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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 31 헤드라인

[학술][이달의 연구자] 현성협 교수(관광학부)

쓰레기를 찾아볼 수 없는 방바닥, 가지런히 정리된 분리배출 쓰레기들. ‘내가 사는 환경’을 더럽히려고 애쓰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누구나 청결하고 깨끗한 집을 원한다. 하지만 내가 사는 환경을 벗어나 공공장소나 외국이라면 어떨까. 엘리베이터에 굴러다니는 쓰레기나, 외국 관광지에 한글로 적힌 낙서를 떠올리면 그 차이를 쉽게 알 수 있다. 현성협 교수(관광학부)는 이런 차이에 주목해 '외부 장소에서도 개인 공간에서만 보여주는 환경보호 행동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미래지향적 연구'를 제시했다. 내 집은 깨끗하게, 내 집 아니면 나몰라라 현 교수는 연구를 시작하기에 앞서 한가지 질문을 던졌다. '나와 관련된 환경은 누구나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그렇다면 나와 관련되지 않은 환경에서도 동일한 노력을 할 것인가?' 정답은 `아니다`로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자기와 상관없는 환경에 대해서는 보호를 잘 하지 않을 뿐더러, 청결 유지에 대한 자각조차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현 교수는 나와 관련되지 않은 환경에 대해 외부인이 얼마나 무감각해질 수 있는지를 연구했다. “누구나 환경보호를 해야 한 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집에서 분리수거, 물 절약, 재활용은 다들 잘하고 있지만, 외부장소인 공공장소, 나아가 외국의 경우엔 ‘나의 환경’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내 집, 내 나라가 아니니까 상관없다고 여기면서 무감각해지는 거예요.” 이러한 무감각에 휩쓸리지 않고 일관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현 교수는 분석했다. “낯선 외부에서도 환경보호를 이끄는 요인은 무엇인가. 그 요인을 알아내면 공공장소에서 환경보호에 신경 쓰지 않는 사람들의 행동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겁니다.” ▲지난 8월 28일 연구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현성협 교수(관광학부)는 자신과 무관하더라도 환경을 보호하는 사람들이 영향을 받은 요인에 대해 연구를 진행했다고 이야기했다. 정기적인 교육이 환경을 살린다 현 교수가 논문에 실린 결과를 얻기 위해 보낸 시간은 약 3년. 연구에만 1년 반이 걸렸다. “처음 1년은 조사에만 매진했어요. 직접 박물관에 가서 321명의 관광객들을 관찰하고, 인터뷰했습니다. 공대, 환경전문가들과 면접하고 자문도 구했고요. 기존 논문들 역시 많이 읽었습니다.” 실제로 설문지를 작성하고 조사 장소에서 인터뷰하는 과정만 3~6개월이 걸렸다. 토대를 쌓아 올리는 데 6개월이 걸린 셈이다. 하지만 조사가 끝났다고 모든 게 끝난 건 아니었다. 조사한 것을 토대로 분석, 통계를 거쳐 결과를 도출하는 데 다시 6개월이 소요됐다. “시간이 정말 오래 걸렸어요. 학생들 가르치랴, 행정 문서 처리하랴, 시간을 쪼개서 밤 늦게까지 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힘들었네요.” 연구 분석 결과, 박물관과 같은 외부의 공공장소에서도 환경적인 요소를 신경 쓰게 하는 요인은 크게 다섯 가지로 나뉘었다. “나와 무관한 환경에서도 일관적으로 환경보호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일관된 행동을 하는 요소를 크게 다섯 가지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일관적인 사람들의 행동요인에는 '1.환경에 대한 전문지식 2.환경의 가치인식 3.환경에 대한 우려 4.경각심 5.자기 효능감'이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꼽혔다. 그중 환경에 대한 전문지식이 가장 큰 영향 요인이라고 현 교수는 덧붙였다. “전문지식이 많을수록 일관된 행동으로 환경을 보호할 확률이 높았어요. 본인이 하는 행동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자세히 알고 있기 때문이죠.” 결과적으로, 환경보호에 대한 사람들의 일관적인 태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환경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 방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관광업은 고수익성을 보장하는 융복합 산업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관광산업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짚어내고 관광업계가 나아갈 미래의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EV는 환경의 가치 인식(Environmental Value), EC는 환경에 대한 우려(Environmental Concern), EA는 환경에 대한 경각심(Environmental Awareness), EK는 환경에 대한 전문지식(Environmental Knowledge), S는 자기 효능감(Self-efficacy)으로, 이 다섯 가지 요인이 낯선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일관된 환경보호를 실천하는 행동을 하게끔 영향을 미친다. (출처: 현성협 교수) 자부심, 자신감으로 파급 효과를 일으켜라 현 교수는 이번 연구의 주제를 예전부터 쭉 생각해왔다고 했다. “자문이나 평가인단 역할로 관광지나 부산 국제 영화제, 올림픽 등 관광객들이 몰리는 장소를 갈 때마다 항상 생각을 해요. 오염이 너무 심해요. 사정을 잘 모르는 일반 관광객들은 앞의 화려한 모습만 보시겠지만, 저희는 그 뒷면을 봅니다. 화려한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오염되는 환경이 어마어마해요.” 현 교수는 화려한 관광산업의 앞면에만 치중하지 말고 뒷면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 화려한 2~3주 동안 만들어지는 쓰레기들은 어디로 갈까요? 다 환경으로 가는 거죠.” 현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에 만족하지 않고, 또 다른 환경과 관광이 얽힌 이슈를 찾아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정책적으로도 고민을 해볼 수 있겠죠. 관광객들이 관광지를 방문했을 때, 어떤 식으로 행동을 유도해야 환경오염이 덜 될지, 어떤 요인을 자극해야 관광지의 환경을 보존할지. 적용할 방도는 많아요.” 같은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는 학생들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관광학은 융합 학문입니다. 다른 학문들과 아주 밀접하게 연관이 되어있고, 경제적인 파급효과도 큰 미래지향적인 학문입니다. 공부할 것도 많고, 연구할 것도 많을 겁니다. 하지만 과감하게 해보세요. 미래의 관광산업을 이끌 수 있는 인재가 될 수 있도록, 자부심과 자신감을 가지고 도전하세요!” ▲현성협 교수는 학생들을 향해 관광학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감을 가지고 과감하게 도전하라는 조언을 남겼다. 글/ 채근백 기자 cormsqor12@hanyang.ac.kr 사진/ 최민주 기자 lovelymin12@hanyang.ac.kr

2017-07 31 중요기사

[학술][이달의 연구자] 김은규 교수(물리학과)

탈원전이라는 키워드가 부각되면서, 다른 신재생에너지로 원자력발전을 대체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졌다. 이와 별개로, 재생에너지인 태양광에너지에 대한 과학자들의 연구는 예전부터 꾸준히 진행됐다. 다양한 종류의 태양전지가 연구되는 와중에, 2010년대 들어 연구 중인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 태양전지가 급격한 효율상승을 보이고 있다. 가장 최신 연구에 우리대학 김은규 교수(물리학과)가 참여해 이 태양전지의 효율을 높이는 방법을 찾아냈다. ▲지난 25일 자연과학대에 있는 연구실에서 김은규 교수(물리학과)를 만나 이번 성과에 대해 들었다. 다양한 소재로 개발된 다양한 태양전지 모든 빛은 에너지를 갖고 있다. 특히 태양광의 경우 상당한 양의 에너지를 보유하고 있다. 생명이 처음 생겼을 무렵부터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태양광에서 에너지를 얻었다. 사람 또한 오래전부터 태양에서 오는 에너지를 사용했지만, 태양열이 아닌 태양광을 이용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터빈을 이용해 전류를 얻는 태양열 전지와는 달리 태양광 효과는 광기전효과(photovoltaic effect)라는 미시 단계의 복잡한 물리 효과를 활용하기 때문이다. 1839년 프랑스의 물리학자 에드먼드 베크렐이 세계 최초로 태양광 발전에 쓰이는 태양전지를 발명했다. 이후 알버트 아인슈타인, 얀 코흐랄스키 등의 과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태양전지가 발전해왔다. ▲NERL(미국 재생에너지연구소)가 내는 태양전지 관련 효율표로 붉은 테두리로 표시된 점이 KRICT/UNIST가 이번에 김은규 교수가 공동 연구한 태양전지를 나타낸다. 최근 몇년 간 급속한 효율 상승을 보였다. 김 교수와 함께한 이번 연구를 통해 처음으로 이유를 밝혀냈다. (출처: NERL) 현재는 여러 기업과 대학의 연구소에서 태양전지를 연구 중이다. 초기 연구자들은 주로 실리콘을 이용해 태양전지를 만들었다. 현재는 실리콘 외에도 여러 소재를 이용한 태양전지들을 개발했고, 각 연구소에서 개선하는 중이다. 여전히 실리콘 소재의 태양전지가 제일 좋은 효율을 보이지만, 매우 높은 개발 단가로 인해 우주선 등에만 쓰인다. 결정구조 내 결함 줄이는 방법 찾아 효율 높였다 김은규 교수가 이번에 연구한 태양전지는 페로브스카이트라는 독특한 결정구조를 갖는다. 페로브스카이트 물질은 러시아 과학자 페로브스키를 기념하여 명명한 구조체다. 유기 양이온과 무기 양이온, 산화물을 포함한 음이온이 각 꼭짓점과 변의 중앙, 모서리에 위치한 특별한 구조의 물질이다. 특히 무기물과 유기물이 결합한 ‘무·유기 하이브리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경우 국내 연구진인 KRICT(한국화학연구원)와 UNIST(울산과학기술원)의 연구를 통해 발전효율을 20.0%까지 높인 상태였다. 김 교수는 양자 구조에 대한 이해도를 인정받아 이번 연구에 참여했다. 기존 연구진은 무·유기 하이브리드 페로브스카이트 소재를 통해 태양전지의 효율을 높이는데 주력했다. “지난 5년 동안 페로브스카이트 소재 태양전지의 효율은 급격히 높아졌어요. 헌데 이 급격한 상승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죠.” 태양전지를 합성하는 기술은 계속 발전했지만, 기술의 근본적인 원리를 알지 못했다. 때문에 그들은 김 교수에게 공동연구를 제안했다. “저희 연구실의 핵심 기술 중에 ‘DLTS’(Deep-Level Transient Spectroscopy)라는게 있어요. 깊은 준위 내의 결함 상태를 찾는 기술인데 국내에서 손꼽히죠.” 깊은 준위 불순물로도 불리는 이 결함은 반도체를 제작하다 보면 생길 수 있는 결함이다. 이 내부 결함이 있으면 전류가 흐를 때 내부에서 재결합이 일어나 에너지 변환에 손실이 생길 수 있다. “저희 연구실에서 샘플을 받아 DLTS를 측정했어요. 예상했던 대로 효율이 좋은 쪽이 결함도 적었죠. 구체적으로 효율과 결함의 비율을 비교 계산했더니 정확히 맞아떨어졌습니다.” 김 교수가 수행한 연구를 통해, 이번에 제어한 결함상태가 태양전지 효율에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어지는 연구서도 해내겠다 “이제 시작입니다. 이번에 제어한 결함 외에도, 전지 제작시 여러 종류의 결함이 형성되죠. 이들 또한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것 입니다.” 이번 연구는 그 효율을 인정받아 <사이언스>에 실렸으며, NERL(미국 신재생에너지연구소)에서 내는 이번 연구를 통해 효율을 많이 끌어올렸지만, 아직 출발 단계라고 김 교수는 말한다. 벌써 이번 연구에 참가한 이들과 만나 후속 연구 계획을 논의했다고. 또한 김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우리 연구실이 가진 DLTS 방법이 큰 역할을 했다”며 “후속 연구서도 가진 지식을 통해 개발 중인 태양전지를 알고 개선하는데 일조하겠다”는 자신감을 비쳤다. ▲이어질 후속 연구에서도 김은규 교수의 역할은 크다. 김 교수에게서 축적된 지식의 자신감이 엿보였다. 글/이상호 기자 ta4tsg@hanyang.ac.kr 사진/김윤수 기자 rladbstn625@hanyang.ac.kr

2017-07 03 중요기사

[학술][이달의 연구자] 장건희 교수(기계공학부)

현대인의 서구화된 식습관, 운동 부족, 흡연 및 음주 등에 의한 혈관계 질환의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혈관계 질환은 주로 심혈관계, 뇌혈관계, 말초혈관계 등에서 경화증이나 협심증, 폐쇄증 형태로 발병한다. 기존에는 혈관 문제를 치료하기 위해 ‘카테터’라는 긴 호스를 혈관에 삽입하는 혈관 중재 시술이 주로 사용돼 왔다. 하지만 이런 시술은 과정 자체가 복잡하고 긴 시간이 걸리며, 성공 여부가 시술자의 경험과 감각에 의존한다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 이에 따라, 장건희 교수(기계공학부)는 자기장으로 구동 가능한 마그네틱 로봇(Magnetic robot)을 통해 좀 더 정확하고 정밀한 치료 시스템을 고안해 냈다. 외부자기장을 통해 움직이는 마그네틱 로봇 기존의 ‘카테터’를 이용한 혈관 중재 시술은 카테터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매 순간마다 X-ray를 찍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의사들은 X-ray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방사선에 피폭되고 이로 인해 각종 질병 발병률이 증가했다. 환자들 역시 긴 시술 시간으로 많은 회복 시간을 필요로 했고, 시술 중 외부 감염에 의한 부작용 위험이 존재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 외부자기장으로 구동되는 마그네틱 로봇(Magnetic robot)이다. 마그네틱 로봇은 내부에 위치한 자성체를 이용하기 때문에 외부자기장으로 무선 구동이 가능하며, 외부자기장에 의해서 밀고 당겨지는 자기력과 같은 방향으로 정렬하려는 ‘자기토크’를 통해 다양한 운동을 생성한다. 이 때 외부자기장을 생성하는 것이 전류가 흐르는 전선으로 이루어진 전자기 구동 시스템(Magnetic Navigation System)이다. 이 장치는 장 교수가 자체 개발한 장치로 세계적으로 가장 출력이 높고, 기존의 장치들이 구현할 수 없는 회전자기장을 고속으로 발생시킬 수 있다. 그렇다면 전자기 구동 시스템은 어떻게 회전자기장을 고속으로 발생시킬 수 있을까? 먼저 기존에는 전기 시스템의 자속 변화를 방해하는 인덕턴스(Inductance) 효과 때문에 회전자기장을 제대로 만들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장 교수는 이번 논문에서 공진 주파수(Resonant frequency)를 이용해, 주파수가 변하더라도 자동적으로 저항의 세기가 최소가 되고 자기장의 세기가 최대로 유지될 수 있는 이론과 시스템을 개발했다. “자기장을 마음대로 컨트롤 할 수 있다면, 마그네틱 로봇 역시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 이번 연구에 참여한 이원서(융합기계공학과 박사과정, 왼쪽부터) 씨와 장건희 교수(기계공학부) 그리고 남재광(융합기계공학과 박사과정) 씨가 직접 개발한 전자기 구동 시스템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 마그네틱 로봇(Magnetic robot)은 내부에 위치한 자성체를 이용하기 때문에 외부자기장으로 무선 구동이 가능하다. (출처: 장건희 교수) 추후 인체 적용 가능성을 엿보다 이러한 마그네틱 로봇(Magnetic robot)의 구동 체계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 중 자주 쓰이며 유명한 것으론 헬리컬 로봇(Helical robot, 나선형태의 구동체계)과 크롤링 로봇(Crawling robot, 무한궤도 형태의 구동체계)이다. 그리고 현재 장 교수는 헬리컬 로봇 보다는 크롤링 로봇에 좀 더 집중하고 있다. “사람의 혈관엔 피가 흐르기 때문에, 원하는 위치에 정지하기 위해선 나선형 로봇보다는 기어가는 로봇이 인체에 더 적합하죠.” 이처럼 전자기 구동 시스템과 자성체가 탑재된 마그네틱 로봇을 이용하면, 마그네틱 로봇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동시켜 막힌 혈관을 드릴과 같이 뚫어내고 뚫어낸 부분을 유지할 수 있는 장치인 스텐트를 무선으로 전달할 수 있다. 그리고 현재는 약물을 뿌리는 마그네틱 로봇까지 연구가 진행됐다. 즉, 이처럼 전자기 구동 시스템은 마그네틱 로봇을 복잡한 경로의 말초 혈관까지 단시간에 정밀하게 진입 가능하도록 해 시술 과정을 간소화하고 시간을 감소시키며 외부에서 조작하기 때문에 방사선으로부터 시술자를 보호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마그네틱 로봇이 실용화 되기 위해서는 빠르면 6~7년, 늦으면 10년은 걸릴 것이라는 게 장 교수의 생각이다. “의료 분야는 실용화 되기까지 시간이 꽤 걸리는 편입니다. 현재는 유리관을 통해서만 확인을 했기 때문에, 올해 하반기부터 심장내과 교수들과 함께 동물 실험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또한 추후 연구가 더 잘 진행되기 위해서는 의사들과의 협업 관계 역시 중요하다. “사람의 생명과 관련된 일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신뢰성과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 장건희 교수는 10여 년 전 어머니의 심장 혈관 수술을 계기로 그 후 이번 연구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차세대 공학도들에게 고함 마지막으로 장 교수는 공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공학은 뛰어난 머리보다 끈질긴 노력을 필요로 합니다. 뛰어난 머리를 가지면 좋겠지만, 그것이 아니더라도 결국 노력하는 사람이 성취하는 법이죠.” 또 장 교수는 우리 대학 학생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연구에 임할 것을 부탁했다. “’우리가 못하면 아무도 못한다’는 마음가짐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글/오상훈 기자 ilgok3@hanyang.ac.kr 사진/ 김윤수 기자 rladbstn625@hanyang.ac.kr

2017-05 31 중요기사

[학술][이달의 연구자] 최동호 교수(의학과)

간은 신장과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많이 이식 받는 장기다. 매년 1000 건 이상의 간이식 수술이 시행된다. 그런데 간을 이식하고 나면 간과 십이지장을 잇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담도'라 하는데, 기존에는 담도를 제작하기 어려워 짧은 채로 이을 수 밖에 없었다. 이번에 최동호 교수(의학과)가 연구한 인공 담도 제작 기술을 통해 이를 극복할 수 있게 됐다. 3D프린터를 이용한 관 제작 담관이라고도 불리는 담도는 담즙이 흐르는 길이라는 뜻에서 그 이름이 붙었다. 담즙이 간에서 분비되면 담도를 타고 십이지장으로 흘러 들어간다. 담즙은 혈액 내 노폐물을 배출시키는 데에도 쓰이며, 십이지장에서 지방이 흡수되는 것에도 큰 도움을 준다. 이토록 중요한 담즙이 운반되는 담도인데, 여러 이유로 담도가 유실되는 경우가 있다. 기존에는 사람마다 필요한 모양도 다르고 그 모양이 매우 복잡해 간과 십이지장을 가까이 붙이는 등의 방법으로 이를 해결해야 했다. ▲CT 등을 이용해 얻은 형태를 CAD로 구현, 3D 프린터로 제작해 원하는 형태의 담도를 만들 수 있다. (출처: 최동호 교수 논문) 최동호 교수 연구팀은 3D 프린터를 사용해 문제를 해결했다. 의학용 3D프린터로 모형을 제작한 후, 담도 세포를 만들 수 있는 줄기세포를 모형에서 배양해 뒤덮게 만든다. 그 후 모형을 제거하면 만들고자 한 형태의 담도가 제작된다. 최 교수 연구팀은 토끼의 담도를 제작해 이식하는 실험을 통해 만들어진 담도의 활용성을 확인했다. 최 교수는 “이제 담도에 문제가 생겼을 때 새로이 이식 할 수 있게 됐다”며 이번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 가족에도 이식할 수 있는 세포 만들어야 한다 최동호 교수는 외과 전문의로서 수십년을 살아왔다. 현재 연구 중인 인공 간은 외과의로서 간 이식 수술을 하면서 필요성을 느꼈다. “간 이식을 수술을 위해서는 기증받은 간이 필요해요. 혹은 인공적으로 간을 만들어야 하는데, 현재도 그렇지만 기증받은 간도 부족해 인공 간을 만드는 연구를 시작하게 됐죠.” 이번에 연구한 인공 담도 역시 이러한 인공 간 연구의 연장선상에 있다. 또한 최 교수는 우리 대학 내에 ‘HY 인당 재생의학 줄기세포연구센터’라는 교책연구센터를 만들어 다양한 분야의 교수들과 함께 인공 간을 연구하고 있다. ▲최동호 교수(의학과)는 "인공 간을 위해 수십년을 연구해 왔다"며 "주위 사람에게도 이식할 수 있는 안전한 장기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긴 세월 연구했는데 그 결실이 조금씩 다가오고 있어요. 여태까지 깜깜한 곳을 걸어가는 기분이었는데, 이제 빛이 보이는듯 하죠.“ 아직까지는 인공 간 기술이 효율적이지 않아 상용화되진 않았다. 하지만 머지않아 간 이식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 인공 간을 쓸 수 있게 될거라 최 교수는 말한다. “인공 간이 있다면 환자에게 이식할 수도 있고, 그 환자에게 특정 약을 투여했을 때 반응을 인공 간을 통해 확인할 수 있어요. 필요 시에는 혈액 투석기에도 쓸 수 있고. 하는 일이 많기에 만들 수 있다면 쓰임새도 많습니다.” 앞으로의 연구를 통해 간 관련 기술을 선도해가겠다는 것이 최 교수의 다짐이다. 글/이상호 기자 ta4tsg@hanyang.ac.kr 사진/문하나 기자 onlyoneluna@hanyang.ac.kr

2017-05 03 중요기사

[학술][이달의 연구자] 사람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새로운 모형 제시

영화 속 수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는 장면들. 과거에는 많은 사람들을 단역으로 섭외해야 가능한 촬영이었다. 컴퓨터 그래픽스, 흔히 CG(Computer Graphics)로 잘 알려진 분야의 발달은 몇몇 사람의 동작을 촬영해 늘리는 방식으로 촬영 비용을 크게 줄였다. 또한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촬영할 수 없는 위험한 장면들을 영상에 담을 수 있게 만들었다. 권태수 교수(컴퓨터소프트웨어학과) 최근 연구를 통해 컴퓨터 그래픽스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모형을 제시했다. ▲지난 1일 권태수 교수를 만나 이번 연구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사람의 움직임을 단순화시켜 따라한다 일반적으로 컴퓨터 그래픽스라 불리는 분야에는 다양한 세부 기술이 들어간다. 권 교수는 그 중 가상환경에 인간, 동물, 자동차 등의 움직임을 재현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이 기술이 발전해감에 따라 영화 촬영에서는 위험한 장면이나 많은 단역이 필요한 장면의 제작이 간편해지고 있다. 그 뿐 아니라 게임처럼 실시간으로 이용자가 조종하는 캐릭터의 경우에도, 움직임에 대한 연구는 필수. 특히 사람 모습의 캐릭터는 조금만 어색하게 움직여도 사람이 아니라 ‘로봇’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때 어색하지 않은 동작을 구현하기 위해 ‘모션 캡처(Motion Capture)’라는 기술을 사용한다. 이는 배우가 특수한 옷을 입고 움직이면 이를 프로그램에 데이터로 입력하는 것. 입력된 동작을 통해 가상환경 속 캐릭터의 동작을 만들어 낸다. 이 과정에서 동작을 일반화하는 모형이 필요하다. 누적된 데이터만으로는 제자리 뛰기나 언덕 걷기 등의 모습을 완벽하게 구현할 수 없기 때문. 움직임에 대한 데이터에 이를 일반화하는 모형을 적용해 컴퓨터가 동작을 따라하기 쉽게 만든다. ▲배우가 움직인 동작을 캡처해 프로그래밍된 로봇이 이를 재현한다. 배우의 모습을 캡처한 것(위)과 컴퓨터로 구현한 것(아래)의 차이가 크지않다. (출처: 권태수 교수 논문) 기존 모형을 보완하는 모형 고안하다 이번에 권 교수는 기존 모형의 한계를 극복하는 새로운 모형을 고안했다. 기존에는 IPM(Inverted Pendulum Model, 역진자 모델)이라는 모형이 움직임을 구현하는데 쓰였다. IPM은 움직이는 기계의 균형을 맞추는데 쓰이는 역진자 시스템에서 고안된 것으로, 거꾸로 된 진자의 흔들림이 균형을 맞추는 방식을 사람의 움직임에 적용한 것이다. IPM은 사람의 움직임이 앞뒤로 흔들리는 것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 새 모형은 역진자와 사람의 움직임 사이의 오차를 줄이기 위해 운동량 사상(Momentum Mapping)을 적용했다. 사람이 달리기 등의 동작을 할 때 무게중심이 일정하게 기울어진 채로 움직인다는 점에서 착안한 것이다. 이 발상을 전제로 만든 새 모형에는 MMIPM(Momuntum-Mapped Inverted Pendulum Models)라는 이름을 붙였다. MMIPM을 사용해 동작을 구현한 결과, 기존의 모형보다 뚜렷하게 자연스러움을 인정받아 세계적인 컴퓨터 그래픽스 저널인 ‘ACM 그래픽 분야(Transactions on Graphics)’에 게재됐다. ▲기존의 모형 (a)보다 (b)가 달리기 등의 동작 구현에 더 용이하다. (출처: 권태수 교수 논문) 수년 뒤에도 쓰일 수 있는 정교한 기술 연구 이번 연구는 컴퓨터 그래픽스 분야의 기초 연구로, 상용화를 논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현재 영화나 게임 산업에서 쓰이는 아이디어가 만들어진 시기를 생각하면 이는 당연한 것. 그렇기에 이번 연구는 오히려 몇 년 후를 바라보는 연구가 된다. 권 교수는 이번 연구 이전에도 끊임없이 가상환경에 움직임을 구현하는 법을 연구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2014년에 발표한 연구로, 당시 권 교수는 근육에 따른 움직임을 연구해 근육 손상 등이 움직임에 미치는 영향을 가상환경에 구현해냈다. 후속연구를 통해서도 움직임의 원리를 밝혀내 구현하겠다는 권 교수. 그의 연구를 통해 만들어진 더 자연스러운 캐릭터들이 기대된다. 글/이상호 기자 ta4tsg@hanyang.ac.kr 사진/최민주 기자 lovelymin12@hanyang.ac.kr

2017-05 01 중요기사

[학술][이달의 연구자] 신유형 교수(경영학부)

리더와 부하의 성향이 맞지 않아 갈등을 빚는 일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그렇다면 ‘리더와 부하의 성향이 동일할 때 업무의 효율이 증진될 것’이란 사실은 항상 옳을까? 신유형 교수(경영학부)의 연구에 따르면 답은 ‘아니오’다. 도전적이고 변화지향적인 성향이 아닌 규율 준수를 중요하게 여기는 성향일 경우에만 리더와 부하의 성향 일치가 중요하단 것이 연구의 핵심. 신 교수가 조직에서 리더와 부하의 적합성에 따른 성과를 연구했다. 나는 위험회피 성향일까, 위험추구 성향일까? 신 교수의 연구에서 핵심이 되는 것은 ‘개인의 전략적 성향’이다. 전략적 성향은 위험추구와 위험회피 두 가지 성향으로 나눌 수 있다. 위험추구 성향이 높은 사람들은 지금보다 더 나은, ‘좋은 결과’를 위해 도전적이고 변화지향적인 행위를 한다. 이 때 위험을 무릅쓰는 혁신적 행위도 마다하지 않는다. 반면 위험회피 성향은 더 나은 상황을 위한 도전적 행위가 아닌, 정해진 틀 안에서 단지 ‘나쁜 결과’를 피하기 위한 행위를 한다. 이들은 규율 내에서 최소한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중시하며 안정적인 상황을 추구한다. 다소 모호하게 들릴 수 있는 개념이기에 신 교수는 간단한 예로 두 가지 성향을 비교했다. “학업에서의 예를 들어보면, 열심히 공부하는 A,B 두 사람이 있다고 가정합시다. 하지만 그 동기는 서로 달라요. A는 자신이 원하는 회사에 취업하기 위해 공부를 하고 B는 단지 낙제를 피하기 위해 공부를 하죠.” 이 때 A는 위험추구 성향, B는 위험회피 성향이다. 같은 행동을 하더라도 그것이 도전적인 동기에서 비롯된 행위인지, 단지 나쁜 결과를 막기 위한 행위인지에 따라 성향을 나눌 수 있다. “기업 조직에서의 예를 하나 더 들어볼게요. 새로운 프로젝트에서 회사에 도움이 되는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A,B 두 사람이 있어요. 하지만 이 때도 각자의 동기는 다르죠. A는 승진을 위해, B는 해고당하지 않기 위해.” 이 때 A는 위험추구 성향, B는 위험회피 성향이다. ▲ 지난 4월 27일 연구실에서 만난 신유형 교수(경영학부)는 “대학원 시절 개인적인 경험으로 인해 리더와 부하의 적합성에 대한 연구를 해왔다”고 말했다. 이번엔 리더와 부하의 ‘전략적 성향’이 연구 주제였다. 리더와 부하의 성향에 따라 비대칭적 결과 나타나 신 교수는 각각의 성향에서 리더와 부하의 적합성이 업무 효율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국내 다양한 기업에 속해있는 120여명의 팀장, 640여명의 팀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팀장과 팀원의 위험에 대한 태도를 본인 응답 형식으로 측정한 후 리더와 부하의 성향 일치 정도에 따른 행동을 분석했다. 설문조사 결과를 검증하는 통계 기법에는 원인변수가 결과변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측정하는 회귀분석이 주로 쓰이는데, 이번 연구에선 보다 고차원적 통계 기법인 ‘위계적 회귀분석’을 사용했다. 두 가지 변수(리더, 부하의 성향)의 일치 정도가 결과변수(OCB: 조직 성과를 제고하는데 기여하는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측정하는 방법이다. 설문조사를 분석한 결과 부하가 위험회피 성향일 경우 리더도 위험회피 성향일 때 부하가 조직 성과에 도움이 되는 행동을 많이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반면 부하가 위험추구 성향인 경우 리더와의 성향 일치가 업무 성과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이 경우엔 적합성과 무관하게 부하의 위험추구 성향이 높을수록 업무 성과가 높게 나타났다. “위험회피 성향의 사람은 규율 준수를 중시하기에 주어진 팀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주어진 틀 안에서 최선의 노력을 해요. 때문에 리더와 성향이 일치할 때 높은 성과를 달성하죠. 반면 위험추구 성향의 사람은 규율에 얽매이지 않는, ‘알을 깨고 나오는 듯한’ 사람이기에 리더와 잘 맞는 것이 중요치 않아요. 단지 자신의 위험추구 정도가 업무 성과를 좌우하죠.” 기존의 경영학 연구와 다르게 비대칭적인 연구 결과를 도출했다는 점이 이번 연구의 특징이다. ▲ 수평축은 왼쪽부터 각각 리더와 부하의 위험회피 성향을 수치로 나타낸다. 수직축은 ‘조직 성과를 제고하는데 기여하는 행동(OCB)’을 나타낸다. 리더와 부하의 성향이 일치하는 선에서 OCB가 높게 나타나는 그래프 형태를 관찰할 수 있다. (출처: 신유형 교수) ▲ 수평축은 왼쪽부터 각각 리더와 부하의 위험추구 성향을 수치로 나타낸다. 수직축은 ‘조직 성과를 제고하는데 기여하는 행동(OCB)’을 나타낸다. 부하가 위험추구 성향인 경우 리더와의 성향 일치와 무관하게 위험추구 성향이 높은 영역(그래프의 오른쪽)에서 OCB가 높게 나타난다. (출처: 신유형 교수) 이 길이 내가 원하는 길, 학생들도 자신의 길을 찾아갔으면 본 연구는 김민수 교수(경영학부)와 신 교수, 그리고 두 명의 박사과정 학생이 공동으로 진행했으며 논문은 경영학계 권위있는 학술지인 ‘Journal of Management’에 게재됐다. 신 교수는 이전에도 리더와 부하의 적합성에 대한 연구를 해왔다. 업무 속도, 업무 처리방식에서의 적합성도 연구 대상이 됐다. 신 교수가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대학원 시절 개인적인 경험에 있었다. “미국 유학 시절 박사학위 과정에 있을 때 지도교수님이 저와 업무 방식 측면에서 굉장히 잘 맞았어요. 덕분에 좋은 연구를 할 수 있었고 지금까지도 평생의 멘토이자 롤모델로 생각하고 있어요.” 교수와 학생의 관계를 통해 리더와 부하의 적합성의 중요성을 몸소 느낀 것. “제가 교수님 덕분에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처럼 회사에서도 자신과 잘 맞는 리더를 만나면 업무 성과를 높일 수 있단 사실을 깨닫고는 관련 연구에 몰입했죠.” 신 교수의 목표는 이번 연구와 같이 질 높은 연구를 해 세계에 한국을 알리는 것이다. “사실 한국은 연구를 하는데 있어선 변방이예요. 그럼에도 우리가 훌륭한 연구를 계속해 우리의 연구가 미국 유수의 연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해요.” 학생들에게도 같은 맥락에서 조언했다. “요즘은 취업난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길이 아님에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며 “군중심리에 편승하지 말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길을 찾아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금은 그 길이 외로울지라도 결과적으로는 성공에 다가가는 길”이라는 설명이다. 학생들에게 조언의 말을 아끼지 않은 신 교수는 자신의 앞날에 대해서도 같은 다짐을 하고 있는 듯 했다. ▲ 신유형 교수는 학생들에게 "끈기를 갖고 자신이 원하는 길로 나아가라"는 조언을 남겼다. 글/ 최연재 기자 cyj0914@hanyang.ac.kr 사진/ 김윤수 기자 rladbstn625@hanyang.ac.kr

2017-04 02 중요기사

[학술][이달의 연구자] 김현우 교수(신소재공학부) (3)

다음 상황에서 김한양 씨가 처한 위험은 무엇일까. 자동차 공장에 다니는 김한양 씨는 평소에 동료들과 함께 담배 한 대 태운 후 퇴근길에 오른다. 최근 신축 아파트에 새집을 마련한 김 씨는 즐겁게 집으로 향하다가 기름이 부족한 걸 보고 주유소에 들른다. 열린 창문 사이로 주유소 냄새가 들어왔지만, 김 씨는 개의치 않는다. 앞선 설명에서 등장한 ‘공장, 담배, 주유소, 새집’은 모두 위험 요인이다. 4가지의 공통점은 모두 유독성 벤젠 가스가 발생하는 물질이나 장소라는 것이다. 이때 필요한 것은 올바르게 벤젠 가스를 감지해낼 수 있는 센서. 김현우 교수(신소재공학부)가 이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김현우 교수(신소재공학부)와 지난 3월 31일 연구실에서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벤젠, 얼마나 위험할까 방향족 탄화수소 물질의 일종인 ‘벤젠’은 약품, 플라스틱, 인조 고무, 염료의 제조에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생산적 사용 빈도가 높다. 여러 화학 공정에서 중요한 용매로 사용됨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위독한 발암성 물질이다. 벤젠이 발암성 물질인 만큼 벤젠 가스도 인체에 유해한 유독성 가스로 분류된다. 김현우 교수는 “벤젠 가스는 유독성 및 마취성을 가지기 때문에 다량으로 흡입할 경우 발열과 두통, 호흡곤란 증세를 동반한 벤젠 중독이 나타난다”며 “지속해서 노출 될 시에는 백혈병 발병이나 사망에 이를 정도로 인체에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벤젠의 위험성은 벤젠을 다루는 산업체나 공장뿐만 아니라 우리 실생활에도 다양하게 자리잡고 있다. 벤젠 가스는 새로 지은 건물 안에서 발생하는 ‘새집 증후군’의 가장 큰 원인이 되는 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계속 살펴보면, 주유소나 지하주차장, 혹은 담배 연기와 자동차 배기가스에도 벤젠 가스가 포함돼 있다. 김현우 교수는 연구를 통해 벤젠 가스를 효과적으로 감지해낼 수 있는 센서를 개발했다. 벤젠 가스 감지 센서의 새로운 길 열다 “이번에 개발한 센서가 벤젠 가스를 검출해내는 원리는 간단합니다.” 김 교수는 벤젠 가스 센서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기본적으로 산화주석(SnO2-Core)으로 이뤄진 나노선(Nanowire)을 사용합니다. 여기에 산화아연(ZnO-Shell)을 씌우는데요. 이 형태는 수십 나노미터 이하 크기의 매우 얇은 형태로 제작됩니다. 가스 감지 특성이 매우 우수한 형태죠." 김 교수는"쉽게 말해 바닷물에 물을 부었을 때와 세숫대야에 물을 부었을 때의 민감도 차이를 생각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산화주석(SnO2-Core)에 산화아연(ZnO-Shell)과 팔라듐 나노입자(Pd nanoparticle)를 입히는 과정. 초고감도 벤젠 가스 나노 센서의 기본을 이룬다. (출처: 김현우 교수) 다음 단계는 팔라듐 나노입자(Pd nano particle)를 붙이는 과정이다. "팔라듐 나노입자는 벤젠에 대해서 초고감도 특성을 가지는 물질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전자 구조상 벤젠은 팔라듐에 흡착이 잘 이뤄지죠.” 김현우 교수는 팔라듐 나노입자의 ‘스필오버(spillover) 효과’도 함께 언급했다. “스필오버(spillover) 효과 란 팔라듐 나노입자에 벤젠 가스가 흡착됐을 때 팔라듐이 가진 성질이 벤젠 가스를 옆으로 흩어지게 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에요. 팔라듐이 벤젠 가스를 옆으로 전달하면 나노 쉘이 가스를 검출해내는 원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 교수는 건강한 인류를 위해 인체에 해로운 유해가스를 탐지하는 센서를 연구해보자는 목표로 연구를 진행했고 이번 연구를 통해 벤젠 가스의 정밀한 감지가 가능해졌다. “활용 범위는 좀 더 생각해볼 문제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적용해도 무방합니다. 공장이나 사무실에서도 사용할 수 있고 휴대용으로도 활용 가능할 것으로 생각해요. 이제는 실내와 실외, 혹은 장소에 따라 가장 효율적인 감지 방식을 찾아 구체적인 응용에 있어 최적화된 활용 방법에 대해 연구할 예정입니다.” 앞으로도 센서 연구에 힘쓸 것 김현우 교수는 자신의 연구에서 중요한 것은 ‘선택성’이라고 밝혔다. “제가 연구하고 있는 센서의 종류를 ‘저항식 가스 센서’라고 해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해당 가스를 집중적으로 구별할 수 있는 선택성에 있죠.” 이와 관련해 김 교수는 벤젠뿐만 아니라 다른 가스에 대해서도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벤젠과 비슷한 유해 물질로 톨루엔이 있는데요. 벤젠 가스가 팔라듐에 반응하듯 톨루엔은 백금에 반응하죠. 마찬가지로 일산화탄소는 금과 연결되고요. 이런 상관관계를 연구에 적용하는 거죠. 새로운 접근법을 기초로 한 효과적인 나노 센서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4차산업 혁명에서 센서 분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공 지능이 정보를 주고받기 위해서는 정교화된 수많은 센서가 올바르게 작동해야 하죠. 4차 산업이 도래하면서 센서의 수요는 많아질 겁니다. 우리나라에도 이 분야에 유명 석학이 많이 계시는데 산업적으로는 아직 영세한 편이에요. 앞으론 산업과 학문의 협력이 잘 이뤄져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면 좋겠고, 그 안에서 저도 일조하고 싶네요.” ▲"새로운 방식의 연구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걱정"이라고 밝힌 김현우 교수. 그에게서 고뇌하는 연구자의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 글/ 김상연 기자 ksy1442@hanyang.ac.kr 사진/ 최민주 기자 lovelymin@hanyang.ac.kr

2017-02 27 중요기사

[학술][이달의 연구자] 김기현 교수(건설환경공학과)

주변 환경이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이달의 연구자 김기현 교수(건설환경공학과)는 최근 탄소나노튜브의 환경보건학적 활용에 관한 리뷰 논문(여러 논문의 성과를 하나의 논문으로 정리한 것)을 집필했다. 대기오염 등의 환경오염 분야를 지속적으로 연구해온 김 교수는 신소재가 주변 환경 개선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고 했다. 신소재에 관한 연구가 소재 자체의 발전을 넘어, 주변 환경과 인간 삶의 질 개선에 도움을 줄 때 더 가치 있는 연구가 가능하단 것이 그의 생각이다. 신소재의 활용 방안, 무궁무진한 가능성 있다 나노 물질에 대한 연구는 물리, 화학, 생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진행됐다. 최근에는 여러 소재의 결합을 통한 첨단 소재에 관한 연구도 늘었다. 특히 탄소나노튜브의 활용도가 높다. 다른 소재에 비해 부피 대비 표면적이 넓고, 광학적-전기적 인장 강도가 높다는 특성 때문이다. 김기현 교수는 탄소나노튜브를 중심으로 신소재를 환경 및 헬스 케어 분야에 활용할 방안을 제시했다. "나노 소재를 실제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는 여전히 많은 가능성을 갖고 있습니다. 이번 논문은 소재 연구를 다른 문제와 관련지을 때 더 새로운 가치가 있단 것을 보여주고자 했던 리뷰 논문입니다." 기존 소재 연구가 소재 자체의 특성을 개선하거나 첨단 소재를 찾는 데 집중했다면, 이번 논문은 이런 소재의 활용 방안에 대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예컨대, 탄소나노튜브는 헬스 케어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다. 인체의 뼈를 대신하거나, 조직하는 물질로 사용될 수 있고 심근경색 등의 혈관 질환을 치료하기에도 유용하다. 기존 소재를 사용할 때 생기는 경제적 부담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높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은 신체의 면역∙항체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 첨단 소재가 가진 독성을 차단할 수 있도록 '코팅'이나 '변형'을 통해 위험 없는 소재로 바꾸는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 환경문제 해결에도 신소재가 활용될 수 있다. 대기 중에 있는 휘발성유기화합물질(Volatile Organic Compounds)은 휘발되면서 악취를 내고, 호흡기를 통해 흡입하면 발암 물질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런 물질을 감지하는 수단으로 '금속유기구조체'가 이용되고 있다. 평소 대기 오염에 관한 다수 연구를 진행하는 김 교수는 "첨단 소재를 통해 공기 정화를 하는 방법을 찾다가 이번에 총설을 썼다"고 설명했다. ▲김기현 교수(건설환경공학과)는 탄소나노튜브 등의 신소재가 환경 문제 개선에 활용될 수 있다며 관련 연구를 촉구했다. 환경 문제와 신소재의 융합, 블루오션 기대해 이처럼 김 교수의 연구는 신소재의 새로운 활용 방안이나 가치 창출에 더 집중했다. 소재 자체의 경제적 가치와 성능, 효율 등을 뛰어넘어 주변 환경 및 건강 문제 개선에 도움을 주는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환경 오염이 심화되는 추세인 만큼 김 교수의 이번 제안은 '블루오션' 연구에 대한 기대를 모으게 한다. "소재 연구가 주변 환경과 시너지를 내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소재와 환경 분야 간의 연구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블루오션이라 부를 만해요." 김 교수의 현재 연구 주제는 3가지다. 토양, 대기, 수질 오염 등 다양한 환경오염 지표를 통합 관리하는 모니터링 시스템, 전자담배의 발암물질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방법,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악취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연구다. 김 교수는 평소 환경 관련 연구를 진행하며, 오염 정도 감지 기술 등에 신소재를 활용할 방안을 고민해왔다. 이번 논문도 이런 고민이 있었기에 나올 수 있었다. ▲김기현 교수가 '흡착 튜브'를 통해 분석한 대기 중의 오염물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타인과의 경쟁보다 '더 좋은 연구'에 집중해야 김기현 교수는 초심을 잃지 않고 연구하는 것이 연구자의 기본 자세라고 밝혔다. 제자들을 가르치며 연구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연구보다 타인과의 경쟁에 몰두하는 모습을 종종 발견하기 때문이다. 김기현 교수는 "학부 때는 학점 경쟁만이 전부인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사람과의 경쟁보다 '더 좋은 연구'를 만드는 것이 연구자의 중요한 목표가 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기현 교수는 "신소재를 이용해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 며 학자로서의 강한 의지를 밝혔다. 글/ 오상훈 기자 ilgok3@hanyang.ac.kr 사진/ 최민주 기자 lovelymin@hanyang.ac.kr

2017-02 06 중요기사

[학술][이달의 연구자] 선양국 교수(에너지공학과) (2)

전기자동차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1회 충전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가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짧다는 점은 늘 한계로 지적됐다. 때문에 최근 에너지 공학계의 핵심 과제는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용량을 안전하게 높이는 것이었다. 선양국 교수(에너지공학과)가 10년 동안의 연구 끝에 이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았다. 배터리에 사용되는 양극 입자 속 물질 농도를 조절하는 것. 중앙과 표면의 물질 구성이 다른 양극 입자를 사용하면 안정성과 용량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 제시한 3세대 양극 소재 Al-FCG61은 3,000 사이클 이상 작동하고도 높은 효율을 유지해 학계와 업계의 주목을 받는다. 양극 입자 속 니켈과 망간 농도 조절, 용량과 안정성 모두 잡다 전기자동차 대부분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1회 충전으로 150km 정도를 달릴 수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가 1회 주유로 450km를 달리는 것에 비하면 현저히 짧은 거리다. 전기자동차가 1회 충전으로 350km 이상을 달리게 하려면 배터리 내 양극 소재의 용량을 200mAh/g까지 올려야한다. 양극 소재의 용량을 높이기 위해선 니켈 함량을 늘려야 하는데, 문제는 니켈 함량이 늘어나면 열 때문에 배터리가 폭발할 확률도 높아진단 점이다. 배터리의 안정성과 용량이 반비례 관계라고 말하는 이유다. 선양국 교수는 니켈 함량이 높은 양극 소재의 표면이 전해질과 만나는 과정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리고 양극 입자를 구성하는 물질의 농도를 위치에 따라 달리하는 FCG(Full Concentration Gradient) 소재를 고안했다. 즉, 입자의 중앙에서 표면으로 갈수록 니켈 함량은 줄어들고, 안정성을 높이는 망간의 함량이 높아지는 것이다. 선양국 교수는 10년 동안의 연구를 통해 농도 차이가 예전보다 극명하게 높은 양극 소재를 4세대까지 개발해 특허를 받았다. 여기에는 윤종승 교수(신소재공학부)의 도움도 컸다. 윤 교수가 입자 결정 구조를 분석하고, 선 교수가 합성을 맡았다 ▲ 선양국 교수(에너지공학과)가 개발한 3세대 양극 소재 FCG(Full Concentration Gradient)의 모식도. 입자의 중앙에서 표면으로 갈수록 니켈 함량은 줄어들고, 안정성이 높은 망간 함량이 늘어난다. 에너지 효율 높인 Al-FCG61의 발견 선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알루미늄을 추가한 3세대 양극 소재 Al-FCG61을 개발했다. 이 소재를 사용할 경우 배터리 효율은 높이고 수명은 늘릴 수 있다. 실험 결과 방전 심도 100%에서 3,000번 충·방전을 거듭해도 초기 용량의 80%를 유지했다. 방전 심도란 충전에서 방전까지 배터리가 사용하는 용량을 말한다. 방전 심도가 높으면 배터리 수명이 줄어들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완충 시에도 전체 용량의 60% 정도만 사용하게 만든다. 용량의 100%를 사용할 경우 충·방전을 수백회 거치면 수명이 다하지만, 늘 60% 정도만 사용하면 수명이 수천회로 늘어나는 원리다. 그러나 배터리 용량의 40%가 사용되지 않은 상태로 남는 데다, 배터리를 더 많이 사용해야하므로 비용 부담이 크다는 문제가 있었다. 결국 용량을 100% 사용하면서도 수명이 긴 배터리가 절실했다. 이런 점에서 선 교수가 개발한 Al-FCG61은 학계와 업계가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Al-FCG61의 효율이 높은 이유는 다른 양극 소재와 결정 구조가 달라, 충·방전 과정에서 미세구조 내에 쌓이는 충격이 줄었기 때문. 선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전기차 생산 비용이 줄어들면 제조 과정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 선양국 교수가 4세대 양극 소재인 TSFCG(Two Slope Full Concentration Gradient) 구조에 대해 설명 중이다. TSFCG는 니켈의 함량이 3세대에 비해 더 높다. 4차 산업혁명 대비할 차세대 성장 동력 필요해 선양국 교수는 4세대 양극 소재를 개발한 것으로 이번 연구를 마무리하고, 다른 구조를 지닌 새로운 재료 개발에 힘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2000년 우리대학에 부임한 이래, 지금까지 에너지 밀도가 높은 재료 연구에 몰두했다. 연구를 막 시작했을 무렵에는 이 분야에 관심을 갖는 연구자가 드물었으나, 선 교수는 고효율 에너지의 필요성을 예측하고 일찍부터 연구에 임했다. 선 교수는 "새로운 재료를 개발하려면 세계 최고의 성과를 거두겠다는 열정과 노력, 창의성이 필요하다"며 "한국은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해 차세대 성장 동력을 만들기 위해 힘써야 한다"고 전했다. ▲선양국 교수는 "새로운 소재 개발에 끈기를 갖고 도전하는 후배 연구자가 많이 생기길 바란다"고 했다. 글/ 신혜빈 기자 shb2033@hanyang.ac.kr 사진/ 김윤수 기자 rladbstn625@hanyang.ac.kr

2017-01 02 중요기사

[학술][이달의 연구자] 배상수 교수(화학과)

생명체의 DNA를 자유자재로 변형해 유전자의 특성을 변화시키는 유전자가위 기술은 ‘꿈의 기술’이라 불리며 30여년 전부터 관련 연구가 진행됐다. 유전자가위의 여러 종류 중 '크리스퍼'(CRISPR Cas9) 유전자가위는 가장 발전된 형태다. 하지만 생명공학 분야에서의 중요성에도 불구, 분자 수준에서의 작동 원리는 규명되지 못하고 있었다. 2017년 1월 이달의 연구자로 선정된 배상수 교수(화학과)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의 작동 방식을 단일분자 수준에서 관찰하는데 성공했다. 생명공학 분야에 한 획을 그은 발견이라는 평가다. DNA를 자유자재로 변형할 수 있다고? 모든 생명체는 고유의 DNA를 갖고 있다. DNA에는 성격이나 외형을 비롯한 모든 특성이 담겨 있어 DNA의 구조를 바꾸면 한 생명체의 특성도 변한다. DNA 변형 기술은 오랜 기간 인간의 능력 밖에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유전자가위'가 발명되며 인간도 생명체의 DNA를 변형시킬 수 있게 됐다. 유전자가위는 말 그대로 유전물질인 DNA의 구조를 자유자재로 잘라내거나 이어붙여 그 구조를 변형시킬 수 있는 도구다. 생명체의 특성을 결정짓는 것이 더이상 '신의 영역'만은 아니게 된 것이다. 1세대 유전자 가위인 ‘징크핑거 뉴클레아제(ZFN)’와 2세대인 ‘탈렌(TALEN)’은 이미 오래 전부터 활용돼 왔지만 그 사용법이 어려워 쉽게 쓰일 수 없었다. 이에 더욱 쉽게 사용 가능하면서도 저렴한 3세대 유전자가위인 크리스퍼(CRISPR Cas9) 유전자가위가 2012년 발명됐다. 이는 유전자 교정에 획기적인 발전으로 평가 받으며 각종 동식물의 질병 치료, 해충 퇴치를 비롯해 인간 난치병 치료, 배아 유전자 교정 실험 등 여러 방면의 연구에 사용됐다. DNA 상에서의 아주 작은 변화도 생명체에 큰 변화와 부작용을 수반할 수 있기 때문에 유전자가위는 정확성이 가장 중요하다. 다른 부분을 변형시키지 않고 의도한 부분만 자르는 것이 핵심.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기초 연구가 필요하다. 하지만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발명 이후에도 오랫동안 그 작동 원리가 규명되지 않고 있었다. 배상수 교수 연구팀은 이 작동 방식을 단일분자 수준에서 관찰했다. 레이저를 이용해 크리스퍼 유전자가위가 DNA에 달라붙어 원하는 곳을 자르는 모습을 관측한 것. 이 결과는 유전자가위 조작의 정확성을 높힐 수 있단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 2017년 첫 번째 이달의 연구자로 선정된 배상수 교수(화학과, 앞줄 왼쪽).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의 작동 방식을 분자 수준에서 관찰했다. 화학으로 전향한 물리학도, '융합'의 밑거름 돼 배 교수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에서 계속 물리학을 전공했다. 그러나 한 논문을 통해 유전자가위 기술을 접하곤 흥미를 느꼈고, 박사 후 과정에서 생화학으로 연구 분야를 바꿨다. 박사 과정까지 마친 이후 연구 분야를 바꾸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남들보다 더 큰 노력을 쏟았다. 이제는 두 분야를 공부한 것이 배 교수의 장점이 됐다. 융합적인 시각에서 문제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 "같은 주제도 어떤 분야를 전공했는지에 따라 관점이 완전히 달라요. 연구할 때 궁금한 점도 다르고, 사용할 수 있는 도구에도 차이가 있죠." 물리학에 기초를 둔 화학 연구를 진행하는 배 교수. 이번 연구에도 화학 분야에선 잘 쓰이지 않지만, 물리학에서 흔히 사용되는 '레이저'를 이용해 작동 원리를 관찰했다. 또 유전자가위는 생명체의 DNA를 다루는 기술이기 때문에 의사와 수의사, 생물학자를 비롯한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도 공동 연구를 진행했다. 배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융합연구가 없이는 불가능했다”며 융합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 배상수 교수가 지난 30일 연구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력한 기술인 만큼 명확한 법 규제 있어야 수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유전자가위 기술의 사용 여부는 여전히 윤리적 논쟁거리다. 생명체의 특성을 변화시키는 기술을 사용해도 되는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고, 사용된다 하더라도 악용을 확실히 규제할 수 있는 규율이 필요하단 지적이 많다. “원자력 발전처럼 처음에는 생명체에게 이로움을 강화시키기 위해서 사용됐지만 나중에는 악용돼 큰 피해로 돌아올 수 있어요. 때문에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신중하게 적용해야 합니다.” 유전자 가위는 이미 동식물에게는 사용됐지만 관련 법규의 미비로 아직 인간에게는 사용되지 않고 있다. 배 교수는 “유전병을 치료하고 멸종위기 동식물을 보호하는 등 유전자 가위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며 “기술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적절한 규제를 통해 장점을 극대화하는 사용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 배상수 교수가 자연과학대학에 위치한 자신의 연구실에서 연구를 하는 모습 글/ 최연재 기자 cyj0914@hanyang.ac.kr 사진/ 김윤수 기자 rladbstn625@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