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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 08 중요기사

[학술][이달의 연구자] 유기 태양전지로 태양광 발전의 미래를 보다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로 각광받고 있는 태양광에너지. 우리나라에서 태양광발전은 주로 작은 규모로 사용됐으나 현재는 대규모의 발전소 형태로도 자리를 잡고 있다. 태양광발전에는 빛 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장치인 ‘태양전지’의 역할이 중요하다. 최효성 교수(화학과)는 기존에 사용되던 실리콘 태양전지의 단점을 보완한 ‘유기 태양전지’의 효율을 높일 방안을 연구했다. 실리콘 태양전지 단점 보완한 유기 태양전지 현재 상용화된 태양전지는 대부분 실리콘 등 무기물 반도체를 이용해 만든 것이다. 하지만 실리콘 태양전지는 두께가 수십 마이크로미터에 달해 두꺼운 편에 속한다. 때문에 잘 휘어지지 않고 쉽게 부러진다. 가격이 비싸단 단점도 있다. 이에 실리콘 태양전지의 단점을 보완한 유기 태양전지가 개발됐다. 유기 태양전지의 두께는 수백 나노미터로 실리콘 태양전지에 비해 매우 얇다. 자유자재로 휘어질 수 있으며, 가격 역시 실리콘 태양전지에 비해 매우 저렴하다. 하지만 유기 태양전지에도 맹점이 존재한다. 가격이 저렴하지만 충분한 전력 효율을 낼 수 없다는 것. 효율을 높이기 위해선 많은 양의 태양광을 흡수해 전기로 변환 가능한 소자가 개발돼야 한다. “실리콘 태양전지는 전력효율이 25%를 넘어야 설치 비용보다 높은 이익을 얻습니다. 하지만 유기 태양전지는 그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15%의 효율만 달성해도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아직까지 유기 태양전지의 세계 최고 효율은 11%. 최효성 교수는 유기 태양전지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2개 고분자 사용이 연구의 핵심 유기 태양전지는 한 개의 고분자와 풀러렌(Fullerene)이란 유도체를 섞어 ‘광활성층(Active Layer)’를 만든다. 태양전지의 두 전극 사이에서 빛을 흡수하는 부분이다. 최 교수는 보통의 태양전지와 달리 2개의 고분자를 사용했다. “한 개의 고분자가 가진 단점을 다른 고분자가 보완할 수 있단 점에 착안해 2개의 고분자 결합을 시도했습니다.” 보통의 경우 두 고분자 결합은 각각의 장점을 없앤다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서로의 기능을 보완하는 두 고분자를 찾아냈을 뿐 아니라 이들이 최적의 효과를 내는 결합 비율을 발견했다. 그 결과 10.2%의 효율을 달성한 유기 태양전지를 만들었다. 최 교수가 사용한 것은 ‘PTB7-Th’과 ‘PDBT-T1’란 고분자다. 두 고분자는 어떻게 서로의 역할을 보완할까. 빛 파장은 자외선, 가시광선, 적외선으로 나뉜다. 자외선은 5%, 가시광선은 50%, 적외선은 55%의 태양광을 함유하고 있다. 때문에 빛 흡수율을 높여 태양전지의 효율을 올리기 위해서는 적외선 흡수량을 늘려야 한다. PTB7-Th의 경우 주로 근적외선 부분의 태양광을 흡수한다. PDBT-T1은 상대적으로 자외선과 가시광선 부분의 태양광을 더 많이 흡수해 PTB7-Th의 특성을 보완한다. 두 고분자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이유다. 최 교수는 “보통 9~10% 정도의 효율에 달하면 고효율 소자라 불린다”며 “10.2% 정도의 효율이면 굉장히 높은 효율을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 왼쪽부터 유기 태양전지 광활성층에 사용된 'PDBT-T1'과 'PTB7-Th'고분자 결합 구조, 고분자의 영역별 빛 흡수량 (출처 : 최효성 교수 논문) 미래 책임질 친환경 에너지 최 교수는 앞으로 차세대 에너지 소자 개발, 이산화탄소 절감 기술 개발, 2차 전지 개발 등의 연구계획이 있다. “차세대 에너지원을 개발하면 환경을 보호할 수 있단 것이 연구를 하는 가장 큰 이유죠. 또 머지않아 화석연료가 고갈되기 때문에 대체연료 개발은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해요.” 태양광발전만으로 모든 에너지를 대체할 수는 없기 때문. 최 교수는 앞으로도 태양광발전을 보완할 또 다른 친환경 에너지원 개발의 꿈을 갖고 있다. ▲ 최효성 교수(화학과)는 앞으로도 태양광 발전을 보완할 또 다른 친환경 에너지원 개발의 꿈을 갖고 있다. 글/ 최연재 기자 cyj0914@hanyang.ac.kr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사진/ 최민주 기자 lovelymin12@hanyang.ac.kr

2016-05 11 중요기사

[학술][이달의 연구자] 암 세포 표적 치료의 열쇠, 나노 입자와 플라즈마

암은 현대 의학의 가장 큰 적이다. 발생 원인이 다양하고 우리 몸의 어디서나 발병할 수 있으며 제 때에 치료하지 않으면 다른 기관으로 전이되기 때문. 그 탓에 암은 의학 기술이 발달한 오늘날에도 공포의 대상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현재는 암 세포에만 효과가 적용되는 치료 기술이 없어 항암 치료가 환자에게 여러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항암치료를 시작하면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따라서 현대 암 치료 기술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암이 전이되지 않은 정상 세포를 해치지 않고 암 세포에만 작용하는 치료법을 개발하는 것. 이수재 교수(생명공학과)는 플라스마와 나노 입자의 반응을 통해 암 세포를 사멸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 암 전이의 원인, 암 줄기세포를 제거하다 ▲ 이수재 교수(생명과학과)는 플라스마와 금 나노 입자의 반응을 이용한 암 줄기세포 표적 치료법을 연구했다. 우리 몸의 세포는 일정한 주기에 따라 생성되고 소멸된다. 하지만 암 세포는 다른 정상 세포 속에서 무한히 증식을 계속하며 영역을 확장해 나간다. 암 세포 중에서도 증식과 전이의 원인이 되는 ‘암 줄기세포’가 있다. 암 줄기세포는 혈관을 통해 온 몸으로 퍼져나가 다른 기관으로 암을 전이시킨다. 암을 초기에 치료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지금까지 암 치료에는 항암제와 같은 화학물질이 사용됐지만 여러 가지 한계점이 있었다. “약품이 우리 몸에 투여되면 온 몸을 순환하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부분에 도달하는 양은 적어집니다. 정상 세포에 영향을 미쳐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하죠. 또 암 줄기세포는 일반적인 항암제에 저항성을 갖고 있어 한 번 전이가 시작되면 치료가 더욱 힘들어집니다.” 이 교수 연구의 핵심 원리는 플라스마와 금 나노 입자의 반응을 통해 정상 세포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암 세포의 사멸을 유도하는 것.이 교수는 동물 실험을 통해 그 원리를 밝히고 유효성을 검증했다. 이 교수는 폴리 에틸렌 글라이콜(이하 ‘PEG’)를 코팅한 금 나노 입자를 종양이 있는 쥐에게 투여했다. 암 세포는 정상 세포에 비해 혈관 내의 물질을 더 많이 흡수하는 성질을 갖고 있어 금 나노 입자도 더 많이 흡수한다. 금 나노 입자를 지닌 암 세포에 플라스마를 쬐면 나노 입자가 반응해 활성 산소가 발생된다. 이 활성 산소가 세포를 내부에서 공격, 암 세포와 암 줄기세포의 사멸을 유도하고 암이 악화되는 것을 막는다. “PEG는 물에 잘 녹는 성질이 있어 나노 입자가 혈관을 통해 암 세포에 쉽게 전달되게 합니다. 이에 더해 플라스마와 나노 입자가 반응을 일으키면 암 줄기세포가 죽기 때문에 더 이상의 전이가 일어나지 않게 되죠.” 플라스마는 물질이 전자, 중성자, 이온처럼 원자를 구성하는 기본적인 입자들로 나뉘어진 상태다. 그 동안 플라스마는 표면 코팅이나 금속 절단처럼 산업용으로 활용됐지만 이 교수는 이를 암 세포에 적용하는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이다. 특정 부위에 빛이나 방사선을 쬐는 것처럼, 플라스마 역시 특정 부분에만 국소적으로 투사 할 수 있다. 세포에 영향을 주지 않고 암 세포만 표적 치료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현재 플라스마는 의료용 목적으로 사용되지 못하고 있지만, 임상 시험을 거쳐 10년 후에는 본격적으로 활용이 가능해질 것이라는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 냉각된 저온 플라스마를 암 세포에 투사하면 정상 세포에 영향을 끼치지 않고 금 나노 입자의 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 (출처 : 이수재 교수) 암 세포에서 암 조직까지 이번 연구는 지금까지 25년간 암 세포의 본질을 밝혀내고 암 세포만을 표적 치료하는 방법을 연구해 온 이 교수의 기념비적인 성과다. 이제 이 교수는 여기서 더 나아가 암 세포와 그 주변의 세포가 모여 이뤄진 암 조직 주변 환경을 종합적으로 연구하고자 한다. “지금까지는 암의 핵심 인자인 암 줄기세포를 표적 치료하는 방법을 주로 연구했습니다. 하지만 암 조직은 몇 개의 세포로만 이뤄져 있지 않아요. 흔히 종양이라고 부르는 암 조직에는 암 세포뿐만 아니라 혈관 조직, 면역 세포, 주변의 정상 세포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이 미시 환경(Micro Environment)을 연구해서 기초 과학 연구의 성과가 실제 의료 현장에 적용되도록 할 계획입니다.” 이 교수는 암 치료 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암을 이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정기적으로 병원에서 검진을 받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암 줄기세포가 우리 몸 곳곳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하면 이미 암 3기 이상으로 심각해진 상태입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암 줄기세포가 전이되는 능력을 상실하도록 했지만, 암이 생기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더 좋겠죠. 대장암의 전 단계인 대장 용종은 형성되는데 3년 정도 걸립니다. 암으로 진행되기까지는 10년이 걸리고요. 적어도 5년에 한 번은 검진을 받아서 용종을 제거하면 대장암으로 커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만 40세 이상의 모든 국민이 2년에 한 번 암 검진을 무료로 받을 수 있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 암 치료 연구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자신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다. ▲ 이수재 교수는 이번 연구에 네하 코식(Neha Kaushik) 분자생화학연구실 박사후과정 연구원(사진 왼쪽)의 공이 컸다고 말했다. 네하 연구원은 플라스마 기술 전문가다. 글/ 정진훈 기자 cici0961@hanyang.ac.kr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사진/ 최민주 기자 lovelymin12@hanyang.ac.kr

2016-04 06 중요기사

[학술][이달의 연구자] 전신성홍반루푸스, 새로운 원인 유전자 규명!

류마티즘은 관절이나 그 주변 결합 조직에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을 통칭한다. 그 이름은 ‘흘러나온다’는 뜻의 그리스어 ’류마(Rheuma)’에서 유래했다. 병독이 흘러나와 관절과 근육을 아프게 한다는 생각에서 기인한 것. 류마티즘 질환 중에서도 전신성홍반루푸스는 피부 발진 등을 동반하며 장기에도 염증을 유발하는 난치병 중 하나다. 증상이 다양하고 정확한 발병 원인을 찾기 어려워 학자들 사이에선 ‘천의 얼굴’이라 불리는 전신성홍반루푸스. 한양대병원 류마티즘병원장 배상철 교수(의학과)가 루푸스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를 발견했다. 연구 논문은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 제네틱스(Nature Genetics)’에 등재됐다. 루푸스, 새로운 원인 유전자를 발견하다 ▲ 배상철 교수(의학과)는 이번 연구를 통해 전신 성홍반루푸스(Systemic lupus erythematosus)의 원인이 되는 특정 유전자 10개를 새롭게 발견하고, 기존 루푸스 치료제 외에 루푸스를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약제를 찾아냈다. 전신성홍반루푸스(이하 루푸스)는 대표적인 류마티즘 질환 중 하나이자, 자가면역질환이다. 자가면역질환이란 인체 내부의 면역계가 외부 항원이 아닌 내부의 정상 세포를 공격하는 질환을 뜻한다. 면역계는 외부에서 침투한 세균의 공격으로부터 몸을 방어하기 마련인데, 자가면역질환은 이 면역계가 자기 신체를 공격하면서 나타나는 질병이다. 유전적 요인이나 바이러스 등이 그 원인으로 꼽힌다. 루푸스는 보통 몇 개의 기관에만 발병하는 경미한 질환이지만, 일부 환자들의 경우 주요 장기에 염증이 발생하고 피부 발진이 일어나 심각한 상태로 번지기도 한다. 생명이 위독한 경우도 적지 않다. 배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루푸스를 유발하는 특정 유전자 10개를 규명하고, 기존의 치료제 외에 루푸스를 치료할 새로운 약재까지 찾아냈다. 학계에선 오랜 연구를 통해 46개의 루푸스 원인 유전자를 발견한 상태였다. 배 교수는 이 유전자들과 질병의 연관성을 재확인하고, 루푸스 환자 1만7000명의 면역계 특성을 20만 개 가량 분석했다. 이를 통해 10개의 새로운 원인 유전자를 발견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새로운 유전자를 발굴한 것은 물론, 루푸스 발병의 핵심적인 원인인 변이가 어디에 있는지 밝혀냈습니다. 나아가 이 유전자들이 유전변이를 신경에 전달하는 과정과 그 유전변이가 발병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도 규명했죠.” 오랜 기간에 걸쳐서 밝혀진 기존의 루푸스 유전자 수가 46개라는 점을 고려할 때 짧은 시간안에 다수의 유전자를 한 번에 발견한 이번 연구는 루푸스 유전성의 많은 부분을 설명할 수 있게 됐단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배 교수는 ‘약제 리포지셔닝’을 통해 새롭게 발견한 10개 유전자의 활성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치료 약제 56개를 새로이 밝혀냈다. 약제 리포지셔닝이란 기존에 사용되고 있는 약제들의 표적을 분석해 다른 질환에 활용하는 약제 개발 전략이다. 안정성이 확보된 약재들을 새롭게 활용한다는 점에서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약제 개발 방식이다. 배 교수는 새로운 유전자 변인을 토대로 기존 약재들을 하나하나 연결했고, 그 결과 56개의 약이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번에 제안한 56개의 약 중에선 기존의 루푸스 환자에게 사용돼 안정성을 인정 받은 약도 있었다. ▲ 전신홍반루푸스는 자가항체와 면역복합체에 의해 인체의 여러 장기, 조직, 및 세포가 손상되는 전신 자가 면역 질환이다. 라틴어로 '늑대'라는 의미로 피부의 염증이 늑대에게 물린 것과 비슷해 붙여진 이름이다. (출처: 배상철 교수 논문) 맞춤치료에 한 걸음 다가서다 국내외 다수의 대학병원이 참여한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연구개발사업의 지원을 통해 진행됐다. 류마티스병원 내 임상역학경제연구실은 한중일을 아우르는 대규모 류마티스질환 코호트(류마티스질환을 경험하는 집단에 대한 정보 공유망)를 구축했다. 이를 바탕으로 맞춤의학연구실에서는 방대한 양의 유전정보를 생산 및 분석할 수 있었다. 더 신뢰성 있는 연구결과를 얻기 위해, 국내 및 국제 공동 연구를 추진하기도 했다. 이번 연구의 총괄리더로서 연구를 진두지휘한 배 교수는 “세계 각지의 사람들을 모아서 연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연구에 있어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아야 했어요. 무엇보다 언어적인 장벽이 높았죠. 많은 사람들한테 원하는 바를 효과적으로 설명하고 전달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배 교수는 이번 연구가 향후 한국인 루푸스 환자의 맞춤치료에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 평가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인을 포함, 유전적으로 유사한 동아시아 인종을 분석한 결과입니다. 한국인 환자들에게 더 적합한 치료가 가능할 거란 뜻이죠.”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개인별 유전변이에 따라 약제 반응에도 차이가 난다. 때문에 효율적인 치료를 위해선 개인 유전변이에 알맞은 약제를 처방해야 하는데, 이번 연구는 맞춤 치료의 범위와 가능성을 넓혔다. “서양 의학에선 보편적으로 유용한 처방을 내리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이제는 환자 개개인에 맞춘 처방을 내릴 수 있죠.” 배 교수는 환자 개인의 유전변이는 물론 식습관, 치료에 대한 참여 의지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특정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처방을 내리는 것이 연구의 궁극적인 목표라 말했다. ▲ 배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한국인을 포함해 동아시아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첫 연구로서, 한국인 환자를 위한 맞춤형 치료제 개발에도 큰 도움이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이번 연구에 참여한 연구진들 (출처 : 배상철 교수) 글ㆍ사진/ 이재오 기자 bigpie19@hanyang.ac.kr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2016-03 09 중요기사

[학술][이달의 연구자] 꿈의 배터리, 리튬 에어 배터리 상용화의 초석을 다지다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첨단 제품들이 자리 잡고 있다. 사람이 움직이기 위해 음식이 필요한 것처럼, 첨단 제품이 움직이기 위해서도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 에너지 역할을 하는 것이 배터리다. 현재 상용화된 배터리 형태는 리튬 이온 배터리. 리튬 이온 배터리 보다 높은 성능을 자랑하는 리튬 에어 배터리가 있으나, 효율성이 떨어져 상용화되지 못했다. ‘차세대 배터리’ 혹은 ‘꿈의 배터리’라 불리는 리튬 에어 배터리. 선양국 교수와 이윤정 교수(이상 공과대 에너지공학)의 공동연구로 효율성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았다. 경제성과 성능 두 마리 토끼를 잡다. ▲ 리튬 에어 배터리는 기존의 리튬 이온 배터리와는 달리 양 극의 재료로 산소를 사용한다. 기본적으로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전해질(물 등의 용매에 녹아 이온으로 나눠져 전류를 흐르게 하는 물질)의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세 부분을 구성하는 물질에 따라 이름이 달라진다. ‘니켈 카드뮴 배터리’, ‘리튬 폴리머 배터리’, ‘리튬 이온 배터리’ 등이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음극 재료로 탄소 물질인 그라파이트가, 양극 재료로 리튬 금속 산화물인 미켈, 코발트, 망간 등이 쓰인다. 전해질로는 비수계 전해액(물 분자가 포함되지 않은 전해액)이 쓰인다. 충전 상태에서는 음극의 리튬 이온이 전해질을 통해 양극으로 이동하며 에너지를 발생시킨다. 양극으로 이동한 리튬 이온을 음극으로 돌려보내면 방전된 배터리가 충전된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지난 1991년 상용화됐고, 이후 연구와 발전을 거듭해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배터리가 됐다. 다만, 리튬 이온 배터리는 대형화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기본적으로 리튬 이온 배터리의 양극 물질로 쓰이는 미켈, 코발트, 망간 등이 굉장히 비쌉니다.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등에 쓰이는 소형 배터리는 문제 되지 않겠지만, 전기자동차에 이 배터리를 사용한다면 가격이 문제가 되겠죠. 스마트폰 배터리의 6,800배~7,000배 크기의 배터리를 사용하게 되니까요.” 선양국 교수의 설명이다. 그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리튬 에어 배터리다. 리튬 에어 배터리는 음극 재료로 리튬 메탈을 사용하고, 양극 재료로 탄소 지지체 안의 산소를 사용한다. 전해질은 비수계 전해액이 사용된다. 리튬 이온 배터리가 양극 재료로 미켈 등 비싼 금속 산화물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리튬 에어 배터리는 공기 중에 널리 퍼져있는 산소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큰 차이다. 경제성 면에서 우월할 수밖에 없다. 에너지 밀도 면에서도 차이가 난다. 리튬 에어 배터리는 리튬 이온 배터리보다 3-5배에 달하는 에너지 밀도를 자랑해 성능이 더 높다. 에너지 효율의 문제를 해결하다 리튬 에어 배터리는 이런 장점 덕에 ‘꿈의 배터리’라고 불린다. 그러나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꼽혀온 것이 ‘효율성’이다. 이 교수는 말한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100을 충전하면 99.99를 쓸 수 있을 만큼 높은 효율성을 보입니다. 그러나 리튬 에어 배터리는 100을 충전하면 60 정도만 사용할 수 있어요. 이 점이 상용화에 큰 걸림돌이 되었죠.” 리튬 에어 배터리의 효율성이 낮은 이유는 리튬 이온이 음극에서 양극으로 이동할 때, 양극의 산소와 반응하며 과산화리튬(Li2O2) 산화물을 생성하기 때문이다. 과산화리튬은 전기가 통하지 않는 비도체 물질이라 에너지 이동을 방해한다. 이런 이유로 과산화리튬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배터리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 목표가 됐다. ▲ 이리듐 나노 촉매는 리튬 이온과 산소와의 반응에서 과산화 리튬(Li2O2) 대신 초산화 리튬(LiO2)이 생성되도록 한다. 선 교수 와 이 교수는 양극의 산소 지지체에 새로운 소재를 도입했다. 탄소물질인 그래핀에 이리듐 나노 촉매를 혼합한 것. 탄소 물질인 그래핀은 넓은 표면적으로 리튬 에어 배터리의 용량을 극대화할 수 있으며, 뛰어난 전도성으로 저항을 최소화해 에너지 효율을 증대시킨다. 또, 이리듐 나노 촉매는 리튬 이온과 산소 반응에서 특별한 역할을 해낸다. 이윤정 교수는 이리듐 나노 촉매의 역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기존의 반응에서 과산화리튬이 발생하는 것과 달리, 이리듐 나노 촉매는 초산화 리튬(LiO2)이 생성되게 합니다. 초산화 리튬은 전도도가 높을뿐더러 리튬과 산소로 분해되기 쉬워요. 에너지 효율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죠.” 물론, 에너지 효율을 향상시켰다고 리튬 에어 배터리의 상용화가 즉시 가능한 것은 아니다. 아직까지 해결해야 할 산은 많다. 그러나 선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존의 리튬 에어 배터리 패러다임을 바꾸고, 앞으로 리튬 에어 배터리 개발 연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리튬 에어 배터리 상용화의 첫걸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더욱 깊이 연구해 리튬 에어 전지의 상용화에 힘쓰고 싶습니다.” 무엇이든 꾸준히 하는 노력이 필요 이 교수는 현재 리튬 에어 배터리가 들어간 전기자동차의 시운전을 위해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사람들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연구가 목표라고 한다. “예전에 외국에서 공부를 할 때 한 교수님이 ‘논문을 잘 쓸 생각을 하지 말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아이디어를 생각하라’고 얘기해주신 적이 있어요. 저도 그분 말씀처럼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연구를 하고 싶습니다. 전기자동차의 배터리 연구도 그 중 하나가 될 수 있겠죠” 물론 이러한 연구가 한 번의 노력, 한 번의 시도로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1980~90년대 한국에서 배터리 산업은 중소기업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외국에서는 파나소닉 등의 대기업에서 배터리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중이었다. 선 교수는 1991년 소니의 리튬 이온 배터리 상용화 발표를 보고, 한국에서도 배터리 개발에 착수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제가 연구를 시작할 무렵 우리나라에서 배터리 연구를 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어요. 당시 다른 사람의 말에 좌지우지됐으면 지금의 연구 결과는 없었을 거예요.” 선 교수는 남들과는 다른 ‘창의성’이 인생의 큰 동력이라고 조언했다. “인생도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열정과 노력, 그리고 남들과는 다른 창의성을 가지고 살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자신만의 고유한 결과물이 생길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학생들도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노력했으면 좋겠어요.” ▲ 배터리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선양국 교수(공과대 에너지공학)와 이윤정 교수(공과대 에너지공학)를 지난 26일과 이번 달 1일 본인의 연구실에서 만날 수 있었다. 두 교수 모두 단기적인 시각보다 미래를 보면서 꾸준히 정진하는 노력의 필요성을 얘기했다. 글/ 이종명 기자 tmjo2000@hanyang.ac.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사진/ 김윤수 기자 rladbstn625@hanyang.ac.kr 최민주 기자 lovelymin12@hanyang.ac.kr 디자인/ 조유미 기자 lovelym2@hanyang.ac.kr

2016-02 11 중요기사

[학술][이달의 연구자] 범죄와 교육, '경제학'을 입히다

우리 사회는 때때로 흉악범 때문에 소란스럽다. 범죄자의 신상과 범행 수법, 경찰의 수사력 등이 연일 매스컴에 오른다. 이 외에도 범죄 이력과 관련해 곧잘 언급되는 말이 있다면, 아마도 ‘학력’에 관한 것일 테다. 범죄자들의 낮은 교육 수준이 종종 범행 동기 중 하나로 꼽힌다. 과연 범죄와 교육 수준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 이 분야에서 오랜 세월동안 연구해 온 강성만 교수(경제금융대 경제금융학)를 만났다. 교육 수준과 범죄는 어떤 관계일까 ▲ 1월 27일에 진행된 인터뷰에서 강성만 교수(경 제금융대 경제금융학)는 교육의 양과 범죄율의 상 관 관계를 설명했다. 한 사람의 그릇된 행동이나 범죄의 원인으로 종종 가정 교육이나 최종 학력 등 교육적 요인의 결함이 거론된다. 강성만 교수는 이에 교육과 범죄의 명확한 상관 관계를 밝히고자 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고등학교를 무사히 졸업했을 때와 아닐 때, 범죄율이 어떻게 다른지를 연구했습니다.” 하지만 고등학교 중퇴 여부로만 범죄율 추이를 단정짓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교육 수준 외에도 부모의 사회적 지위나 지적 능력, 개인의 성향이나 대인 관계 등 복합적인 요소들이 산재해 범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 합리적인 연구가 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틀이 필요했다. “내외적인 환경 요인이 동일한 교육 집단 내에서, 졸업 여부에 따라 어떤 차이가 드러나는지를 밝히는 게 이상적인 연구 방법이었습니다.” 현실을 고려해 차선책으로 강 교수가 연구를 진행한 곳은 노스 캐롤라이나(North Carolina)였다. 비교 대상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어서다. 노스 캐롤라이나의 청소년들은 만 16세까지 의무 교육을 받아야 한다. 고등학교 입학 연도는 10월 16일을 기준으로 결정한다. 이날을 ‘컷오프(Cut-off)’라 부르며 생일이 그 이전, 이후인 학생들로 나뉘는 것. 이전의 학생들은 하루 차이로 1년 먼저 진학하고, 고등학교 2학년 때 만 16세가 된다. 컷오프 이후 학생들은 고등학교 1학년 때 만 16세가 된다. 기존의 통계에 따르면 동일한 연령임에도 컷오프 이후에 태어난 학생들의 자퇴율이 훨씬 높았다. 학교 교육을 1년 덜 받은 상태에서, 중퇴에 대한 부담감과 고민이 상대적으로 가벼워지는 탓이다. 컷오프 이전과 이후에 태어난 학생들은 부모의 사회적 지위나 가계 소득 등에서 비슷한 환경을 가졌다. 같은 환경에서 자란 두 그룹의 차이가 교육의 양에 따라 명확히 통계로 나타난 것이다. 강 교수는 10만 여명의 자료를 빅데이터화 했고, 분명한 수치를 제시했다. 교육에 노출돼 있는 시간이 많을수록 범죄의 비율을 낮출 수 있다는 사실이 통계적으로 증명됐다. 교육과 범죄에 경제학을 입히다 강성만 교수의 주 관심 분야는 범죄 경제학과 교육 경제학이다. 그의 관심사에 날개를 달아준 이는 이번 연구의 공동 연구자이자 스승인 듀크대(Duke University) 쿡(Phillip Cook) 교수였다. 그와 협력하며 이번 연구에선 두 분야를 하나로 묶었다. 범죄에 있어 교육의 양이 가지는 효용성을 통계로 제시한 것이다. 연구는 ‘교육이 범죄를 줄이는데 기여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미국은 범죄가 정말 중요한 사안 중 하나입니다.” 강 교수는 어렸을 적부터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고 생활하며 몸소 느낄 수 있었단다. “곳곳에 산재해 있는 범죄들을 보면 늘, 어떻게 범죄를 줄일 수 있을 지 생각했어요.” 그는 교육의 질과 양에 대한 연구에 관심을 가졌고 이번 연구를 통해 교육의 양과 범죄율 간의 상관 관계를 도출했다. ▲ 강성만 교수는 범죄율이 감소하는 것에 대해 교육량이 가지는 효용성을 경제학적으로 풀어냈다. 강성만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나아가 다양한 연구에 흥미를 갖고 있다. 교육의 질적인 면에서, ‘어떤’ 교육이 범죄를 줄일 수 있는지 연구하고자 한다. 또 같은 그룹에 비행청소년이 있을 때 주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즉 또래효과에 대한 부분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강 교수는 한국의 학교폭력에 대한 연구에도 관심을 드러냈다. “한국은 1년 동안 한 학급 내에서 학업을 이어나갑니다. 좋은 관계가 형성 될 수도 있지만, 각종 청소년 범죄가 일어나는 시기이기도 하죠.” 상대적으로 범죄로부터 안전한 한국이지만, 학교 폭력만큼은 심각한 문제라는 것이 강 교수의 설명이다. 사회를 바꿀 수 있는 연구를 위해 “해야 할 연구가 정말 많아요.” 강 교수는 향후 연구들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가 연구를 이어나가는 이유는 ‘연구 분야’가 적성에 딱 맞아서다. “관심 있고 좋아하는 분야의 연구를 하다 보니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것 같네요.” 자료를 통계화 하느라 오랜 시간이 걸렸던 이번 연구도 전혀 힘들지 않았단다. “다시 찾아와주면 저야 언제든 환영하죠.” 어느덧 인터넷한양과는 세 번째 만남인 강 교수. 젊은 나이에 차근차근 커리어를 쌓아 가고 있는 그에겐 한 가지 목표가 있다. 실제 정책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하는 것. “정책에 반영돼 실제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실질적이고 도움이 되는 연구결과를 도출해 내고 싶습니다.” 포부를 밝히는 눈빛에서 자신감을 볼 수 있었다. 사회에 훌륭한 기여를 할 그의 모습을 그리며 네 번째 만남을 기약해 본다. ▲ 현대 사회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연구를 위해, 그의 노력은 계속된다. 글/ 김상연 기자 ksy1442@hanyang.ac.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사진/ 김윤수 기자 rladbstn625@hanyang.ac.kr

2016-01 05 중요기사

[학술][이달의 연구자] 인공 근육, 에너지 하베스팅의 장을 열다

대체 에너지는 유행을 넘어섰다. 개발 단계를 지나 상용화 단계에 이르렀고,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잡고 있기도 하다. 태양빛을 이용한 태양광 에너지, 바람을 이용한 풍력 에너지, 파도를 이용한 파력 에너지, 그리고 조수를 이용한 조력 에너지까지. 이제는 무궁무진한 방법으로 전기를 만든다. 이제 낚싯줄로 인공근육을 만들어 전기를 생산한다면 어떨까. 그 방법을 고안한 주인공, 김선정 교수(공과대 생체공학과)다. 나일론 실로 만드는 전기 에너지 ▲ 지난 24일 인터뷰에서 김선정 교수는 인공근육 이 온도의 영향으로 전기 에너지를 생산하는 방법 을 설명했다.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꼽히는 화석 연료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 바야흐로 고효율, 친환경의 새로운 에너지 시대. 화석 연료의 뒤를 잇는 에너지 생산 방법으로는 ‘에너지 하베스팅(Energy Harvesting)’이 대세다. 태양광, 열, 풍력 등과 같이 자연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전환, 수확하는 기술을 일컫는 말이다. 일상 속에서 버려지기 쉬운, 작은 에너지들을 모아 전기 에너지로 변환시키는 에너지 하베스팅은 신재생 에너지 생산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김 교수는 ‘나일론 실’을 이용한 에너지 하베스팅을 연구했다. 김 교수의 논문 ‘온도 변화에 의해 움직이는 인공근육의 전기 에너지 생성(Harvesting temperature fluctuations as electrical energy using torsional and tensile polymer muscles)’은 인공근육이 공기의 대류에 의해 움직일 때, 이 근육의 운동 에너지를 전기로 바꾸는 기술을 담았다. 김 교수는 낚싯줄 등에 쓰이는 나일론 실을 수천 번씩 꼬아 다양한 굵기의 근섬유를 만들고, 이들을 하나로 묶거나 직물로 짜냈다. 이렇게 만든 인공근육(Artificial Muscles)은 자연 근육보다 100배 강한 힘을 낸다. 다음으로 영향을 미치는 건 공기의 대류, 즉 ‘바람’이다. 차가운 공기는 아래로, 따뜻한 공기는 위로 가는 대류 현상이 인공근육을 움직인다. 여기에 안쪽 마그네틱, 바깥쪽은 코일로 된 모터를 더해, 전자기장의 원리에 따라 에너지를 생산한다. 인공근육의 운동 에너지(Kinetic Energy)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시킨다는 김 교수의 연구는 세계적인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 2014)' 지에 실려 연구의 효용성을 인정 받았다. 비교적 간단한 두 가지 원리, 공기의 대류와 자기장을 이용해 김 교수는 대체 에너지의 새로운 장을 열게 됐다. 김 교수는 나일론 실을 통한 에너지 하베스팅이 상용화될 가능성에 대해 말했다. “가정용 에너지 생산 기구를 창가에 올려두고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도 기구가 반응하면 정말 좋겠죠. 바람은 모으지 않으면 버려지는 자원인데, 기구를 통해 바람의 힘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현재까지 개발된 나일론 인공근육은 섭씨 60도 이상의 높은 온도에서만 작동한다. 저온에서도 가동되는 에너지를 개발해야 상용화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낮은 온도에도 감응하여 스스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자가구동체(Self-powered Actuator)를 만드는 것이 현재 김 교수의 바람이자 과제다. ▲ 온도 변화의 영향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인공근육 (출처 : 김선정 교수) 9년 연구의 시작은 생체모방공학에서 ▲ 나일론 인공근육이 꼬아지는 모습 (출처 : 김선정 교수) 김 교수는 지난 2006년부터 창의연구단(생체인공근육연구단) 국책과제를 수행하면서 인공근육 연구를 시작해 올해로 9년 차에 접어들었다. 김 교수는 ‘생체모방공학’을 전공하며 인공근육 연구에 푹 빠졌다. 현존하는 생물체와 자연의 구조에 영감을 받아, 이를 공학 기술에 접목하는 학문이다. “생태계에서는 진화한 생물체만 살아남고 열등한 나머지는 도태돼 버려요. 결국 현재 살아있는 생물체가 자연에 최적으로 진화된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가장 똑똑한 구조라는 거죠. 그 구조와 기능에서 영감을 받는 학문입니다.” 김 교수는 생체모방공학이 지향하는 모방은 ‘베낀다(Copy)’는 의미보다, ‘영감을 받는다(Inspired)’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로봇은 사람의 근육 구조와 동작에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기계다. 김 교수가 몰두하는 인공근육은 로봇의 운동에 쓰이는 전기 모터 대신 사용될 수 있다. 의학 영역에서는 미래에 실제 근육을 보완하고, 대체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나일론 인공근육은 저렴한 비용으로 쉽게 대량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사용될 수 있다. 나일론 인공근육은 기존에 동일한 역할을 했던 형상기억합금에 비해 약 640배 싼 가격을 자랑한다. 인공근육이 형상기억합금보다 무게당 5배 더 큰 전기 에너지를 만든다는 사실로 볼 때, 김 교수의 연구는 괄목할 만한 성과다. 연구자의 자세는 도전 김 교수에게 연구 철학을 물었다. 김 교수는 망설임 없이 ‘도전’이라고 답했다. “연구는 기존의 것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새로운 것을 찾아 도전해야 합니다. 창의적인 사고를 추구해야 가치 있는 연구를 할 수 있습니다.” 생체공학과에서 학부생들을 가르치는 동시에 끊임 없는 연구성과로 한양의 이름을 드높이고 있는 김 교수. ‘도전’은 누구보다 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다. 창의력과 도전 정신을 요구하는 이 시대에, 김 교수는 현재보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연구자다. ▲ 한양의 이름을 드높이고 있는 김선정 교수는 현재보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연구자다. 박윤정 기자 dbswjd602@hanyang.ac.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사진/조유미 기자 lovelym2@hanyang.ac.kr

2015-12 07 중요기사

[학술][이달의 연구자] 그래핀, 강하고 오래가는 배터리 개발의 열쇠!

대학생의 상징인 노트북, 현대인의 필수품 스마트폰에는 리튬이온 배터리가 공통적으로 사용된다. 미래 세대의 이동 수단인 전기 자동차를 이끌어 갈 주역 역시 리튬이온 배터리다. 그러나 전기 자동차에 적용할 수 있을 정도의 대용량 리튬이온 배터리는 여전히 연구 단계에 머물러 있다. 강하고 오래가는 배터리 연구를 위해 박원일 교수(공과대학 신소재공학부)가 앞장섰다. 배터리, 왜 이렇게 빨리 닳죠? ▲ 박원일 교수는 "리튬 이온 배터리를 사용한 노트북과 휴대전 화는 배터리를 구성하는 실리콘의 손상으로 인해 수명이 짧아 지는 문제를 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 사회에서 흔히 사용되는 여러 전자기기와 휴대기기에는 리튬이온 배터리가 사용되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2차 전지이다. 한번 사용하면 다시 충전하지 못하던 1차 전지와 달리, 다시 충전해서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를 2차 전지라 부른다. 이러한 2차 전지의 일종인 리튬이온 배터리는 양극와 음극 사이에 전해질이 위치하고, 리튬이온이 이 전해질을 따라 양극과 음극을 이동하면서 충전과 방전이 이뤄지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음극에 위치하던 리튬이온이 양극으로 이동하면 충전이, 반대의 경우에는 방전이 이뤄진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작은 크기와 가벼운 무게에 비해 고용량의 전지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휴대기기에 많이 이용되고 있다. 방전 시 리튬은 음극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음극 재료들은 리튬을 내보내는 역할을 수행한다. 기존에 사용되는 일반적인 음극의 구성 재료는 흑연이었다. 흑연의 틈으로 전해질을 타고 온 리튬이 이동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음극재료를 흑연에서 실리콘으로 교체하려는 연구가 꾸준히 이어져 왔다. 실리콘을 사용하면 흑연에 비해 에너지 밀도를 높여, 배터리 용량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실리콘 음극 재료를 사용한 배터리는 충전과 방전을 계속할수록 급격하게 배터리 수명이 저하되는 큰 문제를 안고 있다. 리튬이 이동할 때 실리콘이 300배 이상 팽창하면서, 기기들이 쉽게 망가지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과 노트북의 배터리가 사용할수록 빠르게 닳는 것도 이러한 문제 때문"이라는 명쾌한 설명을 더했다. 박 교수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시도로 이번 연구를 시작했다. 높은 에너지로, 오래가는 배터리! 박 교수의 연구팀이 예측한 방법은 바로 음극 재료인 실리콘 표면에 그래핀 한 면을 성장시키는 방법이었다. 그래핀은 기존에 사용하던 흑연의 한 면을 의미한다. 즉, 흑연의 구성 원소인 탄소가 음극 재료인 실리콘의 표면에서 직접 막을 형성하도록 한 것이다. 예측은 적중했다. 리튬이 이동하면서 일어나는 화학반응과 실리콘의 팽창이 흑연의 그래핀 한 층으로 해소됐다. 탄소 결합의 일종인 그래핀은 벌집 모양으로 구성되어 있어 그 구조가 무척 안정적이기 때문에, 오늘날 연구에서 매우 각광받는 신소재로 손꼽힌다. 물리적 강도와 전도도가 높은 그래핀 덕분에, 실리콘의 부피가 팽창하면서 야기하던 구조 붕괴가 현저하게 줄어든 것이다. 그래핀은 실리콘의 팽창을 견딜만한 힘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실리콘의 높은 에너지 밀도와, 흑연의 물리적 강도를 결합시킨 연구"라고 정리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충전기와 콘센트를 벗어나지 못하던 현대인들이, 긴 시간 동안 배터리 방전 걱정 없이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박원일 교수 연구팀은 음극 재료의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실리콘의 표면에 흑연의 한 면인 그래핀을 성장시키는 방법을 사용했다. 또한 박 교수 연구팀은 음극 재료 표면과 그래핀의 결합을 위해 '반데르발스 힘(van der waals force)'을 이용한 결합 방식을 이용했다. 반데르발스 힘이란 두 분자 사이에 작용하는 인력을 의미한다. 분자 한 쪽이 팽창해도, 다른 한 쪽이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결합방식이기 때문에 음극재료와 그래핀 사이에서 큰 손상을 받지 않아 구조적 안정성을 갖게 되는 셈이다. 박 교수의 연구는 말 그대로, 강하고 오래가는 배터리가 멀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미래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로 손꼽히는 '전기자동차' 역시 리튬이온 배터리가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자동차에 쓰일 만큼 크기가 작고 가벼우며, 용량은 크고, 알맞은 가격 대의 리튬이온 배터리는 아직 개발단계에 놓여있다는 점입니다." 박 교수는 "리튬이온 배터리에 대한 연구가 계속된다면, 휴대용 기기를 넘어 전기 자동차에 상용화 되는 날도 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작은 재료들이 세상을 바꾸다 연구에는 1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됐다. 박 교수는 "배터리라는 것이, 사용하면서 언제 문제가 발생할 지 예측하기 어려운 기기이므로 지속적인 관찰을 위해 긴 연구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배터리 전체 수명을 연구해야 하므로, 배터리의 충전과 방전을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하고 반복적으로 실험해야 했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신소재, 특히 그 중에서도 나노 분야와 광 소재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더 열심히 연구해야 하겠지만, 작은 재료들이 모여 첨단 기기가 되고, 결국 세상을 바꾸는 것이 신소재의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끝으로 박 교수는 연구에 힘쓰며 과학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수많은 한양인들에게 조언을 건넸다. "과학을 공식 암기의 과목이라 생각하지 말고, 주변에서 발견하는 현상들을 이해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또한 원하는 목표까지 도달하지 못하더라고, 미리 포기하고 아무것도 시도해 보지 않는 것보다는 훨씬 더 성숙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요? ▲ 끝으로 박원일 교수는"흔히 신소재라 불리는 작은 재료들이 모여 첨단 기기가 되고, 결국 세상을 바꾸는 것이 이 분야의 매력"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김예랑 기자 ys2847@hanyang.ac.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사진/이명지 기자 jk6180@hanyang.ac.kr

2015-11 10 중요기사

[학술][이달의 연구자] '예측된 충격'으로 경제 현상을 재해석하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는 속담이 있다. 말의 파급효과를 말하는 속담이다. 현실도 마찬가지다. 뉴스에서 경기가 안 좋을 것이라고 예상을 하면 아직 경기가 나빠지지 않았음에도 사람들은 저축을 늘린다. 유력 대선후보와 연관된 회사의 주식가격은 ‘테마주’라는 이름을 달고 상승한다. 이처럼 현실에서는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음에도, 사람들은 예측을 가지고 행동을 변화시킨다. 남덕우 교수(경금대 경금)는 이런 예측된 충격을 가지고 기존 이론과 반대되는 현상을 설명했다. 기존의 충격과 퍼즐현상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한다. 기술의 변화를 경제학에서는 충격이라고 말한다. 기술의 진보는 생산체계에 변화를 일으켜 같은 투입 하에서 더 많은 생산을 가능하게 한다. 개방경제체계 안에서 다른 조건이 불변일 때 생산량의 증가는 한 나라의 상품의 가격을 다른 나라의 상품가격보다 상대적으로 낮게 만들어준다. 이러한 상품가격의 변화는 실질환율의 변화를 가져온다. 실질환율이란 한 나라의 상품이 외국의 상품과 교환되는 비율을 말한다. 각 나라의 화폐교환비율을 말하는 명목환율과는 다른 개념이다. 즉, 상품가격의 하락은 외국 상품과의 상대적 교환비율인 실질환율을 상승시킨다. 이러한 현상은 기술 진보가 일어난 재화의 가치하락(depreciation)을 야기한다. 그러나 실증적 연구 중 기술의 진보가 재화의 가치하락을 가져오는 것이 아닌 가치증가(appreciation)를 가져오는 역 상황이 관찰됐다. 기존의 국가간 교역 모델에 반하는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이렇게 이론과 현실에 차이가 나는 상황을 퍼즐(puzzle)이라 부른다. 남 교수의 연구는 기존의 논문이 현실 상황을 설명하지 못하는 이러한 퍼즐의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시작했다. “이론을 수식으로 나타낸 것이 모델입니다. 이 모델은 현실을 잘 설명해야 합니다. 현실을 잘 설명하는 모델을 만드는 것이 경제학자의 일입니다. 만약 기존의 모델이 현실의 다양성을 잘 설명하지 못한다면 경제학자는 그것을 발전시켜야 합니다” 예측된 충격 개념의 적용 이런 문제가 나타난 이유를 남 교수는 기존의 연구가 충격을 한가지로만 생각하는 데 있다고 봤다. 기존의 경제학 연구들은 예측되지 못한 충격(surprise shock)에 중점을 두었다. 그러나 남 교수는 퍼즐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예측된 충격(news shock)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생각했다. 예측된 충격이란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현재 영향을 주는 충격이 아닌 미래에 일어날 것이라고 공표된 충격이다. 예측된 충격은 기술의 미래 증가분을 야기한다. 소비자는 미래의 증가분을 마치 지금 증가한 것처럼 여기고 행동하게 된다. 즉, 기술의 미래 증가분을 예상해서 소비가 증가하게 되고 다른 조건이 동일한 상태에서의 소비의 증가는 타국과 비교해 봤을 때 재화의 상대적 가격을 증가시킨다. 상대적 가격의 증가는 실질환율의 하락을 불러오고 이는 재화의 가치증가 상황을 가져오는 것이다. 간단한 예로 설명하면 용돈을 예로 들 수 있다. 기존에 십 만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이 사람이 일주일 후 이십 만원의 추가용돈을 받는다는 소식을 알게 되면 마치 지금 삼십 만원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소비를 늘리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미래의 예상이 현재의 소비를 증가시키는 것이다. ▲ 위의 표는 실질환율과 연관된 경기변동을 총 요소 생산성에 대한 각각의 충격이 미치는 효과로 보여준다. (사진 출처 : 남덕우 교수 논문) 남 교수는 예측된 충격의 중요성을 주식시장에 비유해 설명했다. “새로운 뉴스가 나오면 주식시장의 가격은 바로 바뀝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예측된 것이 중요한 것이지 근본적 변화가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남 교수의 이번 논문은 미국의 총 요소 생산성(total factor productivity)의 변화방향을 예측되지 않은 충격과 예측된 충격으로 나누어 분석함으로써 두 충격의 차이점을 검증했다. 검증결과 예측되지 않은 충격의 경우 기존의 이론대로 재화의 가치하락 현상이 발생했고, 예측된 충격의 경우 가치증가의 현상이 발생했다. 두 개의 충격을 나눠 파악함으로써 기존 이론의 퍼즐현상을 해결한 것이다. 물론 예측된 충격이 경기변동을 일으킨다는 가설은 예전부터 있었다. 그러나 이 가설에 대한 실증적 분석이 매우 부족했다. 남 교수의 논문은 그 동안 없었던 예측된 충격에 대한 실증적 분석을 처음으로 보여줬다는 것에 큰 시사점이 있다. 진실된 연구자가 되고 싶다 남 교수의 목표는 자신의 분야에 더욱 더 몰두해서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다음 연구 목표로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경기변동의 주요원인으로 예측되었던 돈의 대출 가능 상태(credit condition)와 경기변동의 상관관계에 관해 연구하고 싶다고 한다. 이러한 목표 안에서도 남 교수가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은 바로 진실성이다. 연구를 하고 논문을 쓰다 보면 받을 수 있는 표절, 거짓말 그리고 조작의 유혹에 빠지지 않는 것이 목표다. 남 교수는 “교수는 순수 학문은 연구한다는 점에 있어서 누구보다도 진실돼야 한다. 어떠한 곳에서도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위해서는 그 진실성이 가장 중요하게 여겨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우리대학 경제학과 93학번 출신이다. 남 교수는 교수라는 직함에 사로 잡히지 않고 마치 후배를 대하듯이 학생들과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교수가 아닌 93학번의 선배의 입장에서 남 교수는 학생들에게 자신이 진정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고민해보라고 조언한다. “우리대학 학생들은 이상하게 기가 죽어있는 모습이 많이 보입니다. 좀 더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삶이 어떤 것인가 생각해보고 진정 원하는 삶을 이루기 위해 긍정적으로 열심히 살기를 바랍니다.” ▲ 남덕우 교수(경금대 경금)는 "연구를 하면서 받는 여러가지 나쁜 유혹에 사로잡히지 않고 항상 진실성을 유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종명 기자 tmjo2000@hanyang.ac.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사진/이명지 기자 jk6180@hanyang.ac.kr

2015-10 07 중요기사

[학술][이달의 연구자] 코어쉘 구조, 더 강력한 리튬이온 배터리를 만들다

보다 실용적인 전지 발전을 위해 스티브 잡스가 만든 스마트폰이 예쁜 건 사실이지만, 사서 쓰고 싶지는 않다는 A양. 일체형 배터리가 불편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배터리는 쓰면 쓸 수록 성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충전기나 무거운 보조 배터리를 들고 다녀야 하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은 이제 사라질지도 모른다. 김한수 교수(공대 에너지)는 스마트폰 속 리튬이온 배터리의 단점을 해결하는 새로운 방법을 연구했다. 리튬이온 배터리 속 실리콘의 문제 스마트폰, 전기 자동차, ESS(Energy Storage System, 발전소에서 과잉 생산된 전력을 저장해 두었다가 일시적으로 전력이 부족할 때 송전해 주는 저장장치) 등 현대 사회에서 이용되는 새로운 발명품들은 리튬이온 배터리를 이용한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가역 능력, 높은 출력비율 덕에 많은 제품들에서 사용되고 있지만 여전히 몇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저장 용량이 작은 데다 용량이 커질수록 가격이 비싸지고, 오랜 기간 사용한 후에는 성능이 떨어진다. 내장형 배터리를 이용하는 스마트폰의 사용기간이 길어질 수록 한 번의 충전으로 하루를 버티기 힘들어지는 것이 이런 문제 때문이다. ▲ 리튬이온 배터리의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김한수 교수(공과대학 에너지공학과)의 연구팀은 실리콘에 나노 결정을 코팅하는 '코어쉘'(Core-Shell) 구조를 도입했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오랜 기간 사용할 수 없는 이유는 전지 내부 실리콘의 팽창 탓이다. 실리콘은 전자가 방출되는 음극의 소재로 이용된다. 실리콘은 기존에 사용된 흑연에 비해 더 많은 양의 리튬을 저장할 수 있지만, 충전과 방전의 과정을 거칠 때마다 부피가 4배까지 늘어나며 빠르게 닳는 단점이 있다. 김한수 교수(공대 에너지)는 이러한 문제점을 빵에 비유해 설명했다. "빵을 구울 때를 생각하면 쉽습니다. 오븐에 들어간 빵이 처음에 크게 부풀었다 나중에 수축하죠.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균열이 생깁니다. 단순히 부풀었다가 본래 상태로 돌아가는 게 아니에요. 균열은 재료에 손상을 입힙니다." 나노 결정을 이용한 팽창 방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 교수의 연구팀은 실리콘에 '코어쉘'(Core-Shell) 구조를 도입했다. 노른자를 감싸고 있는 흰자처럼, 실리콘이라는 노른자에 나노 결정이라는 흰자를 코팅하는 방법이다.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에서 실리콘은 장래가 유망한 재료입니다. 코어쉘 구조는 부피 팽창을 억제할 수 있는 산화막, 규소를 통해, 주재료인 실리콘을 보호하는 방법이에요." 김 교수는 새로운 구조 도입 결과, 기존 재료보다 용량이 70% 이상 향상 됐고, 100번 이상의 충전에도 처음과 같은 성능을 낼 수 있음을 밝혀냈다. 아이디어는 있었지만 실제로 생각을 실현시키는 일은 쉽지 않았다. 김 교수 연구팀은 실리콘에 입힐 적절한 재료를 찾기 위해 주요 변수를 따져 실험을 했다. "재료들 간의 조성비, 반응이 일어나는 온도, 재료를 투입하는 시기와 양 등, 변수가 많았어요. 변수에 조금만 변화가 생겨도 실리콘을 감싸야 할 재료들이 실리콘을 감싸지 않고 서로 반응을 하기도 하고, 아예 결합하지 않기도 했습니다. 원하는 실리콘만을 감싸게 만들도록 하는 점이 어려웠습니다. 무엇이 제일 중요한지는 한참 후에야 알았죠." 대용량의 배터리는 특히 차세대 이동 수단으로 불리는 전기 자동차 분야에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김 교수는 "전기 자동차가 사람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충전 용량의 문제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전기 자동차의 문제 중 하나는 한 번 충전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제한이 있다는 점이에요. 석유 연료를 이용하는 자동차는 연료 탱크를 키워서 저장할 수 있는 연료량을 늘일 수 있습니다. 전기 배터리도 할당된 부피와 무게 안에서 저장할 수 있는 전기의 양을 늘려야 해요. 지금은 전기 자동차가 1회 충전으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가 많지 않지만, 새로운 배터리로 이동 거리가 늘어나면 대중화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창의력? 꾸준한 고민의 산물 석사와 박사 과정에서 모두 배터리를 연구한 김 교수는 "석사 과정 당시에는 한 번 충전해서 들고 다니기도 힘든 노트북을 썼는데, 미래에는 기능이 많고 가벼운 장비들이 더 강한 전지를 필요로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당시의 전망에 대해 얘기했다. 그는 "만들어낸 전지를 상용화하기 위해 에너지 밀도를 더 높이고, 가격을 더 낮추고 싶다"는 미래의 바람을 밝혔다. 대학시절부터 십 년이 넘게 연구를 이어온 김 교수는 "더 나은 연구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창의력"이라고 말했다. "연구 논문 한 편을 쓴다고 연구자로서의 삶이 획기적으로 더 나아지는 일은 이제 없어요. 끊임없이 노력을 해야 독립적인 연구자로 남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 연구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창의력입니다." 그렇다면 창의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김 교수는 "꾸준한 고민"이라는 의견과 함께 창의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의 팁을 남겼다. "창의력이 꼭 공부를 잘 한다거나, 괴팍하고 독특한 사람에게 많은 것은 아닙니다. 그저 꾸준히 고민을 하면 돼요. 여러분도 가끔 사소한 행동을 할 때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가 있었을 겁니다. 그건 우연이 아니라 계속된 몰입의 결과라고 생각해요. 샤워할 때도, 담배 한 모금 피러 나갈 때에도, 세수하거나 화장을 지울 때에도 고민을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에요." ▲ 김한수 교수는 "연구자에게 필요한 것은 창의력"이라는 생각을 밝히며, "창의력은 꾸준한 고민에서 탄생한다"고 말했다. 최정아 기자 shaoran007@hanyang.ac.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사진/조유미 기자 lovelym2@hanyang.ac.kr

2015-09 09 중요기사

[학술][이달의 연구자] 차세대 배터리의 가능성을 발견하다

소듐이온 배터리의 전기전도율 향상법을 찾아서 스마트폰의 배터리가 줄어들수록, 우리는 점점 불안해진다. 가득 충전해도 금세 방전되는 배터리 탓에 많은 사람들이 충전기나 보조배터리를 항상 들고 다닌다.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노트북, 카메라,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기기들이 배터리 없이는 작동하지 않는다. 배터리는 우리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 앞으로의 배터리는 어떻게 발전할까. 배터리 전문가인 선양국 교수(공과대 에너지)가 차세대 배터리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선 교수는 소듐이온 배터리의 성능을 크게 향상시킨 연구의 성과를 인정받아 9월 이달의 연구자에 선정됐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대안을 찾아서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이나 노트북과 같은 전자장비에는 대부분 리튬이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리튬은 현존하는 금속 중에서 가장 가볍고 전기 에너지를 많이 저장하는 특성이 있어 배터리의 재료로 폭넓게 사용돼왔다. 하지만 리튬은 매장량이 희소해 가격이 비싸고, 채굴과 배터리 제작 과정에서 환경 오염을 유발한다. 또, 전기자동차에 필요한 대용량 배터리처럼 앞으로 증가하는 배터리 수요를 리튬이온 배터리만으로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리튬 대신 다른 물질로 배터리를 만들려는 시도가 이전부터 계속돼왔다. 그 중 하나가 소듐이온 배터리이다. 우리가 흔히 나트륨이라고 부르는 소듐(나트륨은 독일어식 표현으로, 학계에서는 소듐이라는 표현을 주로 사용한다)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얻을 수 있고 그 부존량도 무한하다. 때문에 리튬에 비해서 낮은 비용으로 배터리를 생산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소듐이온 배터리는 배터리 생산과정에서 환경 오염을 적게 유발해 리튬이온 배터리를 대체할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고 있다. 소듐이온 배터리에 대한 연구는 최근 15년 동안 꾸준히 진행돼왔지만, 아직 리튬이온 배터리와 동등한 성능을 내는 데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었다. 선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소듐이온 배터리의 에너지효율을 크게 향상시켜 학계와 업계의 주목받고 있다. 작은 개선이 만드는 배터리의 큰 변화 배터리는 크게 양극(+극)과 음극(-극), 그리고 전기를 저장하는 공간인 전해질, 이렇게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전해질에 저장된 전기는 양극에서 나와 전선을 타고 전기가 필요한 곳으로 흐른다. 따라서 전류가 잘 흐르기 위해서는 전류가 흐르는 첫 번째 관문인 양극의 전기전도율이 높아야한다. 그 동안 소듐이온 배터리는 소듐크롬옥사이드(NaCrO3)라는 화합물을 이용하여 만들어졌다. 옥사이드는 우리가 사용하는 그릇과 같은 세라믹 물질이여서 전기전도율을 높이기가 쉽지 않았다. 이러한 이유로 학계에서는 소듐이온 배터리가 상용화되기 쉽지 않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선 교수는 소듐크롬옥사이드에 전도율이 높은 원소인 탄소를 코팅하고, 이 입자를 나노미터 수준의 크기로 줄여서 양극의 전기전도율을 향상시키는데 성공했다. 소듐크롬옥사이드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소듐과 크롬, 그리고 옥사이드(산화물)의 화합물이다. 입자를 작게 만들기 위해서는 이 세가지 물질이 잘 섞여서 균일한 화합물이 돼야 한다. 하지만 소듐과 크롬은 물과 기름처럼 잘 혼합되지 않는 물질이다. 선 교수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스펙턴트라는 특수한 용매를 사용해서 소듐과 크롬의 균일한 혼합을 가능하게 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선 교수는 균일하게 혼합된 소듐크롬옥사이드 입자에 피치라는 물질을 이용해서 탄소를 코팅하고 열처리하여 입자의 크기를 줄였다. 이를 통해 탄소코팅이 되지 않은 기존의 소듐이온 배터리에 비해서 전기전도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었다. 지속적으로 성장해 나갈 배터리 산업 선 교수는 “앞으로 배터리 산업이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시장은 이제 성숙기에 이르렀지만, 드론이나 전기자동차와 같이 배터리가 사용되는 다른 산업은 아직도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합니다. 그에 따라서 배터리 산업도 함께 성장할 거예요. 예전에는 일본 기업이 이 분야를 선도했지만 이제는 우리나라의 기술이 일본 기업을 크게 앞질렀어요. 최근 중국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은 큰 위협입니다. 이제는 창의적인 공학도들이 배터리 연구에 정진해서 고유한 기술을 많이 개발해나갔으면 합니다.” 오랜 시간동안 연구를 계속해온 선 교수에게 공학도의 자질이란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선 교수는 ‘창의력’을 가장 중요한 자질로 꼽았다. “다른 사람의 것을 모방하는 연구로는 결코 성공할 수 없습니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왜?’라는 문제의식을 가져야 해요. 설령 다른 사람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라고 하더라도, 그 이유에 대해서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정진훈 기자 cici0961@hanyang.ac.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사진/박설비 기자 sbi444@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