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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21 기획 > 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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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민 교수의 소셜 칼럼] 3. 논문이란...

"한 마디로 논문은 세상에 대한 자신의 주장이다."

한양뉴스포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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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yang.ac.kr/surl/iWF

내용

 논문을 지도하다보면 가끔 학생들이 '논문'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해진다. 아무리 설명해도 논문 자체에 대한 학생들의 선입견, 즉, 석사나 박사 학위를 받기 위해 통과해야하는 골치아픈 '절차'라는 소극적인 관념이 바뀌지 않는 것 같다.

 

형식적으로는 그 인식이 틀리지 않다. 그런데, 과연 그렇게 여길 수밖에 없을까. 때로 가슴이 답답해진다.

 

한 마디로 논문은 세상에 대한 자신의 주장이다. 자기 자신의 주장이 없는 논문은 논문이 아니다.

 

공부하는 것과 논문 쓰는 것은 동일한 행위가 아니다. 공부한 지식을 정리한다고 논문이 되지 않는다. 공부를 아무리 많이 해도 세상에 대한 주장이 없으면 논문을 쓸 수 없다.

 

세상에 대해 주장을 하려면 먼저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주장은 곧 해답인데, 어떻게 문제 없이 해답이 있겠는가. 논문을 작성하기 전에 논문에서 다루려고 하는 문제를 분명히 해야 한다. 어쩌다 대학이 '논문' 생산 공장처럼 되어가니 문제가 되지 않은 문제를 다루는 논문이 양산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가치있는 문제에 대해 자신의 주장을 제시한다는 논문 작성의 본래 목적을 잊어서는 안 된다.

 

문제는 문제의식에서 나온다. 학문에서 문제의식이란 강한 지적 호기심이다. 사회과학이라고 해서 그것이 꼭 세상에 대한 실천적 측면에서의 문제의식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현실의 쟁점과는 먼 순전히 학술적이거나 과학적인 문제의식일 수도 있고, 때로는 연구방법 자체에 대한 문제의식일 수도 있다. 그런데 학생들에게서 치열한 문제의식을 찾기 어려울 때가 적지 않다.

 

예컨대 문제의식이 충만된 연구자에게는 항상 다음과 같은 의문이 찾아오곤 한다: 저 사회현상의 원인은 무엇일까? 저 정책이 도입된다면 예견된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저 사회문제를 해결할 길은 없을까? 그 현상을 꼭 그렇게 해석해야 하나? 도대체 어떤 학자의 주장이 맞는거야? 왜 선배 학자들은 이 문제에 주목하지 않았을까? 그 학자의 연구 결과가 정말 맞을까? 이 연구에 적용된 방법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미국사회에서 검증된 그 주장이 우리 사회에서도 통할까? 새로 개발된 방법을 적용해보면 더 나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등등.

 

문제가 확실히 잡히면 연구의 절반은 진행된 셈이다. 그 다음에는 문제에 대한 자신만의 해답을 찾아야 한다. 여기에는 깊은 사색과 성찰, 그리고 문헌 연구가 필요하다. 동일한 혹은 유사한 문제와 씨름했던 선배 학자들이나 다른 학자들의 연구 성과를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생각을 더욱 선명하게 정리할 수 있고, 다른 연구에서 제시된 주장과의 차이를 분명히 인식할 수 있다.

 

그 다음에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리나 사실을 제시한다. 주장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주장만으로는 좋은 논문이 될 수 없다.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탄탄한 논리나 자료가 제시되어야 한다. 요즘은 데이터를 먼저보고 거꾸로 문제와 주장을 꾸미는 신묘한 학자들도 적지 않지만 그러한 묘법이 문제의식의 부재를 결코 정당화할 수 없다. 사실 데이터는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에게만 세상의 비밀을 살짝 보여준다. 문제의식이 없는 연구 로봇들에게 '빅데이터'는 빈곤한 연구를 치장하는 화려한 눈속임일 뿐이다.

 

요즘 거짓 선지자들의 데이터와 현란한 그림에 유혹된 학생들이 문제의식을 뒷전으로 밀어버리고 테크닉 배우는 데만 열중한다. 사회과학이 컴퓨터 앞에서 된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너무 많다.

 

끝으로 겸허하고 솔직하게 자신의 연구 결과를 돌아보고 자신의 연구가 세상에 보탠 것이 무엇이고 어떤 한계를 안고 있는지를 고백한다. 연구자가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보면 자신의 연구가 세상의 전부인 것 같은 환상에 빠지기도 한다. 백년에 한 번쯤은 논문 한편이 세상을 바꾸기도 하겠지만 나는 전혀 그럴 능력이 없고 그런 학자를 꿈에서라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것이 논문이다. 이제 답답한 가슴이 좀 풀린다.

 

 

윤영민 교수의 소셜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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