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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5 인터뷰 > 교수 중요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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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버텨라

한양대 공대의 위상을 높인 박재구 교수(자원환경공학과)

정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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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yang.ac.kr/surl/TfLR

내용

자전거를 오랜 시간 타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바퀴를 굴려야 한다. 25년간의 연구를 통해 기업을 설립한 박재구 교수(자원환경공학과)는 본인의 인생을 ‘자전거 타기’에 비유했다. 주변의 만류나 기대 속에서도 자신의 길을 걸어간 그는 한 분야에 정통하기까지 철저한 ‘장인 정신’을 지켰다. 최근 국내 유일의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벤처캐피털 KTB네트워크(대표 신진호)로부터 30억을 투자유치에 성공한 박재구 교수를 만났다.
 


끊임없이 도전하는 ‘실험실 창업기업’

박재구 교수가 실험실 창업기업 ‘㈜마이크로포어’(이하 마이크로포어)를 설립하던 2000년, 정부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 조치법’을 시행하며 교수의 창업을 독려했다. 실험실 창업기업이란 해당 대학의 교수가 대학이 보유한 연구시설을 활용해 신제품을 연구〮개발하는 벤처기업을 말한다. 박 교수는 산업 전반적으로 적용범위가 넓은 기초 소재를 개발하기 위해 꾸준히 자원산업 관련 연구를 진행했고, 이를 상용화하기 위해 마이크로포어를 설립했다.
 
마이크로포어의 주력제품은 ‘가열로 단열재’다. 박 교수는 지각을 이루는 수많은 성분 중 연구 목적에 적합한 미네랄을 조사했다. 이후 실리카(silica, SiO2) 소재를 선택, ‘가열로 단열재’를 생산했다. ‘가열로 단열재’는 약 500도 고온을 가하는 열처리 장비에 사용된다. 열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아 온도가 빠르게 상승하도록 돕고, 열처리 장비 외부로 열이 새어나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현재 디스플레이 공정의 부품소재인 ‘가열로 단열재’는 독일과 일본 등에서 전량 수입으로 공급되고 있어요. 각각의 제품들은 무겁거나 단열 효과가 낮은 등 한계점을 갖고 있죠. 이러한 제품들의 대체제로서 제가 개발한 ‘가열로 단열재’는 단열 효과가 뛰어나고 표면이 매끈매끈해 가루가 나오지 않아요.”
▲박재구 교수(자원환경공학과)가 본인이 개발한 ‘열처리 장비용 가열로 단열재 재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단열재 재료의 핵심은 공극률이다. 공극률은 재료에 공기층이 얼마나 많은지를 나타내는 수치다. 그 정도가 많을수록 단열 성능이 높아지지만, 공정 과정에서 분진이 많이 생겨 표면의 매끈함에 악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박 교수가 개발한 기술력은 표면의 입자가 발생하지 않는 것에 비해 공극률이 높고, 단열 성능이 높다. 수입 가열재보다 뛰어난 품질은 소재의 국산화를 이끄는 계기가 됐다. 현재 30억 투자 유치를 통해 국산화의 첫 발자국을 내디딜 예정이다.

창업 18년차에 접어드는 현재, 박 교수는 한양대학교 내의 실험실 창업기업 중 가장 긴 업력을 갖고 있다. 물론, 주변에선 창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재정적인 지원이 필수적이고, 제품을 생산하기까지 많은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에 한때 도쿄대학에서 대학원을 다닌 박재구 교수는 이렇게 답했다. “일본에 이런 말이 있어요. ‘물건을 만들 줄 모르면 아무것도 아니다.’ 제조업이 강해야 우리나라가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저는 이 가능성을 보고 창업을 감행했죠.”
 
도시광산 개발, 주머니 속에 있는 광산을 연구하다
 
1974년 한양대 자원공학과에 입학해 전공에 큰 매력을 느낀 박 교수는 20년간 도시광산 개발에 관한 연구도 지속했다. 도시광산 개발은 폐 휴대폰, 폐 노트북 등을 선별적으로 처리해 금속을 회수하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는 분야다. 박 교수는 해수 중에서 Li 이온을 회수하기 위한 도구를 개발하는 한편, 해저 퇴적물에서 회수한 중광물(비중이 표준입자의 비중보다 큰 퇴적암의 입자)에서 금속을 추출하는 연구를 진행해왔다.
 
“자원은 크게 세가지 과정으로 나뉩니다. 자원을 찾는 것이 ‘탐사’, 찾은 것을 캐내는 것이 ‘개발’, 그리고 캐낸 것이 지상으로 나오면 ‘처리(processing)’. 저는 ‘처리’, 즉 자원활용으로 부가가치를 올리는 연구를 하죠.” 박 교수는 더 이상 자원은 땅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닌, 사용하고 남은 자원을 재활용하는 ‘순환자원’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광산에서 귀금속을 캐던 시대는 지났어요. 이제는 주머니 속에 있는 스마트폰에 더 많은 금이 존재합니다. 우리나라 해남 금광의 광석 1t 중 금속함량이 5g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엄청난 양의 자원이 방치되고 있는 셈이죠.”
▲박재구 교수를 지난 2일 과학기술관에 위치한 연구실에서 만났다.
이렇듯 원자재 수입의존도가 높은 ‘자원빈국’인 우리나라에서 순환자원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자원은 제조업의 원천이에요. 순환자원기술로서 자원을 확보하고 이후 생산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야 해요. 우리나라에 있는 공장 수를 늘려서라도 국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제조업의 중요성이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교수로서의 역할과 기업 경영을 병행할 수 있었던 동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박재구 교수는 끈기라고 답했다. “하루에 두 시간 자면서 생활했습니다. 신발이 닳았는지도 모르고 시간을 쪼개 바쁘게 살았어요. 꾸준히 제 갈 길을 갔죠. 늪이 있으면 빠지지만, 빠져 나오는 과정 또한 재미있었네요.”

버텨라, 그리고 도전해라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둔 박 교수의 마이크로포어는 전성기로 도약하고 있다. 주변의 우려 속에서 우직한 힘으로 버텨낸 그는 후배 공학도에게 이렇게 충고한다. “도전하세요. 대기업에 들어가는 것보다 본인들이 하고 싶은 일을 만들어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실패한 벤처에 대한 제도적인 지원도 필요하지만, 스스로의 도전정신이 중요해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2015년 기준 우리나라 벤처기업의 창업 후 3년 생존율은 38%에 그친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유일의 원천기술로서 30억 투자 성공을 이끈 박재구 교수는 후배들의 본보기가 되는 공학도다. 계속해서 순환 자원과 소재 개발을 연구하는 박 교수의 새로운 소식을 기다려본다.
▲국내 유일의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박재구 교수는 새로운 자원 산업 시대에서 힘차게 도약할 것이다.


글/ 정민주 기자          audentia1003@hanyang.ac.kr     
사진/ 이진명 기자      rha925@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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