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1252건
뉴스 리스트
게시판 리스트 컨텐츠
2004-02 22

[교수]‘한양 가족 또 늘었다’

22명의 신임교수, 지난 24·25일 양일에 걸쳐 연수회 및 임명식 진행 송미영 연구원 '한양인이라는 자부심' 느낄 수 있는 자리로 마련 조영진(정보통신대 · 정보통신학부 3) 군은 2년전 들었던 수업 하나만 생각하면 지금도 머리가 지끈거린다. 정원이 백여명을 넘어가다보니 마이크를 썼지만 수업에 집중하기도, 심도깊은 수업도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 조 군은 그 수업에 대해 “정원이 많으니까 힘들 수밖에 없죠”라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매학기마다 쏟아져 나오던 이러한 불평들이 점차 개선될 전망이다. 바로 신임교수 임용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2003년 후반기 47명에 이어 이번 상반기에는 총 22명의 교수가 새롭게 한양 가족이 됐다. 지난 24일과 25일에는 양일에 걸쳐 신임교수들을 대상으로 연수회와 임명식이 진행돼 진정한 한양가족으로 거듭났다. 이번 연수회는 양재동 교육문화 회관과 HIT에서 5개 섹션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24일 연수에서는 한양의 역사 이야기(Story of HYU History)와 한양의 인물 이야기(Story of HYU People)가 준비돼 본교의 건학이념, 교육이념과 더불어 본교가 원하는 교수상 등을 영상과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설명했다. 교수 임명식 이후 진행된 25일 연수에서는 교수학습개발센터에서 준비한 MIT 공대 조벽 교수의 특강이 마련됐다. 본교 교수학습개발센터의 자문교수이기도 한 조 교수는 ‘감동적인 첫 수업 만들기’라는 주제로 교수법을 강의해 참석자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이와 함께 본교의 추진전략 설명이 주가 된 한양의 비전 이야기 (Story of HYU Vision)와 행정조직 구조 및 eZ-hub 사용법 설명시간인 한양의 시스템 이야기 (Story of HYU System)도 준비돼 연혁 소개부터 행정 업무 안내까지 조직적인 연수가 이루어졌다는 평가다. 연수에 참가했던 정기석 (정보통신대) 신임교수는 “조 교수의 강의가 가장 인상 깊었다”면서 “처음 대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흡입력 있게 강의를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정 교수는 이번 연수를 “알차게 잘 구성된 프로그램”이라고 평가했다. 신임교수 연수회가 이틀에 걸쳐 진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수회를 준비한 송미영(교수학습개발센터) 연구원은 “본교의 비전, 이념을 모르면 (소속감이) 떨어지기 쉽다"면서 "(이틀에 걸친 연수는) 신임교수들에게 한양인이라는 자부심을 (더욱 강하게) 심기 위한 본교의 의지”라고 이틀에 걸친 연수이유를 축약해 설명했다. 본교의 신임교수 임용은 최근 3년 간 뚜렷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2001년 39명을 시작으로 2002년에는 50명, 2003년에는 82명이 임용됐다. 올해 역시 하반기에도 47명의 모집 계획이 잡혀 있어, 지속적인 교수 일인당 학생 수 하락이 기대되고 있다. 법대의 경우 작년까지 48명에 달했던 교수 일인당 학생 수가 이번 임용을 통해 34명으로 급격히 낮아졌다. 서진석 (교무과) 직원은 “장기적으로 30명 이하로 낮출 계획”이라고 밝혀 추가적인 학습 환경 개선작업이 진행될 것임을 암시했다. 이번 교수 선발에서 가장 중요했던 기준은 지원자의 연구 실적이다. 특히 SCI, SSCI, A&HCI 등 국제적으로 권위 있는 학술지에 게재한 실적은 우선적으로 높게 평가됐다. 또한 면접과 시범수업을 통해 강의 능력과 인성이 참고자료로 이용됐으며, 시범 수업에는 종종 학생들도 참가해 실제 수업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일조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역시 최초 계획했던 신임교수 예상인원을 채우는데는 실패했다. 이러한 이유에 대해 선발을 담당하는 교무과 관계자는 “예정 인원을 훨씬 초과하는 지원자가 몰려도, 정해진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선발을 하지 않는, 엄격한 자체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이라며, “아무리 급하더라도 선발기준을 낮추진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2004-02 15

[교수]묻혀진 보물, 서울의 허파로

이태식 교수, 청계천 복원사업에 관한 논문, 미국 유수 잡지에 커버로 실려 환경과 기능을 고려한 21세기 도시개발의 모델로 주목 묻혀진 보물. 본교 이태식 교수(공학대·건설교통공학)의 청계천 복원사업 관련 논문이 미국 토목공학 매거진(Civil Engineering Magazine) 신년호 커버를 장식했다. 권위 있는 미국 토목 공학회(American Society of Civil Engineers)에서 발간하는 이 잡지에 국내학자 글이 커버로 실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 이 교수는 74호 토목공학 매거진 신년호에 “묻혀진 보물”(Buried Treasure)라는 제목으로 청계천 복구사업의 기술적, 환경적 의미를 발표해 토목공학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 교수는 논문에서 청계천의 역사, 공법 그리고 복원 후의 청계천의 모습 등을 폭넓게 설명하고 있다. 특히, 청계천 복원이 갖는 의미가 단순히 교통량 감소, 소음감소 등 기능적인 변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과도한 도시화로 생기는 대기오염과 그로 인한 온실효과를 효과적으로 방지함으로써 시민들의 편한한 휴식공간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청계천 복원사업은) 건축물의 기능이나 규모면에서 토목공학적으로 중요하다"면서 “무엇보다 오랫동안 하수도 기능을 수행했던 곳을 자연 하천으로 바꾼다는 점에서 환경공학적으로도 연구가치가 크다”고 밝혔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 청계천 복원사업은 세계적인 관심의 대상이다. 올 9월에 개최되는 세계 최고의 건축 이벤트인 베니스 건축비엔날레에서 조직위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된 것이 그것. ‘도시와 물’이라는 주제로 전시될 이 행사에서 청계천 복원사업은 독일 베를린, 미국 보스턴, 영국 런던 등 세계 유명도시 10여 곳의 친환경적인 도시건축 프로젝트와 같이 전시될 예정이다. 최근 대기오염으로 인해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서만 연간 1만1천 여명이 조기 사망하고, 이에 따른 경제적 손실도 연간 최대 1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연구결과들이 나오는 상황에서 청계천 복원의 의미는 더욱 크다. 실제로 하루 18만 여대의 차량이 다니던 청계고가도로가 철거되면서 청계천 주변 대기오염도의 수치는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시정개발연구원(이하 시정원)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미세먼지의 평균 오염도는 53㎍/㎥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 58㎍/㎥에 비해 감소했다. 또 이산화황은 0.007ppm에서 0.004ppm으로, 일산화탄소는 0.93ppm에서 0.067ppm으로 급격히 줄었다. 2월 4일 시정원이 내놓은 ‘서울 도심부 발전계획안’에서 청개천이 복원되면 도심 속 오아시스의 기능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이 교수는 논문에서 그 동안 꾸준히 제기되었던 청계천 복원사업으로 주변상권과 상업을 위축시킨다는 의견과 달리 친환경적 변화는 오히려 (서울시가) 상업과 동북아시아 금융 기점으로의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혀 학계 뿐 아니라 관련업계와 정부관계부처의 주목도 함께 끌고 있다. 이 교수의 논문는 www.asce.org를 통해 확인 할 수 있다.

2004-02 08

[교수][Column] 놀기와 공부하기 - 이 훈

“잘 노는 사람이 공부도 잘한다.” 주변에서 쉽게 듣는 이야기이다. 재주가 뛰어난 친구들이기에 노는 것에도 능력이 있고, 또한 공부하는 것에도 재능이 따라주어서 둘 다 잘하는 것일까. 아니면 어느 것 하나를 열심히 하는 친구들이 다른 일들도 열심히 할 수 있다는 열심가능설(?) 때문일까. 놀이학자인 호이징하(Huizinga, 1981)는 놀이하기와 공부하기는 다르지 않다고 한다. 그는 지식을 얻는 행위의 원천으로서 수수께끼와 놀이를 연결 짓는다. "수수께끼는 성스러운 의식의 요소이면서 동시에 본질적으로 놀이이다. 문명이 발전하면서 수수께끼는 두 방향으로 가지를 치는데, 한쪽은 철학이며 또 다른 방향은 레크리에이션이다 (p. 149)". 문제를 풀어가는 수수께끼는 한 쪽으로 철학과 같은 학문의 방향을 갖게 되었고, 또 한편으로는 놀이성이 밖으로 표현되는 레크레이션의 양식을 띄게 된 것이다. 따라서 본질적으로 공부하는 행위는 문제해결의 과정으로 놀이와 같이 즐겁고 자발적인 것이다. 공부꺼리를 정하고 자료를 찾고 생각을 정리해 개념의 체계를 세우는 과정에서 깨달음을 얻고 희열과 재미를 얻을 수 있다. 공부하기는 이런 지식놀이의 기회를 제공해 준다. 공부하다가 잘해서 칭찬을 받을 수도 있고, 야단을 맞을 수도 있다. 그것은 놀이의 규칙일 뿐이다. 놀이에서는 항상 일정한 규칙을 제시하고 서로 그것을 존중하면서 진행된다. 놀이에서 이기고 지는 것은 그 순간에 해당된 것이지, 다음 놀이에 적용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한 놀이를 통한 좋은 경험은 다른 놀이에서도 쉽게 응용되고 능숙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지난 학기의 공부하기가 학생들에게는 다음 공부를 위한 좋은 경험들이 되어질 수 있다. 다만, 지식놀이의 여정에서 바라는 것은, 외적 강제에 의해 억지로 하게 되거나, 쉬운 지름길만 찾느라 주변을 맴돌거나, 비판없이 학문을 추종하는 어리석음을 피하기 바란다. 공부하기에서도 새로운 규칙과 독창적 아이디어를 통해 현상과 사물을 비판하며 수수께끼의 해답을 찾아 가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어설프지만 새로운 재미있는 놀이는 이런 실험정신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새 학기가 되면 새로운 친구들이 캠퍼스에서 공부하기를 시작할 것이다. 공부하기가 놀이하기와 다르지 않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달으며 재미있게 공부하는 새 생활이 되기를 바란다.

2004-01 29

[교수][Column] 사무라이는 없다 - 윤상인

영화<라스트 사무라이>를 봤다. 헐리우드가 ‘동양’을 소재로 만든 영화를 그다지 신용하지 않는 나로서는 조금은 별스러운 선택이었다. 지난 12월 초순 뉴욕에 갔을 때 이 영화가 한참 ‘뜨고’ 있는 것을 목도한 지라 ‘도대체 어떤 영화이길래’하는 궁금증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내 호기심을 자극한 것은 헐리우드가 선택한 ‘동양적’ 소재가 사무라이라는 사실이었다. 순종적인 여성성을 표상해 온 게이샤(일본의 기녀)라면 몰라도 서슬 퍼런 일본도를 휘두르는 호전적인 무사 집단에 조명을 맞춘 것은 의외였다. 더군다나 일본경제가 미국을 송두리째 집어삼킬 태세로 군림하던 197,80년대에, 사무라이는 그로테스크하고 호전적인 경제대국 일본의 표상으로 <타임>이나 <뉴스위크>와 같은 시사잡지의 표지를 장식하지 않았던가. 이쯤 되면 헐리우드 판 동양물에 약방의 감초 격으로 등장하던 오리엔탈리즘의 안부가 궁금해지는 것이 솔직한 반응일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일단 달랐다. 픽션을 바탕으로 역사적 사실을 적절하게 섞어가며 관객을 영화 속으로 몰입시켜가는 에드워드 즈윅 감독의 이야기 방식은 현란했다. 줄거리인즉, 아메리카 원주민 학살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는 남북전쟁의 영웅 알그렌 대위가 일본 황군의 군사고문으로 불려가지만, 정작 토벌대상인 반란군의 사무라이 정신에 감화되어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는 이야기로 요약된다. “나는 어제의 내가 아니다”라는 자기변혁의 실감은 어느 누구에게나 진한 감동을 불러온다. 서양인에게는 모든 것이 이질적일 수밖에 없는 아시아의 한쪽 끝에 위치하는 타자와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내부가 바뀌고 새살이 돋는 영적 체험에 대한 간증의 형식을 띄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이 영화는 관음증적 오리엔탈리즘으로 버무린 기존 서양영화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주장할 만 하다. 서양인들이 지어내는 동양이야기의 기본 골격을 구성하는 것은 남자(서양) 대 여자(동양)의 불평등 성적(권력)관계였지만,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남자 대 남자의 수평적 구도(알그렌 대위와 가츠모토) 속에서 내러티브의 긴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색다르다. 따라서 한 세기 이상 <나비 부인(Madam Butterfly)>의 후예로서의 자기정체성을 강요당해왔던 일본인들에게 있어서 <라스트 사무라이>는 그간의 불쾌한 기억에 대한 정신적 보상이 될 수 있는 것이고, 일본열도가 이 영화에 대해 최상의 찬사로 화답한 것은 당연한 반응이라 할 수 있다. 허나 가시의 존재를 알아야 꽃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법. 앞에서 말한 몇 가지 미덕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곰곰이 되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를 적지 않게 내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영화를 본 후 여러 느낌이 한꺼번에 교차했다. 그 중에서도 오랫동안 내내 뇌리에서 맴도는 것은 ‘왜 지금 무사도인가’ 하는 생각이었다. 무사도를 체계화하여 세상에 알린 것은 니토베 이나조(新渡戶稻造 1862-1933)였다. 일찍이 서양에 유학하여 세계 사정에 밝았던 그는 일본에는 비록 서양의 기독교와 같은 종교윤리가 존재하지 않지만 그에 대신하는 엄격한 정신윤리로서 무사도가 존재한다는 것을 내외에 알리기 위해 영문저서 Bushido를 출판했다. 메이지 정부도 충군애국, 멸사봉공을 기본 덕목으로 삼는 무사도를 아직 근대국가 체제에 적응하지 못한 일본인들을 ‘국민’으로 통합하기 위한 통치이데올로기로 이용했다. 무사도 역시 근대국민국가 형성과정에서 인문학의 도움을 받아 발굴 혹은 창안된 전통 중의 하나였다. 무사도의 세례가 없었다면 제로전투기에 몸을 싣고 태평양전쟁 말기 미국 전함에 돌진한 가미가제(神風) 특공대 신화도 성립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헐리우드가 만든 영화 <라스트 사무라이>가 무사도에 대한 경의를 숨기지 않고, 오늘날 일본인들 사이에서 거의 사어(死語)화되다시피 한 무사도나 사무라이(侍)와 같은 말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는 사태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냉전 후 유일한 초강대국으로 군림하게 된 미국인들의 자신감 표출로 볼 수도 있겠고, 아니면 일본문화에 매료된 감독 개인의 일본취향(Japonisme)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후자라 할지라도 그리 간단히 넘길 문제는 아니다. 이 영화를 만든 즈윅 감독은 영화감독으로는 구로사와 아키라, 역사 인물로는 1877년 서남(西南)전쟁을 일으킨 사이고 다카모리를 흠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실제로 사무라이 집단의 우두머리 가츠모토는 사이고 다카모리를 모델로 하고 있다. 하지만 영화에서 톰 크루즈보다도 강력한 카리스마를 발하는 가츠모토가 메이지 정부에 항거하여 궐기한 후 자결한, 그리고 악명 높은 정한론(征韓論)을 주창한 사이고 다카모리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우리는 즈윅 감독의 낭만적 자포니슴을 액면 그대로 수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일견 사나이의 모험과 자아회복의 서사시로 읽혀지는 이 영화는 실제로는 더 없이 정치적인 함의로 가득 찬 이야기이다. 알그렌 대위는 사무라이와의 만남을 통해 자기혁신이라는 은혜만을 입은 것은 아니다. 전투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파란 눈의 사무라이 알그렌 대위는 메이지천황을 알현하는 자리에서 일본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서양적 표준이 아니라 일본 고유의 전통적 가치라는 점을 ‘일깨워’주는 역할을 한다. 지고지존의 천황이 그러했듯이 많은 일본인은 파란 눈의 영웅적인 미국인을 통해 비로소 자신을 재발견하게 된다는 이야기 틀은 영화 속 뿐만 아니라 <라스트 사무라이>라는 텍스트 그 자체가 지니는 본질적 속성인 것이다. 이것을 변이된 오리엔탈리즘이라 칭해도 무방할 것 같다. 즈윅 감독에게 있어서 일본은 하나의 문화적 비전이다. 깊은 고산에 홀연히 나타난 아름다운 마을, 복사꽃이 만발하고 더없이 순수하기만 한 사람들이 공동체를 이루며 평화롭게 살아가는 가츠모토의 영지는 흡사 중국시인 도연명에 의해 그려진 이상향 도원경(桃源境)을 방불케 한다. 결정적인 것은 마지막 최후의 전투장면일 것이다. 황군의 신식무기 앞에 속절없이 산화하는 사무라이들의 주검 위로 만개한 벚꽃이 흩날리는 장면은 즈윅 감독이 가장 심혈을 기울였을 이 영화의 백미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내 기억이 맞는다면) 알그렌 대위의 모노로그에 의하면 마지막 전투가 있던 날은 1877년 5월 27일이다. 그리고 이 영화의 배경은 사츠마 번 등이 있었던 일본의 남단 규슈 지방이고 영화의 로케도 남부 히메지(姬路)에서 이루어졌다. 일본의 언론매체들은 3월이 되면 벚꽃전선에 관한 예보를 한다. 규슈에 벚꽃이 가장 먼저 상륙하는데 3월 말이면 만개한 벚꽃이 모두 자취를 감추며 일본의 최북단 홋카이도라도 5월 27일에 벚꽃을 찾아보기는 불가능하다. 봄을 알리는 꽃인 벚꽃이 이 영화에서는 초여름에 만개하여 사무라이의 죽음에 입회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허술함은 ‘사람은 사무라이, 꽃은 벚꽃’이라고 하는 무사도 이데올로기에 대한 맹목적 낭만화의 결과이다. 아무리 용기와 충성과 명예가 소중하다고 믿는다치더라도 일본도 하나만으로 총탄의 빗속을 뛰어드는 일본인을 오늘날 찾아보기란 지난한 일에 속한다. 사무라이는 없다. 그것은 <라스트 사무라이>라는 제목을 붙인 감독 스스로 말하고 있는 사실이다. 일본인들의 정신윤리로 여겨져 온 사무라이 정신을 ‘마지막(last)’으로 체현한 것은 미국인 알그렌 대위였다. 이 대목에서, 대다수의 일본인들이 이 영화에 보내는 지지와 공명에 이 점에 대한 고려도 들어 있을지 하는 궁금증이 다시 인다.

2004-01 15

[교수][Column] 중국 유학의 몇 가지 교훈들 - 한동수

나는 지난 10년 간 중국문화권에서 유학을 했다. 절반의 기간은 자본주의의 중국인 대만에서,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사회주의의 중국인 대륙에서 지냈다. 그 결과 하나의 민족이 이데올로기로 분리되어 어떻게 다른 길을 갔는지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었고 두 지역의 학풍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비교가 가능했다. 하지만 졸업을 하고 귀국한지 벌써 6년이란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중국의 현실을 정확하게 이야기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으로의 유학을 준비하는 후학들에게 적어도 한 두 마디는 할 수 있을 것 같아 몇 자 적어보려고 한다. 최근 중국유학의 열풍과 맞물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조기유학을 생각하고 중국어를 배우는 것이 대단히 중요한 자신의 이력이라고 여기고 있다. 나는 이 점을 분명히 해 두고 싶다. 중국어는 아무리 잘해도 역시 지역의 언어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반드시 영어를 전제로 하고 중국어를 배울 필요가 있으며 우리말을 못하면 다른 나라의 언어도 잘 할 수 없다는 진리를 명심했으면 한다. 다음으로 언어를 배우는 것은 학위과정하고 별개의 문제라는 점이다. 다들 얼핏 생각하기에 유학을 하면 그 나라의 언어를 당연히 잘 할 수 있을 것으로 여기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나의 경험으로 보면 우리가 외국인인 이상 언어학습은 평생의 꾸준한 투자가 필요하다. 중국에서 유학을 하다보면 중국학생을 가정교사로 쓰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이만하면 됐다고 생각하는지 중단을 한다.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시간이 지나면 일상의 대화를 하고 들을 수 있는 정도의 수준까지는 도달할 수 있겠지만 정확하고 표준적인 언어의 구사는 반드시 별도의 학습을 요구한다. 게다가 중국어는 외국인이 익히기 어려운 성조라고 하는 음의 높낮이가 있고 백화문과 고문이라는 이원적인 구조 때문에 깊은 공부를 하려면 이러한 벽을 다 넘어야 하는 것이다. 왜 이렇게 언어에 대하여 강조를 하냐하면 물론 외국유학의 기본적인 무기가 언어이기는 하지만 이 무기를 잘 갖춘 학생들이 별로 많지 않기 때문이다. 중문과를 나왔다는 학생이 막 유학을 와도 자신의 의사를 분명하게 전달하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다. 중국에서는 언어를 잘 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덕을 본다. 그들 자신들도 표준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사람이 상당수이기 때문에 언어표현능력이 좋을수록 대접을 받는다. 여기에 하나 더 보태자면 분명한 유학의 목표의식이다. 그저 한국에서 볼 때 막연하게 잘 나가는 분야만을 생각하고 자신의 전공을 선택하기보다는 냉철하게 자신의 능력과 적성, 그리고 앞을 보는 혜안이 필요하다. 그것은 오늘, 내일의 일이 아니라 10년, 20년 뒤의 상황을 생각해 보는 것이다. 내가 전공으로 택한 중국건축역사라고 하는 분야만 하더라도 1988년 처음 대만으로 유학을 떠날 때 주변에서 적지 않은 비웃음과 무시를 당했다. 그러나 당시 나는 동아시아의 건축역사분야에서 반드시 넘어서는 할 것이 중국이라는 사실에 대한 확신이 있었고 그 예측은 틀리지 않았다. 지금 중국으로의 유학을 생각하는 후학들에게도 이 같은 자신감과 분명한 목표를 가져달라고 주문하고 싶다. 덩달아, 또는 시류에 따라 중국유학은 금물이다. 그리고 기왕에 유학을 떠나기로 했다면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도록 인내하고, 또 인내하라고 부탁하고 싶다. 순간, 순간 많은 유혹들이 항상 따라다니기 때문에 조금도 방심해서는 안 된다. 유학의 실패는 누구도 원망할 수 없다. 그것은 전적으로 자신의 탓이기 때문이다. 부디 우리 학교의 후배들은 이러한 우를 범하지 않고 중국유학에서 자신이 뜻한 목표를 이루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2003-12 22

[교수]이영무 교수, 국제 SCI급 저널 편집인 선임

'국내외 학계 잇는 가교역할 하겠다'는 포부 밝혀 본교 이영무(공대 · 응용화학공학) 교수가 국제 과학기술논문색인(이하 SCI) 등재 학술지인 `막학 저널` 편집인으로 선임돼 화제다. SCI 자체가 이공계 및 자연계 교수들에 대한 연구업적 평가와 직결되는 요즘, 이 교수가 SCI급 해외 저널 편집인으로 선임됨으로써 본교와 나아가 한국 학술계의 수준을 한단계 높였다는 평가다. 이 교수는 2004년 1월 1일부터 ‘막학저널(‘Journal of Membrane Science)’에 소개될 논문의 접수와 선정작업을 맡게될 예정이다. 그동안 국내 SCI 학술지에서 편집인 자격으로 활동한 학자들은 많았지만 해외 SCI 저널의 편집인으로 일한 학자는 거의 드물었던 것이 사실. 이 교수는 지난해부터 막학저널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해 왔으며, 얼마 전 이 학술지의 편집장인 미국 조지아공대 윌리엄 J.코로스 교수의 추천으로 편집인 4명 중 1인으로 활동하게 됐다. 최근 각종 대학, 교수평가의 지표로 사용되어 관심을 모으고 있는 과학 기술 논문 인용색인 SCI란 Science Citation Index 의 약자로 미국 과학정보연구소(ISI)가 전 세계 약 3500여종의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의 인용빈도를 조사하고 그것을 토대로 분석하여 인용된 논문이 가장 많이 수록된 학술지를 각 계통별 순위로 나열한 것이다. SCI는 6가지 인쇄물형태, CD-ROM, CD-ROM with Abstracts, Magnetic Tape, Web Access, Online (www.isinet.com/journals) 형태로 제작된다. 여기에 기재된 학술지는 논문이 인용된 정도인 Impact Factor (임팩트 팩터) 라는 요소로 평가순위가 매겨지며, 이번에 이교수가 편집인으로 선임된 '막학저널'은 국제 화공분야계열 126개 학술지 가운데 상위 6번째에 드는 높은 임팩트 팩터를 자랑하고 있다. ‘막학저널’은 분리 막 분야 최고의 SCI 저널로 명성을 높이고 있으며, 한 해 17편 가량의 잡지를 발행, 400여 편의 논문이 게재되는 학술지이다. 이 교수는 이 중 약 100여 편의 논문을 감수, 심사하게 된다. 본교 교수의 SCI 논문을 관리하고 있는 이재은(교무처 · 교무과) 씨는 “해외 유수 학술지에 편집인이 된다는 것은 한국 학계에서는 그간 매우 드문 일이다.”며 “이 교수의 편집인 선임은 화공학계 뿐만 아니라 본교에게도 큰 경사가 아닐 수 없다.”고 높이 평가했다. 이 교수는 최근 한국막학회가 선정한 `올해의 논문상` 수상을 비롯해 각종 우수 논문상과 2000년도 ‘한양대 최우수 교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그는 한양BK21 재료사업단장, 응용화학공학부장, HIT기획운영위원, (주)바이오레인 이사, 각종 화공학 관련 학회 이사 등 학내외적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교수는 “그 동안 같이 연구실에서 연구해온 연구소 식구들이 아니었으면 이런 영광을 누릴 수 없었을 것이다. 연구소 식구 뿐 아니라 학계(한국막학회), 학교, 정부 관계자 등 주변 분들에게 감사 드린다.”고 말하며 “앞으로 국제 학계동향을 한국에 빨리 알리고 또 해외에 우리의 업적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가교 역할을 담당”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2003-11 29

[교수][화제의 신간] 언론의 어제와 오늘, 내일

안산캠퍼스 신문방송학과 이민웅 교수가 지난 5년여간 학술지와 기타 준학술지 등에 기고한 논문과 세미나에서 발표한 글들을 모아 책으로 엮어냈다. 행동하는 언론학자로서 그 동안 학술지를 비롯한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꾸준히 저술 활동을 펼쳐온 이 교수는 이번에 발간한 『저널리즘: 위기 · 변화 · 지속』(나남, 2003)에서 변환기에 놓인 한국 언론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종합적으로 진단했다. 그러면 왜 '위기','변화','지속'인가? 1990년대 이후 언론은 '위기'라고 할 만한 커다란 변화의 소용돌이 안에 있다. 또 그 자신 또한 변해야 한다는 요구에 직면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디지털 기술의 발전, 미디어 내부에 침투한 자본의 논리와 상업주의, 공공뉴스 수요의 감퇴, 민주화에 병행된 언론의 영향력 증가 및 언론의 권력 남용 등을 언론의 변화를 요구하는 주요 요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산업사회에서 정보사회로 급격한 변화가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사회적 · 물리적 환경에 대한 감시기능과 여론을 형성하는 공론장의 역할, 지식과 비판의식을 갖춘 건전한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역할 등 언론의 고유한 기능들은 변할 수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언론과 관련된 학문적 쟁점에 대한 논의가 담긴 전반부에서는 언론이 직면한 위기와 이에 대한 대안적 움직임을 정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언론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인 '뉴스란 무엇인가', '저널리즘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진지한 성찰을 전개하고 나선다. 더불어 우리의 '해석'으로부터 독립된 '사실'이 있다는 전제에 입각하여, 진실 보도와 사회 구성주의, 재귀적 구성주의에 관해 면밀한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 한국 언론의 보도를 영역별로 나누어 비판적으로 고찰한 후반부에서 이 교수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한국 언론의 질적 제고를 위한 제언을 아끼지 않는다. 언론사 기자채용 제도의 문제점, 언론인이 갖추어야 할 자질에 대한 고찰과 언론의 자율적 규제를 위한 신문윤리위원회의 활성화 방안, 언론사 간부에게 요구되는 새로운 리더십 모델, 심층보도 방법론으로서 사회과학적 심층보도에 대한 논의 등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함께 바뀌어야 할 다양한 문제들을 저자는 면밀히 추적하고 나선다. 공론장과 숙의 민주주의라는 두 개의 커다란 사상적 흐름이 이 책을 관류하고 있긴 하지만, 저자의 이 모든 논의가 하나의 이론적 시각이나 방법론에 의거하여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는 사회 및 언론조직의 복잡성으로 인한 어쩔 수 없음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어느 하나의 이론적 틀에 기대어 문제를 도식적으로 해명하려는 태도를 배제하고 복잡한 현실 자체를 방법론의 개방적 공간으로 삼겠다는 저자의 의도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대학 강단에 서기 전 방송기자와 신문기자로서 15년 간 현장에 몸담고 있었던 저자의 이력이 그러하듯이 수록된 각 논문들은 철저히 현상에 대한 이해와 분석을 토대로 구성되어 저널리즘에 관심 있는 일반 독자들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배려되어 있다. 비판적 시민으로 나아가는 첫 번째 걸음을, 너무 가볍지도 그렇다고 너무 무겁지도 않은 이 한 권의 책과 함께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2003-11 15

[교수]故 이대석, 이 시대의 `햄릿` 위한 추모

지난 5월 지병으로 타계한 故 이대석(국제문화대·영미언어) 교수가 지난 달 30일 홍조근정훈장을 수훈해 주위로부터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정부는 지난 8월말로 명예(의원)퇴직한 교원 5백 13명에게 훈·포장 및 표창을 수여했고, 이에 이 교수도 홍조근정훈장을 수훈해 고인의 학문적 업적을 다시금 돌이키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 교수는 생전에 자유롭고 개성이 강한 성격으로 학생들 사이에서 그 인기가 높았다. 오디오 전문 잡지에 음악에 관한 칼럼을 기고할 만큼 음악과 오디오에 조예가 깊었으며, 강의 시간에 스스럼없이 학생들 앞에서 오래된 팝송을 부르기도 했다고. 또한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모터사이클을 타고 여행을 즐길 만큼 삶 전반에 걸쳐 지침 없는 역동성을 드러냈었다. 이 교수의 포상소식에 함께 재직했던 교수들과 강의를 수강했던 학생들도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고 있다. 국제문화대 학장 윤석산(국어국문) 교수는 이 교수를 추억하며 "본교의 동문이자 교수로써 20여 년 간 봉직하신 이 교수님이 유명을 달리하시게 돼 모든 이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다. 그러나 사후에나마 교육자로서 평생을 살아오신 고인에게 훈장이 주어진 된 것은 매우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고인을 회고했다. 전창수(국제문화대·영미언어4) 군은 "교수님은 귀고리를 하거나 염색한 학생들을 보고 멋있다고 칭찬해 주실 만큼 평소에도 젊게 사신 분이었다. 학생들과 만나는 것을 좋아하셨는데 이제는 찾아뵐 수 없어 가슴이 아프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정지연(국제문화대·영미언어3) 양 역시 "셰익스피어에 조예가 깊었던 교수님의 강의를 더 이상 듣지 못해 안타깝다"며 "포상소식에 교수님의 빈자리가 더 크게 다가오지만 교수님의 제자로써 훈장을 받게 되신 것이 매우 자랑스러웠다"라고 이 교수에 대한 존경과 아쉬움을 표했다. 이 교수는 본교 문과대와 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치고 서강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본교 문과대 영어영문학과(현 국제문화대 영미언어문화학부)의 교수로 재직하며 모교의 발전을 위해 헌신해 왔다. 영어영문학과 학과장과 사회교육원장, 문과대학장직을 두루 역임했으며 국내 셰익스피어 연구의 최고 권위자 중 한 명으로 알려져 있다. 저서로는 『셰익스피어 극의 구조 연구』(한양대 출판부)가 있으며, 『셰익스피어 비극론』과 『영문학사』 등의 번역서를 출간하기도 했다. 주로 셰익스피어 관련 논문을 발표했으며, '『뜻대로 하세요』: 전원적 이상주의와 비판적 풍자' 외에 많은 논문을 집필했던 이 교수의 저술 활동은 동료들에게 훌륭한 귀감으로 회자되고 있다.

2003-11 01

[교수]경제학자가 말하는 `구직의 성공 비결`

본격적인 채용 시즌에 접어들면서 졸업을 앞둔 학생들의 발걸음도 분주해지고 있다. 그러나 오랜 경기 침체로 인한 기업의 인력 감축과 채용계획 부재로, 올해의 취업은 그 어느 해보다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한 경제학자가 편찬한 '취업 지도서'가 은밀한 입소문을 타고 '취업의 작전지도'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안산캠퍼스 디지털경제학부의 김재원 교수. 그가 집필한『좋은 직장 들어가기』(2003, 기획출판 거름)가 유독 화제가 되는 까닭에는 지난 수 년간 주요 대기업의 인사노무관리 전략 수립에 직접 참여했던 김 교수의 개인사적 배경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수 년간 안산캠퍼스에서 '일과 직업의 세계'를 강의해 온 김 교수는 그 동안 여러 직업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을 초빙해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노력해 왔다. 김 교수는 "그 동안 많은 강사들이 우리 수업에 참가해 학생들에게 살아있는 기업 현장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나 역시 그 분들의 강의를 통해 현장의 지식을 쌓을 수 있었다"며 "이러한 지식과 그 동안 출간한 책들을 바탕으로 비단 내 강의를 듣는 학생뿐 아니라, 많은 학생들에게 나의 지식을 나눠주고 싶었다"라고 출간 배경을 설명했다. 김 교수가 발간한 취업서의 장점은 기존의 유사 서적들과 분명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이 취업 관련 서적들이 단순히 이력서 작성법을 알려주거나, 면접 대비 요령을 알려주는 수준에 머무는 정도였다. 그러나 김 교수가 발간한 『좋은 직장 들어가기』는 취업을 위한 '정신적 무장'을 시작으로 직장 선택의 노하우와 이에 따른 세부적인 취업 전략들이 상세히 소개돼있다. 이력서 작성이나 면접 요령 등은 포괄적인 서술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예시를 함께 실어 구직자들이 이해를 도왔다. 김 교수는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결혼관은 저학년에도 확고하다. 하지만 취업관은 고학년이 되어도 희미하다는 것이 뚜렷이 나타난다"며 취업에 대해 상대적으로 안일한 학생들의 자세를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취업이 안 될수록 자신을 알아야 한다. 특히 자신이 원하는 직장이 무엇인지, 직무능력을 어떻게 되는지를 미리 파악해 차분히 준비하는 것이 좁은 취업의 관문을 통과하는 지름길이 된다"라고 조언했다. 무엇보다 김 교수는 강조하는 것은 취업 전략에 대한 '이해'를 넘어선 '실천'의 부분이다. 김 교수는 "학생들은 전략과 노하우를 확보하고, 읽는 데만 멈추지 말고 실천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천을 반복할 때, 자신의 잘못된 점을 찾아 올바르게 고치며 취업 성공의 길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구직이 어렵다는 학생들의 아우성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고용할 인재가 없다고 하소연하는 현실에서 취업에 임하는 학생들의 자세를 날카롭게 지적한 부분이기도 하다.

2003-09 08

[교수]`한양의 밀알` 교직원 정년·명예 퇴임식

지난달 27일 서울캠퍼스 백남학술정보관 국제회의실에서는 2003학년도 전반기 교수 정년퇴임식과 직원 정년·명예퇴임식이 열렸다. 김종량 총장을 비롯한 교무위원과 동료 교직원 및 퇴임 교직원 가족들이 다수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퇴임식은 학교를 떠나는 이들의 노고와 업적을 기리는 엄숙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이번 전반기에퇴임을 맞은 교수들은 한영열(공대·전전컴), 양승진(공대·지구환경), 박노준(인문대·국문), 한백형(자연대·물리), 신응배(공학대·건설환경), 황보연(생체대·경기지도) 교수 등 총 6명이다. 김 총장은 퇴임을 맞은 교수들을 한 분 한 분 호명하여 치하한 뒤 "본교가 명문 사학으로 우뚝 서기 위해 쏟은 희생과 봉사를 잊지 못할 것이다. 정년이 끝이 아닌 만큼 교직에서 물러나더라도 연구와 후학 양성에 힘써 주시기 바란다"라고 깊은 감사의 뜻을 표했다. 퇴임 교수를 대표해 인사에 나선 신응배 교수는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전해주지 못해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남는다. 그러나 젊은 인재들에게 남은 일들을 맡길 수 있는 것이 매우 다행스럽고 한양의 일원으로서 명예로운 이 자리를 잊지 못할 것"이라 감회를 밝혔다. 이 행사에 이어 17명의 교직원 정년·명예퇴임식이 거행됐다. 정년을 맞아 퇴임하는 직원은 한영태(교육대학원) 부장을 비롯해 김창규(출판부), 한국현(서울 관리처), 임승규(서울 백남학술정보관) 부장, 신도범(서울 관리처) 수위장, 이희용, 정연화, 김숙자(안산 총무처) 직원, 송영례(서울 학생처) 직원, 유병학, 박정순(서울 관리처) 직원 등 11명이다. 또한 유재일(서울 재무처) 계장, 김보연(체육부실) 감독, 김대석(공대·교학과), 이낙규(서울 관리처) 직원이 명예퇴직을, 김지윤(서울 학술연구처), 민혜기(안산 교무처) 직원이 희망퇴직을 했다. 한편 한영태, 한국현, 임승규 부장은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김종량 총장은 치사를 통해 "오늘 퇴임을 맞은 직원 여러분들은 지금의 한양이 존재하게 한 원동력이며 세계 속의 한양을 위한 밑거름이 되어 주셨다. 퇴임 후에도 기쁜 마음으로 한양의 발전상을 지켜봐 주시길 바란다"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이어 연단에 선 김창규 부장은 "정들었던 교정과 동료를 떠나는 것이 매우 힘들 것 같다. 그러나 한양에서 배운 사랑의 실천 정신을 바탕으로 영원한 한양인으로 살아갈 것을 다짐한다"라고 퇴임 소감을 밝혔다.

2003-09 01

[교수]'유럽의 신화, 그 이면에 숨겨진 세계사적 진실들'

21세기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렇게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을 현명하게 살아가기 위해선 미래를 보는 안목과 세상을 바람직하고 올바르게 보는 능력이 필요하다. 리오리엔트(ReORIENT)는 한양대 학우들에게 이런 능력을 키워줄 수 있을 것이다. 객관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동양과 서양을 재평가한 이 책은 특히 6장 '왜 서양은 (일시적으로) 승리했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여러분에게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줄 것으로 믿는다. -인문대 영문학과 김성제 교수 히딩크의 나라로도 더욱 잘 알려진 네덜란드는 17세기를 자신들의 황금시대로 회고한다. 이 시기에 네덜란드가 정치·경제·학문·예술 등 여러 분야에서 유럽을 이끄는 선두의 위치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17세기에 네덜란드는 당시 여타 유럽 강국의 거센 물결에 휩쓸리지 않고 엄청난 힘을 전 세계에 걸쳐 발휘했다. 이런 사실은 고등학교 세계사 시간에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만한 이야기다. 그러나 우리가 사실이라고 믿고 있는 이 내용이 사실과 다른 왜곡이라면? 또한 이런 사실에 대한 반론이 있다면? 이 같은 질문의 답을 우리는 『리오리엔트(ReORIENT)』(안드레 군더 프랑크 저, 이산 2003)에서 찾을 수 있다. 『리오리엔트』는 유럽 중심 일변도의 역사관을 바로잡는다는 뜻과 동양이 세계사의 중심으로 복귀하고 있다는 두 가지 뜻을 가지고 있다. 책 제목을 곰곰히 생각해본다면 저자가 정작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쉽게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프랑크는 이 책을 통해 유럽의 세계 지배는 1800년 이후 길어야 200년 남짓한 기간에 일어난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1800년 이전, 세계 경제에 중심이라는 것이 있었다면 그것은 물론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와 중국이었다는 세계사적 사실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신대륙 발견을 통해 유럽이 풍부한 광물자원, 특히 은을 획득하게 되면서 세계의 경제지형에는 큰 지각변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난 200여년의 유럽사를 설명하는 저자의 비유가 무척 흥미롭다. "서양은 아시아 경제라고 하는 열차의 3등칸에 달랑 표 한 장을 끊어 올라탔다가, 얼마 뒤 객차를 통째로 빌리더니 19세기에 들어서는 아시아인을 열차에서 몰아내고 주인 행세를 하는 데 성공했다." '신대륙의 은으로 아시아 잠식에 성공한 유럽을 비꼰 말이다. 그렇다면 1800년 이후 유럽의 신화는 어떻게 창조된 것일까? 저자는 합리주의에 기반한 유럽의 성장보다 풍부한 물적 자원과 많은 인구를 지녔던 아시아의 몰락에 초점을 둔다. 생산력과 기술력 등 모든 산업적 측면에서 아시아를 능가하지 못했던 유럽은 높은 노동비용을 해소하기 위해 기술 개발에 주력해야만 했고, 노동력이 풍부한 아시아는 기계보다 인적 자원을 투입하는 것이 보다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이 같은 배경에서 기술 개발을 통해 공장제 대량생산 체제를 확립시킨 유럽이 결국 주인을 열차에서 몰아낼 수 있었다는 것이 저자가 바라보는 지난 200년의 세계사다. 따라서 저자는 현재 우리는 19세기 이전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유럽 중심주의적 관점에 의해 쓰여진 세계사를 극복하고 보다 오랜 시간을 거슬러 세계를 다시 바라보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리오리엔트』는 기존의 역사서술과 사회이론에 회의를 품고, 유럽 중심주의에 함몰된 시각을 수정하고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과 시각을 완전히 재정립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학을 공부한 학자로서 프랑크는 상기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매우 과학적이고도 체계적인 고찰을 전개해 나간다. 저자 안드레 군더 프랑크는 종속이론의 효시로 일컬어지는 『저발전의 발전』(1969)으로 우리에게 더 친숙하다. 프랑크는 1929년 독일 베를린에서 태어났으나 나치 정권을 피해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경제학을 공부했다. 1999년 세계사학회가 수여하는 '으뜸 저작상'을 받았으며 『리오리엔트』는 지난 2000년 미국사회학회가 주관하는 '올해의 책'에 선정되기도 했다.

2003-08 22

[교수]'종교와 과학, 화해의 지혜 찾는 지식인 필독서'

미국 포스트모더니즘의 대표적 철학자이며, 서양 심리학과 동양 정신적 전통의 통합에 선도적인 사상가인 켄 윌버는 그의 책 '감각과 영혼의 만남'을 통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과학문명과 종교세계, 그 둘의 통합을 서술하고 있다. 근대지식인 실증주의적 경험과학과 영적·정신적 세계의 통합. 이는 오늘날의 물질문명에 젖어버린 젊은이들에게 학문 탐구의 근원적 물음에 대한 해답과 함께 소신과 열정으로 학문을 탐구해가는 지식인으로의 계도에 밑거름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우리 한양 학우들이 학업을 마치고 사회에 진출하며, 참된 지식을 갖춘 한양인으로 거듭나는데 있어 이 책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 건축공학부 박용환 교수 『감각과 영혼의 만남』(범양사, 2000)은 우리가 어떻게 하면 과학과 종교 양쪽의 화해와 통일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생각을 시작할 수 있는지 밝힌 책이다. 저자는 왜 낭만주의, 관념론, 포스트모던 이론들이 실패했는가를 소상하게 설명하면서 통합을 위한 종래의 시도들을 체계적으로 고찰했다. 또한 과학이 세계의 모든 주요 종교적 전통에 공통되는 어떤 심층적인 특징과 어떻게 상응하는가를 명확하게 설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조효남(공학대·건설환경시스템) 교수가 번역해 더욱 눈길을 끄는 『감각과 영혼의 만남』은 종교와 과학 사이의 문제를 현상적으로만 보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들 사이에 존재하는 끝없는 불신의 원인과 역사를 조망하고자 한다. 종교, 과학, 철학, 예술이 한데 뭉뚱그려 있던 전근대와 진선미의 가치가 분리된 근대, 그리고 그 가치를 다시 통합하고자 했던 철학과 예술사조의 역사를 명확하게 들려준다. 또한 그러한 철학자들의 노력이 왜 실패했는지, 종교와 과학이 통합되려면 서로에 대한 어떠한 이해가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 정연한 논리가 펼쳐져 있다. 이 책을 옮긴 조 교수는 역자서문을 통해 "근대 세계에서 과학과 종교의 관계보다 더 중대하고 긴박한 주제는 단연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과학은 우리에게 진리를 발견하는 방법을 제공하고 있고, 반면에 종교는 의미를 창출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세력으로 남아 있는 이유 때문이다. 이 둘은 인간성을 비틀어지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면서도 아직도 상호 배타적인 관계에 있는 것이다. 이어 조 교수는 "켄 윌버는 이 책을 통해 과학과 종교 양쪽 진영이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용어로, 우리가 어떻게 하면 양쪽의 화해와 통일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과학과 종교에 관해 생각을 시작할 수 있는지를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며 시대를 읽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책으로 추천하기도 했다. 한편 이 책의 저자 켄 윌버(Ken Wilber)는 트랜스퍼스널 심리학의 가장 뛰어나고 획기적인 사상가 가운데 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노자의 도덕경과 불교의 지대한 영향을 받은 그는 1974년 23세의 나이에 저서 {의식의 스펙트럼(The Spectrum of Consciousness)}을 펴내며 의식과 영성의 분야에서 금세기의 세계적 선구자로 발돋움했다. 서양심리학과 동양의 정신적 전통을 통합하는 데 있어 가장 선도적인 사상가로 인정받는 켄 윌버는 철학·종교·심리학·신과학·인류학·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학술 활동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