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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5 15

[동문]평상 바쳐 국내 최대 식물원 건립한 학택식물원 원장 이택주 동문

매년 5월 14일. 이성에게 사랑을 고백하거나 사랑이 여전히 유효함을 알리기 위해 가슴 뜨거운 청춘들은 꽃집으로 향한다. 사랑과 욕망, 열정, 기쁨 그리고 아름다움과 절정이라는 꽃말로 포장된 장미를 연인에게 안겨주기 위해서다. 장미꽃을 선물한다는 뜻에서 '로즈데이(rose day)'라고 붙여진 이 날에 애인이 없는 사람들은 카레라이스를 먹으며 내년을 기약하기도 한다. 그런데 정작 로즈데이가 왜 어떤 유래로 생긴 지에 대해서는 속시원한 해답을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와 더불어 사랑의 전도사로 대표되는 장미가 종묘 값과는 별도로 한 뿌리 당 1천원이 넘는 로열티를 주고 수입되는 현실을 아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다. 국내에서 거래되는 장미는 현재 50여 종으로 전량 외국의 육종회사가 개발한 것들이다. 연간 판매고가 100억원을 넘어섰다는 통계도 있다. 식물 종자는 더 이상 생명자원을 이유로 단순히 보존되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확보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치러야만 하는 하나의 '상품'인 것이다. 식물 유전자 사관학교, 한택식물원 종자를 둘러싼 소리 없는 전쟁이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20년이 넘는 세월을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야생화를 위해 헌신한 인물이 있다. 우리나라 야생식물의 보금자리이자 세계적인 규모의 식물원을 맨손으로 일군 이택주(토목 64년졸) 동문. 좁다란 시골길을 따라 도착한 한택식물원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우리를 반긴 것은 이 동문이 아닌 비봉산 자락에 안긴 한 그루의 아름드리 소나무였다. "우리나라 자생식물은 수억 년 동안의 지구 변천을 겪으며 고유한 유전자를 자지고 있습니다. 그 것을 이용해 무엇을 만들어 갈지 아무도 모를 만큼 유전자는 엄청난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의 확보를 위해 전 세계가 소리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죠. 종자는 냉장고에 넣어서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개체를 땅에 키우면서 보존하는 것입니다." 이 동문은 우리나라가 우수한 종을 많이 확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종자전쟁에서 뒤쳐지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미스킴 라일락'을 이야기한다. 국제 라일락 시장에서 가장 비싸게 팔리고 있는 '미스킴 라일락'의 조상은 한국에만 서식하던 물푸레나무과 꽃나무였다. 1947년 한 미국인이 북한산 백운대 부근 정향나무에서 씨 12개를 받아가 이 중 한 개체에서 얻은 품종이 바로 미스킴 라일락. 전 세계 꽃 시장의 40퍼센트를 점유할 정도로 엄청난 매매 규모를 자랑하는 이 종을 우리는 그 기원도 모른 채 역수입했다는 것이 이 동문의 설명이다. 한택식물원은 이렇듯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식물유전자 보존을 위한 효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생식물과 이 동문의 기이한 인연은 그의 나이 40대 초반 무렵에 시작됐다. 가수 남진 씨의 '저 푸른 초원 위에'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할 만치 전원생활에 대한 매력이 넓게 퍼졌던 70년 대 초, 이 동문은 돈을 많이 벌어 고향에서 전원생활을 하겠다는 유년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낙향했다. 그가 처음 시작한 것은 낙농사업. 그러나 제 1차 소파동으로 인해 손해만 잔뜩 보고 낙농의 꿈을 접어야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조경수를 심는 것. 기왕이면 좋은 나무를 심자는 생각에 유럽의 식물원을 둘러보던 그는 지구상에서 식물원이 없는 나라는 한국 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환경보호는 식물보호에서 시작돼야 "우리는 기초과학 중의 기초과학인 식물학을 접어두고 중화학 공업 등 돈 되는 것에만 골몰했습니다. 공산주의를 지향하는 국가에서도 기초과학을 중요시해서 식물원을 건립했지요. 외국의 퍼스트 레이디가 오면 가장 먼저 찾는 곳이 식물원이기도 합니다. 한국에도 제대로 된 식물원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그럼 내가 한 번 해보자'하고 시작한 것이 이 어려운 작업의 시초가 됐지요." 이 동문이 힘주어 표현한 '어려운 작업'이라는 말에는 지난 20여 년 간의 고단한 역정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동안 이 곳에 투자된 자금만도 1백 억이 훌쩍 넘었다고. 대대로 물려받은 선산이라 부지 비용이 들어가지 않은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비용은 순수하게 자비로 충당된 것. 자금 사정이 어려워 고민하며 지샌 밤은 자생식물을 공부하면서 보낸 시간이기도 했다. 식물 관련 책을 끌어안고 공부할수록 식물원에 대한 애착은 더 커졌고 중도에 포기하면 아무도 이 작업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소명의식도 높아갔다. 그러나 정작 이 동문을 힘들게 했던 것은 재정적인 압박보다는 식물원에 대한 우리사회의 철저한 무관심과 무지였다. "1992년 리우 회담 결과로 생물다양성 협약이 체결돼 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한 실천들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지요. 한국도 그 협약에 따라 환경부에서 자연보존법을 제정했습니다. 지난 2001년에는 '자생지와 희귀식물 보전지구'로 지정되기도 했지요. 그런데 정작 필요한 지원은 거의 없었어요. '무슨 쓸 데 없는 짓이냐'는 반응이었죠. 단순히 유리 온실을 지어서 그곳에 관목식물이나 들이는 것이 식물원의 전부로 생각되는 현실입니다. 불고기 집이 커다란 정원을 뜻하는 '가든'으로 둔갑하기도 하지요. 미술을 전공한 사람이 조경을 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환경이 성장의 논리를 극복해 가는 지금, 환경운동의 첫걸음도 식물로부터 시작돼야한다는 것이 이 동문의 소신이다. 잔디를 심으면 지렁이나 땅강아지가 생기고, 잔디를 갉아먹는 벌레가 생기고, 또 그것을 잡아먹는 새가 날아온다는 것이다. 쓰레기 폐기물 등 결과적인 것만 보지말고 환경을 살릴 수 있는 기본부터 정확하게 짚고 넘어가자는 것. 이와 함께 식물학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교수들도 땅을 일궈 식물을 키워봐야 한다는 것이 이 동문의 생각이다. 이렇듯 식물에 대한 이 동문의 애착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세계 최초로 조성된 생태공원이다. 자연 계곡을 따라 조성된 이 공원은 자연생태 조건과 동일하게 꾸미느라 8년이라는 긴 세월을 공들인 곳이다. 깽깽이풀과 복수초, 노루귀, 하늘매발톱, 금낭화 등 봄꽃이 지고 나면 여름꽃이 피고, 다시 그 자리에 가을꽃이 피는 자연의 순환과정을 따른 곳으로 겨울을 제외하면 1년 내내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식물원은 '나의 것' 아닌 '모두의 것' 전국의 섬과 산, 들판을 누비며 이름도 잘 모르는 자생식물을 일일이 책을 통해 확인하고, 채집하며 옮겨심기 시작한지 어언 24년. 이 동문은 한택식물원이 30만평 넓이에 토종 수목류와 자생화 2천 4백 여종을 비롯해 외국종 6천여 종이 자라고 있는 세계적인 식물원임을 자부한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식물연구소와 생태학습원을 설립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 이 동문이 식물원을 공익법인으로 등록한 것도 식물원은 결코 개인 소유가 아닌 모든 사람들의 공유물이라는 그의 고집 때문이다. "성공이라는 것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그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성공한 사람이라고 자부합니다. 제 나이가 되면 젊었을 때 화려했던 사람들이 대부분 은퇴를 하지요. 하지만 저는 지금에 와서 꽃이 펴서 죽을 때까지 지지 않을 것입니다." 이 동문을 뿌리 하나에 대를 4번 갈고 마지막 죽으면서 백 년에 한 번 처음 꽃을 피우는 대나무꽃에 빗댄다면 지나친 비유일까. "중간에 포기 안 한 게 천만 다행이다"라고 너털웃음을 짓는 이 동문에게서 식물원 입구에 자리잡은 키 큰 낙락장송의 기상을 엿보았다. 학력 및 약력 이택주 동문은 1964년 토목과를 졸업하고 1970년부터 1978년까지 동국대에서 도시행정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1968년 신한기술원에 입사한 이 동문은 사단법인 이수토지구획 정리조합 업무부장과 사업소장, 학림건설 상임고문을 역임하고 1979년 고향인 용인시에서 한택식물원을 건립했다. 현재 사단법인 자생식물단체 부회장을 맡고 있는 이 동문은 한국식물원협회 부회장과 고문을 역임하기도 했다. 주요 상훈으로 1995년 환경보전활동에 기여한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1998년 '야생화농의 소득증대를 위한 우리 꽃 박람회' 농림부 장관상, 1999년 '소득증대를 위한 우리 꽃 박람회' 환경부 장관상, 2001년 경기도지사가 수여하는 농어민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사진 : 이재룡 학생기자 ikikata@ihanyang.ac.kr

2003-05 15

[교수]`마케팅은 성장 아닌 생존전략`-경영학과 예종석 교수

1923년부터 내려온 미국 내 25개의 선도 브랜드 중 20개 브랜드가 60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선두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통계 결과가 있다. 아이보리, 코카콜라, 맥도널드 등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 수 있는 브랜드들이 확고부동한 지위를 지켜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무엇보다 탁월한 '마케팅 전략'이 있다. 이같이 기업 경쟁력 유지의 핵심이 되는 마케팅은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근래 우리나라의 기업들 역시 마케팅에 대한 인식이 매우 높아졌지만, 아직 선진 기업들에 비하면 그 실행 능력에서 많은 부족함을 드러내는 것도 현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격차는 곧 사라질 것이라고 확신하는 학자가 있다. 그는 나아가 '국가마케팅을 통해 '대한민국' 브랜드 가치를 높임으로써 기업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단언하기도 한다. 경영대 경영학과 예종석 교수의 말이다. 마케팅의 실용성과 합리성에 주목하라 마케팅 개념이 처음 경제사회에 도입된 것은 생산과 소비를 연결시켜주는 교환시장이 형성되면서부터다. 이후 기업 경영의 관점은 과거의 공장·제품 중심에서 시장 중심, 고객중심으로 변화해 왔다. 뿐만 아니라 갈수록 대중을 중심으로 하는 마케팅에서 개인별 대응 차원의 마케팅으로, 더 나아가 정보 시스템을 이용한 개별 고객과의 신속한 상호 커뮤니케이션을 실현시키는 방식으로 그 방점이 옮겨지고 있다. 마케팅 전략의 이 같은 변화 추세를 놓고 예 교수는 마케팅이 지닌 실용성과 개방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말한다. "마케팅은 매우 실용적이고 개방적인 학문입니다. 물론 이론적 근거는 다른 인근 순수 사회과학 분야에서 가져다 쓰지만, 그것들을 실제 경제상황이나 기업에 맞게 분석하고 사용하는 것은 마케팅의 몫입니다. 실질적으로 마케팅은 기업과 시장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 즉 매개체 역할을 하는 것이죠. 기업에게는 시장기회를, 소비자에게는 욕구충족을 제공함으로써 마케팅의 역할은 대단히 명확하고 중요해집니다. 또한 그 중요성은 사회가 발전할수록 더욱 커지는 것이죠." 예 교수의 본래 전공은 경제학이다. 경제학으로 학사와 석사 학위를 취득한 그였지만, 우연한 기회에 마케팅 과목을 수강한 것이 전공을 바꾸는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가정(假定)'의 학문이라는 경제학에서는 알 수 없었던 현실성과 실용성을 마케팅이란 학문에서 발견했기 때문이다. 예 교수는 그의 주전공인 '소비자행동 이론'에 있어서도 경제학에서는 유틸리티(효용) 이론을 설명하는데 비해 마케팅에서는 심리학이나 사회학적 배경을 가지고 분석함으로써 더욱 합리적으로 접근된다고 설명한다. 경제난 속 마케팅 축소는 '자살행위' "현재 국내 기업들의 마케팅에 대해 '관심'은 매우 높지만 '실제'는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전문적인 마케팅 인력이 부족하고, 마케팅 직급 역시 기타 부서에 비해 아직도 낮은 위치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경우 마케팅 담당 수석 부사장이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아직 마케팅 담당 임원도 부족한 실정이죠. 이런 면에서 마케팅의 중요성을 제대로 못 깨우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이겨내기 위해선 전문적 마케팅 인력 양성이 매우 중요합니다. 미국에서는 경영대학 안에 마케팅 학과가 따로 있죠. 우리도 마케팅 과목 몇 개 가르치는 것으로 만족하지 말고, 더욱 세분화시켜 발전해야 할 것입니다." IMF이후 최악의 경제난이라는 요즘, 경기 불황에 따른 어려움은 다른 어떤 경제주체보다 기업들이 먼저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취하는 대응 전략은 대부분 비용과 인원 절감으로 나가기 쉽다. 그 중에서도 마케팅 관련 부분은 기업들이 가장 쉽게 구조조정의 칼을 댈 수 있는 부분. 그러나 예 교수는 이러한 현상을 '자살행위'라고 단언한다. 마케팅 없이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마케팅은 궁극적으로 기업의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려는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 우리 경제가 어려움은 수출이 안 되는데 있고, 수출이 잘 되더라도 흑자폭이 작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 이유는 우리 기업의 수출품의 부가가치가 적기 때문이죠. 이를 바로 잡으려면 일류 브랜드를 만들고 브랜드 자산 가치를 극대화하는 경영을 해야 합니다. 또한 정부의 국가마케팅 전략도 필요합니다. 국가 이미지를 상승시킴으로써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기업들에게 더 큰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입니다." '인생경영'의 전략적 자원 '겸손함' 예 교수는 자신의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선호도가 결코 높지 않을 것이라 말한다. 출석 규정도 까다롭고 과제와 발표도 타 수업에 비해 월등히 많기 때문이다. 또한 학점 역시 후한 편은 아니라고. 충실한 강의일수록 학생들에게 인기가 없다는 말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그러나 예 교수는 졸업생들이 찾아와 '정작 수업을 들을 때는 힘들었지만 사회생활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귀띔한다. 하지만 아직 본교의 학생들에게 아쉬운 점은 바로 '겸손'이라는 덕목이라고 덧붙인다. "세상을 살아가는 제일 좋은 전략은 겸손함이라고 생각합니다. 겸손함은 노자에서도 나오는 이야기지요. 더불어 기본적인 예의도 지켰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경영대 앞에 서 있으면 수많은 교수님들이 지나가시는데, 학생들이 그걸 보면서 담배를 피며 인사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은 부모님들을 무시하는 것과 같은 행동이에요. 학교라는 공간은 제일 관대한 곳입니다. 사회에 나가면 야단치는 사람이 없죠. 다만 외면하고 낙오시킬 뿐입니다. 겸손함이란 자신의 잠재적 브랜드 가치를 최대화할 수 있는 인생 경영의 중요한 전략입니다." 학력 및 약력 예종석 교수는 캘리포니아주립대에서 경제학 학사학위를, 이후 인디애나대에서 경제학 및 경영학 석사,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고 1986년 경영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현재 마케팅학회 편집위원장, 한국경영연구원(KMDI) 연구위원, 한국소비자학회 고문을 맡고 있으며, 제일모직과 두산그룹의 사외이사직도 겸임하고 있다. 한편 본교 경영연구소 소장과 경영대학원 마케팅 주임교수직을 맡아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국내 기부문화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지난 2000년 창립된 아름다운재단의 정책자문단장으로 활동하는 그는 '1% 나눔운동'을 주도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사진 : 이재룡 사진기자 ikikata@ihanyang.ac.kr

2003-05 15

[학생]`평행봉에서 이룬 꿈` 종별체조선수권 3관왕 체대 고준웅 선수

지난 2일 제주 한라체육관. 본교 고준웅(체대·체육2) 선수가 평행봉에서 E난도 기술을 구사하며 공중에 몸을 띄운 순간 대회장은 일순 침묵이 흘렀다. 아찔한 순간이 지나고 고 선수가 한 마리 새처럼 착지를 마치자 쥐 죽은 듯이 조용했던 대회장은 비로소 갈채와 환호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환한 웃음으로 관중에게 답례하는 고준웅 선수. 그는 2003 종별체조선수권대회에서 링과 평행봉 부문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는 영광을 안았다. 한편 고 선수의 활약에 힘입어 본교 체조부는 단체전 우승을 하는 쾌거를 함께 안기도 했다. 위클리한양은 링, 평행봉, 단체 우승의 3관왕을 차지한 체조 유망주 고준웅 선수와 매트 위에 앉아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 링과 평행봉에서 금메달을 땄는데, 자랑할 수 있는 기술은 무엇인가? 링에서는 링을 잡고 몸을 숙이면서 버티는 자세인 E난도 '수왈로' 동작을 들 수 있다. 공중에서 완벽하게 두 바퀴를 돌고 다시 봉을 잡는 E난도 '샤링모리스' 는 평행봉에서 보인 기술이다. 팔에 힘을 기르기 위해서 모래주머니를 단 벨트를 맨 채로 링을 잡고 오르락내리락 하는 연습을 계속 했다. - 이번 대회 중에 가장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대회 중에는 그다지 어려웠던 적이 없다. 대회 준비 과정이 더 힘들었다. 체조 경기는 마루, 뜀틀, 평행봉, 링, 도마, 안마의 여섯 가지 종목으로 이루어진다. 한 종목 당 열 한 개에서 열 두개 정도의 동작이 들어간다. 여러 동작을 연결해서 반복 연기하는 것이 힘들었다. 한 종목을 네 번씩만 연습해도 여섯 종목을 모두 하면 스물 네 번이다. 이렇게 하는데 세 시간 정도가 걸렸다. 오전 오후로 나눠서 하루에 사십 번 씩 여섯 시간 정도를 훈련했다. - 보통 체조는 초등학교 때 시작한다고 하는데. 입문의 배경이 궁금하다. 한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체조를 시작했다. 수지 초등학교에 다닐 때 재주넘기를 잘 해서 선생님들의 눈에 띄었다. 담임 선생님의 권유로 초등학교 3학년 때 체조로 유명한 수원 영화초등학교로 전학을 갔다. 그 때는 체조가 뭔지도 몰랐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체조를 시작한 게 정말 잘한 일 같다. 대학에 가는 것이 내 어릴 적 꿈이었다. 시골에서 대학가는 게 그만큼 힘들었기 때문이다. 체조해서 대학에 왔으니 체조가 내 꿈을 이뤄준 셈이다. - 체중 조절을 위해 점심을 굶는 여중생 체조선수를 본 적이 있다. 체조선수가 된다는 것이 그만큼 힘든 일인 것 같다. 체조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언제인가? 고등학교 때가 제일 힘들었다. 먹을 것도 제대로 못 먹고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같은 동작을 계속해서 반복 연습해야만 했다. 빵이 너무 먹고 싶어서 코치 선생님 몰래 매점에 가서 빵을 입에 물고 오다가 걸린 적도 있다. 그 때 코치 선생님이 내 머리를 빡빡 밀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뜀틀 연습을 하다가 왼쪽 팔을 다친 적이 있다. 다친 곳에 핀도 박고 세 번이나 꿰맸다. 체조선수를 할 수 없을 거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을 듣고 많이 힘들었다. 역기 운동을 해서 지금은 다쳤던 팔에 근육이 많이 붙었다. 아직도 팔이 잘 구부러지지는 않지만 체조하는데는 별 어려움이 없다. - 얼마 전 국가대표 선발전이 있었다. 국가대표가 되고 싶은 마음도 있지 않은가? 이번에는 선발되지 못했지만 고등학교 3학년 때 국가대표로 선발되어 태릉선수촌에서 1년 동안 생활한 경험이 있다. 내가 가장 닮고 싶은 사람은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류옥렬 선수다. 당시 체조 부문에서의 동메달은 정말 갚진 결과였다. 앞으로 국가대표로 올림픽에 출전해 금메달을 따고 싶다. - 향후 계획이 있다면. 가까이는 1달 앞으로 다가온 유니버시아드대회 선발전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싶다. 장기적으로는 대학을 졸업한 후 대학원에 진학해서 공부를 계속 하고 싶다. 어떤 공부를 할지는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 후에는 코치로서 선수들을 지도하거나 체육 교사가 되고 싶다. 사진 : 이재룡 학생기자 ikikata@ihanyang.ac.kr

2003-05 15

[행사]`열광의 도가니` 2003 한양가요제

지난 14일 저녁 6시. 서울캠퍼스 대동제의 아쉬운 피날레를 장식하는 2003 한양 가요제가 노천극장에서 열렸다. 새롭게 개보수 공사를 끝낸 노천극장은 이번 가요제를 더욱 빛나게 해주었으며 초대가수 김정민과 드렁큰타이거는 학우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다. 본교 동문인 가수 서수남씨의 인기 또한 결코 김정민에 뒤지지 않았다는 것이 당시 행사를 지켜본 관중들의 반응이다. 아울러 이번 가요제의 심사는 연극영화학과 신일수 교수가 맡았다. 이번 가요제에서는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듯 힙합이 대다수를 이뤘으며 가창력을 맘껏 뽐낼 수 있는 록 발라드 역시 빠지지 않는 레파토리로 무대를 빛냈다. 대상은 연극영화학과 구원영 양이 차지했다. 위클리한양은 2003 한양가요제의 하이라이트를 동영상으로 옮긴다.

2003-05 15

[행사]의학정보관 `의학도서 전시회` 개최

지난 13일과 14일 양 일간 서울캠퍼스 의과대학에서는 의학학술정보관(관장 안동현 교수)이 주최하는 '제1회 외국 의학도서 전시회'가 열렸다. 과거 백남학술정보관이 외국도서를 분야별로 망라하여 전시회를 개최한 적은 있었지만 의학도서만으로 해외 도서전시회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의대 본관 4층과 의료원 연결 통로(연부교)에서 진행된 이번 행사에서는 2000년 이후 출간된 최신 외국 의학도서 2천 여권이 전시되어 관계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의학학술정보팀 김휘출 팀장은 "주어진 예산을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면 도서 구입 전에 이 같은 전시회가 매우 효율적인 방법이다"라고 행사 배경을 설명하면서 "교수님들이 이번 행사를 통해 의학분야 신간도서를 직접 보고 선택하게 한 뒤에 추천하는 도서들을 선별적으로 구입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김 팀장의 설명대로 이번 행사를 통해 의학학술정보관은 의대 교수들이 추천한 도서목록을 활용하여 자체 예산으로 최신 외국 의학도서를 구매했다. 이는 고가 학술서에 대한 최종 수요자들이 사전에 상품을 직접 선택하게 함으로써 한정된 예산을 통한 최대의 만족도를 얻기 위한 것. 한편 이번 행사는 학술정보관측 뿐만 아니라 개인들도 고가의 해외 의학도서들을 시중가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해 큰 호응을 얻었다. 의학학술정보관측은 "의학 분야 외국 도서의 경우 대개가 값이 비싸기 때문에 배정된 예산으로는 충분한 도서 구입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히고 최신 의학자료 확보의 고충이 있음을 토로했다. 따라서 이번 전시회 행사와 함께 진행된 '기증 프로그램'(교수들이 개인적으로 도서를 구매하여 의학학술정보관에 기증하는 행사)에 대해 교수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촉구했다. 아울러 김 팀장은 "한양대학교 의학학술정보관은 다른 대학 의학도서관에 비하면 의료원 규모에 걸맞지 않게 규모나 시설 면에서 다소 부족한 것이 사실이지만, 중장기 발전계획을 가지고 양질의 장서 확보, 전자자료 구매 확대 등을 통해 교수님과 연구자들에게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3-05 15

[행사]`古, GO` 서울캠퍼스 대동제 이모저모

2003 서울캠퍼스 대동제 '古, GO'가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성황리에 개최됐다. 캠퍼스의 '복고풍'을 표방하며 진행된 이번 대동제는 추억의 교복 페스티벌과 해외 문화·음식 축제 그리고 컴퓨터 게임대회 등 흥미롭고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조금은 덥다고 느껴질 정도로 맑고 화창한 날씨에서 시작된 이번 대동제에서 애지문을 나서는 학생들을 가장 먼저 맞이한 것은 추억의 거리전 '기억나니' 행사와 이슬람 문화축제. 총학생회 산하 국제 교류위원회는 최근 범사회적으로 관심이 증대한 이슬람 문화에 대해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고 이와 함께 국제 음식문화 페스티벌을 주최해 대학 축제의 외연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슬람 문화축제를 준비한 유학생 이강산(공대 전자4) 군은 "고국 터키의 문화를 본교 학생들에게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서 참 좋았다"고 전했다. 한편 9대 여성위원회가 남자에 의해서 진행되던 미팅을 여성 참가자 위주의 형식으로 바꾼 이색미팅 '너 내가 찍었다!!-100대 100 미팅' 프로그램도 이번 대동제에서 높은 관심을 끌었다. 이번 대동제를 기획한 총학생회 부학생회장 홍성택(공대·도시4) 군은 "21세기 새로운 트렌드라 불리는 복고의 의미를 지닌 '古, GO'라는 주제 하에 모든 학생들이 즐길 수 있는 즐거운 축제를 만들려고 노력했다"라고 행사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연예인들이 소속사 사정을 이유로 출연을 취소하고, 일부 프로그램이 신청인원 미달로 열리지 못하는 등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았다. 홍 군은 "한양대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 주민들도 즐길 수 있는 대동제를 만들고자 했지만 홍보 부족으로 인한 신청인원 미달로, 계획이 취소되어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또한 외부 기업들의 참여가 지나쳐 '대학축제가 너무 상업화되는 것이 아니냐'하는 우려들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동제는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헌혈 행사와 각종 동아리 전시회 등이 활성화되어 침체된 대학 축제의 활기를 되찾아주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김대건(공대·건축2) 군은 "온통 주점 일색이었던 작년과는 달리 이번 대동제는 여러 가지 행사와 다양한 시도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古, GO라는 컨셉도 그렇고 주최측의 기획력과 노력이 여러 측면에서 돋보였던 행사였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많은 게임 팬들의 관심을 끌었던 '한양-카이스트 스타크래프트 대전'은 치열한 접전 끝에 무승부로 끝이 나 아쉬움을 남겼다. 이 밖에도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는 주제 아래 펼쳐진 '나는 한국인이다' 행사와 잊혀져 가는 전통문화를 새롭게 환기시키기 위해 마련된 전통 혼례식도 학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2003-05 15

[행사]`예비 건축인의 등용문` 건축 올림피아드

'예비 건축인들의 등용문' 오는 31일 '제2회 한양대학교 건축 올림피아드'가 안산캠퍼스에서 개최된다. 건축 분야에 재능 있는 인재를 조기에 발굴하고 건축문화 창달을 목적으로 안산캠퍼스 건축학부가 주최하고 한국건축가협회가 후원하는 본 행사는 작년에 이어 올해로 두 번째다. 고등학교 재학생이면 누구나 담당 교사의 추천을 받아 본 행사에 참가할 수 있으며 고등학교에서 단체로 참여하는 것도 가능하다. 전형방법은 대회 당일 제시되는 주제에 대한 스케치와 모형제작 그리고 개념 설명의 형식으로 진행된다. 제1회 대회에서는 '자신이 꿈꾸는 미래의 거주형태를 상상력과 창의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표현하시오'라는 주제가 나왔다. 1차 심사는 본교 교수진이, 2차 심사는 한국건축가협회와 본교 교수진이 함께 맡게 되며 대상 1명, 우수상 3명, 지도교사상 4명을 비롯해 총 45명에게 시상할 예정이다. 원서 접수 마감은 오는 23일까지이며 방문 또는 우편 접수 모두 가능하다. 또한 입상자 전원에게는 안산캠퍼스 수시전형 특례입학 지원자격이 주어질 예정이다. 안산캠퍼스 건축학부는 지난 1999년 대학교육협의회 건축학 분야 평가에서 전국 최우수대학으로 선정된 것을 기념하고자, 지난 해 국내 최초로 '제1회 건축 올림피아드'를 개최했다. 작년의 대회는 제1회였음에도 불구하고 천 삼백 여명이 넘는 전국 고교생들이 참가하며 경쟁이 결코 만만치 않았다는 후문이다. 이번 행사의 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재승(공학대·건축) 교수는 "건축을 통해 좀 더 나은 사회 만들기를 희망하는 창조적인 학생들을 위한 한 마당"이라고 행사의 취지를 설명했다. 즉 한국의 건축 문화를 이끌고 갈 꿈나무를 조기에 육성·발굴하자는 취지의 행사라는 것. 아울러 박 교수는 "본 행사에서 수상한 학생들에게 수시전형 지원자격을 부여함으로써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박 위원장은 "지난 1회 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의 열정과 실력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하고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한국건축가협회 관계자들 역시 학생들이 주제에 대해 전개하는 방식과 높은 수준에 매우 놀란 것이 사실"이라며 "올해도 많은 학생들의 창의성 높은 작품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2003-05 15

[행사]개교기념 시상대 오른 영광의 얼굴들

"더 열심히 하라고 주는 상으로 알겠습니다." 상을 받는 모든 이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한가득, 그의 팔에는 상장과 상패, 부상이 가득했고 주위에서는 박수가 끊이질 않았다. 지난 15일 서울캠퍼스 백남음악관에서 열린 개교 제64주년 기념식에서는 476명의 한양인들이 다양한 공로와 업적을 인정받아 시상대에 올랐다. 장유경(생과대·식영) 교수 등 28명은 30년 장기근속상을 수상했으며 백준상(한양여대) 교수 외 146명이 20년 장기근속상을, 169명의 교수 및 교직원이 10년 장기근속상을 수상했다. 수상자들에게는 각각 금메달과 손목시계가 부상으로 주어졌다. 1973년부터 한양의 발전을 위해 재직해 온 장 교수는 "지난 30년 간 지켜 본 한양의 발전이 자랑스럽고 감회가 새롭다"고 수상소감을 피력했다. 백남학술상은 김채옥(자연대·물리) 교수, 이승훈(인문대·국문) 교수, 남상남(생체대·경기지도) 교수 등 3명에게 돌아갔다. 건학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백남학술상은 교육과 학문적 업적, 교내외 봉사에 뛰어난 본교 재직 교수에게 수여하고 있다. 본교에 27년 간 재직하면서 상공부 장관 등을 역임하는 등 학계와 관계에서 많은 업적을 남긴 안동혁(공대·화공) 명예교수는 이해성 명예총장으로부터 자랑스런 명예교수상을 수상했다. 이날 시상에는 안동혁 교수가 고령의 나이로 참석하기 어려워 조카 안치환씨가 대리 수상했다. 금메달 10돈이 부상으로 주어지는 자랑스런 명예교수상은 교무위원의 추천을 통해 수상이 결정된다. 한편 권오경(공대·전전컴), 정민(인문대·국문), 박은성(음대·관현악), 배상철(의대·내과), 윤선희(법대·법학), 정영대(과기대·응용물리) 교수는 제64주년 개교기념을 맞아 최우수교수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권 교수는 수상소감을 묻는 질문에 "더 열심히 하라고 격려하는 상으로 알겠다"며 겸허한 소감을 밝혔다. 창조적인 강의로 학생들로부터 최고의 수업 평가를 받은 정형식(공대·토목) 교수 등 24명에게는 Best Teacher상이 주어졌다. 올해로 5회를 맞는 Best Teacher상은 학생들의 강의 평가내용을 바탕으로 선별되며 수상자들은 각각 상패와 함께 부상으로 상금 100만원씩을 받았다. 또한 이번 개교기념식에서는 대외적으로 한양의 이름을 높인 학생들에게 공로상이 수여되기도 해다. 공로학생상을 받은 5명의 학생들은 다소 수줍은 모습임에도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탈리아 자코모라우리볼티 국제 콩쿠르에서 조반니 부문 1위를 했다는 엄진희(음대·성악2) 양은 "어린 나이에 국제적인 상을 받고 학교에서도 공로상을 받아서 부담이 되기도 한다"고 말하면서도 "노력한 대가를 학교에서도 인정해 주셔서 매우 기쁘다"고 웃음을 지어 보였다.

2003-05 15

[행사]`미래로의 도약` 개교 제64주년 기념식

지난 15일 오전 10시 서울캠퍼스 백남음악관에서는 개교 제64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기획조정실장 이현우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 날 행사에는 김종량 총장을 비롯해 이해성 명예총장, 김진열 총동문회장 등 학내외 주요 인사와 교직원 등 3백여 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김종량 총장은 기념사를 통해 "우리는 지난 64년의 역사 속에서 끊임없는 발전을 거듭해왔다"라고 평가하고 '이는 한양인 모두의 힘이 모아져 이룩된 성과'라고 말했다. 또한 김 총장은 "역사는 변화를 거듭하고, 수정되는 것이며, 과거·현재·미래가 그 속에서 항상 함께 한다. 개교 64돌을 맞아 이 자리가 오늘날까지의 한양의 발자취를 돌아보며 미래로 도약할 준비를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사회 각 분야에서 최고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의 동문들이 너무도 자랑스럽다'라며 축사를 시작한 김진열 총동문회장은 "대학이라는 곳에 몸담은 우리가 가장 취해야 할 자세는 바로 건학이념인 '사랑의 실천'일 것"이라 당부하고 "우리 학교를 인재나 지식 양성의 상아탑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사랑을 몸소 실천하는 참다운 지성을 길러내는 곳으로 격상시키자"라고 호소했다. 스승의 날을 맞아 학생대표로 은사들에게 화환을 증정한 신진수 서울캠퍼스 총학생회장은 "교수님들께선 학생들에게 단순히 학문을 가르쳐 주시는 것이 아니라 진실한 삶, 인생을 살아가는 자세를 전해주신다"라며 "이러한 교수님들의 노고에 힘입어 오늘날 한양의 위상이 더욱 높아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해 스승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다. 한편 이날 기념식에는 장유경(생과대·식품영양) 교수가 장기근속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해 최우수교수상·Best Teacher상 등 각종 표창에 대한 시상식이 함께 진행됐으며, 이를 축하하기 위해 자리한 수많은 후학들로 성황을 이뤘다.

2003-05 08

[동문]주택문제, 성장과 안정의 접점 찾는 건교부 도시건축심의관 서종대 동문

지난 1일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난곡'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주거권과 재개발 명분을 놓고 오랜 갈등을 끝내고 마지막 14가구가 철거되면서 달동네 난곡은 서울시민의 기억 속으로 사라졌다. 재개발과 주거권, 그린벨트와 재산권 등 공공의 이익과 개인의 이익은 근본적으로 갈등의 요인을 내포하고 있다. 환경보존이나 공공개발이 전체의 이익을 추구한다고 해서 주거권과 재산권 같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가 부정되거나 침해되어도 안 된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러한 재개발과 지역개발계획에 대한 주무부처는 건설교통부. 이 곳에서 미래를 생각하는 도시 계획과 현실적 해결책의 접점을 찾아가는 도시건축심의관 서종대 동문(경제 83졸)을 만났다. 난개발 해결, 제도보다 시행이 중요해 산업기반 및 인구가 수도권으로 집중되면서 발생한 난개발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부상한지 오래다. 경기도 지역, 서울의 외곽에서 쉽게 목격되는 난개발의 폐해는 대부분 대단위 주거지역은 형성되었음에도 그에 따른 생활의 기본적 인프라가 갖추어지지 못한 데서 야기된다. 무분별한 대도시 위주의 산업개발과 수도권 팽창이 부른 산업화의 생채기이다. 서 동문은 이러한 난개발 문제가 올해부터 시행되는 '국토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의해 일정 부분 해소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 법은 지금까지 무분별하게 진행된 국토 개발을 체계적으로 하기 위한 법률입니다. 과거에는 수요가 생긴 다음에 기본 시설이 따라서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 농지 한가운데 덩그렇게 놓인 아파트들이 생겼죠. 하지만 계획도시에 들어가면 이러한 문제는 해결될 것입니다. 수요가 어느 정도 발생할 지역을 사전에 선정, 개발함으로써 사람들이 충분히 살만한 여건을 만들어준 다음 입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법의 기본 취지입니다." 법의 취지가 좋다고 해서 결과가 반드시 좋을 수는 없는 법. 서 동문은 이러한 명제를 가장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그는 제도를 만드는 것보다 올바르게 시행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사실을 잘 인식하고 있다. 제도를 만듦으로써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행과정에서 발생하는 현실적 어려움에 대해 제도를 보완해 나가는 사후 행정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서 동문은 바로 이러한 사후 적용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자신의 임무라 말한다. 성장과 안정, 두 마리 토끼 잡는다 "재건축 문제, 그린벨트와 주택보급 계획 등은 내수산업의 성장이나 안정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주택정책과 같은 경우, 사회정책과 경제정책의 중간영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재정정책과 상당히 유사하죠. 성장 위주로 많은 주택을 보급하면, 건설업이 살아나고 투기심리는 안정되지만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안정 위주로 수요에 따른 공급만을 고려하면 주택가격이 상승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어떤 시책이든 두 가지를 잘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서 동문은 재건축 문제와 그린벨트 문제에 있어서 개인권을 상당히 중요시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무조건적인 정부 중심의 사고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린벨트의 경우, 개인권에 대한 고려나 확실한 조사 없이 무분별하게 지정되어온 경향이 없지 않았던 것이다. 이러한 잘못된 정책에 의한 피해는 구제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 서 동문의 입장. 올해까지 진행되는 그린벨트 재조정 계획은 그런 맥락에서 진행되고 있다. 풀 곳은 확실히 풀어주고 지킬 곳은 강하게 지킨다는 것이다. 경제관계부처 최연소 국장 지난 3월, 참여정부의 각 부처는 대대적인 인사이동을 단행했다. 그 핵심은 능력 위주의 인사이동이었고 이른바 '사람에 맞추는 자리가 아니라 자리에 맞는 사람을 쓰겠다'는 신 정부의 인사 원칙이 반영된 것이었다. 3월에 있었던 인사를 통해 도시건축심의관에 발탁된 서 동문은 경제부처 '최연소 국장'이란 칭호를 함께 받았다. 다소 빠른 승진이 아니냐는 말에 손사래를 치는 서 동문은 무엇이 성공인지 모르지만, 성공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직업과 지위라는 것은 인생의 전 과정 속에서, 자기가 필요한 자리에 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 자리에 조금 빨리 온 것은 이 자리에서 저의 어떤 부분이 필요했기 때문이지 저의 능력이 탁월해서라 생각지는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리에 연연해서 말을 하지만, 그것은 표현의 수단이 없어서 그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관점에서 직장과 지위라는 것은 사회에 얼마나 도움되는 일을 할 수 있는지, 그 일을 하면서 내 맘이 편안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입니다." 공직은 '사랑의 실천' 구현할 최고의 공간 서종대 동문은 건설교통부의 토지, 주택, 기획예산 담당을 거쳐 청와대 SOC 기획단, 경제수석실 등 전체적인 업무를 조율, 기획하는 일을 해왔다. 모든 사람의 부러움을 살만한 곳에서 일해온 그 이지만, 서 동문에게는 오히려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자신의 주 전공분야인 주택과 토지이용에 대한 실무 경험을 충분히 쌓을 수 없었다는 것.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그가 품은 자신의 분야에 대한 애착은 남다르다. "저는 솔직히 어떤 자리에 오르고 싶다거나 모든 일을 관장하는 일을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건 청와대에서 많이 했습니다. 그것보다는 제가 담당하고 있는 주택과 토지이용에 있어서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싶습니다. 우리나라가 이제 주택보급률이 100퍼센트를 넘었다고 하는데, 선진국에서 사용하는 인구 1000명당 주택수로 한다면 가야 할 길은 멀었습니다. 1가구 1주택의 명제에서 벗어나 집이 필요한 이들에게 모두 집을 공급할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그는 자신이 품은 직업 철학을 모교의 건학이념에서 찾는다. 그 역시 재학생 때는 건학이념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사회 속에서 재학시절 무의식중에 들어왔던 사랑의 실천, 성실, 겸손과 같은 단어들이 지금 그에게 큰 힘이 되고 있노라고 고백한다. "모교의 건학이념은 정말 어느 곳에 내놓아도 주목받을 마음가짐입니다. 단순히 학교에 필요한 정신이라기보다 사회 속에서 자신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정신적 자산이 된다는 거죠. 저는 많은 후배들이 공직에 진출했으면 합니다. 본교의 건학이념을 가장 잘 실천할 수 있는 공간일 뿐만 아니라 어떤 특정인을 위해 일을 하는 것이 아닌, 공익을 위해 일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이곳은 후배들에게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학력 및 약력 서종대 동문은 1981년 25회 행정고시에 합격하고 2년 뒤인 1983년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정책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서 동문은 이후 1991년, 영국 버밍험대에서 경제개발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건설교통부에서 토지정책, 주택정책, 기획예산을 담당한 서 동문은 1995년부터 청와대 SOC 기획단, 경제수석실 과장으로 근무했다. 이후 필리핀대사관 1등 서기관을 역임한 후 건설교통부로 돌아와 주택관리, 주택정책, 예산, 총무과장 등을 거쳐 지난 3월부터 건설교통부 도시건축심의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사진 : 이재룡 학생기자 ikikata@ihanyang.ac.kr

2003-05 08

[교수]오선에서 잃어버린 음악의 원류 찾는 음악대학 관현악과 강해근 교수

'메트로놈'이란 작고도 앙증맞은 기구가 있다. 시계추의 원리를 응용한 것으로 약 15센티미터의 흔들이 아래쪽 끝에 추가 달려 있고, 진동 주기는 위쪽에 있는 추를 오르내려 조정하며 태엽장치로 흔들이를 진동시킨다. 흔들이는 똑딱거리는 소리를 내고, 벨을 울려 박자를 알린다. 베토벤이 귀가 멀자 그의 주치의이자 친구인 멜젤(Melzel Metronom)이 베토벤을 위해 발명했다는 기구다. 주로 피아노를 배우는 사람들이 박자를 놓치지 않기 위해 사용하는 메트로놈은 '흥에 겨워' 악보의 박자를 쉬 놓치고 마는 초보 연주자들에게 '재현'의 기준을 새삼스레 일깨워주는 기구다. 이러한 메트로놈처럼 현대음악의 낭만성에 빠져 있는 대중들에게 '오선의 룰'을 다시금 환기시키고 나선 음악가가 있다. 음악연구소 소장으로 최근 '정격연주회'를 주최하며 세간의 주목을 한 몸에 받기 시작한 음악대학 관현악과 강해근 교수. 그는 '달콤하기만 한 요즘 연주에 질렸다면, 옛 음악이 들려주는 예스러움의 소박함에 귀를 기울여 보라' 말한다. 바흐는 바흐답게, 당대의 '정신'을 연주하라 "아직 우리나라에서 정격연주의 역사는 극히 짧다고 말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번 정격 연주회는 기대 이상으로 반응이 좋았어요. 우리 국내 청중들의 반응은 물론이고 연주회를 위해 내한한 국외 연주자들의 반응이 더욱 좋았습니다. 내가 기획한 일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기쁘게 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더없이 뿌듯하게 생각하고 있지요." 정격연주란 작곡 당대의 악기와 연주방식으로 해체·복원하는 연주방식이다. 외국에서 정격연주의 역사는 이미 1세기를 넘어다보고 있고, 음반 쪽에서도 이미 큰 흐름으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당대의 정신을 복원된 연주를 통해 엿보겠다는 것이다. 후기낭만주의 이전까지만 해도 대중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당대'의 음악을 원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대중들은 동시대의 음악을 포기하고, 오래된 고전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강 교수는 이를 두고 20세기 '음악사의 비극'이라 말한다. 과거의 시대정신이 숨쉬는 고전을 오늘의 낭만으로 재현하려다 보니, 본래의 빛을 바래기 시작했다는 것. 이른바 '바흐는 바흐답게 연주하라'는 강 교수의 주문은 정격연주의 근본을 잘 반영하고 있다. "20세기에 들어 우리는 '옛날' 음악만을 하고 있습니다. 음악을 하는 사람들도 이를 당연하게 생각하지요. 그런데 '옛 음악'을 들을 때에는 두 가지 입장이 있습니다. 첫째는 옛 음악을 주관적 해석을 통해 현대에 다시 들려 주는 것입니다. 이것은 현대 연주 방식에 있어서 주류를 차지합니다. 둘째는 음악 자체뿐만 아니라 당대의 모든 상황을 당시의 시각으로 보고 복원해 내는 입장입니다. 이것이 바로 정격연주이지요." '음악회'는 없고 '이벤트'만 있다. 한세대 유영재 교수는 작금의 국내 음악계가 처한 상황에 대해 극한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적어도 우리나라에는 음악회는 존재하지 않고 이벤트만이 있을 뿐이다. 고전음악이라는 단어 자체가 대중음악과 상반된 개념으로 쓰이면서도 고전음악회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대중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은 정말 아이러니이다' 한 교수의 지적과 같이 지금도 대중적 취향을 좇기에 급급한 국내 음악계에 있어 정격연주에 대한 관심과 역사는 그다지 오랜 세월을 거스르지 않는다. 그렇다고 정격연주를 주창하는 음악가들은 정작 서두르는 기색도 없다. 정격연주에는 단순히 음악적 기술이 아닌 '지식'의 문제가 내재되어 있는 까닭이다. "우리나라에 정격연주를 그대로 도입하기에는 아직 준비가 덜 된 느낌이 있습니다. 정격연주에 대한 관심이 이미 범사회적으로 확대되기 시작했고, 자연발생적인 애호가들을 대거 확보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교육계에서 정격연주에 대해 관심을 가진 사람은 매우 드뭅니다. 해외 유수의 음악교육기관들은 정격연주를 이미 하나의 커리큘럼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국내의 상황은 아직 그렇지 못하죠. 정격연주에는 먼저 '지식의 문제'가 놓여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당대의 룰과 관행, 상황 등 단순히 음악적인 지식이 아니라, 시대를 오르내리는 음악사적 식견이 필수적이라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정격연주가 이토록 오랜 세월이 지나 지금에야 부활하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강 교수는 정격연주에 대한 관심이 늦게 시작된 데에는 고증에 필요한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고, 현대음악이 사람들의 기대를 과연 충족시켜 주는지를 먼저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라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세기 대다수의 연주가들은 옛 음악만을 연주하면서도 당대의 시대정신을 반영치 못했고 그만큼 청중에게 위안을 주지 못한다는 것. 그래서 강 교수는 최근 정격연주에 대한 국내외의 높은 관심을 두고 음악사에 있어 가히 100년만의 성과라 얘기하기도 한다. 기술에 앞서 '음악적 소양'이 중요해 바흐의 마테수난곡을 가장 좋아한다는 강 교수는 첼리스트다. 모두가 얘기하듯이 첼로는 바이올린 등 다른 현악기에 비해 인성(人聲)에 매우 가까운 음역을 지니고 있다. 쉽게 말해서 표현력이 풍부하다는 것이다. 또한 강 교수는 첼로만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매력으로 중후한 음색을 꼽는다. 대학시절 첼로를 공부하다가 어느 순간, 연주자로서의 삶보다 교육자로서의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강 교수. 그래서 현대 유명 연주가들을 양성하는 미국이 아니라, 고전의 고향인 독일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자세로 음악을 공부했다는 그는 훌륭한 연주가의 조건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음악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물론 악기를 다루는 기술적 부분입니다. 이른바 '탄탄한 기본기'가 매우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기술은 오선상의 메시지를 재현하는 하나의 수단일 뿐, 기술을 통해 정작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은 연주자 내부의 문제입니다. 자신의 교양과 음악적 소양, 품성 등이 결국 훌륭한 연주의 바탕이 됩니다. 마찬가지로 청중들도 이젠 음악을 마음으로 들어보세요.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을 들으며 카라얀의 인상적인 지휘를 떠올리지 말고, 소리의 이면에 있는 바흐를 찾아보세요." 학력 및 약력 강해근 교수는 1947년 전라북도에서 태어났다. 집안이 일찍부터 개화된 내력이 있어 어릴 적부터 집 다락에 있던 오래된 악기들을 꺼내 놀았던 기억으로 자신의 유년시절을 소개한다. 이후 학교에 있던 풍금을 쳐 본 기억이 유년시절 악기와 가진 인연의 전부라고. 전주에서 인문계 고교에 진학한 후 음악부에서 활동을 시작한 것이 오늘날 여기까지 오게 된 계기가 됐다는 소박한 고백도 숨기지 않는다. 1973년 서울대 기악과를 졸업하고, 1977년 독일 뮌헨루드비히막시밀리안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독일 R. Strauss음악원을 거쳐 현재 관현악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음악연구소 소장을 겸임하고 있다. 사진 : 이재룡 사진기자 ikikata@ihanyang.ac.kr

2003-05 08

[교수]"삼신할머니가 영어로 뭐야? 네이버 검색창에 치지마"

서정수(인문대·국어국문) 명예교수가 자신의 퇴직금을 털어 '한국언어문화사전' 영문판을 출간해 화제다. 이 사전은 일반 한영사전 기능 외에 역사·지리·종교·사상 등 36개 분야에 걸쳐 한국 문화를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기존 한영사전에는 우리 문화에 대한 내용이 빈약했을 뿐 아니라, 영어 표현에 맞지 않는 용례가 많아 영어식 표현을 쓰기 위해 영한 사전을 다시 들춰봐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위클리 한양은 한국 최초의 영문판 언어문화사전을 편찬한 서 교수를 만나 출간 배경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보았다. - 평소에 보던 사전보다 굉장히 두껍다. 한국언어문화사전이 주목받는 이유는 비단 크기 때문만은 아닐 것 같은데. 우선 일반 한영사전과 달리 8백여 장의 사진과 함께 김치, 떡, 전통 놀이, 사계절 풍습 등 전통적 생활 문화어에 대해 자세히 배울 수 있다. 사진을 직접 찍지는 못했지만,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 대학교 박물관 등을 돌았다. 사진을 통해 우리의 언어와 문화를 쉽게 공부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또한 이 사전을 통해 최신의 영어용례를 쓸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전까지는 쉬운 영어로 우리 언어와 문화를 풀이하는 서적이 없었다. - 이번 사전은 우리말과 영어의 미묘한 문법적 차이도 풀이했다고 하는데. 우리가 정관사와 부정관사를 제대로 구분 못하듯 외국인들은 '-는', '-이', '-가'같은 조사를 어려워한다. 예를 들어 '나 고기는 안 먹어'라는 문장에는 '고기는 안 먹지만 다른 건 먹어'라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 '는'이라는 조사 한 글자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외국 사람은 이러한 미묘한 차이를 모른다. 이런 조사와 어미의 의미와 쓰임을 상세하게 풀이한 것도 다른 사전에서는 볼 수 없는 특징이다. - 퇴직금을 털어 이번 사전을 출판했다고 들었다. 사전 출간의 배경이 궁금하다. 한국어를 외국인에게 가르친 경험이 있다. 우리 문화에 대한 풀이가 되어 있는 서적이 거의 없어서 한국 전통 음식이나, 놀이 문화를 설명하는 데 힘이 들었다. 그 때 우리 문화를 외국어로 소개하는 서적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이번에 편찬된 사전을 통해 외국인뿐만 아니라 우리 문화를 잘 모르는 교포 2·3세도 한국의 언어와 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유학을 계획중인 학생이나 해외에서 근무할 외교관에게도 이 사전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앞으로 영어뿐만 아니라 일본어, 중국어로도 번역을 해서 우리와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한국의 언어와 문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 한글을 영어로 표현하다보니 더 힘이 들었을 것 같다. 편찬과정에서의 에피소드는 없는가? '물가에서 놀지 마라'를 영어로 옮기면서 있었던 일이다. 나는 그 문장을 'Don't play at the water side'로 번역했다. 그런데 영어 교정을 봐줬던 원어민은 내 번역은 콩글리시라며 'Don't play by the water'라고 쓰는 것이 더 일반적인 표현이라고 했다. 'at'에는 물 속에서 논다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면서. 그런데 '물가에서 놀지 마라'에는 '물 속에서 놀지 말라'는 속뜻이 있다. 결국 사전에는 'Don't play at the water side'를 실었다. (웃음) 이처럼 영어로 알맞은 표현으로 고쳐오면 한국어 본래의 의미에서 멀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점이 가장 힘들었다. - 사전 편찬 후 아쉬운 점이 있다면? 분량이 많아서 들고 다니기가 불편한 것이 단점이다. 나중에 좀 더 작은 크기로 만들어서 간편하게 들고 다니면서 쉽게 쓸 수 있도록 하겠다. - 6년 동안 사전 편찬에 매달렸는데, 한글문화의 세계화를 위한 향후 계획이 있다면? 한글로 키보드 상에서 영어 발음을 정확하게 적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생각이다. 지금까지는 영어를 한국어식 발음으로 적어서 정확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five'는 '파이브'도 '바이브'도 아니다. 현 한글을 바탕으로 국제음성기호(IPA)와 같은 한글 음성기호를 만들고자 한다. 영어 단어를 놓고 기능키 하나만 누르면 그 단어의 발음 기호가 표시되는 CD-ROM이 만들어지면 'f'나 'v'와 같이 한글에 없는 영어 발음을 정확하게 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 : 이재룡 학생기자 ikikata@i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