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기사 등록
검색섹션
검색영역
기사등급
기사형태
검색영역
검색단어 또는
관련기사 검색결과 리스트
관련기사 검색결과 리스트 컨텐츠
검색된 정보가 없습니다.
관련기사 검색결과 리스트
관련기사 검색결과 리스트 컨텐츠
검색된 정보가 없습니다.
게시글 상세보기
정보

2019/09/01 기획 > 오피니언

제목

[담장 없는 에세이] 팔행시에 다 담지 못한 이야기

오채원 학생(경영학부 17)의 에세이

디지털뉴스팀

URL복사/SNS공유

http://www.hanyang.ac.kr/surl/0799

내용

팀 프로젝트 준비로 유난히 바빴던 5월, 조용하던 휴대폰으로 한 통의 문자가 왔다. ‘[한양대 8행시] 장원은 아니지만, 최종 8선에 선정된 것을 축하드리며….’ 약간의 기대를 하긴 했지만 8선에 들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와 동시에 부담감이 엄습했다. ‘이걸 엄마께 보여 드려야 하나?’
글. 오채원(경영학부 17)

 

한양대를 꿈꾸던 고3

나는 한양대에 합격한 딸이 엄마에게 쓰는 편지 형식으로 8행시를 작성했다. 예선 출품 당시 대다수의 참가자가 학교와 관련된 이야기를 쓸 것이라고 예상했고, 마침 가정의 달이기도 해서 나름 차별화 전략을 쓴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1등 상품인 에어팟이 욕심나기도 했고, 이왕 참가하는 거 적어도 참가상이라도 받고 싶었다. 내 이야기를 솔직하고 담담하게 적으려 했다.
8행시 작성을 위해 지난 고3 생활을 돌이켜봤다. 나는 일명 ‘수시러’였다. 수시 6개 원서 말고는 생각해 보지도 않았고, 안정을 추구하는 성격 탓에 딱 하나만 상향으로 원서를 넣었다. 그곳이 바로 한양대였다. 나는 한양대에 너무도 가고 싶었다. 심지어는 친구들과 한양대생인 척 망상을 하며 이야기하고, 노트에도 ‘한양대학교 17학번 오채원’이라고 적어서 다닐 정도였다.
9월 원서 접수 이후 매일 밤 ‘대학 못 갈 것 같다’며 엄마 옆에서 새벽까지 울었다. 한양대학교 수시 학생부 종합전형 결과가 나오는 12월 6일까지 매일 입학처와 입시 사이트를 들락거리며 조기 발표를 기다렸다. 그런 기다림 끝에 결국 한양대에 최종 합격했다. 그날은 너무 기뻐서 한 끼만 먹었는데도 전혀 배가 고프지 않았다. 새내기 MT 준비로 들떠 있는 내게 엄마는 몇 가지 조언을 해 주셨다. “당당하게 어깨 펴고 다니고,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말고, 공부 열심히 해라….”
이 조언을 바탕으로 이번 8행시를 준비했다

장녀가 아니라, 장한 딸이 될게

내가 응모한 8행시의 마지막 구절은 이렇다. ‘장녀가 아니라, 장한 딸이 될게.’ 이 문장에 관해 특별히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우선 나는 장녀가 아니라 차녀다. 단어를 맞추기위해 장녀로 바꿨지만, 장녀든 차녀든 내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같다.
우리는 종종 이름이 아닌 다른 명칭으로 불린다. 누구 엄마, 누구네 아들, 장녀, 차남 등. 과거 가부장제 사회에서는 장남이라는 이유만으로 사뭇 자랑거리가 됐다. 요즘은 그런 경향이 덜하지만, 아직도 우리 친척들 사이에서는 장남과 비(非)장남 간의 차별이 남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장녀 혹은 차녀가 장남을 이기기 위해서는 더 잘난 사람이 되는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딸 둘을 가진 우리 엄마, 기죽지 말고 딸들 자랑하라는 의미에서 마지막 메
시지를 적었다.

장하지 않은 딸의 고백

나는 아직 엄마께 이 8행시를 보여드리지 않았다. 아니 보여드리지 못했다고 하는 게 맞다. 나는 술도 많이 마시고, 그렇게 공부를 열심히 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아직 장한 딸이라고 하기에는 부끄러워 감히 보여드릴수가 없다. 물론 엄마께서 수상 사실을 알게 되면 딸이 한양대학교 8행시 공모전에서 입상했다고 자랑하고 다니시겠지만, 나는 아직 자랑할 만한 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더 성장한 모습으로 ‘엄마, 예전에 내가 이런 것도 썼었어’라며 보여드리고 싶다. 엄마께서 <사랑한대> 매거진을 먼저 받아 보시면 내 계획은 물거품이 되겠지만.
한양대 17학번이 되고 싶어 하던 고등학교 3학년은 이제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3학년이 됐다. 한양대만을 바라보고 달려왔던 내가 이젠 한양에 서 있다. 한양을 꿈꿨고 한양에서 꿈을 이룰 것이기에 100주년 때는 내 이름으로 된 라운지를 하나 만들고 싶다. 앞으로 엄마의 장한 딸이 되기 위해 더 노력할 것이고, 나아가 한양의 장한 딸이 되려한다.


 

본 내용은 사랑한대 2019년 09-10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URL복사/SNS공유

기사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