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우리나라의 전통공예는 실용적인 성격이 강했다. 용머리 조각을 한 상감청자는 오늘날 미술품으로서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지만, 고려시대에는 어느 사대부의 안방에서 주전자 역할을 했다고 한다. 비단 상감청자뿐만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미술품으로 감상하고 있는 많은 문화유산들이 전통사회에서는 실용품으로 실제 구체적인 쓰임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공예에 있어서 실생활에 사용하는 도자기 금속장식 목공예품 등을 만드는 작업과 감상을 위한 공예품 제작은 분명 다른 범주의 것으로 구분된다. 그런 의미에서 사범대 응용미술교육과의 이부연 교수는 욕심 많은 실용주의자다. 감상만을 위한 작품은 원치 않기 때문이다.

'감상' 아닌 '실용' 위한 예술

19세기 후반 영국에서 W. 모리스 등이 주창한 미술공예운동은 실생활의 미화(美化)야말로 미를 판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미술가의 역할이어야 한다는 이념에서 출발했다. 이와 같이 응용미술은 순수미술에서의 '미의 원리'가 실생활에 응용되는 조형 활동을 가리키는 말이다. 즉, 감상을 위한 미술작품을 창작하는 것은 순수미술, 실생활에 사용하는 물건이나 도구에 미술을 접합시키는 것은 응용미술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미술은 대가(大家)들이 만들어 낸 순수미술(fine art)로서 주로 감상용으로 쓰였습니다. 반면 지금의 응용미술(applied art)의 뿌리는 전통사회의 장인들에게서 찾을 수 있죠. 동서를 막론하고 당시엔 장인들의 작품이 무시당했었지만, 세상이 과학화되고 실용화됨에 따라 응용미술이 더 각광을 받게 된 것입니다. 따라서 응용미술교육이란 학문 역시 그리 역사가 길진 못합니다. 1940년대 들어 미국에서부터 체계화되기 시작한 미술교육은 특히 한국의 교육현실에 있어서는 가야할 길이 멉니다."

21세기 한국의 美와 정체성을 찾는다

이 교수의 전공 분야는 도자공예와 미술교육으로 압축된다. 특히 도자공예에 대한 이 교수의 애착은 남다르다. 지난 2001년 이천 도자기 엑스포에서 본교가 70평 규모의 대형 전시관을 사용할 수 있었던 것도 이 교수의 노력 덕분이었다. 당시 다른 대학이 3, 4평의 작은 전시관을 사용할 수 있었던 것에 비하면 이는 엄청난 '사건'이었던 것. 이러한 도자기에 대한 이 교수의 사랑은 우리 것에 대한 강한 자부심에 근거한다.

"우리의 도자공예는 매우 자랑스러운 장르입니다. 어떤 학문보다도 외국에 전해줄 수 있는 것이 많죠. 신석기시대부터 시작된 우리 도자기의 역사는 이집트, 중국을 비롯한 4대 문명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습니다. 고려청자만 해도 중국보다 우월했고,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넘어갔던 조선의 도자기들이 변화되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것만 봐도 그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제는 정책적 차원의 지원을 얻어, 세계로 뻗어나가야 할 때입니다. 지난 도자기 엑스포와 같은 행사가 계속돼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을 알리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이죠."

지난 97년부터 '한국미를 찾는 도자모임' 회장을 맡고 있기도 한 이 교수는 늘 '우리 것 다시 찾기'를 강조한다. 한민족의 도자기 역사가 긴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 70, 80년대를 거치며 상당히 서양화 돼버렸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 교수가 단순히 과거의 것을 모방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 교수가 연구하고 추진하고 있는 것은 바로 현대인으로서의 한국인과 한국의 아름다움이다. 그의 식을 줄 모르는 창조력의 원천에는 21세기 한국의 정서와 정체성을 도자기로 빚어내려는 노력이 숨어 있다.

전인교육 위한 멀티플레이어, '점토'

이 교수가 도자공예를 예찬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도자기를 만드는 점토를 이용해 전인교육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본래의 성질을 유지하는 가소성이 뛰어난 점토는, 어떤 형태로든 변형이 가능하다. 따라서 이 점토를 이용하면 인간이 자신의 머릿속으로 상상한 모든 것을 구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교수는 점토야말로 인간의 정신을 자유롭게 해줌으로써 우리 교육의 지상 목표인 전인교육을 실현할 수 있다고 말한다. 더불어 점토는 아이큐와 감성, 사회성을 비롯해 손과 팔 근육 발달을 통한 육체적 성장까지 촉진시킬 수 있어 아동들의 조기교육에 매우 유용하다. 아울러 정신 및 지체부자유 아동의 교육에도 점토는 매우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지난 여름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도자공예 교육을 처음으로 실시했습니다. 한국의 미에 대한 체험과 이해를 높이기 위해 사물놀이를 들으며 도자기를 빚었고, 예상보다 높은 수준의 작품이 탄생했죠. 교육 이후에는 이 작품들을 장애인 복지시설에 기증하고, 그 곳에서 청소도 하고 공연도 했습니다. 당시 약 50여명의 학생들이 모였는데, 아마 처음엔 대부분 사회봉사 점수 취득이 목적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과정이 모두 끝난 후 평가해보니 학생들의 교육 성취도도 매우 높았고, 직접 교육에 참여한 응용미술교육과 학생들도 만족해했습니다. 비로소 이론과 실기, 전인교육이 함께 한 교육을 실시할 수 있었던 거죠."

현재 이 교수는 지난 도자공예 교육과 별개로 '길거리 미술교육'을 준비중이다. '길거리 미술교육'은 학생들만이 아닌 일반인들까지를 대상으로 마련된 커리큘럼으로, 인사동의 차 없는 날 등을 이용해 거리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물론 도자기 엑스포로 고조된 도자공예에 대한 관심을 더욱 높이고자 하는 욕심도 앞선다. 그러나 이 교수의 이런 교육 커리큘럼에는 창의성과 인성을 기르려면 주입식이 아닌, 실기위주의 미술 교육이 필요하다는 신념이 먼저 자리잡고 있다.

응용미술, 변화의 흐름 짚을 수 있어야

이 교수가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마치고 귀국한 때는 83년도. 이 교수는 당시만 해도 미술교육에 대한 인식은 부족했고 인적자원 역시 충분치 않았다고 회고한다. 미술교육계의 유학 1세대인 그는 지금도 미술교육분야의 발전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한다. 사실 응용미술교육과는 현재도 취업률 100퍼센트를 자랑한다. 그러나 이 교수는 이를 넘어서 세상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해 나가는 응용미술분야야 말로 학생들에게 최신의 정보를 제공하는 유익한 학문이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또한 한양의 이름이 미술교육에 있어서도 곧 세계적 대열에 합류할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

"21세기에는 세계화의 조류를 놓치지 말고 아이디어를 가지고 승부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의 미를 잊지 말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미의 현대화를 이루는 것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한국의 정체성을 제대로 짚어낸다면, 이를 통해 각자가 세계적인 전문가로 발돋움할 것입니다. 비단 세계적인 미술교육자나 디자이너 뿐 아니라 한양인 모두가 현대 한국인의 올바른 정체성을 찾는다면, 각자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라 한양의 이름을 빛낼 수 있을 것입니다."


윤석원 학생기자 astros96@ihanyang.ac.kr
사진 : 이재룡 학생기자 ikikata@ihanyang.ac.kr


학력 및 약력

이부연 교수는 1975년 서울대 미대를 졸업하고 77년 동 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쳤다. 이후 83년 미주리 콜럼비아 대학에서 미술교육 박사학위를 마치고 귀국한 후 지금까지 본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국내 논문 11편, 국외 논문 1편을 발표했으며, 개인 작품전은 국내와 국외 각각 3회, 4회씩을 열었다. 대한민국산업디자인전 추천작가, 초대작가 및 심사위원, 제7차 미술교육과정 심의위원, 한국도자공예가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미를 찾는 도자모임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 『미술교육학원론』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