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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1 인터뷰 >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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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사이드 人터뷰] 민화에 이야기를 담는 스토리텔러

민화 작가 오순경(연극영화학과 86) 동문

사자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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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yang.ac.kr/surl/x2vM

내용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에서 미인도, 초충도 등을 그리며 전통화 디렉터로 활약한 민화 작가 오순경 동문.드라마 종영 후 신사임당의 진품과 드라마 속에 사용된 작품을 나란히 감상할 수 있는 ‘사임당, 그녀의 이야기’전을 열었다. 서울 부암동 서울미술관을 찾아 민화와 그녀의 이야기를 청해 들었다.

글. 박영임 / 사진. 안홍범



민화, 복을 비는 그림


“연꽃은 군자의 그림으로 입신출세의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자녀가 과거시험 공부를 하는 동안 화원을 불러 옆방에서 연화도를 그리게 했죠. 그리고 과거를 보러 떠나기 전날 좋은 기운을 불어넣어 주기 위해 연화도를 펼쳤습니다.” 오순경 작가의 설명을 들으니 단순히 연꽃을 그린 그림이라고만 생각했던 연화도에서 아들의 장원급제를 바라는 부모의 간절한 바람이 전해진다. 고이 간직했던 그림을 펼치는 마음 자체가 정결한 의식이 아니었을까. 오늘날로 치면 수능 시험을 보는 자녀를 위해 백일기도를 드리거나 백팔배를 올리는 부모의 심경과 같았으리라. 오순경 작가는 그림 속의 꽃, 새, 물고기 하나도 뜻 없이 등장하는 것이 없다며 설명을 이었다.
 “연과(연밥)는 연이어 과거에 급제함, 잉어 두 마리는 소과와 대과, 여뀌(보리처럼 생긴 알맹이가 붉은 식물)는 고난을 극복하고 공부를 마침, 갈대는 임금이 내리는 밥상, 한 마리의 해오라기는 일로(一路), 즉 한길을 걷는 군자를 뜻합니다. 연화도는 결국 모든 고난을 극복하고 공부를 마친 뒤 연이어 과거에 급제해 임금님이 주는 밥상을 받고 군자의 길을 걸으라는 뜻입니다.”
이렇게 민화에는 그림마다 복을 비는 마음이 담겨 있다. 예를 들어 파초도는 기사회생, 모란도는 부귀영화, 나비는 평안장수를 의미한다. 그래서 민화는 길상도(부귀와 행복 등 염원을 사물에 의탁해 나타낸 그림)라 불린다. 그저 다채로운 색감에 해학적인 그림이라 생각했던 민화. 하지만 설명을 들으면 들을수록 그 흥미로운 세계에 빠져들게 된다.

 

드라마 전통화 디렉터라는 새로운 분야 개척 


오순경 작가에게는 전통화 디렉터라는 또 다른 직함이 있다. 미인도, 초충도, 궁모란도 등 전시회 속 작품들이 사용된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에서 전통화 디렉터로 활동하며 미술 자문은 물론 드라마 속 그림을 그렸다. 특히 드라마에서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매개체로 등장하는 미인도는 신사임당 역을 맡은 배우 이영애씨의 아름다움을 단아하게 표현해 오랫동안 눈길이 머문다. 
“지난 2014년 민화 작가가 주인공이었던 <마마>라는 드라마에서 미술 자문을 하며 전통화 디렉터라는 말을 직접 만들었습니다. 미술감독과는 다른 일이기에 전문적인 직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드라마에서 한 점의 작품이 완성되는 과정을 화면에 담으려면 초본, 중간본, 80% 완성본, 100% 완성본처럼 같은 그림을 네 가지 버전으로 준비해야 한다. <사임당, 빛의 일기>에서는 총 200점이 넘는 그림을 그려야 했다. 게다가 기획 단계부터 충분한 협의를 거쳐 어떤 그림을 사용할 것인지 정했음에도 불구하고, 하루 전날 대본이 수정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어쩔 수 없이 다음 날 촬영에 지장이 없도록 뜬눈으로 밤을 새며 작품을 완성해야 하는 날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는 우리 그림의 아름다움을 소개하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이기에 작업을 마다하지 않는다. 특히 이번 드라마는 중국, 일본, 대만, 홍콩 등에 수출되는 작품이라 해외 시청자들에게도 우리의 전통미를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
“시대적으로 조선 전·중기 화풍만 담아야 하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작가를 설득해 현대 장면에서 주인공들이 미술관에서 조선 후기 작품을 감상하는 장면을 삽입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드라마 속에서는 상당 부분 편집되고 말았죠.”
드라마뿐 아니라 민화 에세이 <민화, 색을 품다>를 출간하는 등 누구보다 민화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오순경 작가. 드라마 덕분에 신사임당의 작품과 나란히 전시하는 기회를 얻게 됐지만, 신사임당의 작품과 비교되는 것이 부담되기도 했던 게 사실이다. 
“‘고화’와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민화’는 각기 다른 아름다움을 갖고 있어요. 한자리에서 고화와 민화를 같이 감상하며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취향을 깨우쳐주는 것도 작가의 일이니까요.”

 

인생이라는 무대, 뜨거운 열정으로 돌진 


연극영화학과에서 무대미술을 전공한 오순경 작가는 민화 작가로 활동하기 전부터 영화와 드라마에서 미술 자문을 맡아 일했다. 드라마 <마마>와 <사임당, 빛의 일기> 이전에는 드라마 <연애시대>와 영화 <싸움>, <오싹한 연애>, <파파> 등의 미술 자문을 했다. 이런 이력이 있었기에 보다 수월하게 전통화 디렉터로 일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무대미술과 민화 작가라는 독특한 조합은 어떻게 시작됐을까. 고등학생 시절 미대 진학을 준비하던 오순경 작가는 응용미술 분야를 탐색하던 중 무대미술이라는 분야를 처음 알게 됐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기에 연극영화학과가 있는 대학에 무작정 전화를 걸어 무대미술을 배울 수 있느냐고 물었다. 때마침 무대미술을 전공한 신일수 교수가 한양대학교에 부임할 예정이라는 소식을 듣고 앞뒤 잴 것 없이 지원했다 .
민화를 시작할 때도 그랬다. 병원에서 대기하다가 우연히 펼친 잡지에서 접하게 된 민화. 평소 현대화보다 고화를 좋아했던 오순경 작가는 단번에 민화의 매력에 빠져들었고, 그 길로 민화 강좌에 등록했다.
“어느 날 정조 능행도를 보고 저도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진을 찍을 수 없기 때문에 정조 능행도가 전시된 미술관을 전시 기간 내내 출근하듯 찾아가 그렸습니다. 완성하는 데 총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죠.”
가로 10m, 세로 2m에 이르는 대작인 데다 손톱만한 크기의 인물이 7,000명 넘게 등장하는 정조 능행도는 함부로 도전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니다. 하지만 오순경 작가는 기어코 작품을 완성했다. 그런 집념을 높이 산 민화계의 원로 송규태 선생이 그녀를 기꺼이 문하생으로 받아줬다.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정조 능행도를 완성하고 나니 실력은 장족의 발전을 이뤘다. 그 누구도 말릴 수 없는 집념과 근성이 민화 만학도를 작가의 반열에 오르게 한 것이다.
“무엇을 하든 제대로 잘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는 편입니다. 무언가에 꽂히면 거침없이 돌진하고, 하나에만 몰입하는 성격이에요.”
 


이야기를 전하는 민화 작가


그렇다면 대학 시절은 어땠을까. 무대미술은 물론 연기까지 도맡았던 오순경 작가는 4년 내내 최다 출연자로 명성을 날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창 시절을 보다 열심히 보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울 뿐이라고.
“지금 대학 생활을 열심히 보내고 있다면 자신을 의심하거나 불안해하지 마세요.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더라도 분명 미래에 도움이 될 겁니다.”
열정의 소유자 오순경 작가가 후배들에게 전하는 조언이다. 그녀 역시 의심하거나 불안해하지 않고 자신의 목표를 향해 씩씩하게 걸어가고 있다.
“앞으로도 전시회, 드라마, 영화 등을 통해 우리 그림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겠습니다. 그리고 민화가 전통만 계승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이야기를 전하는 창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도 보여주고 싶어요.”
이제야 비로소 자신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오순경
작가. 다음 전시회에서는 그녀의 그림에서 또 어떤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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