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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08 인터뷰 > 동문

제목

지휘봉 하나로 피어나는 오색의 화음

'고양혼성합창단' 지휘자 이은석 동문(성악과 88)

유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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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yang.ac.kr/surl/ZJXM

내용

매주 고양아람누리 연습실에서는 무더운 날씨를 잊게 해주는 맑고 청량한 화음이 울려 퍼진다. 한창 연습 중인 고양혼성합창단 단원들은 모두 음악이란 관심사를 중심으로 모인 사람들이다. 우리대학 이은석 동문(성악과 88)은 이곳에서 지휘자를 맡고 있다. 창단의 순간부터 정기공연에 오르기까지 오랜 기간 지휘봉을 잡은 그의 손짓 아래서 가지각색의 목소리들이 조화를 이룬다. 지난 5일 아마추어 합창단을 즐거운 마음으로 이끌고 있는 이 동문을 만났다.
 
 
‘마을 합창제’에서 시작된 인연

 
이은석 동문은 지난 95년 우리대학 성악과를 졸업한 후 이탈리아에서 9년의 유학 생활을 했다. 유학 중 로마에서 성악가로서 첫 데뷔 무대를 올린 이 동문은 차곡차곡 경험을 쌓았다. 하지만 개인 사정으로 인해 04년에 갑작스러운 귀국을 하고 난 후, 힘든 나날들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이탈리아보다 상대적으로 무대 기회가 적은 한국에서는 음악가로서의 대우를 제대로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다양한 오페라단을 돌아다녔는데 공연을 1년에 1~2번밖에 못했어요. 음악을 전공한 고학력자들이 넘쳐나는 한국에서 이런 부담감을 10년 동안 겪었죠.”

이 동문의 고민은 고양시로 이사를 하면서 풀렸다. 지인 덕분에 고양시 문화재단에서 주최하는 ‘마을 합창제’의 지휘자로 참여할 기회를 잡은 것이다. 고양시 서구 합창단을 맡게 된 그는 단원이 한 명도 없는 상황에서 교회 성가대원과 제자들에게 부탁해 총 28명의 인원을 모았고 무사히 행사를 치를 수 있었다. 이 동문이 합창제 기간에 이끈 서구 합창단은 마을 합창제가 끝나서도 인연을 이어나갔다. “나머지 2개의 구 합창단들은 합창제가 끝난 후 공중분해 됐는데, 지인들로 이루어진 서구 합창단은 단원들이 계속 활동하길 원했어요. 이렇게 ‘고양혼성합창단’이 탄생했죠.”
 


28명으로 시작한 고양혼성합창단은 입소문을 타며 인원이 늘었고 합창을 취미로 삼은 60여 명의 단원이 모였다. 단원들이 온전히 합창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일주일에 단 한 번. 길지 않은 연습 시간 동안 60명의 비전공자는 합창에 열정을 쏟았다. 그렇게 고양혼성합창단은 총 2회의 정기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이 동문이 지휘하는 또 다른 단체인 하나오케스트라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세종문화회관에서 모차르트의 <대관식 미사>를 선보일 수 있었다.
 
고양혼성합창단이 꾸준히 활동할 수 있었던 과정에는 이 동문의 남다른 책임감이 빛났다. “아마추어분들이다 보니까 동기부여와 목적의식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했어요. 연습시간은 즐거워야 하고, 한 분 한 분 천천히 이끌어가는 것이 필요했죠.” 이 동문은 합창단에서 활동하며 비전공자를 가르치는 것에 흥미를 느꼈다. “호흡을 위한 근육도 없고, 생목소리로 부르는 분들을 처음부터 차근차근 가르치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내가 얼마나 그분들의 실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까’하는 궁금증도 생기고, 그렇게 막상 연습한 걸 해내시면 굉장한 희열을 느껴요.”
 ▲고양혼성합창단의 1회, 2회 정기공연의 짜릿한 추억이 담겨있는 공연 팸플릿. 이은석 동문이 또 다른 지휘자로 있는 하나오케스트라와 합작을 이뤘다.

다사다난했던 음악 인생
 
이 동문은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입시 미술을 준비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중창단 동아리에 가입했고 동아리 선배를 따라 국립오페라단에서 주최하는 오페라 공연을 보러 갔다. “아마 본 무대를 봤으면 성악에 관심이 안 생겼을 거예요. 제가 따라간 곳은 리허설 무대였는데 무대에서 열심히 노래를 부르고, 쉬고, 잡담하는 과정을 모두 볼 수 있었어요. 그 과정이 너무 재미있어 보여서 관심을 가졌죠.” 중창단 동아리 가입 후 그는 노래 한 번으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진지하게 레슨을 받아보라는 동아리 선배들의 권유를 받은 이 동문은 미술을 그만두고 성악가의 길을 택했다.

우리대학 재학 중에도 진로를 두고 여러 갈림길에 섰다는 이 동문. 음악 선생님을 목표로 교직 이수를 공부하던 그는 3학년이 되던 해에 음악적인 비전을 더 폭넓게 가져 봐야겠다고 결심했다. 마침, 그 당시 새로 임용된 고성현 교수(성악과)가 이 동문의 고민을 해결해줬다. “2년 동안 고성현 교수님의 지도를 받으며 음악의 진정한 의미를 되돌아보게 됐어요. 그러면서 이름난 콩쿠르에서 입상하기도 했고요.”
▲이은석 동문을 지난 5일 고양시 아람누리극장에서 만났다. 그는 인터뷰 내내 성악과 지휘에 대한 아낌없는 사랑을 보여줬다.

이 동문은 졸업 후 이탈리아행을 택했다. 로마에서 첫 데뷔 무대를 올린 뒤 산타 체칠리아 음악학교(Santa Cecilia Conservatory of Music)에서 스카우트할 만큼 이 동문은 훌륭한 실력을 갖췄다. 하지만 산타 체칠리아에서 공부를 시작하면서 많은 무대를 포기해야만 했다. 학교 교장이 무대에 오르는 것을 허락을 해주지 않았기 때문. “거기서 취직을 해서 무대를 넓혀가야 하는데, 학위 하나를 위해 묶여있어야 하는 시간을 참지 못했어요. 결국, 졸업하는 해에 학교를 그만뒀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 동문은 학교 중퇴 후 개인 사정 때문에 꿈을 뒤로하고 귀국해야만 했다. 한 때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열창했던 무대를 포기한 한 남성이 풀어내는 추억담에는 많은 아쉬움이 묻어났다. “동양인으로서 무대를 서는 것이 힘들었죠. 그래도 당시에는 운 좋게 계속 대회를 나갈 때마다 수상을 했어요. 무대에 계속 서니, 도전정신도 생겼고요. 다양한 국적의 성악가들과 경쟁을 하면서 희열을 느끼고, 길이 열리는 것에 즐거움이 매우 컸죠. 유학생활의 짜릿함이었어요. 제가 지금까지 성악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이유기도 하죠.”
▲아마추어를 가르칠 때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는 이은석 동문. 그는 인내심과 이해심을 갖는 것이 지휘자에게 필요한 덕목이라고 말했다.  
 
성악과 지휘, 둘 다 놓치지 않을 것 
 
음악 인생에서 다양한 굴곡이 있었지만, 이 동문은 성악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성악을 사랑한다. 오는 8월 20일에도 연주를 앞두고 있고, 동료 성악가들과 연주회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젠 음악을 결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과정을 살펴본다는 것에 있다. “박 터지게 경쟁하는 건 외국에서 할 만큼 했어요. 이제는 한국에서 한국 사람들끼리 비교하고 경쟁할 필요는 없어요. 그저 즐기는 거죠.”

지휘자로서의 삶도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이 동문은 현재 고양혼성합창단 외에도 고양챔버오케스트라, 하나오케스트라, 행복한산책합창단 등 다양한 음악단의 지휘를 맡으며 지휘자로서의 길도 꾸준히 개척해나가고 있다. 음악을 지위 상승을 위해서가 아닌,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지휘에 임한다는 그다. “음악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음악의 기술을 제대로 가르쳐주고 싶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잘 유지됐으면 하는 바람이 제일 커요.”


글/ 유혜정 기자            haejy95@hanyang.ac.kr
사진/ 최민주 기자        lovelymin12@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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