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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14 인터뷰 >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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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제해야 드러나는 글의 '민낯'

<나를 지키는 말 88>의 저자 손화신 동문(국어국문학과 05)

유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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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yang.ac.kr/surl/tYFQ

내용
  
말로 언어를 구사하고, 글을 쓸 수 있는 능력은 어쩌면 인간에게 주어진 값진 선물이다. 누군가가 남긴 말과 글이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강력한 힘을 가지기도 한다. ‘브런치 북 프로젝트’에서 금상을 수상해 에세이 <나를 지키는 말 88>을 출간하고, 현재 인터넷 일간매체 ‘오마이뉴스’에서 음악 관련 기사를 쓰는 손화신 동문(국어국문학과 05)은 그런 글을 적어내고 싶은 사람이다. 글에 의해, 글을 위해 꿈을 키워나가고 있는 손 동문을 종이 내음과 커피 향이 은은히 퍼지는 어느 북카페에서 만났다.
 
 
불확실함이 가능으로
 
“작품은 불멸하는 존재잖아요. 항상 그게 멋있다고 느꼈어요. 제가 죽어도 오래 살아 있는 작품을 남기고 싶어요.” 어려서부터 글쓰기에 대한 로망을 가슴에 품고 있었던 그는 글쓰기가 마냥 좋아 한양대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했다. 졸업 후 기상캐스터와 기자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딘 탓에 작가의 꿈은 40대쯤에나 이룰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날, 여행기를 출간한 지인의 소식이 전환점이 됐다. “저는 책을 내는 것이 굉장히 대단하고,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20대였던 지인이 책을 내는 것을 보니까, 할 수 있을 것 같았죠.”
 
 ▲손화신 동문(국어국문학과 05)은 ”나만의 문체를 갖고 싶다는 욕심이 기자 생활을 시작하고 생겼다"며 "글을 더 잘 쓰고, 계속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용기를 얻었지만, 가슴 한 편에는 작가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남아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브랜드 ‘디올’의 전시회 취재 때 한 문구를 봤다. ‘그(크리스찬 디올)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이 문구를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제가 방황을 하는 이유는, 제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몰랐기 때문이라는걸 깨달았죠. 그 순간 저는 ‘아, 내가 원하는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기회도 결심과 함께 운명처럼 찾아왔다. 본격적으로 자신의 색깔이 드러나는 글을 써야겠다고 다짐한 손 동문은 다음날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제공하는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brunch)의 ‘브런치 북 프로젝트’ 공고를 보게 됐다. 대상 수상자는 무려 ‘브런치’에서 책을 직접 출간해주는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보자마자 생각했어요. ‘이 대상은 내 거다.’ 두 달간 아침부터 밤까지 카페에 가서 글을 썼어요. 평소에 관심이 있던 주제인 ‘말과 스피치’에 대해 열정적으로 글을 썼죠.”
 
평소 손에서 펜을 놓지 않고, 끊임없이 기록하던 습관 덕인지, 손 동문은 노고 끝에 금상을 수상했다. 대상을 놓치며 출간의 혜택을 받진 못 했지만, 손 동문은 오히려 도움 없이 책을 출간한 과정이 자신에게 유익했다고 말했다. “제가 스스로 출간을 하려고 출간계획서도 써보고 출판사와 회의도 진행했어요. 정말 A부터 Z까지 제가 다 했으니까, 보람 찼습니다.” 그렇게 바라던 그의 저서 <나를 지키는 말 88>은 마침내 세상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손화신 동문의 첫 저서 <나를 지키는 말 88>은 ‘나 답지 못한 것으로부터 나를 지킨다’는 주제를 담고 있는 에세이다. (출처: YES 24)
 
간결하고 진솔하게
 
“최대한 감추고 버리면서, 말하고자 하는 것을 드러내는 것. 참 멋있다고 생각해요.” 소심한 성격의 소유자라고 밝힌 손 동문의 글 스타일 또한 ‘소심’하다. 하지만 그만큼 깊고, 간결하다. “뭉크 같은 화가들은 정밀화처럼 세세하게 그리지 않잖아요. 그들은 대상을 왜곡하고, 추상화하면서 내재된 본질을 드러내요. 글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쓰려고 해요. 처음 글을 쓸 때는 화려한 문체를 사용했는데, 지금은 줄일 수 있을 때까지 줄이려고 노력하죠.” 이 때문에 손 동문은 글쓰기에서 퇴고의 과정을 가장 중요시하게 여긴다. 퇴고를 하며 불필요한 말과 단어를 빼고, 문체를 날렵하게 만드는 것이 그녀가 지향하는 ‘좋은 글’이다.
 
기자가 본업인 손 동문은 다소 딱딱해질 수 있는 기사에도 문학적, 시각적 표현을 가미한다. 간결함 다음으로 글에서 중요한 것은 설명이 아닌 ‘보여주는 것’이라는 게 손 동문의 설명. “시각적 표현들이 글을 살아나게 만들어요. 스무 살 때 ‘씨네21’이라는 매체의 인터뷰 기사 중 ‘방심한 순간에도 앙 다문 입술’이라는 표현을 읽으며 감명 받았어요. 인터뷰이의 성격이 소설적으로 표현 됐지만, 본질을 꿰뚫는 묘사가 멋있었어요.” 그는 독자가 읽었을 때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는 기사를 연재하려고 노력한다. “글을 탁월하게 잘 쓰고 싶어요. 그렇다 보니 기사는 보통 기사대로, 내 글은 일반적인 글대로 쓰지 않으려 해요.”

손 동문의 노력은 그가 적어내는 기사에서 잘 드러난다. 다음은 싱그러운 풍경이 그려지는, 가수 루시드폴 인터뷰 기사 중 일부다.
 

햇빛과 폭풍우와 농부의 사랑이 만든 감귤처럼 루시드폴이 만든 음악은 귀한 힘을 품고 있다. 그의 노래는 사람의 마음을 맑히고 조용한 가운데 다시 나아갈 힘을 준다. 너무 조곤한 목소리로 너무 차분한 노래들을 부르는데도 충만한 에너지가 느껴지는 건 신기한 일이다.

Lucid Fall인 그가 이번 해 가을에 감귤과 함께 정규 8집을 수확했다. 앨범명은 <모든 삶은, 작고 크다>, 직접 쓰고 찍은 글과 사진을 담은 에세이집과 묶여 온오프라인 서점에서만 판매된다. CD에는 그가 작사-작곡-편곡은 물론 혼자서 녹음 및 믹싱한 9곡이 실렸다. 타이틀곡은 안녕,’이다.

 

거울과 같은 글들

 
글 쓰는 것이 서투른 사람들은 어떻게 쉽게 글을 쓸 수 있을까. 손 동문은 자기가 좋아하는 대상에 대해 쓰는 것을 제안했다. 표면적으로는 그 대상에 대해 쓴 글 같지만, 글쓴이의 자아가 담길 수 밖에 없기 때문.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 <잡문집>에서 정답에 가장 가까운 내용이 나와요. ‘자소서를 어떻게 쓰는 것이 좋을까요’라는 독자의 질문에 하루키는 ‘굴튀김에 대해서 써보는 것은 어떠냐’고 답했죠. 굴 튀김의 재료와 만들어지는 과정을 서술해도, 결국은 자신을 비추는 글이 완성돼요. 자신에 대해 쓰는 글은 어렵게 느껴지기 마련이니 대상이나 주제를 정해 쓰는 것이 쉬워요.”

자신의 정체성이 묻어나는 글을 쓸 때와 독자들이 그 글들을 읽었을 때, 손 동문의 순간은 빛난다. “글쓰기라는 활동의 가장 큰 장점은 그걸 통해 ‘나 자신’을 더 잘 알게 된다는 것이에요. 내가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는지 알면 나중에 선택할 때도 더 적합하고, 좋은 선택을 하게끔 도와주죠. 글쓰기는 결국 탐구활동이에요.” 절제하기에 더욱 와닿는, 손 동문의 글은 (https://brunch.co.kr/@ihearyou)에서 읽어볼 수 있다.
 
 ▲“저는 에세이 같지만, 그래도 ‘작품’으로 불리는 글을 앞으로도 쓰고 싶어요.” 손화신 동문은 일상의 소소한 얘기도 나만의 개성을 갖고 쓰면 하나의 소설이나 시 처럼,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 유혜정 기자           haejy95@hanyang.ac.kr
사진/ 최민주 기자        lovelymin12@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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