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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2/08 인터뷰 > 동문 > 매거진

제목

그라면 믿을 수 있다 환경연합 이철재 동문

한양의 영파워3

인터넷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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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yang.ac.kr/surl/U7lH

내용

 

 "환경을 지키는 것은 '지역적'임과 동시에 '지구적' 운동"

 

 환경운동연합 이철재(중문 90)

 

 NGO
1. 명)국제비정부기구(Non-Governmental Organization). 국제연합에 여론을 반영하기 위해 설립된 각국의 민간단체를 일컫는 말
2. (속) 인생에 N.G.가 난 사람들의 조직 동) - 하다. 삶에 N.G.가 나다. (출처 : H신문 유머게시판)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결혼정보회사들이 선호하는 남성회원의 직업에서 '시민운동가'가 당당히 2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세간의 말에 '우리나라에서도 시민단체에 대한 인식이 크게 변하고 있군요.'라고 점잖게 응수했다간 망신을 당하기 쉽다. 1위가 확고부동한 '연변총각'이라는 부연설명을 먼저 끝까지 들어야 한다.

 

 교통비와 식대에도 못 미치는 박봉에 업무의 절반은 거리와 현장에서 이루어진다. 펜보다 피켓을 자주 들고 관할 경찰서 유치장을 합숙소처럼 드나들던 기억도 그리 오래된 것이 아니다. '인생에 N.G.가 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 NGO'라는 험악한 농담에도 박장대소로 일관하는 시민운동가들. 도대체 그들이 지닌 '내공'의 실체는 무엇일까?

 

 

 아시아 최대 규모의 NGO, 환경연합

 

   
 

 지난 1998년 서울캠퍼스 중문과를 졸업한 뒤 경실련을 거쳐 현재 환경운동연합에 몸을 담고 있는 이철재 간사. 시민단체에도 자신보다 훨씬 훌륭하신 모교의 선배님들이 여러분 계신데다 자신은 그야말로 일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초년운동가'라는 이유로 인터뷰를 고사하는 그를 '초년'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인터뷰라 간신히 설득하고 만났다.

 

"삼사십분이요? 아이구, 안됩니다. 지금도 현장에서 일이 터져서 곧장 가봐야 해요.", "그렇다면 30분.", "10분에 합시다.", "20분."

 

 에누리를 거듭해 다짜고짜 시작한 인터뷰. 한 달에 문자 400번을 보내지 않으면 '사랑'이 떠나가는 시대에 이렇게 바빠서야 어느 여성이 좋다고 하겠는가? 결혼정보회사에서 싫어할 모든 조건을 다 갖추고 있는 것이 확실했다. 미혼일 것임을 내심 확신하며 시민단체 '입문'의 계기를 물었다.

 

 "93년도에 총학생회에서 일을 했었어요. 이후에 앞으로도 보다 범사회적인 관심을 가지고 실천적으로 살아야겠다는 소박한 생각을 했지요. 폭넓게 생각하고 다양한 사고로 살아가자. 그러다가 환경 쪽에 관심을 가지게 됐죠. 졸업하고 경실련에 있다가 이곳으로 왔어요. 물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1982년 설립된, 한국 최초의 환경단체라 할 수 있는 '한국공해문제연구소'를 모태로 하여 1993년 전국의 주요 8개 환경단체가 통합함으로써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산하에 각 지역연합을 두고 전국적으로 약 8만 5천여 명의 회원을 두고 있는, 국내는 물론 아시아 최대 규모의 NGO다. 이 정도 규모라면 단체의 정규적인 수입도 적지 않을 터이니 연봉도 기타 시민단체보다야 훨씬 높지 않을까?

 

 "연봉이라고 할 것도 없고 그냥 일년에 천 만원이 못되는 활동비를 받습니다. 경제적인 압박이 있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기쁨도 있죠. 조금 벌고, 조금 쓰겠다. 뭐, 이런 원칙들 속에서 보람을 찾습니다."

 

 정부를 굴복시킨 작은 피켓의 힘

 

   
 

 지난 2000년, 총선시민연대의 낙선운동은 한국사회에 시민단체의 힘이 무엇인가를 극명하게 보여준 일대 사건이었다. '사회운동'이라면 일종의 '알러지'를 가지고 있던 사람들도 이에 대한 색안경을 벗을 수 있는 계기이기도 했고 우리사회의 척박한 시민의식을 확연히 고취시킨, 그야말로 한국 시민운동사에 기념비적인 쾌거였던 것이다. 총선연대 가운데에서도 환경운동연합은 당시 낙선운동을 주도했던 시민단체임에도 국내의 대표적인 NGO임을 스스로 자임하지 않는다. 그저 인정받고 있을 뿐이다. 실상, 시민운동에 보다 중요하고 보다 덜 중요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환경운동이란 미래의 우리 아이들을 위해 하는 일입니다. 또한 운동이라고 해서 일상의 삶에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닙니다. 1회 용품의 사용을 자제한다거나 수도물 한 방울을 절약하는 일 등 작지만 소중한 모든 일들이 환경운동의 핵심적인 부분입니다."

 

 환경운동이란 지역적 운동인 동시에 지구적 운동이라 설명하는 이 동문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실천'의 문제다. 생활 속의 환경운동을 지향하며 작은 실천이 모여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믿는 것이 너무 교과서적이라면 우리사회의 모든 문제가 교과서적이지 못해 발생하는 것이라 답변하는 그다.

 

 최근 그는 건설교통부가 기획하고 있는 12개 댐들의 신규 건설계획을 저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세계적인 추세가 기존에 건설된 댐들도 모두 없애는 판에 또다시 댐을 건설하는 것은 지극히 퇴보적인 발상이라는 것이다. 하천에 건설된 일개의 댐은 인근의 모든 생태계를 순식간에 파괴해 버린다. 훼손된 환경이 복원되기까지는 예측할 수 없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은 물론이요, 그 폐해를 고스란히 감당하는 것은 우리의 다음 세대다. 도무지 흐르는 하천을 수도꼭지 잠그듯이 '다스리겠다'는 개발일변도의 발상들이 인정을 받던 시절은 이미 지난 것이다.

 

 환경운동연합이 정부의 굵직굵직한 국책사업들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은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 1994년 굴업도 핵폐기장 건설 반대운동, 1995년 영흥도 화력발전소 건설 반대 운동, 1998년 동강댐 건설 백지화 운동 그리고 같은 해 시작한 새만금간척사업 반대 운동 등 환경연합이 '훼방'을 놓은 정부사업들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 결과 굴업도 핵폐기장 건설 사업은 이듬해 전면 백지화됐고 정부는 동강댐 건설 사업도 포기해야만 했다. 뿐만 아니라 국제적 이슈가 되었던 대만핵폐기물의 북한 반입 추진을 무산시킨 것도 환경연합의 범국민운동에 힘입은 것이었다.

 

 그를 믿는 이유, '깐깐하니까'

 

   
 

 이 동문은 정부가 추진 중인 각종 사업들이 철저하게 환경에 대한 고려가 결여되어 있다는 인식부족의 지적과 함께 모든 정책수립과 집행에 있어 확보되어야 할 투명성에 대해 근원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수도물의 문제만 해도 그렇습니다. 정부는 자신들이 모든 것을 결정하고 관리하며 그저 안전하니 마시라고만 합니다. 그러나 시민들은 이 말을 믿지 않습니다. 수질 관리에 대한 모든 과정을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관련 정책의 입안에서부터 최종 시설의 운영에 있기까지 여론을 적극 수렴하고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다면 누가 왜 의심을 하겠습니까?"

 

 맑은 국토, 투명한 환경을 만들기 위한 정부의 환경정책이 정작 투명하지 못한데서 나오는 시민들의 불만을 이 동문은 조목조목 열거하기 시작한다. 그 논리가 치밀한 것은 물론이고 언어에서 뿜어져 나오는 분위기가 여간 집요하기 짝이 없다. 요즘 뭇여성들이 어디 '깐깐한' 남자를 선호하겠냐 싶지만은 내가 마실 '물'은 이런 사람에겐 맡겨도 안심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자꾸만 시계를 쳐다보며 발을 구르는 그에게 '내공'에 대해 물었다. 도대체 피켓 하나 달랑 들고 그 무시무시한 공권력을 이겨내고 정부를 굴복시키는 그들의 힘, 그것의 원천을 알고 싶었다. "직업적으로 시민운동을 하면서 늘 시민과 함께하고 있고 그들로부터 새롭게 배운다는 생각을 합니다. 살아가면서 필요한 모든 것을 학교에서 다 가르쳐 주는 것은 아니지요. 열의와 성실한 자세로 열심히 살아갈 뿐입니다. 두려운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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