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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 11 중요기사

[학술][이달의 연구자] 범죄와 교육, '경제학'을 입히다

우리 사회는 때때로 흉악범 때문에 소란스럽다. 범죄자의 신상과 범행 수법, 경찰의 수사력 등이 연일 매스컴에 오른다. 이 외에도 범죄 이력과 관련해 곧잘 언급되는 말이 있다면, 아마도 ‘학력’에 관한 것일 테다. 범죄자들의 낮은 교육 수준이 종종 범행 동기 중 하나로 꼽힌다. 과연 범죄와 교육 수준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 이 분야에서 오랜 세월동안 연구해 온 강성만 교수(경제금융대 경제금융학)를 만났다. 교육 수준과 범죄는 어떤 관계일까 ▲ 1월 27일에 진행된 인터뷰에서 강성만 교수(경 제금융대 경제금융학)는 교육의 양과 범죄율의 상 관 관계를 설명했다. 한 사람의 그릇된 행동이나 범죄의 원인으로 종종 가정 교육이나 최종 학력 등 교육적 요인의 결함이 거론된다. 강성만 교수는 이에 교육과 범죄의 명확한 상관 관계를 밝히고자 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고등학교를 무사히 졸업했을 때와 아닐 때, 범죄율이 어떻게 다른지를 연구했습니다.” 하지만 고등학교 중퇴 여부로만 범죄율 추이를 단정짓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교육 수준 외에도 부모의 사회적 지위나 지적 능력, 개인의 성향이나 대인 관계 등 복합적인 요소들이 산재해 범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 합리적인 연구가 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틀이 필요했다. “내외적인 환경 요인이 동일한 교육 집단 내에서, 졸업 여부에 따라 어떤 차이가 드러나는지를 밝히는 게 이상적인 연구 방법이었습니다.” 현실을 고려해 차선책으로 강 교수가 연구를 진행한 곳은 노스 캐롤라이나(North Carolina)였다. 비교 대상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어서다. 노스 캐롤라이나의 청소년들은 만 16세까지 의무 교육을 받아야 한다. 고등학교 입학 연도는 10월 16일을 기준으로 결정한다. 이날을 ‘컷오프(Cut-off)’라 부르며 생일이 그 이전, 이후인 학생들로 나뉘는 것. 이전의 학생들은 하루 차이로 1년 먼저 진학하고, 고등학교 2학년 때 만 16세가 된다. 컷오프 이후 학생들은 고등학교 1학년 때 만 16세가 된다. 기존의 통계에 따르면 동일한 연령임에도 컷오프 이후에 태어난 학생들의 자퇴율이 훨씬 높았다. 학교 교육을 1년 덜 받은 상태에서, 중퇴에 대한 부담감과 고민이 상대적으로 가벼워지는 탓이다. 컷오프 이전과 이후에 태어난 학생들은 부모의 사회적 지위나 가계 소득 등에서 비슷한 환경을 가졌다. 같은 환경에서 자란 두 그룹의 차이가 교육의 양에 따라 명확히 통계로 나타난 것이다. 강 교수는 10만 여명의 자료를 빅데이터화 했고, 분명한 수치를 제시했다. 교육에 노출돼 있는 시간이 많을수록 범죄의 비율을 낮출 수 있다는 사실이 통계적으로 증명됐다. 교육과 범죄에 경제학을 입히다 강성만 교수의 주 관심 분야는 범죄 경제학과 교육 경제학이다. 그의 관심사에 날개를 달아준 이는 이번 연구의 공동 연구자이자 스승인 듀크대(Duke University) 쿡(Phillip Cook) 교수였다. 그와 협력하며 이번 연구에선 두 분야를 하나로 묶었다. 범죄에 있어 교육의 양이 가지는 효용성을 통계로 제시한 것이다. 연구는 ‘교육이 범죄를 줄이는데 기여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미국은 범죄가 정말 중요한 사안 중 하나입니다.” 강 교수는 어렸을 적부터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고 생활하며 몸소 느낄 수 있었단다. “곳곳에 산재해 있는 범죄들을 보면 늘, 어떻게 범죄를 줄일 수 있을 지 생각했어요.” 그는 교육의 질과 양에 대한 연구에 관심을 가졌고 이번 연구를 통해 교육의 양과 범죄율 간의 상관 관계를 도출했다. ▲ 강성만 교수는 범죄율이 감소하는 것에 대해 교육량이 가지는 효용성을 경제학적으로 풀어냈다. 강성만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나아가 다양한 연구에 흥미를 갖고 있다. 교육의 질적인 면에서, ‘어떤’ 교육이 범죄를 줄일 수 있는지 연구하고자 한다. 또 같은 그룹에 비행청소년이 있을 때 주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즉 또래효과에 대한 부분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강 교수는 한국의 학교폭력에 대한 연구에도 관심을 드러냈다. “한국은 1년 동안 한 학급 내에서 학업을 이어나갑니다. 좋은 관계가 형성 될 수도 있지만, 각종 청소년 범죄가 일어나는 시기이기도 하죠.” 상대적으로 범죄로부터 안전한 한국이지만, 학교 폭력만큼은 심각한 문제라는 것이 강 교수의 설명이다. 사회를 바꿀 수 있는 연구를 위해 “해야 할 연구가 정말 많아요.” 강 교수는 향후 연구들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가 연구를 이어나가는 이유는 ‘연구 분야’가 적성에 딱 맞아서다. “관심 있고 좋아하는 분야의 연구를 하다 보니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것 같네요.” 자료를 통계화 하느라 오랜 시간이 걸렸던 이번 연구도 전혀 힘들지 않았단다. “다시 찾아와주면 저야 언제든 환영하죠.” 어느덧 인터넷한양과는 세 번째 만남인 강 교수. 젊은 나이에 차근차근 커리어를 쌓아 가고 있는 그에겐 한 가지 목표가 있다. 실제 정책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하는 것. “정책에 반영돼 실제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실질적이고 도움이 되는 연구결과를 도출해 내고 싶습니다.” 포부를 밝히는 눈빛에서 자신감을 볼 수 있었다. 사회에 훌륭한 기여를 할 그의 모습을 그리며 네 번째 만남을 기약해 본다. ▲ 현대 사회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연구를 위해, 그의 노력은 계속된다. 글/ 김상연 기자 ksy1442@hanyang.ac.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사진/ 김윤수 기자 rladbstn625@hanyang.ac.kr

2016-01 05 중요기사

[학술][이달의 연구자] 인공 근육, 에너지 하베스팅의 장을 열다

대체 에너지는 유행을 넘어섰다. 개발 단계를 지나 상용화 단계에 이르렀고,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잡고 있기도 하다. 태양빛을 이용한 태양광 에너지, 바람을 이용한 풍력 에너지, 파도를 이용한 파력 에너지, 그리고 조수를 이용한 조력 에너지까지. 이제는 무궁무진한 방법으로 전기를 만든다. 이제 낚싯줄로 인공근육을 만들어 전기를 생산한다면 어떨까. 그 방법을 고안한 주인공, 김선정 교수(공과대 생체공학과)다. 나일론 실로 만드는 전기 에너지 ▲ 지난 24일 인터뷰에서 김선정 교수는 인공근육 이 온도의 영향으로 전기 에너지를 생산하는 방법 을 설명했다.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꼽히는 화석 연료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 바야흐로 고효율, 친환경의 새로운 에너지 시대. 화석 연료의 뒤를 잇는 에너지 생산 방법으로는 ‘에너지 하베스팅(Energy Harvesting)’이 대세다. 태양광, 열, 풍력 등과 같이 자연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전환, 수확하는 기술을 일컫는 말이다. 일상 속에서 버려지기 쉬운, 작은 에너지들을 모아 전기 에너지로 변환시키는 에너지 하베스팅은 신재생 에너지 생산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김 교수는 ‘나일론 실’을 이용한 에너지 하베스팅을 연구했다. 김 교수의 논문 ‘온도 변화에 의해 움직이는 인공근육의 전기 에너지 생성(Harvesting temperature fluctuations as electrical energy using torsional and tensile polymer muscles)’은 인공근육이 공기의 대류에 의해 움직일 때, 이 근육의 운동 에너지를 전기로 바꾸는 기술을 담았다. 김 교수는 낚싯줄 등에 쓰이는 나일론 실을 수천 번씩 꼬아 다양한 굵기의 근섬유를 만들고, 이들을 하나로 묶거나 직물로 짜냈다. 이렇게 만든 인공근육(Artificial Muscles)은 자연 근육보다 100배 강한 힘을 낸다. 다음으로 영향을 미치는 건 공기의 대류, 즉 ‘바람’이다. 차가운 공기는 아래로, 따뜻한 공기는 위로 가는 대류 현상이 인공근육을 움직인다. 여기에 안쪽 마그네틱, 바깥쪽은 코일로 된 모터를 더해, 전자기장의 원리에 따라 에너지를 생산한다. 인공근육의 운동 에너지(Kinetic Energy)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시킨다는 김 교수의 연구는 세계적인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 2014)' 지에 실려 연구의 효용성을 인정 받았다. 비교적 간단한 두 가지 원리, 공기의 대류와 자기장을 이용해 김 교수는 대체 에너지의 새로운 장을 열게 됐다. 김 교수는 나일론 실을 통한 에너지 하베스팅이 상용화될 가능성에 대해 말했다. “가정용 에너지 생산 기구를 창가에 올려두고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도 기구가 반응하면 정말 좋겠죠. 바람은 모으지 않으면 버려지는 자원인데, 기구를 통해 바람의 힘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현재까지 개발된 나일론 인공근육은 섭씨 60도 이상의 높은 온도에서만 작동한다. 저온에서도 가동되는 에너지를 개발해야 상용화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낮은 온도에도 감응하여 스스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자가구동체(Self-powered Actuator)를 만드는 것이 현재 김 교수의 바람이자 과제다. ▲ 온도 변화의 영향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인공근육 (출처 : 김선정 교수) 9년 연구의 시작은 생체모방공학에서 ▲ 나일론 인공근육이 꼬아지는 모습 (출처 : 김선정 교수) 김 교수는 지난 2006년부터 창의연구단(생체인공근육연구단) 국책과제를 수행하면서 인공근육 연구를 시작해 올해로 9년 차에 접어들었다. 김 교수는 ‘생체모방공학’을 전공하며 인공근육 연구에 푹 빠졌다. 현존하는 생물체와 자연의 구조에 영감을 받아, 이를 공학 기술에 접목하는 학문이다. “생태계에서는 진화한 생물체만 살아남고 열등한 나머지는 도태돼 버려요. 결국 현재 살아있는 생물체가 자연에 최적으로 진화된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가장 똑똑한 구조라는 거죠. 그 구조와 기능에서 영감을 받는 학문입니다.” 김 교수는 생체모방공학이 지향하는 모방은 ‘베낀다(Copy)’는 의미보다, ‘영감을 받는다(Inspired)’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로봇은 사람의 근육 구조와 동작에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기계다. 김 교수가 몰두하는 인공근육은 로봇의 운동에 쓰이는 전기 모터 대신 사용될 수 있다. 의학 영역에서는 미래에 실제 근육을 보완하고, 대체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나일론 인공근육은 저렴한 비용으로 쉽게 대량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사용될 수 있다. 나일론 인공근육은 기존에 동일한 역할을 했던 형상기억합금에 비해 약 640배 싼 가격을 자랑한다. 인공근육이 형상기억합금보다 무게당 5배 더 큰 전기 에너지를 만든다는 사실로 볼 때, 김 교수의 연구는 괄목할 만한 성과다. 연구자의 자세는 도전 김 교수에게 연구 철학을 물었다. 김 교수는 망설임 없이 ‘도전’이라고 답했다. “연구는 기존의 것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새로운 것을 찾아 도전해야 합니다. 창의적인 사고를 추구해야 가치 있는 연구를 할 수 있습니다.” 생체공학과에서 학부생들을 가르치는 동시에 끊임 없는 연구성과로 한양의 이름을 드높이고 있는 김 교수. ‘도전’은 누구보다 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다. 창의력과 도전 정신을 요구하는 이 시대에, 김 교수는 현재보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연구자다. ▲ 한양의 이름을 드높이고 있는 김선정 교수는 현재보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연구자다. 박윤정 기자 dbswjd602@hanyang.ac.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사진/조유미 기자 lovelym2@hanyang.ac.kr

2015-12 07 중요기사

[학술][이달의 연구자] 그래핀, 강하고 오래가는 배터리 개발의 열쇠!

대학생의 상징인 노트북, 현대인의 필수품 스마트폰에는 리튬이온 배터리가 공통적으로 사용된다. 미래 세대의 이동 수단인 전기 자동차를 이끌어 갈 주역 역시 리튬이온 배터리다. 그러나 전기 자동차에 적용할 수 있을 정도의 대용량 리튬이온 배터리는 여전히 연구 단계에 머물러 있다. 강하고 오래가는 배터리 연구를 위해 박원일 교수(공과대학 신소재공학부)가 앞장섰다. 배터리, 왜 이렇게 빨리 닳죠? ▲ 박원일 교수는 "리튬 이온 배터리를 사용한 노트북과 휴대전 화는 배터리를 구성하는 실리콘의 손상으로 인해 수명이 짧아 지는 문제를 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 사회에서 흔히 사용되는 여러 전자기기와 휴대기기에는 리튬이온 배터리가 사용되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2차 전지이다. 한번 사용하면 다시 충전하지 못하던 1차 전지와 달리, 다시 충전해서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를 2차 전지라 부른다. 이러한 2차 전지의 일종인 리튬이온 배터리는 양극와 음극 사이에 전해질이 위치하고, 리튬이온이 이 전해질을 따라 양극과 음극을 이동하면서 충전과 방전이 이뤄지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음극에 위치하던 리튬이온이 양극으로 이동하면 충전이, 반대의 경우에는 방전이 이뤄진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작은 크기와 가벼운 무게에 비해 고용량의 전지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휴대기기에 많이 이용되고 있다. 방전 시 리튬은 음극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음극 재료들은 리튬을 내보내는 역할을 수행한다. 기존에 사용되는 일반적인 음극의 구성 재료는 흑연이었다. 흑연의 틈으로 전해질을 타고 온 리튬이 이동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음극재료를 흑연에서 실리콘으로 교체하려는 연구가 꾸준히 이어져 왔다. 실리콘을 사용하면 흑연에 비해 에너지 밀도를 높여, 배터리 용량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실리콘 음극 재료를 사용한 배터리는 충전과 방전을 계속할수록 급격하게 배터리 수명이 저하되는 큰 문제를 안고 있다. 리튬이 이동할 때 실리콘이 300배 이상 팽창하면서, 기기들이 쉽게 망가지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과 노트북의 배터리가 사용할수록 빠르게 닳는 것도 이러한 문제 때문"이라는 명쾌한 설명을 더했다. 박 교수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시도로 이번 연구를 시작했다. 높은 에너지로, 오래가는 배터리! 박 교수의 연구팀이 예측한 방법은 바로 음극 재료인 실리콘 표면에 그래핀 한 면을 성장시키는 방법이었다. 그래핀은 기존에 사용하던 흑연의 한 면을 의미한다. 즉, 흑연의 구성 원소인 탄소가 음극 재료인 실리콘의 표면에서 직접 막을 형성하도록 한 것이다. 예측은 적중했다. 리튬이 이동하면서 일어나는 화학반응과 실리콘의 팽창이 흑연의 그래핀 한 층으로 해소됐다. 탄소 결합의 일종인 그래핀은 벌집 모양으로 구성되어 있어 그 구조가 무척 안정적이기 때문에, 오늘날 연구에서 매우 각광받는 신소재로 손꼽힌다. 물리적 강도와 전도도가 높은 그래핀 덕분에, 실리콘의 부피가 팽창하면서 야기하던 구조 붕괴가 현저하게 줄어든 것이다. 그래핀은 실리콘의 팽창을 견딜만한 힘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실리콘의 높은 에너지 밀도와, 흑연의 물리적 강도를 결합시킨 연구"라고 정리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충전기와 콘센트를 벗어나지 못하던 현대인들이, 긴 시간 동안 배터리 방전 걱정 없이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박원일 교수 연구팀은 음극 재료의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실리콘의 표면에 흑연의 한 면인 그래핀을 성장시키는 방법을 사용했다. 또한 박 교수 연구팀은 음극 재료 표면과 그래핀의 결합을 위해 '반데르발스 힘(van der waals force)'을 이용한 결합 방식을 이용했다. 반데르발스 힘이란 두 분자 사이에 작용하는 인력을 의미한다. 분자 한 쪽이 팽창해도, 다른 한 쪽이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결합방식이기 때문에 음극재료와 그래핀 사이에서 큰 손상을 받지 않아 구조적 안정성을 갖게 되는 셈이다. 박 교수의 연구는 말 그대로, 강하고 오래가는 배터리가 멀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미래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로 손꼽히는 '전기자동차' 역시 리튬이온 배터리가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자동차에 쓰일 만큼 크기가 작고 가벼우며, 용량은 크고, 알맞은 가격 대의 리튬이온 배터리는 아직 개발단계에 놓여있다는 점입니다." 박 교수는 "리튬이온 배터리에 대한 연구가 계속된다면, 휴대용 기기를 넘어 전기 자동차에 상용화 되는 날도 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작은 재료들이 세상을 바꾸다 연구에는 1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됐다. 박 교수는 "배터리라는 것이, 사용하면서 언제 문제가 발생할 지 예측하기 어려운 기기이므로 지속적인 관찰을 위해 긴 연구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배터리 전체 수명을 연구해야 하므로, 배터리의 충전과 방전을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하고 반복적으로 실험해야 했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신소재, 특히 그 중에서도 나노 분야와 광 소재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더 열심히 연구해야 하겠지만, 작은 재료들이 모여 첨단 기기가 되고, 결국 세상을 바꾸는 것이 신소재의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끝으로 박 교수는 연구에 힘쓰며 과학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수많은 한양인들에게 조언을 건넸다. "과학을 공식 암기의 과목이라 생각하지 말고, 주변에서 발견하는 현상들을 이해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또한 원하는 목표까지 도달하지 못하더라고, 미리 포기하고 아무것도 시도해 보지 않는 것보다는 훨씬 더 성숙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요? ▲ 끝으로 박원일 교수는"흔히 신소재라 불리는 작은 재료들이 모여 첨단 기기가 되고, 결국 세상을 바꾸는 것이 이 분야의 매력"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김예랑 기자 ys2847@hanyang.ac.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사진/이명지 기자 jk6180@hanyang.ac.kr

2015-11 10 중요기사

[학술][이달의 연구자] '예측된 충격'으로 경제 현상을 재해석하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는 속담이 있다. 말의 파급효과를 말하는 속담이다. 현실도 마찬가지다. 뉴스에서 경기가 안 좋을 것이라고 예상을 하면 아직 경기가 나빠지지 않았음에도 사람들은 저축을 늘린다. 유력 대선후보와 연관된 회사의 주식가격은 ‘테마주’라는 이름을 달고 상승한다. 이처럼 현실에서는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음에도, 사람들은 예측을 가지고 행동을 변화시킨다. 남덕우 교수(경금대 경금)는 이런 예측된 충격을 가지고 기존 이론과 반대되는 현상을 설명했다. 기존의 충격과 퍼즐현상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한다. 기술의 변화를 경제학에서는 충격이라고 말한다. 기술의 진보는 생산체계에 변화를 일으켜 같은 투입 하에서 더 많은 생산을 가능하게 한다. 개방경제체계 안에서 다른 조건이 불변일 때 생산량의 증가는 한 나라의 상품의 가격을 다른 나라의 상품가격보다 상대적으로 낮게 만들어준다. 이러한 상품가격의 변화는 실질환율의 변화를 가져온다. 실질환율이란 한 나라의 상품이 외국의 상품과 교환되는 비율을 말한다. 각 나라의 화폐교환비율을 말하는 명목환율과는 다른 개념이다. 즉, 상품가격의 하락은 외국 상품과의 상대적 교환비율인 실질환율을 상승시킨다. 이러한 현상은 기술 진보가 일어난 재화의 가치하락(depreciation)을 야기한다. 그러나 실증적 연구 중 기술의 진보가 재화의 가치하락을 가져오는 것이 아닌 가치증가(appreciation)를 가져오는 역 상황이 관찰됐다. 기존의 국가간 교역 모델에 반하는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이렇게 이론과 현실에 차이가 나는 상황을 퍼즐(puzzle)이라 부른다. 남 교수의 연구는 기존의 논문이 현실 상황을 설명하지 못하는 이러한 퍼즐의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시작했다. “이론을 수식으로 나타낸 것이 모델입니다. 이 모델은 현실을 잘 설명해야 합니다. 현실을 잘 설명하는 모델을 만드는 것이 경제학자의 일입니다. 만약 기존의 모델이 현실의 다양성을 잘 설명하지 못한다면 경제학자는 그것을 발전시켜야 합니다” 예측된 충격 개념의 적용 이런 문제가 나타난 이유를 남 교수는 기존의 연구가 충격을 한가지로만 생각하는 데 있다고 봤다. 기존의 경제학 연구들은 예측되지 못한 충격(surprise shock)에 중점을 두었다. 그러나 남 교수는 퍼즐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예측된 충격(news shock)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생각했다. 예측된 충격이란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현재 영향을 주는 충격이 아닌 미래에 일어날 것이라고 공표된 충격이다. 예측된 충격은 기술의 미래 증가분을 야기한다. 소비자는 미래의 증가분을 마치 지금 증가한 것처럼 여기고 행동하게 된다. 즉, 기술의 미래 증가분을 예상해서 소비가 증가하게 되고 다른 조건이 동일한 상태에서의 소비의 증가는 타국과 비교해 봤을 때 재화의 상대적 가격을 증가시킨다. 상대적 가격의 증가는 실질환율의 하락을 불러오고 이는 재화의 가치증가 상황을 가져오는 것이다. 간단한 예로 설명하면 용돈을 예로 들 수 있다. 기존에 십 만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이 사람이 일주일 후 이십 만원의 추가용돈을 받는다는 소식을 알게 되면 마치 지금 삼십 만원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소비를 늘리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미래의 예상이 현재의 소비를 증가시키는 것이다. ▲ 위의 표는 실질환율과 연관된 경기변동을 총 요소 생산성에 대한 각각의 충격이 미치는 효과로 보여준다. (사진 출처 : 남덕우 교수 논문) 남 교수는 예측된 충격의 중요성을 주식시장에 비유해 설명했다. “새로운 뉴스가 나오면 주식시장의 가격은 바로 바뀝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예측된 것이 중요한 것이지 근본적 변화가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남 교수의 이번 논문은 미국의 총 요소 생산성(total factor productivity)의 변화방향을 예측되지 않은 충격과 예측된 충격으로 나누어 분석함으로써 두 충격의 차이점을 검증했다. 검증결과 예측되지 않은 충격의 경우 기존의 이론대로 재화의 가치하락 현상이 발생했고, 예측된 충격의 경우 가치증가의 현상이 발생했다. 두 개의 충격을 나눠 파악함으로써 기존 이론의 퍼즐현상을 해결한 것이다. 물론 예측된 충격이 경기변동을 일으킨다는 가설은 예전부터 있었다. 그러나 이 가설에 대한 실증적 분석이 매우 부족했다. 남 교수의 논문은 그 동안 없었던 예측된 충격에 대한 실증적 분석을 처음으로 보여줬다는 것에 큰 시사점이 있다. 진실된 연구자가 되고 싶다 남 교수의 목표는 자신의 분야에 더욱 더 몰두해서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다음 연구 목표로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경기변동의 주요원인으로 예측되었던 돈의 대출 가능 상태(credit condition)와 경기변동의 상관관계에 관해 연구하고 싶다고 한다. 이러한 목표 안에서도 남 교수가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은 바로 진실성이다. 연구를 하고 논문을 쓰다 보면 받을 수 있는 표절, 거짓말 그리고 조작의 유혹에 빠지지 않는 것이 목표다. 남 교수는 “교수는 순수 학문은 연구한다는 점에 있어서 누구보다도 진실돼야 한다. 어떠한 곳에서도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위해서는 그 진실성이 가장 중요하게 여겨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우리대학 경제학과 93학번 출신이다. 남 교수는 교수라는 직함에 사로 잡히지 않고 마치 후배를 대하듯이 학생들과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교수가 아닌 93학번의 선배의 입장에서 남 교수는 학생들에게 자신이 진정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고민해보라고 조언한다. “우리대학 학생들은 이상하게 기가 죽어있는 모습이 많이 보입니다. 좀 더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삶이 어떤 것인가 생각해보고 진정 원하는 삶을 이루기 위해 긍정적으로 열심히 살기를 바랍니다.” ▲ 남덕우 교수(경금대 경금)는 "연구를 하면서 받는 여러가지 나쁜 유혹에 사로잡히지 않고 항상 진실성을 유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종명 기자 tmjo2000@hanyang.ac.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사진/이명지 기자 jk6180@hanyang.ac.kr

2015-10 07 중요기사

[학술][이달의 연구자] 코어쉘 구조, 더 강력한 리튬이온 배터리를 만들다

보다 실용적인 전지 발전을 위해 스티브 잡스가 만든 스마트폰이 예쁜 건 사실이지만, 사서 쓰고 싶지는 않다는 A양. 일체형 배터리가 불편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배터리는 쓰면 쓸 수록 성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충전기나 무거운 보조 배터리를 들고 다녀야 하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은 이제 사라질지도 모른다. 김한수 교수(공대 에너지)는 스마트폰 속 리튬이온 배터리의 단점을 해결하는 새로운 방법을 연구했다. 리튬이온 배터리 속 실리콘의 문제 스마트폰, 전기 자동차, ESS(Energy Storage System, 발전소에서 과잉 생산된 전력을 저장해 두었다가 일시적으로 전력이 부족할 때 송전해 주는 저장장치) 등 현대 사회에서 이용되는 새로운 발명품들은 리튬이온 배터리를 이용한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가역 능력, 높은 출력비율 덕에 많은 제품들에서 사용되고 있지만 여전히 몇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저장 용량이 작은 데다 용량이 커질수록 가격이 비싸지고, 오랜 기간 사용한 후에는 성능이 떨어진다. 내장형 배터리를 이용하는 스마트폰의 사용기간이 길어질 수록 한 번의 충전으로 하루를 버티기 힘들어지는 것이 이런 문제 때문이다. ▲ 리튬이온 배터리의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김한수 교수(공과대학 에너지공학과)의 연구팀은 실리콘에 나노 결정을 코팅하는 '코어쉘'(Core-Shell) 구조를 도입했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오랜 기간 사용할 수 없는 이유는 전지 내부 실리콘의 팽창 탓이다. 실리콘은 전자가 방출되는 음극의 소재로 이용된다. 실리콘은 기존에 사용된 흑연에 비해 더 많은 양의 리튬을 저장할 수 있지만, 충전과 방전의 과정을 거칠 때마다 부피가 4배까지 늘어나며 빠르게 닳는 단점이 있다. 김한수 교수(공대 에너지)는 이러한 문제점을 빵에 비유해 설명했다. "빵을 구울 때를 생각하면 쉽습니다. 오븐에 들어간 빵이 처음에 크게 부풀었다 나중에 수축하죠.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균열이 생깁니다. 단순히 부풀었다가 본래 상태로 돌아가는 게 아니에요. 균열은 재료에 손상을 입힙니다." 나노 결정을 이용한 팽창 방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 교수의 연구팀은 실리콘에 '코어쉘'(Core-Shell) 구조를 도입했다. 노른자를 감싸고 있는 흰자처럼, 실리콘이라는 노른자에 나노 결정이라는 흰자를 코팅하는 방법이다.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에서 실리콘은 장래가 유망한 재료입니다. 코어쉘 구조는 부피 팽창을 억제할 수 있는 산화막, 규소를 통해, 주재료인 실리콘을 보호하는 방법이에요." 김 교수는 새로운 구조 도입 결과, 기존 재료보다 용량이 70% 이상 향상 됐고, 100번 이상의 충전에도 처음과 같은 성능을 낼 수 있음을 밝혀냈다. 아이디어는 있었지만 실제로 생각을 실현시키는 일은 쉽지 않았다. 김 교수 연구팀은 실리콘에 입힐 적절한 재료를 찾기 위해 주요 변수를 따져 실험을 했다. "재료들 간의 조성비, 반응이 일어나는 온도, 재료를 투입하는 시기와 양 등, 변수가 많았어요. 변수에 조금만 변화가 생겨도 실리콘을 감싸야 할 재료들이 실리콘을 감싸지 않고 서로 반응을 하기도 하고, 아예 결합하지 않기도 했습니다. 원하는 실리콘만을 감싸게 만들도록 하는 점이 어려웠습니다. 무엇이 제일 중요한지는 한참 후에야 알았죠." 대용량의 배터리는 특히 차세대 이동 수단으로 불리는 전기 자동차 분야에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김 교수는 "전기 자동차가 사람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충전 용량의 문제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전기 자동차의 문제 중 하나는 한 번 충전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제한이 있다는 점이에요. 석유 연료를 이용하는 자동차는 연료 탱크를 키워서 저장할 수 있는 연료량을 늘일 수 있습니다. 전기 배터리도 할당된 부피와 무게 안에서 저장할 수 있는 전기의 양을 늘려야 해요. 지금은 전기 자동차가 1회 충전으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가 많지 않지만, 새로운 배터리로 이동 거리가 늘어나면 대중화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창의력? 꾸준한 고민의 산물 석사와 박사 과정에서 모두 배터리를 연구한 김 교수는 "석사 과정 당시에는 한 번 충전해서 들고 다니기도 힘든 노트북을 썼는데, 미래에는 기능이 많고 가벼운 장비들이 더 강한 전지를 필요로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당시의 전망에 대해 얘기했다. 그는 "만들어낸 전지를 상용화하기 위해 에너지 밀도를 더 높이고, 가격을 더 낮추고 싶다"는 미래의 바람을 밝혔다. 대학시절부터 십 년이 넘게 연구를 이어온 김 교수는 "더 나은 연구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창의력"이라고 말했다. "연구 논문 한 편을 쓴다고 연구자로서의 삶이 획기적으로 더 나아지는 일은 이제 없어요. 끊임없이 노력을 해야 독립적인 연구자로 남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 연구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창의력입니다." 그렇다면 창의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김 교수는 "꾸준한 고민"이라는 의견과 함께 창의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의 팁을 남겼다. "창의력이 꼭 공부를 잘 한다거나, 괴팍하고 독특한 사람에게 많은 것은 아닙니다. 그저 꾸준히 고민을 하면 돼요. 여러분도 가끔 사소한 행동을 할 때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가 있었을 겁니다. 그건 우연이 아니라 계속된 몰입의 결과라고 생각해요. 샤워할 때도, 담배 한 모금 피러 나갈 때에도, 세수하거나 화장을 지울 때에도 고민을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에요." ▲ 김한수 교수는 "연구자에게 필요한 것은 창의력"이라는 생각을 밝히며, "창의력은 꾸준한 고민에서 탄생한다"고 말했다. 최정아 기자 shaoran007@hanyang.ac.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사진/조유미 기자 lovelym2@hanyang.ac.kr

2015-09 09 중요기사

[학술][이달의 연구자] 차세대 배터리의 가능성을 발견하다

소듐이온 배터리의 전기전도율 향상법을 찾아서 스마트폰의 배터리가 줄어들수록, 우리는 점점 불안해진다. 가득 충전해도 금세 방전되는 배터리 탓에 많은 사람들이 충전기나 보조배터리를 항상 들고 다닌다.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노트북, 카메라,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기기들이 배터리 없이는 작동하지 않는다. 배터리는 우리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 앞으로의 배터리는 어떻게 발전할까. 배터리 전문가인 선양국 교수(공과대 에너지)가 차세대 배터리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선 교수는 소듐이온 배터리의 성능을 크게 향상시킨 연구의 성과를 인정받아 9월 이달의 연구자에 선정됐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대안을 찾아서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이나 노트북과 같은 전자장비에는 대부분 리튬이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리튬은 현존하는 금속 중에서 가장 가볍고 전기 에너지를 많이 저장하는 특성이 있어 배터리의 재료로 폭넓게 사용돼왔다. 하지만 리튬은 매장량이 희소해 가격이 비싸고, 채굴과 배터리 제작 과정에서 환경 오염을 유발한다. 또, 전기자동차에 필요한 대용량 배터리처럼 앞으로 증가하는 배터리 수요를 리튬이온 배터리만으로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리튬 대신 다른 물질로 배터리를 만들려는 시도가 이전부터 계속돼왔다. 그 중 하나가 소듐이온 배터리이다. 우리가 흔히 나트륨이라고 부르는 소듐(나트륨은 독일어식 표현으로, 학계에서는 소듐이라는 표현을 주로 사용한다)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얻을 수 있고 그 부존량도 무한하다. 때문에 리튬에 비해서 낮은 비용으로 배터리를 생산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소듐이온 배터리는 배터리 생산과정에서 환경 오염을 적게 유발해 리튬이온 배터리를 대체할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고 있다. 소듐이온 배터리에 대한 연구는 최근 15년 동안 꾸준히 진행돼왔지만, 아직 리튬이온 배터리와 동등한 성능을 내는 데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었다. 선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소듐이온 배터리의 에너지효율을 크게 향상시켜 학계와 업계의 주목받고 있다. 작은 개선이 만드는 배터리의 큰 변화 배터리는 크게 양극(+극)과 음극(-극), 그리고 전기를 저장하는 공간인 전해질, 이렇게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전해질에 저장된 전기는 양극에서 나와 전선을 타고 전기가 필요한 곳으로 흐른다. 따라서 전류가 잘 흐르기 위해서는 전류가 흐르는 첫 번째 관문인 양극의 전기전도율이 높아야한다. 그 동안 소듐이온 배터리는 소듐크롬옥사이드(NaCrO3)라는 화합물을 이용하여 만들어졌다. 옥사이드는 우리가 사용하는 그릇과 같은 세라믹 물질이여서 전기전도율을 높이기가 쉽지 않았다. 이러한 이유로 학계에서는 소듐이온 배터리가 상용화되기 쉽지 않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선 교수는 소듐크롬옥사이드에 전도율이 높은 원소인 탄소를 코팅하고, 이 입자를 나노미터 수준의 크기로 줄여서 양극의 전기전도율을 향상시키는데 성공했다. 소듐크롬옥사이드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소듐과 크롬, 그리고 옥사이드(산화물)의 화합물이다. 입자를 작게 만들기 위해서는 이 세가지 물질이 잘 섞여서 균일한 화합물이 돼야 한다. 하지만 소듐과 크롬은 물과 기름처럼 잘 혼합되지 않는 물질이다. 선 교수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스펙턴트라는 특수한 용매를 사용해서 소듐과 크롬의 균일한 혼합을 가능하게 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선 교수는 균일하게 혼합된 소듐크롬옥사이드 입자에 피치라는 물질을 이용해서 탄소를 코팅하고 열처리하여 입자의 크기를 줄였다. 이를 통해 탄소코팅이 되지 않은 기존의 소듐이온 배터리에 비해서 전기전도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었다. 지속적으로 성장해 나갈 배터리 산업 선 교수는 “앞으로 배터리 산업이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시장은 이제 성숙기에 이르렀지만, 드론이나 전기자동차와 같이 배터리가 사용되는 다른 산업은 아직도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합니다. 그에 따라서 배터리 산업도 함께 성장할 거예요. 예전에는 일본 기업이 이 분야를 선도했지만 이제는 우리나라의 기술이 일본 기업을 크게 앞질렀어요. 최근 중국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은 큰 위협입니다. 이제는 창의적인 공학도들이 배터리 연구에 정진해서 고유한 기술을 많이 개발해나갔으면 합니다.” 오랜 시간동안 연구를 계속해온 선 교수에게 공학도의 자질이란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선 교수는 ‘창의력’을 가장 중요한 자질로 꼽았다. “다른 사람의 것을 모방하는 연구로는 결코 성공할 수 없습니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왜?’라는 문제의식을 가져야 해요. 설령 다른 사람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라고 하더라도, 그 이유에 대해서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정진훈 기자 cici0961@hanyang.ac.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사진/박설비 기자 sbi444@hanyang.ac.kr

2015-08 12

[학술][이달의 연구자] MOFs를 통한 대기 중 오염도 감지

9년간 일구어낸 과업의 결실 눈으로 냄새를 볼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 하지만 그것을 측정하는 센서가 있다면?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현재까지 많은 분야에서 악취를 감지하는 기술들이 연구되고 있다. 하지만 시간적, 제정적 비용 또는 민감도, 안정성 등 효과적 측면에서 손실이 크다는 한계를 지닌다. 이런 문제점들을 최소화 하는 새로운 감지기술이 새로운 주목을 받았다. MOFs(Metal Organic Framework, 다공성 유기금속구조체)기술이 바로 그것이다. 냄새와 MOFs 기술의 접목에 새롭게 주목하여 휘발성유기화합물 측정 감지기술에 대한 총설을 발표해 8월 이달의 연구자로 선정된 김기현 교수(공과대 건설환경)를 만나봤다. 더 나은 삶을 연구하다 인류의 무질서한 개발로 대기 및 수질 오염문제의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 이와 반대로 삶의 질에 대한 기준은 점차 높아졌다. 깨끗한 공기에 대한 수요가 점점 증가하고 도심의 악취나 보이지 않는 오염물질 감지 기술에 대한 관심은 점차 커진 것이다. 인류의 생존을 위해서도, 삶의 질 개선을 위해서도 대기 중 오염물질을 분해하기 위한 감지기술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에 김기현 교수는 지난 2006년 교육인적자원부와 한국학술진흥재단에서 지구과학 분야 국가석학으로 선정돼 대기의 오염물질 감지 분야에 대한 연구 투자를 받았다. 그리고 올해, 10년간 매해 2억원이 넘는 개인 연구 지원을 받고 올해 9년의 과업을 수행 중이다. 현재 대기 속 오염물질 감지기술에 대한 연구는 2006년 시작할 당시보다 활발히 주목받는 분야가 되었다. 김 교수는 그 중 MOFs(Metal Organic Framework, 다공성 유기금속구조체)에 주목했다. 그리고 9년 차의 연구주제로 CP/MOFs(Coordination Polymers/Metal Organic Framework, 다공성 유기금속구조체)를 휘발성유기화합물의 감지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그리고 기존의 센서들에 비해 어떤 이점을 가지는 지 등에 대한 비교연구를 진행했다. “대기오염 분야에 대한 연구는 전세계적으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에 대한 접근방법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좀더 차별성 있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융합적 차원의 시도로 CP/MOFs를 통한 휘발성유기물질 감지기술을 연구하게 됐습니다.” CP/MOFs란 금속을 중심부에 배치하고 이를 유기물이 감싸는 형태의 구조체로 합성한 금속과 유기물이 결합한 신소재이다. 주로 소재공학에서 많이 사용하는데 이를 환경공학과 융합해 센서기술로 응용한 것이다. 이런 물질들은 크기에 비해 구멍이 많고 표면적이 넓어서 여러 가지 물질들과 효과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MOFs의 이러한 특성은 다양한 휘발성유기화합물을 쉽고 효과적으로 흡착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동일한 조건에서 이런 물질들이 흡착한 양이나 정도의 차이가 나타난다면, ‘흡착이 많이 일어난 곳은 오염이 심하고 그렇지 않은 곳은 오염이 약하다’는 단순한 정량적 판단을 적용할 수 있다. 사회 다방면에서 활용가능 이번 연구논문의 성과는 산업분야, 환경분야, 의료분야 등 사회 전반에서 다양하게 활용이 가능하다. 센서기술은 문제해결의 중간다리 역할을 하기 때문에 활용도가 높고 그 응용분야가 무궁무진하다.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분진으로 인한 인부들의 건강문제나 건축자재에서 나오는 휘발성유기화합물로 인한 새집증후군을 진단할 수 있다. 축산업계에서 가축들의 악취를 감지하거나 제거하는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의료분야에서도 내시경을 대체하는 검진법 등을 개선하는데도 활용 가능하다. 본래 체내에 내시경을 직접 넣어 검사했던 기존의 진단법은 환자들에게 심리적인 부담을 주고 신체에 직접적인 통증을 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센서기술이 보다 더 진화한다면 환자가 체외로 배출하는 날숨에 숨겨진 휘발성유기화합물의 조성을 분석하는 것 만으로도 여러 가지 질병을 진단하여 기존 진단법의 문제점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도 있다. 올해 초부터 담뱃값의 인상에 따른 전자담배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이에 따라 그 부작용으로 관리기준이 없는 전자담배가 우후죽순적으로 생산 및 판매되고 있다. MOFs와 같이 새로운 감지센서 기술을 더 발전시킬 수 있다면 전자담배의 유해물질 배출 여부나 강도의 판단 등에도 적용할 수 있어 사용자의 건강을 지킬 수 있게 된다. 현재는 자동차 내부소재의 냄새유발 현상을 진단하는 것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요즘은 고급 자동차 내부에 깨끗한 공기 상태가 유지되는 것을 선호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냄새가 배는 것을 방지하는 소재개발이 필요하죠. 저희 연구실에서는 그 중간다리 역할로 센서기능을 활용해 깨끗한 소재개발에 도움을 주는 역할도 모색하고 있습니다.” 항상 배려의 마음으로 연구에 임하기를 김 교수는 이전까지는 납, 수은 등과 같은 중금속에 대한 연구를 해왔다. 하지만 2006년도부터 휘발성유기화합물에 대한 주제로 연구주제를 넓혀 전에 비해 그 주제가 실생활과 연관성이 커졌다. 그에 따라 김 교수의 활동의 영역도 생활과학과 가까워 졌다. 과거 김 교수는 생활환경에서 경험하는 여러 가지 유해물질의 안정성에 대해 다루는 ‘불만제로’, ‘소비자리포트’ 등의 생활 과학프로그램에 지속적으로 평가자문을 했고, 최근에는 '2015 대한민국 과학기술연차대회'에서 '삼겹살 구이로부터 발생하는 유해물질의 특성연구'라는 논문으로 우수논문상을 받은바 있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공동의 성과물을 만들어나가다 보면 소통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느낄 때가 생긴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 분야에서 연구해오며 김 교수가 가장 중요시 하는 소통의 방법은 무엇일까? 김 교수는 ‘배려’를 꼽았다. “연구를 하면 기록된 자료를 누군가에게 전달하는 과정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때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는 배려의 마음이 있어야 정확하고 체계적인 기록물을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자신의 혼이 담긴 성과물로 이어진다고 봅니다.” 김 교수는 연구자의 태도 하나하나가 훌륭한 성과물로 탄생하는 데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즉 9년간의 연구의 원동력은 연구자 모두의 배려와 양보에 있었던 것이다. 이수정 기자 sj930212@hanyang.ac.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사진/박설비 기자 sbi444@hanyang.ac.kr

2015-07 08 중요기사

[학술][이달의연구자] 심장 혈관, 3D로 재구성하다

심장 질환 치료에 한 걸음 가까이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다. 물의 깊이는 잴 수 있지만, 사람의 마음까지는 알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제 '사람 속'을 확인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비록 마음은 아니지만, '심장'까지는 알 수 있다. '몸 속', '혈관 속'에 생긴 상처까지 우리의 눈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눈부시게 발달한 과학과 의학 기술 덕분이다. 내시경에서 삼차원 복원기술까지, 단번에 알아차리기 어려운 신체 내부 질병의 관찰을 위한 기술이 날로 발전 중이다. 몸 속까지 들여다보는 '광 간섭 촬영 및 3차원 복원' 기술로 7월 이달의 연구자 상을 수상한 유홍기 교수(공과대 생체)와 함께 한다. 예민하고 조심스러운 장기, 심장 한 70대 여성 환자가 불안정한 가슴 통증으로 인해 병원을 찾았다. 혈관에 직접 관을 주입하여 관상동맥의 모습을 그나마 가장 직접적으로 촬영하는 '심혈관 조영술'이 시행됐다. 그 결과 여성에게서 지금까지 관찰되지 않았던 혈관 이상이 발견됐고, 좀 더 정확한 진단을 위해 '광 간섭 단층촬영'이 시행됐다. 단순 카메라만을 이용한 촬영이 아니라, 빛을 이용한 촬영이 시행된 것이다. 유 교수 팀은 이 촬영을 통해 얻은 이미지를 삼차원 형태로 재구성 하는 데까지 성공했고, 여성에게서 혈관 일부가 떨어져 나가는 '관상동맥박리'의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지금까지 심혈관 촬영은 혈관 단면의 이미지만을 얻을 수 있었고, 인위적으로 이미지를 입체화하는 기술을 이용해왔다. 그러나 유 교수 팀의 연구를 통해, 실제 촬영된 데이터를 혈관 내부의 삼차원 이미지로 재구성하는 기술이 최초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유 교수 팀의 연구는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기술을 통해 심장 질환의 발견과 관찰에 한 걸음 더 다가간 셈이다. '광 간섭 단층촬영'이란, 신체 내부를 빛을 이용해 촬영하는 기술이다. 우리는 본래 사물에 빛이 반사될 때, 반사된 빛을 통해 그 사물의 형태를 확인하게 된다. '광 간섭 단층촬영'은 이 원리에 기반하고 있다. 빛이 세포조직에서 반사되는 특징을 이용하여, 체내를 들여다 보는 데 빛을 사용하는 것이다. 빛이 지나갈 수 있는 섬유인 광섬유로 가느다란 관을 제작하고, 관의 끝부분에 렌즈를 부착하여 혈관에 삽입한다. 광섬유로 만든 관을 통해 렌즈를 타고 나온 빛은, 혈관이나 신체 내부표면에서 반사된 후 다시 관을 타고 돌아오게 된다. 다시 돌아온 빛을 통해 어디서, 어떻게 반사되었는지를 분석하고 분석한 자료를 바탕으로 혈관 및 체내 장기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것이 '광 간섭 단층 촬영'의 핵심이다. 그 결과 신체 내부의 고해상도 사진을 얻는 촬영기술이 개발된 것이다. 3차원, 혈관을 복원하다 유 교수 팀의 연구가 중요한 이유는, 단층촬영을 통해 얻은 이미지를 '삼차원 형태로 재구성'했다는 점 때문이다. 단면적 이미지에서 입체적 이미지로의 변화는 기술적으로 큰 차이일 뿐만 아니라, 의학적 관찰과 질병의 치료에서도 무척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심장 혈관의 단면만을 촬영하는 기술은, 2mm정도 되는 심장 혈관에 발생한 질병이나 문제를 정확하게 판단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이 때, 삼차원으로 재구성된 혈관의 모양을 확인할 수 있다면 의사의 오진이나, 육안으로 판별하지 못한 질병까지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 '광 간섭 단층촬영'과 '삼차원 형태로의 재구성'은 특히 이러한 심장 혈관 관찰에 무척 중요하고 핵심적인 기술로 자리잡을 것이다. 심장에 발생하는 질환은 곧장 생명과 직결될 만큼 예민한 기관이므로 신중한 연구와 기술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유 교수 팀의 연구는 심장 혈관 치료와 연구를 위한 획기적인 방안으로 볼 수 있다. 유 교수 팀의 연구와 기술은 아직 상용화 전 단계다. 기술적으로 큰 어려움은 없으나, 더 많은 의학적, 생체학적 상황에 근거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 기술은 일반적인 검진보다는 정밀 진단과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대상으로 하므로, 안전성 여부를 더욱 면밀하게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아직 병원에서 의사들이 바로 사용하기는 어렵습니다. 데이터의 삼차원 복원 기술을 더 개발하고 보완해야 하며, 최종적으로는 촬영과 복원의 알고리즘이 모두 입력이 된 기계를 개발해야만 완성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한 방향으로 연구팀과 관련 기업이 함께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정확한 시기를 예상하기는 어려우나 상황이 맞는다면 수 년 내에 충분히 상용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공학과 의학, 핵심은 융합 유 교수는 공학 교수다. 그러나 유 교수 팀의 연구와 기술은 의대에서 훨씬 많이 사용될 것이다. 또한 유 교수의 연구 역시 의학적인 판단과 도움이 필수였다. 융합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인간의 질병 치료와 수명 연장을 위한 획기적인 대안들은 의학과 공학의 융합에서 탄생한다. 유 교수는 자신의 연구 결과가 '의학적으로' 미칠 영향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과 동시에 새로움을 느꼈음을 밝혔다. "처음에는 오직 기술적이고 공학적인 관점에서 이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의학 혹은 생체학적인 관점으로 제 기술을 바라본다거나, 제 기술이 그 분야에 접목된다는 점까지 생각하지는 않았죠. 단지 더 좋은 현미경을 만들겠다는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연구를 진행하면서, 점점 의학적인 관점으로 이 기술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군요. 공학자로서 그러한 발상과 관점이 무척 새로웠고, 융합의 중요성을 파악하게 된 계기라고 생각합니다." 유 교수의 앞으로의 목표는 'Seeing the unseeing'이다. 유 교수는 아직까지 볼 수 없는 살아있는 인체 내부를 정밀하게 들여다보겠다는 생체공학도로서의 꿈을 꾸고 있다. 몸 속에서 발생하는 생체의 모든 작용들이 유 교수에게는 도전해야 할 목표와 꿈으로 남아 있다. 이번 삼차원 복원 기술 역시 꿈을 위한 한 걸음이다. 어렵지만, 유 교수에게는 이 모든 도전과 과정이 즐겁고 새롭다. 그래서 유 교수는 마지막으로 앞날을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조언을 건넸다. "학생들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신중하고 치열하게 고민했으면 합니다. 사회에 나가자마자 반짝하고 스스로의 역량을 펼치는 것은 어렵습니다. 대게는 10년에서 20년은 걸린다고 생각합니다. 10년 혹은 20년 뒤에 어떤 분야가 잘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그런 것들을 예측하기 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꾸준하게 열심히 하는 것이 가장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예랑 기자ys2847@hanyang.ac.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사진/박설비 기자sbi444@hanyang.ac.kr

2015-05 20 중요기사

[학술][이달의 연구자] 파킨슨병 예방의 열쇠, 비타민C에서 찾다.

끈기로 밝혀낸 비타민과 줄기세포 연구 ‘왜’를 알기 전과 알고 난 뒤 바라보는 세상은 다르다. 이유를 알면 비로소 무엇이 합리적인 선택일지가 보인다. 특히 사람의 생명이 달린 의학분야라면 현상의 원리를 밝히는 일은 더욱 각별해진다. 줄기세포 연구분야의 이상훈 교수(의대·의학)는 비타민 C가 도파민 신경물질의 분화를 도와 파킨슨병을 예방하는 원리를 밝혀냈다. 해당 논문 ‘비타민 C가 중뇌 도파민신경세포 발생·분화 기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Vitamin C Facilitates Dopamine Neuron Differentiation in Fetal Midbrain Through TET1-and JMJD3-Dependent Epigenetic Control Manner)’는 줄기세포 분야의 대표 학술지 ‘Stem Cells’ 4월호에 게재됐다. 원리를 찾는 일의 가치. 이번 연구로 4월 이달의 연구자 상을 수상한 이 교수를 만났다. 비타민 C, 유전자 발현의 실마리를 쥐다 이 교수의 도파민 신경세포 관련 연구는 파킨슨병 치료 및 예방과 직결돼 있다. 파킨슨병은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도파민 신경세포)가 손실되어 생기는 질환이다. 몸이 점점 떨리고 경직돼 가는 신경계 질환인 만큼 고통도 크지만 정확한 발병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난치병 가운데서도 치료가 더욱 어려운 병으로 손꼽힌다. 도파민 신경세포는 태아기 때, 그 중에서도 뇌가 발달하는 시기에 중뇌 조직 부분의 줄기세포에서 만들어진다. 이와 같이 줄기세포로부터 특정한 조직세포가 만들어지는 것을 ‘분화’라고 하는데, 태아 시기에 도파민 신경세포가 제대로 분화돼야 파킨슨병을 예방할 수 있다. 이교수는 2000년대 초에 이미 비타민C가 중뇌조직 줄기세포에서 도파민 세포로의 분화를 촉진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러나 어떻게 비타민 C가 해당 과정을 활성화하는지는 밝혀지지 못하고 있다가 세계 최초로 그 기전을 밝히게 된 것이 이번 연구다. 줄기세포가 특정한 조직세포로 분화되기 위해서는 줄기세포에 있는 특정 유전자로부터 단백질이 만들어 져야 한다. 이 과정을 유전자 발현(expression)이라 하는데, 이 교수가 몸담고 있는 후생유전학 분야는 우리 몸의 세포가 이런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방법을 다루고 있다. 후생유전학에 대해 이 교수는 다음과 같은 설명을 덧붙였다. “유전인자들이 발현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이유는 특정 화합물이 유전자에 달라붙어 있기 때문이에요. 이런 유전자들은 침묵(silence) 유전자’라고 하는데요. 침묵 유전자에 붙어 활동을 방해하는 화합물을 떼내는 게 후생유전학에서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방법입니다. 억제 물질로부터 자유로워져야 유전자가 단백질, 여기서는 도파민 세포로 자라날 수 있겠죠.” 비타민 C의 역할은 바로 억제된 유전자를 깨우는 단계에서부터 시작된다. 이 교수의 이번 논문에서는 중뇌 줄기세포로부터 도파민 신경세포가 분화되는 과정에서 비타민 C가 후생유전학 관련 효소인 TET와 Jmjd3의 활성을 촉진하여, 중뇌 도파민 신경세포 발생, 즉 분화를 유도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화합물을 떼내는 역할은 TET-1, Jmjd 3라는 두 효소가 담당한다. 비타민 C는 두 효소의 작용을 촉진한다. 잠겨있는 유전자를 푸는 열쇠가 TET-1과 Jmjd 3 효소라면, 비타민 C는 열쇠가 중간에 끼지 않도록 해주는 윤활유 역할을 하는 셈이다. TET-1은 유전자에 붙은 메칠 화합물질을 떼 주는 역할을, Jmjd 3은 유전자를 감싸고 있는 크롬오존이라는 물질을 해제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 과정에서 비타민 C가 두 효소의 작용을 촉진한다. 끈기 없이 할 수 없는 줄기세포 연구 이 교수의 이번 연구는 3년 가까운 시간을 거쳐 이루어졌다. 3년 동안 안정적인 연구 결과를 얻기 위한 시도를 거듭하는 일은 끈기 없이는 해내기 어려운 작업이었다. 줄기세포 연구는 보통 5년 정도 걸리는데 이번 연구는 상대적으로 일찍 끝난 편이라고 이 교수는 전했다. 그만큼 줄기세포 연구는 성과를 내기 어려운 분야이기도 하다. 연구에서는 쥐에서 얻은 태아 뇌 조직을 사용했다. ”태아 상태 쥐의 중뇌조직에서 분리한 줄기세포를 배양해 비타민 C를 처리했습니다. 비타민 C가 충분히 포함된 태아 중뇌조직과 비타민C가 결여된 조직에서 도파민 신경세포 분화와 관련된 여러 현상들이 나타났는데요. 이 현상들을 반복적으로 조사하고 둘을 비교해 가는 실험을 통해 이번 결과를 얻었습니다.” 이와 같은 쥐 실험을 통해 이 교수의 연구팀은 실제로 임신 기간 중 중뇌조직에 비타민 C가 부족하면 도파민 신경세포의 생성이 현저히 줄어든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비타민 C가 결여된 중뇌조직에서는 수적으로 적을 뿐만 아니라 외부 환경에 약한 도파민 신경세포가 생성된다. 취약한 도파민 신경세포는 파킨슨병에 쉽게 걸리는 원인이 된다. 이번에 밝혀낸 이 교수의 연구결과는 임신 기간 중 산모가 비타민C를 섭취하여 태아에 충분히 공급되어야, 도파민 신경세포가 제대로 생성되어 파킨슨병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연구과정을 돌이켜 보며 이상훈 교수는 과학계에서의 협력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과학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고 같이 하는 거지요. 이번의 연구도 다른 과학자들에 의해 ‘후생유전학(epigenetics)’이라는 개념이 정립됐기 때문에 이루어질 수 있었습니다. 해당 개념이 유전자 발현 조절 기전(발생 원리 및 순서를 일컫는 과학 용어)을 밝히는 데 도입되지 않았더라면 이번 연구도 불가능 했겠지요.” 꿈 있는 학생들이 많아졌으면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이 교수는 "학생들이 꿈을 더 많이 가지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과학 공부를 한다는 건 해당 분야에 대한 흥미와 꿈이 없이는 힘든 일이에요. 꿈이라는 건 아무도 알지 못한 원리를 내가 최초로 밝혀내겠다는 열정이라고 보면 되겠지요. 이공계 학생들이 과학 대신 취직과 직결되는 실용학문만 좇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잘 먹고 잘 살고 싶다는 것 이상의 야망이 바로 과학입니다. 과학적 연구는 흥미를 가지고 꾸준히 연구할 가치가 있다는 말을 꼭 전해주고 싶습니다. ” 김유나 기자 caecilgreen@hanyang.ac.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사진/박설비 기자 sbi444@hanyang.ac.kr

2015-04 22 중요기사

[학술][이달의 연구자] 유전학에 소프트웨어를 입히다

생명과학과 컴퓨터공학의 경계에서 꽃피운 성과 옛 말에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라는 말이 있다. 쉬운 일이라도 협력하면 훨씬 더 쉽다는 말. 하물며 어려운 일은 어떻겠는가. 현대 사회는 더 빠르고, 더 효율적인 삶을 위해 끝없이 더욱 어려운 문제에 직면하려 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물론 문제해결을 위해 하나의 학문이 아닌, 여러 개의 학문이 ‘맞들면’ 그 해결은 한층 쉬워진다. 생명을 연구하는 생명과학과 기계를 연구하는 컴퓨터공학.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둘이 만났을 땐 어떤 결과가 나올까. 반대가 끌리는 이유. 백은옥 교수(공과대·컴퓨터)의 연구성과를 살펴본다. 소프트웨어로 파헤치는 유전 정보 유전자로 사람을 모두 설명할 수 있을까. 동일한 유전 정보를 가진 일란성 쌍둥이는 모든 면에서 동일할까. 대답은 아니다. 유전 정보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구성을 담당할 뿐, 실제 생명활동을 담당하는 것은 신체 내에 10만 종 이상 존재하는 단백질이기 때문이다. 같은 단백질이라도 신체의 상황에 따라 다르게 행동하며, 그 서열은 일정하다 하더라도 화학적 변화에 따라 기능을 달리한다. 이 같은 단백질의 수식화(PTM, Post-Translational Modifications)는 현대 유전 정보학의 핵심적인 요소이자 과제이다. 백 교수는 단백질 수식화를 인간이 옷을 갈아입는 것에 비유하여 설명했다. 한 명의 사람이 등산복을 입으면 산에 가고, 정장을 입으면 회사에 가듯 하나의 단백질도 상황에 따라 계속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백질의 이러한 수식화는 굉장히 다양해 이를 파악하고 구별해야 더 정확한 유전 정보를 획득 할 수 있다. 백 교수의 논문 ‘SOFTWARE EYES FOR PROTEIN POST-TRANSLATIONAL MODIFICATIONS(단백질의 수식화를 알아보기 위한 소프트웨어 돋보기)’는 단백질의 다양한 수식화를 데이터베이스화해 해석하는 소프트웨어에 대해 다뤘다. 이는 인간의 유전 정보를 한 단계 더 가깝고, 또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게 했다. 예를 들어 유전병적 측면이 강한 조기 위암 환자들을 분류할 때 기존의 유전자 정보로는 두 개의 군으로 밖에 나눌 수 없었다. 여기에 단백질의 수식화까지 고려할 경우, 세 개의 군으로 나눌 수 있어 더 세심한 치료가 가능해진 것이다. 이러한 백 교수의 논문은 질량분석 분야의 저명한 학술지인 '매스 스펙트로미트리 리뷰(Mass Spectrometry Reviews)'에 실려 연구의 효용성을 인정 받았다. 최근 생물학은 데이터 과학이라 불릴 정도다. 한 사람의 유전체 분석 데이터가 약 100GB에 이르기 때문이다. 과학 기술이 더욱 발전함에 따라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정보까지 파악할 수 있게 돼 더 많은 데이터가 모인 것이다. 생물학자 혼자 이를 분석하고 원하는 결과를 도출해 내기에는 역부족이다. 백 교수와 같은 공학도가 개발한 알고리즘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데이터를 추출해낼 필요가 있는 것이다. 현재 백 교수는 그 능력을 인정받아 국내외 대학의 교수들과 협력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우리대학 교수들과의 공동 연구 또한 기회가 닿으면 진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백 교수는 단백질 수식화를 밝히는 과정을 쉬운 예를 들어 설명했다. “기본적으로 단백질의 수가 많음은 물론, 조건에 따라 단백질 수식화의 발현 여부가 달라지기 때문에 그 경우의 수가 상상을 초월합니다. 만 명의 사진을 한 장에 담고 각각의 사람이 무슨 옷을 입고, 어떤 신발을 신었는지 확인하는 일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되죠. 이 양이 너무나도 방대하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합리적인 시간 내에 결과를 도출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필요한 것입니다.” 백 교수가 개발한 알고리즘은 이미 알려진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단백질을 비교·대조하여 방대한 모집단을 줄여나가는 방식을 사용했다. 협력을 통한 동반상승 백 교수가 소프트웨어를 생물학에 접하게 된 것은 우연한 계기였다. 외국에서 박사학위 취득을 준비하고 있던 중 생물학을 전공하던 친한 선배가 생물학 연구와 관련된 데이터 산출을 부탁한 것. 그 일은 전산학을 이용한 전문적인 알고리즘이 필요했고 이는 백 교수에게 큰 의미로 다가왔다. “생물학으로만은 해결하기 힘든 문제를 컴퓨터공학에 접합시켜 함께 해결 할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었습니다. 지금도 높은 수준의 연구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것은 혼자가 아닌 협력을 통해 이뤄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연구를 진행할 때 어려운 점 또한 협력을 통해 해결했다. 유전 정보를 추출한 실험데이터와 이를 데이터베이스화할 알고리즘 모두 불확실 했기에 이를 통해 해석해낸 정보 역시 다소 불확실 할 수 밖에 없었다. 또한 정보가 틀렸을 때 실험데이터와 알고리즘 중 무엇의 잘못인지를 판단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이를 해결 할 방법은 실험데이터와 알고리즘 사이를 계속해서 피드백하며 서로의 문제점을 파악해 나가는 것 밖에 없었다. 정확한 알고리즘을 통해 잘못된 실험데이터를 찾아내고, 정확한 실험데이터를 통해 잘못된 알고리즘을 찾아낸 것. 그 결과 실험데이터와 알고리즘 모두 더 정확한 결과를 도출하도록 서로 발전 할 수 있었다. 현재 백 교수는 10여명의 교수들과 함께 조기위암의 유전적 측면에 대해 집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질병의 유전적 원인을 연구하는 집단에 컴퓨터공학과 교수가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사뭇 놀라웠다. 백 교수는 “큰 병원에는 보통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유전정보를 다루는 교수님들이 있다”며 “현대 의학연구에서 컴퓨터공학은 꼭 필요한 존재로 자리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쓸모 있는 연구를 정직하게 백 교수는 본인의 연구 철학으로 두 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정직할 것. “자신의 연구결과가 남의 연구결과 보다 귀해 보이기 마련이죠. 하지만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자신의 데이터를 바라봐야 합니다. 정직하게 연구할 때 남의 비판도 받아 들일 수 있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열 수도 있습니다. 가장 기본적이 것이죠.” 둘째는 쓸모 있는 것을 만드는 연구를 할 것. “연구를 위한 연구는 재미가 없더라고요. 연구결과를 통해 무언가 더 발전하고 실생활에 활용될 수 있는 연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명과학과 컴퓨터공학의 경계에 서있는 백 교수. 융합의 시대, 가장 환영 받는 연구자가 아닐까. 박종관 기자 pjkko@hanyang.ac.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사진/박설비 기자 sbi444@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