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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 22

[교수]젊은 공학인의 쾌거

권오경(전전컴)교수, 제8회 한국공학한림원 주관 '젊은 공학인상' 수상 평판디스플레이 장치 및 구동기술 개발 업적 공식 인정받아 지난 9일, 본교 권오경(공과대·전전컴) 교수가 한국공학한림원에서 수여하는 제8회 젊은 공학인상을 수상했다. 권 교수는 국내 평판 디스플레이 시장 초창기부터 이 분야의 발전 가능성을 주목하고, 액정 표시장치(LCD),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장치(PDP) 및 유기 전계 발광 디스플레이 장치(OELD)와 같은 평판 디스플레이 장치 및 구동기술을 연구해 왔다. 이번 수상은 이 분야의 기술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려 올린 공을 대내외적으로 인정받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젊은 공학인상'은 우리나라 공학 및 산업기술계의 대표기관인 한국공학한림원에서 지난 97년부터 매년 2명에게 수여하고 있는 권위 있는 상. 이 상은 공학과 관련된 학계, 산업계 및 국가기관 등에서 공학 및 기술 발전에 현저한 공적을 세운 우수한 공학기술인들을 우대하고 지원함으로써 국가의 창조적인 공학기술 개발을 도모하자 제정됐다. 역대 수상자로는 현 정보통신부 진대제 장관과 국내 최대 보안 전문 소프트웨어 업체 대표로 잘 알려진 안철수씨를 비롯해 본교 이태식(공학대·건설환경시스템공학)교수도 수상한 바 있는 우수 공학인의 등용문이라는 평가다. 권 교수는 1998년도 HCTV급 PDP 구동용 LSIs와 300V급 및 150Vrqm 고전압 소자 및 공정기술과 세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한 poly-Si를 이용한 HDTV급 프로젝션용 액정 표시장치를 개발했다. 이어 1999년과 2001년에는 PMOELD모바일용 단색 및 컬러 패널을 구동하기 위한 콘트롤러 및 구동 회로를 하나의 칩에 집적하는 기술의 개발하기도 했다. 이러한 기술은 국내 평판 디스플레이 산업의 기술 수준을 세계적으로 끌어 올리는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다. 그는 이러한 연구 개발의 성과물로써 지금까지 국제 특허 37건과 국내 특허 43건을 등록했다. 더불어 지난 10여 년 동안 77건의 산학과제 수행을 통해 산업계에 기술 보급과 확산에도 지대한 공헌을 해왔다. 권 교수는 "지난 20년 동안 나름대로 소신을 가지고 반도체 분야와 평판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열심히 연구를 해왔지만 이러한 영예를 안으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앞으로 더욱 열심히 노력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더욱 연구에 정진하는 모습으로 보답 하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그와 5년째 연구실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는 박사과정 3년차 김진호 씨는 "자주 밤을 새우시며 연구하시는 교수님의 모습에서 일에 대한 열정과 엔지니어로서의 자세를 많이 배우고 있다"고 말하며 "교수님께서는 평소 '공학은 과학과 영 다르다'라고 강조하셨다. 과학은 연구 자체로서도 가치가 있지만, 공학은 사람에게 편리한 제품을 만들어 돈을 버는 실용적인 학문이어야 한다는 말이다"고 설명하며, 권 교수의 실용학풍적인 면을 강조했다. 권 교수는 "이공계 기피가 꼭 옳은 길이 아니다. 신기술을 개발하면 돈은 물론 존경과 명예도 얻을 수 있는 분야다"면서 "내가 그 모범을 보이려고 노력하고 있다(웃음)"는 말로 많은 인재들의 이공계 도전을 독려했다. 이어 권 교수는 후학들에게 "다른 사람보다 한 달만 앞서라"고 주문하며 "너무 빨리 하면 실용화가 될 수 없고, 남보다 조금 빨리 새로운 상품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엔지니어에게 필요한 덕목이다."고 강조했다. "앞으로는 정보를 표시하는 모든 표시장치들이 전자화될 것이다"고 말하는 권 교수는 "두께가 수 밀리미터 밖에 되지 않는 시트컴퓨터, 즉 종이 같은 표시장치도 개발될 것이고, 전자책이 개발되면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릴 때도 전자책에 로딩만 해 가면 되는 세상이 올 것이다"는 말로 앞으로 평판디스플레이 시장을 개척해 나갈 방향과 포부를 밝혔다.

2004-03 22

[교수]'실용학풍' 날개 달다

세계적 물리학자 노만규, 채영복 전 과기부 장관 자연과학부 석좌교수에 최종찬 전 건교부 장관, 건설환경시스템 공학부 초빙 교수로 위촉 본교는 13일, 세계적인 핵 물리학자인 노만규 박사와 채영복 전 과학기술부 장관을 자연과학대학 석좌교수로, 최종찬 전 건설교통부장관을 건설환경시스템 공학부 초빙교수로 각각 위촉했다. 자연과학대 학장 김필수(자연대·물리)교수는 "국, 내외적으로 각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는 분들이 초청되어 학교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평가하며 "교내 연구활동 강화와 국제교류 활성화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 된다"고 밝혔다. 노교수는 그 동안 프랑스에서 활동하며 '천체-강입자 물리학'의 새로운 연구 분야를 이끌어왔다. 그는 91년 브라운-노(Brown-Rho) 축척 이론을 학계에 제시, 발전시킴으로써 현대 물리학의 새로운 장을 여는데 중추적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현재 해외학자 가운데 노벨상에 가장 근접한 사람으로 꼽히고 있다. 브라운 노(Brown-Rho)는 강상호작용하는 입자들의 성질이 상대론적 중이온 실험이나 중성자별과 같은 고온, 고밀도 환경에서 어떻게 변하는지를 설명하는 이론으로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 이루어지는 많은 연구, 실험에서 핵심적인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본교에서 올 5월 6일에서 8일, 10월 21일에서 23일까지 "강입자 물리학 국제 워크샵"이 열릴 계획이다. 이현규(자연대·물리) 교수는 이번 워크샵에 대해 "3번에 걸쳐 30명에 달하는 세계적인 석학들이 모이는 국제적인 세미나이기 때문에 순수과학분야 활성화에 좋은 밑거름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한 노 교수는 본교 이론 물리 그룹과 뉴욕주립대 Stony brook, 일본 나고야 연구팀 등과 함께 강입자 물리학 분야 공동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함께 석좌교수로 위촉된 채영복 전 과학기술부 장관은 독일 뭰헨대학에서 유기화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화학연구소장을 거치고 최근 한국과학기술단체 총연합회장으로 추대됐다. 채 교수는 과학행정가로서 풍부한 현장경험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70년대부터 꾸준히 강의, 연구, 저술 활동을 해왔다. 그는 이공계 기피현상 방지에 관한 다수의 논문을 발표해 사회적 문제로 부각시키는데 효시적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채 교수는 "과학기술의 역할이 단순히 기능적인 역할에 그치는 시대는 지났다"면서 "이공계학생들이 학업뿐만 아니라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과학기술 패러다임에 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종찬 전 건설교통부 장관은 건설환경시스템공학부에 초빙돼 현재 매주 금요일마다 "건설관리특론"을 가르치고 있다. 이 수업을 듣는 김영민(토목환경공학·석사 1기)군은 "기획예산처와 건설교통부 장관 등을 두루 거치신 경력 때문인지,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강의를 통해 이론적으로 배웠던 사실들을 새롭게 보는 시각을 갖게 됐다"고 강의에 대한 만족감을 나타냈다.

2004-03 08

[교수]세계로 도약하는 한국 발레 초석 마련하겠다

김민희 교수, 3년 임기 발레협회장 취임 발레 대중화 방안 등 향후 마스터 플랜 제시 지난 2월 7일, 김민희(생활체육과학대학·생활무용예술학과)교수가 3년 임기의 한국발레협회장에 취임했다. 오는 2006년까지 협회를 이끌게 된 김 교수는 “우리가 세계적인 발레를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국제 발레 페스티벌 개최 등 다양한 사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협회 사업을 기획하고 이를 이사회에 상정 및 의결하는 활동 등 협회 전반을 관장하는 임무를 맡게 될 예정이다. 김 교수는 “발레가 특수 계층만이 향유하는 문화가 아닌 대중적인 문화 예술로 자리 잡길 바란다”며 이를 위해 “발레 대중화를 위한 지부 조성, 후원회 마련 등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김 교수는 “불우 이웃을 돕기 위한 협회 차원의 활동도 펼칠 생각”이라며 자선 사업에 강한 애착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한국발레협회는 전통 발레 및 현대 발레 예술의 창작 활동 증진과 보급, 대중화를 목적으로 지난 1980년 창립된 사단법인. 매년 창작 발레 안무가전, 전국 발레 콩쿠르, 전국 발레 연수회, 청소년 발레 페스티벌, 한국 발레 페스티벌, 한국 발레 협회상 등 총 6개 사업을 시행하면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04-03 01

[교수][Column] 몰입의 즐거움 - 김용규

우리는 살아가면서 과거 어떤 일에 몰입하였을 때의 즐거움을 아직도 기억하곤 한다.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같이 몰두했던 운동이나 취미생활, 대학시절 틈을 내어 참여했던 동아리 모임이나 학회모임 등 어떤 활동에의 몰입은 그것이 무엇이든 우리에게 큰 즐거움과 희열을 주는 것 같다. 시카고 대학의 심리학자 칙센트 미하이 (Csikszentmihalyi, 1997)는 이러한 몰입(flow)은 TV시청이나 인터넷 신문보기와 같은 소위 수동적인 행동에 비하여 우리에게 행복감을 준다고 지적한다. 또 자신이 좋아서 어떤 일을 실행하는 사람을 자기목적적(autotelic)이라고 부른다고 하며, 자기목적적인 사람은 일반적으로 지칠 줄 모르는 정열을 가지고 그 일에 몰입할 가능성이 있고, 또 삶의 즐거움을 누리기 쉽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하면 몰입의 즐거움을 많이 느낄 수 있을까? 칙센트미하이는 직업선택과 여가에 관한 평범한 진리를 다시 일깨워준다. 첫째, 우리는 자신에게 큰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일을 직업으로 선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실천하기는 상당히 어려운 과제이다. 이를 위하여 자신의 성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다양한 일을 경험해 보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둘째, 일에서 요구되는 여러 가지 기능적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실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적절히 어려운 일을 자신의 실력으로 하나 하나 헤쳐 나갈 때, 심도 있는 몰입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향후에 자신이 좋아하는 직업을 얻게 되었는데, 왠지 원활한 수행이 어렵다면 얼마나 낭패스러울 것인가? 셋째, 여가를 즐김에 있어서도 몰입을 할 수 있는 여가를 개발해야 할 것이다. 다른 시기에 비하여 대학시절은 이러한 여가를 개발할 수 있는 좋은 시기다. 그것이 인문학이든 운동이든 사회참여이든 다양한 관심을 가지고 시도해 보기를 권한다. 새학기가 되면 보다 능동적인 자세로 시간을 보내면서 몰입의 즐거움을 모색하기 바란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가를 성찰하고, 그 일을 위하여 필요한 지식이 무엇인가를 파악하고, 또한 나이 들어서도 몰입할 수 있는 여가 생활도 찾는 대학생활을 보내줄 것을 기대해 본다.

2004-02 22

[교수][Column] 한 영국 대학의 입학시험

'한 사람이 백 사람을 이끌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 20년 전 영국의 명문 케임브리지 대학교 입학시험에 나온 에세이 문제 중의 하나라고 한다. 어느 책에서 읽은 이 한 문장이 지금도 나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내가 대한민국 땅에 태어나 대학에 들어가려고 4지선다 시험문제를 풀고 있을 즈음, 지구 반대편에서는 내 나이 또래의 학생들이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이 질문에 답을 쓰는 모습이 눈앞에 선하게 그려진다. 나아가 사교육이 판을 치고 동시에 학력저하를 개탄하는 한국 교육의 암담한 현실이, 또한 기업은 해외로 도망치듯 가버리고 이익집단의 자기 몫 챙기기만이 난무하는 한국 경제의 출구 없는 방황이 내 머리를 어지럽힌다. 언제쯤 한국의 청소년들은 '한 사람이 백 사람을 이끌 수 있는 비결'에 대해 밤새워 고민해 보는 학창시절을 누리고, 언제쯤 한국 경제는 대한민국 국민의 '잘 먹고 잘 사는' 문제를 위해 자신을 던지는 참다운 리더십을 경험해 볼 수 있을까? 꼭 외국 대학의 입학시험 문제를 기준으로 우리의 입시 제도를 재단하자는 것이 아니다. 각국이 처한 교육여건에 따라 입시제도는 다를 수 있고, 당연히 평가기준과 방식도 상이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너무나 뒤틀려져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것인지 접촉점을 찾기조차 힘들어져 버린 우리의 교육현실을 부정할 사람이 있을까? 학군 때문에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는 나라, 신도시 개발의 전제조건이 학원단지 유치인 나라, 중등학교 교실이 '참교육'의 산실이기는커녕 '잠교육'의 현장인 나라, 대학입학을 위해 학생을 문제풀이 기술자로 전락시키는 나라, 바다 건너 떨어져 사는 기러기 가족이 마구 생겨나는 나라, 한국 교육의 우울한 자화상이다. 모든 교육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자는 것이 아니다. 교육문제야말로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전통, 의식 등 모든 문제의 결집체인데 왕도가 있을 수 없다. 현상과 진단을 통해 분명한 문제점으로 드러난 것에 대해서는 과감히 인정하고 고쳐보자는 것이다. 급격한 사교육의 공교육 대체, 각종 교육규제의 만연, 학력저하와 인성교육 부재의 동시 발생, 이미 한국 교육에 실재(實在)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쯤 됐으면 금단의 열매처럼 간주되고 있는 평준화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본격적인 공론의 장에 부쳐야 하지 않을까. 이제 교육관료, 교육학자, 교사, 노조, 심지어 학부모에 이르기까지 교육계를 구성하는 모든 이해당사자들도 자신의 주장과 기득권을 내려놓고 한국 교육의 미래를 위한 진지한 고민을 시작할 때가 되었다. 우리나라의 미래인 이 땅의 어린이와 청소년을 볼모로 잡는 비극적인 교육환경이 더 이상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 경제는 사람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사람만이 최고의 경쟁력이자 자산인 나라는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경제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이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도록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이는 리더십의 몫이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경제리더십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일관되게 실천하는 지도자를 만날 기회가 별로 없었다. 워낙 정치 이슈가 오랫동안 시대를 독점하다시피 해서 그런 것인지 자타가 공인하는 '정치 전문가'는 많았으나 '전문가 정치'를 실현할 경제리더십은 보이지 않았다. 역대 미국 대선에서 가장 큰 선거 이슈는 단연 일자리 창출이었다고 하는데…. 왜 한국 경제에 희망이 없다고 말하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일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일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누군가 일자리를 만들고 싶어도 간섭하고 못살게 구는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사람들이 이러한 참담한 현실에 메스를 들이대지 못하고 수수방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노동시장이 경직되면 될수록 이미 기득권을 확보하고 있는 노조는 좋을지 모르지만 새로 노동시장에 진입하고자 하는 청년들에게는 오히려 나쁜 것임을 우리 학생들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을 둘러싼 그간의 전개과정이야말로 우리나라에 경제리더십이 얼마나 부재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한 편의 우울한 블랙 코미디라고 생각한다. 손해는 하나도 보지 않고 이익만 보는 거래가 세상에 어디 있는가? 손해를 만회하는 그 이상의 이익이 생겨난다면 이를 적극 수용하면서 대안과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 아니겠는가? 국가경제는 아랑곳없이 자신의 생존전략만을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일부 정치인과 이익집단의 행태가 한국경제의 주름살을 더욱 깊게 만들고 있다. 가감 없이 스스로를 드러낼 수밖에 없는 오늘날의 국제 경제 환경에 내던져진 대한민국에 있어 국가적인 경제리더십의 역할은 막중할 수밖에 없다. 20년 전 영국의 한 대학 입학시험에 출제된 문제를 통해 한 사람이 백 사람을 살릴 수도 있지만, 반대로 백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는 분명한 명제를 가슴에 새기는 지혜를 이 정부가 가지길 바란다.

2004-02 22

[교수]‘한양 가족 또 늘었다’

22명의 신임교수, 지난 24·25일 양일에 걸쳐 연수회 및 임명식 진행 송미영 연구원 '한양인이라는 자부심' 느낄 수 있는 자리로 마련 조영진(정보통신대 · 정보통신학부 3) 군은 2년전 들었던 수업 하나만 생각하면 지금도 머리가 지끈거린다. 정원이 백여명을 넘어가다보니 마이크를 썼지만 수업에 집중하기도, 심도깊은 수업도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 조 군은 그 수업에 대해 “정원이 많으니까 힘들 수밖에 없죠”라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매학기마다 쏟아져 나오던 이러한 불평들이 점차 개선될 전망이다. 바로 신임교수 임용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2003년 후반기 47명에 이어 이번 상반기에는 총 22명의 교수가 새롭게 한양 가족이 됐다. 지난 24일과 25일에는 양일에 걸쳐 신임교수들을 대상으로 연수회와 임명식이 진행돼 진정한 한양가족으로 거듭났다. 이번 연수회는 양재동 교육문화 회관과 HIT에서 5개 섹션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24일 연수에서는 한양의 역사 이야기(Story of HYU History)와 한양의 인물 이야기(Story of HYU People)가 준비돼 본교의 건학이념, 교육이념과 더불어 본교가 원하는 교수상 등을 영상과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설명했다. 교수 임명식 이후 진행된 25일 연수에서는 교수학습개발센터에서 준비한 MIT 공대 조벽 교수의 특강이 마련됐다. 본교 교수학습개발센터의 자문교수이기도 한 조 교수는 ‘감동적인 첫 수업 만들기’라는 주제로 교수법을 강의해 참석자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이와 함께 본교의 추진전략 설명이 주가 된 한양의 비전 이야기 (Story of HYU Vision)와 행정조직 구조 및 eZ-hub 사용법 설명시간인 한양의 시스템 이야기 (Story of HYU System)도 준비돼 연혁 소개부터 행정 업무 안내까지 조직적인 연수가 이루어졌다는 평가다. 연수에 참가했던 정기석 (정보통신대) 신임교수는 “조 교수의 강의가 가장 인상 깊었다”면서 “처음 대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흡입력 있게 강의를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정 교수는 이번 연수를 “알차게 잘 구성된 프로그램”이라고 평가했다. 신임교수 연수회가 이틀에 걸쳐 진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수회를 준비한 송미영(교수학습개발센터) 연구원은 “본교의 비전, 이념을 모르면 (소속감이) 떨어지기 쉽다"면서 "(이틀에 걸친 연수는) 신임교수들에게 한양인이라는 자부심을 (더욱 강하게) 심기 위한 본교의 의지”라고 이틀에 걸친 연수이유를 축약해 설명했다. 본교의 신임교수 임용은 최근 3년 간 뚜렷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2001년 39명을 시작으로 2002년에는 50명, 2003년에는 82명이 임용됐다. 올해 역시 하반기에도 47명의 모집 계획이 잡혀 있어, 지속적인 교수 일인당 학생 수 하락이 기대되고 있다. 법대의 경우 작년까지 48명에 달했던 교수 일인당 학생 수가 이번 임용을 통해 34명으로 급격히 낮아졌다. 서진석 (교무과) 직원은 “장기적으로 30명 이하로 낮출 계획”이라고 밝혀 추가적인 학습 환경 개선작업이 진행될 것임을 암시했다. 이번 교수 선발에서 가장 중요했던 기준은 지원자의 연구 실적이다. 특히 SCI, SSCI, A&HCI 등 국제적으로 권위 있는 학술지에 게재한 실적은 우선적으로 높게 평가됐다. 또한 면접과 시범수업을 통해 강의 능력과 인성이 참고자료로 이용됐으며, 시범 수업에는 종종 학생들도 참가해 실제 수업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일조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역시 최초 계획했던 신임교수 예상인원을 채우는데는 실패했다. 이러한 이유에 대해 선발을 담당하는 교무과 관계자는 “예정 인원을 훨씬 초과하는 지원자가 몰려도, 정해진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선발을 하지 않는, 엄격한 자체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이라며, “아무리 급하더라도 선발기준을 낮추진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2004-02 15

[교수]묻혀진 보물, 서울의 허파로

이태식 교수, 청계천 복원사업에 관한 논문, 미국 유수 잡지에 커버로 실려 환경과 기능을 고려한 21세기 도시개발의 모델로 주목 묻혀진 보물. 본교 이태식 교수(공학대·건설교통공학)의 청계천 복원사업 관련 논문이 미국 토목공학 매거진(Civil Engineering Magazine) 신년호 커버를 장식했다. 권위 있는 미국 토목 공학회(American Society of Civil Engineers)에서 발간하는 이 잡지에 국내학자 글이 커버로 실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 이 교수는 74호 토목공학 매거진 신년호에 “묻혀진 보물”(Buried Treasure)라는 제목으로 청계천 복구사업의 기술적, 환경적 의미를 발표해 토목공학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 교수는 논문에서 청계천의 역사, 공법 그리고 복원 후의 청계천의 모습 등을 폭넓게 설명하고 있다. 특히, 청계천 복원이 갖는 의미가 단순히 교통량 감소, 소음감소 등 기능적인 변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과도한 도시화로 생기는 대기오염과 그로 인한 온실효과를 효과적으로 방지함으로써 시민들의 편한한 휴식공간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청계천 복원사업은) 건축물의 기능이나 규모면에서 토목공학적으로 중요하다"면서 “무엇보다 오랫동안 하수도 기능을 수행했던 곳을 자연 하천으로 바꾼다는 점에서 환경공학적으로도 연구가치가 크다”고 밝혔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 청계천 복원사업은 세계적인 관심의 대상이다. 올 9월에 개최되는 세계 최고의 건축 이벤트인 베니스 건축비엔날레에서 조직위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된 것이 그것. ‘도시와 물’이라는 주제로 전시될 이 행사에서 청계천 복원사업은 독일 베를린, 미국 보스턴, 영국 런던 등 세계 유명도시 10여 곳의 친환경적인 도시건축 프로젝트와 같이 전시될 예정이다. 최근 대기오염으로 인해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서만 연간 1만1천 여명이 조기 사망하고, 이에 따른 경제적 손실도 연간 최대 1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연구결과들이 나오는 상황에서 청계천 복원의 의미는 더욱 크다. 실제로 하루 18만 여대의 차량이 다니던 청계고가도로가 철거되면서 청계천 주변 대기오염도의 수치는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시정개발연구원(이하 시정원)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미세먼지의 평균 오염도는 53㎍/㎥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 58㎍/㎥에 비해 감소했다. 또 이산화황은 0.007ppm에서 0.004ppm으로, 일산화탄소는 0.93ppm에서 0.067ppm으로 급격히 줄었다. 2월 4일 시정원이 내놓은 ‘서울 도심부 발전계획안’에서 청개천이 복원되면 도심 속 오아시스의 기능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이 교수는 논문에서 그 동안 꾸준히 제기되었던 청계천 복원사업으로 주변상권과 상업을 위축시킨다는 의견과 달리 친환경적 변화는 오히려 (서울시가) 상업과 동북아시아 금융 기점으로의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혀 학계 뿐 아니라 관련업계와 정부관계부처의 주목도 함께 끌고 있다. 이 교수의 논문는 www.asce.org를 통해 확인 할 수 있다.

2004-02 08

[교수][Column] 놀기와 공부하기 - 이 훈

“잘 노는 사람이 공부도 잘한다.” 주변에서 쉽게 듣는 이야기이다. 재주가 뛰어난 친구들이기에 노는 것에도 능력이 있고, 또한 공부하는 것에도 재능이 따라주어서 둘 다 잘하는 것일까. 아니면 어느 것 하나를 열심히 하는 친구들이 다른 일들도 열심히 할 수 있다는 열심가능설(?) 때문일까. 놀이학자인 호이징하(Huizinga, 1981)는 놀이하기와 공부하기는 다르지 않다고 한다. 그는 지식을 얻는 행위의 원천으로서 수수께끼와 놀이를 연결 짓는다. "수수께끼는 성스러운 의식의 요소이면서 동시에 본질적으로 놀이이다. 문명이 발전하면서 수수께끼는 두 방향으로 가지를 치는데, 한쪽은 철학이며 또 다른 방향은 레크리에이션이다 (p. 149)". 문제를 풀어가는 수수께끼는 한 쪽으로 철학과 같은 학문의 방향을 갖게 되었고, 또 한편으로는 놀이성이 밖으로 표현되는 레크레이션의 양식을 띄게 된 것이다. 따라서 본질적으로 공부하는 행위는 문제해결의 과정으로 놀이와 같이 즐겁고 자발적인 것이다. 공부꺼리를 정하고 자료를 찾고 생각을 정리해 개념의 체계를 세우는 과정에서 깨달음을 얻고 희열과 재미를 얻을 수 있다. 공부하기는 이런 지식놀이의 기회를 제공해 준다. 공부하다가 잘해서 칭찬을 받을 수도 있고, 야단을 맞을 수도 있다. 그것은 놀이의 규칙일 뿐이다. 놀이에서는 항상 일정한 규칙을 제시하고 서로 그것을 존중하면서 진행된다. 놀이에서 이기고 지는 것은 그 순간에 해당된 것이지, 다음 놀이에 적용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한 놀이를 통한 좋은 경험은 다른 놀이에서도 쉽게 응용되고 능숙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지난 학기의 공부하기가 학생들에게는 다음 공부를 위한 좋은 경험들이 되어질 수 있다. 다만, 지식놀이의 여정에서 바라는 것은, 외적 강제에 의해 억지로 하게 되거나, 쉬운 지름길만 찾느라 주변을 맴돌거나, 비판없이 학문을 추종하는 어리석음을 피하기 바란다. 공부하기에서도 새로운 규칙과 독창적 아이디어를 통해 현상과 사물을 비판하며 수수께끼의 해답을 찾아 가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어설프지만 새로운 재미있는 놀이는 이런 실험정신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새 학기가 되면 새로운 친구들이 캠퍼스에서 공부하기를 시작할 것이다. 공부하기가 놀이하기와 다르지 않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달으며 재미있게 공부하는 새 생활이 되기를 바란다.

2004-01 29

[교수][Column] 사무라이는 없다 - 윤상인

영화<라스트 사무라이>를 봤다. 헐리우드가 ‘동양’을 소재로 만든 영화를 그다지 신용하지 않는 나로서는 조금은 별스러운 선택이었다. 지난 12월 초순 뉴욕에 갔을 때 이 영화가 한참 ‘뜨고’ 있는 것을 목도한 지라 ‘도대체 어떤 영화이길래’하는 궁금증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내 호기심을 자극한 것은 헐리우드가 선택한 ‘동양적’ 소재가 사무라이라는 사실이었다. 순종적인 여성성을 표상해 온 게이샤(일본의 기녀)라면 몰라도 서슬 퍼런 일본도를 휘두르는 호전적인 무사 집단에 조명을 맞춘 것은 의외였다. 더군다나 일본경제가 미국을 송두리째 집어삼킬 태세로 군림하던 197,80년대에, 사무라이는 그로테스크하고 호전적인 경제대국 일본의 표상으로 <타임>이나 <뉴스위크>와 같은 시사잡지의 표지를 장식하지 않았던가. 이쯤 되면 헐리우드 판 동양물에 약방의 감초 격으로 등장하던 오리엔탈리즘의 안부가 궁금해지는 것이 솔직한 반응일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일단 달랐다. 픽션을 바탕으로 역사적 사실을 적절하게 섞어가며 관객을 영화 속으로 몰입시켜가는 에드워드 즈윅 감독의 이야기 방식은 현란했다. 줄거리인즉, 아메리카 원주민 학살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는 남북전쟁의 영웅 알그렌 대위가 일본 황군의 군사고문으로 불려가지만, 정작 토벌대상인 반란군의 사무라이 정신에 감화되어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는 이야기로 요약된다. “나는 어제의 내가 아니다”라는 자기변혁의 실감은 어느 누구에게나 진한 감동을 불러온다. 서양인에게는 모든 것이 이질적일 수밖에 없는 아시아의 한쪽 끝에 위치하는 타자와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내부가 바뀌고 새살이 돋는 영적 체험에 대한 간증의 형식을 띄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이 영화는 관음증적 오리엔탈리즘으로 버무린 기존 서양영화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주장할 만 하다. 서양인들이 지어내는 동양이야기의 기본 골격을 구성하는 것은 남자(서양) 대 여자(동양)의 불평등 성적(권력)관계였지만,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남자 대 남자의 수평적 구도(알그렌 대위와 가츠모토) 속에서 내러티브의 긴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색다르다. 따라서 한 세기 이상 <나비 부인(Madam Butterfly)>의 후예로서의 자기정체성을 강요당해왔던 일본인들에게 있어서 <라스트 사무라이>는 그간의 불쾌한 기억에 대한 정신적 보상이 될 수 있는 것이고, 일본열도가 이 영화에 대해 최상의 찬사로 화답한 것은 당연한 반응이라 할 수 있다. 허나 가시의 존재를 알아야 꽃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법. 앞에서 말한 몇 가지 미덕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곰곰이 되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를 적지 않게 내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영화를 본 후 여러 느낌이 한꺼번에 교차했다. 그 중에서도 오랫동안 내내 뇌리에서 맴도는 것은 ‘왜 지금 무사도인가’ 하는 생각이었다. 무사도를 체계화하여 세상에 알린 것은 니토베 이나조(新渡戶稻造 1862-1933)였다. 일찍이 서양에 유학하여 세계 사정에 밝았던 그는 일본에는 비록 서양의 기독교와 같은 종교윤리가 존재하지 않지만 그에 대신하는 엄격한 정신윤리로서 무사도가 존재한다는 것을 내외에 알리기 위해 영문저서 Bushido를 출판했다. 메이지 정부도 충군애국, 멸사봉공을 기본 덕목으로 삼는 무사도를 아직 근대국가 체제에 적응하지 못한 일본인들을 ‘국민’으로 통합하기 위한 통치이데올로기로 이용했다. 무사도 역시 근대국민국가 형성과정에서 인문학의 도움을 받아 발굴 혹은 창안된 전통 중의 하나였다. 무사도의 세례가 없었다면 제로전투기에 몸을 싣고 태평양전쟁 말기 미국 전함에 돌진한 가미가제(神風) 특공대 신화도 성립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헐리우드가 만든 영화 <라스트 사무라이>가 무사도에 대한 경의를 숨기지 않고, 오늘날 일본인들 사이에서 거의 사어(死語)화되다시피 한 무사도나 사무라이(侍)와 같은 말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는 사태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냉전 후 유일한 초강대국으로 군림하게 된 미국인들의 자신감 표출로 볼 수도 있겠고, 아니면 일본문화에 매료된 감독 개인의 일본취향(Japonisme)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후자라 할지라도 그리 간단히 넘길 문제는 아니다. 이 영화를 만든 즈윅 감독은 영화감독으로는 구로사와 아키라, 역사 인물로는 1877년 서남(西南)전쟁을 일으킨 사이고 다카모리를 흠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실제로 사무라이 집단의 우두머리 가츠모토는 사이고 다카모리를 모델로 하고 있다. 하지만 영화에서 톰 크루즈보다도 강력한 카리스마를 발하는 가츠모토가 메이지 정부에 항거하여 궐기한 후 자결한, 그리고 악명 높은 정한론(征韓論)을 주창한 사이고 다카모리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우리는 즈윅 감독의 낭만적 자포니슴을 액면 그대로 수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일견 사나이의 모험과 자아회복의 서사시로 읽혀지는 이 영화는 실제로는 더 없이 정치적인 함의로 가득 찬 이야기이다. 알그렌 대위는 사무라이와의 만남을 통해 자기혁신이라는 은혜만을 입은 것은 아니다. 전투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파란 눈의 사무라이 알그렌 대위는 메이지천황을 알현하는 자리에서 일본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서양적 표준이 아니라 일본 고유의 전통적 가치라는 점을 ‘일깨워’주는 역할을 한다. 지고지존의 천황이 그러했듯이 많은 일본인은 파란 눈의 영웅적인 미국인을 통해 비로소 자신을 재발견하게 된다는 이야기 틀은 영화 속 뿐만 아니라 <라스트 사무라이>라는 텍스트 그 자체가 지니는 본질적 속성인 것이다. 이것을 변이된 오리엔탈리즘이라 칭해도 무방할 것 같다. 즈윅 감독에게 있어서 일본은 하나의 문화적 비전이다. 깊은 고산에 홀연히 나타난 아름다운 마을, 복사꽃이 만발하고 더없이 순수하기만 한 사람들이 공동체를 이루며 평화롭게 살아가는 가츠모토의 영지는 흡사 중국시인 도연명에 의해 그려진 이상향 도원경(桃源境)을 방불케 한다. 결정적인 것은 마지막 최후의 전투장면일 것이다. 황군의 신식무기 앞에 속절없이 산화하는 사무라이들의 주검 위로 만개한 벚꽃이 흩날리는 장면은 즈윅 감독이 가장 심혈을 기울였을 이 영화의 백미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내 기억이 맞는다면) 알그렌 대위의 모노로그에 의하면 마지막 전투가 있던 날은 1877년 5월 27일이다. 그리고 이 영화의 배경은 사츠마 번 등이 있었던 일본의 남단 규슈 지방이고 영화의 로케도 남부 히메지(姬路)에서 이루어졌다. 일본의 언론매체들은 3월이 되면 벚꽃전선에 관한 예보를 한다. 규슈에 벚꽃이 가장 먼저 상륙하는데 3월 말이면 만개한 벚꽃이 모두 자취를 감추며 일본의 최북단 홋카이도라도 5월 27일에 벚꽃을 찾아보기는 불가능하다. 봄을 알리는 꽃인 벚꽃이 이 영화에서는 초여름에 만개하여 사무라이의 죽음에 입회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허술함은 ‘사람은 사무라이, 꽃은 벚꽃’이라고 하는 무사도 이데올로기에 대한 맹목적 낭만화의 결과이다. 아무리 용기와 충성과 명예가 소중하다고 믿는다치더라도 일본도 하나만으로 총탄의 빗속을 뛰어드는 일본인을 오늘날 찾아보기란 지난한 일에 속한다. 사무라이는 없다. 그것은 <라스트 사무라이>라는 제목을 붙인 감독 스스로 말하고 있는 사실이다. 일본인들의 정신윤리로 여겨져 온 사무라이 정신을 ‘마지막(last)’으로 체현한 것은 미국인 알그렌 대위였다. 이 대목에서, 대다수의 일본인들이 이 영화에 보내는 지지와 공명에 이 점에 대한 고려도 들어 있을지 하는 궁금증이 다시 인다.

2004-01 15

[교수][Column] 중국 유학의 몇 가지 교훈들 - 한동수

나는 지난 10년 간 중국문화권에서 유학을 했다. 절반의 기간은 자본주의의 중국인 대만에서,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사회주의의 중국인 대륙에서 지냈다. 그 결과 하나의 민족이 이데올로기로 분리되어 어떻게 다른 길을 갔는지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었고 두 지역의 학풍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비교가 가능했다. 하지만 졸업을 하고 귀국한지 벌써 6년이란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중국의 현실을 정확하게 이야기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으로의 유학을 준비하는 후학들에게 적어도 한 두 마디는 할 수 있을 것 같아 몇 자 적어보려고 한다. 최근 중국유학의 열풍과 맞물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조기유학을 생각하고 중국어를 배우는 것이 대단히 중요한 자신의 이력이라고 여기고 있다. 나는 이 점을 분명히 해 두고 싶다. 중국어는 아무리 잘해도 역시 지역의 언어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반드시 영어를 전제로 하고 중국어를 배울 필요가 있으며 우리말을 못하면 다른 나라의 언어도 잘 할 수 없다는 진리를 명심했으면 한다. 다음으로 언어를 배우는 것은 학위과정하고 별개의 문제라는 점이다. 다들 얼핏 생각하기에 유학을 하면 그 나라의 언어를 당연히 잘 할 수 있을 것으로 여기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나의 경험으로 보면 우리가 외국인인 이상 언어학습은 평생의 꾸준한 투자가 필요하다. 중국에서 유학을 하다보면 중국학생을 가정교사로 쓰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이만하면 됐다고 생각하는지 중단을 한다.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시간이 지나면 일상의 대화를 하고 들을 수 있는 정도의 수준까지는 도달할 수 있겠지만 정확하고 표준적인 언어의 구사는 반드시 별도의 학습을 요구한다. 게다가 중국어는 외국인이 익히기 어려운 성조라고 하는 음의 높낮이가 있고 백화문과 고문이라는 이원적인 구조 때문에 깊은 공부를 하려면 이러한 벽을 다 넘어야 하는 것이다. 왜 이렇게 언어에 대하여 강조를 하냐하면 물론 외국유학의 기본적인 무기가 언어이기는 하지만 이 무기를 잘 갖춘 학생들이 별로 많지 않기 때문이다. 중문과를 나왔다는 학생이 막 유학을 와도 자신의 의사를 분명하게 전달하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다. 중국에서는 언어를 잘 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덕을 본다. 그들 자신들도 표준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사람이 상당수이기 때문에 언어표현능력이 좋을수록 대접을 받는다. 여기에 하나 더 보태자면 분명한 유학의 목표의식이다. 그저 한국에서 볼 때 막연하게 잘 나가는 분야만을 생각하고 자신의 전공을 선택하기보다는 냉철하게 자신의 능력과 적성, 그리고 앞을 보는 혜안이 필요하다. 그것은 오늘, 내일의 일이 아니라 10년, 20년 뒤의 상황을 생각해 보는 것이다. 내가 전공으로 택한 중국건축역사라고 하는 분야만 하더라도 1988년 처음 대만으로 유학을 떠날 때 주변에서 적지 않은 비웃음과 무시를 당했다. 그러나 당시 나는 동아시아의 건축역사분야에서 반드시 넘어서는 할 것이 중국이라는 사실에 대한 확신이 있었고 그 예측은 틀리지 않았다. 지금 중국으로의 유학을 생각하는 후학들에게도 이 같은 자신감과 분명한 목표를 가져달라고 주문하고 싶다. 덩달아, 또는 시류에 따라 중국유학은 금물이다. 그리고 기왕에 유학을 떠나기로 했다면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도록 인내하고, 또 인내하라고 부탁하고 싶다. 순간, 순간 많은 유혹들이 항상 따라다니기 때문에 조금도 방심해서는 안 된다. 유학의 실패는 누구도 원망할 수 없다. 그것은 전적으로 자신의 탓이기 때문이다. 부디 우리 학교의 후배들은 이러한 우를 범하지 않고 중국유학에서 자신이 뜻한 목표를 이루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2003-12 22

[교수]이영무 교수, 국제 SCI급 저널 편집인 선임

'국내외 학계 잇는 가교역할 하겠다'는 포부 밝혀 본교 이영무(공대 · 응용화학공학) 교수가 국제 과학기술논문색인(이하 SCI) 등재 학술지인 `막학 저널` 편집인으로 선임돼 화제다. SCI 자체가 이공계 및 자연계 교수들에 대한 연구업적 평가와 직결되는 요즘, 이 교수가 SCI급 해외 저널 편집인으로 선임됨으로써 본교와 나아가 한국 학술계의 수준을 한단계 높였다는 평가다. 이 교수는 2004년 1월 1일부터 ‘막학저널(‘Journal of Membrane Science)’에 소개될 논문의 접수와 선정작업을 맡게될 예정이다. 그동안 국내 SCI 학술지에서 편집인 자격으로 활동한 학자들은 많았지만 해외 SCI 저널의 편집인으로 일한 학자는 거의 드물었던 것이 사실. 이 교수는 지난해부터 막학저널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해 왔으며, 얼마 전 이 학술지의 편집장인 미국 조지아공대 윌리엄 J.코로스 교수의 추천으로 편집인 4명 중 1인으로 활동하게 됐다. 최근 각종 대학, 교수평가의 지표로 사용되어 관심을 모으고 있는 과학 기술 논문 인용색인 SCI란 Science Citation Index 의 약자로 미국 과학정보연구소(ISI)가 전 세계 약 3500여종의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의 인용빈도를 조사하고 그것을 토대로 분석하여 인용된 논문이 가장 많이 수록된 학술지를 각 계통별 순위로 나열한 것이다. SCI는 6가지 인쇄물형태, CD-ROM, CD-ROM with Abstracts, Magnetic Tape, Web Access, Online (www.isinet.com/journals) 형태로 제작된다. 여기에 기재된 학술지는 논문이 인용된 정도인 Impact Factor (임팩트 팩터) 라는 요소로 평가순위가 매겨지며, 이번에 이교수가 편집인으로 선임된 '막학저널'은 국제 화공분야계열 126개 학술지 가운데 상위 6번째에 드는 높은 임팩트 팩터를 자랑하고 있다. ‘막학저널’은 분리 막 분야 최고의 SCI 저널로 명성을 높이고 있으며, 한 해 17편 가량의 잡지를 발행, 400여 편의 논문이 게재되는 학술지이다. 이 교수는 이 중 약 100여 편의 논문을 감수, 심사하게 된다. 본교 교수의 SCI 논문을 관리하고 있는 이재은(교무처 · 교무과) 씨는 “해외 유수 학술지에 편집인이 된다는 것은 한국 학계에서는 그간 매우 드문 일이다.”며 “이 교수의 편집인 선임은 화공학계 뿐만 아니라 본교에게도 큰 경사가 아닐 수 없다.”고 높이 평가했다. 이 교수는 최근 한국막학회가 선정한 `올해의 논문상` 수상을 비롯해 각종 우수 논문상과 2000년도 ‘한양대 최우수 교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그는 한양BK21 재료사업단장, 응용화학공학부장, HIT기획운영위원, (주)바이오레인 이사, 각종 화공학 관련 학회 이사 등 학내외적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교수는 “그 동안 같이 연구실에서 연구해온 연구소 식구들이 아니었으면 이런 영광을 누릴 수 없었을 것이다. 연구소 식구 뿐 아니라 학계(한국막학회), 학교, 정부 관계자 등 주변 분들에게 감사 드린다.”고 말하며 “앞으로 국제 학계동향을 한국에 빨리 알리고 또 해외에 우리의 업적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가교 역할을 담당”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2003-11 29

[교수][화제의 신간] 언론의 어제와 오늘, 내일

안산캠퍼스 신문방송학과 이민웅 교수가 지난 5년여간 학술지와 기타 준학술지 등에 기고한 논문과 세미나에서 발표한 글들을 모아 책으로 엮어냈다. 행동하는 언론학자로서 그 동안 학술지를 비롯한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꾸준히 저술 활동을 펼쳐온 이 교수는 이번에 발간한 『저널리즘: 위기 · 변화 · 지속』(나남, 2003)에서 변환기에 놓인 한국 언론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종합적으로 진단했다. 그러면 왜 '위기','변화','지속'인가? 1990년대 이후 언론은 '위기'라고 할 만한 커다란 변화의 소용돌이 안에 있다. 또 그 자신 또한 변해야 한다는 요구에 직면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디지털 기술의 발전, 미디어 내부에 침투한 자본의 논리와 상업주의, 공공뉴스 수요의 감퇴, 민주화에 병행된 언론의 영향력 증가 및 언론의 권력 남용 등을 언론의 변화를 요구하는 주요 요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산업사회에서 정보사회로 급격한 변화가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사회적 · 물리적 환경에 대한 감시기능과 여론을 형성하는 공론장의 역할, 지식과 비판의식을 갖춘 건전한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역할 등 언론의 고유한 기능들은 변할 수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언론과 관련된 학문적 쟁점에 대한 논의가 담긴 전반부에서는 언론이 직면한 위기와 이에 대한 대안적 움직임을 정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언론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인 '뉴스란 무엇인가', '저널리즘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진지한 성찰을 전개하고 나선다. 더불어 우리의 '해석'으로부터 독립된 '사실'이 있다는 전제에 입각하여, 진실 보도와 사회 구성주의, 재귀적 구성주의에 관해 면밀한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 한국 언론의 보도를 영역별로 나누어 비판적으로 고찰한 후반부에서 이 교수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한국 언론의 질적 제고를 위한 제언을 아끼지 않는다. 언론사 기자채용 제도의 문제점, 언론인이 갖추어야 할 자질에 대한 고찰과 언론의 자율적 규제를 위한 신문윤리위원회의 활성화 방안, 언론사 간부에게 요구되는 새로운 리더십 모델, 심층보도 방법론으로서 사회과학적 심층보도에 대한 논의 등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함께 바뀌어야 할 다양한 문제들을 저자는 면밀히 추적하고 나선다. 공론장과 숙의 민주주의라는 두 개의 커다란 사상적 흐름이 이 책을 관류하고 있긴 하지만, 저자의 이 모든 논의가 하나의 이론적 시각이나 방법론에 의거하여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는 사회 및 언론조직의 복잡성으로 인한 어쩔 수 없음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어느 하나의 이론적 틀에 기대어 문제를 도식적으로 해명하려는 태도를 배제하고 복잡한 현실 자체를 방법론의 개방적 공간으로 삼겠다는 저자의 의도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대학 강단에 서기 전 방송기자와 신문기자로서 15년 간 현장에 몸담고 있었던 저자의 이력이 그러하듯이 수록된 각 논문들은 철저히 현상에 대한 이해와 분석을 토대로 구성되어 저널리즘에 관심 있는 일반 독자들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배려되어 있다. 비판적 시민으로 나아가는 첫 번째 걸음을, 너무 가볍지도 그렇다고 너무 무겁지도 않은 이 한 권의 책과 함께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