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기사 등록
검색섹션
검색영역
기사등급
기사형태
검색영역
검색단어 또는
관련기사 검색결과 리스트
관련기사 검색결과 리스트 컨텐츠
검색된 정보가 없습니다.
관련기사 검색결과 리스트
관련기사 검색결과 리스트 컨텐츠
검색된 정보가 없습니다.
게시글 상세보기
정보

2002/01/29 인터뷰 > 교수 > 매거진

제목

`다시 이 시대의 원칙을 묻는다`

한양의 맥박을 찾아서 30

인터넷한양

URL복사/SNS공유

http://www.hanyang.ac.kr/surl/VnmH

내용

 "중요한 것은 조문의 개정 아니 법문화에 관한 것"

양 건 교수(법대)

 

 작년 한해 한국영화를 부흥시킨 주역은 우수한 감독이 아니라 '조직폭력배'라는 세간의 희언(戱言)이 있다. 충무로가 조직폭력배들의 '나바리'로 전락할지라도 영화인들은 즐거운 비명을 그칠 줄 모른다. 초등학교 학생들이 가정통신문에 장래희망으로 '보스'를 적어내는 현실은 신문 귀퉁이를 장식한 가십처럼 실소를 머금게 하지만, 연일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각종 '게이트'를 보고 있노라면 정치인이란 '연장'만 들지 않는 또 하나의 조직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시절의 갈피에서 헌법학자 양 건 교수를 찾아 사라진 이 시대의 원칙을 물어보았다.

 

 '연고'와 '원칙'이 충돌하는 한국사회

 

 "한국사회에서 살아가는데 가장 어려운 것이 무엇이냐. 우리사회는 혈연, 지연, 학연으로 묶여 있어 보편적인 원칙과 충돌하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이 것을 어떻게 해결하느냐 하는 것은 매우 간단해 보이면서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더욱이 법률을 공부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욱 '원칙'을 생각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 이 것만이 당당하게 살 수 있는 길임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언젠가 졸업생들에게 당부했던 말입니다."

 

   
 

 양 교수의 전공은 헌법이다. 1970년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면서 그는 실무법률가가 아닌 학자의 길을 택했다. 사실은 대학 입학 후 4년 동안 '법'에 대한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 그의 솔직한 고백이다. 그러다가 졸업을 앞두고 직업으로서의 학문을 선택하게 되었고 법학이 아닌 다른 사회과학분야의 연구를 검토했으나 결국 헌법을 택했다. 이후 동대학원과 텍사스 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다시 서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혹자는 헌법을 두고 '주권국가가 가질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문장'이라 말한다. 헌법이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들을 보장하고 행복한 삶을 지향하는 의지를 포괄적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그렇다면 헌법학자인 양 교수가 정의하는 헌법이란 무엇일까?

 

 "헌법이란 가장 기본적인 사회계약 문서입니다. 사회에서 헌법과 무관한 문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매우 포괄적인 문제를 담고 있는 한 국가의 지도, 지향원리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헌법을 공부하면서 법 자체에 대한 관심만큼이나 법이 규정하고 지배하는 현실사회에 대한 관심도 중요하다 생각했습니다. 현실과 학문을 분리시키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학문과 현실은 분리되지 않는다

 

 양 교수가 헌법을 선택했던 것은 다른 여러 법들보다 헌법이 현실사회, 특히 정치현실과 매우 포괄적이면서도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법학의 본령은 실정법의 의미를 정확하게 해석하여 재판과 법 적용의 도구를 제공하는 것이지만 법이 현실사회를 규정하고 지배하는 합의체계임을 상기할 때, 조문 해석에 대한 관심만큼이나 현실사회 자체에 대한 관심과 탐구도 법학자들에게는 중요한 일이다.

 

 실제로 양 교수는 법학자로서 강의실 밖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범사회적 이슈들에 대해 침묵하지 않는다. 현실과 학문은 분리되지 않는다는 것이 그가 신뢰하는 원칙들 중 하나라는 사실을 재삼 반복할 필요는 없다. 고려대 배종대 교수, 서울대 권오승 교수 등 중진법학자들과 함께 '법과 사회 이론학회'에서 활동하면서 조문 해석 일변도의 법학 연구 풍토를 경계하고 현실 문제에 보다 가까이 다가가려고 노력하는 것이나 각종 저널을 통해 왕성한 필력을 보이는 것도 양 교수의 현실사회에 대한 관심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법문화 탐구는 법치주의 실현의 전제

 

   
 

 양 교수는 최근 '한국과 일본간의 법문화 비교론을 위한 서설'이란 논문으로 '한국법학논문상'을 수상했다. 그의 논문은 헌법이 아닌 법사회학의 분야에 속한 것으로 아시아의 법문화에 대해 관심을 갖는 연구자들에게 방법론적 기초를 제공한 것으로 높이 평가받는다. 현실사회에 대한 양 교수의 관심이 법사회학으로 확장되어 다양한 연구결과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은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니다.

 

 "1980년대 초부터 법사회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이 분야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훨씬 이전의 일이지만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한 것은 헌정사상 공포정치시대로 불리는 5공화국 시절이었습니다. 당시 헌법에 대한 해석을 공부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규범적 접근 보다 현실로서의 법을 바라보고 싶었던 겁니다."

 

 법사회학은 간단히 말해 법학의 사회과학적 접근을 실현시킨 학문이라 할 수 있다. 실정법의 의미를 해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법의 실제와 현실을 탐구하는 현대법학의 한 영역으로 설명되기도 한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법에 대한 전통적인 정서와 서구적 제도가 공존하는 사회에서 법사회학이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완전한 '법치주의' 실현을 국가적 과제로 두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큰 장애요소가 '법문화'에 관한 것이라는 양 교수의 주장이 힘을 받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유교적인 법문화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실제로 추구하는 것은 서구적인 '법의 지배'에 가깝다는 사실은 새삼스럽지 않다. 양 교수의 관심은 이 둘의 사이에서 발생하는 간극을 조망하고 그 관계를 이론화하는 것이다.

 

   
 

 "현 실정법들 가운데 여러 문제가 있고 현실에 조응하지 않아 점차적으로 고쳐야 할 필요가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법을 개정하는 일과 더불어 중요한 것은 그 바탕에 있는 법문화에 관한 것입니다. 과거 우리나라 사람들은 법문화가 전근대적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특히 자신의 '권리'에 대한 인식이 빈약하다는 평이었지요. 그러나 지금은 반대로 '책임'에 대한 의식이 반대로 너무나 결여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법문화를 탐구하지 않고 제도상으로만 이루어지는 개혁과 수정은 문제가 있습니다."

 

 양 교수는 향후에도 법의 지배와 법문화의 관계에 대해 보다 심층적인 연구를 진행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밝힌다. 올바른 원칙과 건강한 상식의 부활이 아쉬운 사회에서 법문화에 대한 탐구는 사회와 그 구성원들의 건강한 양심을 측정하는 리트머스시험지와도 같은 것이 될 것이다. 사회에 만연한 부정과 거짓으로 우울한 시절, 다시 그에게 이 시대의 원칙을 묻는다.

URL복사/SNS공유

기사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