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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7 인터뷰 >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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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에서 성공한 '덕후'로 끊임없는 그의 SF 사랑

서울SF아카이브 대표 박상준 동문(해양융합과학과 85)

이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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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yang.ac.kr/surl/19lF

내용

'덕후'는 한 분야에 마니아 이상으로 열중하는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다. 그 분야에 관련된 물건 등을 모으거나 찾아보는 행위는 '덕질'이라 한다. 많은 덕후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덕업일치'를 꿈꾸지만, 이 경지에 오르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박상준 동문(해양융합과학과 85)는 그런 점에서 흔치 않은 '성공한 덕후'다. 유년 시절부터 SF(Science Fiction)를 즐기기 시작해 지금까지 동고동락한다.

 
평생을 함께한 SF

국내에서 박상준 동문의 이름을 빼고는 SF를 논할 수 없다. 수식어도 다양하다. SF 마니아부터 번역가, 비평가 등. 아서 클라크나 베르나르 베르베르처럼 직접 글을 쓰는 작가는 아니지만, 국내에 번역된 SF 작품에는 박 동문의 이름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이 밖에도 박 동문은 SF 관련 공모전에서 심사위원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으며, SF 영화가 개봉하면 GV(관객과의 대화) 해설자로도 종종 초청된다.

그와 SF의 인연은 유년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어린이 용으로 나온 <해저 2만리>, <타임머신> 등을 읽으면서부터다. “그때만 해도 재미있는 오락거리였죠. 사춘기 때 아서 클라크가 쓴 <유년기의 끝>으로 완역본을 처음 접했는데 '단순히 괴물이 나와서 치고 박는 것만이 SF가 아니구나'란 충격을 받았어요. 시야가 확 넓어졌죠." 박 동문이 읽었다는 <유년기의 끝>은 1953년 출판된 장편 소설로, 외계 문명의 접촉부터 인간의 종말을 그린다. 여기서 느낀 충격이 박 동문이 본격적으로 SF를 탐독한 계기가 됐다.
▲ 지난 2월 22일 서울시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박상준 동문(해양융합과학과 85)을 만났다.

다른 차원을 상상하는 매력

SF는 어떤 장르보다 '상상력'이 중요한 세계다. SF에서의 상상력이란 무엇일까. “지금은 누릴 수 없지만 미래에는 가능할 지도 모르는 기술을 상상하는 것이죠.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우주 여행과 <타임머신>에서의 시간 여행이 그런 상상을 바탕으로 쓰였어요. 혹은 또 다른 시공간을 상상하는 겁니다. 한국 소설 중에는 복거일의 <비명을 찾아서>와 같은 대체 역사 소설이 있겠네요." SF 소설을 읽다 보면 미래의 기술 발전에 대한 고민도 가능하단 것이 박 동문의 설명이다. 

그러나 한국이 SF를 대하는 태도에는 아쉬움이 많았다. 박 동문이 느낀 것은 두 가지다. 완역된 SF 소설이 국내 시장에 거의 전무했고, 아동용 도서에는 완역본에서 생략된 부분이 많았다. “문학계 내에도 장르 문학을 무시했던 경향이 있어요. 각박한 현실을 두고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한다'는 곱지 않은 시선이 있었죠. 그래서 90년대까지만 해도 진지하게 SF에 접근하려는 시도가 없었어요. 통속적인 작품이 주를 이뤘죠." 박 동문은 결국 원서를 찾아 읽고, 후일 직접 번역까지 하게 된다. 

박 동문은 SF도 사회 문제에 대한 의식이 담겨있다고 말한다. "제가 대학에 갔을 때만 해도 군부 정권이었어요. 지금보다 더 억압적인 분위기였죠. 그 즈음에 읽은 SF에는 사회 문제를 다룬 작품이 많았어요." 그는 조지 오웰의 <1984>,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등을 예로 들었다. 최근에는 SF를 뛰어 넘는 현실 때문에 굳이 SF를 읽어야 하냐는 농담 섞인 목소리도 있다. “출판계에선 이런 말이 있어요. 현실이 너무 판타스틱해서 소설을 볼 필요가 있느냐고. 요즘 들어 더 그래요(웃음).”
 
▲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인공지능과 우주여행 등을 상상해 만든 대표적인 작품이다. 

어느 덕후의 보물 창고 '서울SF아카이브'
 
다행히도 SF에 대한 문단의 시선은 점점 누그러지고 있다. “문학계에도 젊은 피가 늘어나면서 선배 세대보다 장르 문학에 관대한 사람이 늘었어요. 최근에 활동하는 작가 중에는 일반 문학과 SF를 함께 쓰는 사람도 있고요." 박 동문은 이런 변화에 맞게 국내 SF 자료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아카이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90년대 초부터 SF와 관련된 자료를 모은 그였다. “헌책방 같은 곳을 무작정 다녔어요. 최근에는 온라인에서 헌책방 자료를 검색하거나, 문화예술 경매사이트를 이용하기도 하죠." 

박 동문의 사무실은 이렇게 수집한 자료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책장과 책상은 무수히 많은 도서와 DVD, 카세트 테이프, 비디오에 점령당한지 오래다. 박 동문은 이 사무실을 '서울SF아카이브'라 이름 붙였다. “사실... 지금 자료가 너무 많아서 정리할 엄두가 안 나요. (사람을 부르는 건 어떻냐고 하자) 어떻게 치워야 할지는 어지른 사람이 제일 잘 아는 법이잖아요. 지금 제 사무실이 그래요. 비디오는 또 언제 정리하지(웃음)." 박 동문은 자신의 보물 창고가 SF를 연구할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박상준 동문의 '서울SF아카이브' 내부. 직접 뛰며 모은 작품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출처: 박상준 동문)
 
“SF 따라잡는 과학기술 보면 흥미롭다”
 
박 동문은 SF 덕후로서 최근 과학 기술의 발전이 흥미롭다고 말한다. 아서 클라크가 오래 전 예상한 기술을 만나면 반갑고, 이렇게 일찍 가능하리라 생각하지 못했던 기술이 나와 놀랄 때도 있다. “지난해엔 알파고를 보면서 '인공지능이 정말 여기까지 왔구나'하며 감탄했죠. 유명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말했듯 정말 SF가 과학 기술에 추월당하는 때가 곧 올지도 모르겠어요(웃음).”
 
그러면서도 과학기술이 번영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면서, 디스토피아 소설을 예로 들어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제가 번역한 책 중에 <화씨 451>이란 책이 있어요. 책을 못 읽게 태운다는 점을 빼고는 모든 것이 만족스러운 세상을 배경으로 하는데, 역으로 '과연 이런 것이 유토피아가 맞을까'라고 묻죠. 우리도 발전하는 과학 기술 속에서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생각해야 합니다." 

박 동문은 앞으로도 새로운 SF 속에서 행복한 유영을 계속할 생각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기술이 나오는 요즘에도 SF 속에는 생각하지 못한 세계가 끊임 없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새로운 모습의 SF를 만나는건 어떨까.
 
▲ 박상준 동문을 빼고는 국내에서 SF를 논할 수 없다. 그의 곁에는 언제나 SF가 함께할 것이다. 
 
글/ 이상호 기자         ta4tsg@hanyang.ac.kr
사진/ 김윤수 기자      rladbstn625@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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