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기사 등록
검색섹션
검색영역
기사등급
기사형태
검색영역
검색단어 또는
관련기사 검색결과 리스트
관련기사 검색결과 리스트 컨텐츠
검색된 정보가 없습니다.
관련기사 검색결과 리스트
관련기사 검색결과 리스트 컨텐츠
검색된 정보가 없습니다.
게시글 상세보기
정보

2003/02/08 인터뷰 > 교수 > 매거진

제목

"첨단 시대라지만 리모콘도 제대로 못 쓰는 세상"

미디어와 인간의 함수를 찾는 신문방송학과 강남준 교수

김자영 취재팀장

URL복사/SNS공유

http://www.hanyang.ac.kr/surl/LSAS

내용

 1963년 4월 1일, 미국 역사상 가장 길었던 신문파업이 끝났다. 뉴욕의 9개 신문사들은 100일 동안 신문을 발행하지 않았다.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신문노조의 파업은 초기에 많은 시민들의 지지와 함께 무리 없이 진행되는 듯 했다. 그러나 점차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사람들은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조간신문을 찾아 들고 하루를 시작하던 그들의 일상에 모호한 허탈감이 엄습하고 있었다.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시민들은 뉴스를 알 수 없다는 사실이 하나의 '공포'에 가까운 것임을 서서히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디어는 인간의 삶에서 분리되지 않는다

 

   
 

 현대인이 미디어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를 잘 증명하는 사례들은 국내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지난달 25일 오후, 사상 초유의 유무선 인터넷 마비사태가 발생했다. 인터넷을 통해 영업수익을 획득하고 있던 각 기업은 물론 수많은 시민들은 그야말로 외마디 '비명'을 질러댔다. '불만'의 내용은 비단 전자상거래상의 금전적 손실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상적으로 획득하던 뉴스와 정보를 접하지 못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일상 환경으로부터의 '고립'을 의미한 것이었다. 매체학자 강남준 교수는 최근의 사태에 대해 "미디어는 더 이상 인간의 삶에서 분리할 수 없다는 '진부한' 진실이 다시금 증명된 사례"라는 간결한 해석을 내놓는다.

 

 "1960년대의 미국에서도, 2003년의 한국에서도 사회적 불안감을 야기한 것은 매체였습니다. 20세기에 들어오면서 매체는 하나의 커다란 사회현상으로서 우리의 삶에 주요한 부분을 차지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각 시대에 따라 주종 매체도 다르고, 그에 따른 미디어 효과의 방향과 폭도 달라집니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미디어가 끊임없이 우리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점점 그 힘이 커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가 바로 이러한 미디어 효과에 관한 것이죠."

 

 강남준 교수는 미디어가 수용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는 '미디어 효과'를 주로 연구하는 신문방송학자이지만 간혹 '통계학자'란 오해를 받기도 한다. 20세기 이후, 미디어 그 자체가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대두되면서 이를 탐구하는 방법이 사회학과 마찬가지로 계량화된 측면이 많은 까닭이다. 스스로 자신의 주요 연구분야를 '효과측정전공'이라 설명하는 강 교수이지만 실제로 통계학에 관한 공동저작을 내놓을 만큼 계량적 연구에도 일가견이 있으니, 사람들이 종종 오해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미디어 효과에 대해 보다 과학적인 검증을 시도하는 그에게 인터넷의 등장은 어떻게 비쳐지고 있을까? 획일화된 정보전달이 중심적이었던 기존의 미디어들과 달리 인터넷은 쌍방향성과 하이퍼텍스트적 특성을 기반으로 보다 복잡다단한 양상을 띄고 있는 것만은 틀림이 없다. 그러나 기술적 진보가 미디어가 수용자에게 끼치는 영향과 그 양상의 변화를 좌우한다는 생각은 짐짓 섣부른 판단이 되기 쉽다. 강 교수는 인터넷을 필두로 변모한 다양한 매체효과들을 탐구하면서 오히려 무게중심을 두어야 할 것은 기술적 측면이 아니라 세대간의 격차에 있다고 강조한다.

 

 "텔레비전도 이미 1980년대부터 케이블방송을 통해 쌍방향소통을 시도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전국적인 수준이 아닌 지역적인 수준에서지만, 미국에서는 미식축구 경기 중에 선수가 취할 다음 행동에 관해 텔레비전 투표를 하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기술이 아무리 발전했다 하더라도 기존의 수동적인 매체환경에 익숙해진 대중은 능동적 환경에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기술의 발전 양상이 아니라 텔레비전 리모콘의 복잡한 기능조차 쓰기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등급제는 '억압' 아닌 '완충' 장치

 

   
 

 강 교수는 기성 세대보다 젊은 세대들이 분명 뉴미디어의 능동적 환경에 쉽게 적응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미디어에 대한 능동적 환경으로의 발전은 수용자로 하여금 매체 선택의 욕구를 더욱 증폭시킨 측면이 있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문제가 되는 것은 미디어에 보다 적극적인 수요를 창출한 젊은 계층과 이를 감지한 미디어사들. 텔레비전을 비롯한 각종 매체들이 젊은 미디어 수용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더욱 자극적인 컨텐츠를 생산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성적 판단이 가능한 어른들에게 미디어가 제공하는 폭력성과 선정성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세대, 그 중에서도 다수를 차지하는 청소년들에게는 그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특히 가장 공개적이고 대중적인 텔레비전은 청소년들이 폭력성과 선정성에 접하는 가장 쉬운 길입니다. 같은 영상물인 영화와 달리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특정 연령층의 접근을 제한할 수 있는 장치가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프로그램 내용에 대한 사전고지, 즉 등급제를 시행하는 방법이 최선의 대안일 수밖에 없습니다."

 

 매체효과 중에서도 가장 큰 관심 분야가 '텔레비전이나 영화가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탐구라 밝히는 강 교수는 실제로 현재 시행중인 '등급제'를 만든 일등공신이다. 세 번에 걸친 대대적인 수정과정을 거쳐 현행 텔레비전연령등급제의 골격은 그에 의해 주도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강 교수를 표현의 자유를 고려하지 않는 고루한 윤리주의자쯤으로 바라보는 것은 또 다른 큰 오해다. 등급제를 창작의욕과 표현의 자유를 저하시킨 제도라 불평하는 현장의 PD들에게 강 교수가 등급제는 '외부의 억압이 없는 자율적 가이드라인'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텔레비전 프로그램 중 가장 선정성과 폭력성을 지닌 프로그램이 오락 프로그램일 것입니다. 하지만 오락 프로그램도 시사교양 프로그램 못지 않은 중요한 기능을 담당합니다. 제가 주장하는 등급제는 오락 프로그램은 나쁘고 교양 프로그램은 좋다는 이분법적 사고의 결과가 아닙니다. 오락 프로그램의 특성상 선정성과 폭력성은 나름의 필요성을 지닌다고 인정합니다. 하루종일 내셔널지오그라피만을 볼 수는 없지요. 그러나 등급제는 강제적 규제가 아니라 청소년들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완충장치일 뿐입니다."

 

 최대 미디어 수용자, 청소년을 이해해야

 

 한때 프로듀서로 미디어 컨텐츠를 직접 제작하기도 했고, 현재는 미디어를 연구하는 학자로서 '제작'과 '비평'의 두 길을 모두 걸어본 강 교수에게 좋은 프로그램 하나를 추천해 줄 것을 부탁했다. 그는 망설이지 않고 한국방송의 '역사스페셜'을 꼽았다. 내용도 훌륭하지만 가장 전통적인 역사를, 가장 최신의 제작기술을 동원해 제작하는 것이 추천의 가장 큰 이유라고 그는 부연했다. 그러나 강 교수가 실제로 가장 즐겨보는 프로그램은 '개그콘서트'라고.

 

 "10년 전만 하더라도 최신 대중가요에서부터 최신 유머까지 젊은이들의 사고를 따라갈 수 있었어요. 하지만 점차 어려워지더군요. 최근 젊은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가 궁금해 개그콘서트를 봅니다. 물론 다 알아듣지 못해서, 우리 아이들에게 일일이 물어봐야 합니다만(웃음). 일각에서는 요즘의 방송이 너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흘러가지 않나 하는 우려가 많습니다. 하지만 최대의 미디어 수용자층이 된 그들의 사고를 먼저 이해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학력 및 약력

   
 
 강남준 교수는 1978년 서울대에서 학사과정을 마친 후, 이듬해 동양방송(TBC)에 프로듀서로 입사했다. 한국 현대사의 격동기에서 있었던 일련의 정치적 사태를 목도하면서 방송현장에 회의를 느껴 다시 학문의 길을 택했다 스스로 고백한다. 이후 1981년 미국 시라큐스(Syracuse)대학에서 방송학으로 석사학위를, 1989년에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방송효과, 조사방법론, 계량분석 등을 주요 연구분야로 삼고 있다. KBS 정책연구실 연구원, 한국언론학회 편집위원, 한국방송학회 편집위원 등을 두루 역임한 바 있다.

 

사진 : 이재룡 사진기자 ikikata@ihanyang.ac.kr

URL복사/SNS공유

기사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