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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15 인터뷰 >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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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100°C] 사랑은 또 다른 사랑을 낳고 선한 행동은 세상을 좀 더 살만한 곳으로 만든다

김동구 D.K.KIM 재단 이사장

사자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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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yang.ac.kr/surl/kS4u

내용
남몰래 책상 위에 올려둔 도시락을 먹고 소년이 자랍니다. 소년이 먹은 건 단지 밥이 아닙니다. 그 속에 담긴 사랑일 겁니다. 소년은 성장해 훗날 성공한 사업가가 되었고, 장학재단을 설립해 수많은 학생들을 돕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의 도움으로 대학공부를 마친 아프리카의 한 청년은 보장된 자리를 마다하고 자신의 나라로 돌아갑니다. 배움이 필요한 학생들을 찾아 학교를 세우고 사람을 길러냅니다. 지난 3월 한양대에 10억 원을 기부한 재미사업가 김동구 D.K.KIM 재단 이사장의 이야기입니다. 사랑이 또 다른 사랑을 낳고, 한 사람의 선한 행동이 세상을 좀 더 살만한 곳으로만들어 갑니다.
글 강현정ㅣ사진 현진


▲ 김동구 D.K.KIM 재단 이사장
Q.  능산(能散)이라는 호에 이사장님의 삶의 철학이 모두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A.  예기(禮記) 곡례(曲禮) 편에 ‘賢者 積而能山 安安而能遷 (현자 적이능산 안안이능천)’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현명한 사람은 재산을 쌓되 나누는데 능하고, 편안함을 즐기되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라는 뜻인데요, 이 구절에서 택했다며 지인이 지어준 호입니다. 세상을 살다 보니 이런저런 사유로 알게 모르게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게 되더군요. 특히 저는 한국 역사상 가장 어렵던 시절을 살아왔으니 더욱 그랬습니다. 그 시절을 겪으면서 나누고 살아야겠다는 마음의 씨앗이 심어진 것 같습니다. 어찌어찌해서 올바르게 노력했더니 제게 더 돌아왔지만 그렇다고 그게 다 제 것은 아니지요.


Q.  나눔의 삶을 살기로 결심한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는지요?

A.  돈을 버는데 모든 노력을 집중하며 살다 보니 갑부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 돈이 모이더군요. 그때쯤 나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내가 무엇 때문에 사는 걸까 생각하다 보니, 옛날 내가 어떤 사람들한테 도움을 받았었는지 그런 생각들이 다 떠올랐습니다. 특히 나를 아무 대가 없이 진정한 사랑으로 돌보아주신 선생님 한 분이 떠올랐어요. 그 선생님을 생각하면서부터는 더 이상 나 개인의 축재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누기 위해 돈을 벌기로 결심했습니다.


Q.  베풂의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특별한 분이 있으신가요?

A.  피난 시절 충남 합덕이라는 곳에서 한 1년 반 학교를 다니며 지낸 적이 있는데, 가뜩이나 보릿고개라 먹을 게 없던 때였어요. 도시락을 쌀 수 없었던 저는 점심시간이면 하는 수없이 밖으로 나와 운동장을 걸어 다녔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선생님이 제게 오시더니 “책상 위에 도시락이 있던데 가서 먹지 왜 나와 있냐?”라고 하시는 겁니다. 가봤더니 정말 도시락이 있더군요. 배가 고프니 그걸 먹었습니다. 누가 가져왔는지도 모르고 1년을 꼬박 먹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선생님이 집으로 불러 시험지 채점을 시키신 일이 있었습니다. 때마침 저녁때가 되어 선생님의 어머님께서 저녁상을 차려오셨는데, 그 저녁을 먹다 말고 눈물이 터져 나왔습니다. 김치와 장아찌가 도시락에서 먹었던 그 맛이었거든요. 어린애지만 부끄러워할까 봐 아무도 모르게 도시락을 놓아두신 선생님. 지금은 알지만 그때는 몰랐습니다. 그날 밥을 먹으면서 얼마나 눈물을 흘렸는지 모릅니다.


Q.  이번에 한양대에 10억 원을 기부하신 건 어떤 인연에서인가요? 

A.  D.K.KIM 재단을 설립하고 지원할 학교를 알아보다가 이영무 총장님을 뵙게 되었습니다. 한양대학교의 교수님들을 만나 뵙고 이야기를 들어보며 이분들이 진짜 교육자라는 생각이 들어 그게 참 고맙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습니다. 학교를 방문해 역사관을 둘러보고 나가다 설립자이신 故 김연준 박사님의 설립정신이 새겨진 현판을 보게 되었습니다. ‛사랑의 실천’이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표현은 다소 다르지만 제가 일평생 생각해왔던 내용과 놀라울 정도로 일치했습니다. 그 생각을 실천하신 분이 나보다 훨씬 전에 여기 계셨다는 사실에 감동도 받았습니다. 이 학교가 나의 생각을 실천해줄 곳이라고 느꼈고, 한양대학교의 설립정신이 이 사회에 널리 퍼져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부를 결심했습니다.


Q.  한양대뿐 아니라 지금까지 캄보디아에 고등학교를 두 곳이나 세워 헌정하셨고, 미국 내에서도 오랫동안 UC버클리와 USC에 장학지원을 해 오신 걸로 압니다. 특히 교육분야에 꾸준히 기부하는 이유가 있으신지요?

A.  어려서 꿈이 선생님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선생님이 되지 못했죠. 대신 다행스럽게도 많은 선생님들을 도울 수 있게 되었으니 감사한 일입니다. 저는 어렵게 살아온 과정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하면 모두가 잘 사는 좋은 사회가 될 수 있을까, 그 빠르고 정확한 길이 교육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것이 옳은 결정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준 학생이 한 명 있습니다. 아프리카 가나에서 온 학생입니다. 제가 지원한 학생들은 주로 졸업을 하고 나면 좋은 회사에 취직이 됩니다. 그런데 그 학생은 졸업하고 바로 본국으로 돌아갔다는 겁니다. 그곳에서 자선사업을 하고 학교를 세웠는데, 달랑 기계과랑 전자공학과 두 개밖에 없는 작은 학교지만 공과대학을 세워 그 나라에서 최고의 학교가 되었다고 합니다. 저는 너무 기뻤습니다. 교육이야말로 세상이 더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만드는 가장 확실한 투자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지요.


Q.  이사장님이 성공을 일구기까지 지켜온 원칙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A.  저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재물은 어차피 공동의 소유라고 생각합니다. 누가 더 열심히 그리고 올바르게 노력을 하느냐에 따라 분배되는 거죠. 다만, 돈은 반드시 남의 주머니에서 기쁘게 나온 돈을 벌어야 합니다. 그래야 가치가 있습니다. 복권을 탔거나 억지로 쥐어짜서 버는 돈은 가치가 없습니다. 제가 자식들에게 돈을 주지 않는 이유는 그렇게 하면 가치가 없기 때문입니다. 돈 버는 방법이 정당해야 됩니다. 어디 내놔도 부끄러움이 없어야 되죠. 믿을지 모르지만, 무형의 가치를 실천에 옮기면, 더 많은 유형의 재산이 나에게 다시 돌아옵니다.


Q.  실제로 무형의 가치 실천이 유형의 재산으로 돌아온 경험 한 가지만 들려주세요.

A.  1979년인가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일본의 엔화가 하루 사이 두 배로 오르고 반대로 원화는 반 토막이 났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 저는 한국에서 포토앨범을 제작해 다량을 수출하고 있었는데, 환율차로 원래 이익을 제하고도 50%의 추가 수익이 발생하는 상황이 된 겁니다. 수출액이 2백만 불이 넘었으니, 백만 불 이상이 하룻밤 사이에 공짜로 생긴 것입니다. 저는 며칠을 고민한 끝에 바이어와 추가 이익을 반씩 나눴습니다. 십여 년이 지나 저는 미국으로 이주하게 되었고 그야말로 사막에 떨어져서 오아시스를 찾고 있을 때였는데, 그때 이 바이어가 입이 닳도록 제 소개를 해주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믿을만한 사람으로 소개되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때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제가 까닭 없이 나눠줬던 5십만 불이 몇십 배가 되어 돌아왔는지 계산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정당하게 벌고 가치 있게 쓰는 일만큼 기쁘고 행복한 일이 없다는 경험은 수도 없이 많습니다. 제가 가진 능력은 보잘것 없지만, 최선을 다하는 누군가에게 길을 열어줄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앞으로도 기꺼이 돕고 싶습니다. 받아본 경험이 있는 저에게는 나눔이 더욱더 중요한 일입니다.


Q.  이사장님이 뿌린 사랑의 씨앗이 한양대에서도 또 다른 나눔으로 확산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학생들에게 당부하실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리겠습니다.

A.  한국 학생들은 공부를 정말로 열심히 하고 많이 합니다. 그 자격으로만 보면 세상 어디 내놔도 떨어지지 않지요. 그런데 실질적으로는 그렇게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왜냐면, 거기까지 가기 위해 너무 격심한 경쟁을 겪어서 자기 담벼락을 너무 높이 쌓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수비를 위주로 하다 보면 그 경기는 이길 수가 없습니다. 내가 골을 넣어야 이기는 거죠. 너무 자기 것을 보호하려고 애를 쓰면 정작 세상의 것이 자기에게 돌아오지 않습니다. 기회란 아무 때나 오는 게 아닙니다. 너무 주저하는 사이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죠. 그만큼 성공확률도 줄어듭니다. 자기 보호를 하느라 체면을 따지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도전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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