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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01 기획 > 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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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대] 정민 교수, 우리가 독서를 해야하는 이유

책과 독서에 관한 심도 이야기를 나누다

한양커뮤니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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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yang.ac.kr/surl/BK3IB

내용

독서의 이유

독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삶의 통찰력을 키우는 가장 좋은 밑거름이었다. 그리고 인터넷과 AI로 대변되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그러하다.
‘독서의 힘으로 현실을 꿰뚫다!’를 연간 테마로, 책과 독서에 관한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한다. 그 첫 번째는 우리가 독서를 해야 하는 이유다.

내 마음속의 태평성대

정보는 홍수처럼 밀려들고, 잠깐만 한눈을 팔아도 대열에서 낙오해 엉뚱한데 와 있을 것만 같다. 나날은 방향 없이 등 떠밀려 떠내려간다. 여기가 어딘지, 어디로 가는지, 왜 가는지는 알 수 없고 알고 싶지도 않다. 나날은 점점 더 불안해지고, 일상은 아슬아슬한 곡예다. 바빠도 정신줄까지 놓으면 안 되는데, 마음에 중심이 사라지자, 몸의 종이 되어 허둥지둥 허겁지겁의 연속이다. 바빠 죽겠는데 바쁜 이유를 모르겠다. 늘 불안을 달고 산다. 답은 책 속에 다 들어 있건만, 책을 멀리하고, 생각을 거부하면서 생긴 폐해다.

고려 때 이곡(李穀, 1298~1351)이 지은 「남을 대신하여 중시 사예에게 답하다(代書答仲始司藝)」란 시다.

화와 복은 언제나 마주 보는 법 禍福常相對
은혜 원수 둘 다 모두 잊어야 하리. 恩讎要兩忘
남촌에서 책을 읽던 바로 그곳이 南村讀書處
다름 아닌 희황(羲黃)의 시절이었네. 便是一羲黃


4구의 희황(羲黃)은 고대의 이상적 제왕인 복희(伏羲)와 황제(黃帝)다. 이상적인 태평 시대의 뜻으로 쓴다. 지금 하는 이 일이 내게 복이 될지 화가 될지 가늠 못 할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어제의 원수가 오늘은 은인이 되고, 오늘의 은인은 내일 다시 원수로 돌아선다. 여기에는 원칙도 기준도 없고, 단지 이익과 손해의 잣대만 있을 뿐이다.

시인은 말한다. “벗이여! 어떤가? 우리 예전 남촌의 서당에서 코흘리개로 책 읽던 그때는 이런 생각 없었지. 서로 안 지려고 목청을 높이고, 하나라도 더 외우려고 밤잠 아껴가며 책 읽던 그때를 기억하는가? 내 마음속의 태평성대는 그때밖에는 없었던 듯하이. 그만 털어버리세. 책 읽던 그때의 그 시간과 공간 속으로 돌아가 보세나.”

중시(仲始) 김대경(金臺卿)과 시인의 벗은 함께 글을 읽은 동무였는데, 이해가 엇갈려 서로 간에 문제가 생겼던 모양이다. 둘 사이에 화해를 붙이려고 친구의 입장에서 대신 써준 시다. 둘은 이 시를 통해 화해할 수 있었을까? 소원해진 두 벗을 다시 묶어주는 것은 독서의 시간이다. 그것은 화복도 없고 은원(恩怨)도 없는 순수한 결정(結晶)의 시간이다.


책은 왜 읽는가?

허균(許筠, 1569~1618)의 『한정록(閒情錄)』에 「정업(靜業)」의 항목이 있다. 정업, 즉 고요히 하는 사업이란 바로 독서를 말한다. 책에 실린 독서에 관한 격언 몇 항목을 소개하겠다.

“책으로 이 마음을 붙든다. 한때라도 내려놓으면 한때의 덕성이 해이해진다. 책을 읽으면 이 마음이 항상 있지만, 책을 읽지 않으면 끝내 바른 이치를 보고도 그것이 보이지 않는다.(書以維持此心. 一時放下, 則一時德性有懈. 讀書則此心常在, 不讀書則終 看義理不見.)” 

송나라 때 학자 장횡거(張橫渠)의 말이다. 내게서 내 마음이 달아나지 않도록 붙들어 매주는 것은 책이다. 책과 함께 할 때, 나는 나의 주인으로 살고, 책을 손에서 놓는 순간 나는 바른길을 보고도 그것을 보지 못하는 허깨비 인생이 되고 만다.

다음은 안지추( 之推)가 『안씨가훈(顔氏家訓)』에서 한 말이다. 
“많은 재물을 쌓아두 는 것이 얕은 기술을 몸에 지니는 것만 못하다. 기술 중에 배우기는 쉽지만 아주 소중한 것으로 독서만 한 것이 없다. 세상 사람은 어진이든 어리석은 이든 모두 아는 사람이 많고 경험한 일이 폭넓어지고 싶어 한다. 그렇지만 책을 읽으려 들지는 않는다. 이것은 배부르기를 구하면서 밥 짓기를 게을리하고, 따뜻해지려 하면서 옷 만들기에 나태한 것과 같다. 
(積財千萬, 不如薄伎在身. 伎之易習, 而可貴者, 莫如讀書. 世人不問賢愚, 皆欲識人之多, 見事之廣, 而不肯讀書, 是猶求飽而懶營饌, 欲煖而惰裁衣也.)”

쌓아둔 재물은 쓰기 바쁘지만, 독서의 습관은 재물만이 아니라 모든 것을 만들어낸다. 많은 사람을 만나 인맥을 만들고 싶은가? 세상 끝까지 가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싶은가? 직접 가지 않아도 책 속에 사람이 있고, 책 속에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가 있다. 꿈만 꾸고 행동에 옮기려고 들지는 않으니, 쌓아둔 재물이 다 축이 나도록, 일상의 허기와 추위가 가시지를 않는다.

안지추는 이런 말도 했다. “독서가 설령 큰 성취를 줄 수 없다 해도 오히려 한 가지 기예로 이를 얻어 자신의 밑천으로 삼을 만하다. 부형(父兄)은 언제까지 기댈 수 없고, 고향과 나라도 나를 항상 지켜줄 수가 없다. 하루아침에 이리저리 떠돌게 되어 아무도 도와주지 않을 때는 마땅히 자신에게서 직접 구해야 한다. (讀書縱不能大成就, 猶爲一藝, 得以自資. 父兄不可常依, 鄕國不可常保. 一旦流離, 無人庇蔭, 當自救諸身耳.)”

도움의 손길이 끊어진 자리, 내 스스로 대답을 찾아야 할 때, 나의 든든한 밑천이 되어줄 것은 독서의 힘밖에 없다는 얘기다.


책은 어떻게 읽을까?

1년에 몇백 권을 읽겠다는 목표를 세워, 목표만을 위해 달려가는 독서는 재앙에 가깝다. 충족되는 것은 나는 책을 읽고 있다는 자기만족뿐, 내면에 고이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설선(薛瑄)이 말했다. “독서는 차분히 고요하게, 느긋하고 천천히, 꼼꼼하고 자세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만 마음이 책 속으로 들어가서 묘미를 얻을 수가 있다. 만약 조급하고 어지럽게, 편협하고 바쁘게 건성으로 대략 읽는다면, 이른바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으며, 음식을 먹어도 그 맛을 알지 못하는 지경이 되고 만다. 어찌 족히 그 묘미를 얻을 수 있겠는가?
(讀書惟寧靜寬徐縝密, 則心入其中, 而可得其妙. 若躁擾急, 略以求之, 所謂視而不見, 聽而不聞, 食而不知其味者也. 焉足以得其妙乎.)”

바빠 죽겠는데 어떻게 차분하고 고요해지며, 느긋하고 천천히 읽을 시간이 있느냐고 말하면 피차에 답답하다. 마음이 깃들면 복잡한 전철 속도 태고의 적막과 같고, 마음이 달아나면 심심산중도 저잣거리와 한가지다.

소동파는 젊은 청년 왕랑(王)에게 건넨 편지에서 독서의 방법을 이렇게 설명했다.
“젊어서 배우는 사람은 한 권의 책을 여러 차례 읽어야 한다. 바다에 들어가면 온갖 물건이 다 있지만 사람의 정력으로 능히 다 가져올 수가 없어, 그저 갖고 싶은 것만 얻고 마는 것과 같다. 그래서 배우기를 원하는 사람은 매번 한 가지 뜻을 가지고 구해야만 한다. 고금의 흥망치란이나 성현(聖賢)의 작용을 구하려면, 단지 이 뜻만 가지고 구해야지 다른 마음을 먹어서는 안 된다. 어떤 일의 정보나 문물에 대해 알고 싶으면 또한 이렇게 한다. 배움이 이루어지면 팔면에서 적을 받더라도 그저 섭렵만 한 사람과는 한 몫에 얘기할 수가 없다.(少年爲學者, 每一書皆作數次讀. 當如入海, 百貨皆有. 人之精力, 不能盡取. 但得其所欲求者耳. 故願學者, 每次作一意求之. 如欲求古今興亡治亂聖賢作用, 且只作此意求之, 勿生餘念. 求事迹文物之類, 亦如之. 若學成, 八面受敵, 與涉獵者, 不可同日而語.)”

몰입해서 집중하는 독서의 위력을 말했다. 1년에 몇백 권을 읽어 치운 것은 자랑이 아니다. 차곡차곡 쌓여서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독서의 힘이 내면에 쌓일 때, 팔면에서 날아드는 적의 공격에 당황하지 않고 대처할 수가 있다.

명창정궤(明窓淨)! 볕 잘 드는 창 아래 정갈한 책상 앞에서 책을 펴고 태고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 보자!

글 정민 교수(국어국문학과)


 

정민 교수는?
정민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다산 정약용 연구의 권위자이자 새로운 시각으로 고전 속의 지혜를 전하는 지식인이다. 혜안을 넓히는 독서와 글쓰기에 관한 강연과 저서 활동도 펼치고 있다.








 

본 내용은 한양대 소식지 '사랑한대'의 2020년 봄호(통권 제253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 사랑한대 2020년 봄호(통권 제253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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