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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0/01 인터뷰 > 교수 > 매거진

제목

`언어를 알아야 문화가 보인다`

한양의 맥박을 찾아서 54

이세형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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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yang.ac.kr/surl/y3YC

내용

 '언어을 알아야 문화가 보인다'

 '갑골문자' 연구의 선구자

 

중어중문학과 손예철 교수

 

 인문대 4층에 위치하고 있는 손예철 교수(인문대·중문과)의 연구실은 오래돼 보이는 한자 투성이의 각종 자료와 서적들로 어지럽고 부산해 보인다. 연구실 테이블에 놓여 있는 중국풍의 찻잔과 장식 소품들에도 왠지 모를 '연륜'이 있다. 동양의 문화를 읽어내는 키워드, 중문학을 공부하는 학자의 연구실에 들어왔다는 '편견' 때문일까? 연기는 없어도, 부산한 그의 연구실에서 매우 오래된 향 냄새가 났다.

 

 대륙의 역사를 읽는 암호, 갑골문자

 

   
 

 손 교수는 중국 문자학, 구체적으로는 고대문자인 갑골문자를 연구하는 학자다. 국내 최초로 갑골문자에 대해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한 것도 바로 손 교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갑골문자는 지금으로부터 약 4천년 전 중국 은나라 시대에 쓰여졌던 문자로서 현재까지 발견된 한자 중 가장 오래된 형태의 문자다. 가장 오래된 한자라는 것만으로도 '매력'이 있지만, 갑골문자가 사용된 시기의 독특한 중국 문화와 역사를 알 수 있다는 점에서 갑골문자는 더욱 특별하다.

 

 "다른 고대문자와는 정말 다릅니다. 단순히 은나라 때 사용됐던 문자만은 아닌 까닭입니다. 당시는 제정이 분리된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전쟁, 왕실의 질병, 인재 등용 등과 같은 국가적인 행사를 진행할 때 왕은 항상 점을 쳤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를 통해 '길', '흉'을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점과 관련된 의식을 진행하고, 점의 내용을 기록할 때 사용한 문자가 바로 갑골문자입니다. 은나라 왕실에서 '실록'의 개념으로 쓰인 거죠. 문자로서의 가치도 가치지만, 그 당시의 문화와 역사를 알 수 있다는 점에서도 아주 큰 가치가 있습니다."

 

 지난 1898년 은나라가 위치했던 중국 하남성 안양현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갑골문자는 거북의 복갑(거북이 껍데기의 배 부분)과 소의 견갑골(엉덩이 뼈)에 문자를 새긴 '갑골편'에 새겨져 있다. 발견 후 한동안 갑골편은 약재로 쓰일 정도로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다 1900년대 초반 '유악'이란 중국 관리가 병 치료를 위해 약재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갑골편의 내용들을 우연히 읽게 됐고, 이 때부터 '귀중한 문화재'로 인정받게 된다. 그리고 1920년대에 들어 중국의 '중앙연구원'을 통해 갑골문자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다. 그 후 지금까지 '갑골편'은 13차에 걸쳐 약 10만여 편이 발견됐고, 현재 갑골문자에 대한 연구는 전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국내 최대 중한사전 편찬하기도

 

 국내에서 처음으로 갑골문자를 연구한 학자답게, 손 교수는 지난 1996년 정인(은나라 왕실에서 '점'을 치던 종교인)을 시대별로 구분하고, 이들 집단의 성격 분석을 통해 갑골문자와 은시대를 고증한 『은대정복인물통고』를 번역하여 갑골문자와 은시대의 문물 제도를 국내에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손 교수가 한국 최대의 중한사전 편찬자라는 사실은 '갑골'의 두툼한 그늘에 가려있는 듯 하다. 지난 해 그가 편찬한 3천여 쪽의 중한사전은 한국 중문학 사상 최고, 최대의 사전으로 꼽힌다.

 

   
 

 우리나라는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영어를 비롯한 다른 외국어와는 달리 제대로 된 중한사전을 갖고 있지 못했다. 중국어의 경우,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는 발음을 포기한 2종의 사전이 있었으나, 수록된 표제자나 표제어의 수량이 전체 600페이지밖에 되지 않아서 소사전 규모에 지나지 않았다. 이러한 환경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손 교수는 14년 간의 작업을 진행한 끝에 인터넷 및 최신의 IT 용어까지 수록된 '제대로 된' 중한사전을 편찬하게 된 것이다. 사전을 편찬한다는 것은 흔히 하나의 언어를 '집대성'하는 대업에 비유된다. 무엇이 부족해서일까? <中國文字學>, <東亞 메이트 中韓辭典>, <說文解字譯註>, <甲骨卜辭 中의 祭祀 연구> 등과 같은 책들이 출간을 앞두고 있다하니, 그의 왕성한 집필력을 가히 짐작하기 어렵다.

 

 "사전의 출판은 일반인들을 위한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큰 보람이 있는 작업이었죠. 사실 사전보다는 다른 연구서적들을 먼저 출판하려고 했는데, 어떻게 하다보니 사전의 출판이 먼저 됐습니다. 계속해서 전문 연구와 함께 일반인들이 중국에 대한 지식을 넓힐 수 있는 집필에 시간을 많이 할애할 것입니다. 학자에게 있어서 책을 출판하는 작업은 자신의 연구성과를 정리해 발표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학문의 '열매'라는 거죠. 이런 결실이 맺어지고 있어서 그런지 연구의 재미를 요즘 아주 톡톡히 느끼고 있습니다."

 

 한국 중문학을 다시 생각한다

 

 손 교수는 사실 처음부터 중국문자를 공부하려 했던 건 아니라고 한다. 중국과 중국 문학에 대한 관심은 있었지만, 상당히 우연한 기회로 중문학을 전공하게 됐다고 한다. 또 솔직히 박사과정 이전까지는 별다른 학문적 성취나 흥미를 못 느꼈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박사과정 때부터 파고들수록 진한 향이 느껴지는 중문학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이렇게 오랜 과정과 시간을 통해 학문적 매력과 성취를 느낀 만큼, 손 교수는 중어중문학 교육 과정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또한 최근 임기 2년의 '한국중국학회장'에 선출되면서 그는 더더욱 중문학 교육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학회장으로서 그는 한국 중문학 연구와 교육의 방향을 잡는 작업에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한다.

 

   
 

 "저도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것은 확실한 교육의 방향이나 개념 정립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최근의 경향을 보면 '실용주의'를 아주 강조하는데, 솔직히 걱정이 앞섭니다. 실용적인 가치관은 순수 학문인 인문학에서도 꼭 도입해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외치는 것은 기초를 등한시한 실용주의입니다. 문학과 문화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는 제쳐두고 '말 만' 할 수 있는 중문학 교육을 하자는 주장도 나올 정도입니다. 그렇다보니 중문학 연구와 교육에서 크고 작은 부작용들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걸 최대한 바로 잡고 싶습니다."

 

 기초가 튼튼해야 진정한 응용화와 실용화가 된다는 것을 역설하는 손 교수의 모습에서 자신의 학문세계에 대한 굳은 믿음과 원칙이 있는 인문학자의 강한 '열정'이 느껴졌다. 또한 갑골문자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하는 손 교수의 얼굴 표정에 나타난 진지함을 통해 인간을 생각있는 존재로 만드는 인문학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인식할 수 있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손 교수가 지금까지 이룩한 연구 성과의 가치를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연구 성과들은 더욱 빛을 발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이세형 학생기자 sehyung@ihanyang.ac.kr
사진: 이재룡 사진기자 ikikata@ihanyang.ac.kr
동영상: 박수영 학생기자 rawrat@ihanyang.ac.kr

 

 

   
 

 학력 및 약력

 

 손예철 교수는 서울대 중문과를 나와 국립대만대학교에서 문학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손 교수는 지난 1982년부터 본교 인문과학대 중어중문학과에 재직 중이며, 1992년부터 1993년까지는 하버드대학의 E.A.L.C 객원교수로 활동했다. 주요 저서로는 <은대정복인물통고>(3권), <東亞 프라임 中韓辭典>, <새로엮은 大學中國語> 등이 있으며, 논문은 총 22편을 작성했다. 또한 최근에는 임기 2년의 '한국중국학회장'에 선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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