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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5/08 인터뷰 > 동문 > 매거진

제목

우리 문화 보급의 첨병 박형식 정동극장장

한양동문이 뛴다 20

서용석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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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yang.ac.kr/surl/I1nO

내용

 

   
 

 

 공익성ㆍ수익성 조화로 극장 내실 다져

 "예술가이자 경영자인 삶도 조화시키고파"

 

 '최근 일요일을 맞아 서울 정동극장을 가족과 함께 찾았다. 매표소 입구에서 한복을 차려입고 입장객들에게 정성을 쏟는 직원들에게서 상쾌한 기분을 느꼈다. 산조 합주를 비롯해 부채춤, 사물놀이와 관현악 연주, 판굿 등 우리의 전통예술에 흠뻑 취했다. 한글과 영어·일어 자막서비스는 물론 출연자와 신명나는 뒤풀이 한마당과 출연자와의 기념촬영은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문화상품으로 손색이 없었다. 해외에도 널리 알려졌는지 외국인들이 성황을 이루어 보기에 흐뭇했다. 왜 이런 곳을 진작 몰랐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전 모 일간지 여론면에 실린 독자투고글이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객석 4백석 규모의 작은 공연장인 정동극장의 진면목을 알기에 이 글에서 빼고 더할 것이 없다. '고객편의주의'를 표방하는 극장의 철저한 서비스 마인드와 전통예술공연을 통해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겠다는 극장장의 경영철학이 관객의 눈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수익성과 공익성을 조화시키는 게 경영목표

 

   
 

 기자가 찾은 지난 4일에도 극장 내 쌈지마당에는 어린이날을 하루 앞두고 아이와 함께 아동극〈강아지똥〉을 관람하러온 주부들은 물론 이제 막 회사를 마친 직장인 그리고 외국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쌈지마당을 지나 찾아간 극장장실은 채 5평도 채 되지 않아 보였다. 이 작은 사무실에서 한해 15억의 공연 수입을 올리는 '작지만 큰 극장' 정동극장의 경영전략과 공연기획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박형식 동문(성악 78년졸)이 지난 2000년 3월 신임 극장장으로 임명되었을 때 문화계에서는 기대반 호기심반의 시선을 보낸바 있다. 95년 문을 열 당시만 해도 연간 9천만원에 불과하던 극장 수입을 5년만에 17억원으로 끌어올려 '스타 극장장 시대'를 연 홍사종(현 숙명여대 문화관광과 교수) 전임 극장장이 워낙 매스컴의 주목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주위의 시선을 의식한 듯 취임 당시 박 동문은 "전임 극장장이 너무 잘해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면서 "조금씩 변화와 새로운 색깔을 더해나가겠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인바 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박 동문은 과거의 부담감을 얼마나 떨쳐버렸을지 궁금했다.

 

 "극장이 수익성을 너무 따지면 공익성이 약해지고 또 공익성을 강조하면 수익성이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최근 저희 극장이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많은 수입을 올린 것으로 유명해졌습니다만 저는 정부에서 운영하는 극장이니만큼 공익성도 잘 살려나가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수익과 공익을 조화시키는 것이 저의 경영목표입니다. 아직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잘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동극장은 95년 국립중앙극장 분관체제로 문을 열었다가 97년 국가가 운영비를 일부만 지원하는 민간위탁방식으로 전환한 문광부 산하 공공법인이다. 박 동문은 정부가 좋은 위치에 극장을 지어 운영하도록 한 것은 공익성에 더 비중을 두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수익만을 생각했다면 차라리 사무실을 지어 임대료를 받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이라는 그는 좋은 볼거리를 문화상품으로 만들어 사람들의 정신적인 고통을 어루만져줌과 동시에 좋은 배우와 작품을 발굴, 개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확대된 전통예술공연, 외국 관광객에게 인기

 

 비록 전임자의 성과이긴 하지만 정동극장은 민간 기업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될 정도로 독특한 경영기법과 마케팅 전략으로 우리 극장문화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유리도 없이 훤하게 트인 곳에서 표를 살 수 있도록 한 열린 매표소, 주부와 가족 관람객을 배려한 어린이 탁아소, 관객들이 공연을 기다리면서 무료함을 달랠 수 있도록 마련한 화랑 등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여타 극장들이 쉽게 도입할 수 없었던 것이다. 또한 직장 여성을 위해 모포를 나눠주고 음악을 감상하게 한 낮잠상품과 겨울철 야외 공연시 군밤을 나눠준다거나 1천원짜리 커피를 제공하는 등의 '깜짝 이벤트'는 신선하다 못해 충격적이었다.

 

   
 

 '그곳에 가면 뭔가 즐거운 것이 있다'라는 관객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줌과 동시에 이들로부터 받은 사랑을 보다 양질의 공연과 문화예술 프로그램으로 되돌려줘야한다는 것이 박 동문의 생각이다. 이러한 박 동문의 생각은 전통예술공연의 확대를 통해 엿볼 수 있고 앞으로 운영할 문화센터를 통해 보다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99년까지 주 2회 운영해왔던 전통예술공연을 2000년 4월부터는 주 6회로 늘렸습니다. 이 상설국악공연에는 지금까지 3만명 이상이 관람했는데 전체 관람객의 80% 가량이 외국인이에요. 월요일을 제외하고 오후 8시 극장앞에는 어김없이 관광버스가 서 있습니다. 외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국전통문화를 보급하는 첨병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자부합니다. 러시아의 볼쇼이극장과 같은 세계적으로 이름난 극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더욱 더 노력할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문화 인프라가 취약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문화적 소양을 기를 수 있는 기회를 얻기가 매우 힘든게 사실이다. 특히 주5일제 근무제가 도입되어 여가시간이 크게 늘어나면 사람들의 문화적 욕구 또한 증가하기 마련이다. 물론 각 구청마다 문화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각종 사설 문화센터가 속속 생겨나고 있기는 하지만 문화예술기관이 앞장서서 국민들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켜줘야한다는 것이 박 동문의 지론이다. 악기도 배워보고, 직접 연기를 해보는 등의 체험을 통해 길러진 문화적 소양이 결국 연극, 공연관람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극장측으로서도 '밑지는 장사'는 아닌 셈이다.

 

 "음악은 나의 운명 …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할 뿐"

 

   
 

 극장의 경영자이기 이전에 박 동문은 성악가이다. '명태'라는 노래로 유명한 바리톤 오현명 전 음대 교수로부터 사사받은 그는 20여년간 서울시립합창단 단원으로 활동하면서 각종 오페라에서 주역으로 활약했고, 많지는 않지만 홀로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그는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는' 성악가의 길이 아닌 '예술경영'이라는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 왠만한 음대생이라면 다 간다는 외국 유학을 마흔살을 훌쩍 넘긴 나이에 다녀온 박 동문이 이탈리아에서 공부하면서 느낀 게 있다면 '나오지 말았어야 좋았을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성악을 전공했다고 해서 모두 성악가로 살수는 없습니다. 무대, 조명, 음향 등을 성악과 출신이 하지 못하란 법 있습니까? 그런데 우리는 실력이 있건 없건간에 유학도 가고, 그것에만 매달립니다. 예술경영도 마찬가지입니다. 과거에는 성악가 출신이 이런 극장을 맡으면 부정적으로 보았던 게 사실입니다. 지금도 여전하지만 많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은 스스로 이 분야에 대해 문의도 하고, 관심이 부쩍 늘고 있다는 게 피부로 느껴질 정도니까요."

 

 어렸을 때 소풍을 가면 꼭 노래를 불렀다는 점, 학창시절 음악선생님이 꼭 수업시간에 독창을 주문했다는 점을 회고해볼 때 음악을 하라는 운명을 타고났던 것 같다는 박형식 동문. 매 시기에 요구되는 일을 열심히 하다보니 지금의 자리에까지 왔고, 임기가 끝나면 기다리고 있을 또 다른 일을 즐겁게 해 나갈 뿐 현재에 충실하겠다는 그는 앞으로도 돋보이려고 노력하기보다는 꼭 필요한 존재, 화려하기보다는 소중한 존재가 되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아갈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그가 전임 극장장 못지 않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정동극장문을 나설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를 가져보게 된다.

 

서용석 학생기자 antacamp@ihanyang.ac.kr

 

   
 

 박형식 동문 학력 및 약력

 

 바리톤 박형식 동문은 지난 78년 본교 음대 성악과를 졸업하고 서울시립합창단에 입단해 수석단원, 기획실장, 단장을 역임했다. 86년에는 단국대학교 대학원 성악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89년 중앙대 예술행정대학원을 수료했다. 95년부터 97년까지 이탈리아 리노로타 음악원에서 지휘와 성악을 공부했다. 국립오페라단 '원효대사', '세빌리아의 이발사, 김자경오페라단의 '카르멘' 등 다수의 작품에 주역으로 출연했으며 두차례의 독창회를 열었다. 서울시장 표창과 중구문화예술상(2001년)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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