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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9/22 인터뷰 > 교수 > 매거진

제목

`사람을 보고 사회를 읽는다`

한양의 맥박을 찾아서 53

김자영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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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yang.ac.kr/surl/l9YC

내용

 "인구문제는 멀리 내다보고 미리 대비해야"

 학문의 정도 지키는 인구학자


사회과학대학장 사회학과 김두섭 교수

 

 매일 아침 학생들이 등교하기 2시간 전에 그는 출근을 한다. 그리고 정규 수업이 모두 끝난 뒤 정확히 2시간이 지나서야 그는 다시 퇴근채비를 한다. 수업의 끝과 시작에도 단 몇 분의 에누리가 없다. '딱히 할 줄 아는 취미도 없어 오직 공부만 한다'는 그의 무미건조한 고백이 섬뜩하기까지 하다. '교수는 학생보다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되뇌이며, 도톰한 안경 너머로 학생들을 주시하는 그의 강의에는 학문, 그 이상의 숙연함이 있다. 학문에 대한 성실함으로 20여년 가까이 묵묵히 자신의 연구실을 지켜온 한양의 칸트, 사회학과 김두섭 교수를 만났다.

 

 '통계'의 바다, 진실 찾는 숨은 그림 찾기

 

   
 

 김두섭 교수는 인구학자다. 인구학은 출생과 결혼 및 사망에 관한 자료 수집과 그것들의 통계·수리적인 분석 방법 그리고 그 적용을 연구하는 협의의 형식인구학과, 인구 변동의 생물학적, 사회적, 경제적, 법적, 역사적 결정요인 등 인구 연구의 영역을 실체적이고도 이론적으로 연구하는 사회인구학으로 크게 나누어진다. 특히 현대에 이르러 사회문명의 발달로 사회구조가 복잡해지면서 지금까지의 학문 분야의 범위를 뛰어넘은 학제적 시점이 새로운 관심을 받고 있는데 그 중심에 인구학이 자리잡고 있다. 사회를 분석하는데 있어 통계적, 수리적 접근이 무엇보다 중요한 학문이다 보니, 김 교수 또한 방법론에 있어 주된 관심을 놓지 않는다.

 

 "통계라는 것은 한 나라를 유지하는데 꼭 필요한 인구와 경제에 관한 정보의 집합체, 나아가서는 그런 숫자들을 다루는 비법을 통칭합니다. 하루하루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해 가는 사회현상을 이해하고 진단하여, 앞으로의 전망을 내리기 위해 통계는 정확한 현황 파악을 하게 해 줍니다. 예를 들어 지금 우리나라에 인구의 크기를 숫자로 만들어 놓은 정보가 없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렇다면 당장 국세청은 어떻게 세금을 걷고, 국방부는 어떻게 국방의 의무를 젊은이에게 지우겠습니까?"

 

 김 교수는 이제 위로는 정책입안자에서부터, 아래로 개인에 이르기까지 통계란 모든 사람들의 '생활' 그 자체라고 말한다. 즉, 어떤 조직체든지 통계를 사용하지 않으면 기능을 유지하거나 존립할 수 없는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고 그는 부연한다. 연일 언론 지상을 오르내리는 각종 통계를 보며 요즘 우리는 그의 말대로 '통계의 바다'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쉽게 깨닫기도 한다. 그렇다고 모든 통계가 사회를 정확히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김 교수가 경계하는 부분은 정확성을 표방하는 모든 사회조사에 내재한 '의도성'에 있다.

 

   
 

 "일부 사회문제라든지 정치적인 측면에 관한 조사는 어떤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조사를 일정 방향으로 의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른바 '여론몰이'를 말하는 겁니다. 단정하기 어려운 조사결과를 분석하고 해석하는데 있어서 일정 방향으로 의도적으로 유도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일반사람들이 그것을 알아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조사는 신뢰성, 정확성, 대표성 이런 것이 생명이라 할 수 있는데 그런 것들이 훼손된 상태에서 조사의 결과가 일반 사람들에게 널리 유포되고. 여과 없이 전달되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한편 김 교수는 통계에 대한 정부의 인식에도 문제가 있음을 지적한다. 통계라는 것이 인간과 사회가 지닌 모든 경험의 축적계를 작성하는 매우 전문적인 작업임에도 우리나라는 통계에 관한 전문인력을 육성하는데 매우 척박한 환경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해외 선진국가들의 경우, 정부기관의 통계 전문가가 20년 이상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축적된 경험과 지식을 축적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너무도 쉽게 사람과 업무가 교체되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통계를 딱딱하거나 어렵게만 생각하는 범사회적 풍토에도 김 교수의 우려가 자리한다. 이른바 '유저 프랜들리(user friendly)'. 보통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이해하며, 스스로 분석할 수 있는 그런 사회적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보다 많은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고 그는 역설한다. 상상해 보라. 군중이 전문가의 도움 없이 직접 사회를 분석하는 시대, 정치가 대중을 속이지 못하는 그 무서운 미래를.

 

 '누가 노인을 부양할 것인가?' 한국 인구의 위기를 말하다

 

 현재 김 교수가 이사를 역임하고 있는 한국인구학회와 한국주택학회는 지난 11일'한국의 인구 및 주택' 보고서를 공동 발표한 바 있다. 이 보고서는 정부의 인구 정책을 유럽 선진국과 같은 '출산장려'정책으로 조속히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현재의 추세라면 20년 후에는 우리나라 역시 인구감소의 추세로 접어들 전망이다. 이에 김 교수는 그 시점이 더 당겨질 수도 있다고 진단한다.

 

   
 

 "우리의 인구문제는 매우 심각한 사태에 직면해 있습니다. 한 부부가 평생동안 출산하는 자녀의 수인 '합계출산력'이 1960년대 초, 6명에서 2000년 조사에서는 1.47명 정도로 떨어졌습니다. 2001년 조사에서는 더 낮은 수치로 나왔습니다. '합계출산력'이 2,1명으로 유지되어야 나라의 인구가 안정될 수 있음을 고려할 때 이것은 심각한 상황입니다. 몇 년 전 인구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우리의 상황에서 출산력까지 저하된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출산율 저하로 노동력은 부족해지고 늘어난 노인 인구로 인해 부양 부담은 엄청난 압박으로 국가 경제를 위협할 수 있습니다."

 

 김 교수는 노인인구의 부양부담을 10명이 1명을 부담하는 시스템에서 10명이 3, 4명을 부담하는 시스템으로 전환된다면 그 부양비용도 3배, 4배로 증가될 수 밖에 없다고 부연한다. 이렇게 된다면 우리가 가진 연금제도, 의료보험제도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것은 분명하다. 자기 소득의 10%가 노인 부양을 위해 사용되다가 그 부분이 30%로 늘어난다면 그에 따른 부양 부담은 상상을 초월하는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인구라는 것은 갑자기 문제가 생겼을 때, 정책을 만들어 하루 아침에 효과를 얻을 수 없는 것. 따라서 멀리 내다보고,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김 교수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것은 당연하다.

 

 남북통합, 미리 준비해야

 

 인구문제에 대해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김 교수의 생각은 북한에 있어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동서독의 통일과정에서 자유주의 서독의 인구가 동독의 그것에 비해 거의 4배의 수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통일 후 동서독은 이질감 극복을 위해 10여년이 넘도록 고통을 겪었던 전례가 있다. 잠정적인 집계로 남한의 인구가 북한 인구의 2배에 달하는 현 상황을 고려할 때, 동서독의 경우보다 더욱 열악한 환경이 될 것이라고 김 교수는 설명한다. 또한 단편적인 지식들만 가지고 북한에 대해 전부 안다고 생각하는 오류는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김 교수는 덧붙인다.

 

 "북한에 대해 알려고 하기 전에 북한이란 그릇 안에 사람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사회를 지탱하는 힘은 그 속에 존재하는 인간입니다. 그 안에 사람이 어떻게 분포되어 있고, 어떻게 살아가는지가 겉으로 내보이는 모습들보다 중요합니다. 일부 탈북자들의 말이나 외신의 보도에만 의존하여 북한에 대한 단정적인 결론을 내리는 것은 '장님이 코끼리 다리를 만지는 것'과 똑같은 상황을 연출할 것입니다. 동서독의 통합과정을 지켜본 장점을 이용해서 통일 후에 나타날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북한 구조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추진되야 할 것입니다."

 

   
 

 김 교수는 지난 1994년 1월 초, 집계된 북한인구 센서스 자료에서 지역적 인구 집계와 연령적 인구 집계가 70만명 이상 차이가 났던 사례를 들며 우리가 가진 정보의 낙후성을 지적한다. 통합에 대비하여 북한의 내용을 이루는 사람들의 구조와 골격에 대한 연구를 진전시켜 북한 전체의 모습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사전 준비가 필수적임은 다시 말할 필요가 없다. 영호남의 지역 감정보다 더욱 심각할 남북한의 이질적인 지역정서 문제는 결코 짧은 기간에 해결될 성격의 것이 아닌 까닭이다.

 

 사람에 대한 탐구, 그들에게 돌려주고 싶다

 

 1975년 서울대 사회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1977년 동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1983년 인구학의 메카라 일컬어지는 미 브라운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김 교수를 놓고 이른바 최고의 '엘리트'라 칭하는 것에는 누구도 이견을 달지 않는다. 인구문제와 관련하여 모든 언론 보도마다 그의 클립이 빠지지 않을 만큼 명실공히 최고의 인구학자가 된 데에는 우수한 교육환경보다 김 교수 스스로가 견지한 학문에 대한 성실함을 우리는 먼저 상기해야 한다. 그러나 인구, 즉 사람 그 자체가 학문적 테마인 김 교수가 스스로의 성취와 기쁨을 다시 사람에게 돌리는 것은 어찌보면 더욱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제가 사회학을 선택한 것도 그 중에서도 인구학을 전공하게 된 것도 모두 휼륭한 스승님들이 다 이끌어 주셨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진정 부모님과 스승에게서 그리고 동료에게서 많은 것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주변분들에게 받은 것만큼 저 역시 사회에 꼭 돌려주고 싶습니다. 사람을 공부하는 만큼, 그 공부의 결과가 부끄럽지 않아야겠죠. 진정으로 내가 받아온 것 만큼만이라도 내 주변사람들에게 베풀고 갈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김자영 취재팀장 apriljy@ihanyang.ac.kr
사진: 이재룡 사진기자 ikikata@ihanyang.ac.kr
동영상: 박수영 학생기자 rawrat@ihanyang.ac.kr


 학력 및 약력

 

   
 

 김두섭 교수는 서울대에서 1975년 문학사를, 1977년 동대학원에서 문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1983년 미 브라운대학(Brown Univ.)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수여 받았다. 1984년부터 현재까지 본교 사회학과 교수를 역임하고 있으며, 현재 사회과학대학장을 맡고 있다. 한국 인구학회와 한국사회학회의 이사직을 겸임하고 있으며, 국내 대표적인 사회학회지 '한국사회학'의 편집위원장을 맡고 있다. 21세기 남북문화 연구원 이사,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종합분석 연구위원회 연구위원, 본교 아태지역연구센터 연구위원을 역임하고 있기도 하다. 국내외 70여편의 논문이 있으며, 20여권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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