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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 08

[학술][우수R&D] 배지현 교수(의류학과)

스마트 폰, 스마트 워치, 스마트 의류. 사람들은 편리하고 효율적인 삶을 위해 새로운 것을 추구한다. 구글은 스마트 옷감을 만드는 ‘프로젝트 자카드’를 통해, 지난해 9월 27일 스마트 재킷을 출시했다. 단순히 옷감을 건드리기만 해도 음악 재생, 전화 통화 같은 기능을 실행할 수 있다. 옷감의 실이 움직임을 인식하는 센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올해 시작한 배지현 교수(의류학과)의 연구도 이런 웨어러블(wearable, 입을 수 있는) 센서다. 지난 4일, 배 교수를 사무실에서 만났다. 웨어러블 센서를 연구하다 배지현 교수는 유연성과 전도성을 가진, 생체정보를 감지할 수 있는 직물 센서를 연구한다. 그는 이해를 돕기 위해 한 장갑을 꺼내 들었다. 편직물(뜨개질 한 것처럼 만들어진 천)로 만들어진 평범한 장갑. 하지만 검지와 중지의 일정 부분은 다른 재질로 돼 있다. “원사에 은을 코팅한 거예요. 이 부분만 전기가 통하죠. 전도성 실이기 때문에 실 자체가 센서 역할을 합니다.” 장갑센서는 여러 가지로 활용 가능하다. 수화를 하면 센서가 손가락의 움직임을 파악해 기기에 글자를 입력하는 기술이 그 예다. ▲ 지난 4일 배지현 교수(의류학과)를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배 교수가 직접 센서가 달린 장갑을 착용해보이며 웨어러블 센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센서는 인장, 압력, 터치, 온도와 같은 외부압력에 대한 정보를 모바일 디바이스와 연결한다. 웨어러블 센서를 착용한 사람은 기기를 통해 자신의 상태를 쉽게 알 수 있다. 특히 건강관리를 위한 웨어러블 센서가 배 교수의 목표다. “파킨슨병을 앓는 환자들은 병이 진행되면서 서행을 합니다. 신발에 센서가 있다면 보폭과 속도를 측정해서 미리 병을 예측할 수 있죠. 움직임을 감지해서 미리 처방을 받을 수 있다면 외부의 도움 없이도 회복이 가능합니다.” 웨어러블 센서는 일반인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 트레이너 없이 혼자 운동을 할 때, 자신의 동작이 잘못되면 알림이 가는 것이다.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복지에 대한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배 교수는 자신이 연구하는 센서가 사회적 약자를 위해 쓰였으면 한다. “자금도 부족하고 건강도 좋지 않은 독거 노인, 사회적 약자분들의 복지에 힘이 됐으면 좋겠어요.” 웨어러블 센서는 개인적인 건강관리가 수시로 가능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가 걱정하는 것은 가격. “센서가 있는 제품도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해야 해요. 평범한 신발이 1만원이라고 가정하면, 센서가 부착된 신발은 1만 2000원 정도여야 하죠.” ▲ (a) 정도성 섬유를 적용하여 제작된 장갑 센서의 모습이다. (b) 손가락의 움직임에 따른 전기 저항값을 나타낸 그래프. 움직임이 클수록 저항값의 변화량이 크다. (c) 수화 동작 감지 시스템을 시연하는 모습. (출처: 배지현 교수) 융합하고 소통하다 배 교수는 지난 3월에 이 연구를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대학에 임용되기 전에도 웨어러블 형태의 소자(장치, 전자 회로 따위의 구성 요소가 되는 낱낱의 부품)를 개발하는 팀에 들었던 적이 있다. “섬유공학을 전공하고 전자회사에서 일했어요. 자연스레 전기, 기계가 관련된 일과 제 분야를 융합해서 보게 됐죠.” 자신과 다른 분야에 있는 사람의 지식을 융합한다면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웨어러블 센서도 같은 선상에 있다. 생체정보를 감지하는 기술, 정보를 기기로 옮겨 착용자에게 제공하는 데이터는 전기전자 전공자가 맡는다. 하지만 그 외에 센서로 만드는 실 제작이나 옷의 신축성 및 디자인 고려는 섬유를 공부한 사람이 할 수 있는 분야다. 웨어러블 센서라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분야의 정보를 받아들이고 소통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섬유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연구대상 같이 연구하는 학부생은 2명. “아무래도 의류학과 학생들에게 전자와 ICT쪽은 생소하죠. 대학원에서 전기전자와 관련한 의류 수업도 하지만 관심을 보이는 학생이 적어요.” 연구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타대학 교수들과 협력하기도 한다. 현재 연구는 센서의 소재에 집중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전기적 특성을 낼 수 있는 섬유, 전기 방사를 통해서 전도성 고분자를 만드는 연구 그리고 옷을 자주 세탁해도 전도성 고분자를 섬유에 부착할 수 있는 염색공정도 진행 중입니다.” ▲ 배지현 교수(의류학과)의 웨어러블 센서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다. 사회적 약자를 위해 웨어러블 센서를 연구하는 배지현 교수. 연구에 대한 그의 열의는 계속된다. 건축에도 관심이 많다. 섬유를 기반으로 만드는 건축이다. 방탄, 불연(불에 타지 않음) 기능의 직물소재로 지은 건물은 안정성 면에서 우수하다. 또 쉽게 짓고, 쉽게 철거 할 수 있다. 건축재료인 섬유는 바람에 진동하기도 한다. “섬유가 자체적으로 바람에너지를 저장해 전기적인 효율을 낼 수 있습니다.” 섬유라는 자기 기반을 가진 배교수의 열의는 웨어러블 연구와 함께 계속된다. 글/ 옥유경 기자 halo1003@hanyang.ac.kr 사진/ 이진명 기자 rha925@hanyang.ac.kr

2018-04 30

[학술][이달의 연구자] 김학성 교수(기계공학부)

0.3~3테라헤르츠 사이의 주파수를 가진 전자파, 테라헤르츠(Terahertz)파. 1초에 1조(테라) 번 진동할 때 주파수는 1테라헤르츠다. 주파수가 적외선과 마이크로파 사이에 있는 테라헤르츠파는 금속이 아닌 모든 물질을 다 투과하는 성질을 갖고 있다. 기존에 쓰이는 엑스선 기술과 유사하지만 유해성이 훨씬 낮다. 약하지만 인체에 손상을 주는 엑스선과 달리 테라헤르츠파는 안전하게 쓸 수 있다. 이 덕에 의료계 등지에서 테라헤르츠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다. 김학성 교수(기계공학부)는 테라헤르츠의 상용화를 위해 5년 넘게 연구를 이어왔다. 일반인에겐 아직 생소한 테라헤르츠 기술 연구에 대해 김 교수의 이야기를 들었다. 세계를 이끌 10대 기술, 테라헤르츠 “몇년 전, MIT(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는 테라헤르츠 기술이 세계를 선도하리라 말했어요. 물질을 투과하고 인체에 무해하다는 특성을 눈여겨 보다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기계공학을 전공한 김 교수는 테라헤르츠 기술 연구를 위해 물리와 전자를 다시 공부해야 했다. 연구를 거듭하며 김 교수는 테라헤르츠파를 어떻게 기술로 응용할지 방법을 찾았다. ▲지난달 25일, 김학성 교수(기계공학부)를 그의 연구실에서 만나 테라헤르츠 기술에 대한 그간의 연구결과를 들었다. 방사선이 방출되는 엑스레이나 자기공명단층촬영(MRI)과 달리, 테라헤르츠 기술은 무해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이에 세계가 엑스레이의 대체재로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테라헤르츠파는 발생시키기가 어렵다. 과거에는 30억에 달하는 비싼 장비로 발생시켜야만 했다. 최근에는 가격을 점점 낮추는 연구가 진행되지만 대부분 테라헤르츠파를 얻는데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에 아쉬움을 느낀 김 교수는 테라헤르츠의 상용화에 집중했다.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용접선’ 김 교수의 연구 결과, 테라헤르츠파를 통해 '사출성형 제품'의 용접선을 검출할 수 있다. 사출성형(injection molding)은 플라스틱을 가공하는 여러 방법 중 하나다. 모형틀에 녹은 플라스틱을 부은 후 굳히는 기술로 대량생산이 이 방법으로 진행된다. 이 생산과정에서 종종 ‘용접선’이 생긴다. 용접선은 용접 한 곳에 생기는 줄이다. 사출성형 과정에서 녹은 플라스틱이 균일하게 퍼지지 않을 때 용접선이 발생한다. 다음은 김 교수의 설명. “자동차 부품처럼 하중을 많이 받는 제품은 용접선이 생기면 안돼요.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깨지기 쉽죠.” 하중을 많이 받는 제품들은 이를 견디게끔 플라스틱 안에 유리섬유가 섞여 들어간다. 하지만 용접선이 생기면 무용지물이다. 유리섬유가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설 방향을 잃기 때문이다. 용접선의 위치와 무게를 많이 받는 곳이 겹치지 않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어디에 용접선이 생길지는 예측불가다. 김 교수는 이 문제를 테라헤르츠 기술이 해결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출성형 제품에 테라헤르츠파를 쏘면, 섬유의 방향을 알 수 있어요. 섬유 방향에 따라 테라헤르츠파의 속도가 느려지거나 빨라집니다. 이 속도차로 용접선을 검출할 수 있는거죠.” 용접선을 검출하기 위해서는 빠르고 정확한 스캐닝도 필요하다. 김 교수는 테라헤르츠 스캐너 장비의 개발에 힘쓰고 있다. 테라헤르츠 스캐너가 빠른 속도로 스캔을 할 수 있도록 김 교수는 금속코팅 된 거울을 붙였다. 테라헤르츠파를 금속코팅 된 ‘갈바노 거울’에 쏘면 반사되면서 사출성형 제품 전면을 10초안에 스캔한다. 완전한 상용화를 위해 연구한 이 장비는 호평을 받았다. ▲ 테라헤르츠를 통해 사출성형 제품을 스캔하는 스캐너 장비. 'G1'이라고 표시된 장비가 테라헤르츠를 반사시키는 '갈바노 거울'이다. 이 거울은 스캐닝 시간을 단축시키는 역할을 한다. 김학성 교수의 ‘다기능성복합재료연구실’(MCDM LAB) 물리와 전자책을 훑으며 다시 공부해야 했던 김 교수. 그와 테라헤르츠는 만난 지 몇 년 되지 않았다. “저는 기계과라서 다른 학문을 다루기가 제일 힘들었어요. 학문을 융합했을 때 그 경계에서 새로운 발견이 항상 나타나요. 테라헤르츠도 물리, 전자, 기계의 합작이라서 재밌었죠.” 그는 기계공학을 기반으로 두고 여러 분야로 확장시키는 것이 목표라 말했다. 학생들에게도 아낌없는 사랑을 보냈다. “연구는 재미가 있어야 해요. 저는 항상 왜 해야 하는지 설명을 곁들어서 연구를 진행해요. 이번 테라헤르츠 연구도 아무도 안 하겠다고 했지만, 전세계 처음으로 하는 연구라고 설명하니 자부심을 갖고 매진하더라고요.” 항상 학생들이 행복하고 즐겁게 연구했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낸 김 교수. ‘다기능성복합재료연구실’이라는 연구실 명칭은 하고 싶은 연구를 이어가자는 의미다. ▲이번 연구에 함께한 오경환(기계공학부 석사과정) 씨와 김학성 교수가 연구실 안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글/유혜정 기자 haejy95@hanyang.ac.kr 사진/최민주 기자 lovelymin32@hanyang.ac.kr

2018-04 03

[학술][이달의 연구자] 서영웅 교수(화학공학과)

지난 평창올림픽에서 현대자동차가 선보인 수소 전기차 ‘넥쏘(NEXO)’. 이를 통해 한국은 수소자동차 상용화의 신호탄을 알렸다. 전문가들은 2020년부터 수소자동차사업의 본격적인 양산과 수소 연료 충전소 활성화로 수소자동차가 점차 대중화될 것이라 예상한다. 서영웅 교수(화학공학과)는 이러한 수소자동차 상용화를 앞당길 신기술을 개발했다. 수소자동차의 연료전지에 수소를 더 빠르게 집어넣고 빼내는 촉매기술이다. 차세대 수소자동차 상용화에 중요한 기술을 개발하다 수소는 우주 질량의 약 75%를 차지하고 있는 원소다. 물을 전기분해 했을 때도 얻을 수 있으며 화석에너지와 달리 탄소가 쓰이지 않아 탄소화합물 등의 환경오염물질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 탓에 우리나라처럼 자원이 부족한 나라는 일찍부터 기술 개발에 돌입한 편이다. 수소연료로 가동되는 ‘수소연료전지자동차(HFCV: Hydrogen Fuel Cell Vehicle or FCV: Fuel Cell Vehicle)’는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양산 생산을 시작했다. 수소와 산소의 화학 반응과정에서 전기를 얻는 수소자동차는 주행 시 환경오염물 대신 물이 수증기 상태로 나온다. 하지만 수소자동차가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인프라구축과 안전성 등 문제점이 남아있다. 기존에 에너지로 쓸 수소를 수송할 때는 700기압 이상의 초고압의 기체형태로 수송한다. 수심 40미터 근방에서 수압이 4~5기압 정도인걸 감안했을 때, 초고압 압축 기술은 폭발위험이 크다. 근본적으로 부피도 그리 줄어들지 않아 대용량 수송에 적합하지 않다. 하지만 서영웅 교수 연구팀이 수소를 대용량으로 가장 안전하게 수송할 수 있는 기술을 선보였다. 이 신기술로 수소자동차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다는 평을 받았다. 빠르게 수소를 빼내는 촉매기술이 핵심 서 교수와 국내 연구진은 ‘액상 유기물 수소 저장체(이하 LOHC)’를 저렴하게 제조하는 기술을 최초 개발했다. LOHC는 액체상태의 화학물질로, 수소를 안전하게 저장 운반할 수 있게 도운다. 수소와 결합해 액상상태를 유지하다 특정 조건에서 다시 수소와 떨어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연구팀은 분자 자체에 수소를 저장할 수 있는 톨루엔(Toluene)과 피리딘(Pyridine)을 결합한 LOHC를 만들어 ‘MBP’라 명했다. MBP를 이용해 액체로 변형시킨 수소는 기체상태 때보다 더 많이 운송할 수 있다. 또한 액상 물질이기 때문에 폭발위험이 없어 안정성을 대폭 높였다. ▲ 연구팀이 개발한 새로운 화학물질 'MBP(왼쪽)'와 수소를 머금고 있는 MBP(오른쪽). 서영웅 교수(화학공학과)와 우리 대학 연구팀은 필요할 때 수소를 빼내고 집어넣을 수 있는 핵심기술을 개발했다. (출처: 서영웅 교수) 이 기술의 핵심은 수소가 포함된 액상물질을 연료로 사용 가능한 수소 형태로 빠르게 되돌릴 수 있다는 점이다. 촉매 작업을 통해 가능한 일이다. 이렇게 수소를 집어넣고 빼내는 핵심기술을 서 교수와 우리 대학 화학공학과 연구팀이 맡았다. “안전하게 수송한 액체상태의 화학물질을 수소자동차에 필요한 수소로 빠르게 빼내고 넣을 수 있게 된 거죠.” 서 교수는 촉매를 이용한 수소 이동의 효율적인 방법을 개발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기존 기술보다 시간이 줄었을 뿐만 아니라 비용도 저렴하다. 세계적으로도 LOHC 기술은 손에 꼽을 정도의 적은 수의 연구팀이 보유한 기술이다. 타 LOHC기술은 섭씨 270도 이상의 열을 가해야 수소를 분리할 수 있다. 하지만 MBP는 이보다 낮은 섭씨 230도에서도 가능해 같은 조건에서 훨씬 더 효율적이다. 이는 LOHC기술의 새로운 연구 지표를 열었다. ▲ 국제학술지 ‘켐서스켐’ 4월호 표지에 서영웅 교수의 논문이 선정됐다. 평가위원이 선정하는 가장 중요 논문인 'VIP'(Very Important Paper)로도 선정됐다. (출처: 한국화학연구원) 교수이자 열정적인 연구자 서 교수와 연구팀은 기존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물질을 개발했다. 그렇기에 모든 사례연구와 실험결과를 직접 축적해야 했다. 액상 물질이 바닥에 닿았을 때 발생하는 손상부터 인간이 흡입했을 경우의 위험성까지 모든 시험을 거쳤다. “수소를 값싸고 안전하게 운반할 수 있는 기술에 힘써야겠다고 생각했죠.” 끊임없는 노력 끝에 나온 신기술은 LOHC 관련 기술 중 전 세계에서 3번째로 상용화 가능성이 있다는 평을 받았다. 서 교수의 교수 철학이자 연구철학은 더 많은 연구인력을 사회로 배출하는 것이다. 교수로서 학부생들이 탄탄한 기초지식을 가진 인재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학생들이 남들이 가는 길을 무작정 따라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나만의 길을 찾는 것이 대학 생활을 즐기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서 교수는 현재 미래 에너지 및 청정 환경을 위한 촉매 기술 연구를 계속해서 진행 중이다. 앞으로 그의 연구실에서 더 많은 미래 기술이 나오길 기대한다. ▲ "신기술 상용화를 위해 더욱 힘쓸 것" 지난 3월 29일 연구실에서 만난 서영웅 교수의 말이다. 글/ 황유진 기자 lizbeth123@hanyang.ac.kr 사진/ 강초현 기자 guschrkd@hanyang.ac.kr

2018-03 06

[학술][이달의 연구자] 생명과학과 최제민 교수(생명과학과)

흔해진 듯 하지만 여전히 두려운 질병, 바로 ‘암’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국내 사망 원인통계’ 자료에 따르면 전체 사망자의 27.8%는 암으로 사망했다. 1983년 이래로 암은 우리나라 사망원인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암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의학 기술 및 치료법의 발전은 언제나 절실하다. 이런 상황에서 항암 면역 유전자 역할을 규명하는 최제민 교수(생명과학과) 연구팀의 성과가 눈에 띈다. 효소 활성을 잃어버린 단백질을 없애면? 최제민 교수(생명과학과) 연구팀이 세포 면역에 주된 역할을 하는 'T세포' 면역반응을 조절해 암세포를 줄이는 연구에 성공했다. 최 교수는 인간에게 보존된 ‘키티나아제 유사 단백질(Chitinase 3 like 1, 이하 Chi3l1)'의 기능 규명에 초점을 맞췄다. 식물 면역에 사용되는 물질인 키티나아제가 인간의 몸에서는 효소 활성을 잃어버린 상태로 계속 남아있다는 점을 놓치지 않았다. 최 교수는 효소 활성이 이뤄지지 않아 ‘키티나아제 유사 단백질’ 이라고 칭하는 이 물질이 인간의 신체에 남아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밝히는 연구를 진행했다. ▲지난 3월 1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최제민 교수(생명과학과)가 키티나아제 유사 단백질 변이 유전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구는 T세포 내의 키티나아제 유사 단백질을 통해 이뤄졌다. T세포는 체내의 세포를 죽이고 항체를 만드는 역할을 하는 주 면역 세포다. 최 교수는 이러한 T세포에 위치하고 있는 키티나아제 유사 단백질을 제거했다. 그 결과, 암의 전이가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 키티나아제 유사 단백질 유전자가 세포의 면역 기능을 억제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 실제 쥐 실험을 통해 흑색종 폐 암 전이 모델을 확인한 바에 따르면 키티나아제 유사 단백질을 제거한 쥐에게서 면역 활동이 증가하고, 암의 전이가 줄어든 것을 확인했다. 즉, 키티나아제 유사 단백질은 효소 활성을 잃었으나, 암에 대한 T세포의 면역 반응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치료 물질 개발까지 박차를 최 교수 연구팀은 키티나아제 유사 단백질의 T세포 내 역할 규명에 이어 치료 물질 개발에도 착수했다. 최 교수는 키티나아제 유사 단백질 유전자에 결합한 표적 치료물질(펩타이드―siRNA 중합체)을 개발했다. 이는 최 교수 연구실에서 개발해 특허를 갖고 있는 '세포 투과 기술력'을 기반으로 했다. 최 교수는 세포 투과 펩티드를 이용해 키티나아제 유사 단백질을 표적으로 한 'siRNA'를 세포 내부로 전달해 T세포 활성을 증가시키면 암에 대한 면역이 강화될 것이라는 가설을 바탕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이를 바탕으로 추가 연구를 진행한 결과, 유사한 패턴을 확인해 결과적으로 면역 반응이 증가했다. 암을 치료할 수 있는 물질에 한 걸음 다가선 것이다. ▲Chi3l1 유전자가 결핍된 Th1 세포 및 세포독성 림프구에서 인터페론 감마 사이토카인 발현이 증가했다. “효소 활성을 잃어버린 채로 남아있는 키티나아제 유사 단백질에 대한 단순한 궁금증이 있었네요.” 최제민 교수는 담담히 연구를 시작한 계기를 밝혔다. “하지만 연구를 통해 많은 결과를 확인했어요. 아직은 방향성을 제시하는 정도라고 생각합니다만, 후속 연구를 통해 더욱 발전해 나갈 예정입니다. 면역학 외에도 인간의 생명과 관련한 연구는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에요.” 그저 주어진 것에 충실했을 뿐 최 교수가 연세대학교에 재학하던 시절에는 면역학을 연구하고, 생명과학을 가르치는 교수가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성적에 맞춰 진학한 학과 공부에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것. 하지만 고학년이 되어 참여한 실험실에서 연구에 흥미를 느껴 자연스럽게 대학원에 진학했다. 면역학은 박사 학위를 공부하면서 처음 시작했다. 최 교수는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는 어려움이 컸지만 하나씩 해내다 보니 어느덧 이 자리에 있게 됐다”고 했다. 이어서 연구팀 및 한양대의 제자들에게 전하는 조언을 덧붙였다. “제 연구팀의 학생들을 비롯해 많은 한양의 학생들이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 같아요.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주어진 일에 충실하다 보면 길이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최제민 교수와 연구팀원들의 모습 글/ 김예랑 기자 ys2847@hanyang.ac.kr 사진/ 최민주 기자 lovelymin12@hanyang.ac.kr

2018-02 07

[학술][우수 R&D] 상병인 교수(화학공학과)

지구온난화 가속화에 큰 원인이 되는 이산화탄소(CO₂). 온실가스로 분류돼 있는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연구와 대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잠재적인 해결책으로 지목되는 신재생에너지의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한양대 상병인 교수(화학공학과)는 신재생에너지가 갖는 한계점을 고려해 신기술을 고안해냈다. ‘파워 투 가스(Power to Gas)’라 불리는 이 기술은 전력을 가스로 변환시키며 이산화탄소 감소 및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에 기여한다. 이산화탄소를 메탄가스로, ‘생물학적 메탄화 시스템’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 기존에 제안됐던 방법 중 하나는 ‘포집과 저장’이다. 발전소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잡아 땅 속이나 바다 속에 저장한다는 의미다. 흡착제 역할을 하는 기술을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달라붙게 하고, 탱크에 연결해 탈착시키는 것이 포집과 저장의 주 원리인데, 비용이 조 단위로 들만큼 비싸다. 또한, 지질학적인 이유 때문에 진행하기가 힘들다는 것이 상병인 교수(화학공학과)의 설명이다. 최근 정부에서는 오는 2030년까지 우리나라의 전체 전기량의 20퍼센트를 신재생에너지로부터 가져오겠다는 ‘3020 정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의 공급은 불안정하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는 막대한 면적을 필요로 하고, 태양광 같은 경우에는 낮과 맑은 날에만 발전이 돼요. 풍력 또한 마찬가지로 바람이 불 때 에너지 생산이 이루어지죠.” 신재생에너지의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해 상 교수는 잉여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해 물을 수소와 산소로 전기 분해 후, 이산화탄소와 수소를 합쳐 메탄가스를 만드는 방안을 마련했다. ‘생물학적 메탄화 시스템’이라고도 불리는 이 원리는 신재생에너지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감축하기 위해 개발됐다. 즉, 생물학적 메탄화 시스템은 전력에서 가스를 생산하는 ‘Power to Gas’ 기술과 같다. ▲생물학적 메탄화 시스템이 작동되는 원리를 보여주는 표 (출처: 상병인 교수) 그렇다면 왜 메탄가스로 배출시키는 것일까? “수소도 자체적인 에너지원으로 쓰일 수 있어요. 하지만 수소는 저장성이 떨어진다는 약점이 있죠. 그렇기 때문에 고가의 탱크가 필요하지만, 도시가스로도 사용되는 메탄가스는 따로 저장탱크가 필요 없어요. 땅 속 90퍼센트 정도가 도시가스 저장소이기 때문이죠.” 저장된 메탄가스는 도시가스는 물론, 압축천연가스(CNG, Compressed Natural Gas)와 액화천연가스(LNG, Liquefied Natural Gas)로도 활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메탄가스를 생산하는 미생물 생물학적 메탄화 시스템에서는 미생물(Hydrogenotrophic Methanogen)이 중대한 역할을 맡는다. 물에서 자라는 이 미생물들은 30℃~40℃사이에서 자라는 ‘중온균’과 50℃~60℃사이에서 자라는 ‘고온균’으로 종류가 나뉜다. 특별한 먹이 없이 이산화탄소와 수소만 먹는 미생물들은 메탄가스를 생산해내는 특이점이 있다. 또한, 산소를 만나면 죽는 특성을 갖고 있다. ▲”오는 2022년까지는 전체 전기의 10퍼센트를 신재생에너지로부터 가져와야 할 거에요. 하지만 태양광과 풍력은 변수가 많아 지속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상병인 교수(화학공학과)는 에너지 안정화에도 도움이 되게끔 연구를 진행했다. 상 교수는 미생물들의 엄격한 선별과정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우리나라에는 화산 지대가 많지 않기 때문에, 고온성 미생물을 찾아보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중온성 미생물들 중 고온에서 견디는 것만 골라냈어요. 그 다음, 이산화탄소와 수소만으로도 살아남는 것들만 골라냈습니다.” 선별된 미생물들은 현재 메탄가스를 성공적으로 생산해낸다. 물론 지속적으로 개량도 필요하다. 상 교수는 “전기만 먹는 미생물로 개량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며 "지금은 수소가 비싸기 때문에 수소를 적게 먹이는 방법을 계속 찾고 있다.”고 말했다. 무결점의 에너지 시스템으로 거듭나도록 지난 2004년부터 연구를 진행해온 상 교수는 빠른 시일 내에 상용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 있을 당시,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가 큰 화두가 되지 않은 때여서 지지를 받지 못했었어요. 지금은 이산화탄소 문제의 심각성을 모두가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에너지 사업의 필요성이 커졌습니다.” 한국전력공사와 함께 진행하는 이 연구는 올해와 내년에 한국전력공사 실험실 내부와 중랑하수처리장에서 시험 시범을 행할 예정이다. ▲이번 연구에 함께한 대학원생들. 상병인 교수는 "이번 연구는 모두의 노력으로 이뤄낸 것"이라고 말했다. 글/ 유혜정 기자 haejy95@hanyang.ac.kr 사진/ 이진명 기자 rha925@hanyang.ac.kr

2018-01 31

[학술][이달의 연구자] 홍진표 교수(물리학과)

손가락에 ‘스마트 반지’를 끼우면 수면시간과 신체 변화를 알 수 있다. 이렇듯 신체 착용 가능한 제품을 ‘웨어러블 기기(wearable device)’라 한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웨어러블 기기의 2021년 출하량이 올해 대비 2배 가까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장치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에너지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에너지를 발생시켜 효율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한 필요성도 커졌다. 또한 디자인 변형이 자유로운 웨어러블 전자소자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다. 이에 홍진표 교수(물리학과)는 신체의 움직임을 통해 에너지를 발생시킬 수 있는 ‘1차원 섬유 소재 기반 에너지 생산 소자’를 개발했다. ▲홍진표 교수(물리학과)를 지난 25일 연구실에서 만났다. ‘1차원 전도성 섬유 실 기반 에너지 수확 기술’을 개발하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1차원 전도성 섬유 실’을 이용하는 것이다. 기존 웨어러블 소자 연구에서는 2차원 섬유 소자를 이용했지만, 디자인 제약이 많고 에너지 효율이 균일하지 않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홍 교수는 세계 최초로 1차원 전도성 섬유 실을 기반으로 다양한 나노 구조물 성장 및 기능화를 이뤄냈다. 또한 '고분자 폴리머' 소재를 인위적으로 제어해 마찰개념을 도입한 새로운 에너지 발생 소자를 개발했다. 각각의 1차원 전도성 실들은 의복화 패키지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옷으로 제작시, 신체의 움직임으로 인한 표면 마찰 현상을 통해 200V 정도의 전압을 발생시킬 수 있다. 홍 교수는 두 물질 사이의 표면적을 넓히는 동시에 발생 전하량을 확대함으로써 에너지 변환 효율을 높였다. 물론 작고 가는 1차원 섬유 실에 용액 공정을 통하여 나노구조물을 넣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마찰이 생기면 실이 끊어질 수 있고, 가닥의 개수에 따라 에너지량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홍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이 문제점을 극복하는 기술과, 가닥의 개수에 따라 에너지량을 인위적으로 제어하는 기술을 확보했다. 겹겹이 층을 쌓아보고, 전기가 균일하게 발생될 수 있는지 구부림을 측정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거친 결과물이었다. ▲(왼쪽부터) 1차원 섬유소재의 구부림을 측정한 결과와 1차원 섬유소재의 신뢰도를 측정한 결과다. (출처: 홍진표 교수) 웨어러블 소자 연구는 현재 진행형 이번 연구는 기존 ‘2차원 섬유 소자’의 한계점과 문제점을 모두 극복하기 위해 2차원 섬유 대신 ‘1차원 섬유 소재’에 인위적인 기능을 부과하는 신개념을 도입했다. 궁극적으로는 2차원 및 3차원의 의복화 기술을 접목해 고효율의 에너지 생산 소자를 구현하는 것 목표다. 이러한 신개념 에너지 생산 소자는 현재 사용되고 있는 유선 전원 공급이나 충전 방식을 대체해 시공간 제약을 넘어 전선 없이(Wireless), 언제 어디서나 인체의 움직임으로 자가 발전이 가능한 ‘차세대 에너지 생산 소자’라고 할 수 있다. ▲표로 정리한 이번 연구의 개요 (출처: 홍진표 교수) 홍 교수는 “현재는 ‘1차원 전도성 섬유 실’을 통해 발생된 소자와 에너지를 함께 1차원 섬유 실에 저장하는 일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장하는 방법으론 우리가 흔히 아는 보조배터리와 함께 ‘슈퍼 커패시터(Supercapacitor)’가 있다. 슈퍼 커패시터는 커패시터(축전기)의 성능 중 특히 전기 용량의 성능을 강화한 것으로서, 홍 교수는 이를 중점적으로 연구했다. 보조배터리는 용량이 크지만 반응속도가 느린 데 비해 슈퍼 커패시터는 용량은 작지만 반응속도가 빠르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인체의 움직임으로 에너지를 저장하기 위한 연구의 특성상, 사람들의 움직임을 빠르게 저장하는 것에 주안점을 뒀다. 최종목표를 향해가다 홍 교수의 최종목표는 1차원 전도성 섬유 실로 에너지를 생성하고 저장한 뒤, 그 에너지를 가지고 IOT(Internet of Things, 사물인터넷) 센서 등을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사물인터넷은 사물에 센서를 부착해 실시간 데이터를 인터넷으로 주고 받는 기술이나 환경을 일컫는 말로서, 홍 교수는 1차원 섬유 실 기반으로 IOT에 부합하는 다양한 환경 센서 및 바이오 센서 제작을 계획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차후 ‘1차원 섬유 소재 기반 에너지 발생-저장-IOT 센서 일체화’ 기술로 활용할 계획이다. 또한 홍 교수는 현재의 연구 성과가 섬유산업, 의학, 전자산업 분야 등 다양한 분야에 중요한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소방관 안전복에 화재 현장의 온도와 유독가스를 측정하는 센서를 부착하고, 소방관의 움직임으로 전기를 발생시켜 센서 장치의 유지를 돕는 세상이 올 것입니다. 새로운 에너지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할 것으로 예측하고요.” 글/ 정민주 기자 audentia1003@hanyang.ac.kr 사진/ 이진명 기자 rha925@hanyang.ac.kr

2018-01 08

[학술][우수 R&D] 김상욱 교수(소프트웨어학과)

더 빠르게, 더 정확하게. 컴퓨터 분야에서 신기술이 나올 때마다 쓰이는 단골 문구다. 과거 빌게이츠는 “640KB면 누구에게나 충분하다”고 했다. 1981년 IBM PC를 발매하며 했던 말인데, 당시 시중에 나오던 애플II나 코모도어64 같은 8비트 컴퓨터의 64KB에 비하면 큰 용량이긴 하다. 물론 지금은 유머로 쓰이는 말이다. 최근에는 1KB의 십억배가 넘는 1TB 메모리도 시중에서 판매된다. 그리고 이 안에는 엄청나게 많은 데이터가 담긴다. 자연스레 처리속도의 중요성도 커졌다. 김상욱 교수(컴퓨터소프트웨어학부)는 지도학생들과 함께 수많은 양의 데이터 곧 빅데이터를 위한 정보처리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처리 속도 및 분석의 정확도에 관해 주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 국제 학계에서도 주목받았고, 관련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17년 12월 '국가연구개발 성과평가 유공포상' 수여식에서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 김상욱 교수(소프트웨어학과)는 빅데이터의 처리와 관련해 여러 연구를 수행중인 학자다. 김 교수를 지난 5일 그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정보 처리에 필요한 연산을 정보에 맞게 적용시키다 컴퓨터과학 분야에서, 그래프(graph)는 정보를 표현하는 중요한 자료구조이다. 일반적으로 자료를 보여주는 그래프와는 다르다. 주로 이산 수학 분야에서 쓰이는 꼴로, 이는 노드(node)라 불리는 점과 그 점들을 연결하는 선(edge)이 중요한 형태다. A, B, C, D, E라는 다섯 개의 노드가 있다면, 이들 각각의 관계가 선으로 연결되거나 끊어져 있거나 하는 꼴이다. 또한 이를 수학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행렬(matrix)이 활용된다. 이렇게 변환된 정보들은 여러 수학적인 연산을 통해 유의미한 결과를 얻어낼 수 있으며, 이에는 수많은 관련 기술들이 사용된다. 김상욱 교수 연구실은 특히 SNS와 블로그 등의 플랫폼 데이터를 처리하기 용이한 방법을 연구해 개선안을 찾았다. 이들의 특징이라면, 행렬로 변환 시 그 밀도가 매우 낮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는 단위마다 특정 구간에만 유효한 정보가 존재한다. 김 교수는 이 과정에서 생기는 병목(bottleneck) 현상을 지적했다. “페이스북을 예로 들면, 수천만 개가 넘는 계정 중 다른 계정과 갖는 관계의 수는 대부분 몇 천 개를 넘지 않습니다. 이조차도 극소수를 제외하곤 수백 개 수준이 대부분이죠.” 유의미한 해석을 위해서는 각 행과 열이 수천만 개가 되는 행렬들끼리 곱해야 하는데, 저 탓에 병목 현상이 발생한다. 병목 현상이 생기는 이유를 알려면 간단한 연산 과정을 알 필요가 있다. 한때는 컴퓨터에서 CPU(중앙 처리 장치)를 위주로 사용했는데, 현재는 대부분의 데이터센터에서 GPU(그래픽 처리 장치)를 함께 사용해 연산 속도를 높였다. GPU가 CPU와 달리 갖는 강점이 병렬연산이다. 명령 한 번에 GPU 속 수천 개의 코어(Core, 연산 기본 단위)가 연산을 처리해 CPU와 비교도 안되게 빠르다. 그런데 한 번의 명령마다 모든 코어가 일을 마칠 때까지 다른 코어들도 대기한다. 기존에 GPU 개발사 등에서 제작한 소프트웨어는 행렬 속 대부분의 값이 0이 아닌 ‘일반적인’ 경우에 최적화 돼있다. 그래서 행렬의 곱연산 시 병목 현상을 피할 수 없었는데, 김 교수 연구팀에서 대기 시간을 크게 줄인 방법을 찾았다. “컴퓨터 처리 속도가 빨라지는 이상으로 처리할 정보도 많아지는데, 주로 쓰일 환경에서 효율적인 방법을 찾았다는 점이 의미 있죠.” ▲ 김상욱 교수가 연구한 내용을 적용하면 GPU에서 일어나는 연산 처리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출처: 김상욱 교수) 정보 자체를 저장하고 읽는 속도도 연구, 개선하다 정보들로 이뤄진 그래프의 크기는 무척 크다. 읽어 들이는 과정조차 상당히 시간이 걸린다. 이에 쓰이는 소프트웨어를 ‘그래프 엔진’이라 하는데, 김 교수는 최근 보다 효율적인 그래프 엔진도 연구했다. 그리고 이를 ‘현실세계의 그래프를 잘 반영한다’는 의미로 ‘Real Graph’라 이름 붙였다. 동시에 발생하는 ‘핵심 이슈’는 데이터 저장 방법이다. 그 큰 크기의 정보를 저장할 때 기존에는 별다른 가공 없이 저장하곤 했다. 김 교수는 각 정보를 저장할 때 저장하는 위치에 대한 약간의 재배열을 통해 처리속도의 큰 개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같은 내용의 정보 더미를 저장 위치 배열만 바꿔 분석 알고리즘을 처리하니, 매우 큰 성능 개선을 보이더군요. 결국엔 정보의 특성을 잘 파악하여, 최적의 저장 위치를 파악한 후 재배열해서 저장함으로써 시스템 차원에서도 속도를 크게 개선할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김 교수는 어떤 배열이 효율적인지 시행착오를 반복했다. 수 차례의 시도 끝에 그래프에서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 정보끼리 묶는 방법을 찾아내 높은 처리 속도를 이끌어냈다. 현실 세계의 정보가 어떤 형태인지 알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 그래프를 저장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단계를 선행해 이후 분석시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출처: 김상욱 교수) 데이터 저장, 처리, 분석 모두 알았기에 이룬 성과 김상욱 교수의 연구는 이처럼 데이터의 저장, 처리하는 시스템 분야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이를 기반으로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이터 마이닝 분야도 김 교수의 주력 연구다. 그렇기에 시스템 분야 연구에도 이를 적극 활용한다. 이번 성과도 실제 수집되는 데이터를 분석해본 경험 덕에 이뤄낼 수 있었다. “시스템 분야 연구만 했다면 시스템 차원에서 빠르게 하는 방법만 연구했을 거예요. 그런데 실제 데이터가 어떤 형태인지 봐왔으니 적합한 방법을 찾을 수 있었죠.” 얼핏 당연한 얘기지만, 이런 성과들은 한두번의 시도로 이뤄지지 않았다. 직관적으로 옳은 방법을 적용해도 실제로 성능 향상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많이 발생한다. “그렇지만 그런 실패를 반복하면서 더 좋은 방법 발견에 다가가는 거죠. 대학원생의 경우 실패에 얻는 정신적 타격이 클 수 있는데, 이를 잘 극복하면 실패하지 않은 것보다 더 좋은 역량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이러한 것을 잘 느끼게 해 주는 지도교수가 되고 싶어요.” ▲ 김상욱 교수는 "연구자는 본디 시행착오가 되게 많기 마련인데 같이 연구한 학생들이 단기적 실패에 너무 좌절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 이상호 기자 ta4tsg@hanyang.ac.kr 사진/ 강초현 기자 guschrkd@hanyang.ac.kr

2018-01 03

[학술][이달의 연구자] 윤정모 교수(경제금융학부)

소가(訴價)가 2000만 원 이하인 소액 사건과 소가가 2억 원 이내인 사건의 처리 기간은 평균 2년 2개월. 기나긴 판결과정 속에 소송을 제기하는 원고와 당하는 피고 사이의 갈등은 깊어져만 간다. 정작 2년 2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해결되지 못한 사건들이 많다는 것도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과 미국에서는 소송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 전체 소송을 줄이되, 그 중에서 원고가 승소할 가능성이 높은 소송을 살려 소송의 ‘질’을 높이자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윤정모 교수(경제금융학부)는 이 문제를 경제학적 측면에서 접근했다. 소송 비용, 누가 부담해야 하나 윤 교수가 연구에서 초점을 맞춘 것은 바로 ‘소송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다. 소송 비용을 부담하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 바로 패소한 사람이 부담하는 ‘패소자 부담 원칙’(English Rule)과 각자 부담하는 ‘아메리칸 룰(American Rule)’이다. 한국 같은 경우는 패소자가 사건의 원인제공을 했기 때문에 패소자 부담 원칙이 지켜지고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예외 또한 인정이 된다. 윤 교수에 따르면, 경제학 모델은 패소자 부담 원칙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한다. “패소자 부담 원칙을 적용하면, 원고가 승소했을 때 피고로부터 받는 판결 금액과 승소 금액이 높아진다는 것이 교과서적인 결론이에요.” ▲단순한 의문에서 시작된 연구. 윤정모 교수(경제금융학부)는 법경제학 이론을 전문으로 하는 공조자와 함께 궁금증을 공유하며 연구에 시동을 걸었다. 이제껏 연구된 실증분석 결과로는, 패소자 부담 원칙을 택해야 소송의 ‘질’이 높아진다. 여기서 질 높은 소송이란 원고가 이길 때와 보상을 많이 받을 때를 일컫는다. 경제학 이론에서 보면, 패소자 부담 원칙을 따를 경우 중간에 합의를 보는 비율은 낮아진다. 더 많은 소송이 재판 끝까지 가게 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소송의 질적인 가치가 높아지는 것은 좋지만, 윤 교수는 그로 인해 올라가는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비용을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렇게 패소자 부담 원칙의 효율성과 효과에 윤 교수는 의문점을 제기했다. 새로운 방법론으로 연구하다 연구 진행에 필요한 가장 좋은 방법론은 ‘패소자 부담 원칙’과 ‘각자 부담 원칙’을 1:1로 직접 비교하는 것이지만, 하나의 소송 사례가 두 가지 비용 부담 원칙하에서 다루어지지는 않기 때문에, 1:1의 비교는 어려웠다. 대신, 윤 교수는 같은 주에서 일어난 사례들을 비교연구했다. 그는 지난 1980~85년 미국 플로리다 주의 소송 사례들을 계량적으로 분석했다. 지난 1980년까지 플로리다는 각자 부담 원칙을 시행했지만, 그로부터 5년간 패소자 부담 원칙으로 바꿨다. “하지만 플로리다 주는 다시 각자 부담 원칙으로 돌아갔어요. 5년 동안 패소자 부담 원칙으로 해보니, 안 좋았던 거죠. 미국에서는 보험회사가 보험연합회에 데이터를 보고해야 하는 의무가 있기 때문에, 데이터를 구할 수 있었어요.” ▲그래프 (a)와 (b)의 선명한 선은 ‘아메리칸 룰’에 의한 결과를 나타낸다. 회색으로 표시된 부분은 ‘패소자 부담 원칙’하의 결과를 나타낸다. (c)와 (d)는 그 반대다. 그래프 (a)는 소송 보상금, (b)는 소송 비용, (c)는 합의 건수, 그리고 (d)는 합의 비용을 보여준다. 하지만 2년간 진행된 이 연구의 특이점은 한기지 수치로 표현된 결론이 없다는 것이다. 예전 연구들에서는 수치와 통계로 패소자 부담 원칙이 효과가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면, 윤 교수는 그 수치가 여러 가정 하에 바뀐다는 사실을 전제로 했다. 따라서, 여러 시나리오를 통해 최고와 최악의 상황을 계산했다. “결국 알아낸 사실은, ‘우리가 아는 것이 생각보다 적다’라는 것이었어요. 패소자 부담 원칙이 알려진 것처럼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고, 이런 결론을 내는 것에 있어 우리가 조심스러워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결론만 쫓지 말아라 “회의감이 굉장히 컸어요. 결론이 없어서 논문이 끝이 안 나기도 하고, 결론이 있는데 재미가 없어서 끝이 안 나기도 하죠. 스스로한테 의심이 생기기 마련이에요.” 윤 교수는 웃으며 자신이 느꼈던 회의감에 대해 얘기했다. “경제학이라는 학문은 뚜렷한 결과를 내지 못할 때가 꽤 있어요. 공부를 하면서 결론이 없다고 의의를 못 찾게 되면 슬럼프가 오기 쉽죠.” 하지만 윤 교수는 줄곧 해온 경제학 공부와 연구를 포기하지 않았다. 박사 과정을 끝낼 무렵 찾아간 지도교수님과 ‘열심히’ 하기로 한 약속 때문이다. 연구나 공부에 회의감이 들어도, 그 약속이 떠올라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인 윤 교수는 또 하나의 법경제학과 계량경제학의 이론이 적용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의 정답이 없더라도, 그의 도전은 계속된다. ▲”요즘 학생들을 보면 다 열심히 하고, 잘 해요. 한 가지 걱정은 다 비슷한걸 하려 한다는 것뿐이에요.” 윤 교수는 학생들이 많은 것을 시도해 봤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냈다. 글/ 유혜정 기자 haejy95@hanyang.ac.kr 사진/강초현 기자 guschrkd@hanyang.ac.kr

2017-12 05

[학술][이달의 연구자] 김용희 교수(생명공학과)

세계보건기구(WHO, World Health Organization)에서는 30이상의 신체질량지수(BMI)를 기록한 사람을 비만으로 정의한다. 서구화된 식습관과 운동부족으로 인해, 이 수치를 넘어서는 인구가 세계적으로 증가했다. 비만이라는 질병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지방흡입과 같은 치료방법들이 생겨났지만, 우리 몸에서 이로운 역할을 하는 세포도 죽이기 때문에 많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김용희 교수(생명공학과)와 송윤성, 용석범 (이하 생명공학과 박사과정) 씨가 안전한 ‘유전자 치료’로 비만과 그로부터 파생되는 대사질환을 예방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대사질환의 원인, 염증 이번 연구의 핵심은 바로 비만과 ‘염증’의 상관관계에 있다. 지방조직에 과도하게 지방이 축적 되면 단순히 비만이라는 질병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주변으로 지방이 빠져나가면서, 세포들이 염증 반응을 일으킨다. 이 과정에서 우리 몸의 당단백질인 시토카인이 방출되면서 전신으로 흘러가고, 다른 세포들을 자극한다. 결과적으로 혈액 속 포도당을 세포 속으로 넣어주는 인슐린에 대한 몸의 반응이 둔해진다. 포도당 생성이 불안정해지고, 혈당 수치를 높이는 ‘인슐린 저항성’은 곧 제2형 당뇨병으로 이어진다. ‘유전자치료’를 목표로 하는 연구의 가설은 ‘지방조직의 대식세포에 항염증 유전자를 전달하면,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할 수 있다’로 세워졌다. 신경계를 건드려 신경을 감퇴시키고 심장에 불안감을 일으키는 기존의 식욕억제제와 지방흡입 같은 비만치료제와는 달리, 이번 연구는 부작용을 최소화 시키기 위해 신경계를 건드리지 않았다. 김 교수는 “우리 몸의 에너지원이 되는 갈색지방세포를 살리고, 지방 축적의 원인이 되는 백색지방세포를 죽여야 한다”며 “하지만 지방흡입은 갈색지방세포를 죽이기 때문에 한계점이 많다”고 말했다. 약 2년 동안 진행된 세포실험과 동물실험 후, 김 교수는 항염증 유전자에 의해 체내 인슐린 저항성과 지방율이 개선되는 놀라운 결과를 얻었다. ▲비만은 식이요법과 적당한 운동으로 예방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서 만성화가 되면 고혈압과 당뇨로 진행되기 때문에 미리 염증을 치료해야 한다는 것이 김용희 교수(생명공학과)의 의견이다. ‘전달체’의 발견 기존에도 염증과 그에 대한 예방법을 다룬 논문들은 많았지만, 김 교수는 ‘어떻게 특정한 부위의 염증을 억제할 것인가’에 초점을 뒀다. “혈관에 항염증 유전자를 넣으면 전신에 다 퍼지기 때문에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따라서 안전하게 혈중에 오래 남아있어야 하고, 남아있다가 비만 조직으로 이어지는 혈관으로 이행돼야 하죠.” 유전자를 선택적으로 보내는 방법을 찾은 것이 이번 연구 과정의 관건이다. 발견한 ‘전달시스템’은 비만뿐만 아니라, 염증으로 인해 생기는 다른 질병치료에도 응용할 수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전달시스템은 어떤 원리로 작용할까. 유전자치료는 치료유전자, 즉 항염증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세포 안으로 넣어 유전자의 발현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치료가 바로 이뤄는 것은 아니다. 몸 안의 세포와 유전자 둘 다 음극을 띠기 때문에 반발이 일어나 유전자가 세포 안으로 들어가기가 힘들어진다. 유전자를 넣기 위해 곧 필요한 것이 양이온 성질의 전달체다. 펩타이드 계열의 전달체 ATS-9R은 내장지방으로 가는 펩타이드 서열과 세포내로 들어가게 해주는 아홉개의 아르기닌(9R)으로 이루어져있다. ATS(adipose tissue targeting sequence)는 펩타이드 서열로서, 내장지방으로 가게끔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결국에는 유전자는 세포 안에서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순환작용을 한다. ▲차트들은 모두 당단백질 시토카인의 수치를 나타낸다. 펩타이드 전달체에 의해 제2형 당뇨병의 원인이 되는 시토카인의 수치가 대체적으로 줄었다. (출처: 김용희 교수) 응용과 협력, 연구의 중심 요소들 ‘비만’이라는 구체적이지만, 많은 이들이 겪고 있는 질환을 연구주제로 선택한 김 교수는 연구를 할 때는 큰 시장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환자군이 많은 분야, 특히 기존의 치료시스템이 없거나 발전이 필요한 주요 질환을 연구해야 해요. 원래의 치료시스템이 많은 문제점들을 내재하고 있다면, 왜 그러한 부작용이 일어났는지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죠.” 그는 ‘전달시스템’이라는 중대한 발견을 했기 때문에 여러 질환으로도 추가 연구를 진행할 수 있을 거라고 전망했다. 이어서, 김 교수는 연구에 있어 협력과 상용화의 가능성을 강조했다. “저는 생명공학과의 응용개발단계에서 연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연구개발의 주제가 임상에 쓰일 수 있도록 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기초연구여도 안 되고, 너무 상업적이면 안 되죠. 또한, 혼자서 연구를 하는 것은 편협한 연구 방법이에요. 결국엔 기초연구와 응용개발연구를 병행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당뇨병, 그리고 비만에 의해 생기는 염증에 고생하는 환자들에게 희소식이 될 수 있는 이번 연구는 신약 개발 쪽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태다. ▲상용화에 있어 하나의 과정을 거쳐가고 있는 김 교수. 그는 이 기술을 통해 선천적, 후천적 고도비만이 해결되길 바란다. 글/유혜정 기자 haejy95@hanyang.ac.kr 사진/강초현 기자 guschrkd@hanyang.ac.kr

2017-11 28

[학술][우수 R&D] 임종우 교수(컴퓨터소프트웨어학과) (1)

자동차가 스스로 운전하고, 잠금 장치가 사람의 얼굴을 인식한다. 상상 속에서나 그려왔던 미래가 도래하고 있다. 수많은 과학 기술이 융합한 결과물이다. 이런 미래를 가능케 할 다양한 기술력 중 ‘컴퓨터 비전(Computer Vision)’ 분야가 단연 그 핵심으로 손꼽히고 있다. 기계의 눈을 만들고 나아가 그 눈이 세상을 이해한다. 컴퓨터의 시신경을 만드는 이들, 그 중심에 임종우 교수(공과대 컴퓨터소프트웨어)가 있다. 컴퓨터가 세상을 보고 생각도 한다 ‘자율 주행차’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자동차가 스스로 운전하기 위해서는 실로 다양한 기술력이 요구된다. 자율 주행의 핵심은 자동차가 앞을 볼 줄 알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카메라로 세상을 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앞에 있는 물체가 사람인지, 횡단보도가 어디인지, 신호등이 무슨 색인지를 이해하는 눈을 가져야만 한다. 사람처럼 영상을 이해하는 것이다. 영상을 사람처럼 인식할 줄 아는 컴퓨터를 프로그래밍하는 분야가 바로 ‘컴퓨터 비전(Computer Vision)’이다. ▲임종우 교수(공과대 컴퓨터소프트웨어)가 11월 이달의 연구자로 선정됐다. 임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영상의 기하학적 구조화’ 및 ‘영상 속 물체의 검출과 추적’이라는 두 가지 주제를 제시했다. 두 가지 주제를 종합하면 일상에서 취득된 영상의 3차원 정보를 받아 들이고, 영상 속 물체의 움직임을 종합적으로 인식·예측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할 수 있게 된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접점에 있는 기술력으로, 인공지능(AI) 연구 분야에 속한다. 3차원으로 정보를 인식하다 생각하는 컴퓨터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우선 영상을 3차원화하는 기술이 요구된다. 임 교수는 기존의 ‘Visual SLAM’ 기술을 응용해 영상 구조에 대한 확률적 기법을 적용하여 3차원의 뼈대를 추정하는 기술을 제안했다. 기존 Visual SLAM 기술은 카메라가 촬영한 영상에 알고리즘을 적용해 모서리와 같은 특징적인 점을 추려내어 광범위한 3차원 형태의 지도를 형성한다. 그러나 복원된 형태가 불분명하고 알아보기 어려운 한계를 지니고 있다. 또한 움직이는 물체나 변형된 물체의 경우에는 인식이 쉽지 않다. ▲논문에서 카메라와 IMU 센서를 이용한 위치 인식 및 환경 지도 구축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임 교수는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방안으로 확률적 기법을 바탕으로 포인트 클라우드를 적용해 영상 내 공간의 뼈대를 구조적으로 추정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특히 기존 기술이 정적인 환경에만 한정되어 사실상 영상의 3차원화가 쉽지 않았던 반면, 임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외형 변화가 극심한 일반 영상에서도 3차원 구조화를 가능케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복잡한 환경에서 촬영한 영상의 벤치마크 데이터 셋(date set)을 구축하고, 최종적으로 영상 내 공간의 점유도까지 추정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것이 연구의 최종 단계다. 이 기술이 일반화될 경우 컴퓨터는 영상 내 공간을 보다 완벽한 3차원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알고리즘이 개발되면 컴퓨터는 픽셀이 아닌 하나의 공간으로 영상을 인식할 수 있게 된다. 스스로 판단하고 구분하는 CCTV 만약 우리 집 현관에 설치된 CCTV가 사람의 외형과 행동을 통해 외부인의 침입을 인식할 수 있다면? 자율 주행차가 앞에 놓인 물체가 사람인지 자동차인지 완벽하게 구분해 낼 수 있다면? 만약 이러한 기술력이 상용화된다면 세상은 우리의 상상보다 더 놀라운 모습으로 발전할 것이다. 컴퓨터가 영상을 구조화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딥러닝을 사용하여 영상 내 물체의 구체적인 정보를 추적(트래킹)해 내는 기술이 바로 임 교수 연구의 또 하나의 핵심 주제다. 영상 내 물체 추적은 컴퓨터 비전 분야에서 이미 오랫동안 연구된 주제이나 아직 개발해야 할 부분이 산적해있다. ▲ 임 교수가 딥러닝을 통한 컴퓨터의 학습과 패턴화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인간은 단순히 상대를 보는 것만으로도 쉽게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고, 감정과 생각을 인지할 수 있다. 그러나 기계에게는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의 감정과 생각은 수학적 계산을 통해 읽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기계에 엄청나게 많은 정보(data)를 입력하고 그 정보를 스스로 분석하여 상황을 이해하도록 하는 기술, 바로 딥러닝(Deep Learning)이 그 해답이다. “빅데이터, 말 그대로 엄청나게 많은 데이터를 입력시켜 컴퓨터가 스스로 학습하도록 하는 겁니다. 이렇게 딥러닝을 통해 영상 내 다중 물체를 추적(트래킹)할 수 있게 되면 물체 및 영상의 패턴화가 가능해지고, 컴퓨터는 더욱 똑똑하게 영상을 스토리화할 수 있게 됩니다. 사람이 드라마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맥락을 파악하는 것처럼, 컴퓨터가 CCTV에 찍힌 사람을 보고 ‘도둑이다’ 이렇게 판단할 수 있게 패턴화된다는 의미죠.” 99.999%의 정확도까지 4차 산업혁명의 도래와 함께 컴퓨터 비전은 비전 분야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할 전망이다. 하지만 실생활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아직 연구해야 할 주제들이 많이 남아있다. 임 교수는 “컴퓨터 비전은 이제 활발한 연구 개발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말하며 “상용화하기엔 아직 검증해야 할 것들 것 많이 남아있다”고 언급했다. “사실 컴퓨터 비전은 자율 주행차, 보안 장치처럼 인간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기술이에요. 조금의 오차도 있어선 안되겠죠. 99.999% 이상의 정확도를 갖는 기술력을 갖춰야 하기에 연구는 계속될 겁니다.” 임 교수는 생활에서 사용되는 실용적인 기술을 연구하고 싶다. 이번 연구는 약 4년간 진행될 예정이나, 그의 연구가 계속 이어질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 23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임 교수는 "조금의 오차도 없도록 연구를 거듭할 것"이라고 전했다. 글/ 김예랑 기자 ys2847@hanyang.ac.kr 사진/ 최민주 기자 lovelymin12@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