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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 15

[리뷰][유학원정기 ①] 한인학생회 송준석 부회장

우리 대학생들은 항상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20대의 선택은 인생의 무게와 가치를 결정지을 수도 있는 중요한 문제라는 데에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그런 이유로 대학생들은 항상 고민하고 각자의 진로를 모색한다. 해외유학도 그 중 하나이다. 해외유학은 분명 국내에서는 채울 수 없는 부분들을 채워줄 수 있기에 아주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멋모르고 유학길에 오를 수는 없는 법. 그래서 위클리 한양에서는 현재 해외에서 유학중인 졸업생들의 유학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번 주는 그 첫 시간으로 미국 텍사스 주립대학교(The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전자공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으며, 한인학생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송준석(전자통신컴퓨터 04년 졸) 군을 만나 보았다. “Be prepared” 2000년, 대학에 입학하고 들뜬 마음으로 지낼 무렵, 인생에 전환점을 준 강의를 듣게 됐다. 삼성종합기술원 윤석열 님이 해 주신 실용공학 강의였다. 2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는 강의였지만 “당장 씨를 뿌려라”, “평범한 노력은 노력도 아니다”라는 말을 반복하면서 열변을 토하셨던 윤석열님의 강의는 노트와 펜을 바쁘게 만들었고, 그 때 메모했던 내용은 지금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파워포인트의 마지막 슬라이드, 딱 두 단어로 표현된 문장은 내 가슴 속에 깊게 새겨졌다. 그 문장은 바로 “Be prepared”였다. 가자! 미국으로 강의 후, 많은 시간을 투자해 내가 과연 가고 싶은 길이 무엇인지,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지에 대해 정리해 보았다. 이 때, 수많은 자서전을 읽었다. 내가 존경하는 분들이 걸어온 길과 앞으로 내가 걸어야 할 길을 대조해보며 교수님, 선배님, 그리고 산업현장에 계신 분들을 만나보면서 조언을 구했다. 한 달이 지났을까, 나의 계획이 조금씩 완성되기 시작했다. 내 자신이 IT 분야의 전문가, 리더가 돼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앞장설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것, 나의 인생을 통하여 많은 청년들이 꿈과 희망을 가지고 국가의 발전에 일조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이 두 가지 목표가 나의 나침반이 되어줬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유학이 필수라고 판단했다. 선진국의 기술을 배우는 것 외에도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고, 세계의 여러 인재들과 동고동락하며 경쟁하는 것은 나중에 리더로써 일하는 나에게 훌륭한 경험을 주리라 확신했다. 나는 새하얀 A4 종이에 나의 소중한 꿈을 한 글자, 한 글자씩 정성을 다해 적어나갔다. ROTC 후보생이 돼 육군 장교로서 조국에 대한 의무와 책임을 다하고 06년에 미국으로 유학을 간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다짐했다. 언젠가는, 언젠가는 꼭 해내겠다고.......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ROTC 후보생 생활과 학업을 병행하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시간을 더 필요로 했고, 난 아침시간을 소중히 활용했다. 중앙도서관 1열람실 11번 자리는 나의 자리가 되어가고 있었다. 매일 6시 전에 도서관에 도착해 신문을 읽고 공부를 시작하는 나의 습관은 졸업할 당시 내게 학업우수상과 교육사령관 상장이라는 두 가지 선물을 동시에 가져다줬다. 방공병과 전국 1등으로 임관한 나는 육군본부에서 근무하게 됐고, 또 다른 소중한 경험을 가지게 됐다. 군 생활은 세상을 가르쳐줬고, 소대원들은 겸손함을 가르쳐줬다. 여러 지휘관을 섬기며 다양한 리더쉽을 경험하고, 나 자신을 뒤돌아보게 된 것은 세상 어디서라도 배울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중위시절에는 GRE 공부를 하기 위해 새벽 3시에 일어나서 단어를 외우기 시작했고, 힘들고 어려운 날들을 보냈지만 얼마 후에 좋은 소식을 듣게 됐다. 새로운 도전 2006년 2월, 6년간 목표로 세웠던 미국의 한 대학으로부터 입학해도 좋다는 꿈만 같은 연락을 받았다. 거짓말처럼 나의 계획이 현실이 된 것이다. 그해 여름, 전역 후 한 달 만에 미국 땅을 밟았다. The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UT) 전자공학과 대학원에 입학한 것이었다. 학부수업내용도 잘 생각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 대학원을 들어갔으니 어느 정도는 힘들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학업을 시작했다. 아, 예상은 훨씬 빗나갔다. 수업시간에 교수님이 하는 말씀은 정말 알아듣기 힘들었고, 더 힘들었던 것은 내용 이해가 전혀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퀴즈와 프로젝트, 그리고 시험으로 채워진 학사일정은 나를 보기 좋게 넘어뜨렸다. 이렇게 공부가 어렵고 힘들었던 적은 없었지만, 그래도 거북이처럼 한걸음, 한걸음 따라가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학업은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 아무리 따라가려해도 돌아오는 것은 좌절과 눈물뿐이었다. 가족과 친구들을 떠나 타지에서 이렇게 힘들어 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보며 자신감을 조금씩 잃어갔다. “여기서 끝나는 것인가!” 하는 마음속의 안타까움이 날 정말 힘들게 했다. 그 때, 다행히 나는 고마운 분들을 만났다. 나를 아껴준 UT 전자공학과 선배님들이 조금씩 지도를 해주었고, 나도 배워나가기 시작했다. 선배님들의 격려와 관심은 나를 더 밝게 해주었고, 그리고 더 노력하게 만들어주었다. 물론, 지금도 한없이 부족한 나지만, 조금씩 따라가려고 항상 노력하고 있고, 나아가 이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국가의 발전에 일조하고 싶다는 생각은 변함없다. “인생에서 정답은 없다. 정답은 만들어 가는 것이다” “과연 유학을 가는 것이 좋은 것인가, 아니면 국내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직업을 얻는 것이 더 좋은 것인가” 이는 후배들로부터 자주 듣는 질문이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면 늘 하는 말이 있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고, 정답은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개개인에게 주어진 달란트(talent, 타고난 재능)는 모두 다르다. 그 달란트를 가지고 주변 환경에 맞게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 진정한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길로 가던지 자신의 꿈과 목표가 확연하다면, 정상의 달콤함을 맛보리라 확신한다. 유학이 언제나 플러스가 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학사졸업 후에 현장에서 경험을 쌓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고, 또는 국내대학원의 훌륭한 교수님 밑에서 연구를 하는 것이 더 올바른 길일 수도 있다. 그러면서도 유학의 장점이 있다면, 바로 다양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과 세계 여러 곳에서 온 인재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이들과 토론하고 대화하며, 우정을 나누는 것은 국내에서 얻기 어려운 부분들이다. 미국에서 이처럼 다양한 사람들과 내 생각을 나누고 토론하는 것은 정말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세계 속의 대한민국을 위해 해외에서 다양한 경험을 한다는 것, 이것은 말로 표현하는 것보다 더 대단하고 경이로운 일이다. “정상에서 만납시다” 나 역시 배움의 과정에 있는 학생이고, 부족한 사람이지만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AIM HIGH” 전공과목 시간에 서병설 교수님께서 칠판에 또박또박 직접 써주신 말이다. 유학이든 또는 대학원 진학이든, 어느 길로 가던지 자신의 꿈을 높게 가지고, 도전하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도전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성취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젊음 가운데에서 자신의 꿈과 희망을 위하여 도전한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기나긴 인생에서 훌륭한 경험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유학은 꿈을 향해 가는 길 중의 하나다. 만약 유학을 생각하고 준비하는 후배들이 있다면,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노력하라는 말을 하고 싶다. 유학을 준비한다는 것은 많은 끈기와 부단한 노력을 필요로 한다. 전공은 물론이되, 영어공부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특히, 유학준비를 떠나서 영어와의 끈은 절대 놓지 않기를 당부하고 싶다. 나 또한 지금까지도 부족한 영어실력 때문에 많은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대학 시절 영어공부를 더 열심히 못한 것이 언제나 후회가 될 뿐이다. 유학은 그렇게 어려운 길이 아니다. 본인의 의지만 있고, 열정과 꿈이 있다면 언제든지 이뤄낼 수 있다. 나는 그리 대단한 유학생이 아니다. 나보다도 훨씬 더 훌륭한 유학생활을 하고 있는 학생들이 부지기수(不知其數)다. 나는 후배들이 나의 경험을 통해 조금 더 자신감을 갖고 유학에 접근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용기를 내 이 글을 쓴다. “정상에서 만납시다”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의 제목처럼 모교의 발전을 위해, 그리고 더 나아가 국가의 발전과 번영을 위해 정상에서 더 많은 동문들을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 모두 같이 하루하루를 감사하며,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그런 사람들이 되도록 하자. 우리 자신을 위하여, 모교를 위하여, 그리고 조국을 위하여....... "두려움을 극복해낼 수 있는 것은, 목표에 대한 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꿈이 있어야, 그리고 그 꿈이 이루어진다는 확신이 있어야 결국은 이기지 않나 싶습니다." -산악인 엄홍길 대장 인터뷰 중에서- 기고 : 송준석(전자통신컴퓨터 04년 졸) 정리 : 김준연 학생기자 halloween@hanyang.ac.kr

2007-08 15

[리뷰]이상경(생명) 교수의 해외 교환 연구기

방학이 끝나가고 있다. 두 달여 간의 방학동안 각자의 계획을 세워 바쁘게 지냈을 것이다. 외국어 공부를 한 학생도 있을 것이고, 학점을 취득한 학생도 있을 것이다. 무더위를 피해 여행을 가거나, 독서를 통해 지식을 얻은 학생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기나긴 방학동안 교수들은 무엇을 할까? 교수들도 학생들처럼 각자의 계획을 가지고 방학을 알차게 보낸다. 강의 준비도 하고, 논문 작성을 위한 연구도 한다. 특히 이공계열 교수진에게 방학은 실험에 전념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기다. 방학을 맞아 하버드대학에서 공동 연구 활동을 진행한 이상경(공과대·생명) 교수가 위클리한양에 기고문을 보내왔다. 이제 성적정리도 끝났다. 나만의 2달간의 방학이다. 매년 여름이면 방학과 동시에 나는 미국 보스턴에 간다. 아파트는 인터넷을 통해 한 달 전에 하버드의과대학 근처로 구해놓았다. 방학이면 강의교수가 아닌 실험에 직접 참여하는 연구자가 된다. 매 학기 내가 운영하는 실험실인 “RNA간섭을 이용한 유전자치료 연구실”에서는 우리가 만든 재료를 이용하여 유전자 치료 가능성을 연구한다. 그 재료들 중 동물실험의 가능성이 있는 약품이나 재료를 가지고 하버드 의과대학 샹카 연구실과 공동으로 동물실험을 하는 것이다. 이번 여름에 한 실험은 본교에서 정제한 항체를 이용해, 에이즈 바이러스에 대한 유전자 치료 효과를 동물실험을 통해 알아보는 것이다. 동물실험에 사용되는 쥐는 완전한 면역결핍 쥐로 한 마리당 약 30만원을 호가하고 한국에서는 구할 수가 없다. 이러한 쥐에 사람의 혈액세포를 주입하면 약 2개월간 인간의 혈액세포가 쥐의 혈액에서 생존하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쥐를 우리는 “인간화된 쥐”라고 부른다. 인간화된 쥐에 우리가 만든 신약이나 재료를 주입하고 에이즈 바이러스를 주입시켜 인간의 혈액세포가 감염 되는지 확인해 우리가 만든 신약, 재료의 효능을 평가해 봤다. 또한 에이즈 환자의 혈액을 쥐에게 이식 한 후 신약, 재료를 처리해 에이즈 환자의 혈액세포에서 바이러스가 감소했는지를 조사해 에이즈 병에 대한 치료약으로서의 가능성도 이번 방학 동안 알아봤다. 실험 시작 전 하버드 의과대학에서 면역결핍 쥐를 주문, 준비했고 내가 도착한 다음날 샹카(하버드·의대) 교수 실험실에 있는 전임강사 쿠마 박사의 도움을 받아 사람의 혈액세포를 쥐에 이식했다. 에이즈 균은 오직 사람의 백혈구에서만 감염되므로 동물실험에서도 인간의 혈액세포를 주입해 “인간화된 쥐” 모델을 사용해야 된다. 동물실험은 주로 4마리를 한 케이지에 넣어 한 그룹을 이루고 대조 그룹까지 포함하여 5 케이지에 20마리를 분산시켰다. 이들 쥐에 혈액세포를 주입하고, 다시 우리가 준비한 항체신약을 주입한 지 3일 후에 에이즈 바이러스를 주입했다. 바이러스 주입 후 3, 7, 10, 15일에 에이즈 바이러스의 감염 정도를 쥐의 혈액 내에 존재하는 인간세포의 감염 정도로 관찰했다. 또한 치료효과를 알아 보기 위해 이번에는 먼저 에이즈 바이러스를 쥐에 주입하고 우리가 개발한 항체의약을 바이러스 주입 2일 후 쥐에 주입해 바이러스의 치료 정도를 2주 동안 관찰했다. 첫 번째 동물실험은 에이즈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효과의 연구가 되겠고 두 번째 동물실험은 치료제의 효능평가가 되겠다. 결론적으로 이번 연구의 결과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실험 결과가 좋았다. 우리는 글로벌화된 세상에 살고 있다. 실험에 대한 연구도 마찬가지이다. 만약 우리가 직접 “인간화된 동물”을 만들고 직접 연구를 한다면 많은 시간이 걸리고, 그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하지만 어느 다른 분야의 전문가와 같이 공동연구를 하면 시간,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무엇보다 연구의 질이 높아지기에 나는 신약, 재료를 개발해서 재료의 효능을 미국의 샹카 실험실과 같이 한다. 또한 에이즈 바이러스를 이용한 동물실험은 생물안정성 레벨3 (Biosafety level 3)를 요구하며 이러한 BL3와 동물실험실을 하버드 의과대학은 갖추고 있어서 공동연구를 통해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이러한 공동연구의 결실로서 지난 7월에 네이처에 일본뇌염에 대한 유전자 치료가 발표됐고, 이번 여름방학 동안 끝낸 에이즈 백신과 치료약도 좋은 성과를 이루었기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8월 첫째 주까지 실험을 하고 둘째 주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다시 교수로 돌아오니 왜 그리 많은 서류와 업무가 많은지. 수강신청 상담에서 교과목 안내도 인터넷에 올려야 되고, 쉬고 싶지만 시간에 쫓겨 힘이 좀 든다. 하지만 나에게는 나만의 연구 자유가 있기에 즐겁다. 교수는 연구뿐만 아니라 교육에도 충실해야 되기에 빨리 마음을 정리해서 내 본연의 임무로 돌아간다. 학생들의 연구를 바탕으로 데이터 정리와 논문작성을 하면서 개학 전 마지막 1주일은 가족과 함께 보내려고 마음을 먹는다. 다시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려 하고 있다. 정리 : 장기진 취재팀장 jyklover@hanyang.ac.kr

2007-07 22

[리뷰][배낭여행을 가다 ④아프리카 편] 에티오피아

커피나무의 자생지를 뜻하는 아랍어 카파(Caffa). 우리가 즐겨 마시는 커피(Coffee)는 이 나라의 주명(州名)인 ‘카파’에서 유래됐다. 6·25전쟁 때 우리나라를 돕기 위해 파병을 한 나라, 기아와 질병으로 시달리는 가난의 땅. 이름마저 생소한 이곳은 바로 검은 대륙에 있는 에티오피아다. 2년 전 어느 구호단체를 통해 이곳 어린이들과 후원을 맺게 되면서 시작된 인연이 에티오피아 방문으로 이어졌다. 내가 속해있는 교회에서 단기선교 활동을 위해 에티오피아를 찾게 된 것이다. 서늘한 온도와 탁한 공기, 황인종은 모두 중국 혹은 일본인? 지난 2일, 인천공항을 떠나 9시간 남짓 비행한 후 도착한 곳은 두바이. 다시 환승을 하고 4시간을 비행하니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의 볼레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해발 2,000m 가 넘는 고산지대에 위치한 아디스아바바에 내리니 온도는 서늘했다. 자동차들이 내뿜는 매연으로 공기는 탁했다. 매연규제가 제대로 돼 있지 않다고 한다. 거리에 자동차는 대부분 일제 브랜드였고, 간혹 레간자, 마티즈 같은 우리나라 차를 볼 수 있었다. 외국에 나가면 모두 애국자가 된다더니 나 역시 우리나라 승용차를 보니 뿌듯하면서 반가운 마음에 저절로 미소 짓게 됐다. 버스를 타고 이동한 곳은 베이스캠프 겸 숙소로 쓰일 명성기독병원(이하 캠프). 이동 중 차가 멈춰있을 때면 어김없이 현지인이 하나 둘 관심을 보였다. “You, China or Japan?” 에티오피아에 머물렀던 보름간 가장 많이들은 말 중 하나다. 일종의 인사가 돼 버렸다. 병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지인들은 서양인보다 동양인에게 더 친근감을 느낀다고 한다. 에티오피아에 있는 동양인 중 한국인은 소수라 인지도가 낮단다. 짐을 풀고 곧장 봉사활동 장소로 떠났다. 해맑은 아이 vs 거친 아이, 고된 의료봉사에도 행복해 아디스아바바 시 교외에 위치한 베레쯔게. 처음 활동을 시작한데다 의사소통 문제까지 걱정됐지만 우리 일행을 맞는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자 이내 긴장이 풀렸다. 2일 동안 공연, 율동, 제기차기를 가르쳐주고 함께 놀면서 그곳 어린이들과 교감을 나눴고, 마음속에 막연하게 남아있던 선입견은 눈 녹듯이 사라졌다. 인구의 40%가 20대 이하라 ‘젊은 나라’로 분류되는 에티오피아. 미래의 주역들과 함께하면서 어렴풋이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 찾은 곳은 마타하라 지역.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동쪽으로 5시간 달리면 도착한다. 공용어보다 오로모어라는 토속 언어를 많이 쓰는데다 워낙 낙후된 지역이라 여러모로 불편했다. 푸른 초원보다 마른 흙이 많은 삭막한 풍경이 펼쳐진다. 아이들도 다른 지역보다 조금 더 거칠었다. 어린 아이들끼리 서로 싸우고, 덩치 큰 아이가 작은 아이를 폭행하는 것은 다반사였다. 이곳에선 주로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과 의료봉사를 동시에 펼쳤다. 캠프에서 나온 한인, 현지인으로 구성된 의사 2명과 함께 치료보조나 처방전에 따른 약 조제, 안내 등을 맡았다. 내륙지역이라 해산물을 먹지 못해 요오드 부족으로 백내장이나 임파선 환자가 특히 많았다. 어린 아이에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이 몰려 육체적으로 힘들었다. 일손도 달리고, 말도 통하지 않았지만 치료 후 약을 받아가면서 끊임없이 고맙다고 인사하는 사람들을 보며 보람을 느꼈고, 무척 행복했다. 비쩍 말라버린 어린 마부와 말(馬)을 보며 가슴 아파 마타하라 다음으로 이동한 곳은 데브라젯. 수도에서 서쪽으로 약 2시간 거리에 있다. 그곳 베들레헴 학교에서 봉사를 계속했다. 여느 지역과는 달리 강당에 모인 아이들은 무척 질서정연했다. 다른 지역에서처럼 통제할 필요 없이 잘 따라주어 오히려 우리 팀이 당황할 정도였다. 봉사 마지막 날 문화체험의 일환으로 봉사단이 2명을 짝을 지어 마차를 타게 됐다. 좋은 경험이었지만 비쩍 마른 말을 보며 기아에 허덕이는 현지인을 보는 것만큼이나 안타까웠다. 마부역시 10세 남짓의 어린아이가 많았다. 깔리띠 지역의 아이들은 거칠었다. 지금까지 봉사활동을 위해 방문했던 지역의 아이들과는 달리 쉽게 마음을 열지 않았다. 오히려 몇몇 아이들은 돈이나 음식, 모자, 시계 등을 달라고 소리치며 조르는 턱에 봉사활동에 나선 단원들이 적잖게 당황했다. 선교·봉사 활동은 긴찌에서 우물을 판 곳 주변에 말뚝을 박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잘 알려졌듯이 아프리카 대다수 나라는 물이 부족하다. 우리나라에서 파견된 자원봉사자 가운데 지하수 전문가들이 전문 장비를 이용해 지하수를 찾아내고 수원을 확보했다. 우리는 우물을 만드는 곳에서 100㎡ 둘레에 말뚝을 박아 울타리를 만들었다. 오염방지를 위해서다. 말뚝을 박는 동안 보았던 ‘긴찌’의 아름다운 풍경은 잊을 수 없다. 구름은 손에 닿을 듯 했고, 태양은 강렬했다. 산꼭대기에는 분지처럼 움푹 파인 곳이 넓게 펼쳐져있었다. 숨이 차올랐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서있던 곳은 해발 3,000m로 백두산보다 더 높지 않은가. 비행기 안을 제외하면 내가 올라가본 곳 중 가장 높은 고도였다. 가난하지만 행복한 에티오피아 사람들 그리고 ‘희망’ 20일간 계속된 봉사활동 중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대화했다. 흔히 사람들은 아프리카에 속한 나라는 가난하고, 그곳 사람들은 게으르다고 무시하기 일쑤다. 그러나 내가 만난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자국 문화와 오랜 역사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득 차있었다. 그들은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며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나는 에티오피아에서 희망을 보았다. 비록 우리와 문화와 사고방식이 다르지만, 어떤 상황에서든지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서로를 아끼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분명 우리보다 가난하지만 더 행복해보였다. 기고 : 조필규(경영대·경영 4) 정리 : 정 현 학생기자 opentaiji@hanyang.ac.kr

2007-07 15

[리뷰][한양인,배낭여행을 가다 ③오세아니아] 뉴질랜드

흔히 ‘뉴질랜드’ 하면 초원 위의 양떼와 아름다운 자연, 엄격한 환경보호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백문불여일견’이라 했다. 나는 지난 해 EBS 교육방송 프로그램 ‘지도를 바꿔라’를 통해 보름간 뉴질랜드를 여행할 기회가 있었다. 뉴질랜드 학생이 한국을 방문해 문화체험을 하고, 반대로 나는 뉴질랜드를 경험했다. 때 묻지 않은 자연을 간직한 나라, 양고기를 삼겹살 먹는 것처럼 편하게 먹을 수 있는 나라, 뉴질랜드를 소개한다. 로토루아의 자연온천, 타우포 계곡의 번지점프, 오픈 마켓 ‘온천’하면 흔히 일본을 떠올린다. 뉴질랜드에 가면 일본보다 더 훌륭한 온천을 만날 수 있다. 북(北) 섬 최고 관광도시로 꼽히는 로토루아에 도착하는 순간 유황 냄새가 코를 찔렀다. 동행한 현지인은 이곳 로토루아 지역이 오세아니아 주에서 얼마 남지 않은 활화산 지대라고 설명했다. 세계 각 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곳은 폴리네시안 스파다. 하지만 인공적인 스파보다 좀 더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었다. 폴리네시안 인근 파라웨어 호수에 있는 자연온천을 찾아갔다. 파라웨어 호수 근처 곳곳에 있는 워터 택시(Water Taxi) 운전기사에게 “아늑한 자연온천을 보고 싶다”며 잘 이야기했더니 일반 관광객은 알지 못하는 자연온천으로 데려다줬다. 탁 트인 호수에서 홀로 온천욕을 즐기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EBS 취재 카메라가 동행해 ‘약간’ 어색했지만 마치 신선이 된 기분이었다.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 마지막 장면에서 배우 이병헌, 이은주가 함께 뛰어내리던 곳이 바로 타우포 계곡이다. 점프대에 올라서니 관리원이 몸무게를 물었다. 대답하고 싶지 않았으나 ‘실제 무게와 차이가 많이 나면 연결선이 끊어질 수 있다’는 말에 덜컥 겁이나 사실대로 답했다. 알고 보니 농담이었는데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인 것 같아 후회했다. 혹시 번지점프를 한 번도 해보지 않은 학우가 있다면 꼭 해볼 것을 권한다. 45m 높이의 점프대에서 몸을 던지는 짜릿함과 타우포 계곡의 아름다운 절경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기회는 평생 흔치 않다. 한편 타우포 번지점프 측에서는 ‘설립 이후 단 한 차례도 안전사고가 없었다’고 자랑했다. ‘당연한 말을 왜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번지점프가 활성화 된 외국에서는 심심치 않게 안전사고가 나기도 한단다. 살짝 가슴을 쓸어내렸다. 점프 후 ‘번지점프 증명서’를 받았다. 용감하게 점프를 잘 마쳤다는 의미에서 주는 거라 한다. 마치 자격증을 딴 것처럼 뿌듯했다. 뉴질랜드에선 번지점프 외에도 다양한 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스카이다이빙, 제트보트, 카약 등은 스포츠를 즐기는 학우들에겐 안성맞춤이다.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줄 기념품을 사고 싶었다. ‘어디가 좋을까?’ 뭔가 특별한 선물을 사고 싶었다. 평범한 기념품 가게가 식상하다면 지역 주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오픈 마켓을 이용해 보는 것도 괜찮다. 현지인에게 소개받은 시장에 들렀다. 8시부터 12시까지 오전에만 문을 여는 오클랜드 근처 오타라 시장에서 채소나 과일을 비롯해 옷, 액서사리 등 다양한 물건을 살 수 있었다. 당시 길거리에서 먹은 간식을 생각하면 아직도 군침이 돈다. 환상의 커플, 양고기 스테이크와 뉴질랜드産 와인 한잔 뉴질랜드에 내리면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양떼. 처음엔 마냥 신기해서 계속 쳐다봤다. 그도 잠시, 어느 새 수많은 양떼는 내 동반자가 됐다. 뉴질랜드의 '구성원'인 셈이다. 양이 많은 만큼 양고기 가격도 저렴하다. 우리나라와는 비교할 수 없다. 뉴질랜드에서 양고기를 먹는 것이 우리나라에서 삼겹살을 먹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여행 중 먹었던 음식 가운데 홈스테이 가정에서 대접받았던 양고기 스테이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양고기는 뉴질랜드 음식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다고 한다. 아직 맛보지 못했다면 뉴질랜드에 들렀을 때 꼭 한 번먹길 권하고 싶다. 지금껏 몰랐던 양고기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될 것이다. 프랑스 와인이 세계적으로 유명하지만 진짜배기는 따로 있다. 뉴질랜드 백포도주와 적포도주는 와인 맛을 아는 애호가들 사이에서 인정받고 있다. 뉴질랜드 곳곳에 퍼져있는 포도농장을 찾아가면 와인을 시음해 볼 수 있다. 또한 와인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일러준다. 물론 영어로 설명해준다. 농장을 찾으면 그 곳에서 생산되는 와인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굳이 포도 농장을 방문하지 못했더라도 뉴질랜드 곳곳에서 우리나라보다 싼 가격에 질 좋은 와인을 구입할 수 있다. 배낭족들과의 의사소통, 깊이 있는 여행 만들기 뉴질랜드에선 배낭여행을 즐기는 여행객을 쉽게 만날 수 있다. 20대 대학생부터 홀로 여행하는 70대 할아버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과 국적을 가진 사람을 접할 수 있다. 현지인 역시 배낭족을 대하는데 매우 익숙하다. 웃음을 잃지 않고 어디를 가나 친절하게 대해준다. 기억에 남을 뉴질랜드 여행을 위해 팁(tip) 하나 알려주고 싶다. 바로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여행하라’는 것이다. 평범한 말이지만 실천하기 어렵다. 막상 배낭여행을 떠나면 책이나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장소를 확인하기 급급한 경우가 많다. 일정에 쫓기지 말고 여행 자체를 즐기자. 비록 짧은 만남이지만 길에서 만나는 사람과 마음을 열고 소통하는 법을 익히면 2% 부족한 무언가를 채울 수 있다. 나는 크루즈 여행을 하다 만난 어느 노인과 가볍게 인사를 하다 말이 통해 하루 종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나중엔 그 분이 아예 내가 있는 지역으로 건너와 함께 식사를 하기도 했다. 때론 허기지고 고될지라도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는 ‘배낭족’들과 통할 수 있다면 값비싼 패키지 관광보다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기고: 정밝음(국제학부 4) 정리: 정 현 학생기자 opentaiji@hanyang.ac.k

2007-07 08

[리뷰][한양인,배낭여행을 가다 ②정열의 나라,멕시코]

해외 배낭여행을 계획하는 학우들을 위한 두 번째 순서. 지난주에 이어 아메리카 지역을 소개한다. 미국, 캐나다 등 북미에 비해 비교적 정보가 적은 중남미 지역. 최근 세계인의 관심 속에 발표된 신(新)세계 7대 불가사의가 중 세 곳이나 중남미에 위치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인 마야 유적 치첸이트사의 피라미드가 있는 멕시코. 정열의 나라 멕시코로 떠나보자. 치첸이트사의 피라미드와 아카폴코 죽음의 절벽에서의 다이빙 이집트의 상징으로 통하던 피라미드에 강력한 경쟁자가 생겼다. 지난 7일 멕시코 마야 유적지인 치첸이트사의 피라미드가 세계 7대 불가사의에 새롭게 선정 됐기 때문. 유카탄 반도에 남은 마야 유적 치첸이트사의 피라미드는 마야문명 중심지 치첸이트사의 유적 가운데 하나다. 피라미드 정상에는 신전이 있다. 올 여름 중남미로 배낭여행을 꿈꾼다면 한번쯤 들러볼만 하다. 기차에 편히 앉아 절경을 감상하자. 치와와 알 빠시피코 철도(Chihuahua al Pac fico Railway)를 이용하면 로스 모치스(Los Mochis)에서 치와와(Chihuahua)까지 이어지는 멕시코 최고의 절경을 볼 수 있다. 철도는 88개나 되는 터널과 38개의 다리를 지나 시에라 따라우마라(Sierra Tarahumara)의 작은 협곡을 가로질러 통과한다. 이 철도는 공사를 시작한지 90년 만에 완성돼 화제를 모았다. 또한 철도 여행 중 코퍼 협곡(Copper Canyon)을 만날 수 있다. 그랜드캐니언 보다 더 웅장하기로 소문난 곳이다. 대담한 등산가들은 크레엘(Creel)이나 디비사데로(Divisadero)에서 내려 가이드와 함께 2300m 깊이의 협곡을 걸어 내려오기도 한다. 여행 중 바다를 찾고 싶다면 아까뿔꼬(Acapulco) 해변을 추천한다. 특히 이곳 죽음의 절벽에서 펼쳐지는 다이빙은 장관이다. 45m 높이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다이버들의 멋진 다이빙은 관광객들의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이 광경을 보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든다. 다이빙은 엘 미라도르(El Mirador) 호텔의 바(bar)에서도 구경할 수 있다. 타코 요리와 엔칠라다, 그리고 데낄라 시음 멕시코 요리는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졌다. 맵고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입맛과 비슷하기 때문. 멕시코에 갔다면 타코(Taco)요리를 먹어보자. 한국에서 먹은 타코와는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치즈를 좋아하면 께사디야(Quesadilla)를 추천한다. 또한 콩을 으깨서 만든 프리홀레스(fijoles)도 맛있다. 엔칠라다(Enchilada)는 토르티야 사이에 고기, 해산물, 야채, 치즈 등을 넣고 동그랗게 막대 모양으로 말아 만든다. 그 후 소스를 뿌리고 오븐에 구우면 완성된다. 그 맛이 일품이다. 멕시코 음식은 토마토소스나 매운 고추(Jalapeno)소스를 첨가해 먹으면 더욱 맛있다. 한편, 기름지고 자극적인 살사소스와 치즈까지 넣은 음식을 즐기다보면 살찔 수 있으니 주의할 것. 데낄라 시음도 빼놓을 수 없다. 과달라하라(Guadalajara)에서 15번 국도를 따라 버스로 한 시간 떨어진 마을에 가면 데낄라를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선인장 줄기를 주원료로 하는 데낄라는 도수가 38도나 되는 멕시코의 대표 술이다. 이곳에선 데낄라를 시음할 수 있다. 뒷문이 없는 녹색 딱정벌레 택시는 주의해야 멕시코 현지인은 대개 동양인을 ‘돈 많은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일본이 부유한 나라라고 알고 있으며 일본인과 한국인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따라서 대다수 한국 관광객을 일본인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드러내어놓고 과소비 하는 행태는 삼가는 게 좋다. 늦은 시각 밤거리를 홀로 배회하는 것 역시 피해야 한다. 특히 수도인 멕시코시티는 치안이 좋지 않다. 이는 멕시코 뿐 아니라 남미 어느 지역을 가나 주의해야 할 내용이다. 여행을 하다보면 택시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지리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때 일명 딱정벌레라고 불리는 녹색택시는 타지 않길 권한다. 뒷문이 없기 때문에 택시강도나 소매치기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반면 노란색 택시(Sitio)는 비교적 안전하니 이용해도 좋다. 비교적 친절하나 팁을 주지 않으면 문을 잠그기도 서양에서는 팁을 주는 문화가 일반적이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관광객은 비교적 팁에 인색한 편이다. 멕시코를 여행할 때 왜곡된 팁 문화를 겪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한 학우가 멕시코시티 터미널에서 택시를 탔을 때 일이다. 운전기사가 문을 열어줘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았다. ‘아, 여긴 기사가 문도 열어주는구나…’ 라는 생각과 그들의 친절함에 흐뭇했다. 그도 잠시, 자리에 앉았는데도 출발하지 않고 문을 잡고 있기에 이유를 물었더니 ‘팁을 주지 않아서’라고 말했단다. 팁을 달라는 일종의 시위(?)였던 셈이다. 하지만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대개의 경우 멕시코 사람들은 외국인에게 매우 친절하다. 한편 수레나 차에서 파는 노상 음식은 눈으로만 구경하자. 가급적 먹지 않길 권한다. 위생상태가 불량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배낭여행, 아는 만큼 즐길 수 있다. 떠나기 전 공부는 필수다. 정 현 학생기자 opentaiji@hanyang.ac.kr

2007-07 01

[리뷰][기획르포] 한양인 여름 농활, 그 현장의 기록

자가용 없이 대중교통만으로 농촌학생연대활동(이하 농활) 현장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용산에서 평택까지 기차로 이동한 후, 다시 시내버스를 타고 안중을 찾았다. 안중터미널에서 수원행 버스로 갈아타고 청북면에서 내려 농활단이 머무는 고잔 3리 까지는 도보로 이동했다. 한 시간에 한 대씩 다닌다는 마을버스를 기다릴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던 하늘은 기자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보슬보슬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일하는 모습을 취재해야할 텐데…’ 걱정이 앞선다. 약속한 장소에 도착하자 마을주민이 트럭을 타고 마중을 나왔다. 트럭 뒤에는 이제 막 수확을 시작한 노각(늙은 오이)이 한 아름 담겨 있었다. 매 계절마다 학교 게시판과 대자보를 통해 농활을 모집하는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짧게는 2박 3일에서 길게는 9박 10일까지 농활은 계속된다. 학우들은 농촌현장에서 무슨 일을 하는가. 안타깝게도 농활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기자 역시 무슨 일을 하는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청북면에서 내려 걷기 시작한지 30분이 지나자 더 이상 전화 안내만으로 농활단을 찾기 어려워졌다. 고잔리의 상징인 ‘삼덕초등학교’에 마중 나온 주민의 트럭을 타고 10분을 더 들어가자 드디어 현장에 도착. 노각을 수확하는 밭에는 여러 그룹으로 나뉜 언론정보대 학우들이 부지런히 노각을 실어다 트럭으로 날랐다. 취재진 일행을 마중하느라 트럭을 사용하지 못해 논바닥에는 갓 수확한 노각이 수북하게 쌓여있었다. 바퀴가 하나 달린 수레에 가득 실은 노각을 운반하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금세 익숙해진 듯하다. 평택 특산품 노각, 우리 손에 있소이다 고잔 3리 농민들과 농활단은 노각을 수확하느라 분주했다. 6월 하순부터 8월 중순 무렵까지 수확되는 노각은 대표적인 평택의 특산물이다. 수확되면 곧장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으로 출하된다. 노란 우비를 입은 학우들이 수레를 연신 움직이며 노각을 날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1톤 트럭에 노각이 가득 찼다. 고잔리 곳곳에서 활약하는 농활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손이 달린다. 따라서 자연히 주민들의 반응도 좋다. 농민 신평호(남·51) 씨는 “남의 귀한 자식들이 농촌까지 내려와서 참 고생을 많이 하고 있다. 나도 대학생 딸이 있지만 자식 같은 학생들이 그저 고마울 따름”이라 말했다. 이어 “주민에게 피해 주지 않겠다고 마을회관에서 손수 밥해먹는 모습을 보면 마음가짐이 어른스럽다”며 대견스러워 했다. 다른 가구를 찾았다. 노란셔츠와 밀짚모자, 예비군복이 잘 어울리는 다른 무리의 학우들이 트럭에서 노각을 내리며 씻고, 분류하는 작업을 했다. 한편에서는 박소연 (언정대·신문방송정보사회 1) 양이 노각을 포장할 박스를 조립하고 있었다. 주변 학우들은 그녀가 “박스 조립에 도가 트인 것 같다”며 자랑스러워했다. 박 양은 “자주하다보니 박스를 빨리 접을 수 있게 돼 분업 차원에서 박스만 접게 됐다”면서 “여름농활은 봄에 비해 일감이 적어 수월한 편이다. 일주일 남짓 다녀가는 거라 힘들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같은 학생들의 열정에 농민들은 고마움을 나타냈다. 노각 농사를 짓는 김 씨 할머니(여·61)는 “이젠 학생들이 단골손님이 된지 오래라 해마다 기다려진다. 일손이 달려 아들 녀석이 와서 도와줘도 바쁜데 학생들까지 와서 거들어 한결 편하다”며 뿌듯해했다. 이어 김 할머니는 A급 노각을 들고선 “잘생긴 이 노각처럼 학생들도 멋있게 늙어가지 않겠냐”며 활짝 웃었다. 다채로운 분반 활동 통해 농민들과 하나된다 농활에 참여한 학우들은 노각을 수확해 포장하는 일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했다. 장마철을 맞아 배수로를 정비하거나 비닐하우스 안에 잡초를 제거하는 것도 농활단의 몫이다. 한 학우는 “잡초를 뽑을 때는 다른 일도 해보고 싶었으나, 막상 노각 따기와 포장하는 일을 해보니 그나마 잡초 뽑는 게 가장 쉬운 거 같다”며 멋쩍게 웃었다. 해가 저물고 난 뒤에도 농활은 계속됐다. 언론정보대 학생회장 정윤조(광고홍보 4) 군은 은 “농활의 목적이 농촌을 배우고 이해하는 것이라 식사를 마치고 나면 공부를 한다”면서 “농업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한다든가 분반활동을 통해 마을 주민들 가정에 찾아가 다양한 활동을 한다”고 전했다. 특히 분반활동이 이채로웠다. 여성 반, 아동 반, 청장년 반으로 나눠 이른바 각개전투를 벌인다. 여성 반의 경우 어르신, 특히 아주머니나 할머니를 찾아 얼굴에 마사지 팩을 해드리면서 함께 저녁시간을 보낸다. 김 씨 할머니는 “생전 해보지 못한 피부미용을 받아 학생들이 만날 왔으면 좋겠다”며 기뻐했다. 아동 반은 어린아이가 있는 가정을 찾아 미술을 가르쳐주거나 공부를 돕는다. 청장년 반이 가장 편하다. 이른바 어느 정도 농활 경력이 되는 고학년 학우들이 어르신들을 찾아가 함께 막걸리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게 청장년반의 임무다. 마을 주민들 역시 농활단의 활약에 물량공세로 화답했다.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기다리는 와중에도 여기저기서 농민들이 마을회관을 찾아와 부침개, 오이, 감자, 막걸리, 김치를 한 아름 두고 갔다. 농활이 농촌주민에게 피해만 준다는 일부 지적을 개선코자 최근 농활단은 먹을거리를 직접 챙겨가 마을회관에서 해결한다. 마을대장을 맡고 있는 손중혁(언정대·광고홍보 3) 군은 “농민들에게 피해를 안주려고 식재료를 포함해 대부분의 생필품을 학교에서 가져오고 있다”면서 “그러나 저녁때가 되면 주민들이 어김없이 회관을 찾아와 음식을 가져다주고 막걸리를 함께 나누면서 정을 쌓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 달 30일에는 주민들을 마을회관으로 초청해 잔치를 열었다. 이를 위해 농활문예선봉대에서 오랜 기간 노래와 춤 등 공연을 준비해 주민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농촌 현실과 대학생 농활 활기차고 정겨운 현장 분위기와는 달리 농활에 참여하는 학우들의 숫자는 갈수록 줄고 있다. 특히 여름농활의 경우 계절학기와 일정이 겹친 데다 일주일 이란 짧지 않은 활동기간에 참여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취업난으로 자기계발에 시간을 쏟는 최근의 분위기도 한몫하고 있다. 대학 입학 후, 4년 째 농활에 참가하고 있다는 정 군은 “4년 전과 비교해 참가자가 줄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농활 참여를 높이기 위해 학우들과의 접촉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참여를 유도할 구체적 방안으로 “농활에 4박 5일 혹은 30시간 이상 참여하면 사회봉사 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는 사실을 홍보할 생각이다. 또한 농활기간을 약간 줄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농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서로 알아간다는 마음으로 참여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취재 후기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한 무리의 아이들이 보였다. 모두 합쳐 대여섯 정도 돼보였다. 요즘 농촌에서 아이들을 구경하기 힘들다고 한다. 젊음 사람들이 도시로 빠져나가면서 농촌이 텅 빈지 오래다. 한 때 젊은 층의 귀농이 반짝 인기를 끌었으나 이도 오래가지 못했다. 신 씨는 “나 같은 50대는 여기서 완전 젊은이로 대접 받는다”며 “가뜩이나 일손도 모자란데 자유무역협정으로 농업이 개방되면서 이젠 농사짓는 게 도박하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하며 씁쓸한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정 군 역시 “지난 4년 간 농활을 하다가 마을이 없어진 경우도 봤다. 농촌이 사라지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농촌의 미래를 이야기할 때 잠시 어두워졌던 농활단의 표정은 단체사진을 찍으며 다시 풀어졌다. 집으로 돌아가는 기자 일행을 배웅하며 손을 흔드는 농활단 사이에서 도시에선 듣기 힘든 개구리 소리가 정겹게 들려왔다. 글 : 정 현 학생기자 opentaiji@hanyang.ac.kr 사진 : 전상준 학생기자 ycallme@hanyang.ac.kr

2007-07 01

[리뷰][한양인,배낭여행을 가다①유럽] 이것만은 꼭!!

방학이 되면 누구나 한 번씩 꿈꿔보는 해외 배낭여행. 누구나 설렘과 두려움을 안고 떠나지만 처음이라면 두려움이 좀 더 큰 게 사실이다. 위클리 한양에서는 여름방학을 맞아 배낭여행을 계획하는 학생들을 위한 코너를 마련했다. 만감이 교차하는 것은 매한가지이겠지만 무거운 첫 발걸음을 약간은 덜어주고 싶은 의도에서다. 기사에는 이미 유럽의 땅을 밟아 본 학생들의 의견이 주로 반영됐다. 이번 주는 그 첫 순서로 유럽 배낭여행을 소개한다. 다시 간다면 또 가고 싶은 곳 -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과 바르셀로나 분수 쇼, 그리고 스위스에서 즐기는 시원한 레포츠 어릴 적 만화책이나 소설에 늘 등장하던 베르사유 궁전. 프랑스에 들렀다면 파리 남서쪽에 있는 베르사유 궁전에 가보길 권한다. 프랑스식 정원의 진수를 볼 수 있다. 도착했다면 반드시 거울의 방과, 왕비의 촌락을 거쳐 갈 것. 루이 14세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워낙 넓어 오래있어도 지루하지 않다. 시간을 아끼려면 순환버스나 자전거를 빌려도 좋다. 한편, 베르사유 궁전을 가려면 파리에서 시외고속철도(RER)를 1시간 정도 타야 한다. 정열의 나라 스페인을 찾았다면 바르셀로나에 들러 분수 쇼를 보자. 스페인광장에 위치한 분수대에서 펼쳐지는 분수 쇼는 클래식 선율과 조명이 어우러져 멋을 뽐낸다. 가히 최고라 해도 손색이 없다. 보고 있으면 더위와 여행의 피로를 단번에 날려버릴 수 있다. 허나 너무 몰입해 있다가 소매치기를 당할 수 있으니 주의할 것. 분수 쇼는 여름철 오후 8시부터 자정까지 관람할 수 있다. 주로 유럽여행을 떠나는 시기는 여름이다. 무더운 여름에 유럽에서 시원한 스포츠를 즐기고 싶다면 레포츠의 천국 스위스를 들러보자. 취리히, 루체른 등의 대도시보다 인터라켄과 같은 소도시에 들러 래프팅과 패러글라이딩, 스카이점프 등을 즐겨보자. 특히 에메랄드 빛을 띤 스위스에서 즐기는 래프팅은 우리나라와는 다른 색다름을 맛볼 수 있다. 유럽까지 왔다면 이 음식은 꼭! - 프랑스 홍합요리와 이태리 피자, 그리고 젤라또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배낭여행 특성상 많이 걷게 되고, 배도 금방 고프다. 뭘 먹어야 기억에 남을까? 프랑스에 들렀다면 홍합요리를 먹어보자. 파리 샹젤리제 왼쪽거리로 5분 정도 걷다보면 홍합요리 체인점 레온(Leon)이 나온다.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는 이미 잘 알려진 곳이다. 메뉴판도 영어로 병행표기 돼 주문도 쉽다. 흔히 알고 있는 홍합국과는 다른 하얀 국물이 일품이다. 이탈리아에 가면 이탈리아식 피자를 먹어보자. 네모난 모양의 피자(Pizza al talglia)는 손님이 원하는 만큼 잘라서 판다. 미국식 피자에 익숙해진 입맛과는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젤라또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아이스크림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젤라또는 그 맛이 단연 일품이다. 수많은 젤라또 매장 가운데 특히, 바티칸시국 입구 주변에 위치한 매장이 유명하다. 구멍가게 수준의 크기에도 불구하고, 젤라또를 맛보기 위해 길게 늘어선 관광객 행렬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일일이 찾기 힘들다면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가게에 들어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배낭여행 두 배로 즐기기 - 이것만은 반드시 알아둬야 이미 배낭여행을 다녀온 친구로부터 소매치기에 대한 에피소드만큼 많이들은 이야기도 없을 것이다. 조심, 또 조심하자. 큰 액수의 돈과 유레일패스 등 주요품목을 복대에 지니고 다니되, 복대만 맹신하는 것은 금물. 요즘은 복대만 노리는 소매치기들도 많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아서는 안 된다. 더불어 눈뜨고도 당할 수 있으니 갑자기 다가와 이것저것 물으며 신체접촉을 시도하는 외국인도 주의해야 한다. 국제학생증을 챙기자. 뮤지컬 등 공연을 관람하거나 박물관을 찾았을 때 학생증이 있으면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이중물가도 유의해야 한다. 어딜 가나 ‘바가지요금’은 존재한다. 특히, 외국 관광객에게 물건을 팔 때는 자국민보다 비싸게 받기 일쑤다. 역 주변 대형마트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돈을 아낄 수 있는 방법이다. 끝으로 고추장이나 햇반, 컵라면 내용물을 챙겨가는 것도 유용하다. 유럽음식만 먹다보면 한국음식이 생각나기 마련. 튜브형 고추장이나 햇반을 가져가 먹으면 우리나라 음식에 대한 그리움을 잠시 미룬 채 여행에 집중할 수 있다. 최남영 학생기자 hynews01@hanyang.ac.kr

2007-04 15

[리뷰][글로벌프론티어 ②]세계의 도서관, 그 중심에 서다

세계적인 명문 대학에는 그 만큼 훌륭한 유명 도서관이 자리하고 있다. 대학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도서관의 발전을 위해 본교 학술정보관에서도 노력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우리는 세계적인 명문 아이비리그가 밀집해 있는 미국의 도서관의 실태를 탐방함으로서 도서관의 문제점과 디자인 투자에 대한 구체적 개선방안을 도출하고 나아가 새로운 한양의 ‘디자인코드’를 제시하여 지속적이면서도 경쟁력 있는 ‘도서관 환경디자인 선진화방안’의 해답을 찾고자 했다. 처음으로 방문한 대학은 프린스턴이었다. 첫 방문은 사전 약속된 도서관 관계자 도티 피어슨(Dottie Pearson)씨와의 만남으로 순조롭게 시작됐다. 도서관의 외관은 주변 건물들과의 조화를 고려해서 지어져 있었다. 특히나 메인 도서관을 지을 당시에는 건축 지붕에 상당한 차별성을 두었다고 한다. 대부분의 공간이 복층구조로 학습과 학생들이 쉽게 열람할 수 있도록 디자인 되어있었다. 지역 주민과 어린이들이 언제든지 이용가능한 부대시설도 역시 잘 마련 되어있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주변 인테리어와 자유로운 독서행태를 고려한 가구 디자인이 우리의 눈길을 끌었다. 가장 최근에 설립된 예술 박물관은 현대적인 느낌의 건물이었다. 유리를 이용하여 세련되고 깔끔하게 인테리어 되어있었다. 창 너머로 보이는 주변의 푸른 나무들은 멋스러움을 자아냈고 도서관에서 나오기 싫을 만큼 주위의 자연환경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휴게공간과 회의실, 컴퓨터실과 스터디 룸이 너무나도 잘 되어있어서 학생들에게 유용할 듯했다. 다음으로 찾은 콜롬비아대학은 도서관 건물 자체가 유럽의 거대 박물관을 연상케 하는 웅장한 건물이었다. 캠퍼스의 중심에 자리 잡은 도서관은 이 대학의 상징적 역할을 하고 있었다. 대부분 아치형으로 지어진 천정구조와 함께 정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열람실은 높은 층고로 공간의 사이드를 복층구조로써 서고로 충분히 공간 활용을 하였고 넓은 공간 안에서의 동선이 길지 않도록 건물을 중심으로 양쪽 끝에 엘리베이터를 배치하였다. 엔틱 풍의 스탠드와 독특한 형태의 조명은 전통적인 건물의 분위기와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콜롬비아 대학은 네트워크 시스템이 잘 되어 있었다. 심지어 매점 옆 휴게공간에도 개인용 랩 탑 사용이 용이하도록 자리마다 배려가 잘 되어있어서 굉장히 놀랐다. 또 세계 대학 1위 대학은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놀라게 해 줄 것인지 기대하며 하버드 대학교를 방문했다. 도서관 관계자를 만나 도서관 구석구석을 같이 다니면서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많은 도서관 중에서 처음으로 간 곳은 건드 홀 디자인(Gund hall-design) 도서관으로서 노출 배관과 전면 유리창으로 구성된 독특한 외관은 다른 도서관과는 차별성을 엿볼 수 있었다. 내부와 외부가 하나가 되어 구조를 100% 활용한 내부 공간은 콘크리트 마감재와 기둥을 그대로 살린 특색 있는 건물이었다. 45도 정도 기울어진 지붕을 천창으로 사용한 넓은 창이 자연채광 효과를 높여주고 있었다. 학생들의 편의를 도모할 수 있는 카페테리아뿐만 아니라 대강당, 전문자료실, 스터디 룸 등 부대시설이 잘 구비되어 있었다. 지하 층에 다양한 분야의 도서와 전문 자료실이 위치하고 있었는데 지하인데도 불구하고 천장의 창을 통해 빛을 끌어들여 지상 층의 효과를 볼 수 있도록 설계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모든 공간은 많은 창으로 인해 오픈되어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가 있었다. 다음으로는 각 전공별 도서관의 분리와 함께 확실히 기능적이고 심미적인 도서관 인테리어를 볼 수 있었던 메사추세츠 공과대학을 찾았다. 대표되는 도서관인 베이커 엔지니어링(Baker Engineering)의 내부로 들어서면 커다란 돔을 중심으로 한 원형 구조가 눈에 띈다. 돔의 중심에는 세계의 각종 사이언스지들이 모던한 책장에 간접 조명을 받아 전시되어 있었고, 책장 사이로 편안한 자세를 유도하는 큐빅형 디자인의 재미있는 소파가 보기 좋게 놓여있다. 그와 어우러져 중심에 전시된 독특한 조형물은 공간에서 심미성을 더해주는 요소였다. MIT에서 다음으로 방문한 건축대학 도서관인 로치(Rotch) 도서관은 그 전공의 특성을 살려 효율적인 공간 활용을 보여주고 있었는데, 오래된 공간에 새로운 공간을 더해 만들어진 리모델링 건물이었다. 이 도서관의 노출콘크리트를 마감재로 하고 철골 구조들이 드러난 공간 증축에 의한 전통과 현대미의 조화는 보다 효율적인 도서관 공간 활용의 모델이 될 만 했다. 위의 4개 대학 도서관 외에도 뉴욕과 보스톤의 시립 도서관도 방문했다. 세계 최고 수준 대학들이 있는 미국은 수십 개가 넘는 도서관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아낌없는 투자로 위상을 더해가고 있었다. 특히 대학도서관의 외관은 학교의 핵심 건물로 인식될 만한 상징성이 부여되었고 부대시설이 미비한 우리나라의 실정과는 달리 세미나실, 그룹 스터디 룸, 휴게 공간 등 편리하고 유용한 시설들이 잘 배치되어 있었다. 따라서 학생들은 도서관을 언제든 쉽게 드나들 수 있었고 이는 하나의 생활습관으로 정착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보다 높은 접근성과 사용자 편의성을 위한 환경조성은 질 높은 대학의 이미지를 창출하기 위한 방안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이 하나의 발판이 되어 우리나라의 도서관 발전을 위해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 하나의 동기부여가 되고 세계 속의 명문대학으로 변모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외국의 우수 사례 체험은 미래의 환경디자이너를 꿈꾸는 우리 팀원들에게 양질의 밑거름이 될 좋은 경험이었다. 민들레(산업경영디자인 석사과정) arury@hanmail.net

2005-01 01

[리뷰][문화산책] `해피엔드` 기막힌 행복 마침표 찍기

크리스마스가 한해의 행복한 마무리가 되길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같다. 힘들고 고달팠던 열두 달 길고 긴 고난의 줄다리기도 크리스마스에서 마침표를 찍기를 바라기 마련이다. 사람들은 실제로 그렇지 못하더라도 마음 속 깊이 '해피엔드'를 꿈꾸며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것이다. 극단 한양 레퍼토리의 뮤지컬 '해피엔드'는 사람들의 그런 소망을 들어주는 뮤지컬이다. '해피엔드'식 결말을 통해서. 극 내에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주체는 갱단과 구세군이다. 갱단은 신을 믿지 않으며, 신의 존재를 알리려는 구세군을 비웃는 무신주의자들의 집합이다. 무신주의자라는 그럴싸한 표현보다는 여자, 돈, 명예 이외에는 관심 갖는 분야가 없는, 순도 100% 건달들이라는 설명이 적절할 듯하다. 반면, 구세군은 그들의 정 반대편에 서 있다. '아멘, 할렐루야'를 외침과 동시에 주먹 꼭 쥔 손을 일사분란하게 휘두르며 포교활동에 여념이 없는 사람들이다. 이러한 설정 상 구세군 사람들은 흡사 수도원 사람들처럼 묘사된다. 신을 믿지 않고, 오히려 조롱하는 사람들과, 수도원 사람들 이상으로 강력한 믿음으로 신을 따르는 사람들 사이에는 자연스레 갈등이 형성된다. 이 대립각이 무너지는 곳에 주인공 번개(서태화 분, 성악 90년 졸)와 주영원(윤희영 분, 연영 01년 졸)이 있다. 갱단에서 제일 잘생기고 능력도 좋지만, 반항기질이 심해 보스에게 낙인찍힌 번개. 그리고 구세군 내에서 최고의 포교 실력과 미모를 자랑하지만 한 순간의 실수로 쫓겨나는 주영원. 이 둘의 만남으로 갱단과 구세군의 대치는 무너져 내린다. 그러나 이 과정은 그다지 논리적이지도, 사실적이지도 않다. 또한 번개가 무엇 하나 빠지는 것 없지만 보스에게 찍힌 2인자라는 설정은 -사실 보스의 눈 밖에 난 것조차- 식상하기 그지없는 설정이다. '아차'하는 순간에 굴러 떨어지지만, 여전히 주님의 어린양 캐릭터를 고수하는 주영원 또한 식상한 것은 매한가지. 이 식상하기 그지없는 캐릭터들이 황당하기 이를 데 없는 이야기를 전개해 가는 것이, 역설적이게도 이 뮤지컬의 단점이자 매력이다. 캐릭터들은 식상하지만 지루하지는 않다. 한순간도 쉬지 않고 터져 나오는 웃음은 극단 한양레퍼토리의 연출력이 수준급 이상임을 보여주는 증거다. 마지막 순간에 폭발하는 반전 역시 사실적이지는 않되, 어색하지는 않다. 상상해 보컨대 '논리적인 전개과정이다'라고 불렸을 법한 반전 아닌 결론은 오히려 더 어색했을 것이다. '해피엔드'의 결말은 뿌듯하다. 사람들이 꿈꿨을 법한 이상향을 향해 달려가는 형국이다. 그토록 꿈꿨을 행복한 마침표 찍기에 '해피엔드'는 성공적으로 안착한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김성근 기획자의 말대로 이 작품은 "신나게 웃고 함께 즐기고 나서 툭툭 털고 일어서면 되는" 뮤지컬이다. 꿈꿨던 행복한 결말을 눈으로 확인하고 뿌듯해 하는데, 어려운 논리가 개입할 여지는 없다. 그러는 순간 이 연극은 이미 브레히트의 유령 같은 후광에서 벗어난 것이나 다름없다. 단연컨대 이 연극은 시작도 결말도 '해피엔드'다. 이 뮤지컬을 함께 즐기고 싶다면 대학로 한양레퍼토리 전용극장으로 달려가면 된다. 지난 12월 10일부터 시작한 이 뮤지컬은 2월 6일까지 공연을 계속할 예정이며 본교 학생에게는 50% 할인 혜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