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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 04 중요기사

[학생]한양대생이 개발한 ‘핀홀 미러', 세계 IT를 놀라게 하다

“역사상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세 번 바뀌었다고 하죠. 안경 개발로 저시력자들이 세상을, 망원경과 현미경의 개발로 미시세계와 거시세계를 바라볼 수 있게 됐어요. 이제는 증강현실(AR) 렌즈로 현실에서 가상현실까지 세상의 시야를 확장하고자 합니다.” 김재혁(산업공학과 4) 씨가 말하는 ‘레티널(LetinAR)’의 미래다. 대학교 3학년 때 친구와 함께 파고든 증강현실 연구는 이제 카카오벤처스와 DSC인베스트먼트, 네이버, 코리아에셋투자증권 등으로부터 4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이 됐다. 핀홀효과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다 우연히 보게 된 ‘핀홀효과’에서 레티널은 시작됐다. 핀홀효과란 작은 구멍을 통해 건너편에 상이 맺히는 효과를 말한다. 개기일식을 보러갔던 김 씨와 공동창업자 하정훈(현 CTO) 씨는 나뭇잎 사이 구멍에서 일어난 핀홀효과로 인해 땅바닥에 초승달 모양의 그림자가 그려진 것을 발견했다. 그런데 하나의 그림자만 180도 반대 방향으로 비추고 있었다. 바로 촬영을 위해 가져간 카메라 렌즈에 반사된 그림자였다. “핀홀효과라는 간단한 이론으로 새로운 일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은 구멍이 아닌 작은 거울을 통해 또렷한 상을 맺는 ‘핀홀 미러(PinMR™)’ 기술이 이렇게 탄생하게 됐죠.” 그렇게 김 씨는 하 씨와 함께 2016년 말, 레티널을 창업했다. ▲ 레티널(LetinAR)은 김재혁(산업공학과 4) 씨가 지난 2016년 말 공동창업자 하정훈(현 CTO) 씨와 함께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김 대표가 레티널 증강현실(AR) 렌즈의 핵심인 핀홀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초점은 더 뚜렷하게, 디자인은 더 가볍게 레티널은 증강현실(AR) 렌즈에 핀미러 기술을 적용했다. 컴퓨터와 투시 기능을 탑재한 안경 형태의 증강현실 기기, 스마트 글래스(smart glasses)는 미래를 선도할 기술로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기존 스마트 글래스는 흐릿한 초점과 좁은 시야로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큰 단점이 있다. 레티널은 핀미러가 삽입된 특수렌즈를 개발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했다. 특수렌즈 위에 초소형 디스플레이를 부착해, 핀미러에 반사된 화면이 눈에 들어오게 설계했다. 심도가 높아졌기 때문에 가상화면에서 쉽게 초점을 맞출 수 있다. 이렇게 어지럼증이 경감된다. 또한 렌즈에 삽입된 핀미러는 동공보다 작은 크기로 스마트 글래스를 착용했을 때 시야를 방해하지 않는다. 속눈썹이 눈앞에 있지만 보이지 않는 원리와 같다. ▲ 레티널이 지난해 공개한 스마트 글래스(왼쪽). 레티널이 개발한 특수렌즈(오른쪽)는 상단에 초소형 디스플레이를 부착해 증강현실을 구현한다. (레티널 제공) 레티널은 지난해 또렷한 초점과 함께 더 넓은 화면을 구현하는 스마트 글래스를 선보였다. 기술적인 발전 외에도 더 작고 가벼운 디자인을 자랑한다. “작년에 나온 시제품보다 훨씬 더 대중적인 안경에 가깝도록 스마트 글래스를 개발하고 있어요. 새로운 스마트 글래스는 내년 2월 세계 3대 IT 박람회인 MWC(Mobile World Congress)에서 발표할 예정입니다.” 그가 보여줄 미래 오랜 연구 끝에 지난 2016년 레티널을 창업한 김 씨는 하나씩 프로젝트를 완성해가고 있다. “오늘까지의 길이 항상 순항인 것만은 아니었어요. 연구개발비를 벌기 위해 닥치는 대로 공모전에 출전하기도 했고, 프로젝트를 맡아줄 공장이나 업체가 없어 난항을 겪기도 했죠." 창업 초기는 험난한 과정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김 씨는 속도가 더뎌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꾸준한 노력과 주변의 도움이 있었기에 성장할 수 있었다고. 지난 2018 CES에 참가한 레티널은 국내외 기술자들로부터 높은 관심과 호평을 받았다. 김 씨는 이제 소비자들이 스마트 글래스로 넘어갈 준비가 된 것 같다며 입을 열었다. “PC에서 노트북, 그리고 스마트폰까지. 기기가 소형화되면서 소비자들이 휴대성을 중요한 요소로 인식하고 있어요. 휴대성이 높고, 더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는 스마트 글래스가 차세대 기술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글로벌 IT기업들과 함께 그 트렌드를 이끌어 가고자 하는 게 저의 계획이자, 레티널의 계획이죠.” 갈수록 치열해지는 각국의 IT 경쟁 속에서 그와 레티널이 보여줄 세상이 기다려진다. ▲ 김재혁 대표는 휴대성을 갖춘 증강현실 렌즈를 개발해 스마트 글래스를 제조하고자 하는 글로벌 IT 기업과 함께 트렌드를 이끌어가겠다고 밝혔다. 글/ 황유진 기자 lizbeth123@hanyang.ac.kr 사진/ 박근형 기자 awesome2319@hanyang.ac.kr

2018-12 02 중요기사

[동문]데뷔 10년차 보컬리스트의 화려한 귀환

큰 활약 뒤 다시 성과를 내기는 결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뷔 10년 만에 첫 솔로 앨범 <이별하러 가는 길>로 성공적으로 귀환한 가수가 있다. 바로 남성 보컬 그룹 ‘먼데이 키즈’의 전 보컬리스트 임한별 동문(정보사회학과 08)이다. 솔로 앨범 출시와 함께 최근 종영한 드라마 <제3의 매력>에서 리메이크곡 ‘희재’로 OST에도 참여했다. 임 동문은 녹슬지 않은 명품 가창력을 재입증하며 차세대를 이끌 솔로 보컬 주자로 불리고 있다. 보컬부터 작사 및 작곡, 음악감독까지 종횡무진 활약하는 임 동문. 한창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가 후배들을 위해 기꺼이 시간을 내주었다. 솔로 보컬리스트로 돌아오다 스무 살, 아이돌 그룹 ‘에이스타일’로 음악가의 길을 시작했다. 이후 발라드 열풍에 일조한 남성 보컬 그룹 ‘먼데이 키즈’를 거쳐, 이제는 남자 솔로 보컬 주자로 돌아왔다. 첫 솔로 앨범 <이별하러 가는 길>은 임 동문이 작사 및 작곡, 디렉팅까지 직접 해 그에게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 추워지는 계절의 감성을 담은 앨범 <이별하러 가는 길>은 깔끔한 고음, 애절한 목소리와 멜로디로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오랜 시간 그룹 활동에 익숙해 홀로 무대에 서는 것에 부담이 있었지만, 그동안 다진 탄탄한 가창력과 많은 연습으로 쇼케이스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에게 컴백 소감을 묻자 “공개 후 많은 사랑을 받아 감사하다”고 말했다. “앨범의 흥망을 떠나 음악적으로 ‘잘 만들었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던 그는 음악인들의 평가와 대중적인 성과 모두 만족스러운 결과를 거뒀다. ▲ 남성 보컬 그룹 ‘먼데이키즈’의 전 보컬리스트 임한별 동문(정보사회학과08)을 그의 소속사 모스트웍스(MOSWORKS)사무실에서 만났다. 임 동문은 지난 2015년부터 자신의 노래 연습 영상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의 노래가 발전하는 것을 남기고 선보이고 싶은 일종의 창구였다. 유튜브에 올린 영상은 입소문을 타 구독자 수가 15만 명을 넘었다. 조회 수 역시 굉장하다. 개인 유튜브 채널과 페이스북에 다양한 커버 영상을 올리기 시작하며 대중에게 솔로 가수 ‘임한별’을 더 잘 알렸다. 그에게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을 물었다. 이번 신규 앨범 <이별하러 가는 길>이 “평생 기억에 남을 것”이라며 가장 먼저 언급했다. 커버 곡으로는 드라마 <제3의 매력> OST인 성시경의 <희재>와 300만을 넘는 폭발적인 조회 수를 기록한 엠씨 더 맥스(M.C The Max)의 <어디에도>, 윤종신의 <좋니>를 꼽았다. 이 노래들을 포함한 다양한 연습 영상들은 모두 임한별 씨의 공식 유튜브 계정에서 감상할 수 있다. (클릭 시 이동-임한별 공식 유튜브) ▲드라마 <제 3의 매력>의 OST인 최근 리메이크 곡 <희재>영상. (출처: 임한별 동문 유튜브) 베테랑의 겸손과 끝없는 노력 그의 새로운 별명 중 하나인 ‘보컬의 교과서’. 완벽하게 표현하는 고음과 창법으로 붙여진 별명이다. 그러나 그는 데뷔 10년 차임에도 시종일관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임 동문은 “사실 조금 쉽게 자만하는 스타일”이라며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항상 조심하려고 합니다. 안주하는 순간 바로 퇴보하더라고요. 그동안 여러 번의 실패를 경험해봐서 항상 연구하고 연습하는 자세를 잃지 않으려 해요.” 마음이 풀어질 때마다 다시 자극을 받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영상을 보며 연구한다는 그는 자신이 “아직 부족하다”고 말했다. 음악적 천재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고 10년 동안 연습에 매진했다. 그동안 그는 존경하는 선배들을 통해 음악적 표현 방법과 삶까지 연구했다. 그는 이제 자신을 보고 자극을 받는 사람들이 생긴다는 것에 뿌듯함과 많은 책임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임한별 동문의 프로필 사진. (모스트웍스 제공) 베테랑에게도 거저 얻어지는 결과물은 없다. 그는 솔로 활동 준비를 위해 먼데이 키즈 활동 이후 골방 같은 작업실에 들어갔다. 처음부터 음악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본격적인 솔로 활동 전 작가 활동(작사 및 작곡)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는 음악감독도 겸하며 음악이라는 영역 안에서 많은 것을 접하려고 노력했다. “작사 작곡을 하면서 많은 시간을 허비하기도 하고, 보컬 트레이닝을 하다가 목이 쉬어 라이브를 하지 못한 적도 있었다”고 말한 임 씨는 여러가지 일을 계속 병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같이 일 하고 있는 스태프들과 함께 제작까지 도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진심을 담은 노래를 할 수 있길 바라요” 그가 가끔 특강을 가거나 음악을 하는 친구들을 만나서 꼭 하는 이야기는 ’진정성’이다. “진심이 아닌 것은 들으면 느껴져요. 진심을 담아서 노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집중하지 못하거나 진정성이 담기지 않으면 잠재력이 표출되지 않는다며 ‘진심을 담은’ 음악을 강조했다. 이어서 실패에 대한 이야기도 언급했다. “두려워하지 말고 많은 경험을 하길 바랍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기회가 찾아왔을 때 꼭 잡으세요. 도전 뒤의 실패를 밑거름으로 기회를 만드는 후배분들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 임한별 동문(정보사회학과08)은 가수를 꿈꾸는 한양인들에게 실패를 통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을 보여줄 기회를 잡으라 조언했다. 그는 현재 오는 1월에 발매할 싱글 앨범을 준비 중이다. 이번 앨범 <이별하러 가는 길>에 이어 새로운 곡을 낼 예정이다. 한국을 넘어 미국 진출까지 생각하고 있다는 그는 “틀 안에 날 가두지 않고 지금처럼 다양한 영역에 도전하다 보면 언젠가 그 곳에서도 음악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마지막 목표를 말했다. 글/ 김민지 기자 melon852@hanyang.ac.kr 사진/ 이진명 기자 rha925@hanyang.ac.kr

2018-11 26 헤드라인

[동문]전통 예술의 명맥을 잇는 혁신 연출가

거침없는, 실험적인, 상식을 깨는 무대. 윤한솔(사회학과 90) 연출가의 무대에 따라오는 수식어다. 윤 동문은 전통 예술을 파격적이고 첨예한 구성의 현대 예술로 재탄생 시킨다. 전공 공부보다 예술 동아리 활동이 더 좋았던 그는 사회 현상을 날카롭게 담아 이야기하는 '연극 연출가'가 됐다. 최근 <이야기의 방식, 춤의 방식-공옥진의 병신춤 편> 장기 공연을 성황리에 마친 윤한솔 동문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눴다. 시대 속으로 사라져가는 예술의 현대적 해석 윤 동문은 지난 2014년 <이야기의 방식, 노래의 방식-데모 버전> 공연을 극단 '그린피그'의 무대에 올렸다. ‘전통은 재미가 없다’는 인식에 대한 도전이었다. 이 공연은 판소리 <적벽가>의 한 대목을 다루며 1980년도 광주민주항쟁을 이야기 한 작품이다. 그는 이 공연을 위해 판소리를 직접 배웠다. “판소리를 맛깔스럽게 하기 위해 전라도 사투리를 배우기도 하고 민요와 창법까지 공부했어요.” 사실적이고 신선한 공연으로 관객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 ▲ 공옥진 선생의 병신춤을 재해석한 <이야기의 방식, 춤의 방식-공옥진의 병신춤 편> 장기 공연이 막을 내렸다. 연출가 윤한솔 동문(사회학과 90)은 전통 유지를 위해 새로운 창조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후 윤 동문은 전통을 공유할 수 있는 다음 장르를 고민했다. 한국무용가 고(故) 공옥진 여사의 ‘병신춤’을 선보이기로 했다. ‘병신춤’은 한국무용에 서민적인 해학과 개성을 더한 1인 창무극이다. 왜 많은 한국무용 중 공옥진의 병신춤을 선택했냐는 질문에 그는 “제도적으로 계승할 수 없었다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라고 답했다. “전통무용이 아닌 창작무란 이유로 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가 취소됐어요. 대중에게 가장 가깝게 있던 전통 공연이 그 계보를 잇지 못하고, 전수자 역시 없었습니다.” 그렇게 그는 고(故) 공옥진의 병신춤을 현대 장르로 재해석해 선보이기로 했다. ▲ <이야기의 방식, 춤의 방식-공옥진의 병신춤 편>을 공연한 배우들의 모습. 공옥진의 수제자를 자처하는 7명의 배우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공옥진의 춤을 익히는 과정과 사건들을 무대 위에서 펼친다. (그린피그 극단 제공) 윤 동문은 관객들이 더 쉽게 즐기기 위해 색다른 연결 매체를 고안했다. ‘키넥트 센서(Kinect sensor)’를 공연에 도입했다. 키넥트 센서는 동작 인식 카메라로 움직임을 감지하고 데이터로 처리한다. 센서를 장착한 배우들은 스크린 위 공옥진 선생님의 실제 춤 영상을 보고 게임처럼 병신춤을 배운다. 한국 전통 무용을 관람객들이 재미있게 접근하게끔 하는 의도였다. 이 기술을 제대로 이용하기 위해 센서 기술을 영상팀과 함께 고민했다. 기술과 함께 유튜브와 같은 유통경로도 갖췄다. “이렇게 접근성이 쉬워지면 전도율이 높아져 장르가 견고해지겠죠. 그렇게 되면 전통에 대한 가치와 존중이 더 높아지리라 생각합니다.” 실험적 장르로의 변곡점, 그 이후 연출 첫 시작부터 그의 무대는 실험적이거나 과감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단순히 ‘유명한 연출가’가 되고 싶었다. 2000년도 공연 예술을 배우기 위해 유학을 결정한 후 떠난 미국 뉴욕(New York)에 9∙11 테러가 터졌다. 살던 곳에서 불과 2~3분만 걸으면 분진을 볼 수 있었다. “그러한 내전이 일어나는 이유가 당최 이해가 가지 않았어요. 이전에는 나 자신에게 한번도 해보지 않은 질문을 하기 시작했죠.” 학부생 때는 손대지 않았던 전공책을 뒤늦게 읽기 시작해 유학 내내 사회학까지 공부했다. 작업 스타일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 일을 계기로 사회적 문제들을 다루는 그만의 작품 세계가 형성됐다. 그는 공연의 내용뿐 아니라 공연 이후의 사회적 영향도 고려한다. 관객들이 공연의 메시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게끔 공연을 섬세하게 연출한다. “전통은 무엇인가에 대한 것과 함께 작품 안에 다루는 장애, 권력 관계에 대한 질문, 여성이나 장애를 묘사하는 방법들의 맥락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어요.” 그는 연극을 통해 관객들에게 건강하고 생산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 윤한솔 동문은 연출가를 꿈꾸는 한양대 후배들에게 사물과 사건, 그리고 스스로와의 ‘관계 맺음’을 토대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드물게 학생들에게 ‘롤모델’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뜨끔한다"며 웃음을 보인 그는 연출가를 목표로 하는 후배들에게 많은 일에 관심을 가지고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극 연출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분명히 갖기 위해선 특별한 사물이든 사건을 충분히 경험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윤 동문이 준비 중인 다음 작품은 ‘이주와 정주의 문제’에 대한 이야기다. 혁신적인 무대로 관객과 소통하기 위한 그의 열정은 식지 않고 계속될 것이다. 글/ 김민지 기자 melon852@hanyang.ac.kr 사진/ 이진명 기자 rha925@hanyang.ac.kr

2018-11 11

[동문]안방 1열을 경기장 관중석으로 물들이다 (5)

‘안방 1열’은 안방이 곧 극장이란 뜻의 신조어다. 현장에서 경기를 직접 관람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TV를 통해 즐길 때 주로 사용한다. 스포츠 캐스터는 화면으로 경기를 보는 시청자들의 안방 1열에 현장감을 더한다. STN SPORTS에서 아나운서로 활동하고 있는 김우진 동문(경기지도학과 05)은 스포츠 중계에 그의 목소리를 담아 시청자들을 경기장으로 초대하고 있다. 스포츠 중계에 눈을 뜬 전직 윈드서핑 선수 김 동문이 스포츠와 인연을 맺은진 꽤 오래됐다. 그는 부모님의 권유로 중학교 때 윈드서핑에 발을 들여놓았다. 윈드서핑은 요트의 돛과 서프보드를 결합한 해양 스포츠다. 운동을 좋아했던 그는 윈드서핑을 곧잘 타 머지않아 선수 생활을 했고, 요트 체육특기자로 한양대에 입학했다. 4학년 때는 국내 윈드서핑 정상급 선수들이 대거 출전하는 ‘가천대 총장배 전국윈드서핑대회’에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10년 간의 선수 생활을 마친 김 동문은 지도자의 길에 들어섰다. ▲ 김우진 동문(경기지도학과 05)은 중학교 시절부터 원드서핑 선수로 활동하면서 스포츠에 대한 관심을 키워왔다. 김 동문은 그에게 윈드서핑을 전수한 은사의 자리를 물려받아 서울 광남고등학교 요트부 코치를 맡았다. 그는 학생들을 보다 체계적으로 가르치기 위해 한국체육대학에서 스포츠 코칭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러던 중 선수 육성에 전념하던 김 동문에게 변화가 찾아왔다. 방송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스포츠 중계방송을 즐겨 봤다”며 “어느 순간 스포츠 캐스터들이 중계하는 모습을 동경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방송사 문을 두들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경기 현장을 전하다 약 1년간의 준비 끝에 김 동문은 올해 초부터 다양한 스포츠 경기를 중계하기 시작했다. 그는 현재 한국 실업 축구 내셔널리그와 프로와 아마추어 최강자를 가리는 대한축구협회(FA)컵을 중계한다. 한 달 전에는 ‘2018 자카르타 장애인 아시안게임’ 수영과 탁구 경기 현장을 전했다. 그는 “입사하고 얼마 되지 않아 국제 대회에 목소리를 전할 수 있는 영광을 누렸다”며 “생중계한 경기에서 조원상 수영선수가 한국 첫 메달을 목에 걸어 태극기가 올라갈 때까지 현장의 감동을 함께 할 수 있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 (왼쪽)김우진 동문(경기지도학과 05)이 지난 9월 14~15일에 열린 '2018 데이비스컵 테니스대회' 한국과 뉴질랜드 경기를 김성배 해설위원과 함께 중계하고 있다. (김우진 동문 제공) 이색적인 경기 중계도 그의 몫이다. 김 동문은 지난 9월 충북 충주에서 진행된 소방관들의 올림픽 ‘2018 세계 소방관 경기대회’의 현장을 전했다. 63개국 6600명의 소방관이 축구·야구·수중 인명구조 등 75개 종목에서 실력을 겨뤘다. 그는 “대회 경기 중에서 가로수, 공중전화 등에 숨겨진 쪽지를 찾아 적힌 임무를 수행하고 징을 먼저 치면 승리하는 ‘보물찾기’ 종목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지난달에는 '2018 정기 연고전(고려대 주최)' 마지막 종목인 축구를 중계했다. 올림픽 승리의 순간에 목소리를 내고 싶어요 스포츠를 중계하는 자리에 가기까지 김 동문은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는 “시험장에서 유창하게 말을 하다가도 갑자기 막히는 경우가 있었다”며 “어느 경기든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도록 수없이 반복하고 연습했다”고 말했다. 그는 스포츠 캐스터로 활약 중인 한양대 생물학과 79학번 배기완 SBS 아나운서를 보면서 중계에 대한 추세와 기술을 배울 수 있었다. 김 동문은 지금도 끊임없이 공부한다. 어떻게 하면 시청자들이 경기를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 "스스로도 스포츠를 즐겨야 좋은 스포츠 캐스터가 될 수 있어요!" 김우진 동문(경기지도학과 05)는 스포츠 캐스터의 가장 큰 매력으로 현장에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을 꼽으며, 스포츠 캐스터를 꿈꾸는 한양인을 응원했다. 김 동문은 운동선수를 하면서 한양대에 진학해 메달도 따고, 지도자 경험도 쌓았다. 그러나, 그가 하지 못한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올림픽 출전이다. 김 동문은 “선수로는 올림픽을 겪지 못했지만, 캐스터로 올림픽을 중계하고 싶다”며 “한국이 승리하는 순간에 소식을 전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온다. 김 동문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종목을 넘나들며 중계하면서 역량을 키워나가고 있다. 그의 목소리에 금빛 물결이 실리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글/ 유승현 기자 dbtmdgus9543@hanyang.ac.kr 사진/ 이진명 기자 rha925@hanyang.ac.kr

2018-10 29 중요기사

[동문]글로써 춤을 사유하는 무용 연구가

한국 무용을 연구하는 김윤지 동문(무용학과 97)이 2018년 한국연구재단 박사 후 국내 연수 대상자로 최종 선정됐다. 최근 5년간 무용계열에서 연구 대상자로 연속 두 번 선정된 경우는 김 동문이 유일하다. 그는 현재 한국연구재단과 한국학중앙연구원 지원 사업 과제 세 개를 진행하고 있다. 수혜 금액만 대략 8억원이다. 한양대 겸임교수로 재직하며 한국 무용의 학문적 발전을 위해 노력 중인 김 동문을 만났다. 한양대 예술체육대학 전체 수석 졸업 김 동문은 무용 교사의 추천으로 중학생 때부터 무용을 시작해 97년에 한양대 무용학과에 입학했다. 예체대 전체 수석으로 졸업한 그는 “대학에 들어오니 IMF 외환위기로 인해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아져 열심히 공부할 수밖에 없었다”며 “4년 내내 장학금을 받아 어려움 없이 학교에 다닐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 때를 계기로 지금까지 공부를 이어올 수 있었다. 그는 이 자리를 빌려 모교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 2003년도 후기 학위수여식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는 김윤지 동문(무용학과 97, 가운데). (김윤지 동문 제공) 학부 재학 당시 김 동문은 한국 무용에 깊은 매력을 느꼈다. 지도 교수의 조언에 따라 한국 무용을 더 깊이 연구하기 위해 한양대 대학원에 진학했다. 그는 탈을 예로 들며 “탈은 보편적인 예술 도구지만 지역마다 수십 가지의 탈춤이 전승되고 있다”며 “이처럼 보편성과 다양성을 함께 갖는 것은 한국 예술의 정체성이자 우수성”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한국 무용이 가진 매력은 김 동문이 한국 무용을 연구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그는 현재 한양대 무용학과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3년간 개인 연구비 총 1억1640만원 수혜 김 동문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한국연구재단 및 한국학중앙연구원으로부터 1억 원이 넘는 개인 연구비를 지원받는다. 무용계열 선정자 중 최대 금액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지원 사업의 일환인 공동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김 동문의 개인 연구는 전승 문제를 비롯한 무형문화재 제도의 개선과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그는 “이 사안은 당장 급조된 제도나 정책으로 풀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공공성을 기반으로 한 근본적인 성찰을 토대로 해결책을 구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백남학술정보관에서 만난 김윤지 동문은 " 좋아 하고,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이 무용을 공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 동문은 한국 무용이 나아갈 방향과 방법을 찾고 있다. 그는 “다양한 분야에서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 화두가 되고 있지만 무용은 서사적 구조를 도출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을 활용해 여러 콘텐츠로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는 ‘트렌스미디어 스토리텔링’으로 한국 무용을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동문은 공동 연구로 한국학 분야 사전 편찬 정보 통합 데이터베이스(DB) 구축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는 다양한 학문 분야들 중 전통예술·무형예술·공연예술을 담당한다. 결이 곱고, 격이 깊은 연구자 김 동문은 "한국 춤은 살기 위한 본능적인 움직임으로부터 시작했고, 역사적 흐름과 시대적 배경 속에서 자주적 역량으로 전승돼 온 한국 전통 예술의 표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절의 시대인 근대를 겪으면서까지 전승돼 온 한국 춤의 정신과 한민족의 심(心), 정(情), 예(禮), 재(才), 색(色) 등 한국 전통 예술의 근간을 마주할 때 마다 신중해지고 겸손해진다"고 덧붙었다. 김 동문은 추후 이 마음을 담을 책을 출판할 계획이다. ▲김윤지 동문은 춤이란 움직이는 시 (詩)이기에 어렵고 총체적이며 고도의 단계에 있는 예술이라 말했다. 김 동문은 “내년부터 국제 콘퍼런스에 참가해 한국 무용의 우수성을 적극적으로 알리고자 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의 관심은 무용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융합 연구를 통해 사회 문제 해결을 추구하고자 한다. 끝으로 그는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배운 것을 나눌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을 지닌 지식인이 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글/ 유승현 기자 dbtmdgus9543@hanyang.ac.kr 사진/ 강초현 기자 guschrkd@hanyang.ac.kr

2018-10 28 중요기사

[학생]한양대, 미국 자동차 기술 대회 ‘VTS 챌린지’ 우승

한양대 ERICA캠퍼스 기계공학과 기계역학연구실 팀이 지난 3월 미국에서 열린 자동차 기술 경연대회 ‘IEEE VTS Motor Vehicles Challenge 2018(이하 VTS 챌린지)’에서 우승했다. 올해 두 번째로 열린 VTS 챌린지는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Chicago, Illinois)에서 열렸다. 대회는 '실제 차량에 적용할 수 있고,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는 시뮬레이션 제어 시스템'을 주제로 진행됐다. 이웅(기계공학과 박사과정) 씨, 정해성(기계공학과 석〮박과정) 씨, 박도현(기계공학과 석〮박과정) 씨는 보쉬(BOSCH), 미시간대학교(University of Michigan)등 20개국에서 참가한 52개팀을 물리쳤다. ▲ (왼쪽부터) 정해성(기계공학과 석박과정) 씨, 이웅(기계공학과 박사과정) 씨, 박도현(기계공학과 석박과정) 씨가 지난 3월 자동차 기술 경연대회 ‘IEEE VTS Motor Vehicles Challenge 2018(이하 VTS 챌린지)’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웅 씨 제공) VTS 챌린지는 매년 대회 주제와 차량이 달라진다. 올해는 'GM(General Motors)사의 친환경 차 Volt 1st Gen 모델의 주행 에너지 소모 최소화'라는 문제가 출제됐다. Volt 1st Gen은 하이브리드 자동차다. “일반 차는 연료로 주행하지만 하이브리드 차는 연료와 전기 모터를 동력으로 사용해요. 자동차를 운전하는 데 총 100이 필요하다고 가정하면,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연료 20, 전기 80과 같은 경우의 수로 에너지가 분배됩니다.” 이에 박 씨는 “연료 50, 전기 50처럼 분배량이 비슷할 때 에너지 효율이 더 높다”고 덧붙였다. 대회 측은 차량의 주행 방식과 거리를 공지하지 않았다. 어떤 상황에서도 에너지 사용을 줄일 수 있는 기법이 필요했다. 세 명은 고민 끝에 최적제어이론 중 하나인 ‘폰트리아긴 최소 원리’를 적용했다. 차량 시스템 스스로 매 순간 남아있는 기름과 전기를 확인해서 연료를 쓸 지, 전기 모터를 더 쓸 지 결정하는 기법이다. “폰트리아긴 최소 원리는 연료량과 전기량의 상대적인 값어치를 결정하고 에너지를 최소화 하는 기법입니다. 저희가 만든 시뮬레이션 제어기 시스템에 이 원리를 적용했죠.” ▲ (왼쪽부터) 이웅(기계공학과 박사과정) 씨, 정해성(기계공학과 석박과정) 씨, 박도현(기계공학과 석박과정) 씨. 정 씨가 이번 VTS챌린지에서 적용한 ‘폰트리아긴 최소 원리’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대회의 평가 방식은 간단하다. VTS 챌린지 측은 각 참가자들의 원리가 담긴 제어기 기술을 컴퓨터로 가동한다. 시뮬레이션 결과에서 차량 주행 에너지 소모가 가장 적은 팀이 우승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 특성상 연료와 전기의 잔여량이 비슷할수록 에너지 효율이 높다. 따라서 기름과 전기를 매 순간 비슷한 양으로 조절 가능한 폰트리아긴 최소 원리가 대회에서 빛을 발한 것이다. 대회는 두 달 동안 준비했다. 이 씨는 당시를 떠올렸다. “대회에 출전하기로 한 뒤에도 각자 석사, 박사과정으로 바빠서 대회 준비에만 시간을 쏟을 순 없었어요. 그래서 평일 밤과 주말에 틈틈이 준비했습니다.” 정 씨는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고 말하며 대회 당시를 떠올렸다. “대회 주최 측에서 공평성을 위해 참가자 모두 특정 포맷으로 제어기를 제출하라고 했어요. 마지막으로 완성된 시스템을 그 포맷에 담아서 시행했는데 작동하지 않는 거예요.” 다행히 오류를 해결해 정해진 시간 내에 제출할 수 있었다. 끝으로 이 씨는 VTS 챌린지에 관한 계획을 밝혔다. “확실하게 정해진 건 아니지만 내년이나 내후년에도 저희가 리더로서 대회에 출전할 예정입니다.” 이 씨 팀은 VTS 챌린지 참가를 꿈꾸는 학생들에게도 조언을 남겼다. “학생 분들도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니까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주저 말고 도전하세요.” 글/ 옥유경 기자 halo1003@hanyang.ac.kr 사진/ 이진명 기자 rha925@hanyang.ac.kr

2018-10 24

[동문][NOW 꿈꾸는 사람들] 포기는 없다! 꿈을 향해 전진 앞으로

‘한 나라의 과학기술력은 그 나라의 국방과학력에서 엿볼 수 있다’는 자신의 신념을 실천하기 위해 대학원에서 고출력 레이저에 의한 항공기 영상 탐지 시스템의 손실을 연구한 윤성희 씨는 지난해 12월 공군 소위로 임관했다. ‘금녀의 벽’을 깨기 위한 도전의 연속이었던 그녀의 범상치 않은 삶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글. 박영임 사진. 안홍범 ▲윤성희 공군 소위(기계공학과 석박사통합과정 14) 체구는 작아도 정신력은 최고 지난 2월의 어느 주말, 캠퍼스 곳곳에서는 빛나는 졸업장을 들고 그보다 더욱 빛나는 졸업의 순간을 담기 위해 가족들과 사진을 찍는 졸업생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들 틈에서 남다른 감회에 젖어 캠퍼스를 바라보는 윤성희 씨. 2017년 8월에 졸업했으니 딱 6개월 만의 모교 방문이다. 물론 6개월이라는 기간이 그리 긴 시간은 아니다. 하지만 그 6개월 사이에 그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신분부터 공군 장교로 바뀌었으니 말이다. “2017년 9월부터 12주간의 기본 군사훈련을 마치고, 12월 1일 공군 소위로 임관했습니다. 현재는 공군 군수사령부 항공기술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 작은 체구로 행군이나 유격훈련 등 힘든 군사훈련을 받았다는 말이 믿기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를 체구로만 판단하면 단단히 실수하는 것. 이론 및 훈련 성적과 체력검정을 포함해 여후보생 중 1위, 남녀 통합 상위 7%라는 우수한 성적으로 임관했을 뿐 아니라, 군사훈련 기간 중에는 여후보생 최초로 중대 기수를 맡고 더 나아가 대대장 근무 후보생으로서 전체 310명의 동기들을 이끌었다. 대학원 생활 내내 연구실에만 앉아 있었을 텐데 어떻게 그 어려운 훈련을 견뎌낼 수 있었을까. “사실 거의 공부만 하던 몸이라 정말 힘들었습니다. 게다가 중대 기수는 맨 앞에서 깃발을 들고 중대원들을 이끌고 뛰어야 하기 때문에 뒤처지면 안 됩니다.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를 때마다 ‘이 정도도 이겨내지 못해서야 어떻게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 되겠는가’라는 생각으로 한 발 한 발 힘차게 내딛다보면 어느새 훈련이 끝나있더군요.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텼습니다. 정신력이 바로 체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교 후보생 생활 내내 입고 먹는 모든 것이 국민들의 세금이라는 생각으로 단언컨대 1초도 성실하지 않았던 순간이 없다고 말하는 윤성희 씨. 진심이 발하는 눈빛에서 그녀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바이올리니스트에서 무기 연구자로 급선회 ▲ 대학원 생활을 하던 지난 2016년 7월 9일 서울 서초동 브라움홀(braum hall)에서 독주회를 열었다. 기계공학과 대학원생의 공군 입대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윤성희 씨의 이력은 예사롭지 않다. 그런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녀의 반전 인생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학부에서 어렵기로 유명한 물리학을 전공한 그녀의 어릴 적 꿈은 지금과는 한참 거리가 먼 바이올리니스트. 고등학교 1학년 때만 해도 음대에 진학할 것이라는 그녀의 미래를 의심한 적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헬기 한 대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공부 중이던 그녀의 신경을 거슬렸다. 보통 사람 같으면 잠시 짜증을 냈다가 바로 잊어버릴 일이다. 하지만 그녀는 헬기의 소음을 줄일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으로 ‘위상(진동이나 파동과 같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현상에 대해 어떤 시각 또는 어떤 장소에서의 변화의 국면을 가리키는 물리학 용어)이 반대인 파장을 쏘면 소음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이것이 바로 그녀가 사랑하는 항공기와의 운명적인 첫 만남이었다. 그 후 본격적으로 군의 무기체계와 방산연구에 대한 호기심을 키우다가 급기야 진로 변경을 결심했다. “국내 무기체계는 해외 의존도가 높다는 사실을 알고 자체 연구·개발에 힘을 보태 나라를 빛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사명감 같은 것이 생겼던 것 같아요. 우선은 모든 공학의 기초라 할 수 있는 물리학을 전공하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바이올린만 켜느라 수학이나 과학 공부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었던 그녀는 중학교 수학과 과학 교과서부터 펼쳤다. 뒤늦은 공부로 또래들을 따라잡기 위해 새벽 2~3시까지 불을 밝히고 독하게 공부에 매진해 3개월 만에 중학교 3년 과정을 독학할 수 있었다. 그리고 1년 만에 과학올림피아드 대회에 참가해 일반고 출신자로는 유일하게 전국의 날고 긴다는 과학고 학생들과 실력을 겨뤘다. “동기가 뚜렷하고 쟁취하고 싶은 목표가 생기면 무슨 일이 있어도 해내고 마는 성격입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남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노력을 기울이는 편입니다. 열정과 노력만큼은 그 누구와 겨뤄도 자신 있습니다.” 악바리 정신을 군인 정신으로 승화 노력의 크기가 어느 정도기에 남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노력이라고 그렇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공대 대학원생들은 거의 연구실에서 살다시피 합니다. 연구하고 논문만 쓰는 데도 시간이 부족하죠. 하지만 저는 바이올린도 계속 연주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독주회를 계획했습니다. 독주회를 열려면 최소 6개월간은 하루에 5시간 이상 연습해야 합니다. 그래서 밤 8~9시에 연구실에서 퇴근한 뒤 연습실에서 첫차 운행시간까지 연습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 한두 시간 눈을 붙인 뒤 다시 연구실에 출근했죠.” 이 정도면 윤성희 씨의 노력에 순순히 ‘인정’이라는 의미의 엄지손가락을 내보이지 않을 수 없다. 바이올리니스트의 꿈을 접고 물리학에 도전, 그 후 기계공학도로 변신해 무기체계를 연구하며 군에 입대한 그녀의 이력은 한마디로 금녀의 영역에 대한 도전으로 갈음할 수 있지 않을까. 공교롭게도 물리학이나 기계공학, 그리고 군대 모두 압도적으로 남성 비율이 높은 곳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으니 말이다. “저는 남녀 구분이라는 인식 자체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그냥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뿐이죠. 어릴 때부터 씨름도 좋아하고, 남자들과 축구도 잘 했습니다. 여자라는 이유로 뒤에 물러서 있는 것을 싫어했거든요.” 그래서 그녀의 도전에는 종종 색안경을 낀 주변의 시선이 따랐다. 그런 탓에 매번 두 개의 목표를 넘어야 했다. 하나는 그녀가 이루고자 하는 순수한 목표,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주변의 선입견이다. “저를 제대로 알기 전에 여자라서 ‘약할 것이다’, ‘컴퓨터를 못할 것이다’, ‘수학공식을 못 풀 것이다’라는 선입견을 갖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그 벽을 넘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편견을 극복하면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이점도 있습니다.” 현재 그녀가 근무하는 공군 항공기술연구소에서는 항공기의 수명 관리, 결함 분석, 항공기술 개발 등의 다양한 연구가 수행되고 있다. 그녀의 업무는 해외 의존도가 높은 공군 항공기의 부품을 국내 기술력으로 국산화해 개발하는 것이다. 타 부대에 비해 여군 배치가 적은 곳이기에 무슨 일을 하던 주목을 받기 일쑤다. 하지만 주변의 선입견을 하루 속히 깨뜨리고 능력만으로 평가받는 날을 앞당기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 임관 때 받은 호부와 임관사령장 “군복이 가장 아름다워요” 여전히 주변에는 대기업이나 연구소가 아니라 군대를 택한 윤성희 씨의 선택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이들이 많다. 그녀의 선택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과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후배들을 위해 그녀는 자신 있게 말한다. 자신의 길은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며 그래야 후회가 없는 법이라고. “언제나 저의 선택 기준은 ‘제가 정말 하고 싶은가’입니다. 주변의 의견이나 기대에 흔들려서는 안 되죠. 의지와 열정으로 뚝심 있게 밀고 나가다 보면 길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현재 저는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행복합니다. 제가 바라던 일을 실제로 하고 있으니까요.” 오랫동안 꿈꿔왔던 국방과학의 자주적 발전을 위해 자신의 열정과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게 된 윤성희 씨. 아직은 짧은 머리가 어색하지만 그녀는 말한다. 군복은 그 어느 옷보다 아름다운 옷이라고. 사랑한대 2018년 03·04월호 (통권 241호) 이북 보기 사랑한대 2018년 03·04월호 이북 전체 리스트

2018-10 23

[동문][도전#해시태그] 의학과 기술이 만났을 때 #블록체인 #개인이 관리하는 의료 데이터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이슈가 뜨겁다. 이에 발맞춰 이은솔 메디블록 대표는 영상 의학 전문의로서의 경험을 살려 블록체인 기술과의 결합을 도모했고, 메디블록 전용 암호화폐인 메디토큰(MED)을 개발했다. 메디블록은 국내 의료 시스템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나섰다. 글. 이주비(학생기자) 사진. 안홍범 ▲ 이은솔 메디블록 대표(의예과 03) 험난한 길? 원하는 길! 이은솔 대표는 영상의학 전문의에서 스타트업 대표로 길을 바꿨다. 누군가는 그런 그의 선택을 두고 안정된 길을 버리고 험난한 길을 택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이러한 평가에 대해 그는 어떻게 생각할까. “물론 어떤 면에서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저희는 젊잖아요. 언젠간 하고 싶었던 일이었어요. 다만 언제 실행하느냐가 문제였죠.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나중에도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과감하게 뛰어들게 됐습니다.” 이 대표는 ‘험난하다’는 표현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했다. “다른 스타트업 대표님들을 만나보면 저보다 더 많은 것들을 걸고 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저는 그래도 의사 면허와 전문의를 딴 후에 이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길이 있는 셈이에요. 그래서 저는 그분들이 더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의사의 길 대신 좀 더 색다르고 도전적인 일을 선택한 것뿐이라는 그의 말에서 자신의 일에 대한 애정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의사로서의 생활은 일한 만큼 환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가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환자 진료에서는 확장성이나 부가가치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그간 IT 기술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기반을 다져왔던 이은솔 대표는 다른 여러 분야에 비해 의료 분야가 유독 IT와의 결합이 더디다고 생각했다. 병원에서 일을 하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불편함을 해결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다는 판단에 창업을 결심했다. “간단하게는 레고를 만드는 것부터 해서 무언가를 만드는 걸 좋아해요. 세상에 없는 어떤 것을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강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창업으로 이어지게 된 것 같아요. 현재 제가 하고 있는 일도 이전까지는 존재하지 않던 의료 정보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블록체인과 의학의 결합 현재 의료 정보 시스템은 모두 병원이 관리하고 있다. 나의 의료 기록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직접 병원에 방문해 종이 문서로 받아야 한다. 또 한 곳에서 의료 기록을 종합적으로 관리하지 않기 때문에 각각의 병원에 일일이 방문해 문서를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반면 메디블록을 이용하면 병원에서만 받아볼 수 있는 나의 건강 기록을 몇 번의 터치만으로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저희는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는데, 본질적으로 병원이 의료 데이터를 비롯해 모든 기록을 가지고 있다 보니 한계가 있었어요. 게다가 개인이 의료 데이터를 관리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도 있었고요. 그런데 블록체인을 이용하면 저희가 걱정한 부작용을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거예요. 그래서 블록체인을 적극 도입하기로 결정했죠.” 공공거래장부라고도 불리는 블록체인은 탈중앙화된 시스템의 해킹과 사용자의 조작을 막음으로써 신뢰도를 부여하는 기술이다. 즉 메디블록은 현재 중앙화된 의료 시스템을 탈중앙화하여 개개인이 기록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게끔 한 것이다. 이처럼 의학과 블록체인 기술의 만남이 가능하게 된 데는 이은솔 대표와 IT의 깊은 인연이 바탕에 있었다. 그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경시대회 입상 성적으로 고등학교를 입학했고, 진학 후에도 꾸준히 경시대회에 참가해 수상했다. 대학 시절에는 IT기업에서 프로그래밍 아르바이트를 했다. 이런 오랜 경험이 그를 지금의 길로 이끈 것이다. IT와 의료계의 탄탄한 배경지식을 가지고 있는 이 대표의 강점은 곧 메디블록의 경쟁력이 됐다. 두 분야 모두에서 이해도가 높은 그는 블록체인 전문가로, 또 의료 전문가로 활약하며 내·외부적으로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이끌고 있다. 내 손 안의 건강 관리 시스템 메디블록은 궁극적으로 개인이 의료 데이터 또는 건강 데이터를 직접 휴대폰을 통해 관리하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꿈꾸고 있다. 이은솔 대표는 의료 시스템을 카메라에 비유해 설명했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가 필름 카메라가 아닌 휴대폰이나 디지털 카메라를 사용하고 직접 사진을 편집해 업로드하듯이, 개인의 데이터를 제3자가 관리해주는 게 아니라 휴대폰을 통해서 직접 관리하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는 것이다. “당뇨병 환자의 경우, 병원에서도 진료를 하지만 집에서 개인적으로도 검사를 많이 해요. 근데 이 두 개가 완전히 따로 분리돼 있어요. 이 두 축이 통합적으로 관리되면 더 효율적으로 진료할 수 있는데 이를 관리할 시스템이 없는 거죠.” 더 나아가 이 대표는 현재 병원이 개인의 기록을 관리함으로써 발생하는 프라이버시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메디블록을 제시했다. 그는 개인이 원하는 기록만 공개하는, 개인이 주도적으로 의료 기록을 관리할 수 있는 사회를 꿈꾼다. “언젠가는 그런 사회가 올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희 메디블록이 그 주춧돌이 되고 싶습니다.” 첫째도 둘째도 사람 IT와 의료는 이은솔 대표의 전문 분야지만, 창업은 처음 해보는 만큼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없었다. 이 대표는 창업을 위해 스타트업 관계자들을 많이 만나보고 관련 행사를 찾아다녔다. 실제로 스타트업에서 일하며 경험도 쌓았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그에게 가장 어려웠던 점은 함께 일할 좋은 동료를 구하는 일이었다. “회사든 뭐든 사람이 하는 일이잖아요. 좋은 사람을 구하는 게 가장 어려웠어요. 함께 일할 우수한 인재를 찾는 건 지금도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이에요.” 동시에 이 대표는 좋은 동료를 구하기 위한 대표의 노력도 언급했다. “창업을 하기 위해서는 다른 무엇보다 사람이 중요해요. 사람을 모으기 위해서는 대표가 비전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해요. 스스로 그 분야에서 전문가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이 공부하고 생각해서 다른 사람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하는 거죠.” 또한 그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발전시킬 줄 알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창업 아이디어는 비슷한 경우가 많으므로 공유하는 것을 꺼리지 말고, 다른 사람과 논의함으로써 발전적인 방향을 모색하는 게 더 낫다는 것이다. 이은솔 대표는 마지막까지 ‘사람’을 강조했다. 항상 주위 사람을 소중히 하고,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데 주저하지 않아야 한다는 그의 말에서 이 대표만의 확고한 철학을 엿볼 수 있었다. 세상은 그의 도전을 응원하면서도 한편으로 불안정한 길은 아닌지 우려한다. 그러나 그를 만난 사람이라면 이는 편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자신만의 길을 걷는 이 대표의 다음 행보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사랑한대 2018년 03·04월 호 (통권 241호) 이북 보기 사랑한대 2018년 03·04월호 이북 전체 리스트

2018-10 23

[학생][청춘 열전] 치열한 두뇌싸움의 스포츠, 미식축구

대한미식축구협회가 개최한 2017 챌린지볼에서 한양대 미식축구부 ‘한양 라이온스’가 우승했다. 한양 라이온스는 1962년에 만들어져 어느덧 그 나이가 55년이 훌쩍 넘은 미식축구부다. 박준용(미래자동차공학과 15), 백제영(체육학과 16), 염준석(응용미술교육과 16), 유태원(원자력공학과 17), 최웅순(융합전자공학부 16), 최정희(기계공학과 12) 학생을 만나 한양 라이온스의 생생한 경기 이야기를 들어봤다. 글. 이주비(학생기자) 사진. 안홍범 ▲ 왼쪽부터 순서대로 박준용, 백제영, 염준석, 유태원, 최웅순, 최정희 학생 미식축구만의 뜨거움에 빠지다 한국에서 미식축구는 비인기 종목이다. 대중들은 축구와 야구에는 뜨겁게 열광하는 반면, 미식축구에 대해선 미지근하다. 하지만 미식축구의 진정한 매력을 아는 이들에게는 그 무엇보다 매력 있는 스포츠다. 보통 ‘미식축구’라고 하면 선수들이 공을 두고 치열하게 몸싸움을 하는 장면을 연상하지만, 사실 미식축구는 그 어떤 스포츠보다도 더 철저하게 작전을 바탕으로 하는 전략적인 스포츠다. 이에 못지않게 팀플레이도 중요하다. 각자 맡은 포지션에서 제 역할을 다해야 비로소 작전이 빛을 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드를 직접 뛰는 한양 라이온스 멤버들이 말하는 미식축구의 매력도 바로 팀플레이와 작전에 있다. 백제영 학생은 “대부분의 스포츠에서는 개인 역량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데 미식축구에서는 서로 손발을 맞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그렇기 때문에 개인 역량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전체적으로 협력이 잘 된다면 문제가 없다”고 설명한다. 그는 미식축구를 가짓수가 많은 가위바위보에 비유하는데, 상대가 무엇을 낼지 예상한 후 이를 어떻게 막고 공격할지 전략을 짜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경기에서 몸싸움보다 두뇌 싸움이 더 중요한 것이고,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팀플레이가 필요한 것이다. 한편에서는 미식축구의 격렬한 몸싸움으로 인해 부상이 잦을 것이란 걱정 어린 시선이 존재한다. 이에 대해 최정희 학생은 다른 스포츠보다 덜 다친다고 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더 많이 다치는 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보호대를 많이 착용해서 생각보다 많이 다치지 않아요. 안전하게 운동하기 위해 기초체력 훈련을 열심히 하고 있고, 또 선수 보호를 위한 규칙도 있습니다.” 짜릿한 역전승 가장 기억에 남아 한양 라이온스 선수들은 어떻게 미식축구를 시작하게 됐을까. “한 번뿐인 대학 생활인데 평소에 쉽게 접하지 못하는 걸 하고 싶었어요. 미식축구는 혼자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운동이 절대 아니고, 대학에서 젊을 때만 할 수 있는 스포츠여서 시작하게 됐어요.”(최웅순) “일본 미식축구 만화 <아이실드21>을 무척 재미있게 봤는데, 그때 미식축구가 멋진 스포츠라고 생각했어요.”(유태원) “원래 럭비를 잠깐 했었어요. 그래서 대학에 와서도 하고 싶었는데 동아리가 없더라고요. 하하. 대신 미식축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백제영) 선수들의 수만큼 미식축구를 시작한 각양각색의 흥미로운 계기들이 존재했다. 한양 라이온스 회원들은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 전국대회도, 챌린지 결승 대회도 아닌 서울시 지역전이었던 서울대와의 경기를 꼽았다. 전반전에 20대 0으로 밀리다가 막판에 역전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마지막에 공부했던 어려운 문제가 시험 당일 문제로 나왔을 때처럼 짜릿했다. “거의 진 경기였고, 축구로 치면 5:0 정도에서 역전한 거나 다름없었어요. 그래서 경기가 끝난 후 모두 같이 울었죠.”(최웅순) ▲ 한양 라이온스 선수들은 "미식축구는 그 어떤 스포츠보다도 더 철저하게 작전을 바탕으로 하는 전략적인 스포츠다" 라고 말한다. 피, 땀, 눈물의 우승 한양 라이온스는 지난해 11월 18일 부산 동의대 효민운동장에서 열린 2017 전국대학리그 결승전 챌린지볼(2부 리그)에서 부산외국어대 미식축구팀과 격돌해 14대 6으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2017 챌린지볼에서 우승하기 위해서 한양 라이온스는 무엇보다 작전에 신경을 썼다. 작전북이 따로 있을 정도로 열심이었다. 작전은 경기를 진행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도 했다. 그들은 경기를 준비하면서 작전을 몸으로 옮기는 데 집중했다. 선수 한 명이 한 걸음이나 반 걸음만 꼬여도 경기하는 11명 전체에 영향을 미쳐 모두가 흐트러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연습했던 작전과 상대의 방어가 다르게 나올 경우를 대비해서 0.5초 안에 플랜 A에서 플랜 B로 바꾸고 순간순간 판단하는 연습도 했죠.”(박준용) 한양 라이온스를 지도한 훌륭한 코치진의 역할도 컸다. “저희 선배님들이 주말마다 오셔서 자세도 봐주시고 많이 가르쳐주셨어요. 대가 없는 지원과 사랑을 보내주셨죠.”(염준석) 훈련은 시즌과 비시즌으로 나눠서 진행했다. 비시즌에는 기초체력을 키우기 위해 주로 근력운동과 달리기, 서킷 트레이닝 등을 실시했다. 시합 대비 기간에는 다양하게 준비돼 있는 작전을 맞추기 위해 팀원들이 매일같이 모여 연습했다. 팀플레이가 중요한 종목인 만큼 팀 내의 분위기를 좋게 유지하는 것도 필수다. 그간의 끝없는 노력 덕분이었을까. 그들이 흘린 값진 땀은 챌린지볼 우승이라는 결실로 맺어져 돌아왔다. 힘들었던 지난 시간들이 모두 빛나는 시간으로 바뀌던 순간이었다. 2부 리그이긴 하지만, 챌린지볼 우승은 그만큼 한양 라이온스에게 충분히 의미 깊은 승리였다. 이번 우승을 발판으로 삼아 한양 라이온스는 다음 목표로 1부 리그인 타이거볼 우승을 노리고 있다. 이를 위해 더 많은 팀원을 모집해 주전으로 뛸 수 있는 풍부한 선수풀을 구축해 놓을 계획이다. 타이거볼 우승을 거머쥘 한양 라이온스의 다음을 기대한다. 사랑한대 2018년 03-04월호 이북 보기

2018-10 23

[교수][스페셜 토크] 실험실창업의 신화 창조로 창업 DNA 전파

지난해 10월 박재구 교수 연구실에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희소식이 전해졌다. 바로 박 교수가 운영하는 실험실창업기업 ‘(주)마이크로포어’가 벤처캐피털로부터 30억 원의 투자를 받게 된 것. 대학원생 이원재·양지원(자원환경공학과 석사 3기) 학생이 함께 기쁨을 나누며, 실험실창업에 대한 궁금증도 풀었다. 글. 박영임 사진. 안홍범 ▲ 박재구 자원환경공학과 교수 18년 뚝심이 이룬 쾌거 “공장에 생산라인 및 연속 공정을 설치하는 중이라 몸은 고되지만 요즘 너무 재미있습니다. 조만간 본격적으로 생산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실험실창업기업’(교수나 연구원이 실험실 내 시설을 활용해 연구성과를 사업화한 기업)인 ‘(주)마이크로포어’를 운영하는 박재구 교수는 이제야 제대로 해보는 기분이라며 사업 박차에 대한 의지를 비쳤다. 지난해 10월 벤처캐피털 KTB네트워크로부터 30억 원을 투자받아 충남 아산에 2,900㎡ 규모의 공장을 설립, 드디어 제품 생산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1997년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에 따라 벤처 창업과 교수 겸직이 허용되면서 2000년대 초반까지 교수 창업이 붐을 이뤘다. 하지만 야심차게 창업을 선포했던 ‘실험실창업기업’들은 자금 및 영업력의 한계에 부딪혀 대부분 문을 닫고 말았다. 2000년에 설립된 (주)마이크로포어도 지난 18년의 세월을 기적적으로 버텨왔다. 쓰러지지 않기 위해 죽기 살기로 자전거 페달을 구르는 기분이었다며 소회를 털어놓는 박 교수. 사실 직원들 월급 주기에도 빠듯했기에 통장에 거액의 투자금이 들어오자 가슴이 뭉클해지기까지 했다고.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를 받기까지 심사만 6개월, 기업 평가 등의 전 과정을 합하면 총 1년여의 시간을 가슴 졸이며 최종 결정을 기다려 왔으니 더욱더 그러했을 것이다. 사회 일각에서는 교수 벤처에 대해 ‘이론에만 밝아 사업성이 떨어질 것이다’, ‘사업에 대한 의지나 절박함이 부족할 것이다’라는 편견을 갖고 있다. 그러나 25년의 연구 끝에 탄생한 국내 유일의 무기질 다기공 소재 제조에 대한 원천기술, 그리고 18년이라는 세월이 증명하는 박 교수의 끈기와 열정은 그러한 사회적 편견을 이겨냈다. “그동안 힘든 고비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언젠가는 될 것이라고 믿었죠. 아마 그러한 저의 의지가 좋은 점수를 받은 것 같습니다. 투자받아 기쁘지만 한편으론 어깨가 무겁기도 합니다.” ▲ 충남 아산에 있는 (주)마이크로포어 공장 전경 ▲ 왼쪽부터 박재구 교수, 양지원 학생, 이원재 학생 창업을 통한 실용학풍의 구현 연구와 강의에만 전념해도 많은 에너지가 소요된다. 그렇기에 박 교수의 지치지 않는 열정을 본받고 싶다는 이원재 학생. 그가 평소 박 교수에게 궁금하게 여겼던 점을 질문했다. 원재 : 교수님께 여쭙고 싶은 것이 있는데요. 힘들 텐데 창업은 어떤 계기로 결심하셨나요? 박 교수 : 그동안 진행해온 연구를 연구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상용화해서 실용학풍을 실천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일본 도시바세라믹스 중앙연구소에서 근무할 당시 제품을 개발해봤는데 참 재미있었거든요. 당시의 경험이 밑거름이 돼 용기를 낼 수 있었죠. 2000년 창업 당시 정부에서는 대학 교수들에게 특허 및 창업 등 연구의 상용화를 적극 권장했다. 당시만 해도 창업에 특별한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못할 것도 없다고 생각한 박 교수. 교수들은 이론에만 치중한다는 사회적 편견에도 도전해보고 싶었다. 사실 박 교수의 원천기술인 ‘무기질 다기공 내열소재’ 제조 기술은 일본 기업 근무 시절의 연구주제에서 발전한 것이다. 이 기술로 높은 기공률과 투과율을 자랑하는 (주)마이크로포어의 주력 제품인 ‘다공성 세라믹폼(Porous Ceramic Foam)’을 개발했다. 이는 이물질을 차단하거나 걸러주는 데 탁월하다. 그래서 디스플레이 열처리장비 단열재, 반도체 산업용 진공척(진공을 이용해 어떤 물건을 잡는 장치), 에어플로팅 유닛, 환경정화용 세라믹 필터 및 촉매담체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일 수 있다. 한편 국내 디스플레이 관련 기업들은 열처리장비를 제작하기 위해 일본과 독일에서 단열재 소재를 전량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주)마이크로포어의 다공성 세라믹폼이 양산화되면 가열로 단열재의 국산화를 이룰 수 있다. 게다가 기존 제품보다 파티클 발생을 억제해 표면에 분진이 생기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단열 성능 또한 뛰어난 이점이 있다. 소재 연구에서 ‘순환자원’ 개발로 확대 정보통신(IT)과 환경기술(ET) 분야의 광물소재 연구에 주력해온 박 교수는 2000년대 후반부터 도시광산(Urban Mining) 개발에 대한 연구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도시광산 개발은 폐휴대폰, 폐노트북 등과 같은 폐전자기기로부터 Au(금), Ag(은), Pt(백금) 등의 희유금속들을 회수하는 기술을 말한다. “이제 자원을 재활용하는 순환자원의 시대입니다. 올해부터 자원순환기본법이 시행돼 폐기물도 자원이라는 인식이 높아졌죠. 특히 우리나라는 천연 광물자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박 교수는 해당 분야에 대해 인쇄회로기판의 부품분리장치, 인쇄회로기판의 금속 단체분리장치, 전자부품의 유가금속 회수방법, IC칩 해체 장치, 탄탈럼 선별 기술 등 여러 건의 국내외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의 스티브 잡스를 양성할 때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공대 교육은 실용학문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청년창업이 보다 활성화되기를 바랍니다. 미국이나 중국의 우수한 학생들은 취업보다 창업에 관심이 많죠. 하지만 우리나라 학생들은 대기업 취업만 바라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양지원 학생이 창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대표해 조언을 구했다. 지원 : 스타트업 창업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을 위해 조언 한 말씀 부탁합니다. 박 교수 : 기술만 있다고 사업이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기술과 자본, 영업을 사업의 3요소라고 하는데 특히 스케일업(scale up; 대량생산을 위한 공정기술 등 제반사항)이 사업 성공에 절대적 영향을 미칩니다. 제품으로 양산되려면 생산기술로 발전해야 하고, 이를 위해 자본을 확보해야 하죠. 그래서 학생을 비롯해 창업에 관심을 갖는 동료 교수들에게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 (주)마이크로포어의 주력 제품 ‘다공성 세라믹폼’으로 만든 디스플레이 가열로 단열재 박 교수는 학생들에게 창업을 권장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말리고 싶은 마음도 크다. 아이디어만으로 섣불리 뛰어들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창업환경 인프라 구축이나 제도 개선에 대해서도 제언하고 싶은 점이 많다. 벤처 창업은 실패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러한 위험 부담을 고스란히 짊어지고 창업에 뛰어들 사람은 많지 않다. 그렇기에 학생들에게 도전 정신이 부족하다고 탓하기 전에 제도적 뒷받침을 탄탄히 마련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한양 공대의 장점을 살려 창업교육을 강화하고, 학생들과 교수들을 대상으로 좋은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는 콘테스트 개최를 제안합니다. 우리도 분발해서 스티브 잡스 같은 학생을 발굴해야죠.” 생산라인 가동으로 본격적인 제품 생산을 앞두고 있는 박 교수의 다음 과제는 우수한 제품을 널리 알려 시장을 확대하는 것. 시장 안착을 위해 사활을 걸어야 할 시점이다. 게다가 그가 걷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창업을 꿈꾸는 학생들에게는 이정표가 될 터이기에 사명감도 막중하다. “저희 본사는 여전히 과학기술관 내 실험실입니다. 일본에는 ‘교세라’라는 세계적인 세라믹 기업이 있습니다. 창업주 이나모리 가즈오는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3대 기업가 중 한 명이죠. 향후 10년 이내 (주)마이크로포어를 한국의 교세라로 만드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도 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연구를 통해서 진정한 공학자의 롤모델이 되고자 합니다.” 사랑한대 2018년 03-04월호 이북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