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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 19

[학생][도전한대] 미래를 향하는 알고리즘 교육

세상은 거듭 발전하는데 한국의 교육은 국영수 위주의 암기식 교육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회의 변화 속도에 발맞춰 교육도 새로운 모습을 꾀해야 할 때가 왔다. 소프트웨어 교육은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주목받고 있다. 기존 교육 방식을 지양하며 미래를 위한 교육을 연구하고 있는 알고리즘랩스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글. 이주비(학생기자) / 사진. 안홍범 ▲ 알고리즘랩스 대표 손진호(기계공학부 11) 학생 세 번의 실패와 네 번의 도전 지난 6월, 한국경제신문에서 발행하는 대학생 온·오프라인 미디어 <캠퍼스 잡앤조이>에서 20대 청년 CEO 40인을 선발했다. 대학에 재학 중이거나 현재 졸업은 했지만 대학 때 창업을 한 이들이 대상이다. 이 중 한 명으로 ‘알고리즘랩스’의 손진호 대표가 선정됐다. 지난 2016년 10월 설립된 알고리즘랩스는 소프트웨어 교육 중 알고리즘 영역의 학습 시스템 및 인력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으로, 현재 중학교, 국제학교, 대학교 등 15곳에서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지금은 촉망받는 20대 청년 CEO지만, 그의 창업 과정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우선 손진호 대표의 도전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알고리즘랩스가 벌써 네 번째 창업이다. 그러나 그간의 노력들이 헛되다고는 말할 수 없다. 비록 앞의 세 번의 도전에서 제대로 된 이익을 창출하지는 못했지만 알고리즘랩스 창업의 기반을 다지는 데 일조했기 때문이다. 충분한 자본금이 없는 대학생이 제조업을 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도, 팀원 간의 의견을 조율하는 법도 이때 배울 수 있었다. “지난 세 번의 창업에서 수익을 얻지 못하다 보니 직원들에게 인건비를 거의 못 줬어요. 사업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니란 판단이 들어 이번에는 일단 저 혼자 시작했어요. 물론 지금은 식구가 훨씬 더 늘었지만요.” 알고리즘 교육을 창업 아이템으로 정하게 된 데는 손 대표가 오랜 기간 알고리즘을 공부한 것이 그 배경으로 작용했다. 초등학교 5학년부터 지금까지 손 대표는 알고리즘 공부를 쉬지 않고 계속해왔다. 20대가 된 이후에는 알고리즘 강사를 하며 알고리즘 교육에 대한 경력을 쌓았다. 알고리즘을 통해 문제 해결 능력을 평가하는 트렌드가 생기기 시작하고, 2018년부터 공교육에 소프트웨어 교육이 도입된다는 것을 알고 창업을 결심했다. 이렇듯 실패에 굴하지 않고 계속 도전할 수 있었던 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어린 나이는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하는 반면, 어리니까 실패해도 괜찮은 것 같아요. 이번이 네 번째 창업인데 저는 아직 스물여섯 살밖에 되지 않았잖아요. 창업을 시작할 때 초기 자본에 대해 걱정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저는 항상 정부 지원금을 받고 시작해서 실패해도 리스크가 적었어요. 그러니 창업에 도전하지 않을 이유가 없죠. 자신의 경험을 잘 살릴 수 있는 분야만 있다면 한번 시도해보길 추천합니다.” 수학엔 <수학의 정석>, 알고리즘엔 <알고리즘랩스> 알고리즘에 대한 손진호 대표의 오랜 경력은 알고리즘랩스의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저는 중학교 때 공부를 그리 잘하는 학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고3 때 한국 정보올림피아드 대회에서 13등을 해서 은상을 받았어요. 저처럼 이해력이 부족한 학생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구성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손 대표는 그간 알고리즘 공부를 해왔던 경험에 비추어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진도를 빨리 나갈 수 있게, 부족한 학생들은 천천히 가더라도 결국은 잘할 수 있게 교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했다. 또한 공부를 하면서 ‘이 정도는 알겠지’ 하고 넘어가 힘들어했던 경험도 떠올렸다. “앞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다면 이해할 때까지 복습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학생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부분이 없도록 한 거죠. 또 학생들이 진도를 나갈수록 힘들어하기보다는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많아져 더 재미를 느낄 수 있게 구성했어요.” 수학 공부를 할 때 많은 학생들이 <수학의 정석>부터 펼친다. 그야말로 수학 교재의 ‘정석’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손 대표는 <알고리즘랩스>가 알고리즘 공부의 ‘정석’이 되는 것을 목표로 전진하고 있다. 변화의 선두에 선다는 것 알고리즘랩스는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말을 모토로 삼고 있다. 앨빈 토플러는 그의 저서 <부의 미래>에서 기업은 시속 100마일의 속도로 혁신에 혁신을 거듭하고 있지만 정부와 관료 조직, 정책과 법 제도는 30마일도 안 되는 속도로 따라와 변화와 발전의 흐름을 저해한다고 주장한다. 손 대표는 같은 맥락에서 100마일이라는 세계의 흐름에 한국의 교육은 고작 30마일의 속도로 따라가고 있다고 말한다. 이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 속도에 맞춘 교육, 즉 미래를 위한 교육을 연구하는 중이다. “이제는 학벌보다는 학생 개개인의 경쟁력이 중요해지는 시대입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한국 교육은 입시 위주로 과거에만 머물러 있어요. 이때 최대 피해자는 과거의 산물로 교육을 받은 학생이겠죠. 미래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파악하고, 그 흐름을 따라가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손진호 대표는 창업을 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조언했다. “자신이 살아온 경험을 담아낼 수 있는 창업 분야를 선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보통 창업을 할 때 나의 커리어와 무관한, 사회적으로 유망하다고 말하는 분야를 선택하려는 경향이 높습니다. 그렇게 되면 경쟁력을 갖추기가 힘들어집니다. 자신이 살아온 길을 되돌아보고 정말 잘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걸 선택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런 후 이를 직접 실행에 옮기는 자세가 필요하죠.” 변화를 주도하는 일은 어렵다. 그 변화가 사회에서 오랜 기간 동안 굳어온 관습에 반하는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알고리즘랩스는 선두에 서서 올바른 길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좋은 교육에 대한 확신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궁금해요! Q. 학교 수업에서 배운 것 중 창업에 도움이 된 것이 있나요? A. ‘기계공학 기초실험’이라는 과목이 있는데, 어떤 프로그램을 활용해서 여러 가지 제품을 만드는 게 수업의 주요 내용이에요. 이 수업을 들으면서 배워본 적도 없는 프로그램과 만들어 본 적도 없는 제품을 잘 만들어냈고, 다른 사람들이 한 개를 만들 때 저는 혼자서 열 개 정도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아마 그간 공부해왔던 원리 덕분이었던 것 같았습니다. 또한 어릴 때부터 컴퓨터 중심으로 바라보는 사고를 익혀왔던 것이 주효했고, 소프트웨어 교육은 사전에 체계적으로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이런 깨달음이 창업 아이템을 선정할 때도 도움이 됐습니다. Q. 교내에 다양한 창업 지원 프로그램들이 있는데 이용한 적이 있나요? A. 저희는 매우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2015년에 열린 글로벌 소프트웨어 창업경진대회에서 제가 참가했던 팀이 대상을 수상해 상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또 현재 한양대학교 창업동아리에서도 지원금을 받고 있습니다. 기업을 운영하다 보면 법률적인 문제도 발생하게 되는데, 한양대에서 추천해주는 변호사나 로펌을 통해 일을 잘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는 여러모로 많은 면에서 학교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Q. 창업을 하고 나서 보람찼던 점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A. 교육은 그 자체로 좋은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해요. 교육으로 해당 학생의 미래 경쟁력을 키워줄 수 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낍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의 사업이 성공적으로 운영되든 그렇지 않든 강의를 계속하면서 학생들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또 작년에 막 창업을 시작했을 당시의 제가 지금의 저를 본다면 부러워할 것 같아요.(웃음) 무엇보다 가장 좋은 건 제 일정을 스스로 체크하고 삶을 주체적으로 살 수 있다는 점이에요. 교육이라는 가치와 주체적인 삶, 이 두 가지 면에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사랑한대 2017년 11-12월호 이북 보기

2017-12 19

[학생][동고동락] 빅데이터로 도원결의!

‘문화관광 빅데이터 분석대회’ 대상 수상팀 ‘빅데이터’라는 이름 아래 도원결의한 한양대 학생들이 있다. 각기 이유와 사정은 다르지만 꿈을 향해 나아가는 길 위에는 ‘빅데이터’라는 공통분모가 있었다. 그들은 과연 빅데이터라는 나무 아래에서 어떤 일을 벌였을까. 글. 노윤영 / 사진. 안홍범 문화관광 빅데이터 분석대회 대상의 영예 지난 8월 23일 열린 ‘문화관광 빅데이터 분석대회’ 시상식에서 한양대학교 학생 팀이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권오준(철학과·컴퓨터소프트웨어학부 컴퓨터전공 다중전공 15)·김대현(경제금융학부 13)·이연주(경영학부 14) 학생과 윤재철(컴퓨터소프트웨어학부 컴퓨터전공 10) 동문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1차 보고서 평가와 2차 PT 평가를 통해 지역 관광 활성화 전략을 제시해 대상이라는 큰 성과를 얻었다. “당일 결과가 나오기 몇 초 전까지도 대상을 확신하지 못했어요. 아직도 그때의 기분이 생생히 떠오르네요.”(권오준) 지난 7월 초, 한양대학교 서울캠퍼스 커뮤니티 ‘위한’에 빅데이터 분석에 함께할 인원을 모집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올린 이는 권오준 학생. 빅데이터에 흥미를 느끼고 있던 김대현 학생과 당시 재학 중이었던 윤재철 씨가 연결이 되고, 관광 및 마케팅 지식을 보완해줄 이연주 학생이 합류하면서 ‘그들의 특별한 모의’가 시작됐다. 문화관광 빅데이터 분석대회는 지정 주제와 자유 주제로 나뉘어 시행됐다. 지정 주제의 경우, ‘내국인 국내 관광 활성화 방안’과 ‘외국인 관광객 유치 방안’ 중 선택해야 했다. 주제를 수도 없이 뒤집는 고민 끝에 ‘내국인 국내 관광 활성화 방안’으로 선택하고, 2016년 말부터 시행한 ‘대한민국 테마 여행 10선’ 정책을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지역별 방문객 편차는 줄이고, 숙박일수는 늘리고 흥미로운 것은 네 명 모두 빅데이터 공모전 경험이 없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처럼 놀라운 성과를 거둘 수 있었을까? “문화관광연구원과 SKT, 신한카드에서 제공받은 기본 데이터를 활용했어요. 목적성이 분명한 데이터를 선별했고, 인과관계도 꼼꼼하게 따졌습니다. 전체적으로 스토리텔링을 만들어 자연스러운 흐름을 보여주려고 노력했고요.”(윤재철) 그들이 선택한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 정책은 우리나라 지역 관광의 수준을 높이고자 3~4개 지방자치단체를 하나의 관광권역으로 묶어 이를 집중적으로 발전시키는 5개년 프로젝트다. “정책 목표는 ‘체류기간 제고와 지역 관광객 편차 감소’였어요. 이에 맞춰 체류기간이 짧은 권역(대전, 공주, 부여, 익산)과 지역 간 방문객 편차가 심한 권역(여수, 순천, 광양, 보성)을 선정해 집중 분석했습니다.”(김대현) 이를 바탕으로 체류기간이 짧은 권역에는 친지 방문 위주의 가족 단위 방문객을 여가·위락·휴가 목적의 관광객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지역 간 방문객 편차가 심한 권역에는 장년과 노년층의 만족도 향상을 위한 맞춤 관광 등을 해결책으로 제안했다. 권오준·김대현 학생과 윤재철 씨는 데이터를 선별해 분석하는 일을 맡았고, 관광학을 공부했던 경험이 있는 이연주 학생은 관광 지식을 바탕으로 보고서의 전체 흐름을 다듬었다. 빅데이터라는 공통분모 이들의 분석이 높은 평가를 받은 데는 주제 선택도 한몫을 했다. “대회 전 열린 데이터 설명회 때 주최 측에서 국내 여행객 실태 자료를 활용해달라고 했어요. 그런데 대부분의 팀들이 외국인 관광객 유치 방안을 택했죠.”(이연주) 식상하고 흔한 주제를 피해 남들과는 다르게 내수 관광에 집중한 것이 주최 측 의도와 잘 들어맞은 셈이다. 이들이 빅데이터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각기 다르다. 누군가는 데이터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는 과정이 흥미로워서, 누군가는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하기 위해, 누군가는 트렌드를 읽는 마케터가 되기 위해서였다. 각기 이유와 사정은 다르지만, 이제 그들은 이번 결과를 발판 삼아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고 한다. 지금처럼 값진 땀방울을 흘릴 수 있다면, 머지않아 각자의 꿈도 현실이 되어 있지 않을까. ▲ 왼쪽부터 순서대로 김대현 학생, 윤재철 동문, 권오준·이연주 학생 사랑한대 2017년 11-12월호 이북 보기

2017-11 30

[학생][꿈꾸는 청춘] 끝없는 공부, 흔들림 없이 차근차근

김태홍 학생에게 2016년은 의미 있는 한 해로 기억될 듯하다. 학생으로는 드물게 세계적인 출판사 ‘스프링거’에서 책을 펴냈기 때문이다. 스프링거는 과학자 및 의학 관계자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출판사로, 이곳에서 책을 낸다는 건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연히 접한 ‘셰일가스’에 매력을 느껴 연구를 거듭했고, 그 결과 책까지 펴낸 그를 만났다. 글. 노윤영 / 사진. 안홍범 ▲ 김태홍(자원환경공학과 박사과정 14) 학생 셰일가스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 석탄과 석유 등 전통 화석연료는 오랜 기간 세계를 지배해왔다. 하지만 매장된 곳이 한정적인 데다 매장량의 한계도 명백했다. 또 이산화탄소 과다 배출이 지구온난화에 대한 위협을 높인다는 점 등이 알려지면서 그 대안에 대한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 10여 년 전부터 전통 화석연료의 대안으로 떠오른 셰일가스는 모래와 진흙 등이 단단하게 굳어진 퇴적암 지층인 셰일층에 매장된 천연가스를 말한다. 일반적인 전통 가스와는 다른 암반층에서 채취하기 때문에 비전통 천연가스라 불린다. 셰일가스가 전통 화석연료의 대안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원환경공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김태홍 학생은 세계 3대 과학서적 출판사로 불리는 ‘스프링거’에서 책 <셰일가스 저류층의 통합적 이해(Integrative Understanding of Shale Gas Reservoirs)>를 펴내 화제가 됐다. 학생 신분으로 세계적인 출판사에서 책을 낸다는 건 극히 드문 일. 김태홍 학생은 언제부터 셰일가스에 관심을 갖게 됐을까? “제가 석사과정을 시작한 게 2012년입니다. 그때 마침 미국과 캐나다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셰일가스 붐이 일었죠. 자원환경공학과 자체가 석유 및 가스 개발을 연구하는 곳이다 보니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시작했는데, 정말 매력적인 자원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점차 빠져들었어요. 일반적인 천연가스와 다르다는 점, 아직 미개척 분야라서 연구할 것이 많다는 점 등의 여러 요인이 있겠죠. 지금은 결국 제 전공 분야가 됐네요.” 셰일가스는 우리에게 익숙한 전통 화석연료와는 달리 매장 범위가 광범위하다. 중동은 물론 미국과 캐나다, 중국, 러시아 등 31개국에 매장돼 있는 데다, 매장량도 약 187조 4,000억m³에 이른다. 이는 2011년 세계 천연가스 소비량 기준으로 향후 60년간 쓸 수 있는 막대한 양으로, 덕분에 가격도 대단히 저렴한 편이다. 더불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천연가스로 알려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더욱 큰 주목을 받고 있다. ▲ 김태홍 학생은 "공부를 하면 할수록 아는 게 없다는 걸 깨닫게 돼요. 공부할 분야도, 밝혀내야 할 것도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공부는 끝이 없다는 걸 느끼는 요즘이에요." 라고 말한다. 세계적인 출판사에서 책을 내기까지 최초의 시작은 ‘셰일가스의 물성을 분석하는 방법’에 대한 논문 두 편이었다. 김태홍 학생의 논문들은 스프링거의 눈길을 끌었고, 곧 지도교수였던 이근상 교수와 논의 끝에 내용을 확장시켜 단행본을 내기로 결정했다. “교수님이 큰 힘이 됐죠.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 셰일가스는 시작하는 단계였기에 참고할 자료가 마땅치 않았어요. 교수님과 함께 공부하고 토론하기를 반복했습니다.” 참고 자료가 많지 않다는 건 오히려 그에게 좋은 기회가 됐다. 셰일가스 저류층에 대해 이해를 돕는 책으로 콘셉트를 정한 것이 특히 그랬다. 책은 김태홍 학생의 논문이 던진 질문에서 비롯됐다. 셰일가스의 물성은 왜 중요한가, 그렇다면 셰일가스는 무엇일까? 그렇게 질문의 범위를 넓혀가면서 책도 모양새를 갖춰갔다. 셰일가스의 메커니즘은 물론 시뮬레이션 모델링을 위한 지식들, 물성 분석 기법 등 다양한 내용을 담기로 결정했다. 연구자들을 위한 고차원의 개념서로 구체적인 방향을 잡고 책을 위한 자료를 찾아 집필에 들어갔다. 셰일가스는 장점만큼이나 우려점도 제기되고 있다. 채굴 방법이 까다로워 높은 수준의 기술력이 필요한 데다 채굴 과정에서 화학물질이 사용돼 지하수 오염이 유발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그 밖에 여러 단점들이 지적되고 있는데도 셰일가스는 여전히 주목받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셰일가스가 완벽한 자원은 아닙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셰일가스 외에 당장 석유와 석탄을 대체할 자원을 찾기 힘든 게 사실입니다. 근본적으로 더 청정하고 완벽한 신재생에너지가 개발돼 상용화된다면 좋겠지만, 아직 세계의 기술력이 거기까지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셰일가스는 가격도 저렴하고 다양한 곳에 엄청난 양이 매장돼 있어 매력적이죠. 기존의 석탄, 석유에 비해 지구온난화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점 역시 그렇고요. 셰일가스에 대한 연구는 물론 이로 인한 우려에 대한 연구 그리고 근본적으로 이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연구를 함께 병행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이라고 봅니다.” 셰일가스는 세계 여러 곳에 분포되어 있지만, 연구 및 개발 현황은 미국과 캐나다 같은 나라들이 단연 앞서 있는 실정이다. 까다로운 셰일가스를 채굴하고 다루려면 높은 기술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태홍 학생은 한국이 이 연구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서는 기술 선진국들의 기술력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더불어 셰일가스 매장량이 많은 북미나 중국 같은 나라에 진출해 사업을 확장시킨다면 국내 자원시장의 전망도 밝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 김태홍 학생이 세계적인 출발사 '스프링거'에서 펴낸 책 완벽한 셰일가스 모델링을 꿈꾸며 김태홍 학생은 사실 출판 의뢰를 받기 전까지 스프링거에 대해 잘 몰랐다고 한다. 이근상 교수의 말을 듣고 그 위상을 짐작했을 뿐이다. 학부생 시절부터 그는 자원 개발과 연구에 호기심이 많은 학생이었다. 처음부터 특별한 목적을 갖고 있었다기보다 학문 자체에 대한 호기심과 지적 열망이 가득했다. 때문에 학과의 전망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않았다. “저희 학과는 특성상 유가의 영향을 많이 받아요. 제가 학부생 때는 유가가 100달러 정도였는데, 지금은 50달러 정도니 확실히 낮아지긴 했죠. 때문에 걱정하는 친구들도 많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저는 주변 상황이나 유행에 휘둘리지 말라고 조언해주고 싶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연구를 계속하는 일이에요. 상황이 어찌됐든 꿋꿋하게 포기하지 않고 연구한다면, 언젠가 인정도 받고 스스로 만족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주변의 말이나 상황에 흔들리지 않았다. 오직 자신의 공부와 연구를 위해 한 길만을 바라보며 씩씩하게 걸었다. 지난해 펴낸 책은 그 꿋꿋함에 대한 보상일지도 모른다. 그의 목표는 셰일가스를 더 깊고 완벽하게 연구하는 것이다. 졸업을 하면 연구기관에 들어가서 좀 더 현장과 밀접한 연구를 하고 싶다는 꿈이 있다. 현장 데이터를 직접 받아서 실제 우리 세계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하고 싶다는 것. “최종 연구 목표는 완벽한 ‘셰일가스 모델’을 만드는 거예요. 셰일가스를 생산할 때 발생하는 메커니즘이 굉장히 많은데, 아직은 그걸 다 구현한 연구 사례가 없는 실정이에요. 완벽한 모델링을 구축한다면, 향후 연구자들이 셰일가스를 연구할 때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생산은 물론 우려 지점에 대한 대안을 찾아 낼 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모델을 만들고 싶습니다.” 물론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기술력이나 연구 현황은 아직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차근차근 돌을 쌓아올린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지 않을까. “공부를 하면 할수록 아는 게 없다는 걸 깨닫게 돼요. 다른 친구들도 그렇게 말하더군요. 공부할 분야도, 밝혀내야 할 것 도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공부는 끝이 없다는 걸 느끼는 요즘이에요.” 그는 주변 상황에 쉽게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공부하고 연구한다. 누가 뭐라고 하든 꾸준히 돌을 쌓아올린다. 언젠가는 그 돌이 높이 쌓여 벽을 넘을 것이다. 우리는 그 너머에서 미래를 밝힐 대체 자원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사랑한대 2017년 11-12월호 이북 보기

2017-11 27

[학생]세상을 바꾸기 위해 쏘아 올린 공(功) (1)

새로운 아이디어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사람들, 그 중심에는 대학생들이 있다. 29살에 전신마비가 온 탁용준 화백을 ‘탁화백’으로 지칭해 플랫폼을 구축하고, 20대의 우울함을 해결하기 위해 ‘마음세탁소’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사회혁신랩 팀원들이 그들이다. 첫 눈이 내리며 유난히 추워지던 날, 열정으로 따듯했던 한양 비즈랩실에서 이유진(경영학부 3) 씨와 윤정아(중어중문학과 4) 씨를 만났다. 꿈이 이끌었던 선택 올해 2학기, 이유진 씨와 윤정아 씨는 경영관 3층에 위치한 한양비즈랩실에서 처음 만났다. 경영대학에서 학기제로 운영 중인 한양비즈랩은 총 7개의 랩으로 구성돼 15학점을 인정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소속 인원은 주 5일동안 자율적인 분위기에서 각자의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7개의 랩 중 두 사람이 속한 사회혁신랩은 지도 교수인 신현상 교수(경영학부) 와 네 명의 팀원으로 구성된 팀이다. 현재 2기인 이 씨와 윤 씨는 사회적 기업 CEO의 꿈을 안고 각각 탁화백과 마음세탁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탁용준에서 탁화백까지 29세 신혼여행 도중 사고로 전신마비가 왔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탁 화백은 같은 병실에 있던 전신마비의 구필(口筆)화가를 만났다. 그를 거울삼아 어렸을 적 좋아하던 그림 그리기를 다시 시작할 용기를 얻고, 그의 신체 중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어깨를 이용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 결과, 1500점이 넘는 작품으로 전시회를 열어 화가의 입지를 다졌다. 이 씨는 신현상 교수의 추천으로 탁 화백을 만났다. ▲이유진씨를 지난 11월 21일, 한양비즈랩실에서 만났다. 들고 있는 엽서는 탁 화백의 그림으로 직접 제작한 카드다. “탁용준 화백 프로젝트는 ‘모든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재능이 있다’ 라는 전제에서 시작했어요. 그 분의 삶과 가치관에 담긴 이야기가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많은 사람이 탁용준 화백을 모르는 상황에서 그를 알리고 관련 제품을 구입하게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처음에는 개인을 브랜딩하는 것이 굉장히 막막했어요. 기업은 이미 브랜드화되어 있고, 즉 인지도가 있잖아요.” 작품은 많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아서 수익성도 좋지 않았던 상황. 그렇게 지속가능한 수익모델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던 중 어느 예술가에 대한 이야기를 접했다. “새라 핸드런(Sara Hendren)이라는 뉴욕의 예술가가 정적이었던 장애인 심볼을 역동적으로 바꿨다는 기사를 봤어요. 저도 탁화백을 로고화해 많은 사람에게 알리면 어떨까 생각을 했죠.” ▲알파벳 A를 휠체어에 앉아있는 탁화백으로 형상화했다. 탁화백에 대한 더 많은 내용은 ‘탁화백 홈페이지’(사진 클릭하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출처: 이유진 씨) 그렇게 제작된 로고는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활용했고 본교에서 진행된 17 Hearts Festival 행사 때 (관련 기사 보기) 제작 판매한 카드 엽서에도 사용했다. 행사에서는 많은 관심 속에 32만원의 매출이 발생하는 성과를 이뤘다. 수익 중 일부는 탁 화백의 뜻에 따라 ‘넥슨 푸르메 어린이 재활병원’에 후원했다. “탁용준 화백님은 어두운 터널을 지나왔기에 빛의 소중함을 알고 있어요. 그래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그 밝음과 희망을 전달해 주고 싶다고 하셨죠.그 뜻에 따라 화백님의 그림 판매수익금 중 일부를 후원하고 있어요.” “현재는 웹사이트를 구축하고 있어요. 나중에는 탁 화백님이 직접 관리하게끔 바탕을 만드는 일이죠. 저는 디자인 전공자는 아니라서 디자인 수업과 일러스트 수업도 듣고 있어요.” 이들의 최종 목표는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 설립이며, 순수 수익창출보다는 사회적 영향력 창출이 우선이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탁! 하면 탁 화백을 떠올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또 그의 작품을 접하면서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장애인, 특히 장애인 어린이에 대해 생각해봤으면 해요.” ▲지난 6일 열린 ‘Seventeen Hearts Festival 2017’에서 판매한 카드 엽서 (출처: 이유진 씨) 당신의 마음을 세탁해드립니다 윤정아 씨가 총괄하고 있는 ‘마음세탁소’는 본인의 이야기로부터 출발한다. “20대 초반에 우울증을 겪었어요. 상담센터도 가보고 여러 방법을 써봤지만 자꾸 재발해서 문제였죠. 생각을 제어할 수 없으니 치료 후에도 반복되더라고요.” 중어중문학과에 재학하면서 꾸준히 창업에 대한 관심을 뒀던 윤 씨는 부전공인 경영학부 수업에서 신현상 교수를 만났다. 이후 교수의 추천으로 프로젝트 학기제에 참여해 마음세탁소를 시작했다. “제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디어를 구성했어요. 사실 우울증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공감하기 힘들죠. 그래서 일단 혼자 시작했고, 제 우울증을 치료하는 데 도움됐던 스탠포드 대학 데이비드(David Burns) 교수님의 논문 및 저서에서 착안 했어요.” 이를 바탕으로 신개념 정신건강 테라피를 제공하는 것이 마음세탁소의 역할이다. 마음 세탁소는 총 세 가지 기능으로 나뉜다. 첫 번째는 ‘우울증 치료도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전달하는 비디오 큐레이션이다. 접근성이 용이한 비디오를 만들거나, 테드 강연 등 양질의 영상을 전달하는 것이 목표다. ▲마음세탁소의 첫 번째 기능인 '비디오 큐레이션' 갈무리 (출처: 마음세탁소 페이스북 페이지) 이를 발판 삼아 두 번째는 사람들이 자가로 인지 치료를 할 수 있는 해결방안을 제공하는 ‘멘탈 인바디’다. “저는 과학적인 것이 좋아요. 상담 후에도 치료가 되지 않아 우울증이 극심할 때 저는 어떻게든 과학적으로 해결하려고 했죠. 이때 데이비드 교수님이 쓰신 ‘Feeling Good:: The New Mood Therapy’이라는 책을 봤어요. 인지치료법? 아 이거다 싶었죠.” 마지막은 ‘고민을 공유하는 모임’을 만드는 것이다. “우울증이 있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봤어요. 그들이 필요로 하는 건 대화에요.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끼리 공감과 소통을 하는 것이 중요하죠.” 윤정아 씨의 따듯한 아이디어는 그 가치를 인정받아 ‘SVCA 아시아 소셜벤처 경진대회’에서 아이디어 부문으로 50만원 상당의 상금과 함께 ‘Bright Award’를 수상했다. “지금은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실천해보는 단계에 있어요. 사업을 구체적으로 하게 된다면 전문 기술 인력이 필요하겠죠. 이를 위해 영상제작교육, 디지털 마케팅 교육 등 여러 교육을 받고 있어요.” ▲윤정아 씨의 목표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우울증을 진단하고 자유롭게 표현하며 치료할 수 있는 환경이다. 그의 손짓처럼 마음세탁소가 널리 퍼질 수 있기를 바란다. 더 자세한 내용은 ‘마음세탁소 홈페이지’(사진 클릭하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체인지 메이커입니다 꿈이 있는 사람을 널리 알리고 응원할 수 있는 세상, ‘괜찮아’라는 말에 가려진 아픔들이 조금씩 드러나는 세상,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자나깨나 노력하는 사회혁신랩 팀원들이 원하는 세상이다. 공감을 통해 얻은 아이디어를 행동에 옮긴 이유진, 윤정아 씨, 이들이 있기에 세상은 변화한다. 글/ 정민주 기자 audentia1003@hanyang.ac.kr 사진/ 강초현 기자 guschrkd@hanyang.ac.kr

2017-11 14

[학생]눈부신 청춘 뒤 그림자를 주목하다

자유로움, 청춘, 열정, 패기. ‘대학생’ 하면 대체로 떠오르는 단어들이다. 하지만 이와 달리, 대학생들에게도 고뇌와 좌절은 쓰라리다. 때론 극단적인 생각으로 치닫는 대학생도 존재한다. 한양대 의학과 학생으로 이뤄진 팀이 대학생은 ‘자살위험집단이 아니다’라는 통념에 가려진 현실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치밀한 연구를 통해 ‘대학생의 자살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비-대학생과의 비교를 중심으로’라는 논문으로 대한예방의학회 학생 학술상 동상을 수상했다. 의학과 학생 팀 중 조승원(의학과 2), 이우연, 진유현(이상 의학과 1) 씨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위기의 대학생들’을 찾아내다 대한예방의학회가 창립 70주년을 맞아 개최한 학생학술대회가 지난 10월 18일부터 이틀간 부산 해운대 그랜드호텔에서 진행됐다. 주제는 ‘치료에서 질병 예방으로, 국민 건강 증진 전략의 대전환’이었다. 총 11팀이 참여한 가운데, 한양대 의학과 학생 팀은 치열한 예선을 뚫고 동상을 차지했다. 조승원 씨는 대학생 신분의 ‘우리’에 관한 이야기가 좋은 반응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현재 대학생인 우리와 좀 더 가까운 이야기예요. 대학생, 그리고 청년들의 자살 생각에 대한 연구를 하고 싶단 마음을 원래 가지고 있었고요.” ▲지난 11일 이른 아침, 대한예방의학회 학생학술대회에서 동상을 수상한 한양대 의학과 학생팀의 일원들과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왼쪽부터 이우연, 조승원, 진유현 씨) 대학생 집단의 자살영향요인은 기존에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은데다, 구체적인 데이터가 없어 체계적인 연구에 한계가 있었다. 그럼에도 ‘또래’ 계층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두고 연구를 진행했기에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평소에 (자살예방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주변에 자살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자살위험에 노출된 분들을 도와주는 자살예방활동학회가 인원을 모집할 때 지원하기도 했어요.” 함께 논문을 발표한 이우연 씨와 진유현 씨 역시 자살예방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자살예방활동학회에 참여한 바가 있다. 이 씨는 삶과 자살 사이의 우선순위를 고민하는 과정을 보며 자살예방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삶이 지닌 가치와 그것을 포기할 선택권의 우선순위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적이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좀 더 알아보고 싶고 현장 가까이에서 실태를 보고 싶었습니다.” 정신 건강에 대해 흥미를 가지고 있던 진 씨도 평소 정신건강증진센터에 방문해서 활동하는 것 자체에 큰 보람을 느끼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렇게 모인 김에 본격적으로 연구를 해보자고 얘기했어요.” 인원이 모인 그 길로 지체없이 한양대 학생연구 지원 프로그램에 학회 신청을 했다. 대학생과 비-대학생을 중점으로 파헤치다 의학과 학생 팀은 논문을 쓰기에 앞서 다양한 연구 과정을 거쳤다. 구체적인 수치와 관련 자료를 얻기 위해 다각도로 현 실태를 따져봐야 했다. “대학생 자살에 대한 대부분의 논문들이 300명에서 500명을 모집해서 설문조사를 시행합니다. 물론 바이어스(자료의 편향)가 발생해요. 대학생만이 특이 집단인지, 아니면 모든 집단에서 동일하게 일어나는 현상인지 구분이 어려워지는 거죠.” 정확한 결과를 위해 대학생과 비-대학생 두 집단을 세밀히 비교했다. “나이를 18~23세로 설정한 후, 대학교 재학, 휴학, 재수, 석사, 박사를 모두 제외한 순수한 비-대학생 집단과 대학 재학중인 집단으로 나눴습니다.” 세부적인 조사와 분석을 진행한 효과가 있었다. 조 씨는 연구를 진행하며 대학생이 노출된 자살위험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수치를 접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사망한 대학생 100명 중 자살로 사망한 대학생이 거의 50퍼센트로 나타났습니다.” ▲의학과 학생팀은 ‘대학생의 자살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비-대학생과의 비교를 중심으로’ 논문으로 대한예방의학회의 학생학술대회에서 학술상 동상을 수상했다. (출처: 한양대 의학과 학생 팀) 대학생 사망 비율 중 자살이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결과에, 진 씨 또한 다른 집단이 받는 관리에 비해 대학생 집단이 상대적으로 소외됐다고 지적한다. “대학생은 영-어덜트(Young-Adult)입니다. 청소년이나 일반 성인의 중간에 끼여 있어요. 즉 두 집단 모두에 속하지 않아서 예방정책이 거의 없는 편이죠. 연구나 정책적인 집중이 떨어진다고 생각해요.”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냈지만, 연구와 논문을 진행하는 동안 순풍만 불었던 건 아니다. “막연한 아이디어만 가지고 연구를 시작하기에는 빈약한 점이 너무 많았습니다.” 의학과 학생 팀은 신영전 교수(의학과 예방의학교실)의 도움이 없었다면 절대로 연구 성과를 거둘 수 없었을 거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 신 교수님이 안 계셨으면 아이디어들을 연구주제로 구체화하고, 방법론과 데이터를 찾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해요.” 신 교수 덕에 기한에 맞춰 연구와 논문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며 의학과 학생 팀은 감사를 표했다. 다음 연구를 향해 의학과 학생 팀은 이번 연구에서 대학생의 비교대상이 된 비-대학생의 자살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해서도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싶다고 밝혔다. “통계자료를 분석하니, 대학생 집단에 비해 비-대학생 집단의 자살생각 비율이 더 높았습니다.” 과거자료에서 대학생과 비-대학생의 차이를 확인하고, 기존의 조사기관에서 두 집단을 구분하는 변수를 알아보는 것을 시작으로 연구를 시작할 예정이란다. 의학과 학생 팀은 벌써 다음 연구를 할 생각으로 가득 차 보였다. “저희가 생각한 연구방법을 토대로 연구를 진행하고, 그 연구에 그치지 않고 추가적인 분석을 해보고 싶어요.” ▲같은 분야에 흥미를 가지고 의기투합한 결과,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의학과 학생팀. 그들이 보여준 깊은 고민과 열정이 진심이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지기를 바란다. 글/ 채근백 기자 cormsqor12@hanyang.ac.kr 사진/ 최민주 기자 lovelymin12@hanyang.ac.kr

2017-10 23

[학생]배구선수 홍민기, 현대캐피탈 입단 (1)

겨울스포츠의 꽃이 프로배구라면 개막 전에 열리는 ‘신인 드래프트’ 추첨식은 만개 직전의 꽃봉오리다. 이 자리에서 각 구단은 약점 보완과 경기력 강화를 위해 필요한 선수들을 영입하며 막바지 정비에 들어간다. 팬들도 새로운 선수의 등장에 관심을 아끼지 않는다. 그렇게 9월 말 진행된 프로배구 남자부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한양대 홍민기(생활스포츠학부 4) 씨가 현대캐피탈로부터 호명됐다. '한대 센터' 홍민기 씨가 프로로 도약하는 순간이었다. 신인드래프트, 그리고 프로 데뷔 고교 및 대학 배구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은 졸업을 앞두고 드래프트 참가 신청서를 제출한다.신청서를 제출한 선수들은 한날 한시에 모여 프로 구단의 감독과 관계자로부터 선택을 받는다. 아마추어 선수로서 지난 시간들을 평가 받는 자리이자 프로 데뷔를 위해 거쳐야 관문이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드래프트 추첨식은 꿈 같은 자리다. 홍 씨에게도 드래프트 추첨식은 무척 떨리는 순간이었다. “현장에서는 담담하게 있었지만 정말 많이 긴장하고 있었어요. 입술이 바짝 마르고 아무 생각이 안 나더군요. 사실 아직도 실감을 못 하고 있습니다.” ▲홍민기 씨(왼쪽에서 두 번째)는 9월 25일 개최된 ‘2017-2018 KOVO 남자부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현대캐피탈에 1차 지명됐다. (출처: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홈페이지) 요즘 홍 씨는 팀의 막내로서 적응과 연습에 한창이다. 현대캐피탈의 복합 베이스캠프인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에서 합숙한지 3주 째. 두 경기를 치렀고 원포인트로 교체 출전하며 프로리그의 감을 익히고 있다. “아무래도 대학 선수 시절과는 다르죠. 정해진 시간 내에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내는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훈련 프로그램에서 제가 프로에 왔다는 것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또 너무도 쟁쟁하신 감독님과 코치님, 선배님들 밑에서 본받아야 할 점도 정말 많고요.” 시종일관 담담하지만 꾸밈없는 목소리로 배구와 팀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홍 씨는 쉬는 시간에도 “어떻게 하면 배구를 더 잘할 수 있을까”만 생각한다고. “팀에 누가되지 않도록 매번 경기 내용을 복기하고 또 고민합니다. 천천히 팀에 녹아 드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한양대 대표 센터가 되다. 대학 선수 시절 홍민기 씨는 197cm의 신장과 강한 속공이 특징인 한양대 대표 센터였다. 아주 어릴 적부터 배구를 했을 것 같은 체격과 실력의 소유자지만, 사실 그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배구를 시작했다. 18살까지 홍 씨는 별다른 꿈이나 목표 없이 그저 체대 입시를 준비하던 학생이었다고. 이를 지켜보던 아버지께서 “하나라도 꾸준히 뭔가를 해보라”는 충고를 건넸고, 홍 씨는 고민 끝에 고등학교 배구단 입단을 신청했다. 반신반의하며 시작했지만 배구는 홍 씨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빠르게 실력이 늘었고 점점 재미가 붙었다. 이전부터 꾸준히 했던 육상 덕분에 신체 조건과 체력은 자신 있었다. 그렇게 그는 빠르게 고교 배구 선수로 자리잡았다. ▲지난 20일 홍민기(생활스포츠학부 4) 씨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늦은 시작이었기에 남들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연습에 할애해야 했다. 남들보다 30분 일찍 훈련을 시작했고 30분 늦게 훈련을 마쳤다. 쉬는 날에도 연습을 게을리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힘든 줄 모르고 그 시간을 즐겼다. 이미 그에게 배구는 삶,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수동적이었던 삶의 태도가 바뀌었고, 난생 처음으로 배구 선수라는 꿈과 목표를 향해 전진하기 시작했다. 노력 끝에 홍 씨는 우리대학에 진학해 한양대 배구단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뒤돌아보면 대학 생활이야말로 배구가 전부였다. 오전에는 ERICA캠퍼스에서 수업을 듣고, 오후에는 서울 캠퍼스에서 훈련하는 그야말로 치열한 생활이었다. ▲한양대 센터로 활약하던 당시의 모습 (출처: 홍민기 씨) 배구를 하는 매 순간이 즐거워 힘든 줄도 모르고 운동한다는 그에게도 분명 시련은 있었다. 대학 3학년 재학 당시, 경기를 앞두고 훈련하다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겪었던 것. 운동선수에게 크고 작은 부상은 떼놓을 수 없는 일상이지만 무릎 부상은 치명타였다. 수술 후 “선수 생활이 어려울 수 있다”는 의사의 말을 들어야 했고, 자신보다 더 힘들어하는 가족들의 모습이 그를 괴롭게 했다. 힘들었지만 그는 재활에 몰두했다. 회복 속도가 빨랐던 홍 씨는 무리하게 필드에 복귀했다. 하지만 시련은 또 다시 홍 씨를 찾아왔다. 이른 복귀와 잦은 훈련으로 부상이 도져 다시 수술대에 오르게 된 것. 눈물 흘리는 어머니의 모습에 당시 홍 씨는 운동을 그만둘 생각까지 했다. “배구를 관두고 뭘 할까 고민했는데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고 앞이 캄캄하더라고요. 역시 난 배구뿐이구나 깨달았어요. 몸 관리에 소홀했던 시간을 반성하고, 자만하진 않았는지 돌아보는 시간이 됐습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확실하게 재활에 임했고, 이후 더 노력하게 된 계기가 됐죠.” 그렇게 홍 씨는 부상과 긴 공백을 딛고 다시 필드에서 날아올랐다. 묵묵히 운동한 끝에 그는 한양대를 대표하는 센터로 자리매김했다. 희생과 헌신하는 선수될 것 모든 단체 운동이 팀워크를 필요로 하지만 배구는 특히 그렇다. 리시브, 토스, 스파이크로 이어지는 경기 특성 탓에 배구에서는 한 선수가 단독으로 득점할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또한 공이 떨어지면 실점하기에 팀원 간의 호흡이 어느 종목보다 중요하다. 홍 씨 역시 배구의 매력은 “팀워크”라고 말하며 “팀의 단합을 위해 희생과 헌신의 자세를 갖추기 위해 노력한다”는 소신도 덧붙였다. 이제 갓 프로에 입단한 신인이기에 부담감도 있지만, 언제나 그랬듯 즐거운 마음으로 배구에 임하고 있는 그다. 홍 씨의 배구 인생 최종 목표는 국가대표 배구 선수다. 한 걸음씩 더 넓은 무대로 나아갈 홍 씨의 앞날을 응원해본다. ▲지난 20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홍민기 씨는 "신인의 자세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글/ 김예랑 기자 ys2847@hanyang.ac.kr 사진/ 박영민 기자 pym0212@hanyang.ac.kr

2017-10 16

[학생]몸짓으로 전하는 무용수

갑자기 어두워지는 조명 속, 경기장 중앙에 펼쳐진 무대로 한 사람이 나타난다. 이어 흘러나오는 음악에 그는 춤을 춘다. 때로는 재빠르게, 때로는 여유 있게 행하는 동작은 음악과 어우러져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한다. 현대무용을 전공하는 김민아(생활무용예술학과 4) 씨는 매 공연마다 영상 속 발전해가는 자신의 모습이 무용을 계속하게 한 원동력이라 말한다. 올해 국제댄스연맹(IDO)에서 개최하는 ‘2017 IDO 월드 갈라’에 아시아인 최초로 참가를 앞두고 있는 김민아 씨를 만났다. 여러 댄스 종목의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가 모이는 자리 이번 IDO 월드 갈라는 다가오는 12월 9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다. 매해 전년도 국제댄스연맹이 개최한 모든 종목에서 우승한 무용수 중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Best of the Best)만이 갈라 무대에 오른다. 매년 약 20만 명의 무용수들이 IDO가 개최한 30개 종목에 도전하는 만큼 IDO 월드 갈라는 무용수들에게 엄청난 무대다. 한국댄스연맹(IDO Korea)의 말을 빌리자면 “모든 무용수들의 선망이 대상이자 가장 주목받는 무대”며 “이름을 올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무용수에게 가장 큰 영광이요 자랑”인 셈이다. ▲2017 IDO 월드 갈라에 이름을 올린 김민아(생활무용예술학과 4) 씨를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부담이 안된다면 거짓말이죠.” 갈라에 참가하는 자체만으로도 큰 영광인데, 김 씨에게는 여러 타이틀이 더 쥐어졌다. 올해 갈라에 선발된 팀은 15국가 총 18개다. 그중 김 씨는 ‘아시아 최초’다. 지난해 독일에서 열린 ‘2016 IDO 월드 발레, 모던, 재즈 챔피언쉽’에서 ‘모던&컨템포러리 댄스 솔로 피메일(어덜트)’ 부문 한국인 최초 1위를 차지했는데 이때 보여준 무대를 인정받아 이번 갈라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그럼에도 국내에선 무용이라 주목받지 못한 상황. “아쉽기는 하지만, 저를 계기로 무용자체가 다른 이들에게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오히려 좋은 성적을 거둬야겠단 욕심도 들어요.” ▲김민아 씨가 ‘2016 IDO 월드 발레, 모던, 재즈 챔피언쉽’에서 선보인 무대 김 씨는 이번 갈라 무대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다. 조엡 베빙(Joep Beving)의 연주곡 ‘Ab Ovo’ 배경으로 시리아 내전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보도된 사진 중에 어린 아이가 피를 흘리고 있는 사진이 있어요. 이를 보면서 제가 느낀 것을 이번 작품에 담아내고자 해요.” 이번 무대의 안무는 김 씨의 느낌을 바탕으로 직접 제작해 선보일 예정이다. (Joep Beving - Ab Ovo 듣기) 무용수로서 긍정적인 욕심 무용수에게 자기 자신은 곧 무대의 전부다. 그렇기에 오히려 슬럼프는 급격하고 치명적이다. 김 씨는 그럴 때면 연습을 멈추고 생각을 정리한다. “컨디션이 나쁘거나 하면 연습이 아예 안돼요. 다시 해도 잘 안되는데, 아예 멈추고 혼자 돌아다녀요. 그러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다음날 연습을 재개하죠. 안산에 살다 보니 주로 서울 구경을 많이해요.” 김 씨는 아직 졸업을 앞둔 학부생이다. 이번 무대 외에도 앞으로 무수히 많은 무대가 김 씨 앞에 놓여있다. “졸업 후에는 해외 무용단에 입단하고 싶어요. 지금이 제가 가장 발전하기 좋은 시기라 생각해요. 그런 만큼 무용단에서 활동하며 제 최고의 모습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한편으로는 안무 공부도 열심이다. 이번 갈라 무대처럼 직접 안무를 준비하기도 한다. “실기와 안무 모두 잘하면 좋겠단 생각도 많이 해요. 무용수로서 기대 수명이 낮은 점도 대비하고요.” 중학교 입학하기 얼마 전, 취미로 시작한 무용이었다. 그렇지만 여태 질리지 않았고, 앞으로도 질리지 않으리라 말하는 김 씨다. “매 무대 마다 발전하는 제 모습을 보면 무척 뿌듯해요. 이번 무대도 좋은 모습 보이고, 앞으로도 좋은 무대 보이는 무용수, 안무가가 되고 싶어요. 제 힘이 닿을 때까지.” ▲김민아 씨는 "매 무대 마다 즐겁고 뿌듯하다"라고 말한다. 글/ 이상호 기자 ta4tsg@hanyang.ac.kr 사진/ 박영민 기자 pym0212@hanyang.ac.kr

2017-10 06

[학생]로봇 '간장게장', '레알밥도둑'이네! (3)

지난 9월 14일부터 16일까지 3일간 진행된 ‘2017 국제로봇콘테스트&R-BIZ 챌린지’에서 우리대학 로봇공학과 ‘레알밥도둑’팀이 우승을 차지했다. 간장게장처럼 생겨서 ‘간장게장’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그들의 터틀봇은 경쟁하는 다른 로봇들보다 빠른 속도로 주행하며 무대를 장악했다. 하지만 예기치 못 한 변수가 언제든 나타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레알밥도둑’팀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극적으로 대통령상을 수상한 ‘간장게장’은 어떻게 대회를 성황리에 마칠 수 있었을까. 기본에 충실한 터틀봇, ‘간장게장’ ‘레알밥도둑’팀은 팀장 이도규(로봇공학과 2) 씨와 정민재, 정현철, 조민수(이상 로봇공학과 3) 씨로 구성됐다. 로봇공학과에 입학해 3년을 다녔지만 로봇을 실제로 만들 기회가 없어 아쉬웠다는 ‘레알밥도둑’팀 일원들은 여러 대회를 찾아보다가, 학회 선배로부터 ‘터틀봇 오토레이스’ 대회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다. “저희는 대회의 취지가 되는 로봇운영체제 ‘ROS(Robot Operating System)’을 익혀보고 싶었어요. 개발 환경도 컴퓨터 언어 중에서 C++, Python이라서 저희 팀원들이 부담없이 작업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설계된 ‘간장게장’ 로봇은 로봇 회사인 ‘로보티즈(Robotis)’에서 출시한 ‘터틀봇3’에 기반을 둔다. ROS기반 자율주행 로봇플랫폼인 ‘터틀봇3’은 360도 방면의 모든 거리를 측정하는 레이저 센서 ‘라이더(lidar)’와 이동물체의 속도와 방향, 중력, 가속도를 측정하는 장치인 ‘관성 측정장치(Inertial Measurement Unit)’, 그리고 각종 센서들이 탑재돼 있다. 이러한 요소들에 의해 ‘터틀봇3’은 외부의 도움 없이 자율주행을 할 수 있는 ‘SLAM(Simultaneous Localization and Map-Building)’기능과 길을 찾아가는 ‘NAVIGATION’기능을 갖춘다. ‘레알밥도둑’팀은 제안서를 ‘로보티즈’에 제출 후 ‘터틀봇3’을 무상으로 지급받았다. ▲’레알밥도둑’팀의 로봇 ‘간장게장’. ROS로봇인 ‘터틀봇3’에 성능을 더한 로봇이다. (출처: 이도규 씨) 최대한 기본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은 것이 ‘간장게장’의 특징이다. 다음은 이 씨의 설명. “저희는 제공받은 플랫폼인 ‘터틀봇3’을 변형하거나 해체시키지 않았어요. 다른 팀들은 로봇을 해부해서 한층 더 쌓고, 몇 백 만 원짜리 센서를 부착할 때, 저희는 최고의 효율을 내기 위해 저가 센서와 컨트롤러를 사용했습니다.” 그렇게 ‘간장게장’은 영상처리와 물체인식을 하기 위한 카메라, 마이크로컴퓨터의 종류 중 하나이자 로봇의 두뇌 역할을 하는 ‘라즈베리파이3’, 통신 간섭을 피하기 위한 5Ghz 대역 와이파이 동글, 차단바, 그리고 터널 구간에 활용하기 위한 초음파 센서 부착으로 ‘탈바꿈’ 했다. 새로운 장비를 장착할 때 이 씨와 팀원들은 로봇 플랫폼에 구동이 가능한지, 그리고 내부 설정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연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본과 크게 벗어나지 않은 로봇도 공부가 많이 필요했다. 이 씨는 ‘ROS 입문하기’를 가장 큰 장벽으로 꼽았다. “터틀봇 자체가 ROS 기반이어서 ROS를 모르면 아예 사용을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ROS는 로봇에 달린 센서들이 가져오는 데이터들을 서로 주고 받을 때 용이하게 하도록 도와주는 로봇 운영체제로, 통신을 코딩으로 다뤄요. 주변에 ROS를 제대로 다룰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인터넷 카페와 구글을 통해 독학을 했습니다. 그 결과 원하는 알고리즘을 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렇게 사전 설정이 끝난 후, ‘간장게장’이 대회 환경에서 제대로 동작을 하게끔 여러 값들이 조정됐다. 값을 바꿀 때마다 로봇의 움직임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시간을 가장 많이 투자했다는 것이 이 씨의 설명이다. ‘최고’를 제치고 우승을 거두다 ‘간장게장’이 통과해야 하는 세부미션은 신호등 인식, 주차 표지판 인식, 차단바 인식, 그리고 터널 통과였다. 주어진 시간 안에 로봇이 미션을 잘 수행해야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사소한 미션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닥에 그려진 선을 따라 가는 ‘라인트레이싱’이다. ‘레알밥도둑’팀은 로봇대회에서 명성이 높은 광운대학교 ‘ROBIT’팀과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 대비해 ‘간장게장’에 심혈을 기울였다. “바닥에 그어놓은 선을 따라 움직이는 ‘라인트레이싱’에서 비교를 해 봤을 때, ‘간장게장’이 다른 팀들에 비해 1.5배 빨랐습니다. 따라서 저희는 ‘라인트레이싱’에 더욱 공을 들였죠.” ▲본선 2차주행 때 사용된 경기장 트랙의 모습이다. (출처: 이도규 씨) 대회 당일날, 모든 팀들은 일산 킨텍스에 모여 대회 시작 전 까지 연습주행을 했다. ‘간장게장’은 대회 당일까지 연습주행에서 한번도 완주를 하지 못했지만, 대회 시작 2시간 전에 첫 완주를 성공했다. 1차주행과 함께 대회가 시작 된 후, ‘레알밥도둑’은 불안감에 휩싸였다. “다른 팀들이 경기 당일 컨디션이 안 좋았는데, 실수를 하실 때마다 괜히 저희 팀도 실수한 느낌이 들어 많이 긴장했습니다.” ‘간장게장’은 대회 당일 첫 미션을 통과했지만, 두 번째 미션인 ‘주차구간 인식’에 실패했기 때문에 ‘레알밥도둑’팀은 다음날 대회를 위해 늦게까지 코드를 수정했다. 준비는 ‘레알밥도둑’팀만 한 것이 아니었다. 대회 이튿날, 2차주행을 앞둔 많은 팀들은 연습주행에서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이 씨는 그 때의 긴장감을 회상했다. “그 때는 마음을 비우고 목표를 ‘1위를 하자’가 아닌 ‘완주를 하자’로 바꿨어요. 본선 직전까지 연습주행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2차주행이 본격적으로 시작 된 후, ‘간장게장’은 전원이 켜지자마자 신호등구간을 통과하고, 1차주행 때 통과하지 못했던 ‘주차구간 인식’ 또한 성공했다. 터널입구를 진입할 때 로봇이 입구에 걸려 감점을 당했지만,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다. 그렇게 최단기록으로 완주에 성공한 ‘간장게장’은 결승선에 통과했다. 라이벌인 광운대학교 ‘ROBIT’팀은 중간에 로봇의 이탈 때문에 은상을 확보했고, ‘레알밥도둑’팀은 영광의 1등을 수상했다. ▲로봇공학과 학회방에서 연습용 트랙을 제작해 터틀봇으로 연습했던 모습. 연습용 트랙은 실제 경기장의 규격에 맞춰 제작 됐다. (출처: 이도규 씨) 배운 이론들을 적용해보는 소중한 경험 ‘레알밥도둑’팀 일원인 정민재 씨는 대학에서 배운 이론들을 실제로 써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2017 국제로봇콘테스트&R-BIZ 챌린지’가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이론과 실제가 어떻게 다른지, 다름에도 이론이 왜 중요한지 알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다른 팀원들의 기발한 아이디어를 보고 배우는 경험이 제일 즐거웠습니다.” 나머지 팀원들도 정 씨의 생각에 동의했다. 그들은 1등으로 호명되는 순간 서로를 끌어안고 환호했다. ‘간장게장’과 함께했던 3개월의 시간이 곧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날이었다. 또한, 이 씨는 도움을 주신 로봇공학과 교수님들에게 감사함을 표했다. “강민성 교수(로봇공학과)님께서 작업 환경, 연장, 그리고 각종 장비를 지원해주셨습니다. 그리고 한재권 교수(로봇공학과)님께서는 대회 현장을 잘 모르는 저희에게 대회 3일 전에 와이파이와 통신 문제를 상담 해주셨고, 5G대역폭을 지원하는 와이파이 동글을 제공해 주셔서 네트워크 통신의 간섭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희가 대회에서 사용한 여러 지식을 알려주신 모든 로봇공학과 교수님들이 계셔서 더욱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당분간 학업에만 집중할 것이라는 ‘레알밥도둑’팀. 경험을 쌓자는 취지로 시작된 그들의 도전은 계속될 예정이다. “내년 대회 시즌이 올 때 까지 또 이론을 연구하고 내공을 쌓을 예정입니다. 내년에는 팀원들 각자가 원하는 로봇 대회에 나가서 수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왼쪽부터 정민재, 정현철, 조민수(이상 로봇공학과 3)씨와 이도규 씨(로봇공학과 2)가 '금상' 푯말을 자랑스럽게 들고 있다. (출처: 이도규 씨) 글/ 유혜정 기자 haejy95@hanyang.ac.kr

2017-10 04

[학생]이제 시작이야, 더 멋진 모습을 보여줄테니

9월의 어느 날, 21살의 갓 청년의 문턱에 들어선 대학생이 모교에 1억 원을 기부했다. 1억. 단 두 글자지만, 그 두 글자에서 느낄 수 있는 무거움과 노력은 이 액수를 기부한 대학생에 대해 놀라움과 궁금함을 자아내게 한다. 모교인 한양대학교에 1억 원을 기부하고 현재는 아비스파 후쿠오카에서 뛰고 있는 원두재(생활스포츠학부 2) 씨를 인터뷰했다. 이미 정한 꿈, 남은 건 시작 뿐 많은 사람이 재능과 열정을 가지고 스포츠계에 뛰어든다. 여기에는 각자의 꿈과 비전, 계기가 뒤따른다. 누군가의 훌륭한 플레이를 목격했거나, 처음 차 본 공이 발에 부드럽게 감기는 걸 경험하며, 미래의 정상급 선수가 된 나를 머릿속에 품는다. 하지만 원두재 씨의 계기는 조금 더 저돌적인 대답이었다. “정식으로 시작하고 싶다는 마음은 항상 있었어요. 중학교 들어가서 부모님께 말씀드려서, 본격적으로 시작했죠.” ▲원두재(생활스포츠학과 2) 씨는 2017년 7월 후쿠오카 아비스파에 입단하여 센터백으로 뛰고 있는 실력파 선수다. (출처: 원두재 씨 페이스북) 16학번임에도 망설임 없이 프로의 길을 택했고, 데뷔를 거친 지금은 한 사람의 몫을 해내고 있는 원 씨. 졸업 후 프로팀에 입단하는 길도 있었을 텐데, 힘든 일정을 무릅쓰고 프로의 길을 걸은 이유는 왜일까. 원 씨의 의중을 물어보자, 좋은 기회를 얻었기에 놓칠 수 없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어려서부터 프로에 가서 축구로 돈을 벌고 싶었어요. 부모님께 용돈도 드리고, 가정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저를 빠르게 프로로 이끌었습니다.” 환경의 절박함과 더불어 원두재 씨가 지닌 자신감 또한 프로 데뷔의 원동력 중 하나였다. “도전할 수 있었습니다. 프로 무대 가서도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힘들어도 겪을 가치는 있다 지금은 자신감과 실력으로 무장한 원 씨지만, 그에게도 남모를 고민과 고난의 시기가 있었다. “사실,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경기 도중에도 ‘열심히 뛰고, 자신감 있게 잘하자’는 자기최면을 걸 정도로요.” 대학교 입학 전, 고등학교에서 보낸 대표팀에서도 육체적,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다고 원 씨는 고백했다. “고등학교 3학년 말에 청소년 국가대표팀에 갔죠. 아는 사람도 없고, 운동도 힘든데다가 스포츠 탈장에 걸려서 수술이 필요한 상황인데도 참느라 너무 힘들었어요. 그 땐 대표팀에 너무 뽑히고 싶었거든요.”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벅찬 일들이 연달아 겹치며 마음고생을 했다는 그다. “오른쪽만 수술해도 될 걸 참고 안 하다가, 결국 양쪽 다 수술을 해야 했던 기억이 있어요. 꽤나 고생했죠.” ▲힘든 시기를 보낸 원두재 씨는 이 시기가 오히려 자신을 강하게 담금질 하는 시간이 되었다고 했다. (출처: 원두재 씨 페이스북) 하지만 이런 사건들은 원 씨가 성장할 수 있는 촉매재였다. 힘든 기억들은 당시에 원 씨를 괴롭혔지만, 현재의 원 씨를 있게 하는 토대 중 하나로 든든히 자리하고 있었다. “2017년 7월 29일 6시 홈경기, 야마가타와 데뷔전이 있었어요. 원래는 긴장 많이 하는 스타일인데, 고등학교 시절 대표팀에서 마음고생을 너무 하다보니 많이 떨리지가 않았습니다. 무려 데뷔전이었는데, 오히려 기대가 더 되었던 기억이 나네요.” 또한 그는 고등학교의 힘든 시절에서도 발전할 수 있었던 계기 중 하나를 주변 사람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조언으로 꼽았다. “아현 중학교, 운호 고등학교에서 좋은 감독님과 코치님을 만났습니다. 좋은 것들을 많이 알려주셨어요. 이것저것 많이 신경을 써 주셨기에, 지금의 제가 이렇게 발전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해요.” 한양대를 가슴에 품고 더 멀리, 더 높이 K리그와 유럽, 일본 프로 팀들의 러브콜을 한 몸에 받으며 어엿한 프로로 뛰고 있는 원두재 씨는 ‘내가 성장한 곳은 한양대’라고 말한다. “(제 미래에 대해) 선택의 기로에 선 적은 많았어요. 하지만 대학교 감독님이 절 믿고 경기에 투입해주신 것처럼, 저도 감독님을 믿고 모든 것을 맡겼어요.” 인생의 큰 기로에서 대학교 감독님의 선택을 믿을 수 있었던 이유는 서로에 대한 신뢰였다. “중학교 때는 미드필드 수비, 고등학교 때는 미드필더, 대학교에서는 포워드와 미드필드 중앙 수비를 했어요. 비슷하지만 다 다른 포지션이에요. 그래도 혹시나 제가 못할까 라는 불안감을 접어두시고 저를 전적으로 믿어주셨어요. 고마울 따름이죠.” 힘들 때 자신을 믿어준 한양의 신뢰를 가슴에 간직한 원두재 씨는 프로 입단 이후 지난 9월 4일, 1억이라는 거금을 우리 학교에 전달했다. “축구부가 운동장이 없어요. 웨이트실도 모든 운동부가 다 같이 써서 사실상 마음껏 운동하기가 힘들죠.” 원 씨는 열악했던 운동시설을 떠올리며 기부한 금액이 축구부에게 큰 힘이 됬으면 좋겠다고 했다. “많이 열악했던 시설과 물건들을 새로 마련하고, 좋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한양을 가슴에 품은 원두재 씨의 한양사랑은 뒤따라 올 학우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은 성인으로서, 한 사람의 선수로 프로의 길을 걷고 있는 원두재 씨. 축구가 자신의 전부이자 매력덩어리라는 원 씨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한다. “되게 많은 사람들이 ‘성공했다’, ‘출세했다’고 하는데, 저는 오히려 멀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더 잘할 수 있고, 더 올라갈 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포부를 밝힌 원 씨는 같은 길을 걷는 동기들과 뒤따라올 후배들에게 열심히 하자는 격려의 메시지도 전했다.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지만, 다같이 축구를 항상 생각하고 열심히 노력했으면 좋겠어요.” 2017년, 프로 축구계에 또 한번 한양의 족적을 성공적으로 남긴 원두재 씨. 앞으로 더 높이, 더 멀리 뛰어나갈 그의 모습이 기다려진다. 글/ 채근백 기자 cormsqor12@hanyang.ac.kr

2017-10 03

[학생]무대 위 피아노가 되다 (1)

막이 오르고 적막이 가득했던 무대에는 쇼팽의 녹턴 13번이 흐른다. 무대 위 무용수는 마치 피아노가 된 듯 오직 몸짓만으로 녹턴을 표현해낸다. 때로는 부드럽고 때로는 강렬하다. 마치 눈에 보이듯 무용수의 손과 발이 녹턴의 선율을 형상화한다. 감정이 절제된 동작임에도 단조곡 특유의 서정성과 애상감이 섬세한 근육의 결을 따라 뿜어 나온다. 무대는 온전히 무용수의 몸짓으로 채워지고, 주저함 없는 눈빛으로 무용수는 관객들을 압도한다. 불과 5분이 채 안 되는 시간. 무용수는 혼신의 힘을 다해 날아오른다. 무대 위 피아노가 되다 권재헌(무용학과 4) 씨가 지난 9일 천안예술의전당에서 개최된 ‘2017 코리아국제현대무용콩쿠르(KIMDC)’에서 시니어 남자부분 대상(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과 금상의 영예를 안았다. 한국무용협회가 주최하고, 올해로 8회를 맞은 ‘코리아국제현대무용콩쿠르’는 타 장르 없이 오직 현대무용만으로 경연하는 유일한 국제 대회다. 올해는 한국 외 폴란드, 타이완, 말레이시아, 일본 등 12개국에서 온 209명의 무용수가 열띤 경합을 펼쳤다. 지난 6월 이미 한 차례의 예선을 거쳐 본선에 진출한 쟁쟁한 무용수들을 뚫고 권 씨는 당당히 대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지난 9일 열린 '2017 코리아국제현대무용콩쿠르'에 참가한 권재헌 씨의 모습 (출처: 권재헌 씨) 권 씨에게 대상의 쾌거를 안겨준 작품 '하울링, 80개의 건반'은 서정적인 선율의 '녹턴 13번'에 맞춰 창작됐다. “무대 위의 저는 피아노예요. 제 움직임에 따라 녹턴이 울려 퍼지는 거죠(하울링).” 일반적인 작품의 경우, 내면의 감정을 신체로 표현해야 하기에 무용수의 감정 표출은 좋은 무대를 위한 핵심 요소다. 하지만 이번 작품의 경우, 권 씨는 오히려 감정을 절제하는데 주력했다. “악기에는 감정이 없잖아요. 절제된 감정으로 녹턴의 서정성을 뿜어내는 게 이번 작품의 핵심이었어요.” 권 씨의 이번 수상은 지난해 ‘제 46회 동아무용콩쿠르‘ 금상 수상 이후 불과 일 년여 만에 이룬 쾌거다. 하지만 경험 많은 그에게도 국제무대 첫 대상의 무게는 남달랐다. “사실 은상까지 제 이름이 호명되지 않아서 거의 낙담한 상태였어요. 대상에 제 이름이 불리자마자 눈물부터 나더군요. 주변 사람들 말로는 정말 아이처럼 울었다네요.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좋은 결과를 얻어 정말 뿌듯해요.” 아울러 권 씨는 이번 국제대회 대상 수상을 통해 군면제의 혜택을 누리게 됐다. 남자 무용수들에게 20대 초반 2년이라는 군 복무 기간은 현실적으로 큰 타격이기에 권 씨에게 이번 수상은 더욱 의미가 깊다. 대상, 인고의 시간 사실 권 씨는 지난해에도 이 대회에 참가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아쉽게도 장려에 그쳐 미련이 많이 남았다고. 그래서 올해 1월부터 본격적인 대회 준비에 돌입했다. 수많은 무대에 올랐던 권 씨지만, 콩쿠르 준비는 매번 힘들고 긴 자신과의 싸움이다. 음악 선정은 물론 안무 구상, 동선, 무대 기획까지 모든 과정이 온전히 그의 몫이었다. 그렇게 권 씨는 지난 5월 교내 오디션에서 이번 작품 첫 선을 보였다. 하지만 평가는 냉정했다. “다른 친구들에 비해 가능성이 없다는 교수님의 말에 크게 상처 입은 적도 있어요. 하지만 그 덕분에 오히려 열심히 준비한 계기가 된 것 같아요.” 그렇게 권 씨는 경연에 오르기 직전까지 음악과 안무를 수정하는 등 인고의 시간을 견딘 끝에 대상의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 스스로 지난해 가장 달라진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권 씨는 “떨림을 긴장이 아니라 설렘으로 받아들인 것 같다”는 겸손한 답을 건넸다. 언젠가 “진정한 고수는 힘이 안 들어간다”는 큰아버지의 말씀에 큰 감명을 받았다는 권 씨는 "지난해에 비해 늘어난 경험과 여유가 수상에 기여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인고의 시간을 견딘 끝에 권재헌 씨는 대상의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 춤이 좋았던 소년, 자유를 탐닉하다 “어릴 적부터 무대에서 춤 추는 걸 좋아했지만 따로 사교육을 받아본 적은 없었어요. 혼자 인터넷에서 동영상을 보고 따라 추는 정도였는데 우연히 중학교에서 열린 지역 예술고등학교 입시설명회를 찾았다가 지원하게 됐죠.” 발레에 적합한 체형을 갖추고 있던 권 씨는 운 좋게도 체격 및 체력 조건으로 선발하는 특기자 전형 덕분에 예고에 진학할 수 있었다. 그렇게 고등학교 진학 이후 본격적인 무용수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많은 친구들이 한국종합예술학교 진학을 꿈꿀 때 권 씨에게는 한양대 무용학과가 가장 큰 목표였다. 우리대학 출신 이준욱 무용수의 ‘돌이킬 수 없는’이라는 작품을 우연히 본 것이 계기였다. 대학 입시에 필수적인 경연대회 역시 ‘한양대학교무용콩쿨’을 선택했고, 한양대 교수진이 심사위원인 대회들을 찾아 나섰다. 실기 시험 당일 권 씨는 약 4분의 시험을 마치고 나오면서 합격했음을 직감했다고. “오전 7시 반부터 새벽 레슨을 받아야 하고, 대회를 준비할 때는 12시간이 넘도록 연습실에 머물러야 하지만 제가 선택한 길이니 즐겁게 하고 있어요.” 권 씨는 현대무용의 자유로움을 사랑한다. “현대무용은 정해진 틀이 없어요. 어디든 무대가 되고, 무엇을 해도 정답이라는 완전한 자유에 매력을 느껴 현대무용을 선택했어요.” 그래서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 역시 관객들하고 어울리며 자유롭게 춤췄던 작품이다. “지난 2015년 선배님과 함께 했던 <하모니 어스(Harmony Us)>라는 작품이에요. 제가 관객석에 앉아 사람들과 섞여 있고, 선배님이 내려와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하죠. 그 후 제가 모른 척 무대위로 끌려 올라가면 그 때부터 공연이 시작되는 거예요. 형식적이거나 어둡지 않고 춤추는 저희도, 보는 관객들도 모두 밝게 웃으며 즐겼던 작품이네요. 자유로운 현대무용이기에 가능한 이야기죠.” ▲사진은 하모니 어스 공연모습 (출처: 권재헌 씨) 강연하는 안무가를 꿈꾸며 권 씨의 오랜 꿈은 ‘안무가’다. 무용을 잘한다고 해서 안무를 잘 짜는 것은 아니다. 안무가는 춤 추는 사람이 아니라 창작자에 가깝다. 그래서 틈나는 대로 음악 공연과 전시회를 찾아 다닌다. “창작자는 시야가 넓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 다양한 분야의 예술을 접하려고 노력해요. 현대무용에 답은 없지만 분명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작품들은 존재하잖아요. 예술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안무를 창작해내고 싶어요.” 권 씨는 최근 안무가 외에 또 하나의 꿈이 생겼다. “궁극적인 목표라고 한다면 세계적인 안무가가 되는 것이라고 답해요. 하지만 현실적인 목표라고 한다면, 비전공자들을 대상으로 무용에 대해 강연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누군가 제 강연을 듣는다는 건 결국 제가 그 분야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되었다는 뜻이겠죠? 언젠가 제 이름을 걸고 강연에 나서길 바라고 있어요.” ▲권재헌 씨는 지난 달 20일 진행한 인터뷰에서 "강연하는 안무가를 꿈꾼다"고 말했다. 글/ 김예랑 기자 ys2847@hanyang.ac.kr 사진/ 김윤수 기자 rladbstn625@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