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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31 인터뷰 > 동문

제목

한식을 다각적으로 해석하다

음식평론가 이용재 동문(건축공학과 94)

유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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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yang.ac.kr/surl/7MWM

내용

팔팔 끓는 뜨거움과 혀가 얼얼할 정도의 맵고 자극적인 맛. ‘한식’ 하면 우리 머릿속에서 쉽게 떠오르는 표현들이다. 하지만 신간 <한식의 품격>의 저자이자 음식평론가인 이용재 동문(건축공학과 94)은 한식이 갖고 있는 보편적인 이미지에 반문을 던진다. “뜨거운 뚝배기에 국물 같은 것을 먹으면 분명히 입천장을 데는데, 우리는 왜 굳이 이것을 먹어야 할까요?” 한식을 맛, 서비스, 형식 등에서 다방면으로 고찰하는 이 동문은 그 누구도 제기하지 못했던 한식의 문제점들을 시원하게 지적한다.
 
 
‘한식의 품격’을 찾아서
 
이용재 동문은 지난 01년 우리대학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1년 동안 유학 준비를 한 뒤, 02년부터 미국 조지아 공과대학(Georgia Institute of Technology)에서 건축 이론을 공부했다. 이후 박사 과정 중 학교를 그만 두고 건축 설계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09년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파란만장한 7년간의 외국생활은 이 동문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그중 하나가 음식을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음식을 향한 이 동문의 애정은 남달랐다. 우리대학 재학 시절, 사근동에서 자취를 시작하며 혼자 해 먹는 음식에 익숙해진 것에 이어, 미국 유학 시절에는 다양한 요리 프로그램들과 책을 접했다. 음식은 자연스럽게 이 동문의 일상이 됐다. 하지만 종종 한국에 귀국해서 음식을 먹을 때면 매번 실망감을 느꼈다는 그다. “조금 다른 시선으로 한국의 음식 문화를 보면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비단 음식이라고 생각하면 그냥 식당에서 나오는 ‘먹을 것’만 생각하기 쉽지만, 맛을 비롯해 서비스와 형식 등에 있어 전반적인 '경험의 질'이 떨어지는 문제들을 생각하게 됐죠.”
 
이 동문은 한식이 지니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고민하면서 음식의 원리와 문화에 대한 심도 있는 공부를 시작했다. 음식평론가로서 일관성 있게 강조하는 음식의 ‘원리’ 는 이 동문이 건축학을 공부하며 배운 내용과 평행을 이룬다. “전공이었던 건축에서 많은 원리를 배웠어요. 다양한 원리와 개념, 사물을 보는 3차원적인 방식을 음식에도 그대로 적용했죠.” 예컨대 맛도 음식에서 중요한 작용을 하지만, 물리적이고 시각적인 요소들도 음식의 기반이 된다. 이것이 바로 “음식과 건축이 갖고 있는 유사점 중 하나”라고 이 동문은 말했다.
 ▲<한식의 품격>의 표지. 올바른 음식 비평의 방식을 보여주고 싶은 이용재 동문의 바람이 담겨있다.

그렇게 3년의 노고 끝에 탄생한 책이 한식 비평서 <한식의 품격>이다. 끝없는 탐구 속에서 발견한 음식의 원리와 문화를 한식에 대입한 이 동문은 책에서 ‘한국 음식은 맛이 없다’고 언급한다. “맛이 없다는 게 여러 가지 의미가 있어요. 음식 자체가 맛없다는 의미도 있지만, 비싼 고깃집을 가도 식탁에 비닐을 깔고 싸구려 멜라민 접시 같은 곳에 반찬이 담겨서 나오는 모습 자체가 맛이 떨어지는 상황인 거죠.”
 
이 동문은 진정한 ‘맛’에 대해 다각도로 바라본 이야기를 책으로 써낸 것이 하나의 새로운 시도라고 강조했다. 다른 비평가들은 사회와 정치적인 요소들을 음식과 연관시키느라 ‘맛’에 집중하지 못했다면, 그가 음식에서 가장 가치 있다 생각하는 것이 ‘맛’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유기농 식재료가 반드시 맛있으리라는 보장은 없어요. 생산과정에서 안전을 확보해 줄 수는 있지만, 유기농이라서 맛있고 무농약이라서 맛없을 것이라는 말은 근거가 없어요. 실제로 맛에 대해 말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 거죠.”
 
한식에 켜진 ‘적신호’를 짚어내다
 
한식의 ‘품격’이 점점 사라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 동문은 한식의 단점이 크게 몇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고 말했다. “먼저 재료와 온도예요. 재료가 지나치게 너무 익을 때도 있고, 너무 안 익을 때도 있어요. 예를 들면 냉면의 계란은 항상 너무 익어있어요. 노른자를 못 먹을 정도로요.” 음식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가 되는 재료와 익힘의 온도가 무시되고 있는 것이 한식의 실상이라고 바라본 것.
 
또한, 이 동문은 한식에 개인화가 이루어져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가지각색의 반찬 위주로 차려진 우리나라의 밥상에서는 맛있는 반찬을 먹는 사람이 정해져 있다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지목한 문제점은 바로 양념이 음식 본연의 맛을 압도한다는 것이었다. “음식과 양념은 별개인데, 양념으로만 간을 맞추려는 경향이 강해요. 간을 맞춰주는 소금을 잘 못 쓰기도 하죠.”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이 동문은 우리가 흔히 ‘회를 초장 맛으로 먹는다’라는 말에 강하게 반발한다. "회의 맛과 초장의 맛은 완전히 별개예요."
 
한식의 전통이라고 하면 보통 불변하는 일종의 ‘법칙’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원래의 방법이 마냥 좋다고 믿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합당한 것인지 검토하는 ‘객관화’가 필요하다. “내가 좋다고 모두에게 좋은 것은 아니죠. 덮어놓고 좋다고 얘기하면 발전할 수 없어요. 외국에는 외국 나름대로의 음식 문화가 있는데, 김치를 무조건 해외로 진출 시킨다고 모두가 좋아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요.” 이어서 이 동문은 “‘전통이니까 이렇게 먹는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냉정한 시선으로 한식을 바라보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용재 동문은 “한식에도 ‘적폐청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소 과격하게 보일 수 있는 단어선택이지만, 이 동문은 자신의 직설적인 언어표현을 아끼지 않았다. “펄펄 끓는 국과 밥에, 비슷한 반찬을 꼭 여러 가지로 내서 먹어야 하나요? 그런 것들도 누군가에겐 부담이 된다면 적폐라고 생각할 수 있는 거에요.” 아울러, 이 동문은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편견을 한식의 식문화에서도 짚어냈다. “기본적으로 한국 여성이 부담해야 하는 가사노동의 비율이 굉장히 높아요. 한국 여성은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는 편견이 있죠. 거기에 '집밥'이니, '엄마 손맛'이니 이런 단어들을 통해 여성이 음식을 해야 한다는 사회의 선입견을 계속 강화시키고 있어요.”
 ▲집에서도 요리책을 공부하며 새로운 요리를 시도 한다는 이용재 동문. 그는 "먹으면 사라지는 '음식'일지라도 철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출처: 이용재 동문)

미식가 아닌 음식평론가로서의 이용재

 
이용재 동문은 자신을 매일 맛있는 음식을 찾으러 다니는 미식가로 칭하지 않았다. 음식평론가로서의 이 동문이 굳건히 지키는 신념은, ‘거리 두기’와 ‘객관화’이다. 음식에 있어 생산자 역할을 하는 사람들을 잘 만나지 않고, 객관성에만 초점을 둬 맛의 원리와 음식의 개념을 설명하겠다는 것이 그의 포부다. “보편적으로 우리나라는 비평 문화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요. 비평이 필요한 미술과 음악도 생산자와 거리를 둔 비평이 별로 없어요. 음식은 아예 제대로 생성 된 적 조차 없고요. 그래서 그런 인식들과 싸우고 있어요. 음식도 비평이 가능하다는 것부터 시작해서, 음악가는 음악을 음표로 표현하듯이 음식에도 표현 될 수 있는 개념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여러 번역서와 저서 세 권을 출간한 이 동문은 “앞으로 음식 관련된 책을 시리즈로 써보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요즘 한국 사회에서 낭만적으로 간주되는 ‘혼밥’ 과 ‘자가요리’를 어떻게 하면 일상에서의 삶과 체계적으로 접목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직설적이고 통쾌한 자신만의 철학으로 음식계의 지평을 넓히고 있는 이 동문이었다.


글/ 유혜정 기자          catherineyoo9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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