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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 01

[리뷰][문화산책] `해피엔드` 기막힌 행복 마침표 찍기

크리스마스가 한해의 행복한 마무리가 되길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같다. 힘들고 고달팠던 열두 달 길고 긴 고난의 줄다리기도 크리스마스에서 마침표를 찍기를 바라기 마련이다. 사람들은 실제로 그렇지 못하더라도 마음 속 깊이 '해피엔드'를 꿈꾸며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것이다. 극단 한양 레퍼토리의 뮤지컬 '해피엔드'는 사람들의 그런 소망을 들어주는 뮤지컬이다. '해피엔드'식 결말을 통해서. 극 내에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주체는 갱단과 구세군이다. 갱단은 신을 믿지 않으며, 신의 존재를 알리려는 구세군을 비웃는 무신주의자들의 집합이다. 무신주의자라는 그럴싸한 표현보다는 여자, 돈, 명예 이외에는 관심 갖는 분야가 없는, 순도 100% 건달들이라는 설명이 적절할 듯하다. 반면, 구세군은 그들의 정 반대편에 서 있다. '아멘, 할렐루야'를 외침과 동시에 주먹 꼭 쥔 손을 일사분란하게 휘두르며 포교활동에 여념이 없는 사람들이다. 이러한 설정 상 구세군 사람들은 흡사 수도원 사람들처럼 묘사된다. 신을 믿지 않고, 오히려 조롱하는 사람들과, 수도원 사람들 이상으로 강력한 믿음으로 신을 따르는 사람들 사이에는 자연스레 갈등이 형성된다. 이 대립각이 무너지는 곳에 주인공 번개(서태화 분, 성악 90년 졸)와 주영원(윤희영 분, 연영 01년 졸)이 있다. 갱단에서 제일 잘생기고 능력도 좋지만, 반항기질이 심해 보스에게 낙인찍힌 번개. 그리고 구세군 내에서 최고의 포교 실력과 미모를 자랑하지만 한 순간의 실수로 쫓겨나는 주영원. 이 둘의 만남으로 갱단과 구세군의 대치는 무너져 내린다. 그러나 이 과정은 그다지 논리적이지도, 사실적이지도 않다. 또한 번개가 무엇 하나 빠지는 것 없지만 보스에게 찍힌 2인자라는 설정은 -사실 보스의 눈 밖에 난 것조차- 식상하기 그지없는 설정이다. '아차'하는 순간에 굴러 떨어지지만, 여전히 주님의 어린양 캐릭터를 고수하는 주영원 또한 식상한 것은 매한가지. 이 식상하기 그지없는 캐릭터들이 황당하기 이를 데 없는 이야기를 전개해 가는 것이, 역설적이게도 이 뮤지컬의 단점이자 매력이다. 캐릭터들은 식상하지만 지루하지는 않다. 한순간도 쉬지 않고 터져 나오는 웃음은 극단 한양레퍼토리의 연출력이 수준급 이상임을 보여주는 증거다. 마지막 순간에 폭발하는 반전 역시 사실적이지는 않되, 어색하지는 않다. 상상해 보컨대 '논리적인 전개과정이다'라고 불렸을 법한 반전 아닌 결론은 오히려 더 어색했을 것이다. '해피엔드'의 결말은 뿌듯하다. 사람들이 꿈꿨을 법한 이상향을 향해 달려가는 형국이다. 그토록 꿈꿨을 행복한 마침표 찍기에 '해피엔드'는 성공적으로 안착한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김성근 기획자의 말대로 이 작품은 "신나게 웃고 함께 즐기고 나서 툭툭 털고 일어서면 되는" 뮤지컬이다. 꿈꿨던 행복한 결말을 눈으로 확인하고 뿌듯해 하는데, 어려운 논리가 개입할 여지는 없다. 그러는 순간 이 연극은 이미 브레히트의 유령 같은 후광에서 벗어난 것이나 다름없다. 단연컨대 이 연극은 시작도 결말도 '해피엔드'다. 이 뮤지컬을 함께 즐기고 싶다면 대학로 한양레퍼토리 전용극장으로 달려가면 된다. 지난 12월 10일부터 시작한 이 뮤지컬은 2월 6일까지 공연을 계속할 예정이며 본교 학생에게는 50% 할인 혜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