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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 11 중요기사

[동문]그림책 작가가 된 건축학도

한 청년이 책 <그림책의 모든 것>을 쥐고 건축학부 수업이 있는 한양대학교 서울캠퍼스 과학기술관 건물로 들어간다. 그림책의 대표 이론서로 불리는 책을 헤질 때까지 읽던 그는 정진호 동문(건축학부 06)이다. 어릴 때부터 그림책을 좋아하던 정 동문은 대학교에 입학한 후 그림책 작가로 데뷔한다. 어떤 계기였을까? 지난 8일 학교 앞 카페에서 그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나눴다. ▲ 어릴 때부터 그림책을 좋아하던 정진호 동문(건축학부 06)은 학부 시절 강민경 인문과학대학 교수의 도움을 받아 <위를 봐요!>를 출판했다. 정 동문은 두 살 때 사고를 당한 뒤, 유년 시절 대부분을 병원에서 보내야 했다. “병실에서 할 일이 없어 그림책을 보기 시작했는데, 푹 빠진 후 커서도 보게 됐죠.” 그는 크면서 건축가라는 꿈이 생겼다. 한양대에서 건축을 공부했지만 학부 시절 건축회사 인턴을 한 뒤 생각이 달라졌다. “가고 싶던 건축 회사에서 7개월 정도 인턴을 했는데 제 생각과 업무가 달라 실망했죠.” ▲ 책 <위를 봐요!>의 한 장면이다. 책 <위를 봐요!>는 몸이 불편해 병원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주인공 ‘수지’의 시선을 보여준다. 유년기를 병원에서 보내야 했던 정진호 동문(건축학부 06)의 경험담이기도 하다. (정진호 동문 제공) 반면 그림책에 대한 관심은 여전했다. 대학생이 되어서는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그림책을 만들었다. 그림책 출판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당시 강민경 인문과학대학 교수님이 개설한 동화책 관련 교양 수업을 들었어요. 교수님께 평가받고 싶은 마음에 제가 만든 그림책들을 보여드렸죠.” 정 동문의 작품을 높이 산 강 교수는 그림 파일을 여러 출판사에 보냈다. “그중 한 출판사가 책을 내고 싶다고 연락이 왔었죠. 그렇게 출판한 책이 <위를 봐요!>입니다.” ▲ 그림책 작가 정진호 동문(건축학부 06)이 자신의 책 <벽>을 보고 있다. <벽>은 3차원의 입체공간을 창의적으로 보여준다. 책 <위를 봐요!>는 몸이 불편해 병원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주인공 ‘수지’의 시선을 보여준다. 유년기를 병원에서 보내야 했던 정 동문의 기억이 담긴 이야기이기도 하다. 책 <위를 봐요!>는 보는 방향에 따라 사람이나 사물이 전혀 다르게 보인다는 점을 주시한다. 이후 출판한 책 <벽>도 마찬가지다. 방향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3차원의 입체 공간을 표현했다. 두 책 모두 건축학도의 시선이 녹아있는 점이 특징이다. 건축가라는 꿈에는 도달하지 않았지만, 정 동문에게 건축은 여전히 작품 속에 살아있다. 정 동문의 두 작품은 세계 최고 권위의 그림책 상인 ‘볼로냐 라가치’ 수상작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위를 봐요!>는 지난 2015년 오페라 프리마 부문 관심작에, <벽>은 작년 ‘예술〮건축/디자인(ART, ARCHITECTURE AND DESIGN)’ 부문 스페셜멘션(특별언급)에 선정됐다. ▲ 책 <벽>의 한 장면이다. 데뷔 5년 차 작가인 정진호 동문(건축학부 06)의 목표는 꾸준히 활동하는 작가다. (정진호 동문 제공) 정 동문은 평균 1년에 한 권의 창작 그림책을 출판한다. 주로 연초에는 작품을 만들고 나머지 시간에는 그림책 수업과 강연을 나간다. 정 동문은 현재 작업 중인 책에 대해 살짝 귀띔했다. “지금까지는 건축의 모습을 책에 많이 담았지만, 이번엔 도시의 모습을 담으려고 해요. 제목은 ‘까만 도시’로, 검은색 도시가 색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릴 겁니다.” 이제 데뷔 5년 차인 정 동문의 목표는 ‘끝까지 살아남는 작가’다. “예전에 존경했던 교수님이 ‘꾸준히 그 자리에서 노력한 사람이 대가’라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저도 거창한 목표 없이 작가로서 계속 활동하고 싶어요.” 끝으로 그는 한양대 학생들에게 “전공과 다른 길을 걸어도 괜찮다”는 말을 전했다. “오히려 전공과 다른 일을 택했을 때 자신만의 특징이 생기는 것 같아요. 다양하게 도전해 보고 겁내지 않았으면 합니다.” 전공과 무관한 길을 택했기 때문에 오히려 행복하다는 정 동문이다. 글/ 옥유경 기자 halo1003@hanyang.ac.kr 사진/ 이현선 기자 qserakr@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