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2574건
뉴스 리스트
게시판 리스트 컨텐츠
2005-01 01

[기획]2005년 새해를 열다

2005년 한양의 키워드는 ‘희망’과 ‘책임의식’ 2005년 새해 첫 업무를 알리는 신년시무식이 지난 3일, 한양종합연구기술동(이하 HIT) 6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시무식에 참석한 서울·안산 양 캠퍼스 3백여 명의 교직원은 2005년 본교 발전을 다짐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종량 총장은 신년사를 통해 “한국 사회에서 책임 있는 자리에 서 있는 본교가 올 한해 학생들의 장래와 국가의 미래를 책임지는 대학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고 강조하며 한양 구성원 개개인의 책임의식을 강조했다. 오전 11시에 시작된 이번 시무식을 통해 교직원에게 전달된 핵심 메시지는 ‘희망’과 ‘책임의식’. 최근 국가적·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 신년사를 통해, 김종량 총장은 2004년에 겪었던 어려움과 고난 극복을 위해 가슴 속에 품어야 할 ‘희망’과 대학이 가져야 할 ‘책임의식’을 신년 키워드로 강조했다. 시무식에 참석한 교직원은 신년사를 통해 강조된 ‘희망’과 ‘책임의식’에 대체적으로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총무처장 이병호(정보통신대·미디어통신)교수는 “총무처를 비롯한 모든 부서에서 올 한해 책임 행정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 할 것이다”며 “2005년에는 학생·교수·직원 학교 3주체가 모두 각자 자신이 맞은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는 덕담을 전했다. 을유년을 맞이하는 학생들의 각오도 남다르다. 김덕중(건축대·건축3)군은 “사회분위기가 좋지 않다. 여러 가지로 힘든 한 해가 되겠지만 졸업하는 그 순간까지 학업, 취업 등 책임의식을 가지고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며 신년 포부를 밝혔다. 2005년 4학년이 되는 박정민(언정대·신문방송3)군 역시 “취업문제가 아직 피부에 와 닿지는 않지만, 언론을 통해 느끼는 수준은 심각한 것 같다. 아직 실력이 부족하지만, 1년이라는 시간을 알차게 보내 연말에는 웃는 얼굴로 졸업하고 싶다”는 다짐을 밝혔다. 30분 가량 진행된 이번 행사에는 매년 본교를 찾는 유창기 목사의 신년 예배가 함께 진행됐으며, 시무식에 참석한 교직원들을 위해 생활과학대 7층 식당과 신소재공학관 7층에서는 떡국이 특식으로 제공되기도 했다. 사진 : 이동진 학생기자 azuren@ihanyang.ac.k r 존경하는 한양가족 여러분! 을유년 닭띠 해가 밝았습니다. 새해를 맞이할 때마다 우리의 가슴이 설레는 것은 아직 우리 속에 희망이 많다는 증거입니다. 지난해를 돌이켜 보면 참으로 어려움도 많았지만 새해를 맞이하는 우리의 가슴은 희망으로 설레고, 이 설레는 희망으로 우리는 또다시 올 한해를 새롭게 시작합니다. 새해를 맞이하여 여러분들 가슴 속에 넘치는 꿈과 희망들이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여러분들의 삶을 붙들어주고 여러분들의 삶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올해는 우리 한양인들이 지닌 새해의 꿈과 희망들이 차곡차곡 이루어지는 한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한양 가족 여러분! 다산 정약용 선생께서는 강진의 유배지에서 새해를 맞이하면서 사랑하는 아들에게 이러한 편지를 보냈다고 합니다. “새해가 밝았구나(歲新矣). 군자(君子)는 새해를 맞으면서 그 마음가짐이나 행동을 새롭게 하려고 한다. 나는 젊은 시절에 새해를 맞을 때 마다 꼭 일년 동안 공부할 과정을 미리 계획해보았다. 때론 몇 개월 못가서 사고가 발생하여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아무튼 좋은 일을 행하고자 했던 생각이나 발전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지지 않아 많은 도움이 되었다.” 다산 정약용 선생께서 이야기하듯 우리는 새해를 맞이하면서 마음가짐과 행동을 새롭게 할 계획을 세워야 할 것입니다. 때론 이 계획들이 어려움에 직면할 때도 있겠지만 어려움이 생길 때마다 계획을 세울 때 가졌던 마음가짐을 되새기며 올 한 해를 잘 가꾸어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한양인 여러분! 이제 2005년, 우리 한양이 새롭게 일을 시작하는 이 시무식의 자리에서 저는 올해 우리 한양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목표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우리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목표를 설정하고 이 목표를 향해 우리의 마음을 모으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요즘 우리 사회에드러나고 있는 여러 가지 안타까운 모습들을 보며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가져야 할 가장 필요한 덕목이 ‘책임’(accountability) 이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무책임한 말들과 행동들이 얼마나 우리의 마음을 어둡게 만들고 가슴을 아프게 하는지 한번쯤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이 책임의 문제는 우리 한양대학이나 한양인들에게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입니다. 이제 우리 한양대학은 그저 많은 대학 중의 하나가 아닙니다. 우리 한양인은 그저 많은 한국 교직원 중의 하나가 아닙니다. 우리 한양은 우리 사회와 국가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중요한 위치에 서있고 그야말로 책임있는 자리에 와 있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올해 우리 한양대학교가 지향해야 할 목표와 방향을 ‘책임 있는 대학, 책임지는 대학’으로 설정하고 이 목표를 향해 우리 한양 가족 모두가 힘을 모아 주시길 당부 드립니다. 첫째, 우리 한양학원은 출발기에서부터 교육을 통해 국가와 민족의 앞날을 책임지겠다는 굳은 의지로 시작되었습니다. 이러한 정신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시대가 변화한다고 할지라도 우리 한양을 출발시키신 설립자님의 정신을 이어 국가와 민족에 대한 책임을 늘 가슴에 새겨 우리 한양의 교육과 연구는 국가 산업발전과 경제 도약을 책임져야 할 것이며 국가와 지역 혁신의 책임을 져야 하고 우리 사회의 정신적 풍요와 건강성을 책임져야 할 것입니다. 둘째, 우리 한양대학의 궁극적인 목표는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책임지는 훌륭한 인재를 양성하는 데에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한양의 교직원들은 모두 협력하여 학생들의 장래를 분명히 책임지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입니다. 우리 한양의 교직원은 학생들이 올바른 가치관과 삶의 자세를 가지도록 가르치고 사회가 필요로 하는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책임 있는 교육을 실현하여야 할 것입니다. 더 나아가 그들이 사회 곳곳에 진출하는 책임을 져야 하고 사회에 나아가서는 진정으로 유능한 인재들로 쓰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진정한 교육자로서의 책임을 다하여야 할 것입니다. 셋째, 우리 한양의 가족들은 국가와 민족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 우리의 사랑하는 제자들의 장래를 책임지기 위하여 책임 있는 행정을 구현하고 국가와 민족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서있는 자리에서 한번 자신들을 돌아봅시다. 우리 부서, 우리 대학, 그리고 바로‘내’자신이 책임을 지기 보다는 다른 부서, 다른 대학,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일들은 없나 곰곰이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동시에 우리는 자신이 맡고 있는 일에 대한 책임을 질 뿐 아니라 우리가 함께 몸담고 있는 이 한양이라는 거대한 조직에 대한 공동책임의 의식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책임을 지고 구현하는 구체적인 방법은 간단합니다. 열정을 가진 참여입니다. 사랑하는 한양인 여러분! 이제 우리 한양대학교는 한국사회에서 그야말로 책임 있는 자리에 서 있습니다. 올 한해 우리는 우리가 서있는 자리의 책임을 깊이 자각하고,‘책임 있는 대학, 책임지는 대학’을 만들기 위해 책임 있는 교육과 책임지는 행정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읍시다. 우리가 감당하여야 할 이 책임의 문제는 누구 한 사람 개인의 문제가 결코 아닙니다.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아름다운 것은 개성적인 개별 악기들이 각각의 소리를 내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데에 있듯이 우리 한양의 미래는 우리의 조화로운 공동 책임의식에서 출발하여야 한다는 인식으로 을유년을 아름답게 만들어 갑시다. 을유년, 어둠을 깨치는 새벽닭의 울음처럼, ‘책임 있는 대학, 책임지는 대학’한양의 힘찬 함성이 사회 곳곳의 어둠을 깨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라며 한양 가족 모두의 가정에 평안함과 따스한 사랑이 함께 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05년 1월 3일 한 양 대 학 교 총 장 김 종 량

2005-01 01

[리뷰][문화산책] `해피엔드` 기막힌 행복 마침표 찍기

크리스마스가 한해의 행복한 마무리가 되길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같다. 힘들고 고달팠던 열두 달 길고 긴 고난의 줄다리기도 크리스마스에서 마침표를 찍기를 바라기 마련이다. 사람들은 실제로 그렇지 못하더라도 마음 속 깊이 '해피엔드'를 꿈꾸며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것이다. 극단 한양 레퍼토리의 뮤지컬 '해피엔드'는 사람들의 그런 소망을 들어주는 뮤지컬이다. '해피엔드'식 결말을 통해서. 극 내에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주체는 갱단과 구세군이다. 갱단은 신을 믿지 않으며, 신의 존재를 알리려는 구세군을 비웃는 무신주의자들의 집합이다. 무신주의자라는 그럴싸한 표현보다는 여자, 돈, 명예 이외에는 관심 갖는 분야가 없는, 순도 100% 건달들이라는 설명이 적절할 듯하다. 반면, 구세군은 그들의 정 반대편에 서 있다. '아멘, 할렐루야'를 외침과 동시에 주먹 꼭 쥔 손을 일사분란하게 휘두르며 포교활동에 여념이 없는 사람들이다. 이러한 설정 상 구세군 사람들은 흡사 수도원 사람들처럼 묘사된다. 신을 믿지 않고, 오히려 조롱하는 사람들과, 수도원 사람들 이상으로 강력한 믿음으로 신을 따르는 사람들 사이에는 자연스레 갈등이 형성된다. 이 대립각이 무너지는 곳에 주인공 번개(서태화 분, 성악 90년 졸)와 주영원(윤희영 분, 연영 01년 졸)이 있다. 갱단에서 제일 잘생기고 능력도 좋지만, 반항기질이 심해 보스에게 낙인찍힌 번개. 그리고 구세군 내에서 최고의 포교 실력과 미모를 자랑하지만 한 순간의 실수로 쫓겨나는 주영원. 이 둘의 만남으로 갱단과 구세군의 대치는 무너져 내린다. 그러나 이 과정은 그다지 논리적이지도, 사실적이지도 않다. 또한 번개가 무엇 하나 빠지는 것 없지만 보스에게 찍힌 2인자라는 설정은 -사실 보스의 눈 밖에 난 것조차- 식상하기 그지없는 설정이다. '아차'하는 순간에 굴러 떨어지지만, 여전히 주님의 어린양 캐릭터를 고수하는 주영원 또한 식상한 것은 매한가지. 이 식상하기 그지없는 캐릭터들이 황당하기 이를 데 없는 이야기를 전개해 가는 것이, 역설적이게도 이 뮤지컬의 단점이자 매력이다. 캐릭터들은 식상하지만 지루하지는 않다. 한순간도 쉬지 않고 터져 나오는 웃음은 극단 한양레퍼토리의 연출력이 수준급 이상임을 보여주는 증거다. 마지막 순간에 폭발하는 반전 역시 사실적이지는 않되, 어색하지는 않다. 상상해 보컨대 '논리적인 전개과정이다'라고 불렸을 법한 반전 아닌 결론은 오히려 더 어색했을 것이다. '해피엔드'의 결말은 뿌듯하다. 사람들이 꿈꿨을 법한 이상향을 향해 달려가는 형국이다. 그토록 꿈꿨을 행복한 마침표 찍기에 '해피엔드'는 성공적으로 안착한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김성근 기획자의 말대로 이 작품은 "신나게 웃고 함께 즐기고 나서 툭툭 털고 일어서면 되는" 뮤지컬이다. 꿈꿨던 행복한 결말을 눈으로 확인하고 뿌듯해 하는데, 어려운 논리가 개입할 여지는 없다. 그러는 순간 이 연극은 이미 브레히트의 유령 같은 후광에서 벗어난 것이나 다름없다. 단연컨대 이 연극은 시작도 결말도 '해피엔드'다. 이 뮤지컬을 함께 즐기고 싶다면 대학로 한양레퍼토리 전용극장으로 달려가면 된다. 지난 12월 10일부터 시작한 이 뮤지컬은 2월 6일까지 공연을 계속할 예정이며 본교 학생에게는 50% 할인 혜택도 있다.

2005-01 01

[기획][아침을 여는 사람들] 안산캠퍼스 차량계

지난 4일 7시, 집을 나서는데 입김을 부니 몰려드는 찬 공기로 폐 속까지 쓰라렸다. 안산의 새벽공기는 서울의 그것과 비할 바가 못 될 정도로 차가웠다. 7시 40분에 첫 출근을 하는 셔틀버스 기사들을 만나러 가는 길은 첫 발부터 그렇게 어려웠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아직 스쿨버스 다닐 시간은 아니기 때문에 정처 없이 걷는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스쿨버스 기사를 출근길부터 따라다니며 취재하겠다고 나서는 길 아닌가. 다행히 셔틀버스 기사들을 이번 기획의 첫 출발로 삼자는 회의석상의 제안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학생들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도와주는 ‘아침을 여는 사람들’이라는 주제에 스쿨버스 기사 분들은 적격이었다. 안산의 아침을 여는 사람들 - 안산캠퍼스 차량계 셔틀콕(안산 셔틀버스 정류장) 옆에 있는 차랑계 사무실을 두드려 보았지만 인기척이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안절부절 못하고 서 있는데 박종공 씨가 나타나 맞아준다. 그는 그 날의 시동 걸기 당번이었다. 요즘처럼 새벽기온이 낮은 날은 출발 20분 전에 시동을 먼저 걸어둬야 한단다. 7시 50분에 첫 출발을 하는 버스들의 잠을 깨워주는 역할인 셈. 50분쯤 버스들이 출발하면 8시 정각에는 한대앞 역에서 첫 차 출발을 할 수 있다. 시동을 다 건 박 씨와 함께 주차장 뒤편에 있는 사무실로 이동했다. 이 두 평 남짓의 조립식 건물 안에서 기사들은 쉬는 시간에 몸을 녹인다. 아침 등교 시간이 지나고 여유가 생기면 다들 이리로 모여 장기, 바둑을 둔다는 설명이었다. 몇 일전에 연락을 미리 해두었지만, 다시 한 번 더 기획의도를 설명하고 첫 차를 타고 함께 다니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다들 “안 박사 오늘 인터뷰네”하며 우스개 소리를 했다. 오늘 첫차인 한대앞역 8시차는 안명석 씨의 버스였기 때문이다. 올해로 4년차가 되는 안 씨는 이곳 기사들 중에서도 비교적 근무경력이 긴 베테랑에 속한다. 그는 버스가 출발하자 “첫 차에 학생들은 별로 없다”고 운을 땟다. 학생들은 시간이 더 지나고 첫 수업시간 즈음이 되야 북적거리기 시작한다는 설명이다. 버스가 역에 도착하자 실제로 학생들은 5~6명밖에 없고, 대신 아주머니들 20분이 버스에 올라탔다. 대부분이 학교에서 청소나 식당일 하는 분들이었다. 아침을 여는 사람의 첫 업무 또 다른 아침을 여는 사람들을 모셔다 주는 일인 셈이다. 안 씨는 첫 손님들을 내려주자마자 쉴 틈 없이 다시 출발했다. 아침 등교시간인 오전 11시까지는 풀타임이라고 해서 쉬는 시간 없이 모든 기사들이 역과 학교를 왕복한다. 현재 학교가 보유하고 있는 버스는 총 26대. 이 중 분당, 수원 등 인근도시를 돌며 학생들을 실어 나르는 장거리 통학버스가 9대, 서울과 안산을 왕복하는 교직원용 버스가 6대다. 나머지 11대가 역과 학교를 왕복하고 있다. 이 11대 버스가 11시까지는 쳇바퀴 돌듯 왕복을 계속 반복하는 것이다. 그나마 이것도 방학인 최근의 운행상황이고, 학기 중에는 또 다르다. 학기 중에는 장거리, 단거리 구분 없이 26대가 모두 역에 투입된다. 대다수 학생들이 지하철을 이용해 등교하기 때문에 11대 가지고는 턱도 없기 때문이다. 안 기사는 “학기 중에는 역 정류장에 스쿨버스 여러 대가 일렬로 죽 늘어서기도 한다. 한양대학교 로고가 크게 박힌 버스가 일렬로 서서 학생들을 등교시키면 홍보효과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자부심을 나타냈다. “학생들 이것만은 알아줬으면 좋겠다” 오후가 되자 한가해진 기사들이 사무실로 속속 들어왔다. 들어온 기사들에게 학생들이 야속할 때가 없느냐고 슬쩍 떠보자 이런저런 이야기를 쏟아냈다. 들어온 지 이제 한 달 됐다는 기사 한 분은 “인터넷이 무섭다 무섭다 하는데, 요즘 학생들 인터넷에 글 올리는 것 보면 충분히 알겠다”며 이야기를 꺼냈다. 기사 분들은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게시판은 꾸준히 확인한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의 반응이 제각각인지라 모르면 곤란한 경우도 많이 생기기 때문이란다. “한 번은 학생들이 강의 시간에 늦었다고 사정해서 신호를 몇 번 무시하고 달린 적이 있었다. 그런데 뒤편에 앉은 학생들의 항의가 인터넷에 올라와 그 기사에게 행정처분이 내려진 적도 있었다”고. 가끔은 정류장 아닌 곳에서 내려주기도 하는 등 학생들의 편의를 몇 번 봐주면, 또 다른 학생들의 항의에 곤란한 때가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일절 예외는 없다”고 한다. 스쿨버스 기사들은 대개 다른 곳에서 버스 운전을 하다가 온 분들이 많다. 처음부터 이곳에서 운전대를 잡는 사람은 별로 없다. 기사들은 이 곳 일이 다른 운전보다는 조금 더 여유가 있다고 했다. 상업용 버스는 하루 종일 업무량이 같지만, 스쿨버스는 등하교 시간에만 일이 급작스레 몰리고, 그 외 시간은 기사들이 개인적으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휴가는 없다. 방학 기간 중 주말을 이용해 한 달에 4일 정도 쉬는 날이 있을 뿐 학기 중에 놀 수 있는 날은 없다. 아침에 함께 했던 안명석 씨는 “일 년에 기사들이 모두 다 모여서 놀 수 있는 날은 크리스마스와 설 날 딱 이틀이다”라고 말했다. 학교 스쿨버스는 예전에 비해서는 많이 줄었다. 안산캠퍼스 개교와 함께 생겨난 스쿨버스는 처음에는 총 48대로 출발했다. 당시에는 지하철이 개통되지 않았을 때라 단거리 버스들은 수인산업도로 입구까지 다녔다. 그러나 지하철이 놓이고 기숙사 완공에 이어 학교 앞에 하숙집을 운영하는 집들이 늘어나면서 스쿨버스는 절반수준으로 줄었다. 학교 내에 추가로 기숙사가 생겨나면 버스는 더 줄어들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다. 전영길 (총무관리처·총무관리계) 계장은 “아직 시내버스가 학교까지 들어올 수 없어 오히려 증편해야 할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오후 6시가 되자 하루 일과를 마친 기사들은 하나 둘 퇴근을 시작했다. 소주 한잔을 외치며 삼삼오오 몰려서 어디론가 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퇴근 전에 기사들이 반드시 해야 하는 일 중 하나는 버스를 청소하는 일이다. 하루 동안 학생들이 버스에 버려놓은 쓰레기들은 20리터짜리 쓰레기봉투 하나를 채울 정도다. 바닥에 떨어뜨린 담뱃재는 일일이 쓸어 담아야 하는 것들 중 하나다. 아침을 여는 사람들의 하루는 쓰레기와 함께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생들의 작은 실천이 좀 더 좋은 저녁을 만들 수 있는 셈이다. 아침을 여는 사람들의 좀 더 좋은 저녁을.

2004-08 01

[오피니언][세계 속 한양] 하늘과 땅이 만나는 곳, 티베트

천장탐사 다녀 온 사천연구회 양유진(국문대·문인 4)양 '대자연의 숨결 따라 티베트에 가다' 자연 -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처음 만난 티베트는 내게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이라는 구절을 떠올리게 했다. 공항에서 숙소까지 이동하는 동안 내 눈 앞에 펼쳐진 것은 푸른 고원과 초록색 강물, 이러한 풍경은 내가 티베트에 막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그리워하게 만들었다. 참 이상한 느낌이었다. 아마 며칠 후면 떠날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 곳의 공기까지도 소중하게 여겨졌던 것 같다. 한국에 돌아온 지금 가장 그리운 것은 티베트의 푸른 하늘, 그 푸름을 인간의 눈과 가슴으로 담아내기에는 한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지만, 그 빛에 반해버린 나는 아직도 추억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신앙 - 티베트인의 불교 일정은 고산병에 적응하기 위해 사원과 궁전을 산책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불상들을 보며 부처님과 달라이 라마에 대한 티베트인들의 무한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티베트인들은 출근 전, 절이나 사원에서 종교행위를 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합장한 손을 이마, 입술, 가슴에 댄 뒤 온 몸을 바닥에 대어 절을 하는 오체투지나 시계 방향으로 사원이나 성물을 돌며 기도하기도 한다. 이러한 풍경은 불교신자가 아닌 나에게도 경건함을 갖게 했다. 사회 - 뼛속까지 드러난 상처 라싸 시내에서 본 야크 조각상은 티베트가 중국정부 하에 있음을 암시하는 듯 했다. 도시가 점점 관광지로 변모하는 것을 반영하듯, 새로 지은 건물이 큰 도로를 중심으로 줄지어 있었지만, 번화가의 이면에는 관광객에게 손을 내미는 거리의 아이들이 있었다. 이들이 받은 돈은 어머니를 거쳐 아버지의 손에 들어간다. 이 돈은 술이 되고, 아이들은 다음날 다시 길거리로 내몰려진다. 내가 가지고 있는 측은함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음을 느꼈다. 응전 - 고산병과의 한 판 티베트에는 아직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산과 들이 많이 남아있다. 이러한 티베트의 자연을 느끼기 위해서는 남다른 노력이 필요하다. 하늘보다 바다와 가깝게 살았던 사람이 하늘과 가까워지기 위해서 거쳐야 하는 ‘고산병’이라는 통과의례를 거쳐야 하는 것. 이를 위해 도착 첫 날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종일을 쉬었다. 하루에 4리터의 물과 많은 양의 과일을 섭취하고 식사량도 늘렸다. 행여나 젊다고 건강을 자만하면 바로 고산병이라는 응징이 가해진다. 티베트, 그 곳은 여행마저도 마음을 다스릴 줄 아는 자에게만 허락되는 땅이었다. 회귀 - 다시 자연으로 고산병 적응에 성공한 우리는 해발 5천1백 미터에 있는 얌드록 호수에 갔다. 호수로 가는 길은 3분의 1이 비포장도로였다. 특히 도중 화장실이 없었던 까닭에 일행 모두는 초등학생 이후로는 경험해 보지 못한 노천 화장실을 이용하는 작은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이 지역 사람들을 보며 필요한 것을 구하기가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오랜 시간을 고원에서 적응해온 사람들에게 문명이란 반드시 필요한 무언 가가 아니었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표현할 때 곁에 있어도 그립다는 말로 표현한다. 하지만 이번 티베트 답사를 통해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감정이 비단 사람에게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백문이 불여일견, 이글을 읽는 모든 이들에게 티베트에 다녀와 볼 것을 추천한다. 내가 다녀온 곳들은 인간의 발길이 닿는 횟수가 늘어갈 수록 변해갈 것이다. 나 또한 조금이라도 더 변하기 전, 그 땅을 다시 한번 밟고, 그 하늘을 보고 싶다. 인간의 손길이 닿아 많은 것들이 변하더라도, 티베트의 그 파란 하늘만은 그대로이기를 소망해 본다. 끝으로, 이렇게 뜻 깊은 답사를 기획하신 조흥윤 교수님께 감사드린다. 사진: 나환수(국문대·문인과 석사 1기)군 anthrokhan@hanmail.net 동영상제공: 사천연구회 hynews@hanmail.net

2003-08 22

[오피니언]"관심 분야를 체험할 수 있다는 것, 선택 받은거죠"

작년 한 해, 나의 화두는 앞으로 무엇을 하고 살아갈 것인가 하는 '진로'에 대한 고민이었다. 일반 기업체에 취업해 직장 생활을 하는 진로도 생각해 보았지만 그보다는 전공을 살리는 방향으로 나의 미래를 설계하고 싶었다. 지난 4년 동안 열심히 공부했던 '정치외교학'이라는 분야와 관련된 일을 꼭 하고 싶었다. 많은 생각과 고민 끝에 국회를 떠올리게 됐고 마침 여성유권자연맹에서 매년 '국회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정보를 얻게 됐다. 드디어 지난 5월, 고대하던 인턴 모집 공고 소식이 들려 왔다. 망설임 없이 인턴 모집에 지원했던 나는 다행히도 합격 통보를 받고, 7월부터 국회 의원회관 장광근 의원실에서 인턴으로 일하게 됐다. 국회에서의 인턴 생활은 학교 생활에 비해 무척 고된 하루다. 출근은 9시 정각이며, 퇴근 시간은 딱히 정해져 있지 않다. 기본적으로 신문기사나 뉴스 검색에 많은 시간을 보내고 매일 아침, 회의를 통해 일정을 짜고 각자 맡을 일을 정한다. 하지만 워낙 돌발 상황이 많은 탓에 모든 일들이 계획대로 진행되는 경우는 드물다. 더군다나 의원이 TV나 라디오 토론에 출연하는 전날에는 거의 밤을 세우며 준비하는 경우도 있다. 요즘에는 오는 9월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에 대비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 장광근 의원의 경우 재정경제위원회 소속이기 때문에 재정, 경제와 관련된 정부기관의 국정 감사를 담당한다. 내가 하는 일은 주로 관련 주제에 따른 기사를 검색하여 정리하거나, 정리한 것을 보고하고 나름의 국정감사 요청자료 목록 작성 등을 준비하고 챙기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업무가 전부는 아니다. 팩스와 복사, 심지어는 커피 심부름까지 이런저런 사무실의 허드렛일이 늘 끊이지 않는다. 물론 이러한 일들을 하는 것이 귀찮고 싫을 때도 있다. 하지만 무슨 일을 하든지 받아들이기 나름이고,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로 임한다면, 이러한 잡다한 일들도 기분 좋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일이 다 그렇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다. 물론 버거운 일도 많고, 이런저런 실수도 많이 하면서 일을 하고 있지만 오히려 그것이 인턴의 특권이자 매력인 것 같다. 조금은 어리숙하게 사회에 첫발을 내딛었지만, 나의 부족함을 감싸주는 선배들이 있고, 그러한 가운데에서 내 스스로의 진로를 고민해보는 것 또한 쉽게 얻을 수 없는 소중한 기회다. 생각했던 것보다 힘든 점도 많았지만, 나는 이번 인턴 활동을 통해 커다란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막연히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만 할 뿐 어떠한 구체적인 노력도 하지 않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서 나도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된 것 같다. 항상 자신의 진로에 대해 머릿속으로 고민만 하지말고, 무슨 일이든 일단 부딪혀 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막상 부딪혀보면(물론 많이 깨지겠지만) 세상에 못할 일이 없다는 것이다. 좌절을 두려워하지 말고, 이곳저곳 관심 있는 곳의 정보를 놓치지 말고, 그냥 '저질러 버리는' 자세가 필요하다. 떨어질 것을 두려워 하지말고, 실패할 것을 근심하지 말고, 그냥 부딪혀 보는 거다. 다만 당장 눈앞의 이익만 보고 관심도 없는 분야의 일을 하기보다는 자신이 원하고 도전하고 싶은 분야를 찾아 인턴 활동을 해보는 것이 무척 중요할 것이다. 이번 인턴 활동을 통해 막연하게 생각해왔던 내 진로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었다. 또한 지금의 시간들은 앞으로 내 꿈을 이루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떠한 노력을 해야하는지 체험으로 터득하는 소중한 기회가 되고 있다. 보수도 없고, 주말도 없는 힘겨운 노동이지만 매일 즐거운 마음으로 출근하고 있다. 나의 눈은 오늘이 아니라 늘 내일과 미래를 응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3-08 15

[오피니언]해법은 역시 학연산이다-Lion King 한양국제 프론티어 선발팀

한양대 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를까? 이러한 질문을 한다면 아마도 십중팔구는 '한양공대'라고 답할 것이다. 이것은 공과대학으로 시작해서, 공대를 통해 명성을 쌓았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당연한 결과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세계 100대 대학을 목표로 하는 지금, 우리는 변해야 한다. 종합대학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모든 학과들이 고루 경쟁력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이런 고민 속에서 경제·경영학부 학생들로 짜여진 우리팀은 '경제·경영학부의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일까?'라는 의문을 갖게 되었고, '경영·경제학부 경쟁력 제고방안'을 연구 주제로 선정하게 됐다. 경제·경영학부는 국내 여타 경쟁 대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 발전이 느린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팀은 그러한 어려움을 타개하는 방법이 단순한 외형적 규모나 학생 수의 증가만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것보다는 실력이나 연구 성과로 승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주는 것이 장기적인 발전에 필요하다는 내부의 결론에 도달했던 것이다. 이런 목적을 가지고 외국 선진대학의 경영·경제관련 연구 시스템을 벤치마킹하고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지난 7월 30일, 로스엔젤리스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경영학의 키워드 '사례 연구 시스템' 우리는 다양한 연구 시스템 중에서도 사례연구 시스템에 초점을 맞췄다. 그 이유는 경영·경제학과의 특성상 기업과 대학 모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례연구가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로스엔젤리스에 도착한 다음날, 우리의 첫 번째 탐방 대학인 UCLA로 향했다. 개인적으로는 두 번째 방문이었지만 기억을 더듬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한참을 헤매다 도착한 UCLA는 로스엔젤리스 최고의 부촌이라는 비벌리힐스 옆에 위치하고 있었다. 푸른 여름에 만난 UCLA의 캠퍼스는 탐방목적을 잠시 잊게 할 만큼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아름다운 캠퍼스를 지나 경영대학인 안데르손 스쿨 앞에 선 우리 팀은 첫 인터뷰에 대한 긴장감을 떨칠 수 없었다. 학교의 이름을 걸고 온 만큼 실수 없이 잘해야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준비한 자료를 바탕으로 짠 질문들을 몇 번씩이나 꼼꼼히 검토하고 난 후에서야 우리는 첫 번째 인터뷰 상대를 만나기 위해 사무실로 향했다. 'CIBER'라고 쓰여진 사무실 앞에서 서로 마주보며 쉼 호흡을 한 뒤, 조심스럽게 노크를 하고 안으로 들어섰다. 그 곳에는 이메일을 통해서만 만났었던 로버트 박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UCLA 경영학의 씽크탱크 'CIBER' UCLA에서 운영하는 CIBER(Center for International Business & Research)는 국제경영에 대한 교육과 연구를 총괄하는 곳이다. 설명에 따르면 CIBER는 크게 세 가지 프로그램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학술 프로그램, 연구 프로그램 그리고 연계 프로그램이 바로 그 것. 학술 프로그램은 국제적인 경영인력 양성을 목적으로 한 것으로 기업 및 경제 현황에 대한 교육뿐 아니라 해당 지역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 필요한 언어교육까지 병행하는 포괄적인 프로그램이었다. 다음으로 연구 프로그램은 국제경영사례를 연구하기 위해 운영하는 프로그램으로 방대한 사례연구 자료를 축적하고 있으며, 매년 연구된 사례들을 지역 언론과 기업인들이 참가하는 세미나를 통해 발표함으로써 지역사회에 공헌하고 연구비를 지원 받는 창구 역할을 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연계 프로그램은 주로 LA지역이나 근교의 기업에서 위탁받은 학생 혹은 타 교육기관과 연계하여 연구 결과나 정보를 공유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이렇듯 다양한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가장 눈에 띈 특징은 모든 프로그램들이 지역사회에 소속된 다른 유관기관들 혹은 기업들과 연계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이것은 대학과 기업, 지역이 독자적으로 활동하는 우리 현실에서 상당히 주목해야 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인 연계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기업에서 정보나 연구비를 지원해 주지 않고, 이것은 다시 빈약한 연구결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우리의 현실에서 성공적인 학연산 모델 구축을 위해 우리가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는 어느 정도 자명해 보였다. 연계 통한 윈-윈 전략 구상해야 현재 미국의 26개 대학이 CIBER 제도를 도입, 운영 중에 있다. 각 대학 시스템은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대학간의 유기적인 연계를 이루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상호간에 간섭받지 않는 독립적인 연구를 수행하는 모습은 참으로 주목할 부분이었다. CIBER 시스템에 있어 무엇보다 빠뜨릴 수 없는 부분은 바로 정부의 역할이다. 대학만이 중심이 된 연구에는 일정 부분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특히 국제적인 경영 사례들에 대한 연구에 있어서는 기업의 내부 정보를 알아야 하기 때문에 대학과 기업간의 연계가 무엇보다 중요하게 간주된다. CIBER는 이러한 부분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역할을 보장하고 있었다. 사실 정부의 지원이라는 것은 그다지 대단한 것이 아니다. 학교에서 연구 자료를 요구할 때 기업이 자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와 정책을 입안하는 것과 그 제도가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관리하는 일, 그리고 연구비를 지원하는 것이다. 이러한 지원의 대가로 정부는 연구 결과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정책 입안에 활용하고 있었다. 특히 UCLA는 연구 결과가 현실적으로도 기업에 기여할 수 있도록 수시로 기업과의 세미나를 개최해 지역경제 및 국제경제 현황, 기업의 이슈들에 대한 연구결과를 공유하고 있었다. 이러한 노력은 시대적 수요에 적극적으로 조응하는 연구의 실용성을 담보하는 동시에 UCLA의 CIBER만이 지닌 경쟁력을 만들어 나가는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경영연구, 동시대적 수요에 부합해야 우리 팀은 미국 유수 대학의 선진 연구시스템 탐방을 통해 우리 대학의 연구 시스템을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을 찾고자 했다. 그런 의미에서 첫 탐방지인 UCLA에서 예상 밖의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고도 볼 수 있다. 우리 정부도 미국 정부와 마찬가지로 BK21 사업을 필두로 대학들의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그 결과를 활용하는 방법에 있어서는 UCLA와 국내 대학들과는 엄연히 차이가 있다. UCLA는 실질적인 연구를 통해 정부와 기업에게 활용 가치가 높은 연구결과를 생산하는 반면, 한국의 대학에서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기업이나 정부 혹은 대학 어느 한 주체만의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은 매우 분명해 보인다. 국내 대학들의 경영사례 연구에 있어서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협조 아래 기업과 지역사회와의 강한 연계가 필요한 것이다. 앞으로도 우리의 탐방은 워싱톤대, 컬럼비아대, 브라운대 등 다수의 대학들을 남겨놓고 있다. 세계 100대 대학으로 가는 노정에 필연적으로 마주하게 될 상대들이다. 선진 연구시스템 탐방을 끝내고 애지문을 들어설 때, 우리의 손에는 그들을 뛰어넘는 참신한 전략과 노하우가 남겨져 있기를 기원한다.

2003-08 15

[인포그래픽]"이론과 실무, 두마리 토끼 쫓느라 방학이 짧아요"

얼마 전, 모 신문사에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올 여름방학 동안 취업을 위해 준비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냐 하는 질문이었다. 다양한 대답이 나왔지만 가장 많은 응답 비율을 보인 것은 '인턴 활동'이었다. 방학 기간을 이용해 미리 자신이 희망하는 분야의 인턴으로 들어가 직접 실무를 경험해보는 것이 향후 실제 취업에 있어서도 중요한 요인이 된다는 인식이 폭넓게 공유되고 있었다. 분당에 위치한 KT 본사로 출근하는 지하철 안에서 이 기사를 보고서야 '아, 나는 참 운이 좋구나'하고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방학도 거의 절반이 지나간 7월 중순의 어느 날, 학교 취업센터 홈페이지에 올라온 'KT 인턴십 선발' 공고를 보게 됐다. 많은 모집 분야 가운데 '광고 모니터링 및 사내 방송 제작 지원'이라는 부분이 눈에 띄었다. 평소 광고와 방송 제작 분야에 관심이 있었던 나는 이번 기회를 통해 학교나 그 밖의 다른 곳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실무 지식과 경험을 쌓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지원하게 됐다. 예상했던 대로 무척 많은 지원자들이 몰렸고, 서류 전형과 실무진 최종 면접까지 거치고서야 비로소 'KT 인턴요원'으로 정식 선발될 수 있었다. 현재 KT에서 진행하고 있는 인턴십 프로그램의 정확한 명칭은 'KT 현장 체험 연수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노동부와 연계해 진행하는 것으로 KT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시행하고 있다. 지난 7월 21일부터 오는 8월 22일까지 약 5주간에 걸쳐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연수 체험을 진행하는 회사측과 체험에 참가하는 학생 모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회사측에서는 핵심 고객이자 젊은 사고를 가진 대학생들을 받아들임으로서 자신들이 파악하고 있지 못했던 문제점을 발견하거나 새롭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고, 더 나아가 대학생들에게 회사의 좋은 이미지를 심어 미래의 인재들을 적극 유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한편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학교에서 배운 이론과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실무를 직접 비교·체험해 봄으로서 자신에게 부족한 면을 찾고 이를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매력적이다. 한마디로 윈-윈 전략이라고 할까? 현재까지는 KT 회사측과 인턴 활동을 하고 있는 42명의 참가자들 모두에게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내가 인턴 사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부서는 KT 본사 홍보실 광고부이다. 홍보실, 그 중에서도 광고부는 KT의 이미지를 만들고 KT가 가지고 있는 많은 상품들을 적극 알리고, 판매하는데 총력을 기울이는 곳이다. 한 상품 혹은 기업 이미지를 고객들에게 알리기 위해 광고대행사와 계약을 맺고, 광고 제작의 전반적인 과정 및 실무를 관리하고 감독하는 일을 한다. 다시 말해 회사에서 요구하는 사항이 광고 제작시에 반영되도록 노력하고 동시에 광고대행사를 통해 도출된 신선한 아이디어가 광고에 적극 반영되도록 회사의 임원과 담당 부서를 설득하는 일 등을 한다. 그러다 보니 사무실에 앉아 있는 시간보다는 외부 활동을 하는 시간이 더 많고, 늘 사람들과 직접 부딪히고 의견을 나누어야 하는 무척 외향적인 곳이다. 이 곳에서 내가 하는 일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KT 광고 관련 모니터링 및 스크랩, 다른 하나는 KT 기업 광고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프로젝트 수행이다. 전자의 일은 TV나 신문 등 각종 매체에 나온 KT 관련 광고들을 살펴보고 이를 광고부 직원들과 함께 토의하고 의견을 나누어 보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내가 가진 나름의 아이디어를 제공하기도 하고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을 배우기도 한다. 한편 후자의 일은 5주간의 KT 인턴 과정 전반에 걸쳐 배우고 경험한 것을 토대로 특정 주제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KT 기업 광고를 담당하고 있는 직원들과 지속적인 의견 교환을 하고 각종 자료들을 살펴보면서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이를 완성된 형태의 결과물로 만들어 가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밖에도 광고 제작 및 광고 전략에 관한 각종 회의에 참석하고 직접 제작 현장을 견학해보는 등 하나의 광고가 제작되고 관리되는 전반적인 과정에 참여해 보는 역할도 하고 있다. KT 인턴 활동을 하면서 처음 2주간은 무척이나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다. 매일 아침, 1시간 30분이 넘는 출근 시간을 견디는 일도 힘들었지만, 그보다는 직장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일에 애를 먹어야 했다. 지난 십 수년간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만 지내온 나로서는 바쁘게 돌아가는 실무 현장이 무척 낯설기만 했다. 더군다나 그동안 학교에서 배운 짧은 지식으로는 전문적인 업무로 가득 채워진 실무를 따라갈 수가 없었다. 또한 '주변인' 혹은 '외부인'이라는 스스로의 인식 때문에 처음에는 적응이 쉽지 않았다. 이 회사의 정식 직원이 아니라는 생각, 신기하게 바라보는 타부서 직원들의 눈빛, 실무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들 때문에 의욕이 꺾이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이 부분도 내가 인턴 활동을 하면서 얻을 수 있는 하나의 교훈이라는 생각과 광고부 사람들의 친절한 배려 덕분에 쉽게 극복하고 지금은 다시 의욕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번 KT 인턴 활동을 하면서 참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물론 실무적인 경험을 쌓을 수 있고 광고라는 분야를 좀 더 구체적으로 접해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는 무슨 일을 하든지 어느 곳에 있던지 적극적이고 활달하게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맺는 일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잘 모른다고, 낯설다고 해서 조용히 있거나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무런 배움도, 경험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는 것이 없어도 적극적으로 자기 의견을 개진하고, 모르면 물어보고 또 스스로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한 단계 성숙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사람 만나기를 두려워하지 말고 먼저 다가서는 모습을 보이는 것. 이 모든 것이 결국은 가치 있고 능력 있는 나를 만들어 가는데 있어 중요하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모르면 배우면 된다. 문제는 자신이 그 배움의 과정을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 하는 것이다"라는 광고부 직원의 말처럼 말이다. 비록 다른 많은 활동을 포기하고 KT 인턴 활동을 하고 있지만 후회는 없다. 앞으로 내가 어떤 기업 혹은 다른 분야에 진출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이번 인턴 활동을 통해 얻는 경험들이 많은 도움과 힘을 줄 수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남들보다 한 발 앞서 새로운 삶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이를 통해 무언가를 배우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번 방학은 나에게 더없이 뜻깊은 시간이 되고 있다.

2003-08 08

[오피니언]'중독은 범죄 아닌 질병이다' 처벌을 넘어 재활로 가는 길

인간을 철저히 파괴하고 사회를 멍들게 하는 마약. 그 엄청난 영향력을 알기에 우리는 그동안 마약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이런 국가적 노력이 무색할 정도로, 최근 마약의 확산속도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과거 특정 계층에서만 암용되던 마약은 중저가의 '필로폰' 밀수가 이루어지면서 마약사범 1만 명의 기록을 세웠다. 더욱 큰 문제는 이것이 빙산의 일각이라는 사실이다. 검찰은 우리 사회에는 밝혀진 인원의 20배에서 40배에 달하는 약물 중독자가 있을 것이라 추정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마약정책은 일벌백계 차원에서만 진행되었다. 즉 냉혹한 처벌만이 사회적 선으로 받아 들여졌다. 2001년 마약 사범 구속자 중 단 2.8퍼센트만이 치료 혜택을 받았다는 사실은 어두운 우리사회의 모습을 반영한다. 처벌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다시 마약에 의존하지 않게 할 수 있는 치료와 재활이다. 마약사범 1만 명 시대, 그들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주기 위해 그리고 마약 수요 억제를 위해서 약물중독자에 대한 새로운 제도적 장치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거주 치료공동체 '데이탑'을 찾아서 탐방 일정의 첫날 도착한 J.F.K. 공항에는 이미 '데이탑(Daytop)' 직원들이 우리를 맞이하기 위해 나와 있었다. 데이탑은 약물중독자들의 거주 치료 공동체를 운영하는 단체다. 안내 직원을 따라 처음으로 방문한 곳은 뉴욕의 동쪽 외곽, 파락에웨이에 위치한 '엔트리앤리엔트리(Entry&Reentry)' 센터였다. 이곳은 치료를 받기 전 고객(데이탑에서는 약물 중독자들을 이렇게 부른다)이 자신에게 맞는 치료과정에 들어가기 전이나, 또는 이미 치료 과정을 모두 이수하였으나 아직 사회적으로 안정(직업이나 거주지 등)을 찾지 못하여 재발 위험성이 있는 사람들이 거주하는 곳이었다. 즉, 이들의 치료는 단순히 약물의 해독 차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자립 기반이 어느 정도 이루어질 때까지 책임지는 형태인 것이다. 사회적 인격체로 거듭날 때까지 센터에서는 치료의 손을 놓지 않고 있었다. 미국에는 약물재판이라는 제도가 있다. 이는 약물 문제로 인하여 경찰에 구속이 된 경우, 범죄자에게 감옥으로 갈 것인지 데이탑과 같은 치료 기관으로 갈지를 결정하게 하는 제도이다. 데이탑의 고객들은 이런 약물 사범 80퍼센트와 자의 혹은 가족들에 의해 이곳에 온 20퍼센트의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맨하탄에 위치한 데이탑 본부. 1962년 설립된 데이탑은 뉴욕에만 29개의 센터가 있었고, 그곳들은 모두 세계 곳곳에서 이 모델을 배우기 위한 행정 관계자들과 시민단체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도 레바논과 에콰도르에서 온 마약관련 담당자들이 있었다. 다음달에는 우리나라 보건복지부에서 견학을 온다는 담당자의 설명도 있었다. 담당자에 따르면, 미국 정부에서는 감옥을 운영하는 비용이 데이탑과 같은 치료 센터를 지원하는 비용보다 더 많이 드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약물재판과 같은 제도를 활용하고 있으며, 치료 효과를 볼 때도 단순한 처벌보다 재범률이 85퍼센트 이상 감소된다니 정부와 개인 모두에게 도움되는 일석이조라는 판단이 들었다. 약물 중독자의 사회화가 최우선 본부를 나와 데이탑의 대표적 치료센터인 메듀런으로 향했다. 메듀런은 실제 치료가 진행되고 있는 곳으로 우리는 그곳에서 고객들과 함께 하루동안 동일한 일과를 체험했다. 이곳은 전형적인 '치료공동체' 모델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치료공동체'는 환자들이 모여 경험이나 자신들이 깨달은 교훈들을 서로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이들은 하루 일과 중 대부분을 회의를 하는 것으로 보내고 있는데, 사람들은 감옥행을 대신해 이곳으로 온 것인 만큼 규율이 엄격했다. 거주자들 외에도 사회사업가, 심리학자, 직업치료사, 상담가, 회복된 중독자 등 다양한 범주의 훈련된 전문가들이 팀을 이뤄 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은 이들의 풍부한 사회적 토양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거주자들은 과정에 따라 일반 노동자에서 상급 노동자에 이르는 단계별 명칭이 주어지며 각 단계에 맞는 일이 주어진다. 상급자는 하급자의 어려움을 도와주고 관리하는 반장과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이곳에 구전되는 '공짜 도시락은 없다(No Free Lunch)'라는 철학에서 엿볼 수 있듯이 센터는 단순히 치료를 위해 거주하는 공간이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진 일과 업무들을 수행하는 과정을 통해 고객들을 사회화시키는 공간이었다. 여러 가지 프로그램 중 가장 눈에 띤 것은 '인카운터(Encounter)' 프로그램이었다. 이것은 서로에 대한 불만을 일주일에 2번씩 모여서 이야기하는 것으로 대상은 기관의 전 구성원(카운셀러, 심리학자, 사회복지사등 포함)이다. 나이를 불문하고, 서로에게 서운했던 감정을 다양한 방식(심지어 욕을 사용해도 무방하다)으로 토로하는 방식인 이 프로그램은 '정직'이라는 그들의 철학에 충실하기 위해 모든 감정들을 밖으로 표출하여 해소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고 했다. 중독은 '범죄' 아닌 '질병' 아침 일찍 숙소까지 우리를 데리러 나온 분은 미국 최고의 의과대학 존스 홉킨스대의 정신과 교수 킹 박사였다. 학교에 도착하여 캠퍼스 내 건물들을 소개받은 우리는 약물 치료제인 메사돈의 관리 시설과 세계적으로도 드문 원숭이 약물 실험실, 임신한 중독자 전문 치료시설, 재활 프로그램 등을 둘러보았다. 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메사돈 유지치료, 구두요법, 단계적 치료모델 등에 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약물을 갈망하는 환자들에게 메사돈 요법을 사용함으로 헤로인이나 코카인 등의 사용을 줄이고, 범죄율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메사돈은 헤로인과 같은 효과를 나타내지만 헤로인보다 훨씬 쉽게 해독되는 약물이다. 작용시간이 길어 중독자에게 일정량을 투입하고 정신적 치료를 함께 하는 과정에서 점차 약물의 용량을 줄여 가는 메사돈 요법은 우리나라 실정에도 상당히 유효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박사와의 인터뷰를 마쳤다. 다음으로 킹 박사가 소개해준 재활 프로그램은 기존의 프로그램과 획기적으로 다른 것이었다. 약물 음성인 환자에게 일거리를 주고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을 때 금전적 보상을 제공하는 한편 이를 통해 약물을 지속적으로 끊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었다. 이 연구는 우리에게 매우 신선한 충격이었는데 약물을 끊을 수 있는 동기 제공과 사회 적응을 위한 직업훈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비즈니스의 개념'을 도입한 재활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이다. 약물 연구의 메카 NIDA를 가다 하루하루 빡빡한 일정 속에서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존스 홉킨스 의과대학 바로 옆에 위치한 국립보건원 산하의 NIDA(National Institute on Drug Abuse). 이 곳 역시 원장인 베리 박사의 친절함으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첫 번째로 방문한 휴스티스 박사 연구실에서는 대마계에 속하는 약물과 이에 길항제 약물로 작용하는 'SR141716'에 대해 배웠고, 또 머리카락 테스트의 원리와 마약억제제의 신체적 효과 등에 대해서도 설명을 들었다. 이외에도 하루 종일 기관의 연구실들을 탐방하면서 다양한 연구원들로부터 각종 중독약물의 작용기전과 10대 니코틴 중독자의 그룹 상담치료 등에 관한 내용들을 소개받을 수 있었다. 다소 전문적인 내용이라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약물중독 치료 연구를 위해 실로 막대한 자금과 인원을 들이는 미국의 노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에겐 언제쯤이나 이런 토양이 마련될 수 있을지,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한국식 전문연구기관 설립 시급해 탐방을 진행하며 아쉬웠던 점은 모든 것이 미국적이라는 것. 어쩌면 이것은 탐방 전부터 예견되었던 부분이었다. 예를 들어 약물연구의 경우 미국에서 사용 빈도가 높은 헤로인이나 코카인 등의 연구는 매우 활발했지만, 우리나라에서 많이 사용하는 필로폰이나 MDMA와 같은 약물에 대한 연구는 미비했다. 이것은 우리 사회에 맞는 전문연구기관 설립이 필요하다는 하나의 증거가 될 것이다. 덧붙여 의료인과 사회복지사 등이 힘을 합해 한국인의 정서에 적합한 중독자 거주치료공동체(TC)를 설립해야 할 필요성을 다시금 절감할 수 있었던 탐방이었다. 마지막 탐방지를 위해 뉴욕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우리 팀은 '중독 없는 사회'가 되는 그 날까지 우리에게 남겨진 몫이 적지 않음을 느꼈다. 한양 글로벌 프론티어, 이름 만큼이나 젊은 의학도들의 어깨를 무겁게 만드는 탐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03-08 08

[오피니언]'현장의 인턴십, 꿈을 추진하는 엔진과도 같죠"

인턴 생활이 시작되면서 매일 5시 30분 기상, 7시 출근의 고된(?) 생활이 계속되고 있다. 학교를 다닐 때와는 사뭇 다른 규칙적인 생활이 생각보다 힘들고 낯설다. 철저한 자기관리 없이는 이러한 생활을 무사히 해나가는 일이 쉽지는 않겠다는 교훈을 매일 체감한다. 기말고사로 심신이 많이 지쳐있던 6월말. 우연히 학교 취업 센터를 통해 LG투자 증권에서 인턴 사원을 뽑는다는 공지를 보게 됐다. 순간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3년 간 증권 동아리인 스탁워즈 활동을 해오면서 나에게 증권회사는 취업 1순위를 차지하는 선망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전공을 살리는 것이 가능하고, 많은 기회와 도전이 주어지는 업종이라는 장점에다,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과 만날 수 있다는 점 역시 이번 기회를 그냥 넘길 수 없게 만들었다. 학교에서 진행된 면담, 서류전형, 실무진 면접 등 3단계 전형 절차를 거쳐 드디어 인턴 사원으로 선발이 됐다. 단, 인턴 사원으로 뽑혔다고 해서 모두 신입 사원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약 3주간의 인턴 연수 기간을 잘 보내고 임원진의 최종 면접에 합격해야 LG투자 증권의 신입 사원으로 입사를 할 수 있다. 때문에 인턴 연수 기간은 입사 시험의 일부분이 될 수 밖에 없고 때로는 많은 부담과 긴장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증권 회사라는 곳은 본인의 적성이 무척 중요하다. 막연히 증권 회사에 대한 동경에 입사했다가 자신의 적성과 맞지 않아 고생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렇기 때문에 3주간의 인턴 생활을 통해 증권 회사가 어떤 곳이며 과연 자신의 흥미와 적성에 맞는 곳인지를 깨닫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지금의 시간이 나에게는 무척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 증권 회사가 인턴 제도를 두는 이유도 그러한 범주 안에 있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현재 인턴 생활을 하고 있는 곳은 LG투자 증권 왕십리 지점이다. 이 곳에서 난 스스로 찾아서 일을 해야 한다. 물론 인턴 사원 실습 계획이 꾸려져 있지만 그보다는 오히려 스스로 더 많은 경험을 하도록 주문 받는다. 지점장부터 갓 입사한 사원까지 다양한 직위의 사람들과 직접 부딪히면서 증권 회사의 복잡 다양한 업무를 체험해보는 것이다. 이를 통해 그 동안 막연히 알아왔던 증권회사에 대한 인식과 현장에서 직접 느낀 것을 비교해 보게 되고 그 차이를 하나하나 깨달아 가는 것은 소중한 자산이 된다. 또한 막연히 이 일을 해봐야지 하는 것보다 실무를 직접 겪어보며 도전해보고 싶은 일을 찾았다는 것 역시 인턴 활동을 통해 얻는 가장 큰 소득 중 하나다. 인턴 사원에게는 과제들을 해결하는 기회가 주어진다. 나를 담당하고 있는 직원이 부여하거나, 내 스스로 기획한 과제들을 해결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LG증권 왕십리지점과 대우증권 성동지점의 비교분석, '각 증권 회사의 CF비교', '한양대 학생들과 LG투자 증권 왕십리 지점과의 연계 활동 및 지원 방안' 등이 내가 도전했던 과제들이다. 실질적이고 유익한 과제 수행은 인턴 생활을 좀 더 보람있고 즐거운 일로 만들어 주는 활력소가 됐다. 인턴 사원 모집에 응시하면서 한 가지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LG투자 증권 인턴에 대한 우리 학교 학생들의 무관심 때문이었다. 다른 학교의 경우, 캠퍼스에 배부되는 원서를 받기 위해서는 무려 5대 1 혹은 6대 1의 경쟁을 뚫어야만 했다. 하지만 우리 학교는 학생들의 무관심으로 배포를 위해 가져 온 원서의 상당량을 회사측이 다시 가져갔다는 후문이다. 보다 많은 학우들이 관심을 가지고 함께 인턴을 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많이 들었다. 내년에는 많은 후배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지원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하나가 됩시다! 프로가 됩시다! 최고가 됩시다! 매일 아침, 이 슬로건을 바라보며 다짐을 한다. 미래 최고의 증권맨을 향한 꿈은 멀지 않다고, 지금의 인턴 과정이 나의 꿈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도록 확실히 밀어주는 터보 엔진이 될 것이라고 말이다.

2003-08 08

[오피니언]이도흠 교수가 추천하는 한 권의 책 '일차원적 인간'

우리는 기계를 돌려 자동차를 만드는 한편 인터넷을 통해 안방에 앉아 루브르 박물관의 예술품을 감상한다. 우리는 지금 산업사회의 종착역에 서서 각자 탈것을 마련해 탈산업사회로 향하여 달려가고 있지만 누구도 이 역을 벗어난 사람은 없다. 새로운 사회, 정보화사회에서 인간은 어떤 위상에 놓일 것인가? 자유로운가, 억압되어 있는가? 더 풍요로운가 빈곤한가? 탈산업사회, 정보화사회에 대한 담론이 무성하지만 장밋빛 일색이다. 그러나 테크놀러지에 관한 기술이 대부분이고 인간과 사회에 관한 기술은 빈약하다. 탈산업사회를 좀더 자유롭고 행복하며 건전한 사회로 이끌지 않는다면 그것은 기술이 발전한 것 이상의 어떤 의미도 없을 것이다. 이 책은 고도 산업사회의 테크놀러지가 어떻게 인간의 억압과 소외를 심화하고 있는지, 이에 대한 대안은 무엇인가에 대해 예리하게 해부한 사회철학서이다. 이것이 바로 케케묵은 낡은 책을 오늘 다시 권하는 이유다. 정우성이 나오는 삼성카드 광고를 보면서 광고 기획자의 의도대로 연봉 1억이 넘고 한 달에 3, 4백만 원을 사랑하는 이를 위하여 기꺼이 소비할 수 있는 사람만이 삼성카드를 쓴다면 문제는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연봉 2천만 원도 되지 않는 선한 샐러리맨이 이 광고의 이미지에 취하여 소비를 하다가 파산하여 결국 막다른 길에 몰려 범죄를 저지른다면,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실상은 가난한 노동자인데 자신을 그 광고 속의 정우성과 같은 이로 착각하여 카드를 마구 사용하며 일상의 행복에 탐닉하며 사회나 정치에 대한 관심을 잃어버린다면 그 사회는 과연 건전한 사회인가? 노동자가 주말에 고용주와 같이 흔들의자에 앉아 캔맥주를 마시며 월드시리즈 야구중계를 보고 있다면 그는 그 순간 자신을 중산층으로 동일화한다. 실제의 경제적 조건은 노동자이지만 중산층의 소비문화에 가담하면서 그는 자신을 중산층으로 착각한다. 그는 자신을 중산층으로 보기에 사회변화를 바라지 않는다. 그것은 자신이 획득하고 있는 부의 박탈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고도 산업사회는 여러 가지 기제를 통하여 대중들이 기존체제에 대하여 반역할 힘을 거세하였다. 이렇게 반역을 향한 동경을 거세당한 채 소외와 억압의 늪에서 헤매고 있으면서도 '사이비 행복'에 젖어 자신의 삶을 변화시킬 꿈조차 꾸지 못하고 있는 것이 바로 현대인, 일차원적 인간의 초상이다. 그러기에 마르쿠제는 이런 상황에서 인간이 다시 해방되기 위해서는 아직 덜 길들여져 에로스의 동력을 갖고 있는 학생과 국외자들이 사회변혁의 횃불을 들고 일어나야 한다고 외쳤다. 이 소리는 서구 대학생들의 가슴을 울려 독일에서, 프랑스에서, 미국에서, 일본에서 스튜던트 파워의 물결이 서구 탈산업사회 체제를 강타하였고 이것은 아직도 미진(微震)을 계속하고 있다. 그들의 외침은 결국 꿈으로 끝났고 물론 마르쿠제가 잘못 인식한 부분도 없지 않다. 위성통신과 개인컴퓨터의 보급 등 탈산업사회는 혁신적으로 달라졌기에 마르쿠제의 논의는 분명 수정을 요한다. 그러나 산업사회, 탈산업사회를 비판하는 도구로 마르쿠제의 이 책만큼 예리한 비평서는 없으며 그의 비판에 공소시효란 있을 수 없다.

2003-08 01

[오피니언]"환경과 교통,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라"

학교에서 올해 처음으로 시행한 한양 프론티어 프로그램에 우리는 당시 사회적으로 화두가 되고 있던 '청계천 복원 사업'을 아이템으로 선정했다. 교통공학을 공부하고 있는 우리들이었기에 이미 관심을 가져왔던 사업이었고, 이에 대한 해외 유사 프로젝트인 보스톤의 'Big Dig'사업을 탐방하는 것은 '청계천 복원'을 비판적으로 살피는데 최적의 조건이라고 판단했다. 7월 1일부터 시작된 청계천 복원 사업은 대기환경 개선, 경제적 파급효과, 역사적 상징성 등 많은 긍정적인 부분들이 부각되었고, 사회적으로도 이 같은 이점들을 공인 받는 분위기에 있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도시의 환경을 친환경적으로 개선한다는 상징성은 크다고 할 것이다. 이에 우리 팀은 'Big Dig'사업과 보스턴의 교통정책체계를 살펴봄으로써 '청계천 복원 사업'의 문제점과 앞으로의 방향을 모색코자 했다. 청계천 복원, 'Big Dig'에서 해법 찾는다 보스턴은 미국에서도 오랜 역사를 지닌 도시 중 하나로 도시의 발달과 함께 도로망이 일찍부터 건설되어 그 구조가 상당히 복잡한 곳이다. 시민들은 삶의 질 향상과 함께, 환경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고 그러한 사회적 공감대의 결과물로써 'Big Dig'라는, 말 그대로 엄청난 '땅 파기' 사업이 시작된 것이다. 간단하게 말해 이 사업은 기존의 얽힌 지상의 차도를 모두 지하로 내리고 지상을 공원화하는 사업이다. 이미 20년이 넘도록 계속되고 있는 이 사업은 현재 75퍼센트 정도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ig Dig'사업은 그 취지에서나,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극복해왔다는 점에서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청계천 복원 사업이 본받을 좋은 선례임이 분명하다. 우리의 탐방 초점은 팀 명에서 알 수 있듯 Neo, 즉 신(新) 교통인으로서 두 가지 문제를 염두에 두고 시작했다. 첫 번째로는 사업 시행에 대한 시민들과의 마찰을 어떻게 해결해 나갔는가 하는 것이고 두 번째로는 교통공학적 측면에서 기술적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가에 대한 문제의식이었다. 청계천 복원 사업이 발표되면서 불거진 청계천 인근 상인들의 생존권 문제와 서울시내 약 6킬로미터를 관통하는 도로의 부재로 인한 교통혼잡 문제 등은 앞으로 진행될 지상녹화 사업의 난제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팀은 MIT에서 보스턴의 교통체계를 연구하고 있는 아키바 교수와 연구원 토머씨를 만났다. 그들은 교통관련 프로그램을 통해 보스턴의 교통 상황을 시뮬레이션화 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토머씨는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Big Dig'사업에 따른 교통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접근, 해결해 왔는가를 보여줬다. 사전에 정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뮬레이션을 통해 문제를 예측할 수 있었고, 도출된 문제점들을 다양한 정책적 방법을 통해 접근했기에 20여 년의 공사기간 동안 사건이라고 할만한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청계천 복원 사업 역시 사전 시뮬레이션을 통해 도로 우회 등 문제 해결 계획이 수립되었다. 그러나 한 가지 다른 점이라면 청계천변 고가도로는 한날 한시에 통제가 되고 철거작업이 시작되었지만 그들은 차로의 수를 하나씩 줄여 나가는 방식으로 진행했다는 점이다. 인근 지역 및 도로와의 접근성 등을 배려, 교통 장애가 발생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진행했다는 것이다. 물론 전체적인 여건이 같을 수 없기에 방법 또한 다를 것이라 생각됐지만,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청계천변 고가도로의 부분적인 철거와 청계천의 부분적인 복원을 병행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면, 청계천 변에 위치한 수많은 상인들이 한순간에 일터를 빼앗기지는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후약방문' 보스턴에서 만난 대구 지하철 관계자 이후 우리 팀은 도로 관리 시스템을 알아보기 위해, 보스턴 'Big Dig'의 중추인 테드 윌리엄스 부근의 터널관리센터를 방문했다. 이곳은 'Big Dig'사업으로 개발된 지하도로의 총괄적인 운영을 맡고 있는 곳으로 혼잡과 사고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었다. 구간마다 설치된 CCTV와 매설형 디텍터는 한 사람이 모든 구간을 검색할 수 있고 상황을 정확하게 확인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고, 관리자는 통제실에서 CCTV의 미세한 조정까지도 가능한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었다. 관계자의 설명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사고 발생 시 다른 관계부처(소방, 경찰, 정부기관 등)와의 유기적인 연락을 통해 최대 2분 이내에 사고를 처리할 수 있도록 대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불연 듯 떠오르는 사건은 얼마 전 터널 내에서 발생한 버스 전복 화재사고와 대구지하철 참사였다. 우리나라도 이런 시스템을 갖춘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막연한 동경심이 들었고, 그것을 우리가 앞으로 해야한다는 책임감도 생겼다. 담당자의 프리젠테이션이 끝날 즈음 마침 그곳을 방문하고 있는 대구 지하철 관계자들을 우연찮게 목격했다. 우리는 이제야 이곳을 방문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사후약방문'이라는 말을 떠올리며 씁쓸하게 돌아섰다. 쾌적한 '도시의 동맥'을 꿈꾸며 우리 팀은 보스턴에 머무르고 계시는 김익기 교수님의 소개로 교통관리청을 방문할 수 있었다. 정부기관인지라 학생신분으로는 방문하기 어려운 곳이었고, 9·11 테러 이후 보안이 더욱더 철저해져 애초에는 기대하지 않았던 곳이었다. 어렵게 찾아간 그곳은 우리에게 많은 정보를 제공했고, 그 중 현장 실무자들로부터 직접들은 미국의 전반적인 교통체계 시스템에 대한 설명은 큰 수확이었다. 그들의 설명에 따르면 'Big Dig'사업 역시 연방차원에서 추진한 기획으로 미국의 교통정책이 기술적인 문제 뿐 아니라 환경친화성에 대한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사업이었다. 차를 위한 교통정책이 아니라 사람이 안락하게 살기 위한 교통정책과 환경을 만드는 것, 이것이 우리가 앞으로 추구해야 될 교통정책의 방향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계기였다. 우리도 이제는 무작정 앞만 보고 달려갈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느 유행가 가사처럼 지금 이 세상은 우리가 후손에게서 잠시 빌려쓰고 있는 곳이라면 환경에 대한 고려를 배제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행동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청계천 복원 '첫술에 배부르랴' 많은 국민들, 특히 서울 시민들은 청계천 복원 사업 취지에 대해 상당히 좋은 반응을 보인다. 답답한 도시 내에서 푸른 자연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시민 누구인들 반갑지 않겠는가. 하지만 목적이 좋다고 해서 어떤 방법이든지 좋다는 식의 사업추진은 안될 것이다. 현재 청계천 복원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서 제기되고 있는 인근 상인들의 생존권 문제나 교통 혼잡 문제는 분명 별도의 해결책을 강구해 나가야 할 문제다. 청계천 복원 공사는 중장기적인 교통정책의 관점에서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환경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선진국들의 교통정책을 본다면 우리의 변화 역시 불가피하다. 청계천을 필두로 앞으로 얼마나 많은 복원공사들이 진행될지 알 수 없다. 이러한 시점에서 청계천 복원 사업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냉철한 판단이 절실히 요구된다. 우리의 문제가 무엇인지, 우리는 어떻게 사업을 해나가며 문제를 풀어나갈 것인지에 대한 종합적인 계획이 세워지지 않는다면 청계천 사업의 문제점은 반복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옛말처럼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하지만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매번 '첫술만 뜨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 또한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03-08 01

[오피니언]"공모전의 진정한 성과는 결과보다 과정에 있어요"

2주전, 같은 과 선배로부터 광고 공모전 준비를 함께 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받았다. 공모전에 대한 생각이 별로 없었던 데다 나름의 계획도 있던 난, 처음에는 선배의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우연의 일치일까? 방학 시작과 함께 세웠던 계획들이 약간씩 틀어지면서 다소 무계획적으로 시간이 흘러갔다. 결국 남은 방학을 잘 마무리하자는 생각에서, 졸업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번 더 도전해 수상해보자는 고집에서 공모전 준비에 뛰어들기로 했다. 이번 공모전을 함께 하는 사람들은 98학번인 나를 포함해서 00학번 두 명과 02학번 한 명, 이렇게 4명이다. 우리는 MBC애드컴과 LG애드(이상 광고대행사)에서 주최하는 대학생 광고대상 그리고 '러브 米' 쌀 소비촉진 캠페인 등 총 3개를 준비 중이다. TV 스토리 보드와 인쇄 광고를 중심으로 한 MBC애드컴 과제 중에서는 2-3개 정도, LG애드 과제에서는 5-6개 정도를 작품 주제로 정했다. 공교롭게도 올해는 세 곳 모두 마감 날짜가 같아서 동시에 세 가지를 준비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본격적인 공모전 준비에 들어간 것은 2주전. 처음 열흘 간은 온·오프라인 회의를 통해 아이디어 발굴과 '브레인스토밍' 과정을 진행했다. 마감을 1주일 정도 남긴 현재, 각 작품들의 대략적인 초안이 나온 상태다. 이제 남은 기간 동안은 인쇄 광고에 필요한 사진 촬영과 스토리 보드 제작을 할 예정이다. 공모전 준비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한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여러 명이 함께 하는 경우, 언제나 부딪히게 되는 문제는 구성원 각자의 '다양성' 문제이다. 살고 있는 지역, 생활 패턴, 역할 분담(그림 그리기, PC작업 등), 아르바이트나 학원 시간 등의 차이로 인해 4명이 함께 모일 수 있는 시간과 장소를 정하는 게 만만치 않다. 그래서 초기에는 메신저를 이용한 온라인 회의를 위주로 하다가 요즘은 각자의 집에서 중간 지점 정도 되는 장소를 정해서 모임을 갖고 있다. 작품 제작 과정에 있어서도 어려움이 따른다. 반드시 인쇄 광고로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데 사진 촬영이 어렵다거나 촬영 대상을 구할 수 없는 경우, 스토리 보드의 한 장면에 대해 구성원 각자의 견해차가 큰 경우가 그렇다. 스토리 보드 같은 경우에는 의견 조율 등을 통해 점차 수정해 나가는 것이 가능하지만, 인쇄 광고 부분은 많은 제약 때문에 제작에 어려움을 겪는다. 내 손으로 광고 작품을 만들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광고 공모전 도전은 큰 의미를 갖는다. 주어진 과제에 대해 나름대로 분석해 보고, 컨셉을 도출해 내는 과정은 어렵지만 큰 보람을 준다. 전략을 세워 그 전략에 맞는 설득적 메시지를 이미지와 카피로 승화시켜 한 장의 인쇄 광고로, 혹은 몇 컷의 스토리보드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그 자체로 희열을 느끼게까지 한다. 또한 공모전 준비는 한 개인보다는 팀 구성원 모두가 함께 노력하는 과정이 필요한 작업이라는 점에서도 큰 매력이 있다. 서로의 의견을 조율해가며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통해 '공동 작업'의 지혜를 배우는 것은 강의실에서는 쉽게 얻을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다. 광고대행사에서 주최하는 공모전의 경우, 입상을 하는 사람에게 자사 입사 지원시 특혜를 주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방학을 이용해 학교 수업을 통해 배우고 익힌 이론들을 내 손으로 직접 실습해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의견을 주고 받으며 하나의 결과물을 도출해 내는 과정 자체가 광고 공모전을 통해 얻는 가장 큰 자산이 아닌가 싶다. 무더운 여름, '창조'를 향한 도전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