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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1/15 기획 > 기획 > 매거진

제목

<테마진단 2> 학습문화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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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yang.ac.kr/surl/dFZC

내용

 "학문적 순수와 사회적 실용 함께 찾아야"

 도구적 학문, 전공학회 쇠퇴 우려 속

 커뮤니티 등 새로운 학습문화 창출 바람직

 

 한 대학의 학습문화를 설명하기란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대학이란 조직 자체가 지니는 자율성과 다양성 그리고 각 전공들의 특수성이 종합적으로 어우러진 것이 바로 학습문화이기 때문이다. 공인된 교육과정과 교수진을 비롯하여 다양한 학습지원시설과 학문적 전통이 대학의 학습문화를 좌우하는 대내 요인들이라면, 시대적 흐름과 지식인에 대한 사회적 요구, 학생 개개인이 품고 있는 다양한 전망과 가치 등은 대외 혹은 비제도적인 요소들이다.

 

 따라서 학습문화에 대해 '좋다', '나쁘다'식의 이분법적 진단이나 수치적인 검증을 바라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이다. 그러나 이처럼 모호하고 복합적인 학습문화에도 그 궁극적인 지향과 방향은 분명히 존재한다. 상아탑의 존재 이유인 '진리 탐구'와 '인재 양성' 그리고 '지식 혹은 지식인을 통한 사회기여'라는 세 가지의 목표를 조화롭게 추구해야 한다는 것. 인터넷 한양이 기획한 캠퍼스 테마진단 그 두 번째는 바로 이러한 상아탑의 가치를 염두에 두고 우리의 학습문화, 그 일면을 조심스럽게 살펴보았다.

 

 '진리 탐구' VS '사회 진출'

 

글 싣는 순서
① 학습지원시설 활용하기
② 한양인의 학습문화
③ 관객 없는 캠퍼스 공연
④ 음주문화 이대로 좋은가
⑤ 캠퍼스 소통문화 진단

 

 그렇다면 현재 한양의 학습문화는 어떨까? 먼저, 한양의 학습문화 중심지라 할 수 있는 백남학술정보관을 살펴보자. 백남학술정보관은 국내 최고, 최대의 대학도서관이란 명성에 걸맞게 뜨거운 학습 열기로 항상 후끈하다. 진지한 표정으로 열람실과 자료실을 가득 메우고 있는 많은 한양인들의 모습 속에서, 한양의 밝은 미래를 그려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강의실에서도 한양의 학습 열기는 쉽게 느껴진다. 많은 교수들은 강의에 결석하는 학생들의 수가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고, 과제물이나 보고서의 질과 양도 매년 좋아지고 있다고 말한다. 반면에 학생들은 과제물, 퀴즈, 시험 등이 해를 거듭할수록 까다로워지고 있으며, 점수를 받기도 어려워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재원(사회대·신방3) 군은 "매년 눈에 띄게 학생들의 학업량이 늘고 있고, 학업 평가도 엄격해진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심지어는 방과 후의 빈 강의실에서도 한양의 학습 열기는 식을 줄을 모른다. 방과 후나 주말에도 빈 강의실에 둘러앉아 스터디나 토론을 진행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이제 낯선 풍경이 아니다. 오히려 요즘은 빈 강의실을 차지하는 것도 치열한 경쟁을 거쳐야만 한다. 방과 후 사용 가능한 강의실이 다소 부족한 일부 단과대학에서는 빈 강의실을 예약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이처럼 뜨거운 학습 열기에도 불구하고 일부 교수들과 학생들은 그 내용적인 면에서는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점들이 있다고 지적한다. 백남학술정보관을 가득 메운 한양인들의 상당수는 사실 '진리 탐구'가 아닌 취업이나 고시 혹은 자격증 취득 등을 목표로 한 특정 목적의 학습에 매진하는 모습이다. 열람실과 자료실 책상에 가득한 영어 시험용 교재, 법전과 고시 문제집, 특정 자격증 취득시험을 위한 문헌 등이 이를 잘 설명해 준다. 또한 스터디들도 대부분은 순수학문을 위한 것이 아닌, 취업과 고시를 위한 것들인 경우가 많다. 한 마디로 상아탑 본연의 가치인 '진리 탐구'를 위한 순수학문은 시대적 동향이나, 학생 개개인의 요구에 따라 점점 그 입지를 잃고 있는 현실이다.

 

 사법고시를 준비중인 법대 한 학생은 "고시나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은 건 어느 대학이나 마찬가지이고, 나쁘다고 할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우리 학교라도 좀더 아카데믹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 학교 차원에서 노력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민(인문대·국문) 교수는 "대학이 지나치게 기능적, 도구적인 풍토로 변해 가는 것을 그냥 놓아두어서는 안 된다."며 "학교가 앞장서서 아카데미즘을 조성할 수 있는 적절한 조치들을 시행해야 한다."고 학문의 순수한 취지가 훼손되는 것을 우려했다.

 

 전공학회 쇠퇴, 대안은 없는가?

 

   
 

 과거 단과대학 혹은 학과 단위로 결성되어 선후배간의 돈독한 학문적 전통을 계승하던 전공 학회들의 모습에서도 좁아진 순수학문의 입지는 확연히 드러난다. 수 년전 IMF로 인한 대규모 취업난으로 인해 저학년 때부터 사회 진출을 심각하게 고민하는 분위기가 팽배해진 것도 전공학회의 쇠퇴에 영향을 주었다는 평가다. 이러한 풍토는 지식인으로서 갖춰야할 폭넓은 교양과 기본적인 지식을 습득해야할 입학 초기의 학습자세를 일찌감치 굴절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상기의 이유로 대부분의 단대, 학과 소속의 전공학회가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특히 사회 진출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순수학문 관련 전공학회들은 더욱 큰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그 중 상당수의 학회는 매년 신입생 선발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일부는 사실상 폐지되다시피 한 실정이다. 이주엽(인문대·국문3) 양은 "저학년 때부터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것에 신경을 쓰는 추세"라며 "특히 인문대는 순수 학문적 성격이 강해 전공 공부나 전공 관련 학회활동이 더욱 위축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주일(사회대·정외3) 군도 "예전에 사회대는 사회과학연구 학회들이 굉장히 활발히 운영됐는데, 요즘은 계속 약해지다 못해 학회원 충원에도 어려움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응용학문 쪽의 전공 학회들이 아무런 어려움 없이 운영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전반적인 운영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순수학문 쪽의 전공 학회들보다 수월한 편이지만, 이들 역시 대부분 참여율 저조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 경영대 학생회장인 이윤재(경영대·경영학부4) 군은 "경영대의 경우 실용적인 성격의 전공 학회들이 많은 편이지만, 전반적인 참여율은 예전에 비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정훈(공대·전전컴2) 군은 "전공과 관련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쪽 학회들이 학과 내에서 나름대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이 마저도 극히 일부 학생만이 참여하는 상황"이라 말하며 참여율이 급격히 저하된 전공 학회들의 전망을 우려했다.

 

 위축된 학회 활동에 대해 많은 교수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인문대 통합 학부장인 오수경(인문대·중문) 교수는 "실용적인 것과 취업의 어려움을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가 학생들의 학회 참여, 특히 순수 학문적인 학회에 대한 참여를 힘들게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오 교수는 "학회활동은 폭넓은 교양과 지식을 쌓을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라는 것을 강조하며, "단순히 눈앞의 현실에 갇히지 말고 좀더 크게 생각하면 학회활동도 사회 생활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인식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경금대 손정식(경금대·경제학부) 교수는 "요즘 학생들은 개인적인 성향이 강해 학회 활동에 적극적이지 못한 것 같다. 학회활동 등을 통해 공동 학습의 문화와 자세를 경험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새로운 학습공동체, '온라인 커뮤니티'

 

   
 

 고시와 취업에 중심이 맞추어진 공부, 그리고 학생들의 무관심으로 흔들리고 있는 학회들. 이러한 현실 속에서도 다양한 대안과 창조적인 모델은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학회들 중에서도 현실적인 요구와 학문적인 요구에 조화롭게 대처하며 나름의 정체성을 확보하고 잘 운영되고 있는 학회가 있으며, 온라인을 통한 새로운 학습 경향도 디지털 시대의 학습문화를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경영대 내 전공학회로 출발한 사례연구 동아리인 HESA는 학생들의 현실적 목표와 학술적 특성을 조화롭게 반영한 좋은 예이다. HESA는 작년에 단대 동아리로 승격했는데, 많은 학생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매년 여러 사례연구 대회에 참여해 꾸준히 입상하고 있다. HESA의 회장인 정진호(경영대·경영학부2) 군은 "학생들의 관심을 많이 끌 수 있는 분야란 점도 중요하지만, 꾸준히 목표(대회참여)를 설정하고, 학술적 성격을 분명히 한 것이 성공적인 운영의 비결인 것 같다."고 밝혔다. 정 군은 "개인적으로 단순한 학술적 스터디만으로는 학회 운영이 조금 어려운 것 같다."며 "학회 구성원간의 공통된 목표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온라인 인프라의 발달에 힘입어 캠퍼스 학습에도 새로운 학습양식이 등장하고 있다. 이른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한 학습이다. 일부 전통적인 전공학회들이 다소 위축된 활동을 보이는 반면 커뮤니티를 이용한 새로운 학습공동체의 등장은 이러한 '공동학습'의 공백을 새롭게 채워주고 있다. 본교 홈페이지가 제공하는 '사이버 커뮤니티'는 물론, 기타 상업사이트의 수많은 '사이버 카페'와 '커뮤니티'를 통해 이제 학생들은 학문을 위한 새로운 소통을 전개하고 있다. 정규 수업을 위한 커뮤니티는 물론, 보고서 작성을 위한 팀별 모임에서부터 동일한 학문적 주제에 관심을 가진 학생들의 자유로운 커뮤니티에 이르기까지 학생들은 온라인을 통해 자유롭게 자료를 주고받으며 학문적 소통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정규 수업을 위해 개설된 각종 커뮤니티는 교수-학생간, 학생-학생간의 상호소통성을 대폭 확대시켜 그야말로 21세기적 학습문화를 대표하는 새로운 흐름으로 주목받고 있다. 언론정보대 정보사회학과의 '사회조사실습' 과목은 강의 커뮤니티로서 가장 성공적인 케이스라 평가받는 사례. 학생들은 커뮤니티를 통해 매주 과제물을 제출하고 담당 교수는 역시 온라인으로 평가 결과를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토론방과 자료방 등을 개설하여 수업에 관련된 기초자료 혹은 심화자료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교수와 학생간 자유로운 의사 개진을 보장하여 학생들의 적극적인 수업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본 수업을 수강 중인 이상훈(언정대·정보사회3) 군은 "커뮤니티로 인해 교수님과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고, 다양한 학습 자료와 토론 기회도 얻을 수 있어 좋다."며 "수강 중인 다른 과목에서도 이런 학습 방식이 빨리 대중화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진리 탐구'라는 상아탑의 소명과 동시대적 사회의 요구 그리고 각 개인의 전망과 욕구를 충족시킬 학문의 전당으로서 대학은 매우 복합적인 위상과 방향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이러한 거시적 방향 아래 캠퍼스를 주도할 새로운 학문적 양식은 분명 대학과 사회 그리고 개인 모두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학문 본연의 가치를 소중히 하면서도 시대적 흐름과 개인적 요구를 존중하는 새로운 학습문화 창출을 위해 모두의 지혜가 필요한 때다.

 

기획취재팀 weeklyhanyang@ihanyang.ac.kr
사진 : 이재룡 학생기자 ikikata@i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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