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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8/01 인터뷰 > 교수 > 매거진

제목

싹틔운 `풀뿌리 민주주의`

한양의 맥박을 찾아서 47

서용석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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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yang.ac.kr/surl/i9QC

내용

 행정은 통치식 'goverment'아닌

 대화 통한 'governance'로 전환 필요


행정과 최병대 교수

 

 "청렴은 목민관의 본무이고 모든 선의 원천이며 모든 덕의 근원이다. 청렴하지 않고 목민할 수 있는 자는 없다."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 '청심편'(淸心篇)의 한 대목이다. 다산은 지방 수령이 몸소 실천해야 할 사항으로 '청렴'을 강조하면서 4백여 년 조선조에서 관복을 입고 벼슬한 사람이 몇천 명, 몇만 명인데 그중에 청백리로 뽑힌 사람이 겨우 110명에 불과하다며 이를 '사대부의 수치'라고 한탄했다. 오늘날은 어떠한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 6월 임기가 끝난 민선 2기 지방자치단체장 250여명 가운데 비리와 독직 사건으로 수사를 받거나 구속된 '목민관'이 5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쯤되면 '지방자치 무용론'이 나올만도 하다. 일각에서는 단체장들의 비리와 지역이기주의 심화, 난개발 등의 부작용을 거론하며 지방자치단체장을 다시 임명제로 전환하자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하지만 최병대(사회대·행정과) 교수는 일부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지방자치'라는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다며 적절한 감시와 견제 수단을 통해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잘라 말한다.

 

 "지방자치제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단체장들의 각종 비리와 무리한 개발행위로 인한 주민과의 마찰 등이 주요 원인이지요. 하지만 관선 시대에 비해 비리가 더 많아졌다는 시각에는 저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관선 시대때 비리가 더 많았으나 다만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죠."

 

 정책 연구로 서울시 행정 개혁 뒷받침

 

 최 교수는 지방자치제와 관련한 '백가쟁명'식 주장들은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으로 낙관한다. 준비부족으로 인한 민선 1기의 시행착오를 2기때 되짚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기 때문에 이번 3기에서는 상당 부분 제도 보완을 통해 개선될 여지가 많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주민소환제 도입도 한 방법이다. 선거를 통해 당선된 단체장을 견제할 현실적인 수단이 없는 현 상황에서 주민소환제를 도입한다면 결정적인 하자가 있는 단체장의 책임을 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해 3월 본교 행정학과에 부임한 최 교수는 2년차 햇병아리(?) 교수에 불과하지만 연구경력은 그 어떤 교수못지 않다. 92년 미국 Akron 대학에서 도시행정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지난 해 2월까지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서 근무하면서 지방자치와 지방행정 그리고 도시행정과 관련한 3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하고, 30여 회의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또한 서울시 기획예산실과 정책기획실에서 근무하는 등 공직생활도 경험해 실무와 이론을 겸비했다. 특히 최 교수는 지난 99년 설립된 국무총리실 산하 지방이양추진실무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지방자치제 확립을 위해 노력한 공로로 지난 3월,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인구 1천만명이 넘는 서울시는 한때 '복마전'이라고 일컫어질만큼 행정 난맥상으로 유명했다. 이러한 서울시가 '세계 5대 지하철 도시'로 부상하고, 생명의 나무 1천만그루 심기와 난지도 평화공원 조성 등을 통해 '생태·환경도시'로 거듭난 데에는 공무원들의 노력과 함께 이를 체계적으로 뒷받침한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최 교수는 시정개혁연구지원단장과 시민평가지원단장을 역임하면서 서울시의 행정개혁에 일조하기도 했다. 최 교수는 올 1월, 서울시로부터 '서울정책인대상'을 받음으로써 9년여에 가까운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서의 생활을 '화려하게' 갈무리했다.

 

 개발연대식 사고방식 지양해야

 

   
 

 지난 6.13 지방선거 당시 서울시장 선거 정책토론회에 패널로 참가하기도 한 최 교수는 현 이명박 서울시장이 추진하고 있는 청계천 복원사업에 원칙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이다. 매년 1천억원씩 들어가는 막대한 유지·보수비용만 보더라도 고가도로를 헐고 청계천을 복원시켜야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주변 상인들과 건물주, 지주 등을 비롯한 이해당사자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일인데 당장 임대 상인들의 생계문제가 걸려있다보니 추진하는데 어려움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청계천 복원문제도 그렇지만 과거 세운상가 재개발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70년대 세운상가 재개발로 인해 북한산과 비원 그리고 남산으로 이어지는 생태통로가 단절되었습니다. 남산은 완전히 고립된 '섬'이 되어버렸지요. 남산의 생태계가 완전히 파괴되어버렸습니다. 6, 70년대 개발연대에는 생태·환경문제는 뒷전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지금 그 후과가 나타나고 있지 않습니까?"

 

 최 교수는 최근 서울외곽순환도로 건설 과정에서 북한산 관통 터널 문제로 불거진 정부·시공회사와 불교·환경단체간의 마찰도 개발연대식 권위주의 사고가 낳은 것이라며 공직사회의 '발상의 전환'을 강조했다. 어느 정도 마찰이 예상되는데도 각계 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공동의 선'을 추구하기 보다는 무조건 일을 '저질러놓고 보자'는 식이라는 것이다.

 

 "이제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과거 통치적 개념의 '거번먼트'(government) 대신에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는 '거버넌스'(governance) 개념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무슨 일을 추진하더라도 주민들과 시민단체의 의견을 수렴하고, 협의하는 절차를 거친 뒤에 추진해야합니다. 우리나라는 정반대입니다. 당연히 충돌과 분란이 뒤따를 수 밖에 없지요."

 

 싹틔운 '풀뿌리' 지방자치 성장 이끈다

 

   
 

 지난 해 서초구 원지동 추모공원 건립 추진과정에서 나타난 '님비현상'은 광역단체와 기초단체간의 조정기능이 미흡한 현 지방자치제도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최 교수는 이러한 님비시설을 건설할 때에는 해당 지역 주민들에 대해 경제적으로나 공공적인 보상이 뒤따라야한다며 광역단체의 기능을 강조한다. 또 획일화된 제도를 개선해 지역 특성에 맞는 신축성있는 지방자치제의 발전이 시급하며 지방자치제도의 발전을 가로막는 제도적 걸림돌을 하루빨리 제거해야한다고 말한다.

 

 "지방 재정이 너무 취약합니다.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가 턱없이 낮습니다. 그리고 자치단체의 자율적인 행정권도 많은 제약을 받고 있고요. 교육, 치안 등의 자치기능은 거의 없다고 봐야합니다. 민선 3기는 이러한 제도적 문제점들을 하나 하나 해결해나가야할 것으로 봅니다."

 

 주민소환제 도입, 지방재정 감시강화, 지방의회 의원 유급제 도입 등 산적한 문제를 고스란히 안고 민선 3기가 출발했다. '풀뿌리 민주주의' 지방자치제도가 주민들속에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이제 씨앗을 뿌려졌고 새싹이 돋아나고 있다. 이 새싹들에게 필요한 '물과 거름'을 주기 위해 최 교수는 이래저래 바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글 : 서용석 학생기자 antacamp@ihanyang.ac.kr
사진 : 이재룡 학생기자 ikikata@ihanyang.ac.kr

 

   
 

 최병대 교수 학력 및 약력

 최병대 교수는 77년 한양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82년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도시계획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87년 미국 Akron 대학에서 행정학 석사를, 92년 같은 대학에서 도시행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82년부터 85년까지 서울시 기획예산실에서 근무했으며 92년 한양대 행정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을 거쳐 92년 10월부터 2001년 2월까지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서 책임연구원, 도시경영연구부장, 기획조정실장, 부원장 직무대리, 시정개혁연구지원단장, 시민평가지원단장 등을 두루 역임했다. 97년에는 서울시 정책기획관으로 잠깐 근무했으며 국무총리실 규제개혁위원회 연구조사위원과 지방이양추진실무위원회 위원 등을 지낸 바 있다. 현재 한국지방자치학회 상임이사와 대학국토도시계획학회, 한국행정학회, 한국정책학회 이사를 맡고 있다. 60여 편의 논문과 연구보고서가 있으며 올해 대통령 표창과 서울정책인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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