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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 21

[교수][시선집중] 암 유전자 치료제 개발에 열정 바친 20년 연구 인생 (1)

한양대학교 생명공학과 윤채옥 교수가 암 유전자 치료제 연구를 시작한 것은 1996년. 그 후로 어느덧 2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 시간 동안 윤 교수는 온전히 유전자 치료 연구에만 몰두했다. 지난해에는 그러한 노고를 기념하듯 국제암세포유전자치료학회의 심포지엄을 성공적으로 개최해 윤 교수의 연구 인생 20주년을 더욱 뜻 깊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글. 박영임 / 사진. 안홍범 인류의 염원, 암 정복 지난해 조선일보가 선정한 ‘2016 올해의 책’ 중에서 전문 선정위원들의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책은 <숨결이 바람 될 때>라는 책이었다. 폴 칼라니티라는 신경정신과 의사가 쓴 이 책은 출간 4개월 만에 10만 부가량 판매되며 일반 대중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무수한 종양이 폐를 덮고 있었다’라는 담담하지만 강렬한 프롤로그의 도입부 문장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 책에는 10년이라는 혹독한 수련의 기간을 끝낼 무렵 암 선고로 삶의 정점을 잃은 한 젊은 의사의 마지막 회고가 담겨 있다. 암으로 생을 마감하는 바람에 한 걸음만 더 내딛으면 이룰 수 있는 전문의의 꿈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이러한 암 환자의 안타까운 투병기는 우리 일상에서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비단 책이나 영화에서 볼 수 있는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말이다. 암은 기대수명 80세를 넘어 100세, 120세를 바라보는 현대인이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다. 친조부모, 외조부모 등 주변에 암으로 돌아가신 분들이 많아 자연스럽게 암 치료제 개발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윤채옥 교수. 그 또한 가까운 가족들을 암으로 잃으며 암 유전자 치료제 연구에 열정을 쏟게 됐다. ▲ 윤채옥 교수(생명공학과) 국내 최초 국제암세포유전자치료학회 심포지엄 개최 지난해 11월 한양대학교에서는 국제암세포유전자치료학회(ISCGT)의 심포지엄이 열렸다. 관련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들만이 활동할 수 있는 국제암세포유전자치료학회는 신규 회원의 입회가 매우 까다로운 곳이다. 윤채옥 교수는 연구 성과 및 논문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2006년 국내 최초로 학회 일원이 됐다. 그 후로 10년이 지났건만 윤 교수는 여전히 국내 유일의 학회 구성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제 심포지엄의 책임자까지 맡았다. “매년 각 국가별 회원들이 돌아가며 심포지엄을 열고 있습니다. 중국, 일본에서는 여러 차례 개최됐는데, 한국에서는 처음 주최하는 것이었죠. 혼자 행사를 준비해야 돼 부담이 컸지만, 다행히 행사 3일 동안 700명 이상이 다녀갈 정도로 기대 이상의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심포지엄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은 것은 최근 의약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세포 및 유전자 치료제 분야의 최신 연구 동향을 살펴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영국 유전자치료학회장 레너드 시모어(Leonard W. Seymour), 독일 병리학 학회장 만프레드 디텔(Manfred Dietel), 유럽 의료공학 학회장 네기 하빕(Nagy Habib), 싱가포르 국립 암센터 원장 켐 휘(Kam M Hui) 등 세계적인 대가들과 바이오 신약 산업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암젠 제약회사의 안젤라 엄(Angela Yum) 등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윤 교수는 이들을 연사로 섭외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고, 국내외 19개 제약회사들의 지원도 이끌어냈다. “세포 치료제와 유전자 치료제의 활발한 연구 및 제품 상용화에 대한 열의를 느낄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기존 심포지엄에서는 학계 중심의 기초연구 발표가 주를 이뤘는데, 이번에는 임상시험 중이거나 제품화된 사례 발표도 많았습니다.” 이렇게 국제 심포지엄의 성공적인 마무리는 전 세계에 한양대학교의 위상을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됐다. 바이러스로 암을 치료한다? 현재 윤채옥 교수는 생명공학과의 유전자치료연구실을 이끌고 있다. 유전자 치료란 돌연변이 유전자를 정상 유전자로 바꾸거나 특정 유전자를 환자의 세포 안에 넣어 질병을 치료, 예방하는 방법이다. 그중에서도 유전자치료연구실의 주요 연구 분야는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살상할 수 있는 아데노바이러스를 이용해 종양 살상 바이러스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다. 에이즈, 에볼라 등 질병을 발병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바이러스로 암을 치료한다니,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윤 교수는 이러한 반응에 익숙한 듯 바이러스에 대한 오해를 말끔히 해소해주었다. ▲ 윤 교수의 연구실에서도 지난해 정부 과제로 선정된 췌장암 유전자 치료제와 유효성 검증을 마치고 독성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폐암 유전자 치료제 개발이 한창 진행중이다. “바이러스가 질병을 일으킨다는 것은 고정관념입니다. 4만여 종에 이르는 바이러스 중 인체에 감염시킬 수 있는 바이러스는 상당히 제한적이며, 그중에서도 특정 질병을 일으키는 것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무해한 것들이 많죠.” 그렇다면 유전자 치료에 바이러스를 이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몸은 여러 층위의 방어 체계를 이루고 있어 외부에서 무언가를 유입시키는 것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증식을 위해 세포 내에 잘 침투하는 성질을 갖고 있죠. 이러한 성질을 역이용해 바이러스를 유전자 치료의 핵심 기술인 유전자 운반체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바이러스에 유전자 치료제를 실어 세포에 주입한다는 말이다. 특히 윤 교수는 암세포만 골라 사멸시키는 아데노바이러스를 개발해 정상 세포가 피해받는 것을 줄였다. 아데노바이러스는 바이러스가 감염시킨 숙주 세포의 유전자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아 안전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구토, 탈모 같은 항암 치료제의 부작용을 피할 수 있다. 게다가 암세포 특이적인 면역 반응을 유도해 암 전이도 막을 수 있다. 현재 국내외에서 각종 암 치료를 위해 종양 특이적 살상 아데노바이러스를 이용한 전임상 및 임상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윤 교수의 연구실에서도 지난해 정부 과제로 선정된 췌장암 유전자 치료제와 유효성 검증을 마치고 독성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폐암 유전자 치료제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이다. 암 유전자 치료제 개발을 위한 외길 인생 미국 일리노이공과대학교에서 분자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은 윤채옥 교수는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치며 본격적으로 암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유전자 치료 연구에 관심을 갖게 됐다. 유전자 치료는 단순히 증상을 완화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발병 원인을 근원적으로 밝혀 치료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윤 교수는 유전자 치료 연구에 단숨에 매료됐다. 이후 지금까지 오로지 유전자 치료 연구라는 외길만 걸어왔다. “제가 특별히 지조가 굳어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유전자 치료 연구에만 매달려도 연구할 것이 너무 많아 다른 분야에 눈 돌릴 틈이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유전자 치료 방법만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유전자 치료에 세포 치료제나 나노 테크놀로지를 도입하는 등 타 분야와의 융합도 적극 시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연구 틈틈이 다양한 분야의 연구논문을 읽고 있다는 윤 교수. “학생들에게도 논리적이며 창의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T자형 인재가 될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전공 분야를 깊게 파고드는 동시에 타 분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전공 분야에만 매몰되면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없으니까요.” ▲ 윤 교수는 "전공 분야를 깊게 파고드는 동시에 타 분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전공 분야에만 매몰되면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없으니까요" 라고 말한다. 이제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유전자 치료 분야는 암뿐 아니라 유전병, 심혈관 질환, 파킨슨병, 정신 질환 등 다양한 질환을 대상으로 확대할 수 있어 촉망받는 연구 분야다. 하지만 단지 괄목할 만한 연구로 끝나서는 의미가 없다. 상용화 과정을 거쳐 실제 환자들에게 희망을 전해야 한다. “제 연구가 연구에만 그치지 않고 많은 이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길 바랍니다.” 차세대 신약 개발로 인류의 건강 증진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윤채옥 교수의 연구는 그래서 더 많은 기대를 모은다. 윤 교수의 연구실을 환하게 밝히는 불빛은 암 정복이라는 인류의 염원을 앞당기는 희망의 빛으로 빛나고 있다. 사랑한대 2017년 3-4월호 이북 보기

2017-03 12

[교수]입양아의 머리 속엔 모국어가 남아 있다?

영∙유아기에 해외로 입양 된 한국인이 성인이 됐을 때, 그들에겐 모국어에 대한 기억이 얼마나 남아있을까. 수행인문학연구소 최지연 박사후연구원(음성과학·심리언어연구실)에 따르면 입양후 모국어를 수십 년간 사용하지 않은 사람도 그 기억이 있어 모국어 학습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인다. 이번 논문 <성인이 된 한국 입양인의 한국어 말소리에 대한 기억>으로 세계 언론의 관심을 끈 최지연 연구원을 만났다. 어린 시절 언어 습득, 성인기에도 영향 미쳐 최지연 연구원은 이번 논문을 통해 기존 학계의 통념을 뒤집었다. 기존 심리언어학에서는 생후 6-12개월 사이에 음소(언어의 음성 체계에서 단어의 의미를 구별 짓는 최소의 소리 단위) 지식이 쌓인다고 봤다. 이번 논문은 생후 3-70개월 사이에 네덜란드로 입양된 한국인을 대상으로 했고, 이를 통해 생후 6개월 이전에도 음소 지식을 습득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모국어에 대한 학습은 태어나기 3개월 전인 뱃속에서부터 시작돼요. 엄마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청각 체계도 잡히고, 나라별로 중요한 음소체계를 구별하기 시작하죠." 이번 연구를 더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국어만의 특수한 '음소 체계'를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어 자음에는 평음(ㄷ), 경음(ㄸ), 격음(ㅌ)이라는 '3언 대립'이 있다. 그러나 영어나 네덜란드어 등 대부분의 언어는 'B'와 'P'를 구분하는 정도의 '2언 대립'이 주를 이룬다.?최지연 연구원은 이번 연구를 위해 29명의 실험집단(네덜란드로 입양된 한국인)과 29명의 통제집단(보통의 네덜란드인)에 한국어를 학습하게 하고, 이들이 3언 대립을 얼마나 잘 구별하고 발화하는지를 측정했다. 10일간의 훈련 후 나타난 결과는 놀라웠다. 같은 교육을 받았음에도 입양인의 학습 능력이 보통 네덜란드인보다 더 뛰어났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실험 집단의 평균 입양 시기가 생후 17개월이었는데, 입양 시기와 학습 능력 사이에는 큰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생후 6개월 이전에도 음소에 대한 지식이 축적되며, 그 지식을 수십 년 동안 사용하지 않더라도 성인이 됐을 때 모국어 학습에 도움을 준단 점을 입증했다. ▲ 최지연 연구원은 "한국어가 가진 '3언 대립'은 매우 드문 경우"라며, 언어학에서는 한국어가 다양한 실험에 쓰인다고 했다. 더 높은 신뢰도 확보를 위한 노력 최 연구원이 이번 논문을 쓴 계기는 무엇일까. "기존의 연구에서 보완할 부분을 찾는 과정에서 이 주제를 발견했어요. 언어 습득에 관심이 많기도 했고, 한국인 입양인이라면 실험 과정에서 경계심을 풀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입양인 표본을 수집하고, 그들이 사는 곳까지 찾아가 실험을 진행한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그는 실험 진행 과정에서 네덜란드 막스플랑크 심리언어학연구소의 도움을 받았고, 귀국 후 결과값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우리대학 학생들의 도움을 받았다. 이처럼 의미 있는 결과를 얻기 위해 최 연구원은 실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 변수를 배제했다. 예를 들어 ‘입양인들이 어린 시절 접한 2개 국어에 대한 경험이 언어 학습 능력에 영향을 준 것은 아닌지'에 대한 반문을 예상, 한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실험을 진행했다. 다른 언어를 통한 실험에서는 별다른 학습 능력 차이가 발생하지 않았다. 또 입양인이 한국에 대해 갖고 있는 태도가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도 고려했다. 때문에 통제집단은 실험집단에 속한 사람들의 배우자나 형제∙자매 등을 선택했다. 실험집단과 통제집단이 연구에 참여한 동기를 묻는 질문에서도 ‘한국에 관심이 많아서’보다 ‘과학에 이바지 하고 싶다’는 답변이 컸다. 이런 부분도 이번 연구의 신뢰도를 높이는데 큰 몫을 했다. ▲ 최지연 연구원은 "앞으로 입양아에 대한 연구 뿐만 아니라 한국 영유아의 언어 습득에 관해서도 연구하고 싶다"고 했다. 자기를 믿고 연구에 전념해야 인터뷰를 마치며 ‘바람직한 연구자의 자세’를 묻는 질문에 최 연구원은 ‘일희일비’ 하지 않기를 강조했다. 연구가 잘 풀리는 날도, 안 풀리는 날도 있지만 자신이 목표하는 바를 위해서는 뚝심 있게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도 이번 논문을 위해 고군분투하며 버텼기에 가능한 말이다. 최 연구원은 조태홍 교수(영어영문학과)에게 큰 감사를 표하며, 실험에 참가한 재학생에게도 감사를 전했다. ▲ 최지연 연구원이 실험실에서 녹음된 음성 언어를 분석하고 있는 모습. 네덜란드에서 기차를 타고 장비를 운반할 만큼 연구 열정이 대단했다. 글/ 오상훈 기자 ilgok3@hanyang.ac.kr 사진/ 문하나 기자 onlyoneluna@hanyang.ac.kr

2017-02 20 중요기사

[교수]문학을 보는 또 다른 눈

“문학평론가란 독자의 위치에서 문학을 읽되 작가와 나란히 서기도 하는 역할이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문학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유성호 교수(국어국문학과)의 말이다. 우리는 평소 비평을 통해 다양한 작품을 접하지만, 정작 '평론가의 일'은 잘 알지 못한다. 평론가는 어떤 기준과 방법으로 작품에 접근하고 글을 쓸까. 유성호 교수가 생각하는 ‘문학 비평’에 대해 들었다. 독자와 작가, 그 사이 어딘가의 평론가 유성호 교수는 어려서부터 쓰고 읽는 일을 좋아했던 천상 문학도다. 1999년에는 신춘문예에 당선됐다. "대학교수가 되고 난 뒤에 신춘문예에 당선된 사람은 제가 처음이었어요. 다들 그 늦은 나이에 왜 했냐고 의아해했지만, 신춘문예 당선은 제 오랜 꿈이었습니다." 본격적으로 문학 비평을 쓴 것은 1992년 대학 강사로 강단에 섰을 무렵부터다. 유 교수는 이후 10권이 넘는 비평서를 집필하며 명실상부 한국의 대표적인 평론가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했다. 2015년엔 <정격과 역진의 정형 미학>으로 ‘제26회 팔봉비평문학상’ 외 2개의 상을 받았다. 이 현대시조 비평집은 시조의 탈격이나 변격이 빈번한 요즘, 본래의 격식을 지키는 시조 미학을 다뤘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렇다면 유 교수가 생각하는 ‘훌륭한 비평’이란 무엇일까. 비평은 작품을 '비판'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의 생각은 다르다. “누군가는 비평을 할 때는 작품의 좋은 점 보단 부족한 점을 중점적으로 말하라고 해요. 하지만 저는 이와 반대로 생각해요. 비평은 작품과의 따뜻한 협업입니다.” 작품을 읽고 그에 담긴 의미를 온당하게 밝혀내는 것이 비평의 핵심이다. 작품론이든 작가론이든, 비평은 작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해석을 바탕으로 해야한다는 것이다. ▲ 지난 2월 16일 사회교육원장실에서 유성호 교수(국어국문학과)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많이 읽은 사람만이 잘 쓸 수 있다 비평가의 기본 소양을 물었더니 유 교수는 ‘다독(多讀)’과 ‘뛰어난 문장력’을 꼽았다. 특별하지 않은 답변이었지만, 이 기본조차 지키지 않는 비평가가 많기에 하는 말이었다. "저는 일급의 문장가가 되지 못하면 다른 자질도 결국 무의미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뛰어난 문장가가 되는 길은 결국 많이 읽는 것이에요. 잘 쓰기 위해서는 많이 읽어야 합니다." 보다 깊이 있는 평론을 위해서는 작품의 다양한 측면을 볼 수 있는 눈도 필요하다. 문학 작품을 해석하는 접근법에는 '거시적 접근'과 '미시적 접근'이 있다. 거시적 접근이란 작가 또는 작품에 반영된 현상을 보는 것이며, 미시적 접근은 어감, 문체 등 작품의 형식적인 면을 보는 것이다. 거시적 접근을 위해선 역사와 철학에 밝아야 하고 미시적 접근을 위해선 언어의 특성에 밝아야 한다. “두 측면에 동시에 접근할 때 작품을 완전히 평가할 수 있습니다. 어느 한 부분을 해석하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해서 당장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평론의 깊이에 큰 영향을 미쳐요." 비평은 결국 평론가 개인의 취향이나 가치 판단이 개입될 수밖에 없는 영역이기 때문. "그 취향과 가치 판단이 곧 비평가의 정체성을 드러낸다고 생각합니다. 취향을 숨기고 가치로만 쓰거나, 가치 없이 취향만으로 쓰면 금방 가난함이 드러나기 마련이죠.” ▲ 유성호 교수(오른쪽에서 두번째)가 학생들과 회의를 하는 모습.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고 있다. “기억은 글로 남겨져야”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한국 문학 작품이 있는지 물었다. 유 교수의 추천작은 작가 한강의 <소년이 온다>다.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죽은 소년의 시점에서 쓰여진 소설이자 증언서다. “<채식주의자>가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지만 사실 한강의 대표작은 이 책이에요. 당시 국가가 기록을 소멸시켰기에 기억만 남아있는 그 당시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풀어냈죠.“ 유 교수는 “’죽은 자들이 말하는 이야기’가 굉장히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며 현시대에 일어나는 비극적인 일도 잊지 않고 미래에 반드시 기록으로 남겨져야 함을 역설했다. “세월호 사건도 잊혀지지 않고 미래에 이 책처럼 당사자들의 입장에서, 그들의 언어로 쓰여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잊느냐에 공동체의 힘이 있다고 말하는 유 교수는 우리의 섣부른 망각에 일침을 가했다. ▲ 유성호 교수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유 교수는 여러 권의 책을 집필하며 비평가로서의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글/ 최연재 기자 cyj0914@hanyang.ac.kr 사진/ 문하나 기자 onlyoneluna@hanyang.ac.kr

2017-01 12

[교수][시선집중] 세계적인 담론의 장에 한 목소리를 당당히 울리다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은용수 교수의 저서 <국제관계학에서의 다원주의와 이론적 관여>가 영국 팔그레이브 맥밀란과 독일 스프링거에서 공동 발간됐다. 두 출판사는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세계 최고의 학술 출판사로, 저서 발간은 학자로서의 학문적 성과를 인정받는 것이다. 영미권 국가에서는 인문사회 계열의 학자들이 이들 출판사에서 저서가 출판되면 특별 승진이 되기도 하고 석좌교수직을 보장받기도 한다. 글. 박영일 / 사진. 안홍범 저명 출판사에 새로운 시각 제시 “세계적인 학자들이 모여 학술적 논의를 펼치는 담론의 장에 저도 동참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싶었습니다. 두 출판사 모두 전 세계적으로 많은 학자들이 출간을 원하는 곳인데, 이렇게 발간하게 돼 뿌듯하고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170년 전통의 ‘팔그레이브 맥밀란(Palgrave Macmillan)’은 인문사회 분야의 세계적인 학자들이 저서를 출판하는 곳으로, 20개가 넘는 SSCI(Social Science Citation Index, 사회과학 논문인용 색인) 인문사회과학 저널도 보유하고 있다. 영미 학자들은 팔그레이브 맥밀란에 자신의 저서가 출판되는 것을 평생의 영광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이러한 저명한 출판사에서 영미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변부인 아시아, 그중에서도 작은 나라 한국의 학자가 단독으로 저서를 출간하게 됐으니 의미 있는 성과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은용수 교수가 이러한 영광을 쉽게 얻은 것은 아니다. 3년 전부터 팔그레이브 맥밀란에 출판기획안을 보내 문을 두드린 은 교수는 세계 유수의 학자들과 경쟁하며, 까다롭기로 유명한 팔그레이브 맥밀란의 심사를 당당히 통과했다. 연구를 시작한 처음 단계에서부터 은 교수의 주장이 여러 학자들의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켜 저술 작업에 어려움도 있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논리를 더욱 가다듬고 깊은 철학적 논의를 만들어내 결국 최종 심사 단계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출판에 성공할 수 있었다. 심사에 참여한 학자로는 세계 3대 국제정치 이론가 중 한 명인 알렉산더 웬트(Alexander Wendt) 교수, 국제정치 페미니즘이론의 대가인 앤 티크너(Ann Tickner) 교수도 포함되어 있다. 그렇게 완성된 은 교수의 저서는 2016년 10월 <국제관계학에서의 다원주의와 이론적 관여(Pluralism and Engagement in International Relations)>라는 표제로 세상에 빛을 보게 됐다. 미국국제정치학회 티비 폴(T.V. Paul) 회장은 서양과 비서양, 실증주의와 비실증주의의 가교 역할을 하며 국제정치학의 진정한 국제화를 이루는 데 기여하는 저서라고 추천사를 쓰기도 했다. 이어 은 교수의 원고를 보고 독일의 ‘스프링거(Springer)’에서 공동 출간을 제안했다. 스프링거는 물리, 화학, 의학, 경제학 노벨상 수상자 200여 명의 저서와 논문을 출판하는 세계 최고의 자연과학 출판사인데, 과학적 지식 발전의 지평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은 교수의 저서를 높이 평가했다. ▲ 은용수 교수(정치외교학과) 진정한 다원성을 위한 작은 도전 이렇게 세계적인 출판사들이 은용수 교수의 저서에 관심을 기울인 이유는 무엇일까? 포스트모더니즘의 사상적 대부로 불리는 미셀 푸코는 지식권력이라는 개념으로 지식과 권력이 뗄 수 없는 하나의 복합체이며, 제도와 장치에 의해 구조화된다고 주장했다. 미셀 푸코의 주장을 이론적 기반으로 디디고 있는 은 교수의 이번 저서는 영미 중심의 소수 주류 학자들에 의해 패권화된 국제정치학계에 의미 있는 경종을 울렸다. 그리고 진정한 다원화를 촉구하며 지성적 성찰을 요구했기에 저명한 출판사의 공동 발간이라는 쾌거를 이루게 된 것이다. 이미 냉전 이후 학계에는 다양성이 확보됐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다양한 이론과 연구방법론이 등장하고, 학제적 연구 풍토에 의해 양적으로 다원화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은 교수는 본질적으로 다원화됐다고 할 수 있는지 집요하게 의문을 제기한다. “다양한 이론과 방법론의 밑바탕을 들여다보면 어떠한 이론과 방법이 과학적인가에 대한 규정은 과거와 동일한 실증주의 인식론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이는 이미 과학철학에서는 정당성이 무너진 인식론입니다. 그럼에도 정치외교학 등 사화과학에서는 여전히 과학적 연구를 판단하는 잣대가 되고 있습니다. 이는 소수의 영미권 학자들이 만들어 놓은 판단 기준을 다수의 전 세계 지식행위자들이 출판, 강의, 논문 지도 및 심사 등의 지식사회적 활동을 통해 재생산하면서 실증주의 자체가 일종의 권력이 됐기 때문입니다.” 은 교수는 저서에서 이에 대한 대안으로 얼마나 많은 이론과 방법들이 학계에 ‘등장’했는지가 아니라 그것들이 실제로 ‘실천’되고 있는지, 나아가 그것들의 기반을 이루는 인식과 존재론은 얼마나 다양한 세계관을 반영하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제시한다. 이렇게 하면 현재 학계가 매우 편협하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러한 지식생산체제를 만드는 행위자들이 성찰적 다원주의를 실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이 부분에서 ‘유기적 지식인’의 역할을 강조한다. “지식인은 단순히 지식을 생산, 소비, 공유하는 자가 아니라 지식의 ‘규범적’ 패권이나 패러다임을 만들고 변화시킬 수 있는 유기적인 행위자입니다. 이를 깨달으면 지금의 편협한 지식생산구조의 생성 및 유지에 스스로 얼마나 기여해왔는지를 좀 더 쉽게 인지할 수 있게 됩니다. 나아가 지식인은 다른 사회행위자들보다 정치경제적 제약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자율적 행위자입니다. 이러한 것들에 대한 성찰을 통해 말로만 외쳤던 다원성을 실천할 수 있는 동기를 찾게 될 것입니다.” ▲은용수 교수는 "앎의 기회를 확장해주면 학생들 의 사고가 더욱 창의적으로 확대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저도 더욱 열심히 연구하게 됩니 다."라고 말한다. 주류 언어로 지속적인 말 걸기 물론 다원화는 이론과 이론, 시각과 시각의 충돌로 결국 학문적 파편화를 야기해 지식 발전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비판을 초래할 수 있다. 은 교수는 이에 대한 대안도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주류 언어로 말 걸기’다. 주류의 언어와 개념을 사용해야 주류에 속해 있는 이론가들의 관심을 끌고, 다르게 보기의 방법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류의 언어를 사용하면 주류에 편입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는데, 주류의 정체성을 흔들기 위한 전략적 사용입니다. 라이팅백(되받아쓰기)을 통해 그들의 언어, 개념이 온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니까요.” 은 교수가 세계적으로 저명한 출판사나 학술지에 꾸준히 원고를 투고하는 것도 주류 언어로 말 걸기의 일환이라 볼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은 교수는 팔그레이브 맥밀란과 함께 사회과학 출판계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루틀리지(Routledge)’에서 ‘아시아에서의 국제정치 이론과 실제’라는 시리즈를 기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 미국, 영국, 일본, 중국, 호주 등 다양한 국가의 학자들 한 명 한 명에게 취지를 설명, 기획에 동참시키고 1년 넘게 루틀리지를 설득한 끝에 시리즈의 편집장을 맡았다. 지난해 출간된 첫 번째 책을 필두로 10년 동안 1년에 한 권씩 발행할 계획이다. “아시아 시리즈라고 해서 서양과 비서양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미국, 영어권 학자들의 이론, 사상만으로 현상을 바라보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비서양, 즉 주변으로 내밀려 있는 이론과 사상, 역사적 경험을 체계적으로 담아내는 게 시리즈의 목적입니다.” 실천하는 유기적 지식인 지난해 은용수 교수는 누구보다 바쁜 나날을 보냈다. 팔그레이브 맥밀란 및 스프링거의 공동 출간과 루틀리지의 아시아 시리즈 출판 외에도 국제학술대회를 기획하고, 세계정치학회의 SSCI 학술지 <IPSR(International Political Science Review)>에 연구 논문도 발표했다. 세계 4대 무크(MOOC, 온라인 공개 수업) 제공업체인 영국의 ‘퓨처런(Future Learn)’에 참여해 영어 강의도 진행했다. 게다가 학과장까지 수행하고 있어 하루 24시간이 빠듯한 나날이었다. 그래서 은 교수에게는 모든 시간과 공간이 연구 시간이자 연구실이다.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작업하는 편입니다. 지하철을 애용하는데, 특히 지하철 안에서 책 읽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처럼 은 교수의 왕성한 연구 활동의 동력은 무엇일까? 그는 학생들에게서 열정을 얻는다고 답한다. “앎의 기회를 확장해주면 학생들의 사고가 더욱 창의적으로 확대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저도 더욱 열심히 연구하게 됩니다. 기존 담론에 대한 도전을 계속해 독자들이 제 글을 재미있게 읽기를 바랍니다.” 출판을 통해, 그리고 교육 현장인 강의실에서 스스로 유기적 지식인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는 은용수 교수. 주변부에 머무르고 있는 비주류 목소리들이 중심부에서 제 소리를 울릴 수 있도록 지식 담론의 외연을 확장하기 위한 그의 도전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사랑한대 2017년 1-2월호 이북 보기

2017-01 12

[교수][신년인터뷰] 위기를 기회 삼아 세계적인 명문 대학으로 발돋움한다

2017년 새로운 한 해가 밝았다. 지난해 한양대학교는 각종 대학 평가에서 상위권에 랭크되는 등 성장과 발전을거듭했다. 올해는 또 어떤 모습으로 변화와 혁신을 하게 될까? 이영무 총장을 만나 지난해 성과와 올해 계획 등에 대한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들어봤다. 글. 오인숙 / 사진. 안홍범 ▲ 한양대학교 이영무 총장 Q. 지난해 한양대학교는 많은 성장과 발전을 거듭했습니다. 총장님께서 생각하시는 2016년의 가장 큰 성과는 무엇입니까? 지난해 학생들을 위한 여러 계획이 있었는데, 이 부분에 있어서 목표했던 것만큼 충분히 달성한 것 같습니다. 그동안 학생들이 가장 필요로 하고 요구했던 것들 중 올해 어느 정도 완성된 것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백남학술정보관 앞 광장이 햇빛이 반사되는 바닥 재질로 인해 눈부심이 생겨 불편하다는 민원이 있었는데, 지난 여름방학 기간에 기존 바닥을 철거해 불편함을 개선하고 앞마당 공간을 광장 형태로 조성해서 보다 안락한 공간으로 바꿨습니다. 3층에는 강대창·한금태 스터디룸 두 곳을 만들어 기존 독서실 형태에서 카페형 열린 공간으로 변화를 줬습니다. 또 캠퍼스에 오픈된 공간이 없어서 학생들이 앉을 곳이 마땅치 않았는데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고요. 그밖에 여학생을 위한 파우더룸, 제1공학관의 ‘노영백 학생 라운지’, 신소재공학관에 위치한 ‘김무연 세미나실’ 등 학생 친화적인 공간을 다수 조성한 것이 지난해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Q. 지난 연초에 계획하셨던 경영 계획과 목표를 되짚어보실 때 2016년 한양대학교가 거둔 성과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또 어느 정도 만족하시는지 궁금합니다. 2016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서울캠퍼스가 전년도 3위에서 2위로 한 단계 올라섰고, ERICA캠퍼스는 8위를 유지했습니다. 2016 QS 세계대학평가에서도 전년도 193위에서 22단계 올라서서 171위를 기록했고요. 이를 통해 한양대학교에 대한 평가가 안정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 지난해 공고가 되거나 계획했던 국고 사업이나 재정 지원 사업이 상당히 많이 달성됐습니다. 목표대로 잘 이루었을 뿐만 아니라 교수들의 대형 연구 사업이 선정될 수 있도록 협력했던 부분에서도 상당한 성과가 있었습니다. 아울러 소위 행정고시로 불리는 5급 공채 행정직의 최종 합격자가 21명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입니다. 또 기술고시로 불리는 5급 공채 기술직에서도 19명의 최종 합격자를 배출, 역대 최고 합격자 수를 갈아치우며 서울대와 함께 공동 1위에 올랐습니다. 지난해는 한양대학교에서 추진하는 우수 인재 양성 프로그램이 정점을 찍은 한 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런 면에서 지난해 목표는 충분하진 않아도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Q. 연구 분야의 성과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저는 지난 2015년에 취임하면서 투필러 리서치(Two-pillar research)를 강조했습니다. 즉 기초 연구(원천 연구)를 강화하거나 또는 응용 연구(실용 연구)에 집중해 이도 저도 아닌 중간 연구는 빼자는 의미입니다. 그 결과, 기초 연구 분야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2015년 5월 1일부터 2016년 4월 30일까지 국내 대학의 네이처 인덱스(68개의 자연과학 저널에 게재된 우수 연구 성과를 정리한 지수)를 살펴보면, 한양대학교는 세계 최고의 학술지로 평가받는 <네이처>와 <사이언스>에 게재된 논문 기준, 연구자의 실질적인 기여도를 평가하는 수치 FC(Fractional Count)에서 포스텍과 카이스트에 이어 세 번째로 높으며, 국내 종합대학 중에서는 1위를 기록했습니다. 또 두 저널에 게재된 우수 논문 중 한양대학교 연구진이 세 건의 연구에 이름을 올리는 등 최고의 성과를 거뒀습니다. Q. 올해에도 한양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계속될 텐데요. 2017년 한양대학교는 어떤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게 될까요? 제가 총장이 되면서 ‘창의’와 ‘나눔’이라는 키워드를 말씀드렸습니다. 나눔은 ‘사랑의 실천’이라는 건학 이념을 어떻게 하면 보다 잘 구현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입니다. 지난해까지 준비 기간이었다면, 올해는 나눔 프로그램이 좀 더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한 해가 될 것입니다. 나눔 활동과 관련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쇼카 유니버시티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한양대학교가 아쇼카 유니버시티에 가입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할 계획입니다. 세계적인 명문 대학이라고 하면 명석한 두뇌와 따뜻한 가슴을 지닌 진정한 인재를 키워야 할 것입니다. 제가 취임 초에 창의와 나눔이란 키워드를 선정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입니다. 그래서 올해는 나눔 관련 프로그램에 보다 방점을 찍는 한 해가 될 것입니다. 여기에는 아쇼카 유니버시티 프로그램 외에 기부도 포함됩니다. 스스로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기부 프로그램을 운영해 기부 문화를 더욱 확산시킬 예정입니다. 지금까지 해오던 고액 기부자 프로그램은 물론 중·고액 및 대중모금 기부 캠페인을 확산시켜서 동문과 재학생이 함께하는 기부 프로그램들을 보다 구체화하고 나눔 프로젝트를 강화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모은 기금은 학생들을 위한 시설 개선, 장학금, 해외 유명 대학과의 나눔 프로그램 진행, 저명 교수 초빙 등에 사용될 것입니다. 올해는 보다 다양한 사랑의 실천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Q. 2017년 한양대학교의 발전과 성장을 위한 계획 및 목표를 말씀해주세요 한양대학교는 2016 QS 세계대학평가에서 171위를 기록했습니다. 200위 내에 들어선 것은 고무적이지만 아직은 만족하지 못합니다. 단기적인 목표는 재임 기간에 150위 내로 들어서는 것이고, 중기적인 목표이자 숙제는 100위권 내에 진입하는 것입니다. 언제가 될지 사뭇 기대가 큽니다. 저 역시 이를 이루기 위해 꾸준히 노력할 것입니다. 국내 평가에서는 대체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학과 간의 연구력을 좀 더 높이고 학생들에게 보다 정성스럽게 교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합니다. 정성스러운 교육이란 잘 가르치는 것과 학생들의 인성을 바르게 키우는 것을 포함합니다. 학과 간의 장벽을 터서 학생들이 원하는 전공을 공부하고 배울 수 있는 다중 전공, 융합 전공 프로그램도 보다 늘어날 전망입니다. 또 현재 외국인 유학생이 6,000명가량 되는데, 교육의 질을 높이고 혹시라도 내국인 학생이 받을 수 있는 불이익과 위험 요소를 줄이기 위해 양적인 증가보다는 질 향상에 보다 초점을 맞출 계획입니다. 아울러 기초 연구 및 응용 연구 강화를 비롯해 학생들의 기업가 정신을 함양하기 위한 창업 교육과 이를 통한 창의성 개발 및 협동심 배양 등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추진해오던 것들을 꾸준히 이어갈 것입니다. ▲ 이영무 총장은 "자신이 추구했던 가치, 대학이 추구해야 할 가치를 기억하고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라고 말한다. Q. 지난해 여러 대학들이 힘든 시기를 보냈습니다. 자성의 목소리도 흘러나오는데요. 한양대학교를 비롯한 많은 대학들이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대학 본래의 모습은 뭘까, 대학은 무엇을 하는 곳일까, 대학 교수는 무엇을 하고, 대학생은 무엇을 배워야 할까와 같은 기본적인 물음을 던져봤으면 합니다. 우리는 그동안 이런 말을 잊고 지낸 게 아닌가 싶습니다. 대학에 들어올 때, 대학 교수가 될 때 각자 생각했던 것들을 떠올려봤으면 합니다. 그래서 저는 ‘Back to the Basic’, 즉 기본에 충실하라, 초심을 잃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자신이 추구했던 가치, 대학이 추구해야 할 가치를 기억하고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Q. 2017년 새해를 맞아 한양인에게 덕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난 한 해는 국가적으로, 경제적으로 매우 힘든 시기였습니다. 돌이켜보면, 지난 반세기 이상의 대한민국의 역사가 그랬고, 78년 한양대학교의 역사가 그러했듯이 사실 어렵지 않은 때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늘 위기를 겪고, 이를 기회로 삼아 지금까지 성장해왔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한양대학교는 물론 동문, 재학생, 구성원 모두가 이를 기회로 삼아 발전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한양대학교 역시 세계적인 명문 대학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힘차게 정진하겠습니다. 사랑한대 2017년 1-2월호 이북 보기

2017-01 09

[교수]공학과 예술, 교육의 융복합 빛나다

평소 시각장애인 교육 환경에 관심이 많았던 현은령 교수(응용미술교육과)에게 반가운 기회가 찾아왔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의 학부생연구프로그램(URP)을 통해 학부생들과 함께 시각장애아 미술 교육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게 된 것이다. 현 교수의 주도로 모인 6명의 재학생이 연구에 힘을 모았다. 약 7개월 동안 진행한 연구는 지난해 12월 2016년 학부생연구프로그램 우수 연구과제로 뽑히는 성과를 올렸다. 공학과 예술, 교육의 융복합 빛나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관하는 학부생연구프로그램 지원 사업은 약 7개월 동안 학부생이 과학기술 분야를 탐구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연구성과로 완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관련 분야 전문가(박사 학위 소지자)에게 책임 자격을 부여해 학부생의 연구 과정을 이끌도록 한다. 현은령 교수가 지도를 맡은 연구팀은 창의·융합 부문에서 연구 자격을 얻어 ‘3D프린터를 활용한 시각장애아 공감각 인지촉진 미술 감상 교구개발’을 주제로 연구를 진행했다. 현 교수는 “특수교육현장에서도 소수자를 위한 교육 교구 개발은 매우 미진한 상태”라며 “이들의 교육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연구 주제를 선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 한국창의과학재단 2016 학부생연구프로그램 우수 연구과제로 선정된 현은령 교수(응용미술학과) 연구팀을 만났다. 왼쪽부터 김희령, 송시영(응용미술교육과 2) 씨, 현은령 교수, 장진호(기계공학과 2), 최기봉(컴퓨터공학과 3) 씨. 3D프린팅과 미술 교육이란 분야를 접목한 주제에 맞게 다양한 학과의 학생들이 모였다. 공학대의 장진호(기계공학과 2), 최기봉(컴퓨터공학부 3) 씨가 기술적인 부분을 맡고, 사범대의 김정현, 김희령, 송시영(이상 응용미술교육과 2) 씨와 윤여진(성신여자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3) 씨가 예술과 교육 파트를 담당하는 구성이었다. 연구팀은 지난해 4월 주제 선정을 마친 후 5월까지 시각장애 아동을 가르치는 학교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6월부터 7월까지는 3D프린터로 제작할 교구를 선정해 교수-학습지도안을 개발했다. 8월부터는 미술 감상 교구를 실제 학교에 적용하며 관찰 연구를 지속했다. 이후에는 관찰 내용과 성과를 보고서로 작성했다. 이런 노력이 결실을 맺어 이번 연구는 170여개 연구과제 중에 선정된 17개 우수 연구과제 중 하나로 이름을 올렸다. 공학과 예술, 교육 분야의 융복합 연구 역량을 인정받은 셈이다 또 김희령 씨는 학부생 5명에게만 주어지는 우수 연구 노트 작성자에 선정돼 2관왕의 기쁨을 누렸다. 김희령 씨는 “나를 위한 공부만 하다가 타인을 위해 공부하다 보니 그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알 수 있었다”며 “교육 분야에 적절한 기술을 도입했을 때 나타나는 효과를 알게 된 만큼 더욱 다양한 방안을 생각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아를 위한 연구 펼치다 “시각장애 아동은 보통 촉감에만 의존해 작품을 감상해요. 그러다보니 공간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부족할 수밖에 없죠.” 현은령 교수는 3D프린터를 활용, 입체적으로 제작된 자료를 통해 학생들의 이해를 돕고 수업 참여도를 높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번 연구는 그 효과를 실제로 검증하는 과정이었다. 우리나라 시각장애 학교의 아동은 전맹과 저시력 학생이 통합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에 주목해 전맹용과 약시용으로 나눈 맞춤형 감상 교구를 구상했다. ▲3D 모델링 도구 라이노5.0을 활용해 모나리자 이미지를 작업하는 과정 (출처: 현은령 교수) 연구팀이 교구 평가를 위해 협조를 구한 곳은 인천혜광학교였다. 담당 교사와 논의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와 피카소의 '게르니카'를 교재로 정했다. 3D프린터로 미술감상 교구를 제작하고, 왕십리와 인천을 오가며 실제 교구를 활용하는 아동들을 지켜봤다. 그 결과 보통 시각장애 아동의 미술 교육을 위해 쓰이는 소리 료에 비해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담당 교사에 따르면 학생들이 새 교구를 사용했을 때 양질의 질문이 늘어났으며, 경험해보지 못한 형태에 대해 구제척으로 질문하며 다음 수업에 대한 기대감을 표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번 연구를 진행하며 연구팀의 마음에도 변화가 있었다. 김희령 씨는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예상보다 생각도 깊고 똑똑한 모습을 보고 놀랐다”며 “앞으로는 이들이 더 나설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학도인 장진호 씨는 “우리나라 특수교육의 열악한 상황을 직접 볼 수 있었다”며 “특수교육 분야에서도 기술적인 도움이 더 확대되면 좋겠다"고 했다. 2017년에도 후속 연구 이어갈 것 현은령 교수는 올해에 있을 학부생연구프로그램에서 후속 연구를 하겠다는 생각이다. "이번 연구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비교적 짧은 기간 때문에 현장 관찰을 많이 못 했다는 거예요. 미술 교구의 세세한 측면이나 시력 차이에 따른 추가적인 요구사항들이 있었어요. 그들을 토대로 보완에 신경을 쓰면서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미술 교구를 만들 생각입니다." 학생들도 후속 연구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번 연구를 통해 자신의 전공 분야에 대한 시야를 넓혔다는 이들이다. 장진호 씨는 “응용미술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용어를 익히는 한편, 논문의 기본 포맷이나 연구노트 작성법 등을 새로 알게 됐다”고 말했다. 최기봉 씨는 “대학원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는 입장에서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현은령 교수는 우수연구 과제에 우리대학에서 1팀이 선정된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며 도전을 독려했다. "이번 사업에서 우리대학의 참여율이 낮았어요.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말이죠. 올해는 교수와 학부생이 협력해서 진행하는 연구가 많이 진행되면 좋을 것 같아요." ▲현은령 교수팀은 올해도 도전을 이어가 '사랑의 실천'을 몸소 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글/ 김상연 기자 ksy1442@hanyang.ac.kr 사진/ 문하나 기자 onlyoneluna@hanyang.ac.kr

2016-12 26 중요기사

[교수]디스플레이·반도체 선구자 권오경 교수, 한국공학한림원 회장되다

공학은 단순히 비용과 시간을 투입한다고 발전하는 분야가 아니다.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에 대한 비전과 목표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한국공학한림원(NAEK, 이하 공학한림원)이 있다. 대선이 있는 5년마다 정책 총서를 발간, 대선 후보에게 공학 정책이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 새로운 성장 산업과 공학 교육의 발전 방향을 연구한다. 공학 분야 핵심 기관 중 하나인 공학한림원 신임 회장에 권오경 교수(융합전자공학부)가 선임됐다. 임기는 2017년 1월 1일부터 2년이다. 한국공학한림원과 권오경 교수의 인연 ▲지난 12월 23일 만난 권오경 교수(융합전자공학부) 권오경 교수와 공학한림원의 인연은 1995년 한림원이 생긴 직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후보 회원으로 가입하라고 입회 원서가 왔었어요. 그때만 해도 '미국에나 있는 한림원이 한국에?'란 생각에 신경을 안 썼죠." 한림원에 가입한 것은 그로부터 1년이 지난 뒤다. “당시 서울대학교 총장이던 이기준 교수가 절 불러서 야단을 쳤어요. ‘내가 가입 원서를 보냈는데 답변도 없느냐'고요. 그렇게 야단을 맞으며 공학한림원에 가입했죠(웃음)." 가입 이후 권 교수는 국제협력위원회와 기획사업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발하게 활동했다. "기획사업위원회에 있으면서 한림원이 어떤 사업을 하는지 알게 됐고, 한림원의 역할이 매우 의미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90년대 말부터 4년 동안 기획사업위원장, 지난 2011년 부회장과 2014년 상임부회장을 거쳐 2017년 회장에 선임됐다. 그렇다면 한림원이 하는 일은 무엇일까. 권 교수는 4가지를 꼽았다. “공학한림원에서는 대선이 있는 5년마다 정책총서를 발간해요. '누가 당선되든 공학 분야는 이렇게 해야한다'고 권하는 책이죠. 또 지금의 성장률로는 실업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제언하는 것도 한림원의 역할입니다." 이른바 '이공계 기피 현상'을 극복할 수 있는 과학 교육 방안과, 통일 이후를 대비한 정책도 한림원의 중요한 업무다. 이를 위해 권 교수는 재정 확보가 우선이라고 말한다. “좋은 조직이 되려면 재정이 튼튼해야 합니다. 한국공학한림원은 미국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입니다. 어떻게 재정을 더 지원받을 수 있을지가 최우선적인 고민입니다." 공학 교육 혁식도 권 교수의 관심사다. "이공계 기피 현상이 매우 크던 때도 있었고, 현재도 어린 학생들이 학교에서 과학에 정을 떼는 일이 많습니다. 대학 재정도 줄어가는 시점이라, 줄어든 재정 속에서 효과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할 계획입니다.” 디스플레이-반도체 분야 선도주자 되기까지 권 교수는 공학한림원의 중역으로서만 아니라, 공학자로서도 많은 업적을 가지고 있다. 디스플레이 분야를 논할 때 권 교수의 연구를 빼놓고는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라고. 하지만 처음부터 디스플레이를 연구하겠다는 생각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군대에서 신호 처리 기술을 연구했는데, 기밀을 알고 있단 이유로 유학을 못 갔었어요. 그래서 통신 분야로 바꿔서 연구하다보니, 통신 장비를 만들기 위해선 반도체 기술이 절실하더군요. 그래서 반도체 연구를 잘 한다는 스탠포드 대학원으로 유학을 갔습니다." 본격적으로 디스플레이를 연구한 것은 지난 92년 우리대학에 조교수로 들어왔을 무렵이다. “이전까지 미국 회사에서 전기자동차, 디스플레이, 우주선 등 다양한 첨단 분야에 들어가는 반도체 칩을 연구했습니다. 92년도에 한국에 왔는데, 한국 회사들이 찾아와서 자문을 요청했어요. 제가 다닌 미국 회사에서 절 찾아가라고 말했다면서요." 그러나 막 귀국해 조교수가 된 그에게는 연구를 진행할 곳도, 기자재와 동료도 없었다. 권 교수는 이를 들어 요청을 거절했지만, 강변역 인근의 연구실과 연구 비용, 인력을 지원하겠다는 요청을 이기지 못해 디스플레이 연구를 시작했다. 지금도 권 교수는 디스플레이를 포함한 여러 분야에서 반도체 칩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술로는 휴대폰 카메라에 들어가는 칩이 있다. “휴대폰은 배터리를 쓰기 때문에 배터리 충전량에 따라 입력되는 전압이 변해요. 대략 4.5~2.8V를 오가는데 안에 장비들은 일정한 수준의 전기를 공급받아야 하죠. 이를 10년전에 개발했고, 그 외에도 여러 감지 센서에 들어가는 칩을 개발했습니다. 엑스레이 장비에도 ‘엑스레이 디텍터’라는 것을 개발해 엑스선을 적게 쐬고도 촬영할 수 있게 했습니다.” 사물인터넷에 전력을 공급하는 센서 개발이나 초음파 탐지 칩을 개량해 특정 부위에만 약을 투여할 수 있게 하는 등 권 교수의 기술이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 신임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권오경 교수는 공학자로서도 디스플레이 및 반도체 분야의 선두자로 인정받고 있다. 기술은 우리 삶에 큰 영향, 언제나 이면 살펴야 공학자에게 돈보다 중요한 것은 '윤리 의식'이라는 권오경 교수. 지속적으로 자신의 분야를 연구하고, 이를 통해 앞서 가는 것이 우선이라는 그다. "신선한 아이디어만 있다면 돈은 따라오게 되어 있죠. 그러나 공학자에게 돈보다 중요한 것은 윤리 의식입니다." 어떤 기술이든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있으므로 이를 항상 염두해야 한다는 의미다. “기술은 우리 삶을 편리하게도 만들지만, 우리를 죽일 수도 있습니다. 언제나 이런 점을 생각하고, 자신의 기술이 나쁘게 쓰이지 않도록 제어하는 장치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성장 동력인 디스플레이-반도체 분야의 권위자인 동시에 교수로서 후학 양성에도 힘쓴 권 교수. 정년 이후가 되면 신경 과학과 같은 원천 기술을 연구하고 싶다고. “공학 분야에 있다보면 원천 기술에 전념할 기회가 잘 없는데, 여유가 생기면 꼭 연구하고 싶습니다." 언제나 더 새로운 공학자이길 바라는 권 교수가 회장을 맡은 이후 공학한림원이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글/ 이상호 기자 ta4tsg@hanyang.ac.kr 사진/ 최민주 기자 lovelymin12@hanyang.ac.kr

2016-12 12

[교수]학생 입장 먼저 생각하는 '선생'이고 싶어 (1)

사법고시, 행정고시, 세무사, 관세사, 노무사 등 각종 국가고시와 자격시험이 1년에도 100개 이상 치러진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시험에 빠지지 않는 과목이 있다면, 아마 모든 행정 작용의 절차와 원리를 규정한 '행정법'일 것이다. 이호용 교수(정책학과)는 지난 2002년부터 각종 시험의 출제위원으로 참여, 200여개의 시험의 문제를 출제했다. 우리대학에서는 행정구제법, 행정법강론 등의 강의와 로스쿨 준비반 전담 교수를 맡고 있다. 추천으로 시작한 출제위원, 15년간 계속해 2001년 우리대학 법학과 박사 과정을 졸업한 이 교수는 이듬해인 2003년 강릉대 교수로 취임했다. '출제위원' 이호용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다른 출제위원들의 추천으로 시험문제를 내게 됐어요. 첫 출제가 뭐였는지는... 지금까지 너무 많이 출제해서 기억이 잘 안나네요(웃음)." 이 교수는 그때부터 각종 국가고시 및 자격시험 문제를 출제했다. “해마다 7-8개 시험을 맡았고, 각종 시험의 문제 풀(Pool)을 만드는 데도 참여했으니 적어도 200번은 넘을 거예요." 이 교수는 강의로 바쁜 와중에도 문제 출제를 15년 간 이어왔다. “큰 시험의 경우에는 통신 장비를 모두 반납하고 합숙을 해요. 그러면 문제 출제하는 시간 외에는 정말 휴식 시간인거죠. 바쁜 와중에 가끔씩 들어가서 쉬고, '출소'한단 느낌으로 돌아왔어요." ▲이호용 교수(정책학과)는 사법시험, 행정고시, 변호사 시험, 공무원 시험 등의 출제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교수가 출제위원으로 참여한 시험의 면면을 살펴보자. 06년, 10년, 13년 행정고시, 08년, 09년, 13년, 14년 사법시험. 이 외에도 국가직 및 지방직 공무원(7급, 9급) 시험, 세무사, 관세사, 노무사 나아가 경비지도사까지.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법 관련 국가고시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 교수는 이 시험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으로 사법시험을 꼽았다. “같은 전공 교수들과 하는 문제 출제보다는 실무가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좋더라고요. 사법시험 같은 경우 현직 판사들과 함께 출제하게 되는데 전공의 스펙트럼이 다르다 보니 서로 배울 점도 많았어요.” 한 번 합숙을 하게 되면 최대 열흘 동안 같이 지내기 때문에 이후에도 만남을 갖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흥미 느껴 시작한 행정법, 이제는 로스쿨 준비반 교수로 이 교수는 강릉대, 단국대의 교수직을 거쳐 지난 2012년 우리대학 정책학과의 전임교수로 취임했다. 전공은 행정법. “형법이나 민법 쪽이 더 흥미롭기는 해요. 그렇지만 국가를 규율하는 측면에 있어서는 행정법이 가장 큰 역할을 담당하죠.” 행정을 처리할 때 법이 정한 절차와 원리를 따르게 함으로써 국가가 올바른 행정 집행을 하도록 하는 것이 행정법이란 의미다. “그러한 견지에서 국가와 국민 관계에 있어서 국민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규율하는 것에 더 큰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행정법에 뜻을 두게 된 이 교수는 이후 법무부에서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며 동시에 공부에 매진해 우리대학 법학과 석박사(각각 96년, 01년) 학위를 취득한다. 이 교수는 현재 로스쿨준비반의 전담교수로 활동 중이다. “학교로 돌아온 게 2012년이었고, 이듬해 의욕적으로 시작했어요. 현재는 해마다 100명-130명 정도가 로스쿨로 진학하고 있죠. 로스쿨준비반에서 이 교수의 역할은 ‘학생 관리’ 이상이다. 고등학교 3학년반의 담임처럼 개개인의 시험 성적, 학점, 어학 성적 등을 보고 합격의 가능성을 판단한다. “개인적으로 로스쿨 진학은 법조인이 되는 7부 능선을 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니 신경이 많이 쓰이죠.” 입시철이 되면 이 교수의 스케줄은 ‘입시상담’으로 빼곡히 채워진다. “바빠도 도움 필요하다는 학생들 도와주는 거, 그게 교수가 맡아야 할 책임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힘들어도 계속하는 거죠.” 학생 입장을 먼저 생각하는 교수 ‘사법시험이 폐지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학생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는 이 교수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로스쿨 진학해서도 학비가 문제이고, 로스쿨 진학에도 학점이 가장 중요한데 가정형편상 학업과 일을 병행해야 하는 친구들은 좋은 학점을 따기가 힘들겠죠? 그러면 학생들의 공부기회를 차단하게 되는 거에요. 로스쿨은 유지하되, 예비시험 제도를 도입하거나 사법시험을 유지시켜서 다른 통로를 확보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법을 공부하고 싶은 학생이라면 누구든지 접근할 수 있도록 법조인으로 향하는 통로를 단일화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 “학생들은 저를 고무시키는 존재들이에요. 학생들이 ‘도움 많이 됐다', 감사하다’ 한 마디만 해주면 저도 모르게 힘이나더라고요.” 이 교수가 생각하는 미래의 목표에도 ‘학생’은 빠지지 않는 존재다. “지금은 큰 형, 삼촌, 미래에는 아버지의 모습으로 학생들 이끌어주고 사이 좋게 지냈으면 좋겠네요. 더 큰 바람이 있다면, Best Teacher상 받는 거? 그 외에는 없습니다(웃음).” 결국 이 교수가 바라는 것은 학생을 위한 ‘좋은 선생’. 그의 목표는 언제나 학생과 함께하는 것이다. ▲학생을 위한 '좋은선생'이 목표라고 하는 이 교수, 큰 형, 삼촌 내지는 아버지의 모습으로 학생에게 다가가고 싶다고 한다. 글/ 박성배 기자 ppang1120@hanyang.ac.kr 사진/ 최민주 기자 lovelymin@hanyang.ac.kr

2016-11 16

[교수][사랑 36.5℃] 10년간의 기부로 이어가는 제자 사랑의 전통

1985년 설립된 컴퓨터공학과에는 특별한 전통이 있다. 학생들이 학업에 더욱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모든 교수진들이 학과 발전기금으로 매월 일정금액을 기부해 오고 있다. 컴퓨터공학과 학과장 조성현(91 전자계산학) 교수를 만나 컴퓨터공학과의 아름다운 전통, ‘기부’에 대해 들어 보았다. ▲조성현 컴퓨터공학과 학과장은 “학과 발전을 위해서는 인적·물적 자원의 투자가 필수적입니다. 이에 학과의 구성원인 교수들이 기여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다각도로 고민하여 학과 발전기금 조성에 대한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고 전했다. 컴퓨터공학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기부에 대해 간략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 학과는 1985년도에 설립된 이래로 비약적인 발전을 해오고 있습니다. 교수로서 학과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은 당연히 교육과 연구겠지요. 그러나 기본적인 것에 더해 노력해야 할 부분이 없는지에 대해 교수진들은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실리콘밸리를 배후에 두고 있는 UC버클리, 스탠퍼드대학교를 보면서 컴퓨터공학과가 발전하는 데에는 기부금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학과 모든 교수들이 학과 발전기금으로 10년간 매월 10만 원씩 약정을 맺어 지속적인 기부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기부라는 전통을 처음 만들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치열하게 경쟁하는 대학사회에서도 학과 발전을 위해서는 인적·물적 자원의 투자가 필수적입니다. 이에 학과의 구성원인 교수들이 기여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다각도로 고민하여 학과 발전기금 조성에 대한 계획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졸업 동문들이 주축이 되는 발전기금 조성이 필요할 텐데, 학과 교수들이 솔선수범하여 먼저 기틀을 세워두면 이것이 초석이 되어 동문 주축의 발전기금 모금 전통으로 발전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학과 교수님들의 기부에 대한 학과 학생들의 자부심도 높을 것 같습니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속담처럼 저희 학과 교수들의 기부활동을 학생들에게 드러내놓고 홍보하는 것 자체가 바람직한 방향인지 고민되어 재학생들에게는 교수들의 기부활동에 대해 별도로 홍보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졸업 동문들에게는 적극 홍보하고 있으며, 졸업한 학과 동문들은 교수들의 기부활동에 대해 알게 되면 많이들 놀랍니다. 그리고 기부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들로 전향되는 것 같습니다. ▲조성현 학과장은 기부에 대해 본인이 가지고 있는 것, 누리고 있는 것 안에서 그걸 조금씩만 나눈다고 생각하면 훨씬 쉬울 것 같다고 전했다. 기부에 대한 교수님의 평소 생각과 소신을 듣고 싶습니다. 과거에 비하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기부문화가 성숙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 대표가 얼마 전 아이들 평등을 위해 페이스북 지분 99%(약 450억 달러)를 기부하겠다고 밝혔지요. 또 빌게이츠 부부가 2000년부터 빈민 구호를 위해서 기부한 금액이 30조 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기부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사회의 시스템처럼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점점 커져가는 양극화 현상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꿈조차 꿀 수 없는 어린 학생들이 없는 사회, 그런 사회를 만드는 데는 일조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한양대의 기부 문화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한양대의 건학이념은 ‘사랑의 실천’입니다. 기부를 통한 장학금, 기부라는 환경 속에서 열심히 공부한 한양대 인재가 사회로 나가 더 큰 기부를 하고, 또 그 기부가 씨앗이 된 인재가 사회로 나가는 선순환이 이루어져 우리 사회를 바꾸어 나갈 수 있는 요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한양대에서 말하는 ‘사랑의 실천’은 멀리 있는 게 아닙니다. 더불어 살아가자는 생각, 한양대 구성원들은 이런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양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바로 이런 노력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기부 자체를 어렵게 생각하기 쉬운데, 기부를 망설이고 있는 잠재적 기부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기부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만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내가 좀 더 여유가 생기면 그때 해야지 라고 생각하면 평생 하기 어려운 것이 기부인 것 같습니다. 아주 약간의 관심과 용기만 있으면 된다고 봅니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것, 누리고 있는 것 안에서 그걸 조금씩만 나눈다고 생각하면 훨씬 쉬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기부가 꼭 금전적인 기부만 있는 건 아니니까, 본인이 가지고 있는 재능이나 능력, 시간을 기부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2016-10 31

[교수][시선 집중] 삶 속에서 발견을 일구는 연구자

한양대 ITBT관의 한 연구실로 들어서면 한쪽 벽에 걸린 그림들이 눈에 띈다. 그중에는 마르크 샤갈의 작품도 있다. 책상 쪽에는 화분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유전자 치료가 전문 분야인 생명공학과 이민형 교수의 연구실이다. 예술과 생명이 꿈틀거리는 이 연구실에서 급성폐손상 치료를 위한 이민형 교수의 연구가 자라나고 있다. (글. 노윤영 / 사진. 하지권) HMGB1과의 만남 이민형 교수가 주로 연구하는 분야는 유전자 치료다. 유전자 치료란 외부에서 치료용 유전자를 주입해 이상이 생긴 유전자를 치료하는 방법이다. 이를 위해서는 특정 질병에 적용할 수 있는 유전자 개발은 물론 유전자를 환부까지 전달하기 위한 전달체 개발 연구도 필요하다. 이민형 교수는 고분자 및 단백질을 전달체로 이용하고자 찾던 중 한 물질에 주목했다. HMGB1(High Mobility Group Box 1)이라는 단백질이었다. 그는 세포의 핵 안에 존재하는 이 단백질을 DNA에 결합시켜 유전자 전달체로 이용해보고자 연구에 돌입했다. 그러다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이자경 교수와의 만남으로 그의 연구는 전환점을 맞이한다. 이 교수는 마침 뇌졸중에서의 HMGB1의 역할을 연구 중이었다. 이민형 교수는 이자경 교수와 연구를 진행하면서 HMGB1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게 되었고, 그렇게 해서 나온 결과물이 바로 ‘급성폐손상 치료를 위한 항염증 나노입자’ 개발이다. 급성폐손상 치료 위한 HMGB1 연구 “HMGB1이 염증 유발 인자라는 게 알려진 건 2000년대 초반이에요. 그 전까지는 크로마틴 (Chromatin, 염색질)을 형성하는 단백질 정도로만 알려져 있었죠.” 급성폐손상은 고농도의 산소를 공급해도 호전되지 않고 호흡 곤란을 일으키며, 심장이 아닌 다른 원인에 의해 급성으로 시작되는 폐부종을 말한다. 바이러스나 병원균 감염뿐 아니라 패혈증과 심한 외상 등으로 발병하고는 하는데, ‘급성 호흡 곤란 증후군’이란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다. HMGB1이 급성폐손상의 원인 인자로 알려지면서 이후 많은 연구가 줄을 이었다.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패혈증 등으로 인해 세포가 급격히 사멸할 경우 HMGB1은 다른 세포의 수용체와 결합한다. HMGB1을 새롭게 수용한 세포는 신체의 문제를 알리고, 자가 치유를 위해 염증을 일으킨다. HMGB1 자체는 몸에 이상 신호를 보내는 알람 역할을 하므로 문제가 없지만, 이로 인해 심각한 염증 반응이 일어난다는 것이 문제였다. 이민형 교수는 2003년께부터 이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관건은 HMGB1을 억제해주는 입자를 개발하는 일이었다. “입자를 폐 안에 넣으려면 크기가 작을수록 좋겠죠. 또한 폐에는 점막이 있는데, 양이온성을 띨 경우 이 점막을 통과하기 어려워요. 때문에 나노입자인 동시에 음이온성인 입자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이민형 교수는 세 부분으로 구성된 HMGB1에서 염증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BOX A 부분만 분리했다. 이 단백질은 양이온성을 띠고 있었기에 여기에 음이온성 물질을 붙였다. 그러고는 ‘헤파린(항응고제)’이라는 음이온성 고분자를 이용해 나노입자를 만들었다. 이 입자는 크기가 100나노미터 정도로 아주 작았으며, 염증 반응을 억제하는 능력이 있었다. 이처럼 분리된 BOX A를 ‘항염증 펩타이드(나노입자)’라 부른다. 이민형 교수가 올해 발표한 논문은 급성폐손상 환자의 폐에 이 항염증 펩타이드를 어떻게 전달하는지 연구한 결과물이었다. “항염증 펩타이드는 쉽게 말해 단백질 신약인데 투여 방법, 인체 내 투여했을 때의 안정성, 독성 여부 등 아직 해결해야 할 점이 많습니다. 인간에게 안전하게 작용하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해요.” 인간에게도 안전하게 작용한다면, 앞으로 우리는 흡입을 통해 이 항염증 펩타이드를 투여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높은 치사율을 기록하는 급성폐손상도 더 이상 두려운 대상이 아닐지 모른다. 획기적인 이번 연구는 이제 시작 단계다. 이민형 교수는 급성폐손상 치료제 개발에 기 여할 수 있도록 보완점을 개선해나갈 예정이다. 더불어 자신의 전문 분야인 유전자 개발과 유 전자 전달체 개발 연구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자가 갖춰야 할 덕목 이민형 교수는 2005년 한양대에 부임했다. 학교에는 그와 같은 연구자를 꿈꾸는 제자들도 많을 터. 연구자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일까? 이민형 교수는 ‘성실성’을 첫째 덕목으로 강조했다. “물론 연구가 재미있어야겠죠. 하지만 그건 아주 기본적인 거예요. 이를 바탕으로 하되 성실해야 합니다.” 연구는 숱한 실패 속에서 ‘성공’을 발견하는 작업이다. 이런 쉽지 않은 과정을 성실한 자세로 임하지 않는다면 결코 연구자로 성장 할 수 없다는 것이 이민형 교수의 생각이다. 그리고 또 하나 강조한 것은 ‘아이디어의 다양성’이다. 성실해야 한다고 해서 24시간 내내 연구실에만 있으라는 뜻이 아니다. “한양대에 부임했을 때부터 줄곧 아이디어가 다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죠. 보통 밤늦게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 연구실을 떠올리고는 하잖아요.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그렇게 하고 있고요. 하지만 저는 되도록 그러지 말라고 해요. 평소보다 아침 일찍 와서 연구와 공부를 하되, 일과를 마치면 남는 시간에 영화도 보고 미술관도 다니고 운동도 하라고 합니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으려면 많은 경험을 쌓아야 하니까요.” 과천에 사는 이민형 교수는 시간이 날 때면 과천미술관에 가서 그림도 보고, 인근 잔디밭에 자리를 잡고 앉아 책을 읽는다고 한다. 소설가나 음악가들이 평소 자신의 삶 속에서 혹은 다양한 문화 활동을 통해 작품의 모티브를 얻듯 과학 연구 역시 마찬가지인 셈이다. 삶이 곧 연구, 연구가 곧 삶 이민형 교수는 연구 자세를 은사들에게서 배웠다. 서울대학교 재학 당시에는 박종상 교수에게 성실함을, 박사후연구원(Post-Dr, 포스닥) 과정을 밟던 미국 유타대 시절에는 김성완 교수(현 한양대・유타대 석좌교수)에게 연구와 학생 교육 등에 대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한다. 그들 덕분에 학자로서, 연구자로서, 교수로서 어떻게 살아 가야 하는지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더불어 그는 ‘발견’하는 연구자가 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보통은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향해 단계적으로 연구를 하지요. 그게 개발이에요. 답을 정 해놓고 차근차근 밟아나가는 방식 말입니다. 물론 그런 연구도 필요해요. 그런 일만 해도 바쁠 거예요. 하지만 제 바람이 있다면 발견하는 연구자가 되는 겁니다. 목표를 향해 가더라도 몰랐던 현상이나 원리를 발견할 수 있겠죠. 그동안은 바빠서 생각들을 접어두는 경우가 많았어요. 앞으로는 새로운 현상과 원리를 통해 참신한 ‘발견’을 하는 연구자가 되고 싶습니다.” 그의 연구실 한쪽에는 샤갈의 작품을 비롯한 여러 그림들이 걸려 있다. 책상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면 푸른빛을 뽐내는 화분도 있다. 그의 연구실에서는 예술과 생명이 꿈틀거리고 있는 셈이다. 지금 이곳에서 급성폐손상 치료를 위한 치열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어쩌면 새로운 발견을 위한 아이디어 역시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을 것이다. 그건 연구실 너머에서도 마찬가지 아닐까. 그는 삶과 연구를 분리시키지 않는 연구자이니 말이다. 연구 시간 또한 연구실에 있는 시간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삶이 곧 연구이고, 연구가 곧 삶이다. 삶 속에서 발견을 일구어내는 이 연구자를 앞으로 주목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