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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 20 중요기사

[교수]“왜 로봇을 만드냐고요? 재밌잖아요”

TV 속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로봇은 멋지다. 사람들이 위험에 처할 때마다 우리를 닮은 거대로봇이 날아와 거뜬히 사람을 구한다. 로봇은 많은 남성들의 어린시절을 장식했던 소재다. 만화 속 이야기일 뿐이던 로봇이, 어느새 실재하는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 걸음의 선두에는 ‘로봇덕후’ 한재권 교수(융합시스템학과)가 있다. 그의 곁은 로봇투성이 한 교수는 국내외로 유명한 로봇공학자다. 고려대학교 기계공학과 졸업과 동대학원 석사 학위를 받은 후 무기 산업에서 종사하다 십년 전부터 로봇공학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의 사무실은 온통 로봇 천지다. 중앙에는 최근 개발한 스키로봇 ‘다이애나’가, 책상 위에는 그의 첫 작품 ‘험비’가, 그 밖에 어딜 둘러보든 로봇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들의 아버지가 바로 한 교수 되겠다. ▲지난 18일 연구실에서 만난 한재권 교수(일반대학원 융합시스템학과)로부터 로봇과 함께한 이야기를 들었다. 로봇은 이미 우리에게 낯선 존재가 아니다. 과거 상상 속에만 존재하던 로봇들은 이미 다양한 형태로 우리 곁에 있고, 얼마 후면 흔히 상상하는 ‘사람을 닮은 로봇’, 곧 휴머노이드 또한 흔해질 거라곤 말한다. 하지만 로봇을 만드는 로봇공학은 무척 낯선 분야다. 특히 국내에는 로봇공학을 하는 기업이나 대학이 그리 많지 않다. 한 교수의 직업이 더욱 특별해 보이는 이유다. 하지만 그 스스로는 특별한 사람으로 분류되기 원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은 “좋아했던 일을 쫓은 것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말한다. 흔히 언론이나 방송에서 한 교수를 동생을 위해 로봇공학자가 된 사람이라 말한다. 뇌성마비인 동생을 돕고 싶어 로봇을 만들게 됐다고. 하지만 그는 이렇게도 말한다. “따지고 보면 결국 TV 속 로봇이 멋있다고 생각해서 이 길을 택한거죠. 만약에 그때 의학드라마에 몰입했더라면 의사를 하겠다고 하지 않았겠어요?” 늦었지만 제대로 가슴속에 품어 둔 로봇이지만, 한 교수의 어릴 적 한국은 지금보다 로봇을 배우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아쉬움 속에 기계공학과를 택했고, 석사까지 취득했지만 바로 로봇의 길로 가진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방법은 있었어요. 일본이나 미국처럼 로봇공학이 발달한 곳으로 유학을 고려해볼 수 있었죠. 그땐 확신이 없었던 듯해요.” 한 교수는 석사 이후 얼마간 대기업에서 무기 관련된 연구를 진행했다. 그러던 중 늦게나마 유학을 마음먹었고, 또다른 유명 로봇공학자 데니스 홍 교수가 있는 버지니아 공대로 가 제대로 로봇을 배웠다. 그동안 본격적으로 로봇을 만들지 못해서 였을까, 한 교수는 이후 엄청난 속도로 로봇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사람들 앞에 처음 선 보인 로봇은 변신하는 ‘험비’. 미군 장갑차 형태의 RC카를 일주일 만에 개조해 만들었다. “그때 막 <트랜스포머> 첫 시리즈가 나왔을 때에요. 영화 보고 무척 감명받았는데, 마침 회사에서 휴가를 길게 얻어서 ‘이때다’하고 만들었죠.” 그렇게 만든 로봇은 유투브에도 올라와 현재 3백만 회가 넘는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만들었던 모든 로봇이 소중한 그에게 아직도 험비는 큰 인상과 함께 사무실 책상에 남아있다. 다가오는 로봇시대는? 흥미롭게도, 로봇공학자로서 한 교수는 되려 “꼭 로봇공학자가 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로봇 기술은 분명 세상을 바꿀 겁니다. 현존하는 많은 직업이 사라지겠죠. 하지만 대신, 로봇을 이용한 무수히 많은 직업이 생겨날 것입니다.” 그는 ‘러다이트 운동’을 언급하며, 로봇이 지배하는 미래와 같은 부정적인 예측이 과장된 면이 있다고 한다. “당시에도 많은 사람들이 ‘내 일자리를 돌려달라’며 기계를 부쉈지만, 이내 그 기계들을 활용한 새 일거리를 하러 다들 흩어졌죠. 로봇도 단기적으로는 경쟁자로 보이지만, 결국 또 다른 일거리를 만들테죠.” 그렇다면 어떤 직업이 생겨날까. 한 교수는 과도한 예측은 또한 경계했다. “어떤 직업이 나타날 지는 아무도 알 수 없어요. 미래를 예측한다는 얘기는 사기죠. 다만, 로봇의 특성을 잘 알고 대비할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그는 로봇의 특징으로 고도화된 계산 능력, 지극히 이성적인 판단 등을 꼽았다. “반대로 사람은 비이성적이고, 계산 대신 직관에 많이 의존해요. 과거에는 인간의 단점으로 여긴 것들이지만, 이젠 이를 활용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로봇 제작에 공학만 이용되지 않다는 점도 언급했다. 한 교수는 자신의 작품 중 외형이 예쁜 로봇들은 모두 미술을 전공한 아내 엄윤설 교수의 손을 거쳤다고 강조한다. 또한 가장 최근에 제작한 스키 로봇 ‘다이애나’는 전 스키 국가대표 문정인 씨와 협업을 거쳤고,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로봇들은 심리학 쪽 연구자와의 협업으로 만들었다. “크게 보면 로봇은 도구이기도 해요. 로봇 자체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각 분야의 전문가가 ‘어떻게 활용하겠다’는 것도 중요한거죠.” 평생가겠다, 로봇 사랑 한 교수는 재작년부터 우리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 양성도 도모하고 있다. 세계적인 대회였던 DARPA(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 로보틱스 챌린지에 참가하며, 한국에 로봇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 마침 ERICA캠퍼스에 로봇공학과가 생겨 일반대학원 융합시스템학과와 공학대학 로봇공학과에서 학생들을 지도한다. 최근엔 지도했던 학생들이 국제대회에서 우승하는 쾌거를 이룩하기도 했다.(관련기사:유호연·배종학 학생 ‘로보페스트 국제대회’ 우승) 앞으로도 물론 로봇을 만들어갈 한 교수다. “아주 장기적으로는 만화 속 거대로봇도 만들고 싶어요. 이유요? 멋있잖아요! 물론 쉽진 않을거고, 가깝게는 휴머로이드도 계속 만들고, 재난 탐사에 필요한 로봇도 더 만들고,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HRI로봇도 만들겁니다. 언제나 즐거운 일이죠.” ▲한재권 교수가 최근 만든 스키로봇 '다이애나'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글/ 이상호 기자 ta4tsg@hanyang.ac.kr 사진/ 박영민 기자 pym0212@hanyang.ac.kr

2017-09 18 중요기사

[동문][세계 속의 한양인] 지구 반대편에서는 빙수가 열풍!

잉카문명의 발원지이자,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따뜻한 기후를 자랑하는 나라 페루. 한국에서 무려 21시간을 비행해야만 도착하는 이곳에선 새로운 디저트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시작했다. 이슈의 주인공은 한국에서 사계절 내내 즐길 수 있는 눈꽃 빙수. 표지도 동문(경영학부 09)은 아이스크림의 수요가 높은 페루에 빙수라는 음식을 알리기 위해 친구와 함께 페루 최초의 빙수 가게 ‘미스터 빙수’를 차렸다. 여름엔 줄 서서 먹는다고 소문난 이 가게, 어떻게 페루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어서 와, 빙수는 처음이지? 올해 4월 초, 페루의 수도 리마에 개업한 ‘미스터 빙수’는 현재 다섯 개의 메뉴인 ‘딸기 빙수(Fresa Bingsu), ‘망고 빙수(Mango Bingsu)’, ‘초코 빙수(Choco Bingsu)’, ‘치즈 빙수(Cheese Bingsu), 그리고 ‘멜론 빙수(Melon Bingsu)’를 페루 사람들에게 선보인다. 빙수 외에도 한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허니브레드’와 ‘초코브레드’, 그리고 컵라면과 한국 과자들도 판매한다. ▲’미스터 빙수’의 다섯 가지 빙수. 과일 빙수는 제철과일에 따라 대체되기도 한다. (출처: 표지도 동문) 빙수 재료는 모두 페루에서 구하지만, 한국의 생과일 빙수와 다를 것 없다는 점이 특징. “오히려 한국적인 메뉴를 페루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것 같아요. 다만, 한국에서 맛볼 수 있는 팥빙수나 인절미 빙수는 아직 팔지 않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팥이나 떡을 현지인들이 좋아하진 않거든요.” 한국의 빙수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던 표 동문은 그 경험을 살려 빙수를 직접 만든다. 듬뿍 담겨 있는 제철 과일과 혀에 닿자마자 사르르 녹는 미세한 우유 얼음 조각들은 페루인의 입맛에 그야말로 ‘안성맞춤’이었다. 그들은 처음 맛보는 디저트에 엄지를 치켜세우며 ‘맛있다’라는 말을 아끼지 않는다고. “건강한 느낌을 주는 생과일과 우유가 들어간 메뉴다 보니, 기존에 현지인들이 즐겨 먹던 아이스크림보다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현재 ‘미스터 빙수’ 페이스북 공식 페이지의 좋아요 수는 무려 1만 4천여 개에 달한다. 개업한지 5달 남짓이지만, 현지 방송에도 출연할 만큼 ‘빙수 열풍’은 대단하다. ▲한국으로부터 상륙한 눈꽃 빙수를 맛보기 위해 ‘미스터 빙수’앞에 줄서 있는 현지인들. (출처: 표지도 동문) 지난 2014년에 교환학생으로 페루 땅에 첫발을 디딘 표 동문. 흥미롭게도 중학생 때부터 장래희망이 ‘사장님’이었던 그는 현지에서 생활하며 각종 사업 아이템을 물색했다. 그렇게 1년 후 표 동문은 이곳에 빙수를 들여오기로 했다. “페루 사람들은 아이스크림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인기에 비해 종류가 많지 않더라고요. 눈꽃 빙수라면 통할 거라고 확신했죠.” 빙수가 이미 보편화된 한국과는 달리, ‘블루오션’이라고 생각했던 남미행은 성공적이었다. 창업의 밑거름이 된 대학생활 “교환학생 생활을 하며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졌어요. 다른 나라 사람들의 문화와 사고방식이 우리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고, 제가 생각할 수 있는 폭이 편협했다는 것을 깨달았죠.” 페루에서의 경험은 표 동문 인생의 전환점이자 창업의 원동력이었다. 페루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도 잊을 수 없다. “저를 한국에서 입양한 아들이라며 따뜻하게 맞아 주신 페루 홈스테이 가족들은 낯선 땅에 도착한 저에게 포근한 둥지를 제공해줬어요. 이들의 존재가 창업을 준비하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표 동문은 언어에도 두려움 없이 부딪혔다. “일부러 현지인들을 계속 만나서 현지언어를 쓰려고 노력했어요. 모르는 단어나 문장은 그때그때 적어서 외웠고, 1년간 한국어를 쓰지 않고 스페인어만 하니 저 스스로가 뿌듯할 정도로 실력이 많이 늘었죠.” 덕분에 표 동문은 창업 과정 중 언어의 어려움은 없었다고 말했다. 손님들과의 일상생활 소통도 가능하기에 그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 ▲현지인 손님들과 포즈를 취하는 표지도 동문(오른쪽)과 동료 김주엽씨. 표 동문은 손님들이 한 번 빙수를 맛보고 꾸준히 다시 찾아올 때 가장 보람을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출처: 표지도 동문) 표 동문은 교환학생 외에도 ‘또래 튜터링’, 멕시코 어학 프로그램, 응원단, 그리고 가지각색의 아르바이트로 바쁘게 지냈던 대학 생활을 진심으로 그리워했다. “지금도 대학생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많이 들 정도로 학교생활이 너무 즐거웠어요. 특히 과 자체가 창업과 밀접하기도 했고, 창업을 지지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큰 동기부여가 됐습니다. 창업에 관련된 수업인 ‘경영자료분석’에서 창업을 가정하여 사업계획서를 써보고, 분석하고, 발표했던 것이 실제로 가게를 낼 때 많은 도움이 됐죠.” 남미 전역이 ‘눈꽃’으로 물들 때까지 “남미 전역에 확장할 계획이 없었다면 시작도 안 했어요.” 표 동문은 미스터 빙수의 분점을 페루의 타지역들과 남미의 다른 나라에 내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확장을 위해서는 넉넉한 자본이 필요한 것이 현실. 그는 "매출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현재, 페루의 겨울을 극복하고 다가오는 여름을 준비하는 일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또한, 다가오는 여름에는 과일 빙수의 종류를 늘리고 커피 빙수도 추가하면서 빙수의 종류를 다양화할 계획이라고. “고객들이 빙수만 먹으러 오는 게 아니라, 한국의 디저트 문화를 경험하는 동시에 한국의 매력에 푹 빠질 수 있도록 노력할 거예요.” 페루에서 얻은 귀중한 교훈들과 좋은 인연들을 새기며 언제나 정성 들인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표 동문. ‘세계 속의 한양인’으로서 한국의 위상을 남미에서 높이겠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페루 여행을 계획하고 있거나 여행 중인 한양인이라면, 먼 타지에서 맛볼 수 있는 빙수를 만나러 ‘미스터 빙수’를 방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 ▲’미스터 빙수’가게 안에서 빙수를 들고 활짝 웃고 있는 표지도 동문(왼쪽)과 동료 김주엽씨. 옆 쇼윈도에는 한국 과자인 ‘빼빼로’도 판매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출처: 표지도 동문) 글/ 유혜정 기자 haejy95@hanyang.ac.kr

2017-09 14

[학생][한양피플] 스스로 선택하고 도전하는 삶

사막 마라톤, 철인 3종 경기, 봉사 활동, 학업, 직장 생활… 김채울 학생의 하루는 남들과는 다른 속도로 흐른다. 한 사람이 이렇게 많은 일을 소화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는 이유는 그녀를 가슴 뛰게 만드는 목표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무엇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소중한 것들이기에 마음껏 욕심을 부려본다는 꽃다운 청춘을 만났다. 글. 박도근 / 사진. 안홍범, 김채울 ▲ ‘사하라 사막 마라톤’ 완주 메달을 들고 포즈를 취한 김채울(산업융합학부 16) 학생 아픈 아이들을 위한 사막 마라톤 지난 5월, 지구상에서 가장 뜨거운 곳이라 불리는 ‘사하라 사막 마라톤’을 완주한 김채울 학생. 누군가는 왜 사서 고생이냐며 만류하기도 했지만 그녀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자 성취였다. “아이들에게 관심이 많아서 종종 봉사 활동을 다녔어요. 그러다가 2014년에 회사(한국지역난방공사)에서 진행하는 ‘은총이와 함께하는 철인 3종 경기’에 스태프로 참여하게 됐고, 이후 장애 아동들에게 조금 더 보탬을 줄 수 없을까 고심하다가 사막 마라톤을 떠올리게 됐습니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후원금을 모아 아픈 아동들에게 전달할 수 있고, 사막 마라톤 도전을 통해 아동 환우 전문 병원의 열악한 현실을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막 마라톤은 일주일간 10~15Kg의 배낭을 짊어지고 매일 40~50Km의 먼 거리를 뛰어야 하는 힘든 대회다. 쉽게 지치지 않는 체력과 강한 정신력은 필수. 이를 위해 작년 10월부터 훈련에 매진했다. 웬만한 훈련은 다 해봤다고 자부했지만, 실전은 그녀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힘들었다. “대회 첫날부터 ‘내가 여기에 왜 왔을까?’ 싶을 정도로 무척 힘들었어요. 특히 전에 수술했던 무릎 부위에 통증이 왔을 때는 너무 아파서 포기할 생각도 여러 번 했죠.” 가야할 길은 까마득했고, 모든 것이 막막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고, 자신을 지지하고 도와준 사람들을 실망시킬 수 없었다. 힘들 때마다 이 도전이 갖는 의미를 떠올리며 달렸고, 결국 완주에 성공했다. 김채울 학생은 이번 사하라 사막 마라톤 도전으로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167명의 기부자로부터 모은 700여만 원을 어린이 재활 병원 기금으로 전달했다. ▲ 대회 여섯째 날, 사막의 언덕(듄)에서 달리고 있는 모습 ▲ 레이스 시작 전 다른 참가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나만의 인생을 설계한다 김채울 학생은 소위 말하는 ‘직대딩’이다. 낮에는 회사에서 일하고, 저녁과 주말에 캠퍼스에서 수업을 듣는다. 그녀가 대학 입시 대신 취업을 선택한 건 중학교 때 알게 된 ‘선취업 후입학’ 제도 덕분이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야 하는 이유가 졸업 후 취업이라면, 대학 진학은 필수가 아닌 선택 사항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일찌감치 취업을 목표로 스펙을 쌓고 자기 계발을 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특성화 고등학교에 입학했고, 3년간 경영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15개의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 결과 한국지역난방공사에 공채로 합격할 수 있었고, 이후 계획대로 재직자 전형을 통해 지난해 한양대 산업융합학부에 입학했다. “진학 준비를 하면서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제대로 된 정보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는 거예요. 아는 선배가 없어서 경험담이나 조언을 들을 수 없었죠. 그래서 ‘직대딩’이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직접 만들었어요. 직장 생활을 하면서 대학 진학을 꿈꾸는 분들이 저처럼 헤매지 않고 쉽게 정보를 찾았으면 하는 마음에서요.” 매순간 최선을 다하며 스스로 선택하고 도전하는 삶을 사는 김채울 학생. 그녀의 버킷리스트는 여전히 빼곡하다. 그 안에는 사막 마라톤처럼 이미 이뤄낸 것보다 앞으로 이뤄야 할 것들이 더 많다. 하고 싶은 것도, 해야 할 일도 많기 때문이다. 그중에는 잘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한 도전도 있다. 그럼에도 결국은 모두 해낼 것이라 확신한다. 이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지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다 보면 결국 목표를 이루게 되리란 것을 알기 때문이다. 몸은 조금 고되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30~40대의 모습을 만들어가기 위해, 30~40대의 자신이 인정할 만한 20대를 사는 것. 그것이 바로 그녀가 바쁘게 살면서도 미소와 여유를 잃지 않는 이유다. ▲ 롱데이(무박으로 80km를 달리는 날) 중간 지점에서 물을 보충받고 있는 모습 ▲ 일주일간의 레이스 완주 후 한국인 참가자와 함께 기념 촬영을 했다 사랑한대 2017년 9-10월호 이북 보기

2017-09 14

[학생][도전한대] 세상을 놀라게할 괴물의 등장

대학생 종합 혜택 서비스를 지향하는 팝몬스터는 지난 2016년 10월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해 현재 약 3만 명에이르는 페이스북 유저를 보유하고 있다. 대학생 장학금, 무료 체험, 할인숍까지 대학생들의 고민을 누구보다 잘이해하고 해결해주는 몬스터가 등장한 것에 많은 유저들이 열광하고 있다. ‘팝!’ 하고 나타나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하는 괴물처럼 세상을 놀라게 하기 위해 나선 팝몬스터 대표 최지은 학생을 만나봤다. 글. 이주비(학생기자) / 사진. 안홍범 ▲ 팝몬스터 대표 최지은(생체공학과 12) 학생 기업과 대학생의 연결고리 “360만 대학생들이 행복해지는 그날까지!” 팝몬스터를 가장 잘 나타내는 문구다. 팝몬스터의 메인 서비스인 장학금은 기업이 지출 하는 광고비의 일부를 대학생에게 혜택으로 돌려주는 구조다. 기업들은 매년 광고를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을 사용하는데 확실한 타깃 광고를 하지 못해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허비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팝몬스터가 기업에게는 효율적인 광고 서비스를 보장하고, 대학생에게는 기업이 제공한 장학금과 물품 및 서비스를 공급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나섰다. 최지은 대표는 “스타트업 홍보팀에서 잠깐 일했던 경험이 있는데 그때 비효율적인 광고에 대한 문제를 깨닫게 됐다”며 “대학생 신분이었기 때문에 기업의 입장과 대학생의 입장을 동시에 이해할 수 있었다”며 팝몬스터의 장학금 서비스를 구상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팝몬스터는 장학금 이외에도 캠페인과 대학생 할인숍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캠페인은 일종의 체험단 모집에 해당한다. 즉 기업의 제품을 학생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리뷰를 제공받는 구조다. 할인숍은 대학생이면 누구나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이처럼 팝몬스터가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기업과의 협업이 필수다. 이를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발로 뛰고 있다. “저희에게 먼저 관심을 갖고 연락을 주는 기업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아요. 그런 경우 저희가 먼저 적극적으로 알리는 편이에요. 그분들에게 저희가 어떤 취지로 이러한 일을 하고 있는지, 무분별한 광고를 하기보다는 정확한 광고 타깃을 대상으로 한 광고를 하는 게 얼마나 효과적인지 설득합니다. 일종의 광고 컨설팅인 셈이죠.” ▲ 교통카드 칩이 내장된 팔찌로 ‘ 테크노경영학’ 강의에서 대상을 받은 모습 다채로운 아이디어로 무장하다 최지은 대표는 평소 아이디어를 내는 것을 좋아한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에는 적목 색맹 환자를 위한 LED 패턴 횡단보도와 하지마비 환자를 위한 자동 휠체어를 발명한 경력이 있다. 대학에 와서도 그 관심은 계속돼 교통카드 칩이 내장된 팔찌로 ‘테크노경영학’ 강의와 한양대 창업경진대회인 ‘라이언컵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이렇게 대회에서 인정받은 경험들이 실제 창업에도 도움이 됐다. 창업과 발명,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두 영역이지만 끊임없이 새로운 생각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통통 튀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생각해내는 걸까. “저는 뉴스를 보는 것도 좋아하고 SNS도 즐겨 해요. 인터넷 서핑을 가리지 않고 많이 하는 편인데, 이 과정을 통해 키워드를 발견하게 되죠. 그러면 그 키워드 하나를 가지고 많은 생각을 해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을 이어갑니다. 그러다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나오면 적어놓는데, 이런 아이디어 2~3개를 붙여서 다른 아이디어를 만들기도 하죠.” 새로운 것들을 생각해내길 좋아한다는 최지은 대표. 이런 작은 아이디어를 모으고 메모하는 습관이 결국 창업에 이르게 된 원동력은 아닐까. 실제로 그녀는 팝몬스터에 대한 아이디어 하나를 가지고 정부에서 운영하는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입교할 수 있었다. 이후 1년 동안 코칭을 받으면서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나갔고, 그렇게 올 초에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청년창업사관학교는 창업을 하는 데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됐던 정말 좋은 제도예요. 저는 2016년 6기와 2017년 7기로 2년 연속 선발됐는데, 이곳에서 받은 도움이 없었더라면 창업이 힘들었을거예요. 창업을 꿈꾸는 분들이라면 이 제도를 적극적으로 이용하시길 권합니다.” 두려움을 극복하고 도전 현재 팝몬스터는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기보다는 기존 서비스를 정착시키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팝몬스터의 인지도를 높이고, 이를 통해 더 많은 기업들과 협업을 맺어 대학생을 위한 혜택으로 돌려준다면 회원 수도 자연스럽게 늘 것이다. 아울러 대학생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다른 기업들과 경쟁보다는 제휴를 통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구조를 모색하고 있다. “기업의 투자 유치를 위해 더 많이 노력해야죠. 이를 바탕으로 팝몬스터를 하루 빨리 성장시키는 것이 당장의 목표입니다.” 이와 함께 보다 다양한 서비스를 구상 중에 있다. 취업 정보 공유 서비스를 비롯해 쉐어하우스나 노트필기 공유와 같은 서비스가 그것. 최 대표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하나씩 서비스를 확장 시켜나갈 계획이다. “창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두려움을 극복하는 거예요. 졸업을 앞둔 학생이라면 취업을 할 수도 있고, 대학원에 진학할 수도 있잖아요? 그런 것들을 뿌리치고 어린 나이에 창업을 한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에요. 하지만 분명 좋은 경험이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하지만 스펙 쌓기용으로 하는 창업은 절대 반대다. “간혹 스펙을 쌓기 위해 창업을 시도하는 학생들이 있는데 그건 정말 말리고 싶어요. 창업은 그렇게 간단하고 만만한 일이 아니거든요. 그야말로 꿈과 열정이 있는 사람들이 도전해야 할 분야예요.” 최지은 대표에게도 분명 두려움과 어려움이 있었다. 어리다는 이유로 경험이 부족하고 미숙할 것이라는 편견 섞인 시선을 감내해야 하는 시간이 있었다. 이런 시간을 뛰어넘어 세상을 놀라게 할 준비를 마친 그녀. 팝몬스터가 대학생 대표 서비스로 하루 빨리 자리매김하길 바라며,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 Q 청년창업사관학교란 어떤 곳인가요? A 창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큰 힘이 되어 주는 국가 정책 중 하나입니다. 최대 1년 동안 1억 원을 지원해줍니다. ‘학교’라는 명칭이 들어가는 것처럼 이름 그대로 창업자를 육성하는 사관학교 같은 곳이에요. 이곳에서 지원금도 받고, 창업 교육과 멘토링도 받으면서 창업가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Q 청년창업사관학교의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서류 제출 후 2주 동안 매일 다양한 활동들을 하며 임원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후 두 번의 PT 발표를 거쳐 최종 선정이 됩니다. 선발 과정이 까다로운 만큼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어요. Q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 어떤 것을 배울 수 있나요? A 아이디어만 가지고 입교를 하면, 해당 아이디어를 고객에게 검증받을 수 있고, 이와 함께 고객 발굴 방법도 배울 수 있습니다. 그 후 1년에 걸쳐 개발, 디자인, 마케팅, 투자 등에 대한 전반적인 창업 교육을 받게 됩니다. Q 한양대의 창업 지원 프로그램 중 이용한 게 있다면요? A 저는 지금 창업 동아리 소속이에요. 그래서 글로벌기업가센터에서 동아리 지원금을 받고 다양한 자문도 구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무료법률 자문 등을 꼽을 수 있어요. 또 여러 대외 활동을 지속적으로 알려주셔서 빠짐 없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지속적인 멘토링과 성과 체크를 통해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사랑한대 2017년 9-10월호 이북 보기

2017-09 13

[동문][동고동락] 세 국적, 다섯학생의 글로벌 창업 체험

지난 6월 21일 한양종합기술연구원(HIT)에서 ‘2017 글로벌 창업 아이디어 해커톤대회’가 열렸다. 이날 처음 만나 ‘한중미’ 팀을 이룬 한국, 중국, 미국 국적의 다섯 학생들은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모아 우수상이라는 쾌거를 거뒀다. 한중미 팀을 이끈 이강우(철학과 13) 학생과 중국 국적의 고영군(대학원 대중문화 시나리오학과 석사과정 16) 학생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글. 이주비(학생기자) / 사진. 안홍범 ▲ 2017 글로벌 창업 아이디어 해커톤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은 ‘한중미’ 팀 ▲ ‘한중미’ 팀에 유일한 한국인 학생으로 참여한 이강우 학생 현장에서 처음 만난 한국, 미국, 중국 학생들 글로벌 해커톤대회의 주제는 국가별 특성에 맞는 사업 아이템을 찾는 것이었다. 대회 참가자들이 나름의 창업 아이템을 미리 준비해 오고, 이를 토대로 팀원을 모아 기획한 뒤 발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날 따로 참여했던 이강우 학생과 고영군 학생 역시 나름의 창업 아이템을 준비해왔지만 팀원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랜덤으로 구성된 팀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서로의 아이디어가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 그 자리에서 새로운 아이템을 구상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 국적의 도레이(대학원 유아교육학과 석사과정 17) 학생이 중국 유아교육과 관련된 문제를 제기했다. 중국인 팀원들을 비롯해 모두가 이에 대해 크게 공감했고, 그렇게 한중미 팀의 주제는 ‘중국 유아시장 교육 콘텐츠’로 정해졌다. 팀원 다섯 명 중 한 명은 한국인, 또 다른 한 명은 미국에서 온 교환학생, 나머지 세 명이 중국인이었던 만큼 중국의 특성을 잘 살릴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고영군 학생은 “중국에서는 아이에 대한 관심이 무척 큰 편”이라며 “중국의 유아시장이 아직은 많이 발달하지 못한 상태라 타깃으로 잡으면 좋을 것 같았다”며 주제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강우 학생은 “중국은 두 자녀 정책 도입 이후 어린 아이들의 수가 점점 늘어나고, 동시에 맞벌이 부부 수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맞벌이 부부의 아이들은 대개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손에 맡겨져 길러지는데, 그러다 보니 중요한 시기에 감수성이나 사회성 등과 같은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래서 제대로 된 교육을 위한 솔루션을 제시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죠.” ▲ 이강우 학생(왼쪽)과 고영군 학생이 환하게 웃으며 승리의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인생의 튼튼한 토대가 될 다양한 창업 경험 ▲ 해커톤대회를 통해 창업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말하는 고영군 학생 한국, 중국, 미국 세 국가의 학생들이 만난 만큼 의사소통이 쉽지만은 않았다. 이강우 학생은 “한국말을 못하는 중국인 유학생도 있었고, 영어를 못하는 친구도 있었어요. 반면에 미국 친구는 중국어를 하지 못해서 소통을 할 때 몇 번의 통역을 거쳐야 했죠”라고 대회 당시의 고충을 밝혔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로 바뀌었다. 다른 팀에 비해 높은 외국인 학생 비율이 한중미 팀의 장점이자 차별점으로 작용한 것이다. 미리 준비해 온 아이디어로 발표를 준비한 다른 팀들과는 달리 한중미 팀은 그 자리에서 처음 만난 팀원들의 특성을 살려 주제를 정하고, 발표를 준비했다는 점에서 대회의 취지에 더 부합했던 것이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중국 유아시장 콘텐츠는 그 가능성을 인정받아 결국 우수상을 받았다. 고영군 학생은 “이번 대회 참여를 통해 창업 아이템 기획 단계에서의 노하우를 많이 배울 수 있었다”며 “머릿속에 있는 막연한 아이디어를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천에 옮길 수 있는지를 알게 됐다”고 대회 참여 소감을 전했다. 이강우 학생은 다양한 창업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대회 지원자 중에는 실제로 창업을 해본 분들도 있었어요. 심사위원들 중에 전문가와 투자자도 있었고요. 그래서인지 수업으로는 접할 수 없었던 소중한 경험을 한 것 같습니다. 백세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 자의든 타의든 창업은 이제 필수가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지금 당장 창업을 하지 않더라도 꾸준히 관심을 가지려고 합니다.” 비록 하루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창업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고 한목소리로 말하는 한중미 팀원들. 창업에 대한 그들의 남다른 관심이 언젠가 알찬 결실로 이어지길 바란다. 사랑한대 2017년 9-10월호 이북 보기

2017-09 13

[교수][시선집중] 성실함으로 오롯이 한길을 걷다

지난 6월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물리학과 김은규 교수와 울산과학기술원 석상일 교수, 고려대학교 노준홍 교수가 공동 연구한 세계 최고 효율의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 태양전지에 대한 연구 성과가 실렸다. 김은규 교수에게는 지난 30년간 굳건히 한길을 걸어온 결실이자 성과였다. 글. 박영임 / 사진. 안홍범 ▲ 물리학과 김은규 교수 저명한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게재 과학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자신의 논문이 실리길 소망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과학저널 <사이언스>. 하지만 까다로운 심사와 함께 경쟁률이 높아 누구나 논문 게재의 영광을 누릴 수는 없다. 물리학과 김은규 교수는 한국화학연구원에서 태양전지연구센터를 이끌었던 울산과학기술원 석상일 교수, 고려대학교 노준홍 교수와 함께 세계 최고 효율을 기록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개발했다. 그 연구 성과가 <사이언스> 6월 30일자에 게재됐다. 기쁨의 크기가 너무 컸던 것일까. 김은규 교수는 논문이 게재된다는 최종 통보를 받았을 때 의외로 덤덤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3월 말에 논문을 투고했는데 1~2주 후 1차 심사를 통과했다는 편집자의 메일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빠르게 1차 심사를 통과한 것은 그만큼 연구 성과가 우수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게재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최종 통보는 5월 중순께 받았어요.” 하지만 논문이 실린다는 소식에 담담했던 것과는 달리 논문 요약문의 첫 문장, 첫 단어로 ‘결함 상태 분석’이 거론된 것에 대해서는 연구자로서의 자부심을 숨기지 않았다. 저널의 맨 마지막 페이지에 논문의 의의를 밝히는 요약문이 실리는데, 여기에 첫 단어로 언급됐다는 것은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바로 이 ‘결함 상태 분석’을 김은규 교수가 담당했다. “우리 연구실의 반도체 결함 상태 분석 기술이 유무기 태양전지 고효율화에 기여했다는 점을 인정받아 매우 기쁩니다.” 세계 최고 효율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개발 태양전지는 무한한 청정 태양에너지를 유용한 에너지원으로 변환 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최근 정부가 탈원전·탈석탄 정책을 강력히 추진함에 따라 신재생에너지의 보급, 확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태양광에너지는 유력한 대체에너지 중 하나다. 그러나 현재 약 90% 이상 사용되고 있는 결정질 실리콘 태양전지는 효율은 높지만 고도의 기술과 다량의 에너지가 필요해 비용이 높다는 것이 단점이다. 그에 비해 낮은 가격으로 제작 가능한 유기 및 염료감응 태양전지는 효율이 낮아 대규모 상용화에 어려움이 따른다. 이렇게 현재는 다양한 태양전지들이 비용을 낮추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경합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이 중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한 유무기 하이브리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저렴하고 기존의 유기 및 염료감응 태양전지의 효율을 뛰어넘었을 뿐 아니라 실리콘 태양전지나 박막형 태양전지의 효율에 근접하고 있어 차세대 태양전지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 김은규 교수는 약 5년 전부터 한국화학연구원의 태양전지연구센터와 유무기 혼성 반도체 태양전지에 대해 공동 연구를 진행했다. 그러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효율성을 높이는 연구를 함께추진하게 됐다. 공동 연구팀은 지난 2013년부터 해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광전변환 효율을 16.2%에서 17.9%, 20.1%로 세 차례 갱신한 바 있는데, 그동안은 소재 합성 및 소자 구조나 공정 변화로 효율을 높여왔다. 그러나 이번에 광전 효율을 22.1%까지 올릴 수 있었던 것은 광전 에너지 변환 효율을 감소시키는 소재 내부의 결함을 줄인 덕분이다. “근원적으로 효율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던 중 내부 결함 문제에 주목하게 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가 그동안 연구해온 DLTS(Deep Level Transient Spectroscopy, 깊은 준위 분광법)가 크게 기여했습니다.” 페로브스카이트는 양이온, 음이온, 할로겐화물로 구성된 신소재인데, 광전 효율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알려진 할로겐화물의 결함을 잡아 변환 효율을 높일 수 있었다. 즉 할로겐화물의 내부 결함을 줄이기 위해 요오드화 이온의 형태를 제어하는 방안을 도출하고, 이를 소자에 적용해 세계 최고의 공인 인증 효율인 22.1%의 광전변환 효율을 구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결함 상태’ 연구 “향후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가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대면적화 및 태양열에 의한 온도 상승 시 열적 안정성, 소자 신뢰성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결함 상태 연구가 주된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앞으로 이 분야가 연구의 주도권을 갖게 될 것입니다 .” 태양전지 소자의 결함 농도 및 결함의 에너지 준위를 측정할 수 있는 DLTS는 김은규 교수가 1980년대 중반부터 심취한 분야다. 특히 반도체물리학 전공자로서 반도체 소재의 물성 및 결함 상태 연구를 꾸준히 진행해왔다. 당시만 해도 이 분야 연구자들이 여럿 있었지만 반도체 업계에서 관심을 보이지 않자 하나둘 떠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김은규 교수는 성실한 연구자의 태도를 우직하게 고수했다. 그리고 흔들림 없이 DLTS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왔다. “연구자는 아무리 어려운 환경에서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전진 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빛이 보이고 길이 생기더군요. 주변에서 도움을 주기도 하고요.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주어진 여건에 성실하게 임하면 됩니다.” 반도체 산업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기반 산업이다. 기술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본질적인 안전성 문제에 눈을 돌려야 한다. 그래서 최근 들어 태양전지 뿐 아니라 메모리 반도체, 디스플레이, LED와 관련된 다양한 기업에서 공동 연구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반도체와 관련된 구조는 DLTS를 통해 결함 상태의 에너지 준위를 측정해 소자의 신뢰성 및 효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 측정 장비와 분석 노하우를 갖춰야 하는데, 김은규 교수는 지난 30년간 해당 연구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았기 때문에 DLTS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게 됐다. ▲ 김 교수는 "연구자는 아무리 어려운 환경에서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전진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빛이 보이고 길이 생기더군요." 라고 말한다. 자연 현상 원리 밝히는 재미있는 물리학 일반적으로 물리학은 어려운 학문이라는 선입견이 있다. 이에 대해 김은규 교수는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물리학은 눈에 보이는 자연 현상을 보편적인 원리로 설명해주는 재미있는 학문입니다. 수학적인 도구를 사용해 어려워 보이긴 하지만 단순하게 생각하면 간단합니다. 자연 현상들이 어떤 원리에 의해, 왜 일어나는지 설명해주는 것이니까요.” 복잡한 수학 공식보다는 원리를 밝히는 것이 물리학의 목적이라고 강조하는 김은규 교수. 중·고등학교 때 어려운 수학 공식보다 실험 도구를 자주 접하면 물리학이 얼마나 재미있는 학문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인다. 그렇다면 물리학과 반도체 소자 관련 연구와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김 교수는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양자기능연구실’의 의미를 설명하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현재까지 반도체 소자 물리는 고전 역학 및 고전 전자기학으로도 충분히 설명됐습니다. 하지만 향후 나노 구조의 양자 소자는 양자역학적 개념을 이용한 반도체 소재나 구조로 창출될 것입니다. 그래서 양자역학적 개념의 기능을 가진 양자 소자를 제안하고 응용하기 위해 양자기능연구실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마지막으로 김은규 교수는 “창의력은 튼튼한 기초를 기반으로 탄생하는 법”이라며 기초 학문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의 말처럼 물리학이라는 기초에 새로운 기술을 접목할 수 있는 유연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가질 때 비로소 양자 기능의 미래 소자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랑한대 2017년 9-10월호 이북 보기

2017-09 12

[동문][꿈꾸는 청춘] 반가운 실패! 청춘이라면 두려워 말라

열정과 패기로 똘똘 뭉친 권현진 씨. 청춘의 다른 이름이 열정과 패기라면 권현진 씨는 지금 청춘의 한가운데를 온전히 통과하고 있는 중이다. 일찍이 다양한 사회 경험을 쌓으며 꿈을 키워나간 권현진 씨의 취업 성공 비결은 실패를 통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단점을 개선한 것이다. 글. 박영임 / 사진. 안홍범 ▲ 권현진(스포츠산업학과 08) 동문 꿈에 그리던 금융사 취업에 성공 졸업 2년 만에 처음으로 모교를 찾은 권현진 씨. 몰라보게 달라진 교정의 모습에 그동안 소원했던 자신을 반성하게 된다. “지방에서 근무하다 보니 모교를 자주 찾지 못했습니다. 바뀐 게 너무 많네요. 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는 후배들이 부럽습니다. 앞으로는 자주 찾아오겠습니다.” 2015년 8월에 졸업한 권현진 씨는 졸업을 한 달 앞둔 그해 7월, 국민은행의 최종 면접에 합격했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다. 드디어 은행원의 꿈을 이루게 된 것이다. 증권사, 생명보험사 등 여러 금융사에 도전했던 권현진 씨는 세 번의 고배를 마신 끝에 결국 네 번째 도전에서 축배를 들 수 있었다. “금융사 중에서도 가장 가고 싶은 은행에 취업하게 돼 더욱 기뻤습니다. 다른 직업은 생각해본 적도 없거든요.” 취업 후 고향인 포항에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하게 된 권현진 씨. 이제 만 2년이 된 새내기 은행원의 일상은 어떤 모습일까. “가계여신 업무를 담당한 지 6개월이 됐습니다. 증권사의 대학생 서포터즈로 활동하던 시절, 무작정 현직 종사자들을 찾아가 궁금한 점을 묻곤 했습니다. 나름 금융 지식을 탄탄히 쌓았다고 자신했는데 제 착각이더군요. 현장에서 새로운 고객을 만날 때마다 또 다른 사례를 접하게 됩니다. 공부할 게 너무 많아서 지금도 계속 배우고 있는 중이에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최강 열정 오래전부터 은행원을 꿈꿀 정도로 평소 금융에 관심이 많았던 권현진 씨. 의외로 그의 전공은 스포츠산업학과다. 물론 전공과 무관한 직종에 종사하는 경우는 흔하다. 하지만 스포츠 관련 공기업이나 협회, 프로구단 등에서 일하는 다른 동기들과 비교하면 은행에서 일하는 권현진 씨의 행보가 이색적인 건 사실이다. 그렇다면 그는 어떻게 은행원을 꿈꾸게 된 걸까. 권현진 씨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 축구 선수로 활동했다. 대학 진학에는 뜻이 없었지만 한양대학교에 스포츠산업학과가 신설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학과 창립 이듬해에 지원했다. 좋아하는 운동은 취미 생활로 즐기는 것이 현명하다는 생각에 경영학을 다중 전공했다. “어렸을 때부터 돈이나 재테크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은행원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단순히 자산가가 되겠다는 것이 아니라 해당 분야의 전문 지식을 갖춘 금융 전문가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는 대학교 2학년 때까지 배달, 공사장 일용직, 판매원, 장사를 비롯해 헬스 트레이너, 경호원, 유아 체육 강사, 보험설계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 경험을 쌓았다. 세상을 경험하고 싶은 마음에 재미있어 보이는 일은 가리지 않고 도전했다. 그러다 보니 학창 시절에도 늘 두 개 이상의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취업 활동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한 건 군대에서 전역한 3학년 때부터다. 당시 그 흔한 토익 점수 하나 없어 이력서 한 줄을 채우기 어려웠다. 그런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며 교내 커리어개발센터의 모의 면접과 취업 박람회 등 각종 프로그램에 무조건 참여했다. 여기에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운영하는 학술 동아리, 증권사의 대학생 서포터즈, 한국경제신문의 대학생 경제포럼, 평창 스페셜올림픽 스태프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전문 지식을 쌓아갔다. 무슨 활동을 하던 팀장을 자처하며 리더십을 키웠다. 남들보다 열심히 활동해야겠다는 생각에 적극적으로 직책을 도맡았던 것이다. 이런 열정으로 하루 수면 시간이 2~3시간밖에 되지 않았지만 스스로의 선택에 최선을 다했다. 그때의 치열했던 시간들 없이 오늘날의 그의 모습을 상상하기는 힘들다. ▲ 권 동문은 "실패를 통해 배워야 해요. 제가 원래 긍정적인 성격이기도 하지만, 실패하면 낙담하기보다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편입니다. 그러다 보면 슬럼프에 빠질 새가 없죠." 라고 말한다. 프레젠테이션의 고수가 되기까지 권현진 씨가 졸업 전에 원하는 곳에 취업할 수 있었던 것은 단지 운이 좋았기 때문이 아니다. 자신의 단점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덕분이다. 특히 프레젠테이션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발성과 발음 연습을 하고, 많은 사람들 앞에 서는 데 익숙해지도록 발표 기회를 적극적으로 찾아 다녔다. 덕분에 지금은 대중 앞에서도 떨지 않고 당당히 자신의 의견을 전할 자신이 있다. 하지만 대학 신입생 때만 해도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사람들 앞에 서면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처음 발표 수업을 하기 위해 마이크를 잡았을 때 너무 떨려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때 제가 얼마나 발표를 못하는지 처음 알았습니다. 이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면 평생 힘들겠구나 싶더군요. 그래서 일부러 발표의 기회를 늘렸습니다.” 발표 수업을 피하기보다 오히려 찾아서 수강하고 발표자를 자원했다. 경험을 늘리지 않으면 극복할 수 없는 문제였다. 그렇게 발표 경험이 쌓이니 서서히 무대 울렁증을 극복할 수 있었다. 그 결과 한국경제신문 대학생 경제포럼에 참여했을 때는 500여 명 앞에서도 성공적으로 프레젠테이션을 마칠 수 있었다. “특히 경영학 수업이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프로젝트 수업이나 발표 수업이 많거든요. 간혹 팀플레이 수업을 할 때 수동적인 학생들이 있는데 적극적으로 수업에 임해야 성장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그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은행원은 나의 천직이자 운명 얼마 전 개봉한 영화 <내가 죽기 전에 가장 듣고 싶은 말>에는 한 신문사의 사망 기사 전문 기자가 죽음을 앞두고 있는 광고인에게 성공 비법을 묻는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은 주저 없이 말한다. “성공 비법? 그런 건 없어. 성공하려면 크게 한번 넘어져봐야 해.” 그러면서 “네가 실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실수가 너를 만든다”고 조언한다. 이제 막 직장 생활을 시작한 권현진 씨에게 성공이라는 수식은 아직 이르다. 하지만 그 또한 다년간의 사회 경험 덕분인지 영화 속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실패 없이는 성장도 없다’고 말한다. “실패를 통해 배워야 해요. 제가 원래 긍정적인 성격이기도 하지만, 실패하면 낙담하기보다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편입니다. 그러다 보면 슬럼프에 빠질 새가 없죠.” 한창 취업 준비를 하던 시절, 최종 면접에서 여러 차례 낙방했지만 절망하기보다 자신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냉철하게 분석한 권현진 씨. 혹시라도 자신의 활동적인 성향과 금융권에서 바라는 인재상이 맞지 않는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한 적도 있다. 하지만 꿈을 포기할 수 없기에 은행원이 되려는 이유와 함께 자신의 꿈과 열정을 진정성 있게 전달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은행에는 형편이 어려운 사람이나 부유한 사람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그리고 자신의 사정을 들려줍니다. 그러면 저는 최선을 다해 도움을 드리고, 저 또한 도움을 받고 정보를 청하기도 합니다. 은행원은 어느 직업보다 세상을 폭넓게 배울 수 있고, 끝없이 공부하며 성장할 수 있는 직업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은행원은 저의 천직입니다.” 누구보다 투철한 직업관을 가지고 있는 권현진 씨. 그는 금융 전문가의 꿈을 향해 자기 계발을 게을리 하지 않으며 여전히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사랑한대 2017년 9-10월호 이북 보기

2017-09 11

[동문][人사이드 人터뷰] 민화에 이야기를 담는 스토리텔러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에서 미인도, 초충도 등을 그리며 전통화 디렉터로 활약한 민화 작가 오순경 동문.드라마 종영 후 신사임당의 진품과 드라마 속에 사용된 작품을 나란히 감상할 수 있는 ‘사임당, 그녀의 이야기’전을 열었다. 서울 부암동 서울미술관을 찾아 민화와 그녀의 이야기를 청해 들었다. 글. 박영임 / 사진. 안홍범 민화, 복을 비는 그림 “연꽃은 군자의 그림으로 입신출세의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자녀가 과거시험 공부를 하는 동안 화원을 불러 옆방에서 연화도를 그리게 했죠. 그리고 과거를 보러 떠나기 전날 좋은 기운을 불어넣어 주기 위해 연화도를 펼쳤습니다.” 오순경 작가의 설명을 들으니 단순히 연꽃을 그린 그림이라고만 생각했던 연화도에서 아들의 장원급제를 바라는 부모의 간절한 바람이 전해진다. 고이 간직했던 그림을 펼치는 마음 자체가 정결한 의식이 아니었을까. 오늘날로 치면 수능 시험을 보는 자녀를 위해 백일기도를 드리거나 백팔배를 올리는 부모의 심경과 같았으리라. 오순경 작가는 그림 속의 꽃, 새, 물고기 하나도 뜻 없이 등장하는 것이 없다며 설명을 이었다. “연과(연밥)는 연이어 과거에 급제함, 잉어 두 마리는 소과와 대과, 여뀌(보리처럼 생긴 알맹이가 붉은 식물)는 고난을 극복하고 공부를 마침, 갈대는 임금이 내리는 밥상, 한 마리의 해오라기는 일로(一路), 즉 한길을 걷는 군자를 뜻합니다. 연화도는 결국 모든 고난을 극복하고 공부를 마친 뒤 연이어 과거에 급제해 임금님이 주는 밥상을 받고 군자의 길을 걸으라는 뜻입니다.” 이렇게 민화에는 그림마다 복을 비는 마음이 담겨 있다. 예를 들어 파초도는 기사회생, 모란도는 부귀영화, 나비는 평안장수를 의미한다. 그래서 민화는 길상도(부귀와 행복 등 염원을 사물에 의탁해 나타낸 그림)라 불린다. 그저 다채로운 색감에 해학적인 그림이라 생각했던 민화. 하지만 설명을 들으면 들을수록 그 흥미로운 세계에 빠져들게 된다. 드라마 전통화 디렉터라는 새로운 분야 개척 오순경 작가에게는 전통화 디렉터라는 또 다른 직함이 있다. 미인도, 초충도, 궁모란도 등 전시회 속 작품들이 사용된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에서 전통화 디렉터로 활동하며 미술 자문은 물론 드라마 속 그림을 그렸다. 특히 드라마에서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매개체로 등장하는 미인도는 신사임당 역을 맡은 배우 이영애씨의 아름다움을 단아하게 표현해 오랫동안 눈길이 머문다. “지난 2014년 민화 작가가 주인공이었던 <마마>라는 드라마에서 미술 자문을 하며 전통화 디렉터라는 말을 직접 만들었습니다. 미술감독과는 다른 일이기에 전문적인 직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드라마에서 한 점의 작품이 완성되는 과정을 화면에 담으려면 초본, 중간본, 80% 완성본, 100% 완성본처럼 같은 그림을 네 가지 버전으로 준비해야 한다. <사임당, 빛의 일기>에서는 총 200점이 넘는 그림을 그려야 했다. 게다가 기획 단계부터 충분한 협의를 거쳐 어떤 그림을 사용할 것인지 정했음에도 불구하고, 하루 전날 대본이 수정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어쩔 수 없이 다음 날 촬영에 지장이 없도록 뜬눈으로 밤을 새며 작품을 완성해야 하는 날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는 우리 그림의 아름다움을 소개하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이기에 작업을 마다하지 않는다. 특히 이번 드라마는 중국, 일본, 대만, 홍콩 등에 수출되는 작품이라 해외 시청자들에게도 우리의 전통미를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 “시대적으로 조선 전·중기 화풍만 담아야 하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작가를 설득해 현대 장면에서 주인공들이 미술관에서 조선 후기 작품을 감상하는 장면을 삽입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드라마 속에서는 상당 부분 편집되고 말았죠.” 드라마뿐 아니라 민화 에세이 <민화, 색을 품다>를 출간하는 등 누구보다 민화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오순경 작가. 드라마 덕분에 신사임당의 작품과 나란히 전시하는 기회를 얻게 됐지만, 신사임당의 작품과 비교되는 것이 부담되기도 했던 게 사실이다. “‘고화’와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민화’는 각기 다른 아름다움을 갖고 있어요. 한자리에서 고화와 민화를 같이 감상하며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취향을 깨우쳐주는 것도 작가의 일이니까요.” 인생이라는 무대, 뜨거운 열정으로 돌진 연극영화학과에서 무대미술을 전공한 오순경 작가는 민화 작가로 활동하기 전부터 영화와 드라마에서 미술 자문을 맡아 일했다. 드라마 <마마>와 <사임당, 빛의 일기> 이전에는 드라마 <연애시대>와 영화 <싸움>, <오싹한 연애>, <파파> 등의 미술 자문을 했다. 이런 이력이 있었기에 보다 수월하게 전통화 디렉터로 일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무대미술과 민화 작가라는 독특한 조합은 어떻게 시작됐을까. 고등학생 시절 미대 진학을 준비하던 오순경 작가는 응용미술 분야를 탐색하던 중 무대미술이라는 분야를 처음 알게 됐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기에 연극영화학과가 있는 대학에 무작정 전화를 걸어 무대미술을 배울 수 있느냐고 물었다. 때마침 무대미술을 전공한 신일수 교수가 한양대학교에 부임할 예정이라는 소식을 듣고 앞뒤 잴 것 없이 지원했다 . 민화를 시작할 때도 그랬다. 병원에서 대기하다가 우연히 펼친 잡지에서 접하게 된 민화. 평소 현대화보다 고화를 좋아했던 오순경 작가는 단번에 민화의 매력에 빠져들었고, 그 길로 민화 강좌에 등록했다. “어느 날 정조 능행도를 보고 저도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진을 찍을 수 없기 때문에 정조 능행도가 전시된 미술관을 전시 기간 내내 출근하듯 찾아가 그렸습니다. 완성하는 데 총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죠.” 가로 10m, 세로 2m에 이르는 대작인 데다 손톱만한 크기의 인물이 7,000명 넘게 등장하는 정조 능행도는 함부로 도전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니다. 하지만 오순경 작가는 기어코 작품을 완성했다. 그런 집념을 높이 산 민화계의 원로 송규태 선생이 그녀를 기꺼이 문하생으로 받아줬다.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정조 능행도를 완성하고 나니 실력은 장족의 발전을 이뤘다. 그 누구도 말릴 수 없는 집념과 근성이 민화 만학도를 작가의 반열에 오르게 한 것이다. “무엇을 하든 제대로 잘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는 편입니다. 무언가에 꽂히면 거침없이 돌진하고, 하나에만 몰입하는 성격이에요.” 이야기를 전하는 민화 작가 그렇다면 대학 시절은 어땠을까. 무대미술은 물론 연기까지 도맡았던 오순경 작가는 4년 내내 최다 출연자로 명성을 날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창 시절을 보다 열심히 보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울 뿐이라고. “지금 대학 생활을 열심히 보내고 있다면 자신을 의심하거나 불안해하지 마세요.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더라도 분명 미래에 도움이 될 겁니다.” 열정의 소유자 오순경 작가가 후배들에게 전하는 조언이다. 그녀 역시 의심하거나 불안해하지 않고 자신의 목표를 향해 씩씩하게 걸어가고 있다. “앞으로도 전시회, 드라마, 영화 등을 통해 우리 그림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겠습니다. 그리고 민화가 전통만 계승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이야기를 전하는 창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도 보여주고 싶어요.” 이제야 비로소 자신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오순경 작가. 다음 전시회에서는 그녀의 그림에서 또 어떤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사랑한대 2017년 9-10월호 이북 보기

2017-09 11

[학생]시각 장애인도 자유로이 책 읽을 수 있도록

시각 장애인은 점자와 음성을 통해 문자를 읽는다. 이는 그들이 점자화 혹은 음성화 된 도서만 읽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필연적으로 도서 선택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2014년 장애인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시각장애인 중 점자를 읽을 수 있는 비율은 겨우 5%를 웃도는 실정이다. 대다수의 시각 장애인들은 높은 독서 장벽에 부딪히고 있는 셈이다. 신체의 불편이 곧 정보소외, 교육부재로 이어지는 안타까운 현실에 네 명의 대학생들이 손 내밀었다. "모두가 자유롭게 책 읽는 세상을 꿈꾼다"는 휴즈(Hues) 팀의 이야기다. 책, 귀로 읽습니다 ▲사진은 마이리스를 착용한 모습 (출처: 키뉴스) ‘마이리스(Miris: Memorable Iirs)’는 책을 읽어주는 시각 장애인용 보조 기기다. 마이리스를 안면에 착용한 채 책을 읽으면 기기에 내장된 모듈이 문자를 즉각적으로 인식해 음성으로 송출한다. 문자를 귀로 읽게 되는 셈. 마이리스는 올해 초 개발에 돌입해 현재 프로토타입까지 제작됐으나, 완성품 출시까지는 아직 여러 단계가 남아있다. 하지만 마이리스가 상용화 될 경우 단순히 시각 장애인의 독서를 넘어, 그들의 인쇄정보 접근성과 문자정보 수용력 역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상당한 기술력과 사회적 가치를 내포한 마이리스가 네 명의 대학생들에 의해 개발됐다는 사실은 실로 주목할 만하다. 마이리스는 지난 7월 개발팀 휴즈(Hues)가 ‘한양-SK 청년비상 창업경진대회’에서 참가해 최우수상을 수상하면서 베일을 벗었다. 위 대회는 SK그룹에서 시행하는 ‘청년비상’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SK그룹과 대학이 협력해 학생 창업의 모든 과정을 종합적으로 지원하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한양대는 지난 2015년부터 주관기관으로 선정됨에 따라 경진대회를 개최해왔다. 나아가, 대회에 참여한 학생들의 아이템 개발, 전문가 멘토링, 시제품 출시와 소셜벤처 사업까지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휴즈의 팀원들은 “마이리스 개발 과정에서 필요한 전문가의 조언 및 개발 비용 확보를 위해 대회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지난 7월 개최된 한양-SK청년비상 창업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휴즈팀 (출처:키뉴스) 마이리스의 개발은 신정아(정보시스템학과 3) 씨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지난해 점자 스마트워치를 만드는 스타트업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며 시각장애인을 만날 기회가 많았던 신 씨는 그들의 열악한 독서 환경을 보며 일종의 사명감을 느꼈다고. “하나의 감각이 결여됐다는 이유로 수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그들의 삶에 진정 도움이 되고 싶었습니다. 점자보다는 음성을 제공할 경우 시각 장애인들이 더욱 쉽게 책을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신 씨는 마이리스 개발을 위해 이미 친분이 있던 학생 개발자 김기태(한국외대), 김보운(국민대) 씨와 의기투합했고, 기획 및 발표를 맡을 성영재(경영학과 4) 씨를 섭외했다. 그렇게 세 명의 개발자와 한 명의 기획자로 올해 초 휴즈가 결성됐다. 시각 장애인들에게 새로운 빛깔을 제시하고파 ‘문자를 읽어준다’는 것이 얼핏 단순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사실은 무척 까다롭고 정교한 기술력을 요구한다. 실제로 마이리스는 세 가지 기술력의 집합으로 탄생했다. 문자를 인식하고(영상처리 기술), 분석해(OCR 기술), 음성화(TTS 기술)하는 기술이 바로 그것. “무료 오픈 소스를 많이 사용하기도 했고, 기술 개발 자체는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만, 가장 힘든 건 아무래도 개발에 소요되는 비용이죠. 학생이기에 자본금이 넉넉하지도 않고, 수요 자체가 적은 제품이니까 투자도 한계가 있거든요. 그래서 열심히 경진대회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왼쪽부터) 신정아(정보시스템학과 3) 씨와 성영재(경영학부 4) 씨가 마이리스의 개발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기술 개발 외에 팀원들이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바로 ‘제품 테스트’ 과정이었다. 대상이 명확한 제품 특성상 마이리스의 테스트는 실제 시각 장애인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테스터 모집도 쉽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 과정에서 팀원들이 “혹시 그들에게 누를 끼치지는 않을지” 무척 조심스러웠다고. 하지만 팀원들은 우리대학에 공문 발송을 요청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으로 서울 시내 여러 시각장애 복지관을 정식 섭외할 수 있었다. 이후 휴즈 팀원들은 여러 차례 시각 장애인들과 만남을 갖고, 인터뷰를 진행하며 실질적인 조언을 구했다. 여러 시행착오를 이겨내고 팀원들이 힘을 합친 끝에 마이리스는 현재 개발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다. 하지만 휴즈 팀원들은 입을 모아 “마이리스가 상용화 된다 해도 이윤을 추구할 생각은 없다”는 뜻을 밝혔다. “팀명 휴즈의 뜻은 빛깔(hue)이에요. 시각 장애인분들께 작은 빛깔이라도 보여주고 싶다는 의미에서 지은 이름입니다. 신체적 결함으로 교육에서 소외된 많은 이들에게 어떤 도움이라도 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만족스러울 것 같아요. 이윤은 그 다음에 생각할 일이죠.” 오늘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어플리케이션 개발자를 꿈꿨던 신정아 씨는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장래희망이 하나 더 늘었다. “무언가를 개발하겠다는 목표는 확고합니다. 다만 이번 마이리스 개발을 통해 앱이 아니라 실제 제품 개발에도 흥미가 생겼어요. 앞으로 많은 고민이 필요하겠지만 무엇을 개발하든 제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이 편익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실질적인 기술을 개발하는 공학도가 되고 싶습니다.” 마케팅 전문가를 희망하는 성영재 씨 역시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기술력을 통해 세상을 바꾸는 IT 혹은 통신 기업에 종사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고. 끝으로 두 사람은 “어떤 업(業)을 갖든 더 나은 내일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전하며, “소외된 이들에게 손 내밀어 함께하는 더 큰 가치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두 사람은 "어떤 업을 갖든 더 나은 내일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글/ 김예랑 기자 ys2847@hanyang.ac.kr 사진/ 최민주 기자 lovelymin12@hanyang.ac.kr

2017-09 04 중요기사

[동문]재즈와 대중을 잇는 가교 되고파

재즈 음악은 즉흥성과 유연함이 매력이다. 보컬은 악보에 적힌 박자와 음정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그루브와 감성으로 자유롭게 음악을 채워 나간다. 그래서 재즈에는 노래하는 이의 개성과 실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누군가에겐 부담일 수 있는 재즈의 특성. 그러나 조정희 동문(국어국문학 97)은 그것을 재즈의 매력으로 손꼽는다. 따듯한 노랫말과 몽환적인 보이스로 풍성한 선율을 만들어내는 재즈 보컬리스트 조정희 동문을 만났다. 늦깎이 음악인, 재즈를 만나다 조정희 동문은 재즈 보컬리스트다. 지난 2011년 재즈 프로젝트 밴드 ‘박근쌀롱’의 앨범 제작에 참여하며 국내 재즈씬(Scene)에 처음 이름을 알렸다. 이후 그녀는 ‘3월의 토끼’라는 밴드를 결성해 재즈 보컬로 본격 데뷔했다. 그 밖에도 다수의 개인 앨범을 발표했으며 ‘엔젤아이즈’, ‘굿와이프’ 등 드라마 OST 작업에 참여하며 재즈 보컬리스트로서 그녀만의 입지를 굳혀왔다. 조 동문의 음악을 논할 때 밴드 '3월의 토끼'를 빼놓을 수 없다. 그녀는 재즈 프로젝트 밴드 '3월의 토끼'로 데뷔 앨범을 발매했고, 이 때 작업한 세 편의 앨범은 재즈 음악계에 보컬 조정희를 알리는 본격적인 계기가 됐다. '3월의 토끼'라는 귀여운 이름에는 사실 그녀의 음악적 철학이 담겨 있다.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앨리스가 토끼를 따라 이상한 나라에 도착하잖아요. 이처럼 많은 분들이 저희를 통해 재즈 음악에 빠졌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담아 지은 이름이에요. 아마 이 때부터 대중들과 재즈로 소통하겠다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재즈 보컬리스트로 활동 중인 조정희 동문(국어국문학과 97) 재밌는 점은 그녀가 음악 전공자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학부 시절 조 동문은 그저 음악을 좋아하던 국문학도였다. 대학 생활은 즐거웠고, 학과 활동에도 열심히 참여했다. 하지만 졸업을 목전에 두고 진로를 고민하면서 불현듯 ‘좋아하는 음악을 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그렇게 조 동문은 졸업 후 뒤늦은 음악공부를 시작했다. 개인 레슨을 받으며 기본기를 다졌고 맨몸으로 무대에 올랐다. 비교적 늦은 시작인만큼 더 많이 부딪히고 깨지며 실력을 쌓았다. “젊기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음악이 좋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미래에 대한 걱정도 잊혔으니까요.” 물론 쉽지만은 않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재즈 보컬리스트로 데뷔하기까지 무려 10년이 걸렸다. 음악적 정체성을 찾기 위한 방황의 시간이었다. 대중가요부터 팝, 메탈에 이르기까지 장르를 넘나드는 고민이 이어졌다. 그런 그녀의 방황을 끝낸 것이 바로 재즈였다. 재즈를 만난 후 그녀는 온전히 음악에 몸을 맡길 수 있었다. 대중적이지 않은 음악을 하는 것에 대한 고민은 늘 존재했지만 좋아하고 가슴 뛰는 일을 하는 즐거움이 더 컸다. 그녀의 음악을 찾는 이들도 점점 많아져 갔다. 재즈, 모두가 즐기는 음악이 되길 어느덧 15년 차 음악인이지만 그녀는 여전히 하고 싶은 일이 많다. 국어국문학과 출신답게 최근에는 윤동주 시인의 동시에 재즈 선율을 입히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얼마 전 지원한 창작 동요제에서는 결선 진출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앨범 작업 역시 진행 중이다. 그녀는 이날 “계절이 바뀔 때마다 꺼내 들을 수 있는 선물 같은 음악을 선보일 예정”이라는 음악적 계획도 덧붙였다. ▲지난 1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조정희 동문이 재즈 대중화에 대한 소망을 전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녀는 재즈와 대중을 잇는 가교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그래서 그녀는 설명이 있는 공연을 기획하는 등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통해 재즈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재즈는 어렵고 낯선 장르인 것 같아 늘 안타까워요. 과거에는 나만의 음악을 만드는 데 급급했다면, 지금은 어떻게 하면 대중과 더 많이 소통하는 재즈 음악을 만들 수 있을까 늘 고민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재즈가 됐으면 해요.” 음악 안에서 가슴 뛸 것 조 동문은 현재 우리대학 실용음악과 교수직을 겸하고 있다. 그녀는 무대에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하나라도 더 전하는데 주력한다. 오디션을 위한 테크닉보다는 노래하는 이의 감성이 담긴 진짜 음악을 가르치고 싶다는 그녀. "퍽퍽한 현실 속에서도 음악인의 꿈을 잃지 않는 어린 친구들이 무척 대견하다"는 조 동문은 끝으로 후배이자 제자들을 향해 “소신을 잃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하는 뮤지션들로 거듭나길 바란다"는 응원의 메시지를 덧붙였다. ▲조정희 동문은 후배 뮤지션들에게 "소신껏 좋아하는 음악을 하라"는 조언을 건넸다. 글/ 김예랑 기자 ys2847@hanyang.ac.kr 사진/ 김윤수 기자 rladbstn625@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