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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 24 중요기사

[교수]“누구나 영어 강의자가 되고, 학습자가 될 수 있도록” (1)

영어 교육의 패러다임은 계속 바뀐다. 특정 시험을 목표로 하는 단기 강좌들은 변화하는 교육 내용과 방식에 맞춰 쉽게 생기고 쉽게 사라진다. 질 좋은 강의들이 끝까지 남지 못한다는 점을 고민하던 이광희 교수(영어영문학과)는 지식을 공유하는 플랫폼 ‘브라운스터디’를 개설했다. 플랫폼을 통해 교육을 전달하고 그 내용을 보존, 확산한다. 도서출판 ‘한국문화사’의 이사이자 지식 플랫폼 ‘브라운스터디’의 대표 이광희 교수를 만나 영어 교육가이자 출판인인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종이 출판을 넘어 ‘브라운스터디’는 도서출판 ‘한국문화사’에서 설립한 지식 플랫폼이다. 책과 더불어 오디오북, 튜터북 등으로 교육 내용을 전달한다. “고급 지식은 대중이 책장으로 보기 힘든 것들이 많아요. 멀게 느껴지던 지식을 바로 옆에서 책을 넘기며 말해준다면 어떨까하는 생각에서 시작했습니다.” 이 교수는 대학 교육의 내용이 후에도 지속적으로 유의미하기를 원했다. 지식의 보고를 디지털화하는 작업만으로도 가시적 성과를 이룰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렇게 출범한 지식 플랫폼 '브라운 스터디'는 일회성 온라인 강의 제공이 아닌 지식 보전과 전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 종이책에서 더 나아가 튜토리얼식 강의 도서를 제공한다. 이 교수는 “개인의 만족, 학문적 발견, 학회의 논제로 끝나던 것들을 다시 모아 소통하는 것이 지식인의 책임”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 이광희 교수(영어영문학과)는 지식의 보전과 전승을 목표로 지식 플랫폼인 ‘브라운 스터디’를 설립했다. 브라운 스터디의 내용은 다양하다.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소재가 된다. 함께 하는 강의자들은 모두 이 교수와 같은 뜻으로 콘텐츠를 만들고 나눈다. 수입은 적을지라도, 콘텐츠는 공익 실현의 의미로 각고의 노력이 깃들어있다. 이 교수는 오프라인에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학술과 실용 부문을 넘나들며 <기초 영문법 절대 매뉴얼>, <수능 영어 기출 변형 모의고사> 등 저서들을 남겼다. 전공강좌, 교양수업, 국내외 학회 및 학술지와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영어’라는 언어가 아닌 ‘언어’로의 영어 한양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후 IMF 외환위기 때 미래가 불안했던 이 교수는 취업의 돌파구 역시 영어에서 찾았다. 학교취업센터에 붙은 학원강사 게시광고에 지원해 학원 강사로서 사회에 첫 걸음을 뗐다. 소위 ‘1타 강사, 국내 최초, 최다’의 타이틀을 얻으면서 강사로 활동하던 중 같은 내용을 반복할 뿐 깊은 학문적 호기심에 대답하지 못하는 강사의 한계에 회의를 느꼈다. 결국 지난 2001년 학문의 길을 다시 걷기 시작했다. 32세의 조금 늦은 나이에 한양대학교 석사과정에 들어온 뒤, 이후 박사과정까지 진학했다. ▲ 이광희 교수는 "모든 사람은 언어라는 안경을 끼고 세상을 보기 때문에 언어를 이해하면 모든 학문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영어의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시스템을 깊이 있게 배우며 언어학에 대한 갈증을 풀었다. 그는 영어의 소리, 단어와 문장의 구조, 의미, 교수학습법과 같은 일반영어학이 아닌 ‘언어학’으로 영어에 접근했다.이것이 그가 영어학에 빠지게 된 계기다. “언어 자체에 대한 호기심을 연구하는데, 그 매개를 영어로 배우는 거죠.” “외국어를 하나 한다는 것은 세계관을 하나 더 파악하는 것”이라고 설명한 이 교수는 언어를 배울 때 접근하는 관점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단순 점수에 국한된 외국어 교육의 위험성을 언급하며 깊이 있는 언어학 공부를 위해선 철학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메커니즘을 학생들에게 잘 전달해 준다면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날 수 있고, 학습의 진전속도와 근본적인 교육이 잘 이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교육가로서, 출판인으로서 이 교수는 교육가이자 출판사로서 제 역할을 다 하고, 교육을 매개로 한 소통의 장을 이루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자신이 가진 지식을 공유하고 싶은 뜻깊은 지식인들이 함께해 준다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이 교수는 “은퇴 교수의 절정에 이른 지식이 존중받고, 시대의 대가라 불리는 학자들의 기록을 문화 유산으로 남기는 일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누구나 강의자가 될 수 있고, 동시에 학습자가 될 수 있는 지식 플랫폼을 키워나가겠습니다.” ▲ 이광희 교수는 출판인으로서 교수들의 지식과 학자들의 기록을 유산으로 남기는 것이 목표다. 글/ 김민지 기자 melon852@hanyang.ac.kr 사진/ 이진명 기자 rha925@hanyang.ac.kr

2018-08 06 중요기사

[학생]영문과 3인 '종합선물세트', 함께 도전한 논문대회에서 1위

갈수록 복잡해지는 국내외 정치외교문제에서 미국은 가장 중요한 국가 중 하나다. 국내에서도 양국 간 긴밀한 관계유지를 위해 미국학과 미국 문학의 학문적 논쟁을 지속하고 있다. 미국학을 논의하는 국내 대표적 학회인 한국아메리카학회는 학부생과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지난 5월 12일 논문대회를 개최했다. 명망 있는 전문가들이 모여 미국학에 대해 의논하는 자리에서 한양대학교 박수빈, 강나림, 김수빈, 이규원(이상 영어영문학과 3)이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영미권 사회의 정치문제를 꼬집다 “주제가 굉장히 용감했어요. 미국정치와 성교육을 연관 지어 주제로 삼았거든요.” 네 사람은 미국정치 성향에 따라 성교육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조사했다. 이 씨는 텍사스(Texas)주, 박 씨는 미시시피주(Mississippi)주를 맡아 공화당이 우세한 보수파 지역조사를 맡았다. 민주당 정권이 우세한 진보파 지역조사는 김 씨가 매사추세츠(Massachusetts)주, 강 씨가 캘리포니아(California)주의 버클리(Berkeley)시를 맡았다. 각종 서적과 인터넷을 통해 분담조사를 진행했다. 보수파 지역조사를 맡았던 박 씨는 보수적인 정치 분위기가 성 문제 해결에 비효율적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미시시피주는 자체적으로 성교육 법안을 만든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절제주의 사상이 강했어요. 높은 성병 발생률과 청소년 성 경험이 80%에 육박하는 것에 비해 굉장히 비효율적인 방법이었죠.” 보수파 성향이 강한 텍사스도 마찬가지였다. 텍사스 지역조사를 맡은 이 씨는 “텍사스도 성교육에서 구체적인 피임방법보다는 절제를 강조하는 편”이라며 청소년의 원치 않는 임신율이 높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반해 진보파 성향이 강한 지역에서는 성교육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김 씨는 진보파 지역에서는 개방적인 성교육을 시행하고 있다며 입을 열었다. “진보성향이 강한 주에서는 절제보다 확실한 피임방법을 중요시해요. 어떤 학교에서는 교내에서 피임 도구를 제공하더라고요.” 네 사람은 양당의 성교육 방식이 옳으냐 그르냐를 따지고자 한 것이 아니었다. 이들은 지난 5월 12일에 열린 한국아메리카학회 논문발표대회에서 교육과 정책은 별개로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적 성향에 따라 차별적인 교육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해야 합니다. 모든 국민은 공평한 교육기회를 누릴 수 있어야 하죠.” 네 사람의 논문은 높은 평가를 받으며 대회에서 1등을 거머쥐었다. ▲ 한국아메리카학회가 주최한 논문발표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세 명의 주역들을 지난 3일 교내 카페에서 만났다. 왼쪽부터 박수빈(영어영문학과 3), 김수빈(영어영문학과 3), 이규원(영어영문학과 3) 씨. 즐기면서 하니 힘든 게 없었어요 영문학 주제가 주를 이루는 대회에선 꽤 파격적인 주제 선정이었다. “너무 뻔한 주제는 피하고 싶어서, 저희가 흥미를 느끼고 배울 수 있는 주제로 선정했어요.” 김 씨는 대회를 준비하면서 덩달아 많은 공부를 하게 됐다고 말한다. 학교 수업과 중간고사가 겹쳤지만 즐기고자 하는 마음이 더 컸다고. "다른 팀들은 교수님이 봐주시거나 과제를 다시 꺼내서 조사한 티가 많이 났어요. 처음에는 ‘망신만 당하지 말자’ 하는 마음이었죠. (웃음)” 대회를 준비하기 전부터 네 사람은 학과에서 가장 친한 친구 사이였다. 항상 붙어 다녀 '종합선물세트'라는 별명을 가졌다. 이 모습을 본 이형섭 교수(영어영문학과)가 이번 대회를 추천해 출전하게 됐다. 박 씨는 “이번 대회를 계기로 사이가 더 돈독해진 것 같다”며 또 기회가 되면 출전하고 싶다고 전했다. 논문이나 대회에 자신감도 같이 얻을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이 씨는 논문 또는 논문대회를 준비하는 다른 학생들에게 주제선정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다른 사람들이 논문을 보면서 같이 흥미를 느끼고 궁금해하는 주제면 좋을 것 같아요. 논문도 즐겁게 준비하면 완성도가 더 높아지는 것 같아요.” 함께 대회를 준비하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경험을 얻었다는 네 사람. 누구보다 밝은 에너지를 지닌 그들이 만들어갈 미래가 기대된다. 글/ 황유진 기자 lizbeth123@hanyang.ac.kr 사진/ 최민주 기자 lovelymin32@hanyang.ac.kr

2018-04 03

[동문]한양대 영문과 동문회, 신입생 전원에 ‘과잠’ 선물 (1)

한양대 영어영문학과 총동문회(회장 문현모, 79학번)가 4월 2일 18학번 신입생 전원에게 단체 과 점퍼(이하 과잠)를 전달했다. 지난 3월 16일 서울캠퍼스 인문관에서 개최된 ‘2018 영어영문학과 개강총회’에서 영어영문학과 총동문회는 소수의 학생을 위한 장학금을 넘어 많은 학생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신입생들에게 과잠을 선물하기로 뜻을 모았다. 문현모 회장은 “대학생활의 첫 발을 내딛는 신입생 후배들이 모교와 학과에 대한 소속감과 자긍심을 갖고 힘차게 대학생활을 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과잠’을 선물했다”며 “올해 처음 시행하는 사업이라 신입생에게만 과잠을 선물했지만 향후 영어영문학과 재학생 및 졸업생들에게도 보급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영어영문학과 총동문회는 매년 송년회, 봄·가을 트레킹, 영어영문학과 영어연극 지원 등 졸업생과 재학생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영어영문학과 18학번 신입생들이 선배들이 선물한 과잠을 입고 서울캠퍼스 인문관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영어영문학과 18학번 신입생들이 선배들이 선물한 과잠을 입고 개나리가 만발한 서울캠퍼스 교정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8-02 22

[동문]쉘코리아, 한국 총괄대표로 오지원 동문 선임

▲오지원 동문 (사진= 쉘코리아) 네덜란드 에너지 기업 로열더치셸그룹의 한국 지사인 쉘코리아는 오지원 동문(영어영문학 85)을 오는 3월 1일부로 신임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한다고 밝혔다. 쉘코리아 역사상 최초의 한국인 사장이다. 오 동문은 아리랑 국제방송 기자, 산업통상자원부 외신 대변인 등을 거쳐 2014년 쉘코리아에 전무로 입사해 2017년부터 LNG 마케팅을 총괄해왔다. 현재 국제가스연맹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조선비즈 기사에 따르면, 오 동문은 “천연가스와 신재생에너지의 역할이 커지는 흐름에 맞춰 한국 경제와 에너지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2018-01 19

[동문]장동철 동문 현대모비스 신임 부사장

▲장동철 동문 (사진= 현대모비스) 장동철 동문(영어영문학 83)이 지난 12월 28일 현대차그룹 2018년 정기임원 인사에서 현대모비스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장 동문은 1964년생으로, 한양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현대모비스 경원지원본부장(전무), 현대자동차 HR사업부장(전무/상무) 등을 역임했다.

2017-12 19

[오피니언][타임머신]두고두고 좋은 인연, 한양대와 바둑

나는 대학에 입학했을 때 바둑 전문선수인 프로기사(棋士)였다. 고등학생 때 프로로 데뷔한 후 한양대 영어영문학과에 진학했다. 당시 프로기사라는 희귀한 직업을 가진 대학생이었기 때문에 학교나 바둑계에서 꽤 인기가 있었다. 신문이나 방송 등 매스컴에 내가 둔 시합과 함께 자주 이름이 올랐다. 정수현(명지대 바둑학과 교수·영어영문학과 76) ▲ 정수현 교수가 바둑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바둑과 학업 두 마리 토끼를 잡다 대부분의 대학생 스포츠 선수들이 그렇듯이 기사 생활과 대학 생활을 양립하기가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바둑 시합과 학교 수업이 겹칠 때 출석 문제가 골칫거리였다. 전공과목으로 ‘햄릿’을 가르치던 노교수님이 계셨는데, 학생들에게 일일이 출석표를 나눠주며 직접 이름과 학번을 써내도록 했다. 시합 시 출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는 한 가지 묘수를 생각해냈다. 바둑 시합이 오전에 열리니 오후에 배정된 교과목을 신청하기로 한 것이다. 즉 오전에 시합을 마치고 얼른 학교에 가 수업에 참석한다는 전략이었다. 그런데 이 방법도 문제가 있었다. 그 무렵에는 한 판의 시합을 하는 데 각자 2~3시간씩 주어졌기 때문에 이 시간을 다 쓰면 오후 3~4시에 끝났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바둑을 최대한 빨리 두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에게 할당된 시간을 최대한 줄여 가급적 점심 무렵에 끝내려고 애썼다. 이로 인해 나는 속기파(速棋派) 기사로 변하게 됐다. 원래는 수읽기를 많이 하는 타입이었는데, 바둑과 학업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보니 감각적으로 두는 속기파가 된 것이다. 그 덕분이었을까. 나는 방송에서 개최하는 속기 시합에 강해졌다. KBS바둑왕전과 SBS바둑최강전에서 고수들을 꺾고 결승까지 오르는 좋은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아쉽게도 최고수 이창호 9단을 만나 두 번 다 준우승에 그쳤지만, 출석을 위한 빨리빨리 전략이 속기 훈련이라는 색다른 이점을 준 것이다. 진짜 ‘바둑학 교수’가 되기까지 나의 대학 생활은 상당히 바쁜 편이었다. 당시 학생이었지만 나는 새롭고 창의적인 일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편이었다. 한국기원에서는 바둑시합 외에도 초보자나 아마추어를 위해 바둑강좌 코스를 만들어 직접 가르쳤다. 또한 월간 바둑지에 칼럼을 연재하기도 했다. 성신여대 등 다른 대학교에 가서 바둑을 가르치기도 했다. 새벽에는 영어학원에 다녔다. 이런저런 일을 많이 해서인지 수업 시간에 가끔 졸았다. 한번은 맨 뒷줄에 앉아서 꿈나라를 헤매고 있는데, 분위기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부스스 눈을 떴더니 학생들이 깔깔대며 웃고 있었다. 달콤하게 낮잠을 자다가 교수님이 문장을 읽어보라고 호명하는 소리를 듣지 못한 것이다. 그런 가운데도 나는 리포트 쓰는 것을 좋아했다. 한번은 짝사랑의 비애를 담은 영어 에세이를 써서 A+를 받았다. 다른 과목에서도 리포트 점수는 높았다. 돌이켜보면 나의 대학 생활에서 가장 많은 도움이 된 것은 리포트 쓰기였던 것 같다. 리포트 작성은 글쓰기뿐만 아니라 생각하는 훈련에도 도움이 됐다. 졸업 후 나는 대학에서의 경험을 살려 바둑 관련 서적을 30여 권 저술했다. 그중에는 <바둑 읽는 CEO>, <고수경영>과 같이 바둑의 지혜를 다룬 에세이도 있다. 이런 책을 많이 쓴 덕분에 나는 바둑 기자들로부터 ‘바둑학 교수’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리고 20년 전에 명지대학교에 사상 처음으로 바둑학과가 생겼을 때 진짜 교수로 부임했다. ▲ 총동문바둑대회 현장 모두가 부러워하는 한양기우회 나의 대학 생활에서 특별히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이 하나 있다. 대학에 다닐 때 만들었던 ‘한양기우회’라는 동아리 모임이다. 이 동아리의 회원들이 졸업 후 한양(OB)기우회를 만들었다. OB기우회는 대학의 바둑동아리에 장학금을 주고 행사도 후원한다. 이 기우회는 지금까지 35년 이상 이어지고 있다. 수년 전 서울대를 비롯한 다른 대학교 바둑 동호인들이 한양대 기우회를 부러워해 벤치마킹했다. 한양기우회의 탄생은 내 생각에서 비롯됐다. 1980년께 학교에 다닐 때 나는 한양대에 기우회가 없는 것을 아쉽게 생각했다. 그래서 교내에 기우회를 하나 만들었으면 했다. 그러던 차에 같은 영어영문학과 2년 후배인 이일환 동문과 우연히 바둑 얘기를 하게 됐다. 당시 전체 학생회 간부였던 이일환 동문은 매우 활달하고 적극적인 성격의 소유자로, 훗날 고위 공무원으로 활약했다. 내가 기우회를 만들면 어떻겠냐고 하자 그는 즉시 찬성했다. 그리고는 기우회 소집 안내문을 만들어 벽보판에 붙였다. 기우회 창립을 위한 대망의 발기모임이 교내 노천극장에서 열렸다. 몇 명이나 올지 가슴을 졸였는데, 예상 외로 많은 인원이 참석했다. 그때 멋진 비전을 선언하며 한양대 기우회를 발족시켰다. 바둑계 사람들에 의하면 한양기우회는 특별한 점이 있다고 한다. 회원들 간에 우애가 깊고 분위기가 매우 좋다는 것이다. 회원들은 대학연맹전 출전 같은 문제에서는 양보의 미덕을 발휘하지만, 식사 때는 서로 식대를 내려고 한단다. 유머 있는 해설로 유명한 ‘바둑계의 김구라’ 김성룡 9단도 한양기우회를 좋아한다. 이 기우회에서 만나 부부가 된 커플도 몇 쌍 있다. 한양기우회의 이런 인간적인 분위기에는 역대 회장들이 많은 기여를 했다. 강병두, 이원옥, 한태완 동문 등 여러 회장들이 애정을 갖고 기우회를 이끌었다. 여성 회장이었던 원영숙 동문은 기우회에서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해 바둑계에도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현재는 박승자 회장이 맡아 한양동문 바둑대회 등 다양한 행사를 주관한다. 기우회에서는 바둑 모임뿐만 아니라 체육 행사와 엠티(MT) 같은 프로그램도 개최한다. 근래에는 한양대 총동문회와 협력해 동문 바둑대회를 여러 차례 개최해오고 있다. 한양대의 색다른 자랑거리인 한양기우회가 계속 이어졌으면 한다. 사랑한대 2017년 11-12월호 이북 보기

2017-06 13

[행사]한양대 ‘글로벌 석학초청 강연회’ 개최

한양대학교는 오는 21일(수) 오전 11시 서울캠퍼스 백남학술정보관 6층 국제회의실에서 앤 커틀러(Anne Cutler) 연구석좌교수를 초청해 ‘You, the linguist’를 주제로 강연회를 개최한다. 앤 커틀러 호주 웨스턴 시드니 대학교 연구석좌교수(The MARCS Institute, Western Sydney University)는 1999년 스피노자상(Spinoza Award)을 수상했으며, 막스플랑크 연구소장을 역임했다. 한편, 이번 글로벌 석학초청 강연회는 한양대 수행인문학연구소가 주최하고 한양대 영어영문학과가 주관한다. ▲‘글로벌 석학초청 강연회’ 안내 배너

2016-11 01

[오피니언][타임머신] 내 학창 시절의 모든 것, <한양저널>

나는 1980년대 중후반에 대학에 다녔다. 학창 시절 대부분의 시간을 영자신문사 <The Hanyang Journal(이하 한양저널)>에서 보냈다. 그 당시 영자신문사는 출입할 때마다 긴장감을 주면서도 방황하는 청춘들을 끌어들이는 마력 같은 게 있었다. 일단 '먹고 자는 문제'가 해결됐다. 데드라인이 주는 엄청난 중압감 내 전공은 영문학이었지만 교실보다는 학생회관 3층 신문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월등히 많았다. 막차도 끝난 시간이면 학생회관 경비 아저씨의 눈을 피해 위험천만하게도 선홈통(빗물을 내리기 위해 지붕에서 땅바닥까지 수직으로 댄 홈통)을 타고 신문사에 들어가 밤새 이야기를 나누다가 잠들곤 했다. 이렇게 선후배들과 일탈 생활을 하다 보니 정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학과 수업을 얼마나 소홀히 했던지 시간에 몰려 방학 숙제 리포트를 베껴서 제출했다가 영문과 김일곤 교수님의 지적을 받고는 얼굴이 화끈거렸던 기억이 잊히지 않는다. 기사를 쓰면 고료가 나왔다. 학교 앞 중국집 ‘진미루’에서 외상 자장면을 배달시켜 먹고는 원고료가 나오면 뭉텅이로 갚았다. 묘하게도 기사를 마감하는 날, 그 전달 원고료가 지급됐다. 그러면 우리들 (주무, 학생편집국장, 외국인 지도교수, 기자 등 20여 명)은 파티를 했다. 한 달 고료는 하루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증발되기 일쑤였다. 학생들이 무슨 스트레스냐고 하겠지만 데드라인을 정해놓고 영어로 기사를 작성하는 일에는 엄청난 중압감이 있었다. 나는 영문과 학생이었지만 영어에 목말라했던 곳은 강의실보다는 오히려 신문사였다. 2학년 때 과락률이 높아 악명을 떨쳤던 ‘The Norton Anthology of English Literature(영문학사)’ 과목을 들었는데 2학기 때 ‘자율 펑크’를 냈다(지금 한양대 교무처장이 된 김성제 조교께서 백지 답안지를 내라고 조언했다). 영어 실력이 갖춰진 4학년 때 재수강을 했는데 교수님이 채점을 하면서 ‘이 학생이 누군가?’라고 물을 정도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영자신문사에서 먹고 잔 덕택을 본 것이다. 혹독했던 겨울 방학 집중 훈련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영자신문 기자들은 겨울 방학 때 집중적으로 훈련을 받았다. 해병대 훈련에서 육체적 고통이 통과의례 라면, 영자신문사 훈련에서는 정신적 고통이 통과의례였다. 교관들 (선배들)은 <주간조선>을 한 페이지씩 찢어준 뒤 이튿날 오전까지 번역, 제출하는 숙제를 냈다. 주어를 찾다가 밤을 꼬박 새고는 아침에 벌게진 토끼 눈을 서로 확인하고는 허리를 꺾었다. 눈이 쌓여 발이 푹푹 빠지는 진사로를 오르다가 도망치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엉터리 번역을 제출해야 하는 것이 낯 뜨거웠고, 선배들의 ‘사랑의 매(당시에는 전혀 그렇게 느끼지 않았다)’가 무서웠다. 하지만 이 과정을 견뎌내야 영자신문 기자로 인정받았다. 회초리를 드는 선배들을 욕하고, 가슴을 후벼 파는 면박에 반감을 키우면서도 묘한 고마움을 느꼈던 시절이었다. 그리곤 우리도 선배가 됐다. 후배들을 잡는 역사가 반복됐고, 견디 지 못한 후배들은 등을 보이기도 했다. 후배들의 반발에서 설명하기 힘든 배신감을 느꼈던 것도 사실이다 치열했던 신문 제작 과정 1개월에 한 번 4페이지 또는 8페이지씩 만드는 신문(당시는 스탠더드 판형)인데, 제작 과정이 치열했다. 격론이 오가는 기획회의에서 기사와 필자가 선정됐다. 교내외 취재(대학로 공연을 고정으로 다룸)를 한 뒤 영어로 기사를 작성했다. 학생부장이 수정하고 학생편집국장이 다시 첨삭했다. 그리고 외국인 교수가 교정하고 한국 지도 교수가 오케이 사인을 내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서 기사가 완성됐다(당시는 반정부시위 절정기인 1980년대 중반으로 안기부에서 학생들의 동태를 살필 때였다). 최종 원고는 신촌에 있는 삼영인쇄소로 넘겨졌다. 신문을 받아들고는 새벽에 진사로에서 배포했다. 신문을 받아보는 학생 들의 얼굴을 볼 때 스스로 뿌듯하고 대견스러움이 가슴에 꽉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The Korea Herald>가 1985년 대학영자신문 콘테스트를 했는데 <The Hanyang Journal>이 대상을 받았다. 이듬해에도 최우수 편 집상과 우수 기사상을 받았다. 상패를 들고 총장께 보고하러 갔다가 격려금을 받은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선후배 간의 끈끈한 정 신문 제작 과정에 피땀을 쏟았기에 선후배와 동료들 간 끈끈한 정이 쌓여갔다. 사회에 진출해 잘나가는 선배들을 보고는 따라가려고 안간힘을 썼다. 연합뉴스 일본 지사장을 두 번이나 했던 김용수 선배는 후배들의 귀감이 됐다. 일본 정부 문서를 찾아내 위안부 기사를 국내에 처음 보도해 한국기자협회에서 시상하는 올해의 기자상 을 잇따라 받았다. 여러 후배들이 그를 본받아 기자가 되려고 밤잠 안 자고 노력했다. 가을바람이 불 때 언론사 입사 시험을 치러 다니면서 문턱이 얼마나 높은지 절감했다. 번번이 낙방했지만 가끔 학교에 들러 막걸리를 사주는 선배들의 격려에 마음을 다잡곤 했다. 지금은 영자신문사 출신들이 제법 많이 일간지와 방송사로 진출해 언론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연합뉴스는 물론이고 KBS, MBN, 세계일보, 한겨레, 동아일보, 스포츠서울, 코리아타임스, 코리아헤럴드, 문화일보 등에 기자 또는 PD를 배출했다. 내가 기자가 된 것도 <한양저널>과의 인연 때문이다. 한양대 이영무 총장과 김성제 교무처장도 영자신문사 출신이다. 전공이 각기 다른 별동대로 구성된 학생 조직 중에서 매우 다양한 곳에 인재를 배출한 게 영자신문이 아닌가 싶다. 원래 <The Hanyang Times>로 창간한 뒤 1980년 초 강제 폐간됐다가 복간되면서 <The Hanyang Journal>로 태어났다. 복간된 6월 중순 전후로 홈커밍데이 모임을 개최한다. 사회 진출 뒤 만나기가 여의치 않았던 선후배들이 학교에 모여서 술잔을 기울이는 기회다. 해산할 때 왕십리 골목길에서 발을 구르며 주먹을 흔들면서 구호를 외친다. “H, I can. Y, I can. T, I can. Hanyang Hanyang Times, Ya!” “Leaves, we do. Grass, we do. Leaves of grass, Hanyang Hanyang Journal, Ya~”(Leaves of Grass는 월트 휘트먼의 시 제목) (좌상)신문방송학과 오진환(왼쪽)·박영상 명예교수. <한양저널> 지도교수로서 미래 언론인 양성에 힘썼던 두 교수가 지난 1984년 겨울 학생기자들과 함께 경북 도산서원을 둘러본 뒤 촬영했다 (우상) <한양저널> 학생기자들이 1985년 울릉도 하계수련 도중 섬 일주를 하고 있다. 맨 오른쪽이 필자, 오른쪽에서 네 번째가 권순일 동아일보 기자 (좌하) 한양대 김성제 교무처장(앞줄 왼쪽 두 번째. 당시 <한양저널> 주무)이 1985년 여름 울릉도 성인봉을 학생기자들과 올랐다 (우하) 김성제 교무처장(오른쪽 두 번째)과 필자(맨 오른쪽)가 1985년 여름 울릉도 성인봉을 오른 뒤 쉬고 있는 모습 ▲ 1985년과 1986년에 <The Korea Herald>가 개최한 대학영자신문 콘테스트에서 <한양저널>이 대상과 우수상 등을 수상했다

2016-07 19

[학술][2015우수연구/언어학] 음성과 운율, 인간의 의사소통을 돕다

초등학교 교육과정을 거치며 우리는 띄어쓰기를 배우고,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신다’와 같은 문장을 접하게 된다. 이 일상적인 문장을 실제로 발화할 때 약간의 변화를 가하면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라는 터무니없는 문장이 만들어진다. 바로 운율이 가져온 변화다. 문어체에서는 띄어쓰기가 문장의 정보전달에 큰 역할을 하듯, 그 문장이 화자에 의해 말소리로 표현될 때는 운율의 사소한 변화가 문장 전체의 의미를 바꾸게 되는 것이다. ‘아’ 다르고 ‘어’ 다른 언어의 신비, 그 중심에는 음성, 그리고 운율이 있다. 운율구조의 역동성에서 나타나는 언어의 보편성과 개별성 인문과학대학 영어영문학과 조태홍 교수 의사소통의 중심, 음성과 운율 ▲ 조태홍 교수 인간 의사소통의 핵심 수단은 ‘음성’이다. 소리를 내야만 의사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머릿속 생각을 소리로 표현하는 과정을 연구하는 학문이 있다. 바로 ‘음성학’이다. 음성학이란 말 그대로 ‘음성’, 즉 말소리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음성학 연구에 있어 ‘운율’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인간의 모든 언어 구사에는 운율이 필수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운율이란 음의 높낮이나 강약(强弱), 장단(長短) 등 음운적 자질이 모여 이루는 일종의 리듬을 뜻한다. 운율을 통해 인간은 원활하게 의사를 전달할 수 있고, 감정을 표현하며 언어의 미학적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조태홍 교수는 바로 이 운율이 언어 표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오랜 시간 연구해 왔고, 그 연구결과를 집약한 내용의 일부가 세계적인 학술서 출판사인 Wiley-Blackwell에서 2015년 출간한 『The Handbook of Speech Production』에 포함돼 있다. 조 교수는 특히 ‘운율구조에 따라 화자가 전하려는 문장의 정보구조(information structure)가 함께 변화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즉 운율이 달라지면 화자가 전하려는 메시지도 함께 변화한다는 것.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신다’는 구문이 대표적 예이다. ▲ 운율구조에 따라 변하는 영어 /b/-/p/에 대한 영어 모국어 청자(왼쪽)와 한국인 영어학습자(가운데, 오른쪽)의 범주지각(categorical perception).각각의 그림에서 두 갈래로 나눠진 범주지각 양상은 원어민 청자와 한국인 영어학습자 모두 영어 /b/와 /p/를 구별하는 과정에서 물리적으로 같은 소리를 청각적으로 듣더라도 그 소리를 담고 있는 운율구조의 성격에 따라 서로 다르게 인식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운율의 변화가 어떻게 문장 전체의 정보까지 변화시키는 것일까? 조 교수는 인간의 ‘스피치 플래닝(speech planning)’ 과정에서 그 근거를 찾고자 한다. 스피치 플래닝이란, 인간이 언어를 발화할 때 머릿속에서 계획을 세우고, 의미에 따라 운율을 조절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즉 보다 중요한 메시지를 강조하거나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사람들은 언어 사용에 있어 운율을 의도적으로 계획하고 활용한다는 뜻이다. 인간은 운율에 정보를 심는 일종의 부호화(encoding)를 무의식적으로 지속하며, 그것은 담화 환경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운율의 역동성을 만들어 간다. 운율, 인간의 생각까지 지배한다 운율은 단지 문장의 정보만을 변화시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운율과 언어 사용은 인간의 인지과정까지 아우른다. ‘범주지각(categorical perception)’ 연구가 그 대표적 사례다. 범주지각 현상이란, 인간이 음성 개시 시간(VOT)이 미묘하게 다른 두 음을 전혀 다른 별개의 두 소리로 듣는 현상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영어에는 [ba]와 [pa] 사이에도 무수히 많은 여러 음들이 존재하지만, 영어 원어민은 오직 [ba]와 [pa]로만 구별해서 듣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많은 언어들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며, 이는 곧 인간이 다양한 소리의 변화를 추상적인 소리로 범주화하여 지각하는 인지 능력을 소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조 교수는 이러한 인간의 고유한 범주지각 현상 또한 인간이 말을 하고 그것을 이해하려 할 때 머릿속에서 형성되는 운율구조의 역동성에 따라 조절된다는 것을 음성학 연구를 통해 증명해냈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논문은 조 교수가 책임(교신)저자로 세계적인 음성학 학술지인 「Journal of Phonetics」(Elsevier 출판사, SSCI) 2015년 9월 온라인판에 실렸다. 언어습득과 언어이해, 언어수행은 모두 인간의 인지적 과정과 연결된다. 본능적이고 무의식적인 언어 사용에도 인간은 복잡한 인지과정을 거친다. 인간은 대화 중에 어떤 맥락을 선택하고, 어떤 문장을 구성할 것인지, 그리고 운율과 음성은 그것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를 무의식 속에서 역동적으로 사고한다. 메시지와 정보를 변화시키고, 끊임없이 새로운 정보들을 문장에담아내는 것은 운율구조의 역동성이 가진 힘이다. 인간 사고 능력의 기반이며 동시에 가장 큰 산물은 바로 ‘언어’가 아닐까? 조 교수는 지금도 이러한 인간의 언어를 운율의 역동성을 통하여 이해하고자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2016-07 12 중요기사

[문화]나라별 문학의 정수 만나다, 어문학과 교수진의 추천작은?

문학은 언어로 만든 예술이다.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 그 언어 안에 담긴 생각과 문화를 읽는 것과 같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수많은 작품 중에서 무엇을 골라야할지 몰라 문학 읽기를 포기한다. 이번 방학에 문학 작품과 친해지고 싶다면, 혹은 자신이 접해보지 못한 나라의 문학 작품이 궁금하다면 아래의 추천 목록을 참조해보자. 서경석 교수(국어국문학과), 윤성호 교수(영어영문학과), 이충훈 교수(프랑스언어문화학과)가 각 나라의 대표 문학 작품을 추천했다. ▲ 서경석 교수(국어국문학과)를 지난 6월 30일 연 구실에서 만났다. 서경석 교수는 <회색인>을 추천 한 이유로 이 작품에서 진정한 토론이 들어있단 점 을 꼽았다. 서경석 교수는 <광장>으로 유명한 최인훈의 <회색인>을 추천했다. 이 소설은 4.19 혁명 직전을 배경으로 한다. <회색인>의 주인공들은 끊임없이 ‘토론’한다. 토론의 주제는 교육에서부터 한국 사회와 문명, 예술까지 다양하다. 특히, 혁명에 대한 논의는 매우 활발하게 이뤄진다. 주인공 ‘독고 준’은 친구 ‘김학’이 말하는 혁명 가능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반박한다. 김학은 다시 독고 준의 말을 반박하며 자신의 주장을 전개한다. 작가는 토론 속에서 고민하는 주인공을 통해 자신의 역사적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갈등하는 당시의 현대인을 투영했다. 서 교수는 <회색인>을 추천한 이유로 이 작품에 진정한 토론이 들어 있단 점을 꼽았다. 작품 속 인물들은 나름의 입장과 눈으로 토론에 참여하며 합일점을 찾아간다. “소설에서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4.19 혁명의 가능성을 정면에서 부정하는 주장도 제기됩니다. 이는 1961년 5.16 군사정변 후 혁명 이전으로 회귀했다는 저자의 회의적인 생각에서 비롯됐죠. 토론은 이처럼 각자의 경험을 통해 설득력을 얻고 풍성해집니다.” 서 교수는 어떤 관점을 갖기보단 있는 그대로 이 작품을 읽어보길 권한다. 때로는 머리를 비우고 읽는 것이 좋은 관점이 될 수도 있다. 대학생들의 사심 없는 진지한 토론을 보며 배우는 바가 있길 바란다고 서 교수는 전한다. ▲ 지난 6월 30일 윤성호 교수(영어영문학과)를 만 났다. 윤성호 교수는 휘트먼의 작품 속에 미국의 정 서가 가득 담겨있다고 말한다. <풀잎>은 1855년 12개의 시가 담긴 초판에서 1892년 400개가 넘는 시가 담긴 완본이 나오기까지 수 없이 개정된 책이다. “나는 내 자신을 축하한다, 또 노래한다 / 내가 그러하듯 당신도 그러하겠지 / 내게 있는 모든 원자가 당신에게도 있을 테니까”. 이 책에 수록된 <나 자신의 노래>의 일부다. 휘트먼은 이와 같이 자유분방한 태도의 시를 주로 선보인다. 이는 윤성현 교수가 <풀잎>을 선정한 이유기도 하다. “<풀잎>은 한 명의 독자로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그렇지만 동시에 ‘미국적’인 것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는 시집입니다.” 윤성호 교수는 휘트먼의 작품 속에 미국의 정서가 가득 담겨있다고 말한다. “영문과 전공 수업 중 ‘미국 문학의 이해’를 강의할 때 꼭 휘트먼을 언급합니다. 19세기 휘트먼을 통해 이전에는 희미했던 미국의 정체성이 구체화됐기 때문이에요.” 윤 교수가 말하는 미국의 정서란 무엇일까. 미국에는 민주주의라는 ‘통합’의 가치와 개인주의라는 ‘분리’의 가치가 공존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 “총기 규제에 대한 반발이 그래요. 규제를 하지 않는 게 의아할 수도 있지만 그 안에는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자유’를 건드린다는 불편함이 들어있죠. 통합과 차이에 대한 끊임없는 상호작용이 미국 문화의 핵심입니다.” <풀잎>은 그 주제뿐만 아니라 자유로운 시의 운율, 민속어와 토착어 등의 일상적인 미국 표현을 맛볼 수 있다. “저녁 어스름이 잿빛 밀물처럼 밀려와 사물 하나하나를 어둠에 잠기게 했고, 그 어둠 속에서 사물들은 되살아나 나직한 목소리로 자신의 지난날을 이야기하는 듯했다.”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은 ‘제롬’과 ‘알리사’라는 두 남녀의 사랑을 다룬 소설이다. 특이점이라면 두 남녀가 사촌지간이라는 사실. 이루어지지 못한 두 사람의 사랑은 알리사가 죽은 후 제롬이 알리사의 일기를 읽으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이충훈 교수는 프랑스 문학 특유의 세밀한 감정 표현이 이 작품에 담겨있다고 말한다. “이 책을 처음 읽은 것은 고등학생 때에요. 그땐 왜 알리사가 제롬을 밀어내는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후에 다시 읽었을 때 비로소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알게됐죠.” 이충훈 교수는 <좁은 문>을 읽을 때 작품 속 감정 묘사에 초점을 맞추길 권한다. “모국어에 자부심이 강한 프랑스 인이기에 어휘와 문장 사용에 더 큰 신경을 씁니다. 섬세한 감정 묘사에 대한 오래된 고민이 프랑스 문학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죠.” 이 교수는 특히 사랑에 번민하는 젊은 학생들에게 이 책을 추천했다. “<좁은 문>은 비단 이성간의 사랑뿐 아니라, 인간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문학을 느낄 시간 문학 서적을 추천하며, 세 교수는 문학은 언어에 관계 없이 ‘인간에 관한 이야기’라는공통점이 있다고 말한다. 이충훈 교수는 “문학은 어느 나라 것이든 인간을 이해하는 섬세하고 진지한 연구”라고 말한다. 하지만 각 나라가 거쳐온 역사가 다르기에, 그 특수성 또한 남아 있다. 서경석 교수는 한국 사회의 격동기를 마주한 젊은이의 고뇌를, 윤성호 교수는 미국의 통합과 개인주의라는 언뜻 모순된 두 가치를, 이 교수는 프랑스 문학이 끊임없이 고민해온 역사를 말한다. 소개된 문학들을 읽고 각 나라별 문학들을 비교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일 것이다. 이번 방학에는 주어진 책들 중 무엇부터 읽을지 행복한 고민에 빠져보는 것이 어떨까. 글/ 이상호 기자 ta4tsg@hanyang.ac.kr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사진/ 최민주 기자 lovelymin12@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