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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 23

[학생][청춘 열전] 치열한 두뇌싸움의 스포츠, 미식축구

대한미식축구협회가 개최한 2017 챌린지볼에서 한양대 미식축구부 ‘한양 라이온스’가 우승했다. 한양 라이온스는 1962년에 만들어져 어느덧 그 나이가 55년이 훌쩍 넘은 미식축구부다. 박준용(미래자동차공학과 15), 백제영(체육학과 16), 염준석(응용미술교육과 16), 유태원(원자력공학과 17), 최웅순(융합전자공학부 16), 최정희(기계공학과 12) 학생을 만나 한양 라이온스의 생생한 경기 이야기를 들어봤다. 글. 이주비(학생기자) 사진. 안홍범 ▲ 왼쪽부터 순서대로 박준용, 백제영, 염준석, 유태원, 최웅순, 최정희 학생 미식축구만의 뜨거움에 빠지다 한국에서 미식축구는 비인기 종목이다. 대중들은 축구와 야구에는 뜨겁게 열광하는 반면, 미식축구에 대해선 미지근하다. 하지만 미식축구의 진정한 매력을 아는 이들에게는 그 무엇보다 매력 있는 스포츠다. 보통 ‘미식축구’라고 하면 선수들이 공을 두고 치열하게 몸싸움을 하는 장면을 연상하지만, 사실 미식축구는 그 어떤 스포츠보다도 더 철저하게 작전을 바탕으로 하는 전략적인 스포츠다. 이에 못지않게 팀플레이도 중요하다. 각자 맡은 포지션에서 제 역할을 다해야 비로소 작전이 빛을 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드를 직접 뛰는 한양 라이온스 멤버들이 말하는 미식축구의 매력도 바로 팀플레이와 작전에 있다. 백제영 학생은 “대부분의 스포츠에서는 개인 역량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데 미식축구에서는 서로 손발을 맞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그렇기 때문에 개인 역량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전체적으로 협력이 잘 된다면 문제가 없다”고 설명한다. 그는 미식축구를 가짓수가 많은 가위바위보에 비유하는데, 상대가 무엇을 낼지 예상한 후 이를 어떻게 막고 공격할지 전략을 짜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경기에서 몸싸움보다 두뇌 싸움이 더 중요한 것이고,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팀플레이가 필요한 것이다. 한편에서는 미식축구의 격렬한 몸싸움으로 인해 부상이 잦을 것이란 걱정 어린 시선이 존재한다. 이에 대해 최정희 학생은 다른 스포츠보다 덜 다친다고 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더 많이 다치는 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보호대를 많이 착용해서 생각보다 많이 다치지 않아요. 안전하게 운동하기 위해 기초체력 훈련을 열심히 하고 있고, 또 선수 보호를 위한 규칙도 있습니다.” 짜릿한 역전승 가장 기억에 남아 한양 라이온스 선수들은 어떻게 미식축구를 시작하게 됐을까. “한 번뿐인 대학 생활인데 평소에 쉽게 접하지 못하는 걸 하고 싶었어요. 미식축구는 혼자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운동이 절대 아니고, 대학에서 젊을 때만 할 수 있는 스포츠여서 시작하게 됐어요.”(최웅순) “일본 미식축구 만화 <아이실드21>을 무척 재미있게 봤는데, 그때 미식축구가 멋진 스포츠라고 생각했어요.”(유태원) “원래 럭비를 잠깐 했었어요. 그래서 대학에 와서도 하고 싶었는데 동아리가 없더라고요. 하하. 대신 미식축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백제영) 선수들의 수만큼 미식축구를 시작한 각양각색의 흥미로운 계기들이 존재했다. 한양 라이온스 회원들은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 전국대회도, 챌린지 결승 대회도 아닌 서울시 지역전이었던 서울대와의 경기를 꼽았다. 전반전에 20대 0으로 밀리다가 막판에 역전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마지막에 공부했던 어려운 문제가 시험 당일 문제로 나왔을 때처럼 짜릿했다. “거의 진 경기였고, 축구로 치면 5:0 정도에서 역전한 거나 다름없었어요. 그래서 경기가 끝난 후 모두 같이 울었죠.”(최웅순) ▲ 한양 라이온스 선수들은 "미식축구는 그 어떤 스포츠보다도 더 철저하게 작전을 바탕으로 하는 전략적인 스포츠다" 라고 말한다. 피, 땀, 눈물의 우승 한양 라이온스는 지난해 11월 18일 부산 동의대 효민운동장에서 열린 2017 전국대학리그 결승전 챌린지볼(2부 리그)에서 부산외국어대 미식축구팀과 격돌해 14대 6으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2017 챌린지볼에서 우승하기 위해서 한양 라이온스는 무엇보다 작전에 신경을 썼다. 작전북이 따로 있을 정도로 열심이었다. 작전은 경기를 진행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도 했다. 그들은 경기를 준비하면서 작전을 몸으로 옮기는 데 집중했다. 선수 한 명이 한 걸음이나 반 걸음만 꼬여도 경기하는 11명 전체에 영향을 미쳐 모두가 흐트러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연습했던 작전과 상대의 방어가 다르게 나올 경우를 대비해서 0.5초 안에 플랜 A에서 플랜 B로 바꾸고 순간순간 판단하는 연습도 했죠.”(박준용) 한양 라이온스를 지도한 훌륭한 코치진의 역할도 컸다. “저희 선배님들이 주말마다 오셔서 자세도 봐주시고 많이 가르쳐주셨어요. 대가 없는 지원과 사랑을 보내주셨죠.”(염준석) 훈련은 시즌과 비시즌으로 나눠서 진행했다. 비시즌에는 기초체력을 키우기 위해 주로 근력운동과 달리기, 서킷 트레이닝 등을 실시했다. 시합 대비 기간에는 다양하게 준비돼 있는 작전을 맞추기 위해 팀원들이 매일같이 모여 연습했다. 팀플레이가 중요한 종목인 만큼 팀 내의 분위기를 좋게 유지하는 것도 필수다. 그간의 끝없는 노력 덕분이었을까. 그들이 흘린 값진 땀은 챌린지볼 우승이라는 결실로 맺어져 돌아왔다. 힘들었던 지난 시간들이 모두 빛나는 시간으로 바뀌던 순간이었다. 2부 리그이긴 하지만, 챌린지볼 우승은 그만큼 한양 라이온스에게 충분히 의미 깊은 승리였다. 이번 우승을 발판으로 삼아 한양 라이온스는 다음 목표로 1부 리그인 타이거볼 우승을 노리고 있다. 이를 위해 더 많은 팀원을 모집해 주전으로 뛸 수 있는 풍부한 선수풀을 구축해 놓을 계획이다. 타이거볼 우승을 거머쥘 한양 라이온스의 다음을 기대한다. 사랑한대 2018년 03-04월호 이북 보기

2018-10 23

[교수][스페셜 토크] 실험실창업의 신화 창조로 창업 DNA 전파

지난해 10월 박재구 교수 연구실에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희소식이 전해졌다. 바로 박 교수가 운영하는 실험실창업기업 ‘(주)마이크로포어’가 벤처캐피털로부터 30억 원의 투자를 받게 된 것. 대학원생 이원재·양지원(자원환경공학과 석사 3기) 학생이 함께 기쁨을 나누며, 실험실창업에 대한 궁금증도 풀었다. 글. 박영임 사진. 안홍범 ▲ 박재구 자원환경공학과 교수 18년 뚝심이 이룬 쾌거 “공장에 생산라인 및 연속 공정을 설치하는 중이라 몸은 고되지만 요즘 너무 재미있습니다. 조만간 본격적으로 생산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실험실창업기업’(교수나 연구원이 실험실 내 시설을 활용해 연구성과를 사업화한 기업)인 ‘(주)마이크로포어’를 운영하는 박재구 교수는 이제야 제대로 해보는 기분이라며 사업 박차에 대한 의지를 비쳤다. 지난해 10월 벤처캐피털 KTB네트워크로부터 30억 원을 투자받아 충남 아산에 2,900㎡ 규모의 공장을 설립, 드디어 제품 생산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1997년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에 따라 벤처 창업과 교수 겸직이 허용되면서 2000년대 초반까지 교수 창업이 붐을 이뤘다. 하지만 야심차게 창업을 선포했던 ‘실험실창업기업’들은 자금 및 영업력의 한계에 부딪혀 대부분 문을 닫고 말았다. 2000년에 설립된 (주)마이크로포어도 지난 18년의 세월을 기적적으로 버텨왔다. 쓰러지지 않기 위해 죽기 살기로 자전거 페달을 구르는 기분이었다며 소회를 털어놓는 박 교수. 사실 직원들 월급 주기에도 빠듯했기에 통장에 거액의 투자금이 들어오자 가슴이 뭉클해지기까지 했다고.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를 받기까지 심사만 6개월, 기업 평가 등의 전 과정을 합하면 총 1년여의 시간을 가슴 졸이며 최종 결정을 기다려 왔으니 더욱더 그러했을 것이다. 사회 일각에서는 교수 벤처에 대해 ‘이론에만 밝아 사업성이 떨어질 것이다’, ‘사업에 대한 의지나 절박함이 부족할 것이다’라는 편견을 갖고 있다. 그러나 25년의 연구 끝에 탄생한 국내 유일의 무기질 다기공 소재 제조에 대한 원천기술, 그리고 18년이라는 세월이 증명하는 박 교수의 끈기와 열정은 그러한 사회적 편견을 이겨냈다. “그동안 힘든 고비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언젠가는 될 것이라고 믿었죠. 아마 그러한 저의 의지가 좋은 점수를 받은 것 같습니다. 투자받아 기쁘지만 한편으론 어깨가 무겁기도 합니다.” ▲ 충남 아산에 있는 (주)마이크로포어 공장 전경 ▲ 왼쪽부터 박재구 교수, 양지원 학생, 이원재 학생 창업을 통한 실용학풍의 구현 연구와 강의에만 전념해도 많은 에너지가 소요된다. 그렇기에 박 교수의 지치지 않는 열정을 본받고 싶다는 이원재 학생. 그가 평소 박 교수에게 궁금하게 여겼던 점을 질문했다. 원재 : 교수님께 여쭙고 싶은 것이 있는데요. 힘들 텐데 창업은 어떤 계기로 결심하셨나요? 박 교수 : 그동안 진행해온 연구를 연구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상용화해서 실용학풍을 실천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일본 도시바세라믹스 중앙연구소에서 근무할 당시 제품을 개발해봤는데 참 재미있었거든요. 당시의 경험이 밑거름이 돼 용기를 낼 수 있었죠. 2000년 창업 당시 정부에서는 대학 교수들에게 특허 및 창업 등 연구의 상용화를 적극 권장했다. 당시만 해도 창업에 특별한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못할 것도 없다고 생각한 박 교수. 교수들은 이론에만 치중한다는 사회적 편견에도 도전해보고 싶었다. 사실 박 교수의 원천기술인 ‘무기질 다기공 내열소재’ 제조 기술은 일본 기업 근무 시절의 연구주제에서 발전한 것이다. 이 기술로 높은 기공률과 투과율을 자랑하는 (주)마이크로포어의 주력 제품인 ‘다공성 세라믹폼(Porous Ceramic Foam)’을 개발했다. 이는 이물질을 차단하거나 걸러주는 데 탁월하다. 그래서 디스플레이 열처리장비 단열재, 반도체 산업용 진공척(진공을 이용해 어떤 물건을 잡는 장치), 에어플로팅 유닛, 환경정화용 세라믹 필터 및 촉매담체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일 수 있다. 한편 국내 디스플레이 관련 기업들은 열처리장비를 제작하기 위해 일본과 독일에서 단열재 소재를 전량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주)마이크로포어의 다공성 세라믹폼이 양산화되면 가열로 단열재의 국산화를 이룰 수 있다. 게다가 기존 제품보다 파티클 발생을 억제해 표면에 분진이 생기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단열 성능 또한 뛰어난 이점이 있다. 소재 연구에서 ‘순환자원’ 개발로 확대 정보통신(IT)과 환경기술(ET) 분야의 광물소재 연구에 주력해온 박 교수는 2000년대 후반부터 도시광산(Urban Mining) 개발에 대한 연구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도시광산 개발은 폐휴대폰, 폐노트북 등과 같은 폐전자기기로부터 Au(금), Ag(은), Pt(백금) 등의 희유금속들을 회수하는 기술을 말한다. “이제 자원을 재활용하는 순환자원의 시대입니다. 올해부터 자원순환기본법이 시행돼 폐기물도 자원이라는 인식이 높아졌죠. 특히 우리나라는 천연 광물자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박 교수는 해당 분야에 대해 인쇄회로기판의 부품분리장치, 인쇄회로기판의 금속 단체분리장치, 전자부품의 유가금속 회수방법, IC칩 해체 장치, 탄탈럼 선별 기술 등 여러 건의 국내외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의 스티브 잡스를 양성할 때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공대 교육은 실용학문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청년창업이 보다 활성화되기를 바랍니다. 미국이나 중국의 우수한 학생들은 취업보다 창업에 관심이 많죠. 하지만 우리나라 학생들은 대기업 취업만 바라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양지원 학생이 창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대표해 조언을 구했다. 지원 : 스타트업 창업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을 위해 조언 한 말씀 부탁합니다. 박 교수 : 기술만 있다고 사업이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기술과 자본, 영업을 사업의 3요소라고 하는데 특히 스케일업(scale up; 대량생산을 위한 공정기술 등 제반사항)이 사업 성공에 절대적 영향을 미칩니다. 제품으로 양산되려면 생산기술로 발전해야 하고, 이를 위해 자본을 확보해야 하죠. 그래서 학생을 비롯해 창업에 관심을 갖는 동료 교수들에게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 (주)마이크로포어의 주력 제품 ‘다공성 세라믹폼’으로 만든 디스플레이 가열로 단열재 박 교수는 학생들에게 창업을 권장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말리고 싶은 마음도 크다. 아이디어만으로 섣불리 뛰어들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창업환경 인프라 구축이나 제도 개선에 대해서도 제언하고 싶은 점이 많다. 벤처 창업은 실패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러한 위험 부담을 고스란히 짊어지고 창업에 뛰어들 사람은 많지 않다. 그렇기에 학생들에게 도전 정신이 부족하다고 탓하기 전에 제도적 뒷받침을 탄탄히 마련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한양 공대의 장점을 살려 창업교육을 강화하고, 학생들과 교수들을 대상으로 좋은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는 콘테스트 개최를 제안합니다. 우리도 분발해서 스티브 잡스 같은 학생을 발굴해야죠.” 생산라인 가동으로 본격적인 제품 생산을 앞두고 있는 박 교수의 다음 과제는 우수한 제품을 널리 알려 시장을 확대하는 것. 시장 안착을 위해 사활을 걸어야 할 시점이다. 게다가 그가 걷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창업을 꿈꾸는 학생들에게는 이정표가 될 터이기에 사명감도 막중하다. “저희 본사는 여전히 과학기술관 내 실험실입니다. 일본에는 ‘교세라’라는 세계적인 세라믹 기업이 있습니다. 창업주 이나모리 가즈오는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3대 기업가 중 한 명이죠. 향후 10년 이내 (주)마이크로포어를 한국의 교세라로 만드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도 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연구를 통해서 진정한 공학자의 롤모델이 되고자 합니다.” 사랑한대 2018년 03-04월호 이북 보기

2018-09 29

[교수][스페셜 토크] “먼지청정기가 아닌 진짜 공기청정기를 만들어야죠”

올해 한양대 백남석학상은 김기현 교수에게 돌아갔다. 발암물질인 VOC를 보다 쉽고 정확하게 감지 및 제거할 수 있는 환경분석 방법을 연구하고 있는 김기현 교수는 공기청정기의 VOC 제거율을 99%로 높여 진정한 공기청정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자리에 유미지·한솔(건설환경공학 석사과정 18) 학생이 함께했다. 글. 박영임 사진. 안홍범 ▲ 김기현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올해의 한양대 백남석학상 수상 어쩌다 보니 마음껏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는 일도 호사스러운 바람이 됐다. 대통령 공약으로까지 대두된 미세먼지 문제와 1급 발암물질로 알려진 라돈 매트리스 사태 그리고 이제는 더 이상 낯선 신조어가 아닌 새집증후군 등 연일 언론을 장식하는 대기 문제가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기가 안 되는 지하상가를 걷다 보면 눈이 따가울 때가 있죠? 포름알데히드 같이 휘발성이 강한 대기 오염 물질 때문인데, 이를 VOC(Volatile Organic Compounds)라고 합니다. 이들은 산업 현장뿐 아니라 운전, 흡연, 음식 조리 같은 일상생활 속에서도 쉽게 발생합니다. 알레르기 및 암을 유발하기 때문에 VOC를 보다 쉽고 정확하게 감지할 수 있는 환경분석 시스템 그리고 이들을 쉽게 제거할 수 있는 청정기술이 필요합니다.” VOC와 악취 성분을 효과적으로 관리·제어하기 위해 기존의 환경분석 시스템을 개선하고, 신소재 기반의 응용기술을 개발해 대기질 개선의 과학적 토대를 제시한 김기현 교수. 그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5월 15일 교육 및 연구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둔 학자를 시상하는 ‘백남석학상’을 수상한 데 이어, 과학기술 발전에 공헌한 연구개발자를 기리는 한국연구재단의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6월 수상자로 뽑히는 등 연이어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휘발성 강한 VOC도 효과적으로 제거 어느새 우리 일상에서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공기청정기. 이러한 제품으로는 VOC를 제거할 수 없는 것일까. “시중의 공기청정기로도 VOC를 제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체 형태의 미세먼지는 99.9% 제거할 수 있는 데 반해, 가스 형태인 VOC는 45~50% 정도만 제거하는 실정입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먼지청정기인 셈이죠. 저희는 현재 VOC 제거율을 더 확장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 기능을 더욱 향상시켜 진정한 공기청정기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분진 제거에 특화된 현재의 공기청정 기술은 VOC 물질을 감지하고 제어하는 데 한계가 있다. VOC는 휘발성이 강하고 반응성이 낮기 때문에 일반적인 흡착, 촉매 처리기술로는 효과적으로 제어하기 어렵다. 또한 VOC는 ppm의 1000분의 1에 불과한 ppb 수준의 낮은 농도로 존재해 초고감도, 초고선택도, 재현성 등을 갖춘 정밀한 감지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에 김 교수는 다양한 신소재를 합성하고 그와 관련한 여러 가지 복합물질을 개선해 기존 소재들의 한계를 뛰어넘는 대안 소재들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 특히 MOF(Metal Organic Framework)와 같은 다공성 신소재 개발에 주목하고 있는데, MOF는 여러 가지 변형을 통해 대기질 정화에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가스 형태의 VOC를 제거하려면 충분한 흡착 및 촉매 반응 시간이 요구됩니다. 하지만 공기청정기는 매우 빠른 속도로 공기를 순환시키기 때문에 충분한 반응 시간 대신 반응 능력을 높여야 합니다. 오염 물질을 담을 수 있는 구멍, 즉 공극률을 무한정 확대할 수 있는 첨단 소재를 개발하면 VOC 흡착 및 촉매 반응을 높여 제거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김 교수는 신소재 개발을 통해 전통적 분석기술을 보다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응용기술들에 대한 연구도 동시에 수행했다. 효과적으로 시료를 농축하는 열탈착 기반의 전처리 기술과 환경분석 시스템을 결합해 환경부가 지정한 22종의 악취 물질에 대해 일반적으로 권장하는 5개의 시스템을 활용하는 방법을 대체하는 단일분석 프로토콜을 새롭게 구축했다. 평생 환경밖에 모르던 연구자, 소재에 눈뜨다 김기현 교수가 모교인 한양대에 부임한 것은 지난 2014년. 그 전에 있던 세종대에서는 자연과학대학 소속이었기에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 대기 오염 물질의 해로움을 밝히고 어떻게 감지할 것인가 등 순수한 환경분석 연구에 몰두했다. 김 교수의 연구가 달라진 것은 한양대로 자리를 옮기면서부터다. VOC 감지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제거라는 실용성에 초점을 맞추게 된 것이다. “수십 년간 분석 연구만 하던 사람이 실생활에 보다 유용한 실용적인 연구로 관심을 돌리게 된 거죠. 늦은 나이에 갑자기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쉽진 않았지만, 동료 교수들에게 자극을 받아 도전하게 됐습니다.” 특히 신소재 분야를 환경에 접목시킨 점이 인상적이다. 기존 공기청정기의 기능적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신소재의 효과적인 활용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던 것. 김 교수의 연구는 신소재 기술을 환경공학에 응용할 수 있는 기반을 제시, 환경 연구의 가능성을 보다 넓혔다. “신소재를 이용한 환경 분야 연구는 다양한 시도가 가능한 블루오션입니다. 신소재 연구는 영향력 지수(IF, Impact Factor)가 높은 분야이므로 환경과 신소재를 결합하면 질 좋은 논문을 쓸 수 있습니다.” 김 교수가 영향력 지수가 높은 저널에 다수의 논문을 게재하게 된 것도 신소재 연구를 접목하면서부터다. 현재 인도와 중국 등 각국 학생들의 배움을 청하는 메일이 쇄도하고 있다. 김 교수가 매년 저널에 게재하는 논문 수는 무려 70~80편. 이 중 40편 정도는 상위 5% 이상의 저널에 실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1년에 70~80편에 이르는 방대한 양의 논문을 게재하려면 실제는 100편 정도의 논문을 투고해야 한다. 그가 1년에 투고하는 논문만 100편에 이른다니,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일까. “양과 질을 동시에 추구해야 연구 경쟁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물론 오랜 수련을 거쳐야 가능한 일이죠. 지하철 안에서든 여행 중이든 언제 어디서나 논문 생각에 빠져 지내는 편입니다.” ▲ 김기현 교수가 한솔(가운데), 유미지(오른쪽) 학생과 이야기하고 있다 논문 생각으로 밤낮 없이 연구 중 한 번에 다수의 연구를 진행하는 김기현 교수는 바쁜 와중에도 연구 진행 과정을 모든 지도학생들에게 일일이 메일로 공유해주고 있다. 그가 이런 수고를 감수하는 것은 같은 연구실에 있는 학생이어도 자신이 참여하는 것 외에 다른 동료들이 어떤 연구를 어떻게 진행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왕성한 연구 열정 덕분에 그가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메일은 하루에 열 통이 넘는다. 이는 학생들에게 좋은 동기부여가 되지만 그만큼 압박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김 교수의 이러한 열의에는 자신을 뛰어넘는 학생들이 많이 배출되기를 바라는 스승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취업에만 매달리는 요즘 학생들 사이에서는 연구자의 길을 가겠다는 꿈이 다소 허황돼 보이기까지 합니다.” 이러한 현실에 안타까움을 토로하는 김기현 교수. 옆에서 조용히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던 유미지 학생이 입을 열었다. “교수님은 언제부터 교수의 꿈을 키우게 되셨나요?” 김 교수는 재미있는 질문이라며 웃음을 띤 채 답했다. “대학 졸업 후 교비 유학생으로 유학을 떠났지만 사실 특별한 꿈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박사 학위를 받을 무렵 한 교수님이 이제 사회에 어떻게 기여하겠냐는 질문을 던지셨죠. 그 질문을 받고 비로소 연구를 통해 사회에 이바지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김 교수의 대답은 후배 연구자들에게 어떤 울림을 주었을까. 연구자의 길을 걸으려는 후배 환경공학자를 대표해 한솔 학생이 대선배인 환경공학자에게 조언을 구했다. “보통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기는 어렵다고 하는데 과학은 얼마든지 두 마리,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환경과 타 분야를 융합하면 여러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새롭게 변신할 수 있습니다.” 언제나 연구에 여념이 없는 김기현 교수에게서 공기청정기의 VOC 제거율을 99%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새로운 소재, 값싸면서도 기존 소재의 성능을 뛰어넘은 신소재를 개발했다는 소식이 하루빨리 전해지기를 고대한다. 사랑한대 2018년 09-10월호 이북 보기

2018-09 29

[학생][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 필리핀의 의료 문제를 IT로 혁신한다!

한국에서 당연했던 것들이 개발도상국에서는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료가 없어 최소한의 병원비도 보장받지 못하고, 병원 접수 및 차트관리를 사람이 하다 보니 병원에 가면 환자들이 의사를 만나기 위해 항상 긴 줄을 서야 한다. 가까운 필리핀의 이야기다. 이러한 필리핀의 의료 문제를 IT로 해결하기 위해 한양대 기술경영대학원 학생들이 뭉쳤다. 정리. 편집실 자료 제공. 오동석(기술경영 석사과정 17) ▲ 필리핀 로하스(Roxas city)에 위치한 스타트업 인큐베이팅센터 스프링밸리(Spring valley)의 개발자, 디자이너 등과 함께. 9월에 라인케어 필리핀 법인이 스프링밸리에 입주할 예정이다 필리핀 의료 접근성 개선을 위해 오동석 대표는 한양대학교 학부 4학년이던 2016년 ‘제1회 세븐틴 하츠 페스티벌(17 Hearts Festival)’ 봉사 활동을 하면서 필리핀을 비롯해 개발도상국의 의료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한국에서는 환자가 아프면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당연한 권리인데, 개발도상국에서는 이 최소한의 권리가 보호되지 않았던 것. 오 대표는 올 초 필리핀 최대 빈민가 지역인 톤도에 위치한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에서 운영하는 센터를 방문했다. 그곳에서 국민건강보험이 잘 되어 있는 한국과 달리 필리핀의 많은 어린이들이 필리핀 국민건강보험인 ‘필헬스’에 가입되어 있지 않아 아파도 병원에 제대로 가지 못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비영리 단체를 설립해 외부에서 기부를 받아 건강보험료를 지원해줄 수도 있지만, 그건 저희가 주체적으로 자원을 확보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필리핀에서 벤처기업을 설립해 수익을 창출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 마닐라 톤도센터 방문 모습 ▲ 필리핀 병원의 긴 대기시간 원우들과 뭉쳐 예비 창업팀 결성 기술과 사업 두 가지 측면에 대해 지식과 경험을 보유한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석사, 박사 과정에 있는 원우들에게 오동석 대표가 가지고 있는 소셜미션인 ‘IT를 통한 필리핀 의료 접근성 개선’을 소개했고, 같은 뜻을 가진 팀원들과 예비 창업팀을 구성해 한양대 사회혁신센터에서 주최한 ‘글로벌 소셜벤처 부트캠프’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이 프로그램은 소셜벤처 창업을 통해 한양대 학생들과 글로벌 청년들이 개발도상국의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이 자리에서 라인케어 팀원들은 필리핀 아테네오(Ateneo)병원 의대 교수 젤로 & 제레미와 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기투합했다. “필리핀은 다양한 의료 문제가 있습니다. 우선 의료 인력이 부족하고, 정확한 위치 정보가 없어요. 또 복잡한 접수관리 체계로 인해 환자가 의사를 만나기까지 긴 대기시간이 필요합니다. 한국과 달리 의사 한 명이 여러 병원에 근무하고, 의사 한 명당 여러 명의 간호사, 비서가 존재해 일정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이중효 학생의 말이다. 라인케어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병원 위치 데이터를 수집해 검색·예약·접수를 한꺼번에 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우선 환자들의 대기시간을 단축시켜 긴 대기시간 문제를 해결하고, 점차적으로 기능을 추가해 의료 문제 전반의 프로세스를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그렇게 필리핀 의료 문제를 해결하는 온디멘드 헬스케어 플랫폼 ‘라인케어’의 아이디어가 탄생했다. ▲ 8월 한양대에서 열린 APYE(Asia Pacific Youth Exchange) 행사에서 필리핀 부통령(Vice President)과 라인케어 멤버들이 함께했다 ▲ 필리핀 과학기술부(DOST) 페냐 장관과 함께 ▲ 필리핀 정보통신부(DICT) 엘리세오 장관과 함께 평범한 대학원생에서 글로벌 소셜벤처 창업가로 오동석 대표는 지난 6월 초 한국에 ‘주식회사 라인케어’ 법인을 설립하며 창업에 성공했고, 7월에는 필리핀 병원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웹서비스를 오픈했다. 한양대 링크사업단, 사회혁신센터, 서울산업진흥원 등 여러 기관에서 시장조사비를 지원받아 필리핀, 싱가포르 등 아세안(ASEAN) 국가를 수시로 방문해 시장조사를 진행했다. 또 지난 7월에는 필리핀 정부행사인 과학기술부 연간 행사와 정보통신부 공식 행사에 초대돼 과학기술부 페냐 장관과 정보통신부 엘리세오 장관 등 각 기관의 주요 인사들에게 사업을 소개하는 기회를 가졌다. 이어 8월에는 필리핀의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기관인 스프링밸리의 대표 JDL의 초대를 받아 방문했고, 9월에는 필리핀 법인 설립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에서 아이디어로만 사업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필리핀의 의사와 정부 관계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어 필리핀 현지에 꼭 필요한 서비스가 탄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라인케어의 소셜미션과 사업성에 공감한 한양대 링크사업단은 단계별로 창업지원금을 지원해 법인 설립 초기에 필요한 개발비, 마케팅 비용을 지원할 예정이다. ▲ 한양대 글로벌 소셜벤처 부트캠프 누구에게나 평등한 의료 권리를 위해 라인케어는 병원 접수관리 플랫폼을 통해 병원으로부터 월 이용료와 광고비 등을 받아 수익을 창출할 예정이다. 또 수익의 일부를 기부해 필리핀의 국민건강보험(필헬스) 지원에 활용할 계획이다. 건강보험비를 지원받은 어린이와 학생 중의 일부를 선정해 IT 교육을 진행, 향후 라인케어에서 직접 채용 또는 양질의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톤도 지역의 어린이들이 병원비 걱정 없이 병원을 갈 수 있는 세상, 그것이 바로 라인케어가 꿈꾸는 미래다. 소셜벤처, 이렇게 창업했어요! ▲ 오동석 대표 (기술경영 석사과정 17) 용기를 갖고 도전하세요! 한양대 사회혁신센터의 부트캠프 교육과정을 통해 평범한 대학원생에서 소셜벤처의 대표가 됐습니다. 이제 서비스 론칭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저희의 서비스로 필리핀의 많은 환자들의 의료 접근성이 개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평소에 소셜벤처 관련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데도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는 분들은 주저하지 마시고, 저처럼 사회혁신센터를 방문하셔서 창업가로 성장하시기 바랍니다. ▲ 이중효 학생 (기술경영 석사과정 17) 글로벌 소셜벤처 사업 위해 현지 시장조사는 필수 한국과 필리핀의 의료 현장은 규제부터 이해 관계자의 상황까지 매우 다릅니다. 글로벌 소셜벤처 사업을 위해 현지 시장조사가 필수인데, 한양대학교 사회혁신센터의 지원으로 지난 7월에 해외 시장조사를 추가로 시행할 수 있게 됐습니다. 덕분에 필리핀의 보건복지부, 과학기술부 등 유관 부서와의 미팅이 제품 출시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나석규 학생 (기술경영 박사과정 18) 소셜벤처 창업의 A to Z를 배우다 한양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의 전공수업인 e-부트캠프와 사회혁신센터의 글로벌 소셜벤처 부트캠프 교육을 통해 소셜벤처 창업의 A to Z를 학습할 수 있었고, 링크사업단의 금전적 지원을 통해 사업을 추진하는 원동력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교내 여러 유관 부서와 협력해 함께 만들어나가는 라인케어가 되겠습니다. 사랑한대 2018년 09-10월호 이북 보기

2018-09 29

[동문][NOW 꿈꾸는 사람들] 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몸부림으로 세상을 바꾸다

올해 6월, 김미연 동문이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Committee on the Rights of Persons with Disabilities, 이하 CRPD) 위원으로 선출됐다는 낭보가 전해졌다. 한국 여성 최초의 진출인 데다 NGO 출신이 드물어 국내외적으로 크게 주목받았다. 지난 1994년 그는 불모지와 다름없었던 국내에서 처음으로 장애 여성 인권운동을 시작했고, 2006년에는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에 장애 여성을 위한 조항을 집어넣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제는 CRPD 위원으로서 그 협약을 잘 이행하고 있는지 국가별 보고서를 심사하고 권고하는 위치에 올랐다. 글. 이슬비 사진. 안홍범 ▲ 김미연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 위원·사단법인 장애인법연구회 기획이사(식품영양학 88) 감히 세상이 나를 거부해! 졸업한 지 30년 만에 모교를 찾은 김미연 위원. 올해 한양대에 들어온 딸의 입학식에 참석한 것을 빼면 졸업 후 첫 방문이다. “캠퍼스가 정말 많이 달라졌어요. 제가 다닐 때는 가정대학(현 생활과학대학)에만 유일하게 엘리베이터가 있었어요. 그래서 그 건물을 거의 벗어나지 못하고 지냈죠. 당시 제 소원이 중앙도서관에 앉아서 공부해보는 것이었는데 아쉽게도 결국 못 이루고 졸업했어요. 그땐 장애인이 접근하기 굉장히 어려웠는데, 지금은 많이 달라졌죠?” 오랜만에 찾은 모교의 풍경이 어리둥절한 듯 김미연 위원은 학교의 변화부터 묻는다. 그는 생후 11개월에 소아마비를 앓고 평생 휠체어를 타야 하는 장애를 얻었다. 우리나라 최초로 여성 장애인을 위한 인권운동을 시작했지만, 정작 원래의 꿈은 훌륭한 식품영양사가 되는 것이었다. 졸업할 때까지만 해도 자신의 꿈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졸업 후 여러 군데 이력서를 냈어요. 그런데 서류 심사는 다 통과하는데 이상하게 면접에서 줄줄이 떨어지더라고요.” 취업이 어렵지 않던 시절이라 동기들 대부분 취직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지만 그를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그때 처음으로 세상의 벽을 느꼈다고 그는 고백한다. “불편한 것들이야 많았지만 차별을 느끼며 살진 않았는데 처음으로 세상이 나를 거부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이 ‘감히 세상이 나를 거부해?’였어요. 누군가 당시 이런 제 내면의 목소리를 들었다면 비웃었겠지만, 어쩌면 그 마음이 지금의 저를 여기까지 이끈 출발점이었을 거예요.” 식품영양사의 꿈 접고 여성 장애인 인권운동의 길로 김미연 위원은 오랜 꿈이었던 식품영양사의 꿈을 접고 스스로 장애인 인권운동 단체를 찾아가 자원봉사자로 활동을 시작했다. 그즈음 장애인 관련 잡지사의 무보수 객원기자로도 활동하며 장애인 여성들을 인터뷰할 기회가 많았다. 그들의 열악한 환경은 당혹스러울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10년, 20년 동안 바깥세상을 구경해보지 못한 이들이 태반이었다. “저도 하루 종일 물 한잔 마시지 못한 채 고3 시절을 견딜 만큼 장애인으로서 불편한 삶을 살아왔다고 생각했지만 이들의 삶과는 비교하기 힘들었어요. 그들의 삶이 너무 당황스러워서 받아들이기가 힘들 정도였어요.” 그렇게 여성 장애인 인권운동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여성 장애인의 권리를 대변하는 사람도, 관련 커뮤니티도 전무했다.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활동가가 없으니 여성 장애인을 위한 정책은 아예 기대조차 할 수 없었다. 1994년 12월, 이런 문제의식을 느낀 사람들이 모여 김 위원을 포함한 4명이 여성 장애인 인권운동 모임을 만들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장애인 인권운동의 시작이었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에 장애 여성 조항을 넣어라 이후 김미연 위원은 장애인의 권리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여성문화공동체를 설립하고 국내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을 이끌었다. 1990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 장애인을 보호하는 법이라곤 ‘심신장애자법’ 하나밖에 없었지만, 장애인 권리 운동이 활발해지면서 현재는 장애 관련법이 14개나 만들어졌다. 김 위원의 활동은 국내에만 머물지 않는다. 국제적 활동도 활발했는데 특히 2006년 채택된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에 장애 여성을 위한 조항을 집어넣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제정을 위한 특별위원회 한국정부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얻은 성과다. 국제사회의 내로라하는 장애 여성 인권운동의 리더들을 이끌고 한목소리를 냈다. “2002년 유엔에서 장애인권리협약 초안을 발표했는데 장애인 여성 관련 조항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어요. 당시 한국은 이미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장애인 아동과 여성을 별도의 챕터로 다루고 있었어요.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안에 장애 여성이 보호받을 수 있는 조항이 필요하다는 이슈를 내놓은 것이 바로 우리나라 여성 장애인들이에요.” 국가별 정부의 지지를 받아야 하는 일이라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구나 장애인 정책은 대부분 예산이 드는 일인 데다 여성 장애인에게 맞는 정책을 별도로 세우려면 더 많은 예산이 필요했기에 각 나라의 정부로서는 해당 이슈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상당한 우여곡절 끝에 여성과 아동을 다루는 별도의 조항을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에 넣었고, 이는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일이 됐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은 10개에 달하는 유엔 인권협약 중 유일하게 장애 여성 관련 조항과 젠더 관점을 포함하고 있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한 국가에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지기 때문에 4년마다 유엔에 보고서를 내야 합니다. 앞으로 저는 CRPD 위원으로서 이 보고서를 심의하고 이행을 권고하는 일을 하게 됩니다.” 18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는 CRPD는 장애인권리협약에 가입한 177개 당사국이 4년마다 제출하는 각국의 보고서를 심사해 협약의 이행 여부를 평가하는 등의 역할을 한다. 99개국의 지지를 얻어 당선이 확정된 김미연 위원은 2019년 1월 취임해 2022년 말까지 4년간 활동하게 된다. 2006년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의 안건을 만드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정부의 협약 이행을 꾸준히 모니터링한 그가 이제는 CRPD 위원으로서 해외 여러 나라의 보고서를 심의하는 위원이 된 것이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의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해온 그는 유엔 내에서도 무척 이례적인 이력으로 조명받고 있다. ▲ 김미연 동문이 한양대 장애학생인권위원회 학생들과 함께했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김유선(경제금융학 16), 이정인(경영학 17) 학생, 김미연 동문, 정명철(경영학 15), 이탄(경영학 16) 학생 끊임없이 부딪쳐 이겨본 경험을 쌓는 것 이날 김미연 위원은 한양대 장애학생인권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학생들과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장애인으로서 겪어야 하는 후배들의 고민을 경청하며 든든한 선배의 면모를 보여줬다. “저는 거창하게 ‘장애 여성을 위해 내 삶을 희생하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그저 제 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시작했을 뿐이에요. 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몸부림이 결국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고 생각해요. 한순간에 모든 것이 바뀌지는 않았지만, 지난 30년을 뒤돌아보면 변화한 것들이 눈에 보입니다.” 그가 재학 중일 당시만 해도 학교에는 장애인을 위한 양변기도 없었고, 도서관에 갈 수도 없었다.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주저앉았더라면 지금도 여전히 후배들은 불편함을 감수하며 생활해야 했을지 모른다. “후배님들도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끊임없이 부딪치는 훈련을 하며 이겨본 경험을 쌓아야 합니다. 사회에 나가면 훨씬 더 단단한 장벽에 직면하게 될 텐데 그렇게 이겨본 경험이 큰 힘이 됩니다.” 4명으로 시작한 여성 장애인 권리운동에서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 위원에 이르기까지, 그의 행보가 만들어낸 대단한 성과는 결국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출발한 셈이다. 사랑한대 2018년 09-10월호 이북 보기

2018-09 29

[학생][도전 #해시태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는 혁신적 아이템으로 세상의 변화를 꿈꾸다

이승현 대표는 무명(無名)을 콘셉트로 ‘Anonymous Artists’라는 뮤직 브랜드를 론칭해 관련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한양대학교 출신 창업자다. 제대할 무렵 창업에 대해 막연히 꿈꿨지만, 그에게는 여전히 ‘엄청난 위험 부담을 안고 시작해야 하는 험한 일’이었다. 그랬던 그가 이제는 누구도 시도하지 않는 혁신적 사업 아이템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글. 이슬비 사진. 안홍범 ▲ Anonymous Artist 이승현 대표(생명과학 12) 창업은 먼 나라 이야기? 학창 시절, 마크 주커버그, 마윈, 폴 그레이엄, 브라이언 체스키 등을 동경하여 그들에 관한 책 읽기를 즐겼다. 음악과 예술을 좋아했고, IT기술에 대한 호기심도 높았다. ‘어나니머스 아티스트(이하 Anonymous Artists)’라는 독특한 뮤직 브랜드를 론칭한 이승현 대표의 이야기다. 관심사가 이렇다 보니 일찍부터 디자이너, 프로그래머와 교류하며 모바일앱·웹 개발 프로젝트에도 활발하게 참여했다. 하지만 정작 창업만큼은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렸다. “제대할 즈음 창업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지만,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라 막막했어요. 창업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교내 창업지원단의 지원을 받으면서 창업에 대한 확신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그는 창업지원단에서 창업동아리 등록부터 시작했다. 수시로 개최되는 특강을 들으며 창업 아이디어도 구상했다. 제2전공으로 선택한 창업융합전공 역시 창업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데 도움이 됐다. 때마침 창업지원단에서는 창업자를 발굴하고 육성해 성공적인 창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인 스타트업아카데미 8기를 모집 중이었다. 이승현 대표는 이 수업을 받으며 아이템을 정교하게 다듬어나갔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선배들의 경험담을 듣고 업계 전문가들의 멘토링을 받으면서 창업이 좀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학교에서 사람, 인재, 창업 공간을 얻다 “스타트업아카데미는 교수, 변호사, 대기업 임직원 등 창업가에게 도움을 주시는 전문 분야의 석학들이 강의를 하고, 멘토로 참여하는 프로그램이었어요. 이들과 교류하면서 제 시야도 한층 넓어졌습니다. 세무, 노무, 근로기준법 등 회사 운영에 필요한 지식까지 두루 섭렵할 수 있었기 때문에 창업 계획을 구체화하는 데 상당히 큰 도움이 됐습니다. 창업 파트너도 이곳에서 만났어요. 함께 수업을 듣고 창업경진대회를 준비하며 ‘Anonymous Artists’를 공동 창업하게 됐죠.” 현재는 창업기숙사인 ‘247 스타트업돔’에 1기로 입주하는 행운까지 얻었다. “너나없이 뭐든지 열심히 하는 친구들입니다. 열정이 엄청나죠. ‘247 스타트업돔’은 그런 학생들이 모인 공간이라 서로에게 끊임없이 자극이 될 뿐만 아니라 동료애도 강합니다. 정보 교류도 활발하고 서로에 대한 고민도 털어놓으며 조언을 주고받기도 합니다.” IT기술을 활용한 문화예술 사업 처음엔 어떤 사업을 시작해야 할지, 자신의 역량이 어느 정도인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이승현 대표는 스타트업아카데미 등에서 멘토링을 받으면서 자신의 창업 역량에 대해 좀 더 객관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게 됐다고 털어놓는다. 예술과 IT에 대한 평소의 호기심은 창업하기에 나름 괜찮은 조건이었다. 미처 깨닫지 못한 자신만의 자산이라는 데 생각이 미치자 ‘IT기술을 활용한 문화예술 사업’이라는 아이템을 떠올릴 수 있었다. 어렴풋한 생각은 수시로 열리는 특강과 스타트업아카데미 수업을 들으며 좀 더 구체화됐고, 창업경진대회를 준비하면서 더욱 현실화시킬 수 있었다. “사업 아이템이 결정된 후, 창업지원단으로부터 관련 업계 네트워킹 기회도 얻고 각종 기술자문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사업 아이템을 고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음악업계 전문가들을 정말 많이 소개해주셨어요. 덕분에 저희 브랜드가 더욱 탄탄해질 수 있었습니다.” 유일무이한 익명성 콘셉트, Anonymous Artists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깎이고 다듬어져 나온 것이 2017년 론칭한 ‘Anonymous Artists’라는 브랜드다. Anonymous Artists는 스타트업 관계자는 물론 뮤직 비즈니스 관계자들에게도 주목받았다. 기존의 뮤직 엔터테인먼트 사업 분야에서는 아직 IT기술을 접목한 사업이 활발하지 않아서 더 눈에 띈다. “기존 엔터테인먼트 회사들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을 지향한다는 혁신성을 긍정적으로 봐주셨어요. 스타트업 전문가들도 IT기술과 예술을 접목시킨 내부 역량, 음악업계로 연결되는 외부 네트워크 역량에 대해 좋게 평가해주셨습니다. 최근에는 현대자동차그룹에서 운영하는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에도 선정됐습니다. 업계에서 유일무이하게 익명성을 콘셉트로 아티스트들을 엑셀러레이팅하는 공유 브랜드라는 점을 높이 산 것 같아요.” Anonymous Artists는 현재 네 개의 음원을 멜론, 애플뮤직, 스포티파이(Spotify) 등에 발매했다. 내부 마케팅 분석 결과, 발매한 음원을 즐겨 듣고 브랜드에 관심이 많은 이른바 ‘Anonymous Artists 팬’들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업계 현황을 파악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주력했다면, 앞으로는 더 많은 아티스트들과 작업해 음원을 빠르게 발매하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공급하는 데 주력할 것입니다.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을 위한 온라인 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구축하고 스트리밍 어플리케이션도 개발해 수평적인 확장에 힘쓰는 것이 다음 목표입니다.” ▲ 이 대표는 "저의 창업 과정에 숨은 비결이나 노하우가 따로 있었다기보다는 학교에서 안내하는 방향대로 한 걸음씩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내디뎠을 뿐입니다." 라고 말한다. 잘하는 것을 최소한의 단위로 빠르게 시작하라 이승현 대표는 아직 학생 신분이지만 어쩐지 ‘대표’라는 말이 썩 잘 어울린다. 외모가 어른스러워는 아니다. 외모는 오히려 풋풋한 편이다. 회사의 비전을 말하고 발전전략을 설명할 때 풍기는 프로페셔널한 모습 덕분일 것이다. 비결을 묻자 “학교의 체계적인 지원을 받으며 내적으로 탄탄해졌다”는 답이 돌아온다. 각종 프로그램을 이수하는 동안은 체감하지 못하다가 본격적으로 현장에 뛰어들면서 새삼 깨닫게 됐다는 것. 실제로 이승현 대표는 무턱대고 창업에 뛰어든 것이 아니라 창업지원단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차근차근 이수해 창업에 성공한 모범사례로 손꼽힌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창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참 많은 걸 떠먹여줬구나’ 싶을 때가 많아요. 현장에서 이리저리 부딪치면서도 쉽게 깨지지 않았던 건 체계적인 창업 준비로 제 자신이 탄탄해진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창업지원단에서는 아이디어 구상 단계, 아이디어 실현 단계, 아이디어 고도화 단계 등 단계별로 지원 프로그램이 있고 예산도 지원해줬어요. 사실 한양대학교 학생 창업자라면 이런 과정을 모두 거쳤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창업 과정 역시 숨은 비결이나 노하우가 따로 있었다기보다는 학교에서 안내하는 방향대로 한 걸음씩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내디뎠을 뿐입니다.” 그래도 후배들에게 전수할 창업 비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잘하는 것을, 최소한의 단위로, 빠르게 시작하라.” 다양한 교육을 받으면서 귀가 아프도록 들었던 말이고, 창업융합전공 수업을 받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성공한 창업 선배들의 한결같은 조언이기도 해서 학생 창업의 성공 공식처럼 회자된다. 그 역시 후배들에게 같은 말을 전한다. “하고 싶은 아이템이 있다면 두려워 말고 작은 단위부터 시작해봤으면 좋겠어요. 언제나 문제는 생기게 마련이고, 그것을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중요한 것입니다.” 창업을 꿈꾸는 학생들이라면 새겨들을 말이다. 비로소 창업의 꿈을 실현시킨 이승현 대표, 앞으로 Anonymous Artists라는 혁신적 사업 아이템으로 세상을 조금씩 변화시켜 나가길 기대해본다. 사랑한대 2018년 09-10월호 이북 보기

2018-07 31

[학생][도전 #해시태그] 아프고 지친 사람을 위한 아름다운 최초

오랜 투병 생활은 마음도 야금야금 갉아먹는다. 아프기 전에는 쉽게 누렸던 일상을 하나둘씩 포기해야 할 때의 좌절감이란. 환자, 특히 여성 암환우의 안타까운 사연에 공감한 이들이 그녀들의 일상에 생기를 되찾아주기 위해 똘똘 뭉쳤다. 동갑내기 친구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국내 최초 암환우 뷰티관리 기업 ‘유어웰컴메디뷰티’의 이야기다. 글. 전수아 사진. 안홍범 ▲ 왼쪽부터 유지영 대표, 정가연 대표, 한다원 팀원, 김유진 팀원 그녀들의 얼굴이 활짝 피다 지난 4월 24일 전북지역암센터에 여성 암환우들이 모였다. 밖은 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봄기운이 완연한데 암환우들의 마음은 아직 겨울. 오랜 투병 생활에 지친 기색이 역력한 이들은 피부는 물론이거니와 모발의 상태도 좋지 않았다. 항암치료를 할 때마다 머리카락이 뭉텅뭉텅 빠진 환우들은 비니를 써서 탈모를 감췄다. 누가 봐도 병색이 짙은 얼굴. 그런데 잠시 후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따뜻한 날씨에 갑자기 활짝 핀 꽃처럼 환우들의 표정이 밝아진 것이다. 이들의 뷰티케어를 위해 찾아간 유어웰컴메디뷰티 팀원들 덕분이었다. “머리카락이 많이 빠진 분께 가발을 씌어드리고 메이크업을 살짝 해드렸어요. 거울을 보시더니 정말 아이처럼 활짝 웃으면서 셀카를 찍으시는데 제 마음이 뭉클했어요.” 한다원 학생이 보여준 사진에는 화사하게 꾸민 중년 여성이 있었다. 메이크업 전 사진을 보여주기 전까지는 환자라는 것을 믿기 어려울 정도로 얼굴에 환한 미소가 가득했다. ▲ 의료 자문을 해준 김경헌 한양대학교의료원장과 한 컷 국내 최초의 직업, 최초의 기업 한양대학교 독어독문학과 동기인 정가연 대표와 한다원 학생 그리고 이들의 친구인 유지영 대표가 함께 운영하는 유어웰컴메디뷰티는 암환우의 뷰티케어를 돕는 기업이다. 암환우는 피부 영양 상태가 좋지 않고 몹시 건조해 파운데이션 등의 기초화장을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항암 치료 과정에서 눈썹과 머리카락도 많이 빠진다. 유어웰컴메디뷰티는 암환우를 직접 찾아가 피부 컨디션에 따른 기초케어부터 눈썹과 두피관리 방법까지 알려주고 원하는 환우에게 메이크업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태경 한양대학교 암센터 소장의 자문을 구해서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암환우 전용 뷰티 교과서를 제작하고 있다. 이런 일을 하는 회사도 있었나, 다소 낯설게 느껴진다면 매우 당연한 반응이다. ‘암환우 뷰티 관리사’라는 직업 자체가 이들의 손에서 처음 탄생했으니 말이다. 2016년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 주최로 진행된 ‘창직 어워드’에서 유지영 대표는 암환우 뷰티관리사라는 직업을 제안해 고용노동부 장관상을 받았다. 유지영 대표가 만든 새로운 직업이 커리어넷에 등록됐고, 그녀는 국내 1호 암환우 뷰티관리사가 됐다. 평소 의료와 뷰티를 접목시킨 사회적 기업을 만들고 싶었던 유 대표는 친구에게 넌지시 이야기를 건넸고, 정가연 대표는 선뜻 합류 의사를 밝혔다. “스물한 살 때부터 약 2년 정도 아나운서로 일했어요. 재학 중이었지만 방송이 있을 때마다 메이크업을 받으면서 뷰티 분야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됐죠. 방송 일을 그만두고 앞으로 어떤 일을 할지,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하던 중에 유 대표로부터 사업 아이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어요. 제가 사람들과 어울리고 프로젝트를 맡아 이끄는 과정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저에게 딱 맞는 일인 것 같아 같이 하기로 했죠.” 정가연 대표는 여기에 더해 함께 일할 꼼꼼한 파트너로 한다원 학생을 스카우트했다. 어떤 작업이든 빨리빨리 진행하는 스타일의 정 대표와 달리 한다원 학생은 차분하고 꼼꼼한 편이다. 이들은 과제나 시험공부를 할 때 마음이 정말 잘 맞았는데, 드디어 뭔가 함께할 기회가 온 것이다. 그렇다면 스카우트 제의를 받은 한다원 학생의 반응은 어땠을까? “저는 그때 5급 공채 행정직을 준비 중이었거든요? 정 대표가 갑자기 사업을 같이하자고 해서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했죠.(웃음) 자신 없어 거절하려고 했는데 암으로 고생한 고모가 자꾸 떠올라 고민 많이 했어요. 고모가 정말 미인이신데 치료받을 때 전과 같지 않은 모습에 속상해하셨거든요. 고모와 같은 아픔을 가진 분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 커져서 용기를 냈어요.” ▲ 전북대학교병원에서 여성 암환자 외모관리 프로그램을 진행한 후 참가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난관을 이기는 긍정의 기운 창업 준비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느냐고 물으니 유 대표 왈,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단다. 자본금은 사회적 기업의 창업을 돕는 사단법인 여성이만드는일과미래의 지원을 받아 부담을 덜었다. 정 대표는 찾아보면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 많다고 전하면서 특히 학교에 먼저 알아보라고 귀띔한다. “저희도 처음에는 학교 밖에서 지원 프로그램을 찾았어요. 창업 상담가가 ‘한양대학교 학생이면 학교에 문의하면 될 텐데요?’라고 말해주셔서 불현듯 생각났죠.” 그 길로 바로 한양대학교 창업지원단의 문들 두드린 유어웰컴메디뷰티는 현재 창업동아리의 일원으로 각종 프로그램과 사업비 일부를 지원받고 있다. 유현오 창업지원단장의 멘토링도 받고 있고, 코맥스스타트업타운을 조성해준 동문 변봉덕(수학 58) 회장과도 연이 닿아 얼마 전 그가 주최한 음악회 행사에서 회사를 소개할 수 있었다. 더불어 창업지원단 직원들은 유어웰컴메디뷰티가 신청해볼 만한 지원 프로그램이 있으면 바로바로 정보를 전해준다. 유어웰컴메디뷰티의 장점은 아이디어를 내는 데 주저함이 없다는 것이다. 누가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해도 타박하는 대신 ‘그거 좋겠다, 한번 해볼까?’ 하며 머리를 맞댄다. 그러다가 실제로 일이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유 대표가 미국에 룩굿필베러(Look Good Feel Better)라는 암협회를 소개하니까 바로 정 대표가 ‘우리 전화 해볼까?’ 이러는 거예요. 말 나온 김에 시차 맞춰서 새벽 두 시까지 기다렸다가 전화를 했어요. 딱히 할 이야기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말이죠.” 한다원 학생의 말에 정가연 대표가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저희 회사를 소개하고 앞으로 사회적 기업으로서 암환우를 돕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죠. 협회에서 저희 이야기를 한참 듣더니, 대뜸 올해 7월 싱가포르에서 워크숍이 열린다며 초청할 테니 꼭 오라고 하더군요.” 그렇게 유어웰컴메디뷰티의 첫 해외 출장 일정이 잡혔다. ▲ 유어웰컴메디뷰티가 개발한 실습 키트를 통해 암환우들이 자신에게 어울리는 화장법을 그려보고 있다 예비 사회적 기업가들의 당찬 출사표 유어웰컴메디뷰티의 단기 목표는 사회적 기업 승인을 받는 것이다. 활동 및 보고서 제출 등 관련 과정이 착실히 진행 중인 가운데 정가연 대표는 요즘 한 가지 중요한 딜레마가 생겼다고 말한다. “이윤과 공익의 균형 잡기에 대한 고민이 커요. 사회적 기업 선배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업하는 동안 계속 이어질 고민이라고 하더군요.” 예를 들면 제품의 가격 책정 같은 경우다. 암환우 전용 가발의 경우 쓸 만한 것은 100만 원을 호가한다. 약값도 부담될 환우들이 잠깐 쓸 가발에 그만큼의 금액을 투자하기는 어려울 터. 유어웰컴메디뷰티는 발품을 팔아 유통마진을 줄여 질 좋은 가발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관건은 사측의 이윤을 얼마로 결정해야 하는가이다. “솔직히 수익 욕심이 없진 않죠.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암환우들을 떠올리면서 그분들과 유어웰컴메디뷰티가 상생하는 방법을 계속 고민할 겁니다.” 유지영 대표의 말에 한 몸인 듯 고개를 끄덕이는 동료들. 정가연 대표는 사측의 수익도 다시 다른 이를 돕는 데 쓰고 싶다고 말한다. “학교에서 받은 게 많아서 언젠가는 꼭 갚고 싶습니다. 개인적인 욕심을 덧붙이자면, 기부를 많이 해서 한양대학교 캠퍼스에 유어웰컴메디뷰티 이름이 들어간 비석을 세우고 싶어요. 이렇게 학교 매거진에 공언했으니 꼭 지켜야 할 약속이겠죠?” 사랑한대 2018년 07-08월호 이북 보기

2018-07 31

[교수][스페셜토크] 예술·공학·의학을 넘나드는 융합연구 전문가

김지은 교수 연구팀이 2017년에 개발한 이미지 기반 알약 식별기기 오필(OPILL)로 지난 3월 ‘iF 디자인 어워드 2018’ 제품 부문(Medicine/Health/Care) 본상을 받았다. 김지은 교수가 사회혁신 관련 분야 메디컬 HCI(Human-Computer Interaction) 연구로 한양대학교 베스트 링크플러스(BEST LINC+) 상을 받은 데 이은 쾌거다. 글. 전수아 사진. 안홍범, 이매진X랩 ▲ 김지은 아트테크놀로지대학원 협동과정 교수 널리 쓰이는 기술과 디자인 ‘디자인이란 단순히 그것이 어떻게 보이고, 느껴지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기능하느냐이다’라는 스티브 잡스의 말에 김지은 교수는 한 가지 질문을 덧붙인다. “‘디자인은 누구를 위해 기능하는가?’ 이것이 메디컬 HCI를 연구하는 저희 팀의 화두죠.” 디자인이 더욱 이롭게 쓰일 수 있는 분야, 사회적 약자나 몸이 불편한 이들을 위한 제품을 고민한 김 교수팀은 알약 식별기기 ‘오필(OPILL)’로 모범 답안을 제시했다. “1회분씩 약봉지에 담아주는 조제약은 정보가 적힌 겉봉투를 잃어버리면 어떤 때에 먹는 약인지 헷갈리는 경우가 있죠. 알약에 문자가 있긴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알약의 70%는 흰색에 문자가 음각 처리된 모양으로 글씨가 작고 흐려서 시력이 좋지 않은 노인들이 식별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오필은 복용 약에 대해 잘 모르거나 시력이 좋지 않은 분들도 약품 정보를 간단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개발했습니다.” 오필은 알약의 제형과 글자, 로고를 카메라로 인식해 국내 유통 약품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한 다음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나 연결된 모니터로 약품 정보와 복용법을 알려준다. 사용자는 알약을 넣고 작동시키기만 하면 된다. 간단한 사용법, 테이블 어디에 놓아도 어울릴 법한 심플한 디자인은 세계적인 권위의 ‘iF 디자인 어워드 2018’ 제품 부문 본상 수상으로 그 가치가 증명됐다. 이번 수상이 더욱 뜻깊은 점은 아직 시판되지 않은 오필이 콘셉트 부문도 아닌 제품 부문 본상을 받았다는 것이다. 심미성뿐 아니라 혁신성과 정교함, 사용가치와 실용성을 골고루 인정받은 결과다. 화성에서 온 공대와 금성에서 온 의대가 지구에서 만나려면? ▲ 알약을 식별하는 오필(OPILL). 두 대의 카메라와 두 대의 조명이 상·하단에 나뉘어 장착돼 있고, 중앙에 네 개까지 알약을 올려놓는 트레이가 있다 김 교수가 몸담은 연구실의 이름은 이매진X랩(ImagineX Lab). 예술 전공자와 공학 전공자가 함께 모여 창의적인 융합 연구를 진행한다. 연구 분야도 다양하다. 김지은 교수를 필두로 한 팀은 메디컬 HCI에 주력하고 있고, 다른 프로젝트팀은 VR 기반 자율주행 드라이빙 시스템이나 미디어아트 무대 디자인에도 도전했다. 기관의 수주를 받아 진행하는 연구도 있지만,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공유하다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아이템을 찾아 발전시키는 경우도 있다. 오필이 바로 그러한 예다. “2014년 한양대학교 의대, 공대 교수님들이 모여 ‘닥터&닥터스’라는 모임을 만들고 한 달에 한 번 정도 가볍게 모였어요. 가끔은 세미나를 열어 전문 지식과 각 분야의 최신 정보를 공유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의학과 공학 그리고 디자인이라는 전혀 다른 분야의 연구자들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죠. 그리고 이 모임에서 오필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의약품 식별에 대한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과정을 거쳐, 2016년 본격적으로 개발에 나선 김 교수 연구팀은 한양대학교 류마티스병원의 성윤경 교수팀과 긴밀하게 협업했다. 환자들을 만나 약 복용 방법과 습관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하고, 의료진에게 약품 정보와 전달 방식에 대한 자문을 구했다. 시제품이 나온 후에는 류마티스병원과 함께 임상실험을 진행했다. 김 교수는 이 과정에서 닥터&닥터스 모임을 통해 오래전부터 교류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공학과 의학 분야 연구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저는 ‘속도’를 꼽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저희는 시제품을 만들면 십수 명의 사람에게 사용해보게 하고 빨리 피드백을 받아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잘 만드는 것만큼 새로운 기술을 빨리 선보이고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그런데 의학 분야는 임상실험에만 몇 년이 걸리기도 해요. 실험 대상도 수백 명에서 수천 명에 달하죠. 의대와 꾸준히 교류하며 분야별 차이점을 미리 공감한 덕분에 실험 과정에서 의대 교수님들을 채근하는 우를 범하지 않을 수 있었어요.(웃음)” ▲ 류마티스관절염 환자들의 일상생활 수부 기능을 평가하는 스마트글러브 ‘마노비보(Manovivo)’ 오필의 다음 단계, ‘더 빠르게 더 넓게’ 김지은 교수팀은 오필 설계에 관한 디자인과 특허 출원을 완료했으며, 한양대학교 LINC+사업단, 기술지주회사와 협력해 기술이전 혹은 기술사업화를 통한 상용화를 준비하는 한편, 지속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오필의 사용 범위를 더욱 확장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먹지 않는 약을 일반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리거나 변기에 흘려보내는 경우가 대다수죠. 그에 따른 생태계 교란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향후 보건소나 약국에서 불용의약품을 수거하는 과정에서 항생제를 포함한 약제들을 효율적으로 분리배출하는 데 적용해 폐의약품 회수 및 순환 처리에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안전하게 관리된 불용의약품은 국경없는의사회 등과 연계해 제3세계에 인도적 재분배를 통해 기부할 수도 있겠지요.” 바람대로라면 오필의 쓰임새가 먼 곳의 이웃 그리고 우리 땅의 생태계까지 뻗치게 되는 것. 널리 쓰이는 이로운 기술과 디자인을 만들고 싶다는 김지은 교수의 철학에 걸맞은 목표다. 사랑한대 2018년 07-08월호 이북 보기

2018-07 31

[교수][창의융합 따라잡기] 움직임을 읽는 섬유의 ‘똑똑한’ 융합을 연구하다

건강과 의료 산업은 물론 군사용으로도 섬유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IoT(사물인터넷, Internet of Things)와 ICT(정보통신기술,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 섬유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일반 직물과 같은 질감과 촉감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기술과 만나 새로운 정보처리 능력을 갖춘 스마트 섬유는 말 그대로 ‘똑똑한’ 기능을 지녀 사회 전 분야를 넘나든다. 글. 이미혜 사진. 안홍범 ▲ 배지현 의류학과 교수 섬유의 전도성을 기초로 연구 2017년 구글이 리바이스와 합작해 자전거를 이용하는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 재킷 ‘자카드’를 출시했다. 전화가 걸려오면 재킷을 만져서 전화를 받을 수 있고, 음악 재생 정보를 조절할 수도 있다. 소매를 위아래로 문지르면 볼륨이나 화면 밝기를 조절할 수 있고, 재킷을 두드려서 곡을 재생시키거나 멈출 수도 있다. 재킷 자체가 하나의 터치 패드로 작동하는 것이다. 랄프 로렌은 ‘폴로 테크’라는 심장박동과 호흡을 조사해주는 스마트 셔츠를 개발했으며, 라일앤스코트는 영국 신용카드사인 버클리카드와 제휴해 비접촉식 결제 시스템 칩을 부착한 재킷을 선보이기도 했다. 섬유는 패션산업이라는 기본 공식을 깨고, 융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한양대에도 스마트 섬유가 다른 분야에 어떤 방식으로 융합될 수 있는지를 탐구하는 연구자가 있다. 스마트 섬유 소재를 비롯해 섬유 기반 소자와 구조 설계, 지속가능 섬유 소재 및 공정을 연구하는 배지현 의류학과 교수다. 그중에서 배 교수가 주목하는 분야는 웨어러블(wearable, 입을 수 있는) 센서다. 섬유를 패션의 소재로만 여겼다면 이런 연구가 가능했을까? 배 교수는 대학에서 섬유공학을 전공한 후 전자회사에 입사한 것이 섬유를 다른 분야에 접목한 출발점이었다고 회상한다. KOTITI시험연구원, 삼성종합기술원에서 스마트 텍스타일 소재 및 직물 기반 웨어러블 디바이스, 지속가능한 섬유 소재 및 응용 공정 개발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이어가며 전기, 기계 분야와 섬유공학의 융합을 시도했다. “저는 섬유의 전도성을 이용해 생체정보를 감지하는 센서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섬유가 전도성을 지니게 되면 그 활용도가 무궁무진해집니다. 그래서 기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센서부터 시작했습니다. 센서는 인장, 압력, 터치, 온도와 같은 외부압력으로 정보를 얻고, 이를 스마트기기에 전달합니다. 손쉬운 동작만으로도 정보를 전달하고 수집할 수 있는 셈이죠.” 백문이 불여일견, 배지현 교수가 장갑 한 짝을 꺼냈다. 얼핏 보면 그저 평범한 장갑이다. 검지와 중지에만 다른 재질이 덧대어져 있는데, 이는 원사에 은을 코팅해 전기가 통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전도성을 지닌 실 자체가 센서가 되어 장갑을 끼고 수화를 하면 연결된 스마트기기에 글자로 입력된다. 배지현 교수는 우리 사회가 고령화 문제와 다양한 질병에 관심이 높기 때문에 웨어러블 센서가 이와 관련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아울러 사회적 약자에게 더 나은 생활을 열어주는 소통의 도구가 될 수 있어 책임감을 가지고 연구에 임하고 있다. “파킨슨병을 앓는 환자는 걸음이 점점 느려진다고 합니다. 걸음걸이와 속도로 질병의 진행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셈이지요. 웨어러블 센서가 달린 신발을 신는다면 보폭과 속도를 관찰할 수 있게 되고, 질병에 대처하는 단계나 태도가 바뀔 수 있습니다. 웨어러블 센서가 상용화돼 보편적인 문화로 자리 잡으면 일상생활에 많은 변화가 생기겠지요?” 웨어러블 센서가 환자에게만 유용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트레이너 없이 혼자 운동을 할 때 동작이 잘못되면 알림이 가는 것처럼 스스로 체크할 수 있는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어 그 활용도는 상상 이상일 것이다. ▲ 웨어러블 센서가 장착된 장갑을 끼고 수화를 했을 때 해당 동작이 스마트기기로 전송되는 모습 소통과 융합에 한계는 없다 배지현 교수는 지난해 한양대에 임용돼 올해 3월부터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는 대학원에서 수업을 진행하는데, 아직은 의류학과 학생들이 전기·전자, ICT 분야를 낯설어해 실습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 “올해부터 의류학과에 새롭게 도입된 분야이다 보니, 학생들이 호기심을 갖고 궁금해합니다. 그래서 센서를 직접 달아보거나 3D 프린터로 직물을 제작해보고, 전도성을 지닌 섬유 염색공정 등 섬유를 공학적인 방식으로 접근해볼 수 있도록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웨어러블 센서가 상용화된 경우가 많은데 이에 관한 정보도 공유하고 있고요. 학생들에게 웨어러블 센서를 알리는 초기 단계이지만, 점차 타 전공과 협업의 기회도 늘려나갈 계획입니다.” 그녀는 얼마 전 한국의상디자인학회에 대학원, 학부 학생과 함께 참여해 ‘ICT 스마트 섬유를 활용한 반려동물 패션 제품 연구’를 발표했다. 배 교수는 이처럼 학생들과 함께 연구하는 기회의 장을 늘려나갈 뿐만 아니라 조만간 교내에서도 다른 분야와 체계적으로 융합 활동을 할 수 있는 커뮤니티와 네트워크를 조성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배 교수의 관심 분야는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섬유를 기반으로 한 건축은 다음 연구 주제로 삼고 싶을 만큼 매력을 느낀다. “섬유를 기반으로 한 건축 디자인은 형태도 다양하고 내구성도 뛰어납니다. 섬유의 방탄, 불연 기능이 건축에 적합할 뿐만 아니라 쉽게 짓고, 쉽게 철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바람에 진동하는 섬유의 특성을 이용해 섬유가 자체적으로 바람에너지를 저장해 이를 전기에너지로 활용할 수 있는 방식 등을 건축에 적용하고, 그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는 직물을 개발한다면 서로 다른 분야를 융합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소재에 관한 동향은 물론 다른 분야에도 관심을 두고 미래기술에 관한 동향을 파악하는 것이 취미이자 습관이라는 배 교수는 정보수집가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융합의 원동력은 개방적 사고 섬유공학을 전공한 학부 시절부터 지금까지 배지현 교수는 끝없이 융합을 시도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배 교수는 융합을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꼽았는데, 그 시작은 문제의식을 느끼는 것부터라고 말한다. “제가 창의적이고 융합을 잘하는 사람들에게서 발견한 공통점은 개방적인 사고였어요. 다른 분야일지라도 새로운 것에 관심을 갖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융합 연구 분야는 다른 전공 분야의 전문성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관점이 요구됩니다. 내가 던진 이상하고 엉뚱한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하나의 아이디어가 될 수 있습니다. 이를 잘 활용하면 더 유연한 사고를 할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아울러 배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도전 정신과 공감 능력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말한다. 새로운 환경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와 상대방에 대한 공감 능력은 융합을 좀 더 진척시킬 수 있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감 능력이 접근을 가능하게 하고, 고민의 산물이 모여야 해결책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적인 것, 사회적인 현상을 바라볼 때도 가볍게 여기지 않고 진지한 태도로 임하다 보면 얻는 것도 달라진다며 경험에서 우러난 조언을 전했다. 배지현 교수는 사회의 문제를 인식하고 아이디어, 사물, 기술을 새로운 방식으로 결합해 독창적인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는 교육이 창의교육이라 설명하며, 한양인 모두가 변화를 기회로 만드는 준비된 인재로 4차 산업혁명을 마주하길 당부했다. 사랑한대 2018년 07-08월호 이북 보기

2018-07 31

[동문][NOW 꿈꾸는 사람들] 사람을 향해 걸어온 나날들

지난 5월 24일 한양대 서울캠퍼스에서 ‘자랑스러운 한양공대인상’ 시상식이 열렸다. 한양대 공과대학 졸업생 중 사회에 크게 기여하고 업적이 우수한 동문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올해는 이범택 (주)크린토피아 회장(섬유공학 72)과 정상진 HDX(주) 회장(전자공학 71)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지난 1992년 (주)크린토피아를 설립해 국내 대표적인 세탁 전문 서비스 회사로 성장시킨 이범택 회장을 만나봤다. 글. 노윤영 사진. 안홍범·미디어전략센터 ▲ 이범택 (주)크린토피아 회장(섬유공학 72)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곧 기업인의 정도 한양대학교는 친환경 세탁 문화를 이끌고 다양한 나눔 문화 활동을 펼친 공로를 인정해 ‘제9회 자랑스러운 한양공대인상’ 수상자로 이범택 회장을 선정했다. 모교에서 주는 상이라 더 각별하게 느껴진다는 이범택 회장은 “다른 무엇보다 더 의미 있는 상”이라며 환한 모습으로 수상 소감을 전했다. 이범택 회장은 지난 1992년 크린토피아를 론칭해 136개 지사와 2630개 가맹점을 보유한 회사로 성장시켰다. 경영 비결을 묻는 질문에 그는 자신의 첫 번째 경영 철학인 ‘정도(正道)’를 언급했다. “세탁 사업을 시작할 즈음 유사 경쟁업체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주변에 흔들리지 말고 기업의 정도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가 생각한 정도란 사람, 즉 소비자와 가맹주 모두를 고려한 사업 정책이었다. 사업 초창기에는 세탁 서비스를 분당과 서울 강남 지역에만 집중했는데, 이는 전국 각지로 가맹점을 늘려나가던 경쟁업체들과는 다른 방식이었다. “가맹점을 늘리면 그만큼 서비스 지역이 넓어집니다. 지금은 가맹점에서 수거한 세탁물을 각 지사에서 세탁하고 있지만, 사업 초기에는 이런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 본사에서 전국의 세탁물을 관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원거리 소비자에게 질이 낮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보다 본사에서 가까운 분당과 강남 지역에 우선 집중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죠.” 가맹점 입장도 고려했다. 내부 인테리어 비용을 최소화해 부담을 줄이고, 카드 수수료의 50%를 지원하는 정책 등은 모두 소자본으로 창업한 가맹주들의 입장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크린토피아의 열린 사업 정책은 입소문을 타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무수한 경쟁업체 사이에서 앞서나가며 결국 국내 최고의 세탁 전문 서비스 회사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이유다. ▲ 이범택 회장이 자랑스러운 한양공대인상 부조 제막식 에서 기념 촬영을 했다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이범택 회장에게 사업은 꼭 성공해야만 하는 ‘필생의 가업’이었다. “제 아버님은 사업을 중도에 그만두신 경험이 있습니다. 때문에 4남매를 대학에 보내느라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어렸을 때부터 제 꿈은 분명했습니다. ‘반드시 사업으로 성공해 집안을 일으켜 세우자!’는 것이었죠.” 그렇다면 이범택 회장은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을까. 그는 전공인 섬유공학을 살려 1986년 염색과 섬유가공을 전문으로 하는 보고실업을 창업했다. 청바지 가공 전문 회사였는데 유명 브랜드에서 경쟁적으로 찾을 정도로 평이 좋았다. 물론 그 과정에 이르기까지 쉽지만은 않았다. 3D 직종으로 불리는 탓에 인력 수급에 어려움도 많았다. 사업은 1992년 새로운 전환기를 맞았다. 이범택 회장이 일본의 세탁편의점에서 힌트를 얻어 세탁을 전문으로 하는 크린토피아 사업부를 차린 것. ‘세탁을 저렴한 가격으로 손쉽게 맡길 수 있는 편의점’이란 아이디어는 그야말로 획기적이었다. 이 회장은 1990년대 후반 섬유가공업의 수익성이 갈수록 떨어지자 이를 접고 세탁 사업에 전념했다. 이후 더욱 큰 주목을 받으며 지금의 크린토피아로 자리를 잡았다. 나눔에 눈을 뜨다 이범택 회장은 30여 년간 사업을 경영하며 쉽지 않은 길을 걸었다. 많은 굴곡을 겪고 사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그의 생각은 점차 바뀌었다. 나와 가족을 위해 시작한 사업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자신을 둘러싼 이 세상 사람들의 소중함과 그 가치에 대해 깨닫게 된 것이다. “사업은 절대 혼자서 할 수 없다는 걸 직접 몸으로 체험하며 깨달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와 크린토피아는 존재할 수 없었을 겁니다. 그러면서 주변을 돌아보게 됐고, 나눔에 눈을 떴습니다.” 이범택 회장이 두 번째 경영 철학으로 사람을 내세우는 이유다. 그는 가장 보람 있었던 나눔 활동으로 아름다운가게와 함께했던 자선 활동, 옷 기부를 통한 무료 세탁 서비스 등을 손꼽았다. “1990년대 중후반에 아름다운가게의 옷들을 세탁·다림질하는 활동을 했습니다. 옷이 워낙 많다 보니 모든 양을 소화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매장에 진열된 옷 중 우리가 세탁한 옷들이 제일 먼저 팔린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참 뿌듯했지요. 자체적으로 옷을 기부했던 활동도 기억에 남습니다. 사람들에게 옷을 기부받아 어려운 시설에 전하고, 기부자에게는 와이셔츠 같은 옷을 무료로 세탁해드렸죠. 보통 옷 세 벌을 기부하면 한 벌을 무료로 세탁해주는 방식이었는데 반응이 아주 뜨거웠어요. 우리의 작은 나눔이 누군가에게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에 더없는 기쁨을 느꼈습니다.” 나눔의 매력에 빠진 이범택 회장은 그 후로도 정기적인 자선 및 봉사 활동을 펼쳤다. 지난 2014년 7월에는 한양대학교에 발전기금으로 5억 원을 기부했다. 2017년 3월에는 의류학과에 ‘의료기관용 의류 디자인’이라는 과제를 내주며 5000만 원을 전달하기도 했다. 그는 앞으로도 다양한 봉사와 기부 활동을 멈추지 않을 계획이다. “학교에서 수많은 선후배와 교수님들을 만난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습니다. 모교로부터 많은 은혜를 받은 만큼 고마움을 잊지 않기 위한 나눔이었습니다. 의류학과 과제는 크린토피아가 향후 진행할 사업과 연관이 있습니다. 의사나 간호사복, 환자복 등의 의료기관용 의류 대여 사업을 계획하고 있는데, 그 의류의 디자인을 모교 의류학과 학생들에게 부탁한 거죠. 후배들의 초롱초롱한 아이디어를 기대합니다.” ▲ 시상식장에서 이범택 회장(가운데)과 이영무 총장(오른쪽)이 담소를 나누고 있는 모습 ▲ '2018 자랑스러운 한양공대인상’ 시상식 후 진행된 기념 촬영 사업을 하고 싶다면 업종보다는 사람이 먼저 이범택 회장은 후배들에게 ‘열정’이라는 두 글자를 강조했다. “공부든 일이든 될 때까지 하겠다는 열정적인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더군요. 공부도 마찬가지지만 사업의 길도 고단하고 힘듭니다. 항상 평탄한 길만 걸을 수는 없지요. 그렇다고 중도에 포기하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습니다. 사업하다가 잘 안 되면 회사에 들어가겠다는 생각은 애당초 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한번 시작했으면 열매를 맺겠다는 열정과 끈기가 필요합니다.” 이미 국내 최고의 세탁 전문 서비스 업체에 올랐지만, 지금에 만족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이범택 회장은 크린토피아가 앞으로 품질과 서비스 모든 측면에서 더 큰 발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더불어 그는 후배들을 위한 애정 어린 조언을 이어나갔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을 보면, 창업을 하고 싶다면 업종보다는 어떤 사람들과 일할 것인지를 먼저 정해야 한다는 말이 나옵니다. 창업하려면 그리고 성공하고 싶다면 그만큼 사람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주지요. 열정적으로 공부하고 일하되 함께할 사람의 중요성을 잊지 마세요. 적합한 사람과 함께해야 그만큼 성공에 가까워집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하는 기업인의 정도를 걸으며 사람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해온 이범택 회장은 열정적으로 기업을 경영하며 이 자리까지 올랐다. 지금처럼 열정적이면서도 유연한 경영 철학을 가지고 있는 한 크린토피아는 멈추지 않고 성장해나갈 것이다. ” 사랑한대 2018년 07-08월호 이북 보기

2018-05 31

[동문][NOW 꿈꾸는 사람들] 문화재 연구는 과거와의 끊임없는 대화

지난 1월 최종덕 동문이 국립문화재연구소 소장으로 취임했다. 문화재청 창덕궁관리소장과 숭례문 복구단 단장 등을 거치며 문화재 복원에 대한 철학을 확고히 다지게 됐다는 최 소장. 산업화로 밀려난 소중한 전통기법을 되살리는 데 헌신하고 싶다는 그에게서 우리 옛것에 대한 애정이 물씬 느껴졌다. 글. 박영임 사진. 안홍범 ▲ 최종덕 국립문화재연구소 소장 (건축공학 78) 문화재를 문화재답게 “양은그릇을 사려고 놋쇠 그릇을 죄다 내다 팔았던 시절이 있었죠. 포마이카 가구(합판 표면을 플라스틱 재료 등으로 코팅한 가구)를 들여놓기 위해 손때 묻은 고가구를 갖다 버리기도 했고요. 궁핍한 시절이라 뒤를 돌아볼 여력이 없었던 겁니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도 경제적 삶과 함께 정신적 삶을 소중히 여겨야 할 때입니다.” 우리 옛것이 홀대받았던 시절. 산업화의 거센 물결에 휩쓸려 명맥이 끊긴 전통을 이제 와 이으려니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안타깝게도 어떤 전통은 되살릴 방법조차 없다. 더욱이 관건은 문화재를 ‘어떻게’ 복원하느냐이다. 외양의 재현에 만족할 것인가, 문화재를 만들던 당시의 기법까지 살려야 할 것인가. 얼핏 생각해도 전통 재료와 전통 기법까지 되살리는 것이 옳을 듯한데, 최 소장은 현실은 다르다며 안타까운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숭례문 복구작업 전까지만 해도 건축물 복원에 쓸 기왓장을 일반 공산품처럼 공장에서 찍어내 KS마크 심사를 통과해야 했다고. “숭례문 복구단장을 맡으며 느꼈던 점인데요. 문화재 복원 역시 산업의 역사와 궤를 같이합니다. 능률과 효율성을 중시했던 거죠. 그래서 모든 것이 공업화, 표준화됐습니다. 사실 문화재는 그렇게 표준화할 수 있는 게 아닌데 말입니다. 앞으로 조상들의 생각을 헤아려 우리 문화재를 문화재답게, 그 근본으로 돌아가 진정성을 회복하는 데 힘을 쏟겠습니다.” 이런 환경 가운데 우리 문화재의 연구, 조사, 개발 등 문화유산과 관련된 종합 연구를 수행하는 국립문화재연구소의 역할이 막중하다. 최 소장은 임기 내내 문화재 보존의 올바른 방향성을 정립하는 일에 온 힘을 다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 최 소장은 '문화재는 우리의 정체성이자 옛 문화를 볼 수 있는 창과 같습니다. 공간의 역사성과 시간적 깊이를 더해주며 우리의 생활을 더 풍요롭게 해주고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라고 말한다. 잊을 수 없는 창덕궁과 숭례문 문화재청 여러 부서를 거치며 창덕궁관리소장, 숭례문 복구단 단장, 문화재보존국장, 문화재정책국장, 국립고궁박물관 관장 등을 역임한 최종덕 소장은 그 어느 일 하나 보람되지 않은 것이 없다고 회고했다. 그래도 굳이 하나를 꼽자면 2005년부터 2006년까지 창덕궁관리소장으로 일하던 때를 잊을 수 없다. 마침 창덕궁 창건 (1405년) 600년을 맞은 역사적인 해에 소장직을 맡았다. “당시 창건 600주년을 기념하며 어가행렬 재현 등 다양한 행사를 열고, 기념 책자 발간과 함께 ‘세계의 궁궐과 창덕궁-21세기 고궁의 보존과 활용’이라는 주제로 국제 학술대회도 개최했습니다. 그래서 더 보람이 컸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2년 정도 창덕궁에서 거주하는 특별한 경험도 했다. 명분은 관리·감독 강화였지만, 궁궐 생활이 어찌 아무나 경험해 볼 수 있는 일이겠는가. “CCTV도 없던 시절이라 한밤에도 경내를 홀로 순찰하곤 했습니다. 창덕궁은 사계절마다 독특한 매력을 지닌 곳입니다. 정자, 돌, 나무, 조형물 등 옛사람들의 흔적도 많이 느낄 수 있고요.” 특히 낙선재와 연경당, 부용정 일대를 좋아한다는 최종덕 소장에게 창덕궁은 언제나 평온하게 마음을 쉬일 수 있는 그런 곳이다. 그런가 하면 숭례문은 문화재 보존에 대한 철학을 다시 한번 숙고할 수 있게 한 따끔한 교훈의 장이다. 2008년 화재로 소실된 후 5년간 숭례문 복구 작업을 진행했을 때 그는 복구단 단장을 맡았다. 당시 복구 작업은 국민적 관심의 대상이었던 만큼 관계 기관 모두 의욕적으로 진행했다. 그러나 단청 박락 현상이 일어나 부실 복구라는 불명예는 물론이고, 러시아산 소나무 논란 등 온갖 헛소문에 시달려야 했다. 최종덕 소장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가감 없이 <숭례문 세우기-숭례문 복구단장 5년의 현장 기록>이라는 책으로 엮었다. 책이 출간된 후 직위 해제를 당하기도 했지만 누군가는 꼭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는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복구단장을 맡으며 매일 기록을 남겼습니다. 한국전쟁 때 훼손돼 1960년대에 대규모 수리작업이 있었지만 아주 간단한 수리 보고서만 있어 복구 작업을 하면서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복구 작업은 과거와 끊임없이 대화하는 작업입니다. 그런데 기록이 없으면 과거로부터 대답을 들을 수 없는 거죠. 후대를 위해 어떤 생각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그러한 결정을 하게 됐는지 반드시 기록을 남겨야 합니다. 그리고 세금을 낸 국민들에게 보고하는 것은 공무원으로서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했습니다.” 최종덕 소장은 오로지 후대에게 문화재 복원·복구의 본보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자랑하고픈 공적뿐 아니라 숨기고 싶은 과실까지 세세히 책에 담았다. 그는 “조선시대만 해도 국가적인 행사는 항상 의궤를 작성해 기록을 남기는 전통이 있었다”며 “그러한 좋은 전통은 다시 되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책 한 권이 인도한 문화재 사랑 최종덕 소장은 숭례문 복구 작업에 대한 책뿐 아니라 <조선의 참 궁궐 창덕궁> 등 창덕궁에 대한 책도 여러 권 출간했다. 학창 시절 일기도 쓰기 싫어했다는 그는 글쓰기와는 담을 쌓고 살았던 학생이었다. 그러던 그가 어떻게 책을 쓰게 된 것일까. 그 사정에는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의 부추김 아닌 부추김이 있었다. 창덕궁관리소장으로 근무할 당시 유홍준 전 청장은 창덕궁에 대한 책을 써보는 게 어떻겠냐며 넌지시 제안했다. 그러더니 만날 때마다 원고의 진행 상황을 점검하는 것이 아닌가. 고집스러운 추궁에 결국 최 소장은 책을 내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 책을 통해 대중에게 우리 문화재의 소중함을 알리는 것이 얼마나 보람된 일인지 잘 알고 있다. 사실 최종덕 소장이 문화재와 관련된 일을 하게 된 것도 유홍준 전 청장의 힘이 컸다.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여느 건축학도들과 마찬가지로 아름다운 건물을 올리는 건축가를 선망했다. 대학 시절만 해도 문화재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유일하게 문화재와 관련된 건축사 수업에서 D학점을 받은 적도 있어 나중에 문화재와 관련된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하지만 대학 졸업 후 5급 공채 기술직(기술고시)에 합격해 당시 건설부에서 사무관으로 일하던 중 유홍준 전 청장이 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 책을 읽고 문화재와 관련된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당시 문화재관리국으로 보직 변경을 신청했습니다. 주위에선 작은 부처로 옮기면 출셋길 막힌다고 말렸었죠.”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은 이유는 의외로 단순했다. ‘재미와 보람이 있을 것 같아서’였다. 그리고 그 생각은 여전히 유효하다. 남들이 좋아하는 것과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문화재관리국으로 자리를 옮긴 후에는 미국 오리건대학교에서 역사보존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는 등 문화재에 대한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문화재와 관련된 일을 하며 후회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조금 더 일찍 관심을 갖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입니다.” 일상에 공간의 역사성과 시간의 깊이를 더하다 최종덕 소장은 다소 우회하긴 했지만 기꺼이 열정을 쏟을 대상을 찾았기에 후회 없이 30여 년의 공직 생활에 신명을 다했다. 하지만 조금 더 일찍 길을 걷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크다. “당시 정국이 어수선하기도 했지만 솔직히 말해 대학 생활을 성실하게 보내지는 못했습니다. 군대를 다녀온 후 뒤늦게 철이 들었죠. 그래서 후배들에게는 최대한 대학 생활에 열심히 몰입하라고 조언해주고 싶습니다. 그러다 보면 자신의 길을 좀 더 일찍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최 소장은 국립문화재연구소 소장으로서 문화재 사랑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문화재는 우리의 정체성이자 옛 문화를 볼 수 있는 창과 같습니다. 우리의 일상적 공간을 아파트가 차지하면서 옛 흔적들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문화재는 공간의 역사성과 시간적 깊이를 더해주며 우리의 생활을 더 풍요롭게 해주고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그 가치를 보존하는 일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주길 부탁합니다.” 사랑한대 2018년 05-06월호 이북 보기

2018-05 31

[동문][도전#해시태그] 어둠 속에서 더욱 빛나는 블랙루비스튜디오

11세기에 발간된 <보석의 서>라는 책에서는 루비를 어둠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는 보석이라고 표현했다. 블랙루비스튜디오라는 이름은 이러한 전설에서 따왔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블랙루비처럼 독특한 자신만의 색을 어디서든 발현하고 싶다는 뜻이다. 글. 이주비(학생기자) 사진. 안홍범 ▲ 소재우 블랙루비스튜디오 대표(융합전자공학 12) 게임이 좋아서 게임을 만들다 2016년에 문을 연 블랙루비스튜디오의 첫 도전 작품은 바로 게임. 소재우 대표는 중학교 때부터 게임을 취미 삼아 만들어왔다. “한창 게임을 만들 때 저는 집단지성에 꽂혀 있었어요. 게임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좋아서 하는 거잖아요. 게임에 참여한 사람들의 생각이 모여 무언가가 이뤄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1년 동안 본격적으로 게임 제작 공부를 했어요.” 게임을 통한 집단지성은 어떻게 이뤄지는 것일까. 일례로 생물학 난제를 해결해서 과학지 <네이처>에 실린 게임도 있다. 게임 유저가 푸는 퍼즐이 생물학 난제였는데, 개인의 힘으로는 풀 수 없었던 문제를 몇 만 명 유저의 협력으로 금방 풀어버린 것. 소 대표는 집단지성과 자발적 참여를 동시에 유도하는 데 게임만큼 좋은 매체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높았다. “재미있는 게임 하나를 만들기도 어려운데 집단지성까지 접목하는 게 만만치 않았어요. 게임을 통해 사람들의 행동을 집단지성으로 활용하려면 행동 패턴까지 다 분석해야 했으니까요. 게임의 성공과 치밀한 설계를 모두 달성하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가 집단지성에 관심을 둔 것은 스타트업의 현실적인 한계를 고려한 결과였다. 인력, 시간, 자본 등 모든 면에서 제한적인 스타트업에서는 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무리였다. 그러나 집단지성을 이용하면 달랐다. 게임에 참여하는 이들을 통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 자동화 시스템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두려움을 이겨낸 즐거움 인생에 쉬운 길은 없다지만, 특히 창업은 많은 위험 요소와 큰 부담을 안고 가야 하기 때문에 선뜻 발을 떼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재우 대표가 재학 중 창업에 도전한 가장 큰 이유는 워라밸(Work & Life Balance), 즉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였다. “제가 좋아하는 개발을 일로 삼으면서 한편으론 즐기고 싶었어요. 평범한 직장인에게 직업은 그저 일일뿐인 경우가 많잖아요? 전 지금 제가 하는 일이 아주 재미있어요.” 창업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너무 많아 무엇부터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아이템을 선정하고 팀원을 구하는 것부터 매출에 대한 고민까지 직접 기업을 운영하기 위해선 신경 써야 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건 마음에 맞는 팀원을 구하는 일이었다. 창업 초반엔 팀원 변동이 잦았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작년에 핵심 멤버가 고정됐고, 현재는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파트너를 구하기까지 소재우 대표가 내건 조건은 딱 두 가지였다. “장난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첫 번째 조건은 내일부터 당장 출근하는 거예요.(웃음) 정말 중요한 조건이죠. 두 번째는 배움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 스타트업은 아무래도 업무와 상황이 계속 변하니까 끊임없이 공부하는 게 중요해요.” 파트너를 구했다 하더라도 창업까지는 첩첩산중. 다행히 학교의 도움이 있었다. 교내에는 다양한 창업 프로그램들이 있는데 이를 통해 창업을 꿈꾸는 이들은 조언과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소재우 대표도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지금의 블랙루비스튜디오를 만들었다. 블랙루비스튜디오를 움직이는 엔진 여러 게임과 애플리케이션을 만들면서 현실적인 한계에 직면한 소재우 대표는 시스템의 핵심 기반인 엔진부터 만들어야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현재는 엔진이 어느 정도 구축되면서 이를 토대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엔진은 시스템을 갖추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블랙루비스튜디오는 엔진을 토대로 20여 가지의 파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비스를 선별하는 기준은 자동화 가능 여부다. 스타트업의 인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자동화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블랙루비스튜디오의 주요 서비스로 꼽히는 파인드빅파이브(Findbig5)도 같은 맥락에서 탄생했다. 이 서비스는 전 세계 30여 개의 언론사에서 IT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한 다음 주요 이슈를 선별해 고객에게 제공한다. 물론 모든 과정은 자동화로 이뤄진다. 여기서 빅파이브(Big5)는 페이스북,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의 다섯 개 IT 기업을 의미한다. 이 기업들은 나스닥(NASDAQ)의 40%를 차지한다. 다섯 기업의 영향력과 지위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올 3월에 출시했으니 앞으로 더 지켜봐야겠지만, 대부분의 고객은 정보가 많이 필요한 직업군에 계신 분들입니다. 리서치나 컨설팅 분야, 혹은 국내 IT 소식보다는 해외 IT 뉴스가 필요하신 분들이죠.” 지난해 12월 블랙루비스튜디오는 아이크래프트로 인수됐다. 업계에선 성공적인 인수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인수 전후로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일주일에 한 번씩 아이크래프트 관계자와 정기적으로 미팅을 하는데, 많은 조언을 얻습니다. 사업 체계를 잡는 데 도움을 받고 있어 저와 팀원들은 아이디어와 개발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죠.” ▲ 소재우 대표가 개발한 북극을 배경으로 한 3D 퍼즐 게임 Arctic Episode ▲ 소재우 대표가 개발한 북극을 배경으로 한 3D 퍼즐 게임 Arctic Episode 함께여서 더욱 빛난다 블랙루비스튜디오는 자신만의 길을 만들며 묵묵히 걸어왔다. 그렇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았다. “당장은 기술적인 부분에 집중하기보다는 새로운 것들을 접하고 공부하길 좋아하는 팀원들을 많이 뽑고 싶어요.” 그는 인터뷰 내내 팀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어느덧 창업 3년 차. 사업을 위해 잠시 휴학 중인 그에게 예비 창업자들을 위한 조언을 구했다. “팀원을 구하기 어려울 때는 학교 안에서 찾아보세요. 생각보다 쉽고 빠르게 만날 수 있어요. 사람은 완벽하지 못한 존재잖아요. 팀원이 한 명이라도 더 늘면 제가 보지 못하는 지점을 발견할 수 있고, 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넓어지는 것 같아요. 제가 못하는 걸 팀원들이 보완해줄 수 있죠.” 블랙루비스튜디오의 강점 역시 팀원들이다. 소재우 대표는 새로운 걸 배우는 데 두려워하지 않는 팀원들이 곧 회사의 경쟁력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블랙루비스튜디오 구성원들은 업무 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스터디를 함께 진행하며 열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블랙루비스튜디오의 궁극적인 목표는 기술의 생활화다. 소재우 대표는 누구나 알 만한 기술개발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아울러 원하는 일을 하면서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회사를 꿈꾼다. 실제로 팀원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내고 회사의 정식 업무 외에 사이드 프로젝트도 진행할 수 있다. 구성원들이 자신의 일을 좋아하고 회사에 애정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소재우 대표에게는 세 가지 취미가 있다. 게임, 개발, 독서가 그것이다. 그런데 요즘 그중 하나가 탈락 위기에 놓였다. “게임 개발 프로젝트를 엎고 나서 게임에 대한 흥미가 전보다 줄었어요(웃음). 만약 개발을 놓아버리면 제 삶이 팍팍해질 거예요. 취미를 더 잃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까 남은 두 가지를 정말 잘해야 해요.” 흔히들 취미와 직업은 따로 두라고 한다. 취미는 회사 밖에서 즐겨야 한다지만, 소재우 대표는 여전히 일터에서 재미를 찾는다. 그리고 좋아하는 일, 재미있는 일을 그 누구보다 잘할 수 있게 될 때까지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 소 대표는 '제가 좋아하는 개발을 일로 삼으면서 한편으론 즐기고 싶었어요. 평범한 직장인에게 직업은 그저 일일뿐인 경우가 많잖아요? 전 지금 제가 하는 일이 아주 재미있어요.' 라고 말한다. 사랑한대 2018년 05-06월호 이북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