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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 08

[교수]"공대교육의 미래를 밝게 이끌기 위해 노력할 것" (1)

한양대는 올해도 어김없이 국내외 대학평가에서 상승세를 기록했다. 공과대학은 각종 지표에서 좋은 평가를 기록하고 국제대회에서 성과를 올리며 세계적으로 위상을 높였다. 최근 또 좋은 소식이 있다. 한국공과대학장협의회(이하 한공협) 회장으로 한양대 공과대학장 정성훈 교수(유기나노공학)가 선출됐다. 한공협을 1년간 이끌어 갈 정 교수에게 공과대학에 대한 미래를 물었다. 대한민국 공과대학을 대표하는 길 정 교수는 한양대 섬유공학과(현 유기나노공학과) 졸업 후 한국바이린부직포에서 경험을 쌓았다. 이후 유학길을 떠나 노스캐롤라이나(North Carolina) 주립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지난 1995년 본교 유기나노공학과 교수로 부임했고 지난해부터 공과대학 학장을 맡고 있다. 공학에 대한 열정은 지금의 그를 만든 원동력이다. “교과서 같은 대답이지만, 항상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했어요.” 정 교수는 학생에서 교수로 한양대를 다시 찾았을 때도 남다른 열정을 가지고 있었다. “어떻게 해서든 우리 공대 학생들을 잘 가르쳐 사회에 꼭 필요한 인재로 만들겠다는 열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한공협은 한국 공학교육에 대한 경쟁력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구성된 공과대학 협의체다. 160여 개 공과대학이 참여해 정책제안 외에도 공학교육 관련 각종 활동을 진행한다. 정 교수는 지난 1일부터 회장 임기를 시작했다. “이런 큰 자리를 맡게 됐네요. 무엇보다 한양대를 빛낼 수 있어 큰 영광입니다.” 한공협 회장은 매년 수도권과 지방에서 교대로 선발된다. 이사회가 추천 후보를 받은 후 총회에서 투표를 진행하는데 정 교수는 만장일치로 회장으로 선출됐다. “협회 내 많은 사람이 한양대가 우리나라 공과대학을 대표한다고 하죠. 한양의 힘으로 제가 선출된 것 같네요.” ▲한국공과대학장협의회 회장으로 선출된 정성훈 교수(유기나노공학과)를 지난 7일 한양대 공업센터에 위치한 공과대학 학장실에서 만났다. “국민들에게 공학교육의 중요성을 알리고 우수한 인재들을 공과대학에 유치시키기 위해 힘쓰겠습니다.” 정 교수가 내비친 1년간의 포부다. “4차산업혁명에 맞춰 기업체에서는 이미 큰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요. 공과대학에서는 그런 교육을 아직 따라가지 못 하고 있죠.”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교육 전략을 세우고, 제대로 된 정부의 지원을 받는 공과대학을 만드는 일. 정 교수 스스로 앞장서고자 하는 길이다. “공학에 대한 사랑과 열정? 그건 기본이죠” 정 교수의 공학에 대한 열정과 사랑은 학부 시절부터 유명했다. 학부 시절 정 교수의 별명은 ‘정제포’였다. “섬유공학에서 배우는 여러 과목 중에 제포(직물을 만드는 수업; textile)는 동기들이 유독 어려워하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장난 반 진담 반으로 날 ‘정제포’로 불러달라 먼저 말할 정도였으니까요.” 섬유공학에 대한 유별난 사랑을 가진 정 교수는 졸업 후 공장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당시 공장은 열악한 환경과 업무 조건 탓에 공대생들이 꺼리던 길이었다. 그렇지만 정 교수에게는 해가 지는 게 원망스러웠을 정도로 행복한 시간이었다. 3년간 공장에서 쌓은 실무경험은 유학 생활에도 큰 도움이 됐다. “아무리 책으로 배우고 상상해도 실무를 보지 않으면 이해가 안 되는데, 제 머릿속에선 이미 공장이 돌아가고 있었죠.” 정 교수는 현장에서 배우고 익힌 것을 밑거름으로 석사, 박사과정을 밟는 동안 실무를 완벽히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경험 덕에 평소에도 학생들에게 실무경험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다. 전공을 즐겁게 공부하고, 현장에서 활용하며 익힌 것이 정 교수를 지금의 자리로 이끈 진정한 원동력이다. ▲정성훈 교수는 지난 날에 대한 얘기를 꺼내며 섬유공학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앞으로 밝힐 공학의 길 “학생들이 전공에 대해서 더 폭넓은 시야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정 교수는 공학도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넸다. “전공 공부와 관련해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관련 산업을 자세히 파악하고, 나아가 창업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네요. 먼저 학교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기회를 놓치지 말고 맘껏 이용해보길 바라요.” 공학교육의 문제점을 찾고, 새로운 공학교육을 위한 콘텐츠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정 교수의 향후 일정은 공학교육을 위한 일로 가득 차 있었다. 정 교수는 “공대교육의 발전은 결국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잠깐의 인터뷰에서도 느낄 수 있었던 정 교수의 열정은 앞으로 한공협 회장으로서의 행보를 기대하게 한다. ▲정성훈 교수는 "한국의 공학도들을 위해 더 많은 기회와 지원을 제공하고자 힘쓰겠다"고 말했다. 글/ 황유진 기자 lizbeth123@hanyang.ac.kr 사진/ 최민주 기자 lovelymin12@hanyang.ac.kr

2018-02 13 중요기사

[교수]“지금도 건축하는 게 정말 기쁘고 보람차다”

청와대 영빈관. 귀한 손님을 맞는 곳이란 뜻처럼 외국의 대통령이나 총리가 방문했을 때 맞이하는 장소다. 우리나라를 알리는 민속공연과 만찬을 베푸는 공식행사장인 영빈관은 그 화려한 내부로도 유명하다. 이 내부 공간은 한양대 건축과를 졸업한 유희준 명예교수(건축공학과)의 손을 거쳤다. 최근까지도 활발히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유 교수는 최근 제21회 가톨릭 미술상에서 특별상을 수상했다. ▲지난 7일 한강이 보이는 유희준 명예교수(건축공학과)의 개인사무실에서 유 교수를 만났다. 정년퇴임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유 교수는 여전히 건축가로 작업을 이어오고 있었다. 건축계에선 세번째 ‘가톨릭 미술상’ 특별상 지난 1954년 한양대 건축과에 입학한 유희준 교수는 지난 1958년 졸업 이후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학에서 건축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그 후 미국 LA의 설계회사 럭맨그룹(Luckman Group)에서 근무하던 중 고(故) 이해성 교수(건축과)의 권유로 지난 1965년 우리대학 건축공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34년간 교수로 지내며 유 교수는 다수의 성당을 포함해 여러 건축물을 설계했다. 그중 상징적인 일이라면 청와대 영빈관 내부를 설계한 바 있고, 한국건축가협회 회장 또한 역임했다. 그 외에도 <건축기능+지각심리→형태미>라는 이름의 작품으로 지난 1978년에는 건축부문에서는 최초로 국전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1995년에는 대한민국 옥관 문화훈장을 받았다. 정년퇴임 한 1999년부터 지금까지도 건축가로서 활동하고 있다. 이번에 유 교수가 받은 가톨릭 미술상은 한국천주교주교회 문화예술위원회에서 주는 상이다. 교회 미술 발전과 토착화를 위해 제정한 이 상은 ‘한국 교회의 성미술 발전에 공헌도가 높은 작가’를 선정해 수여한다. 특별상은 여러 부문에 관계없이 가장 의미가 있는 이에게 시상한다. 유 교수 또한 일찍이 심사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었다. 이번 수상은 가톨릭계에 대한 평생의 공헌에 가톨릭계가 답하는 감사이기도 하다. 심사를 맡은 건축가 김창수 씨는 “1970, 80년대 척박한 환경에서도 서구의 교회건축을 답습하는 것이 아닌 독자적 창작을 추구해 한국 교회 현대적 종교건축의 방향 제시해 주셨다”며 “비록 많이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특별상을 모실 수 있게 돼 큰 기쁨”이라고 말했다. 막간 Q&A Q. 제21회 가톨릭 미술상 특별상을 수상하신 소감은 어떠신가요. 여태 건축부문에서 특별상을 받은 분이 두 분이에요. 제17회 때 제가 너무 존경하고 사랑하는 故 김수근 선생님께서 특별상을 받으셨는데 그때부터 ‘받으면 무척 영광이다’라는 생각을 했죠. 그 이전엔 고(故) 이희태 선생께서 최초로 특별상을 받으셨고. 그분들과 같은 상을 받게 돼서 많이 기쁘네요. Q. 건축가 고(故) 김수근 선생님과 교동초등학교 3년지기 선후배이시고, 생전 김 선생님과 자주 교류했다고 하신 바 있는데 기억나는 일화가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한 번은 저를 불러놓고 도면을 펼쳐 놓으신 적이 있어요. 아마 선생님께서 40대 전후였을 때인데 펼친 도면을 보며 물으셨죠. ‘내 여태 설계한 건 다 헛거고 이 작품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데 유 교수가 한 번 봐줘.’ 감히 선생님 작품에 손을 댈 상상을 못해서 극구 사양했지만 결국 두서너 군데를 ‘저 같으면 여긴 이렇게 했을 거 같아요’하고 정중히 말씀드렸죠. 그랬더니 ‘응 그렇지?’하면서 흡족해 하셨는데, 그러고선 故 장세양 소장님을 불러 저를 옆에 두고 아까 말씀드린 부분들을 수정하라 하셨죠. 그때 너무 감사하고 지금도 존경하는 이유 중 하나죠. '지금까지 살아계셨더라면 어떤 활약을 보여주셨을지'라는 생각이 가끔 들기도 합니다. 건축, 그리고 미술 유희준 교수의 사무실은 온갖 액자로 가득하다. 가족 사진 몇몇을 빼면 대부분 그의 작업물이 담긴 액자다. 특이한 점이라면 그중 일부는 회화미술 작품이다. 건축가로서는 독특하게 유 교수는 미술에도 조예가 깊다. 지난 2015년 말에는 <열정>이란 이름으로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그때 전시된 작품 중 몇 점은 이전에 국제미술현상에서 결승출전자(Finalist winner) 상을 받았다. ▲지난 2015년 열린 유희준 교수의 개인전 <열정>에 실린 작품 <혼돈의 측량>. (출처: 유희준 교수) 유 교수의 회화작품은 구성이 치밀하다. 오히려 흐트러지게 그리는 게 잘 안된다. “중학교 때도 사생화를 그리고 미술선생님께 혼났죠. ‘이건 그림이 아니고 제도야!’ 빨간 벽돌과 흰색 돌 장식들을 꼼꼼히 그렸더니 그런 꾸지람을 들을 만도 했죠. 당시엔 무척 창피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부터 건축가 기질이 있던 거 같네요.” 정교수로 재직하던 시절에도 유 교수 곁에는 미술도 함께했다. 12년 동안 서울미대로 실내인테리어 디자인 관련 출강을 나간 바도 있고, 도서관에서는 언제나 건축책과 함께 미술책을 봤다. “당시 일 년에 한두 건씩 큼직한 설계 의뢰가 들어왔죠. 그 돈으로 미국에 가면 꼭 예일대에 있는 서점을 들렀는데, 거기서 앉아 책을 읽고 있노라면 정말 행복했죠. 건축책을 산 만큼 미술책을 샀던 거 같아요. 그만큼 건축이 좋았고, 미술도 좋았죠.” 유 교수는 “내 평생 건축하는게 정말 기쁘고, 지금 85살이지만 건축을 하면 마음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유 교수가 3년전 열었던 개인전 ‘열정’ 당시 밝혔듯, 건축은 그에게 있어 ‘인생이자 평생의 열정 그 자체’다. 그리고 함께해온 회화는, 유 교수 스스로를 건축과 함께 이끌어온 또 다른 열정의 징표다. ▲유희준 교수에게 건축은 곧 열정이다. 글/ 이상호 기자 ta4tsg@hanyang.ac.kr 사진/ 강초현 기자 guschrkd@hanyang.ac.kr

2018-01 31

[교수]환자 중심의 의료보험 시스템을 구축하다

“나의 위업의 고귀한 전통과 명예를 유지하겠노라.” 의료 윤리 지침서인 ‘히포크라테스 선서’ 내용 중 일부다. 건강보험 제도 개선에 이바지해 지난해 12월 29일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은 고용 교수(의학과) 는 이러한 ‘명예’를 연신 강조했다. 교수로서, 한양대병원 신경외과 의사로서, 그리고 다양한 학회에 몸담고 있는 학자로서의 삶을 사는 고 교수. 그의 신경은 오로지 환자를 향한다. 국민과 병원 모두를 위한 보험 개선 보건복지부 산하 준정부기관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은 요양급여 심사와 적정성 평가를 하는 곳이다. 평가 항목에는 병원도 포함돼 있는데, 이때 심평원에서는 해당 병원이 보험 기준을 따르면서 진료를 보고, 투약을 했는지 확인한다. 만약 환자를 살리기 위해 정해진 급여 기준을 준수하지 않고 무작정 항생제 양을 늘리면, 의료비는 삭감된다. 병원은 의료비를 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하는데, 심평원의 평가에 따라 의료비가 삭감되면 그 차액은 병원의 몫이 되는 것이다. 지난 11월 귀순한 북한군의 외상치료를 맡은 이국종 교수도 이런 이유로 병원의 적자가 늘 수밖에 없는 상황을 토로했다. 고 교수는 병원이 환자 치료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변화를 모색했다. “의학은 원래 사례와 학문을 결합한 근거중심의학(evidence based medicine)이에요. 써야 하는 항생제의 양도 법칙처럼 정해져 있죠. 하지만 환자마다 사용되는 양이 다를 때가 많아요. 똑같이 찢어진 부위더라도 누구는 많이 써야 살아나고, 누구는 아니니까요. 이런 차이 때문에 병원과 심평원 사이 분쟁이 빈번한 겁니다.” 이 상황에서 고 교수는 4년 동안 모은 진료 및 수술 사례를 바탕으로 ‘신경외과 보험진료 지참서(급여기준 해석 및 청구 요령)’와 개정판 등 두 권의 책을 냈다. “일종의 법전이에요. 이걸 참고해서 심평원이 병원을 제대로 평가를 했는지, 안 했는지 비교해보면 알 수 있으니까요.” ▲건강보험 제도 개선에 기여한 공을 인정 받아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상한 고용 교수(의학과) 가 저서 ‘신경외과 보험진료 지침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고 교수의 노력은 심평원에서 제도화 한 급여 기준을 탈바꿈 하기 충분했다. “급여기준에 걸려서 치료비를 주지 않을까 병원들이 전전긍긍하는 것을 해결하고 싶었어요. 이젠 환자를 살리기 위해 급여기준을 넘어섰을 경우, 사유를 정확하게 쓰면 그 상황을 인정해주죠.” 오로지 의사의 임무와 환자의 생명에 초점을 맞춰 개선한 보험제도로 고 교수는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상할 수 있었다. 환자의 생명이 최우선입니다 “사람 살리는 것이 의사가 해야 할 일이에요. 돈보다는 명예를 먼저 생각해야 하죠. 제가 의예과 학생들에게 항상 해주는 말입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뇌출혈 증세가 나타난 할아버지를 받아주는 병원은 아무 데도 없었다. 당시엔 신경외과라는 곳이 없었고, 수술 가능한 의사 또한 부재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고 교수는 신경외과 의사의 꿈을 가졌다. 이제는 매 순간 뇌 관련 질환으로 찾아오는 환자들의 삶의 질을 책임지고, 정상적으로 돌려놓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 ▲한양대병원 3층에 위치한 신경외과 외부에 걸려 있는 고용 교수의 사진. 그의 전문 분야는 뇌 수술이다. 한양대 의예과에 입학한 후 고 교수는 공부에만 매진했다. “정말 하루 종일 공부만 했어요. 남는 시간에는 책을 많이 읽었는데, 그것도 주로 원서로 된 전공 책이었어요.” 성실한 학창시절을 보냈던 고 교수는 지난 1994년부터 1996년까지 미국 피츠버그 의대(University of Pittsburgh School of Medicine)에 연수를 갔다가 조교수까지 올랐다. “저는 미국 사람들을 진료해서 돈을 버는 것 보다, 제가 가지고 있는 기술로 국민들을 살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사명감을 따라 귀국한 고 교수는 한양대병원으로 돌아왔다. 앞으로도 건강보험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고 교수의 목표다. “한 환자를 정성 들여 치료하기 위해 충분한 가격을 의사들에게 줘야 하는데, 건강보험 값은 낮아요. 하지만 건강보험 가격을 인상하면 물가와도 결부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이죠.” 전문성이 높은 의사에게 진료받을 시 추가 진료비를 지급하는 ‘선택진료비’가 기존에는 의료진과 병원에게 돌아가는 보상으로 적용됐다. 하지만 올해 선택진료비 폐지가 되면서부터 의료계 손실을 메워줄 보상이 없어졌다. 따라서 고 교수는 환자를 위한 의료서비스 개선을 위해서라도 건강보험 값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료에만 그치지 않는 의사 고 교수의 손에 살아난 환자의 수는 셀 수 없이 많았다. 심각한 외상 때문에 목숨이 위태로웠던 환자들은 그 덕분에 새 삶을 살 수 있었다. 그것을 동력으로 의사의 삶을 유지해온 고 교수의 정년퇴직은 머지 않았다. “은퇴 후, 저를 평생 지원해준 아내와 여행을 가고 싶어요. 적도 밑으로는 가 본적이 없는데, 여행으로 제가 보답해주고 싶어요(웃음).” 대한뇌종양학회 운영위원, 대한신경중환자학회 회장, 대한의료감정학회 이사, 근로복지공단 산업재해보상보험 심사위원 등으로 있는 고 교수는 미래에도 자신이 가진 의학 관련 지식을 공유하고, 의료 정책 개선에 더 기여 하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는 명예를 다시금 강조하며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을 잘 키우는 거에요. 여러분의 경쟁자는 여러분의 동료가 아니라, 세계입니다. 거시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며 세계와 경쟁을 하길 바라요.” ▲”건강보험제도가 전체적으로 차츰 개선이 됐으면 좋겠어요. 부분적으로 제가 일조했다는 것이 매우 기쁩니다.” 고용 교수는 웃으며 수상 소감을 전했다. 글, 사진/ 유혜정 기자 haejy95@hanyang.ac.kr 사진/ 최민주 기자 lovelymin12@hanyang.ac.kr

2017-12 05 중요기사

[교수]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버텨라

자전거를 오랜 시간 타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바퀴를 굴려야 한다. 25년간의 연구를 통해 기업을 설립한 박재구 교수(자원환경공학과)는 본인의 인생을 ‘자전거 타기’에 비유했다. 주변의 만류나 기대 속에서도 자신의 길을 걸어간 그는 한 분야에 정통하기까지 철저한 ‘장인 정신’을 지켰다. 최근 국내 유일의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벤처캐피털 KTB네트워크(대표 신진호)로부터 30억을 투자유치에 성공한 박재구 교수를 만났다. 끊임없이 도전하는 ‘실험실 창업기업’ 박재구 교수가 실험실 창업기업 ‘㈜마이크로포어’(이하 마이크로포어)를 설립하던 2000년, 정부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 조치법’을 시행하며 교수의 창업을 독려했다. 실험실 창업기업이란 해당 대학의 교수가 대학이 보유한 연구시설을 활용해 신제품을 연구〮개발하는 벤처기업을 말한다. 박 교수는 산업 전반적으로 적용범위가 넓은 기초 소재를 개발하기 위해 꾸준히 자원산업 관련 연구를 진행했고, 이를 상용화하기 위해 마이크로포어를 설립했다. 마이크로포어의 주력제품은 ‘가열로 단열재’다. 박 교수는 지각을 이루는 수많은 성분 중 연구 목적에 적합한 미네랄을 조사했다. 이후 실리카(silica, SiO2) 소재를 선택, ‘가열로 단열재’를 생산했다. ‘가열로 단열재’는 약 500도 고온을 가하는 열처리 장비에 사용된다. 열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아 온도가 빠르게 상승하도록 돕고, 열처리 장비 외부로 열이 새어나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현재 디스플레이 공정의 부품소재인 ‘가열로 단열재’는 독일과 일본 등에서 전량 수입으로 공급되고 있어요. 각각의 제품들은 무겁거나 단열 효과가 낮은 등 한계점을 갖고 있죠. 이러한 제품들의 대체제로서 제가 개발한 ‘가열로 단열재’는 단열 효과가 뛰어나고 표면이 매끈매끈해 가루가 나오지 않아요.” ▲박재구 교수(자원환경공학과)가 본인이 개발한 ‘열처리 장비용 가열로 단열재 재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단열재 재료의 핵심은 공극률이다. 공극률은 재료에 공기층이 얼마나 많은지를 나타내는 수치다. 그 정도가 많을수록 단열 성능이 높아지지만, 공정 과정에서 분진이 많이 생겨 표면의 매끈함에 악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박 교수가 개발한 기술력은 표면의 입자가 발생하지 않는 것에 비해 공극률이 높고, 단열 성능이 높다. 수입 가열재보다 뛰어난 품질은 소재의 국산화를 이끄는 계기가 됐다. 현재 30억 투자 유치를 통해 국산화의 첫 발자국을 내디딜 예정이다. 창업 18년차에 접어드는 현재, 박 교수는 한양대학교 내의 실험실 창업기업 중 가장 긴 업력을 갖고 있다. 물론, 주변에선 창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재정적인 지원이 필수적이고, 제품을 생산하기까지 많은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에 한때 도쿄대학에서 대학원을 다닌 박재구 교수는 이렇게 답했다. “일본에 이런 말이 있어요. ‘물건을 만들 줄 모르면 아무것도 아니다.’ 제조업이 강해야 우리나라가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저는 이 가능성을 보고 창업을 감행했죠.” 도시광산 개발, 주머니 속에 있는 광산을 연구하다 1974년 한양대 자원공학과에 입학해 전공에 큰 매력을 느낀 박 교수는 20년간 도시광산 개발에 관한 연구도 지속했다. 도시광산 개발은 폐 휴대폰, 폐 노트북 등을 선별적으로 처리해 금속을 회수하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는 분야다. 박 교수는 해수 중에서 Li 이온을 회수하기 위한 도구를 개발하는 한편, 해저 퇴적물에서 회수한 중광물(비중이 표준입자의 비중보다 큰 퇴적암의 입자)에서 금속을 추출하는 연구를 진행해왔다. “자원은 크게 세가지 과정으로 나뉩니다. 자원을 찾는 것이 ‘탐사’, 찾은 것을 캐내는 것이 ‘개발’, 그리고 캐낸 것이 지상으로 나오면 ‘처리(processing)’. 저는 ‘처리’, 즉 자원활용으로 부가가치를 올리는 연구를 하죠.” 박 교수는 더 이상 자원은 땅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닌, 사용하고 남은 자원을 재활용하는 ‘순환자원’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광산에서 귀금속을 캐던 시대는 지났어요. 이제는 주머니 속에 있는 스마트폰에 더 많은 금이 존재합니다. 우리나라 해남 금광의 광석 1t 중 금속함량이 5g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엄청난 양의 자원이 방치되고 있는 셈이죠.” ▲박재구 교수를 지난 2일 과학기술관에 위치한 연구실에서 만났다. 이렇듯 원자재 수입의존도가 높은 ‘자원빈국’인 우리나라에서 순환자원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자원은 제조업의 원천이에요. 순환자원기술로서 자원을 확보하고 이후 생산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야 해요. 우리나라에 있는 공장 수를 늘려서라도 국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제조업의 중요성이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교수로서의 역할과 기업 경영을 병행할 수 있었던 동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박재구 교수는 끈기라고 답했다. “하루에 두 시간 자면서 생활했습니다. 신발이 닳았는지도 모르고 시간을 쪼개 바쁘게 살았어요. 꾸준히 제 갈 길을 갔죠. 늪이 있으면 빠지지만, 빠져 나오는 과정 또한 재미있었네요.” 버텨라, 그리고 도전해라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둔 박 교수의 마이크로포어는 전성기로 도약하고 있다. 주변의 우려 속에서 우직한 힘으로 버텨낸 그는 후배 공학도에게 이렇게 충고한다. “도전하세요. 대기업에 들어가는 것보다 본인들이 하고 싶은 일을 만들어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실패한 벤처에 대한 제도적인 지원도 필요하지만, 스스로의 도전정신이 중요해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2015년 기준 우리나라 벤처기업의 창업 후 3년 생존율은 38%에 그친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유일의 원천기술로서 30억 투자 성공을 이끈 박재구 교수는 후배들의 본보기가 되는 공학도다. 계속해서 순환 자원과 소재 개발을 연구하는 박 교수의 새로운 소식을 기다려본다. ▲국내 유일의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박재구 교수는 새로운 자원 산업 시대에서 힘차게 도약할 것이다. 글/ 정민주 기자 audentia1003@hanyang.ac.kr 사진/ 이진명 기자 rha925@hanyang.ac.kr

2017-11 30

[교수][시선집중] 배터리로부터 해방! 인공근육,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다

전기생체공학부 김선정 교수와 미국 텍사스 주립대학을 주축으로 한 3개국 8개 팀이 인공근육 에너지 하베스터(자연에 버려지는 에너지로 전기 에너지를 재생산하는 것)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에 대한 성과는 지난 8월 세계적인 과학 저널인 <사이언스>에 소개됐다. 김선정 교수는 한 번도 실리기 어려운 <사이언스>에 벌써 네 번째 논문을 게재하는 쾌거를 이뤘다. 글. 박영임 / 사진. 안홍범 ▲ 전기생체공학부 김선정 교수 지난한 노고를 수확하는 농부의 마음 수십 톤이 넘는 자동차를 가뿐히 들어 올리는 영화 속의 아이언맨. 모두 알고 있듯이 괴력의 비밀은 아이언맨 슈트에 있다. 꿈만 같은 일이지만 비단 영화 속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이미 현실에서도 사람의 근육을 배가시키는 인공근육(Artificial Muscles)이 개발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지속적인 전력 공급. 인공근육은 외부로부터 에너지를 공급받아야 움직이기 때문에 자유롭게 구동하려면 배터리를 장착해야 한다. 그런데 배터리를 장착하면 활동 시간이나 동작에 제약이 따른다. 무거운 배터리를 메고 뒤뚱뒤뚱 걸어가는 로봇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드론은 배터리 용량 때문에 30분 이상 비행하기 어렵다. 스마트폰을 손에서 떼지 못하는 현대인들도 늘 배터리가 방전될까 봐 전전긍긍한다. 우리는 언제 배터리로부터 해방될 수 있을까? 지난 8월 전기생체공학부 김선정 교수로부터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스스로 전기 에너지를 생산하는 인공근육 ‘트위스트론(Twistron) 실’을 개발한 것. 연구 결과는 과학 분야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사이언스(Science)> 8월 25일자에 게재됐다. <사이언스>는 그 주에 게재된 논문 중 가장 주목할 만한 논문 한 편을 선정해 홍보용 동영상을 제작하는데, 김 교수의 논문을 소개하는 동영상이 그 주의 <사이언스> 웹사이트를 장식했다. “논문이 저널에 실리는 것은 봄에 씨를 뿌리고 가을걷이를 하는 농부의 마음과 같을 것입니다. 그동안의 결실을 수확하는 기분이니까요.” 세계 최초 인공근육 에너지 하베스터 개발 김선정 교수는 지난 20여 년간 생체근육의 움직임과 기능을 모방하는 인공근육을 연구해왔다. 인공근육은 인간의 근육보다 100배나 뛰어난 구동 성능을 가지고 있다. 원자력 발전소나 우주 개발처럼 인간이 작업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일하는 로봇이나 인간처럼 섬세한 표정을 짓는 휴머노이드 로봇 등에 적용할 수 있다. 김교수의 연구 주제는 그 중요성을 인정받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에서 세계 수준의 연구자를 육성하기 위해 지원하는 기초연구사업(리더연구자지원사업-창의연구)에 2006년, 2015년 연이어 선정됐다. 그 결과, 인공근육 신소재 및 인공근육을 구동시키는 연료전지를 개발, 2011년부터 이미 <사이언스>에 세 번이나 실린 바 있다. 네 번째 게재된 이번 논문 또한 그동안 진행해온 인공근육 연구들의 연장선상에 있다. 어느 날 갑자기 걷어 올린 우연한 성과가 아니라는 것이다. 인공근육을 움직이려면 외부에서 에너지를 공급받아야 하는데, 김 교수는 오랫동안 인간과 같이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해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심해왔다. 만약 인공근육이 자체 에너지로 움직일 수 있다면 더 많은 분야 에 활용될 수 있을 터. 그렇게 연구에 심취해 있던 어느 날, 우연히 인공근육 실을 잡아당겼더니 전기 에너지 신호가 포착됐다. 그동안 애타게 찾아왔던 자체 에너지 생산의 단초를 발견한 역사적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를 상용화하려면 전기 에너지가 어떻게 발생한 것인지 그 이유를 밝혀야 하는데 원리를 명확히 알 수 없었다. 고심 끝에 결국 10년 이상 공동 연구를 진행해온 미국 텍사스주립대학의 레이 바우만 교수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렇게 원리 규명에만 소요한 시간이 2년. 전기화학, 기계공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SOS를 청하다 보니, 3개국 8개 팀이라는 대규모 연구팀으로 발전해 공동 연구를 수행하게 됐다. “매주 수요일마다 일주일간 연구 결과를 공유하기 위해 8개 팀이 스카이프 미팅을 했는데 한 번에 3~4시간씩 진행됐습니다. 한국시간으로 오전 8시에 시작돼 저희 연구팀은 아침 일찍 나와 준비를 해야 했고, 미국 텍사스주와 버지니아주의 연구팀들은 저녁에 시작해 밤늦게까지 진행해야 했습니다. 다들 헌신적으로 연구에 매진했기 때문에 ‘대단히 고맙다(many thanks)’라는 말을 수없이 주고받았죠.” ▲ 김선정 교수는 "인공근육은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습니다. 인체 속에 인공근육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의학과 공동 연구를 추진해야 합니다." 라고 말한다. 배터리가 필요 없는 휴대폰? ▲ 김선정 교수가 개발한 인공근육 트위스트론 실 이미지 많은 이들의 열정을 모아 2년 여의 연구 끝에 드디어 원리를 규명 하던 날, 22명의 연구원들은 기쁨으로 환호했다. 트위스트론 실은 탄소나노튜브를 꼬아서 만든 것인데, 탄소나노튜브는 여섯 개의 탄소로 이루어진 육각형들이 서로 연결돼 관 모양을 이루고 있는 신소재를 말한다. 탄소나노튜브를 꼬면 가볍고 강한 실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이를 한쪽 방향으로 더 꼬면 고무 밴드나 용수철 같이 탄성을 갖게 된다. 이는 인공근육의 소재로 쓰여 전해질 속에서 수축과 이완, 회전 운동을 할 때마다 에너지를 생산한다. 즉 트위스트론 실을 잡아당기면 전하가 방출(방전)되고, 다시 늘리면 이온이 들어가 충전되는 과정에서 전기가 생성된다. “인공근육 재료인 트위스트론 실을 그대로 이용해 전기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게 됐습니다. 따라서 이번 연구의 핵심은 세계 최초로 전기·화학적 배터리 없이 전기 에너지를 스스로 생산하는 인공근육 실을 개발한 것입니다.” 트위스트론 실은 초당 30회 정도의 속도로 수축·이완할 때 1㎏당 250W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이는 태양광 패널 한 개와 맞먹는 전력이다. 실제 트위스트론 실로 꿰맨 티셔츠를 입고 실험한 결과, 호흡 시 가슴이 수축되고 이완됨에 따라 전기적 신호가 검출됐다. 이렇게 반영구적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배터리 없이도 장시간 휴대폰이나 드론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강릉 경포해변에서 트위스트론 실에 풍선을 매달아 바닷물 속에서 실험한 결과, 파도가 칠 때마다 실이 수축·이완하면서 전기 에너지가 생성되는 것을 입증했다. 앞으로 탄소나노튜브의 가격이 낮아지면 풍력이나 파력(파도의 상하운동 에너지)을 이용한 대량 전기 생산도 가능할 것이다. 무한한 가능성에 도전하라 전기생체공학부 중 생체공학 전공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김선정 교수. 생체공학이란 어떤 학문일까? “생체공학의 뜻은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Biomedical Engineering)이라는 영문명을 들으면 보다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즉 의학과 공학을 융합한 학문으로 인공뼈, 인공심장 같은 인공장기나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분야입니다.” 무병장수 및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이미 인기가 높은 전공 분야다. 그렇기에 김 교수는 학생들에게 생체공학의 무한한 가능성에 도전할 것을 당부한다. “먼저 흥미를 끄는 분야를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분야에 대한 연구를 성실하게 이어가 스타트업에 도전해보기를 권합니다.” 학생들을 위한 김선정 교수의 조언에는 평소 김 교수가 중시하는 연구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바로 ‘성실’과 ‘도전’이다. 연구가 결실을 맺기까지는 1년이 걸릴지, 10년이 걸릴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때문에 결론이 도출될 때까지 성실하게 연구에 임하는 것이 연구자의 기본 자세라는 것. 그리고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인공근육은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습니다. 인체 속에 인공근육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의학과 공동 연구를 추진해야 합니다.” 여전히 갈 길이 먼 인공근육 분야. 인공근육 실이 에너지를 생산하게 됐으니 이를 발전시켜 자체 생산된 에너지로 움직이는 일체형 인공근육을 개발하는 것이 김 교수의 다음 목표가 될 것이다. 성실함으로 자분자분 밟아온 지나온 시간이 후배 연구자들에게 모범이 되길 바란다는 김선정 교수는 인공근육에 대한 새로운 영감을 제시하며 도전 의지를 북돋우고 있다. 세계 무대에서 두각 나타내는 한양대 교수들 세계적인 과학지인 <네이처>와 <사이언스>에 이름을 올리는 한양대 교수들이 늘고 있다. 스스로 전기 에너지를 생산하는 인공근육 ‘트위스트론 실’을 개발한 전기생체공학부 김선정 교수의 연구 결과가 <사이언스> 8월호에 게재된 것을 비롯해 물리학과 김은규 교수가 세계 최고 효율을 가진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개발해 <사이언스> 6월호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5월에는 의학과 공구 교수가 유방암의 유전체를 분석해 <네이처>에 발표했다. 또 4월에는 이영무 총장의 ‘고온저가습용 연료전지분리막 개발’ 논문이, 1월에는 에너지공학부 선양국·이윤정 교수 연구팀이 세계 최초 신개념 고효율 리튬공기전지를 개발해 <네이처>에 소개됐다. 사랑한대 2017년 11-12월호 이북 보기

2017-11 15

[교수][사랑, 36.5°C]우리가 올린 벽돌 한 장이 글로벌 한양의 주춧돌이 되길 바라며

젊었을 때 현실보다는 관념과 이상에 치우쳤다는 강봉구 교수는 사회현실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했던 젊은 날 자신의 무력감을 아직도 기억한다. 공부에 몰입한 것도 아니었고,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고자 앞장 서 피켓을 든 기억도 없이 살아온 것이 부채로 남아 언제나 마음을 괴롭히고 있었다. 그런 마음의 짐을 덜고자 백만 원, 이백만 원 시작한 기부가 어느 새 천만 원을 채우는 사이 사회적 채무의식은 보람으로, 한양인의 자부심으로 서서히 변해가고 있었다. 글. 편집실 / 사진. 홍승진 ▲ 강봉구 한양대학교 아태지역연구센터 교수 Q. 처음 발전기금을 기부하신 것이 2011년이던데요, 교원으로 재직하시던 시점인지요? A. 학위를 마치고 돌아와 연구위원으로 2000년 3월 부임했습니다. 그러다 2007년 비정년트랙교원, 2011년 정년트랙교원이 되었으니 어느새 7년째 교수로서 한양대에 몸을 담고 있네요. 신분을 떠나서 한양대를 통해 지적으로 성장하고 좋은 일자리도 얻는 등 많은 혜택을 얻었으니, 제 기부는 어느 정도 그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라 해도 될 것 같습니다. Q. 학생 때와 교원이 되었을 때 학교를 보는 시각이 다를 것 같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지요? A. 학생은 교육서비스의 수혜자로 학교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는 입장이라면, 교원은 그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입니다. 우리에게 학교는 노동과 자기실현의 장이기도 하죠. 그래서 교원이 된 후에는 타대학과의 경쟁이나 글로벌 한양을 실현하기 위한 학교의 위상에 더욱 민감해진 것 같습니다. Q. 교원으로서 그런 민감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교수님의 기부가 정말 절실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A. 제 기부내역을 보시면 많은 부분이 개교기념일을 앞두고 한 것입니다. 교원으로서 한양대의 발전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이를 위해 내가 한 일은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반성하게 되는 시점이기 때문이죠. 2008년도에 설립자 김연준 박사님께서 작고하셨을 때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요, 제 나이 그때 오십이었습니다. 그런데 스물 여섯 약관의 나이에 기술공학을 바탕으로 민족의 자립을 고민하고 학교를 세우셨다는 게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그 나이에 사회현실에 대한 불만이 앞섰을 뿐, 개선을 위한 비전과 실천이 따르지는 못했거든요. 그래서 10만 원, 20만 원 작은 금액부터 기부를 시작했습니다. 너무 큰 금액을 목표로 하면 영영 시작할 수 없을 것 같아 작은금액부터 시작하여 꾸준히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더 늦으면 안될 것 같다는 조급함도 한몫했지요. Q. 작은 금액이라고 하셨지만 시간이 흐르니 제법 큰 금액이 되었습니다. 가족들의 반대는 없었나요? A. 가족들에게 상의를 하거나 알리지 않고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대외협력팀에서 보내는 감사편지를 본 아내가 알게 되었죠. 핀잔을 들을까 걱정했는데, 당신도 그런 일을 할 줄 아느냐며, 나중에 상황이 나아지면 더 크게 기부하라고 한술 더 떠 응원해 주더군요. Q.현재도 매월 급여에서 일정금액을 정기적으로 기부하고 계십니다. 일시납이 아닌 정기납입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A. 저 역시 봉급생활자입니다. 많은 금액을 한 번에 내기엔 상황이 녹록치 않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소액이라도 꾸준히 한다면 세월의 힘을 입어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목표액을 정하고, 그것을 기부할 수 있는 시간안에서 나눠 내는 거죠. 이런 방식이 좋은 것은 기부든 봉사든 습관화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시작은 미약하나 습관으로 몸과 마음에 체화되면 그때는 기부가 생활이 될 수 있거든요. Q.교수님의 그런 마음이 한양대에 어떤 변화를 만들기를 원하십니까? A. 우리 대학의 가장 큰 지향점이 ‘글로벌 한양’입니다. 글로벌 한양의 주체는 학생들이죠. 학생들의 글로벌 시야가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글로벌봉사단이나 해외 연구학습 인프라 조성 등 학생들이 해외에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다양한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합니다. 지적으로 성장한 학생들로부터 즉, 새로운 세대로부터의 변화가 글로벌 한양의 실현을 더 앞당길 테니까요. Q.기부를 망설이는 분들에게 독려의 말씀을 하신다면? A. 나이가 들면서 회자정리(會者定離)의 필요성을 느낍니다. 그 안에는 가진 것, 향유하는 것을 나누고 정리하여 이루어내는 단촐한 삶도 포함되어 있죠. 미국의 경우 개인의 사회적 성취는 자유경쟁의 보장과 법치라는 사회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뛰어난 성취는 자신의 능력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건강한 사회 시스템 속에서 가능했다고 보는 것이지요. 공동체에 대한 감사와 이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미국의 거부들은 교육과 대학에 기부합니다. 가장 보람 있는 기부는 모교에 대한 기부라고 생각합니다. 대학의 수준이 그 사회의 수준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모교의 발전을 통해 우리사회의 성숙에 기여한다는 생각으로 소액부터 시작했으면 합니다. 우리가 올린 벽돌 한 장이 한양대를 세계 100대 명문대학에 진입시키는 밑받침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동문들의 기부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중장기모금 캠페인도 있었으면 합니다. 동행한대 2017년 AUTUMN (제7호) 이북 보기

2017-11 15

[교수][희망, 100℃] 한양대 의대의 글로벌 비상, 내 원대한 꿈이 되다

의과대학을 설립하는 것이 평생 꿈이었다는 하충식 한마음창원병원 이사장. 그러나 그는 그 오랜 꿈을 접었다. 2011년 한양대학교와 의료협약을 맺은 것이 계기가 되었다. 대학 설립을 위해 마련한 돈을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발전에 기부하면서 그의 꿈은 한양대 의대와 함께 성장하고 있다. 200억 원 규모의 발전기금을 약정한후 지금껏 누적 기부액 26억 원을 꾸준히 기부하며, 이제 하충식 이사장의 꿈은 한양대 의과대학의 성장과 발전이라는 새로운 꿈으로 진화하고 있다. 글. 편집실 / 사진. 홍승진 ▲ 하충식 한양대학교 한마음창원병원 이사장 한양대 의과대학이 내 꿈을 실현시켜 줄 것이다 하충식 이사장은 ‘지방대 의대’ 출신이라는 뿌리 깊은 학력 차별의 꼬리표를 끊기 위해 평생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며 살아왔다고 한다. 4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자수성가형 사업가로, 한양대 동문이 아님에도 한양대의 발전을 위해 200억 원의 발전기금을 약정했다. 이 돈은 평생의 꿈이었던 의과대학 설립 자금이었다. 요즘은 ‘한양대 의대의 발전이 곧 나의 꿈’이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고 다닌다. 하충식 이사장이 한양대 의과대학을 이처럼 각별하게 생각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고향인 경남에 국내 최고의 의과대학을 설립하는 것이 평생의 꿈이었어요. 경남은 의료환경과 교육환경이 제일 열악한 지역으로 손꼽히는데 이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실제로 140억 원을 들여 한 지방대학을 인수해 의과대학 설립을 도모하기도 했지만 포기했다. 전국에 41개의 의과대학이 있는데, 그가 또 설립한다면 42번째 의대가 생기는 것이다. 이는 42등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충식 이사장은 농담처럼 ‘어느 세월에 최고의 의대로 키우겠느냐’며 차라리 최고 수준의 의과대학을 발굴하고 더 발전시키는 방법이 현명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다 2011년 한양대학교 협력병원으로 지정되고, 깊은 신뢰관계가 형성되면서 결심을 굳혔다. 2015년에는 한양대와 의료임상, 교육, 연구협력에 대한 업무협약을 맺고 병원 이름도 ‘한양대학교 한마음창원병원’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앞으로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전임교수 30여 명을 비롯한 우수한 인력들이 배치될 예정이다. 또한 아시아의 의료 허브가 되겠다는 야심찬 목표로 ‘한양대학교 한마음국제의료원’을 신축 중이다. 완공되면 200여 명의 의사가 상주하게 되는데 이는 의과대학 1개가 만들어지는 것과 맞먹는 효과라고 한다. 그러니 한양대 의과대학이 하충식 이사장의 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양대학교가 글로벌 대학으로 비상하는 데 우리 의과대학이 든든한 날개가 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나의 기부가 그 밑거름이 되었으면 합니다.” 기부금과 별도로 매년 2천만 원씩 총 3억 원을 기부하기로 약정한 ‘창원사랑 한마음병원 장학기금’도 포함되어 있다. 이 장학기금은 경남 출신의 한양대 재학생들을 위해 사용된다. 현재 한마음창원병원에는에는 한양대 출신 교수가 여럿 재직 중인데, 이분들 역시 후배들을 위해서 매달 5만 원씩 기부를 하고 있다. 여기에 병원에서 좀 더 보태 매년 약정된 금액을 만들어 가고 있다. 하충식 이사장은 한양대에만 기부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초·중·고등학교는 물론 대학교까지 그가 졸업한 모교에도 매년 지속적인 기부를 하고 있어 이를 모두 포함하면 연평균 20억 원을 기부금으로 내고 있다. ‘부러운’ 부자가 아니라 ‘존경받는’ 부자가 필요한 사회 “거기 이사장님이 억수로 훌륭하신 분이라예. 창원 사람치고 그 양반 도움 안 받은 사람이 없을낍니더.” 창원중앙역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한마음창원병원으로 가자고 했을 때 택시기사가 한 말이었다. 하충식 이사장은 경남지역민들 사이에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인물로도 정평이 나있다. 2011년에는 국민이 추천하고 정부가 포상하는 제1회 국민추천포상에 선정되어 국민포장을 받기도 했다. 평소 근검 절약정신과 어려운 이웃을 위해 매년 수억 원을 기부하고 지역민을 위한 봉사를 실천하여 국민에게 희망과 감동을 주었다는 공로였다. “60~70년대엔 거지가 아니더라도 춘궁기에는 밥을 얻어먹으러 다니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때마다 어머니께서는 ‘내 집에 들어오는 사람 빈 그릇으로 보내지 마라, 사람 괄시하면 못 쓴다’고 가르치셨어요.” 이런 밥상머리 교육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는 인턴 시절에도 명절이면 사비를 털어 병원 미화원들에게 선물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1994년 개원과 함께 본격적인 사회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21년째 매일 아침마다 직원들과 함께 병원과 주변 거리를 청소하며 국가기록원으로부터 국내 최장시간 자원봉사 인증을 받은 이력도 있다. 경남의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교복구입비, 수학여행비 지원금을 매년 4억 원씩 지원하고 있다. 파도 파도 미담 투성이니 요즘말로 ‘파파미’가 따로 없다. ▲ 하충식 이사장은 경남지역민들 사이에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인물로도 정평이 나있다. 평소 근검 절약정신과 어려운 이웃을 위해 매년 수억 원을 기부하고 지역민을 위한 봉사를 실천하여 희망과 감동을 주고 있다. 돈을 물 쓰듯 펑펑 쓰는 자린고비 하충식 이사장은 자린고비로도 유명하다. 십 수 년 간 조심조심 타던 자동차가 수명을 다해 몇 해 전에는 차를 바꿨다. 이 차도 2,000만 원을 넘지 않는다. 더 이상은 과욕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골프는 아예 배우지도 않았고 배드민턴을 좋아한다. 진료를 보는 병원동과 달리 행정동 복도에는 형광등을 반만 켜두어 늘 어두컴컴하다. 이사장실은 물론, 회의실도 에어컨 대신 선풍기 2대로 여름을 났다. 뽁뽁이를 유리창에 붙여 냉난방비를 아끼고 있다. 이렇게 지독한 자린고비라는 소리를 들어도 하나도 부끄럽지 않단다. 남을 도울 때는 돈을 물 쓰듯 쓸 줄 알기 때문이다. 그의 삶에서 기부란 도대체 무엇일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행복하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대답이 다소 진부하다 생각을 하며 그의 표정을 살폈다. 그는 온 얼굴에 하회탈 같은 웃음주름살이 퍼진 표정으로 기부를 할 때의 행복함이 어떤 건지 대신 말해주었다. “기부나 남을 돕는 행위가 ‘내 주머니 털어서 비우는 것’ 같지만 궁극에는 10배로 채우는 행위입니다. 그간 기부를 통해 얻은 깨달음입니다. 사실, 우리 병원의 성장도 기부의 힘이 아닌가 싶어요. 한마음창원병원이 우리나라에서 기부를 가장 많이 하는 병원이기도 하지만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병원이기도 합니다.” 하충식 이사장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는 부자가 아니라 ‘존경받는’ 부자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13대를 이어간 경주 최 부잣집 같은 부자를 꿈꾼다. 이웃과 나누고 절제할 줄 아는 그의 삶의 방식이라면 대를 잇는 ‘하 부잣집’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동행한대 2017년 AUTUMN (제7호) 이북 보기

2017-10 28 중요기사

[교수]함께한 17년, 일구어 낸 성과를 바라보며 (1)

기부문화 확산, 공익기금 조성, 사회공헌에 기여하는 ‘아름다운재단’이 올해로 17주년을 맞았다. 특정 개인이나 기업, 종교기관의 지원 없이 시민들의 참여로 설립된 이 재단은 사회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공익활동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사업을 꾸준히 지속하고 있다. 이런 사회공헌을 실천하는 재단의 활동에 창립 초기부터 참여해온 사람이 있다. 2000년부터 아름다운재단에 참여하고 2012년 아름다운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해 2017년 2월까지 봉사한 예종석(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뉴스 H가 예종석 교수를 만나봤다. 흙 속에서 피운 꽃 “뿌듯하고, 자부심이 느껴집니다.” 창립 초기부터 함께한 단체의 약진을 바라본 예종석 교수의 회고다. 재단이 출범한 2000년부터 창립에 참여하고, 정책 자문단장을 거쳐 기부문화연구소장을 역임한 후, 재단 이사를 거쳐 2대 이사장으로 취임하며 ‘아름다운재단’을 이끌었다. “그 당시 한국의 대다수가 바라보는 일반적인 재단의 위치는 재벌의 상속수단, 세금을 회피하기 위한 조세피난처에 가까운 것이었습니다.” 복지정책의 그늘에 놓인 사회적 약자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고 싶었던 예 교수는 어려운 길로 발을 내딛었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누가 처음 들어보는 신생 재단에 기부를 하겠습니까?” 그 당시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편견과 새로이 출범한 재단이라는 핸디캡을 떠 안은 채 업무를 이어 나가던 중, 한 줄기 빛이 보였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군자 할머니께서 일본으로부터 받은 보상금 5천만원을 기부해 주셨습니다. 할머니의 기부를 종자돈으로 재단의 사업을 진행해 나갔습니다.” ▲아름다운재단 이사장이던 당시의 예종석 교수. 재단이 마주한 현실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사진 출처 : 세계일보 박진영 기자) 가까스로 재단을 궤도에 올려놓는 데는 성공했지만, 장애물은 많았다. “보수정권에서 아름다운재단을 안 좋게 봤어요. 우연의 일치인지, 재단을 거쳐 정계로 진출한 인사들이 대부분 야권에서 활동해서 보수정권에선 당연히 재단을 좋게 볼 수 없었을 겁니다.” 정치 이념에 관련되지 않는 일을 하고, 관여하지 않으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많은 공격과 압박을 받았던 기억을 떠올린 예 교수는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기업의 기부가 끊기기 시작하고, 극우보수단체들이 심심치 않게 재단 사무실 앞에서 시위도 할 때였습니다. 정체불명의 사람들에게 고소고발도 15건씩이나 받았고요.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었죠.”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택한 방법이 역량을 기르는 것. 예종석 교수는 어떠한 여건에서도 할 일을 할 수 있는 재단이 되기 위해 체질을 바꿔야 했다고 한다. “역량을 길러서 어떠한 난국에서도 소외된 이웃을 돕고자 하는 목적사업을 해 나갈 수 있는 재단이 되어야 했습니다.” 다액 소수의 기부에서 소액 다수의 기부로, 준조세성 기부에서 자발적 기부로, 기업 기부에서 개인 기부로. 아름다운재단은 조금씩이지만, 꾸준히 우리나라의 기부문화의 판도를 바꿔 나갔고, 고정 기부자들을 확보해 나갔다. 2017년 현재, 아름다운재단은 크게 성장했다. “많은 참여자들 덕분입니다. 재단에 참여한 수많은 기부자들과 봉사자들이 없었으면, 재단의 오늘도 있을 수 없었습니다. 재단에 관련된 모두가 함께 일구어 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싶습니다.” 많은 도전, 그걸 위한 사명감 위에서 말한 아름다운재단의 성과 외에도 예종석 교수의 족적은 매우 많다. 기업과 비영리 단체 양 쪽을 오가며 수많은 경영에 참여했다. 교수로서의 업무도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위의 업적들을 해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예종석 교수는 사명감이라고 답했다. “기업과 비영리 섹터, 양 쪽을 이해하고 중간에서 이를 연결하는 역할을 해야겠다는 나름의 사명감이 있었습니다.” 아름다운재단에서 주최하는 기부문화 관련 연구자료 발표행사인 기빙코리아에서 지속적으로 많은 기업들을 분석한 결과, 예 교수는 기업과 비영리 단체가 서로에 대한 이해가 미흡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예 교수는 양자 간의 간극을 좁히고 기부문화를 개선하고 싶다는 소망 하나로 활동을 이어나갔다고 했다. “우리나라 기업인의 기부는 대부분 법인의 돈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업의 홍보 효과를 위한 수단이 아닌, 진정성 있는 사회공헌 활동으로서 기부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법인 기부에서 개인 기부로, 다액소수의 기부에서 소액다수의 기부로 문화가 바뀌어야 하는 거죠.” 사명감을 차치하고라도, 예 교수는 이러한 활동을 자신이 좋아하기에 큰 부담 없이 해낼 수 있었다고 한다. “즐겁게 하는 일은 부담을 느끼지 않아요. 힘든 일이지만, 제가 좋아하고 즐기던 일이었으니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하고 싶어서, 그리고 즐거워서. 예종석 교수는 본인이 접한 다양한 길들을 걷게 된 이유를 단 두 가지로 설명했다. 이러한 업적을 쌓는 데 필요한 경영학적 소양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예종석 교수는 경영학이라는 학문에 매력을 느껴 경영학으로 들어섰다고 한다. “공부할 당시에는 경제학 석사를 마치고 박사를 할 생각이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경영대학에서 소비자의사결정에 대한 강의를 들었는데, 큰 매력을 느꼈어요.” 경영학에서 소비자를 바라보는 시각에 큰 흥미를 느꼈다는 예 교수는 경영학에 입문하고 나서 당대의 저명한 학자들을 만나는 행운 또한 얻었다고 한다. “그 당시 최고의 교수들 밑에서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뛰어난 학자들이 한 대학에 모여 있기 쉽지 않았는데, 저는 학생으로서는 매우 행운아였죠.” 가고자 하는 곳으로, 열심히 그리고 또 열심히 달려라 예종석 교수는 같은 길을 걷고자 하는 후배들에게 이렇게 충고한다. “열심히 하세요. 꿈을 이루고 싶다면 열심히 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지극히 원론적인 이야기입니다만, 남들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할 수 밖에 없어요.” 하지만 예 교수는 노력 위에 먼저 생각할 몇 가지 것들을 주문한다. “지금 막 사회로 나가는 학생들은 가장 큰 변화를 겪는 시기에 살게 될 겁니다. 현재도 4차 산업 혁명이라는 변화의 물결이 진행되고 있으며, 변화의 속도는 더욱 빨라질 예정입니다.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을 확실하게 잡으세요.” 예종석 교수는 2019년 2월 정년을 맞는다. 이제는 제 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다. “새로운 인생을 살 계획입니다. 물론, 그것도 제가 좋아하고 즐기는 일을 할 겁니다.” 전업 작가의 삶을 준비하고 있다는 예 교수는 본인의 말을 빌리자면 ‘번잡스러울 정도로 다양한 분야’에 일해본 경험이 새로운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한다.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어요. 그 경험들이 글의 소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교수, 기업의 경영자문역, 기부문화운동가, 비영리단체 경영자, 마케팅 전문가, 시사 칼럼니스트, 음식문화평론가, 체육단체간부 등 수많은 직함을 갖고 활동을 했던 예종석 교수는 경험을 살려 전업작가의 길을 걸어보려고 한다. 풍부한 경험을 가진 예종석 교수가 써 내려갈 또 다른 이야기가 기대된다. ▲예종석 교수는 다양한 경험을 살려 전업 작가로 활동하는 새로운 인생을 맞이할 예정이다. 글 / 사진 채근백 cormsqor12@hanyang.ac.kr

2017-09 20 중요기사

[교수]“왜 로봇을 만드냐고요? 재밌잖아요”

TV 속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로봇은 멋지다. 사람들이 위험에 처할 때마다 우리를 닮은 거대로봇이 날아와 거뜬히 사람을 구한다. 로봇은 많은 남성들의 어린시절을 장식했던 소재다. 만화 속 이야기일 뿐이던 로봇이, 어느새 실재하는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 걸음의 선두에는 ‘로봇덕후’ 한재권 교수(융합시스템학과)가 있다. 그의 곁은 로봇투성이 한 교수는 국내외로 유명한 로봇공학자다. 고려대학교 기계공학과 졸업과 동대학원 석사 학위를 받은 후 무기 산업에서 종사하다 십년 전부터 로봇공학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의 사무실은 온통 로봇 천지다. 중앙에는 최근 개발한 스키로봇 ‘다이애나’가, 책상 위에는 그의 첫 작품 ‘험비’가, 그 밖에 어딜 둘러보든 로봇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들의 아버지가 바로 한 교수 되겠다. ▲지난 18일 연구실에서 만난 한재권 교수(일반대학원 융합시스템학과)로부터 로봇과 함께한 이야기를 들었다. 로봇은 이미 우리에게 낯선 존재가 아니다. 과거 상상 속에만 존재하던 로봇들은 이미 다양한 형태로 우리 곁에 있고, 얼마 후면 흔히 상상하는 ‘사람을 닮은 로봇’, 곧 휴머노이드 또한 흔해질 거라곤 말한다. 하지만 로봇을 만드는 로봇공학은 무척 낯선 분야다. 특히 국내에는 로봇공학을 하는 기업이나 대학이 그리 많지 않다. 한 교수의 직업이 더욱 특별해 보이는 이유다. 하지만 그 스스로는 특별한 사람으로 분류되기 원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은 “좋아했던 일을 쫓은 것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말한다. 흔히 언론이나 방송에서 한 교수를 동생을 위해 로봇공학자가 된 사람이라 말한다. 뇌성마비인 동생을 돕고 싶어 로봇을 만들게 됐다고. 하지만 그는 이렇게도 말한다. “따지고 보면 결국 TV 속 로봇이 멋있다고 생각해서 이 길을 택한거죠. 만약에 그때 의학드라마에 몰입했더라면 의사를 하겠다고 하지 않았겠어요?” 늦었지만 제대로 가슴속에 품어 둔 로봇이지만, 한 교수의 어릴 적 한국은 지금보다 로봇을 배우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아쉬움 속에 기계공학과를 택했고, 석사까지 취득했지만 바로 로봇의 길로 가진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방법은 있었어요. 일본이나 미국처럼 로봇공학이 발달한 곳으로 유학을 고려해볼 수 있었죠. 그땐 확신이 없었던 듯해요.” 한 교수는 석사 이후 얼마간 대기업에서 무기 관련된 연구를 진행했다. 그러던 중 늦게나마 유학을 마음먹었고, 또다른 유명 로봇공학자 데니스 홍 교수가 있는 버지니아 공대로 가 제대로 로봇을 배웠다. 그동안 본격적으로 로봇을 만들지 못해서 였을까, 한 교수는 이후 엄청난 속도로 로봇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사람들 앞에 처음 선 보인 로봇은 변신하는 ‘험비’. 미군 장갑차 형태의 RC카를 일주일 만에 개조해 만들었다. “그때 막 <트랜스포머> 첫 시리즈가 나왔을 때에요. 영화 보고 무척 감명받았는데, 마침 회사에서 휴가를 길게 얻어서 ‘이때다’하고 만들었죠.” 그렇게 만든 로봇은 유투브에도 올라와 현재 3백만 회가 넘는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만들었던 모든 로봇이 소중한 그에게 아직도 험비는 큰 인상과 함께 사무실 책상에 남아있다. 다가오는 로봇시대는? 흥미롭게도, 로봇공학자로서 한 교수는 되려 “꼭 로봇공학자가 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로봇 기술은 분명 세상을 바꿀 겁니다. 현존하는 많은 직업이 사라지겠죠. 하지만 대신, 로봇을 이용한 무수히 많은 직업이 생겨날 것입니다.” 그는 ‘러다이트 운동’을 언급하며, 로봇이 지배하는 미래와 같은 부정적인 예측이 과장된 면이 있다고 한다. “당시에도 많은 사람들이 ‘내 일자리를 돌려달라’며 기계를 부쉈지만, 이내 그 기계들을 활용한 새 일거리를 하러 다들 흩어졌죠. 로봇도 단기적으로는 경쟁자로 보이지만, 결국 또 다른 일거리를 만들테죠.” 그렇다면 어떤 직업이 생겨날까. 한 교수는 과도한 예측은 또한 경계했다. “어떤 직업이 나타날 지는 아무도 알 수 없어요. 미래를 예측한다는 얘기는 사기죠. 다만, 로봇의 특성을 잘 알고 대비할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그는 로봇의 특징으로 고도화된 계산 능력, 지극히 이성적인 판단 등을 꼽았다. “반대로 사람은 비이성적이고, 계산 대신 직관에 많이 의존해요. 과거에는 인간의 단점으로 여긴 것들이지만, 이젠 이를 활용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로봇 제작에 공학만 이용되지 않다는 점도 언급했다. 한 교수는 자신의 작품 중 외형이 예쁜 로봇들은 모두 미술을 전공한 아내 엄윤설 교수의 손을 거쳤다고 강조한다. 또한 가장 최근에 제작한 스키 로봇 ‘다이애나’는 전 스키 국가대표 문정인 씨와 협업을 거쳤고,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로봇들은 심리학 쪽 연구자와의 협업으로 만들었다. “크게 보면 로봇은 도구이기도 해요. 로봇 자체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각 분야의 전문가가 ‘어떻게 활용하겠다’는 것도 중요한거죠.” 평생가겠다, 로봇 사랑 한 교수는 재작년부터 우리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 양성도 도모하고 있다. 세계적인 대회였던 DARPA(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 로보틱스 챌린지에 참가하며, 한국에 로봇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 마침 ERICA캠퍼스에 로봇공학과가 생겨 일반대학원 융합시스템학과와 공학대학 로봇공학과에서 학생들을 지도한다. 최근엔 지도했던 학생들이 국제대회에서 우승하는 쾌거를 이룩하기도 했다.(관련기사:유호연·배종학 학생 ‘로보페스트 국제대회’ 우승) 앞으로도 물론 로봇을 만들어갈 한 교수다. “아주 장기적으로는 만화 속 거대로봇도 만들고 싶어요. 이유요? 멋있잖아요! 물론 쉽진 않을거고, 가깝게는 휴머로이드도 계속 만들고, 재난 탐사에 필요한 로봇도 더 만들고,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HRI로봇도 만들겁니다. 언제나 즐거운 일이죠.” ▲한재권 교수가 최근 만든 스키로봇 '다이애나'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글/ 이상호 기자 ta4tsg@hanyang.ac.kr 사진/ 박영민 기자 pym0212@hanyang.ac.kr

2017-09 13

[교수][시선집중] 성실함으로 오롯이 한길을 걷다

지난 6월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물리학과 김은규 교수와 울산과학기술원 석상일 교수, 고려대학교 노준홍 교수가 공동 연구한 세계 최고 효율의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 태양전지에 대한 연구 성과가 실렸다. 김은규 교수에게는 지난 30년간 굳건히 한길을 걸어온 결실이자 성과였다. 글. 박영임 / 사진. 안홍범 ▲ 물리학과 김은규 교수 저명한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게재 과학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자신의 논문이 실리길 소망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과학저널 <사이언스>. 하지만 까다로운 심사와 함께 경쟁률이 높아 누구나 논문 게재의 영광을 누릴 수는 없다. 물리학과 김은규 교수는 한국화학연구원에서 태양전지연구센터를 이끌었던 울산과학기술원 석상일 교수, 고려대학교 노준홍 교수와 함께 세계 최고 효율을 기록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개발했다. 그 연구 성과가 <사이언스> 6월 30일자에 게재됐다. 기쁨의 크기가 너무 컸던 것일까. 김은규 교수는 논문이 게재된다는 최종 통보를 받았을 때 의외로 덤덤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3월 말에 논문을 투고했는데 1~2주 후 1차 심사를 통과했다는 편집자의 메일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빠르게 1차 심사를 통과한 것은 그만큼 연구 성과가 우수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게재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최종 통보는 5월 중순께 받았어요.” 하지만 논문이 실린다는 소식에 담담했던 것과는 달리 논문 요약문의 첫 문장, 첫 단어로 ‘결함 상태 분석’이 거론된 것에 대해서는 연구자로서의 자부심을 숨기지 않았다. 저널의 맨 마지막 페이지에 논문의 의의를 밝히는 요약문이 실리는데, 여기에 첫 단어로 언급됐다는 것은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바로 이 ‘결함 상태 분석’을 김은규 교수가 담당했다. “우리 연구실의 반도체 결함 상태 분석 기술이 유무기 태양전지 고효율화에 기여했다는 점을 인정받아 매우 기쁩니다.” 세계 최고 효율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개발 태양전지는 무한한 청정 태양에너지를 유용한 에너지원으로 변환 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최근 정부가 탈원전·탈석탄 정책을 강력히 추진함에 따라 신재생에너지의 보급, 확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태양광에너지는 유력한 대체에너지 중 하나다. 그러나 현재 약 90% 이상 사용되고 있는 결정질 실리콘 태양전지는 효율은 높지만 고도의 기술과 다량의 에너지가 필요해 비용이 높다는 것이 단점이다. 그에 비해 낮은 가격으로 제작 가능한 유기 및 염료감응 태양전지는 효율이 낮아 대규모 상용화에 어려움이 따른다. 이렇게 현재는 다양한 태양전지들이 비용을 낮추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경합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이 중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한 유무기 하이브리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저렴하고 기존의 유기 및 염료감응 태양전지의 효율을 뛰어넘었을 뿐 아니라 실리콘 태양전지나 박막형 태양전지의 효율에 근접하고 있어 차세대 태양전지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 김은규 교수는 약 5년 전부터 한국화학연구원의 태양전지연구센터와 유무기 혼성 반도체 태양전지에 대해 공동 연구를 진행했다. 그러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효율성을 높이는 연구를 함께추진하게 됐다. 공동 연구팀은 지난 2013년부터 해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광전변환 효율을 16.2%에서 17.9%, 20.1%로 세 차례 갱신한 바 있는데, 그동안은 소재 합성 및 소자 구조나 공정 변화로 효율을 높여왔다. 그러나 이번에 광전 효율을 22.1%까지 올릴 수 있었던 것은 광전 에너지 변환 효율을 감소시키는 소재 내부의 결함을 줄인 덕분이다. “근원적으로 효율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던 중 내부 결함 문제에 주목하게 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가 그동안 연구해온 DLTS(Deep Level Transient Spectroscopy, 깊은 준위 분광법)가 크게 기여했습니다.” 페로브스카이트는 양이온, 음이온, 할로겐화물로 구성된 신소재인데, 광전 효율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알려진 할로겐화물의 결함을 잡아 변환 효율을 높일 수 있었다. 즉 할로겐화물의 내부 결함을 줄이기 위해 요오드화 이온의 형태를 제어하는 방안을 도출하고, 이를 소자에 적용해 세계 최고의 공인 인증 효율인 22.1%의 광전변환 효율을 구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결함 상태’ 연구 “향후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가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대면적화 및 태양열에 의한 온도 상승 시 열적 안정성, 소자 신뢰성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결함 상태 연구가 주된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앞으로 이 분야가 연구의 주도권을 갖게 될 것입니다 .” 태양전지 소자의 결함 농도 및 결함의 에너지 준위를 측정할 수 있는 DLTS는 김은규 교수가 1980년대 중반부터 심취한 분야다. 특히 반도체물리학 전공자로서 반도체 소재의 물성 및 결함 상태 연구를 꾸준히 진행해왔다. 당시만 해도 이 분야 연구자들이 여럿 있었지만 반도체 업계에서 관심을 보이지 않자 하나둘 떠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김은규 교수는 성실한 연구자의 태도를 우직하게 고수했다. 그리고 흔들림 없이 DLTS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왔다. “연구자는 아무리 어려운 환경에서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전진 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빛이 보이고 길이 생기더군요. 주변에서 도움을 주기도 하고요.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주어진 여건에 성실하게 임하면 됩니다.” 반도체 산업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기반 산업이다. 기술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본질적인 안전성 문제에 눈을 돌려야 한다. 그래서 최근 들어 태양전지 뿐 아니라 메모리 반도체, 디스플레이, LED와 관련된 다양한 기업에서 공동 연구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반도체와 관련된 구조는 DLTS를 통해 결함 상태의 에너지 준위를 측정해 소자의 신뢰성 및 효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 측정 장비와 분석 노하우를 갖춰야 하는데, 김은규 교수는 지난 30년간 해당 연구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았기 때문에 DLTS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게 됐다. ▲ 김 교수는 "연구자는 아무리 어려운 환경에서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전진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빛이 보이고 길이 생기더군요." 라고 말한다. 자연 현상 원리 밝히는 재미있는 물리학 일반적으로 물리학은 어려운 학문이라는 선입견이 있다. 이에 대해 김은규 교수는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물리학은 눈에 보이는 자연 현상을 보편적인 원리로 설명해주는 재미있는 학문입니다. 수학적인 도구를 사용해 어려워 보이긴 하지만 단순하게 생각하면 간단합니다. 자연 현상들이 어떤 원리에 의해, 왜 일어나는지 설명해주는 것이니까요.” 복잡한 수학 공식보다는 원리를 밝히는 것이 물리학의 목적이라고 강조하는 김은규 교수. 중·고등학교 때 어려운 수학 공식보다 실험 도구를 자주 접하면 물리학이 얼마나 재미있는 학문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인다. 그렇다면 물리학과 반도체 소자 관련 연구와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김 교수는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양자기능연구실’의 의미를 설명하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현재까지 반도체 소자 물리는 고전 역학 및 고전 전자기학으로도 충분히 설명됐습니다. 하지만 향후 나노 구조의 양자 소자는 양자역학적 개념을 이용한 반도체 소재나 구조로 창출될 것입니다. 그래서 양자역학적 개념의 기능을 가진 양자 소자를 제안하고 응용하기 위해 양자기능연구실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마지막으로 김은규 교수는 “창의력은 튼튼한 기초를 기반으로 탄생하는 법”이라며 기초 학문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의 말처럼 물리학이라는 기초에 새로운 기술을 접목할 수 있는 유연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가질 때 비로소 양자 기능의 미래 소자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랑한대 2017년 9-10월호 이북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