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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9 기획 > 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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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 없는 에세이 Ⅱ] 먹기 대회 주의보

박용규(물리학 17 박범수 학생 학부모)님의 에세이

사자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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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yang.ac.kr/surl/QPZt

내용



고창수박축제에 갔다. 축제장에서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잠시 후 오후 6시부터 수박 빨리 먹기 대회를 실시합니다.”
아내가 나지막이 말했다.
“나가지 마아~.”
아내가 먹기 대회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먹는 것에 대해 어떤 트라우마 같은 것이 있어서다. 몇 년 전 어느 백화점에 갔을 때, 내가 화장실에 간 사이 아내가 약을 먹다가 목에 걸려버렸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어서 아내는 일어서서 안절부절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는데, 옆에 앉아 있던 아저씨가 아내의 등을 세게 쳐줘서 약이 튀어나왔다. 화장실 다녀오느라 영문을 모르는 나에게 아내가 말했다.
“나 죽을 뻔 했어.”
어느덧 수박 빨리 먹기 대회가 시작됐다. 1차 대회에서 여섯 명의 출연자 모두 열심히 참여했다. 그런데 몇 명이 목이 막히는지 먹는 속도가 줄어들었다. 그중 한 명은 몸을 위아래로 움직이며 안절부절 못하고 정신이 없는 표정으로 힘들어했다. 그때였다. 아내가 내 옆으로 와서 말했다.
“빨리 나가서 저 분 등 두드려 줘요.”
나는 곧바로 달려 나갔고, 그분의 등을 손바닥으로 세게 대여섯 번 쳤다. 밥 한 공기 정도의 씹다 만 수박이 바닥으로 쏟아졌다. 그분은 여전히 정신을 차릴 수 없었는지 고맙다는 말을 할 경황도 없이 의자에 앉아서 연신 심호흡을 했다.
수박 먹기 대회는 그래도 계속 진행됐다. 곧바로 2차 대회가 시작됐다. 응급처치를 해준 일로 사회자는 나를 ‘응급처치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2차 대회 우선 선발자 자격을 주었다. 나는 아내에게 “그냥 천천히 맛있게만 먹고 들어올 테니 걱정하지 마”라고 말했고, 아내의 만류에도 “조심해서 할게”라고 안심시키고 출전했다.
대회용 수박 조각이 내 앞으로 왔다. 나는 그중에서 가장 작아 보이는 것을 집어 들었다. 왠지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냥 열심히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시작 휘슬이 울렸다. 그런데 불과 10초나 지났을까. 목이 꽉 막혀오는 것을 느꼈다. 아앗, 나도. 나는 더 이상 먹지 않고 입 안에 있는 수박만 으깨어 수박 국물을 바닥으로 흘렸다. 막힌 목이 겨우 뚫리고 좀 살 것 같았다. 나는 먹는 속도를 늦추고 국물은 바닥으로 흘리는 새로운 작전을 구사했고,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사회자는 나를 현재 가장 앞서고 있는 출연자 두 명 중 한 명으로 지목했다. 그러나 결과는 2등. 나는 우승자에게만 주어지는 ‘수박 한 통’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깨달은 것이 있다. 수박 빨리 먹기 대회에서 1등을 하려면 맛있는 수박 국물을 대부분 바닥으로 흘려보내야 하기 때문에 수박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없다는 것과 먹기 대회 참여는 참으로 위험한 일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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