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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2 인터뷰 > 교수

제목

[시선집중] 세계적인 담론의 장에 한 목소리를 당당히 울리다

영국 '팔그레이브 맥밀란', 독일 '스르핑거' 저서 공동 발간 은용수 교수(정치외교학과)

사자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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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yang.ac.kr/surl/PzZC

내용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은용수 교수의 저서 <국제관계학에서의 다원주의와 이론적 관여>가 영국 팔그레이브 맥밀란과 독일 스프링거에서 공동 발간됐다. 두 출판사는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세계 최고의 학술 출판사로, 저서 발간은 학자로서의 학문적 성과를 인정받는 것이다. 영미권 국가에서는 인문사회 계열의 학자들이 이들 출판사에서 저서가 출판되면 특별 승진이 되기도 하고 석좌교수직을 보장받기도 한다.

글. 박영일 / 사진. 안홍범
 

저명 출판사에 새로운 시각 제시


“세계적인 학자들이 모여 학술적 논의를 펼치는 담론의 장에 저도 동참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싶었습니다. 두 출판사 모두 전 세계적으로 많은 학자들이 출간을 원하는 곳인데, 이렇게 발간하게 돼 뿌듯하고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170년 전통의 ‘팔그레이브 맥밀란(Palgrave Macmillan)’은 인문사회 분야의 세계적인 학자들이 저서를 출판하는 곳으로, 20개가 넘는 SSCI(Social Science Citation Index, 사회과학 논문인용 색인) 인문사회과학 저널도 보유하고 있다. 영미 학자들은 팔그레이브 맥밀란에 자신의 저서가 출판되는 것을 평생의 영광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이러한 저명한 출판사에서 영미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변부인 아시아, 그중에서도 작은 나라 한국의 학자가 단독으로 저서를 출간하게 됐으니 의미 있는 성과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은용수 교수가 이러한 영광을 쉽게 얻은 것은 아니다. 3년 전부터 팔그레이브 맥밀란에 출판기획안을 보내 문을 두드린 은 교수는 세계 유수의 학자들과 경쟁하며, 까다롭기로 유명한 팔그레이브 맥밀란의 심사를 당당히 통과했다. 연구를 시작한 처음 단계에서부터 은 교수의 주장이 여러 학자들의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켜 저술 작업에 어려움도 있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논리를 더욱 가다듬고 깊은 철학적 논의를 만들어내 결국 최종 심사 단계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출판에 성공할 수 있었다. 심사에 참여한 학자로는 세계 3대 국제정치 이론가 중 한 명인 알렉산더 웬트(Alexander Wendt) 교수, 국제정치 페미니즘이론의 대가인 앤 티크너(Ann Tickner) 교수도 포함되어 있다.

그렇게 완성된 은 교수의 저서는 2016년 10월 <국제관계학에서의 다원주의와 이론적 관여(Pluralism and Engagement in International Relations)>라는 표제로 세상에 빛을 보게 됐다. 미국국제정치학회 티비 폴(T.V. Paul) 회장은 서양과 비서양, 실증주의와 비실증주의의 가교 역할을 하며 국제정치학의 진정한 국제화를 이루는 데 기여하는 저서라고 추천사를 쓰기도 했다. 이어 은 교수의 원고를 보고 독일의 ‘스프링거(Springer)’에서 공동 출간을 제안했다. 스프링거는 물리, 화학, 의학, 경제학 노벨상 수상자 200여 명의 저서와 논문을 출판하는 세계 최고의 자연과학 출판사인데, 과학적 지식 발전의 지평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은 교수의 저서를 높이 평가했다.

 
▲ 은용수 교수(정치외교학과)

진정한 다원성을 위한 작은 도전


이렇게 세계적인 출판사들이 은용수 교수의 저서에 관심을 기울인 이유는 무엇일까? 포스트모더니즘의 사상적 대부로 불리는 미셀 푸코는 지식권력이라는 개념으로 지식과 권력이 뗄 수 없는 하나의 복합체이며, 제도와 장치에 의해 구조화된다고 주장했다. 미셀 푸코의 주장을 이론적 기반으로 디디고 있는 은 교수의 이번 저서는 영미 중심의 소수 주류 학자들에 의해 패권화된 국제정치학계에 의미 있는 경종을 울렸다. 그리고 진정한 다원화를 촉구하며 지성적 성찰을 요구했기에 저명한 출판사의 공동 발간이라는 쾌거를 이루게 된 것이다.

이미 냉전 이후 학계에는 다양성이 확보됐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다양한 이론과 연구방법론이 등장하고, 학제적 연구 풍토에 의해 양적으로 다원화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은 교수는 본질적으로 다원화됐다고 할 수 있는지 집요하게 의문을 제기한다. “다양한 이론과 방법론의 밑바탕을 들여다보면 어떠한 이론과 방법이 과학적인가에 대한 규정은 과거와 동일한 실증주의 인식론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이는 이미 과학철학에서는 정당성이 무너진 인식론입니다. 그럼에도 정치외교학 등 사화과학에서는 여전히 과학적 연구를 판단하는 잣대가 되고 있습니다. 이는 소수의 영미권 학자들이 만들어 놓은 판단 기준을 다수의 전 세계 지식행위자들이 출판, 강의, 논문 지도 및 심사 등의 지식사회적 활동을 통해 재생산하면서 실증주의 자체가 일종의 권력이 됐기 때문입니다.”

은 교수는 저서에서 이에 대한 대안으로 얼마나 많은 이론과 방법들이 학계에 ‘등장’했는지가 아니라 그것들이 실제로 ‘실천’되고 있는지, 나아가 그것들의 기반을 이루는 인식과 존재론은 얼마나 다양한 세계관을 반영하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제시한다. 이렇게 하면 현재 학계가 매우 편협하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러한 지식생산체제를 만드는 행위자들이 성찰적 다원주의를 실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이 부분에서 ‘유기적 지식인’의 역할을 강조한다. “지식인은 단순히 지식을 생산, 소비, 공유하는 자가 아니라 지식의 ‘규범적’ 패권이나 패러다임을 만들고 변화시킬 수 있는 유기적인 행위자입니다. 이를 깨달으면 지금의 편협한 지식생산구조의 생성 및 유지에 스스로 얼마나 기여해왔는지를 좀 더 쉽게 인지할 수 있게 됩니다. 나아가 지식인은 다른 사회행위자들보다 정치경제적 제약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자율적 행위자입니다. 이러한 것들에 대한 성찰을 통해 말로만 외쳤던 다원성을 실천할 수 있는 동기를 찾게 될 것입니다.”

 
▲은용수 교수는 "앎의 기회를 확장해주면 학생들
의 사고가 더욱 창의적으로 확대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저도 더욱 열심히 연구하게 됩니
다."라고 말한다.

주류 언어로 지속적인 말 걸기


물론 다원화는 이론과 이론, 시각과 시각의 충돌로 결국 학문적 파편화를 야기해 지식 발전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비판을 초래할 수 있다. 은 교수는 이에 대한 대안도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주류 언어로 말 걸기’다. 주류의 언어와 개념을 사용해야 주류에 속해 있는 이론가들의 관심을 끌고, 다르게 보기의 방법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류의 언어를 사용하면 주류에 편입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는데, 주류의 정체성을 흔들기 위한 전략적 사용입니다. 라이팅백(되받아쓰기)을 통해 그들의 언어, 개념이 온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니까요.”

은 교수가 세계적으로 저명한 출판사나 학술지에 꾸준히 원고를 투고하는 것도 주류 언어로 말 걸기의 일환이라 볼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은 교수는 팔그레이브 맥밀란과 함께 사회과학 출판계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루틀리지(Routledge)’에서 ‘아시아에서의 국제정치 이론과 실제’라는 시리즈를 기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 미국, 영국, 일본, 중국, 호주 등 다양한 국가의 학자들 한 명 한 명에게 취지를 설명, 기획에 동참시키고 1년 넘게 루틀리지를 설득한 끝에 시리즈의 편집장을 맡았다. 지난해 출간된 첫 번째 책을 필두로 10년 동안 1년에 한 권씩 발행할 계획이다. “아시아 시리즈라고 해서 서양과 비서양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미국, 영어권 학자들의 이론, 사상만으로 현상을 바라보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비서양, 즉 주변으로 내밀려 있는 이론과 사상, 역사적 경험을 체계적으로 담아내는 게 시리즈의 목적입니다.”

 

실천하는 유기적 지식인


지난해 은용수 교수는 누구보다 바쁜 나날을 보냈다. 팔그레이브 맥밀란 및 스프링거의 공동 출간과 루틀리지의 아시아 시리즈 출판 외에도 국제학술대회를 기획하고, 세계정치학회의 SSCI 학술지 <IPSR(International Political Science Review)>에 연구 논문도 발표했다. 세계 4대 무크(MOOC, 온라인 공개 수업) 제공업체인 영국의 ‘퓨처런(Future Learn)’에 참여해 영어 강의도 진행했다. 게다가 학과장까지 수행하고 있어 하루 24시간이 빠듯한 나날이었다. 그래서 은 교수에게는 모든 시간과 공간이 연구 시간이자 연구실이다.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작업하는 편입니다. 지하철을 애용하는데, 특히 지하철 안에서 책 읽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처럼 은 교수의 왕성한 연구 활동의 동력은 무엇일까? 그는 학생들에게서 열정을 얻는다고 답한다. “앎의 기회를 확장해주면 학생들의 사고가 더욱 창의적으로 확대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저도 더욱 열심히 연구하게 됩니다. 기존 담론에 대한 도전을 계속해 독자들이 제 글을 재미있게 읽기를 바랍니다.” 출판을 통해, 그리고 교육 현장인 강의실에서 스스로 유기적 지식인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는 은용수 교수. 주변부에 머무르고 있는 비주류 목소리들이 중심부에서 제 소리를 울릴 수 있도록 지식 담론의 외연을 확장하기 위한 그의 도전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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