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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 01

[교수]'수능을 오류에서 구하라' 철학자에게 내려진 특명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지난 2년간 수능에서는 출제 오류로 인해 복수정답이 인정되면서, 시험의 신뢰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이에 정부는 출제와 검토 과정을 개선하고 더욱 정확한 문제를 만들기 위해 이번 2016학년도 수능부터 출제위원장과 동급인 검토위원장직을 신설했다. 초대 검토위원장을 맡은 민찬홍 교수(정책과학대학 정책학과)는 수능뿐만 아니라 공직적격성검사(PSAT), 법학적성시험(LEET) 등, 여러 시험을 출제한 논리사고측정 분야의 전문가다. 수능 일주일 뒤, 민 교수를 만나 시험의 개발과 출제에 대해서, 그리고 시험을 뛰어넘어 진정한 지성인이 되는 공부 방법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특명, 수능을 오류에서 구하라 ▲ 수능 시험일인 지난 12일, 민찬홍 교수가 수능 출제와 검토에 대해 브리핑했다. (사진출처: 뉴시스) 수능은 대학교수로 구성된 출제위원이 문항을 출제하고, 일선 고등학교 교사들이 검토위원으로 참여해 문항의 오류나 난이도를 점검하는 과정을 거쳐 출제된다. 하지만 검토위원이 출제위원에게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고, 검토 의견들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구조적인 문제가 수능 출제오류의 원인으로 꾸준히 제기돼왔다. 민 교수는 “검토위원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었다고 말한다. “검토위원 선생님들은 의견을 내도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봐 움츠리는 성향이 있습니다. 원래 검토위원은 의심할 수 있는 것을 의심하기 위해 있는 자리에요. 그래서 저는 의심스러운 문항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그 어느 해보다도 출제위원과 검토위원의 압박감이 심했던 이번 수능. 검토위원장으로서 민 교수는 자신에게 기대되는 역할을 다하기 위해 출제된 모든 문항을 직접 점검했다고 한다. “시험이 끝난 후에 오류로 판명되는 문항들은 사실 출제 과정에서 적어도 한 번은 이의제기가 있었던 문항들입니다. 그래서 이번 수능 출제에서는 검토 과정에서 나오는 의견들이 묻히지 않도록, 충분히 문항 점검에 반영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시험 출제를 오랫동안 하다 보니 어떤 검토의견이나 문항을 주의해서 봐야 하는지 보이더라고요. 문항들이 어떻게 수정되고 있는지 확인하면서 출제위원들의 긴장감도 높일 수 있었습니다.” 예년에 비해 조금 어렵게 출제된 이번 수능. 해마다 반복되는 시험의 난이도 논란에 대해서도 민 교수는 “시험의 난이도는 출제위원의 의견이 아닌 교육부 정책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 응시자의 평균 점수는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하나라도 틀리면 1등급을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였습니다. 사실 시험을 어렵게 내려고 하면 충분히 어렵게 낼 수 있어요. LEET같은 시험은 변별력 확보가 어렵지 않아요. 하지만 수능에서는 1등급 컷이 100점이어도 안되고, 그렇다고 만점자 비율이 1퍼센트 미만이어도 안되는 제약이 있어서 미세한 난이도 조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지금 등급 컷으로 예상되는 점수 분포가 가장 이상적인 난이도라고 할 수 있어요.” 철학도, 최고의 논리학 선생님이 되다 민 교수는 시험 출제 전문가이기 이전에 철학자이기도 하다. 어렸을 때부터 철학 공부가 꿈이었다는 민 교수. 철학을 공부한다는 꿈은 인간이 이룬 중요한 이론적 성취를 모두 알고 싶다는 마음에서 출발했다고 말한다. “하고 싶은 공부가 너무 많았어요. 물리학, 사회학, 정치학, 경제학까지 다양한 분야를 골고루 공부할 수 있는 학문이 철학밖에 없더라고요. 어떤 분야든 관심을 잃지 않고, 학부 전공자 수준 이상의 지식을 갖추면서 철학을 하자고 마음먹었어요. 철학과 학부 시절에는 수리논리학에도 관심이 있어서 수학과 교수님들도 많이 찾아갔어요. 그런데 국내에서 수리논리학을 전공하는 사람이 극소수여서, 제가 수리논리학 논문을 쓰면 읽어 줄 사람이 대한민국에 다섯 명도 안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죠.“ ▲ 민찬홍 교수는 "철학 선생님으로서 죽기 전에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읽힐 좋은 글을 남기는 것이 꿈"이라고 이야기한 다. 과학철학, 인지과학, 심리철학 등 다양한 분야를 공부해 온 민 교수는 “수능 언어영역(현재의 국어영역) 출제에 참가한 후부터 모든 학문 분야를 아우르는 비판적 사고 훈련의 전문가가 됐다”고 말했다. 분석철학을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민 교수는 현재 우리대학에서 논리적 사고, 분석과 비판, 칸트와 롤즈의 사상을 강의하고 있다. 학생들 사이에서 민 교수의 수업은 쉽지 않기로 유명하다. 한 과목에서는 학생들이 논리를 세워 민 교수를 설득시켜야 하는 과제가 부여되기도 한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타고난 언어적 재능에 따라 성적이 나오는 것 같다는 의미에서 민 교수 과목의 성적을 ‘모태학점’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학생들이 모태학점이라고 말할 때마다 가슴이 아파요. 저도 정책대 교육과정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하면 글을 분석적으로 읽는 능력을 키워줄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논리력이라는 게 짧은 시간 공부해서 실력이 늘진 않아요. 제 수업에서 고생을 많이 한 학생들이 나중에 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호기심, 지적 성장의 원동력 민 교수는 학생들에게 좋은 책을 읽으며 지적 훈련을 꾸준히 할 것을 당부했다. “롤즈의 정의론이나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같은 명저를 많이 읽어야 해요. 제일 이상적인 건 책의 내용을 다 외우는 거에요. 한 단락을 읽으면 책을 덮고, 그 단락의 내용이 무엇인지 스스로 요약해보세요. 한 장(Chapter)을 읽으면 그 내용을 말할 수 있어야 해요. 책 여백에 내용을 적으면서 읽어도 좋아요. 궁극적으로는 그 책을 읽지 않은 사람도 여러분의 설명을 듣고 책을 읽은 것처럼 내용을 알 수 있게 하는 것이 이상적이에요. 글을 분석적으로 읽는 것은 그런 의미입니다.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도 어렸을 때부터 그런 방식으로 책을 읽는 교육을 받아서 위대한 사상가가 된 거에요.” 강한 지적 호기심을 갖고 다양한 책을 탐독하는 것이 민 교수가 말하는 지적인 성장의 원동력이었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번거롭더라도, 다른 즐거운 일들을 조금 뒤로 미루더라도, 오랜 시간 생활 속에서 그것을 실천하다 보면 엄청난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 “제가 관여해서 만드는 LEET나 PSAT 같은 시험들은 결국 대학생활 4년 동안 지적인 훈련을 충분히 했는지를 평가하는 거에요. 하나도 준비 안 하다가 서너 달 공부한다고 해서 성적이 잘 나올 수가 없죠. 고생을 좀 해야 돼요. 하지만 유념할 것은 다른 사람의 재능을 부러워하지 말라는 거에요. 여러분도 언젠가 더 큰 그릇이 될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 "꾸준히 좋은 책을 읽겠다는 마음을 가슴 속에 품고 살아가야 한다"고 민찬홍 교수는 학생들에게 당부한다. 정진훈 기자 cici0961@hanyang.ac.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사진/이명지 기자 jk6180@hanyang.ac.kr

2015-11 18

[교수][한양의 새 얼굴] 비즈니스 최전선에서 '영화의 본질'을 묻다

길종철 교수(예술·체육대학 연극영화학과)는 영화 비즈니스에서 뼈가 굵은 인물이다. 25년 이상 대기업의 영화 사업 부문에 종사하며 대표직까지 역임했다. 그러나 최근 회사를 떠나 학교로 부임했고, ‘스토리’에 대한 강의로 학생들을 만난다. 비즈니스맨이 회사를 떠나 스토리 연구에 몰두한 이유는 무엇일까. 한양의 새 얼굴, 그 세 번째 이야기. 영화의 본질을 따라가다 학교까지 흘러왔다는 길종철 교수의 이야기다. 영화를 선택한 공학도 길종철 교수는 학부 시절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취업난이 지금처럼 심각하지 않던 때였다. 전자 산업 분야의 인력 수요가 급증해서, 다들 어렵지 않게 대기업에 취직했던 그런 시절. 길 교수는 회사에 들어간 뒤에야 자신이 원하는 일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부터 TV 보는 것을 유달리 좋아했어요. 그래서 프로듀서가 되면 어떨까,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사람이 되면 어떨까 생각했죠.” 그러던 중 ‘삼성영상사업단’에 합류하게 됐다. 과거 삼성그룹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담당, 문화예술 분야에 대대적인 투자를 했던 곳이다. “가전 제품을 팔던 부서에서 음악과 영상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을 때예요. 비디오 플레이어만 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무엇을 담아야 할지를 고민했던 시점이죠. 소프트웨어가 발달해야 하드웨어가 성장할 수 있다는 인식이 그때 막 생겨났어요.” ▲ 길종철 교수(예체대 연영)는 우리대학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공학도다. 길 교수는 90년대 삼성영상사업단에 합류한 이후 25년 이상 영화 산업의 최전선에서 일했다. 우연한 기회로 영화를 만난 길 교수는 계속 영화 산업에 머물렀다. 사업단에서 다수의 영화 제작을 담당한 뒤, 한국영화아카데미 책임 교수를 거쳐 2005년 CJ 엔터테인먼트(현 CJ E&M 영화사업부문)에 합류했다. 이후 마케팅전략기획실장, 콘텐츠연구소장을 거쳐 국내사업 대표직을 역임했다. 전공 분야와 전혀 다른 삶이었으나 역시 ‘현장 경험’보다 확실한 지식은 없었다. “기억에 남는 작품이 너무나 많아요. 소재 발굴, 기획, 제작, 투자 등 영화 산업 전 분야를 통틀어 안 맡아본 일이 없죠. 촬영 현장에도 있어 봤고 감독들도 수없이 만났어요. 영화제를 직접 운영하기도 했고요. 영화계에서 새롭게 배운 것은 무엇일까. 길 교수는 ‘시장 전체를 보는 눈’이라고 말한다. “영화에도 역사가 있어요. 그 흐름을 이해하고 ‘바로 지금’에 필요한 영화를 알아보는 안목을 갖추게 됐죠. 한편으로는 이것이 팔리는 이야기냐, 아니냐를 알아보는 현실 감각. 경험이 가져다 준 산물이죠.” 하지만 길 교수에게 영화가 ‘비즈니스’의 영역인 것만은 아니다. 영화광으로서의 면모도 있다. 영화는 반드시 극장에서, 개봉 시기에 맞춰서 볼 것. 그의 감상 원칙이다. 때문에 일주일에 두 세번 이상은 극장을 찾는다. “상업적으로 실패한 영화도 재밌게 보는 방법이 있어요. 왜 재미 없는지를 찾아보는 거죠. 그런 게 더 공부가 돼요. 이렇게 영화라면 가리지 않고 봤더니 결국은 ‘절대량’이 늘어나게 됐어요.” 분석하듯 영화 보는 방식은 그만의 습관이다. 작품의 중요한 분기점마다 시계를 보며 시작 후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확인한다. “메모를 하면 좋겠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시계를 보는 거죠. 시간대 별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확인하면 한번만 보고도 영화 전체를 분석하기 쉬워요.” 주말에도 영화를 보며 시간을 보내고, 어떤 약속보다 영화를 우선 순위에 둔다는 길 교수. 영화는 그에게 가장 재밌는 놀이다. 영화의 본질, 스토리의 힘 ▲ 길종철 교수는 올해 초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중요한 건 스토리고 그것이 영화의 본질'이라고 밝혔다. 길 교수는 스토리를 화두로 교내 안팎에서 강의 중이다. (사진 출처 : 씨네 21) 빠르게 뜨고 지는 영화 산업을 지켜보며 길 교수는 좋은 영화의 본질을 묻게 됐다. 상업적으로 성공한 영화만 좋은 영화라 부를 수 있을까. 길 교수는 오랜 고민을 통해 영화의 본질이 ‘스토리’라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 “비즈니스적 요소가 영화에 힘을 보탤 수는 있겠지만, 관객의 마음을 울리는 힘은 결국 스토리에서 나와요. 영화 산업 전체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를 찾다보니 스토리로 돌아오게 됐죠.” 기업가의 입장에 섰던 그가 내린 결론으로는 의아하다. 대기업은 ‘돈벌이’에만 혈안이 됐다는 손가락질에도 익숙한 그였다. 길 교수는 대기업이 영화 산업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쪽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야만 산업 안에서 교류가 일어나고 자금이 움직이기 때문. 하지만 이 역시도 훌륭한 영화적 스토리가 계속 나와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스토리가 영화의 본질인 이유다. 길 교수는 영상에 맞는 스토리 문법에 대한 강의로 학생들을 만난다. 이론 중심의 설명보다 대중 영화의 다양한 사례를 활용해 스토리텔링의 기술을 이해시키고자 한다. 실제 작품를 뜯어보며 감독과 작가가 스토리를 풀어낸 형식을 이해하고, 이에 따른 대중의 반응을 살펴본다. 스토리를 전달하고 이해하는 원리에 집중하는 수업이다. 길 교수는 영화의 본질을 좇다보니 학교까지 오게된 것 같다고 말한다. “영화 산업이 지금은 잘 되는 것 같지만 미래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죠. 학생들이 좋은 영화를 만들지 않는다면 지금의 산업도 물거품이 될 거예요. 이처럼 영화의 근본을 찾는 고민을 하다보니 학교에도 오게된 것 같아요.” 인재를 발굴하는 일이 곧 이야기의 원천을 발견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치열함 끝에 아이디어가 나온다 길 교수의 노력은 집요하다. 영화뿐 아니라 드라마, 스포츠 등 온갖 종류의 트렌드를 섭렵하고자 한다. “TV를 볼 때도 사람들이 무엇을, 왜 좋아하는지를 먼저 생각해요. 요즘은 주 단위 시청률이 인터넷에 공개되니까 시간날 때마다 확인해요. 나에게는 재미가 없는데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이 주관성과 객관성의 차이를 이해하는 게 정말로 필요한 공부예요.” 길 교수가 공부를 멈추지 않는 이유는 치열함 끝에서 창의적인 생각이 나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창의적인 생각은 갑자기 툭 튀어 나오는 것 같지만, 사실은 집요한 연구가 있어야만 나오는 거예요. 영화 시장이 성공 사례만 있는 것처럼 화려해 보여도, 사실은 보여줄 기회도 얻지 못한 아이디어가 수없이 사장되고 있어요. 그말은 곧, 누구보다 치열하게 파고들어야 한다는 거죠.” 길 교수는 노년까지 연구를 계속하며 현장의 후배들과 교류하는 삶을 꿈꾼다. 세계적 명성의 스토리 전문가 로버트 맥키(Robert McKee)의 워크샵에 참석한 후로 그 꿈을 갖게 됐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혈기왕성하게 강단을 누비는 모습에 감명을 받았다.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하며 전 세계에 강연을 다니는 모습을 보고 ‘저거다’ 싶었죠. 오랜 시간이 지나서 누군가도 저의 궤적을 따라가고 싶다고 느끼면 좋겠습니다.” ▲ 길종철 교수는 스토리 전문가로의 새 삶을 꿈꾼다. 연구와 강의에 매진할 계획을 밝힌 길 교수는 "후배들이 롤모델로 삼는 선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곽민해 기자 cosmos3rd@hanyang.ac.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사진/조유미 기자 lovelym2@hanyang.ac.kr

2015-11 06

[교수]환경호르몬으로부터! 국민의 건강을 지킨다

지난 6월 11일 자연과학대학 생명과학과 계명찬 교수가 주관하는 ‘환경호르몬으로부터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기술개발 사업단’이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하는 2015년도 원천기술개발사업으로 선정되었다. 사업단의 단장을 맡은 계명찬 교수에게 사업단의 목표와 계획을 물었다. 에디터 박선영 | 글 임상범 | 사진 김정훈 ▲ 자연과학대학 생명과학과/ 환경호르몬 사업단 계명찬 교수 Q. 환경호르몬 사업단 개소 취지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환경호르몬은 인류가 직면한 공통의 환경문제입니다.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지원하는 이번 사업은 ‘환경호르몬으로부터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원천 기술 개발을 목표로 합니다. 약 3년에 걸쳐 총 65억 원의 연구비를 지원받게며, 본교 공과대학·법과대학·약학대학·의과대학·자연대학의 참여 교수 16명을 포함해 외부 4개 대학, 3개 참여기업, 4개 협력 기업이 함께합니다. 이번 사업단을 통해 환경호르몬에 대한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고 사회적 비용 절감과 함께 나아가 산업 생산을 활성화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Q. 환경호르몬 사업단에서 추진하는 연구 과제의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인가요? 영유아와 노인을 위해 환경호르몬이 거의 없는 저독성 환경호르몬 대체 물질을 개발할 계획입니다. 이를 원재료로 젖병, 세제, 링거백 등을 생산합니다. 환경호르몬 검출 자동화 센서 개발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침과 소변 같은 체액, 강물, 수돗물 등을 통해 환경호르몬의 유무를 간단하게 체크할 수 있는 센서입니다. 그 외 대체 물질의 내분비계 교란 활성에 대한 정밀평가, 환경호르몬 관리에 관한 제도 및 대국민 홍보 전략 개발에 대한 연구를 합니다. Q. 환경호르몬은 무엇이며 왜 조심해야 하나요? 환경호르몬은 콜레스테롤이나 에스트로겐 같은 성호르몬과 구조가 비슷한 물질로 주로 플라스틱과 합성세제, 일회용품에 들어 있는 비스페놀 A, 노닐페놀, 프탈레이트 등이 해당됩니다. 체내에 들어와서 호르몬과 비슷한 효과를 내거나 정상적인 호르몬 작용을 방해하기 때문에 내분비계 교란 물질이라 부릅니다. 환경호르몬은 생식 기능 저하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할아버지 세대에 비해 현대 남성의 정자 수가 확연히 적고 여성의 무월경, 생리통 등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편익을 위해 사용해온 물질이 인류의 건강과 미래를 위협하는 인자가 된 것입니다. Q. 환경호르몬에 대해 학계 및 정부 차원에서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환경호르몬 문제에 관심이 큽니다. 특히 독일은 환경호르몬을 철저하게 규제하고 있습니다. 식품 용기에서 플라스틱을 배제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요.각종 음료와 유제품은 거의 유리 용기에 담습니다. 우리나라도 선진국과 유사한 제도적 장치를 갖고 있습니다. 1980년 후반부터 1990년대 초까지 저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 환경호르몬 연구회를 조성해 참여한 적도 있습니다. 삶의 질과 생명 연장을 위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때입니다. Q. 환경호르몬으로부터 건강을 지키기 위해 일상에서 실천하면 좋은 방법을 알려주세요. 위험성을 인식하고 생활 습관을 바꾸는 게 중요합니다. 환경호르몬은 먹거나 피부를 통해, 일부는 호흡기로 체내에 들어오는데 주 경로는 먹는 것입니다. 먹는 물에 관심을 가지듯 물이 담기는 용기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특히 폴리카보네이트가 들어간 딱딱한 플라스틱은 절대로 얼리지 않아야 합니다. 실온에서 내용물이 녹을 때 플라스틱 속 환경호르몬이 녹아나옵니다. 이미 잘 알려졌듯이 뜨거운 음료를 붓는 행위도 금물입니다. 환경호르몬과 관련한 스티커가 붙은 제품도 무작정 믿어서는 안 됩니다. 예를 들어 ‘비스페놀 A FREE’스티커가 붙은 제품이라도 비스페놀 S나 F같은 다른 환경호르몬을 포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항상환경호르몬의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Q. 사업단의 수장으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시리라 짐작합니다. 앞으로의 목표와 각오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국민건강에 도움이 되고 동시에 산업 분야의 큰 변화를 가져와 기업과 국가의 경제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환경호르몬 대체 물질을 만들어 제품화했을 때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고 일자리를 제공할뿐더러 수출도 할 수 있으니까요. 저희에게 주어진 3년은 충분한 연구 기간은 아니지만 최대한의 결과를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2015-10 05

[교수]한양의 새 얼굴, 그 두 번째 이야기

로봇 시대의 도래, 시대의 결핍을 읽어내는 것이 필요해 MBC 유명 예능프로그램인 ‘라디오스타’에 일반인 게스트가 출연해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스타들의 예능 등용문으로 일컬어지는 프로그램에 긴 머리와 점프수트 차림을 한 일반인이 출연했으니 눈에 띌 수 밖에 없었을 터. 언뜻 봐도 괴짜나 외골수처럼 보일 법한 그가 우리대학 융합시스템학과에 신임 교수로 부임했다. ‘로봇 박사’ 한재권 교수(일반대학원 융합시스템)를 만나 그와 평생 함께 해온 로봇이야기를 들어봤다. 우연한 계기로 교단에 서게 된 로봇 박사 국내 유명 로봇회사에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던 한 교수는 ERICA캠퍼스 메카트로닉스공학과 학생들의 요청으로 멘토링을 오게 되면서 우리대학과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당시 여러 국제 로봇대회에 참가해 온 한 교수는 늘 미국이나 일본 등 로봇선진국의 팀을 부러운 눈길로 바라봤다. “다른 참가국들의 경우 로봇인구도 많고 저변이 굉장히 넓었어요. 부러워만 하기에는 로봇 연구자로서 어떤 책임감도 느껴지고, 학생들을 가르쳐보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습니다. 때마침 학생들에게 멘토링을 하기 위해 학교를 찾았고, 교수님들도 만나 뵙다가 좋은 기회를 얻어 교수로 부임하게 됐습니다.” 현재 ERICA캠퍼스 로봇공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한 교수는 학생들을 보며 안타까움과 희망을 동시에 느낀다고 말한다. “의욕이 넘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 ‘제가 학생들의 의욕들을 다 채워줄 수 있을까’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요. 하지만 동시에 무언가를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의 눈빛과 자신감에서 ‘이 친구들과 함께라면 뭔가 해낼 수 있겠다’라는 희망도 생깁니다. 옛날엔 나도 저런 눈빛을 하고 있었었지 하는 생각도 들고요.(웃음)” 한 교수의 교육방식은 학생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징검다리 식 교육이다. ‘내가 알고 있는 것들 다 알려줄게’가 아닌 학생들이 궁금해 하는 것들을 하나씩 알려주면서 스스로 한 발짝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한 교수는 “학생들과 함께 돈이 되는 로봇이 아닌 재미있는 로봇들을 만들어 보고 싶다”며 “진짜 꿈꿔왔던 로봇들을 학생들과 같이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 국내 유명 로봇회사에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던 한재권 교수(일반대학원 융합시스템)는 ERICA캠퍼스 메카트로닉스공학과 학생들의 요청으로 멘토링을 오게 되면서 우리대학과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몸이 불편한 동생을 위해 시작한 로봇 ▲ 한재권 교수가 멋진 정장대신 점프수트 차림으로 방송에 출연한 이유는 그저 본인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다. (출처 : MBC) 한 교수가 처음 로봇에 대한 관심을 갖고 시작하게 된 것은 몸이 불편한 동생을 위해서다. 한 교수의 동생은 뇌성마비를 앓고 있다. 어렸을 적 동생을 보살피기 위해 여념이 없는 부모님과 여행은커녕 외출도 힘든 상황이었다. 그때 한 교수는 만화영화에 나오는 로봇을 떠올렸다. “어렸을 땐 그런 로봇을 밖에서 사오면 되는 줄 알았어요.(웃음) 그런데 없더라고요. 그럼 내가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잘 기억도 안 나는 그때, 어린 시절부터 로봇을 만드는 것이 꿈이었어요. 물론 지금은 가족 때문이라기 보다는 로봇을 계속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어떤 사명감이 생겨 계속 로봇을 만들고 있습니다.” 한 교수와 ‘라디오스타’ 이야기는 떼 놓을 수 없다. 당시 미국에서 학업을 마치고 갓 귀국한 한 교수는 사실 어떤 종류의 프로그램인지조차 잘 모른 채 방송에 출연하게 됐다고 말했다. “얼마나 큰 영향력이 있는 프로그램인지, MC가 누군지도 잘 모른 채 출연했어요. 녹화를 하고 한 달쯤 있다가 방송이 나갔는데, 그 날 밤부터 섭외 전화가 계속 오고 난리가 났어요. 핸드폰도 끄고 다음 날 회사도 못나갔죠.(웃음) 사실 어린 친구들이 로봇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갖게 된 점은 좋았지만 로봇이 다소 가볍게 여겨질 수 있다는 부작용도 있었어요. 앞으로도 재미나 오락성으로 소비되고 마는 것이 아닌 무언가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 자리라면 나갈 의향이 있습니다.” 현재도 각종 강연이나 인터뷰, 시사프로그램에서 심심치 않게 얼굴을 볼 수 있는 한 교수의 또 다른 특징은 긴 머리와 점프수트이다. 멋진 정장대신 점프수트 차림으로 방송에 출연한 이유는 그저 본인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다. “엔지니어 티를 내고 싶었어요. 아무래도 대중들에게 블루 칼라에 대한 인식이 저 평가 돼 있잖아요. 하지만 ‘이런 모습도 자연스럽다, 당당하다’는 것을 보여주며 사람들의 시선을 바꾸고 싶었습니다.” 로봇의 시대,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 최근 글로벌 대기업들이 로봇에 대거 투자함은 물론, 네이버 역시 얼마 전 로봇공학에 400억 투자를 결정하는 등 로봇 시장이 심상치 않다. 한 교수는 앞으로 5년동안 로봇으로 인한 많은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스마트폰이 우리 삶을 크게 변화 시켰던 것처럼 곧 로봇기술이 생활 속에서 사용돼 우리 삶을 변화 시킬 것입니다. 10년 뒤면 휴머노이드 로봇의 초기 단계에 접어들어 우리 학생들이 사회의 주축이 되는 때에는 어쩌면 로봇과 함께 살아야 될지도 모르죠. 로봇과 경쟁을 할게 될지, 협업을 하게 될지 모르지만 로봇과 잘 융화되고 잘 다룰 수 있는 사람이 중요한 위치에 오르게 될 것입니다.” ▲ 한재권 교수는 지난 17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기술이 발전하면 그에 따른 반작용과 결핍이 발생해왔다"며 "그 결핍을 읽어내는 사람이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로봇이라는 새로운 기술이 우리의 삶에 들어오기 전 준비가 필요하다고 한다. 나의 삶이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하고, 변화된 사회를 리드하기 위해서는 어떤 소양을 쌓아야 할 지 지금부터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 한 교수는 과거의 사례를 보며 기술과 사회의 발전에 따른 반작용과 결핍에 주목할 것을 강조했다. “농약과 비료가 발달하고 유전자조작 기술이 발전하면서 농산물은 풍부해졌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순수한 유기농 제품을 찾는 이들이 늘어났습니다. 공업과 기계, 자동차 산업의 발달도 마찬가지에요. 기술의 발달로 생활이 편리해지자 사람들이 헬스클럽을 찾아 런닝머신을 뛰기 시작했어요. 건강에 대한 결핍이죠. 그렇다면 로봇 세상이 온다면 어떤 결핍이 올까요. 아마 사람일 것입니다. 아무리 친절한 친구 같은 로봇이더라도 오랜 시간을 같이 하다 보면 분명 뭔가 부족하다고 느끼기 마련이에요. 로봇의 패턴이 느껴지고 사람다움이 없다는 거죠. 로봇 세상의 키워드는 ‘휴머니티(humanity)’가 될 것입니다. 미래를 알고 싶다면 과거를 보면 돼요. 항상 기술이 발전하면 그에 따른 반작용과 결핍이 발생해왔습니다. 그 결핍을 읽어내는 사람이 성공하는 사람이죠.” 로봇을 통해 인간다운 세상을 꿈꾼다 한 교수가 꿈꾸는 로봇과 함께 하는 미래는 아이러니하게도 더욱 인간다운 세상이다. 로봇공학자이지만 로봇보다 로봇을 통한 인간 삶의 변화에 집중한다는 한 교수는 로봇 덕에 사람들이 더 행복해지기를 바란다. “우리가 힘들어 하는 일, 어려운 일은 로봇에게 맡기고 사람은 사람다운 일에 집중할 수 있게 하고 싶습니다. 인간의 반대편인 로봇을 통해 더 인간다운 세상을 꿈꾸는 것, 아이러니한가요? 제가 가르친 학생들이 전문가가 되어 함께 로봇을 만든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학부와 대학원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공학도에서, 로봇 연구원을 거쳐 우리대학 교수로 부임하기 까지 울퉁불퉁한 세상 속에서 누구보다 많은 경험을 해 온 한 교수는 끝으로 한양인들에게 조언을 남겼다. “요즘 들어 대학생들을 많이 만나면서 느낀 것이 있다면 자신이 무엇을 재미있어 하는지, 무엇을 잘하는 지 모르고 있는 학생이 너무 많다는 거에요. ‘대기업에 들어가면 좋다더라, 공무원이 좋다더라’ 하는 말에 이끌려 다니는 모습은 다른 사람의 욕망을 욕망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기 위해서는 해봐야 압니다. 지금 여러분의 경계를 벗어나 여러 가지를 해봐야 합니다. 저는 모든 사람들이 제일 잘하고, 재미있어 하는 일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걸 찾아서 하게 되면 성공하는 거에요. 우리 모두는 공무원이 되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니에요. 뭔가를 해보기에 대학생 신분으로는 이미 늦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어쩌면 가장 좋을 때 일 수도 있죠. 지금처럼 자유로울 때가 없으니까요. 아무리 똑똑한 사람도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어요. 부디 많이 경험하고 부딪히며 꿈을 꾸고, 찾으시길 바랍니다.” ▲ 한재권 교수는 인간의 반대편인 로봇을 통해 더욱 인간다운 세상을 꿈꾸고 있다. 박종관 기자 pjkko@hanyang.ac.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사진/이명지 기자 jk6180@hanyang.ac.kr

2015-09 23

[교수]한양의 새 얼굴 '꿈의 무대를 한양으로 옮기다'

준비 없인 기회를 잡을 수 없어 조수미, 홍혜경, 신영옥. 세 사람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세 명 모두 한국 출신의 세계적인 소프라노이다. 하지만 이들에겐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바로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Metro- Politian Opera House)의 무대에 주연으로 섰다는 것.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는 성악가들에게 ‘꿈의 무대’로 칭송 받는 곳이다. 그러나, 이 세 명이 전부가 아니다. 한국인으로서는 네 번째로,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무대를 밟은 소프라노가 있다. 이번 학기부터 우리대학 교수로 임용돼 교편을 잡게 된 캐슬린 김(김지현) 교수(음대 성악)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세계 최정상의 무대에 선 소프라노 김 교수는 세계 최정상 급의 소프라노다. 세계 최고의 무대로 칭송받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5년 동안 활약해왔다. 이탈리아 밀라노의 라 스칼라(Teatro alla Scala), 오스트리아 빈의 슈타츠오퍼(Wiener Staatsoper) 등과 함께 세계 5대 오페라 극장으로 손꼽히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는 그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크다. 김 교수는 그간 다양한 작품 활동을 통해 세계무대에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2007년 ‘피가로의 결혼(Le mariage de Figaro)’의 바바리나 역으로 메트로폴리탄 무대에 데뷔한 이래, ‘호프만의 이야기(Les contes d'Hoffmann)’의 올랭피아, ‘중국의 닉슨(Nixon in China)’ 중 장칭, ‘낙소스 섬의 아리아트데(Ariadne auf Naxos)’ 중 제르비네타, ‘가면 무도회(Un Ballo In Maschera)’의 오스카 등 다양한 배역을 성공적으로 소화해냈다. 한국에서 태어난 김 교수는 서울예고 2학년에 다니던 중 가족들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그 후 맨해튼 음대(Manhattan School of Music)를 졸업하며 본격적인 소프라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노래는 어릴 때부터 계속 해왔어요. MBC 어린이 합창단으로 활동을 하기도 했죠. 결국 예고까지 진학했는데,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됐습니다.” 미국에서 음대를 졸업했지만, 데뷔 과정은 쉽지 않았다. 뛰어난 성악가들과 오로지 실력만으로 승부를 봐야 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김 교수는 2005년 한국인 최초로 시카고 리릭오페라(Lyric Opera of Chicago)의 영 아티스트 프로그램에 선발됐다. “시카고 리릭오페라는 미국에서 아주 유명한 오페라입니다. 영 아티스트 프로그램은 일종의 트레이닝 프로그램인데, 주연 배우가 아프면 대역으로 무대에 오르거나, 단역들을 주로 맡으면서 훈련을 받는 과정이죠. 그렇게 리릭오페라에서 연습을 하던 도중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오디션 기회를 잡았고, 결국 오디션을 통과해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기회를 잡기 위한 부단한 노력 피나는 연습 끝에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 들어간 김 교수는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식’에서 바바리나 역을 맡아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단역이었지만, 실력을 세상에 알리기엔 충분했다. “그때 맡았던 바바리나라는 역할은 2분짜리의 굉장히 짧은 아리아를 부르는 역할입니다. 그런 큰 극장에서 어린 성악가가 데뷔하기에 딱 알맞은 역할이었죠. 그날 공연을 좋게 봐주셨는지, 그 뒤 ‘가면무도회’라는 오페라에서는 오스카라는 큰 배역을 맡게 됐습니다.“ 이 후 김 교수는 점차 큰 배역을 맡아가며 세계 무대에서 자신의 실력을 뽐냈고, 결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주연으로까지 활약하게 됐다. 모든 성악가가 꿈꾸는 무대에 김 교수가 설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은 무엇일까? 김 교수는 ‘항상 준비돼 있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도록 준비돼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부단히 노력하고, 연습하지 않으면 정작 기회가 찾아와도 잡을 수가 없기 때문이죠. 저는 항상 열심히 연습했습니다. 불 꺼진 극장에서 혼자 연습을 하기도 했죠. 그렇게 준비했기 때문에 영 아티스트 프로그램부터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오디션 기회까지,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었습니다.” 혹독한 연습을 통해 기회를 잡았다는 김 교수는, 철저한 자기관리로도 유명하다. 특히 공연이 없을 때에는 거의 묵언수행을 하다시피 한다. “자기관리를 배우고 싶으면 성악가를 따라 하라는 말이 있어요. 그 정도로 성악가는 자기 몸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제 몸이 곧 악기인 만큼 컨디션을 철저히 관리해야 하는 거죠. 특히 공연 전에는 먹는 것부터 씻는 것까지 하나하나 정말 조심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지금은 이렇게 인터뷰를 하지만, 평소에는 인터뷰도 거절하는 경우가 많아요.(웃음)” 교수로서의 삶, 새로운 목표 그간 세계적인 소프라노로서 화려한 커리어를 쌓아온 김 교수는, 이제 교수로의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당장 이번 학기부터 음악대학의 ‘오라토리오 워크샵’과 ‘전공실기’ 수업을 맡아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렇게 빨리 학생들을 가르치게 될 줄은 몰랐어요. 가르치는 것에 재능이 있는지 확신도 없었죠. 근데 막상 해보니까 욕심이 계속 생기네요.(웃음) 학생들이 조금씩 발전해나가는 것을 보니까, 더 열심히 가르쳐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아직 가르친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제게 배운 학생들이 국제무대에 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본업인 성악가를 그만두는 것은 아니다. 이미 10월에는 스위스에서의 공연이 계획돼있고, 이외에도 다양한 외국공연을 지속할 예정이다. “최대한 학생들에게는 피해가 가지 않는 한도 내에서 외국 공연은 진행할 예정이에요. 성악가는 연구논문이 아니라 연주활동으로 실력을 보여주는 사람이니까요. 활발한 활동을 통해 우리 대학의 위상 또한 높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목표를 향한 노력’을 강조했다. “적어도 스스로 전공을 선택해 대학에 들어온 학생들인 만큼, 자신의 꿈이나 목표는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고 있다면, 끝까지 붙잡고 늘어질 수 있어요. 물론 그 과정에서 힘든 일도 있고, 좌절할 때도 많을 겁니다. 하지만 목표를 갖고 최선을 다한다면 결국 목표를 이뤄낼 수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정우진 기자 wjdnwls@hanyang.ac.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사진/이명지 기자 jk6180@hanyang.ac.kr

2015-09 16

[교수]새로운 담론을 펼치다

"한 발 늦어도 세 발 먼저 갈 수 있는 방법" 인문학에 관한 이론들을 공부하다 보면 가끔 의문점들이 고개를 들 때가 있다. 중세 사회의 근간이 되는 '봉건제'라는 개념을 두고 동서양의 개념이 다르고, 개인과 집단을 보는 동양과 서양의 시선이 다르다. 그럼에도 우리는 사회를 분석하고 이해하는 도구로 서양에서 만들어진 개념적 틀을 주로 이용한다. 그러나 우리는 명백히 다른 역사적, 사회적 배경을 갖고 나고 자랐다. 인문사회계열 최고의 출판사 중 하나인 영국 라우틀리지(Routledge)의 새로운 시리즈 편집장 은용수 교수(사회대 정외)는 새로운 틀을 이용한 학문의 전파에 도전한다. 라우틀리지, 인문사회학의 세상을 담다 인문사회계열 교수와 박사라면 모두 들었을 법한 출판사가 있다. 전문학술서적과 대학교재, 다양한 학술지를 두루두루 출판하고 있는 출판사의 이름은 라우틀리지(Routledge)다. 라우틀리지는 1836년 첫 책을 출판한 이래 180년 동안 수 만권의 책을 펴낸 저명한 영국의 출판사로, 세계 최대의 출판사를 꼽을 때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다. 유명 출판사들은 많은 경우 출판사 이름을 걸고 하나의 주제에 관한 시리즈 도서를 출간한다. 라우틀리지 역시 마찬가지. 은 교수는 올해 라우틀리지에서 '아시아에서의 국제정치 이론과 실제'라는 이름의 시리즈 도서 편집장직을 맡게 됐다. "최근 아시아와 중국의 성장이 큰 이슈가 되고 있지만, 정치와 외교 분야에서 이를 체계적인 저서로 남긴 시리즈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기존의 시리즈로는 현 상황을 완벽하게 담아낼 수 없다고 생각해서 새로운 시리즈를 기획했어요." 라우틀리지에서 출간하는 시리즈의 저자로 참여한 한국인은 있었지만, 시리즈를 총괄하는 책임 편집장은 없었다. 더군다나 동양의 정치와 외교를 다루는 시리즈를 서양의 주류 출판사에서 발간하기는 쉽지 않았다. 은 교수는 시리즈의 성공을 위해 다양한 집필진을 한데 모았다. "8-90년대 미국 정치학회 회장을 맡았던 피터 카젠스타인(Peter J Katzenstein) 교수, 니가타 대학의 타카시 이노구치 총장, 차기 미국정치학회 회장 T.V. 폴(T.V.Paul) 교수, 영국학파의 대가 팀듄(Tim Dunne) 교수 등 국제정치이론과 아시아를 연구하는 저명한 연구자들과 협력했습니다. 라우틀리지에서 시리즈 출판을 허락받기에 충분한 분들이었습니다." 라우틀리지 내부의 오랜 회의 끝에 은 교수의 기획이 통과돼, 은 교수는 향후 10년 동안 해당 시리즈의 편집장직을 맡게 됐다. 새로운 시리즈의 새로운 담론 우리가 배워온 정치학 이론들은 대개 다 서양식 이름을 갖고 있다. 사회과학의 토대가 대부분 서양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은 교수가 기획한 시리즈는 이러한 서양 중심의 연구방식을 탈피하고자 한다. "21세기에 들어 아시아, 중국이 갖고 있는 힘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아시아의 국제 정치와 관련된 외교, 미디어 등 다양한 실제 사례를 분석하는 연구도 늘어났죠. 그럼에도 대부분의 연구는 여전히 서양의 분쟁과 전쟁의 역사를 기본으로 진행이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는 아시아의 역사와 문화를 고려하지 않아 무리가 있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현실은 은 교수의 아시아 국제정치 시리즈 기획의 토대가 됐다. "연구를 하는 동안 저도 많은 회의감을 느끼고, 비판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새로운 시각을 담고자 합니다. 탈서양, 혹은 포스트서양의 시각에서 아시아를 바라보고자 해요. 동서양의 대립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둘 모두를 담아낼 수 있는 이론과 분석틀을 기초로 하는 연구 업적이 쌓여 하나의 담론이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은 교수는 학계의 '파편화'를 해결해야 할 문제로 꼽았다. "현재 정치외교학을 포함한 사회과학 전반에서 문제가 되는 것 중 하나는 연구자들이 각자 파편화 돼있다는 점이에요. 서로 자신의 영역에 들어가서 나오질 않고, 상대의 말을 무시하거나 듣지 않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동양과 서양을 아우르는 연구자들의 시리즈 집필 참가는 큰 의미를 갖는다. 은 교수는 교수들간의 협업이 단절된 연구문화를 해결할 것이라고 말한다. "다양한 출신적 배경을 가진 연구진들의 협업은 인식의 다원화를 가져옵니다. 혼자만의 연구, 한 국가만의 연구는 자신만의 시각에 갇히게 만드는 단점이 있어요. 타인과의 연구를 통해 새로운 이론적 틀과 개념 틀의 확장이 가능해집니다." 편집자로서 은 교수는 더 큰 꿈을 갖고 있다. "향후 십 년 동안의 시리즈를 통해 이루고 싶은 것은 새로운 담론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꿈입니다. 정치학에서 영미권중심의 학술적 지형을 탈피하고 다원화 돼,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담론이 만들어졌으면 해요." 편집자가 아닌 은용수 교수의 꿈 역시 강단 있는 필자의 자세를 보였다. "누군가가 제 글을 '믿고 읽을 수 있다', '은용수 글이라면 참고해도 되지'라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신뢰를 주는 학자가 되고 싶습니다. 교수로서는, 학생들에게 창피하지 않은 교수가 되고 싶어요. 선생님 같은 교수님, 그게 제 꿈이에요."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은 교수는 학창 시절부터 후회 없이 평생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해 고민했다. 실제로 선망의 대상이 되는 직업을 갖기도, 안정적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일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은 교수는 늘 하나의 생각을 갖고 있었다. "제가 좋아하는 노래 중에, 신해철 씨의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라는 노래가 있어요. 노래 제목대로, 항상 내가 원하는 게 뭔지를 생각해야 해요.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박사 과정을 시작했지만 크게 두렵지 않았던 건 이 일을 계속했을 때,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 인생을 돌아봤을 때 정말 행복했다고 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시작은 늦었지만 남들보다 한발 일찍 박사 과정을 끝낸 은 교수는 학생들에게도 늘 자신이 원하는 것이 뭔지를 생각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원하는 것을 찾는 방법은 경험뿐입니다. 경험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죠. 지름길은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렇게 한 발, 두 발 늦게 가더라도 정말 원하는 것을 찾으면 남들보다 세 발, 네 발 먼저 갈 수 있습니다." 최정아 기자 shaoran007@hanyang.ac.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사진/이명지 기자 jk6180@hanyang.ac.kr

2015-09 01

[교수]실천하는 지식인

"야성이 없는 지성은 지루하고, 지성이 없는 야성은 야만이다" 어느새 ‘융합 교육’, ‘창의적 교육’이 낯설지 않은 단어가 됐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융합적 인재가 되는지, 어떤 교육이 앞서가는 창의적 인재를 만드는지는 아리송하다. 해법은 ‘체험’에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스스로를 지식생태학자라고 소개하며, 실천적 지식인으로 각종 강연에서 행동함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지금까지 70여권의 적지 않은 책을 출판해 왔으며 최근에는 시집 출간까지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우리대학 유영만 교수(사범대 교육공학)를 만나러 직접 찾아가봤다. 지식과 생태학을 융합한 학문 유영만 교수는 스스로를 지식생태학자라고 소개한다. 그때마다 지식생태학자가 무엇이냐는 단골질문이 따라온다. 지식과 생태학을 합친 단어, 지식생태학은 생태계의 운영원리를 분석하고 지식이 창출, 활용, 소멸되는 원리로 재구성 한 그가 만든 새로운 융합 학문이다. 이 학문은 ‘지식’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기존의 학문과 차이가 있다. 기존의 학문에서는 지식을 외부에 존재하는 정적이고 객관적인 실체라고 바라봤다면 지식생태학에서는 ‘지식’을 살아있는 유기체로 인식한다. 또한 지식은 그것이 탄생한 상황에 따라 그 효용가치가 다를 수 밖에 없는 국지적인 것이며 개인의 주관과 신념을 반영한 메커니즘 속에서 순환적으로 공유, 소멸되는 에너지 흐름으로 바라본다. 유 교수는 지식 생태학을 통해 기존의 교육공학이 가졌던 고질적 한계를 새로운 관점으로 극복하고자 했다. 지식을 소유의 대상이라고 바라보며 교육의 궁극적 목적을 학습자의 결핍을 충족해 지식을 소유하려는 기존 관점을 탈 맥락적이고 경쟁적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학습의 효율지상주의적 발상 대신 마치 생태계의 공존관계처럼 지식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의 상생에 유익하고 도움을 제공하는 관계론적 효과성을 추구했다. 지식생태학의 내용은 현재 교육분야에서 추구하고 있는 ‘융합 교육’, ‘창의적 교육’ 등 패러다임과 연관이 깊다. 유 교수는 요즘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상은 무엇인지 지식생태학적 관점으로 비유를 통해 간략히 설명했다. “우리는 개나리가 한 송이 폈다고 아름답다고 하지 않습니다. 여러 꽃들이 한데 모여 군무를 이룰 때가 가장 개나리답게 아름답다 생각합니다. 하지만 장미는 혼자 있어도 그 자체로 화려합니다. 독무가 가장 어울리는 꽃이죠. 그렇담 사람은 어떨까요? 저는 군무만, 혹은 독무만 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닌 두 가지 요소가 고루 갖춰진 사람이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천의 힘, 어렸을 때부터 쌓아온 것 '야성이 없는 지성은 지루하고, 지성이 없는 야성은 야만일 수 있다'는 그가 늘 강조하는 지식인으로서의 가치관이다. 책상머리에서만 쌓은 지식이 아닌 부딪히며 쌓은 살아있는 경험 통해 만든 지식을 강조하는 말이다. 그가 유독 행동함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젊은 날의 삶과도 연관이 깊다. 현재의 교수라는 직함, 대중 강연자로서의 화려한 이력과 달리 그의 청년시절엔 크고 작은 어려움이 많았다. 농사를 지으며 유년시절을 보냈고 아버지는 아주 어렸던 시절 돌아가셨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중학교 입학조차 힘들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어머니마저 여의고 어린 나이에 혼자 삶을 떠안게 됐다. 하지만 그는 녹록지 않은 삶을 살면서도 행동함, 실천함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 자체가 방황의 여정이며 새로운 가능성의 문이 있을 거라고 스스로를 믿었기 때문이다. 그 후 유 교수는 뒤늦게 다시 공부를 시작해 84학번으로 우리대학 교육공학과에 입학하게 됐다. 당시 교육공학과는 우리대학에서 처음 신설된 학과였다. ”원래는 교육학 고시를 할 생각으로 학교에 들어왔어요. 하지만 막상 공부하려니 더 재밌는 책들을 옆에 두고 어려운 고시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 고역이었습니다. 결국 고시 공부는 중단했고 군대를 다녀온 후 교육공학 공부에 매진하게 됐습니다.” 유 교수는 다양한 책을 읽으며 공부하는 삶을 이어가기로 결심했다. 이후 우리대학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당시 교육공학과 은사님의 도움으로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학에서 박사를 마칠 수 있었다. 몇 년 후 우리대학에 부임해 교육공학 전공 교수로 제자이면서 동시에 후배들에게 가르침을 이어가고 있다. 다독에서 다작으로 시행착오가 많았던 그의 젊은 시절은 현재 대학생들의 겪고 있는 방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청년들의 고민을 누구보다 공감하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책들을 다수 집필해왔다. 또한 목적을 잃어버린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지침이 될 만한 책들도 다수이다. 그의 책에 나온 구절 중 ‘삶은, 얼마나 오랫동안 살았나보다 살아가는 동안 진정한 나로 살았는가가 중요하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진정한 나로 사는 것은 무엇일까? “진정한 나로 산다는 것은 어딘가에 몰입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하는 거에요. 그 일을 해도 시간가는 줄 모르고 몰입할 수 있는 것. 그때가 가장 나다워 지는 때를 말하는 겁니다.” 현재까지 유 교수는 75권의 책을 출판했다. 교육공학 전문 도서부터 청년들을 위한 책, 직장인들, 융합교육 등 그 분야가 다양하다. 최근에는 패러디 형식의 시집도 구상 중이다. 한양대학교 부임이 끝나기 전까지 100권의 책을 출판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하는 유 교수. 그는 글 쓰는 것이 즐겁기 때문에 다작은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다작의 원동력으로 ‘다독’을 꼽았다. “한 분야에 대해 알아야겠다고 마음 먹으면 그 분야와 관련된 책들을 다 읽습니다. 평소에는 신문에 선정된 추천도서를 통해 읽기도 하죠. 독서란 선구자들의 삶을 체험하는 간접체험의 결실이라고 생각해요. 못다한 경험을 채울 수 있는 것이고 실제 체험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을 키우는 것이죠.” 지식생태학은 학문의 영역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우리의 삶과도 맞닿아 있다. 유 교수는 개인적 삶에서도 언제나 행동하는 자세로 삶을 살고 있다. 사하라사막 원정, 안나푸르나 등반, 킬리만자로 원정까지 끊임없이 도전하고 경험의 힘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또한 다수의 집필, 강연 팟캐트스, SNS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며 지식인으로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문득 유 교수의 궁극적인 꿈은 무엇인지 궁금해 졌다. 유 교수는 의외의 답변을 했다. “저는 한국 사회가 너무 꿈에 매몰된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어요. 다만 저는 5가지 가치판단의 기준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고 앞으로도 쭉 그렇게 살 예정입니다. 열정, 혁신, 신뢰, 도전, 행복이 바로 그것입니다. ” 이수정 기자 sj930212@hanyang.ac.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사진/조유미 사진기자 lovelym2@hanyang.ac.kr

2015-08 28

[교수]100세 시대, 창업은 모두의 전략

류창완 교수는 2005년, 우리나라 최초의 전자결제 시스템을 개발해 연매출 500억을 달성했다. 그는 창업가의 길을 걷다가 현재 한양대학교 글로벌기업가센터장으로서 기업가 양성에 매진하고 있다. 그에게 창업은 100세 시대, 미래를 위한 선택이 아닌 모두가 공부해야 할 필수 교과다. 글 이명연 | 사진 박순애 ▲ 한양대 글로벌기업가센터장 류창완 교수 Q. 현재 교수님은 한양대학교 글로벌기업가센터 를 이끌고 계시는데요. 기관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우리 대학 글로벌기업가센터는 2009년 7월 국내 대학 최초로 설립된 기업가 정신을 교육하는 창업 지원센터입니다. 재학생, 동문, 일반인을 대상으로 기업가가 갖추어야 할 소양 및 역량을 체계적으로 교육해 ‘준비된 기술 창업인’을 양성합니다. Q. 지난 6월, 중소기업청과 창업진흥원이 발표한 ‘대학 창업 인프라 실태 조사’에 따르면 대학 창업 동아리와 창업 학과가 3년 새 2배로 증가했다고 합니다. 한양대학교 글로벌기업가센터만이 가진 장점과 비전은 무엇인가요? 야전에서 충분히 경험을 쌓고 성과를 얻은 성공한 기업가, 현재 한창 성장 중인 전도유망한 초기 창업자, 유망한 아이디어로 미래가 촉망되는 예비 기업가들이 모여 있는 지식인들의 집단이자 창조 경제의 허브입니다. 대상에 따라 센터에 무료로 입주가 가능하기 때문에 각 분야 전문가들의 활발한 정보 교류 및 협력 네트워크가 형성됩니다. 이를 통해 도움이 필요한 경우 성공한 선배의 노하우, 기술, 인력 등을 바탕으로 한 센터의 지원을 즉각적으로 수혈 받을 수 있습니다. Q. 실전 경험이 있는 기업가들이 멘토와 코치로서 포진되어 있다는 점이 교육의 질을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 같습니다. 삶은 경험의 축적이고 창업은 삶의 방식입니다. 삶이 경험을 바탕으로 하듯 창업도 마찬가지죠. 바다에 무작정 뛰어드는 것과 목적지와 수단, 항로, 전략, 선원, 식량, 필요한 장비로 무장한 후 바다에 뛰어드는 것은 분명 다르지 않겠어요? 전문적인 창업 교육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현장 경험과 실전 지혜를 체득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하는 교육은 깊이, 능력, 실용성 면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어요. 저 역시 창업가였기에 교육의 중요성을 더욱 잘 알고 있습니다. Q. 교수님도 창업을 하셨었군요? 대학 졸업 후 대기업에서 10년간 근무했고, 이후 IT 벤처기업을 창업해 10년간 운영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로 전자결제 시스템을 개발해 창업 5년 만에 매출 500억을 달성했죠. 물론 지금도 새로운 비즈니스에 대한 영감을 받기도 하지만 제 기업보다 후배들의 기업을 키우는 게 훗날 더 큰 이익으로 남을 것 같다는 판단입니다.(웃음) Q. ‘쿠팡’ ‘카카오톡’ ‘배달의 민족’ 등 국내에도 창업 성공 사례가 있긴 합니다만 중국에 비하면 규모나 영향력이 못 미치는데요. 창업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정부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창업 강국은 단방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각종 제도뿐 아니라 교육 시스템, 국민 의식까지 변화가 수반되어야 하는 만큼 긴 호흡으로 기다려야 하고, 단기 성과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외국처럼 음대생, 농민, 군인 등 대학생뿐 아니라 초등학생에게도 창업에 대한 마인드와 꿈을 가르쳐야 합니다.미국은 청년들에게 ‘페스트 페일(Fast Fail)’을 권합니다. 빠른 실패가 빠른 성장을 낳는 것을 간파한 것이죠. 반면 우리나라는 실패에 대한 포비아가 너무 커요. 실패한 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조기에 조성되어야 합니다. 또 우리나라 청년 창업가들의 취약점인 글로벌 창업 역량을 높이기 위해 유학생을 포함한 재외 국민과 국내에 유학 와 있는 많은 재한 외국 유학생들을 연결하여 글로벌 창업의 중요자산으 로 활용해야 합니다. Q. 창업 교육이 국민 필수 교과인 셈인가요? 현재 청년 실업률과 노년 빈곤 문제가 심각합니다. 흔히 100세 시대라고 이야기하잖아요. 창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누구나 한 번 이상 창업하는 시대가 우리 앞에 와 있습니다. 당장 계획이 없다고 해도, 자신의 삶과 꿈을 경영할 수 있도록 창업에 대한 지식과 소양을 쌓아야 합니다.

2015-07 08

[교수]법 연구자이자 인문학 도서 작가

"알고 싶고, 보고 싶고, 이해하고 싶다." 연구실에 있는 화이트보드에 쓰인 글귀가 눈에 띈다. “알고 싶고, 보고 싶고, 이해하고 싶다.” 이는 14세기 시작된 르네상스 시기의 시대정신이며 박찬운 교수(법대 법학)가 학생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것이다. ‘너는 고민이 있니? 무슨 일로 걱정하니? 알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은 무엇이니?’라는 물음으로 학생들의 마음을 두드리는 박 교수. 그는 의문을 갖는다는 것은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하며 스스로를 르네상스맨이라 부른다. 3권의 인문학 서적을 출판했고 올해 6월 30일 빈센트 반 고흐(Gogh)에 대한 독특한 구성의 책을 출간한 박 교수를 만나봤다. 법조인, 교수, 그리고 작가로서의 삶 25년간 변호사로, 10년간 교수로, 동시에 이제는 집필가로서의 삶을 내딛고 있는 박찬운 교수(법대 법학). 법조인으로서의 역할이 더욱 컸던 그가 인문학 서적을 쓴다는 것은 얼핏 들었을 때 생소하게 느껴진다. 사실 박 교수는 지난 20년간 우리나라 인권법 분야의 개척자이며 국제인권법 분야에서 독보적인 연구서를 낸 학자이기도 하다. 두 모습이 서로 낯설게 느껴지지만 그의 인문학에 대한 관심은 사실 법률가로서의 삶을 살면서 커졌다. 법률가로서의 삶을 선택한 계기는 유년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 집안은 좌우대립적 한국사회 정치 양상의 희생양이었어요. 외가는 고향에서 아주 유명한 좌익이었고, 아버지는 전쟁 중 국군 장교였기 때문이죠. 그런 가정환경 속에서 사회에 대한 강한 비판의식이 마음 깊이 계속 내재돼 왔어요. 우리 사회를 결코 호의적으로 볼 수가 없었죠” 이후 박 교수는 부정적으로 얼룩진 한국 근·현대사의 원인에 대한 고민했고 그것은 지식인들에게 책임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즉 ‘지식인들이 진실을 보지 못했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이다. 막연하게 ‘사회에 중요한 일을 하고 싶다’는 그의 꿈은 법률가로 구체화 됐다. 법률가가 된다면 진실을 밝히고 세상의 정의를 세우는데 조금은 기여를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후 자연스럽게 법대를 진학하게 되고 사법시험에 매진해 변호사의 꿈을 실현했다. 이후 25년간 법조인의 삶을 살면서 한국 법률가들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 “한국의 대부분의 법조인들은 세상과 인간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한 채 법률가가 돼요. 소위 고시공부를 하면서 사회와 단절된 채 시험을 치르기 때문이죠. 저는 여기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박 교수는 법률가가 하는 일은 결국 사람을 향한 일이기 때문에 인간과 사회에 뿐만 아니라 자연과 생명에 대한 이해 등 깊은 고민과 통찰력이 토대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후 국제인권법에 대한 공부를 하기 위해 미국에서의 유학생활 보낸 후, 한국사회에서 ‘인권법 개척자’로 많은 활동을 하고 10년 전 우리대학에서 교편을 잡게 됐다. 교수가 된 후 변호사 시절보다 시간적 여유가 생긴 그는 책을 읽고, 인간, 역사, 예술에 대해 탐색하고 공부하며 과거 못다했던 인문학 공부에 몰입할 수 있었다. 이어 자신이 아는 것들을 잊기 전에 정리를 한다는 차원에서 대중적인 글을 쓰기 시작했다. ‘빈센트 반 고흐, 새벽을 깨우다’ 평소 로스쿨에서 인권법을 연구하고 강의하면서 법학에 인문학적 정서를 연결시키는 데 깊은 관심을 가져 왔던 박 교수는 지난 몇 년간 몇 권의 인문학 책을 저술해 왔다. 2011년 ‘책으로 세상을 말하다’, 2013년 ‘문명과의 대화’(문광부 우수문학도서), 2014년 ‘로마문명 한국에 오다’가 바로 그것이다. 그의 인문적 관심사가 이번에는 예술의 영역으로 확장됐다.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 해석을 엮은 ‘빈센트 반 고흐, 새벽을 깨우다’를 출간한 것. 반 고흐는 대중들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 중 한 명이다. 박 교수는 평소 반 고흐의 작품과 책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10여년 전부터 고흐와 관련된 책을 쓰면 좋겠다는 막연한 희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작년 가을 본격적으로 SNS를 시작하고 고흐에 대한 이야기를 포스팅하게 됐죠.” 박 교수는 처음에는 그림을 설명하는 정도로 그칠 생각이었다. 하지만 점차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게 되었고, 좀 더 몰입해 글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박 교수는 반 고흐와 관련된 모든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하며 주 2회 이상 꾸준히 게시 글을 올렸다. 주로 새벽 4시에 일어나 두시간 동안 200자 원고지 20~30매 분량의 글을 게시했다. ‘새벽을 깨우다’라는 책 제목도 여기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주로 새벽에 글을 쓰니 그때마다 그림을 그리는 고흐의 에너지가 저의 영혼을 깨우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책 제목도 이렇게 정하게 된 것이고요.” 고흐를 주제로 한 칼럼은 3개월간 계속 됐고 총 49개의 글들에는 약 1200개의 댓글이 달리는 등 많은 사람들의 호응이 있었다. 그리고는 그 글들을 한데 엮어 800쪽 분량의 인문도서로 출간하게 됐다. 상상력을 엮어 창조적인 삶을 살아가길 바라 시중에 고흐에 대한 미학적 도서는 많다. 하지만 박 교수의 책은 그 구성이 독특하다. 이 책은 박교수가 반 고흐에 대해 글을 쓰게 된 과정이 그대로 녹아있다. 총 39개의 소주제로 구성된 이 책에는 고흐의 삶을 토대로 한 작품 해석과 함께 페이스북 포스팅에 달린 댓글의 일부를 함께 실었다. 책 자체에 독자의 반응을 반영한 쌍방향식 도서라고 볼 수 있다. 또한 페이스북에 연재되었던 글이기 때문에 기존의 딱딱한 학술적인 방식을 탈피하고 읽기 쉬운 서술체의 장점을 살려 독자들이 미술감상을 어렵지 않게 생각하게끔 도왔다. “한국에 고흐에 관한 책들은 많지만 그의 작품을 감상하고 많은 사람들과 공유한 것들을 기록한 책은 제 책이 유일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박 교수의 인문학에 대한 열정은 계속된다. 현재 여러 분야에서 인문학과 관련된 활동을 계획 중이다. 학생 전체를 상대로 인간의 ‘권리’라는 법적 개념에 대해 인문학적으로 이해하는 융합교양과목을 준비 중이고 관련된 교양 도서도 집필할 예정이다. 또한 피렌체, 로마, 베네치아 등 이탈리아의 르네상스 도시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책과 서양화의 작품을 인문학적으로 설명하는 책도 구상 중이다. 박 교수에게는 책을 만드는 것 자체가 창작의 과정이었다. “제목은 어디에 넣을지 책 표지는 어떻게 할지, 내용은 또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등 많은 고민과 선택의 과정이 필요했죠. 그 과정이 모두 창조의 과정이었습니다” 박 교수는 이런 창조력의 밑바탕은 독서와 여행이라고 설명했다. 즉 창조력을 키우기 위해선 평상시 독서를 많이 하고 때때로 여행을 통해 독서한 것을 직접 확인하는 과정을 가질 것을 조언했다. “창조력은 우연의 산물이 아닙니다. 머리 속에 있던 생각이 증폭하는 것이죠. 이를 위해선 독서를 통해 인문학적 지식을 습득하고 이를 여행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그 과정을 거치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많은 상상력이 엮어져 지식의 교합과 가공이 이루어집니다. 그것이 바로 창의력의 원동력입니다.” 이수정 기자sj930212@hanyang.ac.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사진/조유미 기자 Lovelym2@hanyang.ac.kr

2015-07 07

[교수]관광, 즐거운 일탈의 장을 연다

‘2015 의정부음악극축제’ 총감독이자 한양대학교 관광연구소장인 이훈 교수. 그는 여가와 축제에 관한 폭넓은 연구와 문화예술축제 평가, 관광정책, 관광사업 컨설팅 등 다방면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이훈 교수에게 여가와 관광이 가져야 할 참 의미를 물었다. 글 임상범 | 사진 김정훈 ▲ 한양대 이훈 교수(사회과학대학 관광학부, 관광연구소장) Q. 교수님의 주된 연구 분야와 활동 내용은 무엇인가요? 여가와 대안 관광, 두 가지 분야를 중점적으로 연구합니다. 대안 관광은 생태 관광, 문화예술 관광, 축제 등을 의미합니다. 대량 관광이 지닌 ‘환경 파괴’나 ‘만족도 저하’ 같은 문제 해결이 대두되고 있는데 저는 이와 관련한 학술 연구와 발표, 의뢰받은 프로젝트를 수행합니다. 또 1년에 25가지 정도의 축제에 관여해 자문하거나 평가를 하기도 합니다. Q. 연구 활동을 통해 이룬 성과를 소개해주세요. 우선 수학여행에 변화를 가져왔다는 점입니다. 저희 조사에 따르면 많은 학생이 제주도나 경주 등 여행지가 제한적이고 프로그램 구성이 뻔한 수학여행에 불만족스러워했습니다. 수학여행을 통해 학생들은 여행지를 제대로 느끼고 경험하거나 여행에 대한 참재미를 느끼기는커녕 ‘여행은 재미없다’는 선입견을 품기도 합니다. 저는 한국관광공사나 관련 기관과 연계해 수학여행에 대해 연구한 후 소규모 테마 여행을 제안했어요. 서울시 각 학교 교장, 교감을 대상으로 수학여행의 변화를 제안하는 과정들을 거치며 현재는 전국적으로 수학여행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큰 자산이자 세계문화유산인 궁궐 연구도 뿌듯한 성과를 냈습니다. 궁궐은 사람들이 재미없어하고, 재방문율이 낮습니다. 중장기발전계획을 세우고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한 결과 ‘창덕궁 달빛 기행’이나 ‘궁중문화축전’ 등을 통해 궁이 재미있는 장소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Q. 수학여행의 변화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여행은 습관입니다. 어릴 때 경험하지 않으면 성인이 되어 도 좋은 여행을 하기 어렵습니다. 수학여행은 그 경험의 시작을 제도적으로 주도할 수 있어서 중요하죠. 삼각산 고등학교는 소규모 테마 여행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학교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신이 사라지면서 적극적으로 학교를 지원하는 변화가 생겼습니다. 단순히 여행의 질이 좋아진 게 아니라 관계를 재형성하게 되었지요. 또 학습 능력 위주로 교육하고 평가하는 학교를 벗어나면 아이들이 갖는 새로운 재능을 발견하게 됩니다. 창의적 기획을 잘하는 아이, 리더십을 발휘하는 아이 등에게 재능을 발휘할 기회를 제공하면서 자신감도 심어줄 수 있죠. 여가란 단어에는 리셋(Reset) 외에 스쿨(School)의 의미도 있습니다. 학교에서 정서적으로 풍부해지는 것, 즉 잘 노는 게 중요합니다. 놀이 속에 공부도, 관계도 있는 것이지요. Q. 여가와 여행에 대한 개인 혹은 우리 사회의 시각도 달라졌다고 볼 수 있겠네요. 확실히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여가를 공간적·시간적 확장 개념으로 본 게 투어리즘( Tourism)입니다. 한양대 관광학부의 경우는 종합과학적인 측면에서 여가를 바라봅니다. 경영학 측면에서 보는 타 대학의 관련 학과와의 차이점입니다. 관광객을 소비자가 아니라 ‘놀이자’로 먼저 봐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관광객은 놀러 가는 것이고, 놀다 보니 소비로 이어지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관광객이 진심으로 바라는 욕구를 파악하는 게 중요합니다. Q. 그렇다면 교수님이 관광이나 축제를 연구할 때 지키고자 하는 지향점은 무엇인가요? 연구의 큰 방향은 ‘어른들을 아이처럼 즐겁게 놀게 만들자’입니다. 놀이성(Playfulness)은 어른이 되어도 사라지지 않지만 갑옷으로 겹겹이 쌓여 있습니다. 여행이나 음주 시 노래방처럼 밀폐된 공간 등에서 놀이적 특질이 발산되죠. 여행이나 축제는 일상성을 벗어나 놀이적 성향을 발휘하는 일탈의 공간과 기회를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Q. 현재 우리나라 관광 산업의 발전 가능성은 어떻게 보십니까?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관광객은 1400만 명이 넘습니다. 인구 5000만 국가에 이만큼 여행을 많이 가고 오는 나라는 드뭅니다. 전국에 관광 관련 학과도 199개나 되어 훌륭한 인력이 양성되고 있고요. 하지만 우리나라 축제 역사는 고작 20년이에요. 내국인이 먼저 즐기면서 천천히 뿌리를 내려야 확산되고 글로벌화된다고 생각합니다. Q. 교수님의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요? 그동안 진행한 연구 프로젝트와 발표한 논문을 정리해서 책을 쓰고 싶습니다. 책은 긴 호흡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니까 여유를 갖고 준비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