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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 21

[동문][NOW 꿈꾸는 사람들]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한양인

2006년 한국인 최초 UN 사무총장이 선출됐다는 소식에 온 나라가 기뻐했다. 국제기구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그 위상은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라는 작은 무대에서 세계를 누비는 일은 누구나 꿈꾸는 일이기도 하다. 유엔협회세계연맹(WFUNA)의 일원인 이영진 동문은 그 꿈의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다. 쉽게 들여다볼 수 없는 세계라 그의 이야기가 더욱 궁금하다. 글. 강숙희 사진. 안홍범 ▲ 이영진 동문(국제학부 08) 책임과 어려움 있어도 보람과 성취 커 “처음엔 프로젝트사무소로 작게 시작된 곳이에요. 그러다가 반기문 UN 사무총장이 선출되면서 한국 내 UN 인지도가 더욱 높아졌고, 연맹에서도 마침 아시아·태평양권에 사무국을 찾고 있던 상황이라 서로의 요구가 맞아 미국 뉴욕과 스위스 제네바에 이어 2015년에 세 번째로 한국 서울에 사무국을 차린 거죠.” 이영진 동문이 활약하고 있는 유엔협회세계연맹은 UN과 별도로 설립된 독립적 비영리 국제기구다. UN의 활동과 비전을 지지하고 이를 시민사회에 알리며 서로를 연계하는 역할을 한다. 더불어 유네스코와 유니세프 등 또 다른 국제기구와의 협력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그는 교육 주임으로서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참여할 수 있는 청소년 캠프와 UN본부 연수 프로그램 등을 추진하고 있다. 또 한국 대학생 대표단을 UN본부에 파견해 관계자들과 토의하고 정책을 제안하는 일을 돕고 있다. 이는 UN이 청년들의 생각을 소중하게 여겨 가능한 일이다. 그와 UN의 인연은 꽤나 길고도 깊다. 고등학교 때 담임교사의 추천으로 모의 UN 활동을 한 경험을 계기로 국제학부에 진학했다. 캠퍼스 생활을 하면서 한양대에 모의 UN을 만들어 사무총장으로서 매년 모의 UN을 개최하기도 했다. 그렇게 국제기구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졌고, 진로를 고민하던 중 연맹 관계자의 추천으로 청소년 캠프 강사 역할을 맡게 됐다. “연맹 활동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꼭 함께 일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마 여기가 아니었더라도 국제기구 어딘가에서는 일하고 있었을 거예요.” 사실 국제기구라고 해서 모두 직원이 많은 건 아니다. 서울 사무국 직원만 해도 여섯 명이 전부다. 이는 뉴욕과 제네바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다 보니 일반 기업에 비해 담당해야 하는 일의 범위가 넓고 그로 인한 책임감과 어려움이 크다. 하지만 워낙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데다 어려움을 극복해가는 과정을 통해 능력을 키울 수 있어 만족도가 매우 높다. 뜨거운 가슴으로 교류하고 토의하라 이영진 동문은 초등학생 때 아버지가 주재원으로 발령받아 5년간 아프리카 수단에서 학교를 다녔다. 이때의 경험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처음에는 언어를 익히는 게 힘들었지만, 나중에는 한국에서처럼 학원을 다닐 필요가 없어 무척 즐거웠다. 방과 후엔 늘 다양한 여가 활동을 즐기고 운동을 하는 게 일상이었다. 그렇게 다른 나라의 친구들과 사귀고 교류하며 국제적인 시야를 갖췄다. 한양대 재학 시절, 대부분 외국 생활 경험이 있는 국제학부 친구들과도 그런 면에서 통하는 부분이 많았다. 워낙 열정적인 성격에 활동 분야도 넓어 학생회와 영어 토론 동아리 등에서 활약했다. 특히 교류하고 토의하는 복합적인 활동은 그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애써 모의 UN을 한양대에 도입한 것도 그런 열정의 일환이다. “다른 학교에는 있는데 왜 우리 학교에는 없을까 고민하다가 친한 친구와 함께 임시로 사무국을 만들었습니다. 실제 UN 의제를 바탕으로 주제를 선정하고 참가자를 모집했죠. 모든 회의가 영어로 진행됐는데, 무려 백 명 가까운 학생들이 참여했어요. 정말 가슴 뜨거운 순간이었습니다.” 비록 모의이긴 했지만 실제 UN 의제를 가지고 젊은 시각으로 다시 토의하는 건 무척이나 의미 있는 일이었다. ▲ 이 동문은 "아이들이 진로를 정하고 꿈을 꾸는 것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는 걸 피부로 느낍니다. 실제로 학생들이 별 생각 없이 캠프에 참여했다가 중요한 국제 이슈에 관심을 갖고 파고드는 걸 보면 감동적이더라고요." 라고 말한다. 교육으로 변화하는 세상 이러한 과정에서 필요한 능력은 바로 소통과 설득 그리고 이해다. 그런데 열정과는 별도로 이영진 동문은 의외로 낯을 가리는 성격이었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수많은 프로그램에서 발표하고 토의하면서 위축되기보다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 그렇게 딛고 일어난 힘으로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 졸업 전까지 참여한 프로그램이 무려 20여 개. 난민 문제와 환경 등 국제 이슈에도 관심이 많았고, 이를 조율하고 고민하면서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 보람을 느껴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나갔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느낀 것 중 하나가 바로 아이들에게 미치는 교육의 효과였다. 교육과 경험을 바탕으로 국제기구에서 일하게 된 그는 교육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새삼 실감하고 있다. “아이들이 진로를 정하고 꿈을 꾸는 것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는 걸 피부로 느낍니다. 실제로 학생들이 별 생각 없이 캠프에 참여했다가 중요한 국제 이슈에 관심을 갖고 파고드는 걸 보면 감동적이더라고요.” 지식 습득이 아닌 토의와 협상을 통해 교류하고 그 과정을 즐기는 모습을 보며 아이들의 진정한 성장을 느낀다는 이영진 동문. 처음엔 자료 찾는 일도 어려워하던 아이들이 노하우를 발전시켜 나가는 모습을 보며 자주 놀라곤 한다. 물론 충분한 과정을 겪어야 가능한 일이다. ▲ 2017 제8회 WFUNA 청소년 캠프 ▲ 2018 UN청소년환경총회 대표단 워크숍에서 이영진 동문이 발표하고 있다 ▲ 2019년 2월에 뉴욕 UN본부로 출국하는 제5기 WFUNA UN본부 한국 대학생 대표단 발대식 전문가로 성장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 많은 이들이 국제기구를 보는 시선은 대체로 비슷하다. ‘대단하다’는 것이다. 그 안에서의 자세한 활동은 알지 못하지만 그 명예에 대한 선망만은 명확하다. 하지만 아무리 평화를 기반으로 하는 국제기구라 해도 협의 과정을 주로 거치는 만큼 실제론 정치적 경쟁도 치열하다. 스트레스도 잦고 고려해야 할 부분도 많다. 사소하게는 연맹에서 국제회의를 할 때 시차를 맞추는 것도 쉽지 않아 밤 10시에 회의를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럼에도 국제기구 취업을 희망하는 이들이 많다. 힘든 상황을 잊게 할 만큼 보람과 성취가 크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경쟁률도 무척 높고, 준비해야 할 것도 많다. “연맹의 경우는 영어와 불어가 주 언어라 둘 중 하나는 할 줄 알아야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팁은 언어 능력 중에서도 보고서 작성이 많은 만큼 쓰기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거예요. 이 외에도 팀워크가 필요하고 창의성도 갖춰야 해요. 또 학습에 대한 열의도 있어야 하고요.” 꿀팁 하나 더. 국제기구라도 특징이 다르기 때문에 원하는 곳을 정해 해당 기구의 업무 분위기나 실제 업무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는 인턴십을 통해 직접 업무 분위기를 파악해보길 추천한다. 현재 유엔협회세계연맹에도 한양대 학생이 인턴으로 근무 중이다. 유엔의 경우 관련 사이트(careers.un.org)에 가면 직무기술에 대한 소개가 자세히 나와 있으니, 이를 분석해 준비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학생들이 취업을 앞두고 하는 준비가 모두 결과 중심이라 가끔은 안타까워요. 수료증 하나 더 받으려고 애쓰지 말고 어떤 활동이라도 책임감을 가지고 그 과정을 즐겼으면 좋겠어요. 이를 통해 배우는 경험과 교류가 장기적으로는 자신이 갈 큰 방향을 설정하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저 역시 그랬으니까요.” 취업에 성공한 후에는 전문가로 성장하기 위해 끝없이 공부해야 한다. 그 역시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는 등 교육 전문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교육이 변화를 이끌 수 있다고 믿는 이영진 동문. 세계를 무대로 자신의 꿈을 활짝 꽃피우는 일은 그의 말대로 과정을 즐기는 것에서 시작될 것이다. 사랑한대 2019년 01-02월호 이북 보기

2019-02 21

[동문][도전 #해시태그] 창업, 농업을 만나다

구한솔 ㈜농사청 대표가 한국 농업의 새 길을 열고 있다. 농업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해 농자재를 온라인에서 구매할 수 있는 플랫폼 사업을 준비 중이다. 농사청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도시인에게 건강과 여유를 찾아주자’는 작은 생각에서 출발했다. 글. 유승현(학생기자) 사진. 안홍범 ▲왼쪽부터 농사청의 유지원 팀장, 구한솔 대표, 백가영 팀원 ▲ 구한솔 ㈜농사청 대표(파이낸스경영학 12) 농업을 사랑하는 청년들 농사청은 ‘농업을 사랑하는 청년들’을 줄인 말이다. 구한솔 대표(파이낸스경영학12)를 중심으로 2018년 초 유지원 팀장(중앙대 경영학 16)과 백가영 직원(중앙대경영학 16)이 만나 회사를 꾸렸다. 이들은 지속 가능한 농업 생태계, 도시농업 활성화, 가드닝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농사청은 첫 프로젝트로 온라인 쇼핑몰 ‘팜디포’를 기획했다. 기존 오프라인에서 유통하던 농자재의 판매 범위를 온라인으로 확장하려는 것이다. 팜디포 홈페이지(farmdepot.co.kr)에는 홈 가드닝용품부터 씨앗, 모종, 비료, 농기구, 묘목까지 다양한 제품이 올라와 있다. “한국은 다양한 분야에서 전자상거래(이커머스)가 활발한데, 유독 농업에서는 잘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복잡한 농자재 유통 구조로 인해 소비자는 불편을 겪고, 생산자는 노력한 만큼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죠. 그래서 소비자가 다양한 농자재를 쉽고 빠르게 구매하고 나아가 유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떠올렸습니다. ”현재 팜디포는 농업 자재 구비와 쇼핑몰 홈페이지 단장을 마친 상태다. 오는 3월 초 론칭 이벤트와 동시에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전업 농부뿐 아니라 농사를 취미로 즐기는 도시인 모두 만족할만한 농업 환경을 조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창업에 빠진 시골 청년 구한솔 대표가 처음부터 창업에 뜻이 있었던 건 아니다. 그는 공인회계사(CPA) 시험을 반년 준비했고, 신림동에서 1년 반가량 행정고시 공부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깨달았다. 주어진 내용을 익히는 것보다 직접 기획하고 꾸리는 것이 적성에 맞는다는 것을. 그래서 수험 생활을 접고 꿈을 찾는 여정을 떠났다. 가장 먼저 동문 스타트업 기업이자 인공지능(AI) 전문 개발사인 ‘블랙루비스튜디오’의 기획팀 인턴으로 새롭게 출발했다. 이어 사회혁신 비즈니스 동아리(SEN)에도 들어갔다. 이곳에서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소셜 비즈니스 분야의 폭넓은 지식을 쌓을 수 있었다. 유지원 팀장, 백가영 직원과 인연을 맺은 곳이기도 하다. 구한솔 대표가 농업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류창완 산업융합학부 교수의 농업 벤처 서적 집필을 보조하면서부터다. 프로젝트를 도우며 국내 농업 관련 정책이 농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미약한 한국 농업 벤처의 현실도 마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영향을 준 건 피부로 느낀 농촌 생활이었다. 충남 공주 출신인 그는 시골에서 자랐다. 농사를 짓던 외할아버지의 논과 밭에서 자주 뛰어 놀았다. 어릴 적부터 농촌이 친숙했다. 덕분에 농업이 눈에 띄게 쇠퇴하고 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직접 나서기로 했다. 생각이 비슷했던 유지원 팀장과 백가영 직원이 뜻을 함께했다. “사회를 지탱하는 건 1차 산업입니다. 그만큼 농업은 중요한 산업이죠. 하지만 정부에서는 농민을 지원 대상으로만 인식하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이나 이스라엘 같은 경우 농업 벤처 사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농업을 비즈니스로 접근해 농업 생태계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농사청은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진흥원에서 주관하는 세대융합 창업캠퍼스 사업에 선정돼 약 9000만 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이들은 정부과제를 수행하며 창업을 이어가고 있다. ▲ #팜디포 #농자재 온라인 플랫폼 #farmdepot.co.kr 창업하기 좋은 한양대 구한솔 대표는 지난해 4월 개관한 한양대 창업기숙사 ‘247 스타트업 돔’에 1기로 입사했다. 247 스타트업 돔은 우수 학생창업기업의 발굴과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공간이다. 매년 30명을 선발해 1년간 기숙사실과 전용 창업 활동 공간 등을 제공한다. “247 스타트업 돔에는 다양한 스타트업 기업 대표들이 입주해 있습니다. 서로 의지하고 각자의 경험을 공유하며 배울 수 있는 데다 자극을 받을 수 있어 좋습니다.” 그는 창업지원단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사업의 방향을 잡고 회사 운영 방법을 터득하는 등 창업을 구체화할 수 있었다. “한양대는 창업 엑셀러레이팅 제도가 잘 갖춰져 있습니다. 학생 입장을 고려한 창업 컨설팅도 진행됩니다. 저는 ‘점심한끼’ 프로그램에 참여해 창업지원단 교수와 식사하며 편하게 아이디어를 상담받기도 했습니다. 창업에 관심을 갖는 학생이라면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어요.” 또 창업지원단 ‘한양스타트업아카데미’에서 인사를 비롯한 재무와 세무에 대한 기초 지식을 배울 수 있다. 힘들어도 즐거우니까 전공을 살리면 금융 회사에 어렵지 않게 들어갈 수도 있었을 터.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을까. 실제로 부모님이 걱정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차라리 취업을 할 걸 후회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걱정은 확신으로 변했다. 농자재 업체 종사자와 농부 등 업계 관계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이 생각한 아이디어가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달은 것이다. 막연했던 일도 점차 현실화돼 갔다. 약 열 곳의 기업과 제휴를 맺고, 온라인에서 판매할 농자재도 구비했다. “지난해 1학기까지 1년간 창업과 학업을 병행했습니다. 수업을 마치고 밤늦게까지 업무를 보는 경우가 허다했지만 즐거웠어요. 힘들었지만 좋아하는 일이어서 힘이 났죠. 하고 싶은 것을 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습니다.” 구한솔 대표는 직접 농사도 짓는다. 회사 건물 베란다에서 오이, 토마토, 나팔꽃, 채송화 등을 키우고 있다. 불편한 점을 직접 느껴보며 소비자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헤아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 게다가 사업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하루는 잘 자라던 오이에 반점이 생기더니 이틀 만에 죽었어요. 이유를 몰라 답답했죠. 그때 농사 관련 지식이 부족한 도시농부를 위해 농사 지식을 제공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올해는 성동무지개텃밭을 분양받아 직접 농사를 짓고 수익을 학교에 기부할 계획이다. 도시농업 선구자를 꿈꾸다 도시농업에 대한 관심이 증대하고 있다. 은퇴 후 귀농을 희망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도시농업을 장려하고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2018년 초 ‘제2차 도시농업 육성 5개년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도농 상생 사업 기반을 마련해 2022년까지 도시농업 참여자를 400만 명으로 늘릴 방침이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서둘러 ‘도시농업 5개년 발전계획’을 구축하고 있다. “저는 이 분야가 블루오션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에서 육성하는 산업인데도 아직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거든요. 농사청은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남보다 앞서 시장을 개척해나갈 것입니다.” 농사청은 당분간 온라인 쇼핑몰 홍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마케팅으로 소비자에게 팜디포를 널리 알리는 것이 목표다. “우선 팜디포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론칭시키고 싶습니다. 이후 현대인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농업 관련 프로젝트를 꾸준히 진행할 예정입니다. 현재는 동아리 차원의 농촌 봉사 활동(농활)이 아닌 농부와 대학생이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농사청은 도시농업 선구자를 꿈꾼다. 구한솔 대표는 농사청을 국내 최고의 농자재 회사로 만들고 나아가 한국의 농자재를 해외에 널리 알리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농업의 미래를 그리는 농사청의 사업으로 누구나 농부가 될 수 있는 시대가 앞당겨지길 희망한다. 사랑한대 2019년 01-02월호 이북 보기

2019-02 21

[학생][청춘 열전] 발명으로 사회를 밝히다 (1)

하승완 학생이 ‘디스플레이가 바꿀 미래의 삶’이라는 주제로 열린 ‘2018 디스플레이 챌린지 공모전’에서 1위를 차지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거머쥐었다. 그는 ‘발달 장애인을 위한 의사소통 보조기기(PACCD)’를 제안해 주목받았다. 이제는 그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발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글. 유승현(학생기자) 사진. 안홍범 ▲ 하승완 학생(컴퓨터공학 16) 나를 움직이는 발명 “고등학교 때부터 발명창업대회를 나갔지만 장관상을 받은 적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평소 로망이었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수상해 무척 기쁩니다. 이번 대회에는 기업에서도 출품해 경쟁이 더욱 치열했거든요. 본선 진출 8팀에 들어갈 때만 해도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부담을 내려놓고 즐기니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승완 학생(컴퓨터공학 16)이 발명을 시작한 건 고등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지난 2013년 고2 때 ‘제11회 발명장학생’에 선발돼 중국 상해로 떠나는 해외발명문화탐방 연수 기회를 얻었다. 발명장학생에 선발되기 전에는 ‘2013 청소년 미래상상 기술경진대회’에 참가해 동상(한국발명진흥회장상)을 수상했다. “중학생 때만 해도 소심한 편이었어요. 고등학교에 진학해 발명 동아리 싸이빌(SCIVILL)에 들어가면서 발명에 눈을 떴습니다. 발명을 하기 위해 문제를 찾고 해결 방안을 탐구하다 보니 어느 샌가 적극적으로 변해 있더군요.” 하승완 학생은 발명 활동을 하며 소중한 인연을 여럿 만났다. 이번 공모전에 함께 출전한 황기택 학생(한국외대 산업경영공학 16)도 그중 한 명이다. 고등학생 때 처음 만나 대학 진학 후 재회한 둘은 ‘2018 대학창의발명대회’에 이어 ‘2018 디스플레이 챌린지 공모전’에 함께 나가기로 의기투합했다. 발달 장애인을 위한 의사소통 보조기기 이번 공모전의 아이디어는 황기택 학생의 경험에서 출발했다. 현재 특수교육기관 성은학교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대체 복무 중인 그는 발달 장애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며 학생들이 사용하는 ‘보완대체 의사소통기기(이하 ACC)’의 불편함을 직접 목격했다. 하승완 학생 또한 장애인 생활 개선에 기여할 수 있는 발명품을 끊임없이 고민해왔다. 고등학생 때 참가한 ‘2013 청소년 미래상상 기술경진대회’에서 ‘시각 장애인을 위한 점자 손목시계’를 제안해 동상을, 한양대 LINC사업단 창업교육센터에서 주관한 ‘제21회 벤처창업경진대회’에 ‘시각장애인 화폐구분기기’를 출품해 장려상을 수상했다. “발명을 하면서 주변에 널린 문제들을 주의 깊게 관찰했습니다. 보통은 자신이 불편한 점을 고민하는데, 시야를 넓히니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보이더군요.” ACC는 말과 언어의 표현과 이해에 장애를 보이는 사람들을 돕는다. 그들에게 말을 보완하고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을 사용토록 해 의사소통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 하승완·황기택 학생이 출품한 ‘발달 장애인을 위한 의사소통 보조기기(이하 PAACD)’는 기존 ACC의 문제를 보완하는 데서 출발했다. “발달 장애 학생들은 ACC를 부분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어플리케이션을 직접 다운로드받지 못하고, 학생들 사이에서 도난과 파손도 자주 일어났어요. 학생이 돌발 행동을 할 경우 일반인이 인지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통제할 수도 없고요.” 이들은 PAACD로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PAACD에 개인 맞춤제작(커스터마이징) 기능을 추가하고, 발달 장애 학생이 좋아하거나 필요로 하는 항목을 기기에 직접 추가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손목시계 형태로 출시해 분실 걱정도 덜었다. 또 신체 데이터 분석 알고리즘을 통해 돌발 상황 시에는 비숙련자에게 경고 알람을 울려 사고를 예방할 수 있게 했다. ▲ 하승완 학생(맨 오른쪽)과 황기택 학생(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대상 수상 후 기뻐하고 있다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어요 “현재 발달 장애인을 위한 ACC 프로그램을 엔씨소프트문화재단에서 무료로 보급하고 있습니다. 저희도 PAACD와 관련한 사업 아이디어를 제안해볼 예정입니다. 또 디스플레이협회에서 PAACD에 대한 특허 출원 지원을 약속했으니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일을 꾸준히 이어나가고 싶습니다.” 하승완 학생은 진학 후 발명을 하는 것이 과연 맞는지 고민한 적이 있었다. 전공 공부가 우선인데 쓸데없는 짓을 하는 건 아닌지 의문을 품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전공을 살려 발명에 더욱 집중하기로 결심했다. 지금 하는 일에 확신을 갖게 된 것이다. “얼마 전 대학생 연합 IT 벤처 창업 동아리(SOPT)에 들어갔습니다. 이곳에서 학교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소프트웨어 개발을 배워 이제는 직접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앞장서고 싶습니다.” 사랑한대 2019년 01-02월호 이북 보기

2019-02 21

[교수][스페셜 토크Ⅱ] 녹내장 분야에 젊은 바람 불어넣는 의학연구자

이원준 교수가 제10회 미래의학자상을 수상했다. 인용지수 8점 이상의 전문 학술지에 원저를 포함, 임상강사 재직 기간 중 10편 이상의 논문을 제1저자로 발표한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그간 안과의사가 미래의학자상을 수상한 전례는 많지 않다. 논문 인용지수(Impact Factor)는 읽는 이가 많아야 그 가치를 높게 평가받을 수 있는데, 안과 분야는 상대적으로 인용지수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원준 교수의 수상 소식이 더 반갑다. 글. 이미혜 사진. 안홍범 ▲ 이원준 의학과 교수 녹내장 진단에 대한 다양한 방법 모색 이원준 교수가 수상한 미래의학자상은 한국 의학의 미래를 이끌어가고 세계 의학의 선두주자가 될 젊은 연구자를 격려하기 위해 국내에서 유일하게 임상강사만을 대상으로 수여하는 상이다. 임상강사 재직 기간 중 국내외 SCI급 학술지에 발표된 제1저자 논문만을 중심으로 임상강사의 연차, 총 논문 수, 연간 논문 수, 논문 인용지수 등을 위주로 평가해 수상자를 선정한다. 이원준 교수는 서울대학교병원 안과 녹내장 임상강사로 재직한 2년 동안 10편 이상의 논문을 제1저자로 발표해 높은 점수를 받았다. “미래의학자는 의학의 전 분야를 아우르는 상인데, 안과의 논문 인용지수가 높지 않아 수상을 예상하진 못했어요. 의학자라는 단어를 붙이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번 수상이 제가 연구하고자 하는 녹내장 질환에 대한 사명감을 느끼게 해준 것만은 분명합니다. 한편으로는 임상강사를 하는 동안 일과 공부를 병행하느라 힘들었는데, 그 노력을 인정받은 것 같아 뿌듯합니다.” 그가 특히 녹내장 질환에 관심을 가진 것은 완치가 어려운 만성질환이기 때문이다. 녹내장은 눈 속 안압이 높아지면서 신경이 압박돼 시신경이 손상되는 질환이다. 3대 실명(失明) 질환으로 불리는데, 병인과 치료에 대해 연구해야 할 주제가 많아 의학자 측면에서 보면 매력적인 학문이다. 이 교수는 녹내장 조기진단에 있어서 영상 장비와 의학 소프트웨어의 효율성에 대한 연구와 녹내장 환자에 있어서 뇌졸중과 녹내장의 연관성을 주제로 한 논문 등을 발표했다. 지난해 봄에 열린 대한안과학회 119회 학술대회에서는 ‘녹내장 진행에 있어 안구광학단층촬영(OCT)을 이용한 신경절세포-내망상층 두께의 변화속도 분석’ 논문으로 율산학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시신경 주변의 두께가 얼마나 얇아지는지를 심층 분석하는 방법으로 녹내장의 진행 여부를 판단해왔는데, 의료기술이 발달하면서 황반의 신경 두께도 녹내장의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가 나왔어요. 그 두께가 녹내장을 진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는 있었지만, 황반의 두께를 연속적으로 관찰한 연구는 없었거든요. 시신경 주변에 국한됐던 관심을 황반으로 옮겨 관찰한 연구입니다. 시신경이 아닌 다른 부분의 두께를 통해 녹내장을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 연구 결과는 안과 분야 최고 학술지인 <옵탈몰로지(Ophthalmology)>에 실리기도 했다. 연구에 대한 열정은 결국 환자를 위한 일 군의관으로 3년, 임상강사로 2년을 보낸 후 이원준 교수는 지난해 3월부터 한양대학교병원 안과에서 녹내장 전문의로 환자를 돌보고 있다. “전공을 선택할 당시, 안과가 촉망받는 분야였고 미래 연구 가치가 높다고 판단했어요. 눈은 작지만 특별합니다. 다른 분야의 의사들이 안과의 차트가 암호 같다고 말할 정도로 특화된 전문성이 있지요. 제 성향과 잘 맞겠다 싶어서 안과로 진로를 선택했고, 임상강사를 하면서 녹내장에 관심을 두게 됐습니다. 의학 전공 중에서 녹내장과 같은 단일 질환 병명으로 세부 분과가 정해지는 경우가 흔치 않거든요.” 임상강사 기간은 안과 전문의가 된 후 전문성을 높이는 시간이기도 했다. 덕분에 연구에 몰두할 수 있었다. 지금은 그간의 공부와 경험을 바탕으로 환자에 집중하고 있다. 자신을 믿어주는 환자에게 책임감을 느끼고 진료에 매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그는 말한다. “아직은 ‘러닝 커브(특정 기술을 안정적으로 활용하기까지 드는 시간)’를 계속 유지해야 하는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이 교수는 아직도 ‘배운 것’보다 ‘배워야 할 것’이 훨씬 더 많다며 겸손함을 보인다. 모교에 돌아올 수 있도록 기회가 주어진 것에 대한 감사는 자신에게 진료받는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보답할 생각이다.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연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 이 교수는 새로운 의료 장비가 녹내장을 진단하는 데 얼마나 유용할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왔다. 녹내장은 점점 악화하는 질환이기에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지, 진행을 조기에 판단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녹내장의 원인에 대한 관심의 끈도 놓지 않고 있다. “원인을 알아야 치료 방법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완치가 없는 병이기에 그 시작점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어요. 일례로 아시아, 한국 환자 중에서 안압이 높지 않은 데도 녹내장을 앓는 경우가 많아요. 녹내장의 가장 큰 위험인자는 높은 안압인데, 시신경이 망가져서 녹내장에 걸리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그래서 원인 규명에 대한 연구도 추진 중입니다.” 젊은 의학 연구자이기에 새로운 수술 방법과 치료 방법을 신속하게 받아들여서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연구에 도전하고 있다. 그는 환자와 한 번 인연을 맺으면 평생을 함께하기에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의사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녹내장의 원인과 과정, 결과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차근차근 도전을 쌓아가고 있는 이원준 교수. 미지의 길을 밝혀낸 그의 노력이 또 다른 반가운 소식으로 들려오길 기대해본다. 사랑한대 2019년 01-02월호 이북 보기

2019-02 21

[교수][스페셜토크Ⅰ] 세계 상위 1% 연구자의 ‘배터리’ 열정

2차전지 소재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자로 꼽히는 선양국 교수가 논문 피인용 수에서 3년 이내 노벨상 수상자의 평균치를 넘어설 연구자로 선정됐다. 이러한 학문적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묵묵히 걸어온 뚝심 덕분이었다. 이는 노벨상 수상자들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글. 박영임 사진. 안홍범 ▲ 선양국 에너지공학과 교수 정량할 수 없는 노벨상의 시간 17.1년과 14.1년. 이는 노벨상을 잉태하는 시간이다. 지난해 한국연구재단이 최근 10년간 노벨과학상 수상자들의 논문을 바탕으로 조사한 결과, 노벨상 수상자들이 핵심 논문을 완성하는 데 걸린 시간은 17.1년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논문 발표 후 노벨상을 수상하기까지 걸린 연구 기간은 평균 14.1년이었다. 결국 노벨상을 수상하는 데 무려 31.2년의 시간이 걸린다는 말이다. 이와 함께 한국연구재단은 연구 생산력과 영향력, 3대 과학저널 중 2편 이상 논문을 게재하고 상위 1% 저널에 10편 이상 논문을 게재한 이력 그리고 논문 피인용 수를 기준으로 노벨상 수상자 이력에 근접한 연구자 13인도 발표했다. 명단에는 에너지공학과 선양국 교수의 이름도 올랐다. 이미 전 세계 상위 1% 연구자로 거론되는 선 교수가 저명 국제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 수는 550여 편, 피인용 수는 4만 여 건에 이른다. 한국에서도 드디어 노벨상 수상자가 탄생하지 않을까 기대하게 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노벨상 수상자들의 결실을 그저 몇 개의 수치로만 정량화할 수는 없는 일. 31.2년의 시간, 그 훨씬 전부터 노력과 열정의 세월을 켜켜이 쌓아야 했을 것이다. 이를 테면 선 교수의 연구실 책장에 꽂혀 있는 빛이 바래 누레질 대로 누런 대학노트 뭉치들처럼 말이다. “학생 때 썼던 아주 오래된 노트들입니다. 제 지식과 연구가 여기서 출발했다고 할 수 있죠.” 세계 최고 수준의 배터리 기술을 지켜라 선양국 교수는 노벨상을 수상하는 데 필요한 덕목으로 가장 먼저 독창성을 꼽았다. “제 연구 역량이 노벨상 수상자와 비교되는 게 부담스럽긴 합니다만, 노벨상을 수상하려면 남이 따라할 수 없는 연구, 즉 새로운 학문 분야를 개척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 교수의 주 연구 분야는 리튬이온 전지용 양극재와 차세대 전지의 소재를 개발하는 것. 한양대로 부임한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했으니 벌써 20년 가까이 됐다. 당시는 지금처럼 배터리에 주목하는 연구자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앞으로 양극재가 중요한 소재가 되리라는 것을 연구자의 통찰로 직감했다. 리튬이온 전지용 양극재는 전기차의 치명적인 단점인 짧은 주행거리와 고가의 가격을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결정적 열쇠다. 전기차 생산 비용의 60%를 소재가, 그중 양극재가 44%를 차지한다. 따라서 양극재 소재 비용을 줄이면 전기차 가격을 좀 더 대중화할 수 있다. 이렇게 가격도 낮추고 배터리 용량도 높이려면 니켈함량을 늘려야 하는데, 그러면 열 때문에 안정성과 수명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즉 용량과 안정성 및 수명은 반비례 곡선을 그린다.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배터리의 방전 용량을 높이면 열적 안정성과 수명이 떨어지는 것을 당연히 여겼습니다. 그래서 다들 시도조차 하지 않았죠. 하지만 저는 저만의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습니다.” 선 교수의 독창성은 ‘농도 구배형(Gradient) 양극재’를 구상하면서 빛을 발했다. 이는 중심부의 니켈 함량을 높이되 표면으로 갈수록 망간 함량을 높이는 방식을 말한다. 이렇게 하면 니켈 함량을 높여 용량을 높일 수 있고, 표면은 망간 함량이 높아 안정적이다. 현재 농도 구배형 양극재는 5세대까지 발전했다. 3세대 양극재(FCG)는 유럽에 수출되는 전기자전거에, 2세대 양극재(CSG)는 1회 충전에 385㎞까지 달릴 수 있는 기아의 전기차 ‘니로EV’에 상용화됐다. “평소 학생들에게도 독창성을 강조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틀리면 어쩌나 걱정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 같아요. 틀려도 좋으니 남이 하지 않는 생각을 많이 하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이렇게 독창적인 기술을 잘 지키는 것도 공학자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신기술을 개발하면 논문 발표와 동시에 세계 각국에 특허 등록을 추진하고 있다. 선 교수의 특허 등록 건수는 370여 건에 이른다. “배터리 양극재에 대해선 세계 최고 기술이라 자부합니다. 배터리는 반도체를 잇는 우리나라의 차세대 먹거리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중국이 빠르게 쫓아오고 있습니다. 배터리 시장을 지킬 수 있도록 학교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절실합니다.” 독창성과 끈기로 걸어온 연구자의 길 논문 피인용 수가 말해주듯 많은 연구자들이 선양국 교수의 연구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외 전기차 업계도 마찬가지다. 지금이야 상상이 가지 않지만, 국제 학술지에서 그의 논문을 실어주지 않던 시절도 있었다. 나노 열풍이 거셌던 연구 초창기, 당시 배터리 양극재에 대한 연구는 유행과는 한참 동떨어진 주제였던 것이다. 당연히 연구 지원금을 받기도 쉽지 않았다. “제가 하고 싶은 연구라 묵묵히 했습니다. 한 분야의 연구를 꾸준히 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이 탄탄해야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겁니다. 일본 연구자들만 해도 20~30년씩 한 분야를 연구하거든요. 그렇게 오래 연구하면 전문가가 안 될 수가 없죠.” 현재 선 교수는 배터리 양극재 개발 연구를 지속하는 한편, 리튬이온 전지를 능가할 수 있는 차세대 배터리 소재를 개발하는 데도 높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노벨상보다는 공학자로서 자신이 개발한 기술이 실생활에 유용하게 쓰이기를 바랄 뿐이라는 선양국 교수.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한 우물을 판 뚝심과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독창성이 선 교수를 전 세계 상위 1% 연구자의 반열에 오르게 한 힘이다. 사랑한대 2019년 01-02월호 이북 보기

2018-11 30

[학생][NOW 꿈꾸는 사람들] 합격의 비결은 차근차근 꾸준히

특별한 성과를 거둔 사람이 있으면 흔히 ‘비결’을 묻는다. 성공에는 분명 그만의 비기가 있을 것이라 짐작하고, 어쩌면 그 비결 속에 성공으로 향하는 지름길이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것이다. 고시 2관왕인 신홍철 학생에게도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고시 합격의 비결은 무엇인가요?” 글. 전수아 사진. 안홍범 ▲ 신홍철 학생(행정학 13) 행정고시·입법고시 2관왕, 두 배의 기쁨 지난 9월 말, 2018년 5급 공개경쟁채용시험 행정직(이하 행정고시)의 최종 합격자가 발표됐다. 그보다 앞서 7월 중순에는 2018년 입법고등고시(이하 입법고시) 최종 합격자 발표가 있었다. 행정고시와 입법고시는 면접 방식이나 질문이 조금 다를 뿐, 시험 과목은 같기 때문에 두 시험을 같이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두 시험을 모두 치른 다수의 응시자가 두 달가량의 기간을 두고 발표되는 시험 결과를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렸을 테다. 신홍철 학생도 마찬가지였다. “입법고시 합격자 발표 날이 가까울수록 부정적이 되더라고요. 괜히 기대했다가 너무 실망할까봐 더 그랬는지도 몰라요. 발표 전날에는 차라리 푹 자고 다음 날 합격자 공지를 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발표 날이 되니까 일찍부터 눈이 떠지더라고요. 기숙사 침대에 가만히 누워 스마트폰만 보고 있었어요. 그렇게 기다리다 오후 세 시쯤 합격자 명단이 떴고, 거기서 제 이름을 보자마자 방방 뛰었죠. 기숙사에서 시끄럽게 굴면 안 되는데, 그땐 너무 좋아서….(웃음)” 함께 결과 발표를 기다려준 룸메이트와 신나게 세리머니를 한 뒤, 숨을 가다듬고 침착하게 부모님께 전화를 걸었다. 부모님은 합격 소식을 듣자마자 “이제 공부하느라 고생 안 해도 되겠다”며 기뻐했다. 시험공부로 마음고생하는 아들이 안쓰럽고 혹여나 안 좋은 결과에 낙담하지 않을까 걱정했던 부모님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 순간이었다. 신홍철 학생은 이후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행정고시까지 합격하면서 두 배의 기쁨을 누렸다. 하루하루, 한발 한발 꾸준하게 2016년 2월부터 고시 공부를 시작해 합격의 기쁨을 누리기까지 2년 반. 재학 중 학교 공부를 하면서 시험 준비까지 하기에는 빠듯해 보이는 시간이다. “몇 학기는 휴학하고 시험공부를 했어요. 물론 재학 중일 땐 시험공부에 학과 공부까지 하려니 막 조바심이 생기더군요. 이러다가는 이도 저도 안 되겠다 싶어 학과 공부를 우선에 두었습니다. 전공이 행정학이라 가능했던 건데, 어차피 고시 공부 범위에도 포함되는 내용이니 나중에 다시 볼 생각 말고 지금 제대로 봐두자고 마음먹고 학과 공부에 집중했죠.” ‘과한 욕심 부리지 말고 현재에 충실하자’는 전략은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시험 준비를 하는 데 주효했다. 행정고시와 입법고시 2차 논술형 시험은 다섯 과목. 다수의 수험생들은 점수 편차가 큰 경제학과 과락이 자주 나온다고 알려진 행정법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는 경향이 있는데, 신홍철 학생은 어느 한 과목도 포기하지 않았다. 적은 분량이라도 하루에 두세 과목씩 꾸준히 공부하면서 다섯 분야를 고루 익혔다. 실제로 그는 다섯 과목의 점수가 대체로 고르게 나왔기 때문에 합격할 수 있었다고 자평한다. 그때그때 차근차근, 이 전략은 수험 기간에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도 고스란히 적용됐다. “공부해야 하니까 노는 건 나중에, 이런 식으로 나를 위한 시간을 뒤로 미뤄두면 오래 버티기 힘들 것 같아요. 일종의 숨구멍이 필요해요.” 휴학 기간에도 학교에 나와 공부했다는 그는 교내 카페에서 친구와 커피 한잔 하거나 주말에 지인들과 주변 맛집을 찾아가는 식의 소소한 여가를 즐겼다. 덕분에 해소되지 않은 스트레스 때문에 슬럼프까지 겪는 상황을 미리 방지할 수 있었다. 수험생들의 골칫거리인 스마트폰과도 ‘적절한 밀당’을 유지했다. 고시반 책상에 올려놓고 아래층 도서실에 가서 공부하는 식으로, 평소에는 가지고 다니다가 공부할 때는 다른 곳에 둬 공부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했다. 학교의 다양한 지원프로그램 활용 “작년에 2차 시험에서 떨어졌을 때 크게 낙담하지 않았던건 제 나름의 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시험은 떨어졌지만, 더욱 노력해서 다음번 시험은 더 잘 볼 거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시험 결과에 대한 확신이 아니다. 자신이 얼마나 더 노력 할 수 있는지 냉정한 평가를 거친 후에 얻은 믿음과 다짐에 대한 이야기다. 그래서일까. 신홍철 학생은 스스로에대한 확신이 없다면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게 좋다고 조심스럽게 조언한다. 오랜 기간 매달리다 결국 지쳐서 포기한 후 큰 후유증에 시달리는 경우를 여러 번 봤기 때문이다. 물론 자기 확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때로는 주변의 도움도 필요하다. 신홍철 학생은 우선 학교에서 그 도움의 손길을 찾아보라고 말한다. “학교에서 진행하는 지원 프로그램이 정말 많아요. 고시 준비, 취업, 해외 연수 등 분야별로 갖춰져 있습니다. 안타까운 점은 홍보가 덜 된 탓인지 아는 사람들만 신청한다는 거예요. 혹시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거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꼭 교내 학생 지원 프로그램부터 살펴보길 바랍니다.” 신홍철 학생도 학교 고시반 덕을 톡톡히 봤다고 털어놓는다. 한양대 고시반은 전용 책상을 비롯해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적절한 공간과 인터넷 강의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신홍철 학생이 고시반의 장점으로 제일 먼저 꼽은 것은 아침마다 진행하는 실원 관리 시스템이다. “혼자 공부하다 보면 늘어질 때가 있잖아요. 오늘 공부할 분량을 내일로 미루고 싶을 때도 있고요. 고시 준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꾸준한 자기 관리입니다. 고시반에서 느껴지는 적당한 긴장감과 최소한의 강제성이 스스로를 독려하는 데 도움이 됐어요.” 같은 시험을 준비하는 동료들과 함께한 스터디도 마찬가지. 스터디 학생들과 진도를 맞추려면 억지로라도 공부를 해야 하는데, 돌이켜보면 이 또한 시험 준비를 하는 데 좋은 자극이 됐다. ▲ 신홍철 학생은 "학교에서 진행하는 지원 프로그램이 정말 많아요. 고시 준비, 취업, 해외 연수 등 분야별로 갖춰져 있습니다. 혹시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거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꼭 교내 학생 지원 프로그램부터 살펴보길 바랍니다" 라고 말한다. 이웃을 향해 귀와 마음을 활짝 연 공직자가 꿈 입법고시와 행정고시 두 가지 시험에 모두 합격했지만 선택은 하나뿐. 신홍철 학생은 내년 봄이 오기 전까지 국회로 갈지 행정부처로 갈지 진로를 결정해야 한다. “마음이 좀 더 기우는 쪽이 있긴 하지만 아직 결정을 내리지는 못했어요. 두 분야 모두 일장일단이 있거든요.” 애초에 국가공무원 시험에 도전한 이유는 이웃, 더 나아가 국민의 이야기를 잘 듣고 그들의 크고 작은 문제에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을 하는 데 어디가 더 적합할까, 이것이 고민의 기준이다. 국회로 가면 국회의원이 법률을 잘 만들도록 지원해 법률 제정에 기여할 수 있고, 행정부에서는 민생에 보탬이 될 다양한 정책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데 참여할 수 있다. 간접 지원과 직접 참여의 차이인 셈이다. 신홍철 학생은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현실적으로는 어떤 한계가 있는지 좀 더 면밀히 검토하고 신중하게 결정을 내리고 싶다고 말한다. 당장 급한 것은 진로 선택보다 남은 학기를 잘 마무리하는 것. 그는 요즘 몸도 마음도 괜히 바쁘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 전에 학창 시절에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라는 인생 선배들의 조언 덕분이다. 꼭 해봐야 할 일의 가장 우선순위에 있는 것은 단연 여권 만들기. 해외여행 경험이 없는 신홍철 학생에게 여행이란 수년간 내 집처럼 지낸 캠퍼스를 훌쩍 떠나는 큰 도전이자 수년간의 성실한 노력에 대한 포상이다. 인터뷰 초반, 합격 소감을 듣자마자 득달같이 ‘합격 비결이 무엇인지’ 물었을 때 그는 선뜻 명쾌한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조곤조곤 건네는 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그럴 수밖에. 성공으로 향하는 지름길을 찾기보다는 꾸준히 한발 한발 지치지 않고 내딛는 게 왕도임을 새삼 깨닫는다. 사랑한대 2018년 11-12월호 이북 보기

2018-11 30

[동문][도전 #해시태그] 크라우드 펀딩으로 예술가와 소비자를 잇다

많은 예술가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창작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들을 돕기 위해 전희재 대표가 발 벗고 나섰다. 그는 ‘세븐픽쳐스(7Pictures)’를 창업해 작가들의 프로젝트를 널리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대학 동아리에서 시작된 예술을 향한 눈길이 예술 후원 플랫폼으로 탄생한 것이다. 글. 유승현(학생기자) 사진. 안홍범 ▲ 세븐픽쳐스 전희재 대표(파이낸스경영학 10) 연극 동아리 ‘들꽃’에서 시작된 고민 전희재 대표는 교내 연극 중앙 동아리 ‘들꽃’에서 창업 씨앗을 얻었다. 그는 지난 1년 간 공연을 연출하며 창작자의 삶에 매력을 느꼈다. 작품을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과정이 그를 사로잡았다. 그의 예술에 대한 관심은 공연에 머무르지 않았다. 블로그를 관리하며 수십 명의 예술가를 인터뷰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예술인들이 생계에 대한 걱정으로 작품에 전념하지 못하는 현실을 알게 됐어요. 예술가 중 대부분은 아르바이트나 부업을 같이 하더라고요. 심지어 동아리에서 연극계로 나가기로 한 학생들이 벌써부터 많은 고민과 부담을 그대로 떠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처음에는 창업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단순히 예술가를 돕기 위해 갤러리 전시 공간과 작가를 연결하는 공간 매칭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서울 시내 50개 갤러리에서 600회가 넘는 전시회가 열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그러나 장소 제공만으로는 이들의 어려움을 충분히 해결하지 못했다. 전시 못지않게 홍보가 절실했다. 비옥한 한양대 창업 토양에서 해결책을 찾다 전희재 대표는 창업지원단에서 열린 ‘비즈니스모델 혁신 사례 수업’을 수강하며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떠올렸다. 매주 혁신적인 창업 사례를 접하면서 온라인 파급 효과를 이용한다면 예술가의 작품을 잘 알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무작정 창업에 뛰어들 수는 없었어요. 워낙 길 자체가 정해져 있지 않아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습니 다. 아산나눔재단이 운영하는 민간 창업 지원센터 ‘마루(MARU) 180’에서 8개월 간 매니저 생활을 하며 내공을 쌓았죠. 준비를 철저하게 마치고 창업가로 세상에 나섰어요.” 사업 초기에 전희재 대표는 교내외 창업 대회에서 가능성을 확인했다. 동업자들과 함께 참여한 ‘2015년 제4회 숭실대학교 창업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이듬해에는 교내에서 열린 ‘한양 디데이(D.DAY) 캠퍼스 CEO 경진대회’에서 우승했다. 각종 경진대회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은 그는 자신감을 얻었다. 일주일 내내 작품을 소개하다 전희재 대표가 설립한 7Pictures(이하 세븐픽쳐스)는 예술을 후원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한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통해 예술가가 경제적으로 얽매이지 않고 작품 활동에 주력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세븐픽쳐스는 ‘일주일에 7개의 예술 작품을 소개하자’는 신조로 나날이 전시회와 프로젝트를 퍼뜨리고 있다. 세븐픽쳐스의 크라우드 펀딩은 여타의 것들과 다르다. 일반적으로 거대 투자자가 아닌 대중의 소액 후원으로 이뤄진다. “페이스북 등 SNS에서 참여자가 지지하는 예술 프로젝트를 공유하면 해당 예술가에게 후원 비용이 지급됩니다. 참여자 가 직접 후원금을 내지 않고도 공유하거나 댓글을 작성하면 기업이나 기관이 후원하는 것이죠. 시민들은 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고 후원사는 마케팅 효과를 얻게돼요.” 지난 2016년에는 광화문 촛불집회에서 경찰버스 ‘차벽’이 ‘꽃벽’으로 변한 모습이 화제였다. 이는 세븐픽쳐스에서 기획하고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진행된 ‘차벽을 꽃벽으로’ 프로젝트였다. “SNS를 통해 미술가 이강훈 씨의 ‘평화를 상징하는 꽃을 스티커로 만들어 차벽과 방패에 붙이자’는 제안을 접하자마자 바로 연락을 드렸어요. 사흘이라는 길지 않은 모금 기간에 목표액이 넘는 금액이 모였어요. 덕분에 26명의 디자이너가 만든 2만 9000장의 스티커가 빛을 볼 수 있었죠.” 문학자판기로 일상에 스며들다 최근에는 세븐픽쳐스가 ‘문학자판기 구일도시’를 통해 독립 출판 작가들의 작품을 알리기 시작했다. ‘감열지에 인쇄되는 온도 91℃’라는 의미를 담은 구일도시는 버튼을 누르면 무작위로 문학 작품이 출력되는 자판기다. 지하철역을 시작으로 관공서, 도서관 등에 설치됐다. 윤동주, 김영랑의 시부터 무명작가의 작품들까지 선보이고 있다. “세븐픽쳐스를 운영하다 보니 오프라인 공간에서도 예술을 홍보할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사회에서 만난 창업가, 엔지 니어, 디자이너와 함께 재미로 문학자판기를 만들어 지난해 6월에 열린 ‘2017 서울국제도서전’에 출품했어요. 행사 담당 자에게 연락드리니 흔쾌히 허락해주셨어요. 사흘 동안 4만여 명이 이용하는 것을 보고 제대로 만들어 보급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친구들과 호기심으로 제작한 문학자판기가 세븐픽쳐스의 손길을 거쳐 ‘문학자판기 구일도시’로 태어났다. 자판기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들은 작가나 출판사와 제휴를 맺어 선정한다. 최근에는 독립 출판 작가들과의 협업이 점점 늘고 있다. “문학 작가들이 등단하고 소개되는 과정이 쉽지 않아요. 출판사도 마찬가지예요. 사람들에게 문학 작품을 재미있게 소비하고 소장하는 경험을 제공하면서 누구든지 손쉽게 책을 판매하거나 콘텐츠를 소개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있어요.” 현재 문학자판기는 유동 인구가 많거나 대기시간이 긴 곳에 꾸준히 설치되고 있다. 경기도 광명시에서는 시청 민원실, 광명성애병원, 광명사회복지관, 청소년수련관, 광명동굴 등 생활권역별 유동 인구가 많은 다섯 곳에 설치했으며 앞으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문학자판기를 이용한 사람들은 “어떤 글귀가 나올지 설레면서 기다리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한다. 일부 내용만 보고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책을 사거나 집 근처 도서관을 찾는 이들도 많다. 돈보다 ‘나’를 좇다 세븐픽쳐스의 직원들은 직접 창작을 하기도 한다. 전희재 대표도 회사 대표이면서 전시를 기획하는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직원이 행복한 삶을 누리고, 예술가가 자유롭게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다. “회사가 크게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구성원 개개인이 자신이 원하는 작품을 만들 수 있는 분위기로 회사를 유지하고 싶어요. 저도 돈을 벌기보다 공동체를 이어간다는 마음을 갖고 일하고 있어요. 지금 당장은 운영 중인 프로젝트들을 잘 정착시키고, 문학자판기를 더 많은 곳에 보급해 사람들이 문학 작가의 글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전희재 대표는 오늘도 예술인들이 더 멀리 갈 수 있도록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오는 11월 2일부터는 성실히 작업하고 있지만 아직 기회를 잡지 못한 작가들을 위해 ‘서대문여관 아트페어’와 이름을 가린 디자이너 100명의 포스터를 전시하는 ‘행화탕 블라인드 포스터(Blind Poster) 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기존의 예술계 자체가 독립적이기 힘들어요. 수익 모델이 없기 때문에 정부 기관이나 후원 기관에 많이 의존하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지원을 받아야만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죠. 세븐픽쳐스가 민간 예술후원 플랫폼으로 자리 잡아 예술가들이 대중이 좋아하는 제품만 만들어도 지속해서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습니다.” 사랑한대 2018년 11-12월호 이북 보기

2018-11 30

[학생][청춘 열전] 미국 현지에서 배운 소중한 경험

한양대학교 학생 창업팀 ‘셰르파’가 스타벅스 창업카페 시즌 5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우승팀 해외 프로그램으로 미국 글로벌 기업 문화를 직접 체험하는 값진 경험도 했다. 이번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한층 더 성장한 청년들의 힘찬 발걸음을 따라가 봤다. 글. 유승현(학생기자) 사진. 안홍범 ▲ 김한얼 대표 창업지원단과 함께 시작한 공모전 준비 학교 정규 수업 시간에 학생 창업팀 ‘셰르파’의 밑그림이 그려졌다. 김한얼 대표와 서진아 팀원은 작년 2학기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권규현 교수의 ‘서비스 혁신과 방법론’을 수강했다. 이 수업에서는 매 학기 공모로 선정된 몇 가지 프로젝트를 한 학기 동안 설계한다. 김한얼 대표(아트테크놀로지학 석사 16)가 제안한 ‘근처 식당 정보 제공 서비스’가 채택됐고, 이후 서진아 팀원(아트테크놀로지학 석사과정 17)이 합류했다. 처음에는 구상한 서비스에 대한 아이디어의 틀을 잡는 것도 어려웠다. 전체적인 흐름을 훑고 나니 어느새 종강. 아이디어가 구체적이지는 않았지만, 기본적인 뼈대가 완성된 상태여서 직접 서비스를 구현해보기로 했다. 이들이 처음부터 창업을 고민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수업 중 결과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서비스를 직접 개발하면 창업으로 이어지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창업지원단에서 첫걸음을 내디뎠다. 창업 동아리를 하며 멘토링 프로그램 ‘점심한끼’에 틈틈이 참여했다. 전문가로부터 창업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배울 수 있었다. 창업의 주춧돌을 다진 뒤 ‘스마트 창작터’에서 본격적으로 서비스 개발 시동을 걸었다. 창업지원단은 스마트 창작터를 통해 예비 창업자와 창업 초기 기업(1년 미만)의 실전 창업을 지원한다. 그러던 중 창업 동아리 단체 대화방에 ‘스타벅스 창업카페 시즌 5’를 시작한다는 공고가 올라왔다. 공모전에 도전하는 것 자체가 창업 준비 과정과 크게 다를 것이 없어 참여를 결정했다. 준비 단계부터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내내 창업지원단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스타벅스 창업카페 시즌 5는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와 한양대학교를 포함해 건국대, 광운대, 이화여대, 인덕대의 총 5개 대학 공동 주관으로 열렸다. 총 29회의 강연 모임을 진행하며 스타트업 유명 인사 특강과 멘토링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예비 창업자들은 창업 트렌드를 이해하고 사업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골목 셰르파, 지역 곳곳의 음식점을 알려주다 팀 이름을 ‘셰르파’로 정한 것은 자신들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험난한 지역에서 어디로 갈지 이끌어주는 셰르파의 모습과 닮았기 때문이다. 셰르파(Sherpa)는 히말라야 고산 등반에서 등산 안내자이자 도우미 역할을 한다. 서진아 팀원은 “사람들의 점심 식사 시간을 더 즐겁게 만들고 싶었다”고 말한다. “보통 유명한 식당은 줄이 길어서 못 가더라고요. 그런데 주변을 잘 둘러보면 맛이 괜찮은데 비어 있거나 구석에 자리를 잡고 있어 잘 안 알려진 가게들이 있어요. 생긴 지 얼마 안 돼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집을 포함해서 이런 가게들을 추천해주면 좋을 것 같았어요.” 이미 식당 관련 애플리케이션은 많다. 하지만 5인 이하의 소상공인들이 운영하는 식당은 이런 서비스에서 제외된다. 대형 프랜차이즈처럼 운영 인력이 따로 갖춰진 식당은 모바일로 예약할 수 있지만, 규모가 작은 가게에서는 따로 관리하기 쉽지 않다. 해외에서 식당 서비스 개선을 위해 노력한 사례를 찾아보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백문이 불여일견. 셰르파는 ‘내 주변의 이용 가능한 식당을 추천해주는 O2O 서비스’로 공모전 우수 팀에 선정돼 지난 8월 15일부터 20일까지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과 오리건주 포틀랜드로 현지 시장 조사를 다녀왔다. 이들은 4박 6일이라는 시간 동안 큰 성과를 거뒀다. 인터넷에서 아무리 검색해도 알 수 없는 사실들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값진 정보도 알게 됐다. 성공한 서비스의 이유가 기술이 문화를 이끌어서가 아니라 이미 형성된 생활양식에 수단이 더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한얼 대표는 현장에서 많은 것을 깨달았다고 강조한다. “다른 나라에서 단순히 잘 되고 있다고 그대로 가져올 것이 아니라 한국의 문화에 맞게 녹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처음부터 다시 ▲ 서진아 팀원 공모전 마지막에 다녀온 해외 탐방 프로그램은 이들에게 ‘터닝 포인트’가 됐다. 현장에서 발로 뛰는 시장 조사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낀 것. 서진아 팀원은 “아이디어가 참신한 것도 좋지만 시장조사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한다. “인터넷과 책을 통해 알아낸 내용과 직접 얻은 정보는 차이가 커요. 고객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 자료가 남는 것에서 그치지 않아요. 생각이 바뀌고 오해가 풀려요. 서비스 개발에 자신이 생기죠. 아마 미국에 다녀오지 않았다면 아무것도 모른 채 갈피를 잡지 못했을 거예요.” ‘셰르파’는 공모전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이정표를 다시 세웠다. 앞으로는 지역 문화를 바꾸면서 사회 혁신을 추구하고자 한다. 김한얼 대표는 “방향을 완전히 바꿀 것”이라고 했다. “처음에 공모전 시작할 때는 수익을 좇는 기업의 모습을 보였어요. 스타벅스 창업카페의 문을 닫고 나오면서 어떻게 하면 골목 상권을 살릴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됐죠. 이제는 문화 창조에 기여하는 지역 비즈니스를 꿈꿉니다.” 셰르파는 히말라야 등산에 없어서는 안 될 등산 안내자다. 학생 창업팀 ‘셰르파’도 올바른 문화의 방향을 제시해 사회에 꼭 필요한 청년 창업가가 되길 응원한다. 사랑한대 2018년 11-12월호 이북 보기

2018-11 30

[교수][스페셜토크] 에너지 손실, 막지 말고 활용하라

빛을 나노 단위로 집속시켜 전송하고 계산이 가능하게끔 하는 나노광학.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손실을 열린-양자역학 개념을 도입해 해결하고 광다이오드(광 신호를 한쪽 방향으로만 흐르게 하는 소자)의 가능성을 연 송석호 교수.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Nature)>도 인정한 송 교수와 그 연구팀의 한계를 뛰어넘은 반전 아이디어를 들어본다. 글. 우승연 사진. 안홍범 ▲ 송석호 물리학과 교수 물리학도에서 광통신 연구자로 물리(物理)는 모든 사물의 이치이자 사물에 대한 이해와 판단의 힘이다. 학창 시절의 송석호 교수는 세계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 학문의 매력에 사로잡혀 학부 공부에 몰두했다. 한 가지 아쉬움이라면 눈에 보이는 뭔가를 연구하고 싶다는 것. 대학원으로 진학해 광학(光學)을 선택한 건 그 때문이었다. 광컴퓨터가 태동할 즈음이라 새롭게 도전하는 모든 게 짜릿했다. 학위를 끝마쳤으나 광컴퓨터의 미래는 여전히 요원했다. 좀 더 현실적인 기반을 다질 필요가 있었다. 때마침 IT가 각광받기 시작했고, 그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입사했다. 그곳에서 광통신의 용량과 속도를 높이기 위한 연구(신호처리 시 빛의 신호를 전기신호로 바꾼 뒤 CPU에서 처리하는 과정에서 소모되는 속도와 에너지에 관한 연구)에 몰입했다. 둘러보니 어느새 IT 버블의 한가운데였다. IMF 외환 위기로 들썩이던 세상에서 광통신 연구자는 블루칩이었다. 실리콘밸리에서 모셔가거나 벤처에 투자하려는 펀드가 줄을 섰다. 그러나 정작 그는 다른 행보를 택했다. 하고 싶은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1997년 9월, 그는 한양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손실에 접근하는 두 가지 방법 학생을 가르치는 것만큼 중요한 건 연구였다. 그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진행했던 광신호를 어떻게 하면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지에 골몰했다. 이 과정에서 외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가슴 뛰는 새로운 주제와 만났다. “전기신호 처리처럼 광신호를 잘 처리하려면 물리적으로 모든 컴포넌트 디바이스들이 작아야 해요. 그런데 광에서는 ‘회절 한계(Diffraction Limit)’라는 물리적인 한계가 있어서 렌즈로 모은 빛의 초점 크기가 빛의 파장보다 작을 수가 없거든요. 보통 가시광선의 파장이 0.4~0.7마이크로미터인데 이것보다 더 작은 크기로 빛을 모으고 보내는 게 불가능하다는 근본적인 한계를 어떻게 깰 수 있느냐가 물리 분야의 오랜 숙제였습니다.” 고전적 광학의 한계라고 불리던 이 정설은 1마이크론의 1000분의 1의 크기를 다루는 나노기술이 등장하면서 깨졌다. 파장보다 작은 10분의 1, 100분의 1, 1000분의 1 크기로 외부의 빛을 한 곳에 모아 분자(Molecule) 하나에 보낼 수 있는 방법이 제안되고 알려졌다. 나노광학(Nano Photonics)의 등장은 말 그대로 획기적이었다. 다만 문제가 있었다. 초점에 모인 빛 에너지의 대부분이 열로 빠져나간다는 것. 한 개를 사용하기 위해 99개를 버려야 하고, 100개를 모으려면 1만 개 이상의 에너지가 들어가야 한다. 유효한 가치마저 희석시키는 이러한 손실은 효율성을 제로로 수렴시켰다. 파장보다 작은 규모로 빛을 모으려면 열 손실을 없애든지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찾아야 했다. 세기의 숙제를 풀고 나니 더 어려운 과제가 떡 하니 버티고 있었던 셈이다. 기업들의 관심도 서서히 줄어들었다. 돌파구를 찾지 못한 나노광학은 그렇게 사양길로 들어선 듯했다. 송석호 교수 역시 희박한 가능성에 휘둘리는 게 아닐까 한때 주춤거렸다. 하지만 멈추고 싶지 않았다. 그에게는 십수 년 동안 이끈 연구실과 든든한 제자들이 있었다. “손실을 최소화할 방법만 고민하느라 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 한계를 돌파하려면 어떤 전환이 필요한지 매순간 생각했어요. 그러다가 키(Key) 아이디어를 잡은 겁니다. 손실을 없애려고만 하지 말고 하나의 유용한 정보로 활용하자는 거죠. 일부러 손실 양을 조절해서 새로운 정보신호로 역이용하는 겁니다.” 열린-양자역학(Open Quantum Systems)에 기반한 이 발상의 전환에 대한 논문 ‘전체 광통신 대역에서 일어나는 득이점 주변 시간-비대칭성’은 <네이처> 9월호에 실려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새로운 문을 연 열쇠, 열린-양자역학 열린-양자역학은 닫힌-양자역학을 비튼 아이디어였다. 물리적으로 에너지가 보존되는 닫힌-양자역학은 빛에너지든 전기에너지든 열에너지든 간에 그 총량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닫힌 역학계의 한계를 벗어나 에너지가 보존되지 않는 열린 시스템으로 확장해 새로이 제안한 것이 열린-양자역학이다. “연구원들과 함께 빛을 놓고 보내고 빼내는 실험 장치를 간단하게 만들었어요. 이를 활용해서 실제 빛이 돌아다니는 걸 검증한 내용이 <네이처>에 실린 논문이에요. 기존의 빛 에너지가 이동하는 경로인 광도파로에 빛을 전송할 경우 양방향으로 빛에너지가 같이 전달되는 공간적, 시간적 대칭성을 갖습니다. 이를 가역적 대칭성(Reciprocal Symmetry)이라고 합니다. 한데 열린-양자역학 이론을 적용시키면 광도파로에 에너지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 대칭성이 붕괴되고 비가역적인 단방향 변환(Unidirectional Converter) 에너지 전달이 가능해져요.” 이러한 비-대칭성 원리, 단방향 변환 에너지 전달은 광파 영역에서도 가능했다. 순방향으로 빛 전파(Forward Propagation)가 일어나면서 역방향 빛 전파(Backward Propagation)는 투과되지 않고 분산됐다. 이것은 새로운 개념의 광통신 집적회로용 광다이오드 소자의 출현을 의미했다. ‘손실’이란 한계를 뒤집고 네거티브 접근이 아닌 손실량을 조절하는 포지티브 방식으로 정보의 흐름 대칭성을 깰 수 있다는 역발상. 그것은 지난 20여 년 동안 나노기술과 광과학 간의 융합 연구가 실용화로 가지 못한 원인을 풀어낸 쾌거였다. 송석호 교수 연구팀의 부단한 연구 과정이 만든 달콤한 결실이었다. ▲ 송 교수는 "손실을 최소화할 방법만 고민하느라 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 한계를 돌파하려면 어떤 전환이 필요한지 매순간 생각했어요. 그러다가 키(Key) 아이디어를 잡은 겁니다." 라고 말했다. 과정을 꿰뚫어 핵심에 닿는 물리의 힘 5년여간 송석호 교수와 함께하며 ‘전체 광통신 대역에서 일어나는 득이점 주변 시간-비대칭성’ 연구에 참여한 공동 제1저자이자 박사 후 연구원으로 있는 최영선 박사는 송 교수의 안목과 추진력에 매번 감탄한다. “연구 주제에 대해 교수님께서 먼저 제안하셨어요. 연구 초창기엔 열린-양자역학 개념의 나노광학이 이렇게 관심 분야로 떠오를 줄 몰랐어요. 성취 없는 연구는 쉽게 지치게 마련인데 교수님과 함께하는 과정은 성과와 함께 도전을 경험하게 돼 남다릅니다.” 자유롭고 자율적이지만 나태하거나 안주하지 않는 송 교수 연구팀의 분위기는 열린-양자역학의 본질과 비슷해 보인다. 닫힌 시스템을 벗어나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 그것이 송 교수의 연구실을 다양하고 편안하게 만들며 다른 접근을 가능하게 이끈다. 연구원으로 있는 박종혁 학생(물리학과 석박사통합과정 17)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딱딱하고 수직적인 관계가 아닌 자율적인 선택이 미덕으로 여겨지는 연구실에서 뜻깊은 성과를 이뤄내 자부심이 크다고 말한다. 누구와 어떤 이야기를 나누더라도 경청하는 송 교수의 대화법에 간혹 치유의 느낌을 받는다는 연구실 사람들. 그들은 상대를 압박하지 않으면서 추진력을 잃지 않는 송 교수의 리더십에 놀란다. 그 기저엔 물리학, 그중에서도 광학을 마주하는 송 교수의 자세가 녹아 있다. “어딘가에서 막히면 그것에 대응하는 방법을 찾는 게 물리를 공부하는 사람들의 임무입니다. 저희가 하는 일은 어떤 가능성을 열어 놓는 거예요. 안 되면 다른 곳에서 또 새로운 방향을 찾고요. 그렇게 한계 자체에 의문을 던지고 시도해보는 것이죠. 안 될 것 같다고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 확인할 수 없으니까요. 생각하고 또 생각한 뒤 시도해 보고, 안 되면 업데이트된 논문을 읽고 다시 또 생각하는 거죠.” 송 교수는 사사로운 과정을 꿰뚫어 핵심에 닿는 물리와 처음 마주했을 때를 기억한다. 모든 사물의 이치, 사물에 대한 이해와 판단의 힘이 물리였던 까닭에 그는 세계를 보다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광학을 선택한 후에는 분야가 던지는 질문에 의심과 회의를 가졌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한 번도 포기하지 않았다. 다만 우회했고 느리게 걸었을 뿐이다. 물리를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수십 년간 도전한 그의 과제는 어쩌면 이제부터 시작인지 모른다. 사랑한대 2018년 11-12월호 이북 보기

2018-11 13

[학생][청춘 열전] 무대 뒤의 주인공 4인 4색의 평창동계올림픽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리는 동안 카메라는 주로 선수들과 관중을 비췄지만, 카메라의 시선이 비껴간 곳에는 올림픽 진행을 위해 열심히 뛰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렇게 땀 흘린 이들 중에는 우리 한양인도 있었다. 평창 곳곳에서 활약한 네 학생을 만나 올림픽의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글. 이주비(학생기자) 사진. 안홍범 전 세계에 울려 퍼진 거문고 선율 윤소민 학생은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의 첫 번째 문화 공연 <조화의 빛>에 거문고 연주자로 참여했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큰 무대에 설 기회는 우연처럼 찾아왔다. 윤소민 학생이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지난 2017년 여름, 학교로 섭외 문의가 온 것. 폐막식 공연에서 거문고를 연주할 사람을 찾는 내용이었다. “이 기회를 놓치면 평생 그렇게 큰 무대에 못 설 것 같아서 얼른 신청했어요.” 본격적인 연습은 11월에 시작됐고, 폐막식 열흘 전부터는 합숙소에 들어가 연습을 했다. 마음이 설레는 한편, 큰 무대에 대한 긴장감과 고된 연습에 부담도 컸을 터. 공연을 준비하며 무엇이 가장 힘들었는지 물으니 1초도 망설이지 않고 ‘추위’를 꼽았다. 그도 그럴 것이 폐막식 공연은 야외에서 진행됐기 때문에 공연자들은 평창의 살인적인 추위와 맞서야 했다. 윤소민 학생도 몸에 핫팩을 여섯 개나 붙였지만 손끝이 덜덜 떨렸다고. 하지만 이런 추위도 관중들의 뜨거운 반응 덕에 견딜 수 있었다. “공연이 끝난 후 리프트를 타고 내려가는데 관중들이 끝까지 박수를 쳐줘서 너무 고마웠어요. 저희 공연이 끝나고 바로 다음 프로그램이 이어졌거든요. 관심이 흩어질 수도 있는데, 저희가 퇴장할 때까지 환호해줘서 감동받았죠.” 윤소민 학생은 이번 무대로 전 세계에 거문고를 알리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폐막식 공연이라는 우연히 찾아온 기회 덕분에 새로운 목표도 생겼다. 실력파 연주자가 되어 거문고의 아름다운 선율을 더욱 널리 전하고 싶다는 것이다. ▲ 사진제공 윤소민 학생 ▲ 사진제공 윤소민 학생 꿈의 동력이 된 평창의 추억 김천우 학생은 경기장 전광판에 영상을 송출하는 플레이백 오퍼레이터와 엔터테인먼트팀 통역으로 활동했다. 기술이 요구되는 일로, 다재다능한 김천우 학생에게 제격인 업무였다. 그런데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는 날이 있다고 내내 잘 해오다가 하루는 큰 실수를 하고 말았다. “스노보드 경기에서 아이스하키 카운트다운 영상을 틀었어요. 얼마나 아찔하던지…. 한동안 관제탑 분위기가 꽤 살벌했어요.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영상팀 측 실수로 스노보드 영상은 애초에 없었더라고요.” 지금은 웃으며 말할 수 있지만, 다시 생각해도 아찔했던 순간이다. 평창에서 머무는 동안 여러 가지 추억이 많았는데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공연을 연 것이다. “쉬는 날에는 딱히 할 일이 없어서 동료들과 기타를 치며 놀았어요. 하루는 엔터테인먼트 총괄 연출님이 경기 전에 공연을 해보자고 하는 거예요. 즉흥적으로 수락하고 정말 그 다음 날 경기장 관제탑에서 작은 공연을 열었어요. 제가 공연할 때 가수 서문탁 씨도 계셨는데, 저를 보고 잘했다며 ‘엄지 척!’을 해주셨어요. 나도 할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을 얻었죠. 그래서 이 일을 제대로 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평소 기타 연주를 즐겨하고 공연 기획 등 문화・예술 방면에 관심이 많았지만 전공과 무관한 분야여서 고민이 많았다는 김천우 학생. 하지만 뜻밖의 기회로 꿈을 향해 나아갈 용기를 얻었다. ▲ 사진제공 김천우 학생 ▲ 사진제공 차영준 학생 하나로 만드는 스포츠의 힘 차영준 학생은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입장권부 기획팀에 소속된 그는 티켓 판매 기획을 맡았다. “경기 현장의 모습이 전 세계에 송출되는데, 외국인들에게는 영상을 통해 보는 모습이 곧 우리나라의 이미지가 될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 북유럽의 인기 종목인 스키 중계에서 관중석이 텅 비어 있으면 우리나라는 그 종목을 홀대하는 나라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 티켓 판매 파트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죠.” 경기장에 보다 많은 관객이 함께할 수 있도록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진행했고 결과는 대성공. 현장의 분위기는 연일 뜨거웠다. 노력에 따른 성과도 값진 경험이 됐지만, 무엇보다 큰 보람은 스포츠의 힘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체육학 전공이다 보니 문화, 국적, 나이, 지위에 상관없이 스포츠를 좋아한다는 공통점 하나만으로 관중이 함께 어울리는 모습이 남다르게 다가왔어요. 이론으로 배운 스포츠의 순기능을 눈으로 직접 확인했죠. 진짜 알짜배기 배움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스포츠 마케팅보다는 스포츠로 사람들에게 기쁨과 만족을 주는 방법에 더 관심이 많았어요. 그런 방향으로 공부를 더 하고 싶고요. 평창은 저의 그런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어요.” 여러모로 배울 것이 많은 현장이었다. 체육계 인사와 공무원, 또래의 인턴들까지 다양한 사람이 모인 조직위원회에서는 양보하고 배려하는 태도의 중요성을 다시금 확인했다고. 조직위원회에서의 값진 경험은 평창 이후의 활동에 동력이 되고 있다. 휴학 중인 그는 현재 수원 JS컵 국제청소년축구대회 조직위원회에서 일하고 있다. 전공 서적으로는 실감하지 못했던 진짜 배움을 나날이 이어가면서. 사람, 감동, 추억의 올림픽 사회복지 행정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라대한 학생은 스포츠를 통해 복지가 이뤄지는 현장을 체험하고자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자원봉사자에 지원했다. 그는 평창올림픽플라자에서 이벤트 서비스팀의 일원으로 일했다. 주요 임무는 관중 안내와 입구에서 관중들의 민원을 해결하는 것. 미소 띤 얼굴에 친절한 말투를 지닌 라대한 학생에게 제격인 업무였다. “관중이 적은 날에 봉사자가 많이 배치되면 그다지 바쁘지 않았어요. 가만히 있기가 그래서 포토존을 만들어 홍보하고 찾아오는 관객들의 사진을 찍어드렸죠.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관중에게는 먼저 다가갔어요. 어떤 분들은 고맙다고 하시며 작은 선물도 건네주셨어요. 무척 감동했죠. 덕분에 평창에서의 모든 순간이 행복한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물론 민원을 해결하는 과정이 마냥 즐겁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관중들이 불만을 제기할 때 침착하게 웃으며 대응하기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평창에서의 일들이 좋은 추억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동계올림픽이라는 특별한 순간에 좋은 사람들과 함께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같은 곳에서 근무한 친구들과도 아직까지 연락하면서 가깝게 지낸다. 평창에서 사람, 감동, 추억 이 세 가지를 얻었다는 라대한 학생.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과 동료들도 그의 미소 덕분에 즐거운 추억을 쌓았으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 사진제공 라대한 학생 사랑한대 2018년 05-06월호 이북 보기

2018-10 24

[동문][NOW 꿈꾸는 사람들] 포기는 없다! 꿈을 향해 전진 앞으로

‘한 나라의 과학기술력은 그 나라의 국방과학력에서 엿볼 수 있다’는 자신의 신념을 실천하기 위해 대학원에서 고출력 레이저에 의한 항공기 영상 탐지 시스템의 손실을 연구한 윤성희 씨는 지난해 12월 공군 소위로 임관했다. ‘금녀의 벽’을 깨기 위한 도전의 연속이었던 그녀의 범상치 않은 삶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글. 박영임 사진. 안홍범 ▲윤성희 공군 소위(기계공학과 석박사통합과정 14) 체구는 작아도 정신력은 최고 지난 2월의 어느 주말, 캠퍼스 곳곳에서는 빛나는 졸업장을 들고 그보다 더욱 빛나는 졸업의 순간을 담기 위해 가족들과 사진을 찍는 졸업생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들 틈에서 남다른 감회에 젖어 캠퍼스를 바라보는 윤성희 씨. 2017년 8월에 졸업했으니 딱 6개월 만의 모교 방문이다. 물론 6개월이라는 기간이 그리 긴 시간은 아니다. 하지만 그 6개월 사이에 그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신분부터 공군 장교로 바뀌었으니 말이다. “2017년 9월부터 12주간의 기본 군사훈련을 마치고, 12월 1일 공군 소위로 임관했습니다. 현재는 공군 군수사령부 항공기술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 작은 체구로 행군이나 유격훈련 등 힘든 군사훈련을 받았다는 말이 믿기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를 체구로만 판단하면 단단히 실수하는 것. 이론 및 훈련 성적과 체력검정을 포함해 여후보생 중 1위, 남녀 통합 상위 7%라는 우수한 성적으로 임관했을 뿐 아니라, 군사훈련 기간 중에는 여후보생 최초로 중대 기수를 맡고 더 나아가 대대장 근무 후보생으로서 전체 310명의 동기들을 이끌었다. 대학원 생활 내내 연구실에만 앉아 있었을 텐데 어떻게 그 어려운 훈련을 견뎌낼 수 있었을까. “사실 거의 공부만 하던 몸이라 정말 힘들었습니다. 게다가 중대 기수는 맨 앞에서 깃발을 들고 중대원들을 이끌고 뛰어야 하기 때문에 뒤처지면 안 됩니다.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를 때마다 ‘이 정도도 이겨내지 못해서야 어떻게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 되겠는가’라는 생각으로 한 발 한 발 힘차게 내딛다보면 어느새 훈련이 끝나있더군요.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텼습니다. 정신력이 바로 체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교 후보생 생활 내내 입고 먹는 모든 것이 국민들의 세금이라는 생각으로 단언컨대 1초도 성실하지 않았던 순간이 없다고 말하는 윤성희 씨. 진심이 발하는 눈빛에서 그녀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바이올리니스트에서 무기 연구자로 급선회 ▲ 대학원 생활을 하던 지난 2016년 7월 9일 서울 서초동 브라움홀(braum hall)에서 독주회를 열었다. 기계공학과 대학원생의 공군 입대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윤성희 씨의 이력은 예사롭지 않다. 그런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녀의 반전 인생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학부에서 어렵기로 유명한 물리학을 전공한 그녀의 어릴 적 꿈은 지금과는 한참 거리가 먼 바이올리니스트. 고등학교 1학년 때만 해도 음대에 진학할 것이라는 그녀의 미래를 의심한 적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헬기 한 대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공부 중이던 그녀의 신경을 거슬렸다. 보통 사람 같으면 잠시 짜증을 냈다가 바로 잊어버릴 일이다. 하지만 그녀는 헬기의 소음을 줄일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으로 ‘위상(진동이나 파동과 같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현상에 대해 어떤 시각 또는 어떤 장소에서의 변화의 국면을 가리키는 물리학 용어)이 반대인 파장을 쏘면 소음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이것이 바로 그녀가 사랑하는 항공기와의 운명적인 첫 만남이었다. 그 후 본격적으로 군의 무기체계와 방산연구에 대한 호기심을 키우다가 급기야 진로 변경을 결심했다. “국내 무기체계는 해외 의존도가 높다는 사실을 알고 자체 연구·개발에 힘을 보태 나라를 빛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사명감 같은 것이 생겼던 것 같아요. 우선은 모든 공학의 기초라 할 수 있는 물리학을 전공하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바이올린만 켜느라 수학이나 과학 공부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었던 그녀는 중학교 수학과 과학 교과서부터 펼쳤다. 뒤늦은 공부로 또래들을 따라잡기 위해 새벽 2~3시까지 불을 밝히고 독하게 공부에 매진해 3개월 만에 중학교 3년 과정을 독학할 수 있었다. 그리고 1년 만에 과학올림피아드 대회에 참가해 일반고 출신자로는 유일하게 전국의 날고 긴다는 과학고 학생들과 실력을 겨뤘다. “동기가 뚜렷하고 쟁취하고 싶은 목표가 생기면 무슨 일이 있어도 해내고 마는 성격입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남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노력을 기울이는 편입니다. 열정과 노력만큼은 그 누구와 겨뤄도 자신 있습니다.” 악바리 정신을 군인 정신으로 승화 노력의 크기가 어느 정도기에 남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노력이라고 그렇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공대 대학원생들은 거의 연구실에서 살다시피 합니다. 연구하고 논문만 쓰는 데도 시간이 부족하죠. 하지만 저는 바이올린도 계속 연주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독주회를 계획했습니다. 독주회를 열려면 최소 6개월간은 하루에 5시간 이상 연습해야 합니다. 그래서 밤 8~9시에 연구실에서 퇴근한 뒤 연습실에서 첫차 운행시간까지 연습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 한두 시간 눈을 붙인 뒤 다시 연구실에 출근했죠.” 이 정도면 윤성희 씨의 노력에 순순히 ‘인정’이라는 의미의 엄지손가락을 내보이지 않을 수 없다. 바이올리니스트의 꿈을 접고 물리학에 도전, 그 후 기계공학도로 변신해 무기체계를 연구하며 군에 입대한 그녀의 이력은 한마디로 금녀의 영역에 대한 도전으로 갈음할 수 있지 않을까. 공교롭게도 물리학이나 기계공학, 그리고 군대 모두 압도적으로 남성 비율이 높은 곳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으니 말이다. “저는 남녀 구분이라는 인식 자체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그냥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뿐이죠. 어릴 때부터 씨름도 좋아하고, 남자들과 축구도 잘 했습니다. 여자라는 이유로 뒤에 물러서 있는 것을 싫어했거든요.” 그래서 그녀의 도전에는 종종 색안경을 낀 주변의 시선이 따랐다. 그런 탓에 매번 두 개의 목표를 넘어야 했다. 하나는 그녀가 이루고자 하는 순수한 목표,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주변의 선입견이다. “저를 제대로 알기 전에 여자라서 ‘약할 것이다’, ‘컴퓨터를 못할 것이다’, ‘수학공식을 못 풀 것이다’라는 선입견을 갖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그 벽을 넘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편견을 극복하면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이점도 있습니다.” 현재 그녀가 근무하는 공군 항공기술연구소에서는 항공기의 수명 관리, 결함 분석, 항공기술 개발 등의 다양한 연구가 수행되고 있다. 그녀의 업무는 해외 의존도가 높은 공군 항공기의 부품을 국내 기술력으로 국산화해 개발하는 것이다. 타 부대에 비해 여군 배치가 적은 곳이기에 무슨 일을 하던 주목을 받기 일쑤다. 하지만 주변의 선입견을 하루 속히 깨뜨리고 능력만으로 평가받는 날을 앞당기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 임관 때 받은 호부와 임관사령장 “군복이 가장 아름다워요” 여전히 주변에는 대기업이나 연구소가 아니라 군대를 택한 윤성희 씨의 선택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이들이 많다. 그녀의 선택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과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후배들을 위해 그녀는 자신 있게 말한다. 자신의 길은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며 그래야 후회가 없는 법이라고. “언제나 저의 선택 기준은 ‘제가 정말 하고 싶은가’입니다. 주변의 의견이나 기대에 흔들려서는 안 되죠. 의지와 열정으로 뚝심 있게 밀고 나가다 보면 길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현재 저는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행복합니다. 제가 바라던 일을 실제로 하고 있으니까요.” 오랫동안 꿈꿔왔던 국방과학의 자주적 발전을 위해 자신의 열정과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게 된 윤성희 씨. 아직은 짧은 머리가 어색하지만 그녀는 말한다. 군복은 그 어느 옷보다 아름다운 옷이라고. 사랑한대 2018년 03·04월호 (통권 241호) 이북 보기 사랑한대 2018년 03·04월호 이북 전체 리스트

2018-10 23

[동문][도전#해시태그] 의학과 기술이 만났을 때 #블록체인 #개인이 관리하는 의료 데이터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이슈가 뜨겁다. 이에 발맞춰 이은솔 메디블록 대표는 영상 의학 전문의로서의 경험을 살려 블록체인 기술과의 결합을 도모했고, 메디블록 전용 암호화폐인 메디토큰(MED)을 개발했다. 메디블록은 국내 의료 시스템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나섰다. 글. 이주비(학생기자) 사진. 안홍범 ▲ 이은솔 메디블록 대표(의예과 03) 험난한 길? 원하는 길! 이은솔 대표는 영상의학 전문의에서 스타트업 대표로 길을 바꿨다. 누군가는 그런 그의 선택을 두고 안정된 길을 버리고 험난한 길을 택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이러한 평가에 대해 그는 어떻게 생각할까. “물론 어떤 면에서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저희는 젊잖아요. 언젠간 하고 싶었던 일이었어요. 다만 언제 실행하느냐가 문제였죠.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나중에도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과감하게 뛰어들게 됐습니다.” 이 대표는 ‘험난하다’는 표현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했다. “다른 스타트업 대표님들을 만나보면 저보다 더 많은 것들을 걸고 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저는 그래도 의사 면허와 전문의를 딴 후에 이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길이 있는 셈이에요. 그래서 저는 그분들이 더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의사의 길 대신 좀 더 색다르고 도전적인 일을 선택한 것뿐이라는 그의 말에서 자신의 일에 대한 애정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의사로서의 생활은 일한 만큼 환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가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환자 진료에서는 확장성이나 부가가치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그간 IT 기술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기반을 다져왔던 이은솔 대표는 다른 여러 분야에 비해 의료 분야가 유독 IT와의 결합이 더디다고 생각했다. 병원에서 일을 하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불편함을 해결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다는 판단에 창업을 결심했다. “간단하게는 레고를 만드는 것부터 해서 무언가를 만드는 걸 좋아해요. 세상에 없는 어떤 것을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강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창업으로 이어지게 된 것 같아요. 현재 제가 하고 있는 일도 이전까지는 존재하지 않던 의료 정보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블록체인과 의학의 결합 현재 의료 정보 시스템은 모두 병원이 관리하고 있다. 나의 의료 기록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직접 병원에 방문해 종이 문서로 받아야 한다. 또 한 곳에서 의료 기록을 종합적으로 관리하지 않기 때문에 각각의 병원에 일일이 방문해 문서를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반면 메디블록을 이용하면 병원에서만 받아볼 수 있는 나의 건강 기록을 몇 번의 터치만으로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저희는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는데, 본질적으로 병원이 의료 데이터를 비롯해 모든 기록을 가지고 있다 보니 한계가 있었어요. 게다가 개인이 의료 데이터를 관리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도 있었고요. 그런데 블록체인을 이용하면 저희가 걱정한 부작용을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거예요. 그래서 블록체인을 적극 도입하기로 결정했죠.” 공공거래장부라고도 불리는 블록체인은 탈중앙화된 시스템의 해킹과 사용자의 조작을 막음으로써 신뢰도를 부여하는 기술이다. 즉 메디블록은 현재 중앙화된 의료 시스템을 탈중앙화하여 개개인이 기록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게끔 한 것이다. 이처럼 의학과 블록체인 기술의 만남이 가능하게 된 데는 이은솔 대표와 IT의 깊은 인연이 바탕에 있었다. 그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경시대회 입상 성적으로 고등학교를 입학했고, 진학 후에도 꾸준히 경시대회에 참가해 수상했다. 대학 시절에는 IT기업에서 프로그래밍 아르바이트를 했다. 이런 오랜 경험이 그를 지금의 길로 이끈 것이다. IT와 의료계의 탄탄한 배경지식을 가지고 있는 이 대표의 강점은 곧 메디블록의 경쟁력이 됐다. 두 분야 모두에서 이해도가 높은 그는 블록체인 전문가로, 또 의료 전문가로 활약하며 내·외부적으로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이끌고 있다. 내 손 안의 건강 관리 시스템 메디블록은 궁극적으로 개인이 의료 데이터 또는 건강 데이터를 직접 휴대폰을 통해 관리하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꿈꾸고 있다. 이은솔 대표는 의료 시스템을 카메라에 비유해 설명했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가 필름 카메라가 아닌 휴대폰이나 디지털 카메라를 사용하고 직접 사진을 편집해 업로드하듯이, 개인의 데이터를 제3자가 관리해주는 게 아니라 휴대폰을 통해서 직접 관리하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는 것이다. “당뇨병 환자의 경우, 병원에서도 진료를 하지만 집에서 개인적으로도 검사를 많이 해요. 근데 이 두 개가 완전히 따로 분리돼 있어요. 이 두 축이 통합적으로 관리되면 더 효율적으로 진료할 수 있는데 이를 관리할 시스템이 없는 거죠.” 더 나아가 이 대표는 현재 병원이 개인의 기록을 관리함으로써 발생하는 프라이버시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메디블록을 제시했다. 그는 개인이 원하는 기록만 공개하는, 개인이 주도적으로 의료 기록을 관리할 수 있는 사회를 꿈꾼다. “언젠가는 그런 사회가 올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희 메디블록이 그 주춧돌이 되고 싶습니다.” 첫째도 둘째도 사람 IT와 의료는 이은솔 대표의 전문 분야지만, 창업은 처음 해보는 만큼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없었다. 이 대표는 창업을 위해 스타트업 관계자들을 많이 만나보고 관련 행사를 찾아다녔다. 실제로 스타트업에서 일하며 경험도 쌓았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그에게 가장 어려웠던 점은 함께 일할 좋은 동료를 구하는 일이었다. “회사든 뭐든 사람이 하는 일이잖아요. 좋은 사람을 구하는 게 가장 어려웠어요. 함께 일할 우수한 인재를 찾는 건 지금도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이에요.” 동시에 이 대표는 좋은 동료를 구하기 위한 대표의 노력도 언급했다. “창업을 하기 위해서는 다른 무엇보다 사람이 중요해요. 사람을 모으기 위해서는 대표가 비전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해요. 스스로 그 분야에서 전문가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이 공부하고 생각해서 다른 사람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하는 거죠.” 또한 그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발전시킬 줄 알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창업 아이디어는 비슷한 경우가 많으므로 공유하는 것을 꺼리지 말고, 다른 사람과 논의함으로써 발전적인 방향을 모색하는 게 더 낫다는 것이다. 이은솔 대표는 마지막까지 ‘사람’을 강조했다. 항상 주위 사람을 소중히 하고,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데 주저하지 않아야 한다는 그의 말에서 이 대표만의 확고한 철학을 엿볼 수 있었다. 세상은 그의 도전을 응원하면서도 한편으로 불안정한 길은 아닌지 우려한다. 그러나 그를 만난 사람이라면 이는 편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자신만의 길을 걷는 이 대표의 다음 행보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사랑한대 2018년 03·04월 호 (통권 241호) 이북 보기 사랑한대 2018년 03·04월호 이북 전체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