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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 04 중요기사

[동문]문혜성 동문, 유튜버, 치어리더, 작가 등...무한한 도전을 이어가다 (2)

문혜성(성악과 15) 씨는 세상을 향한 끊임없는 도전으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자신의 전공 분야인 성악부터 유튜버, 치어리더, 작가, 진행자(MC) 등 많은 활동을 했다. 수많은 도전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더하고 있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문 씨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름이 브랜드가 되다’ 문 씨의 좌우명이자 상징처럼 여겨지는 말이다. 문 씨는 ‘수지는 이름 자체가 브랜드인 것 같다’는 연예인 수지 씨의 기사 댓글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이름 하나만으로 누군가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능력, 곧 한 사람의 이름이 브랜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감명을 받았다. 그 후부터 문 씨는 본인도 타인에게 사랑받는 ‘하나의 브랜드’가 되고자 했다. 많은 노력을 통해 자신의 브랜드가치를 상승시킨 문 씨는 이제 해당 슬로건의 아이콘이 됐다. ‘이름이 브랜드가 되다’라는 말이 문 씨의 도전에 더 큰 활력을 불어넣는다. ▲ 문혜성(성악과 15) 씨는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으로 대학 졸업 연주를 선정했다. (문혜성 씨 제공) 3살부터 동요를 부르며 무대에 오른 문 씨는 뮤지컬 배우의 꿈을 갖고 예고에 진학했다. 본래 문 씨는 실용음악을 희망했다. 문 씨가 하고 싶은 일에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신 부모님의 권유로 성악을 시작했다. 성악가로서 수많은 무대에 올랐을 문 씨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은 대학 졸업 연주다. 문 씨는 “한양대 학생이자 성악가로서 선 마지막 무대라 제일 인상적”이라며 “졸업 연주 영상을 유튜브에 편집해 올렸는데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문 씨는 해당 영상을 계기로 유명 악기 브랜드와 협업해 성악과 동기들과 공연도 열었다. 본인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들을 위한 무대라 더 의미 있었다고 한다. ▲ 문 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들을 위해 역조공 팬밋업을 하는 모습. (문혜성 씨 제공) 문 씨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자신이 경험하는 모든 순간을 담는 채널인 '혜성 moonbrand'(클릭 시 해당사이트로 이동)를 운영한다. 다양한 기업 운영 채널에서 고정 출연도 맡고 있다. 문 씨는 약 3년 전 차기 뮤지컬 배우로서 경쟁력을 갖고자 개인 유튜브를 시작했다. 현재는 영상 만드는 일 자체에 큰 흥미와 보람을 느껴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진로를 굳힌 상태다. 가장 인상 깊은 활동은 ‘역조공 팬밋업’이다. 문 씨가 구독자들에게 받은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진행한 이벤트였다. 이날 문 씨는 팬들을 위해 30만 원 상당의 선물, 레크리에이션 활동, 소통의 시간을 준비했다. 그 밖에도 문 씨는 공중파 방송 출연, 클래식 잡지 인터뷰 등 성악 전공 유튜버로서 다양한 경험을 했다. ▲ 문 씨는 치어리어에도 도전했다. (문혜성 씨 제공) 문 씨는 슬럼프마저도 새로운 도전으로 극복했다. 삶의 무기력과 스트레스를 떨치기 위해 방문했던 배구 경기에 서서히 빠져들었다. 선수들의 역동적인 움직임과 빠르게 변화하는 경기 점수를 보며 예술과는 또 다른 매력을 느꼈다. 이후 다양한 배구 경기를 챙겨보며 무대에서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고 지인의 추천으로 치어리더에 도전했다. 문 씨는 “치어리더를 하며 수많은 관중과 함께 빠른 음악에 맞춰 목소리 높여 응원할 수 있었다”며 치어리딩의 매력을 소개했다. ▲ 문 씨가 집필한 '누구나 쉽게 치는 K-POP 시리즈'의 책들 중 하나다. (삼호뮤직 제공) 음악의 대중화를 향한 문 씨의 바람은 또 다른 도전으로 이어졌다. 문 씨는 ‘누구나 쉽게 치는 K-POP 시리즈’라는 이름으로 남녀노소 모두를 위한 피아노 반주 책을 출판했다. 수준 및 분기별로 최신 가요들을 연주할 수 있는 피아노 반주 책을 한 권씩 집필한다. 최근 일본 수출을 시작해 K-POP을 사랑하는 해외 팬들과도 만나고 있다. 일반 대중들이 음악을 쉽게 이해할 수 있길 바란 문 씨의 진심이 담긴 책이다. 문 씨는 본인이 집필한 도서를 한양대 학생들과 교내 도서관 라운지에 기증하기도 했다. “생각보다 음악이 접근하기 쉬운 분야임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희망한대 봉사활동을 하며 음악 이외의 새로운 경험이 필요함을 느낀 문 씨는 학교 축제 MC에 도전하며 말하는 즐거움을 찾았다. 첫 시작은 서툴렀지만, 어느덧 MC 개인 재량으로 행사 중간의 공백을 메울 만큼 베테랑이 됐다. 관중들과의 호흡도 수준급이다. 문 씨는 ‘입장하면서 안부 인사 시작하기, 레크리에이션 강사처럼 한 톤 높게 진행하기, 관객들이 공감하는 이야기 던지기’ 등 MC로서의 진행 노하우를 밝히기도 했다. ▲ 문 씨는 두 친구와 함께 '직접 만든 한복을 입고 노래하는 모습을 담는 영상'을 촬영했다. (문혜성 씨 제공) 문 씨의 끊임없는 도전의 비결은 추진력이다. 문 씨는 어떤 제안이 왔을 때, 하고 싶은 일이라면 주저하지 않는다. 걱정보단 설렘을 갖고 도전에 임한다. 남다른 도전 정신으로 수많은 활동을 경험한 문 씨에게 가장 의미 있는 도전은 한양대 친구들과 함께한 도전이다. 문 씨는 유튜버 유네린으로 활동 중인 윤혜린(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14) 씨, 브랜드 Yuje 대표인 김지영(의류학과 14) 씨와 함께 ‘직접 만든 한복을 입고 노래하는 모습을 담는 영상’을 기획했다. 유명 대기업과 호주 퀸즈랜드 관광청의 지원을 받아 진행했다. 마지막 대학 생활을 열정적으로 보낸 세 사람의 모습이자 각자의 전공 특성이 담긴 영상을 기록해둔 것이라 더 의미 있다. 여러 도전을 해온 문 씨이기에 앞으로의 행보가 더 기대된다. 최근 코로나19로 많은 공연장이 영상 콘텐츠 제작을 시작했지만, 관련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문 씨는 “문화예술계가 겪는 어려움을 보며 해당 분야에 미디어콘텐츠로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서 “관련 기반을 쌓기 위한 공부를 하고자 경영 대학원 입학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문 씨는 한양인들에게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후회 없는 대학 생활을 보냈으면 좋겠다”며 응원의 말을 남겼다. 글/ 정연 기자 cky6279@hanyang.ac.kr

2020-01 27 중요기사

[기획]김선형 동문 작가 신작으로 알아보는 '피임'과 건강

유교를 기반으로 하는 한국 사회는 '피임'이라는 단어를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피임에 대한 기존의 고정관념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한 사람이 있다. 김선형(간호학과 일반대학원 석사 과정) 씨는 ‘우리는 피임을 모른다’라는 책 출간을 통해 대중에게 다양한 피임법과 그 역사를 소개했다. 피임은 부끄러운 것이 아닌 우리 삶에 꼭 필요한 주제임을 강조한다. 모두가 기억해야 할 과제인 피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선형(간호학과 일반대학원 석사 과정) 씨가 집필한 '우리는 피임을 모른다' 표지. (도서출판 파람 제공) 김 씨는 약 10년간 임상 간호사로 일했다. ‘여중, 여고, 간호학과, 간호사’라는 루트를 걸으며 수많은 여성과 함께하며 일하는 여성들의 고민과 여러 질환을 접했다. 자연스레 여성의 건강, 즉 출산과 피임이라는 주제로 관심이 이어졌다. 현재 출판사 기획편집자로 일하고 있는 김 씨는 피임이 여성 건강과 인권의 출발임을 알리기 위해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해당 책의 집필을 시작했다. 책 ‘우리는 피임을 모른다’는 우리가 잘 몰랐던 여러 피임법과 피임에 대한 역사적 사실들을 담고 있다. 독자들이 책을 통해 피임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자기 결정권을 갖도록 한다. 피임할 권리부터 세상의 모든 피임법과 그 역사, 낙태·인공유산까지 다루고 있다. 김 씨는 꼭 알아야 할 주제임에도 수치스럽다는 사회 여론으로 멀리했던 피임에 관한 담론을 자세하고 담담하게 풀어냈다. 김 씨는 “이 책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그리고 지금 시대에도 존재하는 모든 피임법과 그 역사를 조사한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피임의 역사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길고 다양하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악어의 똥을 질내 삽입제로 사용했다. 고대 철학자인 소크라테스와 아리스토텔레스, 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도 임신과 피임, 낙태에 관해 언급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김 씨가 다양한 피임법과 피임의 역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피임은 나날이 발전하는 기술에 발맞춰가고 있을까? 김 씨는 “피임법 자체의 기술보다는 올바른 피임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서 “여성 건강 애플리케이션 등 수요자에게 맞는 기술이 개발돼야 한다"며 "무엇보다 정확한 피임 정보가 제공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성생활과 피임이 외설적인 존재가 아닌 꼭 알아야 할 정보임을 강조했다. 출산의 주체가 여성인 만큼 피임과 여성 인권은 깊은 관계가 있다. 김 씨는 “출산은 곧 재생산”이라며 “재생산에 대한 문제를 스스로 결정한다는 것은 곧 건강할 권리와 자기 결정권의 문제와 직결된다”고 말했다. 여성은 어떠한 제약에도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임신과 출산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김 씨는 “피임은 여성의 권리이자 미래의 나를 책임지는 것”이라고 전했다. 여성에게 있어 피임이 중요한 문제임을 알 수 있었다. 피임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하나의 건강 정보이자 건강할 권리이다. 우리 저변에 있는 피임에 대한 수치심을 버려야 한다. 김 씨는 “피임이 우리 일상에서 편하게 논할 수 있는 주제가 됐으면 좋겠다”며 “피임이라는 개념 자체를 양지로 끌어내야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김 씨는 “피임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는가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며 “올바른 성교육이 진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 정연 기자 cky6279@hanyang.ac.kr 사진/ 이현선 기자 qserakr@hanyang.ac.kr

2020-01 13 중요기사

[학생]김지우 학생, 2020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부문 당선

김지우(영어영문학과 4) 씨가 한국 문학 신인 등용문인 2020년 신춘문예에 당선됐다. 김 씨는 작품 ‘길’(클릭 시 해당 작품으로 이동)을 통해 서울신문 희곡 부문에서 수상 영예를 안았다. 처음으로 완성한 희곡이자 첫 희곡 출품작이 신춘문예에 당선되는 쾌거를 이뤘다.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힘과 생생한 표현력으로 많은 이들의 호평을 받았다. 작가로서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김 씨의 이야기를 담았다. ▲김지우(영어영문학과 4) 씨는 희곡 작품 ‘길’을 통해 2020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됐다. 각 일간 신문사는 매년 1월 1일 신춘문예를 통해 새로운 작가의 작품을 선정한다. 한국에서 작가가 될 수 있는 정식 경로인 신춘문예는 역사와 권위를 가진 문예 행사다. 작가의 꿈을 안고 첫걸음을 디딘 김 씨는 신춘문예라는 큰 무대에서 인정받았다. 김 씨 자신도 놀랐다. 김 씨는 “처음으로 완성해 출품한 희곡이 당선된 것이 믿기지 않는다”며 “앞으로 더 열심히 글을 써야 좋은 흐름으로 이어질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씨의 말에서 신인 작가의 겸손함과 포부를 동시에 볼 수 있었다. 작품 ‘길’은 멕시코 빈민촌에 살던 15세 소년 ‘미르’와 ‘이르’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미국으로 가는 화물 열차에 매달려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다. 김 씨는 과거 시청했던 다큐멘터리에서 영감을 얻었다. 김 씨는 “과거에 어린아이들이 기차에 매달려 미국으로 불법 이민을 가는 내용의 다큐멘터리를 봤다”며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해맑은 표정으로 여행(이민)을 떠나는 아이들의 모습이 기억났다”고 전했다. ▲김 씨(오른쪽)가 2020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상식에서 상을 받는 모습. (김지우 씨 제공) 상상은 삶의 원동력이다. 무료한 기차 안에서 미르와 이르는 많은 상상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또띠야(tortilla), 엄마와 할머니 등 두 주인공과 관련한 다양한 상상. 상상력은 아이들의 고된 삶을 이어가는 힘이 된다. 김 씨가 꼽은 최고의 장면도 상상에 대한 것이다. 김 씨는 “무뚝뚝하던 이르가 미노에게 한 번도 보지 못한 코요테와 늑대를 상상할 수 있도록 묘사해주는 장면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본래 뮤지컬 작가를 꿈꾸던 김 씨는 왜 뮤지컬이 아닌 희곡을 선택했을까? 김 씨는 “이번 작품은 공백과 정적이 많기를 바랐다”며 “이야기 특성상 음악이 들어갈 자리가 없다고 판단해 희곡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무대의 생생한 현장감을 좋아하기도 하고 지난해 11월에 수강한 극작 수업이 희곡에 도전한 계기가 됐습니다." 첫 작품에 첫 출품이었다. 고속도로 같은 김 씨의 신춘문예 당선 이면엔 큰 노력이 숨어있다. 창작 연합 동아리 창단, 외부에서 진행한 한 달간의 희곡 수업 수강과 많은 공연 관람 등 여러 방면에서 최선을 다했다. 무대를 좋아한 김 씨는 전공 수업 안의 희곡 수업과 연극 관련 교양 수업 등 교내 수업을 통해서도 극 분야를 공부했다. 연극영화학과 교수에게 직접 연락해 대본 창작 수업을 듣기도 했다. ▲김 씨는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말했다. 집필 과정에서 힘든 순간도 있었다. 김 씨는 “소재가 낯설고 극이 아리송해 갈피를 못 잡겠다는 독자들의 평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극의 아리송한 부분은 어느 정도 의도한 바가 있었기에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흥미로운 시간도 많았다. 김 씨는 “독자들마다 다른 해석을 듣는 재미가 쏠쏠했다”며 “작품 내에 인물에 대한 힌트를 깔아놨는데 이를 알아챈 독자가 있는 것도 재밌었다”고 말했다. 김 씨의 본격적인 도전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올해 작가 데뷔로 시작한 김 씨의 한 해는 문학으로 가득하다. 영어영문학과 대학원에 진학해 다양한 공부를 이어갈 예정이다. 오는 3~4월 내지엔 작품 ‘길’이 신춘문예 단막극 전에 연극으로 올라가 무대 준비에도 힘쓸 예정이다. 노래를 좋아하는 만큼 최종적으론 본래 목표인 뮤지컬 작가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글/ 정연 기자 cky6279@hanyang.ac.kr 사진/ 이현선 기자 qserakr@hanyang.ac.kr

2019-12 16 중요기사

[교수]유영만 교수, 88권 출판으로 지식의 씨앗 뿌리다

유영만 교육공학과 교수는 본인을 ‘지식 생태학자’라고 소개한다. 그의 목표는 우리 삶에 지식나무를 심어 지식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꿈에 다가가기 위해 유 교수는 교수는 연사와 작가로 활동하며 지식의 씨앗을 뿌리는 중이다. ▲ 유영만 서울캠퍼스 교육공학과 교수는 지식 생태학자, 작가, 교수와 연사로 활동 중이다. 유 교수의 책 <이런 사람 만나지 마세요>는 작품 연재 공간 브런치 에서 62만 조회 수를 기록한 화제작이다. 유 교수는 본인이 만났던 사람과의 인간관계를 반성하고 성찰하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유 교수는 "인간관계를 단지 사람의 만남이 아니라 삶과 삶의 만남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다가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자신이 어떤 사람을 만났는지, 본인은 상대방에게 어떤 사람이었는지 생각해볼 시간을 준다. ▲브런치 62만 뷰의 화제작 <이런 사람 만나지 마세요> (왼쪽, 나무생각 제공)와 고두현 시인과 함께 집필한 <곡선으로 승부하라> (새로운 제안 제공) 자극적인 제목으로 인해 유 교수는 많은 악성 댓글을 받았다. 그는 아쉬움을 달래며 또 다른 저서 <곡선으로 승부하라>를 소개했다. 이 책은 최단 거리로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직선’ 대신 돌아가더라도 여정을 즐길 수 있는 ‘곡선’으로 바꾼다면 여유와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유 교수는 “일상 속에 은유적 표현은 사라지고 직설적인 표현만 남고 있다”며 “속도, 효율, 획일화가 우리의 삶을 각박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독자의 공감을 얻는 글을 쓰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체험 없는 개념은 관념이고, 개념 없는 체험은 위험하다’라는 본인의 좌우명처럼 그는 공부는 정신노동이 아닌 육체노동이라고 말한다. “사하라 사막에서 마라톤을 하고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 오른 것도 제 몸의 한계를 실험하고 공부하기 위해서였죠” 그는 "몸으로 얻은 경험만큼 책을 통해 얻은 간접 경험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체인지(體仁知)> : 체험하고 공감하며 실천하는 진짜 지성의 탄생 (위너스북 제공), <유영만의 파란 문장 엽서집> : 파란만장한 삶이 남긴 한 문장의 위로(비전코리아 제공)와 유 교수의 붓글씨 엽서(유영만 교수 제공) 책 <체인지(體仁知)>는 몸으로 겪으면서 얻은 깨달음을 통해 가슴으로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지식을 의미한다. 그는 타인의 아픔에 공감할 줄 아는 따뜻한 지식인이 세상을 체인지(Change)할 수 있다고 말한다. 체인지를 주제로 CBS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서 한 강연 (클릭 시 강연 동영상으로 이동)은 비록 8년 전 강의지만 지금도 의미가 통한다. 유 교수는 지난 11월 출판한 88권째 책인 <유영만의 파란 문장 엽서집>에서도 “엽서에 적은 문장들은 머리로 쓴 게 아니라 몸으로 남기는 얼룩이자 무늬"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한양대에서 재직하는 동안 100권의 책을 쓰는 것이 목표다. 이번 겨울방학 동안 2권의 책을 집필할 계획이다. 한 권은 책을 쓰기 위한 기술적인 방법 대신 자신의 삶을 책에 녹여내는 방법에 관한 내용이다. 다른 한권은 어휘력에 초점을 맞췄다. 유 교수는 “모든 생각은 언어를 매개로 한다다”고 말하며 “그만큼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말의 가짓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 유영만 교수는 한양인들에게 "내가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떤 곳에서 경험을 쌓고 있으며,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유 교수는 ‘지금 네 곁에 있는 사람, 네가 자주 가는 곳, 네가 읽는 책들이 너를 말해준다’라는 괴테의 말을 인용하며 방학 동안 읽고 싶은 책을 읽고, 가고 싶은 곳으로 떠나길 권유했다. 글/ 윤석현 기자 aladin@hanyang.ac.kr 사진/ 김주은 기자 coram0deo@hanyang.ac.kr

2019-11 10 중요기사

[동문]김민식 동문, ‘김민식’이라는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가다

'뉴 논스톱, 내조의 여왕 등을 연출한 스타 PD',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등 많은 책을 집필한 베스트 셀러 작가', '두 달 만에 구독자 3만 명을 돌파한 유튜버 계의 신성' 김민식(자원공학과 87) 동문을 설명하는 말들이다. 김 동문은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실력을 펼치며 한양을 넘어 사회 전반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양한 색깔을 가진 김 동문과의 이야기를 담았다. ▲김민식(자원공학과 87) 동문은 PD, 작가와 유튜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가장 최신작인 MBC 드라마 <이별이 떠났다> 이후의 근황이 궁금합니다. “드라마 종영 후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내년에 차기 드라마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한양대학교 87학번 김민식 동문에게 한양대학교란 어떤 존재인가요? "처음 대학에 입학했을 땐 우울했습니다. 1지망이었던 산업공학과에 떨어지고 2순위였던 자원공학과에 합격했거든요. 자원공학과보다 산업공학과가 제 적성에 맞을 것 같았는데 원치 않는 과에 입학한 것이 참 아쉬웠습니다. 근데 아이러니하게도 제가 학생 진로 특강에서 늘 ‘내 인생 최고의 행운은 대학 1지망 학과에 탈락한 것'이라고 말해요. 원치 않는 과에 진학했기 때문에 늘 어떤 직업을 가져야할 지에 대한 고민을 했습니다. 그 고민은 영업 사원, PD, 작가 등 다양한 직업에 도전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지금은 정말 행복합니다." 대학생 시절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대학생 때 연극을 많이 봤어요. 좋아하는 여학생이 연극 동아리원이었거든요. 처음엔 연극이 재미없었지만 그 아이와 잘돼보려고 연극을 시작했습니다. 결국엔 차였지만요. (하하) 근데 신기하게도 연극은 여전히 좋고 재밌더라고요. 연극을 좋아한 덕분에 PD 할 때도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좋아하는 사람과 이어지진 않았지만 그 사람의 취향은 제게 남아있습니다." ▲김 동문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연출자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은 무엇인가요? "첫 작품인 ‘뉴 논스톱’이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공대 졸업 후 재밌는 일을 찾기 위해 많은 직업에 도전했어요. PD가 되기 전엔 영업사원으로 일했습니다. 방송계와 관련 없는 길을 걸어왔기 때문에 PD라는 직업에 확신이 없었어요. 재밌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다르니까요. ‘뉴 논스톱’은 그랬던 제게 확신을 줬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백상예술대상 신인상도 받고 많은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연출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무엇인가요? "협업입니다. 본인이 가장 잘난 사람일 필요가 없어요. 각 분야의 전문가를 모아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제 역할입니다." ‘공짜로 즐기는 세상’ 블로그를 소개해주시고, 시작하게 된 계기를 말씀해주세요. 블로그를 통해 전달하고픈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공짜로 즐기는 세상'은 제 삶, 책과 여행 등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입니다.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글을 쓰고자 블로그 운영을 시작했어요. 사람들이 제 글을 읽고 ‘세상은 공짜로 즐길 수 있구나!’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여러 가지 재밌는 일들을 할 수 있거든요. 동네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것처럼 말이죠. 많은 사람들이 이런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책을 집필하게 되신 계기가 있나요? "예전부터 책을 너무 쓰고 싶어서 책에 들어갈 원고를 늘 작성했어요. 책을 쓰기 위해 열심히 글을 쓰며 노력했습니다. 열심을 다하다 보니 어느새 여러 권의 책을 쓴 작가가 되었네요." 지난 2018년 作 '매일 아침 써봤니?'부터 올해 출간한 '내 모든 습관은 여행에서 만들어졌다'까지 집필한 총 7권의 책들 중 한양대 학생들에게 가장 추천해주고 싶은 본인의 저서는 무엇인가요? "기초회화 책 한 권만 외워도 영어를 잘할 수 있다고 말하는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라는 책을 권하고 싶습니다. 이 책에 제 30년 독학으로 습득한 영어 공부 노하우가 담겨있습니다.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영어에 대한 자신감을 키울 수 있는 책입니다. 또 제 대학생 시절을 담은 책이라 지금의 대학생들에게도 잘 와닿을 거라 생각해요." ▲김민식 동문의 저서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표지. 김 동문이 한양대 학생들에게 추천한 책이다. (위즈덤하우스 제공) 유튜버 김민식의 주요 콘텐츠는 무엇인가요? "제 채널명은 ‘꼬꼬독(꼬리에 꼬리를 무는 구독)’(클릭 시 해당 유튜브 채널로 이동)입니다. 주요 콘텐츠는 책입니다. 독서와 관련한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방송을 제작하는 것과 비교했을 때 유튜브 채널 운영의 재밌는 점이나 인상적인 부분은 무엇인가요? "유튜브 활동이 훨씬 재밌습니다. TV 프로그램에서 PD는 잘 보이지 않는 존재입니다. 보통 작가와 배우에 대한 피드백이 대부분이거든요. ‘꼬꼬독’이라는 채널은 달라요. 대본부터 출연, 심지어 시청자의 반응까지 모든 게 온전히 제 것이라 더 즐겁습니다. 시청자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받을 수 있는 것도 유튜브의 매력 중 하나에요." 김민식 유튜버에게 ‘좋아요’와 ‘구독’이란? "‘좋아요’는 더 잘해야겠다는 ‘동기부여’고, ‘구독’은 더 잘해야겠다는 ‘책임감’입니다. 단시간에 구독자가 는 것에 참 감사합니다." ▲끊임없이 도전하는 김 동문. 그의 도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연출자, 더 나아가서는 언론인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뭐든지 즐기는 게 우선이에요. 콘텐츠 만드는 것 자체를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선배로서 한양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20대에게 가장 좋은 건 연애라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많은 학생들이 연애보다 학업을 중요시하더라고요. 학업도 좋지만 20대엔 연애도 하면서 많은 추억을 쌓았으면 좋겠습니다." 김 동문의 전성기는 특정 시점이 아니다. 그의 전성기는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다. 언제 어디서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닦아가는 모습. 어쩌면 그에게 있어 최고의 작품은 ‘자신’일지도 모른다. 그의 전성기는 앞으로 더 아름답게 빛날 것이다. 뉴스H 기자노트 정연 국문기자: 김 동문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마치 맑은 종소리 같았다. 간결하지만 명쾌했다. 그래서 더 마음에 와닿았다. 모든 일을 즐기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김 동문의 모습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내 꿈과 비전을 위해, 즐겁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 오규진 영문기자: 롤-모델인 김민식 동문과의 만남은 큰 행운이자 선물이었다. 취재를 기획하고 기사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김 동문이 가진 습관이다. 순간순간을 기록하고, 시간을 쪼개 다양한 활동을 하며, 언제나 책과 함께하는 삶. 이를 본받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글을 마친다. 이현선 사진기자: 김 동문이 입은 체크무늬 셔츠는 농부의 모습을 연상시켰다. 미소도 잘 익은 벼가 가득한, 황금 들녘에서 행복해하는 농부와 닮은 듯하다. 친근한 인상의 그가 던진 말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지금을 즐기시나요?” 글/ 정연 기자 cky6279@hanyang.ac.kr 사진/ 이현선 기자 qserakr@hanyang.ac.kr

2019-03 11 중요기사

[동문]그림책 작가가 된 건축학도

한 청년이 책 <그림책의 모든 것>을 쥐고 건축학부 수업이 있는 한양대학교 서울캠퍼스 과학기술관 건물로 들어간다. 그림책의 대표 이론서로 불리는 책을 헤질 때까지 읽던 그는 정진호 동문(건축학부 06)이다. 어릴 때부터 그림책을 좋아하던 정 동문은 대학교에 입학한 후 그림책 작가로 데뷔한다. 어떤 계기였을까? 지난 8일 학교 앞 카페에서 그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나눴다. ▲ 어릴 때부터 그림책을 좋아하던 정진호 동문(건축학부 06)은 학부 시절 강민경 인문과학대학 교수의 도움을 받아 <위를 봐요!>를 출판했다. 정 동문은 두 살 때 사고를 당한 뒤, 유년 시절 대부분을 병원에서 보내야 했다. “병실에서 할 일이 없어 그림책을 보기 시작했는데, 푹 빠진 후 커서도 보게 됐죠.” 그는 크면서 건축가라는 꿈이 생겼다. 한양대에서 건축을 공부했지만 학부 시절 건축회사 인턴을 한 뒤 생각이 달라졌다. “가고 싶던 건축 회사에서 7개월 정도 인턴을 했는데 제 생각과 업무가 달라 실망했죠.” ▲ 책 <위를 봐요!>의 한 장면이다. 책 <위를 봐요!>는 몸이 불편해 병원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주인공 ‘수지’의 시선을 보여준다. 유년기를 병원에서 보내야 했던 정진호 동문(건축학부 06)의 경험담이기도 하다. (정진호 동문 제공) 반면 그림책에 대한 관심은 여전했다. 대학생이 되어서는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그림책을 만들었다. 그림책 출판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당시 강민경 인문과학대학 교수님이 개설한 동화책 관련 교양 수업을 들었어요. 교수님께 평가받고 싶은 마음에 제가 만든 그림책들을 보여드렸죠.” 정 동문의 작품을 높이 산 강 교수는 그림 파일을 여러 출판사에 보냈다. “그중 한 출판사가 책을 내고 싶다고 연락이 왔었죠. 그렇게 출판한 책이 <위를 봐요!>입니다.” ▲ 그림책 작가 정진호 동문(건축학부 06)이 자신의 책 <벽>을 보고 있다. <벽>은 3차원의 입체공간을 창의적으로 보여준다. 책 <위를 봐요!>는 몸이 불편해 병원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주인공 ‘수지’의 시선을 보여준다. 유년기를 병원에서 보내야 했던 정 동문의 기억이 담긴 이야기이기도 하다. 책 <위를 봐요!>는 보는 방향에 따라 사람이나 사물이 전혀 다르게 보인다는 점을 주시한다. 이후 출판한 책 <벽>도 마찬가지다. 방향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3차원의 입체 공간을 표현했다. 두 책 모두 건축학도의 시선이 녹아있는 점이 특징이다. 건축가라는 꿈에는 도달하지 않았지만, 정 동문에게 건축은 여전히 작품 속에 살아있다. 정 동문의 두 작품은 세계 최고 권위의 그림책 상인 ‘볼로냐 라가치’ 수상작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위를 봐요!>는 지난 2015년 오페라 프리마 부문 관심작에, <벽>은 작년 ‘예술〮건축/디자인(ART, ARCHITECTURE AND DESIGN)’ 부문 스페셜멘션(특별언급)에 선정됐다. ▲ 책 <벽>의 한 장면이다. 데뷔 5년 차 작가인 정진호 동문(건축학부 06)의 목표는 꾸준히 활동하는 작가다. (정진호 동문 제공) 정 동문은 평균 1년에 한 권의 창작 그림책을 출판한다. 주로 연초에는 작품을 만들고 나머지 시간에는 그림책 수업과 강연을 나간다. 정 동문은 현재 작업 중인 책에 대해 살짝 귀띔했다. “지금까지는 건축의 모습을 책에 많이 담았지만, 이번엔 도시의 모습을 담으려고 해요. 제목은 ‘까만 도시’로, 검은색 도시가 색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릴 겁니다.” 이제 데뷔 5년 차인 정 동문의 목표는 ‘끝까지 살아남는 작가’다. “예전에 존경했던 교수님이 ‘꾸준히 그 자리에서 노력한 사람이 대가’라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저도 거창한 목표 없이 작가로서 계속 활동하고 싶어요.” 끝으로 그는 한양대 학생들에게 “전공과 다른 길을 걸어도 괜찮다”는 말을 전했다. “오히려 전공과 다른 일을 택했을 때 자신만의 특징이 생기는 것 같아요. 다양하게 도전해 보고 겁내지 않았으면 합니다.” 전공과 무관한 길을 택했기 때문에 오히려 행복하다는 정 동문이다. 글/ 옥유경 기자 halo1003@hanyang.ac.kr 사진/ 이현선 기자 qserakr@hanyang.ac.kr

2016-02 11

[동문]2016년 신춘문예 당선, 낭만과 열정을 가진 두 작가

매년 겨울이 되면 꿈으로 가득 차 있는 문학작품들이 각 신문사의 문을 두드린다. 작가로 등단하는 가장 전통적인 방식인 신춘문예 공모가 12월 초에 열리기 때문. 소싯적 문학에 대한 낭만을 품었던 나이 지긋한 이들부터, 열정을 가진 젊은 작가들까지. 많은 작가 지망생들의 염원을 담은 작품들이 전문가 손에서 엄선돼 대중에게 소개된다. 그 치열한 경쟁을 뚫고 한양대 출신 작가 두 명이 2016 신춘문예에 당선됐다. 시인 이윤정 동문(행정자치대학원 09)과 시조작가 이중원 동문(국어국문 04)이다. <타크나 흰 구름>의 이윤정 동문 ▲ 지난 1월 26일 안양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윤정 동문(행정자치대학원 09)은 "유럽여행 때 봤던 흰 구름에서 구름과 노숙자들의 이야기를 써보자고 결 심했다"며 <타크나 흰 구름>의 탄생 배경을 설명 했다. 이윤정 시인은 <타크나 흰 구름>이란 시로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다. 노숙자에 대한 이야기다. 노숙자들의 힘든 현실을 차갑지 않게 조망했다. 이 동문은 “페루의 타크나란 항구 도시에 모이는 사람들을 보며 지하철역 대합실의 노숙자들이 떠올랐다”며 “유럽여행에서 봤던 흰 구름들. 그 모습에서 구름과 노숙자들의 이야기를 써보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 동문은 여러 작품을 투고했지만, 이 작품이 특히 마음에 든다고 전했다. 리얼리즘 속에서도 희망이 담겨있기 때문이라고. “저는 어두운 면을 잘 조망하는 편입니다만, 이 시는 마지막에 희망이 있어요. 신춘문예에선 이런 희망을 노래하는 시들이 몸에 와 닿을 거라 생각했거든요.” 실제로 심사를 맡았던 최동호 시인과 이시영 시인은 새로운 출발을 약속한다는 부분을 보고 <타크나 흰 구름>을 선정했다고 한다. 이 동문은 문예창작과에서 공부해왔다. 하지만 등단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작정 시를 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구청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면서 행정자치대학원에 입학했다. “사실상 시만 쓰면서 경제적인 안정을 구가할 순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젊은 작가들도 다른 일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는 실정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동문은 시를 계속 썼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감정의 충돌들이 있고 그로 인해 상처를 많이 받았습니다. 시를 쓰면서 많은 치유를 받았죠.” 그만큼 좌절하는 시간도 많았다. 이 동문은 “우리나라는 중앙일간지만 봐도 나이를 꼭 써서 내라고 한다”며 “나이가 걸림돌이 된다고 느꼈을 때 몇 년을 좌절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동문은 그저 ‘좋은 시’를 쓰고 싶다는 일념으로 노력했다. “일본은 70대 할머니가 신인 문예상을 수상하곤 합니다. 저 역시도 그분처럼 계속해서 좋은 시를 많이 남기고 싶어요.” 이 동문의 말이다. 꼭 써보고 싶은 시가 있느냐는 질문에 이 동문은 “사회적 이슈가 되는 한 부분을 콕 집어서 파고들고 싶다”고 답했다. “집요하게 파고들면서도, 읽었을 때 사람들 마음에 잔잔한 감동을 줄 수 있는 시를 남기고 싶습니다.” 유명한 시인보다도 자식들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이 동문. “아이들한테 ‘우리 엄마는 괜찮은 사람이었다. 괜찮은 시인이었다’는 이야기를 듣는 게 꿈입니다.” 딸의 고민을 시로 쓰기도 한다는 이 동문. 이미 존경스러운 어머니이자 시인이 아닐까. <파란 잉크 주식회사>의 이중원 동문 ▲ 지난 1월 25일 진행한 서면인터뷰에서 이중원 동 문(국어국문 04)은 "당선 소식을 듣고 가슴벅찬 기 분도 있었지만, 글을 쓰는 손 위에 실리는 책임감을 느꼈다"고 당선 소감을 말했다. 이중원 동문은 <파란 잉크 주식회사>란 시조로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다. 독창적인 세계관과, 주제의식을 표현하는 강렬한 언어로 주목 받았다. 이 동문은 “초겨울의 분주한 오전의 사무실을 보고 작품을 처음 구상했다”며 “책상에 ‘망막에 재고가 남은 유일한 색채’란 메모를 남긴 것이 시작이었다"고 했다. 이 동문은 많은 습작을 거쳐 이 작품을 완성했다. 이승훈 교수(인문대 국문)와 유성호 교수(인문대 국문)의 도움이 컸다고. “이승훈 교수님께선 건축학적인 면에서 시에 대한 여러 관점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유성호 교수님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며 웃음으로 격려하셨죠.” 신춘문예가 새 시작이라는 이 동문. “당선 소식을 듣고 가슴 벅찬 기쁨도 있었지만, 글을 쓰는 손 위에 좀 더 무겁게 실리는 책임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시조’는 현대 문학에서 생소한 장르다. 이 동문이 시조를 선택한 이유는 형식이 주는 안정성과 시조 고유의 음악성에 있다. 이 동문은 “언어적 결벽과도 같은 형식이, 아름답게 보인다는 걸 발견한 순간 시조에 매료됐다” 며 “이런 형식은 종종 짐이 되기도 하지만, 그 형식을 체득하고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 덧붙였다. 이 동문은 특히 일상을 ‘소리’로 이해하며 자기 것으로 소화하고 있었다. 이 동문은 소리에 대해 “우리가 놓치는 많은 순간이 모여 각자의 소리를 낸다”며 “그 소리가 모여 독특한 화음을 이뤄가며 가슴 벅찬 무언가로 울려 퍼진다”고 말했다. “굳이 표현하자면 일상의 비(非) 일상성이라 할 수 있겠네요.” 이 동문에게 작가란 “자신만의 빛으로 온갖 온도의 현실을 표현하는 사람”이다. 뚜렷한 자신만의 특성을 가지고 현실을 고루 밝혀낸다는 의미였다. 이 동문은 “창작은 그 자체로 완전하지만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는 글을 쓰는 사람의 손에 달려 있다”며 “더욱 색다르고 정곡을 찌르는 시선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평론, 소설 등 다양한 방식 중에서도 그는 시조를 택했고, 신춘문예에 당선됨으로써 자신만의 특성을 증명했다. 하지만 이 동문은 그런 장르적 욕심을 내려놓고 더 많은 표현 방식을 취하고 싶단다. 올해는 대학원에 진학할 예정이라고. “최근 가지고 있는 다양한 관심사를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기 위해선 앞으로도 많은 공부가 필요하겠죠.” 시대의 문학가들을 위하여 신춘문예의 위상은 예전만 못한 것이 사실이다. 신춘문예가 아니더라도 데뷔할 방법이 많아졌기 때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작가가 이후에 활동하는 모습이 점차 적어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심지어 젊은 작가 지망생들 사이에선 기피하는 경향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춘문예는 문학계 등단의 전통적인 창구로서 인정받고 있다. 이윤정 시인은 젊은 작가 지망생들에 대한 경외심을 내비쳤다. “이번에 단편 소설로 당선된 사람만 봐도 26살이었어요. 젊은 나이에 그런 깊이 있는 작품세계를 가질 수 있다는 것에 감탄했습니다”. 이중원 작가는 “이제 정말로 시작이라 느꼈다”며 “이 길의 끝까지 열심히 달려가겠다”고 젊은 작가의 각오를 다졌다. ▲ 신춘문예의 위상은 예전만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춘문예는 많은 작가 지망생들의 열정이 현신하는 전통적인 등단의 창구로서 인정받고 있다. (출처 : 왼쪽부터 세계일보, 조선일보) 글/ 이재오 기자 bigpie19@hanyang.ac.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사진/ 박설비 기자 sbi444@hanyang.ac.kr 디자인/ 조유미 기자 lovelym2@hanyang.ac.kr

2016-02 11

[동문]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그녀가 쓰는 이야기

아동문학을 읽는 것은 어린 아이들이지만, 그 책을 만드는 이는 다 자란 어른들이다. 어른으로 오랜 시간을 살아온 사람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글을 쓰기는 쉽지 않을 터. 시간과 세대를 뛰어넘어 아이들의 마음에 울림을 주는 이야기는 어떻게 세상에 태어나는 것일까. 그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아동도서 작가 이향안 동문(국문85)을 만났다. 상수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 동문에게서 작가로서의 삶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방황하던 문학소녀, 작가가 되다 ▲ 지난 1월 29일, 이향안 동문(국어국문 85)을 만 나 책 뒤에 숨겨진 작가의 삶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누구나 꿈을 꾸지만, 살다 보면 이상과 현실의 괴리 때문에 고뇌하고 방황하게 된다. 이 동문도 어릴 적에는 막연하게 작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고, 글을 쓰는 것이 자신의 길이라는 낭만에 젖었다. 하지만 국문과에 진학한 후로 그 환상은 깨지고, 많은 혼란을 겪었다. “중고등학교 다닐 때는 문학상, 글짓기상도 많이 받았었고, 시인들의 시 작품에 빠져있었어요. 글자 그대로 ‘문학소녀’였죠. 하지만 대학에 들어오고 보니까 저보다 글을 잘 쓰는 친구들이 정말 많았어요.” 그래서 이 길이 자신의 길이 맞는 것인지, 재능이 없는 건 아닌지 고민도 많았다고. “제 학창시절은 작가로 사는 것이 쉬운 길은 아니라는 현실적인 생각과, 계속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이 갈등하던 시기였어요. 굉장히 혼란스러웠지만, 공부를 계속하면서 글을 써야겠다고 확신하게 됐죠.” 처음에는 아동문학이 아니라 드라마 극본을 썼던 이 동문. 2000년에 MBC 연속극 기획안 공모전, 2001년 SBS TV문학상에 당선되며 꿈에 그리던 ‘작가’가 됐지만, 드라마로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당선이 너무 빨리 된 탓에 드라마 작가로서의 내공을 갖추지 못했다고 자평한다. “공모전에 빨리 붙는 것은 어떻게 보면 큰 기쁨이지만 또 반대로 독이 될 수도 있어요. 운이 좋아서 당선은 됐지만, 그 이후를 위해서 준비한 것이 없었으니까요. 드라마 쓰는 것을 낭만적으로만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정말 상업적이고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곳이더라고요. 그렇게 5년 정도를 적응하지 못하고 헤매다가, 아는 분의 권유로 아동문학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어린 시절의 내가 되어 쓰는 글 아동도서를 쓰기 시작한 이 동문은 지금까지 창작동화 외에도 전집과 학습도서까지 모두 70권 이상의 책을 집필했다. 처음으로 쓴 창작동화인 <광모 짝 되기>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친구의 죽음을 받아들여야 했던 자신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때 떠나 보낸 친구 광모는 똑같은 이름으로 책 속에 되살아났다. <광모 짝 되기>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되살려서 쓴 이야기에요. 그때의 갈등이나 고민을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저의 시선으로 쓰려고 했어요. 그렇게 쓰다 보니 어느 순간 어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보다 훨씬 더 단순하고 명료하면서도, 깊이 있는 시각으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게 됐어요. 캐릭터들이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것처럼요.” 이 동문은 아이의 시선에서 똑같이 고민하려고 노력한다. 때로는 성인 도서 작가들이 동화 작가들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할 때도 있다고. “다른 동화작가들처럼 저도 어린 시절의 기억을 많이 가지고 와서 작품을 씁니다. 그렇게 노력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에는 제가 아이들의 시각으로 살아가고 있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주변에서는 철딱서니 없다거나, 현실감각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도 많이 해요.” 하지만 그래서, 아이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 작품이 나오면 아이들에게 많은 편지를 받는단다. “아이들이 제 글을 읽고 감동해서 쓴 편지를 종종 받아요. 특히 <광모 짝 되기>를 읽은 여학생들이 많이 보내줬어요. 받으면 당연히 기쁘죠. 새 책이 나오면 보내주기도 하고, 글을 통해 정서적으로 교류하기도 합니다.” ▲ 이향안 동문은 창작동화는 물론 역사, 수학, 과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학습도서도 집필했다. 팥쥐가 되어 쓰는 일기 이 동문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조금 다른 시각에서 보고, 아동 문학의 새로운 역할을 고민한다. 이 동문의 대표작 중 하나인 <팥쥐일기>에서도 그 고민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팥쥐일기>는 엄마의 재혼으로 자매가 된 동갑내기 채송화와 명아주의 이야기다. 예쁘고 공부도 잘하는 새 아빠의 딸 송화를 보면서 열등감을 느끼는 아주. 친엄마까지 송화를 더 아끼는 모습을 보고 아주는 자신이 못된 팥쥐가 된 것만 같다고 느낀다. 이 동문은 “우리가 팥쥐를 나쁜 아이로만 몰아가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가졌고, 팥쥐의 시각에서 동화를 쓰고 싶었다”고 했다. “콩쥐와 팥쥐가 있다면, 팥쥐가 더 외롭지 않았을까요? 콩쥐는 자기편이 많지만, 팥쥐는 나쁜 아이가 돼야 하잖아요. 저는 팥쥐의 마음으로 오랫동안 작품 구상을 했어요. 때로는 내가 진리라고 믿었던 것들이, 진리가 아닐 수도 있다는 갈등을 거치며 완성된 작품입니다.” 아동도서 작가는 아이들에게 여러 생각을 안내해주는 길잡이 역할이라고 말하는 이 동문. 세상을 보는 여러 가지 시각과 철학을 글에 담아내는 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란다. “요즘처럼 혼란스럽고 살아가기 힘든 세상에서 중요한 것은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에요. 어른이 되어서도 마음이 흔들리고 괴로울 때가 많은데 아이들에게 그 힘을 전해주려면 앞으로도 공부를 많이 해야 할 거에요. 특히 지금처럼 책이 팔리지 않고, 사람들이 철학을 고민하지 않는 시대에서는요.” 앞으로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가치관이 무엇인지, 그것을 어떻게 글에 담아내야 하는지 더 많이 생각하고 고민할 계획이라는 이 동문. 자신의 삶에서 최고의 작품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말한다. 올해도 몇 권의 새 책이 독자들 곁으로 찾아간다. 좋은 책을 만드는 것은 독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어떤 메시지를 전해야 하는지 깊이 고민해야 하는 일임을 이 동문은 삶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 "등단을 준비하는 기간이 길어진다 해도, 그 시간이 언젠가 여러분의 자산이 될 거에요. 초조해하지 않고 느긋한 마음으로 준비하면 더 큰 미래가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요." 이향안 동문은 작가의 삶의 꿈꾸는 사람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남겼다. 글/ 정진훈 기자 cici0961@hanyang.ac.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사진/ 김윤수 기자 rladbstn625@hanyang.ac.kr

2015-08 19 중요기사

[동문]목수가 된 인문학도

나무에서 찾은 인간의 삶 '격물치지(格物致知) 성의정심(誠意正心)' 사물에 대하여 깊이 연구하여 지식을 넓히라는 뜻이다. 임병희 동문(국문 91)은 가구 제작을 위해 나무를 만질 때면 언제나 이 구절을 생각한다. 매 순간 나무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고민한 끝에 임 동문은 결국 나무에도 세상의 이치가 담겨 있음을 깨달았다. 나무를 베고, 맞추고, 갈고, 닦으며 하나의 가구로 완성시키는 과정에서 임 동문은 나무에서 인간의 삶을 발견했고, 인문학을 깨달았다. '목수의 인문학'의 저자 임 동문을 만나봤다. 하고 싶은 일, 자유로운 삶 어릴 적 임 동문은 시인이 되고 싶었다. 시가 좋았고, 시 쓰는 일이 재미있었다. 그래서 국문학과에 진학했다. 그러나 임 동문은 스스로를 '시적 상상력이 부족했던 학생'이라고 회상했다. 시가 좋았지만, 재능은 부족했다. 그래서 임 동문은 시인이라는 꿈을 접었다. 그럼에도 인문학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인류학을 공부하고 싶었고, 대학원에 진학했다. 모든 선택에 엄청난 계기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거창한 계획과 목표가 있어서 국문학과 문화인류학을 공부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좋아하고 관심 있는 일들을 했을 뿐이에요." 그렇게 임 동문은 중국 유학까지 다녀왔다. 새로운 언어와 신화학까지 공부하고 나서야, 임 동문은 학업을 마칠 수 있었다. 주변에서는 나이와 취업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곤 했지만, 임 동문은 그런 것들을 걱정하지는 않았다. 한 번 사는 삶이기에 하고 싶은 일이라면 다 해보는 것이 행복한 삶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긴 학업 끝에 임 동문은 목수의 길에 접어들었다. 전공을 살리는 업은 아니었지만, 하고 싶은 일이었기 때문에 목수라는 길을 선택할 때도 망설임은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물어요. 그렇게 공부하고 왜 목수가 되었느냐고, 딱히 큰 이유는 없었습니다. 하고 싶었으니까요." 그렇게 임 동문은 중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뒤 목공소로 향했고, 비교적 늦은 나이에 다시 한 번 배움을 시작했다. "노력해서 어떤 결과물을 탄생시키는 그 과정이 좋았어요. 공부는 눈에 보이는 결과는 없잖아요." 목공은 책으로 배우고, 글로 익히던 지금까지의 학습과는 전혀 달랐다. 모든 과정을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야 했다. 나무의 재질부터 톱의 모양을 익히기까지 임 동문은 매 순간 몸으로 부딪혔다. 다치고 베이는 일이 일상이었다. 기계에 손이 베어 손가락을 잃을 뻔한 경험도 부지기수였다. 그럼에도 임 동문은 매일 목공을 연마했고, 결국 자신만의 가구를 완성시켰다. 박사 학위를 딴 인문학도는 그렇게 목수가 됐다. 나무에는 사람이 있다 나무의 나이테는 춘재(春材)와 추재(秋材)로 구분된다. 봄에 자라는 나무는 풍부한 양분과 따스한 햇살을 가득 받아 빠르게 자라는 반면, 가을에 자라는 나무는 적은 햇살과 추운 날씨를 견뎌낸 탓에 느리게 자란다. 그러나 빠르게 자란 부분은 무른 반면, 더디게 자란 부분은 단단하다. 힘겨운 시간을 견뎌낸 탓에 더욱 강하고 단단한 나무로 성장하는 이 당연한 이치를 사람들은 너무도 쉽게 잊곤 한다. 나무를 다루면서 임 동문은 짧은 시간 내에 성공을 바랐던 자신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었다. 책으로 배웠던 인문학을, 나무에서 발견하는 순간이었다. "국문학과 인류학, 신화학에 이르기까지 제가 배우고 공부했던 진리와 이치들이 모두 나무에 있었습니다.” 임 동문은 나무를 만지며 얻은 인문학적 통찰을 기록하기 시작했고, 결국 그 기록들은 하나의 책으로 탄생했다. 도면을 그리고, 반듯하게 톱질을 하고, 조립을 하고, 사포질로 마무리하는 그 모든 과정이 결국 사람이 생각하고, 살아가는 과정이라는 임 동문의 생각을 고스란히 책에 담아냈다. 남들처럼 취업을 하고, 안정적인 직장에서 꾸준히 일하는 삶이 아니었기에 임 동문에게 고정적인 수입이 있는 것은 아니다. 약 7년의 중국 유학 시절에도 임 동문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활비와 유학 자금을 충당해야 했다. 풍요나 부유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어떤 이들은 ‘그 정도 학벌이면 안정적인 직장을 갖는 것이 어떻겠냐’고 조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대답은 한결같다. “취업을 위해 학업을 한 게 아니니까요. 공부한다고 다 교수가 될 필요는 없죠.” 학업은 임 동문에게는 스스로에 대한 도전일 뿐이다. 순수하게 인문학이 좋았고, 공부가 재미있었다. 그래서 임 동문은 인문학을 구직을 위한 발판으로 삼고 싶지 않았다. 대신 글 쓰는 일은 멈추지 않았다. “생각을 정리하고 기록하는 건 저의 본성인 것 같아요, 시인이 되진 못했지만요.” 임 동문은 목수이자 작가이자, 인문학자로서 사는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있다. 해보고 후회하는 삶이 낫다 부와 명예를 쫓기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삶을 임 동문은 살아왔다. 안정적이거나 평탄하지는 않았지만, 불행하지도 않았다. 스스로가 원해서 했던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대학 시절을 돌아보면, 저는 강의실보다는 선후배들과 모인 술자리나 잔디에 누워 나누던 대화들에서 더 많은 것을 배웠던 것 같습니다. 함께 책을 돌려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곧 문학 수업이었어요." 임 동문은 그렇게 삶의 모든 순간에서 배움을 얻었다. 모임과 대화가 곧 국문학이었고, 인류학이었다. 그래서 그는 후배들 역시 전공과 수업에 얽매인 삶을 살지 않기를 바란다. 끝으로 임 동문은 후배들이 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삶을 만들어 나갔으면 한다는 말을 전했다. “물론 제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에 비해 힘든 사회가 된 것은 확실하지만 후배들이 대학, 전공, 직장이라는 틀에 갇혀서 살지 않기를 바랍니다. ‘인생미정’이에요. 누구나 인생에는 정해진 길이 없으니까, 하고 싶은 일로 자신의 인생을 멋지게 채워나가는 사람들이 됐으면 합니다.” 김예랑 기자 ys2847@hanyang.ac.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사진/박설비 기자 sbi444@hanyang.ac.kr

2015-03 18

[학생]누군가의 그리움을 배웅하는 글

'달을 향해 가는 글' 다들 한 번쯤은 경험해 봤으리라. 누군가 그리울 때 우리는 글을 썼다. 그것이 짧은 토막 글이든, 어수선한 장문이든. 영원히 내 곁에 있을 것 같던 사람을 떠나 보냈을 때, 지금 곁에 있는 사람에게 못다한 말을 전하고 싶을 때, 우리는 각자 시인이 됐다. 미안함과 후회, 고마움을 종이에 쏟아 마침내 그것은 누군가를 향한 단 하나의 시가 됐다. ‘달을 향해 가는 글’이라는 이름으로 누군가의 그리움을 배웅하는 글을 쓰는 작가가 있다. 어느덧 3권의 시집을 낸 젊은 작가 김민준 동문(언정·신방 4)을 만나봤다. 작가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기까지 그가 처음 글을 쓰게 된 것은 고등학교 3학년 때이다. 사춘기 시절, 모든 것이 귀찮게 느껴질 때 김 동문은 시인이었던 교내 상담선생님을 통해 처음 시를 접하게 됐다. 안도현의 시집을 선물 받은 것, 그 계기가 김 동문의 삶을 변화시켰다. 시는 답답한 마음을 놓을 수 있는 피난처가 되었고 자연스럽게 그의 일상 속에 스며들었다. 그의 시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은 대학에 들어와 지금의 여자친구를 만난 후부터이다. 군대를 제대하고 첫눈에 반해 사귀게 된 여자친구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할 공간이 필요했다. “인스타그램을 처음 시작한 것도 사실 여자친구 때문입니다. 그 당시 그분에 대한 감정을 전할 공간이 필요했어요. 경상도 출신이라 무뚝뚝하고 표현을 잘 못했거든요” 일기처럼 올리던 그의 글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났다. 그러다 독자들 사이에서 글들을 모아 기념 책으로 간작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처음 출판한 책 ‘언젠가는 이 그리움이 썩 괜찮은 시간이었다는 걸 나는 증명하고 싶은 것이다’는 그렇게 독자들의 제안에 의해 소규모로 출판됐다. 두 번째 책도 마찬가지였다. ‘추억으로 남기려거든 반드시 한 걸음 물러설 것’은 좀 더 분량을 늘려 출판했다. 이번에 새롭게 출판되는 책은 두 번째 책에 있는 시들과 함께 정식 출판사를 통해 발간된다. 전작 2권처럼 긴 제목으로 할지 짧은 제목으로 할지 고민 중이라는 김 동문의 얼굴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신간은 4월초 서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인스타그램 ID MJMJMORNING) 일상에서 느끼는 모든 것이 시의 영감 김 동문의 핸드폰 메모장은 시로 가득하다. 일상에서 영감을 얻는다는 김 동문은 거의 10분에 한 번 메모를 한다고 말했다. “보통은 일상에서 느끼는 것들, 본 것들을 메모해 놓고 조합해가며 시를 쓴다. 어디서든 쓴다. 수업시간에도 쓰고. 글씨체가 안 좋아 핸드폰 메모장에 저장해놓고 항상 쓴다. 10분에 한 개씩(웃음)? 한 번은 메모장을 날린 적이 있어 지금은 메일로 바로 저장되게 해놨다”며 시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단 번에 바로 써진 시들도 있다. 사람들의 반응이 뜨거운 시들은 대체로 한번에 집중해서 써진 시들이다. 하지만 양날의 검처럼 이런 유명세가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처음에는 개인적인 이유로 올렸던 글들이 이제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다 보니 독자들의 반응을 아예 신경 쓰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아직 시를 쓴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제 글이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되다 보니 댓글이나 리뷰에 민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한 번은 회의감이 들어 게시물들을 다 지우려고 했는데 반대가 심해 지우지 못했어요.” 영화감상도 영감의 원천 중 하나이다. 김 동문은 평소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해 영화 속 장면을 보고 시를 쓰는 경우도 많다며 말을 이어나갔다. “영화 감상은 제 감수성을 유지하는 방법입니다. 평소 한 편을 보고 나면 지칠 정도로 영화를 흥취해 보는 편이에요. 영화에는 수많은 연인들이 있죠. 그렇기 때문에 영화를 통해 저는 사랑에 대한 고찰을 많이 했어요. 당연히 글을 쓸 때도 반영되고요. " 달을 향해 가는 글 김 동문이 가장 좋아하는 시는 군대시절 읽었던 천양희 시인의 ‘놓았거나 놓쳤거나’이다. 그는 삶이 외롭고 고독할 때, 홀로서기를 시작할 때, 이 시가 큰 위안이 될 것이라 말했다. 그래서일까? 그의 글 또한 삶의 고독 속에 누군가로부터 위로 받고 싶을 때 찾게 되는 글들이다. 2번째 시집의 이름이기도 한 단편소설 ‘추억으로 남기려거든 반드시 한걸음 물러설 것’은 이런 홀로 서기의 순간에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글 중 하나다. “연인 사이에 서로의 좋아하는 감정만으로 관계가 이어지기 어려운 경우가 있죠. 저는 그런 사람들에게 하나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어요. 이 단편 소설에서는 이별을 경험한 두 남녀가 등장해요. 홀로서기에 앞서 각자의 이별을 정리하며 자신을 돌아보죠. 제 바람은 이 책의 제목처럼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추억으로 남기고 싶다면 한 발 물러서서 서로를 바라봤으면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추억으로 끝내지 않고 힘겹더라도 함께하고 싶다면 끝까지 그 손을 놓지 않았으면 해요.” 이야기 만드는 사람 요즘은 여기저기서 독립서적들이 쏟아진다. 최대호 시인의 ‘읽어보시집’이 대표격이다. 라임에 맞춰 짧고 간단하게 쓴 시들. 하지만 쉽게 쓰인 시는 그만큼 쉽게 잊혀질 수 있다. 김 동문은 이런 유행처럼 번져가는 시문학의 행태에 부정적이었다. “책 한 권 까지는 예쁘게 나올 수 있지만 그 이상은 기대하기 힘듭니다. 시는 시로서 존재했으면 좋겠어요. 이해하기 어렵더라도 시를 해독하는 데서 생기는 재미, 그게 시의 매력이죠. 저 또한 작가이기 전에 독자로서, 작가의 메시지를 읽어내는 것에 즐거움을 느낍니다. 작가로서도 그런 시를 쓰고 싶고요.” 이야기를 만들고 그것을 전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꿈이라는 김동문은 이번에 새롭게 시도하는 자신의 팟 캐스트 방송을 소개했다. 김 동문은 3월 둘째 주부터 ‘그 남자의 방’이라는 이름으로 팟 캐스트 방송을 할 예정이다.(팟 캐스트 주소 www.podbbang.com/ch/9059) 한 회당 20분 정도로 진행될 방송은 매 회 한 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영화와 글을 소개하는 구성으로 진행된다. 1회차 키워드는 ‘시작’이다. “시작은 설렘과 두려움을 동반해요. 그 감정선 사이에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나에 관해 영화 ‘포레스트 검프’와 ‘버드맨’, 이 두 영화를 선정해 시작의 순간 주인공들은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아직 원고가 완성되지 않았지만 기대해도 좋을 거에요” 이수정 기자 sj930212@hanyang.ac.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사진/이명지 기자 jk6180@hanyang.ac.kr

2014-04 30

[동문]불온한 상상력을 꿈꾸다

"세상에 만족했다면 글을 쓰지 않았을 거예요." 할리우드 영화의 좀비는 인간을 사냥한다. 느리지만 집단으로 뭉치면 매우 위협적인 그들. 이런 좀비의 속성을 노동자에 비유하는 사람, ‘슈퍼맨’이나 ‘스파이더맨’ 같은 히어로물을 보면서 연금조차 받지 못할 그들의 말년을 상상하는 사람이 있다. 환상 문학 속에 사회의 어두운 단편을 녹여내는 작가 이서영(국문.05) 동문. 스스로를 서슴없이 ‘소설 쓰는 사회주의자’라고 칭하는 이다. ‘팬픽’으로 시작한 글쓰기 인생 이 작가는 조부모의 손에서 컸다. 친구가 별로 없던 이 작가에게 책이 친구가 돼줬다. 삼국지를 비롯, 역사책과 소설책을 닳도록 읽으며 밤을 지새웠다. 당시 읽었던 책들은 고스란히 창작의 밑거름이 됐다. “한창 ‘새롬 데이터맨 프로’ 같은 PC통신이 유행했었어요. 그 때 중학생이었는데 남들이 소설을 쓰는 걸 보면서 저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죠. 어렸을 때 좋아하던 삼국지의 팬픽(Fan-fic: Fan과 Fiction의 합성어로 자신이 좋아하는 유명인이나 유명작품을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을 PC통신에 연재한 게 제일 처음 쓴 소설이었어요.” 이 동문은 패러디 소설을 연재하면서 글 쓰는 재미를 찾았다. 책을 읽는 것은 유희였지만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창작의 고통을 알게 됐다. “제가 소설을 쓰는 과정은 단순해요. 사회에 대해 고통스럽게 느끼는 부분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그것을 잘 다듬는 거죠.” 그녀에게 소설은 ‘말하고 싶어 넘쳐흐르는 것을 토해내는 작업’이다. “세상을 말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어요. 칼럼이나 대자보는 자기가 말하고 싶은 것을 이성적으로 고찰하는 형태인데, 소설은 그 혼란스러운 소용돌이를 그대로 드러내는 거예요. 내면의 혼란과 모순을 날 것 그대로 내놓는 거에요. 적어도 논설문보다는 비이성적이죠.“ 장르문학의 매력에 빠지다 이 작가는 학창시절에 참여한 백일장 대회 수상경력을 인정받아 문학특기자로 우리대학 국문과에 입학했다. 국문과 내 소설학회는 이 작가가 장르문학에 빠져드는 계기가 됐다. “청소년 시절 팬픽을썼는데도 대중문학에 대한 일종의 편견이 있었어요. 그런데 소설학회에 들어가니 선배들이 다 대중문학을 쓰더라고요. 대학에 와서야 그 영향으로 장르문학에 눈을 뜨게 됐죠. 판타지 소설이나 추리 소설 같은 장르 문학을 정말 많이 봤어요.” 장르문학의 매력은 ‘장르문학의 문법 자체’에 있다는 이 동문. “김용 작가의 무협소설을 보면 주인공이 성장하는 과정이 뚜렷하게 보여요. 주인공이 무공을 익히고 성장하면서 강한 적을 물리쳐요. 이런 일관된 플롯이 있고 그 과정이 반복되는데, 장르문학 독자들은 그 뻔한 과정에서 쾌락을 느끼는 거에요. 어떻게 보면 유치하다고 할 수 있지만 그 반복에서 생기는 몰입도가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이 작가는 본인의 전문인 환상문학은 ‘일상의 비일상화’라고 얘기했다. “단순히 일상에서 겪는 일을 쓰는 것과 그 일상을 환상에 접목해 썼을 때의 울림은 전혀 달라요. 환상문학은 내가 겪는 일상이 삼 천 광년 떨어진 우주에서 벌어질 때의 느낌을 전달해줄 수 있어야 해요. 나 하나의 경험을 우주적으로 확장시키는 데서 오는 경이로움이죠. 그 경이로움에서 오는 통찰은 환상문학의 큰 매력이에요.” 운동가의 삶과 소설가의 길 스스로를 ‘맑시스트’라고 생각하는 만큼, 운동가로서의 정체성은 이 작가의 일부다. 이 작가는 “2007년 뉴코아·이랜드 투쟁을 계기로 본격적인 운동권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이랜드 투쟁이 발생하고 나서 제가 지금까지 고민해왔던 섹슈얼리티 문제들이 실제 노동자들의 삶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고민하게 됐어요.당시 총학생회와는 노동운동 지향점이 달라서 학생조직에 들어가진 않았지만 독자적으로 여성운동을 시작했어요. 다른 학교 사람들과 연대활동을 한다든가 포럼에 참여한다든가.” 이 작가는 글 솜씨를 살려 대자보를 썼다. 매일 집회에 나가면서도 문학특기자 장학금 유지를 위해 수업 출석도 잊지 않는 모범생이었다. “이 세계의 핵심적인 문제들은 체제가 변하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저는 세상을 직접적으로 바꾸는 활동가는 못 돼지만 세상을 반영하는 유희를 보여주는 일을 하면서 살 거에요.” 여성운동가로서의 지난 경험은 이 작가의 소설 깊이 스며들어 있다. 『악어의 맛』에 실린 단편 「히스테리아」는 여성의 낙태할 권리에 대해 말한다. “사실 한국에서 낙태의 자기결정권 논쟁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어요. 2009년에 ‘프로라이프의사회’에서 ‘낙파라치’ 문제가 대두되면서 낙태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죠. 낙태는 대학생들도 가까이 접할 수 있는 문제에요. 그와 동시에 한 여자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문젠데, 우리는 그 이야기를 금기시하죠. 내가 낳을 수 없다고 스스로 결정했는데, 남이 낳으라고 강요할 수 있을까요? 이것은 내 몸인데. 낙태문제를 다룬 다른 작품들을 보면 죄다 낙태를 부정적으로 다루고 있어요. 하면 안 된다는 교훈적 내용이 대부분이죠. 여성에게 모든 죄책감을 덮어 씌우는 거에요. 내가 어떤 상황에 놓이더라도 내 인생은 내가 책임질 권리가 있는 거에요. 여성의 몸은 그릇이 아니죠.” 이 작가는 섹슈얼리티에 대해 노골적으로 다루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학부생시절 가장 처음 쓴 소설은 “브래지어에 깃든 망령”에 관한 것이었다. 소설 속 브래지어는 여성억압의 상징이다. 소녀는 브래지어에 깃든 악령에게 점점 자신의 의식을 빼앗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의 시선 때문에 브래지어를 포기할 수 없는 소녀를 그렸다. 장르문학적 장치로 민감한 주제를 재치 있게 풀어내는 것은 이 작가의 전매특허다. ‘이기적인 삶’을 사는 소설가, 제일 늦은 걸음까지 본다’ 국문과는 “굶는과”라는 우스갯소리. 아무리 문학에 대한 열망이 커도 소설가를 업으로 삼는 결정은 쉽지 않다. 이 동문은 어떻게 확신했을까. “저는 딱히 미래에 책임감을 가진 사람은 아니었어요. 현실적인 밥벌이를 생각했다면 흥미와 관계없이 교직이수라도 했을 텐데 그러고 싶진 않았어요.” 이 작가는 소설을 쓰는 것이 ‘이기적’이었다고 얘기했다. “현실적인 문제를 외면한 거죠. 자신에게 주어진 조건을, 소설을 쓰고 싶은 이기적인 ‘내’가 이겨야 하는 거에요. 아무리 가난해도, 가난에서 탈출하려는 욕구가 강해도 상관없이 글을 쓰고 싶은 ‘내’가 이겨야 해요. 저는 졸업 후에 대학원에 진학했는데, 조교를 하면서 논술학원에서 일하고, 밤에는 바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미친듯이 돈을 벌면서 학비를 벌었죠. 말하자면 몸이 편하고 싶다는 마음보다 글을 쓰고 싶다는 ‘이기심’이 이긴거에요.” 자신을 “소설가로서의 정체성과 운동가로서의 정체성이 공존하는 사람”이라 표현하는 이 동문. 하지만 문학을 운동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아니라고 못을 박았다. “활동가는 제일 앞에서 가야할 길을 비추고, 전략을 제시하고, 어떻게 세상을 바꿀지 이야기해요. 하지만 소설가는 제일 늦게 오는 걸음까지 보는 사람이에요. 에너지로 세계의 모순을 돌파하는 건 활동가의 몫이지만 그 모순을 이해하는 것은 소설가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이 작가는 소설가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쓰고 싶을 때는 써야한다”라고 조언했다.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열망이 아니라, 쓰고 싶은 이야기를 쓰겠다는 갈망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어떤 글이든 쓰기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한다고 충고했다. 잘 쓴 프롤로그 백 편 보다는 조잡한 완성본 한 편이 낫다는 것. “같이 글을 쓰는 사람을 만나서 조언을 듣는 것도 초보 작가들에게는 좋은 자양분이 돼요. 중요한 건 끝을 보는 거죠. 무라카미 하루키는 ‘원고료는 받으면서 느는 것’이라고 했어요. 높은 문학적 이상에 능력이 안 맞는다고 좌절하지 말고 차근차근 성장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김선희 학생기자 pdg10@hanyang.ac.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박보민 사진기자 marie91@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