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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 25 헤드라인

[교수][인터뷰] ‘김우승’ 한양대 신임 총장…3S 전략으로 세상과 동행하는 대학 만들고파 (3)

“세상과 동행하는 한양” 봄소식과 함께 새 총장이 취임했다. 김우승 한양대학교 15대 총장은 한양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ERICA캠퍼스 기계공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ERICA캠퍼스 부총장, PRIME 사업단장, 산학협력단장 그리고 LINC 사업단장 등을 역임하며 세계 속 한양의 모습을 그리던 김 교수는 지난달 25일 총장으로 취임해 앞으로 4년 동안 한양을 이끌게 된다. 김 총장은 최근 교내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양의 미래상을 선보였다. 스마트와 스타트업, 사회혁신이 담긴 ‘3S 전략'의 계승 ▲ 새로운 한양의 리더가 된 김우승 신임 총장. 김우승 총장은 인터뷰에서 “15대 총장으로서 한양의 미래를 짊어지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양대는 ‘대한민국의 성장동력’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성장했고 앞으로는 세상과 동행하며 세상을 바꾸는 대학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세상과 동행하는 대학’을 꿈꾸는 김 총장의 계획은 무엇일까. “대학은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발맞춰 대응해야 한다. 우리가 아는 세계적인 대학들은 이미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를 활용해 전 세계에 펼쳐진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에 도전하고 있다. 세상을 바꾸는 대학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세상과 동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 목표부터 내용, 환경까지도 바꿔야 한다. 4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모든 것을 이루기는 힘들겠지만,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서 기꺼이 첫발을 내디딜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총장은 이러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3S 전략’의 계승을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 작년 한양대 미래위원회를 통해 구체화된 3S 전략은 교육과 연구를 통해 창의적 성과를 창출하는 스마트(Smart) 대학, 국가 성장에 기여하는 스타트업(Startup) 대학, 세상을 변화하는 사회혁신(Social Innovation) 대학을 구현하는 것이다. 한양대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교육이 아니라 한양이니까 가능한 교육, 한양이 지향하는 ‘한양다움’을 스타트업 지원을 통해 실현해왔다. 앞으로도 창업 분야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김 총장은 “창업은 한양대의 인재양성 전통인 ‘실용인재’를 계승하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스타트업 타운과 같은 창의적 발상이 가능한 창업 교육 공간을 확대하고 학생들의 다양한 실무경험을 위해 현장 실습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양대는 LINC+, PRIME 등과 같은 국가재정지원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주했으며 국내 최초로 산업연계 교육자문위원회(Industrial Advisory Board, IAB) 도입(2017년), 국내 최초 인턴십 의무화(2013년)와 같은 혁신적 교육 성과를 이뤘다. “두 번째 스마트(Smart) 전략을 통해 교육 혁신을 계속 이뤄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학문 간 경계를 허물고 융∙복합 교육과정을 수립할 것이며 문제해결 능력을 기를 수 있는 ‘R-PBL/IC-PBL’ 교육과정 고도화에 아낌없이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마지막 전략은 사회혁신(Social Innovation)”이라며 “한양대는 글로벌 사회혁신대학 네트워크인 아쇼카(Ashoka U)에 국내 최초로 가입한 만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다양한 사회혁신 교과-비교과 프로그램을 지역사회와 연계하여 운영,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행하는 삶, 서울캠퍼스∙ERICA캠퍼스 동반발전 특별 위원회 설치부터 ▲ 김우승 신임 총장이 3S(스타트업∙스마트∙사회혁신)전략의 구체적인 계승방침을 설명하고 있다. 올해 8월까지 HYU 2022 중기발전 계획을 수립해 3S 전략을 이행하기 위한 청사진을 발표할 예정이다. 일각에서 한양대 서울캠퍼스와 ERICA캠퍼스 간 교류가 활발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김 총장은 “물리적 거리가 있는 만큼 협력 분야에서 부족했던 점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2023년 신안산선 개통으로 서울캠퍼스에서 ERICA캠퍼스까지 58분밖에 걸리지 않게 된다. 상당한 시간 단축이 이뤄질 예정이기 때문에 지금부터 양 캠퍼스 간 역량을 한데 모아 인적교류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개교 80주년을 맞는 서울캠퍼스와 개교 40주년인 ERICA캠퍼스는 그동안 각자의 분야에서 눈부신 업적을 이뤄왔다. 서울캠퍼스는 교육과 연구 부문에서, ERICA 캠퍼스는 산학협력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 김 총장은 “서울캠퍼스 교학 부총장과 경영 부총장, ERICA 캠퍼스 부총장을 공동 위원장으로 ‘서울∙ERICA 한양 동반발전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오는 10월까지 특별위원회 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총장은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내놓는 것도 잊지 않았다. 미국 프린스턴대학을 예시로 들며 “프린스턴대학은 2016년 생명과학 분야 기술이전으로 1410억 원의 수익을 올린 바 있다. 서울캠퍼스 의과대학과 ERICA캠퍼스의 약학대학의 연구역량이 융합될 경우 미래 주요 연구 분야로 손꼽히고 있는 생명과학 분야의 혁신적 시너지를 이룰 수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양 캠퍼스의 동반 발전은 단순히 캠퍼스 간의 교류를 활성화하겠다는 의미를 뛰어넘어 양 캠퍼스의 강점을 융합∙발전시켜 한양만의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는 의미다. 소통 중시하는 ‘실무형 총장’으로 거듭날 것 ▲ 김우승 신임 총장이 지난 12일 서울캠퍼스 신본관에서 열린 교내 매체 공동 인터뷰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3S 전략, 한양 동반발전 특별 위원회 등 굵직한 사안을 무리 없이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는 학생, 교수, 직원, 동문과의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 김 총장은 “지난 80년간 한양대의 눈부신 발전은 학생, 교수, 직원, 동문 등 구성원들의 열정과 노력으로 달성했고, 앞으로 더 큰 발전을 하기 위해서 구성원 간 협력이 필수적”이라며 “협력은 소통과 공감대 형성을 통해 이뤄지기에 앞으로 임기 동안 이를 강화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구체적 계획으로는 학생, 교수, 교직원, 동문 등 구성원별로 각자의 사안을 논의할 수 있는 ‘런치미팅(lunch meeting)의 날’을 운영할 예정이다. 작은 회의실에서 샌드위치를 먹으며 자신이 속한 집단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수렴된 의견은 정책화하고 이를 구성원들과 공유함으로써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또한 “요즘 트렌드에 맞게 모바일로 대학의 정보를 구성원들과 공유할 수 있는 HCSC(Hanyang Contents Sharing Community)도 운영하고자 한다”며 “확인 속도가 느린 이메일 대신 실시간 의견 수렴이 가능한 모바일 연락체계를 갖추겠다”고 활동 계획을 밝혔다. ▲ 김우승 신임 총장은 한양 동반발전 특별 위원회, 동문 네트워크 강화 등 주요 운영 계획을 통해 "학생들이 존중받는 행복한 캠퍼스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자신의 미래를 책임질 준비가 돼 있는 사람만이 꿈을 실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을 학살하던 히틀러의 나치 정권에 항거하다가 순교한 독일의 신학자이자 목회자 디트리히 본회퍼(Bonhoeffer)가 한 말”이라며 “실천은 생각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책임질 준비를 하는 데서 나온다. 학생들이 책임질 준비를 할 수 있는 대학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글/김가은 기자 kate981212@hanyang.ac.kr

2019-03 15

[교수][사랑, 36.5°C] 걱정 없이 공부만 할 수 있었던 행복했던 고시반의 추억

1965년 백남 김연준 박사에 의해 설립된 한양 고시반은 고시에 목표를 둔 학생들에게 걱정 없이 공부만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였고, 덕분에 많은 학생들이 이곳을 통해 꿈을 이뤘다. 공직에 진출해 2008년 국무총리실 차관을 역임한 박철곤 특훈교수도 고시반을 거쳐 간 한양인 중 한 명. 그는 최근 파워엘리트 나무그늘 캠페인을 통해 장학금 1천만 원을 기부했다. 학교에 보은하고 싶다던 평생의 바람을 실천한 박 교수의 얼굴에서는 충만한 자부심이 빛나고 있었다. 글 강현정ㅣ사진 이서연 ▲ 박철곤(행정학 78)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훈교수 Q. 학교의 도움을 받아 꿈을 이루셨는데, 후배들을 위해 돌려줄 수 있게 되어 뿌듯하셨을 것 같습니다. A. 학교로부터 받은 은혜에 비해 너무 적은 금액이라 많이 아쉬웠습니다. 저에게 한양대는 굉장히 각별한 곳입니다. 공부만 해보는 게 소원이었던 제가 이곳에 와서 그 소원을 이루게 되었으니까요. 가난한 공직자였던 저는 학교에 보은하는 마음으로 고시반 후배들 면접지도도 도와주고 특강도 하면서 학교와 인연을 유지해왔습니다. 그러다 이번에 기부를 하게 되었는데, ‘나누어 주려고 가지만 내가 더 받고 오는’ 봉사의 속성을 기부에서도 느꼈습니다. 열심히 일해 번 돈을 후배들과 나눌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 굉장히 큰 기쁨을 줬습니다. Q. 현재는 한양대에서 특훈교수직을 맡고 계신데요,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지요? A. 특훈교수(distinguished professor)는 제가 받기 송구스러울 정도로 명예로운 자리입니다. 우리나라 대학에서는 다소 낯선 개념이기도 한데, 특별한 공적이나 공훈이 있는 사람에게 학교가 주는 직책입니다. 저는 공공정책대학원에서 강의도 하고, 요즘은 부설연구소인 ‘갈등문제 연구소’ 업무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 산적한 지역 갈등, 남북 갈등, 계층 갈등, 공공정책과 관련한 갈등을 해결하는 데 한양대가 중요한 역할을 하여 국가발전을 위한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내고 싶습니다. Q. 교수님의 고시반 시절은 어땠는지, 그 시절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A. 저는 어릴 때부터 가난했던 탓에 마음껏 공부를 할 수 없었어요. 육성회비를 내지 못해 시험 보는 날 시험지를 빼앗기고 끝내 중학교를 마치지 못했고, 세상에 힘든 일은 다 해가며 검정고시를 두 개나 보고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방송통신대학을 거쳐 한양대에 편입했습니다. 그리고는 곧바로 고시반 장학생으로 들어왔더니 먹여주고, 재워주고, 책을 사라고 매월 장학금도 주는 겁니다. 아무 걱정 없이 공부할 여건이 이 학교에 들어오는 순간 만들어진 거죠. 제 마음에 얼마나 안도감을 느꼈는지 모릅니다. 절실했던 만큼 저는 학교에 대한 고마움이 남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Q. 학교의 도움으로 학생이 자라고, 그 학생이 선배라는 이름으로 다시 후배들을 이끌어주는 선순환이 이뤄진다는 생각이 듭니다. A. 흔히 말하지 않습니까. 국적은 바꿔도 학적은 바꾸지 못한다고. 내가 나온 학교가 사회에 기여하는 학교가 될 수 있도록 동문들이 힘을 보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학교의 발전이자 곧 자신의 발전이기도 하니까요. 지금의 제가 있기까지 저는 많은 분의 도움과 장학제도의 혜택을 받았습니다. 장학금은 돈 없는 학생에겐 구원군입니다. 부모님의 도움으로 공부할 수 있다 하더라도 장학금은 젊은이들이 장래를 위해 용기를 가지고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격려이자 채찍입니다. Q. 마음은 있어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동문들도 많은데요, 그런 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마음은 있어도 금전적으로 기부하기는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을 겁니다. 저 역시 고소득자가 아니거든요. 많지 않은 금액이지만 저로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었습니다. 또 원래는 매월 일정액을 나눠서 내려고 했지만, 혹시라도 나중에 제 마음이 변할까봐 눈을 질끈 감고 결정했습니다. 지금은 스스로 잘했다고 생각이 되고, 기회가 되는대로 더 해야겠다고도 다짐합니다. 제가 돈이 많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자유롭게 말할 수 있습니다. 만 원짜리 하나라도 쓰고 누구에게 줘야 돈의 가치가 나옵니다. Q. 마지막으로 재학생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A. 인생의 모든 가능성을 가진 젊음의 시기는 본인은 잘 모르겠지만 너무도 값지고 고귀한 시기입니다. 이 시기에 자기 개인의 미래, 사회의 미래, 국가의 미래를 위해 큰 꿈을 가지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꿈은 꾸는 사람만 이룰 수 있고, 꿈이 커야 작은 꿈이라도 이룰 수 있지요. 식상한 얘기 같지만 젊은이에게 이보다 중요한 얘기는 없습니다. 동행한대 2018년 Autumn (제11호) 이북 보기

2019-03 15

[교수][사랑, 36.5°C] 세상을 변화시키는 아름다운 날갯짓

기부는 어느 정도 이상의 금액을 낼 수 있어야 하는 것, 혹은 특별한 동기가 있는 사람들의 관심사로 나와는 거리가 먼 일이라 생각할 때가 많다. 하지만 기부는 습관이다. 김병모 고려문화재연구원장은 기부란 굳이 거창할 필요가 없으며, 오히려 소소하게 자주 나누는 습관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큰 바람을 일으키듯, 세상을 움직이는 훈풍은 어느 한 사람의 통 큰 기부가 아닌 우리 모두의 소소한 나눔에서 피어난다. 글 강현정ㅣ사진 이서연 ▲ 김병모 고려문화재연구원장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명예교수) Q. 교수님은 우리나라의 고고학 1세대로, 오랜 기간 후학을 양성하셨습니다. 한양대에 재직하신 시기가 언제였습니까? A. 1978년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가 되어 2003년에 퇴임했으니 꼬박 26년을 한양대에 재직했습니다. 내 일생의 중요했던 시기들을 한양대에서 보낸 셈입니다. 당시 건물이 5동 밖에 없었고 전임교수가 100명이 조금 넘는 정도였으니,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학교의 규모가 거의 10배 이상 불어났죠? 우리사회의 성장과 함께 발전해온 한양의 모습을 목도했습니다. Q. 교수님의 기억에 인상 깊게 남아있는 한양의 모습은 무엇입니까? A. 한양대는 옛날부터 나눔의 정신이 있는 학교였습니다. 해마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학교 주변에 소리 소문 없이 쌀가마를 돌렸고, 교직원들 월급에서 1%씩 떼어 지역구제에 쓰기도 했습니다. 예부터 잘 되는 집안들은 늘 베푸는 집안이었죠. 그저 여유 있는 사람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도덕 같은 거죠. 대단한 건 아니지만 저도 매년 연말이면 제 연구소가 있는 지역의 동사무소나 기관을 찾아가 어려운 지역주민을 위해 써달라고 쌀을 기부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나눔을 실천하고 싶은 마음이지요. Q.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기부와 나눔의 중요성을 깨달은 경험이 있으신가요? A. 저는 공부하는 과정에서 장학금의 위력을 체감한 사람입니다. 9남매의 8형제 중 여섯 번째 아들로 태어났는데, 살림이 어려워 부모님이 항상 형들에게 먼저 등록금을 주고 제게는 꼴찌로 줬습니다. 그러다 서울대 고고인류학과에 1기로 입학했는데, 처음으로 학자금 대출이라는 게 생겨난 겁니다. 4년 내내 학교를 거저 다니고 졸업한 뒤 그 돈을 갚을 수 있어 걱정 없이 대학을 다닐 수 있었습니다. 영국으로 유학을 간 뒤에도 마침 우리 정부가 영국과 과학기술 계약을 맺는 바람에 제가 첫 번째 장학금 수혜자가 될 수 있었고요. 만약 이러한 제도들이 없다면 가난한 학생이 어떻게 공부해볼 엄두를 내겠습니까? 공부를 하고 싶은 사람에게 골고루 기회가 돌아가게 하려면 장학혜택이 더 늘어나야 합니다. Q. 지난 2006년 문화인류학과 발전기금으로 1천만 원을 기부하셨습니다. 기부를 하게 되신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A. 문화인류학과는 전공 특성상 고고학 발굴에 학생들을 인턴으로 많이 씁니다. 필드 연습을 안 하면 졸업해도 아무 소용이 없거든요. 그런데 돈이 없어 해외답사를 못 가는 학생들이 있었습니다. 중국을 다녀오려면 적어도 100만원은 드는데, 제가 1천만 원을 내면 학생 10명이 갈 수 있었죠. 그 외에도 적은 금액이라도 학술용역을 맡으면 그 돈을 쪼개서 학생들에게 등록금을 줬는데, 특히 지방에서 온 학생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을 겁니다. 집이 서울이 아닌 학생들에게 서울 생활은 전투와 같거든요. 내 밑에서 교수가 10명, 박사가 20명 나왔는데, 특히 지방 고등학교를 졸업한 제자들이 많이 성공했습니다. 그런 게 보람이지요. ▲ 김 교수는 "만약 학자금대출이나 장학금 제도가 없다면 가난한 학생이 어떻게 공부해 볼 엄두를 내겠습니까? 공부를 하고 싶은 사람에게 골고루 기회가 돌아가게 하려면 장학혜택이 더 늘어나야 합니다." 라고 말한다. Q. 얼마 전 총장전략기금으로 2천만 원을 또 기부하셨습니다. 퇴임 이후에도 학교에 꾸준히 기부하는 이유가 있으신지요? A. 제가 아들이 둘인데 둘 다 한양대를 나왔습니다. 장학금 덕에 두 녀석이 혜택을 많이 입었으니, 아들들이 받은 혜택이 다른 학생들에게도 스며갈 수 있도록 갚고 싶었습니다. 바람이 있다면, 저는 아버지 세대에서 기부하는 것을 보지 못하고 자랐지만, 제가 기부하는 것을 보고 아들들도 훗날 여유가 생길 때 나누는 삶을 살았으면 하는 것입니다. 동행한대 2018년 Autumn (제11호) 이북 보기

2019-03 15

[교수][사랑, 36.5°C] 스승에서 제자로 전해지는 내리사랑

아프리카의 빽빽한 열대우림에선 광합성을 위한 식물들의 극한 경쟁이 펼쳐진다. 이 가운데 덩굴식물 라피도포라(Rhaphidophora)는 조금 특별한 생존 방식을 보여준다. 나무 꼭대기의 잎사귀들이 스스로 제 몸에 구멍을 내 아래쪽 잎사귀들로 햇빛을 내려 보내주는 것이다. 햇빛을 골고루 나누기 위한 식물의 자기희생이다. 글 강현정ㅣ사진 이서연 ▲ 최형인 한양대학교 연극영화학과 석좌교수 제자들에게 징검다리 되어주고파 배우의 자리는 무대 위지만, 스승의 자리는 무대 뒤다. 배우는 조명을 ‘받는’ 사람이지만, 스승은 제자들을 향해 그 조명을 ‘비춰주는’ 사람이다. 톱스타의 스승으로 널리 알려진 최형인 교수와 이야기를 나누며 밀림 속 라피도포라가 떠오른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일찍이 한양대 동문극단인 <한양레퍼토리>를 창단한 것도, 몇몇 졸업생들과 의기투합해 내리사랑 장학금을 조성한 것도, 아래쪽 잎사귀들에게 햇빛을 내려 보내주고픈 정글 속 라피도포라와 너무도 닮아있기 때문이다. “우리 졸업생들에게 일종의 징검다리를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연극과 교수들은 학생들이 졸업할 때가 되면 늘 미안하거든요. 나가서 돈벌이가 안 되니까. 미국 예일대학에 보면 예일 레퍼토리 컴퍼니가 있는데, 그게 너무 부러워서 저희도 하나 만들었죠.” 국내 유일의 대학 동문 극단인 <한양레퍼토리>의 탄생 배경이다. 1992년에 창단한 <한양레퍼토리>는 매년 질 높은 공연을 선보이며 한양대 연극영화학과 졸업생들에게 훌륭한 무대를 제공해줬고, 덕분에 많은 졸업생들이 방송이나 공연 현장으로 바로 캐스팅되는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사랑이 많으면 일이 많다 ‘사랑이 많으면 일이 많다’ 한양대 교수로 부임하던 날부터 지금까지 쭉 최형인 교수의 연구실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글귀다. 사랑이 많으면 다른 사람의 아쉬운 사정이 눈에 들어오기 마련이고 일일이 돕다보면 바빠질 것이니, 인생을 밀도감 있게 잘 살라는 의미로 친언니가 써준 글귀라고 한다. 사랑이 많아 제자들의 어려운 사정이 눈에 더 밟힌 걸까. 최형인 교수는 지난 2011년부터 학과 발전기금으로 총 6천5백만 원을 기부해왔다. 그중 5천만 원은 ‘연극영화학과 내리사랑 장학금’ 명목으로 기부했는데, 이 장학금은 최 교수가 몇몇 졸업동문들과 의기투합해 만든 장학기금이다. 설경구, 박미선, 홍석천, 정일우 등 연예인 동문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1억 2천만 원이 넘는 기금을 조성했다. 비단 장학금만이 아니다. 대학로에서 ‘밥 아줌마’로 불릴 만큼 제자들에게 밥을 해먹이며, 고집스러울 만치 지독하게 연습했던 시간들은 이미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가치를 훌쩍 넘어선다. 사랑이 많으면 일이 많다 했는가. 제자들의 시시콜콜한 사정까지 차마 외면할 수 없었던 스승의 마음이 결국 ‘내리사랑 장학금’으로 탄생한 것이다. “우리 과가 연극 전공이 한 100명 되는데, 진짜 멀리서 다니면서 힘들게 공부하는 학생들이 있거든요. 이 돈이 그 아이들에게 편안한 차비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고, 조금이라도 여유를 갖고 공부할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고, 매일매일의 삶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앙상블일 때 가장 아름답다 앙상블(Ensemble)은 ‘함께’라는 뜻의 프랑스어로, 주로 음악에서 두 사람 이상이 연주하는 합주 혹은 합창을 가리키는 용어다. 비단 음악뿐이랴. 최 교수에 따르면 연극은 앙상블이며, 우리 인생도 앙상블이 되어야 아름답다고 한다. “연극을 가르치면서 제일 강조하는 게 휴머니티(Humanity)예요. 우리는 막이 오르기 전에 이미 예술을 하는 거예요. 서로 도와주고, 서로 안아주고, 힘들 때 위로해주고, 그렇게 부대끼는 게 연극이에요. 나를 보여주려고만 하면 그것만큼 미운 게 없어요. 앙상블이 될 때 연극은 가장 아름다워집니다.” 잎사귀에 구멍을 내 햇빛을 공유하는 라피도포라처럼, 스승의 내리사랑으로 제자가 자란다. 스승은 ‘키워냄’으로 인생의 앙상블을 완성해간다. 동행한대 2018년 Summer (제10호) 이북 보기

2019-02 21

[교수][스페셜 토크Ⅱ] 녹내장 분야에 젊은 바람 불어넣는 의학연구자

이원준 교수가 제10회 미래의학자상을 수상했다. 인용지수 8점 이상의 전문 학술지에 원저를 포함, 임상강사 재직 기간 중 10편 이상의 논문을 제1저자로 발표한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그간 안과의사가 미래의학자상을 수상한 전례는 많지 않다. 논문 인용지수(Impact Factor)는 읽는 이가 많아야 그 가치를 높게 평가받을 수 있는데, 안과 분야는 상대적으로 인용지수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원준 교수의 수상 소식이 더 반갑다. 글. 이미혜 사진. 안홍범 ▲ 이원준 의학과 교수 녹내장 진단에 대한 다양한 방법 모색 이원준 교수가 수상한 미래의학자상은 한국 의학의 미래를 이끌어가고 세계 의학의 선두주자가 될 젊은 연구자를 격려하기 위해 국내에서 유일하게 임상강사만을 대상으로 수여하는 상이다. 임상강사 재직 기간 중 국내외 SCI급 학술지에 발표된 제1저자 논문만을 중심으로 임상강사의 연차, 총 논문 수, 연간 논문 수, 논문 인용지수 등을 위주로 평가해 수상자를 선정한다. 이원준 교수는 서울대학교병원 안과 녹내장 임상강사로 재직한 2년 동안 10편 이상의 논문을 제1저자로 발표해 높은 점수를 받았다. “미래의학자는 의학의 전 분야를 아우르는 상인데, 안과의 논문 인용지수가 높지 않아 수상을 예상하진 못했어요. 의학자라는 단어를 붙이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번 수상이 제가 연구하고자 하는 녹내장 질환에 대한 사명감을 느끼게 해준 것만은 분명합니다. 한편으로는 임상강사를 하는 동안 일과 공부를 병행하느라 힘들었는데, 그 노력을 인정받은 것 같아 뿌듯합니다.” 그가 특히 녹내장 질환에 관심을 가진 것은 완치가 어려운 만성질환이기 때문이다. 녹내장은 눈 속 안압이 높아지면서 신경이 압박돼 시신경이 손상되는 질환이다. 3대 실명(失明) 질환으로 불리는데, 병인과 치료에 대해 연구해야 할 주제가 많아 의학자 측면에서 보면 매력적인 학문이다. 이 교수는 녹내장 조기진단에 있어서 영상 장비와 의학 소프트웨어의 효율성에 대한 연구와 녹내장 환자에 있어서 뇌졸중과 녹내장의 연관성을 주제로 한 논문 등을 발표했다. 지난해 봄에 열린 대한안과학회 119회 학술대회에서는 ‘녹내장 진행에 있어 안구광학단층촬영(OCT)을 이용한 신경절세포-내망상층 두께의 변화속도 분석’ 논문으로 율산학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시신경 주변의 두께가 얼마나 얇아지는지를 심층 분석하는 방법으로 녹내장의 진행 여부를 판단해왔는데, 의료기술이 발달하면서 황반의 신경 두께도 녹내장의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가 나왔어요. 그 두께가 녹내장을 진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는 있었지만, 황반의 두께를 연속적으로 관찰한 연구는 없었거든요. 시신경 주변에 국한됐던 관심을 황반으로 옮겨 관찰한 연구입니다. 시신경이 아닌 다른 부분의 두께를 통해 녹내장을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 연구 결과는 안과 분야 최고 학술지인 <옵탈몰로지(Ophthalmology)>에 실리기도 했다. 연구에 대한 열정은 결국 환자를 위한 일 군의관으로 3년, 임상강사로 2년을 보낸 후 이원준 교수는 지난해 3월부터 한양대학교병원 안과에서 녹내장 전문의로 환자를 돌보고 있다. “전공을 선택할 당시, 안과가 촉망받는 분야였고 미래 연구 가치가 높다고 판단했어요. 눈은 작지만 특별합니다. 다른 분야의 의사들이 안과의 차트가 암호 같다고 말할 정도로 특화된 전문성이 있지요. 제 성향과 잘 맞겠다 싶어서 안과로 진로를 선택했고, 임상강사를 하면서 녹내장에 관심을 두게 됐습니다. 의학 전공 중에서 녹내장과 같은 단일 질환 병명으로 세부 분과가 정해지는 경우가 흔치 않거든요.” 임상강사 기간은 안과 전문의가 된 후 전문성을 높이는 시간이기도 했다. 덕분에 연구에 몰두할 수 있었다. 지금은 그간의 공부와 경험을 바탕으로 환자에 집중하고 있다. 자신을 믿어주는 환자에게 책임감을 느끼고 진료에 매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그는 말한다. “아직은 ‘러닝 커브(특정 기술을 안정적으로 활용하기까지 드는 시간)’를 계속 유지해야 하는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이 교수는 아직도 ‘배운 것’보다 ‘배워야 할 것’이 훨씬 더 많다며 겸손함을 보인다. 모교에 돌아올 수 있도록 기회가 주어진 것에 대한 감사는 자신에게 진료받는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보답할 생각이다.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연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 이 교수는 새로운 의료 장비가 녹내장을 진단하는 데 얼마나 유용할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왔다. 녹내장은 점점 악화하는 질환이기에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지, 진행을 조기에 판단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녹내장의 원인에 대한 관심의 끈도 놓지 않고 있다. “원인을 알아야 치료 방법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완치가 없는 병이기에 그 시작점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어요. 일례로 아시아, 한국 환자 중에서 안압이 높지 않은 데도 녹내장을 앓는 경우가 많아요. 녹내장의 가장 큰 위험인자는 높은 안압인데, 시신경이 망가져서 녹내장에 걸리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그래서 원인 규명에 대한 연구도 추진 중입니다.” 젊은 의학 연구자이기에 새로운 수술 방법과 치료 방법을 신속하게 받아들여서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연구에 도전하고 있다. 그는 환자와 한 번 인연을 맺으면 평생을 함께하기에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의사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녹내장의 원인과 과정, 결과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차근차근 도전을 쌓아가고 있는 이원준 교수. 미지의 길을 밝혀낸 그의 노력이 또 다른 반가운 소식으로 들려오길 기대해본다. 사랑한대 2019년 01-02월호 이북 보기

2019-02 21

[교수][스페셜토크Ⅰ] 세계 상위 1% 연구자의 ‘배터리’ 열정

2차전지 소재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자로 꼽히는 선양국 교수가 논문 피인용 수에서 3년 이내 노벨상 수상자의 평균치를 넘어설 연구자로 선정됐다. 이러한 학문적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묵묵히 걸어온 뚝심 덕분이었다. 이는 노벨상 수상자들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글. 박영임 사진. 안홍범 ▲ 선양국 에너지공학과 교수 정량할 수 없는 노벨상의 시간 17.1년과 14.1년. 이는 노벨상을 잉태하는 시간이다. 지난해 한국연구재단이 최근 10년간 노벨과학상 수상자들의 논문을 바탕으로 조사한 결과, 노벨상 수상자들이 핵심 논문을 완성하는 데 걸린 시간은 17.1년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논문 발표 후 노벨상을 수상하기까지 걸린 연구 기간은 평균 14.1년이었다. 결국 노벨상을 수상하는 데 무려 31.2년의 시간이 걸린다는 말이다. 이와 함께 한국연구재단은 연구 생산력과 영향력, 3대 과학저널 중 2편 이상 논문을 게재하고 상위 1% 저널에 10편 이상 논문을 게재한 이력 그리고 논문 피인용 수를 기준으로 노벨상 수상자 이력에 근접한 연구자 13인도 발표했다. 명단에는 에너지공학과 선양국 교수의 이름도 올랐다. 이미 전 세계 상위 1% 연구자로 거론되는 선 교수가 저명 국제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 수는 550여 편, 피인용 수는 4만 여 건에 이른다. 한국에서도 드디어 노벨상 수상자가 탄생하지 않을까 기대하게 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노벨상 수상자들의 결실을 그저 몇 개의 수치로만 정량화할 수는 없는 일. 31.2년의 시간, 그 훨씬 전부터 노력과 열정의 세월을 켜켜이 쌓아야 했을 것이다. 이를 테면 선 교수의 연구실 책장에 꽂혀 있는 빛이 바래 누레질 대로 누런 대학노트 뭉치들처럼 말이다. “학생 때 썼던 아주 오래된 노트들입니다. 제 지식과 연구가 여기서 출발했다고 할 수 있죠.” 세계 최고 수준의 배터리 기술을 지켜라 선양국 교수는 노벨상을 수상하는 데 필요한 덕목으로 가장 먼저 독창성을 꼽았다. “제 연구 역량이 노벨상 수상자와 비교되는 게 부담스럽긴 합니다만, 노벨상을 수상하려면 남이 따라할 수 없는 연구, 즉 새로운 학문 분야를 개척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 교수의 주 연구 분야는 리튬이온 전지용 양극재와 차세대 전지의 소재를 개발하는 것. 한양대로 부임한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했으니 벌써 20년 가까이 됐다. 당시는 지금처럼 배터리에 주목하는 연구자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앞으로 양극재가 중요한 소재가 되리라는 것을 연구자의 통찰로 직감했다. 리튬이온 전지용 양극재는 전기차의 치명적인 단점인 짧은 주행거리와 고가의 가격을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결정적 열쇠다. 전기차 생산 비용의 60%를 소재가, 그중 양극재가 44%를 차지한다. 따라서 양극재 소재 비용을 줄이면 전기차 가격을 좀 더 대중화할 수 있다. 이렇게 가격도 낮추고 배터리 용량도 높이려면 니켈함량을 늘려야 하는데, 그러면 열 때문에 안정성과 수명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즉 용량과 안정성 및 수명은 반비례 곡선을 그린다.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배터리의 방전 용량을 높이면 열적 안정성과 수명이 떨어지는 것을 당연히 여겼습니다. 그래서 다들 시도조차 하지 않았죠. 하지만 저는 저만의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습니다.” 선 교수의 독창성은 ‘농도 구배형(Gradient) 양극재’를 구상하면서 빛을 발했다. 이는 중심부의 니켈 함량을 높이되 표면으로 갈수록 망간 함량을 높이는 방식을 말한다. 이렇게 하면 니켈 함량을 높여 용량을 높일 수 있고, 표면은 망간 함량이 높아 안정적이다. 현재 농도 구배형 양극재는 5세대까지 발전했다. 3세대 양극재(FCG)는 유럽에 수출되는 전기자전거에, 2세대 양극재(CSG)는 1회 충전에 385㎞까지 달릴 수 있는 기아의 전기차 ‘니로EV’에 상용화됐다. “평소 학생들에게도 독창성을 강조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틀리면 어쩌나 걱정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 같아요. 틀려도 좋으니 남이 하지 않는 생각을 많이 하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이렇게 독창적인 기술을 잘 지키는 것도 공학자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신기술을 개발하면 논문 발표와 동시에 세계 각국에 특허 등록을 추진하고 있다. 선 교수의 특허 등록 건수는 370여 건에 이른다. “배터리 양극재에 대해선 세계 최고 기술이라 자부합니다. 배터리는 반도체를 잇는 우리나라의 차세대 먹거리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중국이 빠르게 쫓아오고 있습니다. 배터리 시장을 지킬 수 있도록 학교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절실합니다.” 독창성과 끈기로 걸어온 연구자의 길 논문 피인용 수가 말해주듯 많은 연구자들이 선양국 교수의 연구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외 전기차 업계도 마찬가지다. 지금이야 상상이 가지 않지만, 국제 학술지에서 그의 논문을 실어주지 않던 시절도 있었다. 나노 열풍이 거셌던 연구 초창기, 당시 배터리 양극재에 대한 연구는 유행과는 한참 동떨어진 주제였던 것이다. 당연히 연구 지원금을 받기도 쉽지 않았다. “제가 하고 싶은 연구라 묵묵히 했습니다. 한 분야의 연구를 꾸준히 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이 탄탄해야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겁니다. 일본 연구자들만 해도 20~30년씩 한 분야를 연구하거든요. 그렇게 오래 연구하면 전문가가 안 될 수가 없죠.” 현재 선 교수는 배터리 양극재 개발 연구를 지속하는 한편, 리튬이온 전지를 능가할 수 있는 차세대 배터리 소재를 개발하는 데도 높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노벨상보다는 공학자로서 자신이 개발한 기술이 실생활에 유용하게 쓰이기를 바랄 뿐이라는 선양국 교수.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한 우물을 판 뚝심과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독창성이 선 교수를 전 세계 상위 1% 연구자의 반열에 오르게 한 힘이다. 사랑한대 2019년 01-02월호 이북 보기

2018-12 24 중요기사

[교수]“누구나 영어 강의자가 되고, 학습자가 될 수 있도록” (1)

영어 교육의 패러다임은 계속 바뀐다. 특정 시험을 목표로 하는 단기 강좌들은 변화하는 교육 내용과 방식에 맞춰 쉽게 생기고 쉽게 사라진다. 질 좋은 강의들이 끝까지 남지 못한다는 점을 고민하던 이광희 교수(영어영문학과)는 지식을 공유하는 플랫폼 ‘브라운스터디’를 개설했다. 플랫폼을 통해 교육을 전달하고 그 내용을 보존, 확산한다. 도서출판 ‘한국문화사’의 이사이자 지식 플랫폼 ‘브라운스터디’의 대표 이광희 교수를 만나 영어 교육가이자 출판인인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종이 출판을 넘어 ‘브라운스터디’는 도서출판 ‘한국문화사’에서 설립한 지식 플랫폼이다. 책과 더불어 오디오북, 튜터북 등으로 교육 내용을 전달한다. “고급 지식은 대중이 책장으로 보기 힘든 것들이 많아요. 멀게 느껴지던 지식을 바로 옆에서 책을 넘기며 말해준다면 어떨까하는 생각에서 시작했습니다.” 이 교수는 대학 교육의 내용이 후에도 지속적으로 유의미하기를 원했다. 지식의 보고를 디지털화하는 작업만으로도 가시적 성과를 이룰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렇게 출범한 지식 플랫폼 '브라운 스터디'는 일회성 온라인 강의 제공이 아닌 지식 보전과 전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 종이책에서 더 나아가 튜토리얼식 강의 도서를 제공한다. 이 교수는 “개인의 만족, 학문적 발견, 학회의 논제로 끝나던 것들을 다시 모아 소통하는 것이 지식인의 책임”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 이광희 교수(영어영문학과)는 지식의 보전과 전승을 목표로 지식 플랫폼인 ‘브라운 스터디’를 설립했다. 브라운 스터디의 내용은 다양하다.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소재가 된다. 함께 하는 강의자들은 모두 이 교수와 같은 뜻으로 콘텐츠를 만들고 나눈다. 수입은 적을지라도, 콘텐츠는 공익 실현의 의미로 각고의 노력이 깃들어있다. 이 교수는 오프라인에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학술과 실용 부문을 넘나들며 <기초 영문법 절대 매뉴얼>, <수능 영어 기출 변형 모의고사> 등 저서들을 남겼다. 전공강좌, 교양수업, 국내외 학회 및 학술지와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영어’라는 언어가 아닌 ‘언어’로의 영어 한양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후 IMF 외환위기 때 미래가 불안했던 이 교수는 취업의 돌파구 역시 영어에서 찾았다. 학교취업센터에 붙은 학원강사 게시광고에 지원해 학원 강사로서 사회에 첫 걸음을 뗐다. 소위 ‘1타 강사, 국내 최초, 최다’의 타이틀을 얻으면서 강사로 활동하던 중 같은 내용을 반복할 뿐 깊은 학문적 호기심에 대답하지 못하는 강사의 한계에 회의를 느꼈다. 결국 지난 2001년 학문의 길을 다시 걷기 시작했다. 32세의 조금 늦은 나이에 한양대학교 석사과정에 들어온 뒤, 이후 박사과정까지 진학했다. ▲ 이광희 교수는 "모든 사람은 언어라는 안경을 끼고 세상을 보기 때문에 언어를 이해하면 모든 학문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영어의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시스템을 깊이 있게 배우며 언어학에 대한 갈증을 풀었다. 그는 영어의 소리, 단어와 문장의 구조, 의미, 교수학습법과 같은 일반영어학이 아닌 ‘언어학’으로 영어에 접근했다.이것이 그가 영어학에 빠지게 된 계기다. “언어 자체에 대한 호기심을 연구하는데, 그 매개를 영어로 배우는 거죠.” “외국어를 하나 한다는 것은 세계관을 하나 더 파악하는 것”이라고 설명한 이 교수는 언어를 배울 때 접근하는 관점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단순 점수에 국한된 외국어 교육의 위험성을 언급하며 깊이 있는 언어학 공부를 위해선 철학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메커니즘을 학생들에게 잘 전달해 준다면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날 수 있고, 학습의 진전속도와 근본적인 교육이 잘 이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교육가로서, 출판인으로서 이 교수는 교육가이자 출판사로서 제 역할을 다 하고, 교육을 매개로 한 소통의 장을 이루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자신이 가진 지식을 공유하고 싶은 뜻깊은 지식인들이 함께해 준다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이 교수는 “은퇴 교수의 절정에 이른 지식이 존중받고, 시대의 대가라 불리는 학자들의 기록을 문화 유산으로 남기는 일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누구나 강의자가 될 수 있고, 동시에 학습자가 될 수 있는 지식 플랫폼을 키워나가겠습니다.” ▲ 이광희 교수는 출판인으로서 교수들의 지식과 학자들의 기록을 유산으로 남기는 것이 목표다. 글/ 김민지 기자 melon852@hanyang.ac.kr 사진/ 이진명 기자 rha925@hanyang.ac.kr

2018-11 30

[교수][스페셜토크] 에너지 손실, 막지 말고 활용하라

빛을 나노 단위로 집속시켜 전송하고 계산이 가능하게끔 하는 나노광학.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손실을 열린-양자역학 개념을 도입해 해결하고 광다이오드(광 신호를 한쪽 방향으로만 흐르게 하는 소자)의 가능성을 연 송석호 교수.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Nature)>도 인정한 송 교수와 그 연구팀의 한계를 뛰어넘은 반전 아이디어를 들어본다. 글. 우승연 사진. 안홍범 ▲ 송석호 물리학과 교수 물리학도에서 광통신 연구자로 물리(物理)는 모든 사물의 이치이자 사물에 대한 이해와 판단의 힘이다. 학창 시절의 송석호 교수는 세계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 학문의 매력에 사로잡혀 학부 공부에 몰두했다. 한 가지 아쉬움이라면 눈에 보이는 뭔가를 연구하고 싶다는 것. 대학원으로 진학해 광학(光學)을 선택한 건 그 때문이었다. 광컴퓨터가 태동할 즈음이라 새롭게 도전하는 모든 게 짜릿했다. 학위를 끝마쳤으나 광컴퓨터의 미래는 여전히 요원했다. 좀 더 현실적인 기반을 다질 필요가 있었다. 때마침 IT가 각광받기 시작했고, 그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입사했다. 그곳에서 광통신의 용량과 속도를 높이기 위한 연구(신호처리 시 빛의 신호를 전기신호로 바꾼 뒤 CPU에서 처리하는 과정에서 소모되는 속도와 에너지에 관한 연구)에 몰입했다. 둘러보니 어느새 IT 버블의 한가운데였다. IMF 외환 위기로 들썩이던 세상에서 광통신 연구자는 블루칩이었다. 실리콘밸리에서 모셔가거나 벤처에 투자하려는 펀드가 줄을 섰다. 그러나 정작 그는 다른 행보를 택했다. 하고 싶은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1997년 9월, 그는 한양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손실에 접근하는 두 가지 방법 학생을 가르치는 것만큼 중요한 건 연구였다. 그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진행했던 광신호를 어떻게 하면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지에 골몰했다. 이 과정에서 외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가슴 뛰는 새로운 주제와 만났다. “전기신호 처리처럼 광신호를 잘 처리하려면 물리적으로 모든 컴포넌트 디바이스들이 작아야 해요. 그런데 광에서는 ‘회절 한계(Diffraction Limit)’라는 물리적인 한계가 있어서 렌즈로 모은 빛의 초점 크기가 빛의 파장보다 작을 수가 없거든요. 보통 가시광선의 파장이 0.4~0.7마이크로미터인데 이것보다 더 작은 크기로 빛을 모으고 보내는 게 불가능하다는 근본적인 한계를 어떻게 깰 수 있느냐가 물리 분야의 오랜 숙제였습니다.” 고전적 광학의 한계라고 불리던 이 정설은 1마이크론의 1000분의 1의 크기를 다루는 나노기술이 등장하면서 깨졌다. 파장보다 작은 10분의 1, 100분의 1, 1000분의 1 크기로 외부의 빛을 한 곳에 모아 분자(Molecule) 하나에 보낼 수 있는 방법이 제안되고 알려졌다. 나노광학(Nano Photonics)의 등장은 말 그대로 획기적이었다. 다만 문제가 있었다. 초점에 모인 빛 에너지의 대부분이 열로 빠져나간다는 것. 한 개를 사용하기 위해 99개를 버려야 하고, 100개를 모으려면 1만 개 이상의 에너지가 들어가야 한다. 유효한 가치마저 희석시키는 이러한 손실은 효율성을 제로로 수렴시켰다. 파장보다 작은 규모로 빛을 모으려면 열 손실을 없애든지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찾아야 했다. 세기의 숙제를 풀고 나니 더 어려운 과제가 떡 하니 버티고 있었던 셈이다. 기업들의 관심도 서서히 줄어들었다. 돌파구를 찾지 못한 나노광학은 그렇게 사양길로 들어선 듯했다. 송석호 교수 역시 희박한 가능성에 휘둘리는 게 아닐까 한때 주춤거렸다. 하지만 멈추고 싶지 않았다. 그에게는 십수 년 동안 이끈 연구실과 든든한 제자들이 있었다. “손실을 최소화할 방법만 고민하느라 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 한계를 돌파하려면 어떤 전환이 필요한지 매순간 생각했어요. 그러다가 키(Key) 아이디어를 잡은 겁니다. 손실을 없애려고만 하지 말고 하나의 유용한 정보로 활용하자는 거죠. 일부러 손실 양을 조절해서 새로운 정보신호로 역이용하는 겁니다.” 열린-양자역학(Open Quantum Systems)에 기반한 이 발상의 전환에 대한 논문 ‘전체 광통신 대역에서 일어나는 득이점 주변 시간-비대칭성’은 <네이처> 9월호에 실려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새로운 문을 연 열쇠, 열린-양자역학 열린-양자역학은 닫힌-양자역학을 비튼 아이디어였다. 물리적으로 에너지가 보존되는 닫힌-양자역학은 빛에너지든 전기에너지든 열에너지든 간에 그 총량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닫힌 역학계의 한계를 벗어나 에너지가 보존되지 않는 열린 시스템으로 확장해 새로이 제안한 것이 열린-양자역학이다. “연구원들과 함께 빛을 놓고 보내고 빼내는 실험 장치를 간단하게 만들었어요. 이를 활용해서 실제 빛이 돌아다니는 걸 검증한 내용이 <네이처>에 실린 논문이에요. 기존의 빛 에너지가 이동하는 경로인 광도파로에 빛을 전송할 경우 양방향으로 빛에너지가 같이 전달되는 공간적, 시간적 대칭성을 갖습니다. 이를 가역적 대칭성(Reciprocal Symmetry)이라고 합니다. 한데 열린-양자역학 이론을 적용시키면 광도파로에 에너지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 대칭성이 붕괴되고 비가역적인 단방향 변환(Unidirectional Converter) 에너지 전달이 가능해져요.” 이러한 비-대칭성 원리, 단방향 변환 에너지 전달은 광파 영역에서도 가능했다. 순방향으로 빛 전파(Forward Propagation)가 일어나면서 역방향 빛 전파(Backward Propagation)는 투과되지 않고 분산됐다. 이것은 새로운 개념의 광통신 집적회로용 광다이오드 소자의 출현을 의미했다. ‘손실’이란 한계를 뒤집고 네거티브 접근이 아닌 손실량을 조절하는 포지티브 방식으로 정보의 흐름 대칭성을 깰 수 있다는 역발상. 그것은 지난 20여 년 동안 나노기술과 광과학 간의 융합 연구가 실용화로 가지 못한 원인을 풀어낸 쾌거였다. 송석호 교수 연구팀의 부단한 연구 과정이 만든 달콤한 결실이었다. ▲ 송 교수는 "손실을 최소화할 방법만 고민하느라 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 한계를 돌파하려면 어떤 전환이 필요한지 매순간 생각했어요. 그러다가 키(Key) 아이디어를 잡은 겁니다." 라고 말했다. 과정을 꿰뚫어 핵심에 닿는 물리의 힘 5년여간 송석호 교수와 함께하며 ‘전체 광통신 대역에서 일어나는 득이점 주변 시간-비대칭성’ 연구에 참여한 공동 제1저자이자 박사 후 연구원으로 있는 최영선 박사는 송 교수의 안목과 추진력에 매번 감탄한다. “연구 주제에 대해 교수님께서 먼저 제안하셨어요. 연구 초창기엔 열린-양자역학 개념의 나노광학이 이렇게 관심 분야로 떠오를 줄 몰랐어요. 성취 없는 연구는 쉽게 지치게 마련인데 교수님과 함께하는 과정은 성과와 함께 도전을 경험하게 돼 남다릅니다.” 자유롭고 자율적이지만 나태하거나 안주하지 않는 송 교수 연구팀의 분위기는 열린-양자역학의 본질과 비슷해 보인다. 닫힌 시스템을 벗어나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 그것이 송 교수의 연구실을 다양하고 편안하게 만들며 다른 접근을 가능하게 이끈다. 연구원으로 있는 박종혁 학생(물리학과 석박사통합과정 17)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딱딱하고 수직적인 관계가 아닌 자율적인 선택이 미덕으로 여겨지는 연구실에서 뜻깊은 성과를 이뤄내 자부심이 크다고 말한다. 누구와 어떤 이야기를 나누더라도 경청하는 송 교수의 대화법에 간혹 치유의 느낌을 받는다는 연구실 사람들. 그들은 상대를 압박하지 않으면서 추진력을 잃지 않는 송 교수의 리더십에 놀란다. 그 기저엔 물리학, 그중에서도 광학을 마주하는 송 교수의 자세가 녹아 있다. “어딘가에서 막히면 그것에 대응하는 방법을 찾는 게 물리를 공부하는 사람들의 임무입니다. 저희가 하는 일은 어떤 가능성을 열어 놓는 거예요. 안 되면 다른 곳에서 또 새로운 방향을 찾고요. 그렇게 한계 자체에 의문을 던지고 시도해보는 것이죠. 안 될 것 같다고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 확인할 수 없으니까요. 생각하고 또 생각한 뒤 시도해 보고, 안 되면 업데이트된 논문을 읽고 다시 또 생각하는 거죠.” 송 교수는 사사로운 과정을 꿰뚫어 핵심에 닿는 물리와 처음 마주했을 때를 기억한다. 모든 사물의 이치, 사물에 대한 이해와 판단의 힘이 물리였던 까닭에 그는 세계를 보다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광학을 선택한 후에는 분야가 던지는 질문에 의심과 회의를 가졌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한 번도 포기하지 않았다. 다만 우회했고 느리게 걸었을 뿐이다. 물리를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수십 년간 도전한 그의 과제는 어쩌면 이제부터 시작인지 모른다. 사랑한대 2018년 11-12월호 이북 보기

2018-10 23

[교수][스페셜 토크] 실험실창업의 신화 창조로 창업 DNA 전파

지난해 10월 박재구 교수 연구실에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희소식이 전해졌다. 바로 박 교수가 운영하는 실험실창업기업 ‘(주)마이크로포어’가 벤처캐피털로부터 30억 원의 투자를 받게 된 것. 대학원생 이원재·양지원(자원환경공학과 석사 3기) 학생이 함께 기쁨을 나누며, 실험실창업에 대한 궁금증도 풀었다. 글. 박영임 사진. 안홍범 ▲ 박재구 자원환경공학과 교수 18년 뚝심이 이룬 쾌거 “공장에 생산라인 및 연속 공정을 설치하는 중이라 몸은 고되지만 요즘 너무 재미있습니다. 조만간 본격적으로 생산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실험실창업기업’(교수나 연구원이 실험실 내 시설을 활용해 연구성과를 사업화한 기업)인 ‘(주)마이크로포어’를 운영하는 박재구 교수는 이제야 제대로 해보는 기분이라며 사업 박차에 대한 의지를 비쳤다. 지난해 10월 벤처캐피털 KTB네트워크로부터 30억 원을 투자받아 충남 아산에 2,900㎡ 규모의 공장을 설립, 드디어 제품 생산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1997년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에 따라 벤처 창업과 교수 겸직이 허용되면서 2000년대 초반까지 교수 창업이 붐을 이뤘다. 하지만 야심차게 창업을 선포했던 ‘실험실창업기업’들은 자금 및 영업력의 한계에 부딪혀 대부분 문을 닫고 말았다. 2000년에 설립된 (주)마이크로포어도 지난 18년의 세월을 기적적으로 버텨왔다. 쓰러지지 않기 위해 죽기 살기로 자전거 페달을 구르는 기분이었다며 소회를 털어놓는 박 교수. 사실 직원들 월급 주기에도 빠듯했기에 통장에 거액의 투자금이 들어오자 가슴이 뭉클해지기까지 했다고.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를 받기까지 심사만 6개월, 기업 평가 등의 전 과정을 합하면 총 1년여의 시간을 가슴 졸이며 최종 결정을 기다려 왔으니 더욱더 그러했을 것이다. 사회 일각에서는 교수 벤처에 대해 ‘이론에만 밝아 사업성이 떨어질 것이다’, ‘사업에 대한 의지나 절박함이 부족할 것이다’라는 편견을 갖고 있다. 그러나 25년의 연구 끝에 탄생한 국내 유일의 무기질 다기공 소재 제조에 대한 원천기술, 그리고 18년이라는 세월이 증명하는 박 교수의 끈기와 열정은 그러한 사회적 편견을 이겨냈다. “그동안 힘든 고비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언젠가는 될 것이라고 믿었죠. 아마 그러한 저의 의지가 좋은 점수를 받은 것 같습니다. 투자받아 기쁘지만 한편으론 어깨가 무겁기도 합니다.” ▲ 충남 아산에 있는 (주)마이크로포어 공장 전경 ▲ 왼쪽부터 박재구 교수, 양지원 학생, 이원재 학생 창업을 통한 실용학풍의 구현 연구와 강의에만 전념해도 많은 에너지가 소요된다. 그렇기에 박 교수의 지치지 않는 열정을 본받고 싶다는 이원재 학생. 그가 평소 박 교수에게 궁금하게 여겼던 점을 질문했다. 원재 : 교수님께 여쭙고 싶은 것이 있는데요. 힘들 텐데 창업은 어떤 계기로 결심하셨나요? 박 교수 : 그동안 진행해온 연구를 연구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상용화해서 실용학풍을 실천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일본 도시바세라믹스 중앙연구소에서 근무할 당시 제품을 개발해봤는데 참 재미있었거든요. 당시의 경험이 밑거름이 돼 용기를 낼 수 있었죠. 2000년 창업 당시 정부에서는 대학 교수들에게 특허 및 창업 등 연구의 상용화를 적극 권장했다. 당시만 해도 창업에 특별한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못할 것도 없다고 생각한 박 교수. 교수들은 이론에만 치중한다는 사회적 편견에도 도전해보고 싶었다. 사실 박 교수의 원천기술인 ‘무기질 다기공 내열소재’ 제조 기술은 일본 기업 근무 시절의 연구주제에서 발전한 것이다. 이 기술로 높은 기공률과 투과율을 자랑하는 (주)마이크로포어의 주력 제품인 ‘다공성 세라믹폼(Porous Ceramic Foam)’을 개발했다. 이는 이물질을 차단하거나 걸러주는 데 탁월하다. 그래서 디스플레이 열처리장비 단열재, 반도체 산업용 진공척(진공을 이용해 어떤 물건을 잡는 장치), 에어플로팅 유닛, 환경정화용 세라믹 필터 및 촉매담체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일 수 있다. 한편 국내 디스플레이 관련 기업들은 열처리장비를 제작하기 위해 일본과 독일에서 단열재 소재를 전량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주)마이크로포어의 다공성 세라믹폼이 양산화되면 가열로 단열재의 국산화를 이룰 수 있다. 게다가 기존 제품보다 파티클 발생을 억제해 표면에 분진이 생기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단열 성능 또한 뛰어난 이점이 있다. 소재 연구에서 ‘순환자원’ 개발로 확대 정보통신(IT)과 환경기술(ET) 분야의 광물소재 연구에 주력해온 박 교수는 2000년대 후반부터 도시광산(Urban Mining) 개발에 대한 연구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도시광산 개발은 폐휴대폰, 폐노트북 등과 같은 폐전자기기로부터 Au(금), Ag(은), Pt(백금) 등의 희유금속들을 회수하는 기술을 말한다. “이제 자원을 재활용하는 순환자원의 시대입니다. 올해부터 자원순환기본법이 시행돼 폐기물도 자원이라는 인식이 높아졌죠. 특히 우리나라는 천연 광물자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박 교수는 해당 분야에 대해 인쇄회로기판의 부품분리장치, 인쇄회로기판의 금속 단체분리장치, 전자부품의 유가금속 회수방법, IC칩 해체 장치, 탄탈럼 선별 기술 등 여러 건의 국내외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의 스티브 잡스를 양성할 때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공대 교육은 실용학문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청년창업이 보다 활성화되기를 바랍니다. 미국이나 중국의 우수한 학생들은 취업보다 창업에 관심이 많죠. 하지만 우리나라 학생들은 대기업 취업만 바라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양지원 학생이 창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대표해 조언을 구했다. 지원 : 스타트업 창업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을 위해 조언 한 말씀 부탁합니다. 박 교수 : 기술만 있다고 사업이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기술과 자본, 영업을 사업의 3요소라고 하는데 특히 스케일업(scale up; 대량생산을 위한 공정기술 등 제반사항)이 사업 성공에 절대적 영향을 미칩니다. 제품으로 양산되려면 생산기술로 발전해야 하고, 이를 위해 자본을 확보해야 하죠. 그래서 학생을 비롯해 창업에 관심을 갖는 동료 교수들에게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 (주)마이크로포어의 주력 제품 ‘다공성 세라믹폼’으로 만든 디스플레이 가열로 단열재 박 교수는 학생들에게 창업을 권장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말리고 싶은 마음도 크다. 아이디어만으로 섣불리 뛰어들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창업환경 인프라 구축이나 제도 개선에 대해서도 제언하고 싶은 점이 많다. 벤처 창업은 실패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러한 위험 부담을 고스란히 짊어지고 창업에 뛰어들 사람은 많지 않다. 그렇기에 학생들에게 도전 정신이 부족하다고 탓하기 전에 제도적 뒷받침을 탄탄히 마련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한양 공대의 장점을 살려 창업교육을 강화하고, 학생들과 교수들을 대상으로 좋은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는 콘테스트 개최를 제안합니다. 우리도 분발해서 스티브 잡스 같은 학생을 발굴해야죠.” 생산라인 가동으로 본격적인 제품 생산을 앞두고 있는 박 교수의 다음 과제는 우수한 제품을 널리 알려 시장을 확대하는 것. 시장 안착을 위해 사활을 걸어야 할 시점이다. 게다가 그가 걷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창업을 꿈꾸는 학생들에게는 이정표가 될 터이기에 사명감도 막중하다. “저희 본사는 여전히 과학기술관 내 실험실입니다. 일본에는 ‘교세라’라는 세계적인 세라믹 기업이 있습니다. 창업주 이나모리 가즈오는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3대 기업가 중 한 명이죠. 향후 10년 이내 (주)마이크로포어를 한국의 교세라로 만드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도 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연구를 통해서 진정한 공학자의 롤모델이 되고자 합니다.” 사랑한대 2018년 03-04월호 이북 보기

2018-09 29

[교수][스페셜 토크] “먼지청정기가 아닌 진짜 공기청정기를 만들어야죠”

올해 한양대 백남석학상은 김기현 교수에게 돌아갔다. 발암물질인 VOC를 보다 쉽고 정확하게 감지 및 제거할 수 있는 환경분석 방법을 연구하고 있는 김기현 교수는 공기청정기의 VOC 제거율을 99%로 높여 진정한 공기청정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자리에 유미지·한솔(건설환경공학 석사과정 18) 학생이 함께했다. 글. 박영임 사진. 안홍범 ▲ 김기현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올해의 한양대 백남석학상 수상 어쩌다 보니 마음껏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는 일도 호사스러운 바람이 됐다. 대통령 공약으로까지 대두된 미세먼지 문제와 1급 발암물질로 알려진 라돈 매트리스 사태 그리고 이제는 더 이상 낯선 신조어가 아닌 새집증후군 등 연일 언론을 장식하는 대기 문제가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기가 안 되는 지하상가를 걷다 보면 눈이 따가울 때가 있죠? 포름알데히드 같이 휘발성이 강한 대기 오염 물질 때문인데, 이를 VOC(Volatile Organic Compounds)라고 합니다. 이들은 산업 현장뿐 아니라 운전, 흡연, 음식 조리 같은 일상생활 속에서도 쉽게 발생합니다. 알레르기 및 암을 유발하기 때문에 VOC를 보다 쉽고 정확하게 감지할 수 있는 환경분석 시스템 그리고 이들을 쉽게 제거할 수 있는 청정기술이 필요합니다.” VOC와 악취 성분을 효과적으로 관리·제어하기 위해 기존의 환경분석 시스템을 개선하고, 신소재 기반의 응용기술을 개발해 대기질 개선의 과학적 토대를 제시한 김기현 교수. 그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5월 15일 교육 및 연구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둔 학자를 시상하는 ‘백남석학상’을 수상한 데 이어, 과학기술 발전에 공헌한 연구개발자를 기리는 한국연구재단의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6월 수상자로 뽑히는 등 연이어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휘발성 강한 VOC도 효과적으로 제거 어느새 우리 일상에서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공기청정기. 이러한 제품으로는 VOC를 제거할 수 없는 것일까. “시중의 공기청정기로도 VOC를 제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체 형태의 미세먼지는 99.9% 제거할 수 있는 데 반해, 가스 형태인 VOC는 45~50% 정도만 제거하는 실정입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먼지청정기인 셈이죠. 저희는 현재 VOC 제거율을 더 확장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 기능을 더욱 향상시켜 진정한 공기청정기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분진 제거에 특화된 현재의 공기청정 기술은 VOC 물질을 감지하고 제어하는 데 한계가 있다. VOC는 휘발성이 강하고 반응성이 낮기 때문에 일반적인 흡착, 촉매 처리기술로는 효과적으로 제어하기 어렵다. 또한 VOC는 ppm의 1000분의 1에 불과한 ppb 수준의 낮은 농도로 존재해 초고감도, 초고선택도, 재현성 등을 갖춘 정밀한 감지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에 김 교수는 다양한 신소재를 합성하고 그와 관련한 여러 가지 복합물질을 개선해 기존 소재들의 한계를 뛰어넘는 대안 소재들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 특히 MOF(Metal Organic Framework)와 같은 다공성 신소재 개발에 주목하고 있는데, MOF는 여러 가지 변형을 통해 대기질 정화에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가스 형태의 VOC를 제거하려면 충분한 흡착 및 촉매 반응 시간이 요구됩니다. 하지만 공기청정기는 매우 빠른 속도로 공기를 순환시키기 때문에 충분한 반응 시간 대신 반응 능력을 높여야 합니다. 오염 물질을 담을 수 있는 구멍, 즉 공극률을 무한정 확대할 수 있는 첨단 소재를 개발하면 VOC 흡착 및 촉매 반응을 높여 제거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김 교수는 신소재 개발을 통해 전통적 분석기술을 보다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응용기술들에 대한 연구도 동시에 수행했다. 효과적으로 시료를 농축하는 열탈착 기반의 전처리 기술과 환경분석 시스템을 결합해 환경부가 지정한 22종의 악취 물질에 대해 일반적으로 권장하는 5개의 시스템을 활용하는 방법을 대체하는 단일분석 프로토콜을 새롭게 구축했다. 평생 환경밖에 모르던 연구자, 소재에 눈뜨다 김기현 교수가 모교인 한양대에 부임한 것은 지난 2014년. 그 전에 있던 세종대에서는 자연과학대학 소속이었기에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 대기 오염 물질의 해로움을 밝히고 어떻게 감지할 것인가 등 순수한 환경분석 연구에 몰두했다. 김 교수의 연구가 달라진 것은 한양대로 자리를 옮기면서부터다. VOC 감지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제거라는 실용성에 초점을 맞추게 된 것이다. “수십 년간 분석 연구만 하던 사람이 실생활에 보다 유용한 실용적인 연구로 관심을 돌리게 된 거죠. 늦은 나이에 갑자기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쉽진 않았지만, 동료 교수들에게 자극을 받아 도전하게 됐습니다.” 특히 신소재 분야를 환경에 접목시킨 점이 인상적이다. 기존 공기청정기의 기능적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신소재의 효과적인 활용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던 것. 김 교수의 연구는 신소재 기술을 환경공학에 응용할 수 있는 기반을 제시, 환경 연구의 가능성을 보다 넓혔다. “신소재를 이용한 환경 분야 연구는 다양한 시도가 가능한 블루오션입니다. 신소재 연구는 영향력 지수(IF, Impact Factor)가 높은 분야이므로 환경과 신소재를 결합하면 질 좋은 논문을 쓸 수 있습니다.” 김 교수가 영향력 지수가 높은 저널에 다수의 논문을 게재하게 된 것도 신소재 연구를 접목하면서부터다. 현재 인도와 중국 등 각국 학생들의 배움을 청하는 메일이 쇄도하고 있다. 김 교수가 매년 저널에 게재하는 논문 수는 무려 70~80편. 이 중 40편 정도는 상위 5% 이상의 저널에 실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1년에 70~80편에 이르는 방대한 양의 논문을 게재하려면 실제는 100편 정도의 논문을 투고해야 한다. 그가 1년에 투고하는 논문만 100편에 이른다니,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일까. “양과 질을 동시에 추구해야 연구 경쟁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물론 오랜 수련을 거쳐야 가능한 일이죠. 지하철 안에서든 여행 중이든 언제 어디서나 논문 생각에 빠져 지내는 편입니다.” ▲ 김기현 교수가 한솔(가운데), 유미지(오른쪽) 학생과 이야기하고 있다 논문 생각으로 밤낮 없이 연구 중 한 번에 다수의 연구를 진행하는 김기현 교수는 바쁜 와중에도 연구 진행 과정을 모든 지도학생들에게 일일이 메일로 공유해주고 있다. 그가 이런 수고를 감수하는 것은 같은 연구실에 있는 학생이어도 자신이 참여하는 것 외에 다른 동료들이 어떤 연구를 어떻게 진행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왕성한 연구 열정 덕분에 그가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메일은 하루에 열 통이 넘는다. 이는 학생들에게 좋은 동기부여가 되지만 그만큼 압박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김 교수의 이러한 열의에는 자신을 뛰어넘는 학생들이 많이 배출되기를 바라는 스승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취업에만 매달리는 요즘 학생들 사이에서는 연구자의 길을 가겠다는 꿈이 다소 허황돼 보이기까지 합니다.” 이러한 현실에 안타까움을 토로하는 김기현 교수. 옆에서 조용히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던 유미지 학생이 입을 열었다. “교수님은 언제부터 교수의 꿈을 키우게 되셨나요?” 김 교수는 재미있는 질문이라며 웃음을 띤 채 답했다. “대학 졸업 후 교비 유학생으로 유학을 떠났지만 사실 특별한 꿈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박사 학위를 받을 무렵 한 교수님이 이제 사회에 어떻게 기여하겠냐는 질문을 던지셨죠. 그 질문을 받고 비로소 연구를 통해 사회에 이바지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김 교수의 대답은 후배 연구자들에게 어떤 울림을 주었을까. 연구자의 길을 걸으려는 후배 환경공학자를 대표해 한솔 학생이 대선배인 환경공학자에게 조언을 구했다. “보통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기는 어렵다고 하는데 과학은 얼마든지 두 마리,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환경과 타 분야를 융합하면 여러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새롭게 변신할 수 있습니다.” 언제나 연구에 여념이 없는 김기현 교수에게서 공기청정기의 VOC 제거율을 99%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새로운 소재, 값싸면서도 기존 소재의 성능을 뛰어넘은 신소재를 개발했다는 소식이 하루빨리 전해지기를 고대한다. 사랑한대 2018년 09-10월호 이북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