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47건
뉴스 리스트
게시판 리스트 컨텐츠
2017-04 02 중요기사

[학술][이달의 연구자] 김현우 교수(신소재공학부) (3)

다음 상황에서 김한양 씨가 처한 위험은 무엇일까. 자동차 공장에 다니는 김한양 씨는 평소에 동료들과 함께 담배 한 대 태운 후 퇴근길에 오른다. 최근 신축 아파트에 새집을 마련한 김 씨는 즐겁게 집으로 향하다가 기름이 부족한 걸 보고 주유소에 들른다. 열린 창문 사이로 주유소 냄새가 들어왔지만, 김 씨는 개의치 않는다. 앞선 설명에서 등장한 ‘공장, 담배, 주유소, 새집’은 모두 위험 요인이다. 4가지의 공통점은 모두 유독성 벤젠 가스가 발생하는 물질이나 장소라는 것이다. 이때 필요한 것은 올바르게 벤젠 가스를 감지해낼 수 있는 센서. 김현우 교수(신소재공학부)가 이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김현우 교수(신소재공학부)와 지난 3월 31일 연구실에서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벤젠, 얼마나 위험할까 방향족 탄화수소 물질의 일종인 ‘벤젠’은 약품, 플라스틱, 인조 고무, 염료의 제조에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생산적 사용 빈도가 높다. 여러 화학 공정에서 중요한 용매로 사용됨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위독한 발암성 물질이다. 벤젠이 발암성 물질인 만큼 벤젠 가스도 인체에 유해한 유독성 가스로 분류된다. 김현우 교수는 “벤젠 가스는 유독성 및 마취성을 가지기 때문에 다량으로 흡입할 경우 발열과 두통, 호흡곤란 증세를 동반한 벤젠 중독이 나타난다”며 “지속해서 노출 될 시에는 백혈병 발병이나 사망에 이를 정도로 인체에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벤젠의 위험성은 벤젠을 다루는 산업체나 공장뿐만 아니라 우리 실생활에도 다양하게 자리잡고 있다. 벤젠 가스는 새로 지은 건물 안에서 발생하는 ‘새집 증후군’의 가장 큰 원인이 되는 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계속 살펴보면, 주유소나 지하주차장, 혹은 담배 연기와 자동차 배기가스에도 벤젠 가스가 포함돼 있다. 김현우 교수는 연구를 통해 벤젠 가스를 효과적으로 감지해낼 수 있는 센서를 개발했다. 벤젠 가스 감지 센서의 새로운 길 열다 “이번에 개발한 센서가 벤젠 가스를 검출해내는 원리는 간단합니다.” 김 교수는 벤젠 가스 센서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기본적으로 산화주석(SnO2-Core)으로 이뤄진 나노선(Nanowire)을 사용합니다. 여기에 산화아연(ZnO-Shell)을 씌우는데요. 이 형태는 수십 나노미터 이하 크기의 매우 얇은 형태로 제작됩니다. 가스 감지 특성이 매우 우수한 형태죠." 김 교수는"쉽게 말해 바닷물에 물을 부었을 때와 세숫대야에 물을 부었을 때의 민감도 차이를 생각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산화주석(SnO2-Core)에 산화아연(ZnO-Shell)과 팔라듐 나노입자(Pd nanoparticle)를 입히는 과정. 초고감도 벤젠 가스 나노 센서의 기본을 이룬다. (출처: 김현우 교수) 다음 단계는 팔라듐 나노입자(Pd nano particle)를 붙이는 과정이다. "팔라듐 나노입자는 벤젠에 대해서 초고감도 특성을 가지는 물질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전자 구조상 벤젠은 팔라듐에 흡착이 잘 이뤄지죠.” 김현우 교수는 팔라듐 나노입자의 ‘스필오버(spillover) 효과’도 함께 언급했다. “스필오버(spillover) 효과 란 팔라듐 나노입자에 벤젠 가스가 흡착됐을 때 팔라듐이 가진 성질이 벤젠 가스를 옆으로 흩어지게 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에요. 팔라듐이 벤젠 가스를 옆으로 전달하면 나노 쉘이 가스를 검출해내는 원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 교수는 건강한 인류를 위해 인체에 해로운 유해가스를 탐지하는 센서를 연구해보자는 목표로 연구를 진행했고 이번 연구를 통해 벤젠 가스의 정밀한 감지가 가능해졌다. “활용 범위는 좀 더 생각해볼 문제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적용해도 무방합니다. 공장이나 사무실에서도 사용할 수 있고 휴대용으로도 활용 가능할 것으로 생각해요. 이제는 실내와 실외, 혹은 장소에 따라 가장 효율적인 감지 방식을 찾아 구체적인 응용에 있어 최적화된 활용 방법에 대해 연구할 예정입니다.” 앞으로도 센서 연구에 힘쓸 것 김현우 교수는 자신의 연구에서 중요한 것은 ‘선택성’이라고 밝혔다. “제가 연구하고 있는 센서의 종류를 ‘저항식 가스 센서’라고 해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해당 가스를 집중적으로 구별할 수 있는 선택성에 있죠.” 이와 관련해 김 교수는 벤젠뿐만 아니라 다른 가스에 대해서도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벤젠과 비슷한 유해 물질로 톨루엔이 있는데요. 벤젠 가스가 팔라듐에 반응하듯 톨루엔은 백금에 반응하죠. 마찬가지로 일산화탄소는 금과 연결되고요. 이런 상관관계를 연구에 적용하는 거죠. 새로운 접근법을 기초로 한 효과적인 나노 센서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4차산업 혁명에서 센서 분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공 지능이 정보를 주고받기 위해서는 정교화된 수많은 센서가 올바르게 작동해야 하죠. 4차 산업이 도래하면서 센서의 수요는 많아질 겁니다. 우리나라에도 이 분야에 유명 석학이 많이 계시는데 산업적으로는 아직 영세한 편이에요. 앞으론 산업과 학문의 협력이 잘 이뤄져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면 좋겠고, 그 안에서 저도 일조하고 싶네요.” ▲"새로운 방식의 연구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걱정"이라고 밝힌 김현우 교수. 그에게서 고뇌하는 연구자의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 글/ 김상연 기자 ksy1442@hanyang.ac.kr 사진/ 최민주 기자 lovelymin@hanyang.ac.kr

2017-02 27 중요기사

[학술][이달의 연구자] 김기현 교수(건설환경공학과)

주변 환경이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이달의 연구자 김기현 교수(건설환경공학과)는 최근 탄소나노튜브의 환경보건학적 활용에 관한 리뷰 논문(여러 논문의 성과를 하나의 논문으로 정리한 것)을 집필했다. 대기오염 등의 환경오염 분야를 지속적으로 연구해온 김 교수는 신소재가 주변 환경 개선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고 했다. 신소재에 관한 연구가 소재 자체의 발전을 넘어, 주변 환경과 인간 삶의 질 개선에 도움을 줄 때 더 가치 있는 연구가 가능하단 것이 그의 생각이다. 신소재의 활용 방안, 무궁무진한 가능성 있다 나노 물질에 대한 연구는 물리, 화학, 생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진행됐다. 최근에는 여러 소재의 결합을 통한 첨단 소재에 관한 연구도 늘었다. 특히 탄소나노튜브의 활용도가 높다. 다른 소재에 비해 부피 대비 표면적이 넓고, 광학적-전기적 인장 강도가 높다는 특성 때문이다. 김기현 교수는 탄소나노튜브를 중심으로 신소재를 환경 및 헬스 케어 분야에 활용할 방안을 제시했다. "나노 소재를 실제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는 여전히 많은 가능성을 갖고 있습니다. 이번 논문은 소재 연구를 다른 문제와 관련지을 때 더 새로운 가치가 있단 것을 보여주고자 했던 리뷰 논문입니다." 기존 소재 연구가 소재 자체의 특성을 개선하거나 첨단 소재를 찾는 데 집중했다면, 이번 논문은 이런 소재의 활용 방안에 대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예컨대, 탄소나노튜브는 헬스 케어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다. 인체의 뼈를 대신하거나, 조직하는 물질로 사용될 수 있고 심근경색 등의 혈관 질환을 치료하기에도 유용하다. 기존 소재를 사용할 때 생기는 경제적 부담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높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은 신체의 면역∙항체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 첨단 소재가 가진 독성을 차단할 수 있도록 '코팅'이나 '변형'을 통해 위험 없는 소재로 바꾸는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 환경문제 해결에도 신소재가 활용될 수 있다. 대기 중에 있는 휘발성유기화합물질(Volatile Organic Compounds)은 휘발되면서 악취를 내고, 호흡기를 통해 흡입하면 발암 물질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런 물질을 감지하는 수단으로 '금속유기구조체'가 이용되고 있다. 평소 대기 오염에 관한 다수 연구를 진행하는 김 교수는 "첨단 소재를 통해 공기 정화를 하는 방법을 찾다가 이번에 총설을 썼다"고 설명했다. ▲김기현 교수(건설환경공학과)는 탄소나노튜브 등의 신소재가 환경 문제 개선에 활용될 수 있다며 관련 연구를 촉구했다. 환경 문제와 신소재의 융합, 블루오션 기대해 이처럼 김 교수의 연구는 신소재의 새로운 활용 방안이나 가치 창출에 더 집중했다. 소재 자체의 경제적 가치와 성능, 효율 등을 뛰어넘어 주변 환경 및 건강 문제 개선에 도움을 주는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환경 오염이 심화되는 추세인 만큼 김 교수의 이번 제안은 '블루오션' 연구에 대한 기대를 모으게 한다. "소재 연구가 주변 환경과 시너지를 내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소재와 환경 분야 간의 연구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블루오션이라 부를 만해요." 김 교수의 현재 연구 주제는 3가지다. 토양, 대기, 수질 오염 등 다양한 환경오염 지표를 통합 관리하는 모니터링 시스템, 전자담배의 발암물질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방법,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악취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연구다. 김 교수는 평소 환경 관련 연구를 진행하며, 오염 정도 감지 기술 등에 신소재를 활용할 방안을 고민해왔다. 이번 논문도 이런 고민이 있었기에 나올 수 있었다. ▲김기현 교수가 '흡착 튜브'를 통해 분석한 대기 중의 오염물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타인과의 경쟁보다 '더 좋은 연구'에 집중해야 김기현 교수는 초심을 잃지 않고 연구하는 것이 연구자의 기본 자세라고 밝혔다. 제자들을 가르치며 연구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연구보다 타인과의 경쟁에 몰두하는 모습을 종종 발견하기 때문이다. 김기현 교수는 "학부 때는 학점 경쟁만이 전부인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사람과의 경쟁보다 '더 좋은 연구'를 만드는 것이 연구자의 중요한 목표가 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기현 교수는 "신소재를 이용해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 며 학자로서의 강한 의지를 밝혔다. 글/ 오상훈 기자 ilgok3@hanyang.ac.kr 사진/ 최민주 기자 lovelymin@hanyang.ac.kr

2017-02 06 중요기사

[학술][이달의 연구자] 선양국 교수(에너지공학과) (2)

전기자동차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1회 충전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가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짧다는 점은 늘 한계로 지적됐다. 때문에 최근 에너지 공학계의 핵심 과제는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용량을 안전하게 높이는 것이었다. 선양국 교수(에너지공학과)가 10년 동안의 연구 끝에 이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았다. 배터리에 사용되는 양극 입자 속 물질 농도를 조절하는 것. 중앙과 표면의 물질 구성이 다른 양극 입자를 사용하면 안정성과 용량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 제시한 3세대 양극 소재 Al-FCG61은 3,000 사이클 이상 작동하고도 높은 효율을 유지해 학계와 업계의 주목을 받는다. 양극 입자 속 니켈과 망간 농도 조절, 용량과 안정성 모두 잡다 전기자동차 대부분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1회 충전으로 150km 정도를 달릴 수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가 1회 주유로 450km를 달리는 것에 비하면 현저히 짧은 거리다. 전기자동차가 1회 충전으로 350km 이상을 달리게 하려면 배터리 내 양극 소재의 용량을 200mAh/g까지 올려야한다. 양극 소재의 용량을 높이기 위해선 니켈 함량을 늘려야 하는데, 문제는 니켈 함량이 늘어나면 열 때문에 배터리가 폭발할 확률도 높아진단 점이다. 배터리의 안정성과 용량이 반비례 관계라고 말하는 이유다. 선양국 교수는 니켈 함량이 높은 양극 소재의 표면이 전해질과 만나는 과정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리고 양극 입자를 구성하는 물질의 농도를 위치에 따라 달리하는 FCG(Full Concentration Gradient) 소재를 고안했다. 즉, 입자의 중앙에서 표면으로 갈수록 니켈 함량은 줄어들고, 안정성을 높이는 망간의 함량이 높아지는 것이다. 선양국 교수는 10년 동안의 연구를 통해 농도 차이가 예전보다 극명하게 높은 양극 소재를 4세대까지 개발해 특허를 받았다. 여기에는 윤종승 교수(신소재공학부)의 도움도 컸다. 윤 교수가 입자 결정 구조를 분석하고, 선 교수가 합성을 맡았다 ▲ 선양국 교수(에너지공학과)가 개발한 3세대 양극 소재 FCG(Full Concentration Gradient)의 모식도. 입자의 중앙에서 표면으로 갈수록 니켈 함량은 줄어들고, 안정성이 높은 망간 함량이 늘어난다. 에너지 효율 높인 Al-FCG61의 발견 선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알루미늄을 추가한 3세대 양극 소재 Al-FCG61을 개발했다. 이 소재를 사용할 경우 배터리 효율은 높이고 수명은 늘릴 수 있다. 실험 결과 방전 심도 100%에서 3,000번 충·방전을 거듭해도 초기 용량의 80%를 유지했다. 방전 심도란 충전에서 방전까지 배터리가 사용하는 용량을 말한다. 방전 심도가 높으면 배터리 수명이 줄어들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완충 시에도 전체 용량의 60% 정도만 사용하게 만든다. 용량의 100%를 사용할 경우 충·방전을 수백회 거치면 수명이 다하지만, 늘 60% 정도만 사용하면 수명이 수천회로 늘어나는 원리다. 그러나 배터리 용량의 40%가 사용되지 않은 상태로 남는 데다, 배터리를 더 많이 사용해야하므로 비용 부담이 크다는 문제가 있었다. 결국 용량을 100% 사용하면서도 수명이 긴 배터리가 절실했다. 이런 점에서 선 교수가 개발한 Al-FCG61은 학계와 업계가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Al-FCG61의 효율이 높은 이유는 다른 양극 소재와 결정 구조가 달라, 충·방전 과정에서 미세구조 내에 쌓이는 충격이 줄었기 때문. 선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전기차 생산 비용이 줄어들면 제조 과정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 선양국 교수가 4세대 양극 소재인 TSFCG(Two Slope Full Concentration Gradient) 구조에 대해 설명 중이다. TSFCG는 니켈의 함량이 3세대에 비해 더 높다. 4차 산업혁명 대비할 차세대 성장 동력 필요해 선양국 교수는 4세대 양극 소재를 개발한 것으로 이번 연구를 마무리하고, 다른 구조를 지닌 새로운 재료 개발에 힘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2000년 우리대학에 부임한 이래, 지금까지 에너지 밀도가 높은 재료 연구에 몰두했다. 연구를 막 시작했을 무렵에는 이 분야에 관심을 갖는 연구자가 드물었으나, 선 교수는 고효율 에너지의 필요성을 예측하고 일찍부터 연구에 임했다. 선 교수는 "새로운 재료를 개발하려면 세계 최고의 성과를 거두겠다는 열정과 노력, 창의성이 필요하다"며 "한국은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해 차세대 성장 동력을 만들기 위해 힘써야 한다"고 전했다. ▲선양국 교수는 "새로운 소재 개발에 끈기를 갖고 도전하는 후배 연구자가 많이 생기길 바란다"고 했다. 글/ 신혜빈 기자 shb2033@hanyang.ac.kr 사진/ 김윤수 기자 rladbstn625@hanyang.ac.kr

2017-01 02 중요기사

[학술][이달의 연구자] 배상수 교수(화학과)

생명체의 DNA를 자유자재로 변형해 유전자의 특성을 변화시키는 유전자가위 기술은 ‘꿈의 기술’이라 불리며 30여년 전부터 관련 연구가 진행됐다. 유전자가위의 여러 종류 중 '크리스퍼'(CRISPR Cas9) 유전자가위는 가장 발전된 형태다. 하지만 생명공학 분야에서의 중요성에도 불구, 분자 수준에서의 작동 원리는 규명되지 못하고 있었다. 2017년 1월 이달의 연구자로 선정된 배상수 교수(화학과)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의 작동 방식을 단일분자 수준에서 관찰하는데 성공했다. 생명공학 분야에 한 획을 그은 발견이라는 평가다. DNA를 자유자재로 변형할 수 있다고? 모든 생명체는 고유의 DNA를 갖고 있다. DNA에는 성격이나 외형을 비롯한 모든 특성이 담겨 있어 DNA의 구조를 바꾸면 한 생명체의 특성도 변한다. DNA 변형 기술은 오랜 기간 인간의 능력 밖에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유전자가위'가 발명되며 인간도 생명체의 DNA를 변형시킬 수 있게 됐다. 유전자가위는 말 그대로 유전물질인 DNA의 구조를 자유자재로 잘라내거나 이어붙여 그 구조를 변형시킬 수 있는 도구다. 생명체의 특성을 결정짓는 것이 더이상 '신의 영역'만은 아니게 된 것이다. 1세대 유전자 가위인 ‘징크핑거 뉴클레아제(ZFN)’와 2세대인 ‘탈렌(TALEN)’은 이미 오래 전부터 활용돼 왔지만 그 사용법이 어려워 쉽게 쓰일 수 없었다. 이에 더욱 쉽게 사용 가능하면서도 저렴한 3세대 유전자가위인 크리스퍼(CRISPR Cas9) 유전자가위가 2012년 발명됐다. 이는 유전자 교정에 획기적인 발전으로 평가 받으며 각종 동식물의 질병 치료, 해충 퇴치를 비롯해 인간 난치병 치료, 배아 유전자 교정 실험 등 여러 방면의 연구에 사용됐다. DNA 상에서의 아주 작은 변화도 생명체에 큰 변화와 부작용을 수반할 수 있기 때문에 유전자가위는 정확성이 가장 중요하다. 다른 부분을 변형시키지 않고 의도한 부분만 자르는 것이 핵심.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기초 연구가 필요하다. 하지만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발명 이후에도 오랫동안 그 작동 원리가 규명되지 않고 있었다. 배상수 교수 연구팀은 이 작동 방식을 단일분자 수준에서 관찰했다. 레이저를 이용해 크리스퍼 유전자가위가 DNA에 달라붙어 원하는 곳을 자르는 모습을 관측한 것. 이 결과는 유전자가위 조작의 정확성을 높힐 수 있단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 2017년 첫 번째 이달의 연구자로 선정된 배상수 교수(화학과, 앞줄 왼쪽).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의 작동 방식을 분자 수준에서 관찰했다. 화학으로 전향한 물리학도, '융합'의 밑거름 돼 배 교수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에서 계속 물리학을 전공했다. 그러나 한 논문을 통해 유전자가위 기술을 접하곤 흥미를 느꼈고, 박사 후 과정에서 생화학으로 연구 분야를 바꿨다. 박사 과정까지 마친 이후 연구 분야를 바꾸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남들보다 더 큰 노력을 쏟았다. 이제는 두 분야를 공부한 것이 배 교수의 장점이 됐다. 융합적인 시각에서 문제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 "같은 주제도 어떤 분야를 전공했는지에 따라 관점이 완전히 달라요. 연구할 때 궁금한 점도 다르고, 사용할 수 있는 도구에도 차이가 있죠." 물리학에 기초를 둔 화학 연구를 진행하는 배 교수. 이번 연구에도 화학 분야에선 잘 쓰이지 않지만, 물리학에서 흔히 사용되는 '레이저'를 이용해 작동 원리를 관찰했다. 또 유전자가위는 생명체의 DNA를 다루는 기술이기 때문에 의사와 수의사, 생물학자를 비롯한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도 공동 연구를 진행했다. 배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융합연구가 없이는 불가능했다”며 융합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 배상수 교수가 지난 30일 연구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력한 기술인 만큼 명확한 법 규제 있어야 수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유전자가위 기술의 사용 여부는 여전히 윤리적 논쟁거리다. 생명체의 특성을 변화시키는 기술을 사용해도 되는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고, 사용된다 하더라도 악용을 확실히 규제할 수 있는 규율이 필요하단 지적이 많다. “원자력 발전처럼 처음에는 생명체에게 이로움을 강화시키기 위해서 사용됐지만 나중에는 악용돼 큰 피해로 돌아올 수 있어요. 때문에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신중하게 적용해야 합니다.” 유전자 가위는 이미 동식물에게는 사용됐지만 관련 법규의 미비로 아직 인간에게는 사용되지 않고 있다. 배 교수는 “유전병을 치료하고 멸종위기 동식물을 보호하는 등 유전자 가위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며 “기술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적절한 규제를 통해 장점을 극대화하는 사용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 배상수 교수가 자연과학대학에 위치한 자신의 연구실에서 연구를 하는 모습 글/ 최연재 기자 cyj0914@hanyang.ac.kr 사진/ 김윤수 기자 rladbstn625@hanyang.ac.kr

2016-12 01 중요기사

[학술][이달의 연구자] 조준형 교수(물리학과)

물리학에서 세상은 '거시세계'와 '미시세계'로 나뉜다. 거시세계는 우리가 흔히 눈으로 볼 수 있는 세계를 말하며, 미시세계는 눈에 보이지 않는 매우 작은 세계를 말한다. 문제는 미시세계의 물질들이 거시세계와 다른 성질을 보이기 때문에, 나노구조(Nanostructure)에 대한 연구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나노구조에 대한 연구는 매번 개별적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그간의 연구 결과를 통합할 필요가 있었고, 조준형 교수(물리학과)와 연구진이 지난 30년 동안 쌓인 연구 결과를 통합하는 이론을 제시했다. 축적된 연구 통합하는 이론 제시 “새로운 퍼즐 조각을 발견하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지만, 오랫동안 쌓인 퍼즐조각들로 하나의 그림을 만드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지난 30년 동안 나노구조의 일종인 나노선(Nano wires, 원자가 1차원 선 모양으로 나열된 것)과 나노필름(Nano films, 원자가 2차원 면 모양으로 펼쳐진 것)의 형성에 대한 연구는 무수히 많았다. 하지만 대부분 금속의 종류에 따라, 나노선과 나노필름마다 따로 연구가 진행돼 일반적인 경향을 찾기 어려웠다. “30여년 동안 진행된 수많은 실험 및 이론 연구들이 흩어져 있는데, 이를 통합시킬 이론이 필요해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조준형 교수의 연구팀이 이런 연구를 시작한 이유다. 기존에 반도체 표면 위 다양한 1, 2차원 나노구조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던 것이 유용했다. 나노구조를 이해하려면 우선 미시세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거시세계의 경우, 자연계열 학생이라면 고등학교 때부터 배우는 ‘뉴턴 역학’을 바탕으로 물리 현상을 설명한다. “하지만 미시세계, 특히 이번에 연구한 나노미터 크기(원자, 분자 크기) 수준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뉴턴 역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또 이 현상들은 우리의 직관과는 맞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양자 역학’이라는 새로운 방법을 통해 설명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에너지의 크기나 파장이 변하는건 연속적으로 생각한다. 가령, 소리의 크기나 호수의 물결, 불의 세기와 같은 것이 변하는 것을 이어진 그래프로 나타낸다. “미시세계에서는 다릅니다. 에너지의 크기나 파장이 변할 때 띄엄띄엄 변하며, 이를 양자화 돼있다고 합니다. 이번 연구에서 다룬 나노선과 나노필름 또한 무조건 하나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선호하는 길이 또는 두께로 형성되는 것입니다.” 밀도범함수를 통해 본다 이번 연구에서 쓰인 주된 이론은 ‘밀도범함수 이론’이다. 양자역학에 기초해 물질의 전자구조와 물성을 계산할 수 있는 방법이다. 물질의 전자가 가질 수 있는 분포와 전자기적, 광학적 성질 등을 알 수 있다는 것. “최근 컴퓨터의 발달에 힘입어 다양한 물질계에 적용되고 있는 이론입니다. 1998년에는 노벨 화학상을 받기도 했었죠.” 이 이론을 활용하면, 기존의 복잡했던 슈뢰딩거 방정식을 이용하지 않고도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또 최근에는 양자역학 이외의 분야에서도 쓰이기도. “우리 연구실에선 밀도범함수 이론을 이용해 물질의 에너지, 전자상태 및 에너지준위, 전 밀도와 같은 물리량들을 계산했습니다.” 나노구조를 파악한 방법 또한 흥미롭다. 여기에는 ‘결함’(Defect)이라는 개념이 중요하다. “고체에는 원자들이 주기적으로 배치돼 있어요. 어느 지점에서 이러한 주기성이 깨지는데, 물리학에선 이를 ‘결정결함’(crystallographic defect)이라고 합니다. 한 개의 원자가 있어야 할 위치에 없는 경우를 ‘점결함’(point defect), 여러 원자가 면 모양으로 없는 경우를 ‘면결함’(planar defect)라 부르는 식이죠.” 이번 연구에서 파악한 나노구조들 또한 결함을 이용해 파악했다. “특정 길이를 갖는 나노선은 무한정 긴 1차원 원자선 어딘가에서 점결함이 생긴 것으로, 특정 두께를 갖는 나노필름은 무한정으로 큰 3차원 물질의 어느 두께부터 면결함이 생긴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프리델 진동 통해 파악해 이 결함을 찾는데 사용된 것이 바로 ‘프리델 진동’(Friedel oscillation)이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특정 길이나 두께를 갖는 물체는 무한정 크거나 긴 물체에 결함이 생긴 것으로 바꿔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때 고체 안의 전자들이 결함과 상호작용하며 전자밀도파(파동의 일종)를 형성하고, 이를 프리델 진동이라 합니다.” 잔잔한 호수에 돌멩이를 던지면 물결이 생기듯, 주기적인 배열에 결함이 생기면서 진동이 발생하는 것이다. “나노선의 길이는 프리델 진동의 파장과 일치할 때, 에너지가 안정됩니다. 이때 프리델 진동의 주기(그리고 파장)은 나노구조의 성분 및 직경에 따라 결정됩니다.” 이 주기에 따라, 각각의 나노선과 나노필름의 길이와 두께가 선호되는 것이다. ▲ 나노선의 직경이 커짐에 따른 모양 변화와 매직 렝쓰(Magic length)가 나타나는 주기를 나타낸 그래프. 주기율표에서 1열과 11열에 존재하는 나트륨, 금, 은 등은 직경이 커질수록 주기가 증가하고, 그 외의 금속들은 감소하게 됨을 알 수 있다. (출처: 조준형 교수) 이 주기에 따라, 각각의 나노선과 나노필름의 선호하는 길이와 두께가 결정되며 이를 ‘매직 렝쓰’(Magic length)라 한다. “나노선의 경우 리튬, 나트륨과 같은 알칼리 금속과 금,은이 포함된 주기율표 11번째 열의 금속들은 직경이 커질수록 매직 렝쓰가 나타나는 주기가 길어집니다. 반대로 주기율표 11번째 열을 제외한 3열부터 15열까지의 금속원소들은 직경이 커질수록 매직 렝쓰가 나타나는 주기가 짧아짐을 발견했습니다.” 한가지 주목할 점은 나노선의 직경이 커지다 보면 어느 순간 나노필름과 같아진다는 점이다. “이는 곧 나노선이 충분히 두꺼워지면 이는 나노필름의 두께를 따지듯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a)부터 (e)까지는 각각 나노선의 직경에 따른 모습과 단면을 보여준 것이며, (f)는 나노필름의 단면을 보여준 것이다. (출처: 조준형 교수) “과학은 경험과 소통을 통해 발전한다” 현재 조 교수는 중국에서 연구년을 보내고 있다. 이번 연구는 중국과학기술대학(USTC) 및 정저우대학(Zhengzhou University) 연구팀과 공동연구로 진행했으며, 우리대학에서는 조 교수가 교신저자, 이세호(물리학과 박사과정) 씨가 제2저자로 참가했다. 조 교수는 연구로 바쁜 와중에도 우리대학 학생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한다고. “비록 몸은 타지에 있지만 수시로 학생들과 연락합니다.” 주로 화상보고나 이메일을 통해 연구 진행 상황을 보고받고 있다. “많은 경험과 소통을 통해, 과학이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속적으로 연구 진행 상황을 보고 받는 것도 그 때문이죠.” 한편 조 교수는 이 연구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나노구조물에 대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우리 연구실에서는 나노 분야 뿐만 아니라 표면 분야, 토폴로지 분야를 융합시켜 연구하려 합니다. 즉 나노구조물이 고체 표면에 형성될 때 나타날 수 있는 새로운 상태를 발견하고, 여러 상태들 간에 나타나는 현상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조 교수의 연구분야인 물리학, 특히 나노구조는 일반인에겐 무척 낯선 분야다. 그러나 이는 기초과학으로서 이후 공학의 발전과 기술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우리 삶에 많은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조 교수의 향후 연구에 더더욱 눈길이 가는 이유다. ▲조준형 교수(물리학과)는 앞으로 이번 연구에 이어 물리학의 나노 분야와 다른 분야들을 융합한 연구를 할 계획이다. (출처: 조준형 교수) 이상호 기자 ta4tsg@hanyang.ac.kr

2016-11 02 중요기사

[학술][이달의 연구자] 백운규 교수(에너지공학과) (1)

백운규 교수(에너지공학과) 연구팀이 최근 '소듐이온배터리'의 효율 개선에 대한 연구를 세간에 알렸다. 소듐이온배터리는 현재 널리 사용 중인 리튬이온배터리를 대체할 수단으로 꼽히지만, 여러 한계로 인해 상용화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백 교수는 소듐이온배터리의 부피 팽창을 막고, 저장 용량을 늘릴 수 있는 실마리를 제시했다. 속이 빈 튜브 형태의 나노 막대에 탄소층을 입힌 'Sb@C 동축나노튜브'를 전극으로 사용하는 것. 백 교수를 만나 이번 연구 결과에 관해 들었다. 소듐이온배터리의 필요성과 연구 과제는 스마트폰을 포함해 많은 전자기기에는 리튬이온배터리가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원자재인 리튬의 가격이 비싼 데다, 수입에만 의존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한국처럼 원자재 생산이 어려운 나라에서는 대체 자원의 필요성이 절실한 실정. "리튬의 주 생산지인 불가리아 광산을 확보하더라도, 가격 조정에 한계가 있어요. 리튬 대신 소듐을 사용하면 가격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소듐이온배터리가 상용화되지 못한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다. 가장 먼저, 리튬이온배터리처럼 소듐이온배터리더 반응 중에 부피가 팽창하고 용량이 감소한다. "따라서 이번 연구의 목적은 소듐이온배터리의 한계를 극복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백 교수는 이를 위해 속이 빈 튜브 형태의 섬유질을 개발했다. "부피 팽창을 줄이기 위해서 탄소층을 완충재로 사용한 나노 크기의 새 구조를 만들었죠." 배터리의 부피가 늘어나도 튜브 속의 빈 공간이 이것을 감당할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또 배터리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배터리의 효율성은 충전과 방전 속도에 달려 있고, 이 속도는 전자가 얼마나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탄소층이 코팅된 나노 튜브는 전자가 양방향으로 빠르게 퍼질 수 있게 만든다. 백 교수는 이렇게 개발한 나노 튜브를 'Sb@C 동축나노튜브'라 이름 붙였다. 실험 결과 Sb@C 동축나노튜브는 배터리 용량과 사이클링 수명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이번 연구는 부피 팽창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을 줄이고 충전-방전 반응을 개선해 소듐이온배터리가 리튬이온배터리를 대체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 셈이다. ▲ 백운규 교수(에너지공학과)가 개발한 Sb@C 동축나노튜브는 소듐이온배터리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학생들과 함께 진로 고민하는 교육자 될 것 백운규 교수는 반도체 분야에서 사용되는 나노 입자에 관한 실용적 연구를 다수 진행했다. 백 교수가 진행한 연구의 대부분은 실제 산업에서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저는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실용적인 연구를 하는 것이 제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근본적인 연구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연구 결과를 실제 사회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더 선호하는 편입니다." 그는 학생들에게도 공부에 대한 열정을 주문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한 분야에서 전문 지식을 갖추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학생들도 공부에 열정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백 교수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사회라지만, 학생들은 원대한 꿈을 갖고 우보의 걸음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고 했다. 24년 간 강단에서 학생들을 만난 백 교수는 마지막으로 “학생들과 진로에 대해 함께 고민하며 도움을 주는 교육자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 백운규 교수는 "훌륭한 교수진이 많은데 이달의 연구자로 선정돼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글/ 추화정기자 lily1702@hanyang.ac.kr

2016-10 03 중요기사

[학술][이달의 연구자] 건강한 학습 몰입의 중요성을 말하다 (1)

A, B, C라는 세 명의 선생님이 있다. A 선생님은 좋은 대학을 가려면 무조건 수학을 해야한다고 말한다. B 선생님은 수학 성적이 좋지 않을 경우 각오하라며 으름장을 놓는다. C 선생님은 수학자이자 철학자였던 위인들의 이야기를 꺼낸다. 철학자들의 논리적 사고를 수리적 사고에 연관 지어 수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과연 어느 선생님의 설명이 학생들의 자발적인 학습 의지를 자극할 수 있을까. 장형심 교수(교육학과)의 설명이다. 내재적 동기의 중요성을 말하다 장 교수의 연구는 3가지 주제로 나뉜다. 첫 번째는 학생들의 학습 몰입도에 관한 연구다. 장 교수의 연구에서 '교수자'는 가르치는 사람을 통칭한다. 가정에서는 부모, 학교는 선생, 직장에선 상사다. 장 교수는 교수자가 수학 대상을 어떻게 가르칠 때 몰입도가 높은지를 연구했다. “강제적으로나 보상에 기댄 학습은 건강하지 않은 몰입이에요. 지구력과 창의성이 떨어지고 자신을 성장시켜 주는 자양분들이 활성화되지 않아요.” 장 교수는 스스로가 학습에 가치를 두기 위해 자발적 행동의 근간인 ‘내재적 동기’를 발현시켜야 한다고 했다. 다음 주제는 비흥미 단원의 학습 증진을 위한 연구다. 관심도가 떨어지는 분야를 학습해야 할 때 자율적 동기를 가지고 참여하도록 이끄는 법을 분석했다. 수학을 싫어하는 학생들은 해당 과목을 배우는 걸 시간 낭비라고 생각한다. 이에 장 교수는 “수학을 배워야 하는 본질적인 이유를 내면화시켜 학문의 숨겨진 가치를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처벌이나 보상, 혹은 타인에 의해 영향받아 행동하는 것을 통제적 동기라고 해요. 여기서 벗어나 스스로 가치를 인정하고, 자율적 동기를 가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해요.” 맨 처음으로 돌아가, 수학 선생님 A, B, C의 예를 생각해보자. 대학이란 조건이나 처벌을 내세운 A, B 선생님보단 수학을 논리적 사고와 결합해 학문의 본질적인 의미를 가르치는 C 선생님의 설명이 단연 바람직하다. “경험적, 실증적 데이터들을 모아 굉장히 세심하고, 실현 가능한 중재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을 하나의 큰 주제로 잡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장 교수는 선행 연구들을 토대로 특수한 교수 방법 및 총체적인 프로그램과 매뉴얼을 개발하고 있다. 학습에 대한 자발적인 동기와, 이를 이끄는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전체적인 연구 과정의 연장 선상인 셈. 부모들이 아이를 양육하거나, 교사가 학생들을 가르칠 때 주체적인 학습 몰입을 위한 보편적인 길라잡이를 제공한다. ▲장형심 교수(교육학과)와 지난 9월 29일에 연구실에서 만나 교육심리에 관한 다양한 연구에 대해 들었다. 학습 모형 정교화 한 연구로 진일보 장 교수의 이번 논문은 기존 논문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 성과다. 우선 연구 모형이 정교해졌다. 기존 연구의 프로세스는 몰입의 경로가 하나 뿐이었다. 교수자가 자율성을 지지하면 좋은 몰입이 발생하고 긍정적인 학습 결과가 나온다는 가설 하에 연구가 진행됐다. 반면 이번 연구에서는 학습 비몰입의 경로를 추가했다. 기존의 연구가 건강한 학습 결과와 긍정적 변화의 기본 틀을 보여줬다면, 이번에는 좌절과 비관적인 상황이 발생하는 항목을 추가해 몰입-비몰입의 경로를 이중으로 다뤘다. 또 하나의 차이점은 학습자가 교수자에게 영향을 주는 현상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교수자는 학습자에 비해 권위적이기 때문에 학습자로부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가정이 있었다. 하지만 연구 결과, 학습자도 교수자에게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는 상보적 관계가 드러났다. 선생님이 더 자율적이거나, 더 통제적으로 변하는데 학생이 영향을 끼치는 것. 의미 있는 결과 뒤에는 부단한 노력이 있었다. 이해력이 요구되는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집단을 선정해 세 차례의 추적 연구를 진행했다. 고등학생 1, 2학년을 500명을 대상으로 1,500회의 설문 조사가 이뤄졌다. 장형심 교수는 본인의 연구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정밀한 연구와 조사를 통해 검증을 해내는 것에 의의가 있다”며 “실증적인 입증을 바탕으로 교수자와 학습자 간에 중재프로그램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학자로서 책임 다할 것 장형심 교수는 연구에 대한 원리와 현상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학습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들은 부모의 양육 장면이나 기업 장면, 교실 장면 등 각기 다른 사회적 맥락에서 나타나요. 다양한 변인들에 맞춰 해당 생태계에서 나오는 특성들을 읽어내고, 그에 맞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낼 거예요.” 장 교수는 학습자가 교육을 통해 인식의 가치를 발견하고, 배움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마지막으로 장 교수는 공부를 앞둔 한양인들에게 조언을 남겼다. “어떤 분야든 공부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라면, 그 공부를 하겠다는 열망이 어디서 오는지 들여다봤으면 좋겠어요. 취업, 스펙이 전부가 아닌 진정으로 본인의 성장을 위한 공부를 하세요. 자발적인 동기로 임한다면 밝은 경로가 여러분을 기다릴 거예요.” ▲장형심 교수는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도출해낸 결과를 실질적인 교육 과정에 적용해 교수자-학습자 간의 중재프로그램을 개발하고자 한다. 글/ 김상연 기자 ksy1442@hanyang.ac.kr 사진/ 최민주 기자 lovelymin12@hanyang.ac.kr

2016-09 01 중요기사

[학술][이달의 연구자] 단백질 3차원 구조 예측 프로그램 개발

평면 위에서 임의의 점 2개를 상상해보자. 이 두 점 사이의 거리를 이등분하는 수직이등분선이 존재한다. 하나의 점을 더 생각해보자. 같은 방식으로 세 점 사이에는 세 개의 수직이등분선이 정의되며, 그 세 개의 선들은 하나의 교점을 만든다. 나아가, 점들이 더 늘어날 경우를 생각해보자. 가장 가까운 두 점을 수직이등분선 하는 선들이 모이며 도형을 이루는데, 이를 ‘보로노이 다이어그램’(Voronoi diagram)이라고 한다.(그림보기) 김덕수 교수(기계공학부)는 보로노이 다이어그램을 응용해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예측하는 ‘베타에스시피웹’(이하 BetaSCPWeb)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보로노이 다이어그램 연구의 응용, BetaSCPWeb ▲ 김덕수 교수 우크라이나의 수학자 게오르기 보로노이(Voronoy)의 이름에서 따온 보로노이 다이어그램은 실생활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예컨대, 잠자리의 날개무늬나 기린의 얼룩무늬, 베이징 올림픽 때 수영경기장으로 쓰인 워터 큐브 등이 그렇다. 보로노이 다이어그램은 공학, 건축학, 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된다. 김덕수 교수는 지난 30년간 줄곧 보로노이 다이어그램 관련 연구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응용분야의 문제를 해결했다. 이번에 개발한 BetaSCPWeb 프로그램은 단백질의 3차원 분자구조를 예측하기 위해서 보로노이 다이어그램을 응용한 것이다. 김 교수는 지난 연구들에서 보로노이 다이어그램의 기본원리를 3차원 공간을 대상으로 확장했다. 즉, 평면상의 점이 아닌 ‘구’를 이용한 것. 구에 의해 형성된 3차원의 보로노이 다이어그램으로 단백질구조를 원자들 수준에서 정확히 예측한다. 김 교수가 선보인 BetaSCPWeb은 쉽게 말해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예측하는 일련의 계산과정을 ‘프로그램화’시킨 것이다. 우선 ‘베타(Beta)’는 보로노이 다이어그램을 한번 변형시킨 구조를 뜻하는 수학 용어 ‘베타 콤플렉스 (Beta-complex)’에서 따왔다. SCP(Side Chain Prediction)는 단백질의 분자구조를 예측하기 위해서 반드시 수행해야하는 ‘곁사슬의 최적 예측’을 뜻한다. 단백질 구조는 뼈대(Backbone)와 곁사슬(Side chain) 간의 결합으로 정의된다. 아미노산의 서열이 정해진 특정 단백질의 뼈대를 구성하는 원자들의 3차원 좌표가 주어져 있을 때, 아미노산 별로 곁사슬에 대한 최적의 위치를 계산하는 것이 SCP, 즉 곁사슬 최적 예측이다. “BetaSCPWeb은 단백질 포텐셜 에너지(특정 상태의 물체가 가진 에너지)의 크기가 최소가 되도록 컴퓨터를 통해 정확하고 빠르게 예측하는 프로그램입니다.” 김 교수의 설명이다. “구조가 밝혀진 단백질의 데이터는 코드화 되어 PDB(Protein Data Bank)라는 데이터베이스에 보관돼 있어요. 단백질의 코드를 BetaSCPWeb 프로그램에 입력하면 보다 안정적인 3차원 구조를 컴퓨터로 계산해 최적 예측합니다.” 단백질의 최적구조가 계산되면, 아미노산들을 구성하는 원자들의 좌표값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안정적인 단백질 구조를 설계할 수 있는 것. 이번 연구에는 단백질구조분야의 권위자인 류성언 교수(생명공학과)와 유럽생물정보학연구소(European Bioinformatics Institute 이하 EBI)의 Roman. A. Laskowski 박사가 동참해 정확한 계산에 힘을 보탰다. ▲ 평면의 원과 3차원의 구에서 보로노이 다이어그램을 적용한 모습.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연구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출처 : 김덕수 교수) 바이오, 신약 분야 등 무궁무진한 활용 가능성 있어 BetaSCPWeb의 활용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특히 바이오 분야나 신약 개발 분야에서의 활용 가능성을 높게 점친다.단백질 구조를 파악하면 신체 기능에 최적화된 단백질 설계가 가능하기 때문. 정확한 사전 계산을 통해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서, 과거에는 차량의 기초 설계를 해본 뒤 수작업으로 진흙모델을 다듬어 시뮬레이션을 하는 등 시간과 돈이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요즘은 컴퓨터로 기초 설계를 하고, 시뮬레이션도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하죠.” 이처럼 단백질 설계 과정도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단백질 구조에서 DNA가 변형을 일으킨다고 봅시다. BetaSCPWeb을 통해 구조가 어떻게 변할지 예측할 수 있죠. 기준에 따라 다르지만 현재로썬 90%의 정확도를 보입니다.” 응용분야 융합연구 노린다 김 교수는 자신의 연구를 ‘분자기하학 (Molecular Geometry)’이라는 독립된 학문분야로 정립하려 한다. 보로노이 다이어그램에서 도출한 계산 체계를 원자배열과 관련된 모든 과학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이론을 개발하고자 한다. 이에 따라 수학을 기반으로 한 이론을 개발하고, 이를 다양한 문제해결에 적용하는 응용 연구를 동시에 진행한다. 가깝게는 분자 결정 구조에 관한 정보처리를 빠르게 도와줄 기술을 찾고 있다. “현재는 분자 결정 구조 파악에 X선을 씁니다. 이것을대체할 기술로 각광받은 것이 분자를 물에 넣고 얼린 후 전자현미경으로 정보를 추출하는 방식(CryoEM)이에요. 하지만데이터가 너무나 방대하다는 어려움이 있죠.” 김 교수는 자신의 보로노이 다이어그램이론을 이용하여 전자현미경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문제를 EBI 연구자들과 공동으로 연구하고 있다. 김교수는 궁극적으로 분자기하학이론을 실현하는 소프트웨어로 ‘MGOS(Molecular Geometry Operation System 분자기하학 운영체제)’를 독자적인 기술로 개발해 보급하고자 노력한다. 이번에 개발한 BetaSCPWeb도 그 일환이다.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형 라이브러리를 제작했다. 또한, 미국 공군과 보로노이 다이어그램 기술을 활용한 연 구를 앞두고 있다. 김 교수는 “완성도 높은 연구를 위해 언제나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 김덕수 교수는 분자기하학(Molecular Geometry)을 독립된 학문분야로 정립하기 위해 힘쓸 예정이다.

2016-08 09 중요기사

[학술][이달의 연구자] 급성폐손상 치료 위한 항염증 나노입자 개발

지난해 6월 우리나라를 강타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이하 메르스)은 사망자 38명, 치사율 20.4%란 상처를 남겼다. 사인의 대부분은 ‘급성폐손상으로 인한 쇼크사’. 메르스를 유발하는 바이러스 자체보다 이로 인한 급성폐손상이 사망에 더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는 의미다. 급성폐손상은 바이러스나 병원균 감염 뿐만 아니라 패혈증, 심한 외상 등으로 인해 발병하며, 중환자실에 입원 중인 환자의 약 60%가 앓고 있을 정도로 만연한 질병이다. 이민형 교수(생명공학과)는 급성폐손상의 원인 인자를 억제해 체내 염증 반응을 줄일 수 있는 나노입자를 개발했다 HMGB1의 염증 유발인자 제거한 항염증 펩타이드 ▲ 이민형 교수(생명공학과)는 이번 연구를 통해 급성폐손상의 원인인 HMGB1 단백질을 억제하는 물질을 폐까지 전달 가능케 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HMGB1(High Mobility Group Box 1)은 세포 내에 존재하며 염증 반응을 유발하는 단백질이다. 패혈증 환자에게서 많이 발생하며, 세포가 죽으면 다른 세포의 수용체와 결합한다. HMGB1를 새롭게 수용한 세포는 신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 이를 알리기 위해 다시 HMGB1을 분비함과 동시에 자가 치유를 위한 염증 반응을 일으킨다. HMGB1이 증가하면 이 과정이 반복되며 세포의 염증 반응이 도미노처럼 이어진다. 폐에서 진행될 경우 급성폐손상이 발병한다. "HMGB1 자체는 몸에 이상 신호를 보내는 ‘알람’ 역할을 하기 때문에 없애야 할 대상은 아닙니다. 이로 인한 과도한 염증 반응이 문제예요.” 이 교수는 체내 세포가 HMGB1를 덜 수용한다면 염증반응을 약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세 부분으로 구성된 HMGB1에서 염증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BOX A'부분만 분리, 유전자 재조합을 통해 새로운 단백질을 생산했습니다." 염증 반응 인자를 제거한 새로운 단백질이 HMGB1이 수용될 자리를 대신 차지하도록 해 염증 반응을 억지한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처럼 분리된 BOX A를 '항염증 펩타이드'라고 불러요. 항염증 펩타이드를 급성폐손상 환자의 폐에 어떻게 전달하는지를 연구한 것이 이번 논문입니다.” ▲ 이민형 교수는 우선 염증을 유발하는 HMGB1 단백질 중 'HMGB1 BOX A' 부분만을 사용해 '항염증 펩타이드'를 만들었다. (출처: 이민형 교수) 헤파린-항염증 펩타이드 결합 통해 폐로 전달 "급성폐손상 환자에게 항염증 펩타이드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기도와 폐 점막을 통과해야 해요." 하지만 항염증 펩타이드만으로는 폐 점막을 통과하기 어렵다. 항염증 펩타이드는 전기적으로 양극을, 점막은 음극을 띄어 점막의 인력에 걸리기 때문. 이 교수는 혈액의 항응고제로 널리 쓰이는 헤파린과 결합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헤파린은 음극을, 항염증 펩타이드는 양극을 띄므로 두 물질은 결합합니다. 하지만 헤파린의 음극이 더 강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결합체는 음극을 띄어요. 부피 또한 100 나노미터 정도로 줄어들죠." 헤파린-항염증 펩타이드 결합체는 폐 점막과 같은 전극을 띄는 것은 물론, 150 나노미터 정도인 폐 점막의 구멍보다 작아 통과가 쉽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렇게 폐 점막을 통과한 헤파린-항염증 펩타이드 결합체는 체내로 전달, HMGB1 단백질의 지나친 작용을 방해해 염증 반응을 억제한다. 그러나 아직 완성이라 보기는 이르다. "항염증 펩타이드의 아미노산 배열이 너무 길어요. 배열이 길수록 신체에서 부작용이 발생할 확률이 큽니다.” 이 교수는 “배열이 더 짧으면서 강력하게 작용하는 항염증 펩타이드 개발을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 음극을 지니는 폐점막을 통과하기 위해 헤파린(항응고제)과 항염증 펩타이드를 결합해 음극의 나노입자를 제조했다. 나노입자는 100nm의 크기로 150nm의 크기인 폐점막의 구멍을 전기적 인력에 구애받지 않고 통과할 수 있다. (출처: 이민형 교수) '개발' 넘어 '발견'하는 연구자로 이 교수에게 앞으로의 연구 방향을 물었다. " 헤파린-항염증 펩타이드 결합체가 급성폐손상 치료제 개발에 기여하는 것이 바람입니다. 넘어야 할 산이 많기는 하지만요.” 나아가서는 기존 지식을 응용한 '개발'을 넘어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발견’하는 연구자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최근의 과학계는 실제로 현실에 적용 가능한 연구에 지나친 비중을 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원하는 답을 찾아가는 실험보다, 무질서 속에서 예상치 못한 질서를 찾는 것이 또 다른 바람입니다.” ▲ 앞으로의 연구방향에 대한 질문에 이민형 교수는 "개발을 넘어 발견을 할 수 있는 학자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글/ 박성배 기자 ppang1120@hanyang.ac.kr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사진/ 김윤수 기자 rladbstn625@hanyang.ac.kr

2016-07 05 중요기사

[학술][이달의 연구자] 수소 추출의 문제점, 그래핀으로 잡다

과학자들은 화석 에너지의 고갈을 대비해 차세대 에너지를 찾고 있다. 태양열, 핵융합과 함께 수소 연료도 차세대 에너지 중 하나다. 최근에는 수소연료 자동차가 출시되는 등 수소에너지 개발 움직임이 뚜렷하다. 문제는 자연상태의 화합물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방법이 중요해졌으나, 기존의 수소 연료 생산 방법으로는 안전성과 경제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 다닐 부흐발로프 교수(Danil Boukhvalov, 화학과) 연구팀은 그래핀을 이용해 수소를 추출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수소 추출의 문제점, 그래핀으로 잡다 ▲ 다닐 부흐발로프 교수(Danil Boukhvalov, 화 학과)를 지난 28일 자연과학대에 위치한 연구실 에서 만났다. 다닐 교수가 자신의 연구한 부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수소는 발열량이 매우 높고, 연소 반응 후 물 외에는 부산물이 나오지 않아 ‘친환경 에너지’로 주목 받고 있다. 또 대기와 해양에 녹아 있는 양이 충분하기 때문에 화석 에너지에 비해 천문학적으로 많은 양을 사용할 수 있다. 이런 장점 덕에 수소는 차세대 에너지 중에서도 매우 효과적인 자원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무공해’란 장점에도 불구하고 상용화에는 여러 문제가 따른다. 지금까지 알려진 수소 추출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메탄을 이용하는 방법, 물을 전기 분해하는 방법 등이 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메탄을 이용하는 방법은 추출 과정 중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므로 이상적인 방법이 아니다. 때문에 물을 전기 분해하는 방식이 더 선호되고 있다. 이 방법은 완벽히 환경친화적이지만, 물에서 수소를 분리할 때 쓰이는 촉매의 가격이 문제가 된다. 촉매제는 대부분 금속으로 가격이 매우 비싸기 때문. 원자단계의 수소는 반응성이 뛰어나 폭발과 누수의 위험도 있다. 이처럼 수소 추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닐 교수와 연구진은 ‘결정축에 따른 그래핀(Epitaxial Graphene)’을 이용했다. 그래핀의 촉매 반응, 컴퓨터로 예측하다 ▲ 다닐 부흐발로프 교수(Danil Boukhvalov, 화학과)를 지 난 28일 자연과학대에 위치한 연구실에서 만났다. 다닐 교수 가 자신의 연구한 부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래핀은 벌집 모양의 육각형으로 배열된 흑연의 탄소 평면을 말한다. 물리적, 화학적 안정성이 매우 높은 물질이라 여러 분야에서 각광받는 신 소재다. 다닐 교수는 수소 추출의 촉매로 그래핀을 사용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그래핀은 그 자체로도 매우 흥미로운 물질입니다. 저희 팀은 그래핀의 ‘촉매 작용’에 대해서 연구한 것이죠.” 그래핀을 촉매재로 사용하면 물에서 분해된 수소가 그래핀으로 흡수된다. 이를 통해 그래핀의 결정축과 같은 모양의 수소층이 생긴, 수소화된 그래핀(Hydrogenated Graphene )’이 탄생한다. “예전에는 수소가 산소와 만나 폭발하기 일쑤였어요. 하지만 수소화된 그래핀에다 산소를 더하면 순수 수소를 사용하지 않아서 폭발 위험을 피할 수 있어요. 게다가 누수가 일어나지 않고 값이 싸서 경제적이죠.” 연구에서 활용된 다닐 교수의 전문 분야는 ‘컴퓨터 화학’이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원자와 분자의 예상 이동 경로를 예측하고 모델화하는 일이 컴퓨터 화학이다. 다닐 교수는 수소화된 그래핀의 적정 두께와 이에 따른 수소 분자의 이동, 발생하는 에너지의 양 등을 계산했다. “화학 반응을 통해 형성된 원자는 여기저기로 움직이고 변화해요. 때문에 컴퓨터를 통해 원자의 변화나 그 과정 등을 예측하죠.” 다닐 교수는 팀원들이 제공한 수소 결합 그래핀 모델들을 분석했다. “컴퓨터 프로그램 상에서 원자와 분자들을 움직여 보고, 에너지 양이나 분자 사이의 거리 등을 계산합니다. 이를 기반으로 어떤 모델이 가장 좋은지 결정했죠.” 이처럼 컴퓨터 화학을 통해 그래핀 모델 중 필요 없는 것을 버리고 최적화된 모델만을 골라내는 것이 다닐 교수의 몫이었다. 가장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수소 분자를 흡수할 수 있는 그래핀의 ‘결정축’을 찾는 작업이다. “그래핀 표면의 두께가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 가장 적절한 수치를 찾아야 합니다. 너무 얇으면 안정성이 떨어지고 너무 두꺼우면 그만큼 합성하는 시간이 많이 걸리죠. 기본적인 계산은 컴퓨터가 하지만 편의성이나 안정성 등 직관이 필요한 부분은 사람이 해야 해요.” 다닐 교수의 컴퓨터 화학 연구를 통해 그래핀의 결정축을 찾는 일이 한층 수월해졌다는 평가다. 수소 연료의 가능성에 힘 보태다 다닐 교수는 “앞으로 수소 연료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친환경 에너지로서의 수소 연료가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거예요. 물론 제가 한 부분은 컴퓨터 화학으로 그래핀 모형을 정확히 계산한 것에 불과하지만, 수소 추출의 촉매재로서 그래핀의 가능성을 시험한 연구였어요. 수소 연료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거라 믿습니다.” 컴퓨터를 이용해 화학을 연구하는 다닐 교수. 앞으로는 더 많은 연구팀과 협업하는 것이 목표다. “제 목표는 무언가의 과정뿐 아니라 그 뒤에 숨은 원리를 찾아내는 겁니다. 2차원 물질도 더 연구하고 싶고, 반도체 연구와 유기농 화학, 독성학 등과의 협업도 고려하고 있어요. 앞으로 더 열심히 연구해 더 많은 것들을 이해하고 싶습니다.” ▲ 이번 연구에 컴퓨터 화학자로 참여한 다닐 부흐발로프 교수는 "더 많은 분야와 함께 협업해 연구하고 싶다"며 "단순한 사실의 발견이 아닌 그 이면을 넘어선 진리의 발견이 자신의 목표다"고 말했다. 글/ 이종명 기자 tmjo2000@hanyang.ac.kr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사진/ 최민준 기자 lovelymin12@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