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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 01 중요기사

[학술][이달의 연구자] 조준형 교수(물리학과)

물리학에서 세상은 '거시세계'와 '미시세계'로 나뉜다. 거시세계는 우리가 흔히 눈으로 볼 수 있는 세계를 말하며, 미시세계는 눈에 보이지 않는 매우 작은 세계를 말한다. 문제는 미시세계의 물질들이 거시세계와 다른 성질을 보이기 때문에, 나노구조(Nanostructure)에 대한 연구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나노구조에 대한 연구는 매번 개별적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그간의 연구 결과를 통합할 필요가 있었고, 조준형 교수(물리학과)와 연구진이 지난 30년 동안 쌓인 연구 결과를 통합하는 이론을 제시했다. 축적된 연구 통합하는 이론 제시 “새로운 퍼즐 조각을 발견하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지만, 오랫동안 쌓인 퍼즐조각들로 하나의 그림을 만드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지난 30년 동안 나노구조의 일종인 나노선(Nano wires, 원자가 1차원 선 모양으로 나열된 것)과 나노필름(Nano films, 원자가 2차원 면 모양으로 펼쳐진 것)의 형성에 대한 연구는 무수히 많았다. 하지만 대부분 금속의 종류에 따라, 나노선과 나노필름마다 따로 연구가 진행돼 일반적인 경향을 찾기 어려웠다. “30여년 동안 진행된 수많은 실험 및 이론 연구들이 흩어져 있는데, 이를 통합시킬 이론이 필요해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조준형 교수의 연구팀이 이런 연구를 시작한 이유다. 기존에 반도체 표면 위 다양한 1, 2차원 나노구조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던 것이 유용했다. 나노구조를 이해하려면 우선 미시세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거시세계의 경우, 자연계열 학생이라면 고등학교 때부터 배우는 ‘뉴턴 역학’을 바탕으로 물리 현상을 설명한다. “하지만 미시세계, 특히 이번에 연구한 나노미터 크기(원자, 분자 크기) 수준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뉴턴 역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또 이 현상들은 우리의 직관과는 맞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양자 역학’이라는 새로운 방법을 통해 설명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에너지의 크기나 파장이 변하는건 연속적으로 생각한다. 가령, 소리의 크기나 호수의 물결, 불의 세기와 같은 것이 변하는 것을 이어진 그래프로 나타낸다. “미시세계에서는 다릅니다. 에너지의 크기나 파장이 변할 때 띄엄띄엄 변하며, 이를 양자화 돼있다고 합니다. 이번 연구에서 다룬 나노선과 나노필름 또한 무조건 하나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선호하는 길이 또는 두께로 형성되는 것입니다.” 밀도범함수를 통해 본다 이번 연구에서 쓰인 주된 이론은 ‘밀도범함수 이론’이다. 양자역학에 기초해 물질의 전자구조와 물성을 계산할 수 있는 방법이다. 물질의 전자가 가질 수 있는 분포와 전자기적, 광학적 성질 등을 알 수 있다는 것. “최근 컴퓨터의 발달에 힘입어 다양한 물질계에 적용되고 있는 이론입니다. 1998년에는 노벨 화학상을 받기도 했었죠.” 이 이론을 활용하면, 기존의 복잡했던 슈뢰딩거 방정식을 이용하지 않고도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또 최근에는 양자역학 이외의 분야에서도 쓰이기도. “우리 연구실에선 밀도범함수 이론을 이용해 물질의 에너지, 전자상태 및 에너지준위, 전 밀도와 같은 물리량들을 계산했습니다.” 나노구조를 파악한 방법 또한 흥미롭다. 여기에는 ‘결함’(Defect)이라는 개념이 중요하다. “고체에는 원자들이 주기적으로 배치돼 있어요. 어느 지점에서 이러한 주기성이 깨지는데, 물리학에선 이를 ‘결정결함’(crystallographic defect)이라고 합니다. 한 개의 원자가 있어야 할 위치에 없는 경우를 ‘점결함’(point defect), 여러 원자가 면 모양으로 없는 경우를 ‘면결함’(planar defect)라 부르는 식이죠.” 이번 연구에서 파악한 나노구조들 또한 결함을 이용해 파악했다. “특정 길이를 갖는 나노선은 무한정 긴 1차원 원자선 어딘가에서 점결함이 생긴 것으로, 특정 두께를 갖는 나노필름은 무한정으로 큰 3차원 물질의 어느 두께부터 면결함이 생긴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프리델 진동 통해 파악해 이 결함을 찾는데 사용된 것이 바로 ‘프리델 진동’(Friedel oscillation)이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특정 길이나 두께를 갖는 물체는 무한정 크거나 긴 물체에 결함이 생긴 것으로 바꿔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때 고체 안의 전자들이 결함과 상호작용하며 전자밀도파(파동의 일종)를 형성하고, 이를 프리델 진동이라 합니다.” 잔잔한 호수에 돌멩이를 던지면 물결이 생기듯, 주기적인 배열에 결함이 생기면서 진동이 발생하는 것이다. “나노선의 길이는 프리델 진동의 파장과 일치할 때, 에너지가 안정됩니다. 이때 프리델 진동의 주기(그리고 파장)은 나노구조의 성분 및 직경에 따라 결정됩니다.” 이 주기에 따라, 각각의 나노선과 나노필름의 길이와 두께가 선호되는 것이다. ▲ 나노선의 직경이 커짐에 따른 모양 변화와 매직 렝쓰(Magic length)가 나타나는 주기를 나타낸 그래프. 주기율표에서 1열과 11열에 존재하는 나트륨, 금, 은 등은 직경이 커질수록 주기가 증가하고, 그 외의 금속들은 감소하게 됨을 알 수 있다. (출처: 조준형 교수) 이 주기에 따라, 각각의 나노선과 나노필름의 선호하는 길이와 두께가 결정되며 이를 ‘매직 렝쓰’(Magic length)라 한다. “나노선의 경우 리튬, 나트륨과 같은 알칼리 금속과 금,은이 포함된 주기율표 11번째 열의 금속들은 직경이 커질수록 매직 렝쓰가 나타나는 주기가 길어집니다. 반대로 주기율표 11번째 열을 제외한 3열부터 15열까지의 금속원소들은 직경이 커질수록 매직 렝쓰가 나타나는 주기가 짧아짐을 발견했습니다.” 한가지 주목할 점은 나노선의 직경이 커지다 보면 어느 순간 나노필름과 같아진다는 점이다. “이는 곧 나노선이 충분히 두꺼워지면 이는 나노필름의 두께를 따지듯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a)부터 (e)까지는 각각 나노선의 직경에 따른 모습과 단면을 보여준 것이며, (f)는 나노필름의 단면을 보여준 것이다. (출처: 조준형 교수) “과학은 경험과 소통을 통해 발전한다” 현재 조 교수는 중국에서 연구년을 보내고 있다. 이번 연구는 중국과학기술대학(USTC) 및 정저우대학(Zhengzhou University) 연구팀과 공동연구로 진행했으며, 우리대학에서는 조 교수가 교신저자, 이세호(물리학과 박사과정) 씨가 제2저자로 참가했다. 조 교수는 연구로 바쁜 와중에도 우리대학 학생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한다고. “비록 몸은 타지에 있지만 수시로 학생들과 연락합니다.” 주로 화상보고나 이메일을 통해 연구 진행 상황을 보고받고 있다. “많은 경험과 소통을 통해, 과학이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속적으로 연구 진행 상황을 보고 받는 것도 그 때문이죠.” 한편 조 교수는 이 연구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나노구조물에 대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우리 연구실에서는 나노 분야 뿐만 아니라 표면 분야, 토폴로지 분야를 융합시켜 연구하려 합니다. 즉 나노구조물이 고체 표면에 형성될 때 나타날 수 있는 새로운 상태를 발견하고, 여러 상태들 간에 나타나는 현상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조 교수의 연구분야인 물리학, 특히 나노구조는 일반인에겐 무척 낯선 분야다. 그러나 이는 기초과학으로서 이후 공학의 발전과 기술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우리 삶에 많은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조 교수의 향후 연구에 더더욱 눈길이 가는 이유다. ▲조준형 교수(물리학과)는 앞으로 이번 연구에 이어 물리학의 나노 분야와 다른 분야들을 융합한 연구를 할 계획이다. (출처: 조준형 교수) 이상호 기자 ta4tsg@hanyang.ac.kr

2016-11 02 중요기사

[학술][이달의 연구자] 백운규 교수(에너지공학과) (1)

백운규 교수(에너지공학과) 연구팀이 최근 '소듐이온배터리'의 효율 개선에 대한 연구를 세간에 알렸다. 소듐이온배터리는 현재 널리 사용 중인 리튬이온배터리를 대체할 수단으로 꼽히지만, 여러 한계로 인해 상용화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백 교수는 소듐이온배터리의 부피 팽창을 막고, 저장 용량을 늘릴 수 있는 실마리를 제시했다. 속이 빈 튜브 형태의 나노 막대에 탄소층을 입힌 'Sb@C 동축나노튜브'를 전극으로 사용하는 것. 백 교수를 만나 이번 연구 결과에 관해 들었다. 소듐이온배터리의 필요성과 연구 과제는 스마트폰을 포함해 많은 전자기기에는 리튬이온배터리가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원자재인 리튬의 가격이 비싼 데다, 수입에만 의존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한국처럼 원자재 생산이 어려운 나라에서는 대체 자원의 필요성이 절실한 실정. "리튬의 주 생산지인 불가리아 광산을 확보하더라도, 가격 조정에 한계가 있어요. 리튬 대신 소듐을 사용하면 가격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소듐이온배터리가 상용화되지 못한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다. 가장 먼저, 리튬이온배터리처럼 소듐이온배터리더 반응 중에 부피가 팽창하고 용량이 감소한다. "따라서 이번 연구의 목적은 소듐이온배터리의 한계를 극복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백 교수는 이를 위해 속이 빈 튜브 형태의 섬유질을 개발했다. "부피 팽창을 줄이기 위해서 탄소층을 완충재로 사용한 나노 크기의 새 구조를 만들었죠." 배터리의 부피가 늘어나도 튜브 속의 빈 공간이 이것을 감당할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또 배터리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배터리의 효율성은 충전과 방전 속도에 달려 있고, 이 속도는 전자가 얼마나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탄소층이 코팅된 나노 튜브는 전자가 양방향으로 빠르게 퍼질 수 있게 만든다. 백 교수는 이렇게 개발한 나노 튜브를 'Sb@C 동축나노튜브'라 이름 붙였다. 실험 결과 Sb@C 동축나노튜브는 배터리 용량과 사이클링 수명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이번 연구는 부피 팽창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을 줄이고 충전-방전 반응을 개선해 소듐이온배터리가 리튬이온배터리를 대체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 셈이다. ▲ 백운규 교수(에너지공학과)가 개발한 Sb@C 동축나노튜브는 소듐이온배터리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학생들과 함께 진로 고민하는 교육자 될 것 백운규 교수는 반도체 분야에서 사용되는 나노 입자에 관한 실용적 연구를 다수 진행했다. 백 교수가 진행한 연구의 대부분은 실제 산업에서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저는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실용적인 연구를 하는 것이 제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근본적인 연구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연구 결과를 실제 사회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더 선호하는 편입니다." 그는 학생들에게도 공부에 대한 열정을 주문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한 분야에서 전문 지식을 갖추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학생들도 공부에 열정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백 교수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사회라지만, 학생들은 원대한 꿈을 갖고 우보의 걸음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고 했다. 24년 간 강단에서 학생들을 만난 백 교수는 마지막으로 “학생들과 진로에 대해 함께 고민하며 도움을 주는 교육자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 백운규 교수는 "훌륭한 교수진이 많은데 이달의 연구자로 선정돼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글/ 추화정기자 lily1702@hanyang.ac.kr

2016-10 03 중요기사

[학술][이달의 연구자] 건강한 학습 몰입의 중요성을 말하다 (1)

A, B, C라는 세 명의 선생님이 있다. A 선생님은 좋은 대학을 가려면 무조건 수학을 해야한다고 말한다. B 선생님은 수학 성적이 좋지 않을 경우 각오하라며 으름장을 놓는다. C 선생님은 수학자이자 철학자였던 위인들의 이야기를 꺼낸다. 철학자들의 논리적 사고를 수리적 사고에 연관 지어 수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과연 어느 선생님의 설명이 학생들의 자발적인 학습 의지를 자극할 수 있을까. 장형심 교수(교육학과)의 설명이다. 내재적 동기의 중요성을 말하다 장 교수의 연구는 3가지 주제로 나뉜다. 첫 번째는 학생들의 학습 몰입도에 관한 연구다. 장 교수의 연구에서 '교수자'는 가르치는 사람을 통칭한다. 가정에서는 부모, 학교는 선생, 직장에선 상사다. 장 교수는 교수자가 수학 대상을 어떻게 가르칠 때 몰입도가 높은지를 연구했다. “강제적으로나 보상에 기댄 학습은 건강하지 않은 몰입이에요. 지구력과 창의성이 떨어지고 자신을 성장시켜 주는 자양분들이 활성화되지 않아요.” 장 교수는 스스로가 학습에 가치를 두기 위해 자발적 행동의 근간인 ‘내재적 동기’를 발현시켜야 한다고 했다. 다음 주제는 비흥미 단원의 학습 증진을 위한 연구다. 관심도가 떨어지는 분야를 학습해야 할 때 자율적 동기를 가지고 참여하도록 이끄는 법을 분석했다. 수학을 싫어하는 학생들은 해당 과목을 배우는 걸 시간 낭비라고 생각한다. 이에 장 교수는 “수학을 배워야 하는 본질적인 이유를 내면화시켜 학문의 숨겨진 가치를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처벌이나 보상, 혹은 타인에 의해 영향받아 행동하는 것을 통제적 동기라고 해요. 여기서 벗어나 스스로 가치를 인정하고, 자율적 동기를 가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해요.” 맨 처음으로 돌아가, 수학 선생님 A, B, C의 예를 생각해보자. 대학이란 조건이나 처벌을 내세운 A, B 선생님보단 수학을 논리적 사고와 결합해 학문의 본질적인 의미를 가르치는 C 선생님의 설명이 단연 바람직하다. “경험적, 실증적 데이터들을 모아 굉장히 세심하고, 실현 가능한 중재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을 하나의 큰 주제로 잡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장 교수는 선행 연구들을 토대로 특수한 교수 방법 및 총체적인 프로그램과 매뉴얼을 개발하고 있다. 학습에 대한 자발적인 동기와, 이를 이끄는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전체적인 연구 과정의 연장 선상인 셈. 부모들이 아이를 양육하거나, 교사가 학생들을 가르칠 때 주체적인 학습 몰입을 위한 보편적인 길라잡이를 제공한다. ▲장형심 교수(교육학과)와 지난 9월 29일에 연구실에서 만나 교육심리에 관한 다양한 연구에 대해 들었다. 학습 모형 정교화 한 연구로 진일보 장 교수의 이번 논문은 기존 논문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 성과다. 우선 연구 모형이 정교해졌다. 기존 연구의 프로세스는 몰입의 경로가 하나 뿐이었다. 교수자가 자율성을 지지하면 좋은 몰입이 발생하고 긍정적인 학습 결과가 나온다는 가설 하에 연구가 진행됐다. 반면 이번 연구에서는 학습 비몰입의 경로를 추가했다. 기존의 연구가 건강한 학습 결과와 긍정적 변화의 기본 틀을 보여줬다면, 이번에는 좌절과 비관적인 상황이 발생하는 항목을 추가해 몰입-비몰입의 경로를 이중으로 다뤘다. 또 하나의 차이점은 학습자가 교수자에게 영향을 주는 현상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교수자는 학습자에 비해 권위적이기 때문에 학습자로부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가정이 있었다. 하지만 연구 결과, 학습자도 교수자에게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는 상보적 관계가 드러났다. 선생님이 더 자율적이거나, 더 통제적으로 변하는데 학생이 영향을 끼치는 것. 의미 있는 결과 뒤에는 부단한 노력이 있었다. 이해력이 요구되는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집단을 선정해 세 차례의 추적 연구를 진행했다. 고등학생 1, 2학년을 500명을 대상으로 1,500회의 설문 조사가 이뤄졌다. 장형심 교수는 본인의 연구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정밀한 연구와 조사를 통해 검증을 해내는 것에 의의가 있다”며 “실증적인 입증을 바탕으로 교수자와 학습자 간에 중재프로그램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학자로서 책임 다할 것 장형심 교수는 연구에 대한 원리와 현상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학습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들은 부모의 양육 장면이나 기업 장면, 교실 장면 등 각기 다른 사회적 맥락에서 나타나요. 다양한 변인들에 맞춰 해당 생태계에서 나오는 특성들을 읽어내고, 그에 맞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낼 거예요.” 장 교수는 학습자가 교육을 통해 인식의 가치를 발견하고, 배움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마지막으로 장 교수는 공부를 앞둔 한양인들에게 조언을 남겼다. “어떤 분야든 공부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라면, 그 공부를 하겠다는 열망이 어디서 오는지 들여다봤으면 좋겠어요. 취업, 스펙이 전부가 아닌 진정으로 본인의 성장을 위한 공부를 하세요. 자발적인 동기로 임한다면 밝은 경로가 여러분을 기다릴 거예요.” ▲장형심 교수는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도출해낸 결과를 실질적인 교육 과정에 적용해 교수자-학습자 간의 중재프로그램을 개발하고자 한다. 글/ 김상연 기자 ksy1442@hanyang.ac.kr 사진/ 최민주 기자 lovelymin12@hanyang.ac.kr

2016-09 01 중요기사

[학술][이달의 연구자] 단백질 3차원 구조 예측 프로그램 개발

평면 위에서 임의의 점 2개를 상상해보자. 이 두 점 사이의 거리를 이등분하는 수직이등분선이 존재한다. 하나의 점을 더 생각해보자. 같은 방식으로 세 점 사이에는 세 개의 수직이등분선이 정의되며, 그 세 개의 선들은 하나의 교점을 만든다. 나아가, 점들이 더 늘어날 경우를 생각해보자. 가장 가까운 두 점을 수직이등분선 하는 선들이 모이며 도형을 이루는데, 이를 ‘보로노이 다이어그램’(Voronoi diagram)이라고 한다.(그림보기) 김덕수 교수(기계공학부)는 보로노이 다이어그램을 응용해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예측하는 ‘베타에스시피웹’(이하 BetaSCPWeb)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보로노이 다이어그램 연구의 응용, BetaSCPWeb ▲ 김덕수 교수 우크라이나의 수학자 게오르기 보로노이(Voronoy)의 이름에서 따온 보로노이 다이어그램은 실생활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예컨대, 잠자리의 날개무늬나 기린의 얼룩무늬, 베이징 올림픽 때 수영경기장으로 쓰인 워터 큐브 등이 그렇다. 보로노이 다이어그램은 공학, 건축학, 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된다. 김덕수 교수는 지난 30년간 줄곧 보로노이 다이어그램 관련 연구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응용분야의 문제를 해결했다. 이번에 개발한 BetaSCPWeb 프로그램은 단백질의 3차원 분자구조를 예측하기 위해서 보로노이 다이어그램을 응용한 것이다. 김 교수는 지난 연구들에서 보로노이 다이어그램의 기본원리를 3차원 공간을 대상으로 확장했다. 즉, 평면상의 점이 아닌 ‘구’를 이용한 것. 구에 의해 형성된 3차원의 보로노이 다이어그램으로 단백질구조를 원자들 수준에서 정확히 예측한다. 김 교수가 선보인 BetaSCPWeb은 쉽게 말해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예측하는 일련의 계산과정을 ‘프로그램화’시킨 것이다. 우선 ‘베타(Beta)’는 보로노이 다이어그램을 한번 변형시킨 구조를 뜻하는 수학 용어 ‘베타 콤플렉스 (Beta-complex)’에서 따왔다. SCP(Side Chain Prediction)는 단백질의 분자구조를 예측하기 위해서 반드시 수행해야하는 ‘곁사슬의 최적 예측’을 뜻한다. 단백질 구조는 뼈대(Backbone)와 곁사슬(Side chain) 간의 결합으로 정의된다. 아미노산의 서열이 정해진 특정 단백질의 뼈대를 구성하는 원자들의 3차원 좌표가 주어져 있을 때, 아미노산 별로 곁사슬에 대한 최적의 위치를 계산하는 것이 SCP, 즉 곁사슬 최적 예측이다. “BetaSCPWeb은 단백질 포텐셜 에너지(특정 상태의 물체가 가진 에너지)의 크기가 최소가 되도록 컴퓨터를 통해 정확하고 빠르게 예측하는 프로그램입니다.” 김 교수의 설명이다. “구조가 밝혀진 단백질의 데이터는 코드화 되어 PDB(Protein Data Bank)라는 데이터베이스에 보관돼 있어요. 단백질의 코드를 BetaSCPWeb 프로그램에 입력하면 보다 안정적인 3차원 구조를 컴퓨터로 계산해 최적 예측합니다.” 단백질의 최적구조가 계산되면, 아미노산들을 구성하는 원자들의 좌표값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안정적인 단백질 구조를 설계할 수 있는 것. 이번 연구에는 단백질구조분야의 권위자인 류성언 교수(생명공학과)와 유럽생물정보학연구소(European Bioinformatics Institute 이하 EBI)의 Roman. A. Laskowski 박사가 동참해 정확한 계산에 힘을 보탰다. ▲ 평면의 원과 3차원의 구에서 보로노이 다이어그램을 적용한 모습.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연구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출처 : 김덕수 교수) 바이오, 신약 분야 등 무궁무진한 활용 가능성 있어 BetaSCPWeb의 활용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특히 바이오 분야나 신약 개발 분야에서의 활용 가능성을 높게 점친다.단백질 구조를 파악하면 신체 기능에 최적화된 단백질 설계가 가능하기 때문. 정확한 사전 계산을 통해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서, 과거에는 차량의 기초 설계를 해본 뒤 수작업으로 진흙모델을 다듬어 시뮬레이션을 하는 등 시간과 돈이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요즘은 컴퓨터로 기초 설계를 하고, 시뮬레이션도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하죠.” 이처럼 단백질 설계 과정도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단백질 구조에서 DNA가 변형을 일으킨다고 봅시다. BetaSCPWeb을 통해 구조가 어떻게 변할지 예측할 수 있죠. 기준에 따라 다르지만 현재로썬 90%의 정확도를 보입니다.” 응용분야 융합연구 노린다 김 교수는 자신의 연구를 ‘분자기하학 (Molecular Geometry)’이라는 독립된 학문분야로 정립하려 한다. 보로노이 다이어그램에서 도출한 계산 체계를 원자배열과 관련된 모든 과학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이론을 개발하고자 한다. 이에 따라 수학을 기반으로 한 이론을 개발하고, 이를 다양한 문제해결에 적용하는 응용 연구를 동시에 진행한다. 가깝게는 분자 결정 구조에 관한 정보처리를 빠르게 도와줄 기술을 찾고 있다. “현재는 분자 결정 구조 파악에 X선을 씁니다. 이것을대체할 기술로 각광받은 것이 분자를 물에 넣고 얼린 후 전자현미경으로 정보를 추출하는 방식(CryoEM)이에요. 하지만데이터가 너무나 방대하다는 어려움이 있죠.” 김 교수는 자신의 보로노이 다이어그램이론을 이용하여 전자현미경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문제를 EBI 연구자들과 공동으로 연구하고 있다. 김교수는 궁극적으로 분자기하학이론을 실현하는 소프트웨어로 ‘MGOS(Molecular Geometry Operation System 분자기하학 운영체제)’를 독자적인 기술로 개발해 보급하고자 노력한다. 이번에 개발한 BetaSCPWeb도 그 일환이다.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형 라이브러리를 제작했다. 또한, 미국 공군과 보로노이 다이어그램 기술을 활용한 연 구를 앞두고 있다. 김 교수는 “완성도 높은 연구를 위해 언제나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 김덕수 교수는 분자기하학(Molecular Geometry)을 독립된 학문분야로 정립하기 위해 힘쓸 예정이다.

2016-08 09 중요기사

[학술][이달의 연구자] 급성폐손상 치료 위한 항염증 나노입자 개발

지난해 6월 우리나라를 강타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이하 메르스)은 사망자 38명, 치사율 20.4%란 상처를 남겼다. 사인의 대부분은 ‘급성폐손상으로 인한 쇼크사’. 메르스를 유발하는 바이러스 자체보다 이로 인한 급성폐손상이 사망에 더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는 의미다. 급성폐손상은 바이러스나 병원균 감염 뿐만 아니라 패혈증, 심한 외상 등으로 인해 발병하며, 중환자실에 입원 중인 환자의 약 60%가 앓고 있을 정도로 만연한 질병이다. 이민형 교수(생명공학과)는 급성폐손상의 원인 인자를 억제해 체내 염증 반응을 줄일 수 있는 나노입자를 개발했다 HMGB1의 염증 유발인자 제거한 항염증 펩타이드 ▲ 이민형 교수(생명공학과)는 이번 연구를 통해 급성폐손상의 원인인 HMGB1 단백질을 억제하는 물질을 폐까지 전달 가능케 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HMGB1(High Mobility Group Box 1)은 세포 내에 존재하며 염증 반응을 유발하는 단백질이다. 패혈증 환자에게서 많이 발생하며, 세포가 죽으면 다른 세포의 수용체와 결합한다. HMGB1를 새롭게 수용한 세포는 신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 이를 알리기 위해 다시 HMGB1을 분비함과 동시에 자가 치유를 위한 염증 반응을 일으킨다. HMGB1이 증가하면 이 과정이 반복되며 세포의 염증 반응이 도미노처럼 이어진다. 폐에서 진행될 경우 급성폐손상이 발병한다. "HMGB1 자체는 몸에 이상 신호를 보내는 ‘알람’ 역할을 하기 때문에 없애야 할 대상은 아닙니다. 이로 인한 과도한 염증 반응이 문제예요.” 이 교수는 체내 세포가 HMGB1를 덜 수용한다면 염증반응을 약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세 부분으로 구성된 HMGB1에서 염증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BOX A'부분만 분리, 유전자 재조합을 통해 새로운 단백질을 생산했습니다." 염증 반응 인자를 제거한 새로운 단백질이 HMGB1이 수용될 자리를 대신 차지하도록 해 염증 반응을 억지한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처럼 분리된 BOX A를 '항염증 펩타이드'라고 불러요. 항염증 펩타이드를 급성폐손상 환자의 폐에 어떻게 전달하는지를 연구한 것이 이번 논문입니다.” ▲ 이민형 교수는 우선 염증을 유발하는 HMGB1 단백질 중 'HMGB1 BOX A' 부분만을 사용해 '항염증 펩타이드'를 만들었다. (출처: 이민형 교수) 헤파린-항염증 펩타이드 결합 통해 폐로 전달 "급성폐손상 환자에게 항염증 펩타이드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기도와 폐 점막을 통과해야 해요." 하지만 항염증 펩타이드만으로는 폐 점막을 통과하기 어렵다. 항염증 펩타이드는 전기적으로 양극을, 점막은 음극을 띄어 점막의 인력에 걸리기 때문. 이 교수는 혈액의 항응고제로 널리 쓰이는 헤파린과 결합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헤파린은 음극을, 항염증 펩타이드는 양극을 띄므로 두 물질은 결합합니다. 하지만 헤파린의 음극이 더 강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결합체는 음극을 띄어요. 부피 또한 100 나노미터 정도로 줄어들죠." 헤파린-항염증 펩타이드 결합체는 폐 점막과 같은 전극을 띄는 것은 물론, 150 나노미터 정도인 폐 점막의 구멍보다 작아 통과가 쉽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렇게 폐 점막을 통과한 헤파린-항염증 펩타이드 결합체는 체내로 전달, HMGB1 단백질의 지나친 작용을 방해해 염증 반응을 억제한다. 그러나 아직 완성이라 보기는 이르다. "항염증 펩타이드의 아미노산 배열이 너무 길어요. 배열이 길수록 신체에서 부작용이 발생할 확률이 큽니다.” 이 교수는 “배열이 더 짧으면서 강력하게 작용하는 항염증 펩타이드 개발을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 음극을 지니는 폐점막을 통과하기 위해 헤파린(항응고제)과 항염증 펩타이드를 결합해 음극의 나노입자를 제조했다. 나노입자는 100nm의 크기로 150nm의 크기인 폐점막의 구멍을 전기적 인력에 구애받지 않고 통과할 수 있다. (출처: 이민형 교수) '개발' 넘어 '발견'하는 연구자로 이 교수에게 앞으로의 연구 방향을 물었다. " 헤파린-항염증 펩타이드 결합체가 급성폐손상 치료제 개발에 기여하는 것이 바람입니다. 넘어야 할 산이 많기는 하지만요.” 나아가서는 기존 지식을 응용한 '개발'을 넘어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발견’하는 연구자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최근의 과학계는 실제로 현실에 적용 가능한 연구에 지나친 비중을 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원하는 답을 찾아가는 실험보다, 무질서 속에서 예상치 못한 질서를 찾는 것이 또 다른 바람입니다.” ▲ 앞으로의 연구방향에 대한 질문에 이민형 교수는 "개발을 넘어 발견을 할 수 있는 학자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글/ 박성배 기자 ppang1120@hanyang.ac.kr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사진/ 김윤수 기자 rladbstn625@hanyang.ac.kr

2016-07 05 중요기사

[학술][이달의 연구자] 수소 추출의 문제점, 그래핀으로 잡다

과학자들은 화석 에너지의 고갈을 대비해 차세대 에너지를 찾고 있다. 태양열, 핵융합과 함께 수소 연료도 차세대 에너지 중 하나다. 최근에는 수소연료 자동차가 출시되는 등 수소에너지 개발 움직임이 뚜렷하다. 문제는 자연상태의 화합물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방법이 중요해졌으나, 기존의 수소 연료 생산 방법으로는 안전성과 경제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 다닐 부흐발로프 교수(Danil Boukhvalov, 화학과) 연구팀은 그래핀을 이용해 수소를 추출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수소 추출의 문제점, 그래핀으로 잡다 ▲ 다닐 부흐발로프 교수(Danil Boukhvalov, 화 학과)를 지난 28일 자연과학대에 위치한 연구실 에서 만났다. 다닐 교수가 자신의 연구한 부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수소는 발열량이 매우 높고, 연소 반응 후 물 외에는 부산물이 나오지 않아 ‘친환경 에너지’로 주목 받고 있다. 또 대기와 해양에 녹아 있는 양이 충분하기 때문에 화석 에너지에 비해 천문학적으로 많은 양을 사용할 수 있다. 이런 장점 덕에 수소는 차세대 에너지 중에서도 매우 효과적인 자원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무공해’란 장점에도 불구하고 상용화에는 여러 문제가 따른다. 지금까지 알려진 수소 추출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메탄을 이용하는 방법, 물을 전기 분해하는 방법 등이 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메탄을 이용하는 방법은 추출 과정 중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므로 이상적인 방법이 아니다. 때문에 물을 전기 분해하는 방식이 더 선호되고 있다. 이 방법은 완벽히 환경친화적이지만, 물에서 수소를 분리할 때 쓰이는 촉매의 가격이 문제가 된다. 촉매제는 대부분 금속으로 가격이 매우 비싸기 때문. 원자단계의 수소는 반응성이 뛰어나 폭발과 누수의 위험도 있다. 이처럼 수소 추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닐 교수와 연구진은 ‘결정축에 따른 그래핀(Epitaxial Graphene)’을 이용했다. 그래핀의 촉매 반응, 컴퓨터로 예측하다 ▲ 다닐 부흐발로프 교수(Danil Boukhvalov, 화학과)를 지 난 28일 자연과학대에 위치한 연구실에서 만났다. 다닐 교수 가 자신의 연구한 부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래핀은 벌집 모양의 육각형으로 배열된 흑연의 탄소 평면을 말한다. 물리적, 화학적 안정성이 매우 높은 물질이라 여러 분야에서 각광받는 신 소재다. 다닐 교수는 수소 추출의 촉매로 그래핀을 사용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그래핀은 그 자체로도 매우 흥미로운 물질입니다. 저희 팀은 그래핀의 ‘촉매 작용’에 대해서 연구한 것이죠.” 그래핀을 촉매재로 사용하면 물에서 분해된 수소가 그래핀으로 흡수된다. 이를 통해 그래핀의 결정축과 같은 모양의 수소층이 생긴, 수소화된 그래핀(Hydrogenated Graphene )’이 탄생한다. “예전에는 수소가 산소와 만나 폭발하기 일쑤였어요. 하지만 수소화된 그래핀에다 산소를 더하면 순수 수소를 사용하지 않아서 폭발 위험을 피할 수 있어요. 게다가 누수가 일어나지 않고 값이 싸서 경제적이죠.” 연구에서 활용된 다닐 교수의 전문 분야는 ‘컴퓨터 화학’이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원자와 분자의 예상 이동 경로를 예측하고 모델화하는 일이 컴퓨터 화학이다. 다닐 교수는 수소화된 그래핀의 적정 두께와 이에 따른 수소 분자의 이동, 발생하는 에너지의 양 등을 계산했다. “화학 반응을 통해 형성된 원자는 여기저기로 움직이고 변화해요. 때문에 컴퓨터를 통해 원자의 변화나 그 과정 등을 예측하죠.” 다닐 교수는 팀원들이 제공한 수소 결합 그래핀 모델들을 분석했다. “컴퓨터 프로그램 상에서 원자와 분자들을 움직여 보고, 에너지 양이나 분자 사이의 거리 등을 계산합니다. 이를 기반으로 어떤 모델이 가장 좋은지 결정했죠.” 이처럼 컴퓨터 화학을 통해 그래핀 모델 중 필요 없는 것을 버리고 최적화된 모델만을 골라내는 것이 다닐 교수의 몫이었다. 가장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수소 분자를 흡수할 수 있는 그래핀의 ‘결정축’을 찾는 작업이다. “그래핀 표면의 두께가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 가장 적절한 수치를 찾아야 합니다. 너무 얇으면 안정성이 떨어지고 너무 두꺼우면 그만큼 합성하는 시간이 많이 걸리죠. 기본적인 계산은 컴퓨터가 하지만 편의성이나 안정성 등 직관이 필요한 부분은 사람이 해야 해요.” 다닐 교수의 컴퓨터 화학 연구를 통해 그래핀의 결정축을 찾는 일이 한층 수월해졌다는 평가다. 수소 연료의 가능성에 힘 보태다 다닐 교수는 “앞으로 수소 연료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친환경 에너지로서의 수소 연료가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거예요. 물론 제가 한 부분은 컴퓨터 화학으로 그래핀 모형을 정확히 계산한 것에 불과하지만, 수소 추출의 촉매재로서 그래핀의 가능성을 시험한 연구였어요. 수소 연료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거라 믿습니다.” 컴퓨터를 이용해 화학을 연구하는 다닐 교수. 앞으로는 더 많은 연구팀과 협업하는 것이 목표다. “제 목표는 무언가의 과정뿐 아니라 그 뒤에 숨은 원리를 찾아내는 겁니다. 2차원 물질도 더 연구하고 싶고, 반도체 연구와 유기농 화학, 독성학 등과의 협업도 고려하고 있어요. 앞으로 더 열심히 연구해 더 많은 것들을 이해하고 싶습니다.” ▲ 이번 연구에 컴퓨터 화학자로 참여한 다닐 부흐발로프 교수는 "더 많은 분야와 함께 협업해 연구하고 싶다"며 "단순한 사실의 발견이 아닌 그 이면을 넘어선 진리의 발견이 자신의 목표다"고 말했다. 글/ 이종명 기자 tmjo2000@hanyang.ac.kr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사진/ 최민준 기자 lovelymin12@hanyang.ac.kr

2016-06 08 중요기사

[학술][이달의 연구자] 유기 태양전지로 태양광 발전의 미래를 보다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로 각광받고 있는 태양광에너지. 우리나라에서 태양광발전은 주로 작은 규모로 사용됐으나 현재는 대규모의 발전소 형태로도 자리를 잡고 있다. 태양광발전에는 빛 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장치인 ‘태양전지’의 역할이 중요하다. 최효성 교수(화학과)는 기존에 사용되던 실리콘 태양전지의 단점을 보완한 ‘유기 태양전지’의 효율을 높일 방안을 연구했다. 실리콘 태양전지 단점 보완한 유기 태양전지 현재 상용화된 태양전지는 대부분 실리콘 등 무기물 반도체를 이용해 만든 것이다. 하지만 실리콘 태양전지는 두께가 수십 마이크로미터에 달해 두꺼운 편에 속한다. 때문에 잘 휘어지지 않고 쉽게 부러진다. 가격이 비싸단 단점도 있다. 이에 실리콘 태양전지의 단점을 보완한 유기 태양전지가 개발됐다. 유기 태양전지의 두께는 수백 나노미터로 실리콘 태양전지에 비해 매우 얇다. 자유자재로 휘어질 수 있으며, 가격 역시 실리콘 태양전지에 비해 매우 저렴하다. 하지만 유기 태양전지에도 맹점이 존재한다. 가격이 저렴하지만 충분한 전력 효율을 낼 수 없다는 것. 효율을 높이기 위해선 많은 양의 태양광을 흡수해 전기로 변환 가능한 소자가 개발돼야 한다. “실리콘 태양전지는 전력효율이 25%를 넘어야 설치 비용보다 높은 이익을 얻습니다. 하지만 유기 태양전지는 그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15%의 효율만 달성해도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아직까지 유기 태양전지의 세계 최고 효율은 11%. 최효성 교수는 유기 태양전지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2개 고분자 사용이 연구의 핵심 유기 태양전지는 한 개의 고분자와 풀러렌(Fullerene)이란 유도체를 섞어 ‘광활성층(Active Layer)’를 만든다. 태양전지의 두 전극 사이에서 빛을 흡수하는 부분이다. 최 교수는 보통의 태양전지와 달리 2개의 고분자를 사용했다. “한 개의 고분자가 가진 단점을 다른 고분자가 보완할 수 있단 점에 착안해 2개의 고분자 결합을 시도했습니다.” 보통의 경우 두 고분자 결합은 각각의 장점을 없앤다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서로의 기능을 보완하는 두 고분자를 찾아냈을 뿐 아니라 이들이 최적의 효과를 내는 결합 비율을 발견했다. 그 결과 10.2%의 효율을 달성한 유기 태양전지를 만들었다. 최 교수가 사용한 것은 ‘PTB7-Th’과 ‘PDBT-T1’란 고분자다. 두 고분자는 어떻게 서로의 역할을 보완할까. 빛 파장은 자외선, 가시광선, 적외선으로 나뉜다. 자외선은 5%, 가시광선은 50%, 적외선은 55%의 태양광을 함유하고 있다. 때문에 빛 흡수율을 높여 태양전지의 효율을 올리기 위해서는 적외선 흡수량을 늘려야 한다. PTB7-Th의 경우 주로 근적외선 부분의 태양광을 흡수한다. PDBT-T1은 상대적으로 자외선과 가시광선 부분의 태양광을 더 많이 흡수해 PTB7-Th의 특성을 보완한다. 두 고분자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이유다. 최 교수는 “보통 9~10% 정도의 효율에 달하면 고효율 소자라 불린다”며 “10.2% 정도의 효율이면 굉장히 높은 효율을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 왼쪽부터 유기 태양전지 광활성층에 사용된 'PDBT-T1'과 'PTB7-Th'고분자 결합 구조, 고분자의 영역별 빛 흡수량 (출처 : 최효성 교수 논문) 미래 책임질 친환경 에너지 최 교수는 앞으로 차세대 에너지 소자 개발, 이산화탄소 절감 기술 개발, 2차 전지 개발 등의 연구계획이 있다. “차세대 에너지원을 개발하면 환경을 보호할 수 있단 것이 연구를 하는 가장 큰 이유죠. 또 머지않아 화석연료가 고갈되기 때문에 대체연료 개발은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해요.” 태양광발전만으로 모든 에너지를 대체할 수는 없기 때문. 최 교수는 앞으로도 태양광발전을 보완할 또 다른 친환경 에너지원 개발의 꿈을 갖고 있다. ▲ 최효성 교수(화학과)는 앞으로도 태양광 발전을 보완할 또 다른 친환경 에너지원 개발의 꿈을 갖고 있다. 글/ 최연재 기자 cyj0914@hanyang.ac.kr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사진/ 최민주 기자 lovelymin12@hanyang.ac.kr

2016-05 11 중요기사

[학술][이달의 연구자] 암 세포 표적 치료의 열쇠, 나노 입자와 플라즈마

암은 현대 의학의 가장 큰 적이다. 발생 원인이 다양하고 우리 몸의 어디서나 발병할 수 있으며 제 때에 치료하지 않으면 다른 기관으로 전이되기 때문. 그 탓에 암은 의학 기술이 발달한 오늘날에도 공포의 대상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현재는 암 세포에만 효과가 적용되는 치료 기술이 없어 항암 치료가 환자에게 여러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항암치료를 시작하면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따라서 현대 암 치료 기술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암이 전이되지 않은 정상 세포를 해치지 않고 암 세포에만 작용하는 치료법을 개발하는 것. 이수재 교수(생명공학과)는 플라스마와 나노 입자의 반응을 통해 암 세포를 사멸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 암 전이의 원인, 암 줄기세포를 제거하다 ▲ 이수재 교수(생명과학과)는 플라스마와 금 나노 입자의 반응을 이용한 암 줄기세포 표적 치료법을 연구했다. 우리 몸의 세포는 일정한 주기에 따라 생성되고 소멸된다. 하지만 암 세포는 다른 정상 세포 속에서 무한히 증식을 계속하며 영역을 확장해 나간다. 암 세포 중에서도 증식과 전이의 원인이 되는 ‘암 줄기세포’가 있다. 암 줄기세포는 혈관을 통해 온 몸으로 퍼져나가 다른 기관으로 암을 전이시킨다. 암을 초기에 치료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지금까지 암 치료에는 항암제와 같은 화학물질이 사용됐지만 여러 가지 한계점이 있었다. “약품이 우리 몸에 투여되면 온 몸을 순환하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부분에 도달하는 양은 적어집니다. 정상 세포에 영향을 미쳐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하죠. 또 암 줄기세포는 일반적인 항암제에 저항성을 갖고 있어 한 번 전이가 시작되면 치료가 더욱 힘들어집니다.” 이 교수 연구의 핵심 원리는 플라스마와 금 나노 입자의 반응을 통해 정상 세포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암 세포의 사멸을 유도하는 것.이 교수는 동물 실험을 통해 그 원리를 밝히고 유효성을 검증했다. 이 교수는 폴리 에틸렌 글라이콜(이하 ‘PEG’)를 코팅한 금 나노 입자를 종양이 있는 쥐에게 투여했다. 암 세포는 정상 세포에 비해 혈관 내의 물질을 더 많이 흡수하는 성질을 갖고 있어 금 나노 입자도 더 많이 흡수한다. 금 나노 입자를 지닌 암 세포에 플라스마를 쬐면 나노 입자가 반응해 활성 산소가 발생된다. 이 활성 산소가 세포를 내부에서 공격, 암 세포와 암 줄기세포의 사멸을 유도하고 암이 악화되는 것을 막는다. “PEG는 물에 잘 녹는 성질이 있어 나노 입자가 혈관을 통해 암 세포에 쉽게 전달되게 합니다. 이에 더해 플라스마와 나노 입자가 반응을 일으키면 암 줄기세포가 죽기 때문에 더 이상의 전이가 일어나지 않게 되죠.” 플라스마는 물질이 전자, 중성자, 이온처럼 원자를 구성하는 기본적인 입자들로 나뉘어진 상태다. 그 동안 플라스마는 표면 코팅이나 금속 절단처럼 산업용으로 활용됐지만 이 교수는 이를 암 세포에 적용하는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이다. 특정 부위에 빛이나 방사선을 쬐는 것처럼, 플라스마 역시 특정 부분에만 국소적으로 투사 할 수 있다. 세포에 영향을 주지 않고 암 세포만 표적 치료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현재 플라스마는 의료용 목적으로 사용되지 못하고 있지만, 임상 시험을 거쳐 10년 후에는 본격적으로 활용이 가능해질 것이라는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 냉각된 저온 플라스마를 암 세포에 투사하면 정상 세포에 영향을 끼치지 않고 금 나노 입자의 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 (출처 : 이수재 교수) 암 세포에서 암 조직까지 이번 연구는 지금까지 25년간 암 세포의 본질을 밝혀내고 암 세포만을 표적 치료하는 방법을 연구해 온 이 교수의 기념비적인 성과다. 이제 이 교수는 여기서 더 나아가 암 세포와 그 주변의 세포가 모여 이뤄진 암 조직 주변 환경을 종합적으로 연구하고자 한다. “지금까지는 암의 핵심 인자인 암 줄기세포를 표적 치료하는 방법을 주로 연구했습니다. 하지만 암 조직은 몇 개의 세포로만 이뤄져 있지 않아요. 흔히 종양이라고 부르는 암 조직에는 암 세포뿐만 아니라 혈관 조직, 면역 세포, 주변의 정상 세포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이 미시 환경(Micro Environment)을 연구해서 기초 과학 연구의 성과가 실제 의료 현장에 적용되도록 할 계획입니다.” 이 교수는 암 치료 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암을 이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정기적으로 병원에서 검진을 받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암 줄기세포가 우리 몸 곳곳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하면 이미 암 3기 이상으로 심각해진 상태입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암 줄기세포가 전이되는 능력을 상실하도록 했지만, 암이 생기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더 좋겠죠. 대장암의 전 단계인 대장 용종은 형성되는데 3년 정도 걸립니다. 암으로 진행되기까지는 10년이 걸리고요. 적어도 5년에 한 번은 검진을 받아서 용종을 제거하면 대장암으로 커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만 40세 이상의 모든 국민이 2년에 한 번 암 검진을 무료로 받을 수 있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 암 치료 연구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자신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다. ▲ 이수재 교수는 이번 연구에 네하 코식(Neha Kaushik) 분자생화학연구실 박사후과정 연구원(사진 왼쪽)의 공이 컸다고 말했다. 네하 연구원은 플라스마 기술 전문가다. 글/ 정진훈 기자 cici0961@hanyang.ac.kr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사진/ 최민주 기자 lovelymin12@hanyang.ac.kr

2016-04 06 중요기사

[학술][이달의 연구자] 전신성홍반루푸스, 새로운 원인 유전자 규명!

류마티즘은 관절이나 그 주변 결합 조직에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을 통칭한다. 그 이름은 ‘흘러나온다’는 뜻의 그리스어 ’류마(Rheuma)’에서 유래했다. 병독이 흘러나와 관절과 근육을 아프게 한다는 생각에서 기인한 것. 류마티즘 질환 중에서도 전신성홍반루푸스는 피부 발진 등을 동반하며 장기에도 염증을 유발하는 난치병 중 하나다. 증상이 다양하고 정확한 발병 원인을 찾기 어려워 학자들 사이에선 ‘천의 얼굴’이라 불리는 전신성홍반루푸스. 한양대병원 류마티즘병원장 배상철 교수(의학과)가 루푸스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를 발견했다. 연구 논문은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 제네틱스(Nature Genetics)’에 등재됐다. 루푸스, 새로운 원인 유전자를 발견하다 ▲ 배상철 교수(의학과)는 이번 연구를 통해 전신 성홍반루푸스(Systemic lupus erythematosus)의 원인이 되는 특정 유전자 10개를 새롭게 발견하고, 기존 루푸스 치료제 외에 루푸스를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약제를 찾아냈다. 전신성홍반루푸스(이하 루푸스)는 대표적인 류마티즘 질환 중 하나이자, 자가면역질환이다. 자가면역질환이란 인체 내부의 면역계가 외부 항원이 아닌 내부의 정상 세포를 공격하는 질환을 뜻한다. 면역계는 외부에서 침투한 세균의 공격으로부터 몸을 방어하기 마련인데, 자가면역질환은 이 면역계가 자기 신체를 공격하면서 나타나는 질병이다. 유전적 요인이나 바이러스 등이 그 원인으로 꼽힌다. 루푸스는 보통 몇 개의 기관에만 발병하는 경미한 질환이지만, 일부 환자들의 경우 주요 장기에 염증이 발생하고 피부 발진이 일어나 심각한 상태로 번지기도 한다. 생명이 위독한 경우도 적지 않다. 배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루푸스를 유발하는 특정 유전자 10개를 규명하고, 기존의 치료제 외에 루푸스를 치료할 새로운 약재까지 찾아냈다. 학계에선 오랜 연구를 통해 46개의 루푸스 원인 유전자를 발견한 상태였다. 배 교수는 이 유전자들과 질병의 연관성을 재확인하고, 루푸스 환자 1만7000명의 면역계 특성을 20만 개 가량 분석했다. 이를 통해 10개의 새로운 원인 유전자를 발견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새로운 유전자를 발굴한 것은 물론, 루푸스 발병의 핵심적인 원인인 변이가 어디에 있는지 밝혀냈습니다. 나아가 이 유전자들이 유전변이를 신경에 전달하는 과정과 그 유전변이가 발병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도 규명했죠.” 오랜 기간에 걸쳐서 밝혀진 기존의 루푸스 유전자 수가 46개라는 점을 고려할 때 짧은 시간안에 다수의 유전자를 한 번에 발견한 이번 연구는 루푸스 유전성의 많은 부분을 설명할 수 있게 됐단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배 교수는 ‘약제 리포지셔닝’을 통해 새롭게 발견한 10개 유전자의 활성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치료 약제 56개를 새로이 밝혀냈다. 약제 리포지셔닝이란 기존에 사용되고 있는 약제들의 표적을 분석해 다른 질환에 활용하는 약제 개발 전략이다. 안정성이 확보된 약재들을 새롭게 활용한다는 점에서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약제 개발 방식이다. 배 교수는 새로운 유전자 변인을 토대로 기존 약재들을 하나하나 연결했고, 그 결과 56개의 약이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번에 제안한 56개의 약 중에선 기존의 루푸스 환자에게 사용돼 안정성을 인정 받은 약도 있었다. ▲ 전신홍반루푸스는 자가항체와 면역복합체에 의해 인체의 여러 장기, 조직, 및 세포가 손상되는 전신 자가 면역 질환이다. 라틴어로 '늑대'라는 의미로 피부의 염증이 늑대에게 물린 것과 비슷해 붙여진 이름이다. (출처: 배상철 교수 논문) 맞춤치료에 한 걸음 다가서다 국내외 다수의 대학병원이 참여한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연구개발사업의 지원을 통해 진행됐다. 류마티스병원 내 임상역학경제연구실은 한중일을 아우르는 대규모 류마티스질환 코호트(류마티스질환을 경험하는 집단에 대한 정보 공유망)를 구축했다. 이를 바탕으로 맞춤의학연구실에서는 방대한 양의 유전정보를 생산 및 분석할 수 있었다. 더 신뢰성 있는 연구결과를 얻기 위해, 국내 및 국제 공동 연구를 추진하기도 했다. 이번 연구의 총괄리더로서 연구를 진두지휘한 배 교수는 “세계 각지의 사람들을 모아서 연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연구에 있어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아야 했어요. 무엇보다 언어적인 장벽이 높았죠. 많은 사람들한테 원하는 바를 효과적으로 설명하고 전달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배 교수는 이번 연구가 향후 한국인 루푸스 환자의 맞춤치료에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 평가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인을 포함, 유전적으로 유사한 동아시아 인종을 분석한 결과입니다. 한국인 환자들에게 더 적합한 치료가 가능할 거란 뜻이죠.”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개인별 유전변이에 따라 약제 반응에도 차이가 난다. 때문에 효율적인 치료를 위해선 개인 유전변이에 알맞은 약제를 처방해야 하는데, 이번 연구는 맞춤 치료의 범위와 가능성을 넓혔다. “서양 의학에선 보편적으로 유용한 처방을 내리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이제는 환자 개개인에 맞춘 처방을 내릴 수 있죠.” 배 교수는 환자 개인의 유전변이는 물론 식습관, 치료에 대한 참여 의지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특정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처방을 내리는 것이 연구의 궁극적인 목표라 말했다. ▲ 배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한국인을 포함해 동아시아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첫 연구로서, 한국인 환자를 위한 맞춤형 치료제 개발에도 큰 도움이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이번 연구에 참여한 연구진들 (출처 : 배상철 교수) 글ㆍ사진/ 이재오 기자 bigpie19@hanyang.ac.kr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2016-03 09 중요기사

[학술][이달의 연구자] 꿈의 배터리, 리튬 에어 배터리 상용화의 초석을 다지다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첨단 제품들이 자리 잡고 있다. 사람이 움직이기 위해 음식이 필요한 것처럼, 첨단 제품이 움직이기 위해서도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 에너지 역할을 하는 것이 배터리다. 현재 상용화된 배터리 형태는 리튬 이온 배터리. 리튬 이온 배터리 보다 높은 성능을 자랑하는 리튬 에어 배터리가 있으나, 효율성이 떨어져 상용화되지 못했다. ‘차세대 배터리’ 혹은 ‘꿈의 배터리’라 불리는 리튬 에어 배터리. 선양국 교수와 이윤정 교수(이상 공과대 에너지공학)의 공동연구로 효율성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았다. 경제성과 성능 두 마리 토끼를 잡다. ▲ 리튬 에어 배터리는 기존의 리튬 이온 배터리와는 달리 양 극의 재료로 산소를 사용한다. 기본적으로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전해질(물 등의 용매에 녹아 이온으로 나눠져 전류를 흐르게 하는 물질)의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세 부분을 구성하는 물질에 따라 이름이 달라진다. ‘니켈 카드뮴 배터리’, ‘리튬 폴리머 배터리’, ‘리튬 이온 배터리’ 등이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음극 재료로 탄소 물질인 그라파이트가, 양극 재료로 리튬 금속 산화물인 미켈, 코발트, 망간 등이 쓰인다. 전해질로는 비수계 전해액(물 분자가 포함되지 않은 전해액)이 쓰인다. 충전 상태에서는 음극의 리튬 이온이 전해질을 통해 양극으로 이동하며 에너지를 발생시킨다. 양극으로 이동한 리튬 이온을 음극으로 돌려보내면 방전된 배터리가 충전된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지난 1991년 상용화됐고, 이후 연구와 발전을 거듭해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배터리가 됐다. 다만, 리튬 이온 배터리는 대형화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기본적으로 리튬 이온 배터리의 양극 물질로 쓰이는 미켈, 코발트, 망간 등이 굉장히 비쌉니다.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등에 쓰이는 소형 배터리는 문제 되지 않겠지만, 전기자동차에 이 배터리를 사용한다면 가격이 문제가 되겠죠. 스마트폰 배터리의 6,800배~7,000배 크기의 배터리를 사용하게 되니까요.” 선양국 교수의 설명이다. 그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리튬 에어 배터리다. 리튬 에어 배터리는 음극 재료로 리튬 메탈을 사용하고, 양극 재료로 탄소 지지체 안의 산소를 사용한다. 전해질은 비수계 전해액이 사용된다. 리튬 이온 배터리가 양극 재료로 미켈 등 비싼 금속 산화물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리튬 에어 배터리는 공기 중에 널리 퍼져있는 산소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큰 차이다. 경제성 면에서 우월할 수밖에 없다. 에너지 밀도 면에서도 차이가 난다. 리튬 에어 배터리는 리튬 이온 배터리보다 3-5배에 달하는 에너지 밀도를 자랑해 성능이 더 높다. 에너지 효율의 문제를 해결하다 리튬 에어 배터리는 이런 장점 덕에 ‘꿈의 배터리’라고 불린다. 그러나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꼽혀온 것이 ‘효율성’이다. 이 교수는 말한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100을 충전하면 99.99를 쓸 수 있을 만큼 높은 효율성을 보입니다. 그러나 리튬 에어 배터리는 100을 충전하면 60 정도만 사용할 수 있어요. 이 점이 상용화에 큰 걸림돌이 되었죠.” 리튬 에어 배터리의 효율성이 낮은 이유는 리튬 이온이 음극에서 양극으로 이동할 때, 양극의 산소와 반응하며 과산화리튬(Li2O2) 산화물을 생성하기 때문이다. 과산화리튬은 전기가 통하지 않는 비도체 물질이라 에너지 이동을 방해한다. 이런 이유로 과산화리튬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배터리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 목표가 됐다. ▲ 이리듐 나노 촉매는 리튬 이온과 산소와의 반응에서 과산화 리튬(Li2O2) 대신 초산화 리튬(LiO2)이 생성되도록 한다. 선 교수 와 이 교수는 양극의 산소 지지체에 새로운 소재를 도입했다. 탄소물질인 그래핀에 이리듐 나노 촉매를 혼합한 것. 탄소 물질인 그래핀은 넓은 표면적으로 리튬 에어 배터리의 용량을 극대화할 수 있으며, 뛰어난 전도성으로 저항을 최소화해 에너지 효율을 증대시킨다. 또, 이리듐 나노 촉매는 리튬 이온과 산소 반응에서 특별한 역할을 해낸다. 이윤정 교수는 이리듐 나노 촉매의 역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기존의 반응에서 과산화리튬이 발생하는 것과 달리, 이리듐 나노 촉매는 초산화 리튬(LiO2)이 생성되게 합니다. 초산화 리튬은 전도도가 높을뿐더러 리튬과 산소로 분해되기 쉬워요. 에너지 효율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죠.” 물론, 에너지 효율을 향상시켰다고 리튬 에어 배터리의 상용화가 즉시 가능한 것은 아니다. 아직까지 해결해야 할 산은 많다. 그러나 선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존의 리튬 에어 배터리 패러다임을 바꾸고, 앞으로 리튬 에어 배터리 개발 연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리튬 에어 배터리 상용화의 첫걸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더욱 깊이 연구해 리튬 에어 전지의 상용화에 힘쓰고 싶습니다.” 무엇이든 꾸준히 하는 노력이 필요 이 교수는 현재 리튬 에어 배터리가 들어간 전기자동차의 시운전을 위해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사람들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연구가 목표라고 한다. “예전에 외국에서 공부를 할 때 한 교수님이 ‘논문을 잘 쓸 생각을 하지 말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아이디어를 생각하라’고 얘기해주신 적이 있어요. 저도 그분 말씀처럼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연구를 하고 싶습니다. 전기자동차의 배터리 연구도 그 중 하나가 될 수 있겠죠” 물론 이러한 연구가 한 번의 노력, 한 번의 시도로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1980~90년대 한국에서 배터리 산업은 중소기업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외국에서는 파나소닉 등의 대기업에서 배터리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중이었다. 선 교수는 1991년 소니의 리튬 이온 배터리 상용화 발표를 보고, 한국에서도 배터리 개발에 착수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제가 연구를 시작할 무렵 우리나라에서 배터리 연구를 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어요. 당시 다른 사람의 말에 좌지우지됐으면 지금의 연구 결과는 없었을 거예요.” 선 교수는 남들과는 다른 ‘창의성’이 인생의 큰 동력이라고 조언했다. “인생도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열정과 노력, 그리고 남들과는 다른 창의성을 가지고 살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자신만의 고유한 결과물이 생길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학생들도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노력했으면 좋겠어요.” ▲ 배터리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선양국 교수(공과대 에너지공학)와 이윤정 교수(공과대 에너지공학)를 지난 26일과 이번 달 1일 본인의 연구실에서 만날 수 있었다. 두 교수 모두 단기적인 시각보다 미래를 보면서 꾸준히 정진하는 노력의 필요성을 얘기했다. 글/ 이종명 기자 tmjo2000@hanyang.ac.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사진/ 김윤수 기자 rladbstn625@hanyang.ac.kr 최민주 기자 lovelymin12@hanyang.ac.kr 디자인/ 조유미 기자 lovelym2@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