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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5/15 인터뷰 > 교수 >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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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재산권은 산업발전의 바로미터`

한양의 맥박을 찾아서 39

최 홍 기획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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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yang.ac.kr/surl/h67R

내용
   
 

  

 지식기반사회서 지적재산권 갈수로 중요해져

 "발전 속도 따라잡으려면 한시도 쉴 수 없어"

 

 친구중에 공대생이 있다. '잘나가는' 한양 공대 출신인데다 IT산업붐으로 인해 한창 '뜨고 있는' 전자통신을 전공한 그는 마음만 먹으면 삼성, KT, SK 등 굴지의 전자·통신회사 취업은 '떼어논 당상'이었다. 하지만 졸업을 1년 앞둔 어느날 그는 고시공부를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아마도 기술고시를 말하는 듯 했다. 하지만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변리사시험을 보겠다는 것이다. 변호사보다도 수입이 더 '짭짤하다'는 그 변리사다.

 

 산업발달은 기술 발전과 동전의 양면이다. 기술 발전은 산업화를 앞당겼고 국가는 산업화의 근간이 되는 기술을 보호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지적재산권은 그래서 강조되었다. 그런데 특히 컴퓨터와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지식정보화 시대를 맞은 최근 들어서는 실용신안, 의장이나 상표, 디지털 컨텐츠 등 지적재산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과거 예술작품의 저작권이나 기술 특허권 정도(?)를 다루던 변리사가 그래서 인기상종가를 치고 있다. 국내에서 지적재산권법 분야 최고의 권위자로 평가받는 윤선희(법대·법학과) 교수를 만나러 가면서 변리사 시험 준비에 몰두하고 있을 친구가 생각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산업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지적재산권 공부

 

   
 

 "나는 매년 연구업적 우수교수가 되어야 합니다. 지적재산권법 분야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에 공부하고, 연구하지 않으면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 아주 피곤한 학문입니다." 오전에 2001학년도 연구업적 우수교수상을 수상한 윤 교수에게 축하의 인사를 건네자 돌아온 대답이다. 그러나 윤 교수는 그 '피곤한 학문'인 지적재산권법을 연구하면서도 오히려 재미있고, 행복해 죽겠다는 표정이다. 자신이 좋아서 시작했고, 산업발전의 속도에 걸맞는 지적재산권법을 마련하는 것은 곧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것이라는 평소의 철학과 소신 때문인 듯 했다.

 

 윤 교수는 원래 법학도가 아니었다. 집안 누대로 공직자가 많았던 탓에 행정관료를 꿈꾸던 그는 대학원에서 행정학을 전공할 때까지만 해도 경제개발을 주도한 관료의 길을 생각했다. 하지만 행정관료도 전문적인 분야가 있어야한다는 생각에 산업과 연관시킬 수 있는 분야가 무엇일까 찾기 시작했다. 실무로서가 아니라 이론으로 산업발전에 기여하는 길을 찾던 그에게 눈에 띈 것이 바로 지적재산권이었다.

 

 "제가 공부를 시작하던 그때만 해도 우리나라는 지적재산권에 관한한 거의 불모지나 다름없었습니다. 그래서 미국으로 건너갔지요. 그런데 미국 법과대학원은 로스쿨 중심이어서 한계가 있었습니다. 당장 보따리를 싸서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지요."

 

   
 

 2차 세계대전후 경제부흥으로 기술선진국이 된 일본도 지적재산권에 관한 연구가 그렇게 활발한 편은 아니었다. 게이오(慶應)대학, 도쿄도립(東京都立)대학 등을 전전하며 윤 교수는 지적재산권법을 공부하려면 학부부터 다시 시작해야한다는 생각에 도시샤(同智社)대학 법학부에 입학했다. 학부 공부가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는 윤 교수는 하지만 '한국을 지적재산권이 강한 선진국으로 만들겠다'라는 초심을 생각하면 다시금 책을 잡을 힘이 생겨났었다고 회고한다.

 

 '한국에 돌아가면 써먹지도 못할텐데 뭣하러 그걸 공부하느냐', '굶어죽기 딱 알맞다'는 주위의 비아냥거림에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던 것도 '내가 좋아서 하는 공부다. 교수가 되겠다거나 이걸로 돈을 벌겠다고 생각했으면 아예 시작하지도 않았다'는 자신의 소신 때문이었다. 이렇게 학부 공부를 끝내고 다시 석사과정을 밟는데 시즈오카(靜岡)산업대학에서 강의 제의가 들어왔다. 윤 교수는 이때 '굶어죽지는 않겠구나'라고 생각했다며 특유의 천진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자국민 우선적으로 보호하는 정부 돼야"

 

   
 

 "지적재산권법에서는 세계 누구에도 뒤떨어지지 않는 학자가 되어야겠다며 스스로를 채찍질했습니다. 하지만 나라가 기술선진국, 강대국이 아니면 힘들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허탈했습니다. 국내에서 강의만 10년을 한 제가 외국 신참 학자의 논문을 인용해야할때는 더더욱 그렇죠. 우리나라가 모델이 되지 못하고 있으니까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지만 말입니다."

 

 그는 우리나라 정부의 지적재산권 정책에 대해 불만이 많다. '기술보다 법이 앞서간' 탓에 정작 우리 국민들보다는 정부를 위한 법을 만들고, 운영해왔다는 것이다. 우리 실정과 이익을 따져보기 보다는 미국 등 외국 선진국의 눈치를 보느라 각종 협약에 불쑥 가입하는 바람에 입은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금도 논란이 분분하지만 WTO(국제무역기구)와 베른조약(문학 및 미술 저작물 보호에 관한 국제협정) 가입으로 더욱 엄격해진 저작권법은 영세한 출판사들에게 큰 타격을 주었다. 물론 국제적인 추세와 흐름도 중요하지만 자국민을 우선적으로 보호하려는 정부의 자세가 아쉽다고 윤 교수는 말한다.

 

 '먼저 특허출원한 사람을 우선한다'는 선출원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먼저 발명한 사람에게 권리가 있다'는 선발명주의를 고수하고 있는 미국은 사후 50년이 지나면 저작권이 소멸됨에도 불구하고 최근 월트 디즈니(Walt Disney)사가 지나고 있는 미키 마우스 등의 저작권을 20년 연장했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국제적인 관례를 깨는 것 쯤이야 우습게 아는 미국의 횡포야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자국민을 보호하는데 소홀한 우리 상황에 비추어본다면 부러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정부는 부처이기주의, 영역간 다툼이 너무 심합니다. 그리고 학자들도 정부가 요구하는대로 보고서를 만들어서 주는 경우가 허다하지요. 기술도 기술이지만 사람들의 인식이나 생각도 선진화돼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식정보화 시대에 걸맞는 지적재산권 연구 필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는 그를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그에 걸맞는 법, 제도의 발전을 요구하고 전혀 새로운 현상들도 나타나 이에 대한 해법을 주문하기 때문이다. 윤 교수는 IT산업 발전의 걸림돌이라고 할 수 있는 컴퓨터프로그램 불법복제 사용을 근절하기 위해 정품사용 기업을 발굴, 인증하는 한국소프트웨어 저작권협회(SPC)의 자문기구인 인증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성과를 거두었는지 최근 미 무역대표부(USTR)는 우리나라를 지적재산권 '우선감시대상국(PWL)'에서 '감시대상국(WL)'으로 한단계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얼마전 그는 특허법, 실용신안법, 의장법, 상표법 등을 망라한 〈산업재산권법원론〉(법문사)을 펴내기도 했다. 최근의 사회적 변화에 따른 지적재산권법이 주된 내용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헌법이 자주 바뀌면 그 나라는 문제가 있는 나라이지만 지적재산권법이 자주 바뀌는 나라는 나날이 발전하는 나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매년 달라진다고 해도 나쁠 것 없지요." 그러면서 헌법학자가 하나도 부럽지 않다는 표정이다.

 

 지적재산의 보호도 물론 중요하지만 정보의 공유도 마찬가지로 필요하지 않느냐며 최근 한국과 미국에서 논란이 된 MP3 음악공유 사이트 '소리바다'와 '냅스터'(Napster) 문제를 슬쩍 꺼내보았다. 지적재산권법을 전공하는 만큼 '당연히 폐쇄하는 것이 옳다'라는 대답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기본적으로 위법이지만 그렇다고 사이트에서 음악을 다운받고 공유한 국민들을 모두 범법자로 몰 수는 없지 않습니까? 초기 단계에는 어느 정도 불가피한 부분이 있었지만 이것이 상업성을 띄게 된다면 문제가 됩니다. 산업발전에 역행하는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이 보편화된 지금 시점에서는 마땅히 저작권이 보호되어야 합니다."

 

   
 

 일각에서 전개하고 있는 Copy Left운동도 마찬가지다. 그는 Copy Left운동도 Copy Right와 정신은 기본적으로 같다고 본다. 균형과 형평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지 법을 위한 법, 운동을 위한 운동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대학가에 만연해 있는 불법복사와 복제에 대해서도 그는 매우 현실적이다. 자신이 공들여 쓴 교재를 사지 않고 복사·제본해서 사용하는 제자들에게 윤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학생들이 내 책을 꼭 사서 볼 필요는 없다. 저술활동은 일종의 봉사라고 생각한다. 돈을 벌려고 책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그 책을 쓰는데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이 투여됐는지는 알아야한다. 그렇게 공부한 지식을 나중에 사회에 환원하면 된다. 그것으로 족하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공부했으면 한다."는 것이 윤 교수가 제자들과 후학들에게 전하는 당부다. 인터뷰를 진행한 그의 연구실에는 마침 앳돼 보이는 여학생 두명이 면담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적재산권을 전공한 학자답게 '지식이 곧 무기'라고 말하는 그에게 제자들은 무엇보다 소중한 '지적재산'이 아닐까하는 뜬금없는 생각이 들었다.

 

최 홍 기획취재팀장 choihong@ihanyang.ac.kr

 

   
 

 윤선희 교수 학력 및 경력

 

 윤선희 교수는 88년 일본 도시사(同志社大學)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고베(神戶) 대학에서 법학 석사학위(90년)와 박사학위(93)를 받았다. 도쿄(東京)대학 법학부, 일본지적재산연구소 등에서 연구했으며 특허행정정책자문위원회 정책자문위원, 한국산업재산권법학회 총무이사, 한국비교사법학회 이사, 한국지적소유권학회 이사,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한일법학회 이사 등을 역임했다. 2001학년도 연구업적 최우수교수로 선정된 윤 교수는 국내 40편, 국외 14편의 논문이 있으며 저서로는 〈지적 재산권법〉(세창출판사), 〈국제계약법 이론과 실무〉(법률출판사), 〈영업비밀개설〉(법경출판사), 〈특허법 上〉(공역. 한빛 지적소유권센터), 〈무체 재산권법 개론〉(역서. 법경출판사), 〈산업재산권법원론〉(법문사. 2002) 등 7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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