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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 09

[학술][이달의 연구자] 급성폐손상 치료 위한 항염증 나노입자 개발

지난해 6월 우리나라를 강타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이하 메르스)은 사망자 38명, 치사율 20.4%란 상처를 남겼다. 사인의 대부분은 ‘급성폐손상으로 인한 쇼크사’. 메르스를 유발하는 바이러스 자체보다 이로 인한 급성폐손상이 사망에 더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는 의미다. 급성폐손상은 바이러스나 병원균 감염 뿐만 아니라 패혈증, 심한 외상 등으로 인해 발병하며, 중환자실에 입원 중인 환자의 약 60%가 앓고 있을 정도로 만연한 질병이다. 이민형 교수(생명공학과)는 급성폐손상의 원인 인자를 억제해 체내 염증 반응을 줄일 수 있는 나노입자를 개발했다 HMGB1의 염증 유발인자 제거한 항염증 펩타이드 ▲ 이민형 교수(생명공학과)는 이번 연구를 통해 급성폐손상의 원인인 HMGB1 단백질을 억제하는 물질을 폐까지 전달 가능케 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HMGB1(High Mobility Group Box 1)은 세포 내에 존재하며 염증 반응을 유발하는 단백질이다. 패혈증 환자에게서 많이 발생하며, 세포가 죽으면 다른 세포의 수용체와 결합한다. HMGB1를 새롭게 수용한 세포는 신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 이를 알리기 위해 다시 HMGB1을 분비함과 동시에 자가 치유를 위한 염증 반응을 일으킨다. HMGB1이 증가하면 이 과정이 반복되며 세포의 염증 반응이 도미노처럼 이어진다. 폐에서 진행될 경우 급성폐손상이 발병한다. "HMGB1 자체는 몸에 이상 신호를 보내는 ‘알람’ 역할을 하기 때문에 없애야 할 대상은 아닙니다. 이로 인한 과도한 염증 반응이 문제예요.” 이 교수는 체내 세포가 HMGB1를 덜 수용한다면 염증반응을 약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세 부분으로 구성된 HMGB1에서 염증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BOX A'부분만 분리, 유전자 재조합을 통해 새로운 단백질을 생산했습니다." 염증 반응 인자를 제거한 새로운 단백질이 HMGB1이 수용될 자리를 대신 차지하도록 해 염증 반응을 억지한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처럼 분리된 BOX A를 '항염증 펩타이드'라고 불러요. 항염증 펩타이드를 급성폐손상 환자의 폐에 어떻게 전달하는지를 연구한 것이 이번 논문입니다.” ▲ 이민형 교수는 우선 염증을 유발하는 HMGB1 단백질 중 'HMGB1 BOX A' 부분만을 사용해 '항염증 펩타이드'를 만들었다. (출처: 이민형 교수) 헤파린-항염증 펩타이드 결합 통해 폐로 전달 "급성폐손상 환자에게 항염증 펩타이드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기도와 폐 점막을 통과해야 해요." 하지만 항염증 펩타이드만으로는 폐 점막을 통과하기 어렵다. 항염증 펩타이드는 전기적으로 양극을, 점막은 음극을 띄어 점막의 인력에 걸리기 때문. 이 교수는 혈액의 항응고제로 널리 쓰이는 헤파린과 결합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헤파린은 음극을, 항염증 펩타이드는 양극을 띄므로 두 물질은 결합합니다. 하지만 헤파린의 음극이 더 강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결합체는 음극을 띄어요. 부피 또한 100 나노미터 정도로 줄어들죠." 헤파린-항염증 펩타이드 결합체는 폐 점막과 같은 전극을 띄는 것은 물론, 150 나노미터 정도인 폐 점막의 구멍보다 작아 통과가 쉽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렇게 폐 점막을 통과한 헤파린-항염증 펩타이드 결합체는 체내로 전달, HMGB1 단백질의 지나친 작용을 방해해 염증 반응을 억제한다. 그러나 아직 완성이라 보기는 이르다. "항염증 펩타이드의 아미노산 배열이 너무 길어요. 배열이 길수록 신체에서 부작용이 발생할 확률이 큽니다.” 이 교수는 “배열이 더 짧으면서 강력하게 작용하는 항염증 펩타이드 개발을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 음극을 지니는 폐점막을 통과하기 위해 헤파린(항응고제)과 항염증 펩타이드를 결합해 음극의 나노입자를 제조했다. 나노입자는 100nm의 크기로 150nm의 크기인 폐점막의 구멍을 전기적 인력에 구애받지 않고 통과할 수 있다. (출처: 이민형 교수) '개발' 넘어 '발견'하는 연구자로 이 교수에게 앞으로의 연구 방향을 물었다. " 헤파린-항염증 펩타이드 결합체가 급성폐손상 치료제 개발에 기여하는 것이 바람입니다. 넘어야 할 산이 많기는 하지만요.” 나아가서는 기존 지식을 응용한 '개발'을 넘어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발견’하는 연구자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최근의 과학계는 실제로 현실에 적용 가능한 연구에 지나친 비중을 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원하는 답을 찾아가는 실험보다, 무질서 속에서 예상치 못한 질서를 찾는 것이 또 다른 바람입니다.” ▲ 앞으로의 연구방향에 대한 질문에 이민형 교수는 "개발을 넘어 발견을 할 수 있는 학자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글/ 박성배 기자 ppang1120@hanyang.ac.kr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사진/ 김윤수 기자 rladbstn625@hanyang.ac.kr

2016-07 05

[학술][이달의 연구자] 수소 추출의 문제점, 그래핀으로 잡다

과학자들은 화석 에너지의 고갈을 대비해 차세대 에너지를 찾고 있다. 태양열, 핵융합과 함께 수소 연료도 차세대 에너지 중 하나다. 최근에는 수소연료 자동차가 출시되는 등 수소에너지 개발 움직임이 뚜렷하다. 문제는 자연상태의 화합물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방법이 중요해졌으나, 기존의 수소 연료 생산 방법으로는 안전성과 경제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 다닐 부흐발로프 교수(Danil Boukhvalov, 화학과) 연구팀은 그래핀을 이용해 수소를 추출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수소 추출의 문제점, 그래핀으로 잡다 ▲ 다닐 부흐발로프 교수(Danil Boukhvalov, 화 학과)를 지난 28일 자연과학대에 위치한 연구실 에서 만났다. 다닐 교수가 자신의 연구한 부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수소는 발열량이 매우 높고, 연소 반응 후 물 외에는 부산물이 나오지 않아 ‘친환경 에너지’로 주목 받고 있다. 또 대기와 해양에 녹아 있는 양이 충분하기 때문에 화석 에너지에 비해 천문학적으로 많은 양을 사용할 수 있다. 이런 장점 덕에 수소는 차세대 에너지 중에서도 매우 효과적인 자원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무공해’란 장점에도 불구하고 상용화에는 여러 문제가 따른다. 지금까지 알려진 수소 추출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메탄을 이용하는 방법, 물을 전기 분해하는 방법 등이 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메탄을 이용하는 방법은 추출 과정 중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므로 이상적인 방법이 아니다. 때문에 물을 전기 분해하는 방식이 더 선호되고 있다. 이 방법은 완벽히 환경친화적이지만, 물에서 수소를 분리할 때 쓰이는 촉매의 가격이 문제가 된다. 촉매제는 대부분 금속으로 가격이 매우 비싸기 때문. 원자단계의 수소는 반응성이 뛰어나 폭발과 누수의 위험도 있다. 이처럼 수소 추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닐 교수와 연구진은 ‘결정축에 따른 그래핀(Epitaxial Graphene)’을 이용했다. 그래핀의 촉매 반응, 컴퓨터로 예측하다 ▲ 다닐 부흐발로프 교수(Danil Boukhvalov, 화학과)를 지 난 28일 자연과학대에 위치한 연구실에서 만났다. 다닐 교수 가 자신의 연구한 부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래핀은 벌집 모양의 육각형으로 배열된 흑연의 탄소 평면을 말한다. 물리적, 화학적 안정성이 매우 높은 물질이라 여러 분야에서 각광받는 신 소재다. 다닐 교수는 수소 추출의 촉매로 그래핀을 사용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그래핀은 그 자체로도 매우 흥미로운 물질입니다. 저희 팀은 그래핀의 ‘촉매 작용’에 대해서 연구한 것이죠.” 그래핀을 촉매재로 사용하면 물에서 분해된 수소가 그래핀으로 흡수된다. 이를 통해 그래핀의 결정축과 같은 모양의 수소층이 생긴, 수소화된 그래핀(Hydrogenated Graphene )’이 탄생한다. “예전에는 수소가 산소와 만나 폭발하기 일쑤였어요. 하지만 수소화된 그래핀에다 산소를 더하면 순수 수소를 사용하지 않아서 폭발 위험을 피할 수 있어요. 게다가 누수가 일어나지 않고 값이 싸서 경제적이죠.” 연구에서 활용된 다닐 교수의 전문 분야는 ‘컴퓨터 화학’이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원자와 분자의 예상 이동 경로를 예측하고 모델화하는 일이 컴퓨터 화학이다. 다닐 교수는 수소화된 그래핀의 적정 두께와 이에 따른 수소 분자의 이동, 발생하는 에너지의 양 등을 계산했다. “화학 반응을 통해 형성된 원자는 여기저기로 움직이고 변화해요. 때문에 컴퓨터를 통해 원자의 변화나 그 과정 등을 예측하죠.” 다닐 교수는 팀원들이 제공한 수소 결합 그래핀 모델들을 분석했다. “컴퓨터 프로그램 상에서 원자와 분자들을 움직여 보고, 에너지 양이나 분자 사이의 거리 등을 계산합니다. 이를 기반으로 어떤 모델이 가장 좋은지 결정했죠.” 이처럼 컴퓨터 화학을 통해 그래핀 모델 중 필요 없는 것을 버리고 최적화된 모델만을 골라내는 것이 다닐 교수의 몫이었다. 가장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수소 분자를 흡수할 수 있는 그래핀의 ‘결정축’을 찾는 작업이다. “그래핀 표면의 두께가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 가장 적절한 수치를 찾아야 합니다. 너무 얇으면 안정성이 떨어지고 너무 두꺼우면 그만큼 합성하는 시간이 많이 걸리죠. 기본적인 계산은 컴퓨터가 하지만 편의성이나 안정성 등 직관이 필요한 부분은 사람이 해야 해요.” 다닐 교수의 컴퓨터 화학 연구를 통해 그래핀의 결정축을 찾는 일이 한층 수월해졌다는 평가다. 수소 연료의 가능성에 힘 보태다 다닐 교수는 “앞으로 수소 연료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친환경 에너지로서의 수소 연료가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거예요. 물론 제가 한 부분은 컴퓨터 화학으로 그래핀 모형을 정확히 계산한 것에 불과하지만, 수소 추출의 촉매재로서 그래핀의 가능성을 시험한 연구였어요. 수소 연료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거라 믿습니다.” 컴퓨터를 이용해 화학을 연구하는 다닐 교수. 앞으로는 더 많은 연구팀과 협업하는 것이 목표다. “제 목표는 무언가의 과정뿐 아니라 그 뒤에 숨은 원리를 찾아내는 겁니다. 2차원 물질도 더 연구하고 싶고, 반도체 연구와 유기농 화학, 독성학 등과의 협업도 고려하고 있어요. 앞으로 더 열심히 연구해 더 많은 것들을 이해하고 싶습니다.” ▲ 이번 연구에 컴퓨터 화학자로 참여한 다닐 부흐발로프 교수는 "더 많은 분야와 함께 협업해 연구하고 싶다"며 "단순한 사실의 발견이 아닌 그 이면을 넘어선 진리의 발견이 자신의 목표다"고 말했다. 글/ 이종명 기자 tmjo2000@hanyang.ac.kr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사진/ 최민준 기자 lovelymin12@hanyang.ac.kr

2016-06 08

[학술][이달의 연구자] 유기 태양전지로 태양광 발전의 미래를 보다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로 각광받고 있는 태양광에너지. 우리나라에서 태양광발전은 주로 작은 규모로 사용됐으나 현재는 대규모의 발전소 형태로도 자리를 잡고 있다. 태양광발전에는 빛 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장치인 ‘태양전지’의 역할이 중요하다. 최효성 교수(화학과)는 기존에 사용되던 실리콘 태양전지의 단점을 보완한 ‘유기 태양전지’의 효율을 높일 방안을 연구했다. 실리콘 태양전지 단점 보완한 유기 태양전지 현재 상용화된 태양전지는 대부분 실리콘 등 무기물 반도체를 이용해 만든 것이다. 하지만 실리콘 태양전지는 두께가 수십 마이크로미터에 달해 두꺼운 편에 속한다. 때문에 잘 휘어지지 않고 쉽게 부러진다. 가격이 비싸단 단점도 있다. 이에 실리콘 태양전지의 단점을 보완한 유기 태양전지가 개발됐다. 유기 태양전지의 두께는 수백 나노미터로 실리콘 태양전지에 비해 매우 얇다. 자유자재로 휘어질 수 있으며, 가격 역시 실리콘 태양전지에 비해 매우 저렴하다. 하지만 유기 태양전지에도 맹점이 존재한다. 가격이 저렴하지만 충분한 전력 효율을 낼 수 없다는 것. 효율을 높이기 위해선 많은 양의 태양광을 흡수해 전기로 변환 가능한 소자가 개발돼야 한다. “실리콘 태양전지는 전력효율이 25%를 넘어야 설치 비용보다 높은 이익을 얻습니다. 하지만 유기 태양전지는 그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15%의 효율만 달성해도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아직까지 유기 태양전지의 세계 최고 효율은 11%. 최효성 교수는 유기 태양전지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2개 고분자 사용이 연구의 핵심 유기 태양전지는 한 개의 고분자와 풀러렌(Fullerene)이란 유도체를 섞어 ‘광활성층(Active Layer)’를 만든다. 태양전지의 두 전극 사이에서 빛을 흡수하는 부분이다. 최 교수는 보통의 태양전지와 달리 2개의 고분자를 사용했다. “한 개의 고분자가 가진 단점을 다른 고분자가 보완할 수 있단 점에 착안해 2개의 고분자 결합을 시도했습니다.” 보통의 경우 두 고분자 결합은 각각의 장점을 없앤다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서로의 기능을 보완하는 두 고분자를 찾아냈을 뿐 아니라 이들이 최적의 효과를 내는 결합 비율을 발견했다. 그 결과 10.2%의 효율을 달성한 유기 태양전지를 만들었다. 최 교수가 사용한 것은 ‘PTB7-Th’과 ‘PDBT-T1’란 고분자다. 두 고분자는 어떻게 서로의 역할을 보완할까. 빛 파장은 자외선, 가시광선, 적외선으로 나뉜다. 자외선은 5%, 가시광선은 50%, 적외선은 55%의 태양광을 함유하고 있다. 때문에 빛 흡수율을 높여 태양전지의 효율을 올리기 위해서는 적외선 흡수량을 늘려야 한다. PTB7-Th의 경우 주로 근적외선 부분의 태양광을 흡수한다. PDBT-T1은 상대적으로 자외선과 가시광선 부분의 태양광을 더 많이 흡수해 PTB7-Th의 특성을 보완한다. 두 고분자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이유다. 최 교수는 “보통 9~10% 정도의 효율에 달하면 고효율 소자라 불린다”며 “10.2% 정도의 효율이면 굉장히 높은 효율을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 왼쪽부터 유기 태양전지 광활성층에 사용된 'PDBT-T1'과 'PTB7-Th'고분자 결합 구조, 고분자의 영역별 빛 흡수량 (출처 : 최효성 교수 논문) 미래 책임질 친환경 에너지 최 교수는 앞으로 차세대 에너지 소자 개발, 이산화탄소 절감 기술 개발, 2차 전지 개발 등의 연구계획이 있다. “차세대 에너지원을 개발하면 환경을 보호할 수 있단 것이 연구를 하는 가장 큰 이유죠. 또 머지않아 화석연료가 고갈되기 때문에 대체연료 개발은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해요.” 태양광발전만으로 모든 에너지를 대체할 수는 없기 때문. 최 교수는 앞으로도 태양광발전을 보완할 또 다른 친환경 에너지원 개발의 꿈을 갖고 있다. ▲ 최효성 교수(화학과)는 앞으로도 태양광 발전을 보완할 또 다른 친환경 에너지원 개발의 꿈을 갖고 있다. 글/ 최연재 기자 cyj0914@hanyang.ac.kr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사진/ 최민주 기자 lovelymin12@hanyang.ac.kr

2016-05 11

[학술][이달의 연구자] 암 세포 표적 치료의 열쇠, 나노 입자와 플라즈마

암은 현대 의학의 가장 큰 적이다. 발생 원인이 다양하고 우리 몸의 어디서나 발병할 수 있으며 제 때에 치료하지 않으면 다른 기관으로 전이되기 때문. 그 탓에 암은 의학 기술이 발달한 오늘날에도 공포의 대상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현재는 암 세포에만 효과가 적용되는 치료 기술이 없어 항암 치료가 환자에게 여러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항암치료를 시작하면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따라서 현대 암 치료 기술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암이 전이되지 않은 정상 세포를 해치지 않고 암 세포에만 작용하는 치료법을 개발하는 것. 이수재 교수(생명공학과)는 플라스마와 나노 입자의 반응을 통해 암 세포를 사멸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 암 전이의 원인, 암 줄기세포를 제거하다 ▲ 이수재 교수(생명과학과)는 플라스마와 금 나노 입자의 반응을 이용한 암 줄기세포 표적 치료법을 연구했다. 우리 몸의 세포는 일정한 주기에 따라 생성되고 소멸된다. 하지만 암 세포는 다른 정상 세포 속에서 무한히 증식을 계속하며 영역을 확장해 나간다. 암 세포 중에서도 증식과 전이의 원인이 되는 ‘암 줄기세포’가 있다. 암 줄기세포는 혈관을 통해 온 몸으로 퍼져나가 다른 기관으로 암을 전이시킨다. 암을 초기에 치료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지금까지 암 치료에는 항암제와 같은 화학물질이 사용됐지만 여러 가지 한계점이 있었다. “약품이 우리 몸에 투여되면 온 몸을 순환하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부분에 도달하는 양은 적어집니다. 정상 세포에 영향을 미쳐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하죠. 또 암 줄기세포는 일반적인 항암제에 저항성을 갖고 있어 한 번 전이가 시작되면 치료가 더욱 힘들어집니다.” 이 교수 연구의 핵심 원리는 플라스마와 금 나노 입자의 반응을 통해 정상 세포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암 세포의 사멸을 유도하는 것.이 교수는 동물 실험을 통해 그 원리를 밝히고 유효성을 검증했다. 이 교수는 폴리 에틸렌 글라이콜(이하 ‘PEG’)를 코팅한 금 나노 입자를 종양이 있는 쥐에게 투여했다. 암 세포는 정상 세포에 비해 혈관 내의 물질을 더 많이 흡수하는 성질을 갖고 있어 금 나노 입자도 더 많이 흡수한다. 금 나노 입자를 지닌 암 세포에 플라스마를 쬐면 나노 입자가 반응해 활성 산소가 발생된다. 이 활성 산소가 세포를 내부에서 공격, 암 세포와 암 줄기세포의 사멸을 유도하고 암이 악화되는 것을 막는다. “PEG는 물에 잘 녹는 성질이 있어 나노 입자가 혈관을 통해 암 세포에 쉽게 전달되게 합니다. 이에 더해 플라스마와 나노 입자가 반응을 일으키면 암 줄기세포가 죽기 때문에 더 이상의 전이가 일어나지 않게 되죠.” 플라스마는 물질이 전자, 중성자, 이온처럼 원자를 구성하는 기본적인 입자들로 나뉘어진 상태다. 그 동안 플라스마는 표면 코팅이나 금속 절단처럼 산업용으로 활용됐지만 이 교수는 이를 암 세포에 적용하는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이다. 특정 부위에 빛이나 방사선을 쬐는 것처럼, 플라스마 역시 특정 부분에만 국소적으로 투사 할 수 있다. 세포에 영향을 주지 않고 암 세포만 표적 치료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현재 플라스마는 의료용 목적으로 사용되지 못하고 있지만, 임상 시험을 거쳐 10년 후에는 본격적으로 활용이 가능해질 것이라는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 냉각된 저온 플라스마를 암 세포에 투사하면 정상 세포에 영향을 끼치지 않고 금 나노 입자의 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 (출처 : 이수재 교수) 암 세포에서 암 조직까지 이번 연구는 지금까지 25년간 암 세포의 본질을 밝혀내고 암 세포만을 표적 치료하는 방법을 연구해 온 이 교수의 기념비적인 성과다. 이제 이 교수는 여기서 더 나아가 암 세포와 그 주변의 세포가 모여 이뤄진 암 조직 주변 환경을 종합적으로 연구하고자 한다. “지금까지는 암의 핵심 인자인 암 줄기세포를 표적 치료하는 방법을 주로 연구했습니다. 하지만 암 조직은 몇 개의 세포로만 이뤄져 있지 않아요. 흔히 종양이라고 부르는 암 조직에는 암 세포뿐만 아니라 혈관 조직, 면역 세포, 주변의 정상 세포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이 미시 환경(Micro Environment)을 연구해서 기초 과학 연구의 성과가 실제 의료 현장에 적용되도록 할 계획입니다.” 이 교수는 암 치료 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암을 이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정기적으로 병원에서 검진을 받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암 줄기세포가 우리 몸 곳곳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하면 이미 암 3기 이상으로 심각해진 상태입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암 줄기세포가 전이되는 능력을 상실하도록 했지만, 암이 생기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더 좋겠죠. 대장암의 전 단계인 대장 용종은 형성되는데 3년 정도 걸립니다. 암으로 진행되기까지는 10년이 걸리고요. 적어도 5년에 한 번은 검진을 받아서 용종을 제거하면 대장암으로 커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만 40세 이상의 모든 국민이 2년에 한 번 암 검진을 무료로 받을 수 있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 암 치료 연구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자신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다. ▲ 이수재 교수는 이번 연구에 네하 코식(Neha Kaushik) 분자생화학연구실 박사후과정 연구원(사진 왼쪽)의 공이 컸다고 말했다. 네하 연구원은 플라스마 기술 전문가다. 글/ 정진훈 기자 cici0961@hanyang.ac.kr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사진/ 최민주 기자 lovelymin12@hanyang.ac.kr

2016-04 06

[학술][이달의 연구자] 전신성홍반루푸스, 새로운 원인 유전자 규명!

류마티즘은 관절이나 그 주변 결합 조직에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을 통칭한다. 그 이름은 ‘흘러나온다’는 뜻의 그리스어 ’류마(Rheuma)’에서 유래했다. 병독이 흘러나와 관절과 근육을 아프게 한다는 생각에서 기인한 것. 류마티즘 질환 중에서도 전신성홍반루푸스는 피부 발진 등을 동반하며 장기에도 염증을 유발하는 난치병 중 하나다. 증상이 다양하고 정확한 발병 원인을 찾기 어려워 학자들 사이에선 ‘천의 얼굴’이라 불리는 전신성홍반루푸스. 한양대병원 류마티즘병원장 배상철 교수(의학과)가 루푸스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를 발견했다. 연구 논문은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 제네틱스(Nature Genetics)’에 등재됐다. 루푸스, 새로운 원인 유전자를 발견하다 ▲ 배상철 교수(의학과)는 이번 연구를 통해 전신 성홍반루푸스(Systemic lupus erythematosus)의 원인이 되는 특정 유전자 10개를 새롭게 발견하고, 기존 루푸스 치료제 외에 루푸스를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약제를 찾아냈다. 전신성홍반루푸스(이하 루푸스)는 대표적인 류마티즘 질환 중 하나이자, 자가면역질환이다. 자가면역질환이란 인체 내부의 면역계가 외부 항원이 아닌 내부의 정상 세포를 공격하는 질환을 뜻한다. 면역계는 외부에서 침투한 세균의 공격으로부터 몸을 방어하기 마련인데, 자가면역질환은 이 면역계가 자기 신체를 공격하면서 나타나는 질병이다. 유전적 요인이나 바이러스 등이 그 원인으로 꼽힌다. 루푸스는 보통 몇 개의 기관에만 발병하는 경미한 질환이지만, 일부 환자들의 경우 주요 장기에 염증이 발생하고 피부 발진이 일어나 심각한 상태로 번지기도 한다. 생명이 위독한 경우도 적지 않다. 배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루푸스를 유발하는 특정 유전자 10개를 규명하고, 기존의 치료제 외에 루푸스를 치료할 새로운 약재까지 찾아냈다. 학계에선 오랜 연구를 통해 46개의 루푸스 원인 유전자를 발견한 상태였다. 배 교수는 이 유전자들과 질병의 연관성을 재확인하고, 루푸스 환자 1만7000명의 면역계 특성을 20만 개 가량 분석했다. 이를 통해 10개의 새로운 원인 유전자를 발견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새로운 유전자를 발굴한 것은 물론, 루푸스 발병의 핵심적인 원인인 변이가 어디에 있는지 밝혀냈습니다. 나아가 이 유전자들이 유전변이를 신경에 전달하는 과정과 그 유전변이가 발병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도 규명했죠.” 오랜 기간에 걸쳐서 밝혀진 기존의 루푸스 유전자 수가 46개라는 점을 고려할 때 짧은 시간안에 다수의 유전자를 한 번에 발견한 이번 연구는 루푸스 유전성의 많은 부분을 설명할 수 있게 됐단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배 교수는 ‘약제 리포지셔닝’을 통해 새롭게 발견한 10개 유전자의 활성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치료 약제 56개를 새로이 밝혀냈다. 약제 리포지셔닝이란 기존에 사용되고 있는 약제들의 표적을 분석해 다른 질환에 활용하는 약제 개발 전략이다. 안정성이 확보된 약재들을 새롭게 활용한다는 점에서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약제 개발 방식이다. 배 교수는 새로운 유전자 변인을 토대로 기존 약재들을 하나하나 연결했고, 그 결과 56개의 약이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번에 제안한 56개의 약 중에선 기존의 루푸스 환자에게 사용돼 안정성을 인정 받은 약도 있었다. ▲ 전신홍반루푸스는 자가항체와 면역복합체에 의해 인체의 여러 장기, 조직, 및 세포가 손상되는 전신 자가 면역 질환이다. 라틴어로 '늑대'라는 의미로 피부의 염증이 늑대에게 물린 것과 비슷해 붙여진 이름이다. (출처: 배상철 교수 논문) 맞춤치료에 한 걸음 다가서다 국내외 다수의 대학병원이 참여한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연구개발사업의 지원을 통해 진행됐다. 류마티스병원 내 임상역학경제연구실은 한중일을 아우르는 대규모 류마티스질환 코호트(류마티스질환을 경험하는 집단에 대한 정보 공유망)를 구축했다. 이를 바탕으로 맞춤의학연구실에서는 방대한 양의 유전정보를 생산 및 분석할 수 있었다. 더 신뢰성 있는 연구결과를 얻기 위해, 국내 및 국제 공동 연구를 추진하기도 했다. 이번 연구의 총괄리더로서 연구를 진두지휘한 배 교수는 “세계 각지의 사람들을 모아서 연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연구에 있어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아야 했어요. 무엇보다 언어적인 장벽이 높았죠. 많은 사람들한테 원하는 바를 효과적으로 설명하고 전달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배 교수는 이번 연구가 향후 한국인 루푸스 환자의 맞춤치료에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 평가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인을 포함, 유전적으로 유사한 동아시아 인종을 분석한 결과입니다. 한국인 환자들에게 더 적합한 치료가 가능할 거란 뜻이죠.”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개인별 유전변이에 따라 약제 반응에도 차이가 난다. 때문에 효율적인 치료를 위해선 개인 유전변이에 알맞은 약제를 처방해야 하는데, 이번 연구는 맞춤 치료의 범위와 가능성을 넓혔다. “서양 의학에선 보편적으로 유용한 처방을 내리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이제는 환자 개개인에 맞춘 처방을 내릴 수 있죠.” 배 교수는 환자 개인의 유전변이는 물론 식습관, 치료에 대한 참여 의지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특정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처방을 내리는 것이 연구의 궁극적인 목표라 말했다. ▲ 배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한국인을 포함해 동아시아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첫 연구로서, 한국인 환자를 위한 맞춤형 치료제 개발에도 큰 도움이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이번 연구에 참여한 연구진들 (출처 : 배상철 교수) 글ㆍ사진/ 이재오 기자 bigpie19@hanyang.ac.kr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2016-03 09

[학술][이달의 연구자] 꿈의 배터리, 리튬 에어 배터리 상용화의 초석을 다지다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첨단 제품들이 자리 잡고 있다. 사람이 움직이기 위해 음식이 필요한 것처럼, 첨단 제품이 움직이기 위해서도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 에너지 역할을 하는 것이 배터리다. 현재 상용화된 배터리 형태는 리튬 이온 배터리. 리튬 이온 배터리 보다 높은 성능을 자랑하는 리튬 에어 배터리가 있으나, 효율성이 떨어져 상용화되지 못했다. ‘차세대 배터리’ 혹은 ‘꿈의 배터리’라 불리는 리튬 에어 배터리. 선양국 교수와 이윤정 교수(이상 공과대 에너지공학)의 공동연구로 효율성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았다. 경제성과 성능 두 마리 토끼를 잡다. ▲ 리튬 에어 배터리는 기존의 리튬 이온 배터리와는 달리 양 극의 재료로 산소를 사용한다. 기본적으로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전해질(물 등의 용매에 녹아 이온으로 나눠져 전류를 흐르게 하는 물질)의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세 부분을 구성하는 물질에 따라 이름이 달라진다. ‘니켈 카드뮴 배터리’, ‘리튬 폴리머 배터리’, ‘리튬 이온 배터리’ 등이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음극 재료로 탄소 물질인 그라파이트가, 양극 재료로 리튬 금속 산화물인 미켈, 코발트, 망간 등이 쓰인다. 전해질로는 비수계 전해액(물 분자가 포함되지 않은 전해액)이 쓰인다. 충전 상태에서는 음극의 리튬 이온이 전해질을 통해 양극으로 이동하며 에너지를 발생시킨다. 양극으로 이동한 리튬 이온을 음극으로 돌려보내면 방전된 배터리가 충전된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지난 1991년 상용화됐고, 이후 연구와 발전을 거듭해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배터리가 됐다. 다만, 리튬 이온 배터리는 대형화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기본적으로 리튬 이온 배터리의 양극 물질로 쓰이는 미켈, 코발트, 망간 등이 굉장히 비쌉니다.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등에 쓰이는 소형 배터리는 문제 되지 않겠지만, 전기자동차에 이 배터리를 사용한다면 가격이 문제가 되겠죠. 스마트폰 배터리의 6,800배~7,000배 크기의 배터리를 사용하게 되니까요.” 선양국 교수의 설명이다. 그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리튬 에어 배터리다. 리튬 에어 배터리는 음극 재료로 리튬 메탈을 사용하고, 양극 재료로 탄소 지지체 안의 산소를 사용한다. 전해질은 비수계 전해액이 사용된다. 리튬 이온 배터리가 양극 재료로 미켈 등 비싼 금속 산화물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리튬 에어 배터리는 공기 중에 널리 퍼져있는 산소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큰 차이다. 경제성 면에서 우월할 수밖에 없다. 에너지 밀도 면에서도 차이가 난다. 리튬 에어 배터리는 리튬 이온 배터리보다 3-5배에 달하는 에너지 밀도를 자랑해 성능이 더 높다. 에너지 효율의 문제를 해결하다 리튬 에어 배터리는 이런 장점 덕에 ‘꿈의 배터리’라고 불린다. 그러나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꼽혀온 것이 ‘효율성’이다. 이 교수는 말한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100을 충전하면 99.99를 쓸 수 있을 만큼 높은 효율성을 보입니다. 그러나 리튬 에어 배터리는 100을 충전하면 60 정도만 사용할 수 있어요. 이 점이 상용화에 큰 걸림돌이 되었죠.” 리튬 에어 배터리의 효율성이 낮은 이유는 리튬 이온이 음극에서 양극으로 이동할 때, 양극의 산소와 반응하며 과산화리튬(Li2O2) 산화물을 생성하기 때문이다. 과산화리튬은 전기가 통하지 않는 비도체 물질이라 에너지 이동을 방해한다. 이런 이유로 과산화리튬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배터리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 목표가 됐다. ▲ 이리듐 나노 촉매는 리튬 이온과 산소와의 반응에서 과산화 리튬(Li2O2) 대신 초산화 리튬(LiO2)이 생성되도록 한다. 선 교수 와 이 교수는 양극의 산소 지지체에 새로운 소재를 도입했다. 탄소물질인 그래핀에 이리듐 나노 촉매를 혼합한 것. 탄소 물질인 그래핀은 넓은 표면적으로 리튬 에어 배터리의 용량을 극대화할 수 있으며, 뛰어난 전도성으로 저항을 최소화해 에너지 효율을 증대시킨다. 또, 이리듐 나노 촉매는 리튬 이온과 산소 반응에서 특별한 역할을 해낸다. 이윤정 교수는 이리듐 나노 촉매의 역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기존의 반응에서 과산화리튬이 발생하는 것과 달리, 이리듐 나노 촉매는 초산화 리튬(LiO2)이 생성되게 합니다. 초산화 리튬은 전도도가 높을뿐더러 리튬과 산소로 분해되기 쉬워요. 에너지 효율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죠.” 물론, 에너지 효율을 향상시켰다고 리튬 에어 배터리의 상용화가 즉시 가능한 것은 아니다. 아직까지 해결해야 할 산은 많다. 그러나 선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존의 리튬 에어 배터리 패러다임을 바꾸고, 앞으로 리튬 에어 배터리 개발 연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리튬 에어 배터리 상용화의 첫걸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더욱 깊이 연구해 리튬 에어 전지의 상용화에 힘쓰고 싶습니다.” 무엇이든 꾸준히 하는 노력이 필요 이 교수는 현재 리튬 에어 배터리가 들어간 전기자동차의 시운전을 위해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사람들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연구가 목표라고 한다. “예전에 외국에서 공부를 할 때 한 교수님이 ‘논문을 잘 쓸 생각을 하지 말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아이디어를 생각하라’고 얘기해주신 적이 있어요. 저도 그분 말씀처럼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연구를 하고 싶습니다. 전기자동차의 배터리 연구도 그 중 하나가 될 수 있겠죠” 물론 이러한 연구가 한 번의 노력, 한 번의 시도로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1980~90년대 한국에서 배터리 산업은 중소기업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외국에서는 파나소닉 등의 대기업에서 배터리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중이었다. 선 교수는 1991년 소니의 리튬 이온 배터리 상용화 발표를 보고, 한국에서도 배터리 개발에 착수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제가 연구를 시작할 무렵 우리나라에서 배터리 연구를 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어요. 당시 다른 사람의 말에 좌지우지됐으면 지금의 연구 결과는 없었을 거예요.” 선 교수는 남들과는 다른 ‘창의성’이 인생의 큰 동력이라고 조언했다. “인생도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열정과 노력, 그리고 남들과는 다른 창의성을 가지고 살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자신만의 고유한 결과물이 생길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학생들도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노력했으면 좋겠어요.” ▲ 배터리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선양국 교수(공과대 에너지공학)와 이윤정 교수(공과대 에너지공학)를 지난 26일과 이번 달 1일 본인의 연구실에서 만날 수 있었다. 두 교수 모두 단기적인 시각보다 미래를 보면서 꾸준히 정진하는 노력의 필요성을 얘기했다. 글/ 이종명 기자 tmjo2000@hanyang.ac.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사진/ 김윤수 기자 rladbstn625@hanyang.ac.kr 최민주 기자 lovelymin12@hanyang.ac.kr 디자인/ 조유미 기자 lovelym2@hanyang.ac.kr

2016-02 11

[학술][이달의 연구자] 범죄와 교육, '경제학'을 입히다

우리 사회는 때때로 흉악범 때문에 소란스럽다. 범죄자의 신상과 범행 수법, 경찰의 수사력 등이 연일 매스컴에 오른다. 이 외에도 범죄 이력과 관련해 곧잘 언급되는 말이 있다면, 아마도 ‘학력’에 관한 것일 테다. 범죄자들의 낮은 교육 수준이 종종 범행 동기 중 하나로 꼽힌다. 과연 범죄와 교육 수준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 이 분야에서 오랜 세월동안 연구해 온 강성만 교수(경제금융대 경제금융학)를 만났다. 교육 수준과 범죄는 어떤 관계일까 ▲ 1월 27일에 진행된 인터뷰에서 강성만 교수(경 제금융대 경제금융학)는 교육의 양과 범죄율의 상 관 관계를 설명했다. 한 사람의 그릇된 행동이나 범죄의 원인으로 종종 가정 교육이나 최종 학력 등 교육적 요인의 결함이 거론된다. 강성만 교수는 이에 교육과 범죄의 명확한 상관 관계를 밝히고자 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고등학교를 무사히 졸업했을 때와 아닐 때, 범죄율이 어떻게 다른지를 연구했습니다.” 하지만 고등학교 중퇴 여부로만 범죄율 추이를 단정짓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교육 수준 외에도 부모의 사회적 지위나 지적 능력, 개인의 성향이나 대인 관계 등 복합적인 요소들이 산재해 범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 합리적인 연구가 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틀이 필요했다. “내외적인 환경 요인이 동일한 교육 집단 내에서, 졸업 여부에 따라 어떤 차이가 드러나는지를 밝히는 게 이상적인 연구 방법이었습니다.” 현실을 고려해 차선책으로 강 교수가 연구를 진행한 곳은 노스 캐롤라이나(North Carolina)였다. 비교 대상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어서다. 노스 캐롤라이나의 청소년들은 만 16세까지 의무 교육을 받아야 한다. 고등학교 입학 연도는 10월 16일을 기준으로 결정한다. 이날을 ‘컷오프(Cut-off)’라 부르며 생일이 그 이전, 이후인 학생들로 나뉘는 것. 이전의 학생들은 하루 차이로 1년 먼저 진학하고, 고등학교 2학년 때 만 16세가 된다. 컷오프 이후 학생들은 고등학교 1학년 때 만 16세가 된다. 기존의 통계에 따르면 동일한 연령임에도 컷오프 이후에 태어난 학생들의 자퇴율이 훨씬 높았다. 학교 교육을 1년 덜 받은 상태에서, 중퇴에 대한 부담감과 고민이 상대적으로 가벼워지는 탓이다. 컷오프 이전과 이후에 태어난 학생들은 부모의 사회적 지위나 가계 소득 등에서 비슷한 환경을 가졌다. 같은 환경에서 자란 두 그룹의 차이가 교육의 양에 따라 명확히 통계로 나타난 것이다. 강 교수는 10만 여명의 자료를 빅데이터화 했고, 분명한 수치를 제시했다. 교육에 노출돼 있는 시간이 많을수록 범죄의 비율을 낮출 수 있다는 사실이 통계적으로 증명됐다. 교육과 범죄에 경제학을 입히다 강성만 교수의 주 관심 분야는 범죄 경제학과 교육 경제학이다. 그의 관심사에 날개를 달아준 이는 이번 연구의 공동 연구자이자 스승인 듀크대(Duke University) 쿡(Phillip Cook) 교수였다. 그와 협력하며 이번 연구에선 두 분야를 하나로 묶었다. 범죄에 있어 교육의 양이 가지는 효용성을 통계로 제시한 것이다. 연구는 ‘교육이 범죄를 줄이는데 기여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미국은 범죄가 정말 중요한 사안 중 하나입니다.” 강 교수는 어렸을 적부터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고 생활하며 몸소 느낄 수 있었단다. “곳곳에 산재해 있는 범죄들을 보면 늘, 어떻게 범죄를 줄일 수 있을 지 생각했어요.” 그는 교육의 질과 양에 대한 연구에 관심을 가졌고 이번 연구를 통해 교육의 양과 범죄율 간의 상관 관계를 도출했다. ▲ 강성만 교수는 범죄율이 감소하는 것에 대해 교육량이 가지는 효용성을 경제학적으로 풀어냈다. 강성만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나아가 다양한 연구에 흥미를 갖고 있다. 교육의 질적인 면에서, ‘어떤’ 교육이 범죄를 줄일 수 있는지 연구하고자 한다. 또 같은 그룹에 비행청소년이 있을 때 주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즉 또래효과에 대한 부분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강 교수는 한국의 학교폭력에 대한 연구에도 관심을 드러냈다. “한국은 1년 동안 한 학급 내에서 학업을 이어나갑니다. 좋은 관계가 형성 될 수도 있지만, 각종 청소년 범죄가 일어나는 시기이기도 하죠.” 상대적으로 범죄로부터 안전한 한국이지만, 학교 폭력만큼은 심각한 문제라는 것이 강 교수의 설명이다. 사회를 바꿀 수 있는 연구를 위해 “해야 할 연구가 정말 많아요.” 강 교수는 향후 연구들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가 연구를 이어나가는 이유는 ‘연구 분야’가 적성에 딱 맞아서다. “관심 있고 좋아하는 분야의 연구를 하다 보니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것 같네요.” 자료를 통계화 하느라 오랜 시간이 걸렸던 이번 연구도 전혀 힘들지 않았단다. “다시 찾아와주면 저야 언제든 환영하죠.” 어느덧 인터넷한양과는 세 번째 만남인 강 교수. 젊은 나이에 차근차근 커리어를 쌓아 가고 있는 그에겐 한 가지 목표가 있다. 실제 정책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하는 것. “정책에 반영돼 실제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실질적이고 도움이 되는 연구결과를 도출해 내고 싶습니다.” 포부를 밝히는 눈빛에서 자신감을 볼 수 있었다. 사회에 훌륭한 기여를 할 그의 모습을 그리며 네 번째 만남을 기약해 본다. ▲ 현대 사회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연구를 위해, 그의 노력은 계속된다. 글/ 김상연 기자 ksy1442@hanyang.ac.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사진/ 김윤수 기자 rladbstn625@hanyang.ac.kr

2016-01 05

[학술][이달의 연구자] 인공 근육, 에너지 하베스팅의 장을 열다

대체 에너지는 유행을 넘어섰다. 개발 단계를 지나 상용화 단계에 이르렀고,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잡고 있기도 하다. 태양빛을 이용한 태양광 에너지, 바람을 이용한 풍력 에너지, 파도를 이용한 파력 에너지, 그리고 조수를 이용한 조력 에너지까지. 이제는 무궁무진한 방법으로 전기를 만든다. 이제 낚싯줄로 인공근육을 만들어 전기를 생산한다면 어떨까. 그 방법을 고안한 주인공, 김선정 교수(공과대 생체공학과)다. 나일론 실로 만드는 전기 에너지 ▲ 지난 24일 인터뷰에서 김선정 교수는 인공근육 이 온도의 영향으로 전기 에너지를 생산하는 방법 을 설명했다.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꼽히는 화석 연료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 바야흐로 고효율, 친환경의 새로운 에너지 시대. 화석 연료의 뒤를 잇는 에너지 생산 방법으로는 ‘에너지 하베스팅(Energy Harvesting)’이 대세다. 태양광, 열, 풍력 등과 같이 자연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전환, 수확하는 기술을 일컫는 말이다. 일상 속에서 버려지기 쉬운, 작은 에너지들을 모아 전기 에너지로 변환시키는 에너지 하베스팅은 신재생 에너지 생산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김 교수는 ‘나일론 실’을 이용한 에너지 하베스팅을 연구했다. 김 교수의 논문 ‘온도 변화에 의해 움직이는 인공근육의 전기 에너지 생성(Harvesting temperature fluctuations as electrical energy using torsional and tensile polymer muscles)’은 인공근육이 공기의 대류에 의해 움직일 때, 이 근육의 운동 에너지를 전기로 바꾸는 기술을 담았다. 김 교수는 낚싯줄 등에 쓰이는 나일론 실을 수천 번씩 꼬아 다양한 굵기의 근섬유를 만들고, 이들을 하나로 묶거나 직물로 짜냈다. 이렇게 만든 인공근육(Artificial Muscles)은 자연 근육보다 100배 강한 힘을 낸다. 다음으로 영향을 미치는 건 공기의 대류, 즉 ‘바람’이다. 차가운 공기는 아래로, 따뜻한 공기는 위로 가는 대류 현상이 인공근육을 움직인다. 여기에 안쪽 마그네틱, 바깥쪽은 코일로 된 모터를 더해, 전자기장의 원리에 따라 에너지를 생산한다. 인공근육의 운동 에너지(Kinetic Energy)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시킨다는 김 교수의 연구는 세계적인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 2014)' 지에 실려 연구의 효용성을 인정 받았다. 비교적 간단한 두 가지 원리, 공기의 대류와 자기장을 이용해 김 교수는 대체 에너지의 새로운 장을 열게 됐다. 김 교수는 나일론 실을 통한 에너지 하베스팅이 상용화될 가능성에 대해 말했다. “가정용 에너지 생산 기구를 창가에 올려두고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도 기구가 반응하면 정말 좋겠죠. 바람은 모으지 않으면 버려지는 자원인데, 기구를 통해 바람의 힘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현재까지 개발된 나일론 인공근육은 섭씨 60도 이상의 높은 온도에서만 작동한다. 저온에서도 가동되는 에너지를 개발해야 상용화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낮은 온도에도 감응하여 스스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자가구동체(Self-powered Actuator)를 만드는 것이 현재 김 교수의 바람이자 과제다. ▲ 온도 변화의 영향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인공근육 (출처 : 김선정 교수) 9년 연구의 시작은 생체모방공학에서 ▲ 나일론 인공근육이 꼬아지는 모습 (출처 : 김선정 교수) 김 교수는 지난 2006년부터 창의연구단(생체인공근육연구단) 국책과제를 수행하면서 인공근육 연구를 시작해 올해로 9년 차에 접어들었다. 김 교수는 ‘생체모방공학’을 전공하며 인공근육 연구에 푹 빠졌다. 현존하는 생물체와 자연의 구조에 영감을 받아, 이를 공학 기술에 접목하는 학문이다. “생태계에서는 진화한 생물체만 살아남고 열등한 나머지는 도태돼 버려요. 결국 현재 살아있는 생물체가 자연에 최적으로 진화된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가장 똑똑한 구조라는 거죠. 그 구조와 기능에서 영감을 받는 학문입니다.” 김 교수는 생체모방공학이 지향하는 모방은 ‘베낀다(Copy)’는 의미보다, ‘영감을 받는다(Inspired)’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로봇은 사람의 근육 구조와 동작에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기계다. 김 교수가 몰두하는 인공근육은 로봇의 운동에 쓰이는 전기 모터 대신 사용될 수 있다. 의학 영역에서는 미래에 실제 근육을 보완하고, 대체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나일론 인공근육은 저렴한 비용으로 쉽게 대량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사용될 수 있다. 나일론 인공근육은 기존에 동일한 역할을 했던 형상기억합금에 비해 약 640배 싼 가격을 자랑한다. 인공근육이 형상기억합금보다 무게당 5배 더 큰 전기 에너지를 만든다는 사실로 볼 때, 김 교수의 연구는 괄목할 만한 성과다. 연구자의 자세는 도전 김 교수에게 연구 철학을 물었다. 김 교수는 망설임 없이 ‘도전’이라고 답했다. “연구는 기존의 것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새로운 것을 찾아 도전해야 합니다. 창의적인 사고를 추구해야 가치 있는 연구를 할 수 있습니다.” 생체공학과에서 학부생들을 가르치는 동시에 끊임 없는 연구성과로 한양의 이름을 드높이고 있는 김 교수. ‘도전’은 누구보다 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다. 창의력과 도전 정신을 요구하는 이 시대에, 김 교수는 현재보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연구자다. ▲ 한양의 이름을 드높이고 있는 김선정 교수는 현재보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연구자다. 박윤정 기자 dbswjd602@hanyang.ac.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사진/조유미 기자 lovelym2@hanyang.ac.kr

2015-12 07

[학술][이달의 연구자] 그래핀, 강하고 오래가는 배터리 개발의 열쇠!

대학생의 상징인 노트북, 현대인의 필수품 스마트폰에는 리튬이온 배터리가 공통적으로 사용된다. 미래 세대의 이동 수단인 전기 자동차를 이끌어 갈 주역 역시 리튬이온 배터리다. 그러나 전기 자동차에 적용할 수 있을 정도의 대용량 리튬이온 배터리는 여전히 연구 단계에 머물러 있다. 강하고 오래가는 배터리 연구를 위해 박원일 교수(공과대학 신소재공학부)가 앞장섰다. 배터리, 왜 이렇게 빨리 닳죠? ▲ 박원일 교수는 "리튬 이온 배터리를 사용한 노트북과 휴대전 화는 배터리를 구성하는 실리콘의 손상으로 인해 수명이 짧아 지는 문제를 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 사회에서 흔히 사용되는 여러 전자기기와 휴대기기에는 리튬이온 배터리가 사용되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2차 전지이다. 한번 사용하면 다시 충전하지 못하던 1차 전지와 달리, 다시 충전해서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를 2차 전지라 부른다. 이러한 2차 전지의 일종인 리튬이온 배터리는 양극와 음극 사이에 전해질이 위치하고, 리튬이온이 이 전해질을 따라 양극과 음극을 이동하면서 충전과 방전이 이뤄지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음극에 위치하던 리튬이온이 양극으로 이동하면 충전이, 반대의 경우에는 방전이 이뤄진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작은 크기와 가벼운 무게에 비해 고용량의 전지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휴대기기에 많이 이용되고 있다. 방전 시 리튬은 음극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음극 재료들은 리튬을 내보내는 역할을 수행한다. 기존에 사용되는 일반적인 음극의 구성 재료는 흑연이었다. 흑연의 틈으로 전해질을 타고 온 리튬이 이동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음극재료를 흑연에서 실리콘으로 교체하려는 연구가 꾸준히 이어져 왔다. 실리콘을 사용하면 흑연에 비해 에너지 밀도를 높여, 배터리 용량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실리콘 음극 재료를 사용한 배터리는 충전과 방전을 계속할수록 급격하게 배터리 수명이 저하되는 큰 문제를 안고 있다. 리튬이 이동할 때 실리콘이 300배 이상 팽창하면서, 기기들이 쉽게 망가지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과 노트북의 배터리가 사용할수록 빠르게 닳는 것도 이러한 문제 때문"이라는 명쾌한 설명을 더했다. 박 교수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시도로 이번 연구를 시작했다. 높은 에너지로, 오래가는 배터리! 박 교수의 연구팀이 예측한 방법은 바로 음극 재료인 실리콘 표면에 그래핀 한 면을 성장시키는 방법이었다. 그래핀은 기존에 사용하던 흑연의 한 면을 의미한다. 즉, 흑연의 구성 원소인 탄소가 음극 재료인 실리콘의 표면에서 직접 막을 형성하도록 한 것이다. 예측은 적중했다. 리튬이 이동하면서 일어나는 화학반응과 실리콘의 팽창이 흑연의 그래핀 한 층으로 해소됐다. 탄소 결합의 일종인 그래핀은 벌집 모양으로 구성되어 있어 그 구조가 무척 안정적이기 때문에, 오늘날 연구에서 매우 각광받는 신소재로 손꼽힌다. 물리적 강도와 전도도가 높은 그래핀 덕분에, 실리콘의 부피가 팽창하면서 야기하던 구조 붕괴가 현저하게 줄어든 것이다. 그래핀은 실리콘의 팽창을 견딜만한 힘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실리콘의 높은 에너지 밀도와, 흑연의 물리적 강도를 결합시킨 연구"라고 정리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충전기와 콘센트를 벗어나지 못하던 현대인들이, 긴 시간 동안 배터리 방전 걱정 없이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박원일 교수 연구팀은 음극 재료의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실리콘의 표면에 흑연의 한 면인 그래핀을 성장시키는 방법을 사용했다. 또한 박 교수 연구팀은 음극 재료 표면과 그래핀의 결합을 위해 '반데르발스 힘(van der waals force)'을 이용한 결합 방식을 이용했다. 반데르발스 힘이란 두 분자 사이에 작용하는 인력을 의미한다. 분자 한 쪽이 팽창해도, 다른 한 쪽이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결합방식이기 때문에 음극재료와 그래핀 사이에서 큰 손상을 받지 않아 구조적 안정성을 갖게 되는 셈이다. 박 교수의 연구는 말 그대로, 강하고 오래가는 배터리가 멀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미래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로 손꼽히는 '전기자동차' 역시 리튬이온 배터리가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자동차에 쓰일 만큼 크기가 작고 가벼우며, 용량은 크고, 알맞은 가격 대의 리튬이온 배터리는 아직 개발단계에 놓여있다는 점입니다." 박 교수는 "리튬이온 배터리에 대한 연구가 계속된다면, 휴대용 기기를 넘어 전기 자동차에 상용화 되는 날도 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작은 재료들이 세상을 바꾸다 연구에는 1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됐다. 박 교수는 "배터리라는 것이, 사용하면서 언제 문제가 발생할 지 예측하기 어려운 기기이므로 지속적인 관찰을 위해 긴 연구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배터리 전체 수명을 연구해야 하므로, 배터리의 충전과 방전을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하고 반복적으로 실험해야 했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신소재, 특히 그 중에서도 나노 분야와 광 소재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더 열심히 연구해야 하겠지만, 작은 재료들이 모여 첨단 기기가 되고, 결국 세상을 바꾸는 것이 신소재의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끝으로 박 교수는 연구에 힘쓰며 과학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수많은 한양인들에게 조언을 건넸다. "과학을 공식 암기의 과목이라 생각하지 말고, 주변에서 발견하는 현상들을 이해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또한 원하는 목표까지 도달하지 못하더라고, 미리 포기하고 아무것도 시도해 보지 않는 것보다는 훨씬 더 성숙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요? ▲ 끝으로 박원일 교수는"흔히 신소재라 불리는 작은 재료들이 모여 첨단 기기가 되고, 결국 세상을 바꾸는 것이 이 분야의 매력"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김예랑 기자 ys2847@hanyang.ac.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사진/이명지 기자 jk6180@hanyang.ac.kr

2015-11 10

[학술][이달의 연구자] '예측된 충격'으로 경제 현상을 재해석하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는 속담이 있다. 말의 파급효과를 말하는 속담이다. 현실도 마찬가지다. 뉴스에서 경기가 안 좋을 것이라고 예상을 하면 아직 경기가 나빠지지 않았음에도 사람들은 저축을 늘린다. 유력 대선후보와 연관된 회사의 주식가격은 ‘테마주’라는 이름을 달고 상승한다. 이처럼 현실에서는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음에도, 사람들은 예측을 가지고 행동을 변화시킨다. 남덕우 교수(경금대 경금)는 이런 예측된 충격을 가지고 기존 이론과 반대되는 현상을 설명했다. 기존의 충격과 퍼즐현상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한다. 기술의 변화를 경제학에서는 충격이라고 말한다. 기술의 진보는 생산체계에 변화를 일으켜 같은 투입 하에서 더 많은 생산을 가능하게 한다. 개방경제체계 안에서 다른 조건이 불변일 때 생산량의 증가는 한 나라의 상품의 가격을 다른 나라의 상품가격보다 상대적으로 낮게 만들어준다. 이러한 상품가격의 변화는 실질환율의 변화를 가져온다. 실질환율이란 한 나라의 상품이 외국의 상품과 교환되는 비율을 말한다. 각 나라의 화폐교환비율을 말하는 명목환율과는 다른 개념이다. 즉, 상품가격의 하락은 외국 상품과의 상대적 교환비율인 실질환율을 상승시킨다. 이러한 현상은 기술 진보가 일어난 재화의 가치하락(depreciation)을 야기한다. 그러나 실증적 연구 중 기술의 진보가 재화의 가치하락을 가져오는 것이 아닌 가치증가(appreciation)를 가져오는 역 상황이 관찰됐다. 기존의 국가간 교역 모델에 반하는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이렇게 이론과 현실에 차이가 나는 상황을 퍼즐(puzzle)이라 부른다. 남 교수의 연구는 기존의 논문이 현실 상황을 설명하지 못하는 이러한 퍼즐의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시작했다. “이론을 수식으로 나타낸 것이 모델입니다. 이 모델은 현실을 잘 설명해야 합니다. 현실을 잘 설명하는 모델을 만드는 것이 경제학자의 일입니다. 만약 기존의 모델이 현실의 다양성을 잘 설명하지 못한다면 경제학자는 그것을 발전시켜야 합니다” 예측된 충격 개념의 적용 이런 문제가 나타난 이유를 남 교수는 기존의 연구가 충격을 한가지로만 생각하는 데 있다고 봤다. 기존의 경제학 연구들은 예측되지 못한 충격(surprise shock)에 중점을 두었다. 그러나 남 교수는 퍼즐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예측된 충격(news shock)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생각했다. 예측된 충격이란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현재 영향을 주는 충격이 아닌 미래에 일어날 것이라고 공표된 충격이다. 예측된 충격은 기술의 미래 증가분을 야기한다. 소비자는 미래의 증가분을 마치 지금 증가한 것처럼 여기고 행동하게 된다. 즉, 기술의 미래 증가분을 예상해서 소비가 증가하게 되고 다른 조건이 동일한 상태에서의 소비의 증가는 타국과 비교해 봤을 때 재화의 상대적 가격을 증가시킨다. 상대적 가격의 증가는 실질환율의 하락을 불러오고 이는 재화의 가치증가 상황을 가져오는 것이다. 간단한 예로 설명하면 용돈을 예로 들 수 있다. 기존에 십 만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이 사람이 일주일 후 이십 만원의 추가용돈을 받는다는 소식을 알게 되면 마치 지금 삼십 만원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소비를 늘리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미래의 예상이 현재의 소비를 증가시키는 것이다. ▲ 위의 표는 실질환율과 연관된 경기변동을 총 요소 생산성에 대한 각각의 충격이 미치는 효과로 보여준다. (사진 출처 : 남덕우 교수 논문) 남 교수는 예측된 충격의 중요성을 주식시장에 비유해 설명했다. “새로운 뉴스가 나오면 주식시장의 가격은 바로 바뀝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예측된 것이 중요한 것이지 근본적 변화가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남 교수의 이번 논문은 미국의 총 요소 생산성(total factor productivity)의 변화방향을 예측되지 않은 충격과 예측된 충격으로 나누어 분석함으로써 두 충격의 차이점을 검증했다. 검증결과 예측되지 않은 충격의 경우 기존의 이론대로 재화의 가치하락 현상이 발생했고, 예측된 충격의 경우 가치증가의 현상이 발생했다. 두 개의 충격을 나눠 파악함으로써 기존 이론의 퍼즐현상을 해결한 것이다. 물론 예측된 충격이 경기변동을 일으킨다는 가설은 예전부터 있었다. 그러나 이 가설에 대한 실증적 분석이 매우 부족했다. 남 교수의 논문은 그 동안 없었던 예측된 충격에 대한 실증적 분석을 처음으로 보여줬다는 것에 큰 시사점이 있다. 진실된 연구자가 되고 싶다 남 교수의 목표는 자신의 분야에 더욱 더 몰두해서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다음 연구 목표로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경기변동의 주요원인으로 예측되었던 돈의 대출 가능 상태(credit condition)와 경기변동의 상관관계에 관해 연구하고 싶다고 한다. 이러한 목표 안에서도 남 교수가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은 바로 진실성이다. 연구를 하고 논문을 쓰다 보면 받을 수 있는 표절, 거짓말 그리고 조작의 유혹에 빠지지 않는 것이 목표다. 남 교수는 “교수는 순수 학문은 연구한다는 점에 있어서 누구보다도 진실돼야 한다. 어떠한 곳에서도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위해서는 그 진실성이 가장 중요하게 여겨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우리대학 경제학과 93학번 출신이다. 남 교수는 교수라는 직함에 사로 잡히지 않고 마치 후배를 대하듯이 학생들과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교수가 아닌 93학번의 선배의 입장에서 남 교수는 학생들에게 자신이 진정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고민해보라고 조언한다. “우리대학 학생들은 이상하게 기가 죽어있는 모습이 많이 보입니다. 좀 더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삶이 어떤 것인가 생각해보고 진정 원하는 삶을 이루기 위해 긍정적으로 열심히 살기를 바랍니다.” ▲ 남덕우 교수(경금대 경금)는 "연구를 하면서 받는 여러가지 나쁜 유혹에 사로잡히지 않고 항상 진실성을 유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종명 기자 tmjo2000@hanyang.ac.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사진/이명지 기자 jk618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