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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 17

[오피니언][건강한대] 겨울철 비단결 같은 피부 만들기

겨울에는 날씨가 차고 건조해 각질이 일기 쉽다. 또한 아토피 피부염, 주부 습진 등이 악화될 수 있으며 노인은 건조 피부염으로 고생하기도 한다. 따라서 겨울철에는 어느 계절보다 적절한 피부 관리와 보습이 필수적이다. 글. 노영석 교수(한양대학교병원 피부과) / 그림. 안우정 추운 계절에 자주 발생하는 피부병 겨울에 흔히 접할 수 있는 피부 질환으로 동창, 동상, 피부 건조증을 꼽을 수 있다. 이에 대한 증상은 무엇이고, 치료 및 예방은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동창은 5~10℃의 낮은 온도에 장기간 노출됐을 때 생기는 비정상적인 국소적 염증 반응으로 손가락, 발가락, 코, 귀 등에 홍색 또는 자색의 종창이 발생하는데, 소양감과 통증을 동반하며 2~3주 내에 자연 소실된다. 동창을 피하려면 손발이 젖은 상태로 추운 데 오래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따뜻한 의복 착용, 규칙적인 운동과 금연, 비타민 복용 등이 도움이 된다. 동상은 영하 2~10℃의 심한 추위에 노출돼 조직이 얼어버려 혈액 공급이 안 되는 상태를 말하며 귀, 코, 뺨, 손가락, 발가락 등에 자주 발생한다. 언 부위는 창백하고 통증이 없지만 따뜻하게 해주면 홍반, 괴사, 물집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치료는 가능한 한 빨리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 우선이며, 통증이 있으면 진통제를 투여하고 죽은 조직을 외과적으로 절제하는 등 증상에 따른 치료가 필요하다. 피부 건조증은 피부 표면에 있는 지질 부족으로 수분을 공기 중으로 빼앗겨서 피부가 건조한 상태를 말하며 가려움증을 동반한다. 피부가 건조하면 거칠어지며 피부 표면에 비듬처럼 하얀 인설이 일어나게 된다. 심하면 피부가 갈라져서 균열이 생기기도 한다. 가려움증은 피부를 문지르거나 긁게 만들어 상처나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런 경우 피부 지질의 균형이 깨져서 피부 건조증을 유발하고 이것이 다시 가려움증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부드럽게 보송보송, 피부 관리 노하우 추운 계절에도 비단결처럼 고운 피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주의가 필요하다. 첫째, 피부에 수분을 공급한다. 샤워와 목욕의 횟수를 줄이고, 너무 뜨거운 물보다는 미지근한 물로 씻는 것이 좋다. 목욕 횟수는 일주일에 2~3회가 적당하고, 거친 때밀이 수건으로 때를 미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 순한 비누나 세정 제품을 사용하고, 목욕 후에는 세제가 피부에 남아 있지 않도록 충분히 여러 번 씻는다. 수건으로 물기를 닦을 때에는 문지르지 말고 가볍게 두드려 닦고, 목욕 후 3분 이내에 보습제나 로션을 바르도록 한다. 또 실내 온도가 지나치게 높지 않도록 과도한 난방을 피하고, 가습기를 사용하거나 자기 전에 실내에 젖은 빨래를 널어서 적정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낮은 온도에서 장시간 야외 노출을 피한다. 스키, 겨울 등산 등의 운동을 오랫동안 하는 경우 과도한 일광 노출로 인해 얼굴이 화끈거리거나 피부색이 검게 변할 수 있으므로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 피부를 보호한다. 셋째, 춥다고 전기난로 앞에 너무 가까이 있거나 피부에 오랜 시간 핫팩을 대고 있는 행동은 피한다. 이러한 경우 그물 모양의 적갈색 반점 및 색소 침착이 나타날 수 있고, 이것이 만성화되면 피부암을 유발할 수 있다. 동상과 동창, 생활 속 꼼꼼 예방법 ➊ 적당한 두께의 양말과 편안한 신발을 착용한다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않으면 말단 부위의 온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강추위가 아니더라도 꽉 끼는 장갑, 신발, 양말 등은 피한다. 종아리까지 덮는 부츠를 신거나 키높이 깔창, 너무 두꺼운 양말을 신으면 발을 조이거나 꽉 끼게 만들어 발의 혈액 순환을 방해한다. 여기에 땀까지 나면 신발 속의 습도가 높아져 동창 및 동상의 위험이 높아진다. ➋ 신발이나 속옷 등이 젖으면 신속하게 말린다 옷이나 속옷, 양말이 땀이나 물기로 젖으면 바로 마른 옷이나 속옷으로 갈아입는다. 그래야 수분으로 인한 체온 저하를 방지할 수 있다. 신발이나 장갑이 젖은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되도록 빨리 젖은 신발과 장갑을 벗고 신속하게 손발을 말려야 한다. ➌ 혈액 순환이 잘 되도록 자주 움직인다 추운 곳에 장시간 노출될 때는 수시로 몸을 움직여서 혈액 순환이 잘 되도록 해야 한다. 손발이 얼었을 때는 가능한 한 빨리 따뜻한 곳으로 이동하고, 동상이 의심되는 부위가 바닥에 닿지 않도록 한다. 특히 눈 부위가 얼었을 때는 비비거나 문지르지 않도록 주의한다. 사랑한대 2017년 1-2월호 이북 보기

2017-01 17

[오피니언][타임머신] 프랑스에서 만난 안산 칼바람의 추억

인생은 우연과 선택이 쌓이면서 계속된다. 94학번인 나는 수능 1세대로 시험을 두 번 쳤고, 기대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다. 실망했지만 재수는 싫었다. 딱히 하고 싶거나 가고 싶은 학과는 없었지만, 하기 싫은 것은 분명했다. 법대와 상경대 계열은 몸서리치게 싫었다. 대구를 벗어나고 싶었고, 특이한 학과의 이름과 당시 국내에 두 곳밖에 없다는 희소성에 끌려 나는 한양대 안산캠퍼스(이하 ERICA캠퍼스) 광고홍보학과에 입학했다. 글. 이동섭(광고홍보학과 94) 동문 ERICA캠퍼스의 칼바람과 길카페 ▲ 이동섭 동문이 함께 자취하던 동기와 사진을 찍고 있다. 내 모교는 추위로 기억된다. 원서를 내고 면접을 보고 입학식을 했던 행당캠퍼스(서울캠퍼스)는 추웠고, 수업을 듣는 ERICA캠퍼스는 몹시 추웠다. 멀리 서해의 바람은 캠퍼스까지 곧장 불어와 3월에도 안산은 여전히 한겨울이었다. 학교 건물은 낮고 흩어져 있어 바람을 막지 못했다. 바닷바람은 물기를 가득 머금어 차갑고 날카로워 외투를 비집고 몸 안쪽까지 파고들었다. 햇빛이 화창해도 몸은 으슬으슬할 만큼 위력적이었다. 우리는 ‘칼바람’이라 불렀다. 학교 정문을 나서면 왼편으로 추수가 끝난 논이 바닥을 휑하게 드러낸 채 저 멀리까지 이어졌다. 해는 일찍 졌고, 추위는 더욱 기승을 부렸다. 석호상가 지하의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2차로 선배들은 어디서 신문과 종이 뭉치, 나뭇조각 등을 가져와 학교 밖 길거리에서 불을 피워주었다. ‘길카페’였다. 바닥에 앉으면 땅의 한기가 훅 올라오면서 취기를 몰아냈다. 거창한 구호를 외치며 급하게 소주 몇 잔을 마시면 몸이 다시 데워지며 추위가 물러갔다. 취기와 추위를 모두 끌어안고 우리는 작은 모닥불을 피운 채 이야기를 하고, 학과와 동아리 노래 등을 배웠다. 남자 후배에게 인기 많았던 몇몇 선배들은 기타를 치며 각종 요상한 노래를 쉴 새 없이 불렀다. 혼자 부르면 부끄러워도 같이 부르면 신나는 그런 노래들이었다. 온기와 웃음이 가득했던 그 길카페가, 나는 좋았다. 오렌지족의 시대와 도서관 ▲ 이동섭 동문이 자취하던 집 1988년부터 1997년까지는 한국 역사에서 가장 행복했던 기간인 듯싶다. 정치적으로 민주화가 이뤄지고, 경제적으로 번영했던 10년이다. 정치와 경제의 안정은 청춘들에게 자신의 삶을 살 수 있게, 혹은 죄책감 없이 살 수 있도록 만들었다. X세대와 오렌지족의 시대였으니, 데모와 나라 걱정은 지나간 유행이었다. 이때의 시대적 명제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아라’였다. 대학에 오니, 다른 애들은 모두 저마다 하고 싶은 일이 확실히 있는 듯 보였다. 당시만 해도 하고 싶은 일이 없었던 나는 초조했다. 무언가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고 열심히 공부하고 싶은데 그것이 무엇인지 감이 잡히지 않아 불안했다. 경상도 사투리를 쓰고 모르는 사람에게 먼저 친밀하게 굴지 못했던 성격 탓에 공강 시간은 주로 혼자 시간을 보냈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마주친 책을 읽고, 그 가운데 재밌게 본 책의 저자의 다른 책과 그 저자에게 영향을 준 책들을 찾아 읽었다. ▲ 이동섭 동문이 학년 MT로 가평을 갔을 때 '듀스'의 노래에 맞춰 춤을 연습하던 모습 독서 리스트는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나아가기도 했고, 나는 그 예측할 수 없음이 즐거웠다. 도서관에 비치된 거의 모든 주간지와 월간지의 목차를 보고, 관심 있는 기사들은 복사해서 밑줄 치며 읽었다. 탐독은 자연스럽게 다른 분야들로 넓어졌다. 그렇게 해서 나는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와 왕가위 감독의 영화, 반 고흐와 에곤 쉴레의 그림, 로버트 프랭크와 디안 아버스의 사진, 장정일과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김현의 문학비평과 기형도의 시, 베토벤과 슈만의 음악 등을 알게 됐다. 문화와 예술의 테두리 안에서 일하고 싶었지만, 작품을 창작할 재능이 없다는 두려움에 선뜻 뛰어들지 못했다. 졸업을 하면서 나는 광고회사가 아닌 미술관에 취직해서 1년 남짓 일했으나, 여전히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했다. 남들처럼 살았으나 남들처럼 살아지지 않았다. 월급의 쾌감도 무뎌졌고, 소주로도 고민은 도저히 해결되지 않았다. 2000년 5월 1일 파리로 유학을 떠났다. 파리 유학과 예술인문학 파리 유학 시절, 4년 동안 맞았던 안산의 습기 찬 칼바람이 그리우면 파리에서 가장 가까운 바닷가 도시 르아브르(Le Havre)로 가곤 했다. 아이슬란드 너머 북해에서 영국을 거 ▲ '영화로 맺어진 인연(영맺인)'이라는 소모임에 서 영화 촬영 실습을 하고 있는 이동섭 동문 쳐 그곳으로 밀려오는 바람은 차갑고 눅눅했다.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마지막으로 그 바람을 맞으며 깨달았다. 지 금의 나는 ERICA캠퍼스 도서관에서 본격적으로 길러진 셈이구나! 그곳에서 보냈던 시간들로 인해 나는 파리에서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고 그것들을 관통하는 학제 간 연구에 관심이 생겼던 듯하다. 그것이 내 대학 생활의 가장 큰 추수물이었다. 덕분에 파리에서 10여 년 동안 사진과 현대 무용, 영화와 패션, 미술과 공연 등 여러 분야를 즐겁게 공부할 수 있었다. 그 중심에는 항상 시대와 사람에 대한 질문이 놓여 있었다. 나는 예술을 통해 사람과 세상을 연구하고, 그것을 동시대의 대중들에게 전달하는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나는 방송과 신문에서 예술 작품을 재료 삼아 인문학을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한편, 대학에서는 문화예술을 중심으로 다양한 장르를 융합시키는 강의를 하고 있다. 셔틀버스는 한대앞역에서 ▲ 학교 앞에서 동기, 후배와 사진을 찍는 이동섭 동문 얼마 전, 내가 출연하는 방송 프로그램을 보시고 연락하신 은사님께서 후배들에게 특강을 부탁하셨다. 졸업하고 약 15년 만에 캠퍼스를 방문할 기회가 생겼다. 내가 학교를 다닐 때는 상록수역에서 내려서 셔틀버스를 타거나 태화버스를 타야만 했는데, 한양대 학과 잠바를 입은 학생들이 아무도 그곳에서 내리지 않기에 의아했다. 그들을 따라 한대앞역에서 내렸다. 풍경이 너무 많이 변해서 다른 도시 같았다. 학교 앞 드넓게 휑했던 논은 모두 건물로 가득했고, 길카페를 했었던 인도는 어딘지 흔적도 없었다. 우리 학과도 내가 다녔던 단과대 건물을 떠나 새로운 건물에 자리 잡고 있었다. 변화가 낯설고 아쉬웠으나, 예전의 나처럼 변하지 않은 칼바람을 맞으며 후배들은 꿈을 키우고 있었다. 사랑한대 2017년 1-2월호 이북 보기

2016-12 06

[오피니언]"4차혁명, 대학 자율성이 답이다"

본 글은 12월 6일자 동아일보에 게재된 이영무 총장의 기고문을 그대로 옮긴 것입니다. <편집자 주> "4차혁명, 대학 자율성이 답이다" 이영무 한양대 총장  올해 1월 다보스 포럼에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21세기 핵심 어젠다 중 하나로 ‘교육’이 제시됐다. 특히 자료 기반 문제 해결, 비판적 사고, 창의력, 의사소통, 협업 능력, 융합 능력 등의 핵심 역량을 갖춘 융복합 인재 양성의 중요성이 화두였다.  우리도 세계적 추세에 부응하기 위한 교육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21세기를 선도할 핵심 인력 양성 기관인 대학의 혁신이 필수적이 됐다. 혁신의 키워드는 대학의 학사제도 운영에 있어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규제의 완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럼 구체적으로는 뭘 해야 할까.  첫째, 대학의 학과 간, 전공 간 칸막이를 없애고 경계를 허물어 융합 전공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 우리 대학의 학사제도에는 융복합 교육을 시행하는 데 있어 물리적·제도적 제약이 상당수 존재한다. 다양한 전공 분야 지식을 습득하고 이를 통해 하나의 주제를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 또 별도의 학과 개편 없이 주(主)전공 이외의 다전공만 이수해 학위를 받는 것도 허용돼야 한다.  둘째, 수업 운영에서 학생들이 시간을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보편적으로 운영되는 2학기제는 학기당 15주 내내 수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틀에 갇혀 있다. 이처럼 획일화된 수업 방식은 단계적 학습이나 산업현장과 대학 간의 이론·실습의 병행을 어렵게 한다. 학점당 15시간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교과목의 특성이나 학생의 역량 수준을 반영하여 수업을 집중적으로 이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전공 분야의 특성에 따라 석사 과정 졸업 요건을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고등교육법령상 우리나라 석사 과정의 수업 연한은 대학원 수업은 최소 1년 6개월로 정해져 있다. 반면 대부분의 선진국은 석사학위를 1년 이내에 취득할 수 있다.  다양한 학문 분야를 자유롭게 넘나들고 그 과정에서 창의적 아이디어를 이끌어 내며 이를 현실로 옮기는 능력을 지닌 인재, 이것이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상이다. 이런 인재를 키우기 위해 탄력적인 대학의 학사 운영이 요구되지만, 우리 제도는 여전히 경직돼 있다. 이를 탈피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 완화와 운영 자율화가 절실하다. 자율화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규제 완화를 망설인다면 세계 시장에서 한국 사회와 한국의 대학들은 도태될 게 뻔하다.  정부도 대학의 엄중한 책무가 실현 가능해지도록 대학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자율화를 위한 인식 전환을 심사숙고할 때다. 이영무 한양대 총장

2016-12 01

[오피니언]"85드림장학금 만든 이유요? 선정된 학생들을 보시죠"

본 글은 85동기회에서 '85드림장학금' 제도를 만들고 처음으로 수혜자를 선정 발표하면서 전한 총평과 함께 후배들에게 전하는 말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입니다. <편집자 주> 출제자의 의도라고 할 수 있는 85드림장학금의 취지는 무엇이었을까요? 80만원의 장학금을 신청했지만, 심사위원회가 1회 상한액인 400만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연극영화과 2학년 이** 후배의 경우에서 답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일단 연극영화과 후배들은 신청 팀이 많았습니다. 고마운 일이지요. 차린 것 없는 밥상이라도 뚝딱 밥 그릇 비워주는 자식이 사랑스럽듯이, 장학금의 규모로 보면 뭐 그리 대단할 것도 없는 85 드림장학금에 관심을 가져주는 것 자체가 선배들에겐 더 없이 예쁜 후배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이** 후배의 문제의식은 좀 달랐습니다. 대부분 팀이 “이러 저러한 사정으로 영화 제작이 어려우니 지원해달다”는 호소였던데 비해, 이** 후배는 “다들 어렵게 만든 영화를 1년에 한번 다 모아 학과 차원의 시사회라도 좀 폼 나게 갖고 싶다”는 영연과 전체의 이해와 처지를 반영한 고민을 제출했습니다. 이** 후배의 경우가 다른 팀들보다 더 뛰어나다거나 가치 있다고 평가하는 게 아닙니다. 말 그대로 다른 것이지요. 틀린 게 아닌. 적어도 85동기회 드림장학금 선정위원회의 눈은 가원 후배의 고민을 한번 더 보게 되는 그런 쪽에 가있다는 점 후배님들이 같이 공유해주셨으면 합니다. 400건이 넘는 신청서 어느 하나도 대충 넘길 수 없었습니다. 후배 한명 한명의 절절한 사정과 소중한 꿈이 담긴 서류들이라. 그러다보니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강경원(법대) 85동기회장과 김 희(수학과) 장학위원장을 포함한 10명의 심사위원들 모두가 “돈 내고 치우는 게 제일 쉽겠다”라는 말을 입에 달며 수차례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다들 직장에서 한 자리(?)씩 하는 심사위원들 처지에선 일할 시간을 쪼개 서류를 검토하고 약속을 미루며 저녁 회의 시간을 만든다는 게 그리 녹록하지만은 않은 일입니다. 동문회 활동도 ‘일상’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방으로 갈아엎는 혁명보다 하나하나 개선해나가는 개혁이 더 어렵다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범접할 수 없는 성공을 거둔 동문 한명의 엄청난 ‘기부’는 물론 장려되어야 할 일입니다. 하지만, 후배들에게 ‘밥 한 그릇 정도는 살 정도의 여유는 있는 평범한 생활인 동문’의 작지만 아름다운 소소한 기부와 활동 역시 그에 비해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될 일입니다. 한양대학교 85학번 동기회인 ‘공감 85’가 바라보는 곳은 평범한 생활인 동기들이 만들어 가는 아름다운 일상을 가진 동문회입니다. 후배님들도 같은 곳을 바라봐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해마다 대학 평가 순위를 끌어 올리고 있는 대학 본부의 활동, 좀 더 창의적이고 일상적으로 후배들과 함께 하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 있는 동문들의 노력, 그리고 행당과 안산캠퍼스에서 진취적으로 생활하고 공부하는 후배들. 이 세 가지가 합쳐질 때 통속적인 ‘서열’에 개의치 않는, 한국사회에 유의미한 공헌을 하는 진짜 아름다운 한양대학교 공동체 문화가 만들어 지리라 믿습니다. 올 해 85드림장학금 선정과정이 소중한 밑거름이 되었으면 합니다. 선정된 11개 팀과 팀원들, 본선에서 아깝게 탈락한 9개 팀 후배들, 그리고 이번 프리스타일 장학금이라는 생소한 시도에 열렬히 호응해준 336개 팀과 1,000여 명의 사랑스러운 후배들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열심히 벌어서 기금도 키우고, 시행착오를 잘 살펴서 좀 더 합리적인 선정 과정을 만들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함께 즐겁게 노력합시다! - 85드림장학금 2016년도 심사위원회 올림 위원장 김 희(수학과), 위원 강경원(법대), 하영판(자원공학과), 이나주(식품영양학과), 표희수(산업공학과), 김민형(국문과), 김태연(토목학과), 김동철(토목학과), 권태형(의과대), 위계찬(법대)

2016-11 17

[오피니언][나눔칼럼] 기부를 넘어 대학발전의 촉진자로

졸업과 동시에 모교인 한국외대에서 직원으로 일하기 시작한 지 3년 만에 모금을 처음 경험했고, 약 18년간 (재)서울대학교발전기금, 건국대학교, 국제개발구호기구 월드비전 등을 거치면서 동문직원, 전문 모금가, I-NGO 직원, 그리고 컨설턴트 등 다양한 포지션에서 모금을 경험했다. 모교에서 국립대학으로, 다시 사립대학을 거쳐 국제 NGO를 거치면서 서로 다른 모금현장의 특색과 면모들을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었다. 이 글에서는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대학 본연의 역할 강화를 중심으로 모금 원리와 환경의 이해가 대학모금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전달하고자 하였다. 환경의 변화와 위기의식 2012년 「파이낸셜타임즈」지 선정 올해 최고의 책이자 아마존, 「뉴욕타임스」의 베스트셀러로도 뽑힌 책 ‘플루토크라트(Plutocrats; The Rise of the New Global Super-Rich and the Fall of Everyone Else)’에서 저자 크리스티아 프릴랜드(톰슨 로이터스 편집장)는 산업혁명 이후 거센 속도로 몰아치듯 성장하는 세계경제에서 경제주체들이 겪게 되는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변화를 위기의 측면에서 분석하였고 그 주된 원인으로 기술경쟁, 세계화, 워싱턴컨센서스(효율성 중심의 정책결정, 더 가진 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결과를 낳았다고 주장함)를 꼽았다. 사회에서 가장 안전하고 보수적인 영역에 속하는 대학도 최근 고조되는 위기감에 당혹스럽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은 2006년 자신의 이임사에서 ‘현재 한국 대학이 당면하고 있는 여러 형태의 위기는 우리나라 대학뿐만 아니라 세계 대학들이 동일하게 대하는 위기일 수 있는데, 그 원인은 세계화, 정보화, 신자유주의적 경쟁논리의 확산에 따라 효율성을 강조하는 현실에 있다’고 했다. 한편 비영리 섹터도 세계화, 정보화, 효율성 평가에서 오는 위기감을 경험하고 있다. 6.25한국전쟁 이후 전쟁고아와 미망인을 돕기 위해 우리나라에 들어온 국제 NGO들은 88서울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이 더 이상 수혜국이 아님을 명확히 하고 철수하거나 또는 일부 국제원조를 위한 지원활동으로 전환하였다. 이후 1990년을 기점으로 우리 사회에 ‘모금’ 활동을 허용하는 제도가 마련되었는데 모금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진 것은 2000년도 이후이다. 이 짧은 모금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에 지금 수많은 해외원조단체들이 모금을 위해 상륙하고 있다. 이미 모금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국내의 대학과 병원, 문화예술단체와 복지기관, 국제NGO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 다양한 기관들이 모금에서의 기술과 정보 격차를 느끼고 있다. 한편 비영리 워치독(감독기관)으로부터 모금 정보 공시와 효율적 관리를 강요받고 있다. 개인후원의 폭발적 성장 이후 나타난 성장의 정체, 단순후원에서 전략적 사회투자로 변하는 기업사회공헌, 고액후원자 클럽의 성장, 청년 중심의 사회적기업 등장, 정부 및 입법자들의 정책적 개입 등 계속해서 모금 생태계는 급격하게 복잡한 형태로 변하고 있다. 대학의 발전과 모금의 관계 세계화, 정보화, 효율성 평가, 그리고 모금생태계의 복잡한 변화 외에 학령인구 감소는 대학을 더욱 긴장시킨다. 많은 대학들이 예측되는 미래 부담을 떠안고 단기적인 재정 다변화를 목표로 모금을 추진하고 있지만 막상 모금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 모금의 성공과 그 안에 숨은 대학 경쟁력 향상이라는 파워풀한 경험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모금에서 성공의 경험은 일회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부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대학의 모금성공이 내포하는 의미를 쪼개어 보면 1)명확한 대학발전계획 수립과 내부소통(alignment)의 성공, 2)대학 브랜드 및 동문 자부심의 제고, 3)대내외 커뮤니케이션 성공, 4)동문의 사회적 영향력 확장, 5)모금 (전문)역할자의 확보에 모두 성공했다는 뜻이다. 이로 인해서 대학이 얻게 되는 것은 기부금 모금의 직접성과뿐만 아니라 대학 경쟁력과 영향력을 높이는 간접 성과도 있다. 이 5가지 요소 중 가장 핵심은 모금에 대한 대학(리더십)의 의지와 명확한 모금명분(메시지)이라 할 수 있다. 왜 우리 대학에 모금이 필요한지에 대해 내부 구성원들과 동문들이 기꺼이 동의할 수 있는 의견수렴과 공감형성의 과정, 즉 대화의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바꾸어 말하면, 대학 본연의 역할에 대해서 재천명하고 최선을 다해 그 사명을 다할 것에 대해서 선언하고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이 것은 공허한 약속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실현가능한 발전계획(청사진)을 제시하고 지속적으로 진정성 있게 사업을 추진하는 실행을 더해 대학의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가능성을 보여주는 소통이다. 대학이 실제 모금에 성공하면 캠퍼스 및 동문사회에 생기가 넘쳐나게 된다. 상호 간에 기분 좋은 만남과 대화의 근거가 생겨나고 이러한 분위기는 다시 대학에 활력을 주어서 경쟁력을 높이게 되며, 그 결과 동문의 사회적 진출 기회가 확장되고 학교의 브랜드가 높아져서 대학발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게 된다. 이 원리는 미국 대학들이 모금을 위해 잘 실현하고 있는 것인데 최근 영국대학들도 이러한 모금구조를 모방하고 두드러진 성과를 거두었다("Fundraising: how to get alumni to cough up", 2009, An Article from Times Higher Education world Universities Rankings by Hannah Fearn). 대학의 모금은 단기적인 모금액 달성보다는 대학 기부문화의 확산(캠페인 등)이 성과목표가 되어야 한다. 단기 모금성과를 추구하는 것은 내부의 구조적 결함은 건드리지 않은 채 단기처방을 하는, 일종의 ‘수혈과 같은 응급처치’와도 같다. 이러한 접근은 단기적인 성과도 장담할 수 없을뿐더러 역량강화나 기부자와의 관계 개선에도 도움을 주지 못한다. 한편, 기부문화를 개선하고자 하는 접근은 대학의 본연의 역할을 강화하고 소통 구조를 개선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하는 방식으로 ‘혈액순환개선 또는 근본적인 체질개선’이라 할 수 있다. 이 접근이 잘 시도될 경우, 1~2년 후에는 다소 의미 있는 변화를 기대해 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체질개선은 대학의 최고 리더십의 의지와 구성원들의 합치가 전제되어야 하며 대학의 중장기 발전계획에 부합된 형식으로 지속적이고 전략적인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 하였는데 대학의 특징을 잘 알고 기부자를 이해하는 것은 성공적인 모금을 위해 너무 당연한 일이다. 자선은 development, 인재양성은 advancement?!! 대학 모금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자선영역의 모금과 비교해 보겠다. 일반적으로 자선, 즉 취약계층과 저개발국가를 위한 후원에서는 development(개발)라는 표현을 쓰는데, 대학 후원을 이야기할 때는 advancement(발전)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두 개념을 비교해보자면 전자는 뒤떨어진 상태를 좀 더 나은 상황으로 만드는 의미라면, 후자는 더 나은 상태로 나아가기 위한 미래지향적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즉, 국제 NGO나 사회복지단체들이 다루는 자선(charity)은 구제와 개발사업, 대학의 연구와 교육 사업은 미래발전사업으로 볼 수 있다. 두 영역 모두 변화(change-making)를 목표로 하지만 자선은 수혜대상에게 직접 혜택이 가는 반면 대학발전지원은 미래사회를 위한 간접 투자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구제의 기부자와 미래발전사업의 기부자는 서로 다른 성향과 이유로 기부를 선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대학의 기부자들은 자선의 기부자들보다 훨씬 이성적이고 관계와 네트워크에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들로서 대학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대학의 기부자들은 기부를 일종의 사회적 투자로 생각한다. 좀 더 큰 차원의 대학 기부를 결정하는 사람들은 국가와 사회의 미래를 염려하고 사회적 대안을 마련하고자 하는 리더 성향인 경우가 많다. 대학의 기부자들은 자신의 기부를 통해서 큰 변화를 위한 의미 있는 계기를 만들기를 원하며, 기꺼이 대학 발전을 함께 논의할 파트너가 되고자 하고 나아가 자신과 비슷한 수준의 지인들에게도 자신의 뜻을 알리기도 한다. 자신의 논리적인 의사결정이 확실하기 때문에 스스로 기부에 대해 만족하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긴다. 한편, 자선의 기부자들은 어려운 이들의 상황을 가슴 아파하며 감정적으로 동기 부여된 기부결정을 한다. ‘나도 어렵지만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보면서 한편의 위로를 얻는 동시에 적은 금액이라도 돕고자’ 기부한다. 절실한 상황을 당장 해결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그 이상의 큰 변화를 기대하지도 않는다. 대부분 적은 금액을 기부하기 때문에 단체에 불만이 있어도 내색하지 않고 오히려 어려운 상황에서 노력하는 자선단체를 이해하고자 노력하기도 한다. 자선 기부자들은 지금 후원하는 단체를 신뢰하기는 하지만 더 좋은 사업을 하는 믿을만한 단체를 만나게 되면 단체를 바꾸기도 한다. 즉, 단체에 귀속되기보다 자선사업의 내용(사회적 이슈)에 마음을 두는 경우가 많다. 기부라는 행위는 같지만 기부의 동기, 의사결정요인, 결과에 대한 기대 등 많은 부분에 있어서 자선의 기부자와 대학발전의 기부자는 다르기 때문에 대학이 기부자의 생각과 마음을 이해하고 기부자의 의도와 뜻을 담을 수 있어야 한다. 모금에 있어서 대학의 태도 변화는 기부문화의 변화를 이끈다. 기부자들은 대학의 메시지를 조용히 귀담아듣고 있다가 적절하게 반응한다. 잘 준비된 대학의 모금은 정중한 초대로 이어질 수 있다. 품격 있는 교류와 상호 간의 신뢰를 통해 지속가능한 파트너십으로 나아가는 기부자는 한층 더 높은 차원으로 성장할 수 있다. 좋은 사업(Good business)를 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기부의 촉진자로서 영향력(Influencer)을 갖게 된다. 대학의 좋은 기부문화는 대학의 동문을 최고의 기부자로 만들어 주게 되는 것이다. 나아가 대학은 동문과 기부자들을 최고 수준의 필란트로피스트(philanthropist)로 성장시키는 장(場)이 되고 그 효과는 부메랑이 되어서 대학에 발전의 기회로 되돌아 올 것이다. ▲황신애 · (사)한국모금가협회 상임이사 황신애 (사)한국모금가협회 상임이사 한국외대, (재)서울대발전기금, 건국대학교, 국제구호개발기구 월드비전 등에서 약 18년간 모금현장을 경험했다. 캐피털캠페인, 부동산 및 유산기부, 기부신탁 등의 전문 분야를 다루며 기관에 맞는 맞춤모금설계 등을 컨설팅하고 있다. 2014년에 대학, 병원, 국제 NGO, 문화예술, 보건의료, 시민사회 등 전반적인 비영리 영역의 모금가들의 전문성, 윤리성 강화를 목적으로 한국모금가협회를 설립하였고, 현재 상임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2016-11 01

[오피니언][짧은 글 긴 이야기] 백패커의 하루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새 종족이 지구를 침범했다. 그 종족의 이름은 바로 백패커(Backpackers). 21세기판 유목민이라고 할 수 있는 국제 배낭족이다. 그들은 큰 배낭을메고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며 지구의 이곳저곳을 탐험한다. [글과 사진. 최정윤(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14)]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터키 백패커 종족의 수명은 개인차에 따라 며칠부터 몇 년까지 그 기간이 다양하다. 이들은 홀로 다니기도, 짝을 지어 친구들 혹은 연인끼리 다니기도 한다. 피부색도 다양하며 언어도 수백 가지를 사용한다. 따라서 백패커 종족을 형언할 하나의 단어는 없으며, 구성원도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천차만별이다. 지난겨울 나는 백패커의 주 구성원인 20대 청년이었다. 나의 정복 장소는 유럽 발칸반도 남반에 위치한 그리스와 유럽과 아시아를 사이에 낀 이색적인 나라 터키였다. 백패커가 되기 위해 특별히 요구되는 능력은 없다. 쌓인 일들을 옆으로 잠시 미뤄둘 시간과 최소한의 비용만 있다면 누구나 세계 어느 곳이든 갈 수 있다. 여기에 열정과 호기심만 있으면 완벽한 백패커 한 명이 탄생한다. 지식과 여행을 계획하는 준비성, 빠른 적응력이나 의사소통 능력은 출발하지 않은 사람의 걱정일 뿐이다. 백패커는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하다. 따라서 싼 비행기 표를 찾는다. 나는 인천에서 모스크바를 경유해 아테네에 도착하는 표를 샀다. 싼 티켓을 구하다 보니 모스크바 공항에서 14시간을 경유해야 했고, 노숙을 했다. 배낭의 모든 고리에는 자물쇠를 채워 발밑에 두고 잠을 청했다. 어렵게 탄 비행기 너머로 펼쳐진 그리스 아테네의 하늘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올 법한 풍경과도 같았다. 파란 하늘에 떠 있는 구름에는 여러 신들이 모여 나의 입국을 환영해 주는 것 같았다. 여행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여행의 모든 과정이 순조롭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공항에서 아테네 중심지인 신타그마 광장으로 가는 메트로를 탔다. 경치를 구경하는 내게 여행을 같이하는 친구가 “야!”라고 속삭였다. 고개를 돌리자 내 가방을 보라는 눈짓을 했다. 나는 내 가방을 쳐다봤고, 소매치기를 조심하려고 배 앞으로 맸던 가방은 열려 있었다. 내 앞에 선글라스를 낀 여자가 홱 고개를 돌렸다. 빨간 손톱을 한 그녀가 머리를 쓸어내리며 태연하게 창문을 쳐다봤다. 당황한 나는 소리를 질러야 할지, 여자의 머리카락을 낚아채 싸워야 할지 0.1초 동안 참 많은 생각을 했다. 문이 열렸고 여자는 유유히 빠져나갔다.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 말이 가슴을 후벼 팠다. 선글라스를 낀 사람들만 보면 가방을 움켜잡기에 바빴고, 새로운 도시가 무서웠다. 10분 거리라고 했던 숙소는 길을 헤매 4시간이 걸려 도착했고, 그날 모든 일정을 취소해야 했다. 나의 로망이었던 배낭여행의 첫날이 화려하지만 냄새나게 그 막을 내렸다. 여행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날씨 때문에 행선지를 바꿀 때도 있다. 터키에선 카파도키아에서의 벌룬 투어(열기구) 탑승을 위해 계획했던 세 개의 지역을 취소하고 달려가야만 했다. 아테네에선 날씨가 좋지 않아 항구에서 배가 뜨지 않았고, 산토리니에서 이스탄불로 넘어가야 했던 우리는 30만 원 이상을 손해 보며 울며 겨자 먹기로 비행기를 타야 했다. 불가항력인 날씨에 당할 때 속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돌아오는 것 모두 그 나름의 가치가 있었다. (좌상) 12시간 버스를 타고 달려 간 카파도키아에서 경험한 벌룬투어 (우상) 사프란볼루라는 작은 마을. 고요하고 조용한, 그리고 꽃내음이 잔잔하게 흐르던 언덕 위에서 내려다 본 모습이다 (좌하) 바위 동굴로 만들어진 생활 공간. 카파도키아의 바위 동굴에서 아늑한 잠을 청한 후, 기쁜 마음에 점프~ (우하) 석양을 등지고 처음으로 여행을 함께한 친구와 함께 찰칵~ 20대의 열정과 청춘을 만끽한 시간 ‘해냈다’라는 뿌듯함이다. 고생했던 경험은 오래간다. 아테네 전경이 다 보이는 리카비투스 언덕을 올라갔을 때다. 케이블카를 찾지 못해 3시간의 강제 하이킹을 했고, 비와 눈이 섞인 강풍 속을 뚫으며 숙소에서 만난 한국인 친구들과 뛰어올라 갔다. 열악한 날씨 덕분에 언덕 정상엔 아무도 없었고, 눈앞에 펼쳐진 엄청난 야경을 향해 우리는 애국가를 목이 터지도록 열창했다. 당시 촬영한 동영상을 보니 손발이 오그라들고 정신 나간 무리에 불과했지만 땀과 비가 섞여 뜨거운 몸을 식히며 우린, 20대의 열정을 그리고 청춘을 만끽했다. 미친 듯이 여행하며 시간의 흔적과 역사적 순간에 현장의 중심에 서 있다는 것은 짜릿할 정도로 흥분됐다. 하지만 항상 놀 수는 없는 법. 여행에도 휴식이 필요하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며 터키인들과 웃고 함께 얼굴을 붉혔으며, 밤에는 큰 키에 뚜렷한 이목구비의 백패커들과 이상한 노래에 맞춰 이상한 춤을 췄다. 맥주를 마시며 동이 틀 때까지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사프란볼루 흐드를륵 언덕에선 절벽에 앉아 그림을 그리고 생각을 적어보곤 했다. 여유로웠다. 한국에서의 여행은 많은 계획과 준비가 요구되는 이벤트적인 개념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백패커들의 여행은 다르다. 한 도시에서만 열흘을 머물고 백패커로서의 삶을 끝내거나 언제 끝날지 모를 삶을 살며 이곳저곳에 발걸음을 남기는 백패커도 있다. 여행을 성대하고 원대한 정복의 대상으로 보지 말자. 한 번의 자유여행으로 난 ‘여행쟁이’가 되고 싶다. 백패커로서의 삶에 온전히 충실하진 못하지만 대신 얇고 긴 삶을 꿈꾼다.

2016-11 01

[오피니언][건강한대] 체중 조절 나만의 성공 비법

겨울이라고 살 빼기가 쉬운 것은 아니지만, 잘 생각해보면 겨울이 오히려 체중 조절을 하기에 절호의 찬스다. 겨울철의 체중 증가를 잘 극복한다면 나이가 들면서 점점 늘어나는 뱃살을 줄이는 전략이 될 수 있다. [글. 이창범 교수(한양대학교구리병원 내분비내과) / 그림. 박하영] 생활 리듬 깨지기 쉬운 계절 체중 관리에 민감한 젊은 여대생의 경우 겨울 방학은 생활의 리듬을 잃어버리기 쉬운 기간이다. 그러나 요즘 들어 이는 비단 학생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굳이 외국계 기업이 아니더라도 외국계 기업과 함께 일하는 많은 한국 기업도 겨울 휴가가 상당히 길기 때문이다. 한국의 비만 환자들의 계절별 변화에 대한 연구 결과는 없다. 그러나 미국인들에 대한 연구결과를 보면 겨울철 비만의 원인을 짐작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겨울철 휴가 기간에 매년 약 평균 0.5kg의 체중 증가가 있으며, 이러한 증가가 장래 비만에 이르는 과도한 체중에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겨울철 체중 증가의 이유로 바깥 온도 변화에 따른 생리적 열 발산 의 변화를 꼽을 수 있지만, 요즘처럼 실내 온도가 높은 곳에서 생활하는 도시인의 변화를 이것만으로 설명하긴 힘들다. 겨울철 체중 증가는 운동량 부족과 식사 문제가 중요한 원인으로 보인다. 특히 겨울철 식사에서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은 잦은 모임에서의 음주다. 맥주 서너 잔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이것이 약 밥 한 공기의 칼로리를 낸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어떤 비만 환자는 맥주가 칼로리가 높아 소주를 선호한다고 하는데, 이 또한 큰 오해다. 맥주 서너 잔이나 소주 서너 잔은 똑같은 칼로리를 가지고 있다. 아울러 이러한 알코올에 더해 각종 모임에서 자주 접하는 삼겹살과 같은 지방식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 그날 저녁 하루만의 칼로리로 일주일간의 다이어트가 무너지기 십상이다. 살 빼는 데 좋은 운동과 식습관 겨울철에는 일상생활에서 운동량이 줄어드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므로 가장 중요한 것은 운동의 원칙을 확실히 하는 것이다. 비만을 위한 운동은 일주일에 세 번 이상 하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겨울철의 운동량 감소를 생각하면 매일 하는 것이 좋다. 매일 운동을 하려면 거창한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날씨 때문에 밖에서 운동하지 못하는 것에 대비해 실내에서 할 수 있는 훌라후프, 자전거, 보행기, 트레드밀(러닝머신) 등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기구가 없더라도 윗몸 일으키기, 스트레칭, 제자리 뛰기 등으로 땀을 흘릴 수 있을 정도의 운동을 해야 한다. 살을 빼기 위해서는 식습관도 중요하다. 푸른 채소류는 운동량 감소에 따른 변비에 도움을 주며 포만감을 제공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칼로리를 줄여준다. 또 겨울이라고 수분 섭취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호흡기계 점막의 수분이 부족하면 공해 물질의 자연 배출에 지장을 가져오며 감기나 호흡기계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겨울철에 큰 감기를 몇 차례 앓고 나면 그해 겨울의 체중 조절은 엉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아울러 하루가 짧기 때문에 점심을 거르고 저녁을 많이 먹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금물이며 세끼를 고루 적당히 먹는 것이 필요하다.

2016-11 01

[오피니언][타임머신] 내 학창 시절의 모든 것, <한양저널>

나는 1980년대 중후반에 대학에 다녔다. 학창 시절 대부분의 시간을 영자신문사 <The Hanyang Journal(이하 한양저널)>에서 보냈다. 그 당시 영자신문사는 출입할 때마다 긴장감을 주면서도 방황하는 청춘들을 끌어들이는 마력 같은 게 있었다. 일단 '먹고 자는 문제'가 해결됐다. 데드라인이 주는 엄청난 중압감 내 전공은 영문학이었지만 교실보다는 학생회관 3층 신문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월등히 많았다. 막차도 끝난 시간이면 학생회관 경비 아저씨의 눈을 피해 위험천만하게도 선홈통(빗물을 내리기 위해 지붕에서 땅바닥까지 수직으로 댄 홈통)을 타고 신문사에 들어가 밤새 이야기를 나누다가 잠들곤 했다. 이렇게 선후배들과 일탈 생활을 하다 보니 정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학과 수업을 얼마나 소홀히 했던지 시간에 몰려 방학 숙제 리포트를 베껴서 제출했다가 영문과 김일곤 교수님의 지적을 받고는 얼굴이 화끈거렸던 기억이 잊히지 않는다. 기사를 쓰면 고료가 나왔다. 학교 앞 중국집 ‘진미루’에서 외상 자장면을 배달시켜 먹고는 원고료가 나오면 뭉텅이로 갚았다. 묘하게도 기사를 마감하는 날, 그 전달 원고료가 지급됐다. 그러면 우리들 (주무, 학생편집국장, 외국인 지도교수, 기자 등 20여 명)은 파티를 했다. 한 달 고료는 하루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증발되기 일쑤였다. 학생들이 무슨 스트레스냐고 하겠지만 데드라인을 정해놓고 영어로 기사를 작성하는 일에는 엄청난 중압감이 있었다. 나는 영문과 학생이었지만 영어에 목말라했던 곳은 강의실보다는 오히려 신문사였다. 2학년 때 과락률이 높아 악명을 떨쳤던 ‘The Norton Anthology of English Literature(영문학사)’ 과목을 들었는데 2학기 때 ‘자율 펑크’를 냈다(지금 한양대 교무처장이 된 김성제 조교께서 백지 답안지를 내라고 조언했다). 영어 실력이 갖춰진 4학년 때 재수강을 했는데 교수님이 채점을 하면서 ‘이 학생이 누군가?’라고 물을 정도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영자신문사에서 먹고 잔 덕택을 본 것이다. 혹독했던 겨울 방학 집중 훈련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영자신문 기자들은 겨울 방학 때 집중적으로 훈련을 받았다. 해병대 훈련에서 육체적 고통이 통과의례 라면, 영자신문사 훈련에서는 정신적 고통이 통과의례였다. 교관들 (선배들)은 <주간조선>을 한 페이지씩 찢어준 뒤 이튿날 오전까지 번역, 제출하는 숙제를 냈다. 주어를 찾다가 밤을 꼬박 새고는 아침에 벌게진 토끼 눈을 서로 확인하고는 허리를 꺾었다. 눈이 쌓여 발이 푹푹 빠지는 진사로를 오르다가 도망치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엉터리 번역을 제출해야 하는 것이 낯 뜨거웠고, 선배들의 ‘사랑의 매(당시에는 전혀 그렇게 느끼지 않았다)’가 무서웠다. 하지만 이 과정을 견뎌내야 영자신문 기자로 인정받았다. 회초리를 드는 선배들을 욕하고, 가슴을 후벼 파는 면박에 반감을 키우면서도 묘한 고마움을 느꼈던 시절이었다. 그리곤 우리도 선배가 됐다. 후배들을 잡는 역사가 반복됐고, 견디 지 못한 후배들은 등을 보이기도 했다. 후배들의 반발에서 설명하기 힘든 배신감을 느꼈던 것도 사실이다 치열했던 신문 제작 과정 1개월에 한 번 4페이지 또는 8페이지씩 만드는 신문(당시는 스탠더드 판형)인데, 제작 과정이 치열했다. 격론이 오가는 기획회의에서 기사와 필자가 선정됐다. 교내외 취재(대학로 공연을 고정으로 다룸)를 한 뒤 영어로 기사를 작성했다. 학생부장이 수정하고 학생편집국장이 다시 첨삭했다. 그리고 외국인 교수가 교정하고 한국 지도 교수가 오케이 사인을 내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서 기사가 완성됐다(당시는 반정부시위 절정기인 1980년대 중반으로 안기부에서 학생들의 동태를 살필 때였다). 최종 원고는 신촌에 있는 삼영인쇄소로 넘겨졌다. 신문을 받아들고는 새벽에 진사로에서 배포했다. 신문을 받아보는 학생 들의 얼굴을 볼 때 스스로 뿌듯하고 대견스러움이 가슴에 꽉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The Korea Herald>가 1985년 대학영자신문 콘테스트를 했는데 <The Hanyang Journal>이 대상을 받았다. 이듬해에도 최우수 편 집상과 우수 기사상을 받았다. 상패를 들고 총장께 보고하러 갔다가 격려금을 받은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선후배 간의 끈끈한 정 신문 제작 과정에 피땀을 쏟았기에 선후배와 동료들 간 끈끈한 정이 쌓여갔다. 사회에 진출해 잘나가는 선배들을 보고는 따라가려고 안간힘을 썼다. 연합뉴스 일본 지사장을 두 번이나 했던 김용수 선배는 후배들의 귀감이 됐다. 일본 정부 문서를 찾아내 위안부 기사를 국내에 처음 보도해 한국기자협회에서 시상하는 올해의 기자상 을 잇따라 받았다. 여러 후배들이 그를 본받아 기자가 되려고 밤잠 안 자고 노력했다. 가을바람이 불 때 언론사 입사 시험을 치러 다니면서 문턱이 얼마나 높은지 절감했다. 번번이 낙방했지만 가끔 학교에 들러 막걸리를 사주는 선배들의 격려에 마음을 다잡곤 했다. 지금은 영자신문사 출신들이 제법 많이 일간지와 방송사로 진출해 언론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연합뉴스는 물론이고 KBS, MBN, 세계일보, 한겨레, 동아일보, 스포츠서울, 코리아타임스, 코리아헤럴드, 문화일보 등에 기자 또는 PD를 배출했다. 내가 기자가 된 것도 <한양저널>과의 인연 때문이다. 한양대 이영무 총장과 김성제 교무처장도 영자신문사 출신이다. 전공이 각기 다른 별동대로 구성된 학생 조직 중에서 매우 다양한 곳에 인재를 배출한 게 영자신문이 아닌가 싶다. 원래 <The Hanyang Times>로 창간한 뒤 1980년 초 강제 폐간됐다가 복간되면서 <The Hanyang Journal>로 태어났다. 복간된 6월 중순 전후로 홈커밍데이 모임을 개최한다. 사회 진출 뒤 만나기가 여의치 않았던 선후배들이 학교에 모여서 술잔을 기울이는 기회다. 해산할 때 왕십리 골목길에서 발을 구르며 주먹을 흔들면서 구호를 외친다. “H, I can. Y, I can. T, I can. Hanyang Hanyang Times, Ya!” “Leaves, we do. Grass, we do. Leaves of grass, Hanyang Hanyang Journal, Ya~”(Leaves of Grass는 월트 휘트먼의 시 제목) (좌상)신문방송학과 오진환(왼쪽)·박영상 명예교수. <한양저널> 지도교수로서 미래 언론인 양성에 힘썼던 두 교수가 지난 1984년 겨울 학생기자들과 함께 경북 도산서원을 둘러본 뒤 촬영했다 (우상) <한양저널> 학생기자들이 1985년 울릉도 하계수련 도중 섬 일주를 하고 있다. 맨 오른쪽이 필자, 오른쪽에서 네 번째가 권순일 동아일보 기자 (좌하) 한양대 김성제 교무처장(앞줄 왼쪽 두 번째. 당시 <한양저널> 주무)이 1985년 여름 울릉도 성인봉을 학생기자들과 올랐다 (우하) 김성제 교무처장(오른쪽 두 번째)과 필자(맨 오른쪽)가 1985년 여름 울릉도 성인봉을 오른 뒤 쉬고 있는 모습 ▲ 1985년과 1986년에 <The Korea Herald>가 개최한 대학영자신문 콘테스트에서 <한양저널>이 대상과 우수상 등을 수상했다

2016-10 31

[오피니언][한대 단상] 일상적인 습관으로의 독서

책 읽기 좋은 계절이 왔다.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까? 상반기에는 한국 소설 최초로 맨부커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한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가 화제가 됐다. 세계 출판 시장에서 사랑받는 한국 문학을 짚어보고, 바람직한 독서문화에 대해 살펴본다. (글. 이구용 케이엘매니지먼트 대표·출판칼럼니스트 / 그림. 박하영) 세계로 뻗어가는 한국 문학 2016년은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 문학이 2011년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이후 가장 큰 주목을 받은 한 해다. 이 책은 한국 작가로는 처음으로 뉴욕타임스와 아마존닷컴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2012년 봄에 신경숙은 세계적 권위의 맨아시아문학상을 수상했다. <엄마를 부탁해>는 지금까지 34개 나라로 번역판권이 팔렸고, 세계 여러 나라의 수많은 유력 언론매체로부터 집중 조명을 받으면서 한국문학은 글로벌 무대에서 큰 관심 대상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2013년 등장한 황선미의 <마당을 나온 암탉>은 미국과 영국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지금까지 29개 나라로 판권이 팔리며 한국 문학의 명성과 저력을 이어갔다. 그 후, 2015년 1월과 2016년 2월에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영국과 미국에서 각각 출간됐다. 지난 5월에 이 작품이 맨부커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하면서 한국 문학은 물론 한국 출판 저작물이 세계 출판 시장에서 그 입지를 다지며 한층 도약하는 기회를 가졌다. 글로벌 독자들은 한국 문학의 다양성을 차례로 경험하면서 그 매력에 점차 큰 호응을 보내기 시작했다. 이정명의 <별을 스치는 바람>은 영국에서 한 해 동안 번역 출간된 해외 소설 문학 중에서 가장 훌륭한 작품에 수여하는 문학상인 ‘인디펜던트 해외문학상(Independent Foreign Fiction Prze)’ 후보에 올랐다. 정유정의 <7년의 밤>은 독일어권 유력 매체인 <디 자이트(Die Zeit)> 집계 ‘2015올해 최고의 범죄소설 톱 10’에 오르며 한국 장르문학 분야의 우수성과 가능성을 대내외에 과시했다. 또 지난 9월에는 프랑스 ‘코냑(Cognac) 도서전’ 선정 ‘2016 해외 최고의 추리소설 톱 10’에 올라 거듭 그만의 저력을 과시했다. 정유정의 최신 장편소설 <종의 기원>은 지난 9월에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미국의 펭귄북스를 비롯해 영국,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등 벌써 다섯 개 나라로 번역판권이 팔린 상태다. 김언수의 장편소설 <설계자들>은 지난 8월에 프랑스에서 ‘2016년 추리문학 그랑프리’ 최종 경쟁 후보작에 오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이 작품은 문학출판의 명문인 호주의 텍스트(TEXT)출판사로 판권이 팔려 영어권 독자를 넘어 세계 독자들을 만나게 됐다. 편혜영의 <재와 빨강>과 <홀>은 지난봄 두 작품의 영어판권이 함께 팔리면서 2017년과 2018년에 연속으로 번역 출간될 예정이다. 언어권마다 다른 출판·독서문화 필자는 출판저작권 에이전트로서 업무 성격상 여러 나라 다양한 언어권으로 출장을 다니면서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어느나라 어느 언어권에서 어떤 책들이 잘 읽히고 덜 읽히는지를. 일례로, 유명 베스트셀러 작가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특정 언어권에서는 출간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한다. 그리고 밀리언셀러라 하더라도 언어권에 따라서 좋은 반응을 보이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한다. 현지 출판사의 제작과 홍보 그리고 유통과 판매의 수완에 따라 현지 독자의 반응에 차이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그와 관계없이 나라와 나라 혹은 언어권과 언어권에 따라 큰 격차를 보이는 예가 종종 있다. 언어권에 따라 철학적 사유가 녹아 있는 문학, 추리를 기반으로 한 문학, 그리고 달콤한 사랑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로맨스소설문학이 각각 대중의 사랑을 받듯 출판 시장의 성격은 저마다 차이를 보인다. 이처럼 각 언어권마다 출판문화와 독서문화는 다르게 나타난다. 따라서 문학을 해외 여러 나라로 수출하는 필자는 다양한 문학을 발굴하여 각 영역에서 선호하는 문학을 각각 선별해 진출시킨다. 그러다 보니 다양하면서도 독특한 개성과 뛰어난 작품성 그리고 대중적 접근성을 지닌 작가와 작품을 찾는다. 이 과정에서 한 가지 현상을 발견한다. 바로 각국 독자들이 형성하고 있는 독서문화다. 작은 의미에서 보면 한 개인의 독서 습관이다. 결국 한 사람의 독서습관이 한 나라의 독서문화, 나아가 산업적인 맥락에서의 출판문화의 골격을 형성하기에 이른다. 습관적으로 읽고 사유하는 자세 독서는 지극히 일상적이고 습관적인 행위 중 하나다. 그렇기 때문에 독서 습관을 견지하는 것이 쉽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다. 한국의경우, 아쉽게도 상당수의 독자들이 어린이와 청소년 시절에 이미 일상적인 행위로서의 독서가 아닌 책임과 의무를 기반으로 한 목적성 짙은 독서 행위를 몸에 익힌다. 결과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일상적인 습관으로의 독서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독서가 어떤 특별한 문화 행위가 아닌 일상적인 습관에서 나오는 행위라는 것을 인지할 필요가 있으며, 바로 그런 기반에서 어떤 형태의 책이든 자연스런 독서가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요즘 생각이다. 잡지와 만화, 무협지・로맨스・추리 등 장르문학과 순문학, 나아가역사, 철학 등 인문 교양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책을 쉽게 손닿는 곳에 두고 수시로 즐기는 상황이 되어야 한다. 한 나라 한 언어권에서 세계적인 문학 작품과 작가를 글로벌 무대로 배출하는 것은 해당 국가와 언어권 독자들의 몫이 크다. 글로벌 무대에서 그 작품과 작가가 파워를 지니게 되는 데에는 그 나라 독자들의 관심과 열정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노벨문학상 역시 이런 독서문화의 터전 위에서 지극히 자연스럽게 건져 올리는 결실이다. 많은 독자들이 일상에서 관심 갖고 가까이 할 때 바로 그런 행운이 어느 날 우연히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도리스 레싱이 말했듯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이제 초겨울로 접어든다. 손 내밀면 닿을 수 있는 곳곳에 어떤 분야의 책이든 놓아두고 단 몇 줄 혹은 몇 쪽씩이라도 습관적으로 읽고 사유하는 버릇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2016-07 20

[오피니언][나눔칼럼] 기부문화 발전 위한 명문대학의 4가지 역할

지금 대학은 단순히 지식의 전달을 넘어, 새로운 사회적 패러다임의 변화에 주요 리더십 역할을 스스로 자처하고 실행에 옮겨야 명문(名門)대학이 된다. 요즘은 명문의 지표가 기부금 총액과 연관을 짓는 정량적인 것을 넘어 더 깊고 넓고 지혜롭게 쓰고 모으는 정성적인 것까지 대학 경쟁력에 포함되고 있는 추세이다. 만약 명문대가 되는 것이 목표 중 하나라면 명문대의 정의가 확실하게 정립되어야 하고, 측정방법 또한 이해관계자 간에 공유되어야 한다. 대학은 교육을 통해 기부문화를 권장해 재학생이나 졸업생들에게 특별한 역할도 기대한다. 리처드 세넷은 저서인 《불평등 사회의 인간 존중》에서 어린이들이 바깥세상으로 나아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중간 계급으로 행동하는 법 외에도 다른 것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너는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답변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 질문에 당당히 대답할 수 있어야 명문대 출신이다. 명문대학이기에 필란트로피 정신이 있는 것인지 필란트로피가 있기에 명문대학이 된 것인지 분명하진 않지만, 중요한 것은 미국의 명문대학에서는 이라는 점이다. 비록 사회 교육이 인간의 동정심의 영역을 확대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함에도 불구하고 여러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들이 대학기부를 통해 가치 사이클 안에서 조금씩 이루어져야 된다고 본다. 아직 한국사회 전반에 기부 생태계가 형성되어 있지는 않지만 기부문화에 대한 대학의 역할을 네 가지로 표현하자면 다음과 같다. 1. 가치 생태계의 조성을 위한 인큐베이터 경제학자인 우마이르 하크(Umair Haque)는 기업을 대상으로 “당신이 가치순환생태계를 만들지 않는다면 누군가가 직접 만들 겁니다. 그리고 당신은 그 안에서 이리저리 팔려가겠죠.(중략) 몇몇 산업은 내부를 혁신하지 않으면 누군가가 모래무덤 밑에 묻힐 각오를 해야 합니다”라고 했다. 대학도 같은 가치순환생태계 안에 있기에 같은 운명을 갖고 있다. 밖으로 나가기 위한 인큐베이터 역할을 산업의 소스인 대학에서 한다. 이때 가치 사슬(value chain)을 넘어 가치 사이클(value cycle)로 가야 하는데, 핵심은 필란트로피적 리더십이고, 대학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기부문화는 가치순환생태계의 윤활유나 촉매제 역할을 한다. 결국 명문이 되기 위해 기부문화를 촉진한다는 것은 성공적인 대학의 가치 사이클을 기반으로 전반적으로 스필오버 현상(spillover effect)이 일어나 가치순환생태계 내에서 사회전반에 걸쳐 기부산업을 촉진한다는 뜻이 된다. ▲ 대학의 가치 사이클 대학 기부문화의 뿌리는 단순히 대학 발전이라는 개념에서 시작된다. 대학의 부족한 재정을 보충하기 위한 기부나 모금에 대한 논의가 발전(Development)의 개념으로 잘못된 접근을 하고 있다. 희생자들의 보상에 초점을 맞추고 거창한 비전만 제시하기에 지속 가능하게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진정한 발전이란 단순한 재정 보충이 아닌 성공한 기부자를 축하하고 뒤처진 자를 말뿐인 멘토십(mentorship)을 넘어 실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힘인 스폰서십(sponsorship)으로 되어야 한다. 2. 철학과 학문이 있는 기부문화 소스 현재 우리나라에서 말하고 행해지는 ‘나눔’이란 Judaism의 charity, Greco-Roman 시대의 Philanthropy, 그리고 한국전통의 나눔 문화와의 혼합체이다. 이러한 융합에는 장점도 있지만 한편으론 개념에 대한 혼돈을 동반한다. 그 혼돈을 바로 학문적으로 잡아 주는 곳이 대학이다. 한양대에서 국내 최초로 ‘필란트로피의 이해와 실천’이라는 과목으로 교육이 진행 중이다. 대학에서 자원봉사나 기금모금 전에 기부문화를 연구하고 공부하는 것은 지식을 얻기 보다는 바른 질문을 하기 위함이다. 빌 게이츠가 필란트로피스트 라고 하면 누가 왜 그를 그렇게 불렀으며, 과연 필란트로피라는 개념은 우리나라에서 가능한가를 질문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부의 역사를 연구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다른 시대의 사건에 대한 지식이 아니라 다른 시대의 눈으로 봄으로써 지금 보는 것을 당연하게 보지 않고 의문을 던질 수 있는 능력을 갖기 위함이다. 불행히도 많은 대학들은 그 의문을 던지지 못하고 있다. 대학의 문화는 그 사회의 질적 수준을 대변한다. 대학이 무엇을 가르치고 어떤 인재를 키워내는지는 사회의 경쟁력과 직결된다. 대학이 나눔과 봉사를 강조하면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더불어 사는 성숙함을 가질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세계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하버드에서는 ‘나눔’을 중시하는 교육 철학을 가진다. 하버드대 안에서 학생들은 남과 더불어 살며 어려운 이들을 도울 수 있는 인재로 커 나간다. 급격한 성장기를 거쳐온 한국에서 대학은 산업 인력을 배출하는 통로 역할을 맡아왔다. 쉴 틈 없이 달려오는 동안 취업과 스펙 같은 학생 개인의 능력을 키우기 위해 애를 썼다. 그래서 최근 한양대학에서도 남과 나눌 줄 아는 인재, 사회의 고민을 공유할 자세가 돼 있는 인재를 기르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사회 구성원 간 갈등 양상이 첨예해 지고 있는 상황에 대한 해답을 지성의 전당인 한양대가 찾으려는 열정이 있음이 확인이 되었다. 3. 포용적 비즈니스의 선도 우마이르 하크(Umair Haque)가 주장한 새로운 자본주의의 5가지 초석 중 하나인 ‘완전한 시장(market completion)’이라는 콘셉트는 20세기 자본주의가 돌보지 못한 이들을 위한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자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렇게 하면 시장을 보다 ‘완전’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완전한 시장’에 대응되는 20세기 자본주의의 초석은 ‘시장 보호’이다. 기업은 자신의 시장을 지키기 위해 경쟁업체를 파괴하고 무너뜨리고 깨부수려 한다. 경쟁업체의 제품 유통을 제한해 소비자들이 자사 제품만을 쓰도록 가두려는 기업들은 1~2년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나면 자사 제품에 소비자를 가두지 않은 기업들이 훨씬 앞서 있는 것을 발견할 것이다. 이때 포용적 비즈니스(inclusive business)와 공유경제(sharing economy)의 개념이 필요한데, 빈곤층 및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이들에게 고용과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공급 측면에서 취약계층을 생산자, 공급자로서 비즈니스 가치사슬에 포함해 소득을 증진할 방안을 모색한다. 라인홀드 니버는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에서 ‘다른 사람의 욕구를 자신의 욕구만큼이나 생생하게 받아들이고, 또한 먼 곳에 있는 사람의 필요성도 직접 눈앞에 드러난 필요성처럼 신속하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가장 지성적인 사람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기부문화 정신이 자기 대학 울타리를 넘어설 수 있는가가 문제이다. 이것은 기부금을 모아 대학 안에서만 쓰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좀더 폭 넓게 쓰는가에 대한 것이다. 전략적으로 대학의 목표가 최고의 기부금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졸업생 중에 얼마큼의 숫자가 한국 사회에 기부하는가에 대한 지수가 더 중요하다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생겨야 한다. 4. 정보 불균형을 해결하는 역할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발달한 대형단체들은 정보의 수집, 생산, 가공, 분배 능력이 뛰어나 양질의 다양한 정보를 신속하게 기부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소형단체들은 양질의 정보를 전달하기 힘들다. 우리 사회의 복지 불균형을 바로잡는 역할을 하는 민간 모금기관들 역시 극심한 정보의 불균형에서 시작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월드비전, 삼성생명공익재단 등 상위 1~2%의 기관이 전체 모금액의 77.3%를 차지하고 있었다. 반면 하위 64.6% 기관의 모금액은 1%에 불과했다. 마찬가지로 대학 기부금의 쏠림 현상 이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비영리단체의 정보 불균형은 이해 관계자의 불만, 갈등의 출발점이다. 전문지식이 요하는 문제에서는 더 심각하다. 물론 기부나 모금이 전문지식이 요하는가에 대한 이견이 있긴 하다. 그래서 많은 단체의 미션이 이런 정보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정보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다. 대학 교육은 바로 이런 정보 불균형을 방지하기 위함이고, 그런 서비스가 필란트로피 산업의 중추역할을 하기도 한다. 기부자가 정보 불균형으로 인한 기부의 역선택을 초래하는 정보 불균형이 가장 근본적인 사회문제임을 인식해야 한다. 이런 정보의 불균형을 해소시키고 건강한 기부문화에 대학이 밑거름 역할을 해야 한다. ▲ B.K. Ahn·한국기부문화연구소장 Bekay Ahn, CFRE (Certified Fund Raising Executive) 현. 한국기부문화연구소 소장 현. ICNPM(International Council for Nonprofit Management) 대표 현. 한양대학교 경영학과&공과대학 초빙교수 아시아 최초 CFRE(국제공인 모금전문가) 자격증 소지자로 텍사스 주립 대학 발전기금 자문위원, AFP 국제 분과 위원, CFRE 자격증 보드멤버로 활동했고, 아시안 대표로 국제 컨퍼런스 스피커와 대학 및 NPO/NGO 강사로 활동했다. 텍사스 주립대 석. 박사 과정에서 환경공학을 전공했고, Unitech Associates,Inc를 설립하여 환경영향평가와 성과관리 전문가로서 성공적으로 컨설팅 회사를 운영했다. 현 ICNPM(국제 비영리 협의회) 대표와 한국기부문화연구소 소장으로서 한국에서 기금조성 전문가 양성과 리더십을 위한 교육, 비영리기관의 기금조성 컨설팅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비영리단체 모금전략》, 《푼돈의 달변, 큰돈의 경청》, 《The Secret of Asking(착한 요청의 비밀)》, 《나눔이 준 판도라상자》, 《필란트로피의 이해와 실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