해 기초부터 심화까지 다잡았다고 말했다. 인터넷에서 강의 자료를 발췌해 계속 읽어보고 답안을 벤치마킹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2차 시험 응시 두 달 후 결과 발표가 났다. 9월 중순에 3차 면접이 시작됐다. 첫 번째가 집단 토의, 두 번째가 개인 피티(presentation)로 직접 보고서를 쓰고 발표를 하는 것이다. 인성 면접도 있다. “면접에서는 여유로워 보이면서 자신감 있는 모습이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개인 면접이나 토론에서는 최대한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하나씩 준비하는 것이 좋아요. 자신만의 무기를 활용하길 바랍니다.” ▲ 김건희 씨는 입직하기 전, 많은 것을 경험하고 자신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5급 공개경쟁채용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시험 준비를 하는 동안에 행운을 바라기보다 불운을 최소화하자는 마음가짐으로 임했으면 좋겠다"며 정신력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1년 동안 최대한 자기 절제를 하면서 열중하시기 바랍니다. 모두 좋은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글/ 김민지 기자 melon852@hanyang.ac.kr 사진/ 강초현 기자 guschrkd@hanyang.ac.kr

2018-09 29

[교수][스페셜 토크] “먼지청정기가 아닌 진짜 공기청정기를 만들어야죠”

올해 한양대 백남석학상은 김기현 교수에게 돌아갔다. 발암물질인 VOC를 보다 쉽고 정확하게 감지 및 제거할 수 있는 환경분석 방법을 연구하고 있는 김기현 교수는 공기청정기의 VOC 제거율을 99%로 높여 진정한 공기청정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자리에 유미지·한솔(건설환경공학 석사과정 18) 학생이 함께했다. 글. 박영임 사진. 안홍범 ▲ 김기현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올해의 한양대 백남석학상 수상 어쩌다 보니 마음껏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는 일도 호사스러운 바람이 됐다. 대통령 공약으로까지 대두된 미세먼지 문제와 1급 발암물질로 알려진 라돈 매트리스 사태 그리고 이제는 더 이상 낯선 신조어가 아닌 새집증후군 등 연일 언론을 장식하는 대기 문제가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기가 안 되는 지하상가를 걷다 보면 눈이 따가울 때가 있죠? 포름알데히드 같이 휘발성이 강한 대기 오염 물질 때문인데, 이를 VOC(Volatile Organic Compounds)라고 합니다. 이들은 산업 현장뿐 아니라 운전, 흡연, 음식 조리 같은 일상생활 속에서도 쉽게 발생합니다. 알레르기 및 암을 유발하기 때문에 VOC를 보다 쉽고 정확하게 감지할 수 있는 환경분석 시스템 그리고 이들을 쉽게 제거할 수 있는 청정기술이 필요합니다.” VOC와 악취 성분을 효과적으로 관리·제어하기 위해 기존의 환경분석 시스템을 개선하고, 신소재 기반의 응용기술을 개발해 대기질 개선의 과학적 토대를 제시한 김기현 교수. 그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5월 15일 교육 및 연구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둔 학자를 시상하는 ‘백남석학상’을 수상한 데 이어, 과학기술 발전에 공헌한 연구개발자를 기리는 한국연구재단의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6월 수상자로 뽑히는 등 연이어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휘발성 강한 VOC도 효과적으로 제거 어느새 우리 일상에서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공기청정기. 이러한 제품으로는 VOC를 제거할 수 없는 것일까. “시중의 공기청정기로도 VOC를 제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체 형태의 미세먼지는 99.9% 제거할 수 있는 데 반해, 가스 형태인 VOC는 45~50% 정도만 제거하는 실정입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먼지청정기인 셈이죠. 저희는 현재 VOC 제거율을 더 확장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 기능을 더욱 향상시켜 진정한 공기청정기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분진 제거에 특화된 현재의 공기청정 기술은 VOC 물질을 감지하고 제어하는 데 한계가 있다. VOC는 휘발성이 강하고 반응성이 낮기 때문에 일반적인 흡착, 촉매 처리기술로는 효과적으로 제어하기 어렵다. 또한 VOC는 ppm의 1000분의 1에 불과한 ppb 수준의 낮은 농도로 존재해 초고감도, 초고선택도, 재현성 등을 갖춘 정밀한 감지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에 김 교수는 다양한 신소재를 합성하고 그와 관련한 여러 가지 복합물질을 개선해 기존 소재들의 한계를 뛰어넘는 대안 소재들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 특히 MOF(Metal Organic Framework)와 같은 다공성 신소재 개발에 주목하고 있는데, MOF는 여러 가지 변형을 통해 대기질 정화에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가스 형태의 VOC를 제거하려면 충분한 흡착 및 촉매 반응 시간이 요구됩니다. 하지만 공기청정기는 매우 빠른 속도로 공기를 순환시키기 때문에 충분한 반응 시간 대신 반응 능력을 높여야 합니다. 오염 물질을 담을 수 있는 구멍, 즉 공극률을 무한정 확대할 수 있는 첨단 소재를 개발하면 VOC 흡착 및 촉매 반응을 높여 제거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김 교수는 신소재 개발을 통해 전통적 분석기술을 보다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응용기술들에 대한 연구도 동시에 수행했다. 효과적으로 시료를 농축하는 열탈착 기반의 전처리 기술과 환경분석 시스템을 결합해 환경부가 지정한 22종의 악취 물질에 대해 일반적으로 권장하는 5개의 시스템을 활용하는 방법을 대체하는 단일분석 프로토콜을 새롭게 구축했다. 평생 환경밖에 모르던 연구자, 소재에 눈뜨다 김기현 교수가 모교인 한양대에 부임한 것은 지난 2014년. 그 전에 있던 세종대에서는 자연과학대학 소속이었기에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 대기 오염 물질의 해로움을 밝히고 어떻게 감지할 것인가 등 순수한 환경분석 연구에 몰두했다. 김 교수의 연구가 달라진 것은 한양대로 자리를 옮기면서부터다. VOC 감지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제거라는 실용성에 초점을 맞추게 된 것이다. “수십 년간 분석 연구만 하던 사람이 실생활에 보다 유용한 실용적인 연구로 관심을 돌리게 된 거죠. 늦은 나이에 갑자기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쉽진 않았지만, 동료 교수들에게 자극을 받아 도전하게 됐습니다.” 특히 신소재 분야를 환경에 접목시킨 점이 인상적이다. 기존 공기청정기의 기능적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신소재의 효과적인 활용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던 것. 김 교수의 연구는 신소재 기술을 환경공학에 응용할 수 있는 기반을 제시, 환경 연구의 가능성을 보다 넓혔다. “신소재를 이용한 환경 분야 연구는 다양한 시도가 가능한 블루오션입니다. 신소재 연구는 영향력 지수(IF, Impact Factor)가 높은 분야이므로 환경과 신소재를 결합하면 질 좋은 논문을 쓸 수 있습니다.” 김 교수가 영향력 지수가 높은 저널에 다수의 논문을 게재하게 된 것도 신소재 연구를 접목하면서부터다. 현재 인도와 중국 등 각국 학생들의 배움을 청하는 메일이 쇄도하고 있다. 김 교수가 매년 저널에 게재하는 논문 수는 무려 70~80편. 이 중 40편 정도는 상위 5% 이상의 저널에 실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1년에 70~80편에 이르는 방대한 양의 논문을 게재하려면 실제는 100편 정도의 논문을 투고해야 한다. 그가 1년에 투고하는 논문만 100편에 이른다니,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일까. “양과 질을 동시에 추구해야 연구 경쟁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물론 오랜 수련을 거쳐야 가능한 일이죠. 지하철 안에서든 여행 중이든 언제 어디서나 논문 생각에 빠져 지내는 편입니다.” ▲ 김기현 교수가 한솔(가운데), 유미지(오른쪽) 학생과 이야기하고 있다 논문 생각으로 밤낮 없이 연구 중 한 번에 다수의 연구를 진행하는 김기현 교수는 바쁜 와중에도 연구 진행 과정을 모든 지도학생들에게 일일이 메일로 공유해주고 있다. 그가 이런 수고를 감수하는 것은 같은 연구실에 있는 학생이어도 자신이 참여하는 것 외에 다른 동료들이 어떤 연구를 어떻게 진행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왕성한 연구 열정 덕분에 그가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메일은 하루에 열 통이 넘는다. 이는 학생들에게 좋은 동기부여가 되지만 그만큼 압박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김 교수의 이러한 열의에는 자신을 뛰어넘는 학생들이 많이 배출되기를 바라는 스승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취업에만 매달리는 요즘 학생들 사이에서는 연구자의 길을 가겠다는 꿈이 다소 허황돼 보이기까지 합니다.” 이러한 현실에 안타까움을 토로하는 김기현 교수. 옆에서 조용히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던 유미지 학생이 입을 열었다. “교수님은 언제부터 교수의 꿈을 키우게 되셨나요?” 김 교수는 재미있는 질문이라며 웃음을 띤 채 답했다. “대학 졸업 후 교비 유학생으로 유학을 떠났지만 사실 특별한 꿈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박사 학위를 받을 무렵 한 교수님이 이제 사회에 어떻게 기여하겠냐는 질문을 던지셨죠. 그 질문을 받고 비로소 연구를 통해 사회에 이바지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김 교수의 대답은 후배 연구자들에게 어떤 울림을 주었을까. 연구자의 길을 걸으려는 후배 환경공학자를 대표해 한솔 학생이 대선배인 환경공학자에게 조언을 구했다. “보통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기는 어렵다고 하는데 과학은 얼마든지 두 마리,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환경과 타 분야를 융합하면 여러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새롭게 변신할 수 있습니다.” 언제나 연구에 여념이 없는 김기현 교수에게서 공기청정기의 VOC 제거율을 99%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새로운 소재, 값싸면서도 기존 소재의 성능을 뛰어넘은 신소재를 개발했다는 소식이 하루빨리 전해지기를 고대한다. 사랑한대 2018년 09-10월호 이북 보기

2018-09 29

[학생][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 필리핀의 의료 문제를 IT로 혁신한다!

한국에서 당연했던 것들이 개발도상국에서는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료가 없어 최소한의 병원비도 보장받지 못하고, 병원 접수 및 차트관리를 사람이 하다 보니 병원에 가면 환자들이 의사를 만나기 위해 항상 긴 줄을 서야 한다. 가까운 필리핀의 이야기다. 이러한 필리핀의 의료 문제를 IT로 해결하기 위해 한양대 기술경영대학원 학생들이 뭉쳤다. 정리. 편집실 자료 제공. 오동석(기술경영 석사과정 17) ▲ 필리핀 로하스(Roxas city)에 위치한 스타트업 인큐베이팅센터 스프링밸리(Spring valley)의 개발자, 디자이너 등과 함께. 9월에 라인케어 필리핀 법인이 스프링밸리에 입주할 예정이다 필리핀 의료 접근성 개선을 위해 오동석 대표는 한양대학교 학부 4학년이던 2016년 ‘제1회 세븐틴 하츠 페스티벌(17 Hearts Festival)’ 봉사 활동을 하면서 필리핀을 비롯해 개발도상국의 의료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한국에서는 환자가 아프면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당연한 권리인데, 개발도상국에서는 이 최소한의 권리가 보호되지 않았던 것. 오 대표는 올 초 필리핀 최대 빈민가 지역인 톤도에 위치한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에서 운영하는 센터를 방문했다. 그곳에서 국민건강보험이 잘 되어 있는 한국과 달리 필리핀의 많은 어린이들이 필리핀 국민건강보험인 ‘필헬스’에 가입되어 있지 않아 아파도 병원에 제대로 가지 못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비영리 단체를 설립해 외부에서 기부를 받아 건강보험료를 지원해줄 수도 있지만, 그건 저희가 주체적으로 자원을 확보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필리핀에서 벤처기업을 설립해 수익을 창출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 마닐라 톤도센터 방문 모습 ▲ 필리핀 병원의 긴 대기시간 원우들과 뭉쳐 예비 창업팀 결성 기술과 사업 두 가지 측면에 대해 지식과 경험을 보유한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석사, 박사 과정에 있는 원우들에게 오동석 대표가 가지고 있는 소셜미션인 ‘IT를 통한 필리핀 의료 접근성 개선’을 소개했고, 같은 뜻을 가진 팀원들과 예비 창업팀을 구성해 한양대 사회혁신센터에서 주최한 ‘글로벌 소셜벤처 부트캠프’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이 프로그램은 소셜벤처 창업을 통해 한양대 학생들과 글로벌 청년들이 개발도상국의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이 자리에서 라인케어 팀원들은 필리핀 아테네오(Ateneo)병원 의대 교수 젤로 & 제레미와 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기투합했다. “필리핀은 다양한 의료 문제가 있습니다. 우선 의료 인력이 부족하고, 정확한 위치 정보가 없어요. 또 복잡한 접수관리 체계로 인해 환자가 의사를 만나기까지 긴 대기시간이 필요합니다. 한국과 달리 의사 한 명이 여러 병원에 근무하고, 의사 한 명당 여러 명의 간호사, 비서가 존재해 일정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이중효 학생의 말이다. 라인케어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병원 위치 데이터를 수집해 검색·예약·접수를 한꺼번에 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우선 환자들의 대기시간을 단축시켜 긴 대기시간 문제를 해결하고, 점차적으로 기능을 추가해 의료 문제 전반의 프로세스를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그렇게 필리핀 의료 문제를 해결하는 온디멘드 헬스케어 플랫폼 ‘라인케어’의 아이디어가 탄생했다. ▲ 8월 한양대에서 열린 APYE(Asia Pacific Youth Exchange) 행사에서 필리핀 부통령(Vice President)과 라인케어 멤버들이 함께했다 ▲ 필리핀 과학기술부(DOST) 페냐 장관과 함께 ▲ 필리핀 정보통신부(DICT) 엘리세오 장관과 함께 평범한 대학원생에서 글로벌 소셜벤처 창업가로 오동석 대표는 지난 6월 초 한국에 ‘주식회사 라인케어’ 법인을 설립하며 창업에 성공했고, 7월에는 필리핀 병원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웹서비스를 오픈했다. 한양대 링크사업단, 사회혁신센터, 서울산업진흥원 등 여러 기관에서 시장조사비를 지원받아 필리핀, 싱가포르 등 아세안(ASEAN) 국가를 수시로 방문해 시장조사를 진행했다. 또 지난 7월에는 필리핀 정부행사인 과학기술부 연간 행사와 정보통신부 공식 행사에 초대돼 과학기술부 페냐 장관과 정보통신부 엘리세오 장관 등 각 기관의 주요 인사들에게 사업을 소개하는 기회를 가졌다. 이어 8월에는 필리핀의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기관인 스프링밸리의 대표 JDL의 초대를 받아 방문했고, 9월에는 필리핀 법인 설립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에서 아이디어로만 사업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필리핀의 의사와 정부 관계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어 필리핀 현지에 꼭 필요한 서비스가 탄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라인케어의 소셜미션과 사업성에 공감한 한양대 링크사업단은 단계별로 창업지원금을 지원해 법인 설립 초기에 필요한 개발비, 마케팅 비용을 지원할 예정이다. ▲ 한양대 글로벌 소셜벤처 부트캠프 누구에게나 평등한 의료 권리를 위해 라인케어는 병원 접수관리 플랫폼을 통해 병원으로부터 월 이용료와 광고비 등을 받아 수익을 창출할 예정이다. 또 수익의 일부를 기부해 필리핀의 국민건강보험(필헬스) 지원에 활용할 계획이다. 건강보험비를 지원받은 어린이와 학생 중의 일부를 선정해 IT 교육을 진행, 향후 라인케어에서 직접 채용 또는 양질의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톤도 지역의 어린이들이 병원비 걱정 없이 병원을 갈 수 있는 세상, 그것이 바로 라인케어가 꿈꾸는 미래다. 소셜벤처, 이렇게 창업했어요! ▲ 오동석 대표 (기술경영 석사과정 17) 용기를 갖고 도전하세요! 한양대 사회혁신센터의 부트캠프 교육과정을 통해 평범한 대학원생에서 소셜벤처의 대표가 됐습니다. 이제 서비스 론칭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저희의 서비스로 필리핀의 많은 환자들의 의료 접근성이 개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평소에 소셜벤처 관련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데도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는 분들은 주저하지 마시고, 저처럼 사회혁신센터를 방문하셔서 창업가로 성장하시기 바랍니다. ▲ 이중효 학생 (기술경영 석사과정 17) 글로벌 소셜벤처 사업 위해 현지 시장조사는 필수 한국과 필리핀의 의료 현장은 규제부터 이해 관계자의 상황까지 매우 다릅니다. 글로벌 소셜벤처 사업을 위해 현지 시장조사가 필수인데, 한양대학교 사회혁신센터의 지원으로 지난 7월에 해외 시장조사를 추가로 시행할 수 있게 됐습니다. 덕분에 필리핀의 보건복지부, 과학기술부 등 유관 부서와의 미팅이 제품 출시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나석규 학생 (기술경영 박사과정 18) 소셜벤처 창업의 A to Z를 배우다 한양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의 전공수업인 e-부트캠프와 사회혁신센터의 글로벌 소셜벤처 부트캠프 교육을 통해 소셜벤처 창업의 A to Z를 학습할 수 있었고, 링크사업단의 금전적 지원을 통해 사업을 추진하는 원동력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교내 여러 유관 부서와 협력해 함께 만들어나가는 라인케어가 되겠습니다. 사랑한대 2018년 09-10월호 이북 보기

2018-09 29

[동문][NOW 꿈꾸는 사람들] 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몸부림으로 세상을 바꾸다

올해 6월, 김미연 동문이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Committee on the Rights of Persons with Disabilities, 이하 CRPD) 위원으로 선출됐다는 낭보가 전해졌다. 한국 여성 최초의 진출인 데다 NGO 출신이 드물어 국내외적으로 크게 주목받았다. 지난 1994년 그는 불모지와 다름없었던 국내에서 처음으로 장애 여성 인권운동을 시작했고, 2006년에는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에 장애 여성을 위한 조항을 집어넣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제는 CRPD 위원으로서 그 협약을 잘 이행하고 있는지 국가별 보고서를 심사하고 권고하는 위치에 올랐다. 글. 이슬비 사진. 안홍범 ▲ 김미연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 위원·사단법인 장애인법연구회 기획이사(식품영양학 88) 감히 세상이 나를 거부해! 졸업한 지 30년 만에 모교를 찾은 김미연 위원. 올해 한양대에 들어온 딸의 입학식에 참석한 것을 빼면 졸업 후 첫 방문이다. “캠퍼스가 정말 많이 달라졌어요. 제가 다닐 때는 가정대학(현 생활과학대학)에만 유일하게 엘리베이터가 있었어요. 그래서 그 건물을 거의 벗어나지 못하고 지냈죠. 당시 제 소원이 중앙도서관에 앉아서 공부해보는 것이었는데 아쉽게도 결국 못 이루고 졸업했어요. 그땐 장애인이 접근하기 굉장히 어려웠는데, 지금은 많이 달라졌죠?” 오랜만에 찾은 모교의 풍경이 어리둥절한 듯 김미연 위원은 학교의 변화부터 묻는다. 그는 생후 11개월에 소아마비를 앓고 평생 휠체어를 타야 하는 장애를 얻었다. 우리나라 최초로 여성 장애인을 위한 인권운동을 시작했지만, 정작 원래의 꿈은 훌륭한 식품영양사가 되는 것이었다. 졸업할 때까지만 해도 자신의 꿈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졸업 후 여러 군데 이력서를 냈어요. 그런데 서류 심사는 다 통과하는데 이상하게 면접에서 줄줄이 떨어지더라고요.” 취업이 어렵지 않던 시절이라 동기들 대부분 취직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지만 그를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그때 처음으로 세상의 벽을 느꼈다고 그는 고백한다. “불편한 것들이야 많았지만 차별을 느끼며 살진 않았는데 처음으로 세상이 나를 거부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이 ‘감히 세상이 나를 거부해?’였어요. 누군가 당시 이런 제 내면의 목소리를 들었다면 비웃었겠지만, 어쩌면 그 마음이 지금의 저를 여기까지 이끈 출발점이었을 거예요.” 식품영양사의 꿈 접고 여성 장애인 인권운동의 길로 김미연 위원은 오랜 꿈이었던 식품영양사의 꿈을 접고 스스로 장애인 인권운동 단체를 찾아가 자원봉사자로 활동을 시작했다. 그즈음 장애인 관련 잡지사의 무보수 객원기자로도 활동하며 장애인 여성들을 인터뷰할 기회가 많았다. 그들의 열악한 환경은 당혹스러울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10년, 20년 동안 바깥세상을 구경해보지 못한 이들이 태반이었다. “저도 하루 종일 물 한잔 마시지 못한 채 고3 시절을 견딜 만큼 장애인으로서 불편한 삶을 살아왔다고 생각했지만 이들의 삶과는 비교하기 힘들었어요. 그들의 삶이 너무 당황스러워서 받아들이기가 힘들 정도였어요.” 그렇게 여성 장애인 인권운동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여성 장애인의 권리를 대변하는 사람도, 관련 커뮤니티도 전무했다.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활동가가 없으니 여성 장애인을 위한 정책은 아예 기대조차 할 수 없었다. 1994년 12월, 이런 문제의식을 느낀 사람들이 모여 김 위원을 포함한 4명이 여성 장애인 인권운동 모임을 만들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장애인 인권운동의 시작이었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에 장애 여성 조항을 넣어라 이후 김미연 위원은 장애인의 권리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여성문화공동체를 설립하고 국내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을 이끌었다. 1990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 장애인을 보호하는 법이라곤 ‘심신장애자법’ 하나밖에 없었지만, 장애인 권리 운동이 활발해지면서 현재는 장애 관련법이 14개나 만들어졌다. 김 위원의 활동은 국내에만 머물지 않는다. 국제적 활동도 활발했는데 특히 2006년 채택된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에 장애 여성을 위한 조항을 집어넣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제정을 위한 특별위원회 한국정부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얻은 성과다. 국제사회의 내로라하는 장애 여성 인권운동의 리더들을 이끌고 한목소리를 냈다. “2002년 유엔에서 장애인권리협약 초안을 발표했는데 장애인 여성 관련 조항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어요. 당시 한국은 이미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장애인 아동과 여성을 별도의 챕터로 다루고 있었어요.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안에 장애 여성이 보호받을 수 있는 조항이 필요하다는 이슈를 내놓은 것이 바로 우리나라 여성 장애인들이에요.” 국가별 정부의 지지를 받아야 하는 일이라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구나 장애인 정책은 대부분 예산이 드는 일인 데다 여성 장애인에게 맞는 정책을 별도로 세우려면 더 많은 예산이 필요했기에 각 나라의 정부로서는 해당 이슈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상당한 우여곡절 끝에 여성과 아동을 다루는 별도의 조항을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에 넣었고, 이는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일이 됐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은 10개에 달하는 유엔 인권협약 중 유일하게 장애 여성 관련 조항과 젠더 관점을 포함하고 있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한 국가에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지기 때문에 4년마다 유엔에 보고서를 내야 합니다. 앞으로 저는 CRPD 위원으로서 이 보고서를 심의하고 이행을 권고하는 일을 하게 됩니다.” 18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는 CRPD는 장애인권리협약에 가입한 177개 당사국이 4년마다 제출하는 각국의 보고서를 심사해 협약의 이행 여부를 평가하는 등의 역할을 한다. 99개국의 지지를 얻어 당선이 확정된 김미연 위원은 2019년 1월 취임해 2022년 말까지 4년간 활동하게 된다. 2006년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의 안건을 만드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정부의 협약 이행을 꾸준히 모니터링한 그가 이제는 CRPD 위원으로서 해외 여러 나라의 보고서를 심의하는 위원이 된 것이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의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해온 그는 유엔 내에서도 무척 이례적인 이력으로 조명받고 있다. ▲ 김미연 동문이 한양대 장애학생인권위원회 학생들과 함께했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김유선(경제금융학 16), 이정인(경영학 17) 학생, 김미연 동문, 정명철(경영학 15), 이탄(경영학 16) 학생 끊임없이 부딪쳐 이겨본 경험을 쌓는 것 이날 김미연 위원은 한양대 장애학생인권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학생들과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장애인으로서 겪어야 하는 후배들의 고민을 경청하며 든든한 선배의 면모를 보여줬다. “저는 거창하게 ‘장애 여성을 위해 내 삶을 희생하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그저 제 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시작했을 뿐이에요. 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몸부림이 결국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고 생각해요. 한순간에 모든 것이 바뀌지는 않았지만, 지난 30년을 뒤돌아보면 변화한 것들이 눈에 보입니다.” 그가 재학 중일 당시만 해도 학교에는 장애인을 위한 양변기도 없었고, 도서관에 갈 수도 없었다.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주저앉았더라면 지금도 여전히 후배들은 불편함을 감수하며 생활해야 했을지 모른다. “후배님들도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끊임없이 부딪치는 훈련을 하며 이겨본 경험을 쌓아야 합니다. 사회에 나가면 훨씬 더 단단한 장벽에 직면하게 될 텐데 그렇게 이겨본 경험이 큰 힘이 됩니다.” 4명으로 시작한 여성 장애인 권리운동에서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 위원에 이르기까지, 그의 행보가 만들어낸 대단한 성과는 결국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출발한 셈이다. 사랑한대 2018년 09-10월호 이북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