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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15 인터뷰 > 동문

제목

[사랑, 36.5°C] 아픔을 아픔으로 머물게 하지 말고 슬픔을 슬픔으로 남게 하지 말라

김진호 수호스포츠 대표│故 김충연 (ERICA 경영학 02) 동문 부친

사자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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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yang.ac.kr/surl/lp8u

내용
ERICA 캠퍼스 경상대학 건물 앞. 나란히 마주한 벤치 두 개가 눈에 띈다. 학생들이 많이 앉았었는지 원래 칠해졌던 밤색이 다 지워지고 좌석과 등받이 부분이 닳아 하얗게 바랜 모습이 유난히 정겹다. ‘(증) 김충연-02학번 경영학부 1983~2013’이라고만 간단히 씌어 있는 벤치. 바로 이 자리에서 故 김충연 동문의 아버지 김진호 대표를 만났다.
글 강현정ㅣ사진 현진
 
▲ 김진호 수호스포츠 대표│故 김충연 (ERICA 경영학 02) 동문 부친

가장 보람 있는 선택


벤치에 앉아 등받이를 이리저리 쓰다듬는 김진호 대표의 손길을 보다 그만 울컥하고 말았다. 먼저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는 내 마음을 읽었는지 김진호 대표가 입을 열었다.
“2013년 8월, 생일을 열흘 앞두고 교통사고를 당했어요. 기가 막힌 일을 당하고 난 뒤 깨달았죠. 인생은 사는 게 아니라, 살아내는 거구나.”
미국 출장 때 캘리포니아의 산타크루즈 마을에서 눈여겨봤던 벤치 기부를 이렇게 아들 이름을 넣어 활용하게 될 줄이야. 학교에서 소나무 아래 비석을 하나 세워주자고 제안했는데 김진호 대표가 비석 대신 벤치기증을 제안했다고 한다. 누구라도 이 벤치에 등을 대고 기대어 앉아 쉬어갈 수 있기를, 누구라도 한 번쯤 이 자리에 앉으며 혹시라도 아들의 이름을 불러주길 바라는 아버지의 마음이다.
“아들을 먼저 보내고 한 1년은 정상이 아니었어요. 항상 옆에 있는 것 같고, 어떨 땐 굉장히 힘들어요. 하지만 아프다고 주저앉아서는 안 된다고 마음을 고쳐먹었어요. 아이의 이름으로 좀 더 보람 있는 일을 하자고 생각했죠.”

 

기부를 오래 지속하는 방법


사실 기부는 김진호 대표가 늘 생각하던 일이었다.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땅이 있었는데 형제들을 둘러보니 세월이 흘러 다 팔아버리고 나중에는 아무 의미가 없더란다. 자식들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게 별 소용이 없다는 걸 깨달은 그는 언젠가 나이가 들면 재산을 정리해 자신의 이름으로 장학금을 만들어 기부하기로 결심했다. 뜻하지 않게 아들 이름의 장학금을 먼저 기부하게 됐을 뿐.
“교통사고 보상금과 취직했던 회사에서 들어준 상해보험, 장례식 부의금까지. 아들 이름으로 남은 돈은 1원 한 장까지 다 모았더니 한 5억이 되더군요. 여기에 돈을 좀 더 보태 신대방동에 원룸 건물을 하나 매입하고, 아들 이름을 따서 충연하우스라고 지었어요. 한 번으로 그치는 장학금이 아니라 좀 더 오래 기부하고 싶어서 생각한 방법이죠.”
충연하우스가 기금이 되어, 건물에서 나오는 월세 수입으로 2015년부터 매년 장학금을 지급해 왔다. 첫 해에는 2명, 이듬해부터는 3명으로 늘려 각 1백만 원씩 장학금을 수여했으니 올해까지 그 수혜자가 벌써 11명이나 된다.

 

  선배가 주는 장학금


언젠가 장학금을 받은 한 학생으로부터 피드백을 받은 적이 있단다. 받은 돈으로 미국 여행을 다녀왔다는 학생에게 김진호 대표는 “아주 잘 했다”라고 칭찬을 해 줬다고 한다. 이 장학금이 무조건 공부만 잘 하는 학생보다는, 진취적인 꿈을 갖고 있는 학생에게 돌아가는 게 김진호 대표의 바람이다. 절박한 친구가 받아 잘 쓰는 게 제일 좋고, 혹시라도 조금 여유 있는 친구가 받게 된다면 그동안 맘먹었는데 못했던 자기계발에 사용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용 절벽 시대라고 하지만, 그대로 주저앉으면 젊은이가 아니에요. 세상을 두려워만 하지 않도록 학생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그렇게 말해요. 이건 내가 주는 게 아니다, 니들 선배가 주는 장학금이다 라고요”.

 

  기부, 다음 세대를 위한 투자이자 의무


처음엔 하늘에 대고 화내는 심정으로 시작했다는 김진호 대표. 하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아들의 이야기가 이 사회에 울림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학교든 혹은 다른 곳이든 누군가에게 기부하는 문화를 자꾸 전파시키면서 경우의 수를 늘려나가고, 이것을 점차 전통으로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꼭 돈이 많아야 기부하는 게 아니라고, 자신 같은 경우도 있다는 걸, 그리고 이런 방법으로 기부할 수 있다는 걸 알려 우리 사회에 기부문화가 더 확산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기부는 다음 세대를 위한 투자이자 의무라고 생각해요. 할 수 있는 한 저는 오래 기부하고 싶습니다. 그것이 우리 아들의 뜻이고, 아들의 이름을 더 오래 간직할 수 있는 방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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