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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 07

[학술][이달의 연구자] 코어쉘 구조, 더 강력한 리튬이온 배터리를 만들다

보다 실용적인 전지 발전을 위해 스티브 잡스가 만든 스마트폰이 예쁜 건 사실이지만, 사서 쓰고 싶지는 않다는 A양. 일체형 배터리가 불편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배터리는 쓰면 쓸 수록 성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충전기나 무거운 보조 배터리를 들고 다녀야 하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은 이제 사라질지도 모른다. 김한수 교수(공대 에너지)는 스마트폰 속 리튬이온 배터리의 단점을 해결하는 새로운 방법을 연구했다. 리튬이온 배터리 속 실리콘의 문제 스마트폰, 전기 자동차, ESS(Energy Storage System, 발전소에서 과잉 생산된 전력을 저장해 두었다가 일시적으로 전력이 부족할 때 송전해 주는 저장장치) 등 현대 사회에서 이용되는 새로운 발명품들은 리튬이온 배터리를 이용한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가역 능력, 높은 출력비율 덕에 많은 제품들에서 사용되고 있지만 여전히 몇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저장 용량이 작은 데다 용량이 커질수록 가격이 비싸지고, 오랜 기간 사용한 후에는 성능이 떨어진다. 내장형 배터리를 이용하는 스마트폰의 사용기간이 길어질 수록 한 번의 충전으로 하루를 버티기 힘들어지는 것이 이런 문제 때문이다. ▲ 리튬이온 배터리의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김한수 교수(공과대학 에너지공학과)의 연구팀은 실리콘에 나노 결정을 코팅하는 '코어쉘'(Core-Shell) 구조를 도입했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오랜 기간 사용할 수 없는 이유는 전지 내부 실리콘의 팽창 탓이다. 실리콘은 전자가 방출되는 음극의 소재로 이용된다. 실리콘은 기존에 사용된 흑연에 비해 더 많은 양의 리튬을 저장할 수 있지만, 충전과 방전의 과정을 거칠 때마다 부피가 4배까지 늘어나며 빠르게 닳는 단점이 있다. 김한수 교수(공대 에너지)는 이러한 문제점을 빵에 비유해 설명했다. "빵을 구울 때를 생각하면 쉽습니다. 오븐에 들어간 빵이 처음에 크게 부풀었다 나중에 수축하죠.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균열이 생깁니다. 단순히 부풀었다가 본래 상태로 돌아가는 게 아니에요. 균열은 재료에 손상을 입힙니다." 나노 결정을 이용한 팽창 방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 교수의 연구팀은 실리콘에 '코어쉘'(Core-Shell) 구조를 도입했다. 노른자를 감싸고 있는 흰자처럼, 실리콘이라는 노른자에 나노 결정이라는 흰자를 코팅하는 방법이다.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에서 실리콘은 장래가 유망한 재료입니다. 코어쉘 구조는 부피 팽창을 억제할 수 있는 산화막, 규소를 통해, 주재료인 실리콘을 보호하는 방법이에요." 김 교수는 새로운 구조 도입 결과, 기존 재료보다 용량이 70% 이상 향상 됐고, 100번 이상의 충전에도 처음과 같은 성능을 낼 수 있음을 밝혀냈다. 아이디어는 있었지만 실제로 생각을 실현시키는 일은 쉽지 않았다. 김 교수 연구팀은 실리콘에 입힐 적절한 재료를 찾기 위해 주요 변수를 따져 실험을 했다. "재료들 간의 조성비, 반응이 일어나는 온도, 재료를 투입하는 시기와 양 등, 변수가 많았어요. 변수에 조금만 변화가 생겨도 실리콘을 감싸야 할 재료들이 실리콘을 감싸지 않고 서로 반응을 하기도 하고, 아예 결합하지 않기도 했습니다. 원하는 실리콘만을 감싸게 만들도록 하는 점이 어려웠습니다. 무엇이 제일 중요한지는 한참 후에야 알았죠." 대용량의 배터리는 특히 차세대 이동 수단으로 불리는 전기 자동차 분야에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김 교수는 "전기 자동차가 사람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충전 용량의 문제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전기 자동차의 문제 중 하나는 한 번 충전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제한이 있다는 점이에요. 석유 연료를 이용하는 자동차는 연료 탱크를 키워서 저장할 수 있는 연료량을 늘일 수 있습니다. 전기 배터리도 할당된 부피와 무게 안에서 저장할 수 있는 전기의 양을 늘려야 해요. 지금은 전기 자동차가 1회 충전으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가 많지 않지만, 새로운 배터리로 이동 거리가 늘어나면 대중화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창의력? 꾸준한 고민의 산물 석사와 박사 과정에서 모두 배터리를 연구한 김 교수는 "석사 과정 당시에는 한 번 충전해서 들고 다니기도 힘든 노트북을 썼는데, 미래에는 기능이 많고 가벼운 장비들이 더 강한 전지를 필요로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당시의 전망에 대해 얘기했다. 그는 "만들어낸 전지를 상용화하기 위해 에너지 밀도를 더 높이고, 가격을 더 낮추고 싶다"는 미래의 바람을 밝혔다. 대학시절부터 십 년이 넘게 연구를 이어온 김 교수는 "더 나은 연구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창의력"이라고 말했다. "연구 논문 한 편을 쓴다고 연구자로서의 삶이 획기적으로 더 나아지는 일은 이제 없어요. 끊임없이 노력을 해야 독립적인 연구자로 남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 연구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창의력입니다." 그렇다면 창의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김 교수는 "꾸준한 고민"이라는 의견과 함께 창의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의 팁을 남겼다. "창의력이 꼭 공부를 잘 한다거나, 괴팍하고 독특한 사람에게 많은 것은 아닙니다. 그저 꾸준히 고민을 하면 돼요. 여러분도 가끔 사소한 행동을 할 때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가 있었을 겁니다. 그건 우연이 아니라 계속된 몰입의 결과라고 생각해요. 샤워할 때도, 담배 한 모금 피러 나갈 때에도, 세수하거나 화장을 지울 때에도 고민을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에요." ▲ 김한수 교수는 "연구자에게 필요한 것은 창의력"이라는 생각을 밝히며, "창의력은 꾸준한 고민에서 탄생한다"고 말했다. 최정아 기자 shaoran007@hanyang.ac.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사진/조유미 기자 lovelym2@hanyang.ac.kr

2015-09 09

[학술][이달의 연구자] 차세대 배터리의 가능성을 발견하다

소듐이온 배터리의 전기전도율 향상법을 찾아서 스마트폰의 배터리가 줄어들수록, 우리는 점점 불안해진다. 가득 충전해도 금세 방전되는 배터리 탓에 많은 사람들이 충전기나 보조배터리를 항상 들고 다닌다.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노트북, 카메라,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기기들이 배터리 없이는 작동하지 않는다. 배터리는 우리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 앞으로의 배터리는 어떻게 발전할까. 배터리 전문가인 선양국 교수(공과대 에너지)가 차세대 배터리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선 교수는 소듐이온 배터리의 성능을 크게 향상시킨 연구의 성과를 인정받아 9월 이달의 연구자에 선정됐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대안을 찾아서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이나 노트북과 같은 전자장비에는 대부분 리튬이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리튬은 현존하는 금속 중에서 가장 가볍고 전기 에너지를 많이 저장하는 특성이 있어 배터리의 재료로 폭넓게 사용돼왔다. 하지만 리튬은 매장량이 희소해 가격이 비싸고, 채굴과 배터리 제작 과정에서 환경 오염을 유발한다. 또, 전기자동차에 필요한 대용량 배터리처럼 앞으로 증가하는 배터리 수요를 리튬이온 배터리만으로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리튬 대신 다른 물질로 배터리를 만들려는 시도가 이전부터 계속돼왔다. 그 중 하나가 소듐이온 배터리이다. 우리가 흔히 나트륨이라고 부르는 소듐(나트륨은 독일어식 표현으로, 학계에서는 소듐이라는 표현을 주로 사용한다)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얻을 수 있고 그 부존량도 무한하다. 때문에 리튬에 비해서 낮은 비용으로 배터리를 생산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소듐이온 배터리는 배터리 생산과정에서 환경 오염을 적게 유발해 리튬이온 배터리를 대체할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고 있다. 소듐이온 배터리에 대한 연구는 최근 15년 동안 꾸준히 진행돼왔지만, 아직 리튬이온 배터리와 동등한 성능을 내는 데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었다. 선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소듐이온 배터리의 에너지효율을 크게 향상시켜 학계와 업계의 주목받고 있다. 작은 개선이 만드는 배터리의 큰 변화 배터리는 크게 양극(+극)과 음극(-극), 그리고 전기를 저장하는 공간인 전해질, 이렇게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전해질에 저장된 전기는 양극에서 나와 전선을 타고 전기가 필요한 곳으로 흐른다. 따라서 전류가 잘 흐르기 위해서는 전류가 흐르는 첫 번째 관문인 양극의 전기전도율이 높아야한다. 그 동안 소듐이온 배터리는 소듐크롬옥사이드(NaCrO3)라는 화합물을 이용하여 만들어졌다. 옥사이드는 우리가 사용하는 그릇과 같은 세라믹 물질이여서 전기전도율을 높이기가 쉽지 않았다. 이러한 이유로 학계에서는 소듐이온 배터리가 상용화되기 쉽지 않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선 교수는 소듐크롬옥사이드에 전도율이 높은 원소인 탄소를 코팅하고, 이 입자를 나노미터 수준의 크기로 줄여서 양극의 전기전도율을 향상시키는데 성공했다. 소듐크롬옥사이드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소듐과 크롬, 그리고 옥사이드(산화물)의 화합물이다. 입자를 작게 만들기 위해서는 이 세가지 물질이 잘 섞여서 균일한 화합물이 돼야 한다. 하지만 소듐과 크롬은 물과 기름처럼 잘 혼합되지 않는 물질이다. 선 교수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스펙턴트라는 특수한 용매를 사용해서 소듐과 크롬의 균일한 혼합을 가능하게 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선 교수는 균일하게 혼합된 소듐크롬옥사이드 입자에 피치라는 물질을 이용해서 탄소를 코팅하고 열처리하여 입자의 크기를 줄였다. 이를 통해 탄소코팅이 되지 않은 기존의 소듐이온 배터리에 비해서 전기전도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었다. 지속적으로 성장해 나갈 배터리 산업 선 교수는 “앞으로 배터리 산업이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시장은 이제 성숙기에 이르렀지만, 드론이나 전기자동차와 같이 배터리가 사용되는 다른 산업은 아직도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합니다. 그에 따라서 배터리 산업도 함께 성장할 거예요. 예전에는 일본 기업이 이 분야를 선도했지만 이제는 우리나라의 기술이 일본 기업을 크게 앞질렀어요. 최근 중국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은 큰 위협입니다. 이제는 창의적인 공학도들이 배터리 연구에 정진해서 고유한 기술을 많이 개발해나갔으면 합니다.” 오랜 시간동안 연구를 계속해온 선 교수에게 공학도의 자질이란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선 교수는 ‘창의력’을 가장 중요한 자질로 꼽았다. “다른 사람의 것을 모방하는 연구로는 결코 성공할 수 없습니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왜?’라는 문제의식을 가져야 해요. 설령 다른 사람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라고 하더라도, 그 이유에 대해서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정진훈 기자 cici0961@hanyang.ac.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사진/박설비 기자 sbi444@hanyang.ac.kr

2015-08 12

[학술][이달의 연구자] MOFs를 통한 대기 중 오염도 감지

9년간 일구어낸 과업의 결실 눈으로 냄새를 볼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 하지만 그것을 측정하는 센서가 있다면?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현재까지 많은 분야에서 악취를 감지하는 기술들이 연구되고 있다. 하지만 시간적, 제정적 비용 또는 민감도, 안정성 등 효과적 측면에서 손실이 크다는 한계를 지닌다. 이런 문제점들을 최소화 하는 새로운 감지기술이 새로운 주목을 받았다. MOFs(Metal Organic Framework, 다공성 유기금속구조체)기술이 바로 그것이다. 냄새와 MOFs 기술의 접목에 새롭게 주목하여 휘발성유기화합물 측정 감지기술에 대한 총설을 발표해 8월 이달의 연구자로 선정된 김기현 교수(공과대 건설환경)를 만나봤다. 더 나은 삶을 연구하다 인류의 무질서한 개발로 대기 및 수질 오염문제의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 이와 반대로 삶의 질에 대한 기준은 점차 높아졌다. 깨끗한 공기에 대한 수요가 점점 증가하고 도심의 악취나 보이지 않는 오염물질 감지 기술에 대한 관심은 점차 커진 것이다. 인류의 생존을 위해서도, 삶의 질 개선을 위해서도 대기 중 오염물질을 분해하기 위한 감지기술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에 김기현 교수는 지난 2006년 교육인적자원부와 한국학술진흥재단에서 지구과학 분야 국가석학으로 선정돼 대기의 오염물질 감지 분야에 대한 연구 투자를 받았다. 그리고 올해, 10년간 매해 2억원이 넘는 개인 연구 지원을 받고 올해 9년의 과업을 수행 중이다. 현재 대기 속 오염물질 감지기술에 대한 연구는 2006년 시작할 당시보다 활발히 주목받는 분야가 되었다. 김 교수는 그 중 MOFs(Metal Organic Framework, 다공성 유기금속구조체)에 주목했다. 그리고 9년 차의 연구주제로 CP/MOFs(Coordination Polymers/Metal Organic Framework, 다공성 유기금속구조체)를 휘발성유기화합물의 감지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그리고 기존의 센서들에 비해 어떤 이점을 가지는 지 등에 대한 비교연구를 진행했다. “대기오염 분야에 대한 연구는 전세계적으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에 대한 접근방법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좀더 차별성 있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융합적 차원의 시도로 CP/MOFs를 통한 휘발성유기물질 감지기술을 연구하게 됐습니다.” CP/MOFs란 금속을 중심부에 배치하고 이를 유기물이 감싸는 형태의 구조체로 합성한 금속과 유기물이 결합한 신소재이다. 주로 소재공학에서 많이 사용하는데 이를 환경공학과 융합해 센서기술로 응용한 것이다. 이런 물질들은 크기에 비해 구멍이 많고 표면적이 넓어서 여러 가지 물질들과 효과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MOFs의 이러한 특성은 다양한 휘발성유기화합물을 쉽고 효과적으로 흡착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동일한 조건에서 이런 물질들이 흡착한 양이나 정도의 차이가 나타난다면, ‘흡착이 많이 일어난 곳은 오염이 심하고 그렇지 않은 곳은 오염이 약하다’는 단순한 정량적 판단을 적용할 수 있다. 사회 다방면에서 활용가능 이번 연구논문의 성과는 산업분야, 환경분야, 의료분야 등 사회 전반에서 다양하게 활용이 가능하다. 센서기술은 문제해결의 중간다리 역할을 하기 때문에 활용도가 높고 그 응용분야가 무궁무진하다.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분진으로 인한 인부들의 건강문제나 건축자재에서 나오는 휘발성유기화합물로 인한 새집증후군을 진단할 수 있다. 축산업계에서 가축들의 악취를 감지하거나 제거하는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의료분야에서도 내시경을 대체하는 검진법 등을 개선하는데도 활용 가능하다. 본래 체내에 내시경을 직접 넣어 검사했던 기존의 진단법은 환자들에게 심리적인 부담을 주고 신체에 직접적인 통증을 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센서기술이 보다 더 진화한다면 환자가 체외로 배출하는 날숨에 숨겨진 휘발성유기화합물의 조성을 분석하는 것 만으로도 여러 가지 질병을 진단하여 기존 진단법의 문제점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도 있다. 올해 초부터 담뱃값의 인상에 따른 전자담배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이에 따라 그 부작용으로 관리기준이 없는 전자담배가 우후죽순적으로 생산 및 판매되고 있다. MOFs와 같이 새로운 감지센서 기술을 더 발전시킬 수 있다면 전자담배의 유해물질 배출 여부나 강도의 판단 등에도 적용할 수 있어 사용자의 건강을 지킬 수 있게 된다. 현재는 자동차 내부소재의 냄새유발 현상을 진단하는 것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요즘은 고급 자동차 내부에 깨끗한 공기 상태가 유지되는 것을 선호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냄새가 배는 것을 방지하는 소재개발이 필요하죠. 저희 연구실에서는 그 중간다리 역할로 센서기능을 활용해 깨끗한 소재개발에 도움을 주는 역할도 모색하고 있습니다.” 항상 배려의 마음으로 연구에 임하기를 김 교수는 이전까지는 납, 수은 등과 같은 중금속에 대한 연구를 해왔다. 하지만 2006년도부터 휘발성유기화합물에 대한 주제로 연구주제를 넓혀 전에 비해 그 주제가 실생활과 연관성이 커졌다. 그에 따라 김 교수의 활동의 영역도 생활과학과 가까워 졌다. 과거 김 교수는 생활환경에서 경험하는 여러 가지 유해물질의 안정성에 대해 다루는 ‘불만제로’, ‘소비자리포트’ 등의 생활 과학프로그램에 지속적으로 평가자문을 했고, 최근에는 '2015 대한민국 과학기술연차대회'에서 '삼겹살 구이로부터 발생하는 유해물질의 특성연구'라는 논문으로 우수논문상을 받은바 있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공동의 성과물을 만들어나가다 보면 소통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느낄 때가 생긴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 분야에서 연구해오며 김 교수가 가장 중요시 하는 소통의 방법은 무엇일까? 김 교수는 ‘배려’를 꼽았다. “연구를 하면 기록된 자료를 누군가에게 전달하는 과정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때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는 배려의 마음이 있어야 정확하고 체계적인 기록물을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자신의 혼이 담긴 성과물로 이어진다고 봅니다.” 김 교수는 연구자의 태도 하나하나가 훌륭한 성과물로 탄생하는 데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즉 9년간의 연구의 원동력은 연구자 모두의 배려와 양보에 있었던 것이다. 이수정 기자 sj930212@hanyang.ac.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사진/박설비 기자 sbi444@hanyang.ac.kr

2015-07 08 중요기사

[학술][이달의연구자] 심장 혈관, 3D로 재구성하다

심장 질환 치료에 한 걸음 가까이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다. 물의 깊이는 잴 수 있지만, 사람의 마음까지는 알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제 '사람 속'을 확인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비록 마음은 아니지만, '심장'까지는 알 수 있다. '몸 속', '혈관 속'에 생긴 상처까지 우리의 눈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눈부시게 발달한 과학과 의학 기술 덕분이다. 내시경에서 삼차원 복원기술까지, 단번에 알아차리기 어려운 신체 내부 질병의 관찰을 위한 기술이 날로 발전 중이다. 몸 속까지 들여다보는 '광 간섭 촬영 및 3차원 복원' 기술로 7월 이달의 연구자 상을 수상한 유홍기 교수(공과대 생체)와 함께 한다. 예민하고 조심스러운 장기, 심장 한 70대 여성 환자가 불안정한 가슴 통증으로 인해 병원을 찾았다. 혈관에 직접 관을 주입하여 관상동맥의 모습을 그나마 가장 직접적으로 촬영하는 '심혈관 조영술'이 시행됐다. 그 결과 여성에게서 지금까지 관찰되지 않았던 혈관 이상이 발견됐고, 좀 더 정확한 진단을 위해 '광 간섭 단층촬영'이 시행됐다. 단순 카메라만을 이용한 촬영이 아니라, 빛을 이용한 촬영이 시행된 것이다. 유 교수 팀은 이 촬영을 통해 얻은 이미지를 삼차원 형태로 재구성 하는 데까지 성공했고, 여성에게서 혈관 일부가 떨어져 나가는 '관상동맥박리'의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지금까지 심혈관 촬영은 혈관 단면의 이미지만을 얻을 수 있었고, 인위적으로 이미지를 입체화하는 기술을 이용해왔다. 그러나 유 교수 팀의 연구를 통해, 실제 촬영된 데이터를 혈관 내부의 삼차원 이미지로 재구성하는 기술이 최초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유 교수 팀의 연구는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기술을 통해 심장 질환의 발견과 관찰에 한 걸음 더 다가간 셈이다. '광 간섭 단층촬영'이란, 신체 내부를 빛을 이용해 촬영하는 기술이다. 우리는 본래 사물에 빛이 반사될 때, 반사된 빛을 통해 그 사물의 형태를 확인하게 된다. '광 간섭 단층촬영'은 이 원리에 기반하고 있다. 빛이 세포조직에서 반사되는 특징을 이용하여, 체내를 들여다 보는 데 빛을 사용하는 것이다. 빛이 지나갈 수 있는 섬유인 광섬유로 가느다란 관을 제작하고, 관의 끝부분에 렌즈를 부착하여 혈관에 삽입한다. 광섬유로 만든 관을 통해 렌즈를 타고 나온 빛은, 혈관이나 신체 내부표면에서 반사된 후 다시 관을 타고 돌아오게 된다. 다시 돌아온 빛을 통해 어디서, 어떻게 반사되었는지를 분석하고 분석한 자료를 바탕으로 혈관 및 체내 장기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것이 '광 간섭 단층 촬영'의 핵심이다. 그 결과 신체 내부의 고해상도 사진을 얻는 촬영기술이 개발된 것이다. 3차원, 혈관을 복원하다 유 교수 팀의 연구가 중요한 이유는, 단층촬영을 통해 얻은 이미지를 '삼차원 형태로 재구성'했다는 점 때문이다. 단면적 이미지에서 입체적 이미지로의 변화는 기술적으로 큰 차이일 뿐만 아니라, 의학적 관찰과 질병의 치료에서도 무척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심장 혈관의 단면만을 촬영하는 기술은, 2mm정도 되는 심장 혈관에 발생한 질병이나 문제를 정확하게 판단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이 때, 삼차원으로 재구성된 혈관의 모양을 확인할 수 있다면 의사의 오진이나, 육안으로 판별하지 못한 질병까지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 '광 간섭 단층촬영'과 '삼차원 형태로의 재구성'은 특히 이러한 심장 혈관 관찰에 무척 중요하고 핵심적인 기술로 자리잡을 것이다. 심장에 발생하는 질환은 곧장 생명과 직결될 만큼 예민한 기관이므로 신중한 연구와 기술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유 교수 팀의 연구는 심장 혈관 치료와 연구를 위한 획기적인 방안으로 볼 수 있다. 유 교수 팀의 연구와 기술은 아직 상용화 전 단계다. 기술적으로 큰 어려움은 없으나, 더 많은 의학적, 생체학적 상황에 근거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 기술은 일반적인 검진보다는 정밀 진단과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대상으로 하므로, 안전성 여부를 더욱 면밀하게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아직 병원에서 의사들이 바로 사용하기는 어렵습니다. 데이터의 삼차원 복원 기술을 더 개발하고 보완해야 하며, 최종적으로는 촬영과 복원의 알고리즘이 모두 입력이 된 기계를 개발해야만 완성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한 방향으로 연구팀과 관련 기업이 함께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정확한 시기를 예상하기는 어려우나 상황이 맞는다면 수 년 내에 충분히 상용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공학과 의학, 핵심은 융합 유 교수는 공학 교수다. 그러나 유 교수 팀의 연구와 기술은 의대에서 훨씬 많이 사용될 것이다. 또한 유 교수의 연구 역시 의학적인 판단과 도움이 필수였다. 융합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인간의 질병 치료와 수명 연장을 위한 획기적인 대안들은 의학과 공학의 융합에서 탄생한다. 유 교수는 자신의 연구 결과가 '의학적으로' 미칠 영향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과 동시에 새로움을 느꼈음을 밝혔다. "처음에는 오직 기술적이고 공학적인 관점에서 이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의학 혹은 생체학적인 관점으로 제 기술을 바라본다거나, 제 기술이 그 분야에 접목된다는 점까지 생각하지는 않았죠. 단지 더 좋은 현미경을 만들겠다는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연구를 진행하면서, 점점 의학적인 관점으로 이 기술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군요. 공학자로서 그러한 발상과 관점이 무척 새로웠고, 융합의 중요성을 파악하게 된 계기라고 생각합니다." 유 교수의 앞으로의 목표는 'Seeing the unseeing'이다. 유 교수는 아직까지 볼 수 없는 살아있는 인체 내부를 정밀하게 들여다보겠다는 생체공학도로서의 꿈을 꾸고 있다. 몸 속에서 발생하는 생체의 모든 작용들이 유 교수에게는 도전해야 할 목표와 꿈으로 남아 있다. 이번 삼차원 복원 기술 역시 꿈을 위한 한 걸음이다. 어렵지만, 유 교수에게는 이 모든 도전과 과정이 즐겁고 새롭다. 그래서 유 교수는 마지막으로 앞날을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조언을 건넸다. "학생들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신중하고 치열하게 고민했으면 합니다. 사회에 나가자마자 반짝하고 스스로의 역량을 펼치는 것은 어렵습니다. 대게는 10년에서 20년은 걸린다고 생각합니다. 10년 혹은 20년 뒤에 어떤 분야가 잘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그런 것들을 예측하기 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꾸준하게 열심히 하는 것이 가장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예랑 기자ys2847@hanyang.ac.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사진/박설비 기자sbi444@hanyang.ac.kr

2015-05 20

[학술][이달의 연구자] 파킨슨병 예방의 열쇠, 비타민C에서 찾다.

끈기로 밝혀낸 비타민과 줄기세포 연구 ‘왜’를 알기 전과 알고 난 뒤 바라보는 세상은 다르다. 이유를 알면 비로소 무엇이 합리적인 선택일지가 보인다. 특히 사람의 생명이 달린 의학분야라면 현상의 원리를 밝히는 일은 더욱 각별해진다. 줄기세포 연구분야의 이상훈 교수(의대·의학)는 비타민 C가 도파민 신경물질의 분화를 도와 파킨슨병을 예방하는 원리를 밝혀냈다. 해당 논문 ‘비타민 C가 중뇌 도파민신경세포 발생·분화 기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Vitamin C Facilitates Dopamine Neuron Differentiation in Fetal Midbrain Through TET1-and JMJD3-Dependent Epigenetic Control Manner)’는 줄기세포 분야의 대표 학술지 ‘Stem Cells’ 4월호에 게재됐다. 원리를 찾는 일의 가치. 이번 연구로 4월 이달의 연구자 상을 수상한 이 교수를 만났다. 비타민 C, 유전자 발현의 실마리를 쥐다 이 교수의 도파민 신경세포 관련 연구는 파킨슨병 치료 및 예방과 직결돼 있다. 파킨슨병은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도파민 신경세포)가 손실되어 생기는 질환이다. 몸이 점점 떨리고 경직돼 가는 신경계 질환인 만큼 고통도 크지만 정확한 발병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난치병 가운데서도 치료가 더욱 어려운 병으로 손꼽힌다. 도파민 신경세포는 태아기 때, 그 중에서도 뇌가 발달하는 시기에 중뇌 조직 부분의 줄기세포에서 만들어진다. 이와 같이 줄기세포로부터 특정한 조직세포가 만들어지는 것을 ‘분화’라고 하는데, 태아 시기에 도파민 신경세포가 제대로 분화돼야 파킨슨병을 예방할 수 있다. 이교수는 2000년대 초에 이미 비타민C가 중뇌조직 줄기세포에서 도파민 세포로의 분화를 촉진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러나 어떻게 비타민 C가 해당 과정을 활성화하는지는 밝혀지지 못하고 있다가 세계 최초로 그 기전을 밝히게 된 것이 이번 연구다. 줄기세포가 특정한 조직세포로 분화되기 위해서는 줄기세포에 있는 특정 유전자로부터 단백질이 만들어 져야 한다. 이 과정을 유전자 발현(expression)이라 하는데, 이 교수가 몸담고 있는 후생유전학 분야는 우리 몸의 세포가 이런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방법을 다루고 있다. 후생유전학에 대해 이 교수는 다음과 같은 설명을 덧붙였다. “유전인자들이 발현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이유는 특정 화합물이 유전자에 달라붙어 있기 때문이에요. 이런 유전자들은 침묵(silence) 유전자’라고 하는데요. 침묵 유전자에 붙어 활동을 방해하는 화합물을 떼내는 게 후생유전학에서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방법입니다. 억제 물질로부터 자유로워져야 유전자가 단백질, 여기서는 도파민 세포로 자라날 수 있겠죠.” 비타민 C의 역할은 바로 억제된 유전자를 깨우는 단계에서부터 시작된다. 이 교수의 이번 논문에서는 중뇌 줄기세포로부터 도파민 신경세포가 분화되는 과정에서 비타민 C가 후생유전학 관련 효소인 TET와 Jmjd3의 활성을 촉진하여, 중뇌 도파민 신경세포 발생, 즉 분화를 유도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화합물을 떼내는 역할은 TET-1, Jmjd 3라는 두 효소가 담당한다. 비타민 C는 두 효소의 작용을 촉진한다. 잠겨있는 유전자를 푸는 열쇠가 TET-1과 Jmjd 3 효소라면, 비타민 C는 열쇠가 중간에 끼지 않도록 해주는 윤활유 역할을 하는 셈이다. TET-1은 유전자에 붙은 메칠 화합물질을 떼 주는 역할을, Jmjd 3은 유전자를 감싸고 있는 크롬오존이라는 물질을 해제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 과정에서 비타민 C가 두 효소의 작용을 촉진한다. 끈기 없이 할 수 없는 줄기세포 연구 이 교수의 이번 연구는 3년 가까운 시간을 거쳐 이루어졌다. 3년 동안 안정적인 연구 결과를 얻기 위한 시도를 거듭하는 일은 끈기 없이는 해내기 어려운 작업이었다. 줄기세포 연구는 보통 5년 정도 걸리는데 이번 연구는 상대적으로 일찍 끝난 편이라고 이 교수는 전했다. 그만큼 줄기세포 연구는 성과를 내기 어려운 분야이기도 하다. 연구에서는 쥐에서 얻은 태아 뇌 조직을 사용했다. ”태아 상태 쥐의 중뇌조직에서 분리한 줄기세포를 배양해 비타민 C를 처리했습니다. 비타민 C가 충분히 포함된 태아 중뇌조직과 비타민C가 결여된 조직에서 도파민 신경세포 분화와 관련된 여러 현상들이 나타났는데요. 이 현상들을 반복적으로 조사하고 둘을 비교해 가는 실험을 통해 이번 결과를 얻었습니다.” 이와 같은 쥐 실험을 통해 이 교수의 연구팀은 실제로 임신 기간 중 중뇌조직에 비타민 C가 부족하면 도파민 신경세포의 생성이 현저히 줄어든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비타민 C가 결여된 중뇌조직에서는 수적으로 적을 뿐만 아니라 외부 환경에 약한 도파민 신경세포가 생성된다. 취약한 도파민 신경세포는 파킨슨병에 쉽게 걸리는 원인이 된다. 이번에 밝혀낸 이 교수의 연구결과는 임신 기간 중 산모가 비타민C를 섭취하여 태아에 충분히 공급되어야, 도파민 신경세포가 제대로 생성되어 파킨슨병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연구과정을 돌이켜 보며 이상훈 교수는 과학계에서의 협력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과학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고 같이 하는 거지요. 이번의 연구도 다른 과학자들에 의해 ‘후생유전학(epigenetics)’이라는 개념이 정립됐기 때문에 이루어질 수 있었습니다. 해당 개념이 유전자 발현 조절 기전(발생 원리 및 순서를 일컫는 과학 용어)을 밝히는 데 도입되지 않았더라면 이번 연구도 불가능 했겠지요.” 꿈 있는 학생들이 많아졌으면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이 교수는 "학생들이 꿈을 더 많이 가지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과학 공부를 한다는 건 해당 분야에 대한 흥미와 꿈이 없이는 힘든 일이에요. 꿈이라는 건 아무도 알지 못한 원리를 내가 최초로 밝혀내겠다는 열정이라고 보면 되겠지요. 이공계 학생들이 과학 대신 취직과 직결되는 실용학문만 좇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잘 먹고 잘 살고 싶다는 것 이상의 야망이 바로 과학입니다. 과학적 연구는 흥미를 가지고 꾸준히 연구할 가치가 있다는 말을 꼭 전해주고 싶습니다. ” 김유나 기자 caecilgreen@hanyang.ac.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사진/박설비 기자 sbi444@hanyang.ac.kr

2015-04 22

[학술][이달의 연구자] 유전학에 소프트웨어를 입히다

생명과학과 컴퓨터공학의 경계에서 꽃피운 성과 옛 말에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라는 말이 있다. 쉬운 일이라도 협력하면 훨씬 더 쉽다는 말. 하물며 어려운 일은 어떻겠는가. 현대 사회는 더 빠르고, 더 효율적인 삶을 위해 끝없이 더욱 어려운 문제에 직면하려 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물론 문제해결을 위해 하나의 학문이 아닌, 여러 개의 학문이 ‘맞들면’ 그 해결은 한층 쉬워진다. 생명을 연구하는 생명과학과 기계를 연구하는 컴퓨터공학.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둘이 만났을 땐 어떤 결과가 나올까. 반대가 끌리는 이유. 백은옥 교수(공과대·컴퓨터)의 연구성과를 살펴본다. 소프트웨어로 파헤치는 유전 정보 유전자로 사람을 모두 설명할 수 있을까. 동일한 유전 정보를 가진 일란성 쌍둥이는 모든 면에서 동일할까. 대답은 아니다. 유전 정보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구성을 담당할 뿐, 실제 생명활동을 담당하는 것은 신체 내에 10만 종 이상 존재하는 단백질이기 때문이다. 같은 단백질이라도 신체의 상황에 따라 다르게 행동하며, 그 서열은 일정하다 하더라도 화학적 변화에 따라 기능을 달리한다. 이 같은 단백질의 수식화(PTM, Post-Translational Modifications)는 현대 유전 정보학의 핵심적인 요소이자 과제이다. 백 교수는 단백질 수식화를 인간이 옷을 갈아입는 것에 비유하여 설명했다. 한 명의 사람이 등산복을 입으면 산에 가고, 정장을 입으면 회사에 가듯 하나의 단백질도 상황에 따라 계속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백질의 이러한 수식화는 굉장히 다양해 이를 파악하고 구별해야 더 정확한 유전 정보를 획득 할 수 있다. 백 교수의 논문 ‘SOFTWARE EYES FOR PROTEIN POST-TRANSLATIONAL MODIFICATIONS(단백질의 수식화를 알아보기 위한 소프트웨어 돋보기)’는 단백질의 다양한 수식화를 데이터베이스화해 해석하는 소프트웨어에 대해 다뤘다. 이는 인간의 유전 정보를 한 단계 더 가깝고, 또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게 했다. 예를 들어 유전병적 측면이 강한 조기 위암 환자들을 분류할 때 기존의 유전자 정보로는 두 개의 군으로 밖에 나눌 수 없었다. 여기에 단백질의 수식화까지 고려할 경우, 세 개의 군으로 나눌 수 있어 더 세심한 치료가 가능해진 것이다. 이러한 백 교수의 논문은 질량분석 분야의 저명한 학술지인 '매스 스펙트로미트리 리뷰(Mass Spectrometry Reviews)'에 실려 연구의 효용성을 인정 받았다. 최근 생물학은 데이터 과학이라 불릴 정도다. 한 사람의 유전체 분석 데이터가 약 100GB에 이르기 때문이다. 과학 기술이 더욱 발전함에 따라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정보까지 파악할 수 있게 돼 더 많은 데이터가 모인 것이다. 생물학자 혼자 이를 분석하고 원하는 결과를 도출해 내기에는 역부족이다. 백 교수와 같은 공학도가 개발한 알고리즘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데이터를 추출해낼 필요가 있는 것이다. 현재 백 교수는 그 능력을 인정받아 국내외 대학의 교수들과 협력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우리대학 교수들과의 공동 연구 또한 기회가 닿으면 진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백 교수는 단백질 수식화를 밝히는 과정을 쉬운 예를 들어 설명했다. “기본적으로 단백질의 수가 많음은 물론, 조건에 따라 단백질 수식화의 발현 여부가 달라지기 때문에 그 경우의 수가 상상을 초월합니다. 만 명의 사진을 한 장에 담고 각각의 사람이 무슨 옷을 입고, 어떤 신발을 신었는지 확인하는 일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되죠. 이 양이 너무나도 방대하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합리적인 시간 내에 결과를 도출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필요한 것입니다.” 백 교수가 개발한 알고리즘은 이미 알려진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단백질을 비교·대조하여 방대한 모집단을 줄여나가는 방식을 사용했다. 협력을 통한 동반상승 백 교수가 소프트웨어를 생물학에 접하게 된 것은 우연한 계기였다. 외국에서 박사학위 취득을 준비하고 있던 중 생물학을 전공하던 친한 선배가 생물학 연구와 관련된 데이터 산출을 부탁한 것. 그 일은 전산학을 이용한 전문적인 알고리즘이 필요했고 이는 백 교수에게 큰 의미로 다가왔다. “생물학으로만은 해결하기 힘든 문제를 컴퓨터공학에 접합시켜 함께 해결 할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었습니다. 지금도 높은 수준의 연구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것은 혼자가 아닌 협력을 통해 이뤄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연구를 진행할 때 어려운 점 또한 협력을 통해 해결했다. 유전 정보를 추출한 실험데이터와 이를 데이터베이스화할 알고리즘 모두 불확실 했기에 이를 통해 해석해낸 정보 역시 다소 불확실 할 수 밖에 없었다. 또한 정보가 틀렸을 때 실험데이터와 알고리즘 중 무엇의 잘못인지를 판단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이를 해결 할 방법은 실험데이터와 알고리즘 사이를 계속해서 피드백하며 서로의 문제점을 파악해 나가는 것 밖에 없었다. 정확한 알고리즘을 통해 잘못된 실험데이터를 찾아내고, 정확한 실험데이터를 통해 잘못된 알고리즘을 찾아낸 것. 그 결과 실험데이터와 알고리즘 모두 더 정확한 결과를 도출하도록 서로 발전 할 수 있었다. 현재 백 교수는 10여명의 교수들과 함께 조기위암의 유전적 측면에 대해 집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질병의 유전적 원인을 연구하는 집단에 컴퓨터공학과 교수가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사뭇 놀라웠다. 백 교수는 “큰 병원에는 보통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유전정보를 다루는 교수님들이 있다”며 “현대 의학연구에서 컴퓨터공학은 꼭 필요한 존재로 자리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쓸모 있는 연구를 정직하게 백 교수는 본인의 연구 철학으로 두 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정직할 것. “자신의 연구결과가 남의 연구결과 보다 귀해 보이기 마련이죠. 하지만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자신의 데이터를 바라봐야 합니다. 정직하게 연구할 때 남의 비판도 받아 들일 수 있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열 수도 있습니다. 가장 기본적이 것이죠.” 둘째는 쓸모 있는 것을 만드는 연구를 할 것. “연구를 위한 연구는 재미가 없더라고요. 연구결과를 통해 무언가 더 발전하고 실생활에 활용될 수 있는 연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명과학과 컴퓨터공학의 경계에 서있는 백 교수. 융합의 시대, 가장 환영 받는 연구자가 아닐까. 박종관 기자 pjkko@hanyang.ac.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사진/박설비 기자 sbi444@hanyang.ac.kr

2015-03 25

[학술][이달의 연구자] 은 촉매로 화합물 합성의 효율을 높이다

촉매의 경제성과 접근성 두 마리 토끼를 잡다 촉매란 본 성질을 유지하면서 화학 반응의 속도를 증가 또는 감소시키는 물질을 뜻한다. 어떤 성질의 촉매를 적용하느냐에 따라 화학 반응은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될 수도 있고, 또는 높은 효율을 보이며 안정된 결과를 도출해 내기도 한다. 우리 생활에 유의미한 화학 합성물일지라도 활발한 합성법 개발이 이루어져야 실제 활용될 수 있는 만큼, 화학에서 촉매는 빠져서는 안될 역할을 맡고 있다. 특히 탄소 화합물을 연구하는 유기화학 분야에서 촉매는 빠른 시간 안에 일관된 반응으로 화합물을 합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우리대학 유기화학 전공 윤소원 교수(자연대·화학)는 Ag(I)염, 즉 은 촉매(Ag2CO3)를 이용한 인돌 화합물의 효율적 합성법을 개발하며 3월 이달의 연구자로 선정됐다. 윤 교수의 이번 연구는 'Silver(I)-Mediated C-H Amination of 2-Alkenylanilines: Unique Solvent-Dependent Migratory Aptitude'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쓰여 학술지 Advanced Synthesis & Catalysis의 2015년 1월호에 게재됐다. 해당 지는 유기화학 분야 가운데 최고 저명 학술지로 알려져 있다. 인돌 화합물과 은 촉매를 이용한 고효율 합성법 그렇다면 인돌 화합물이란 무엇이며, 은 촉매는 어떻게 화합물 합성의 효율성을 높인 것일까. 인돌 화합물은 생리기능을 조절하는 천연물에 존재하는 헤테로 고리 구조(유기화합물 중 탄소 이외에 질소나 산소 등의 원자로 형성된 고리 구조)를 띄고 있으며, 생물학, 의약학 등에서 쓰일 뿐만 아니라 재료과학, 전자 등의 공학 분야에까지 폭넓게 쓰이고 있는 물질이다. 산업 분야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화합물이기 때문에, 유기화학 분야에서는 보다 더 효율적인 인돌 구조 합성법을 디자인하고 이것을 실제로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합성법을 고안하는 과정에서 첫째로는 효율성이 중요히 여겨지며, 최근에는 환경적인 요인도 함께 고려된다. 윤 교수가 발견한 은 촉매는 기존 물질들에 비해 효율성과 환경 측면에서 모두 우수하다. 화학 분야에서 고효율은 반응성이 높고 원하는 생성물만 얻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친환경적 반응이 되기 위해서는 촉매가 불필요한 부산물을 발생시키지 않고, 반응이 이루어지는 데 최소한의 단계들이 동원되어야 한다. 인돌화합물 합성에서 은 촉매를 이용한 반응은 기존 반응들에 비해 반응시간이 짧다. 즉, 효율성이 높다. 윤 교수의 은 촉매는 화합물 합성에 하루 이상 걸리던 반응 시간을 30분 이내로 단축시켰다. 이뿐만 아니라 사용했던 Ag(I)염은 재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비용이 덜 들고 환경친화적이다. 일반적으로 촉매를 회수해서 재사용할 때, 타 경우에는 재활용을 반복할수록 촉매로서의 기능이 떨어지는 데 비해 이번에 사용했던 Ag(I)염은 그렇지 않았다. 또한 화합 과정에서 반응성을 높이기 위한 은 촉매 이외에 별도의 다른 작용기나 반응 과정이 필요없기 때문에 부산물이 발생하지 않는다. 인돌 화합물은 특히 활용빈도가 높다는 점에서 촉매로 쓰이는 물질의 가격도 중요하다. 기존의 금, 백금, 로듐 등과 같이 금속을 이용한 촉매반응은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보편적으로 쓰이기 어려웠다. 그러나 은 촉매는 타 금속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은에 해당하는 Ag(I) 염 시약의 가격은 매우 저렴한 편에 속한다. 윤 교수의 인돌 화합물 합성법은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반응 메커니즘(전자의 움직임을 표시해 화합물을 생성하기까지의 과정과 반응의 특성을 나타낸 것)을 제시한 점에서도 그 의미가 있다. 뿐만 아니라 반응 조건을 조절해 다른 치환 형태의 인돌 구조 화합물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화합물을 만들 때는 분자 구조에 존재하는 결합과 화학적 성질을 고려해야 한다. 화합물의 분자 구조에 존재하는 여러 결합 가운데 어느 것을 만드는지에 따라 화합물의 합성법이 결정된다. 같은 화학 구조일지라도 결합방식에 따라 합성법이 다르기 때문에 촉매가 반응하는 과정과 추진력도 달라진다. 인돌 화합물의 화학식은 C8H7N으로 탄소와 수소, 질소가 여러가지 결합을 이루고 있다. 은 촉매는 그 중에서도 1번 질소와 2번 탄소 자리의 결합을 형성해 인돌 구조를 만들어 낸다. 탄소와 질소의 결합을 이용한 인돌구조 합성법은 Ag(I) 염만 사용하는 간단한 실험과정이기 때문에 고등학생 수준에서도 쉽게 인돌 화합물을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은 촉매 합성이 일관되고 안정적인 결과를 도출해 내기에 용이하다. 유기화학, 윤택한 삶을 만드는 초석이 되기를 유기화학은 이론뿐만 아니라 실제 실험에서도 안정적인 결과를 도출해야 하는 학문이다. 같은 실험도 수백 번 반복해서 재연성을 확인해야 하는 것이 유기화학이다. 누가 실험하든 비슷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유기화학이란 어떤 학문인지에 대한 질문에 윤 교수는 "사소한 실험환경이나 연구자에 따라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오기도 하기 때문에 단기간의 실험으로 성과를 거두기 어려운 공부"라고 말했다. 하나의 반응을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저렴한 촉매는 없을지, 문제점을 보이는 화합물이 있으면 어떻게 개선할지 고민하며 진행된 연구는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연구의 시작이 된 계기는 무엇이었으며, 그 목표는 무엇이었을까. 윤 교수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촉매로는 반응성이 좋은 금속이 많이 쓰입니다. 그러나 기존의 인돌화합물 합성법에는 여러가지 제한성과 문제점이 존재해 왔습니다. 예를 들어 반응물의 구조 및 합성된 인돌 구조의 제한성, 낮은 수율, 부산물 생성, 값비싼 귀금속의 사용 필요 등등. 그래서 기존의 방법을 대신할 고효율 합성법을 연구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인돌 화합물이 기초가 되어 의약품과 공학 분야에 두루 쓰이듯이 화학은 우리 생활을 윤택하게 하는 도구라고 생각해요. 화학이 우리생활과 아주 밀접한 학문인 만큼, 우리 생활을 더욱 편리하게 만드는 방법을 제공하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은 촉매를 이용해 기존 합성법을 개선하기까지의 여정은 쉽지 않았다. 특히 윤 교수는 유기화학이 끈기와 인내를 요구하는 학문이라고 설명했다. "유기화학 연구는 성과를 내는 데 비교적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합니다. 유기화학 분야는 논문이 나오는 데 짧아도 6개월, 길게는 4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려요. 이번 연구도 논문을 완성하기까지 1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최적의 촉매를 찾기까지 팔라듐, 금, 백금 루테늄, 로듐 등 주기율표에서 볼 수 있는 금속이라면 거의 다 실험해 봤어요. 해당 물질이 일관된 반응성을 보이는지 그 재연성을 확인하기 위해서 수백 번에 가까운 검증을 거쳤는데, 연구에 참여한 사람들 모두에게 힘들었던 과정이었습니다. 연구에 참여한 석·박사과정의 학생들도 밤 늦게까지 실험에 매진해야 했고요." 고등학생 때부터 화학에 흥미가 많았던 윤 교수는 유기화학 분야 중에서도 반응 개발을 연구하고 있다. 은 염과 같은 금속촉매뿐만 아니라 유기촉매에 대한 연구도 함께 진행중이다. "촉매로는 반응성이 좋은 금속이 많이 쓰여왔어요. 그러나 금속은 불순물이 조금이라도 섞이면 독성을 갖게 돼요. 의약품에도 활용되는 인돌 화합물의 경우 부작용이 치명적일 수 있어요. 그래서 금속을 대신할 유기촉매에 대한 고민을 하며 화합물의 합성법을 연구했습니다." 화학분야에서는 매일같이 새로운 연구결과들이 쏟아져 나온다. 해당 분야의 새로운 결과들을 지속적으로 공부하고 생각하고 시도하는 열정에서 윤 교수의 이번 연구는 결실을 거두었다. 뭐든지 열심히 하는 사람은 이길 수 없다는 윤 교수의 말처럼 끈기는 은 촉매를 이용한 연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윤 교수는 어떤 전공을 가진 사람이든 끈기와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꿈과 노력 두 가지가 균형을 이루며 모두가 각자 원하는 일을 이루는 촉매가 돼주길 바라본다. 김유나 기자 caecilgreen@hanyang.ac.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사진/조유미 기자 lovelym2@hanyang.ac.kr

2015-03 02

[학술][이달의연구자] 비만세포를 치료하다

바이오 의약과 약물전달시스템의 융합 약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흔히 한약의 제조방식을 말하는 천연 의약품 생약에서 약의 기원을 찾을 수 있다. 동물, 식물, 광물 등 자연에서 만들어져 그대로 쓰거나 간단한 가공과정을 거쳐 의약품으로 사용하는 것을 생약이라고 한다. 흔히 보양식, 한약으로 접하는 것들이 바로 생약이다. 하지만 자연에서 그대로 가지고 오는 생약은 양적으로 한정돼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생약의 분자구조를 분석해 인공적으로 합성한 의약품이 바로 합성 의약품이다. 하지만 합성의약품은 특정 질환을 타깃으로 해 제조하기 어렵고 재료확보, 화학 합성 시 높은 비용 등의 문제가 있다. 이에 생체 의약품이라고도 불리는 바이오 약품이 등장했다. 바이오 의약품은 유전공학과 항체기술 등에 기반해 있다. 특정 환자군을 타깃으로 해 부작용을 줄이면서도, 인간의 DNA에서 추출해 재료의 한정성을 극복한 가장 진화한 약물형태라 볼 수 있다. 하지만 단백질로 구성된 바이오 의약품은 우리 체내에 들어가면 분해돼 실제 치료가 필요한 질환 세포에 도달하기도 전에 파괴돼 버린다. 약물이 원하는 질환세포에 도달해 치료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바로 약물전달시스템(DDS)기술이 융합돼야 한다. 우리대학 김용희 교수는 바로 바이오의약과 DDS 기술을 융합해 비만세포를 치료하는 독보적 기술을 인정받았다. 올리고펩티드 구조로 비만세포를 치료하다 약물전달시스템(Drug Delivery System, DDS)은 약물 방출 속도를 조절하거나 약물을 목표 부위에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말한다. 이는 의약품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약물의 효과를 극대화 하기 위한 기술이다. 이전까지는 지방세포를 표적으로 하는 전달체가 없었다. 그래서 뇌 식욕중추를 억제하는 치료법이나 대장 내 지방 흡수를 억제하는 치료법을 사용했다. 하지만 이런 치료법은 목표 부위뿐만 아니라 다른 부위까지 영향을 줘 심한 부작용이 있다. 실제로 식욕중추에 영향을 주는 치료법은 심장에 주는 부작용이 심해 제약 시장에서 입지가 좁아진 상태이다. 김용희 교수는 이러한 지방세포를 추적해 분해하고 억제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약물전달 시스템 ATS-9R(Adipocyte Targeting Sequence Arginine)과 지방 억제 치료제 FABP-4 shRNA(Fatty Acid-Binding Protein-4 Short Hairpin RNA, 이하 shFABPs)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올리고펩티드(Oligopeptid complex) 구조가 그것이다. 올리고펩티드 구조란 치료 효과를 내기 위한 ATS-9R과 shFABPs 두 가지 핵심 성분들을 결합한 구조를 말한다. ATS-9R는 지방 세포를 추적하고 해당 세포에 투과성을 높여 유전자 전달 능력을 향상 시킨다. shFABPs는 치료제로서 지방세포 속으로 지질 수송 및 저장을 담당하는 단백질(A-FABP) 생성을 억제한다. 이 구성체를 정맥에 투여하면 ATS-9R의 도움으로 지방세포 핵으로 shFABPs치료제가 이동한다. 세포 핵으로 이동한 shFABPs는 세포 응답성을 하향 조절하는 siRNA를 만들어 비만 유전자 발현을 억제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지방 축적을 억제하고 예방하는 것이다. 진정성 있는 자세로 독자적 기술 확보해야 김 교수는 “지방세포의 유전자 발현 억제는 비만뿐만 아니라 당뇨, 동맥경화 등 다양한 대사 관련 질환에도 응용이 가능하다”며 이번 연구의 전망을 설명했다. 바이오 의약분야와 약물전달시스템을 융합한 이번 연구는 급성장 하고 있는 비만 치료제 분야에 선도적인 역할로 ‘네이처 머티리얼즈(Nature Materials)’에 게재돼 세계적인 인정을 받았다. 김 교수는 “현재는 국내외에서 약물의 유효함을 인정 받은 단계까지 온 상태이므로 앞으로 규명해 나가야 할 것들이 많다”며 이번 연구의 상용화까지의 과정을 덧붙여 설명했다. 보통 의약품은 국내외에서 특허를 취득한 후 제약회사와의 연계를 통해 GLPR(국가기관)에서 동물 실험을 거친다. 이후 식약청에서 1-2-3상의 임상실험을 거친 후 상용화 단계까지 이를 수 있다.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은 대략 10년 정도가 걸린다.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 상용화된 의약품은 약 10조원의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그렇기에 국가차원에서도 투자를 아까지 않는 분야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제약 산업에서 문제는 독자적인 연구성과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독자적 연구가 불가능하면 해외의 기술을 카피해 아류의 의약품을 만드는 한계에 봉착할 수 밖에 없다. 김 교수는 “FTA로 인해 제약시장이 개방되면서 해외제약회사들과의 경쟁은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연구를 통한 원천기술의 확보가 필요하다” 며 국내 제약환경의 안타까운 전망과 앞으로 준비해나갈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세계시장에서 높은 입지를 다지고 우리만의 독자적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현대 의약에 발맞추는 새로운 교육이 필요하다. 약학대의 교육은 40년동안 폐쇄적이었다. 현재 변화되는 흐름을 반영하지 못한 교육은 참신한 인재육성과 의약분야의 발전에 걸림돌이 될 것이다” 라며 국내 약학분야의 교육의 문제점을 짚었다. 더불어 김 교수는 약학분야에서 지속적인 연구를 하고 있는 후학들에게 관련분야 논문읽기를 통해, 자신의 분야에 대한 꾸준한 탐색을 당부했다. 연구분야에 대한 새로운 정보와 지식들은 자신만의 고유한 연구 성취의 필수조건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즐기는 자세라며 연구의 종점에서 비약적 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바로 자신의 연구분야에 대한 진정성 이라고 설명했다. “고진감래라고 하죠? 아무리 자기가 맡은 연구 분야가 고되고 막막하더라도 즐기는 자세를 가진다면 분명 달디단 성취감을 맛볼 거에요. 무조건 이기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후배들이 즐기는 마음으로 진정성을 가가지고 연구를 해나갔으면 좋겠어요”. 이수정 기자 sj930212@hanyang.ac.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사진/조유미 기자 lovelym2@hanyang.ac.kr

2015-02 04

[학술][이달의 연구자] MRI를 통한 조기 치매 선별 검사법

검사 비용은 낮추고 검사 과정은 더 간편하게 한 여자가 편의점에 들어가 콜라를 산다. 카운터에서 계산한 후 밖으로 나오지만 정작 자기 손에는 콜라가 없다. 그제서야 콜라를 카운터에 두고 온 것이 기억난다. 다시 편의점으로 되돌아가다 자기가 산 콜라를 들고 있는 한 남자와 마주친다. 그녀는 그가 자신의 콜라를 훔친 것이라고 생각하고 캔을 빼앗아 벌컥벌컥 마신다. 남자는 어이 없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지만, 그녀는 아랑곳 하지 않고 그의 손에 다 마신 빈 콜라 캔을 쥐어주고 돌아간다. 버스 안, 지갑을 찾지만 지갑도 편의점에 두고 온 것을 깨닫고 부랴부랴 돌아간다. 편의점 직원은 지갑과 콜라를 건네준다. 그제서야 그녀는 자신의 실수를 깨닫는다.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의 한 장면이다. 영화에서는 그녀의 건망증으로 두 주인공의 운명적 첫만남이 시작되지만 현실은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다. 치매는 환자의 일상생활을 파괴하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조차 알아보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만약 치매를 조기에 진단해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면? 영화에서처럼 병이 급속도로 악화돼 이별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 양자방출단층촬영(PET)으로 조기에 치매가능성을 진단할 순 있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다. 그런데 최근 치매를 자기공명영상(이하 MRI)을 이용해 기존의 검사방법보다 좀 더 저렴하고 간편하게 조기에 진단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MRI를 통해 환자들의 진료 문턱 낮춰 치매 중 50%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 치매는 베타-아밀로이드라는 이상단백질이 대뇌피질에 분포하 있는 뇌신경세포에 과도하게 축적돼 신경세포가 손상될 때 발생한다. 신경세포가 손상되면 대뇌피질의 두께는 얇아진다. 즉 대뇌피질이 응축되는 것이다. 현재는 자기공명영상(MRI), 컴퓨터단층촬영(CT) 같은 구조적 뇌 영상장비나 양자방출단층촬영(PET), 단일광자방출촬영(SPECT)등 기능적 뇌 영상장비를 이용해 치매의 진행 상태를 좀 더 명확하게 판별하고 진단 할 수 있게 됐다. PET나 SPECT는 뇌의 혈류량, 뇌의 포도당 대사능력 등 뇌 각 부위의 기능이상을 통해 병세의 진행 정도를 파악한다. 대부분의 질병은 구조적 변화가 나타나기 전에 기능적 변화가 일어난다. 그러므로 PET의 경우 조기에 치매의 진행상태나 가능성을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그 검사 비용이 만만치 않다. 보통 PET 1회 촬영 시 드는 비용은 약 130만원이다. 그렇기 때문에 치매가 의심된다고 쉽게 선택할 수 있는 검사방법이 아니다. 하지만 MRI를 통한 치매 조기검진 비용은 평균 80만원 선이다. 이종민 교수((공과대·전기생체공학부)가 PET와 동일한 수준의 기능을 좀 더 저렴한 MRI로 판단 가능할 수 있게 해 환자들의 진료 문턱을 낮춘 것이다. MRI나 CT는 알츠하이머 치매로 인해 생기는 뇌의 위축, 뇌실 확대 등 뇌의 구조적 모양을 통해 병세의 진행 수준을 파악한다. 대뇌피질 응축 패턴과 위치를 통계적으로 분석 치매의 경우 조기진단이 사실상 어렵다. 특정 시점에 와야 환자의 기능적 장애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 전까지는 잠복기 단계로, 따로 조기 정밀 검사를 하지 않는 이상 파악하기 힘들다. 따라서 치매의 조기진단이란, 잠복기 때 이상단백질이 쌓인 상태를 보고 치매에 걸릴 확률을 미리 알아내는 것을 뜻한다. 뇌는 보통 특정한 영역이 특정 기능역할과 직결된다. 그러므로 뇌의 부위별로 역할기능이 다르다면 어디에 대뇌피질 응축이 나타났느냐에 따라 치매질환의 종류를 구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두엽에 대뇌피질 응축이 관찰된다면 그 치매환자는 고위인지기능에 문제가 있고, 측두엽에 대뇌피질 응축이 발견되면 기억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이 교수는 “MRI 장치로 정상환자와 치매환자를 구분하는 것을 넘어서 대뇌피질 응축 위치와 진행 상태를 보고 3가지 치매질환 종류를 구분했다는 것이 이번 연구에서 가장 주목할 점이다”라고 전했다. 고해상도의 MRI 장치로 총152명의 조기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뇌를 촬영했다. 환자들의 대뇌피질 두께를 분석해 다양한 대뇌피질 수축 패턴이 나타났다. 대뇌피질 수축형태를 패턴과 위치에 따라 분류해 의미 있는 연구 결과를 도출한 것이다. 양측 안쪽 측두엽 주도 위축 하위 유형 (52명), 마루엽 주도 하위 유형 (28명), 거의 모든 대뇌피질이 위축을 드러내는 분산된 하위영역(72명)으로 총 3가지 종류로 분류 됐다. 연구의 실현을 위해서는 융합적 성찰이 필요 이번 연구는 삼성의료원과 10년 동안 공동으로 진행됐다. 치매환자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의료원과의 소통이 필수였다. 의료진은 환자의 데이터를 제공하고, 연구진들은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MRI 영상처리 기술을 이용해 연구한다. 이 교수는 “연구의 당위성은 의학에서 온다. 의학자들이 환자의 질환에 대해 연구하고 싶을 때 첨단공학지식이 필요하다. 이때 바로 공동연구가 시도되는 것이다. 공동연구를 잘하기 위해서는 영상처리 지식뿐만 아니라 근본적인 생체공학에 대한 배경지식과 의학적 지식도 잘 알아야 한다. 그래야 서로가 잘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며 융합적 배경지식을 강조했다. 진료 목적과 탐구적 목적을 가지는 생명공학 분야에서는 연구의 보람과 의의를 찾기 위해 그 연구가 앞으로 어떤 영향을 줄 것이고 인류에 어떤 이바지를 할 것인지에 대한 심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유 교수는 “자신이 하고 싶은 연구의 방향성을 고민해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개인의 보람에서 끝나는 것일 수 없죠. 우리의 연구가 미래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 지에 대한 고찰 또한 융합적 성찰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라며 연구자의 진지한 마음자세를 당부했다. 이수정 기자 sj930212@hanyang.ac.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사진/조유미 기자 lovelym2@hanyang.ac.kr

2014-12 31

[학술][이달의 연구자] 명확한 종양 진단을 위한 새로운 방법

종양 제거를 위한 불필요한 수술 줄여 "위에 종양이 발견 됐습니다." 의사의 덤덤한 말투와 달리 환자는 심장이 덜컥 떨어지는 기분이다. 이 종양이 그대로 둬도 상관 없는 단순한 양성 종양인지, 치료가 불가피한 암 종양인지도 정확히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이제까지 위 점막 아래에 생긴 종양은 이처럼 정체가 모호해 환자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했다. 이항락 교수(의대·의학)는 기존에 있던 위 내시경 절제술에 자신의 활용법을 접목해 환자들의 종양의 정체를 밝혀내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점막하 종양, 암인지 아닌지를 밝혀주마 건강에 대한 관심이 대두되며 종합건강검진을 받는 사람의 수도 크게 늘고 있다. 동시에 위벽에 자라난 종양의 발견도 늘어나, 현재 성인 100명 중 두 세 명은 위벽의 두 번째 층 이하에 위치한 점막하 종양(SET: Subepithelial tumor)을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나이가 들 수록 유병률이 높아지는 점막하 종양은 생성 원인이 불명확하고 뚜렷한 증상도 없어 발견이 어렵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크기가 증가할 경우 소화 기능을 떨어뜨려 복통과 혈변, 구토 증세를 일으키고 악성 종양인 경우 다른 장기로의 전이 및 위궤양을 발생시킨다. 문제는 이 종양들이 일상 생활에 문제가 없는 단순 양성 종양(Benign tumor)인지 암이 될 가능성이 있는 전암(前癌) 단계의 종양(Malignant tumor)인지 판별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위벽은 여러 개의 층으로 구성돼있는데, 위암을 유발하는 종양은 대개 가장 위쪽의 층에 자라나 모양과 색깔 등 암 진단에 필요한 정보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반면 점막하 종양은 두 번째에서 다섯 번째 층에서 자라나, 가장 위에 있는 위벽층을 뒤집어 쓴 혹 같은 모양으로 존재해 위벽층 아래에 있는 종양의 성격을 확진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이러한 까닭에 대부분의 의사들은 점막하 종양의 지름이 2cm 이상이면 절제, 그렇지 않으면 추후경과를 살펴보는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항락 교수(의대·의학)는 점막하 종양의 정체를 뚜렷하게 밝히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고안해냈다. 내시경에 달린 칼로 암세포를 직접 제거하는 내시경 점막하 절제술(ESD: Endoscopic submucosal dissection)을 활용한 것. 이 교수가 고안한 방법은 내시경이 종양에 도달하는 단계까지는 내시경 점막하 절제술과 같은 과정을 밟지만, 이후에는 종양을 제거하는 대신 세포만 추출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내시경에 달린 수술용 칼로 종양을 아주 작게 잘라 세포를 얻은 후 다시 도려낸 부위를 꿰매는 것이다. 이로서 이전까지 육안 관찰만 판단해 제거 했던 종양을 생검(생체에서 조직의 일부를 메스나 바늘로 채취하는 것)을 통해 정확히 파악해 종양이 단순 양성인지 전암 단계인지를 판별하고 난 후 시술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이 교수가 만들어낸 방법을 통해 수면마취나 금식이 불필요한 15분 정도의 짧은 내시경 검사로 종양 진단의 정확도를 크게 높일 수 있었다. 실제로 우리대학 병원 환자들을 대상으로 위 방법을 사용한 결과 수술이 예정돼 있던 환자 40명 중 14명에 해당하는 35%의 종양이 전암 단계가 아닌 단순 양성으로 판별돼 불필요한 수술을 줄일 수 있었다. 이 교수의 이러한 발견은 국제적 내시경술 전문지 엔도스코피(Endoscopy) 10월호에 실려 표지를 장식했다. 궁금증을 푸는 과정에서 환자를 보호할 답을 찾다 89년 우리대학 화학공학과에 입학했던 이 교수는 1년 재학 후 다시 의대에 들어가기 위해 대학입학시험을 치렀다. "당시 의대는 공대에 비해 크게 각광받는 학과는 아니었어요. 하지만 좀 더 남에게 도움을 줘서 존경 받으며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직업을 생각하다 의사의 꿈을 키우게 됐습니다." 과감한 결단을 통해 의사가 된 이 교수는 조기 위암과 대장암 제거 시술을 2000회 이상 행한 암 분야의 전문가가 됐다. 그리고 계속된 연구의 결과가 바로 내시경 점막하 절제술을 활용한 종양 검사법이다. 이 교수가 새로운 검사 방법을 고안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이 교수는 진료를 담당했던 환자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20대 학생의 위에서 혹이 발견 됐어요. 3cm가 넘는 꽤 큰 혹이었는데 위치도 식도와 위가 만나는, 수술이 까다로운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개복 수술을 권했는데 학생이 수술을 몹시 꺼려했습니다. 아직 젊은 20대 여학생이었는데 수술을 해서 흉이 지면 비키니를 입는 것 같은 평범한 행동들도 섣불리 하기 어려워지잖아요. 그렇다고 그대로 두기엔 혹이 암일 가능성이 있었죠. 고민을 하던 중 문득 내시경을 이용한 생검 방법이 떠올랐습니다." 환자의 마음을 헤아려 수술을 줄이려는 고민이 새로운 방법을 탄생시킨 것이다. 다행히 생검을 통해 혹을 검사해본 결과, 환자의 혹은 단순 근종으로 밝혀졌다. 이 교수의 확인법이 없었다면 불필요한 수술로 평생 남을 흉터가 생길 뻔 했던 것이다. 학술지를 본 다른 의사들을 통해 의학계에도 새로운 치료의 바람이 조금씩 불고 있다. "제가 발표한 방법을 긍정적으로 검토해 시술법을 차용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환자를 우리대학 병원으로 보내주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이 교수가 4년 동안 모은 환자들의 데이터와 수천 번이 넘는 위, 대장암 수술의 경험을 접목시킨 결과였다. 이 교수는 늘 궁금증을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연구의 원동력이라는 뜻을 밝혔다. "앞으로는 점막하 종양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위장관 간질종양(GIST: Gastrointestinal stromal tumor)과 간제 종양의 발병 원인을 밝혀내는 연구를 할 예정입니다 연구는 늘 제가 궁금한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이에요. 치료 체계가 확립되지 않은 질병을 탐구해서 해결법을 찾아내는 거죠. 앞서 말한 두 병의 발병 원인은 무엇인가 하는 저의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서 앞으로도 연구를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최정아 기자 shaoran007@hanyang.ac.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사진/권요진 기자 loadingman@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