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768건
뉴스 리스트
게시판 리스트 컨텐츠
2017-06 21

[학생]오선지에 쓴 일기, 피아노로 완성하다

오선지 일기장에 써나가는 감정. 그 감정은 멜로디란 옷을 입고 피아노에 얹은 손 끝에서 감미로운 선율로 변신해 세상 밖으로 나온다. 20살, 연인과 부모님에 대한 서운함을 담아 쓴 김하늘(피아노과 2) 씨의 곡 ‘서운해’가 지난달 음원으로 발매됐다. ‘밤하늘’이란 이름으로 활동 중인 그와 보컬리스트 한슬의 콜라보 ‘모자루트’의 데뷔 곡이었다. 수북한 오선지에는 또 어떤 사연이 담겨있을까. 김하늘 씨의 소소한 일상이 담긴 ‘뮤직 라이프’를 들어보자. 피아노와 보컬. 어쿠스틱콜라보 ‘모자루트’ 지난 5월 24일 모자루트가 발표한 곡 ‘서운해’는 김 씨의 피아노 반주와 한슬의 보컬이 어쿠스틱한 느낌으로 어우러진 곡이다. 사랑받고 싶은 사람에게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의 서운함을 담은 가사와 차분한 멜로디가 특징이다. 스무살 때 반 년에 걸쳐 작사, 작곡한 곡으로 당시의 감정과 이야기를 가감 없이 담아냈다. '장난기가 많다'는 스스로의 소개답게 발라드에선 잘 쓰이지 않는 언어 유희를 담기도 했다. 그룹명부터 독특한 '모자루트'란 이름은 모자와 수학기호 루트의 합성어다. ‘모자 속에서 어떤 음악이 튀어나올지 계산 불허인 음악’이란 의미를 담았다. 물론 모자르트의 이름을 살린 작명이기도 하다. 음원 발매 소감을 묻자 김 씨는 생각보다 담담했다. “크게 기쁘거나 감격스럽진 않고 조별 과제 끝낸 그런 기분이에요. 후련하다고 해야할까요. 음원 하나 냈다고 하루 아침에 인기를 얻는 것은 아니니까. 꾸준히 했을 때 많은 분들이 알아봐주시겠죠.” ▲ 김하늘(피아노과 2) 씨가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다. 그에겐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출처: 김하늘 씨) ▲ 김하늘 씨를 만나 지난달 발표한 곡 '서운해'와 작업 과정에 대해 들었다. 첫 음원 발매에 대해 그는 담담한 소감을 전했다. 일상의 모든 곳이 나만의 작업실 김하늘 씨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피아노를 접했다. 연주에만 익숙했던 그가 작곡을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3학년 때다. 처음 만든 노래는 '열 밤 자고 나면'이란 곡으로, 첫사랑 이야기가 담겼다. "초등학교 때 좋아했던 첫사랑과 고3 시절에 연락이 닿았어요. 전 음대를 준비하느라 입시 시기가 달랐는데, 딱 '10일만 연락을 못 할 것 같다'고 했었죠." 노래가 좋다는 주변 사람들의 반응에 힘입어 처음으로 SNS에 공개한 곡이기도 하다. 이렇게 하나둘 자작곡을 SNS 계정에 올리자 어느새 17000여명의 팔로어가 생겼다. 그는 '이야기에 멜로디를 입히는 방식'으로 곡을 쓴다. 작곡보다 가사를 붙일 때 더 많은 고민을 하는 편.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곡을 쓰되, 같은 말이라도 세련되고 개성있는 어투의 가사로 바꾸는 데" 가장 큰 공을 들인다. 책벌레로 불릴 정도로 독서를 많이 한 것이 좋은 가사를 쓰는 비결이라고 전한 그는 평소 마음에 드는 말은 핸드폰에 메모하는 습관이 있다. "친구 손에 상처가 있어서 왜 그러냐고 물은 적이 있는데 ‘장미 따려다가’라고 대답하더라고요. 그 말이 예뻐서 메모장에 적어뒀죠." 하루에 네다섯 시간은 기본, 많을 땐 12시간도 피아노 앞에 앉는다는 그는 악보도 손으로 직접 쓴다. “작사는 평소에도 틈틈이 하지만 작곡을 비롯한 모든 것은 피아노 앞에서 해요. 요즘은 컴퓨터로 작업하는 사람이 많지만, 전 아직도 오선지에 음표를 그리고 가사를 넣어요." 완성된 가사의 분위기에 맞는 조성을 정하고 의도한 어감에 맞는 음을 설정해 멜로디를 구성한다. “사람마다 자주쓰는 말투가 있듯이 작곡가들도 각자 고유의 음이 있다”는 설명이다. ▲ 김하늘 씨는 여전히 오선지에 직접 악보를 그리며 작업한다. 인터뷰 당시 메고 온 가방 속에도 작업 흔적이 가득했다. 음악으로 시작하고 음악으로 끝나는 하루 김 씨의 일상은 온통 음악 생각 뿐이다. 오가는 지하철에서, 밤 깊은 시간 집 앞의 벤치에서 늘 악상을 떠올린다. “새벽 2-3시, 감성이 가장 충만한 시간에 작사가 가장 잘 된다”는 그는 “자려고 누웠다가도 좋은 가사가 떠올라서 쓰고 잘 때도 많다"고 했다. 지금까지 쓴 곡은 20곡 정도로, 대부분 사랑 이야기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냥 말하기 민망한 말이 있으니까 음을 넣고 리듬을 넣어 덜 민망하게 만드는 거죠." 인터뷰를 마치며 그는 언젠가 “명곡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 기준은 다양하겠지만, 제게는 '들을 때마다 새롭게 와닿는 노래'예요. '서운해'를 작곡했을 당시와 지금 부를 때의 느낌이 다른 것처럼, 듣는 상황마다 다른 감정이 떠오르는 곡이었으면 좋겠어요." 음악 앞에서는 한없이 진지한 그의 노력이 언젠가 만인의 마음을 울리길 기대해 본다. ▲ 김하늘 씨는 "현재에 충실한 삶을 살며, 그저 음악을 하는 것이 행복"이라 전했다. 글/ 최연재 기자 cyj0914@hanyang.ac.kr 사진/ 문하나 기자 onlyoneluna@hanyang.ac.kr

2017-06 14 중요기사

[학생]극한의 사하라 마라톤 완주한 '터미네이터' (6)

우리는 체력이 좋은 이를 ‘철인’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철인을 넘어 '터미네이터'란 별명을 가진 이가 있다. 지난 5월, 지구상에서 가장 험한 코스라 불리는 '사하라 사막 마라톤'을 완주한 김채울(산업융합학부 2) 씨다. 김 씨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7일 간의 도전을 이어나갈 수 있었던 데는 '장애 아동을 위한다'는 뚜렷한 원동력이 있었다. 사하라 마라톤,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다 사하라 사막 마라톤은 6박 7일 동안 식량을 비롯한 모든 장비를 등에 메고 하루에 10시간 이상, 총 250km를 달리는 극한 코스다. 올해는 IS 문제로 4월 30일부터 5월 6일까지 나미브 사막에서 개최됐다. 낮에는 회사에서 일하고, 저녁과 주말에 캠퍼스에서 수업을 듣는 '직대딩' 김채울 씨는 빠듯한 일정 중에도 틈틈히 체력을 다져 이 마라톤을 무사히 완주했다. 김 씨의 행보가 특별한 이유는 험준한 코스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장애아동 재활병원을 돕기 위한 크라우드 펀딩을 마라톤 참여와 연계해 열었다. 자신의 블로그에 마라톤에 참가하는 취지를 설명하고 기부 참여를 권유한 결과, 167명의 기부자로부터 700여만원이 모였다. 이 기금은 김 씨의 마라톤 완주 후 ‘넥슨어린이재활병원’에 전달됐다. 마라톤에서 그는 완주를 거의 앞둔 시점에서 십자인대 수술을 받은 무릎이 부어올라 고비를 맞기도 했다. 진통제도 듣지 않아 한참 동안 '포기할까'를 고민했다. 그러나 자신의 완주가 갖는 의미를 알기에 다시 힘을 냈다.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겠다고 먼 길을 온 만큼 후원에 참여한 분들과 재활 병원의 아이들을 떠올리며 끝까지 달렸어요." ▲ 김채울(산업융합학부 2) 씨가 사하라 사막 마라톤에 참여했던 기억을 회상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 김채울 씨는 지난 5월 22일 펀딩을 통해 모은 기부금 700여만원을 넥슨어린이재활병원에 기부했다. (출처: 김채울 씨) 아이들에게 희망의 등대 되고파 김채울 씨가 장애아동의 재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 2014년, 참가비 전액을 재활병원에 기부하는 철인3종대회에 운영 스태프(staff)로 참여하면서다. “활동 중에 희귀병을 앓는 한 소년이 아버지 손을 잡고 완주하는 것을 봤어요. 아버지의 존재가 분명 그 어린이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의지가 됐겠죠. 저도 그 아버지처럼 고통과 싸우는 환우들에게 희망을 주는 등대가 되고 싶었어요." 국내에 있는 어린이재활병원은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이 유일하다. 낮은 의료 수가로 인한 적자, 장애인 병원의 높은 운영비 때문에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운영을 기피하는 실정이다. 때문에 장애를 가진 어린이들은 전국의 병원을 찾아 헤매야 하고, 조기 치료 시기를 놓쳐 완치에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김 씨는 어린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그는 우선 참가비가 전액 기부되는 '은총이와 함께하는 철인3종대회'에 선수로 참여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때부터 외로운 훈련이 시작됐다. 매일 새벽 출근 전에 90분 동안 수영했고, 점심시간에는 회사 앞 공원에서 달리기를 했다. 왕복 50km의 출퇴근은 자전거로 해결했다. “주변 걱정도 많았지만 운동을 통해 스스로 더 건강해진다는 걸 느꼈고, 무엇보다 운동하는 순간 순간이 즐거웠어요 (웃음).” 끈질긴 노력으로 그는 이듬해 열린 철인3종대회를 3시간 30분만에 완주했고, 이 계기로 사막 마라톤에 참여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사막 마라톤에 참여할 때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장애 어린이에게 관심을 갖게 하고, 장애 어린이에겐 우리가 함께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크라우드 펀딩을 기획했어요." ▲ 김채울 씨가 사막 마라톤에서 메고 달린 가방. 5만원 이상 후원한 사람들의 이름을 가방에 붙였다. (출처: 김채울 씨) ▲ 김채울 씨가 사막을 달린 6박 7일 간의 여정을 정리했다. 그는 특히 밤샘 러닝이 있었던 날, 동료들과 별이 쏟아질 것처럼 빛나는 하늘을 봤던 게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출처: 김채울 씨) 함께해서 값진 기부 사하라 사막 마라톤을 완주한 김 씨는,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4대 사막 마라톤을 한 해에 한 개씩 정복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장기간의 대회 준비부터 항공권까지, 마라톤 하나에 드는 비용도 무시할 수 없지만 그가 이런 꿈을 꾸는 이유가 있다. “단순히 어린이 병원에 돈을 기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저도 즐기면서 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통해 달성한 기부가 더 의미 있고 지속 가능하다 생각해요. 앞으로도 저의 사막프로젝트는 계속 이어질 거예요.” ▲ 김채울 씨는 "기부를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가벼운 마음으로 작은 기부부터 시작하는 사람이 많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출처: 김채울 씨) 글/ 신혜빈 기자 shb2033@hanyang.ac.kr 사진/ 최민주 기자 lovelymin12@hanyang.ac.kr

2017-05 17 중요기사

[학생]발명왕에서 창업왕으로 “360만명 대학생 모두 행복했으면”

많은 기업들이 매년 천문학적인 수준의 광고비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거금을 들여 만든 광고가 효과를 내지 못하는 일도 부지기수. 휴학 중에 스타트업에서 일하며 이런 문제를 파악한 최지은(생체공학과 4) 씨는 이를 해결하고자 지난해 10월 '팝몬스터'를 창업했다. 팝몬스터는 기업에게 받은 광고 요청을 대학생을 위한 서비스로 치환해 제공하는 회사다. 기업은 광고 효과를 높이고, 대학생들에게 많은 서비스를 제공해 모두가 '윈윈'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포부다. 기업과 대학생 간의 연결고리 되고파 지난 2016년 10월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한 ‘팝몬스터’는 대학생 종합 혜택 서비스를 지향한다. 학점이나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지원 가능한 ‘몬스터 장학금’, 기업에 후기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참여할 수 있는 ‘무료 체험단’, 많은 학생이 필요로 하는 상품을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할인샵’ 등을 온라인으로 운영한다. 오프라인으로는 시험 기간에 맞춰 간식배부 행사 등을 연다. 팝몬스터의 대표 최지은 씨는 스타트업에서 일할 당시 광고비가 낭비되는 모습을 보고 지금의 회사를 구상하게 됐다. "스타트업 홍보팀에서 일할 때 광고비가 허비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광고의 타겟은 20대인데, 다른 연령까지 전달돼 수백억의 광고비가 깨지곤 하거든요. 비상식적인 구조를 타파하고,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팝몬스터는 기업에겐 적은 비용으로 광고 효과를 보장하고, 학생에겐 기업이 제공한 물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연결고리다. 가장 인기가 많은 서비스는 ‘몬스터 장학금’. 학생들의 사연을 받아 적게는 5만원부터 많게는 50만원까지의 장학금을 기업 이름으로 수여하는 서비스다. 학생은 대학생활에 필요한 장학금을, 기업은 ‘착한 기업’의 이미지와 광고 효과 모두를 얻게 되는 셈이다. ▲’팝몬스터’ 대표 최지은(생체공학과 4) 씨는 광고비 부담이 큰 기업과 대학생들 사이에서 힘이 되는 존재가 되고 싶다고 했다. 사회를 발전시키는 아이디어 최지은 씨는 어렸을 때부터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관심이 많았다. 고등학교 때는 적목 색맹 환자들의 교통사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알고 횡단보도 바닥에 LED로 패턴을 만들어 신호를 구별하게 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하지마비 환자들이 휠체어를 혼자 타려다 낙상사고를 일으킨단 기사를 접했을 땐 자동 휠체어를 발명해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욕구가 항상 있어왔어요. 모두가 불편함 없이 행복하게 사는 세상에 도움이 되고 싶어요” 그의 이런 톡톡 튀는 창의력은 대학에 와서도 이어졌다. 대학교 3학년 때 들은 '테크노경영학' 강의에서 5만원으로 수익을 내라는 과제를 받은 그는, 교통카드 칩이 내장된 팔찌로 큰 수익을 거둬 대상을 받았다. 현재 유명 카드사가 판매중인 교통카드 팔찌가 시중에 알려지기 전의 일이다. 한양대학교 창업경진대회 '라이언 컵'에서도 우승을 거머쥔 경력이 있다. ▲최지은 씨가 대학교 3학년 때 개발한 교통카드 팔찌 '핀또'의 모습. ▲2014년 우리대학 'LION CUP'에서 부동산 직거래 피해를 줄이는 ‘두꺼비 세상’ 어플을 통해 우승의 영예를 안은 최지은 씨. 팝몬스터가 보여줄 내일 최지은 씨는 팝몬스터가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들과 여러 프로젝트를 열어왔고, 앞으로는 대기업과 국가 기관과의 협력도 늘려갈 것이라 말한다. 현재는 동아제약과 함께 ‘청년’을 모토로 하는 행사를 준비 중이다. 최 씨의 마지막 목표는 팝몬스터를 '대학 생활'하면 떠오르는 기업으로 만드는 것. 대학 생활 중에 느끼는 애로사항을 하나씩 해결하고 싶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 팝몬스터는 몬스터가 '팝'하고 나타나는 모양을 담은 이름. 그 이름처럼 괴물같은 활동력을 자랑하는 팝몬스터의 최지은 씨다. 글/ 신혜빈 기자 shb2033@hanyang.ac.kr 사진/ 최민주 기자 lovelymin12@hanyang.ac.kr

2017-05 12

[학생][도전한대] 즐겨라 그리고 행동하라, 레티널처럼!

‘즐기고, 하자!’ 당장 하는 일이 어렵더라도 그 과정만큼은 모두가 즐거웠으면 좋겠다는 의미가 담긴 레티널(LetinAR)의 슬로건이다. 증강현실 안경을 제작하고 있는 레티널은 증강현실 시장의 표준이 되어 사람들에게더욱 편하고 쉬운 방식으로 더 많은 정보와 다양한 콘텐츠를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레티널 대표 김재혁 학생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글. 이주비(학생기자) / 사진. 안홍범 ▲ 레티널 대표 김재혁(산업공학과 13) 학생 창업이라는 새로운 도전 “고등학교 때부터 친한 친구가 있습니다. 과학을 좋아하는 친구 덕에 저도 그 친구와 놀면서 과학에 흥미를 갖게 됐고, 항상 재미있고 새로운 것을 만드는 데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 친구와 함께 만든 것들이 몇 가지가 있는데, 이번에 만든 제품이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해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창업 당시를 설명하는 김재혁 대표의 말투에서 확신이 느껴진다. 그러나 창업을 결정하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그간 학교에 다니며 해온 다양한 활동과 이를 바탕으로 한 충분한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학교에 다니며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과 AR(Augmented Reality, 증강현실) 콘텐츠 제작 및 교육에 대해 연구했고,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멤버십 활동을 하며 소프트웨어 개발과 관련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졸업 이후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자연스레 생각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대기업에 입사하면 그것대로 좋은 점들이 많겠지만, 아직까지는 제가 해보고 싶은 일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또 좀 더 많은 것들을 배우고 경험하고 싶다는 생각에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그렇다면 광학기술을 이용한 안경을 창업 아이템으로 선정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이 받아들이는 정보의 대부분은 시각을 통해 이뤄진다고 합니다. 스마트폰의 대중화도 여기에 부합하는 예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스마트폰보다 훨씬 더 큰 화면에 비슷한 무게로 볼 수 있는 수단이 생긴다면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 것 같았어요.(웃음)” 끝없는 노력이 거둔 결실 자신만만하게 도전했지만 창업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김재혁 대표는 당시를 떠올리며 힘든 순간들이 많았다고 털어놓는다. 그중 가장 힘들었던 점은 학부생이라는 신분이 걸림돌이 될 때였다. 실제 투자 현장과 연구 과제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하드웨어 박사 학위를 받은 전문가도 많은데 학부생인 너희들이 더 나을 수 있겠느냐’라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학부생이라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을 설득하기가 가장 어려웠습니다. 투자자들과 연구 과제 심사자를 설득해서 투자를 받아야 프로토타입(본격적인 상품화에 앞서 성능을 검증·개선하기 위해 핵심 기능만 넣어 제작한 기본 모델)을 보여줄 수 있는데, 오히려 프로토타입을 보여주지 않으면 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래서 항상 그 굴레에 갇혀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죠.”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박사 학위자를 잠시 영입하는 방식으로 지원을 받을 수 있었고, 그 지원금으로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이를 눈앞에 보여주며 투자자들을 설득할 수 있었다. 가장 힘들었던 시간은 투자받기 전까지의 기간이었다. 연구 개발에 쓸 자금도 빠듯했던 당시, 매일 친구와 삼각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며 일했기에 보수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며칠씩 밤을 새는 일이 허다했다. 이처럼 고된 시간을 묵묵히 견딘 덕분일까. 레티널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 참가해 그동안의 성과를 인정받았다. 구글의 인터랙션리서치팀이 세부 업무 협력 논의를 제의했고, 화웨이에서는 향후 중국 시장 진출에 대한 논의를 제안했다. 김재혁 대표는 레티널만의 차별화된 콘셉트와 이를 극대화해 효과적으로 보여준 것을 이번 성과의 비결로 분석했다. “광학부에 대한 저희의 콘셉트는 심도를 넓히는, 즉 보이는 영역을 넓힌다는 개념입니다. 다른 곳에서는 심도를 넓힌다는 개념 자체를 잘 쓰지 않죠. 또 사람 눈과 같은 광학 솔루션과 구글 글래스와 같은 광학 솔루션, 이 두 가지를 디스플레이에 동시에 띄움으로써 저희의 제품을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 김재혁 학생은 "대기업에 입사하면 그것대로 좋은 점들이 많겠지만, 아직까지는 제가 해보고 싶은 일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또 좀 더 많은 것들을 배우고 경험하고 싶다는 생각에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라고 말한다. 다른 이들의 눈, 그 이상을 만든다는 것 현재 레티널은 증강현실 안경을 스포츠 고글 형식으로 제작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는 국가 연구 과제로 선정돼 현재 다른 기업과 함께 하드웨어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전거 운전을 예로 들면, 자전거의 속도와 이동 거리부터 심박 수까지 실시간으로 표시되는 기능 등이 스포츠 고글에 탑재된다. 레티널은 다음 프로젝트로 이 스포츠 고글의 오토바이 헬멧 적용을 계획하고 있다. 그렇다면 김재혁 대표가 레티널에서 일하며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언제였을까. “시력이 무척 안 좋은 분이 저희 안경을 착용하고 잘 보인다며 감동하셨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저희 제품이 하루빨리 출시되길 바라는 모습을 보며 그간 기술 개발을 위해 노력해온 시간이 보람되게 느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김재혁 대표는 창업을 희망하는 이들에게 “단순히 기술과 관련된 준비뿐만 아니라 콘셉트 아이디어를 비롯해 그 외의 사업적 측면에서 많이 고민하고 준비한 뒤 창업을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레티널이 지금까지 쉽지 않은 길을 올곧게 걸어올 수 있었던 것은 자신만의 철학과 목표가 분명했기 때문이다. 눈은 사람이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다. 많은 이들이 더 다양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도와주는 레티널이 되길 응원한다. Q 학교 수업이 창업에 도움이 됐나요? A 네.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일례로, 한 수업에서는 스타트업 대표님들이 오셔서 강의를 진행해 창업과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이야기가 큰 도움이 됐습니다. 또 사업계획서를 작성할 때도 학생이 쓴 것이라는 인상을 주지 않을 만큼 잘 쓰게 되었고, 사업에 대한 접근법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Q 수업 이외에 창업 과정에서 학교로부터 받은 도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저는 특허나 회사의 운영과 관련해 어렵고 모르는 점이 있을 때마다 상담을 받으러 종종 학교에 갑니다. 글로벌기업가센터에 상담을 요청하면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습니다. 그곳에는 사업 운영을 관리해주시는 분부터 교수님까지 계시기 때문에 제가 생각하지 못한 다른 시각으로 조언을 해주셔서 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Q 학교 지원은 어떻게 받을 수 있었나요? A 학생 몇 명 이상이라는 기준이 충족되면 ‘창업동아리’를 만들 수가 있습니다. 창업동아리를 만들면 활동에 따라 시제품 제작 비용이나 설립 업무와 관련된 비용에 대해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 원한다면 멘토의 상담도 받을 수 있어요. Q 앞서 언급한 것 이외에 창업할 때 이용하면 좋은 교내 제도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A 교내에 ‘아이디어 팩토리’라고 있는데, 이곳에서는 자신만의 아이디어와 콘셉트가 있다면 얼마든지 프로토타입을 직접 제작할 수 있습니다. 또 창업 관련 교육도 신청만 하면 받을 수 있고요. 이를 충분히 이용한다면 시제품 제작도 개인적으로 진행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랑한대 2017년 5-6월호 이북 보기

2017-05 10

[학생][동고동락] 국악 따라 오사카에서 한국으로

야마모토 히카리 학생은 일본에서 온 유학생이다. 그녀의 전공은 국악. 한국인도 잘 모르는 국악을 한국인보다 더 사랑한다. 그녀에겐 국악을 통해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 글. 이주비(학생기자) / 사진. 안홍범 ▲ 야마모토 히카리(국악과 15) 학생 한눈에 알아본 국악의 매력 야마모토 히카리 학생은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오사카는 재일교포가 많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이다. 그래서 이들을 위한 국악 공연이 종종 개최된다. 중학교 1학년 때 야마모토 히카리 학생은 우연히 이춘희 명창의 경기민요 공연을 보고 그 멋에 반해버렸다. “무대 위의 선생님이 빛나 보였어요. 저도 선생님처럼 무대 위에서 빛나고 싶다는 마음에 무작정 국악을 시작했어요.” 그렇게 시작한 유학 준비는 녹록치 않았다. 국악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낯선 한국어로 이론을 외워야 했고, 레슨도 꼬박고박 받았다. 입학 조건과 상관없이 경기민요, 한국무용, 가야금도 배웠다. 지금 당장은 쓸모가 없더라도 계속 함께하고 싶은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무엇 하나 쉬운 일이 없었지만 열심히 준비한 덕분에 한양대 국악과에 입학할 수 있었다. 한양대에서 국악을 배우게 된 그녀가 가장 힘들었던 것은 교육 방식의 차이였다. “일본에서 민요와 같은 국악을 배울 때는 옛날식으로 구전 전수를 했어요. 악보 없이 선생님께서 하시는 걸 듣고 그대로 외웠죠. 그런데 한국에 오니 모두 오선보로 표기되어 있는 거예요. 서양음악에 익숙하지 않은 저로서는 적응하기가 조금 힘들었습니다.” 경기민요에 빠지다 야마모토 히카리 학생은 현재 국악이론을 전공하고 있지만, 그녀를 처음 국악의 세계로 인도한 경기민요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다. 다양한 공연을 직접 기획하기도 한다. 지난해 9월에는 ‘전통음악과 현대음악의 만남’ 공연을 기획했고, 오는 7월 오사카에서 열리는 ‘제1회 뮤티풀 코리안 클래식 재팬’에서도 기획을 맡아 현재 공연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녀가 오사카에서 첫 번째 공연을 여는 이유는 뭘까. “제가 경기민요 공연을 보고 반해서 국악을 시작했던 것처럼 누군가가 제 공연을 보고 국악에 관심을 가지길 바랍니다. 또 일본에서 한국 민요가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야마모토 히카리 학생이 이번 공연에서 가장 신경 써서 준비한 것은 다름 아닌 곡 선정이다. 국악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일본인이 대부분이고, 특히 경기민요의 경우에는 가사가 있어 이를 알아듣지 못하면 더 지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이 부르고 싶은 곡과 일반인이 즐기기 쉬운 곡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며 신중하게 곡을 골랐다. 그렇다면 야마모토 히카리 학생이 생각하는 경기민요의 매력은 무엇일까. “한국 민요는 대체로 슬픈 느낌을 지녔어요. 그런데 경기민요는 다른 지방의 민요에 비해 밝고 맑은 느낌이라 매력적이죠.” 국악 연구자의 길 야마모토 히카리 학생은 음악인으로서 일본에 한국 전통음악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한다. 자신이 태어난 일본에 국악을 알리는 것만큼 의미 있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또 대학 교수가 되어 꾸준히 국악을 연구하겠다는 목표도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 한국학중앙연구원 문화예술학과 음악학전공으로 대학원 진학을 고려 중이다. “국악은 한국에서 오래 전부터 전해져 내려오던 음악이기 때문에 최근에 생긴 대중가요보다 더 깊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오랜 기간 전승돼 온 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그 매력을 검증받아 왔다는 점에서 충분히 대중화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확신이 묻어나는 그녀의 말에서 우리 음악, 국악의 미래를 읽을 수 있었다. 사랑한대 2017년 5-6월호 이북 보기

2017-05 10

[학생][꿈꾸는 청춘] 새롭고 다채로운 세상과 부딪쳐라

지난해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으로 공공외교 현장실습을 다녀온 윤재성 학생은 자신만의 긍정 에너지를 유감없이 발산하며 당시의 체험담을 생생히 전했다. 그의 이야기에는 여전히 주체할 수 없는 가슴 떨리는 설렘과 벅차오르는 열정이 한가득 담겨 있었다. 글. 박영임 / 사진. 안홍범 ▲ 윤재성(국제학부 11) 학생 한국을 대표하는 공공외교 사절단으로 활동 “흔히 장충체육관이 필리핀의 도움으로 지어진 것으로 아는데 사실이 아닙니다. 장충체육관은 엄연히 우리 건축가가 우리 기술로 세운 건축물입니다.” 지난해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으로 6개월간 현장실습을 다녀온 윤재성 학생은 50여 명의 재외공관 현장실습원 중 우수 사례로 뽑힌 학생답게 필리핀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을 바로잡아주었다. 실습이 끝난 지 5개월이 지났는데도 공공외교 사절단으로서의 사명감이 여전히 투철하다. “현장실습 기간 중 우리나라와 필리핀의 관계에 대해 잘못 알려진 사실들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일을 맡았어요. 그때 장충체육관에 대해 조사하며 우리 기술로 지었다는 사실을 밝히게 됐죠. 그 일로 대사님께 칭찬을 받아 뿌듯했습니다.” 우리나라와 필리핀의 건축 관련 기관을 백방으로 수소문해 정보를 요청했다는 윤재성 학생. 필리핀의 건축부에 문의했을 때는 컴퓨터 DB 구축은 고사하고, 기본적인 문서 보존도 안 돼 있어 앞이 깜깜했다. 하지만 필리핀의 외교관이었던 까를로스 로물로의 기념관에서 ‘장충체육관 건설에 필리핀이 개입한 사실이 없다’는 정보를 입수했고, 이를 토대로 한국건축역사학회에서 관련 자료를 확인해 사실을 밝힐 수 있었다. 고대하던 첫 해외 체류 경험 윤재성 학생은 지난해 6월, 22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외교부의 재외공관 공공외교 현장실습원에 발탁됐다. 국제학부에 진학했지만 여행을 제외하곤 해외 체류 경험이 없어 늘 해외 생활에 대한 열망이 컸던 차였다. “국제학부에는 외국에서 살다온 학생들이 많아 제가 우물 안 개구리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습니다. 게다가 해외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해 외교 사절단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이니 도전하지 않을 수 없었죠.” 해외 업무를 담당하는 선배들을 찾아다니며 한 달간 면접시험을 준비했지만 워낙 경쟁률이 높아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현장실습원에 선발되는 행운을 안았고, 그렇게 필리핀에서 꿈에 그리던 해외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그가 수많은 나라 중 필리핀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한류 영향으로 우리나라에 관심이 많은 동남아시아 국가에 가야 보다 많은 활동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필리핀을 선택했습니다. 영어권 국가이기도 하고요.” 공항에 도착한 직후 도로 양쪽에 늘어선 가로수의 코코넛 열매를 보고서야 필리핀에 발을 딛게 됐다는 것을 실감했다는 그는 처음에는 기후와 문화적 차이로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하지만 다름을 몸소 겪어보기 위해 그동안 해외 생활을 동경했던 게 아닌가. 워낙 긍정적인 성격의 윤재성 학생은 모든 경험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 주필리핀 한국대사관 정무과에 배정받은 후에는 주로 필리핀의 정치 동향을 파악해 주요 기사를 번역하거나 대사관 공식 홈페이지 및 SNS 관리, 필리핀 교과서 검토, 문화 행사 보조 등 제법 중요한 업무를 담당했다. 인턴이라고 복사만 시키는 게 아닐지 걱정이 컸다는 윤재성 학생. 사실 처음에는 주재국에 대한 기본 지식을 숙지하라며 마땅한 일이 주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어 아무나 붙잡고 도와줄 일이 없는지 일을 청했다. “제가 직원들을 귀찮게 한 편이에요.(웃음) 어렵게 얻은 기회라 최대한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하고 싶었거든요. 그랬더니 나중에는 일이 너무 많아져서 정신이 없었죠.” ▲ 대사관 직원들과 함께 찰칵! 윤재성 학생은 "공공외교 현장실습을 성공적으로 마친 덕분에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더 큰 무대에서 다른 분야의 경험을 쌓고 싶습니다" 라고 말한다. 문화의 위력을 실감한 한류 체험 ▲ 문화행사 때 만난 필리핀 자원봉사자와 한 컷 한번은 필리핀의 주요 교과서에 한국 관련 내용이 어떻게 기술돼 있는지 조사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단군왕검을 고려의 태조 왕건과 혼동하거나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는 등 여러 건의 오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잘못 기술된 내용은 즉시 필리핀 교과서 측에 수정을 요청했다. 바쁘다는 핑계로 만나주지 않아 애를 먹었지만, 국사 공부를 열심히 하는 계기가 된 것도 사실이다. 이뿐만 아니다. 윤재성 학생은 한류 문화 교실, 한식 요리 콘테스트, K팝 스타 및 한국어 말하기 대회 등 대사관뿐 아니라 주필리핀 한국문화원의 각종 문화 행사를 도우며 많은 필리핀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말로만 듣던 한류 열풍이 그렇게 대단한 줄 몰랐어요. 한국 관련 문화 상품은 없어서 못 팔 정도였어요.” 필리핀 현지에서 한국 드라마나 K팝에 대한 관심은 자연히 한국어와 한국사에 대한 공부로 이어졌다. 좋아하는 한국 가수의 노래를 듣기 위해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 사극의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 한국사를 공부하는 것이다. 행사 시 자원봉사를 자청하는 필리핀인들은 한국어로 소통해도 불편이 없을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필리핀인들에게 보다 다양한 우리 문화를 소개하는 것이야말로 자신이 할 수 있는 공공외교 활동이라고 생각한 그는 조선시대 궁궐을 주제로 한 예술작품 전시회 때 초중학생들에게 직접 작품을 설명해주기도 했다. 윤재성 학생은 한류 문화를 통해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되는 것을 보고 문화의 힘을 새삼 깨달았다고 한다. “문화 콘텐츠가 참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군사력이나 경제력을 앞세운 국력 행사는 강제적인 것이지만, 문화를 통하면 자발적으로 긍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어 더욱 강력한 것 같아요. 나중에 무슨 일을 하던 문화를 잘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글로벌 탐험 시즌2 개막 필리핀에서 돌아온 윤재성 학생은 지난 3월, 새로 선발된 재외공관 현장실습원을 위한 오리엔테이션에 멘토로 서는 영광을 안았다. 후배 현장실습원들에게 그는 어떤 말을 전했을까. “경우에 따라서는 아무 일도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힘들어야 편한 것입니다. 시키는 일이 없어도 주도적으로 일을 찾아서 해야 자신에게 남는 것이 많을 것입니다." 없는 일도 만들어 했던 윤재성 학생이 대표적으로 주도한 것은 외교부의 공공외교 홈페이지에 재외공관 현장실습원으로서의 체험을 정리해서 올린 일이다. 현장실습 기간 동안의 소중한 경험을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어 그가 담당 외교관에게 제안한 것이다. 수기를 통해 그는 필리핀에서 비로소 우리나라를 되돌아보게 됐다는 소회를 밝혔다. 그렇게 고대했던 생애 첫 해외 생활의 수확은 기대 이상이었다. “필리핀에서 6개월간 살아보니 확실히 여행과는 차원이 다른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시야가 넓어지고 더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현지인 친구의 집에 초대를 받아 그들의 일상을 경험하고, 가톨릭 전통에서 비롯된 그들의 가치관을 이해하게 됐어요. 또 모계사회 전통으로 여성의 사회활동이 활발한 편인데, 그로 인한 양성평등 문화를 체험하며 배운 것도 많고요.” 생생한 경험담을 전해 듣는 것만으로도 그의 사고와 감성이 얼마나 활발하게 움직였을지 짐작이 된다. 막연한 동경에서 시작된 그의 글로벌 도전은 이제 막 물꼬를 텄다.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UN 대학생대표단에 선발돼 올 8월에는 뉴욕 UN본부에 다녀올 예정이며, 하반기에는 LA 주재기업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할 계획이다. “공공외교 현장실습을 성공적으로 마친 덕분에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더 큰 무대에서 다른 분야의 경험을 쌓고 싶습니다. 매년 콘셉트를 정해 경험을 넓히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지금 아니면 또 언제 이런 경험들을 해보겠어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저의 콘셉트도 글로벌 체험입니다.” 열혈 청춘 윤재성 학생의 글로벌 탐험 시즌2가 찬란하게 펼쳐지길 기원한다.

2017-04 09

[학생]마라톤, 봤노라 싸웠노라 이겼노라! (1)

보이지 않는 결승점, 체력은 고갈되고 물 한 모금이 절실하다. 35km 지점을 지나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극한의 레이스. 발이 땅에 닿을 때마다 엄청난 고통이 따른다. 남은 거리는 정신력으로 달렸을까. 간발의 차로 우승트로피가 손 안에 들어왔다. 2017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88회 동아마라톤 남자 마스터스(일반인) 부분에서 우승을 차지한 문삼성 씨(스포츠산업학과 4)의 이야기다. 대회 5주 전 종아리 종아리 뼈에 금이 가는 부상을 딛고 선전한 그를 만났다. 절실함과 꾸준함이 결실 맺다 2017 서울국제마라톤은 ‘엘리트(대한육상연맹에 등록된 전문 선수)’와 ‘마스터스(선수로 등록되지 않은 일반인)’가 동시에 출전한 대회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문삼성 씨는 이번 대회 남자 마스터스 부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대학 입학 직후 선수에서 은퇴하고, 5년을 쉬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마라톤을 준비해 이룬 결과다. “생각지도 못한 좋은 결과가 나와 정말 놀랐어요. 주변에선 부상 때문에 포기하는 게 좋겠다고 말씀하셨지만, 지금껏 준비한 것이 아까워 후회 없이 뛰었어요.” ▲문삼성(스포츠산업학과 4)(좌) 씨는 2017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 88회 동아마라톤 경기에서 남자 마스터스 우승을 차지했다. (출처: 뉴스천지) 배문고등학교 재학 시절 육상 선수로 활약했던 그는 지난 2011년 체육특기생으로 우리대학에 입학했다. 그러나 무릎 부상으로 그해 3월 선수에서 은퇴하고 군 입대를 택했다. "감독님께선 엘리트 코스를 밟는다는 전제 하에 학교를 다니라고 하셨어요. 선수 생활도 접고, 학교도 그만 둘 요량으로 군대에 갔죠." 제대 후엔 체육 강사로 일하며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 “사회 생활을 하다 보니 그래도 대학은 나와야겠더라고요. 1년 반 정도 등록금을 모아서 복학했고, 헬스 트레이너 일을 병행했어요." 이처럼 학업과 일을 병행하던 문 씨는 2년 전부터 지인의 권유로 ‘방선희(전 마라톤 여자국가대표) 아카데미’에서 코치를 맡게 됐다. 이후 마라톤에 적합한 몸을 만들기 위해 10kg 이상 체중을 감량했다. “코치 일을 맡고 지난해 5월부터 하프 마라톤을 시작했어요. 이번 대회 풀코스 준비는 100일정도 걸렸구요. 명색이 코치인데 마라톤 경험이 없으면 가르칠 명분이 없잖아요(웃음). 이번 대회에서 실력을 입증할 수 있어서 만족해요." ▲ 지난 3월 19일 열린 2017 서울국제마라톤 남자 마스터스(일반인) 경기 모습. 우승을 차지한 문삼성 씨(왼쪽) 뒤로 2위를 차지한 김회묵 선수가 바짝 쫓아오는 모습이 보인다. (출처: 마라톤 온라인) 현재의 '나'를 있게 한 숨은 공신 문삼성 씨는 이번 대회를 준비하며 떠올린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특히 배문고등학교 시절 은사인 조남홍∙서순애 감독 부부는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당시 선수들의 삼시 세끼를 매일 같이 챙기며, 제자들을 귀한 자식처럼 아꼈다는 이들이다. 이번 대회에 출전하기 전 문 씨는 조남홍 감독을 찾았다. “표현은 잘 안 하시지만 감독님이 저희들 챙기는 게 눈에 다 보여요. 예전에도 선수들의 심리 상태부터 진로까지 다 신경 쓰시는 모습을 봤죠. 인간적으로 가장 훌륭한 지도자라고 생각해요” 또 어린 시절 충남 예산에서 같이 생활했던 정진혁 선수 역시 잊을 수 없는 존재다. “저보다 2살 형인데, 형이 앞에서 힘든 훈련을 다 리드하며 많이 도와줬거든요. 그 덕분에 중학생 때 큰 대회에서 2관왕을 차지했어요.” 현재는 군 복무 중인 정진혁 선수. 그에게 문 씨는 2020년 도쿄 올림픽에 같이 선발되자는 희망의 메시지를 남겼다. “현재 가장 큰 목표는 도쿄올림픽 출전이에요. 2-3명정도 선발 될텐데, 형이나 저 둘 다 최선을 다해야죠” ▲ 배문고등학교 졸업 이후에도 현재까지 조남홍 감독과 연락을 주고받는 문삼성 씨. 이번 대회를 앞두고도 조언을 구했다. 앞으로도 모범적인 모습 보이고 싶어 주변이들에게 감사를 전한 문 씨는 요즘 들어 자신도 후배들의 연락을 받을 때가 많다고 했다. 운동을 하며 힘든 점이 있거나, 선수 은퇴 후 무엇을 하면 좋을 지 조언을 얻기 위해 연락을 하는 이들이 많다고. "연락을 받으면 제가 그만큼 성실하게 살아왔다는 것을 느껴요. 그래서 ‘앞으로도 열심히 살아야겠다’ 다짐하죠.” 이처럼 반듯한 모습 뒤에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두 아들을 뒷바라지 하며 희생하신 어머니의 역할이 컸다. "자랑스러운 아들로 키워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힘들게 자라온 만큼 저 역시 비슷한 환경에 처하신 분들을 돕고 싶거든요” 목표를 향한 그의 머리는 차갑지만 주변을 향한 그의 가슴은 뜨겁다. ▲ 부상을 딛고 마라톤 우승을 차지한 문삼성 씨. 2020년 도쿄 올림픽 출전을 위해 매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글/오상훈 기자 ilgok3@hanyang.ac.kr 사진/문하나 기자 onlyoneluna@hanyang.ac.kr

2017-04 03

[학생]편지 한 통에 담긴 고민, 위로를 건넵니다 (1)

“소중한 고민을 보내주시면, 느린 손걸음으로 편지를 답장해드립니다.” 서울시 종로구 감고당길에 위치한 ‘온기우편함’은 익명의 편지를 받는 우편함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서 영감을 얻어 조현식(국제학부 4) 씨가 설치한 것이다. 마음 속 깊이 꼬깃꼬깃 접어둔 고민을 편지에 담아 우편함에 넣으면 답장을 받을 수 있다. 설치된지 한 달여만에 벌써 수백통의 고민이 온기우편함을 거쳤다. 온기잡화점에서 당신의 고민 들어드려요 온기우편함은 조현식 씨 외 60여명의 점원이 꾸려나가는 ‘온기잡화점’에서 운영한다. 고민이 있는 이라면 누구나 편지를 보낼 수 있다. 단, 자신이 누군지 밝히지 않고 익명으로 보내는 것이 원칙. 답장을 할 땐 모두를 ‘온기님’이라 칭한다. 손으로 직접 쓴 편지를 보내는 것도 것도 특징이다. 불편하고 느리다는 이유로 요즘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방식이지만 ‘느림’에서 가치를 찾았다. “느리니까, 편지를 쓰면서 그 안에 더 많은 진심을 담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오고 가는 편지 속에 온기를 가득 담고 싶다는 것이 조 씨의 바람이다. 고즈넉한 분위기로 조 씨가 평소 즐겨 찾던 삼청동 돌담길에 지난 2월 마지막날 설치된 온기우편함. 첫 주부터 길을 지나는 많은 사람들이 편지를 넣었다. 우편함 옆에 마련된 편지지를 집어 들고 길에 선 채 편지를 쓰고 가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일주일 간 무려 200통에 달하는 편지가 도착했다. “처음엔 50명 정도만 써주셔도 좋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편지를 써주실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며 “덕분에 많은 분들에게 작게나마 도움을 드릴 수 있어 행복하다”고 그는 말했다. ▲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기는 서울시 종로구 감고당길에 위치한 온기우편함 (출처: 조현식 씨) ▲ 우편함 주위에 서서 편지지에 저마다의 고민을 적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출처: 조현식 씨) 편지로 행복을 전할 수 있다면 지난해 11월 조 씨는 우연히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란 소설을 읽었다. 소설에선 과거의 인물이 미래의 인물에게 고민 편지를 쓰고 미래 인물이 답장을 해준다. ‘모르는 사람이 들어주는 고민’이라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니 '실제로도 이런 우편함이 존재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사람들은 수많은 관계를 맺고 살아가지만 정작 자신의 고민을 전할 사람은 없는 경우가 많아요. 친한 친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고민 하나쯤은 있잖아요. 자신을 모르는 사람에게라면 모든 고민을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평소 ‘누군가를 돕는 삶을 살고 싶다’는 조 씨의 가치관도 우편함을 만들게 된 이유 중 하나다. “어린 저를 키워주셨던 할머니께서 병을 앓다 돌아가셨어요. 그때 삶이 유한하다는 것에 대해, 또 유한한 삶을 어떻게 가치 있게 보낼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어요." 그는 행복하게 지내도 모자란 시간을 경쟁과 질투로 보내는 일이 무의미하다고 느꼈다.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한 번이라도 더 웃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이 우편함이 누군가에게 위로를 전하고, 나아가 행복을 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그는 곧바로 우편함 제작과 운영에 대한 고민에 돌입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우편함 운영에 관심이 있는 10명의 점원을 모집했다. 하지만 설치 이후 생각보다 많은 편지가 도착해 점원을 추가로 모집했다. 기사를 접하곤 점원이 되고 싶다고 먼저 연락이 온 경우도 있었다. 현재는 총 60명의,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점원들과 함께하고 있다. 점원이 되기 위해 갖춰야 할 자질이 있냐는 물음에 “점원이 되기 위한 특별한 조건은 없다”며 “누군가에게 위로를 전하고픈 그 마음만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 조현식 씨를 지난 3월 30일 정몽구 미래자동차연구센터에서 만나 온기우편함을 설치하게 된 계기를 물었다. 저마다의 고민에 공감과 위로를 보낸다 편지는 매주 토요일에 수거한다. 점원은 15명 씩 네 팀으로 나뉘어 일주일에 한 번 이화여대 인근에 위치한 카페에 모여 답장을 쓴다. 수십장의 편지를 함께 읽고 같은 경험이 있거나, 위로를 가장 잘 전할 수 있는 점원이 해당 편지를 맡아 답변을 쓴다. 못생겨서 고민이라는 7살 꼬마의 고민부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친구와의 관계도 좋지 않아 슬픔을 감당할 수 없다는 고민까지. 저마다 고민은 달라도 모든 편지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너무 어려운 고민이라면 있다면 상의해 답을 구하며, 평소 독서를 하며 적어둔 다양한 문구를 첨부하기도 한다. 편지를 쓴 이들에게 최선의 답을 주기 위한 노력이다. 조 씨의 평탄하지만은 않은 삶도 많은 이들에게 ‘좋은 답변’을 줄 수 있는 거름이 됐다. 20대 초반, 문득 정해진 대로 사는 삶에 대해 회의감이 든 조 씨는 다양한 경험을 위해 휴학을 했다. 여행, 봉사활동부터 시작해 길거리에서 악세서리, 아이스크림 등을 파는 노점상 운영도 해봤다. “제가 읽은 책에서 장사를 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라고 하더라고요. 하면서 쫓겨나기도 하고 힘든 순간도 많았지만 견디다 보니 ‘이제 무엇을 해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이런 경험 덕에 조 씨는 삶의 방향에 대해 고민하는 편지에 ‘저도 방황을 했지만 하나의 길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고 ‘그러니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조급해하지 말라’는 위로를 전할 수 있었다. ▲ 조현식 씨가 온기우편함 앞에서 편지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편지로 행복을 전할 수 있어 행복하다"는 그다. (출처: 조현식 씨) 편지 한 장의 온도 온기우편함은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카페그레’에도 설치돼 있다. 앞으로 전국적으로 우편함을 더욱 늘려나가고 싶은 바람이다. 또 우편함 옆에 부스를 설치해 여유롭게 편지를 쓸 수 있는 장소도 마련할 계획이다. “지금은 온기잡화점을 비영리단체로 발전시킬 방안을 고민하고 있어요.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온기를 전해주려고요.” 진심을 담은 편지로 따뜻함을 공유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 온기잡화점에서 보낸 편지 한 통의 온기는 봄날의 햇볕보다 따스하다. ▲ 조 씨도 온기우편함에 고민 편지를 넣어 답장을 받았다. "누군가가 저의 고민에 답장을 써줬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아직 뜯지 않고 편지를 간직하고 있어요." 글/ 최연재 기자 cyj0914@hanyang.ac.kr 사진/ 김윤수 기자 rladbstn625@hanyang.ac.kr

2017-03 31

[학생][한양피플] 뇌병변 친구와 진한 우정 이어가는 한양 새내기

한양대는 다양한 전형을 만들어 원하는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6년간 몸이 불편한 친구를 헌신적으로 도우며 성실하게 학교생활을 한 김예환 학생은 서울의 주요 대학 가운데 유일하게 한양대에만 있는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자원환경공학과에 합격해 눈길을 끌었다. 글. 윤지현(학생기자) / 사진. 안홍범 학교생활에 최선 다한 것이 합격의 비결 “학교에서 현장 체험 학습으로 뮤지컬을 관람하고 있을 때 합격 전화를 받았어요. 너무 기쁘고 흥분됐죠. 가족들에게 전화로 알리고, 친구들과 선생님들께도 축하를 많이 받았어요.” 합격 당시를 떠올리는 김예환 학생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진다. 김예환 학생이 합격한 ‘학생부종합전형’은 성적을 반영하지 않고, 각 과목 교사들과 담임교사가 서술한 학생의 수업 태도와 성취도 등의 비교과 영역만 보고 학생을 뽑는 전형이다. 김예환 학생의 경우 오랫동안 뇌병변 친구를 도운 것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내신 및 수능 성적을 보지 않는 수시전형이라 자칫 오해의 시선이 쏠리기도 하는데, 이에 대해 김예환 학생은 “비록 봉사 활동으로 화제가 됐지만 학교생활에 최선을 다하고 즐겁게 보낸 것이 합격의 비결”이라고 말한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으로 생활한 것 같아요. 학원은 거의 다니지 않고 학교 수업을 정말 열심히 들었어요. 부족한 것은 인터넷 강의를 들으면서 채웠고요. 물론 봉사도 한 부분을 차지하긴 했지만 저의 잠재력과 역량을 높이 평가하셨다고 생각합니다.” 중학교 때부터 다방면에 관심이 많았다는 김예환 학생은 배드민턴 동아리를 하면서 적극적인 성격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친구와 함께 출전한 영어 팝송대회에서 기타를 연주해 수상한 경험이 있고, 미술에도 관심이 커 많은 시간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고등학교 재학 중에는 도서부를 비롯해 다양한 동아리 활동에 참여했어요. 특히 2학년 때 네팔 지진으로 학생들이 학용품이 없다는 말을 듣고 기부 캠페인을 벌여 연필 2,000자루와 식수 구입비를 기부한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 김예환(자원환경공학과 17) 학생 6년 지기와의 변치 않는 우정 몸이 불편한 친구 최주희 학생은 중학교 1학년 때 만나 지금까지 우정을 이어가고 있다. “주희와 친하게 지내는 걸 알고 선생님께서 봉사 도우미를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하셨어요. 잘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지만 주희를 돕기로 마음먹었죠.” 중학교에서의 인연은 고등학교까지 이어졌다. 진학 후에도 동아리 활동을 같이 하고 야외 활동에 도움을 주는 등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힘든 일은 없었을까? “다른 친구들의 배려가 부족한 모습을 볼 때 가장 힘들었어요. 예를 들어 급식시간에 줄을 서 있는데, 휠체어가 지나가도 길을 터주지 않는 경우가 있어요. 또 친구를 돕는 건 당연한 건데 주변에서 동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거나 제 친구에게 거리감을 보일 때 힘들었죠. 주희가 뇌병변 장애 1급인데, 사고하는 것에는 전혀 문제가 없지만 두 다리로 보행이 안 되고 왼쪽 팔 마비 증상이 있어요. 현재의 장애인 등급제에서는 몸이 불편한 이들이 많은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하루 빨리 제도가 개선됐으면 합니다.” 다양한 경험 쌓을 캠퍼스 생활의 시작 한양대에서 새내기로 첫 캠퍼스 생활을 시작하는 김예환 학생. 그녀가 꿈꾸는 대학 생활은 어떤 모습일까? “학교를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도 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많이 교류하고 싶어요. 공부를 비롯해 제가 해야 할 일들을 열심히 하면서 생활하고 싶고요. 또 선배님들이 사주시는 밥도 얻어먹고 싶습니다.(웃음) 한양대학교에 합격한 것이 무척 기쁘고 제 주변에 좋은 분들이 많은 것 같아서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환하게 웃는 김예환 학생에게서 당찬 새내기의 모습이 엿보인다. 활기찬 캠퍼스 생활을 시작하게 될 그녀의 앞날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사랑한대 2017년 3-4월호 이북 보기

2017-03 27

[학생]게임하면서 캠퍼스 구경해요, 앱 '탐방탐방' 개발한 재학생 4인

서울캠퍼스의 면적은 약 40만㎡다. 학생들 대부분이 자신의 단과 대학을 중심으로 생활하므로, 졸업할 때까지 캠퍼스 전체를 둘러보기는 쉽지 않다. 우리는 드넓은 캠퍼스를 얼마나 알고 있고, 어디까지 가봤을까. 이 질문을 떠올린 네 명의 재학생이 '탐방탐방'을 만들었다. 캠퍼스 곳곳을 다니며 플레이하는 게임 앱이다. 지난 3월 15일 출시된 탐방탐방 팀의 신강수(정책학과 3), 노웅기(스포츠산업학과 3) 씨를 만났다. 탐방탐방이 출시되기까지 탐방탐방은 캠퍼스 안에 있는 장소를 토대로 만든 4가지 경로 중 한 가지를 택해 숨겨진 실루엣을 찾아 나가는 게임이다. 실루엣은 캠퍼스에 존재하는 다양한 조형물의 그림자다. 코스마다 숨겨진 실루엣을 보고 실제 조형물을 찾아 카메라로 촬영하면 미션을 완료하게 된다. 탐방탐방을 처음 기획한 것은 신강수 씨와 김나연(응용미술교육과 4) 씨다. 두 사람은 지난해 2학기 '사회적 기업가 정신' 강의에서 한 팀이 돼 창업 아이템을 만들게 됐다. 이들은 캠퍼스와 박물관, 역사관을 효과적으로 탐방할 수 있는 앱 게임을 기획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심사위원으로 나선 서진석 부장(사회봉사단 사회혁신센터)은 센터장은 탐방탐방의 사업화를 제의하며 계획이 급물살을 탔다. 탐방탐방 팀은 이후 디자인의 유은서(응용미술교육과 4) 씨와 마케팅의 노웅기 씨를 팀원으로 추가 모집했다. 이렇게 신강수 씨를 필두로 김나연, 노웅기, 유은서 씨로 구성된 팀이 탄생했다. ▲탐방탐방 팀의 신강수(정책학과 3), 노웅기(스포츠산업학과 3) 씨와 지난 24일에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후 앱 출시를 위한 절차를 한 단계씩 밟았다. 신강수, 노웅기 씨는 탐방 코스 조사와 스토리 기획에 힘썼고 김나연, 유은서 씨는 캐릭터 및 지도 제작 등 디자인 분야를 도맡았다. 신강수 씨는 “교내에 정말 많은 수의 조형물이 있었다”며 “게임 특성상 각 조형물에 얽힌 스토리나 의미를 먼저 알아야 했기 때문에 수십 번의 탐색 과정을 거쳤다”고 했다. 참고한 것은 한양 둘레길 코스다. “한양 둘레길 코스를 따라서 일차적으로 기획을 했고 주변의 피드백과 함께 근방에 있는 조형물을 추천받았어요. 직접 다녀보며 엄선한 후에 시리즈를 나눠 제작했죠.” 신강수, 노웅기 씨가 소스를 구해왔다면 디자인 팀의 김나연, 유은서 씨는 밤샘 작업을 고사하고 디자인작업을 이어나갔다. 학업이나 인턴 등 개인의 생활과 병행하는 일이었기에 순탄한 작업은 아니었다. 하지만 더 큰 어려움은 따로 있었다. 앱 개발을 맡을 기술자가 팀에 없었던 것. 신 씨는 외주 용역 업체의 문을 두드렸다. 다행히 사회혁신센터의 지원금을 받아 계약을 체결했고 일정에 맞춰 앱 개발을 진행할 수 있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지난 15일 탐방탐방이 출시됐다. 신강수 씨는 “게임을 하면서 탐방을 할 수 있는 곳은 한양대가 유일하다”며 “학교를 찾는 중, 고등학생과 한양인이 탐방탐방을 통해 연결되길 바란다”고 했다. ▲ 지난 15일에 출시된 탐방탐방에서는 다양한 테마의 4가지 코스를 즐길 수 있다. (출처: 신강수 씨) 탐방탐방 이모저모 탐방탐방 현재 버전에서 출시된 코스는 총 4가지다. △두근두근 캠퍼스 1(애지문-사과대-인문대) △두근두근 캠퍼스 2(애지문-공대-노천극장) △더 바이러스(애지문-토목관-노천카페) △사자상의 비밀(한양대 서울캠퍼스 전체)로 구성됐다. 순정, 공포, 미스터리 등 다양한 콘셉트의 코스를 차례로 즐길 수 있다. “혹시 우리대학에 철 사자상이 몇 개 있는지 아세요?” 캠퍼스 구석구석을 누비며 모르는 게 없어졌다는 신강수 씨가 던진 한마디다(참고로 교내에 철 사자상은 8개가 있다). 신 씨는 “캠퍼스를 돌아다니다가 건축관 지하 4층까지 내려가 본 적도 있다”고 말했다. “건축관 지하 3층은 학생들 실습공간이에요. 스프레이 흔적이 벽면에 많이 묻어있는 데다가 어두워서 음산한 분위기가 느껴졌어요. 고양이가 자주 출입하니 문 열어두지 말라는 문구도 붙어있고요.” 이런 경험들이 모여 게임 속 하나의 콘텐츠로 만들어졌다. “제3코스인 ‘더 바이러스’에 이 코스가 들어있어요. 탐방탐방 공포 버전이죠.” 노웅기 씨는 정몽구 미래자동차연구센터가 등장하는 제2코스를 추천했다. “저는 이번 기회를 통해서 센터 안으로 처음 들어가 봤어요. 1층에서부터 3층까지 다양한 조형물이 존재하더라고요. 특히 5층에 하늘정원이 있는 걸 보고 신기했어요.” 캠퍼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보니 구석구석 안 돌아다닌 곳이 없다는 두 사람. 노 씨는 “건물 안에서 진행되는 코스가 있는 만큼 앞으론 소음이나 쓰레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게임 지령 중간에 맞춤형 글귀를 적어 넣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구상 중인 역사관 관련 콘텐츠. 탐방탐방은 박물관, 역사관으로 영역을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 (출처: 신강수 씨) 더 탄탄한 게임으로 거듭날 것 사실 탐방탐방은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았다. 불과 3개월 차에 게임 출시까지 이뤄냈으니, 앞으로 중요한 것은 문제점 보완 및 사업 확장이다. 먼저 노웅기 씨가 보완점에 대해 언급했다. “정적인 게임 환경과 리워드 시스템 구축은 꼭 개선해야 할 점이에요. 배경음악이나 효과음을 넣고 다양한 모션을 추가해 좀 더 생동감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해요. 게임의 흥미를 더할 수 있는 리워드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합니다. 현재는 코스를 완료하면 배지를 지급해주는 방식으로 구상하고 있네요.” 다행히 개발자 부재로 인한 고민은 덜었다고. “감사하게도 앱 개발을 맡은 외주업체에서 탐방탐방의 가능성을 보고 지원을 약속해주셨어요. 더 재미있고 유익한 게임이 되도록 노력해야죠.“ 이번엔 캠퍼스 전체를 아우르는 코스를 선보였다면, 향후 계획은 우리대학 역사관과 박물관 관련 콘텐츠를 출시하는 것이다. “우선적인 목표는 캠퍼스 내에서 탐방탐방의 입지를 굳혀 나가는 거예요.” 신강수 씨의 설명. “좋은 소식은 학교 홍보대사인 사랑한대 측과 협력하기로 했다는 거죠. 고등학생들이 학교를 방문했을 때 탐방탐방의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이용자를 늘릴 예정입니다.” 탐방탐방 팀은 우리대학 내에서 기반을 잡은 뒤 서울권의 대학 및 박물관, 역사관에 대한 콘텐츠를 개발해 차근차근 사업을 늘려갈 예정이라고 했다. 신 씨는 현재의 위치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학생들끼리 모여 주도적으로 일을 진행했다는 사실에 큰 보람을 느껴요. 물론 아직 현실화되지 못한 부분이 많은데요. 인력은 부족한 데다가 여러모로 개선할 점도 남아있죠. 그래도 열심히 해서 즐거운 탐방이 필요한 많은 이들에게 유익한 콘텐츠를 선사해 줄 겁니다.“ 탐방탐방 앱은 구글스토어와 앱스토어에서 다운 받을 수 있다. ▲애지문 입구에 세워진 판넬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두 사람. 이들의 '탐방을 위한 탐방'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글/ 김상연 기자 ksy1442@hanyang.ac.kr 사진/ 문하나 기자 onlyoneluna@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